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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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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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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가 작성한 모든 글

  1. ooze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느낀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게임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습니다. 5칸에 5개의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소환수가 각 플레이어에게 모두 있을 시 10개 소환수의 능력들의 시너지와 이동패턴 계산+각 마주보는 소환수의 숫자 덧뺄셈을 고민하다보니 이건 캐주얼할 게임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스스톤이 왜 소환 전후 능력을 강조하고 패시브 능력의 사용을 단순화 하거나 제한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2. 어제 약속드렸던대로 후속편을 위해 오늘도 타자를 두드리는 Zerasion 입니다. 1부는 제목만 거창하게 규칙 비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시스템 나열 정도에 그쳐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글처럼 생각이 되긴 합니다만.. 포럼의 좋은 점은 역시 위대한 선조..아니 선배들께서 스레드를 이어주실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안도감을 가지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무책임) 먼저 본론에 앞서 간단한 분위기에 대한 감상을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음악을 포함한, 전체적인 분위기 >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음악은 무척이나 취향 저격입니다! ESTi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박진배 님의 매력 터지는 BGM들은, 게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뮤직 플레이어로 쓸 목적으로 게임을 실행시키고 들고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 듭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화면 구성과 조작 등의 미니멀라이즈를 추구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어우러져 "게임같지 않은 일반 기능성 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마비노기라는 IP가 가지고 있는 어떤 굴레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가볍고 밝고 신나는 것"이 마비노기 듀얼의 정서라는 걸 플레이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들을 보고 듣다보면, 반대로 "판타지 배경의 게임과 너무 동떨어진 화면과 음악이 이질적이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전적으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오늘 카드샵에 들어가보니 "듀얼 매거진"이라는 잡지 컨텐츠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발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예전에 마비노기 서비스 시절 "에린워커"라는 웹 매거진이 있던 것도 떠오르고, 위에서 이야기한 "일반 앱 같은 분위기" 덕분에 매거진이 실려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오늘 이야기하려고 했던 본론인 UI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 2. 마비노기 듀얼의 UI 살펴보기 1) 덱 편집 덱 편집 메뉴에서는 내가 가진 카드들의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과 내 덱에 담거나 빼는 동작이 드래그로 이뤄져 꽤 직관적이라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편성 정보"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총 12 장 중에 지금 몇 장을 넣었는지, 편성된 자원의 종류는 어떤 것들인지, 자원 별 몇 장씩 편성했는지 등의 정보들이 인터페이스 단에서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가 편성한 카드들을 좌우로 넘겨보면서 직접 확인해야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쩌면 오프라인 TCG를 하는 플레이어가 자기 카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덱을 구성하는 느낌을 의도한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1부에서 "컴퓨터 게이밍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계가 대신해주는 계산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정보들은 편의 제공 차원에서 직접 표시해주는 쪽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드래프트 미션에서 덱을 구성하는 경우에는 자원이 3종을 초과했을 때 어떤 자원을 제거할 건 지 물어보고 있는데요, 이 때 내가 이 자원을 빼면 몇 장의 카드가 비게 되는 지는 알려주지만, 어떤 카드들에 영향을 주는 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드래프트 부분도 덱 편성 정보를 전달해주는 부분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함께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고양이 상인의 교환 컨텐츠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직접 카드를 교환할 친구들이 없어도 NPC가 "꽤 자주" 찾아와서 이런 저런 교환을 요구한다는 게 플레이어가 외롭다는 느낌도 덜 들고 게임에 특징적인 캐릭터가 생기면서 생동감도 느껴지고요. 하지만 여러 장의 카드가 제안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때, 각 카드들을 전환하는 기능이 없고 직접 포개진 뒤쪽 카드들을 터치해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이를테면 왼쪽부터 A, B, C 라는 카드가 있을 때 A는 맨 앞에 있어 카드의 전면이 드러나지만 B나 C는 오른쪽 모서리면 노출되어 있어 누르는 영역 자체가 좁아집니다. 이 때 A를 터치해서 카드 보기를 하는 상태로 좌/우 스와이프로 B나 C의 카드 정보를 볼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카드 정보 마비노기 듀얼은 카드들이 담고 있는 정보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습니다. 기본 구성인 이름, 일러스트, 설명과 전투 기능의 주 요소인 요구 자원량, 공격력과 체력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추가 정보들이 있었는데요. 방어도, 등급, 시대구분이라는 정보가 더 들어가 있습니다. 이처럼 제한된 카드의 영역 안에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는데 그렇다보니 카드를 처음 딱 봤을 때 어떤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시선이 꽤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는데요,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요구 자원 표시 일단 대부분의 자원들이 카드의 테두리 색상과 아이콘 색상이 유사하게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보호색처럼 작용해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자연 자원의 경우는 맨 처음 게임을 시작한 스토리모드 초반에 주로 만나는 카드인데 보호색 효과가 굉장해 처음엔 나뭇잎 표시를 아예 찾아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많은 숫자로 늘어나기 전까지는(아마도 카드에 직접 그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원 아이콘이 필요 개수만큼 카드에 그려지고 있습니다. 일부 카드를 보니 10 을 넘어가야 숫자로 표시하는 것 같았지만 보유 카드가 적어 경계값은 정확치 않습니다. 다만 똑같이 생긴 아이콘이 반복적으로 붙어있는 배치이다 보니 실제로는 5 개를 넘어가면서부터 몇 개인지 한 눈에 확인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가진 자원보다 요구 자원이 많을 때 부족한 부분을 카드 위에 "아이콘 x 숫자 필요"라는 메시지를 표시해 해결하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요구 자원량을 영웅이 보유한 자원처럼 숫자로 표시한다면 이 부분은 중복된 표현으로 생략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 표현 단계에서 자원이 부족한 경우는 이미 카드를 회색으로 비활성화 하고 있기 때문에 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되며, 다른 많은 게임의 문법을 따라 카드의 자원 숫자를 붉은 색으로 표현하면 정리가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원은 충분하지만 다른 조건들로 사용하지 못하는 카드들의 구분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에 MTG-PW나 하스스톤처럼 테두리 FX를 적용해 보다 직관적으로 "당신은 지금 이 카드를 낼 수 있어요!"라고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자원은 충분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카드들은 그 이유를 카드 전면에 텍스트로 표시해주고 있지만, 글자의 굵기도 가늘고 컬러도 밝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편입니다. 카드를 내려고 할 때 중앙에 큰 메시지로 이유를 알려주거나 지금의 방식에서 폰트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공격력 표시 요구 자원과 마찬가지로, 처음 카드를 봤을 때(사실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잘 안띄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김새만 보고 부가적인 어떤 수치인 줄 알았는데 공격력이라서 굉장히 놀랐었는데요. 카드를 봤을 때 색상과 크기와 모양과 위치 때문에 체력이 가장 눈에 잘 띄고, 그 다음은 공격력이 아니라 방어력이 잘 보입니다. 공격력이 지금보다 더 잘 보이게 디자인이 변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등급 표시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RPG 게임들의 표현과 유사한 "별" 표시로 카드들의 등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선강탈... 아니 주목도 면에서 체력과 버금갈 정도로 시선을 잡아끕니다. 굉장히 크고 화려해서요. 물론 이 카드는 욜라 짱짱 좋은 카드입니다!라고 자랑하는 효과가 꼭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게 꼭 공간을 막대하게 할애해도 될 만큼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별의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5 개를 하나로 합쳐서 다른 모양으로 표시하거나 하는 방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요구 자원 표시에서 제안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수만큼 숫자로 표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시대 표시 카드 이미지를 찾아보니 공식 명칭은 세트 이름이라고 나와있는데요, 세트를 모았을 때 어떤 특별한 효과 같은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단계에서는 시대 표시가 카드에 꼭 들어가야할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4) 전장의 정보 여느 TCG들과 비슷한 점도 많지만, 규칙 자체가 꽤 독특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마비노기 듀얼에서는 전장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정보 파악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지금도 충분히 화려하고 타격감 좋고 아름답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정보의 전달이 좀 더 강조되었으면 하는 부분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턴 변경 표현 상대와 나의 턴이 전환되는 표현이 지금은 굉장히 스무스해서 잘 인지되지 않습니다. 성우 분의 안내 멘트와 행동력 표시를 멤도는 불꽃의 이동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턴과 턴 사이의 인터벌을 지금보다 좀 더 길게 가지거나 더 강조된 "누구 턴 입니다!" 같은 표현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발동까지 남은 시간 일부 카드들은 즉시 효과가 발동되지 않고 몇 턴 뒤에 효과가 발동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를 각각의 효과에 따라 "발사까지 2 턴" "접근까지 3턴" "다음 턴에 사용" 과 같이 문장으로 표시하고 있는데요. 위에서 카드를 낼 수 없는 이유를 표시하는 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글자들이 잘 안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라는 정보는 시계 아이콘이라는 익숙한 상징물이 있는데 굳이 각 상황별로 텍스트로 정보를 전달할 이유가 강하게 있는 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 주문의 영향 범위 적/아군이라고 대상이 직접 명시되지 않은 대부분의 주문들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진영의 라인 전체를 범위로 가지는 주문들이 많이 있는데요, 카드의 사용 조작에서 버튼/슬롯을 각각 터치하는 조작이라면 이슈가 덜하겠지만 카드를 직접 위치로 끌어 옮기는 경우에는 효과 범위를 더 잘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드를 잡고 전장으로 끌고 갔을 때, 아직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아군 진영 위라면 아군 진영 5 개 슬롯 전체에, 적군 진영 위라면 적군 진영 5 개 슬롯 전체에 "이 부분에 효과를 줄거야!"라는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절대로 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실수로 아군 진영에 파이어월을 사용해서 판을 날려먹은 경험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고... 아무튼 중요합니다..! 흠흠! 여담입니다만, 하스스톤의 경우도 비슷한 조작 미스가 자주 발생합니다. 주문을 사용하려다가 취소하기 위해 다시 핸드로 끌어올 때, 손을 놓는 위치가 하필이면 내 영웅 위치라 주문도 날리고 영웅 생명력도 날리는 일이 꽤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와 비슷하게, 핸드 왼쪽에서 전장으로 카드를 끌어 놓으려는 경우, (굉장히 희미해서 있는 줄 몰랐던) 뒤로 가기 버튼 위를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뒤로 가기 버튼이 눌려 흐름이 뚝뚝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카드를 드래그하는 중에는 뒤로 가기 버튼이 눌리지 않거나, 뒤로 가기 버튼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 쓰고나니 불만이 한보따리 그득한 것 같지만, 이게 다 애정이 있어서 ㄲ.. 가 아니라, 더 나은 게임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제안 같은 정리라고 봐주시면 무척 감사할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아직까지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라서, 게임의 규칙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플레이어에게 잘 전달해주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이 같은 인터페이스들의 정돈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미 충분히 완성도도 높고 재미있지만, (여유가 되신다면) 이런 소소한 부분들까지 개선되어 보다 쾌적한 듀얼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대통령처럼 호흡이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3.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사실 전 MTG와 하스스톤의 가장 큰 차이는 턴의 완벽한 구분이라고 생각됩니다. MTG의 경우, 자신의 공격턴이 아니라도 할 일이 많지요. 상대 하수인들이 공격해오면 누굴 막아야할지 선택해야 하고, 또 상대 턴에도 순간 마법들을 쓸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공/방 높은 하수인이 없는 것을 보고 공격 들어갔는데 상대가 방어 하수인에 '거대화(공/방 업)'을 걸어서 외려 이쪽 하수인만 날린다는 식의 상황이 많지요. 심지어 주문 -> 카운터 -> 카운터를 카운터 -> 카운터를 카운터를 카운터 하는 병맛 배틀도 있구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방은 1/1이지만 직접 공격 대신 특수 능력으로 상대 하수인을 공/방에 관계 없이 하나씩 죽이는 '왕실의 암살자' 카드를 만났는데 일부러 하수인을 소환하지 않고 상대의 직접 공격을 유도한 뒤에 모래폭풍 (공격해오는 모든 적에 1점 데미지)로 제거했던 겁니다. 이런 식의 전략은 하스스톤에선 불가능하죠. 자기 턴이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함정도 유저가 발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거지 유저가 직접 발동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MTG 관점에서 보자면 그 덕분에 전략과 전술의 폭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게임 속도가 훨씬 올라간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얼굴을 맞댈 수 없는 환경임을 감안한다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4. 다시 읽다보니 설명이 모호한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 첨언합니다. 하스스톤의 효과 분류에서 주문이 발동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전장의 함성과 죽음의 메아리만 "분류"로 언급했지만, 사실 그 외에도 굵은 글씨로 써진 많은 종류의 효과들이 사전에 약속되고 정의된 형태로 표현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은신"이나 "천상의 보호막"같은 효과 또는 "도발"과 같은 효과들은 해당 효과 자체를 카드에 설명하지 않고 굵은 글씨로만 표시하면서, 카드 정보를 볼 때 "은신", "천상의 보호막", "도발" 등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카드 옆에 추가로 툴팁처럼 설명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카드의 주문 설명 칸의 공간을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스스톤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5.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MTG의 경우, 마법은 대상을 지정할 수 있고 소환물들은 그냥 돌격 앞으로. 방어하는 쪽에서 어느 놈을 누구로 막을지 지정할 수 있습죠. 한 유닛을 여러 유닛으로 막을 순 있지만 한 유닛이 여러 유닛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공격에 참가한 유닛은 특별한 능력이 없는 한 방어에 사용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원돌격 -> 몸빵으로 버틴 뒤 -> 다음턴에 나야 말로 전원돌격! 뭐 이런 것도 가능하지요. 동시 공격이 기본인데 선빵 능력이 있는 소환물도 있구요. 자원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는데, 마나는 한 턴에 한장씩 깔 수 있는 (손에 있다면) 대지에서 뽑아쓰죠. 각 대지 타입별로 뽑혀나오는 마나가 정해져있습니다. 그래서 대지가 말리면 정말 피눈물 나지요.
  6.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요즘 출퇴근 시 간간히 몬스터헌터4G를 즐기고 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차지 엑스"라는 무기를 사용하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평어로 쓴 글을 복사하였으며,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블로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3 ---------- 요즘 몬스터헌터 4G를 하면서 신형 무기인 차지 엑스를 쓰는 중인데, 차지 엑스는 얼핏 보면 포터블 3rd의 신형 무기인 슬래시 엑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써보면 두 모드 사이의 균형이 깨진 느낌이 든다. 슬래시 엑스는 도끼로 차지하고 검일 때 피해량도 공격 각도도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검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 되고, 도끼일 때의 전용 액션들로 선택지 정도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이는 쌍검의 귀인화가 어떻게든 귀인화가 되면 좋지만 귀인화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차지 엑스는 한손검과 방패 상태일 때만 차지할 수 있고 도끼일 땐 소모만 할 수 있고 차지를 할 수 없는데, 도끼의 특정 기술(A 또는 A+X)에서만 차지된 병을 소모한다. 그런데 그 특정 기술은 한손검 상태에서 특정 콤보를 통해 도끼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도끼 단계를 유지하는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차지된 힘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장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 장전은 한손검 상태에서밖에 할 수 없고, 위에서 말한 도끼 스킵 콤보도 장전 동작에서 이어지는 콤보가 있어 더더욱 도끼 상태를 유지할 일이 사라진다. 도끼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한손검 상태보다 기본 피해량이 높고 공격 각도가 대검처럼 크게 종/횡 베기라 부위 파괴에 유리하다는 정도인데 피해량은 병 소모 기술이 훨씬 크고 공격 각도 또한 도끼와 유사해서 부위 파괴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도끼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도끼 모드의 단점인 "가드 불가"와 "기본 이동속도 느려짐"만 더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슬래시 엑스와는 다르다 슬래시 엑스와는!"이라는 느낌으로 굳이 "다르기 위한 다름"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7. 뒤늦게 읽은 굉장히 긴 글이지만 짤막한 소감을 남겨보자면, 보는 내내 국산 호러 명작 "화이트데이"가 떠올랐습니다. 본문의 여러 내용들이 가리키는 호러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와 많은 부분에서 부합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oughts on Alien: Isolation and Horror Simulation 원문 주소: http://frictionalgames.blogspot.kr/2014/10/thoughts-on-alien-isolation-and-horror.html 공포 게임은 꽤 흥미로운 장르이지만 암만봐도 대박을 칠 것 같지는 않은 장르이기도 하죠. 거칠게 말해보자면 '태생적으로 마이너하다'라는건데, 그래서인지 관심가지는 분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잘 못본 듯. 그렇다면 사실 호러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이렇게나 긴 글을 물어올 이유는 별로 없는건데, 읽어보니 그냥 재밌더라구요. 굉장히 쉬우면서도 편하게 호러 게임을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글을 옮기는 제 솜씨가 변변찮아서 이 재미를 다 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했습니다. - 제가 해보지 않은 게임이 많기에 (사실 대부분 못해봄;;) 게임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게임 제목도 아마 일본 제목과 북미 제목(레지던트 이블 vs 바이오 해저드)이 다를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발매년도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면 그것도 아마 일본 출시일과 북미 출시일이 달라서 일 수 있습니다. ------------------------------------------------------------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흥미로운 게임이다. 내가 호러 시뮬레이션이라 부르는 장르의 가장 최신작이기도 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수년간의 다른 성공작들이 쌓아올린 지식의 많은 부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멋지다. 그러나 이 게임이 특정한 종류의 게임플레이를 명확히 정조준하고 있기에 다수의 문제점들이 도출되었으며 노리고 있는 게임플레이 이외의 다른 요소들은 더 나빠진 부분도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 게임은 훌륭하며 진심으로 매우 대단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즉, 적어도 나에게는, 크나큰 단점이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영화 에일리언의 충실한 재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에 대해 적절히 논하기 전에 우선 비디오 게임의 역사와 디자인 이론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려한다. 역사 속에는 두 가지의 호러 게임 문파가 존재해왔다. 하나는 일반적인 게임플레이 위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문파(호러 포장)이고, 다른 하나는 호러 영화/소설에서 생기는 일들을 게임에서 재창조하려는 문파(호러 시뮬레이션)이다. 전자는 숨어있는 공포(Lurking Horror: 1987) 등으로 시작되어 잘 알려졌다. 매커니즘적으로 이들 게임은 다른 동시대의 어드벤처 게임과 유사하지만, 플레이어를 놀래키기 위한 이벤트들과 무서운 배경설정 등이 덧씌워져있다. 후자는 정확하게 포착하기가 다소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3D 몬스터 미로(3D Monster Maze: 1982)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겠다. 이 게임은 제목이 게임 자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미로에 갇혀서 한 마리의 몬스터로부터 달아나야 한다. (이 경우에는 도트로 표현된 T-Rex이다.) 수년간 호러 포장 게임의 디자인은 번창하여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1995, 어드벤처 게임), 7번째 손님(7th Guest: 1993, 퍼즐), 바이오해저드(Resident Evil: 1996, 액션 슈터) 등과 게임들의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호러 시뮬레이션은 훨씬 드물었다. 3D 몬스터 미로 이후로 이 부류에 어느정도라도 적합한 게임은 클락 타워(Clock Tower: 1995)이다. 자, 이제 이 두 종류의 디자인에 대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볼 차례이다. 클락 타워가 바이오 해저드와 구분되는 지점은, 그 핵심 매커니즘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게 아니라 호러 스토리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클락 타워는 단 하나의 몬스터(거대한 가위를 든 작은 남자)가 몇몇 장면에서 플레이어를 사냥하게 만듦으로써 이를 이루어낸다. 플레이어는 벽장에 또는 침대 아래에 숨어서 이 몬스터가 자신을 발견하여 죽이지 못하길 바라게 된다. 이를 바이오 해저드의 핵심 매커니즘과 비교해보면, 바이오 해저드에서는 플레이어가 탄약, 무기, 그리고 체력 물약을 모아 맞닥뜨리는 몬스터들과 싸운다. 클락 타워는 오로지 공포스러운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바이오 해저드의 게임플레이는 어떤 종류의 설정과 분위기에서도 잘 동작하는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가 두려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탄약, 인벤토리 관리, 제한된 세이브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무엇도 두드러지게 공포스러운 상황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여전히 바이오 해저드는 다양한 적들을 쏴넘기며 전진하는 게임인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의 아주 적은 몇몇 구역들만이 호러 무비나 소설에 들어맞을 것이다. 그러나 클락 타워는 호러 무비나 소설에 적합한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클락 타워가 호러 영화에 어울리는 상당량의 동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침대 아래 숨기, 거울 속을 들여다보기, 도망치기, 몬스터 밀기 등등. 플레이어는 게임을 해나감에 따라 단순히 게임플레이의 규칙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장면들을 재현하게 된다. 바이오 해저드는 별로 그렇지 않으며, 게임은 전형적인 전략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기에 몇몇 두려운 요소들이 덧붙여진 정도이다. 클락 타워는 호러 시뮬레이터이자 일반론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호러 게임이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첫째로 게임플레이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꽤나 전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그것이었다. 둘째로, 실질적인 추격장면은 플레이하기에 많이 투박하고 짜증스러웠으며, 적절한 두려움이나 공포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러 시뮬레이터로서는 꽤나 커다란 결점에도 불구하고 클락 타워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단점들에서 눈을 돌려보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플레이 가능한 형태의 호러 요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와 유사한 게임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들 중 한 가지인 헬 나이트(Hell Night: aka Dark Messiah, 1998)는 하나의 몬스터로부터 도망친다거나 등 뒤를 돌아보는 버튼, 동료를 신중하게 택해야 하는 등의 멋진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 또한 다양한 문제들로 몸살을 앓았으며, 이는 종종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번진다. 심지어 사일런트 힐(Silent Hill, 1999)과 같은 고전명작 조차도 호러 시뮬레이터적인 비중은 적은 편이다. 이 게임의 대부분은 퍼즐을 풀고 적들과 싸우는 것(때로 도망가는게 나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전투를 통해 적을 물리치는게 가장 좋다.)에 기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시뮬레이트하기보다는 플레이어의 통제 바깥에 배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들어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 2001)에서 주인공이 벽장 속에 숨는 장면은 컷씬으로 처리된다. 클락 타워에서는 거의 동일한 장면이 플레이를 통해 진행되었음을 상기하자. 사일런트 힐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부분을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중 일부만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장면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사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개인이 할법한 행동과 부합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 봐도 이런 요소들이 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핵심적인 개념인 것은 분명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근본적인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형적인, 때로 서사적 관점에서 넓게 봤을 때는 말이 되지 않는 게임플레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클락 타워 다음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경험을 적절히 전달하는 게임은 사이렌(Siren, 2003)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은 실제로 꽤 말이 될 법하게 짜여져있다. 예를들어 지도는 주지만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울러 세계를 몬스터의 눈으로 바라보게 허락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요소들은 내가 호러 스토리의 가운데에 서있다는 느낌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 그러나 사이렌의 문제는, 클락 타워와 유사하게, 이런 요소들이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짜증스러운 경험은 점차적으로 전체 몰입과 두려움을 간단하게 감소시킨다. 한번 더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디자인은 어떠한 유인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자 이제 내가 "멘탈 모델링"이라 부르는 디자인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논하려한다. 멘탈 모델링은 호러 포장과 호러 시뮬레이션 사이의 차이에 꽤 근접하게 관련된 개념이다. 우리가 바이오 해저드같은 게임을 할 때, 적과의 모든 조우는 아주 전술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필요로 한다. 마주한 적이 어떤 종류인지를 확인하고, 자기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탄약은 충분한지, 체력은 괜찮은지 등등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머릿 속의 모델은 적의 외형에 집중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숫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는 매우 스트레스가 큰 일이며, 호러라는 소재와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상력과 서사적 직관의 몫은 아주 조금만 남게 된다. 그러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에서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에 더 많이 집중하며, 우리의 마음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스스로를 환경의 일부로 간주하게 만드는 맵 시스템과, 추측을 통해서만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적이라는 요소가 맞물리면 이는 훨씬 더 강렬하고 호러스러운 멘탈 모델을 구축한다. 문제는 바이오 해저드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치적 확신이 없기에, 이 게임에서는 전술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런 류의 게임이 짜증으로 번지기 쉬운 부분이다. 사이렌이 제공하는 멘탈 모델링이 호러 게임에 더 잘 부합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넓게 봐서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 잘 동작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 다시 게임 역사로 돌아가보자. 사이렌의 출시는 내가 호러의 황금기라 부르는 시대의 종언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바이오 해저드, 사일런트 힐, 페이탈 프레임(Fatal Frame, 2001) 등 호러의 새로운 바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후로는 그 모든게 말라붙어 버리고 액션 기반의 게임들이 증가했다. 바이오 해저드 4(Resident Evil 4, 2005)가 이런 유행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 중 하나는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판매량과 제작 비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또다른 중요한 - 그리고 앞의 이유와 연관된 - 이유는 이 장르에 발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많은 거대 게임들이 비교적 평범한 게임플레이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식이었다. 이런 식의 포장만으로는 뭘 대단히 바꾸는게 어렵고, 플레이어가 포장 속의 매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호러는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새로운 뭔가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우리 회사가 나오는 곳이다. 페넘브라: 검은 역병(Penumbra: Black Plague, 2008)을 출시하며, 우리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 게임을 만들려 시도했다.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게임 세계에 대한 플레이어의 인식을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가 페넘브라: 서곡(Penumbra: Overture, 2007)에서 배운 교훈들을 토대로, 위에서 언급한 혈통의 게임들을 통해 내려졌다. 이후 몇년간 전투가 없는 호러 게임들의 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일런트 힐: 조각난 기억들(Silent Hill: Shattered Memories, 2009)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나치게 짜증나는 경험 또한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Amnesia: The Dark Descent, 2010)의 출시에 대해 내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게 한 가지 있다. 게임의 기본적 시스템만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벽장에 숨어있는동안 몬스터가 지나쳐가는 것을 숨막힐 듯한 공포 속에 지켜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사일런트 힐2의 벽장 컷씬을 그대로 게임 플레이로 재창조해낸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클락 타워의 중심 매커니즘들 중 하나를 멋지게 시뮬레이트 해 낸 것이다. 물론 나는 공포 게임 일반의 견지에서 이런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거론하기엔 너무 편향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우리가 호러 장르에 미친 가장 큰 기여라고 느낀다. 2년 후, 슬렌더(Slender, 2012)라는 짧은 무료 게임이 새로 나왔고 나는 이 게임이 호러 시뮬레이션 장르의 진정한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슬렌더는 평범한 게임플레이 요소는 거의 없는 단순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넓게 트였지만 약간 미로스러운 배경을 돌아다니며 몇 개의 노트를 모아야 한다. 이 게임이 몰입을 자아내는 지점은 호러를 시뮬레이트하는 방법에 있다. 플레이어는 슬렌더 맨을 볼 수 없으며, 주의깊게 움직여야 하고, 플래시는 너무 많이 쓸 수 없으며, 으시시한 소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야하고 ... 등등. 이 모든 게임플레이 요소들은 아주 모호하며, 이들이 조합되어 강력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로 거의 아무것도 아닌 대상으로부터 강렬한 공포 경험을 할 수 있다. 슬렌더에는 아주 적은 스토리만 있을 뿐이며 대단한 목표도 없음을 기억하자. 특정한 가상의 공간 내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 날 것 그대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지 않다. 하이드(Hide, 2011)와 같은 또 다른 인디 게임도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해냈지만, 슬렌더는 그것이 게임 제작의 방법으로서 성공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우리가 게임 내 요소들을 충분히 모호하게 표현하기만 한다면, 그래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그러한 모호함에 기반하여 플레이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을 가진, 깊이 몰입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몇몇 관점에서 슬렌더는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는 울펜슈타인 3D의 호러 게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의 동작 원리를 증류하여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정제해 낸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유사한 게임들이 뒤를 이었다. 그들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아웃라스트(Outlast, 2013)가 있다. 아웃라스트의 스토리는 종이처럼 얇다. 한 저널리스트가 모종의 실험이 실행되었다는 소문이 있는 오래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이 장소는 들끓고 있고, 그는 탈출해야 한다. 퍼즐도 없고 전형적인 게임플레이도 없다. 그저 미쳐버린 수감자들로부터 숨거나 도망가야하는 다수의 맵이 있을 뿐이다. 맵들 중에는 쉬어가기 위해 마련된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그저 걸어가면서 (또는 다음 목적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으스스한 배경물들 사이를 지나게 된다. 주변에 흩어진 단서들에는 배경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그걸 읽어봐야 알 수 있는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단서들을 모두 무시하고 지나가도 여전히 일관된 서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것은 플레이어가 놓여지는 상황 그 자체이다. 몬스터들을 피해 라커로 숨고, 중얼거리는 그들 뒤로 숨어서 지나가고,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여러분을 향해 점프할지 아닐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나쳐 가며, 흐릿하게 보이는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위험을 피해야 하고, 등등등. 게임플레이의 모든 장면들이 그 즉시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장면으로 바뀔 수 있다. 아웃라스트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터이며, 게임이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상황 그 자체로부터 서사가 발생한다. 자 이제 드디어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의 가장 최신 핏줄이자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다. 이 게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단 하나의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다. 게임 전체가 몬스터가 어디있는지를 알아내고 피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기에, 많은 측면에서 3D 몬스터 미로의 2014년 버전이라 할만하다. 물론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당연하게도 3D 몬스터 미로보다 월등히 복잡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게임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고, 이들 모두는 다함께 동작하여 멘탈 모델을 구축하게하며,이 멘탈 모델은 게임과 완벽하게 들어맞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을 정말로 무섭게 만들어준다. 첫째로, 다른 호러 게임들처럼, 사운드가 매우 중요하여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사운드를 통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소리들은 다른 생존자들(플레이어에게는 적대적), 고장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 자신이 내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훌륭한 앰비언트 사운드일 뿐 아니라, 게임의 진행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행동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의식해야 한다. 게임은 시끄러운 삑소리를 내는 동작 감지기를 다른 사람들 너무 가까이에서 사용하면 상대가 여러분을 볼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그 이후 여러분은 자신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이 된다. 무엇보다도, 세이브를 하는데 필요한 세이브 스테이션이 또렷하지만 미약한 소리를 낸다. 주변은 어둡고 스테이션은 위치를 알아내기 어려운 곳에 자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꽤 혹독해서 아주 작은 실수도 급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기에 게임을 하는 내내 언제나 세이브가 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세이브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취약해진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짤막한 영상들 중 주의를 기울여 화면을 보거나 듣게 만들어놓고 갑작스레 깜짝 놀라게하는 것들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런 종류의 느낌이다. 그러나 그 직후의 짜증스러움은 없다. 에일리언이 게임 내의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앞서 설명한 이 게임의 플레이어에게 형성되는 멘탈 모델을 더하면, 플레이어는 아주 사소한 소리에도 진지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에일리언이 언제 어디서든 무작위적으로 나타나는 듯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마인드 모델은 모호해지고, 상상에 대해 편집증적이 되기 쉬워진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은 호러 게임에는 아주 멋진 것이고, 여기에 여러분이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에일리언에게 포착된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더해진다. 도망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스스로의 움직임에, 에일리언이 있을 수도 있는 위치에, 그리고 - 당연하게도 - 그들이 낼 지도 모르는 소리와 내가 낼 지도 모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측면들은 아이템(조음기, 섬광탄, 권총 등)에도 적용되어 서로 다른 종류의 적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작용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예컨대 섬광탄은 어둠을 밝혀주지만 주의를 끌 가능성도 있다.) 예를들어 적대적 인간들이 있는 방이 있다면, 여기에 조음기를 던져넣어 에일리언을 유인하고, 에일리언으로 하여금 그들을 죽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방안에 있는 인간들보다 더 위험한 에일리언을 여러분이 있는 곳 가까이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이러한 상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측면은 에일리언이 여러분을 살금살금 움직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잠입액션 게임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이동 중인 적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일은 흔하다. 이러한 전술은 또한 숨어서 움직인다는 개념상 나은 선택지이자 서사적인 측면으로도 더 말이 된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여러분은 절대 경보를 울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저 언제까지고 숨어만 있는 것이 나은 선택지로 여겨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여러분이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좀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흐릿한 외곽선만을 보게되며, 멀찌감치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이럴 경우 가까이서 관찰할 경우 종종 눈에 띄는,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NPC임을 일깨워주는 멍청한 행동들을 보지 않게되고, 따라서 여러분은 스스로의 머릿 속에 좀더 생생한 형태로 다른 이들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마인드 모델과 이러한 행동들이 겹쳐져, 게임플레이 공간은 보다 적절하게 공포(호러)를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때로 스크립트되지 않은 공포스러운 장면이 플레이어의 눈 앞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들어 라커 속에 숨은 상태로 일단의 생존자들이 에일리언에 의해 붙잡혀 살육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이 괴물이 다음에는 자신을 잡으러 오는 식이다. 아울러 아웃캐스트와 비슷하게, 플레이 중의 어떤 장면이든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대목이 될 수 있을 법 하다. 여러분의 플레이에 따라 호러 스토리가 펼쳐지며, 이 스토리는 여러분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2008) 등의 호러 포장에 기반한 유사한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여러분이 하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스크랩 모으기나 세이브 스테이션 등의 좀더 게임스러운 매커니즘을 별개로 한다면, 여러분은 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인물이 했음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게임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몇 가지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들어 동일 장르의 좀더 오래된 게임들처럼,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또한 매우 짜증스럽다. 마지막 세이브로부터 20분이 지나도록 쌓아올린 긴장감이, 너무 느닷없이 죽음으로써 분노와 짜증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게임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리고 이러한 모호함은 전술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이긴 하지만) 이 게임은 스스로가 충분히 주의하고 영리하게 행동한다면 여하한 위협도 어지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리뷰 점수를 통해서, 그리고 나 자신이 게임을 하며 때때로 느꼈던 극도의 짜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게임을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데에 편리한 일종의 헛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빈번히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소 소극적으로, 안정된 템포로 그저 죽음을 피하기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며 진행하면 게임은 꽤 쉬워진다. (즉, 게임 클리어에 최적화된 진행 템포는 게임이 제공하는 최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템포보다 느리다.- voosco) 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으로 에일리언의 AI가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더 잘 흡수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플레이어가 라커에 너무 자주 숨는다면 빠르게 뒤로 물러나 줌으로써 게임의 진행 속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개발팀이 플레이어들을 특정한 사고방식으로 유도하는데에만 신경쓰지 않고 이런 헛점을 이용하는, 그리하여 좋은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이들을 위해 난이도를 낮춰주는 요소를 배치했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짜증과 나쁜 템포가 확실히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고 본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하면 비교적 고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매우 단순한 서사와 어울려 생기는 일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세이브 스테이션이다. 게임에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여러분의 사고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게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딱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플레이어로서 여러분의 가장 큰 목표가 되는 것이다. 게임이 제시하는 목표인 파워 스테이션의 활성화는, 실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음 세이브 장소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목표가 되지 못한다. 이는 즉 여러분의 개인적인 내러티브가 단순화되어, 그저 루팅하고 세이브하는 플레이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게임의 서사 위에서 고차원적인 의미를 갖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목표에 관련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로,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흥미로운 서사적 중요성도 가지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단순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임이 그저 파워업하고 키카드를 찾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는 얄팍한 서사의 도금을 입힌 고전 게임들의 미션 디자인과 다름없다. 이런 류의 지루한 목표 제시가 게임에서 꽤 흔한 일이긴 해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꽤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염두에 둬야하는 정보(세이브 스테이션, 동작 감지기, 에일리언의 흔적, 루팅, 자원, 등등)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가운데 그 이상으로 복잡한 목표를 떠올리긴 어렵다.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길을 잃으면 멘탈 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적절한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 박사가 돌아다녔던 방들을 확인하고, 그의 시체로부터 키카드를 찾으세요.) 결국 게임은 언제나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줘야하고, 경험이 대체로 단순해져버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짜증스러워질 수 있다. 아웃라스트에서도 비슷한 미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아웃라스트에서도 더 개선할만한 구석은 없다. 같은 문제에서 파생된 디자인 상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연관된 다른 문제로 게임 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디오 로그와 노트들이 그다지 적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컨텐츠 측면에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월등히 더 흥미로움에도 아웃라스트와 유사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접속 터미널에 접근하는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정보를 너무 많이 가지게 되는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이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변 상황이나 배경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긴 매우 어렵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이런 단점들을 잘 살펴보면, 이 게임이 정말로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임이 점점 더 명백해진다. 마치 슬렌더나 3D 몬스터 미로처럼 말이다. 그저 플레이할 공간이 더 많을 뿐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길다란 호러 스토리를 들려주는게 아니다. 적대적 인간 생존자나 끔찍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이 포함된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 플레이어를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어떻게 플레이되는가에 따라 흥미로운 서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 게임에는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시오" 말고는 어떠한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고차원적 스토리도 없다. 이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고, 게임의 기본적인 부분들도 그런거 없이 잘 돌아간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문제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너무 길게 가져간다는 점에 있다. 플레이어가 (나처럼) 일종의 더 깊은 서사적 경험을 원해서 게임을 플레이 할 경우, 불과 수 시간만에 소모되어버린다. 전체 플레이타임이 최소 15시간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건 안좋은 부분이다. 아웃라스트는 클리어에 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쪽이 게임 플레이에 좀더 걸맞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또다른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의 1편을 차용한 게임일거라 기대하고 시작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 중의 하나를 게임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본다면, 게임의 원작은 1편보다는 3편이나 4편에 더 가깝다. 1편은 영화 전체에 걸쳐 괴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후의 순간에 그 괴물과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숨겨진 러프크래프트적 공포를 발견하는 전개이지, 이미 완성된 괴물로부터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달아나는 얘기는 아니었다. 게임은 어떤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몰래 이동하며 영화의 작은 부분을 전달하는 것은 영화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개발자들을 욕하긴 어렵다. 유사한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그들도 에일리언에 대해 꽤 많이 생각하고, 아마도 원재료에서 약간의 분기를 취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셀링포인트가 괴물 그 자체라는 점에서 아마도 세가와 20세기 폭스사는 싫진 않았겠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영화의 구성을 게임으로 모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게임플레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몬스터 미로를 살펴보자. 몬스터 미로의 게임 플레이와 영화를 훌륭한 매체로 만들어주는 이유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긴 어렵다. 이 게임은 미리 설정된 상황 속에 플레이어를 데려다 놓고 그 속에서 무엇이든 플레이가 진행되도록 하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강력한 장점은 플레이어에게 쫓긴다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것이고, 거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원본을 더 나은 모습으로 재현하기 위해 일정한 노력을 했다. 예를들어 우리는 영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유기된 우주선을 향해 원정길에 나선다. 그러나 이는 내게 그저 평이할 뿐이다. 에일리언의 알들, 페이스 허거,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너무나도 완성되어 있어서 결코 어떤 신비한 느낌도 주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안좋은 것은 이런 요소들이 영화와는 달리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나서고 남은 자원에 주의하고 특정한 소리를 잘 듣도록 훈련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화가 주었던 임팩트는 모두 사라져버린다. 나는 호러 시뮬레이션이라는게, 우리가 호러 게임을 만들때 바라는 일종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그저 게임을 플레이할 뿐인데도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에 들어맞을 법한 경험을 하며 무서워하는게 가능하기에 좋아한다. 이게 내가 게임에서 바라는 류의 스토리텔링이며, 따라서 호러를 그저 포장으로만 사용하는 쪽으로 후퇴하는건 좋은 생각이 못된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는 꽤나 크고 명백한 문제가 있다. 지금 상태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은 그 속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더 고차원적인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에서 우리는 유사한 문제를 만났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그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며 퍼즐을 풀고 몬스터를 피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배경스토리를 읽으면서 사막의 무덤이 열리고, 브레넨버그 성(Brennenburg castle)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며, 그 이상의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플레이어가 호러 게임을 플레이하며 겪어야 하는 이상적인 순간들이다. 단순히 일기장 쪼가리나 읽는게 아니라. 문제는 그저 이런 장면들만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거기에 알맞는 경험을 만드는데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행성으로의 여행은 숨어서 돌아다니는 것만큼의 몰입을 제공하지 못한다. 에일리언을 피해 숨으려 노력하는 순간 플레이어의 멘탈 모델은 당장 지금 일어나는 일에 맞추어지며, 주인공이라면 했음직한 일들을 하게 한다. 그러나 유기된 우주선을 방문하는 순간에는 그저 컷씬을 보고있을 뿐이다.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에 있음직한 종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 첫번째로, 나는 기초적인 게임플레이의 사용에 제한이 더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웃라스트의 플레이 타임은 5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신선한 느낌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내게 이 게임 후반부의 1/3 정도는 억지로 한 감이 있다. 암네시아 또한 이런 문제를 겪었다. 게임의 절반이 지난 후부터는 적과의 조우가 충분히 예측할만하며 무섭지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 게임의 몰입이 깨진 느낌이 드는가는 아주 주관적인 문제이지만, 최소한 적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수록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호러 게임에서 몬스터는 아껴쓰는게 좋다. 두번째. 적절한 멘탈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난이도에 의존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들이 사용한 방법은 긴장감이 높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 게임의 범위를 크게 좁히는 댓가를 치르기도 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런 방법을 쓰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난이도를 높이는데 사용된 장애물들 중 뭐라도 하나 (세이브 스테이션 같은 거) 빠지면 긴장감도 함께 사라진다. 호러 게임들이 지향해야하는 것은 지고 있다는 스트레스의 감각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엮어내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눈 앞의 공포스러운 시각 및 청각적 대상에게 투영하는 심리학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이렇게만 구축된 구조는 깨지기가 매우 쉽다.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임적 장치를 노출해야만하고, 이는 즉 호러 시나리오로부터의 몰입 이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답은 게임플레이 장치 자체에 내재된, 일종의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한거 다 다시 해야되면 어쩌지?"라는데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내 행동이 이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 광범한 요소들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실제로 적용된 가장 좋은 예는 아마도 워킹 데드(Walking Dead, 2012)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순수하게 불확실한 결과에 기반하여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보게된다. 예를들어 누가 플레이어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게임플레이 상의 가장 분명한 문제는 분기를 타야한다는 것이겠지만, 생각만큼 큰 부담은 아니다. 워킹 데드도 실제로 약간의 분기를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분기의 존재를 알고 있다해도 선택은 여전히 긴장감을 부여한다. 몰입적인 느낌을 주며 결정에 신경을 쓸만큼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킹 데드는 호러 시뮬레이션과는 동작 원리가 꽤 다른 게임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게임을 통제할 수 있어야하며 컷씬은 최소화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커니즘을 떼어내서 그대로 붙여 적용하는게 불가능하다. 우리가 재고해야 할 것은 어떻게 선택을 부여할 것이며 그 효과는 어떨까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의 꽤 초기에 이런 부분들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이 테스트를 암네시아: 저스틴(Amnesia: Justine, 2011)이라는 이름의 무료 DLC에 담았다. 다크 디센트에는 명확하게 선택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지만 결과적인 실패라고 할만한 것은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죽음을 당하면 월드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다. 이를통해 지금까지 얻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감만큼의 긴장감을 주진 못하지만, 일종의 공포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부여한다. 저스틴에는 필수적이진 않은 퍼즐들이 있는데, 하다가 실패하면 죽는다. 이 또한 꽤 잘 동작했다. 이 - 게임플레이 본편의 요소들과는 분리되어 있는 - 퍼즐들이 호러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전달(다소간이나마 영화 쏘우에서와 같은 장면을 재창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큰 문제는 이들을 더 큰 규모의 게임에 더 부드럽게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발자국은 일반적인 잠입액션의 게임플레이에서 데스 패널티를 빼면서도 같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이하의 세 가지 큰 과제들을 해내야한다. 첫째. "지금까지 해놓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와 연관된 내재적 짜증을 제거하여, 몰입을 깰 위험이 있는 부분들을 덜어내는 것이다. 둘째. 난이도에 의존한 반복플레이 디자인 (죽으면 했던 곳을 또 하고 또 하고 ... - voosco)을 제거하여 탐험 요소와 복잡한 목표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셋째. 이런 절차들을 통해 어떻게하면 호러 시뮬레이션을 확장하여 몬스터로부터 숨고 몰래 이동하는 것 이상을 노릴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으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오리지널 에일리언 영화의 경험을 재창조하는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곧 출시할 SOMA를 통해 실험 중인 것이다. 스포일러를 하긴 싫으니 우리의 접근법을 너무 깊이 파고들긴 어렵겠지만, 개괄적인 부분들은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플레이어들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게되고, 이러한 변화를 다루는 방식에 의해 서사가 풀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들은 단순히 어떤 오브젝트와 인터랙션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것, 또는 예를들어 특정한 생물에게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식으로 더 모호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서사의 효과는 어떤 식으로든 엄청난 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후에 가게 될 장소가 좀더 무섭게 변한다(예: 조명이 사라짐)던가,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을 죽인다던가, 플레이어가 특정한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거나, 심지어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식이다. 우리의 희망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게임 월드에 필수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이를 내면화하고 그들 자신의 마인드 모델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마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다음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 헤맬 때의 긴장처럼, 일련의 행동들이 야기할 결과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이는 작은 발자국일 뿐이며, 게임이 릴리즈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동작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바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몬스터에 쫓기기" 시나리오 너머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2000년대 중반 호러가 그저 포장 용도로만 쓰였기에 호러 게임이 침체기에 들어갔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게임들이 잘못됐다는건 아니지만 여기에만 머무르는건 바보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호러 장르에는 여전히 많은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최근 호러 시뮬레이션들의 성공은 비디오 게임이 이 잠재력을 잘 다룰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던져준다.
  9. 좋은 글 옮김 감사 드립니다! 예전에도 비슷하게 FF14와 WoW의 비교 논쟁에서 Woojin Do 님의 혜안에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골팟(골드 파티 또는 골드 레이드)과 관련한 이야기였는데 생각난 김에 이쪽도 허락을 받아 옮겨봅니다. ---------- [골팟 엔하위키 링크](아카이버 주: 엔하위키 링크는 나무 위키로 대체합니다.) 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골팟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올분팟은 올분하고, 손님팟은 손님 받고... 어차피 세기말쯤 되면 모두가 졸업자라 손님이라도 안 데려가면 분배금이 아예 안 나오고, 그 손님도 보통 이미 졸업캐릭 여러개인 사람의 부캐인 경우가 대부분인게 요즘의 골팟. 소소한 템렙 유저들끼리 헤딩하며 가는 골팟도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확실하게 밀어주는 확고 골팟도 있고... 파티마다 다른데 요즘 골팟 예전 골팟을 논하는 건 좀 동의하기 어렵다. 제가 오리 불성 판다 드군 현역이라 당시와의 비교도 잘 할 수 있고, 가장 최근까지 골팟 없는 서버에서 1년쯤 레이드도 뛰어봐서 룻방식별 장단도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는 편입니다만, 요즘 골팟의 폐해 그런 거 별로 없습니다. 현실 일 등의 이유로 잠깐 레이드 쉬다 와서 다시 하려 할 때, 주팟에서 현역템 따라가려면 진짜 피똥싸는데, 골팟이면 그냥 싼 템들 기본가에 주워가면서 템렙 빨리 맞출 수도 있고... 비싼 템은 남들 다 먹고 싸지면 천천히 먹어도 되고...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서 레이드 시스템이 개선된 터라 지금의 레이드가 훨씬 라이트합니다. 주둔지에서 상위레이드 템도 주고, 제작템으로 레이드급 템 제작도 되고, 다른 사람들이 레이드에서 얻은 착귀템을 경매장에서 살 수도 있고... 예전엔 레이드 입장 템렙 맞추려면 영던 뺑뺑이하다가 정신병 걸릴 거 같았는데 (심지어 그마저도 평작을 해야 입장이 됐는데!) 지금은 도전모드다 주둔지침략이다 추종자임무다 PVP다(심지어 pvp템도 레이드에서 쓸 수 있으니...) 등등 많죠. 가장 크리티컬한 건 역시 공찾 시스템일테고, 공찾 아니더라도 일반/영웅 난이도를 글로벌로 구할 수 있고 글로벌 파티찾기 채널과 파티찾기 UI가 시스템에서 지원되면서 기본적인 난이도 자체가 훨씬 내려가기도 했죠. 비싼 골팟은 비싼 돈을 주고 템을 빨리 맞출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고, 그 사람들은 라이트 유저랑 별 관계 없어요. 애초에 라이트 유저 입장에선 처음부터 다른 동네 이야기인데 그걸 전체로 일반화하는 건 좀 무리수란 느낌. 템 하나 가격이 몇만골 몇십만골씩 하는 건 확실히 예전 물가 감각으로 보면 미쳤다 소리가 나오긴 합니다만, 사실 현금 시세로 환전하면 큰 차이도 없거니와, 분배금도 그만큼 나옵니다. 분배금 못 받는 경우가 있긴 한데 카게후미팟처럼 유명한 대기업형 막공 아니면 대부분 걍 올분이고, 올분팟에서 분제될 정도면 예전 같았으면 레이드 취직도 못했죠. 사실 예전 물가로 지금의 와우를 보면 곤란한게, 요즘은 레이드 하루 좀 트라이하면 수리비가 몇천골씩 나오고, 빠른날탈 배우는데 4500골 들고, 주둔지 올리는데 5천골씩 드는 세상입니다. 천골마 천골하던 시절이 아님. 물가가 올라서 돈벌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경매장이나 분배금 통해서 벌 수 있는 돈도 그만큼 커졌단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소모비용으로 인한 고통은 예전 레이드가 훨씬 심했죠. 요즘은 수리비나 물약 영약값 해봐야 어차피 분배금이 훨씬 커서 무의미. 애초에 예전이랑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레이드 한번 가기 위해 필요한 준비와 비용입니다. 요즘은 레이드 가기 위해서 따로 준비할 게 거의 없고, 그나마 소모품 자급자족한다 쳐도 매일 5~10분씩만 접속하면 충분한 정도라 훨씬 라이트하죠. 평작하고 쪼렙 던전 뺑뺑이하면서 화저셋 자저셋 맞추는 것도 고통이었지만, 티탄 화보 일치 일마 혈장술 화주 잔자 노래꽃 저땅버프 등등 레이드 준비하는 것만 해도 한세월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이 훨씬 더 양반인 걸로... 꿈풀 뜯고 악숲에서 무랑 멜론 캐던 시절 생각하면 지금은 진짜 레이드 편하게 가죠. 요즘은 주 4~6시간만 써도 현역 최신 레이드를 따라갈 수 있는데,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이야기. 오리시절 물약값 대러 풀 뜯고, 정공 터져서 취직자리 구하느라 바빴던 뉴비 돚거가 서버에서 진도 제일 많이 뽑는 하드 공대 공장이 될 만큼 시간이 흐르긴 했죠. ---------- 아, 그리고 FF14와의 비교 트윗 원문은 논란이 많아 삭제하셨을 수도 있지만, 작성자 분께서 원래 주기적으로 지난 트윗들을 삭제하시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삭제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ㅎㅎ
  1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트위터에서 와우와 레이드와 FF14의 레이드를 간략하게 비교하는 글이 잠깐 올라왔었는데, 이견이 많아서 원트윗은 지워진 모양이더군요. 여기에 대해 오랜기간 와우를 플레이해오신 https://twitter.com/_doss 님이 의견을 주셨는데, 평소 제가 생각해오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옮겨봅니다. 아래의 글은 트윗을 그대로 옮긴거라 여러개의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일단 '와우의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하기엔 와우가 너무 오래 된 게임이고 컨텐츠 양도 많아서 같은 확팩 안에서도 너무나도 다른 레이드가 많아서 딱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내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 와우엔 전투시간이 16분씩 되는 네임드도 있고, 4분 넘으면 전멸이라 3분 안에 잡아야 하는 네임드도 있다. 이게 여러 확팩도 아니고 같은 던전 5넴 7넴에서도 이런 차이가 있으니 어지간히 일반론적인 게 아니면 와우의 레이드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본다. 와우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탱딜힐의 존재' 정도...? 심지어 탱딜힐 개인이 각자 해야할 역할 자체도 확팩마다 달라지고, 레이드 참가 인원도 확팩마다 다르기 때문에 와우의 레이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다른 경험. 물론 오래 하다보면 결국 큰 맥락은 비슷하긴 하니 감은 잡지만... 탱커는 적을 탱킹하고, 딜러가 적을 잡는 동안, 그때까지 아군을 버티게 해주는 게 힐러의 역할... 여기까진 당연하긴 하지만 각 개인이 주로 해야하는 세부적인 활동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다. 탱커부터 보면, 예전의 탱커는 몹과 싸우긴 하지만 주로 해야 하는 건 어그로 싸움이었다. 딜러가 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어그로를 확보하는 게 주 역할. 물론 급사하지 않을만한 몸빵력은 중요하지만 그게 주력은 아니었다. 즉 탱커를 살리는 건 힐러의 역할이지 탱커 본인의 역량이 아니었단 이야기. 대신 딜러보다 강한 어그로를 먹으면서 탱 인계가 필요할 때 탱을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어그로를 조절하는 게 탱커의 플레이였다. 그땐 심지어 보스들이 도발 면역이었으니.. 하지만 최근 확팩의 탱커의 역할은 좀 다른데, 일단 어그로는 더이상 탱커에게 크게 신경 써야할 수치가 아니게 되었다. 원버튼으로 즉시 최고 어글을 가져올 수 있고, 딜러에게 어글이 튀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어그로 관리가 쉬워졌다. 대신 탱커는 본인의 방어스킬들을 이용해서 능동적으로 생존력을 확보하는 게 메인 플레이가 되었다. 이전엔 잘하는 탱이나 못하는 탱이나 템이 좋으면 튼튼했다면, 지금은 그렇진 않단 이야기. 적극적으로 스킬들을 활용해야 녹지 않을 튼튼함을 보장받는다. 이런 식으로 해당 직군에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진 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의 변화. 예전엔 탱이 여럿 필요해도 어그로 핑퐁할 일이 별로 없고 쫄탱을 한다던가 식이어서 메인탱 외의 탱을 세컨탱이나 서브탱으로 불렀는데 요즘엔 어그로를 원버튼으로 가져가다보니 어그로 인계는 거의 모든 네임드에서 탱이 해야하는 기본기가 되어버렸고, 메인 서브를 따로 두는 게 아니라서 메인탱/오프탱이라고 부르거나 보스탱/쫄탱 같은 용어를 더 많이 쓰게 된다. 탱 뿐 아니라 다른 직군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은 건 마찬가지. 예전엔 캐스터 마나 떨어지면 법봉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법봉도 사라지고 비법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딜러들은 자원(마나 기력 등)이 무한해서 마나 관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던가 힐러의 경우, 판다 말에는 마나가 무한이라 레이드 끝까지 강력한 힐을 퍼부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스도 그만큼 막강했는데, 어느 정도냐면 뎀감기 안에 있는 공대원 전체 피를 50%씩 깎는 공격을 2~3초마다 쓰는 걸 25중첩 될 때까지 공대를 살릴 정도 하지만 다른 확팩들에서 힐러는 마나 효율이 좋지 않지만 강력한(많이 차거나, 빨리 나가거나 등등) 힐과, 마나 효율이 좋은 대신 일반적인 힐 스킬을 잘 배분하면서 전투시간 안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도록 비율을 조절하는 직군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똑같은 탱딜힐이라 해도 어느 시기에 레이드를 했냐에 따라 코어가 되는 플레이 경험 자체가 아예 다르니 와우의 레이드 경험을 일반화 시키기란 꽤 어려운 문제가 된다. ------------------------- 그리고 위의 의견에 제 생각을 살짝 보태보자면, 오래전 레이드 탱킹의 전형으로 검은날개 둥지의 삼룡이 (이름이 기억 안나고 별명만 ;;)와 밸라스트라자를 들고 싶습니다. 둘 모두 복수의 탱커가 탱을 서로 인계해가며 싸워야하는 패턴이었죠. 문제는 어그로 게이지라는게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기능이 아니었고, 지원을 하더라도 이걸 시각적으로 인게임에서 보여주기가 어려워요. HUD를 통해서 주로 전달되는 정보죠. 즉 애매한 정보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이걸 가지고 서로 주거니받거니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러다보니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반면에 생존기라는건, 일단 탱커 혼자 신경쓰면 되거든요. 더 크게 확장해봐야 힐러가 알면 좋은 정도죠. 즉 애매한 정보를 둘러싸고 여러 탱커들이 협력해야하는 상황이란걸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이런 플레이의 비중을 점차 줄여가며 다른쪽 (생존기 중심)으로 변화해나간게 아닌가 ... 마 그런 짐작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레이드 탱은 저도 중간에 쉰 구간이 꽤 있고 해서 그 기저의 의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네요.
  11.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양삼씨가 2005년에 번역했던 글인데 오늘 하드를 뒤지다가 발견해서 올립니다. ---------- (갈무리해뒀던 어니스트 아담스의 글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 대충 번역했다. 원문은 가마수트라) 론 길버트는 원숭이섬의 비밀에서 '우스꽝스러움'을 제시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생과 사를 넘나드는 투쟁에 깊게 몰입된게 아니니까. 하지만 메탈기어 같이 재난을 막으려는 게임에서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아'라고 계속 무선으로 주절댄다면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메탈기어 솔리드2 후반부의 대령과의 교신 이벤트를 말하는 것 같다. '당장 게임기의 전원을 꺼라, 라이덴!') 노 원 리브스 포레버에서 빈정대는건 이해해 주겠다. 하지만 메탈기어는 (스스로) 심각하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문득 3가지 몰입 형태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게임 업계에서 몰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을 정의하거나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는 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 생각에 최소한 3가지 종류의 몰입이 있고, 제각각 다른 방법에 의해 창조되거나 파괴된다. 전술적 몰입 전술적 몰입은 그때그때마다 빠져들게 되며, 일반적으로 빠른 액션 게임에서 발견된다. 그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물리적이고 즉각적이다. 전술적으로 게임에 몰입되어 있을 때 뇌의 상위 기능은 대부분 비활성되고 두 눈과 손가락만이 정보를 주고 받는다. 테트리스에 열중한 정신 상태가 이것이다. 전술적 몰입은 플레이어가 아주 단시간만에 풀 수 있는 단순한 도전거리를 제공받는데서 생겨난다. 조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만들면 그 열중 상태를 부술지도 모른다. 전술적으로 몰입된 플레이어는 (생존 이외의) 큰 전략을 생각하지 않고 스토리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다 게임이 큰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를 통해 깨닫게 되면, 다음번의 플레이에서는 접근 방법을 바꿀 수도 있지만 몰입의 전술적 본질은 여전히 같다. 전술적 몰입을 만들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흠없고, 빠른 반응을 해주며, 직관적이면서도 무엇보다도 '믿을만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느리고 불편한 조작과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는 전술적 몰입에 빠질 수 없다. 전술적 몰입은 일반적으로 게임플레이 본질의 돌변, 유저인터페이스의 변형, 이전의 적들과 같은 식으로 죽일 수 없는 보스 캐릭터 등에 의해 훼손된다. 전략적 몰입 반면 전략적 몰입은 대뇌가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다. 승리할 방법을 찾거나 (최소한) 문제를 최적화 시키는 것이다. 전략적 몰입의 가장 높고, 추상적인 형태는 광대한 수의 가능성을 가진 것 중 맞는 길을 찾으려는데 집중하는 체스 마스터의 체험이다. 전략적으로 몰입되었다면 관찰하고, 계산하고, 추론한다. 그렇다고 게임이 턴베이스거나 투쟁에 관한 것이라는건 아니다. 심시티를 하며 새로운 길을 놓을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교통체증의 패턴을 골똘히 연구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전략적으로 게임이 몰입된 것이다. 전략적 몰입을 제공하기 위해, 게임은 즐거운 정신적 도전을 제공해줘야 한다. 전략적 몰입을 훼손시키는 것은 불편하거나 비논리적인 게임플레이다. 예로, 길을 찾지 못하는 유닛은 플레이어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몰입을 깨게 된다. 너무 큰 무작위성도 전략적 몰입을 훼손한다. 게임이 운에 너무 크게 의지한다면 플레이어가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기 힘들어질 것이다. 전략에 열중한 플레이어는 게임의 스토리에 신경쓰는 경우가 드물다. 체스 플레이어는 그 말이 중세 궁정에서 어떻게 불렸는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이다. 철저한 전략 플레이어는 종종 스토리를 방해물로 생각하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한다. 이야기에 몰입 책이나 영화와 같다. 인물들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싶어한다. 이야기에 몰입된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의 나쁜 전략/전술 게임플레이를 허용한다. 소수의 게임들만이 정말 후진 게임플레이를 참고 넘겨줄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일단 빠져든 플레이어라면 약간의 불편한 인터페이스나 멍청한 AI를 눈감아줄 것이다. 어색한 대화, 멍청한 캐릭터, 비현실적인 플롯이 이야기에 몰입하는걸 막는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은 전략/전술적 몰입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과 다르기 때문에, 똑똑한 스튜디오는 외부의 전문 글쟁이를 고용해 스토리를 쓰게 한다. 여기서 다시 메탈기어로 돌아가겠다. 코지마는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좋아하건 말건 게임을 깨겠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다.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게임에 몰입되어 자신의 이야기적 몰입이 무너져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코지마는 자기가 포스트모던한 기교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불행하게도 모든 플레이어가 그런 방법에 동기부여 받진 못했다. 일부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파악하기 위해 플레이를 하지만 그들에게도 self-referential 한 MGS 본질은 짜증날 수 있다.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몰입의 종류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거나, 농담이 굉장히 가치있지 않다면 쓰지 않는게 좋다. 브라이언 모리어티가 말했다. "[suspension of disbelief] 는 완성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 당신이 만들었던 세계를 부정하는 한가지 인용이 그 세계를 부술 수 있다." 메탈기어가 팔린 이유 중 하나인 강한 스토리라인인만큼, 그런 트릭이 사용자 일부를 짜증나게 할 여지가 있었고-실제로도 그랬다.
  1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ow to Reduce Visual Confusion in Your Game http://gamasutra.com/blogs/PeterAngstadt/20150312/238446/How_to_Reduce_Visual_Confusion_in_Your_Game.php 플레이어들이 화면에 나타난 중요한 게임플레이 요소를 놓치나요? 타이밍이 너무 늦을 때까지 적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는 않나요? 플레이어들이 여러분의 게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시성을 강화하는 기법이 여기 있습니다. 스크린샷을 찍으세요. 그리고 채도를 낮추세요. 그런 후에도 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색상을 지워버리면 밸류가 드러납니다. 밸류란 이미지의 밝고 어두운 그림자들을 의미합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이 밸류는 깊이와 모양과 형태, 그리고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주목해주었으면하고 바라는 지역을 나타낼 수 있죠. 도타2의 스크린샷을 밸류에 의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이미지는 색상값을 제거해도 여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면은 히어로나 유닛보다 더 짙은 색을 사용하여 구분됩니다. 히어로와 유닛들은 보다 밝고 콘트라스트가 더 높은 영역을 사용하죠. 지면의 디테일은 살아있지만 그 음영값의 편차는 적습니다. 따라서 주의를 덜 끌죠. (도타2의 아트 스타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이러한 밸류 개념은 미술분야로부터 빌려온 것입니다. 화가들이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하는 고전적 원칙들 중 하나이자, 혼동을 줄이고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여러분이 집중해주길 바라는 곳에 주의를 집중하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밸류값이 엉망이라면, 정리해야합니다. 제 친구 맥스Max와 제가 작업 중인 작은 취미 게임 딕하드(DIGHARD)를 살펴보죠.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지구의 중심을 향해 땅을 파고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공룡들과 싸워야 합니다. 스크린샷의 밸류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포토샵에서 새 레이어를 만들어 이 레이어를 가장 상단에 놓은 후 검은 색으로 채우고 채도 모드(Saturation mode)로 놓았습니다. 이제 이 레이어를 보이게 했다 안보이게 했다 하면 그에 따라 밸류값도 보이다가 안보이게 됩니다. 여기 초기 개발 중일 때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형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영대조도, 캐릭터와 지면과 배경의 구분도 없습니다. 도타2와는 다르게, 딕하드는 색상을 제거하니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이래서는 게임플레이가 한참 바쁘게 돌아갈 때 힐끔 보고 게임플레이 요소들을 구분하는게 아주 어렵습니다. 배경, 적, 그리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들이 모두 같은 밸류를 가지고 있고, 음영의 정도가 비슷합니다. 주인공의 윤곽선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죠. 우리는 밸류를 정리하는데 좀더 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배경은 더 어둡게 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은 좀더 밝게, 캐릭터의 밝기는 약간 더 올렸죠. 물론 작업을 더 해야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제 적과 주인공, 그리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을 구분하기가 훨씬 쉬워졌죠. 모든게 배경에 비해서 좀더 구분되니까요. 그렇다고 음영대조에 너무 집착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너무 많은 곳에 음영대조를 너무 많이 써도 혼란스러워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식의 대조는 주의를 끌고, 모든게 주의를 끈다면 아무것도 주의를 끌지 못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면내의 밸류값을 계획적으로 체계화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게임은 자신들의 밸류값을 체계화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림보에서는 배경으로 밝은 계열을, 전경으로 어두운 계열을 사용하며며 이는 딕하드나 도타2와는 다른 방식이죠. 배경에는 가벼운 계열, 게임플레이 요소는 어두운 계열 지금까지 설명한건 밸류값의 이용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고전 미술 기법에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플레이어의 눈을 인도하고 중요한 요소들에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들이 엄청 많습니다. 밸류값을 분석하여 색상이 없어도 여러분의 게임을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세요. 여러분 스스로가 본인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니까요. 재밌었다면 블로그에 놀러 오시거나 제 트위터를 팔로우하세요.
  13. hanmaru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상세한 답변 잘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문화처럼 받아들여진 거군요. 감사합니다.
  14. hanmaru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들어 여러 연유로 인해 온라인 FPS를 필두로 여러 게임들의 협동 PVE 모드를 플레이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협동 플레이는 4인일까?' 1. 짝수라서 밸런스를 맞추기 가장 좋은 숫자가 짝수이기 때문일까요? 이 생각이 맞다고 하기에는 아머드 워리어즈나 원탁의 기사 등 캡콤의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에서 3인 플레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드시 짝수 인원이 정석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어 타당성이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2. UI 디자인적으로 보았을 때 밸런스가 맞아서 이건 대부분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의 경우가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예로 던전&드래곤: 쉐도우 오버 미스타라의 예를 들자면 4인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시각적으로 허전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한 UI 베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3.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좋은 수라서 5명은 너무 많이 떠들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힘들어서 일까요? 4. 전통적인 방식의 고수 앞에 나열했던 레트로 게임들처럼, 4인 플레이가 전통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아케이드라는 재미를 표방하고, 그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말 그대로 '따라하기' 가 된 경우가 아닐까요? 사실 배틀필드처럼 64인 전투가 가능한 온라인 게임들에 비해 1번과 2번은 레트로 게임들에서 보기 쉬운 경우이기 때문에 당시의 기술적 한계 때문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고, 그저 4인 플레이를 많이 권장하니까 나도 그렇게 디자인해보자 라고 하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수긍하기에 4라는 숫자는 너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온라인 게임에서의 협동 PVE 모드에서는 4인 플레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죠.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나, 역전 온라인, 크로스파이어 등에서 예외로 8명이 동시 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게임에서도 보다 많은 모드에 4인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이 레트로 게임들에 비해 기술력이 딸리는 건 당연히 아닌 일인데도 말입니다. (심지어는 가장 최신작인 타이탄 폴이나, 콜 오브 듀티 AW에서도 4인 플레이를 권장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왜 대부분의 협동 플레이에 4인 플레이가 권장되었다고들 생각하시나요?
  15.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왜 협동플레이는 4인일까?” 싱글플레이 파티는 다양한 숫자가 있었지만, 멀티플레이가 되면서 사람수 = 2의 n승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굳어졌을 뿐, 4인 파티플레이가 3, 5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초창기의 RPG는 파티플레이에 인원 제한을 제각각 두고 있었다. 던전 RPG들은 후대에 레이아웃 배치 등으로 4인이 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6인이었고, 울티마의 경우도 4명이었다가 6명으로 늘어났다. 사실 판타지 세계관의 원류인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에서 반지 원정대는 처음 9명이었다. 싱글플레이 RPG에서 파티의 인원은 말 그대로 '정하기 나름'이었고, TRPG 쪽의 영향으로 대체로 3~6인 이내의 마스터를 제외한 참여 인원에서 참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대전형인 Quake와 Dune 2, Warcraft가 25핀 병렬 케이블을 통한 2인 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DOOM이 본격적인 IPX 네트워크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의 참가 인원 수는 4인이 되었다. 이후 네트워크의 참가 인원은 8, 16, 32, 64...(2의 n승)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당대의 네트워크 전송 속도(패킷 크기에 민감해진다)와 계산 속도(서버가 클라이언트들의 데이터를 받아 처리해야 한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도 당시 네트워크를 전공했던 분들께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강해주시겠고.) 이런 과정 안에서, 협동 게임의 파티플레이의 인원이 4인으로 굳어지는 것은 당시 네트워크의 한계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다. 4인 플레이냐 5~8인 플레이냐의 선택에서 5~8인 플레이를 선택한다면 게임이 요구할 컴퓨터의 사양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 될테니까, 최대값인 4를 정한 거다. 하지만 MMORPG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파티 구성원의 숫자에는 제약이 없어졌다. 4인인 게임도 있고, 5인인 게임도 있고, 6인인 게임도 있다. 레이드의 경우는 4인 x 2파티, 4x4, 4x8, 5x4, 5x6, 6x4, 6x8의 형태로 구성되기도 한다. 최근의 데스티니는 3x2로 레이드를 진행한다. 멀티플레이에서 파티의 구성은 게임의 클래스에 의해 설정되는 경우도 있다. 탱커-딜러-힐러, 탱커-딜러-딜러-힐러, 탱커-딜러-딜러-힐러-버퍼 등 게임이 몇 종류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고, 어떤 형태의 파티플레이를 요구하며, 또 클래스가 서버에 랜덤하게 분포되어있을 때 인구를 적절하게 소화할 수 있는 숫자를 고려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레포데(Left 4 Dead) 등의 협동 게임에서 파티원의 숫자가 4로 고정된 것은 관습적으로 굳어졌을 뿐이지 어떤 명확한 이유는 없다. ---------- 상세하게 쓰면서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16. hanmaru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캐주얼이라... 그럼 캐주얼 협력의 인원에 따른 정의는 이미 20년 전에 이뤄진 거라 볼 수 있겠네요!
  17.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캐주얼하게 협력할 수 있는 최대수가 4명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건틀렛도 4명이었고, PVE FPS도 4명이죠.. 나, 얘, 쟤, 걔.....
  18. hanmaru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본문 자체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왜 대다수의 협동 플레이 게임에서 4인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 수 있는 것들이야 많지만, 옛날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 뿐만 아니라, 레프트 4 데드나 콜 오브 듀티 같은 최근 게임들에서도 왜 4인지가 궁금하다는 말씀이지요.
  19. bbyury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최적의 협동 플레이 인원 수는 몇 명이다 라는 건 아무 의미 없는 뜬구름 잡는 얘기인 거 같고 레벨의 크기나 동선, 플레이어의 역할, 온라인 환경 등을 우선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 많은 게임들이 협동 플레이의 매직 넘버를 4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4인 협동 플레이로 재미 봤던 게임이나 미션이 있다면, 그 원인은 플레이어 숫자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부터 찾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
  20. myogoon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아웃게임 요소로 기기, 시공간적 제약등과 함께 인게임 요소로 AI, 경쟁구도, 구역배분, 게임의 복잡성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처럼 협동플레이의 인원이 4인으로 굳어지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숙련자와(expert) 비숙련자(newbie)의 구분을 들고 싶습니다. 2명의 숙련자가 1명의 비숙련자를 도와주거나 1명의 숙련자가 2명의 비숙련자를 이끄는 것보다, 2명의 숙련자가 2명의 비숙련자를 맨투맨 마크하는 상황이 다른 인원구성에 비해 효율적이여서 그런게 아닐까요? 에버퀘스트 등 MMORPG에서의 5인 파티 같은 경우는 탱/딜/힐 개념과 함께 복잡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별개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협동 플레이는 2인이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r
  21. logic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협동이나 경쟁이냐의 문제는 일단 넘어가고 게임 자체의 참가인원수가 정해진 게임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보드게임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1. 적정 참가인원 설 몇명이 참가해야 게임 룰이 파괴되지 않으면서 참가자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바둑이나 장기는 2명이 적정인원이고, 3명이 참가한다면? (첫글의 3번, 커뮤니케이션하기 좋은 수에 해당하겠네요.) 2. 대기시간 절약설 블루마블은 참가인원수가 유동적이지만 블루마블을 하자고 했을 때, 한번에 동일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사람의 수에 한계가 있을 것 입니다. 그래서 TRPG 까페에서 팀소개에 "오프모임을 하면 보통 3.5명 정도가 참가합니다"라는 소개도 있는 거라 생각됩니다. 3. 최적 매출설 4명이 되어야 매출이 가장 높다. 라는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보드 게임의 경우 테이블 단위로 게임을 하게되는데, 한 테이블에 2명씩 게임을 하는것보다 한 테이블에 4명을 꽉 채우는 쪽이, 음료수 매출도 올라가고, 게임도 좀 더 오래하고 그러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게임내 부분 유료 아이템이 있을 경우 그게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유저가 적다면 아이템 사용에 대한 압박이 크고, 8명이라면 아이템 사용에 대한 압박이 적을 수 있다고... 여기까지 증명된 적은 없는 가설이었습니다.
  22. hanmaru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현세대의 협동 플레이에서 4인을 지원하는 건 전통방식의 고수일까요?
  23. gidol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게임 기계 때문이었다! 에 한표 던집니다. 처음에는 1인용으로 만들다가 컨트롤러 공간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으니 2인용이 나오고, (당시 오락실 기기나 콘솔 기기가 컨트롤러 2개 = 2인용이었죠) 2인용에서 더 늘릴 방법을 찾다가 기계를 2개 붙여서 2*2=4를 만드는 방법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24. 블로그에 적은 며칠 전 플레이 도중 발견한 흥미로운 와우 이야기를 GDF에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 때문에 와우를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2
  25.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PS4 전용 게임이고, 전 캡쳐할 장비도 없거니와 굳이 캡쳐하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는 없습니다.) 디 오더는 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온 게임입니다. 1인칭(3인칭) 슈팅, 빅토리아 시대의 그 독특한 분위기, 대체역사, 스팀 펑크.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녹아든 게임이었거든요. PS4를 구입한 이유도 절반 이상은 독점작인 디 오더를 플레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벗뜨.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부터 볼륨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오더군요. $60짜리 AAA급 타이틀 치고는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것인데,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콘솔 스펙이 올라갈수록 제작비가 기하급수로 올라가는데 비해 $60이라는 가격은 이전 세대의 것이라,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볼륨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차피 한번 깨고 마는 것이 콘솔 게임인데, 재미만 있다면 뭐 좀 짧아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그래서 최근엔 게임을 영화에 비유하지 말고 스테이크에 비유하자는 이야기도 있지요. 얼마전 분당에서 먹은 스테이크 300g이 약 4만원이었는데, 사실 4만원이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습니다. 더 싼 스테이크도 있고 더 비싼 스테이크도 있지요. 혹자는 더 싼 스테이크에 만족하고 더 나은 스테이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 꺼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차라리 10만원 내고 훨씬 더 맛난 스테이크를 먹고자할 수도 있지요. 결국은 개인의 만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하튼, 그래서 볼륨에 대한 악평은 무시하고, 설을 맞아 한국에 간 김에 한카피 구입하긴 해서 클리어했습니다. 볼륨이 짧다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더군요. 왜냐하면 다른 모든 요소들이 하나같이 허접하거든요. 일 단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부터 봅시다. 배경이 어떻든, 그래픽이 어떻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3인칭 시점에서 이동하고 총 쏘는 것 부터가 구립니다. 그래픽은 좋은데 명암 대비가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그림자 속에 묻혀서 잘 안보여요. 길이든, 적이든 뭐든지 간에요. 게다가 레터박스가 화면 위아래를 잘라먹고 있지요. 레터박스 때문에 잘리거나 너무 어두워서 그림자에 묻혀서 발 아래쪽이 잘 안보입니다. 발이 물체에 걸려서 움직이질 못하는데 왜 움직이질 못하는지 플레이어가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3인칭 슈팅은 기본적으로 엄폐를 기본으로 하는데, 엄폐에 붙고 떨어지는 동작이 상당히 느릿하고 끈덕지며 뻣뻣합니다. 그래서 조작감이 상당히 짜증나지요. 게다가 어떤 물체는 타고 넘을 수 있고 어떤 물체는 그게 안되는데 어떤 물체가 되고 어떤 물체가 안되는지도 상당히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동하는 경험 자체가 매우 구려요. 전투씬은 그나마 낫습니다. 전투 없이 그냥 이동만 하면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씬이 전체 플레이타임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때는 움직임 속도 마저도 느립니다. 아주 느릿 느릿 양반 걸음으로 걷지요. 당연히 뜀박질은 불가능하구요. 특히 첫번째 원탁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올 땐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출구는 원탁 서쪽에 있고 플레이어는 원탁 남쪽에 있는데 서남쪽에 NPC들이 통로를 틀어막아서 그 느릿한 걸음으로 동쪽 - 북쪽을 거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야 했거든요. WTF! AI 와의 총격전도 참 더럽게 만들어뒀습니다. 엄폐를 기반으로 한 3인칭 슈팅의 황금률은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한다는 것인데, 몹들이 잦은 빈도로 엄폐물 뒤에 숨어서 팔 뻗어 총만 내놓고 냅다 갈겨대요. 정작 플레이어는 그 손이라도 조준해서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또 이 팔만 뻗고 쏘는게 플레이어의 조준 사격보다 더 정확합니다. HALO 이후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1/3인칭 슈팅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조준을 도와주는 기능이 들어가있지요. 이 게임도 예외는 아니구요. 그런데 디 오더에선 이 조준 도움 기능이 거의 동작하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이면 머리를 맞출 수 있었을 상황에서 여지없이 빗나가요. 그런데 손만 내놓고 쏘는 AI는 훨씬 정확하죠. 그래서 안맞고 쏜다는 긴장감 보다는 그냥 맞으면서 쏜다는 개념으로 게임이 돌아갑니다. 전반적으로 이 게임의 총격전은 뭔가 현대 게임 답지 않게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스나이퍼들은 깜빡이는 빛으로 자기 위치를 노출하긴 하는데요, 그 빛 보고 쏘려고 몸 일으켜서 조준하는 순간 한방 맞습니다. 보통은 상대가 쏘기 전에 먼저 맞히는 쪽으로 진행되는데, 이 게임에서 스나이퍼 상대하려면 일단 한방 맞은 뒤에 다음 방 맞기 전에 쏴 죽여야 해요. 뭐 총을 많이 맞아도 쓰러져서 블랙워터 한모금 빨고 잠깐 있으면 풀로 회복이 되니까 그렇게 맞아가며 쏴 죽이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철뚜껑 쓴 샷건 맨 만나기 전엔 말이죠. 샷건은 한방 맞으면 바로 위의 빈사 상태가 되는데 블랙워터 빨기 전에 바로 다음 방이 날아오거든요. 그럼 그냥 죽는 거죠 뭐. 게다가 저 철뚜껑 쓴 애는 약점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높은데다가 머리는 헬멧으로 보호되고 있거든요. 보더랜드2 처럼 헬멧을 날려서 머리를 노출시킨다거나 그런거 없습니다. 쟤는 그냥 쎕니다. 딱 두방에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샷건을 들고 있는데 헤드샷은 안통하고 30발짜리 탄창을 모두 쏟아부어야 죽을 정도로 맷집이 쎄요. 솔직히 마지막 보스보다 저 헬멧 쓴 샷건맨이 10만배쯤 더 무섭습니다. 그 리고 전투씬들의 구성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 또한 지적해야겠죠. 일단 AI의 종류가 매우 적습니다. 외관상으로 봐도 반란군 병사, 통합인도회사 경비원, 그리고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조직 이렇게 세종류인데 헬멧 쓴 애와 안쓴 애 이정도가 다에요. 뭐 헬멧 안쓴 애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무기를 들고 나오긴 하는데 딱히 차이는 없습니다. 다들 그냥 엄폐물 뒤에 숨어서 쏘는게 다에요. 슈 팅 게임의 AI라는게 전부 사람 마냥 아주 조직적이고 영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쪽을 강조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몹들에게 다양한 행동 양식, 강점, 약점을 줘서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디 오더는 둘 다 아닙니다. 그냥 커버 가운데 두고 참호전을 벌이는데 딱히 적에게 개성은 없어요.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전투가 굉장히 불공평하니까요. 그런데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벽에 붙어서 조준을 했더니 내 뒤통수가 화면을 가려서 오히려 총을 쏠 수 없었던 경험은 뭐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구요. 게임의 가장 중요한 매력포인트인 설정과 스토리도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설정부터 이야기하자면요,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전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1886년이고 런던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 영국은 어떤 영국인가요? 혼종(half breed)랑 싸우는데, 얘네랑은 왜 싸우는 걸까요? 통합 인도 회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왜 동인도회사가 아니라 통합 인도 회사일까요? 영국이 인도와 완전히 통합한 상태인가요? 주인공 동료 중엔 라파예트 라는 친구가 있단 말이죠. 맨날 무슈 마드무아젤 그러고 있는데 도대체 이 프랑스인은 왜 이 영국의 기사단에 와있는 걸까요? 혹시 다아시 경의 모험처럼 영국과 프랑스가 하나로 합쳐진 걸까요? 반란군이라는 조직은 도대체 누구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건가요? 아니 그 이전에, 기사단(The Order)란 무엇인가요? 이들은 누구의 지휘를 받는 건가요? 언제 설립되었죠? 게임은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기사단이 있고, 혼종이 있고 싸워요. 통합 인도 회사라는게 그냥 있어요. 반란군은 반란군이구요. 유일한 예외는 목에 걸고 있다가 골로 가겠다 싶으면 빨아먹는 액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것도 중반부에 가야 그게 뭔지 나오죠.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는 더 막장스러워요. 각 씬이 있긴 한데 이 씬들의 연결이 전혀 말이 안됩니다. 예를 들자면 말이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은 A라는 동네를 비밀리에 정찰하는 임무를 받아요. 그런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A라는 동네에 있는 B라는 장소로 이동하라는 미션이 되죠. B로 가는 동안 반란군의 매복을 만나요. 여기서부터는 그냥 쫓겨서 이리 저리 마구 이동해요. 그러다 보면 B 앞에 와있어요. 그런데 B는 이미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단 말이죠. 아니 이미 경찰이 포위하고 있는 동네에 다녀오는 게 왜 비밀 임무가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 경찰들은 뭐 땅에서 뿅 하고 솟아난 건가요? 그냥 저들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 뒤가 더 웃기는 게, 경찰은 이상한 소리가 나서 출동은 했는데 진입하진 못했다고 하고 주인공은 거기서 늑대인간들을 발견해요. 그리고 공중 지원을 통해 늑대인간을 쫓아내는 공격을 먼저 하고 안으로 뛰어들기로 하죠. 이때 일행이 4명 중 주인공을 포함한 2명은 지하를 통해 B로 진입하기로 하고 2명은 밖을 담당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B 안에서 누구랑 싸우냐면, 늑대인간이에요. 아까 공중 공격한 건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히 다른 늑대인간들은 다 도망쳤는데 말이죠. 그런데 주인공은 여기에 어떤 의문도 표하지 않아요. 한편 B 안에서 다시 2명이 서로 찢어지는데 다른 동료가 자기가 뭔가를 발견했다며, 주인공더러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 동료가 말한 그 방에 가보면 단서들이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옆에 있는 방 안에 있어요. 그런데 그 방의 문은 잠겨있어서 주인공이 자물쇠를 따야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의 동료는 그 방 안을 먼저 뒤져본 뒤에 굳이 문을 잠근 건가요? 아님 그 방은 동료가 살펴보지 못한 방이었던 걸까요? 그리고 B 현관으로 나오면 밖을 담당하기로 2명 중 한명이 현관을 등지고 놀고 있어요. 다른 한명은 아예 저 멀리서 경찰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담소중이구요. 아니 안에서 총질하고 난리가 났는데 뛰어들진 못하더라도 뭔가 경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문 제는 모든 스토리라인이 이따위 방식으로 흘러간단 말이죠. 이렇게 초지일관 앞뒤 안맞고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참으로 오래간만이에요. 꼴에 반전이랍시고 2개를 박아넣은 것이 있는데, 그조차도 너무 뻔해서 - 물론 복선이나 떡밥 따위 없습니다 - 정말로 이따위를 반전이라고 넣어뒀다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었어요. 설정을 굳이 스토리에서 썰로 풀지 않고 사물들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요즘 추세죠. 툼레이더 리부트라거나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보면 물건 주워서 살펴보면 백그라운드 스토리 흘러나오는 것 처럼요. 이 게임에도 그렇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신문이라거나 사진이라거나 모형이라거나 또 녹음기 테이프라거나. 그런데 얘들이 위에서 말한 역할을 전혀 해주질 않습니다. 사진은 그냥 사진이에요. 아무런 내용이 없어요. 좌우로 돌려보고 뒤집어보는 기능은 있는데 딱히 뒤집어서 뭔가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는 그런 장면도 단 한번도 없어요.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구요. 이 방면에서 가장 쓸모있을 녹음기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뭔가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출시 얼마 안남기고 사장이 넣으래서 그냥 넣는 시늉만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레 벨 디자인 또한 아주 개판이죠. 뭔가 목표는 주어지는데 그래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방향 지시 마커 같은 건 없어요. 게다가 앞서 말한 것 처럼 명암 대비가 강해서 잘 안보이는 구석도 많구요. 그래서 이 게임에서 길을 찾는 가장 좋은 전략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전진하는 겁니다. 걸리면 좌우 둘러보고 안막힌 쪽으로 이동 -> 그러다가 걸리면 다시 좌우 둘러보기... 애초에 하프라이프 / 콜 오브 듀티 이후로 게임이 직선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 쉽게 쉽게 직관적으로 술술 진행하라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길찾기가 더럽고 불편하고 불쾌한 게임은 정말 근 10년동안 처음이었어요. (죄송합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아직 안해봤어요) 그 외에 가만히 보면 잘나가는, 다른 게임에 있는 요소들이 대부분 빠짐없이 들어가있긴 합니다. 이를테면 QTE 라거나 잠입 미션이라거나 말이죠. 그런데 사실 QTE도 빈도는 잦은데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 QTE라는 것 자체가 원래 뽀대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 어렵지도 않고. 잠입은 이게 웃기는게, 뒤에서 적을 죽이려면 접근해서 QTE가 발동되어요. 타이밍 맞춰서 △을 누르지 못하면 무조건 실패입니다. 적 바로 뒤에 붙어도 말이죠. 그런데 일반 배틀에선 거리만 붙이면 정면에서도 △ 눌러서 근접 공격으로 죽일 수 있거든요? 왜 정면에선 그냥 누르기만 하면 쓱싹 하고 베어죽일 수 있는데 뒤에서 살금살금 따라붙었을 땐 꼭 굳이 타이밍을 맞춰야 할까요? 이런 불만들을 견디고 견뎌서 간신히 엔딩을 보고 나자 이 게임이 뭘 노린 건지는 알겠더군요. 슈팅 게임, 빅토리아 시대, 대체역사, 스팀펑크, 흡혈귀, 늑대인간, 아더왕, QTE 등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려 아주 맛난 비빔밥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하나같이 완성도가 떨어져서 만들고 났더니 꿀꿀이죽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륨이 작은 건 차라리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었어요. 뭐 그래도 그래픽은 좋습니다. 게임 플레이 화면이든 컷씬이든 간에 이정도면 3D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때깔이 좋으면 뭘합니까. 그래봤자 꿀꿀이죽인 걸요. $60은 솔직히 터무니 없고, 한 $10 정도라면 돈이 아깝진 않을 것 같네요. 시간은 아까워두요. 아 이 게임 하고 나니까 라이즈가 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