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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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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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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얼마 전 한국어판으로 발매된 GUST 사의 아틀리에 시리즈 신작,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를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중입니다. 이제 진행이 막바지에 달했는데, 얼추 연금술에 대해 큰 그림 정도는 정리가 된 것 같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1. 연금술의 개요 이 작품에서 연금술은 아래와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1-1. 개요: 레시피 확보 레시피를 확보하는 방법은 오직 "참고서를 구해서 읽는다"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서를 구하는 방법이 실제 레시피 입수 방법이 됩니다. 참고서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점 구매: "분기"라고 부르는 게임의 진행 단계에 따라 상점에 물건이 추가됩니다. 새 분기가 시작되면 상점에 들러서 새로 들어온 참고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사냥: 강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면 때때로 귀한 참고서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과제 보너스: 분기마다 제시되는 목표인 과제를 일정 이상 달성하면, 보너스 형식으로 참고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이벤트: 다른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통해 참고서를 얻기도 합니다. 1-2. 개요: 재료 수집 플레이어 일행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연금술 재료를 수집하게 됩니다. 수집 방법은 크게 채집과 사냥으로 나뉘는데, 채집은 필드에 표시된 채집 포인트에서 조사를 통해 실행합니다. 사냥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퇴치해 전리품으로 연금술 재료를 얻는 방법입니다. 아틀리에에서 플레이어가 필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이 두 가지 뿐입니다. 아주 가끔 정해진 이벤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강제적인 경우가 많고, 상시 발생하는 행동은 채집과 사냥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3. 개요: 재료 선택 [ 재료 선택 화면 ] 아틀리에로 돌아오면 레시피에 따라 수집한 재료를 넣고 연금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라는 매우 오래된 고전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에서처럼 재료를 빻거나 굽거나 말리거나 하는 가공법까지 레시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아틀리에 시리즈는 모르겠지만 일단 에스카&로지 에서는) 매우 간단하게 "필요한 재료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주로 "카테고리"로 표시하지만, 간혹 "특정 재료"를 지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예시 이미지에서 연마제와 축전지는 특정 재료를, 광석과 중화제는 카테고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템마다 최대 4 개 까지의 카테고리를 가질 수 있으며, 카테고리는 포함 관계가 없이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판타지 세계관이다보니 카테고리의 분류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연료>> 라는 카테고리에는 "치즈 롤케이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열량이 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야생의 땅:듀랑고의 가죽 장화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리고 <<조미료>> 카테고리에는 무려 "페어리 더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음식 조미료로 요정 가루를 사용하나 봅니다. /공포 1-4. 개요: 재료 합성 합성은 컨셉에 따라 연금술과 연성으로 나뉘는데, 두 주인공 중 배경 마을 토박이인 에스카(여)는 가마솥을 사용한 연금술을, 중앙 도시 출신인 로지(남)는 연성기를 사용한 연성을 합니다. 연성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때 사용하며, 가마솥 연금술은 그 외 모든 조합을 담당합니다. (실로 굉장한 가마솥...) 하지만 이 둘은 분류의 의미만 있을 뿐, 기능상으로 완전히 동일하게 동작합니다. 연금술이나 연성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선택한 재료들을 어떤 순서로 투입할 지, 그리고 투입한 효과를 이용해 어떤 연금 스킬을 사용할 지를 꽤 복잡하게 수행하게 됩니다. 세부 과정은 아래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일단 이 재료 합성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속성별 효과는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템의 옵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옵션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 만큼이나 합성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1-5. 개요: 잠재력 선택 조합이 완성되고 나면, 합성 과정에서 축적시킨 속성치로 제품 고유의 잠재력을 발현시키거나,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계승시킬 수 있습니다. 즉 재료 합성으로 주 옵션인 효과를 결정했다면, 잠재력이라는 보조 옵션을 플레이어가 선택해 부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잠재력은 아틀리에의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므로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2. 아이템의 속성 우선 아이템의 종류는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오직 시나리오 진행만을 위해 별도로 구분된 키 아이템 종류는 제외했습니다.) - 소재 아이템: 자연에서 채집과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원재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직접 입수해야 한다. - 사용 아이템: 연금술로 만들 수 있으며, 필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다시 공격 계열과 회복 계열로 나뉜다. - 조합 아이템: 원재료는 아닌데 그 자체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는 중간 단계의 결과물. 연금술로 다른 무언가를 만들 때 사용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악세사리도 장비 아이템에 가깝지만, 연성이 아니라서 조합 아이템으로 분류되어 있다. - 장비 아이템: 연성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들. 무기는 캐릭터마다 고유하게 정해진 한 종류 씩을 장착할 수 있고, 방어구는 와우의 천/가죽/사슬/판금처럼 캐릭터마다 착용할 수 있는 종류의 범위가 정해진다. [ 아이템 정보 화면 ] 아이템의 "능력"은 장비와 악세서리에만 존재하는 속성입니다. RPG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인 공격력/방어력/민첩성/HP/MP/속성내성의 증감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 정보"는 화/수/풍/토의 4 가지 종류가 있으며, 속성치를 갖습니다. "카테고리"는 1-3. 개요: 재료 선택 에서 설명한 일종의 태그 입니다. 아이템 당 최대 4 개까지 부여됩니다. "특성"은 속성 코스트를 n 배 해주거나, 잠재력 또는 효력을 증가시켜주는 각 아이템들의 고유한 속성입니다. 아이템 당 최대 2 개까지 부여됩니다. 위의 속성 정보, 카테고리, 특성 세 속성은 플레이어가 연금술로 변형시킬 수 없는 고유한 요소들입니다. 반면에 아래에서 설명할 "효과"와 "잠재력"은 기본 제공 항목 이외에도 플레이어가 변경할 수 있는 요소이며, 이 효과와 잠재력을 구성하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금술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특성과 잠재력은 실제 재료 합성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합성 부분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 3. 재료 합성 합성 과정은 간단하게 압축해보자면, 로 이뤄집니다. 3-1. 재료 투입 레시피를 통해 선택한 재료가 화면에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투입 순서를 고르게 됩니다. 투입 순서에 따라 아래에서 설명할 연금 스킬의 사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입하는 순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각각의 아이템은 CP라는 요구치를 갖고 있으며 이는 Cost Point의 약자입니다. 플레이어의 연금 레벨과 연구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CP의 양이 정해지며, CP를 넘는 재료는 투입은 되지만 투입 효과인 속성치와 속성 코스트를 발생시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투입 단계에서는 연금 스킬에 사용할 속성 코스트의 획득과 CP 관리가 중요합니다. 3-2. 속성치, 속성 코스트, 그리고 연금 스킬 [ 조합 화면 ] 재료를 투입하면 재료가 가진 속성 종류가 속성치만큼 누적됩니다. 그리고 속성별 게이지에 표시된 표시까지 속성치를 쌓으면 "효과"가 발현됩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블록으로 표시되는 속성 코스트가 함께 발생하는데, 재료에 "속성 코스트 x n " 같은 특성이 있다면 한 번에 다량의 코스트가 발생합니다. 이 속성 코스트를 소비해 "연금 스킬"을 사용하게 되며 연금 스킬은 속성별로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화속성 스킬: CP 회복(현재 CP를 증가), 능력주입(선택한 재료의 속성치 증가), 잠재력 각성(속성치 없이도 잠재력 레벨을 증가) - 수속성 스킬: 속성변환(화/수/풍/토 중 원하는 속성 코스트로 교체. 사실 수속성 교체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능률향상(선택한 재료의 CP를 감소) - 풍속성 스킬: 분열(선택한 재료를 복제 투입), 압축조합(제작 소요 일수나 장착 공간을 축소), 속성 초기화(선택한 속성치를 0으로 만들어 나머지 세 속성치로 분배), 속성치 환원(전체 속성치 일부를 효력으로 전환) - 토속성 스킬: 효력증강(완성품 효력치 증가), 갯수증가(완성품의 수량이나 사용횟수를 증가) - 전속성 스킬: 전력주입(전체 속성치와 효력을 증가), 소재강화(선택한 아이템의 속성치와 효력 증가) (전속성 스킬은 모든 속성 코스트를 동시에 사용) 플레이어마다 운용법이 다르겠지만, 제가 가장 자주 활용하는 조합 순서를 예로 적어 보겠습니다. 사실 중후반까지 진행하면 속성 코스트만 잘 운용해도, 그 과정에서 재료가 복수로 투입되기 때문에 속성치와 잠재력 발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가 되긴 합니다. 어쨌든 앞서 말했듯이 이 합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속성치를 잘 쌓아서 많은 효과를 발견하고 효력과 개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게임 플레이 전체 중에서 플레이어의 미시적인 전략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4. 잠재력 선택 연금술의 마지막 단계인 잠재력은 "발현", "합성", "계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발현: 속성치의 총량에 따라 아이템 고유의 잠재력이 단계별로 발현됩니다. 예를 들어 총량이 10이면 1단계의 잠재력이, 20이면 2단계의 잠재력이 발현되어 추가됩니다. 발현된 잠재력은 합성 이후에 리스트로 나타나며, 최대 3 개의 잠재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잠재력은 모두 소멸됩니다. (추가로 재료 투입 시 제한이 되는 CP처럼 잠재력도 PP라는 요구/제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PP는 Potential Point의 약어입니다.) - 합성: 합성할 수 있는 두 잠재력이 발현되면, 자동으로 합쳐쳐 상위 잠재력으로 강화됩니다. 얼핏 보면 효과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최대 3 개의 잠재력만 선택할 수 있는 제한을 생각하면 1 개로 압축된 것 자체가 굉장한 이득입니다. 또한 합성의 합성까지 감안하면 최종적으로는 그야말로 핵이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잠재력 합성 예시 표 ] - 계승: 완성품이 원래 가지고 있는 발현될 수 있는 잠재력 외에, 투입된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추가로 계승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잠재력 계승이야말로 아틀리에의 핵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계승이라는 요소로 인해 발현과 합성을 모두 고려해 최초의 원재료 입수 단계부터 계획적으로 선택해야합니다. 또한 투입된 모든 재료의 잠재력이 계승되는 것은 아니며, 공격/회복/보조/무기/방어구/장식품과 같은 아이템 유형에 따른 승계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파괴력 증가"라는 잠재력은 오직 무기를 만들 때만 계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제품을 제작할 때는 잠재력 리스트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앞서 연금 스킬 부분이 플레이어의 미시적인 전략을 요구했던 것과 반대로, 잠재력 계승은 플레이어의 거시적인 전략을 요구하게 됩니다. [ 잠재력 계승을 위한 아이템 유형 ] ---------- 5. 인터페이스 아틀리에의 연금술 인터페이스는 한 화면에 표시되는 구성이나 각각의 GUD가 담고 있는 정보의 표현이 가독성 좋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액션에 대한 이펙트나 사운드의 리액션도 좋고요. 하지만 가장 특기할만한 부분은 재료 부족 시의 플로우라고 생각합니다. 연금술로 제작하려는 제품의 재료가 부족할 때 레시피 보유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부족한 재료의 레시피가 없다면: 제작 불가.. - 부족한 재료의 레시피가 있다면: 해당 재료의 제작으로 바로 전환. 재료 제작이 완료되면 이전 제작 메뉴로 복귀해 바로 제작이 가능. [ 레시피가 있는 재료 부족분을 제작하는 화면 ] 이 부분은 마치 모바일 게임들에서 주류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플로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안그래도 신경쓸 요소가 많고 연계가 복잡한 아틀리에의 연금술 파트에서 이런 플로우의 편의성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 6. (부록) 듀랑고와 비교 해보기 초반에 카테고리 설명에서 가죽장화를 먹는 "야생의 땅:듀랑고"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 김에, 듀랑고의 크래프팅과 아틀리에의 연금술을 살짝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공개된 정보까지를 종합해보면 듀랑고의 아이템 태그 및 제작 시스템과 아틀리에의 카테고리 및 잠재력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6-1. 유사점 아틀리에는 잠재력의 계승으로 인한 합성이 잘 모를 때는 우연성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제어가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바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듀랑고의 태그 역시 제작을 거듭하면서 잠재된 요소가 우연히 발현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거시적으로 제어가 가능합니다. 단지 중간 과정을 얼마나 표시해주느냐 정도의 차이만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6-2. 차이점 듀랑고의 태그와 아틀리에의 잠재력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집니다. - 듀랑고: 원재료부터 발생한 모든 태그가 제작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계속 유지된다. - 아틀리에: 매 제품의 제작 단계에서 남겨둘 세 개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소멸된다. 두 케이스 모두 공통적으로 거시적으로 통제 가능한, 미시적인 창발이라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속성을 계승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서, 아틀리에는 선택과 소멸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선정 외에도, 중간 과정의 가공과 결과물의 선택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제작 컨텐츠의 즐거움을 상당히 배가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단지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제작하는 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템의 성능 자체를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금술이 가지고 있는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플레이하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14: 렐름 리본의 제작 시스템도 단순히 플레이어가 채집한 재료를 소비해 물건을 제작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간에 "가공"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의 성능을 재량껏 향상시킬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제작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재미가 여느 MMORPG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밴치마크하면 보다 향상된 제작 시스템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D
  2. romuska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모 아저씨가 써달라고 해서 쓰는 글... 어쨌거나 FF온라인(11과 14)에서 사용하는 링크쉘 이라는 이름의 길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를 쓰려고 보니 생각해보니 내가 이 문서를 엔모사 엘모팀에 한번 써서 줬던 것 같기도 하고, 엔모사 비모팀에서도 썼던 것 같기도 해서 벌써 세번째 쓰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그런 건 상관없어. 어차피 양쪽 다 채택되진 않았었고. 우선 비교대상을 위해 한국식 길드 시스템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으로 혈맹 타입이 있겠네요. 혈맹타입 혈맹주가 존재 혈맹주가 사람들을 가입시킴 혈맹 내에 계급이 존재함. 제1기사단 뭐 그런식으로 가는 게임도 있을거임. 파고들면 상당히 복잡함 혈맹레벨이 존재함 퀘스트, 사냥, 어쨌거나 유저의 노력팩터와 게임내 자금을 통해 혈맹레벨을 올릴 수 있음 혈맹레벨이 올라가면, 보통 다음과 같은 특혜가 생김 인원수 제한이 늘어남(40->50 등) 혈맹버프를 구매 혹은 사용 가능(혈맹 전원 몇십분동안 방어력 업 뭐 그런거) 타 혈맹과 동맹 가능..이라든지 소유할 수 있는 성이나 요새 개수 제한 풀기? 공성전이 가능하게 됨? 기타등등 기타등등 위 혈맹타입의 길드의 포인트는 이겁니다. 한번 길드원은 영원한 길드원, 내가 산 삼겹살을 못먹겠다는거냐 으어어어 서울 한번 와라 이자식아 가겠습니다 형님 뭐 그런 분위기요. 장점이라면 누가 뭐라해도 높은 유저충성도, 자체적인 컨텐츠 생산과 소비(혈맹레벨을 올리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나 알아서 커지는 PvP 같은 거), 거대 이벤트 등이 있을 때의 조직적인 움직임 등이 있을거고 단점이라면 몰아주기로 인한 빠른 컨텐츠 소비, 서버 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일부 사람들과 계속 가는 문제, 권력의 집중으로 인해 혈맹주가 여친과 헤어졌다든지 하는 이유로 혈맹이 산산조각난다든지 뭐 그런 문제들이 있겠습니다. 자세하게 쓰자면 열라 복잡할테니까 대충 정리 하나의 캐릭터는 하나의 길드에 가입. 가입 방법은 각양각색. 길드장이 adduser같은 명령어로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고..이게 주류였던 듯? 혹은 유저가 길드리스트에서 원하는 길드에 가입신청을 누르면 가입이 된다든지. 길드 내에서 사용되는 컨텐츠나 성장시스템 등이 존재. 평가는 제쳐두고.. 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LinkShell 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었으니 링크쉘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FF시리즈에서 채택한 길드시스템이죠. 링크쉘 타입 쉘 홀더(길드장)가 존재 등급이 존재 쉘 홀더, 색 홀더, 펄 홀더 쉘 홀더의 권한 링크펄의 생성 펄 홀더를 색 홀더로 변경시킴 펄 부수기..가 아마 가능 색 홀더의 권한 링크펄의 생성 아마도 펄 부수기..? 이건 잘 기억 안남. 안쓰는 기능이어서..; 레벨 없음 특혜 없음 아이템 취급 (후술) 열라 간단하게 말하자면, [같은 LS의 쉘이나 펄을 사용하는 이들과 대화가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FF11의 경우 한명의 PC가 8000길(20렙 노멀 팔 방어구 정도의 가격)을 내고 링크쉘을 구매합니다. 이 때, LS의 이름을 정합니다. Crusadorz 라는 이름이라고 치겠습니다. 그 뒤, 메뉴에서 링크쉘을 선택하면 Crusadorz가 보입니다. 이를 선택하면 Crusadorz가 활성화됩니다. 이후, ctrl+l을 통해 대화창을 LS로 바꾸고 글을 치면, 같은 LS를 사용중인 유저의 창에 해당 글이 나타나게 됩니다. 길드의 가입 구매한 링크쉘은 인벤토리에 아이템으로 존재하며, 이 아이템을 use하면 링크펄이라는 아이템이 만들어집니다. 이 링크펄은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합니다. (우편도 되던가..? 안되던 것 같기도 하고.. 직접 교환은 가능합니다) 링크펄을 양도받은 사람은 해당 링크펄이 인벤토리에 있는 상황에서 메뉴에서 링크쉘을 선택하면 crusadorz가 보입니다. 그것을 선택하면 그 때부터 crusadorz링크펄을 사용하는 인원들끼리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길드의 탈퇴 - 아이템 버리면 됩니다. - 아마 색 홀더나 쉘 홀더가 펄을 부술 수 있었을거임.. 쉘 홀더는 색도 부술 수 있었을거고.. 링크셀시스템의 꽃, 동시가입. LS는 여러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템이니까요. 이를테면 crusadorz라는 LS의 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dyunamis 라는 LS에 초청받아갔다고 합시다. 그러면 crusadorz에 인사말을 남기고 펄을 갈아끼면, 그 다음부터는 dynamis의 채널을 통해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가장 비슷한거라면 라디오주파수...를 맞춰서 하는 단체대화? 동시가입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건 보통 이런 것들. - 매주 수요일마다 레이드를 떠나는 공대 LS에 가입 평소때에는 친구들이 있는 LS에서 놀다가, 수요일 저녁이 되면 펄을 갈아끼고 레이드를 뜀. 레이드가 끝나고 아이템 분배를 마치면 깔끔하게 친구들이 있는 LS로 전환 - 커다란 임시 이벤트 결혼식이나 은퇴식이나 뭐 그럴 때, 친구들을 모두 모아 LS를 나눠주고 그것으로 대화... FF14에서의 변경점 예측하셨겠지만 저 병신같은 인벤토리 한칸 먹기..가 없어졌고요. LS는 LS아이템으로 따로 관리 됨 LS액티브로 인한 부분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LS관리창에 들어가면, “액티브” 외에 “듣기” “듣지않기”가 존재합니다. 즉, 현재 액티브상태가 아닌 LS라 하더라도 대화를 듣다가, 그쪽 대화에 끼고싶으면 액티브만 변경해서 대화에 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실수로 엉뚱한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주말에 레이드 뛰느라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 최대의 장점. 스토리적 설정 - 하나의 조개에서 태어난 진주끼리는 서로 공명한다. 라는 이유로 무한히 진주(펄)를 낳는 조개(쉘)이 있고, 그 진주를 가득 담은 주머니(색)이 있고.. 뭐 그런 내용. 스토리상에서도 LS는 자주 사용됩니다... 장단점 장점 – 유저가 무언가 여러가지를 모두 즐기기에 좋음. 이 길드 들었다가 저 길드 들었다가 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객체의 수명은 짧지만 생태계의 수명은 길다..랄까요? 개인적으로 즐겁게 활동하던 LS가 하나둘씩 접으면서 같이 놀 사람이 줄어드니까 곧바로 같이 레이드 뛰던 친구가 자기 놀던 LS의 펄을 줘서 두 개의 펄을 같이(레이드 두개 더하면 네개의 펄..;;) 들고다니면서 놀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게임을 접게 되는 경우가 좀 줄어듬. 단점 – LS 자체의 수명은 길드 시스템에 비해서 좀 짧은 편. 그런데 비슷한게 많으므로 아무데나 다시 가입하면 됨. ex) 백호의 바지를 갖고 싶었던 모 폐인이 LS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집->백호를 사냥->주사위가 잘나온 폐인이 백호의 바지를 손에 넣음->LS해체->활동하던 사람들은 그냥 다른 백호사냥 LS에 가입->어 또 만났네? 하이염- 뭐 이런 테크. ...단순한 시스템인지라 뭐 더 할 말이 없네요. 정리 하나의 캐릭터는 여러개의 LS에 동시 가입 채팅을 공유함 나머지는 니들끼리 알아서 해
  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Zeraison 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나온 모바일 신작 리듬 게임인 하이파이브 for Kakao(HIGH 5, PNIX Games)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리듬 게이머로서의 저를 먼저 설명해보자면, 저는 반도의 평범한 리듬 게이머에요. 동네 오락실에 DDR과 함께 체감형 리듬 게임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Ez2Dj를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고, PC 방을 자주 다니던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하고 같은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짬이 나면 DJMAX를 즐겼고, DJMAX Portable을 하기 위해 PSP를 구입했으며, 탭소닉을 하기 위해 iPhone을 구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플레이 했던 리듬 게임으로는 PSVita로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를, iOS로 Superstar SMTOWN(이하, 슈스엠)을 즐겼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지극히 평범한 리듬 게이머에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리듬 게임을 좋아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신작 리듬 게임의 발매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대개의 모바일 게임 출시 스케쥴이 그렇듯, 안드로이드 마켓에 먼저 출시되었고 iOS에도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죠.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해 본 제 경험은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주: 약 2 주 정도의 얕다면 얕은 플레이 기록이며 대단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목부터 "훑어 보기"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닌데! 난 하이파이브 짱 재밌는데! 하이파이브 갓겜! 피닉스니뮤ㅠㅠ 를 외치는 분들은 아 이런 녀석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주시기를 미리 부탁 드립니다.) ---------- 1. 어필 포인트 하이파이브 for Kakao(이하, 하이파이브)가 내세운 매력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플레이하고 난 뒤에는 저 문구가 조금 다르게 해석되었습니다. - 친숙한 가요가 한 가득 (일단 저를 포함해서) 가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꽤 반길만한 정말 좋은 점이란 건 확실합니다. 다만, DJMAX 시리즈를 개발했던 PNIX Games의 인력 구성을 알고 있는 나름 오래 된 리듬 게이머들에게는 오히려 그들이 좋아하는 친숙한 오리지널 음원의 비율이 적어서 아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점은 어디까지나 case by case 라고 생각해요. - 매력적인 다섯 명의 캐릭터를 팀으로 편성 예쁘장한 다섯 명의 캐릭터가 화면에 나오는 것은 일단 확실합니다. 다만 취향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초기 지급되는 SD 캐릭터를 다른 화풍의 캐릭터로 교체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행간에 숨겨진 "매우매우매우 노오력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을 읽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이 시간과 노오력을 들인다고 하더라도, "여기 이 예쁜이를 얻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를 파악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목표를 빠르게 파악하고, 달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 목표 파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길고 긴 곡 재생 시간 이것도 사실이에요.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안내해 주는 오디션 랭킹 메뉴에 가면 일부 간주가 편집되긴 했지만 거의 1~2절 전부를 플레이할 수 있어요. 가요가 수록된 여느 리듬 게임에서 대체로 1절 정도의 분량만 재생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굉장히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 곡 당 재생 시간이 길어서인지, 반대로 매 플레이 시 필요한 포인트(스테미너 또는 티켓과 같은 개념)가 굉장히 적습니다. 포인트를 소진하는 데 사용되는 "플레이 타임"은 다른 게임들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지만, "플레이 곡 수"가 압도적으로 적어요. 이는 체감상 굉장히 "하다 만 느낌"을 주는데 포인트 결제를 유도한 디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일단은 가져봤습니다. ---------- 2. 연주 파트 리듬 게임의 본질인 연주 파트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2-1. 노트 판(Gear) 우선 노트가 나타나는 판(DJMAX 시리즈의 "기어"에 해당하는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U자 모양으로 판정선이 휘어 있는데요. 비슷한 모양을 가진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이하, 스쿠페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단 직선형 기어가 아니기 때문에 핸드폰을 어떻게 쥐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iPhone 6로 들고 플레이하다 보면 자세가 불편해 손이나 팔이 꽤 뻐근해집니다. (곡 난이도 때문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로 플레이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 아니라면 플레이의 용이성이 U형 판정선의 디자인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정선이 휘어있기 때문에 두 개의 노트가 나타났을 때 동시에 누르는 것인지 엇박자로 각각 누르는 것인지 판단이 굉장히 애매합니다. 간혹 느린 노트 속도에 빠른 이동을 요구하는 롱 노트라도 나타나면, 아래로 꺾인 선처럼 보이는 해괴한 모양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 연주 화면 ] 위에서 잠시 스쿠페스를 언급했는데요, 사실 스쿠페스의 형태와는 근본적인 디자인이 다릅니다. 일단 정해진 타격 지점이 나뉘지 않고 떨어지는 노트의 위치를 적당히(그야말로 적당히..) 알아서 맞춰야 하는 하이파이브와 달리, 스쿠페스는 정확히 9 개의 캐릭터가 그려진 동그란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버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동작합니다. 이 경우는 오히려 디자인 의도가 굉장히 명확하게 유추됩니다. 어떻게든 9 명의 캐릭터를 중심점과 같은 거리에 배치시키기 위해 곡선형의 배치를 선택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시 판정인지 엇박자인지 애매하지 않도록, 같이 누르는 두 개의 노트를 위한 별도의 표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의 곡선형 노트판은, 의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노트의 직관성도 해치고, 심지어 판정선 아랫 부분에 추가된 UI 요소도 없이 완전한 여백으로 남겨두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곡선형 판정선을 만든 이유를 플레이하는 내내 찾을 수 없었습니다. 2-2. 레이어 연주 파트의 레이어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과만 먼저 말씀드리면, 노트에 집중할 수 없는 과도한 요소들의 집합이 돼버렸습니다. 분위기 연출용인 앨범 재킷은 워터 마크나 톤 다운 없이 원색 그대로 배치되었고, 5명의 캐릭터도 초기 지급된 SD 캐릭터를 벗어나면서부터 이미지 사이즈가 커져 화면을 가리는 범위가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경우 음악의 진행에 따라 자리를 바꾸거나 박자에 맞게 위치 또는 크기를 변형해 춤을 추는 듯한 연출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주의를 분산시킵니다. 5인조 아이돌을 구성해 무대를 진행한다는 "연출"을 하는 것은 좋은데, 게임의 본질인 "연주"를 방해하는 선은 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판정 텍스트(Perfect/Good/Miss 또는 Combo 숫자)가 불투명하고 굵은 폰트로 노트보다 상위에 출력되는데요, 서너자리의 콤보 유지 상태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노트의 속성이 일치한 경우 FANTASTIC 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텍스트 좌우에 꾸며진 음표 이미지까지 출력되어 화면을 가리는 범위가 굉장합니다. [ Superstar SMTOWN 의 연주 화면 ] 연주 화면 구성의 경우 비슷한 리듬 게임인 스쿠페스 또는 슈스엠과 비교해보면 노트 집중도가 얼마나 차이나는 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쿠페스의 경우 마찬가지로 편성 캐릭터에 대한 정보와 연출이 중요시 되지만, 기본 화면에서는 캐릭터가 전혀 표시되지 않고 대신 캐릭터의 스킬이 발동될 때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만 잠깐 중앙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하이파이브의 체감이 어려운 캐릭터 스킬 쪽보다 오히려 스킬의 사용 효과가 시각적으로 배가되는 느낌이며 정보의 정돈 또한 가능합니다. [ 오디션의 플레이 화면 ] 다른 관점에서 캐릭터의 연출을 더욱 극대화한 오디션과 비교해보면, 오디션은 눌러야 할 노트가 완전히 분리된 UI로 제공되면서 최 상단에 표현되어 가려짐도 없고 집중 방해도 없습니다. 하이파이브의 연주 파트 레이어 구성은 중도를 노리다가 둘 다 놓친 케이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2-3. 노트 종류와 판정 하이파이브에 사용되는 노트의 종류는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기본 노트는 생김새가 Cytus의 노트와 유사하다는 점만 빼면 특기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노트입니다. 판정선에 도착하는 순간을 잘 노려서 노트를 터치하면 유효 히트가 되는 노트에요. 롱 노트는 리듬 게임의 하드웨어가 터치 디바이스로 넘어오면서 생긴 슬라이드 패턴이 포함된 노트입니다. 누른 상태에서 떼지 않고 한붓 그리기를 하듯 연결된 중간 지점들로 슬라이드하면 유효 히트가 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온라인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다보니 유효 판정 조건을 다소 여유있게 구성한 느낌입니다. 롱 노트의 시작/끝 점과 꺾인 점처럼 특별히 표시된 "포인트" 위치만 맞추면 Miss(실패 판정)는 발생하지 않아요. 가령 시작 포인트에서 다음 꺾인 점까지 연결선이 길다면, 시작 포인트를 누른 상태에서 좌우로 어느 곳이든 슬라이드해도 유효 히트는 계속 발생하게 됩니다. 정확히 연결선 안에서만 입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패턴은 아니에요. 또한 심지어 손을 중간에 떼더라도, 다음 포인트만 일반 노트처럼 맞춰 눌러도 Miss 없이 콤보는 계속 유지됩니다. 다만 손을 한 번 떼면 다시 눌러도 롱 노트 특유의 다단 히트는 중단되기 때문에 대량 득점 기회는 상당 부분 희생되긴 하지만, 그래도 Miss가 아니니 썩 나쁜 처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의 롱 노트 판정에서,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조건이 하나가 있는데요, 이 점 하나 때문에 위에서 말한 느슨한 판정의 장점이 모두 희석됩니다. 바로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포인트"를 놓쳤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보통의 리듬 게임에서 롱 노트 판정은, 중간에 실패가 발생한 시점에서 해당 롱 노트 전체를 비활성화 시켜 판정에서 배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는 중간에 Miss가 발생해도 그 롱 노트가 계속 활성화된 상태로 진행되는데요, 마치 한 번 틀려도 다시 누르면 롱 노트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한 번 틀린 롱 노트는 그 노트의 모든 포인트에서 Miss 판정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시작부터 끝까지 총 5 번의 포인트가 있는 롱 노트의 두 번째 포인트에서 Miss 가 발생하면, 3, 4, 5 번째 포인트는 반드시 Miss 판정이 발생합니다. 플레이어가 복구할 수 없는 가혹한 Miss 의 향연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게 마치 수습할 수 있을 것처럼 표시되는데 전혀 수습되지 않아서 플레이 페이스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며, 처음에는 "아, 내가 이 패턴을 잘 못 누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판정 조건을 알아차린 뒤에는 굉장한 부당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하트 노트는 누르고 있는 위치에 하트가 떨어지면 유효 히트가 되는 노트 입니다. 누름 상태를 유지하고 좌우로 슬라이드 한다는 점에서 롱 노트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롱 노트가 느슨한 판정으로 연결 부위를 풀어주는 노트라면, 하트 노트는 연속된 일반 노트처럼 쏟아져내리기 때문에 세심한 슬라이드 컨트롤을 요구하는, 생긴 것과 달리 가장 까다로운 노트의 성격을 갖습니다. 하지만 노트 기능에서 설명한 것처럼 누르고 있는 곳에 하트가 떨어진 것을 판정하는 노트이다보니, 실제 판정 체크 시점이 미묘하게 느립니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존 롱 노트처럼 슬라이드하고 손을 떼면, 대체로 마지막 한 두 개의 하트 노트를 놓치고 Miss 가 발생하게 됩니다. 덕분에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는 플레이에서 약간 빗겨나, 떨어지는 노트를 보고 음악과 무관한 노트의 판정을 위한 액션을 요구하게 되면서 음악이 아닌 노트의 리듬대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점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본질을 상당부분 희생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듭니다. ---------- 3. 랭킹 모드 하이파이브의 게임 모드는 크게 랭킹과 월드 투어의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랭킹 모드는 다시 오디션 랭킹과 데일리 챌린지로 나뉘는데요(스페셜 모드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컨텐츠), 처음에는 오디션 랭킹에서 소량의 기본 곡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과 함께 이 곳으로 안내되어 몇 곡을 플레이하고 레벨 업 하게 되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랭킹 모드가 게임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곡이 얼마 없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차차 해금(Unlock) 될 것이라는 게이머 일반 상식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금되지 않은 곡 또는 난이도의 경우 다이아(현금의 가치를 가진 재화)를 사용해 1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도 부분 유료화(F2P) 모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제 유도 모델이기 때문에 특기할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랭킹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위 5 개의 곡 점수를 합산해 랭킹"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기할 점은 비슷한 그룹을 리그로 나누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전체 유저를 하나의 그룹에 매칭해 대략 2~3만 등까지 순위가 매겨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리그 방식은, 랭킹 모드의 다른 매뉴인 데일리 챌린지에서 사용합니다. 데일리 챌린지는 매일 매일 미리 짜여진 세 곡을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모드 입니다. 선곡은 매 주 단위로 변경되며, 매일 매일 성적에 따라 자정에 리그 승강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한 주 간의 최종 리그 성적을 매 주 월요일 정산해 리그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랭킹 모드의 요소들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그런데 위의 1. 어필 포인트 에서 이야기했던 "길고 긴 재생 시간"을 잠시 상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곡 당 재생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포인트 지급량이 매우 적다고 했었는데요, 일단 11 레벨까지 진행했을 때에도 여전히 처음과 같은 최대 3 랭킹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3 곡을 플레이하면 소진된다는 의미입니다. 경우에 따라 3 곡이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잠깐씩 하기에 곡당 1분 30초 씩만 잡아도 실제로 메뉴 이동 등을 감안하면 5 분은 훌쩍 지나가버릴 테니까요. 하지만 데일리 챌린지라면 어떨까요? 데일리 챌린지는 세 곡을 연속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오늘의 챌린지를 플레이하고 나면 랭킹 포인트가 0이 됩니다. 한 번에 3 포인트를 필요로 하거든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한 번씩, 하루에 두 번 하는 플레이 패턴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고 했을 때, 출근 길에 일일 필수 미션과 같은 데일리 챌린지를 하고 나면 랭킹 모드는 끝이 납니다. 1 포인트가 충전되는 데 30 분이 걸리거든요. 그럼 이 플레이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음에 이야기할 4. 월드 투어 모드 를 하면 됩니다. 네 아직은 다른 모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 4. 월드 투어 모드 월드 투어 모드는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약간의 레벨업을 달성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여느 RPG류의 "모험 및 전투" 컨텐츠와 닮아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다음 단계로 조금씩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부분에서요. 월드 투어 모드는 초급/중급/상급으로 구분되어 있고, 초급은 Easy / Normal 난이도를, 중급은 Hard 난이도를, 상급은 Pro 난이도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에서 플레이어 성공한 곡은, 오디션 랭킹 모드에 해당 곡의 해당 난이도가 해금되어 랭킹 플레이를 사용해 자유롭게 다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각 등급별로 총 10 개의 액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액트는 다시 6~10 개의 Stag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다수의 일반 스테이지는 랜덤한 곡을 선택해 플레이하지만, 매 액트마다 Show Case 라는 이름의 중간 스테이지 한 개와 파이널 스테이지, 그리고 필수 진행은 아닌 스페셜 스테이지의 총 세 스테이지가 고정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지의 랜덤한 곡 선택 연출에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매번 플레이할 때 마다 랜덤한 곡을 선택하는 것 같은 룰렛 연출이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한 번 스테이지에 선택된 곡은 몇 번을 플레이해도 계속 같은 곡이 선택되고 있습니다. 곡 선택을 다시 하려면 "다시 돌리기"라는 버튼을 눌러야만 곡 리셋이 진행되기 때문에 차라리 클리어한 이후에도 선택한 곡이 남아있다면 괜히 다른 곡이 골라질 것 같다는 헛된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픈 랜덤 연출보다 솔직하게 오픈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전체 스테이지가 미리 제작되어 있는 만큼, 끝까지 진행하려면 많은 노력이 들 거라는 점은 게이머의 상식(..) 선에서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스테이지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논란이 많이 될 것 같은데요. 보통의 리듬 게임에서 사용하는 곡이 끝날 때까지 잔여 생명력이 남기만 하면 성적은 나쁘지만 그래도 클리어 했다!고 판정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곡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 생존은 관계 없음! 이 성공 판정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노트를 퍼펙트로 올 콤보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점수가 모자라면 클리어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점수는 어떻게 올릴 수 있느냐? 에 대해서는 아래 5. 팀의 성장 에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투어 모드의 판정 방식의 경우, 태고의 달인 모험 모드처럼 납득 가능한 형태의 메타포를 사용해 일반 리듬 게임의 성패 판정과 다른 판정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저도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태고의 달인 모험 모드에서는 캐릭터가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하고 몬스터를 때려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노트 올 콤을 했더라도 게이머의 상식(..) 선에서 "아 내가 템이 후져서 이 몹을 때려잡지 못했구나!"를 직관적으로 인지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 5. 팀의 성장 일단 게임 전체의 성장 요소로는 크게 계정 성장과 팀의 성장이 있습니다. 계정 성장은 플레이 누적에 따라 계정 레벨이 상승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계정 성장을 가진 게임들처럼 랭킹 포인트의 최대량이 늘어납니다(라고 생각은 되지만 워낙 적어서 늘어난 건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리고 팀의 성장은 압축해서 "팀 스타성"이라는 지표로 나타나는 숫자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팀 스타성이 높아야 월드 투어 모드의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5-1. 캐릭터 게임의 이름인 HIGH 5 에서도 나타나다시피, 한 팀의 최대 인원은 5 명 입니다. 어떤 모드에서라도 팀에 편성하고 플레이하면 해당 캐릭터는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상승합니다. 최근 모바일 캐릭터 게임들에서 자주 사용되는 "별"의 개수로 등급을 표시하는 것 또한 존재하는데요, 도탑전기를 필두로 한 캐릭터 게임에서 등급을 올릴 떄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같은 캐릭터의 무언가를 모아 모아서 캐릭터의 별을 높인다.는 방식을 하이파이브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아야 할 같은 캐릭터의 무언가는 "소울"이라고 표현하고 있고요. 즉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팀에 편성시키고 열심히 플레이해 레벨을 올리는 방법과, 캐릭터 소울을 열심히 모아 별을 올리는 방법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5-2. 장비 캐릭터마다 총 4 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있습니다. 각각 음향장비 / 패션잡화 / 악세사리 / 음식 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모든 장비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강화와 합성이 가능합니다. 강화는 다른 장비 여러 개를 갈아서 +1, +2 처럼 장비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고, 합성은 아마도 캐릭터 소울을 모으는 것처럼, 같은 등급 또는 같은 장비 두 개를 합쳐서 상위 단계의 별로 승급시키는 방식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합성 시스템에 대해 확정이 아닌 추측인 이유는 아직 합성을 시도해보지 못해서 입니다. "합성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표시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반적인 다른 게임에서의 강화 방식처럼 최대 강화 단계인 두 장비를 합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총 다섯 명의 캐릭터를 한 팀으로 편성해서, 각 캐릭터들을 레벨업 시켜주고(레벨업이야 기본 플레이인 연주를 열심히 하면 달성되는 부분이니 별도로 신경쓰일만한 부분은 아님), 소울을 모아서 등급을 올려주고, 또 각 캐릭터마다 4 종류의 장비(5 x 4 = 20)를 챙겨서 장착시켜주고, 또 각 장비들마다 여벌의 장비들을 갈아넣어 강화도 시켜주어야 하니(2성급 장비 +1 달성에 1성급 장비 4 개가 필요) 생각보다 굉장한 량의 자원을 부어야 팀의 스타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런데, 정리가 잘 안되어 있어요.. 이 부분은 아래 7. 거시적 플레이 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6. 수집 요소 앞서 이미 손에 넣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하이파이브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있는 "수집욕을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우선 캐릭터의 개수로만 보면, 현재 공개된 시점에서 총 159 명의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 겹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총 78 명의 유니크한 인물들을 "카리스마" "인기만점" 등의 접두어를 붙이고 의상을 바꿔 다른 캐릭터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복장 뿐만 아니라 자세까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리소스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숫자 면에서는 꽤 부족함 없는 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캐릭터들의 컨셉이 크게 세 분류로 나뉩니다. SD형 / 극화형 / 만화형 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화형 캐릭터는 굉장히 드뭅니다. 가챠를 돌려도, 플레이 보상을 받아도, 대부분이 저 SD형 캐릭터에요. 극화형과 만화형은 베리에이션을 총 세 단계나 갖는 데 반해 SD 형은 원본과 베리에이션1종의 단 두 단계로 제한되는 것만 보더라도 사실상 동등한 하나의 컨셉이라기보다 낮은 단계의 가치를 갖는, 더 많이 등장하는 빈도 높은 캐릭터로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90년대 채팅 프로그램의 아바타 같은 느낌의 SD 형 캐릭터를 꽤 싫어하는 편인데, 원하는 예쁜 캐릭터를 기대하고 가챠를 구매해도 쏟아지는 수 십 여 개의 SD형 캐릭터를 보면 점점 없던 분노마저 생기는 기분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트위터에서 SUKJA 님의 일러스트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홍보에 하이파이브를 시작한 입장인 지라 그 캐릭터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가 좀 더 강렬한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무엇을 수집하느냐만큼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수집하느냐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이파이브의 캐릭터 수집 방법이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확률 보상"과 "확정 보상"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확률 보상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바로 그 "가챠" 즉 뽑기 방식 이고요, 확정 보상은 월드 투어 모드의 파이널 스테이지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의 파이널 스테이지는 앞서 4. 월드 투어 모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플레이할 곡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클리어 시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또는 캐릭터의 소울) 또한 고정되어 있고요. 즉,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파이널 스테이지를 1회만 플레이하면 되지만, 다음 등급으로 성장시키려면 최소 17 번 이상 같은 곡을 반복해야 합니다. 일단 같은 곡을 17 번이나 반복하는 것도 대단히 괴로운 여정이지만, 파이널 스테이지는 하필 풀 버전의 곡이 재생되기 때문에 재생 시간도 깁니다. 그리고 계정 레벨 11 기준, 투어 포인트는 최대 5 포인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충전에만 6시간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월드 투어는 충분히 성장해 다음 액트로 넘어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설령 모든 액트를 클리어한다 해도 최대 10 명의 캐릭터만 입수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오직 가챠"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는 확정 보상의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가 추가될 필요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 7. 거시적 플레이 현재까지의 결론은, 하이파이브의 뼈대가 되는 플레이 모드는 랭킹 모드가 아니라 월드 투어 모드라는 것입니다. 일단 실제로 동작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지향하는 바를 종합한 하이파이브의 거시적인 플레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구조는 위의 선순환이 중간 중간 깨져있는 형태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선 1) ~ 2) 의 흐름은 동작합니다. 월드 투어에서 클리어한 곡을 오디션 랭킹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2) ~ 3)은 첫째로 랭킹 포인트 부족으로 가로막힙니다. 팀이 충분히 성장할만한 플레이 횟수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캐릭터의 경험치 습득 만으로는 팀의 충분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캐릭터의 등급을 올리는 소울과 장비를 강화/합성하기 위한 장비를 얻는 곳은 오디션 랭킹이 아닌 월드 투어이기 때문에 실제로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오디션 랭킹이 아닌 월드 투어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경험치는 어느 쪽에서도 오르기 때문) 즉, 디아블로3 발매 시절에 불지옥 난이도가 혹평 받던 에 해당합니다. 사실 불지옥 난이도도 그렇고, 월드 투어 모드도 그렇듯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의 컨텐츠를 반복 플레이하면 "언젠가는"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최근의 플레이 트렌드는 안정적인 "확정 보상"이 일단 확보된 상태에서 "확률 보상"이 추가로 제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는 플레이어의 기대와 실제 플레이 흐름이 어긋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플레이 흐름으로 돌아가보면, 그렇기 때문에 3) ~ 4)는 팀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월드 투어의 진도를 나갈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의 진도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게임 진행이 굉장히 더디게 흘러가게 되고 플레이어에게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결제와 무결제 극복 모두 어려움을 맞게 되는 부분은 하이파이브의 과금 구조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하이파이브는 대부분의 과금 구조가 확률 보상에 의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시피, 일반 플레이 상에서 노가다라고 흔히 불리는 그라인딩(Grinding) 순환이 깨져있기 때문에 단순히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으로는 원하는 무언가(성장 단계 또는 수집품)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장비 또는 캐릭터 가챠를 통해 확률적인 무언가를 얻기만을 기대하거나, 캐릭터의 레벨 또는 소울을 랜덤하게 상승시키는 과금 모델을 통해 확률적 성장(..?)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확정 보상 없이 확률 보상으로 극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돈이든 아니면 시간과 노력이든 얼마나 들여야 어느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를 플레이어가 예측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즉, 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게임의 결제 자체가 망설여집니다. ---------- 8. 요약 글이 처음 생각보다 굉장히 길어졌는데요. 전체를 짤막하게 요약해 장점과 단점을 짚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이파이브 for Kakao에 대해, 처음에 가지고 있던 기대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플레이 이후에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딱히 부정적인 의견은 아니고, 전체 구조가 일반 리듬게임과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차라리 도탑전기류의 코어 플레이 방식에 리듬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바라보면 하이파이브를 좀 더 올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른 리듬 게임들의 방식을 억지로 차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도탑전기류의 특장점들을 좀 더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다면 이후의 성장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긴 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아카이버 주: 기적난난은 이후 한국에서 "아이러브 니키 for Kakao"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 얼마전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성 취향 게임이 중국에서 데뷔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제가 지금 중국에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지라 관심이 없었는데 여성용 게임이 1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게 되더군요. 바로 오늘 소개할 '기적난난' 입니다. 처음엔 텐센트에서 직접 개발한 줄 알았으나, 알고 봤더니 원래 일본 게임이더군요. Nikki UP2U 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기적난난은 그 세번째 시리즈를 중국에서 현지화 한 것입니다. Nikki는 여주인공 이름으로, 중국에선 暖暖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되었습니다. 느→안↗느→안↗ 으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 알리바바 쪽을 통해서 출시하려고 했는데 틀어져서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 되었다는군요. 일본에서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의 반응은 좋은 듯 합니다. 출시 약 3주가 되는 2015년 6월 15일 현재 무료 게임 순위 9위에 올라있고 (11위에 전민돌격이 보이네요), Top Grossing 에선 5위에 올라와있습니다. 이미 유명한 몽환서유, 전민돌격, 전민기적(뮤 오리진), 도탑전기(도타 레전드) 바로 다음이네요. 안드로이드는 안쓰는지라 체크 못해봤습니다. 다만 저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성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로 뿅!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여성용 게임이라고 하니, 그리고 그게 잘나간다고 하니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이거 정말 무서운 게임이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모바일 게임에 큰 흥미가 없어서 전민돌격이나 도탑전기도 지루해서 관둔 30대 중반의 남성 게이머가 이 게임에 아주 푹 빠졌습니다.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1500위안(27만원)이나 질러버릴 정도루요.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확인해보니 중국 앱스토어에만 올라와있는 건 둘째치고, 한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되어있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혼자만 알고 있는게 아까워서 이번에 한번 소개해보려 합니다.참고로 1편은 영문으로 앱스토어에 올라와있습니다. 일본 앱스토어는... 뭐 알아서들 찾아보세요.. 영문판 바로가기 1. 게임의 기본 구조 게임은 기본적으로 캔디 크러쉬 사가나 애니팡 등과 같이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형식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고, 한 맵을 다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한번 도전할 때 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당연히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면 상한이 올라갑니다. 단, 레벨이 오를 때 자동으로 채워주진 않습니다.) 클리어하게 되면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아이템을 랜덤한 확률로 획득합니다. 위 예시의 경우, 7부 청바지와 스웨터를 얻을 수 있는데, 스웨터는 S급 이상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군요. 에너지는 4점을 사용하는데 이는 노멀에 해당하는 '소녀' 난이도라서 그렇습니다. '하드'에 해당하는 '공주' 난이도에선 6점을 소모하며, 한 스테이지는 3번 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에너지와, 3번의 한도는 돈을 내면 풀립니다.) 입장해보도록 하지요.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간단하게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풀 음성이 지원되지요. 간략하게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이야기가 나오고, 대화가 끝나면 이제 옷을 입힐 차례가 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중요한 단어들은 대화씬에서 빨간 글씨로 설명이 되지만, 옷 입히기 화면에서도 상단의 '임무지시' 버튼을 눌러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스테이지의 경우 빨간 글씨는 '우아하고 성숙한 OL 풍'을 요구하고 있네요. 그리고 '간략'(简约)과 '우아'(优雅) 속성이 중요하다는 힌트를 줍니다. 의상은 기본적으로 헤어스타일, 원피스, 외투, 상의, 하의, 양말, 신발, 화장 이렇게 8종의 슬롯이 있습니다. 이 중 원피스와 상+하의 조합은 서로 배치됩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상/하의를 입을 수 없고, 반대로 상/하의를 입으면 원피스를 입을 수 없지요. 대부분의 양말은 기본 슬롯을 사용하지만 일부 덧양말은 다른 양말 위에 껴입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악세사리는 머리, 귀걸이, 목걸이, 손목, 소지품, 허리, 특수 이렇게 8개 종류가 있는데 머리와 귀걸이를 제외하면 아이템별로 장착되는 슬롯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어서 복수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 안에 목걸이와 목도리가 있는데 둘 다 착용할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을 길게 눌러보면 아이템 별로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희귀한지 (하트의 숫자가 희귀도를 나타냅니다), 해당하는 옷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를 표시합니다. 지금 스테이지에선 '간략' '우아'가 필요한데 예시의 스크린샷은 '활발' '귀여움' 이군요. 플레이어는 옷의 외견과, 표시되는 정보를 종합해서 니키에게 옷을 입힌 뒤에 게임에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옷 다 입혔음'('换好了)을 탭하면 의상 배틀에 들어가지요. 아까 도움말에선 2개의 속성만이 제시되었습니다만, 실제 배틀에서는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합니다. 그리고 점수를 쌓아서 총점을 비교하지요. (3번째 그림은 다른 배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만, 그냥 넘어갑시다.. )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항목에 대해 평가할지 다릅니다. 주제와 관련이 있지요. 여하튼 NPC보다 높은 총점을 획득하면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됩니다. 점수에 대해 S, A~D까지의 평가를 받고 경험치, 게임머니 그리고 확률에 따라 해당 스테이지의 아이템을 획득하게 되지요. 그리고 만일 다음 스테이지가 아직 잠겨있었다면 열어줍니다. 만일 NPC보다 점수가 낮으면 F 랭크를 받고 실패하게 되는데, 친절하게 이 스테이지를 깨는데 어떤 옷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6번째 그림을 보시면 꽃다발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신발을 추천하지요. 저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한번 더 클릭하면 바로 그리고 보내줍니다. 의상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상점으로 보내주고, 강화로 얻을 수 있다면 강화 메뉴로 보내주는 식이지요. 입힐 아이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 별로 일정한 옷을 랜덤하게 주기도 하구요,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일부는 캐쉬로 구매할 수 있지요. 도전과제가 아이템을 주기도 하고, 있는 아이템을 [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있는 아이템의 색상을 바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고([고급정제]), 여러 아이템을 모아서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지요. 물론 가챠로 뽑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챠를 뽑을 때 마다 일정량씩 주어지는 점수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진화, 고급 정제, 제작과 같은 메타 게임 컨텐츠는 후술하도록 하구요, 어쨌든 이 게임의 기본 구조는 제시된 주제와 힌트에 맞춰 옷을 입혀 나가는 일종의 퍼즐 입니다. 단, 스테이지 마다 정해진 기준에 의해 입혀놓은 아이템들을 평가해서 점수가 기준에 달하는지만 체크할 뿐 특정한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공주' 난이도 역시 '소녀'와 동일한 주제가 제시되며 다만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뿐이죠. 같은 특성의 옷이라면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이 더 많은 점수를 주긴 하지만, 컨셉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심지어 깎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주제인데 5성 수영복 세트를 입히면? 그냥 꽝인 거지요. 그래서 부위별로 컨셉별로 특성별로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 또 스테이지를 계속 깨 나가야 합니다. 2. 의상 아이템의 내부 구조 각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위 그림과 같이 5개의 특성과, 각 특성별 점수를 가집니다. 그런데 게임상에는 10종의 특성이 존재하지요. 서로 반대되는 특성들이 짝을 이뤄서 총 5쌍이 존재하며, 옷에는 각 쌍 마다 하나씩의 특성이 부여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이 5쌍의 능력치 중 하나씩을 골라서 평가하게 됩니다. 아까 예시로 보여드린 OL 미션의 경우는 '간약'과 '우아' 만이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외에 '섹시', '시원함' '성숙함'도 평가하는 거지요. 각 특성별로 현재 입고 있는 아이템의 특성치를 더하는데, 만일 반대되는 특성의 옷이 있을 경우 점수가 깎입니다. 예를 들어 위 OL 미션의 패션에다가 '간약'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전체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화려'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오히려 전체 점수는 내려가겠지요. 그래서 특성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히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헤어스타일은 디폴트가 존재하고, 상의+하의는 필수지만 나머지 아이템들은 반드시 입히지 않아도 됩니다.) 총 5쌍 10종의 능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슬롯별로 최소 32개(2^5)의 아이템은 있어야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하의 대신 원피스만 입는다고 쳐도 총 5종이니 160개의 아이템은 필요하겠군요. 그런데 이 특성치들이 대립상을 제외하면 시스템 상 조합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의상이다 보니 서로 자주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섹시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갖춘 아이템은 흔하지만 '섹시함'과 '귀여움'은 좀처럼 찾기 힘들죠. 또 5종 특성치가 필요한 대로 갖춰져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엔 SS, S, A, B, C, D 순으로 메겨져있는 특성의 강도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강도가 높을 수록 높은 점수가 나올테고, 레어도가 높을 수록 강도도 높겠죠. 위 예시를 보시면 왼쪽의 원피스는 3성이라 S가 2개, A가 셋이지만 오른쪽의 옷은 5성으로 SS 1개, S 3개, A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슬롯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의 옷을 갖추면 되느냐.. 거기서 끝난다면 참으로 해피하겠지요. 각 아이템은 위 10종 5쌍의 기본 특성치 외에, 별도의 '속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습니다. 능력치 하단에 붙은 잔꽃무늬(碎花)나 서양고전(欧式古典) 같은 것이죠. 옷에 따라 이런 속성이 없을 수도 있고 2개 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예시는 둘 다 1개씩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요. 어떤 스테이지들은 특정한 속성을 지닌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수영복, 중국 현대풍, 중국 전통풍 같은 식이죠. 이런 스테이지들은 속성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형편없이 깎이기도 합니다. 특히 공주 난이도로 가면 아주 얄짤없지요. 위 예시는 무려 '보헤미안'(波西美亚) 스타일의 옷을 요구합니다. 아예 능력치 힌트는 주지도 않아요. 도대체 보헤미안 스타일이란 어떤 걸까요.. 처음엔 어떤 옷인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사실 '보헤미안' 이라는 속성이 있더군요. 오른쪽 그림 처럼요. 각 부위별로 조합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속성까지 감안한다면 필요한 아이템의 양은 또다시 기하급수로 늘어납니다. 현재 게임 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은 총 1964종입니다. 전 현존하는 모든 스테이지를 노멀-하드 공히 S로 전부 클리어했는데 942종의 아이템을 갖고 있는 걸로 나오는군요... 3. 불완전한 퍼즐인가 재미 요소인가 문제는 막상 옷을 입힐 땐 특성치와 속성치가 전부 보이진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단 임무 지시에서도 5종 특성치 중 2개에 대해서만 힌트를 제공하고 있지요. 나머지 3종은 어떻게 알아내느냐.. 기본적으로 목표 지시문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언급한다면 겨울 속성과 따뜻함 특성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겠죠. 또 직접적으로 능력치가 힌트로 제시되지 않더라도 '숙녀'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면 '성숙'과 '청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매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 할 때 입을 옷 이라고 해서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혔는데 정작 평가 항목엔 시원함이 아니라 따뜻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죠. 이건 직접 옷을 입혀서 평가 화면을 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나마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5종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은 아이템이 갖고 있는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 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어쨌든 한번 배틀 들어가면 알 수 있으니까요. 옷에는 5종의 능력치가 있는데, 옷을 입히는 화면에선 항상 그 중 2개의 대표 능력치만 보입니다. 두번째 그림의 천사토끼 헤어스타일이 '활발' '귀여움' 특성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서 활발 / 귀여움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나머지 특성은 어떤지 표시되지 않습니다. 도감에서만 상세 정보가 나오는데, 도감을 보려면 스테이지를 나가야만 하지요. 그리고 도감에서도 기본 목록 상에는 2개의 능력치만 보입니다. 탭 하면 네번째 사진과 같은 화면이 나오지만, 이 상태에서도 설명과 대표 능력치, 희귀도만 있지요. 상단의 [복장소개](服奘介绍) 옆에 있는 [상세속성](详细属性)을 눌러야만 나옵니다. 이 상세 속성을 보기 위해, 도감을 열기 위해, 스테이지를 나오게 되면 입혀놓았던 코디는 초기화 되지요. 그래서 플레이어는 옷들의 속성을 외워야 합니다. =_=... 이 게임은 퍼즐입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은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플레이어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운 혹은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전제가 되는 퍼즐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적난난의 기본 게임 플레이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퍼즐 게임으로 접근할 경우 말이죠. 사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아이템의 모양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식'에 의존해서 말이죠. 왼쪽 그림은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중국 고전 풍입니다. 오른쪽의 구두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지요. 모든 특성들이 위 예시 처럼 선명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신발은 중성풍 외에 영국풍(英伦)이라는 속성도 갖고 있는데, 이건 사실 좀 알아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능력치를 보지 않더라도 이런 속성을 쉽게 캐치하더군요. 이제까지 2명의 여성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능력치나 속성 따윈 보지도 않고 - 말 그대로 정말 보지도 않고 - 그냥 슥슥 코디하는데 S랭크가 튀어나오더군요.. 열심히 도감에서 스크린 캡쳐해서 입혀도 B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말입니다. 정보가 명확하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게임구조론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큰 문제입니다만, 애초에 게임구조론이라는 것 자체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죠. 재미만 있다면 사실 구조 따위 거슬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 느슨함이 없이 그냥 정보가 모두 한눈에 쉽게 공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게임은 주제에 맞춰서 옷을 입히는 게임이 아니라 목록을 뒤져가면서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검색기 시뮬레이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4. 비동기 PVP 플레이 컨텐츠로 PVE 외에 PVP도 준비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인 형식은 PVE와 동일합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옷을 입힌 뒤 상대 플레이어의 코디와 대결을 벌입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랜덤하게 입히는지, AI가 지능적으로 코디하는지 혹은 그 플레이어가 해당 주제에 대해 사용했던 조합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PVE와 달리 상대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상대해야하므로 난이도는 PVE보다 높습니다. 주제어만 제시될 뿐 능력치 힌트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각 판 마다 PVP 승점과 게임 머니,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승패에 따라 양이 조금 달라집니다. PVP 코인의 경우 이기면 5점, 지면 3점을 얻는 정도로 승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단, 매 주 단위로 획득한 승점으로 랭킹을 메기고, 랭킹에 따라 추가로 게임 머니와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이 양은 제법 됩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주간 보상으로 100개의 코인을 수령하는데, 이는 20판을 전승했을 때 얻는 것과 맞먹는 양이죠. 기본적으로 하루에 5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플레이 기회를 구입하지 않으면 모든 본질적으로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없습니다. 즉, PVP 코인은 무료로도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돈을 내는 플레이어가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이죠.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PVP의 판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도저히 결과를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총 5종 능력치를 하나씩 채점하는 PVE와 달리, PVP에선 총합 5번 채점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같은 능력치가 여러번 채점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채점할 때 마다 점수가 달라요. 청순함을 처음 체크할 땐 5000-4000이었는데 두번째로 체크할 땐 6000-9000 이런 식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히 잦습니다. 그런데 그 영문을 알 수 없단 말이죠. 게다가 컨셉과 무관하게 점수가 메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를 보면 제시어는 '여름 이야기' 입니다. 왼쪽의 제 캐릭터는 컨셉에 맞춰서 입었는데 상대는 '여왕폐하' 컨셉으로 입고 나왔어요. 딱 봐도 쪄 죽을 것 같죠. 그런데 점수는 상대가 넘사벽으로 높습니다. 처음엔 이게 매우 분통터졌는데, 지금은 그냥 달관해버렸습니다. 승패에 따른 보상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니, 그냥 주제에 대해서 이전에 입었던 조합을 불러내서 내보내고 있어요. 5. 수집, 정제, 제작, 진화 PVE건 PVP건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이템과 자원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템의 경우 일단 하나를 얻고 나면 같은 아이템을 중복해서 얻을 필요가 없지요. 이 넘쳐나는 자원들을 소화시키고, 플레이어에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 다른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게임들은 카드를 갈아 먹여서 레벨을 올리고 한계 돌파를 시키는 식으로 이를 풀어내는데, 이게 캐릭터 카드라면 모를까 옷에 옷을 먹여서 옷을 강하게 만든다는 개념은 아무래도 좀 애매하죠. 그래서 기적난난은 기본적으로 진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진화의 기본 원리는 위의 스크린샷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들은 같은 아이템을 일정 갯수 모으면 더 레어도가 높은 아이템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3성인 상해탄을 6개 모으면 4성인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고, 상해일몽 4개를 모으면 5성인 상해 연운몽을 얻을 수 있지요. 모든 아이템이 다 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아이템만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진화 아이템은 어떻게 모으느냐.. 여기에 엔드 컨텐츠가 걸려있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에선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캐쉬 가차, 게임 머니 가차, 그리고 진화죠. 상해 일몽 1개는 상해탄 6개에 해당하구요. 가차 없이 상해연운몽을 완성하기 위해선 상해탄 24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해탄은 하드 모드에서, 그것도 단 하나의 스테이지에서만 드롭되죠. 돈을 내지 않으면 하드 모드의 각 스테이지는 하루에 단 3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최소 8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는 상해탄이 드롭될 확률이 100%가 아니므로, 훨씬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겠죠. 상해탄-상해일몽-상해연운몽은 위 세가지 방법만이 존재하지만, 고급 정제나 제작으로 얻어지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소녀 난이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요. 고급 정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색상이나 패턴이 다른 변종을 만들어냅니다. 위 스크린샷의 헤어스타일은 원래 빨간색에 가까운데, 흑색 염료와 제작 원료를 써서 같은 디자인에 검은색 버전을 만들어내지요. 일단 플레이어는 대상이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없는 아이템의 변종을 만들어낼 순 없습니다. 제작 원료는 가지고 있는 다른 아이템을 (주로 중복된 아이템을)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염료와 패턴입니다. 이들은 은색 별이 그려진 동전같이 생긴,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하루에 얻을 수 있는 PVP 코인의 최대 양은 5X5 = 25개 입니다. 흑색 염료가 8 코인이니 최대 획득량의 30%에 달하죠. 그나마 저 헤어스타일은 염료를 1개만 요구하는데 2개씩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피를 토하죠. 그나마 고급정제는 제작에 비하면 들어가는 품이 적은 편입니다. 제작에 비한다면 말이죠. 아이템 제작은 크게 3가지 요소를 요구합니다. 1) 제작비 2) 재료 아이템 3) 설계도. 사실 제작비는 무시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드 한판만 뛰어도 800씩 나오니까요. 재료 아이템은 좀 까다롭습니다. 일부 재료들은 상점에서 게임머니로 살 수 있는 데, 이런 행복한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루팅해야 하죠. 소녀 난이도에서 드랍되는 템이면 그냥 나올 때 까지 돌리면 됩니다. A 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다시 옷을 입힐 필요 없이 그냥 체력만 소모하면 자동으로 돌 수 있고 템이 드랍될지 안될지는 여전히 확률에 달려있지만 직접 플레이하든 자동으로 돌리든 확률에 차이는 없습니다. 공주 난이도에서만 나오는 재료면 자동 진행을 끼고도 좀 골아프죠. 보통 나오는 스테이지는 하나, 많아봐야 둘이고, 하루에 3번씩만 돌 수 있으니까요. 가차에서만 나오는 재료는 그냥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그런데 재료를 모아도 또하나의 큰 난관이 존재합니다. 바로 설계도죠. 대부분의 설계도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동으로 얻습니다. 하지만 일부 설계도들은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가격이 아주 무자비합니다. 위에 별의 바다(星之海) 설계도 가격 보이시나요? 무려 353 코인입니다. 한번도 지지 않는다고 해도 PVP 참가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2주일이 걸리죠.. 아주 피눈물이 납니다. 특히 각 맵에서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전부 S급으로 깨면 열리는 사이드 스테이지에서 바로 저런 무자비한 아이템들을 요구합니다. 결혼식 복장을 요구하는데 게임을 통틀어 웨딩 드레스는 단 한벌 밖에 없고, 제작템이며 설계도 가격이 160코인 이더군요.. 마지막 맵의 마지막 사이드 스테이지는 인도풍을 요구했는데 역시 위 아래 한벌 맞추는데 100 코인 이상 필요했습니다. 여하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적 난난에서는 자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컨텐츠로 진화, 고급 정제, 제작 이렇게 세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여 있습니다. A라는 아이템을 B로 진화시키기 위해선 A가 몇개 이상 필요한데, A는 제작으로만 얻을 수 있으며 A를 제작하기 위해선 C아이템 몇개와 D 아이템 몇개를 얻을 수 있는데 C는 고급 정제로만 얻을 수 있고 D는 다시 E 아이템을 진화시켜서 얻을 수 있는 식으로 말이죠. 애초에 가차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은 포기한다고 치더라도, 이게 제법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잡아먹습니다. 이미 진행은 자동이기 때문에 딱히 재미는 없지만, 이미 모든 스테이지를 깬 상태에선 저거라도 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하지만 사실 진화도 정제도 제작도 진짜 엔드 컨텐츠는 아닙니다. 끝판왕은 따로 있어요. 6. 세트 모든 아이템들이 세트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아이템들은 세트를 이루기도 합니다. 첫번째 스샷은 파티쉐 세트이고 두번째 스샷은 중국풍 현대 소녀 세트죠. 몇개의 아이템이 필요한지는 세트마다 다릅니다. 중국풍 현대 소녀는 헤어스타일, 상의, 하의, 신발로 총 4종만 요구했으나 네번째의 상해연운몽 세트는 머리, 원피스, 목도리, 양말, 신발, 머리장식, 귀걸이, 목걸이, 손목장식까지 무려 9개의 아이템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구성품들을 준비하는 과정도 아주 각양 각색이죠. 이제까지 나온 모든 컨텐츠가 다 포함됩니다. 루팅, 구매, 진화, 제작, 정제 등등. 심지어 어떤 아이템들은 VIP 보상으로만 주어집니다. 두번째 스샷에 나온 저 1대여황 세트는 VIP 10단계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지요.. 제가 지금 VIP 8등급인데 1천위안(17만원)을 써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9등급은 3천위안(50만원)을 요구하지요. 10단계는 얼마나 요구할까요? 다행히도 아직 10단계는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왜 세트를 완성해야 할까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예쁘니까 그리고 세트가 있으니까 겠죠.. 사람이 게임하는데 이유가 필요 없듯이 컬렉션을 완성하는데에도 사실 딱히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세트를 쓰면 쉽게 깨는 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 예를 들어 의료인이 주제어인 스테이지는 간호사 세트나 의사 세트를 사용하면 하드에서도 쉽게 S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세트가 없다고 못깨는 판은 없습니다. 인도 컨셉을 요구했던 최종 스테이지도 전체 세트 구성품 중 딱 둘만으로 (상의와 하의) 클리어했어요. 문제는 세트의 보상이 다른 세트의 구성품과 연결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 스샷 보시면 보상으로 보석(캐쉬)을 준다고 되어있죠? 저건 아주 윤리적인 세트입니다. 도전과제 등으로 보석을 퍼줘서 공짜 현질에 맛들이게 한 뒤 현질을 유도하는게 어디가 윤리적이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진정한 악을 못보셔서 그래요. 진짜 악질적인 세트는, 다른 세트 아이템의 구성 요소를 줍니다. A세트 B세트 C세트 D세트를 모두 완성해야 E세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존재합니다. 이게 진짜 엔드 컨텐츠 끝판왕이죠. 거기에 캐쉬/ 게임머니 가차 보상까지 끼어있으면 정말 언제 끝낼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캐쉬 가차 한번, 게임머니 가차 두번은 공짜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모든 세트를 완성할 수는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7. 구조적 문제 기본 퍼즐 플레이도 재미있고, 장기 컨텐츠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컨텐츠가 짧습니다. 현질을 조금 하긴 했지만 단 3주만에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렸거든요. 그나마도 첫 1주일동안 자동진행을 몰라서 매 판 옷을 일일이 입히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든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하고 나니 할 게 없습니다. 정말로 없어요. 어차피 이제 모든 파밍은 자동 진행으로 돌아가지요. PVP도 입혔던 옷 다시 꺼내 입히는 건 딱 화면 두번 탭하는 걸로 끝납니다. 남은 건 수집 정제 제작 같은 메타 컨텐츠 뿐인데, 여기서도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는 누굴 갈아서 누굴 키울까 정도의 고민거리라도 있는데, 기적 난난은 정말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어느 템을 먼저 제작해서 어느 세트를 먼저 완성할까 정도죠. 그나마도 하드 모드에서 각 스테이지를 딱 세번 돌 수 있으니 재료를 채워서 제작하고 진화하는 기쁨을 누릴 빈도도 높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템을 루팅하고 수집하고 정제하고 제작하고 세트를 맞춰도 그걸 쓸 데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스테이지를 S 등급으로 다 깨놓은 뒤에요. 뭐 스테이지 별로 점수에 따라 또 랭킹이 있긴 한데, 랭킹 높다고 해서 딱히 추가 보상이 있진 않지요. PVP에서 쓸모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PVP는 판정 자체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수집욕 말고는 저 엔드 컨텐츠를 반복할 필요 자체가 없지요. 이게 그나마 일본에서 1년 정도 서비스 한 컨텐츠를 한방에 털어넣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서 빨리 이후의 컨텐츠를 보강하지 않으면 차트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소셜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한 만큼 QQ 플랫폼과 연결되어있고, 친구 등록도 가능한데 정작 친구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아 물론 제가 QQ 친구가 없기 때문에 못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퍼드 처럼 모르는 플레이어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장치는 없었습니다. 뭐 어쩌면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8. 최종 평가 지금까지 기적난난의 구석구석을 살펴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죠. 기본적으로 게임은 캔디 크러쉬 사가 처럼 연속되는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정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채워지는 에너지를 소모해서 스테이지에 도전하게 되며, 성공하면 게임 머니와 경험치, 그리고 각 스테이지별로 지정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획득하게 되죠.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며,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장착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입니다. 일종의 퍼즐인데,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플레이어가 채워나가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획득한 자원들을 재가공해서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나가는 컨텐츠가 있으며 이 부분이 장기적인 플레이와 현질을 유도합니다. 단순히 '여성 취향의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가 오직 여성들에게만 어필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왜 다들 프린세스 메이커 해보셨잖습니까. 제가 순정만화를 좀 좋아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 이유로 30대 남성이 옷장을 열어놓고는 입을 옷이 없다며 상점에 가서는 현찰 털어서 옷을 사입히진 않을 거란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 한국에선 접속할 수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출시되어서 여성 취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여줬으면 좋겠군요. 이미지가 잘 안나오네요. 우선 블로그 링크 겁니다. http://tophet.tistory.com/114
  5. kaelove1234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지금 폴아웃 쉘터가 잘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라고 하신 건가요?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서 출시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인 폴아웃 쉘터는 출시 2주만에 무려 6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성공작입니다. 한 때 캔디 크러쉬 사가를 제친 적도 있을 정도였죠. 도대체 그런 게임을 가지고 '잘 만들어진 게임인가?' 라고 묻는 게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오프라인 지원을 한다는 것 외에는 이 게임에 부정적입니다. 그냥 부정적인 것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쓴 글입니다. :wink: 폴아웃의 지적 재산권을 가져오긴 했지만.... IP를 가져온 게임 중에 이것을 만족시킨 케이스가 별로 없었는데 폴아웃 쉘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마이 리틀 포니 게임에 제가 얼마나 큰 실망을 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내게 X을 줬어!!!) IP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컨텐츠에 맞춰 시스템이 설계된 것이 아닌, 시스템에 맞춰 컨텐츠가 설계되었다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집니다. 저는 유명 IP를 다루는 게임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적재산권, 즉 폴아웃의 IP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다면 먼저 폴아웃이 무엇인가부터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폴아웃 매니아들이 폴아웃 쉘터에 건 기대는 매우 컸을 겁니다. 게임 폴아웃이란 무엇일까요? 핵전쟁으로 멸망한 황무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죠.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모험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폴아웃 쉘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폴아웃 쉘터는 폴아웃의 스킨을 입은 팜류 게임입니다. 단지 그 뿐인 것이죠. 모든 시스템들이 얄팍하기 그지없습니다. 예를 들면 폴아웃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과 아이템이 있지만 여러분은 이것에서 어떠한 개성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레이저 개틀링건은 일반 소총에 비해서 단지 공격력이 세고 그 뿐입니다. 어텀 대령이나 알리스터 텐페니 등 수십 종의 다양한 원작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차이는 능력치 뿐입니다. 능력치는 게임 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요? 아마 물을 잘 퍼거나 전기를 잘 공급시키는 것 같습니다. DT나 V.A.T.S요? 기대도 하지 마세요. 어째서 폴아웃 시리즈에서 끝내주는 유명인인 DJ 쓰리 독이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라디오 시설에서 뭔가 차별화된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럼 쓰리독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요? 그냥 매력도 10짜리 캐릭터죠. 매력도 10짜리 다른 캐릭터와 비교하면 그냥 선글라스를 낀 간지남에 불과합니다. 폴아웃 쉘터의 IP를 사용한 방대하고 다양한 컨텐츠들은 결국 한정된 룰 안에서 가짓수를 뻥튀기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폴아웃 시리즈에서 사용하고 보았고 그래서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든 간에, 여러분은 이미지 외에 어떠한 경험도 폴아웃 쉘터 내부에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과연 폴아웃 쉘터의 개발자들은 폴아웃 시리즈 자체에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긴 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2D에 수직 구조로 펼쳐진 팜류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걸까요? IP 게임이라는 것은 전부 다 이 정도에 그치나요? 비직관적이고 컨트롤이 무거운 인터페이스 필요한 정보를 보기 어렵고 일일이 눌러봐야 합니다. 수십 층과 백여개 가까운 방, 또는 200여명에 달하는 볼트 거주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그저 어떤 능력치에 맞게 배치하는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관리는 트레이닝 룸의 존재로 인해 한층 더 짜증스럽습니다. 정말 자그마한 캐릭터의 숫자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다니요. 그런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관리량에 비해 관리 방식은 불편하고 한없이 단순합니다. 여러분은 이 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능력치가 필요한지만 알면 됩니다. 이동을 시키면 +표시가 뜨긴 하지만...그런 식으로는 쉘터가 크면 하루종일 걸리겠군요. 쉘터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니 폴아웃 시리즈에서 얼마나 많은 볼트가 망했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적용된 후에는 볼트 거주자들을 이동시킬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근데 주로 대부분의 전략적 요소가 이것 뿐이라서....편해졌다고 좋아해야 할지는 의문이네요. 게다가 필연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 폰의 혹사가 끝내주는 수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당연하죠. 아이폰 6 외에 아이폰에서 이 게임을 제대로 돌릴 수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한 화면에 다 뿌려주는데 최적화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애초에 아닙니다. 캐릭터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리스트를 보거나, 아니면 직접 쉘터의 특정 위치를 눌러서 해당 캐릭터를 눌러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이미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젠장 좀 눌리라고! 도대체 이렇게 작은 화면에 무슨 짓을 한 건가요. 태블릿 전용 게임도 아닌데! 심지어 누르면 렉이 생겨요! 아이폰 5는 은퇴할 때가 된 것일까요? 그런데 애초에 이런 식으로 디자인된 게임이 렉이 안 걸릴 수 있을까요? 쓸모없고 뻔한 탐사 시스템 폴아웃 쉘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쉘터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한 축은 탐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탐사를 보내면 다양한 아이템들을 주워오죠. 이 아이템들은 정말 쓸모없다고 여겨집니다. 한 무리의 레이더들을 조지는데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실제로 탐사를 보낼 때 전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냥 레벨이 높고 좋은 장비를 끼면 어떻게든 뭔가 해 옵니다. 그렇지만 아마 좋은 장비보다 낮은 장비들을 주로 얻게 될 겁니다. 나중에 가서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으니까 한다' 류의 컨텐츠가 됩니다. 글쎄요. 골드를 얻어오는 게 그나마 중요한 역할이겠지만....그리고 탐사를 보낸 만큼 돌아올 때도 시간이 걸린다고요? 이 게임에 있는 아마도 유일한 현실적인-그리고 짜증나는- 요소겠군요. 10시간을 걸어서 되돌아 온다고요? 도대체 이 양반은 어디까지 간 거야?? 재미없고 따분한 전투 본질적으로 폴아웃 쉘터는 전투를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정말로요. 보는 것도 재미없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그저 전투원들을 목표한 방에 넣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침입자들이 옆방으로 도망가는데 멀뚱멀뚱 제자리를 지키는 경비원이 정말 있기는 한 건가요? 화염방사기가 로켓 발사기와 다른 점은 시각적 차이 뿐입니다. 불이 붙는다거나 도트 데미지 그런 거 없습니다. 게다가 믿기지 않게도, 항상 세 명의 레이더가 침입하는 모양입니다. 뭔가 업데이트가 되기 전까지 여러분은 항상 비슷한 수준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수준이라는 것은 한없이 낮은 수준을 의미하죠. 아마 여러분들은 레이더가 어떤 장비에 어떤 무기를 꼈는지 생각도 안해봤을 거에요. 왜냐면 그걸 고려할 필요도 없거든요. 한없이 가벼운 운영 한 가지 확실한 건 전기가 부족해지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그 말은 전기 관리만 잘해도 망할 일은 없다는 걸 의미하죠. 건설은 초기에 상당히 복잡해 보일지도 모르나, 실상 배치는 크게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레이더의 진입 경로에 병사들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일부 시설이 3칸까지 확장되는 것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엑스컴의 기지 건설에 비하자면(물론 이쪽은 PC이긴 하지만) 그냥 자원관리에 불과합니다. 물론 팜류 게임들이 그렇지만.... 장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치가 있을 뿐입니다. 무기는 공격력이 높은 걸 껴주시면 됩니다. 전통적으로 폴아웃 시리즈 장비들의 내구도 관리가 정말 골때리긴 했지만 폴아웃 쉘터에는 없습니다. 예이~! 팻맨은 한방이 강하지만 범위 공격에 탄환이 매우 비싸거나 구하기 힘들었죠. 상관없습니다. 그런 개념도 없거든요! 그냥 무기 1, 장비 1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그래도 상관없어 보입니다. 단지 몇 가지 능력치만 다를 뿐이죠. 시리즈 전통적으로 실탄 무기가 로봇 계통에 잘 먹히지 않았죠. 알 게 뭡니까! 로봇 따위 나오지도 않습니다. 모르죠. 탐험 도중에 여러분은 텍스트로 그들과 마주쳤다는 메세지를 볼 수도 있겠지만. 누가 선택도 없이 반복되는 탐험 메세지 따위에 신경이나 쓴답니까? 게다가 나와도 무기 능력치 타입이 공격력밖에 없는데요. 그리고 생존하기 위한 게임인데 생존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설 운영에 국한됩니다. 여러분이 전기가 부족한데 전기 시설을 안 만들고 엉뚱한 건물을 만든다면 여러분들은 말 그대로 X된 겁니다. 외부의 위협? 화재나 방사능 바퀴벌레의 출현? X도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걸로 게임이 망하면 그건...어.....그럴 수도 있겠죠. 물론. 여러분이 라면을 먹으러 간 사이에 볼트 전체가 불바다나 바퀴벌레 천지가 될 수도 있겠죠. 게다가 이 볼트 거주자들은 행복이란 게 전기나 먹을 거만 안 떨어지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오르나 봅니다. 아주 써먹기 쉬운 녀석이에요. 술집 같은 걸 지어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런 애들만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왕국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개성이라는 게 능력치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녀석들이거든요. 까탈스러운 놈들이 없는 걸 보니 분명히 다들 게리인 것 같습니다. 게리가 뭐냐고요? 말이라고는 게리밖에 하지 못하는 클론들로 득실거리는 볼트가 있었더랬죠.... 기대하기 어려운 외부 랜덤 요소도 마찬가지죠. 라디오 방 업그레이드해도 오는 놈들은 뻔합니다. 탐사를 통해 얻는 장비도 그렇고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여러분들은 그런 '디테일함' 또는 '깊이' 에 대한 기대가 다 허사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이 게임은 '대박이다!' 라던가 '오 좋은걸?' 이라는 걸 느끼기가 힘듭니다. 아마 도시락 박스 외에는 말이죠... 폴아웃 쉘터가 현질이 없다고요? 천만에요! 그외에는 모두 무미건조하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언젠가는 도시락 박스를 더 갈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도시락 박스에 든 것들이 여러분의 취향과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여러분은 쉘터의 문을 닫아버릴 겁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올 운명이죠. 총평 폴아웃 쉘터는 옆으로 얇고 넓게 퍼진 게임입니다. 그래픽 퀄리티도 뛰어나고 겉보기에는 할 게 많아 보이죠. 하지만 각각의 시스템들을 플레이하게 되면 길어도 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누크콜라 따위..... 폴아웃 쉘터가 초반부에 핫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폴아웃 IP에 매력을 느끼는 유저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기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꺾이게 되는 것은 유저들도 이제 그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해 봅니다. 폴아웃 쉘터가 폴아웃의 IP를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게임이라는 것을요. 말마따나, 스킨만 바꾸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예를 들면 방공호 게임이라던가....누가 알겠어요? S(스트랭스-힘)가 발전소에 필요한 기능이라고요? 그럼 NP(노가다 포인트)라고 해도 되겠죠. ---------- 폴아웃 쉘터에는 정작 체감할 만한 폴아웃의 테이스트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 점이 제게는 가장 큰 실망이 아니었나 합니다.
  6. 안녕하세요, Zeraison 입니다. Facebook에서 있었던 게임 디자이너 선배 님들의 흥미로운 토론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포럼으로 옮깁니다. (GDF 회원이 아닌 분들의 이름은 임시로 성의 영자 표시를 일괄 적용했습니다.) ---------- Sunbkim: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news/3449/read?articleId=1798724&bbsId=G003&itemGroupId=44&pageIndex=1 (메인 퀘스트를 제외한) 퀘스트 안내 표시를 없앴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묘한 기분. 공식 사이트에서는 보기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긴 한데. 참담한 기분은 뒤로 하고, 이건 편의성 문제보다 저 사람들에게 퀘스트를 찾아가고 해결하는 과정이 다른 요소들(전투 등)에 비해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게임플레이가 되어주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TOS는 전혀 해보지 않아서 TOS가 그런 재미를 주는지 안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중에 '탐험하고 찾아가는 건 어드벤처 게임이지 RPG는 사냥과 성장이 본연의 재미'라는 말이 이미 (한국 MMO) 플레이어들 사이에 주류로 형성된 인식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서양 싱글 플레이어 RPG 씬에서 '메이저 RPG vs. 클래식 스타일 RPG'의 대비와, 클래식 스타일 RPG 인구 안에서도 '퀘스트 vs. 전투'의 대비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 Tophet: 저는 이 댓글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사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저널 기록을 자동으로 남기는 것 조차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사도였고, 던전 RPG의 오토맵 또한 '모눈종이에 지도를 그리는 재미'를 져버린 것이었죠. 퀘스트 마크와 탐험의 재미가 반드시 상충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탐험의 재미는 퀘스트를 찾아 NPC 하나하나 찾아보는 행위에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퀘스트 마크를 없애기 이전에 재미있는 이야기, 탐험할만한 세계를 준비했는지가 의문이네요. 한국이 아닌 중국에 있어서 클베 신청을 못했습니다만. ---------- Voosco: '모험의 재미'라는걸 과거의 사례를 '그대로' 옮겨오는 걸로 복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대에는 현대에 맞는 '모험의 재미'를 주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 Jeong: 재미있는 시도 같네요. 뭐 퀘스트를 사냥 노가다보다 조금 빠른 레벨업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한테는 의미없는 시도겠지만. NPC가 퀘스트를 주는 모든 게임이 NPC 머리 위에 느낌표를 달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TOS도 그런 게임 중 하나라면 좋을 것 같군요. ---------- Kil: 직접 찾아다니는 아기자기한 재미. 뭐 이런 것을 원한다면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제는 퀘스트 자동 네비게이션은 그냥 있어야 하는 것. 이 되어버렸는데... 그냥 없앨테니 알아서 찾으세요. 는 ㅠㅠ 저도 언제나 고민 되는 주제입니다. 능력이 미천한지라 거의 잊으려고 노력했던 주제이기도 하고요... ---------- Kim: 없어도 인벤보고 할껀데요 뭐; 안찾아보는 친구들만 손해보는거지. 저도 Tophet 님 의견에 동의 ---------- Sunbkim: 공략 언급하시니 생각나는데, 한국에서는 '공략'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걸 영어에서는 strategy(전략)와 walkthrough(따라하기)로 나누죠. '전략'은 전투처럼 예측불가능성이 있고 역동적인 게임플레이를 잘 하기 위한 조언으로, '따라하기'는 스토리와 선택지처럼 정적인 부분을 그대로 따라하도록 하는 겁니다. 왠지 고전적인 루돌내러톨인터랙티브스토리텔링어쩌구 논쟁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이게 퀘스트 게임플레이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전투 같은 다른 게임플레이 부분에 비해 정적이고, 시스템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대사와 스토리 등 정적인 요소로 재미를 줄 수 밖에 없다는 부분이요. 탐험을 봐도 (해보진 않았지만 겉으로 봤을 때) TOS가 의미있는 탐험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결국 시스테믹한 게임플레이로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투와 성장(그리고 커뮤니티)만 남겠죠. 그런 전투와 성장, 커뮤니티를 중점으로 즐기는 사람들에게 퀘스트 마크가 없다는 건 재미있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전투와 성장 진행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불편함, 소위 노가다가 될 것 같습니다. '정적인 스토리'와 '동적인 전투'의 조합은 사실 오랫동안 쓰여온 게임 형식이긴 합니디만, 그 두 모드가 병행하는 형식을 둘 다 즐길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이제는 소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퀘스트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고민은 퀘스트/내러티브를 어떻게 동적이고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로 만들 것인가, 결국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들 하는 고민이겠죠. ---------- Mediahazard: 저는 어떤 방법론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UI에서 과도한 힌트를 주지 않는 것이 게임플레이의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시행착오의 경험은 제거해버리고 다른 형태로 탐험을 체험하는 게임의 재미도 있겠죠. 다들 아시는 뻔한 얘기를 하자면, 각각의 게임과 타겟 유저가 다를테고... 그걸 하나의 법칙으로 적용해서 옳다 그르다를 따지긴 어려운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해보지는 않았지만) TOS가 그런 것(고전적인 퀘스트 RPG를 계승하는 게임디자인 / 특히나 국내에서 매우 매우 수가 적고 매니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저층 & 그에 대한 채산성)을 감안하고 퀘스트 안내 표시를 없앤 것인지에 대해서는 Sunbkim님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의구심이 들기는 합니다. ---------- Kim#2: 메인 퀘스트가 아닌 서브 퀘스트만 없앴다는 부분을 생각해 볼 때, TOS에서 적극적으로 이 시도를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애초에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메인 퀘스트까지 날려버린다면 확실히 일이 커지겠죠. 그렇지만 TOS의 행보는 그 정도 규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브 퀘스트가 보상이나 다른 면으로나 그저 '보너스' 정도라면 생각보다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네요.(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뺀 것일지도요)
  7. 안녕하세요, Zeraison 입니다. 트위터에서 개발자 분들의 게임 네러티브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기에 그 중 포럼 회원 님들의 대화를 뽑아 포럼으로 옮겨보았습니다. (더 많은 개발자 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옮기지 못한 점은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tophet: 싱글 플레이어 게임들은 변수를 통제하고 스크립트를 통해 말 그대로 '영화같은' 경험을 제공해주곤 하는데 다수 플레이어를 전제로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네러티브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이건 조금 난감한 문제일 수 있다.. 블소, 구공온, 길드워2 같은 경우는 인스턴스로 공간을 분리하고 스크립트로 연출을 시도. 구공온의 경우, 대화/연출 씬에 파티원 전체가 참가하기도... 한편 디아블로, 보더랜드2, 데스티니의 경우는 게임 내에서 별도의 화자가 이야기를 '읊어' 주는 것으로 네러티브를 전달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건 경험 측면에서의 '네러티브'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네러티브' 이야기 ---------- Voosco: 난 온라인에서는 굳이 내러티브 '전달'하려하기보다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도록 부추기는 쪽이 더 낫다고 보긴 하지만 ... 굳이 하려면 와우의 '월드 이벤트'식이 좋지 않은가? 싶음. 월드 전체를 대상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벌어지고 그걸 통해서 내러티브 전달.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음. (따라서 어느정도 예고같은걸 해 줄 필요가 있음) 가성비는 굉장히 낮긴한데, 반대로 그때 그 자리에 있었기에 경험할 수 있었다는 부분, 즉 경험의 희소성은 압도적으로 귀한게 되니까. 뭐 나중에 리플레이 등을 통해 또 볼 수는 있더라도 '현장감' 같은게 좀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 ... 스포츠 중계의 생방송과 녹화방송처럼, 내용은 같더라도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라는 것이 중요시되는 거야말로 게임과 같은 매체에 잘 어울리지 아니한가 ...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인용하는거긴 하지만, 블레이드 런너의 레플리칸트 로이 배티의 대사,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같은걸 게임 접을 때 할 수 있다면 대단치 않겠는가! 게임 접으면서 아바타가 이런 대사를 하는거임.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ve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막 눈물이 ... ---------- tophet: 사실 뭐 거창할 필요까진 없고 "만렙 드래곤이 마을에 쳐들어와서 수백명의 플레이어가 막아낼 떄 바닥에 구르던 시체192이 나였다..." 뭐 이정도만 되어도... ---------- Voosco: 실제로 리니지2 바츠 해방 전쟁에 내복단 2378번으로 참가했던 무수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mmorpg 얘기 나오면 그 에피소드를 읊어대고 있지 ... 지금도 !! (이쪽은 게임 서사가 아니긴 하지만) ---------- tophet: 하지만 사실 그 바츠 해방전쟁 내복단 2378번이야 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MMO에서만 가능한 플레이어 서사 아니겠습니까... ---------- zerasion: 게임 서사가 아니다 라는 것은 게임이 제공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집단 서사이기 때문에 구분하신 것인지요? ---------- Voosco: 네 맞습니다. 지금 얘기하려는건 게임에 내장된,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서사이지 플레이어들끼리 만들어낸걸 말하는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게임의 서사도 앞서 트윗의 내용들을 만족한다면 엇비슷한 감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와우의 그 ... 스카라베 군주 이벤트처럼. ---------- tophet: 음. 그런 거라면 Earth And Beyond 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8.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오늘 Twitter에서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링크 하나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포럼에 그 대화들을 모아 옮겨봅니다. (용이한 편집을 위해 실제로 대화형 멘션 묶음인 경우와 별도의 개인 독백인 경우가 섞여 있으니 이 부분은 참고 부탁 드립니다.) ---------- lolkain: "유비소프트 표준 대작"에 대해서 - (링크) http://neetical.egloos.com/3515728 저 개인적으로도 오픈월드 게임에 대해 스터디를 하고 있지만 하면 할 수록 생각할 거리도 많고 기획안이 떠오르는것도 많아서 즐겁습니다 ㅎㅎ ---------- tophet: 나에게 오픈월드 혐오증을 심어준 게임 중 하나가 어쌔신 크리드였는데, 서브 퀘들이 양은 많아보이는데 지나치게 얄팍했고, 그래서 하다 보면 금방 고갈됨. 하다하다 지겨워서 그냥 관둠. 엘더 스크롤 시리즈도 마찬가지...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서브 퀘스트가 자동으로 생성된다고 할 수 있는데, 퀘 자체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쟤를 죽여라' '쟤를 죽여라') 찾아가서 실제로 죽이는 '실행'하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계속 생겨나기도 하고. 사실 서브 퀘스트들은 위쳐3 처럼 어떤 결과가 세계에 누적되지 않는 이상에야 그냥 반복시켜도 몰입에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나 데스티니 봐도 멀쩡함. 이런 반복은 몰입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반복시키지 않으므로 제한된 비용 내에서 분량을 채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서브퀘는 얄팍해짐. 오히려 이런 소모되지만 얄팍한 컨텐츠가 나한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 zerasion: 일단 제 감상은, 대작은 대작 역할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대형 개발사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쪽입니다. 몰개성 부분은 제가 아직 유비 대작 라인의 다른 시리즈를 못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쉬운 대목인 것 같긴 해요. 링크된 글에서 공감하는 건 "재미 없는 포멧을 복제하고 있다"와 "작품들 간의 개성이 사라진다"는 것. 하지만 대작이 완성형을 향해 자가복제하는 게 나쁜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일례로 와우와 완전히 똑같은 시스템 구조를 가진, 디아블로의 세계관과 스킨을 가진 또는 스타크래프트의 그것을 가진 게임이 나오면 그것은 "잘못"일까요? 복제품만 아니라면, 게임들 사이에서 게임 디자인이 "반드시 달라야 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닌 이상 무언가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고, 그 차이가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작품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무엇이 다르냐"로 작품의 가치가 판단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컨텐츠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글쓴 분과 정 반대의 입장입니다. 오픈월드에 메인 퀘스트가 정말 필요한가? 쪽이라서요 ㅎㅎ 그걸 아예 들어내버리면 저 서브 퀘스트들에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비가 그걸 잘 포장할지는..ㅋ tophet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재미 없는 걸 계속 하게 된다"는 부분이고, 오픈 월드는 그런 점에서 잘못된 장르적 접근이라기 보단 아직 갈 길이 먼 장르라고 보아야하지 않나는 입장입니다. ---------- tophet: 언급한 구성에서 메인 퀘스트를 들어내버린다면 정말 뻔한 패턴이 반복되는 얄팍한 서브 퀘스트들로 채워지는 건 아닐까요. ---------- zerasion: 서브 퀘스트가 얄팍하고 반복적이라는 건 분명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메인퀘를 들어내면 서브퀘를 그렇게 안만들지 않을까 하는 나이브한 추측이에요. ㅋㅋ ---------- tophet: 얄팍하고 반복적인 서브퀘스트가 늘어나는 건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서이고, 서브퀘스트 채워넣다가 메인퀘스트가 밀려나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메인급 서브퀘스트들로 채워지거나 얄팍한 서브 퀘스트만 남지 않을까요.. ---------- zerasion: 세계관을 전달하는 몫을 온전히 메인퀘스트에 전가했기 때문에 서브퀘스트는 킬링타임의 목적만 분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그래서 메인퀘가 사라지면 서브퀘의 의미와 제작 의도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ㅎ ---------- lolkain: 대작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뭐 회사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집단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맞는 말이긴 하네요. 다만 게임으로서는 어떠한가를 생각하면.. 음. 할리우드를 떠올리면 좋은 예시가 될듯 하네요. 저는 오픈월드에서 컨텐츠를 채우는 것. 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퀘스트라고 하는 절대적 컨텍스트는 스토리에 의해 좌우되는가. 라는 측면인데, 많은 경우 rpg의 그것을 차용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봅니다. ---------- zerasion: 일단 유비는 대작과 실험작을 병행하는 꽤 좋은 모습을 "적어도 아직까지는" 보여주고 있으니 유비 대작에 물린 게이머는 실험작들로 충족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ㅋㅋ 전 tophet 님 트윗에서 모르도르의 예시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생각됩니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컨텐츠로도 오픈월드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느낌이라서요. ---------- linea: NPC의 배경 이야기 같은 걸 서브에 풀어놓는게 낫지 않나 싶네요. 메인에서 세계관에서 제시를 하면 서브에서 더 그걸 깊게 만드는 구성이 가장 베스트 같아보여서요. ---------- shotbyshot: 전 배경이 달라지는 게 탐험/거점 게임에서는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모험의 동기 측면) 3D멀미가 있는 저에게 1/3인칭 차이도 꽤 큽니다 ㅋㅋ 제가 유비빠라 그런 거 아닙니다... ---------- lolkain: 동기부여라는 점에서 배경이 달라지는건 꽤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야 많은 rpg도 뭐가 되든 보스 때려잡고 템 분배하고.. 털린 보스만 불쌍하네요 ㅋ ---------- tophet: 유비대작류의 서브 퀘스트가 왜 숫자만 많고 얄팍한가를 사실 따져보면 1. 일단 비선형 구조이기 때문에 서로 연계나 깊이를 만들기 힘들고 2. 어쨌든 한번 하고 버리는 '소모' 구조이기 때문에 품을 들이기 힘들죠. 1번과 2번이 합쳐지면 제목과 지문만 약간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는, 고만고만한 얄팍한 서브 퀘스트가 대량으로 채워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데, 가장 좋은 건 절차적 생성을 넘어서 세계 내에서의 '창발' 이겠습니다만 뭐 그건 좀 하이테크고. 애초에 서브 퀘스트가 '소모'되는 구조 자체가 전 불만이라서요. 신경써서 잘 만들고 나중에 반복시키면 안되나? 랄까.. 디아블로3 어드벤쳐 모드 그 자체, 그리고 그 안의 필드 퀘스트 ---------- zerasion: 오옷. 그 부분은 저도 동감합니다. 왜 소모적이어야 하는가하는 부분이요 ㅎㅎ ---------- tophet: 파이어폴과 데스티니의 바운티 (이 둘은 성향이 다릅니다만),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오크잡기 등등. 같은 컨텐츠를 연속해서 반복한다거나 하면 곤란하겠습니다만, 일정 규모의 풀 내에서의 반복은 괜찮아보이거든요. ---------- khalbora: 음... 오픈 월드의 스토리 퀘스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픈월드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야 말로 절차적 생성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갈 길이 너무 멀지... 절차적 스토리 생성의 핵심은 '이게 사람이 직접 쓴 것 보다 재미있는가?'로 요약이 가능한데 기존의 절차적 생성 방식으로는 이게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컨텐츠와 달리 스토리에서는 유저의 기대치가 만족도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 지형이나 액션에서는 기대한 일이 일어난다가 멋짐과 직결된다. 반면에 사람들이 말하는 멋진 스토리는 보통 개연성에 충실하면서 예상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전을 미친듯이 좋아하지만 그 반전의 가치는 '내가 왜 이걸 몰랐지!' 여야 한다. '이게 말이 되냐!'면 그대로 망함. 절차적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는 크루세이더 킹즈가 있는데... 디테일을 유저가 채워넣게 되어있다 보니 재미있는 감상글이 많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 일들은 결국 유저가 고려했어야 하는 수 많은 변수 중 하나에 의한 일이다 보니 결국 유저가 납득하게 되고 그 와중에 디테일을 채워넣다 보니 야 이거 재미있네... 가 되는 셈. 물론 대다수의 유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 tophet: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까지 아주 멋지지 않으면 기억하질 못하죠... ---------- khalbora: 네. 그런데 절차적으로 생성한 스토리를 텔링까지 기막히게 하기에는 생성 기술도 전달 기법도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죠. ---------- tophet: 스토리를 절차적으로 생성한다는 건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 khalbora: 뭐 사회학과 심리학의 초인이 절차적 스토리텔링의 꿈을 꾸며 게임기획에 뛰어들어 무제한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냥 100명한테 스토리 쓰게 시키는게 더 싸겠죠. ---------- tophet: 스토리에 대한 기대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퀘스트 자체를 절차적으로 생성하지는 못할 것. 하지만 만들어둔 퀘스트를 절차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가? 이게 요즘 내 고민임. 데스티니, 파이어폴, 워페이스 등이 이를 절차적으로 사용하고 있음. 셋 다 PVE FPS 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FPS의 컨텐츠 생산 비용이 RPG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것에 기인할 것. 디아블로3 역시 필드 퀘스트들을 보면 잡퀘들을 절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유저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NPC들의 시덥잖은 대사가 아니라 당장 할 꺼리 (와 보상)이 아닌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RPG + FPS 인데 팀 규모와 역량상 컨텐양이 턱없이 부족함. 어떻게 하면 적은 자원으로 플레이타임을 늘릴 수 있나 고민하다 보니 결국은 컨텐츠의 절차적 재사용이라는 결론이 나왔습죠.. 워페이스가 PVE에서 레벨을 절차적으로 재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일단 PVE는 2개의 작은 스테이지가 이어져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완성함. 작은 스테이지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인 구성을 지난 path와 스페셜 구성의 junction. junction은 보스전, 디펜스 모드, 호위하기 등 특별한 미션을 갖고 있고 각 지역(테마)별로 여러개의 path와 junction을 지니고 있음. path와 junction을 하나씩 랜덤하게 뽑아서 이어붙임. path는 정방향일 수도 있고, 역방향일 수도 있음. 그래서 만일 8개의 path와 5개의 junction이 있다면 가능한 조합은 모두 80가지. (8 X 2 X 5) 라지만 사실 유저가 기억하는 건 5가지의 junction 뿐이라능...
  9.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어제 공개된 데브캣 스튜디오의 신작, "마비노기 듀얼"을 너무 재미있게 즐긴 나머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하는 마음에 출시 만 하루도 안 된 시점에 성급하게 타자를 두들겨 봅니다. 우선 접근하려는 방식은 제가 이해한 범위 내의 규칙에 대해서 매직 더 개더링(이하 MTG), 하스스톤, 그리고 마비노기 듀얼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이 세 게임 모두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MTG의 경우 특히 경험이 부족해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발견하시면 이 스레드를 통해 정정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할 것 같습니다. ---------- 1. 유사 게임과 규칙 비교하기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세 개임의 규칙들을 비교해 본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그래서 마비노기 듀얼은 어떤 효과를 얻었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승리 조건 유사 장르에서 게임의 근간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세 개임 모두 똑같은 조건을 승리 규칙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TCG에서 파생된 CCG의 경우에도 대부분 플레이어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카드 외 함락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특기할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2) 트레이드 아마도 TCG라는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T(Trading)를 지킨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크게 "카드 게임"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스스톤은 트레이딩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CCG(Collecting Card Game)으로 분류됩니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소울링크로 카드 교환을 하는 시스템 등을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게임을 나누는 부분에 대한 재미에 대해 가치를 크게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소모 자원 MTG의 덱에 구성할 수 있는 소모 자원의 종류 제한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눈물) 하스스톤에서는 이를 마나스톤이라는 단 한 가지의 자원으로 압축해 굉장히 파격적인 접근성을 제공했는데요, 마비노기 듀얼은 최대 세 종류의 자원을 같은 덱에 구성할 수 있게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깊이를 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자원에 대한 이해와 운용에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다수의 초반 플레이어들에겐 복잡한 요소로 여겨질 수 있고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무덤 하스스톤은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사용한 카드는 기본적으로 소멸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간혹 일부 카드의 "부활 효과를 가진 주문"을 통해서만 죽은 하수인을 되살릴 수 있고요. MTG는 기본적으로 물질계(..)의 카드를 쌓아놓고 하는 게임이며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무덤에서 카드들을 다시 가져오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계승한 것 뿐만 아니라 기본 시스템 안에 녹여내는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1의 행동력과 영웅의 체력 일부를 소모하는 대신 무덤의 모든 카드를 다시 손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마비노기 듀얼만의 드로우(카드 뽑기) 없는 시스템과 최대 12 장으로 구성되는 덱의 제한 때문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이 끝나기 전에 손에 든 모든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이 매우 많을 테니까요. 5) 방어력 하스스톤은 매우 여러모로 간단한 규칙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어력의 경우도 오직 영웅에게만 존재하는 개념이고 방어력을 무시하고 직접 체력을 깎는 특정 공격 방식이 아니고서야 방어력 수치 1은 체력 1과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이죠. 방어력이란 오직 체력보다 먼저 감소되는 개념이라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의 방어력은 생각보다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도무지 어떤 규칙으로 감소하는 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다른 플레이어의 공략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이해했습니다. [헝그리앱] 마비노기 듀얼 방어력과 체력의 관계에 대해서 방어력이 있어서 방어자에게 유리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지만, 그래서 몇의 공격을 맞았을 때 각각 얼마 얼마씩 깎이는 지, 그래서 더 압축해서 이걸 맞았을 때 이 소환수가 사는 지 죽는 지 판단하기가 초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6) 효과의 분류 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MTG에는 명시적으로 분류되는 효과 구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시브 인스턴스 등의 스펠 제외) 하스스톤은 세 가지로 압축되어 명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전투의 함성/죽음의 메아리/미분류 가 바로 그것입니다. 전투의 함성은 하수인이 전장에 등장할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죽음의 메아리는 하수인이 죽을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미분류는 카드에 적힌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룹을 다시 다른 효과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죽음의 메아리를 가진 하수인이 등장할 때마다 공격력 1 증가 등) 하지만 MTG와 마비노기 듀얼은 딱히 시스템적으로 이를 구분지어 그룹화 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여기서 설명을 카드 가득히 상세하게 표현한 MTG의 경우에 비해 공간 제약이 심해 문장을 압축한 마비노기 듀얼의 효과 설명이 굉장히 애매하거나 부족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문장만 봤을 때 이 효과가 한시적인건지 지속적인건지 또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주는 지가 모호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하스스톤의 효과 분류 방식은 반대로 이야기해서, 게임이 가질 수 있는 효과의 종류를 제한하는 역기능이 되기도 합니다. (웃음) 7) 턴과 페이즈 매직은 한 턴이 전투 선언, 공격자 선언, 방어자 선언, 전투 피해, 전투 종료 등 여러 개의 페이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가로로 놓는 탭 방식을 사용해서, 사용하지 않은(언탭) 카드는 비용만 충분하다면 한 턴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은 페이즈를 삭제하고 턴 내에서 비용 제한 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열어두었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한 턴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도 턴은 유지하고 페이즈를 삭제한 부분까지를 보면 하스스톤처럼 간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행동력"이라는 강한 제약을 추가했습니다. 내 손에 카드도 충분하고 자원도 충분하더라도,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횟수는 아래에서 다룰 레벨에 따라 강하게 제약됩니다. 8) 소환수 중간 계산 MTG는 한 턴 안에 사망시키지 못한 소환수는 다음 턴에 모든 체력이 회복됩니다. 이는 전장 상황을 따로 적지 않는 이상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기억만으로는 제대로 게임을 진행시키기 어려운 오프라인 게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일텐데요, 하스스톤과 마찬가지로 마비노기 듀얼도 소환수들의 중간 결과를 턴이 끝나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니 만큼, 기계가 인간의 계산을 대신해서 화면에 표시해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부분은 현대 게이머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튼튼한 원류가 되는 게임을 각색하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탄탄한 규칙을 흔드는 일이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감행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9) 되살리기 되살리기는 사실 위의 4) 무덤에서 무덤의 존재 여부만 언급하고 행동력을 소비해 모두 가져오는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 분리했지만 위에서 언급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10) 드로우(카드 뽑기) 일반 포커나 화투처럼 뒤집힌 카드를 뽑아 어떤 카드가 나오는 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는 운의 요소를 MTG나 하스스톤은 그대로 따릅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 같은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드로우라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의 상황에 보다 전략적인 대응과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장점이 되지만, 반대로 선택 하나 하나의 무게가 커지기 때문에 게임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게임에 운이 개입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도 실력과 무관하게 승리에서 멀어질 수 있고, 반대로 잘 못하는 사람도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승패의 결과에 대한 플레이어의 책임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으로 두는 것 같습니다. 11) 자원 추가 자원을 추가하는 방법은 세 게임이 모두 다릅니다. MTG는 플레이어가 미리 덱에 포함시켜둔 대지 카드를 매 턴 마다 1장씩 사용해 자원을 축적해나가는 방식이고, 하스스톤은 아예 시스템이 정한 "턴 마다 최대 마나스톤 1 추가"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매 턴마다 자신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자원이 1씩 추가되는 것이 기본적인 자원 추가 방법이지만, 여기에 추가 자원 획득이라는 변수를 넣어 두었습니다. 턴 내에 행동할 수 있는 횟수인 행동력을 1 소비해서, 내가 사용하는 자원들 중 랜덤한 한 종류를 1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운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드로우를 제거한 방식과 꽤나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이는데, 행동력 1의 가치가 굉장한 게임에서 그런 행동력을 소비하고 습득하는 자원이 랜덤하다는 부분은 꽤나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활용해 단일 자원 덱 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도 메타게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만, 꽤나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12) 기본 공격 대상 MTG의 소환수들은 특별히 방어자가 지정되지 않는 한 영웅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스스톤은 기본 공격 대상이라는 개념이 없이 아예 모든 대상을 수동으로 설정하며, 다만 상대편이 전장에 소환한 "도발" 효과를 가진 하수인이 있다면 반드시 이 대상을 먼저 처치해야만 하는 규칙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이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공격 대상을 결정합니다. 게임에는 플레이어마다 정해진 다섯 개의 슬롯(자리)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각 슬롯에 소환된 소환수는, 바로 앞 슬롯의 대상을 공격하게 됩니다. 앞 슬롯에 소환수가 있다면 그 소환수를, 빈 칸이라면 영웅을 공격하게 됩니다. 간혹 카드의 조건에 "ㅇㅇㅇ한 대상을 공격"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굉장히 명료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다른 카드 게임들과 달리 "판"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드 게임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막지 않으면 영웅을 때리겠다"는 것은 MTG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13) 공격 방식 MTG와 하스스톤은 모두 동시 판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2 이고 체력이 1 인 두 대상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 둘 다 사망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공격자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강한 대상을 앞에 두고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하는 장기나 체스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력이 얼마가 됐든, 내 공격력이 적의 체력보다 크기만 하면 내 소환수의 사망 없이 적을 처치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성격을 다른 두 게임과 크게 가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4) 레벨 게임 도중 레벨업한다는 점이 굉장히 DOTA like로 불리는 MOBA라는 장르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밖에서 플레이를 반복하면 직업별로 경험치를 누적하는 하스스톤의 레벨 개념이 아니라, 실제 대전 도중에 영웅이 레벨업을 하는 개념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레벨업의 효과가 굉장한데, 앞서 계속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턴 당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이 1씩 증가하고(레벨 = 행동력), 각각의 카드들이 영웅 레벨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위의 8) 소환수 중간 계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컴퓨터 게이밍이니 만큼 레벨업으로 변화된 카드들의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레벨업 하기 전에는 레벨업을 했을 때 어떤 변화들이 있을 지 플레이어가 사전에 파악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레벨업을 할 지 말 지를 선택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영웅의 레벨에 따른 카드의 성능 변화는 각 카드들을 확대한 상태에서 "도움말"을 보면 표시가 되긴 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번거롭고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데다 그만큼 직관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레벨업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하는 게 대체로 유리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경험치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왜 자동으로 레벨업 시켜주지 않는 건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 사실 이후에 UI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을 추가하려고 했지만, 이미 글의 양도 지나치게 길어졌고 점심 시간이 다해버려서 2부로 쪼개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의 소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마비노기 듀얼 정말 재밌네요...! 헉헉헉!
  10.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요즘 출퇴근 시 간간히 몬스터헌터4G를 즐기고 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차지 엑스"라는 무기를 사용하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평어로 쓴 글을 복사하였으며,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블로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3 ---------- 요즘 몬스터헌터 4G를 하면서 신형 무기인 차지 엑스를 쓰는 중인데, 차지 엑스는 얼핏 보면 포터블 3rd의 신형 무기인 슬래시 엑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써보면 두 모드 사이의 균형이 깨진 느낌이 든다. 슬래시 엑스는 도끼로 차지하고 검일 때 피해량도 공격 각도도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검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 되고, 도끼일 때의 전용 액션들로 선택지 정도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이는 쌍검의 귀인화가 어떻게든 귀인화가 되면 좋지만 귀인화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차지 엑스는 한손검과 방패 상태일 때만 차지할 수 있고 도끼일 땐 소모만 할 수 있고 차지를 할 수 없는데, 도끼의 특정 기술(A 또는 A+X)에서만 차지된 병을 소모한다. 그런데 그 특정 기술은 한손검 상태에서 특정 콤보를 통해 도끼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도끼 단계를 유지하는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차지된 힘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장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 장전은 한손검 상태에서밖에 할 수 없고, 위에서 말한 도끼 스킵 콤보도 장전 동작에서 이어지는 콤보가 있어 더더욱 도끼 상태를 유지할 일이 사라진다. 도끼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한손검 상태보다 기본 피해량이 높고 공격 각도가 대검처럼 크게 종/횡 베기라 부위 파괴에 유리하다는 정도인데 피해량은 병 소모 기술이 훨씬 크고 공격 각도 또한 도끼와 유사해서 부위 파괴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도끼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도끼 모드의 단점인 "가드 불가"와 "기본 이동속도 느려짐"만 더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슬래시 엑스와는 다르다 슬래시 엑스와는!"이라는 느낌으로 굳이 "다르기 위한 다름"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1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oughts on Alien: Isolation and Horror Simulation 원문 주소: http://frictionalgames.blogspot.kr/2014/10/thoughts-on-alien-isolation-and-horror.html 공포 게임은 꽤 흥미로운 장르이지만 암만봐도 대박을 칠 것 같지는 않은 장르이기도 하죠. 거칠게 말해보자면 '태생적으로 마이너하다'라는건데, 그래서인지 관심가지는 분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잘 못본 듯. 그렇다면 사실 호러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이렇게나 긴 글을 물어올 이유는 별로 없는건데, 읽어보니 그냥 재밌더라구요. 굉장히 쉬우면서도 편하게 호러 게임을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글을 옮기는 제 솜씨가 변변찮아서 이 재미를 다 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했습니다. - 제가 해보지 않은 게임이 많기에 (사실 대부분 못해봄;;) 게임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게임 제목도 아마 일본 제목과 북미 제목(레지던트 이블 vs 바이오 해저드)이 다를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발매년도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면 그것도 아마 일본 출시일과 북미 출시일이 달라서 일 수 있습니다. ------------------------------------------------------------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흥미로운 게임이다. 내가 호러 시뮬레이션이라 부르는 장르의 가장 최신작이기도 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수년간의 다른 성공작들이 쌓아올린 지식의 많은 부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멋지다. 그러나 이 게임이 특정한 종류의 게임플레이를 명확히 정조준하고 있기에 다수의 문제점들이 도출되었으며 노리고 있는 게임플레이 이외의 다른 요소들은 더 나빠진 부분도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 게임은 훌륭하며 진심으로 매우 대단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즉, 적어도 나에게는, 크나큰 단점이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영화 에일리언의 충실한 재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에 대해 적절히 논하기 전에 우선 비디오 게임의 역사와 디자인 이론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려한다. 역사 속에는 두 가지의 호러 게임 문파가 존재해왔다. 하나는 일반적인 게임플레이 위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문파(호러 포장)이고, 다른 하나는 호러 영화/소설에서 생기는 일들을 게임에서 재창조하려는 문파(호러 시뮬레이션)이다. 전자는 숨어있는 공포(Lurking Horror: 1987) 등으로 시작되어 잘 알려졌다. 매커니즘적으로 이들 게임은 다른 동시대의 어드벤처 게임과 유사하지만, 플레이어를 놀래키기 위한 이벤트들과 무서운 배경설정 등이 덧씌워져있다. 후자는 정확하게 포착하기가 다소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3D 몬스터 미로(3D Monster Maze: 1982)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겠다. 이 게임은 제목이 게임 자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미로에 갇혀서 한 마리의 몬스터로부터 달아나야 한다. (이 경우에는 도트로 표현된 T-Rex이다.) 수년간 호러 포장 게임의 디자인은 번창하여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1995, 어드벤처 게임), 7번째 손님(7th Guest: 1993, 퍼즐), 바이오해저드(Resident Evil: 1996, 액션 슈터) 등과 게임들의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호러 시뮬레이션은 훨씬 드물었다. 3D 몬스터 미로 이후로 이 부류에 어느정도라도 적합한 게임은 클락 타워(Clock Tower: 1995)이다. 자, 이제 이 두 종류의 디자인에 대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볼 차례이다. 클락 타워가 바이오 해저드와 구분되는 지점은, 그 핵심 매커니즘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게 아니라 호러 스토리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클락 타워는 단 하나의 몬스터(거대한 가위를 든 작은 남자)가 몇몇 장면에서 플레이어를 사냥하게 만듦으로써 이를 이루어낸다. 플레이어는 벽장에 또는 침대 아래에 숨어서 이 몬스터가 자신을 발견하여 죽이지 못하길 바라게 된다. 이를 바이오 해저드의 핵심 매커니즘과 비교해보면, 바이오 해저드에서는 플레이어가 탄약, 무기, 그리고 체력 물약을 모아 맞닥뜨리는 몬스터들과 싸운다. 클락 타워는 오로지 공포스러운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바이오 해저드의 게임플레이는 어떤 종류의 설정과 분위기에서도 잘 동작하는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가 두려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탄약, 인벤토리 관리, 제한된 세이브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무엇도 두드러지게 공포스러운 상황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여전히 바이오 해저드는 다양한 적들을 쏴넘기며 전진하는 게임인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의 아주 적은 몇몇 구역들만이 호러 무비나 소설에 들어맞을 것이다. 그러나 클락 타워는 호러 무비나 소설에 적합한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클락 타워가 호러 영화에 어울리는 상당량의 동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침대 아래 숨기, 거울 속을 들여다보기, 도망치기, 몬스터 밀기 등등. 플레이어는 게임을 해나감에 따라 단순히 게임플레이의 규칙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장면들을 재현하게 된다. 바이오 해저드는 별로 그렇지 않으며, 게임은 전형적인 전략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기에 몇몇 두려운 요소들이 덧붙여진 정도이다. 클락 타워는 호러 시뮬레이터이자 일반론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호러 게임이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첫째로 게임플레이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꽤나 전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그것이었다. 둘째로, 실질적인 추격장면은 플레이하기에 많이 투박하고 짜증스러웠으며, 적절한 두려움이나 공포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러 시뮬레이터로서는 꽤나 커다란 결점에도 불구하고 클락 타워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단점들에서 눈을 돌려보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플레이 가능한 형태의 호러 요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와 유사한 게임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들 중 한 가지인 헬 나이트(Hell Night: aka Dark Messiah, 1998)는 하나의 몬스터로부터 도망친다거나 등 뒤를 돌아보는 버튼, 동료를 신중하게 택해야 하는 등의 멋진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 또한 다양한 문제들로 몸살을 앓았으며, 이는 종종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번진다. 심지어 사일런트 힐(Silent Hill, 1999)과 같은 고전명작 조차도 호러 시뮬레이터적인 비중은 적은 편이다. 이 게임의 대부분은 퍼즐을 풀고 적들과 싸우는 것(때로 도망가는게 나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전투를 통해 적을 물리치는게 가장 좋다.)에 기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시뮬레이트하기보다는 플레이어의 통제 바깥에 배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들어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 2001)에서 주인공이 벽장 속에 숨는 장면은 컷씬으로 처리된다. 클락 타워에서는 거의 동일한 장면이 플레이를 통해 진행되었음을 상기하자. 사일런트 힐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부분을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중 일부만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장면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사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개인이 할법한 행동과 부합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 봐도 이런 요소들이 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핵심적인 개념인 것은 분명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근본적인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형적인, 때로 서사적 관점에서 넓게 봤을 때는 말이 되지 않는 게임플레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클락 타워 다음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경험을 적절히 전달하는 게임은 사이렌(Siren, 2003)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은 실제로 꽤 말이 될 법하게 짜여져있다. 예를들어 지도는 주지만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울러 세계를 몬스터의 눈으로 바라보게 허락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요소들은 내가 호러 스토리의 가운데에 서있다는 느낌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 그러나 사이렌의 문제는, 클락 타워와 유사하게, 이런 요소들이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짜증스러운 경험은 점차적으로 전체 몰입과 두려움을 간단하게 감소시킨다. 한번 더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디자인은 어떠한 유인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자 이제 내가 "멘탈 모델링"이라 부르는 디자인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논하려한다. 멘탈 모델링은 호러 포장과 호러 시뮬레이션 사이의 차이에 꽤 근접하게 관련된 개념이다. 우리가 바이오 해저드같은 게임을 할 때, 적과의 모든 조우는 아주 전술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필요로 한다. 마주한 적이 어떤 종류인지를 확인하고, 자기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탄약은 충분한지, 체력은 괜찮은지 등등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머릿 속의 모델은 적의 외형에 집중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숫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는 매우 스트레스가 큰 일이며, 호러라는 소재와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상력과 서사적 직관의 몫은 아주 조금만 남게 된다. 그러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에서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에 더 많이 집중하며, 우리의 마음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스스로를 환경의 일부로 간주하게 만드는 맵 시스템과, 추측을 통해서만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적이라는 요소가 맞물리면 이는 훨씬 더 강렬하고 호러스러운 멘탈 모델을 구축한다. 문제는 바이오 해저드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치적 확신이 없기에, 이 게임에서는 전술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런 류의 게임이 짜증으로 번지기 쉬운 부분이다. 사이렌이 제공하는 멘탈 모델링이 호러 게임에 더 잘 부합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넓게 봐서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 잘 동작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 다시 게임 역사로 돌아가보자. 사이렌의 출시는 내가 호러의 황금기라 부르는 시대의 종언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바이오 해저드, 사일런트 힐, 페이탈 프레임(Fatal Frame, 2001) 등 호러의 새로운 바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후로는 그 모든게 말라붙어 버리고 액션 기반의 게임들이 증가했다. 바이오 해저드 4(Resident Evil 4, 2005)가 이런 유행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 중 하나는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판매량과 제작 비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또다른 중요한 - 그리고 앞의 이유와 연관된 - 이유는 이 장르에 발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많은 거대 게임들이 비교적 평범한 게임플레이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식이었다. 이런 식의 포장만으로는 뭘 대단히 바꾸는게 어렵고, 플레이어가 포장 속의 매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호러는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새로운 뭔가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우리 회사가 나오는 곳이다. 페넘브라: 검은 역병(Penumbra: Black Plague, 2008)을 출시하며, 우리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 게임을 만들려 시도했다.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게임 세계에 대한 플레이어의 인식을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가 페넘브라: 서곡(Penumbra: Overture, 2007)에서 배운 교훈들을 토대로, 위에서 언급한 혈통의 게임들을 통해 내려졌다. 이후 몇년간 전투가 없는 호러 게임들의 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일런트 힐: 조각난 기억들(Silent Hill: Shattered Memories, 2009)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나치게 짜증나는 경험 또한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Amnesia: The Dark Descent, 2010)의 출시에 대해 내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게 한 가지 있다. 게임의 기본적 시스템만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벽장에 숨어있는동안 몬스터가 지나쳐가는 것을 숨막힐 듯한 공포 속에 지켜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사일런트 힐2의 벽장 컷씬을 그대로 게임 플레이로 재창조해낸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클락 타워의 중심 매커니즘들 중 하나를 멋지게 시뮬레이트 해 낸 것이다. 물론 나는 공포 게임 일반의 견지에서 이런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거론하기엔 너무 편향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우리가 호러 장르에 미친 가장 큰 기여라고 느낀다. 2년 후, 슬렌더(Slender, 2012)라는 짧은 무료 게임이 새로 나왔고 나는 이 게임이 호러 시뮬레이션 장르의 진정한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슬렌더는 평범한 게임플레이 요소는 거의 없는 단순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넓게 트였지만 약간 미로스러운 배경을 돌아다니며 몇 개의 노트를 모아야 한다. 이 게임이 몰입을 자아내는 지점은 호러를 시뮬레이트하는 방법에 있다. 플레이어는 슬렌더 맨을 볼 수 없으며, 주의깊게 움직여야 하고, 플래시는 너무 많이 쓸 수 없으며, 으시시한 소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야하고 ... 등등. 이 모든 게임플레이 요소들은 아주 모호하며, 이들이 조합되어 강력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로 거의 아무것도 아닌 대상으로부터 강렬한 공포 경험을 할 수 있다. 슬렌더에는 아주 적은 스토리만 있을 뿐이며 대단한 목표도 없음을 기억하자. 특정한 가상의 공간 내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 날 것 그대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지 않다. 하이드(Hide, 2011)와 같은 또 다른 인디 게임도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해냈지만, 슬렌더는 그것이 게임 제작의 방법으로서 성공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우리가 게임 내 요소들을 충분히 모호하게 표현하기만 한다면, 그래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그러한 모호함에 기반하여 플레이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을 가진, 깊이 몰입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몇몇 관점에서 슬렌더는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는 울펜슈타인 3D의 호러 게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의 동작 원리를 증류하여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정제해 낸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유사한 게임들이 뒤를 이었다. 그들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아웃라스트(Outlast, 2013)가 있다. 아웃라스트의 스토리는 종이처럼 얇다. 한 저널리스트가 모종의 실험이 실행되었다는 소문이 있는 오래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이 장소는 들끓고 있고, 그는 탈출해야 한다. 퍼즐도 없고 전형적인 게임플레이도 없다. 그저 미쳐버린 수감자들로부터 숨거나 도망가야하는 다수의 맵이 있을 뿐이다. 맵들 중에는 쉬어가기 위해 마련된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그저 걸어가면서 (또는 다음 목적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으스스한 배경물들 사이를 지나게 된다. 주변에 흩어진 단서들에는 배경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그걸 읽어봐야 알 수 있는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단서들을 모두 무시하고 지나가도 여전히 일관된 서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것은 플레이어가 놓여지는 상황 그 자체이다. 몬스터들을 피해 라커로 숨고, 중얼거리는 그들 뒤로 숨어서 지나가고,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여러분을 향해 점프할지 아닐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나쳐 가며, 흐릿하게 보이는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위험을 피해야 하고, 등등등. 게임플레이의 모든 장면들이 그 즉시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장면으로 바뀔 수 있다. 아웃라스트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터이며, 게임이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상황 그 자체로부터 서사가 발생한다. 자 이제 드디어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의 가장 최신 핏줄이자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다. 이 게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단 하나의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다. 게임 전체가 몬스터가 어디있는지를 알아내고 피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기에, 많은 측면에서 3D 몬스터 미로의 2014년 버전이라 할만하다. 물론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당연하게도 3D 몬스터 미로보다 월등히 복잡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게임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고, 이들 모두는 다함께 동작하여 멘탈 모델을 구축하게하며,이 멘탈 모델은 게임과 완벽하게 들어맞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을 정말로 무섭게 만들어준다. 첫째로, 다른 호러 게임들처럼, 사운드가 매우 중요하여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사운드를 통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소리들은 다른 생존자들(플레이어에게는 적대적), 고장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 자신이 내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훌륭한 앰비언트 사운드일 뿐 아니라, 게임의 진행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행동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의식해야 한다. 게임은 시끄러운 삑소리를 내는 동작 감지기를 다른 사람들 너무 가까이에서 사용하면 상대가 여러분을 볼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그 이후 여러분은 자신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이 된다. 무엇보다도, 세이브를 하는데 필요한 세이브 스테이션이 또렷하지만 미약한 소리를 낸다. 주변은 어둡고 스테이션은 위치를 알아내기 어려운 곳에 자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꽤 혹독해서 아주 작은 실수도 급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기에 게임을 하는 내내 언제나 세이브가 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세이브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취약해진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짤막한 영상들 중 주의를 기울여 화면을 보거나 듣게 만들어놓고 갑작스레 깜짝 놀라게하는 것들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런 종류의 느낌이다. 그러나 그 직후의 짜증스러움은 없다. 에일리언이 게임 내의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앞서 설명한 이 게임의 플레이어에게 형성되는 멘탈 모델을 더하면, 플레이어는 아주 사소한 소리에도 진지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에일리언이 언제 어디서든 무작위적으로 나타나는 듯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마인드 모델은 모호해지고, 상상에 대해 편집증적이 되기 쉬워진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은 호러 게임에는 아주 멋진 것이고, 여기에 여러분이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에일리언에게 포착된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더해진다. 도망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스스로의 움직임에, 에일리언이 있을 수도 있는 위치에, 그리고 - 당연하게도 - 그들이 낼 지도 모르는 소리와 내가 낼 지도 모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측면들은 아이템(조음기, 섬광탄, 권총 등)에도 적용되어 서로 다른 종류의 적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작용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예컨대 섬광탄은 어둠을 밝혀주지만 주의를 끌 가능성도 있다.) 예를들어 적대적 인간들이 있는 방이 있다면, 여기에 조음기를 던져넣어 에일리언을 유인하고, 에일리언으로 하여금 그들을 죽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방안에 있는 인간들보다 더 위험한 에일리언을 여러분이 있는 곳 가까이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이러한 상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측면은 에일리언이 여러분을 살금살금 움직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잠입액션 게임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이동 중인 적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일은 흔하다. 이러한 전술은 또한 숨어서 움직인다는 개념상 나은 선택지이자 서사적인 측면으로도 더 말이 된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여러분은 절대 경보를 울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저 언제까지고 숨어만 있는 것이 나은 선택지로 여겨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여러분이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좀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흐릿한 외곽선만을 보게되며, 멀찌감치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이럴 경우 가까이서 관찰할 경우 종종 눈에 띄는,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NPC임을 일깨워주는 멍청한 행동들을 보지 않게되고, 따라서 여러분은 스스로의 머릿 속에 좀더 생생한 형태로 다른 이들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마인드 모델과 이러한 행동들이 겹쳐져, 게임플레이 공간은 보다 적절하게 공포(호러)를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때로 스크립트되지 않은 공포스러운 장면이 플레이어의 눈 앞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들어 라커 속에 숨은 상태로 일단의 생존자들이 에일리언에 의해 붙잡혀 살육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이 괴물이 다음에는 자신을 잡으러 오는 식이다. 아울러 아웃캐스트와 비슷하게, 플레이 중의 어떤 장면이든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대목이 될 수 있을 법 하다. 여러분의 플레이에 따라 호러 스토리가 펼쳐지며, 이 스토리는 여러분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2008) 등의 호러 포장에 기반한 유사한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여러분이 하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스크랩 모으기나 세이브 스테이션 등의 좀더 게임스러운 매커니즘을 별개로 한다면, 여러분은 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인물이 했음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게임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몇 가지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들어 동일 장르의 좀더 오래된 게임들처럼,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또한 매우 짜증스럽다. 마지막 세이브로부터 20분이 지나도록 쌓아올린 긴장감이, 너무 느닷없이 죽음으로써 분노와 짜증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게임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리고 이러한 모호함은 전술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이긴 하지만) 이 게임은 스스로가 충분히 주의하고 영리하게 행동한다면 여하한 위협도 어지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리뷰 점수를 통해서, 그리고 나 자신이 게임을 하며 때때로 느꼈던 극도의 짜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게임을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데에 편리한 일종의 헛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빈번히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소 소극적으로, 안정된 템포로 그저 죽음을 피하기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며 진행하면 게임은 꽤 쉬워진다. (즉, 게임 클리어에 최적화된 진행 템포는 게임이 제공하는 최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템포보다 느리다.- voosco) 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으로 에일리언의 AI가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더 잘 흡수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플레이어가 라커에 너무 자주 숨는다면 빠르게 뒤로 물러나 줌으로써 게임의 진행 속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개발팀이 플레이어들을 특정한 사고방식으로 유도하는데에만 신경쓰지 않고 이런 헛점을 이용하는, 그리하여 좋은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이들을 위해 난이도를 낮춰주는 요소를 배치했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짜증과 나쁜 템포가 확실히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고 본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하면 비교적 고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매우 단순한 서사와 어울려 생기는 일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세이브 스테이션이다. 게임에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여러분의 사고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게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딱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플레이어로서 여러분의 가장 큰 목표가 되는 것이다. 게임이 제시하는 목표인 파워 스테이션의 활성화는, 실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음 세이브 장소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목표가 되지 못한다. 이는 즉 여러분의 개인적인 내러티브가 단순화되어, 그저 루팅하고 세이브하는 플레이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게임의 서사 위에서 고차원적인 의미를 갖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목표에 관련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로,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흥미로운 서사적 중요성도 가지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단순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임이 그저 파워업하고 키카드를 찾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는 얄팍한 서사의 도금을 입힌 고전 게임들의 미션 디자인과 다름없다. 이런 류의 지루한 목표 제시가 게임에서 꽤 흔한 일이긴 해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꽤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염두에 둬야하는 정보(세이브 스테이션, 동작 감지기, 에일리언의 흔적, 루팅, 자원, 등등)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가운데 그 이상으로 복잡한 목표를 떠올리긴 어렵다.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길을 잃으면 멘탈 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적절한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 박사가 돌아다녔던 방들을 확인하고, 그의 시체로부터 키카드를 찾으세요.) 결국 게임은 언제나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줘야하고, 경험이 대체로 단순해져버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짜증스러워질 수 있다. 아웃라스트에서도 비슷한 미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아웃라스트에서도 더 개선할만한 구석은 없다. 같은 문제에서 파생된 디자인 상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연관된 다른 문제로 게임 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디오 로그와 노트들이 그다지 적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컨텐츠 측면에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월등히 더 흥미로움에도 아웃라스트와 유사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접속 터미널에 접근하는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정보를 너무 많이 가지게 되는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이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변 상황이나 배경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긴 매우 어렵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이런 단점들을 잘 살펴보면, 이 게임이 정말로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임이 점점 더 명백해진다. 마치 슬렌더나 3D 몬스터 미로처럼 말이다. 그저 플레이할 공간이 더 많을 뿐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길다란 호러 스토리를 들려주는게 아니다. 적대적 인간 생존자나 끔찍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이 포함된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 플레이어를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어떻게 플레이되는가에 따라 흥미로운 서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 게임에는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시오" 말고는 어떠한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고차원적 스토리도 없다. 이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고, 게임의 기본적인 부분들도 그런거 없이 잘 돌아간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문제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너무 길게 가져간다는 점에 있다. 플레이어가 (나처럼) 일종의 더 깊은 서사적 경험을 원해서 게임을 플레이 할 경우, 불과 수 시간만에 소모되어버린다. 전체 플레이타임이 최소 15시간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건 안좋은 부분이다. 아웃라스트는 클리어에 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쪽이 게임 플레이에 좀더 걸맞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또다른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의 1편을 차용한 게임일거라 기대하고 시작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 중의 하나를 게임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본다면, 게임의 원작은 1편보다는 3편이나 4편에 더 가깝다. 1편은 영화 전체에 걸쳐 괴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후의 순간에 그 괴물과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숨겨진 러프크래프트적 공포를 발견하는 전개이지, 이미 완성된 괴물로부터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달아나는 얘기는 아니었다. 게임은 어떤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몰래 이동하며 영화의 작은 부분을 전달하는 것은 영화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개발자들을 욕하긴 어렵다. 유사한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그들도 에일리언에 대해 꽤 많이 생각하고, 아마도 원재료에서 약간의 분기를 취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셀링포인트가 괴물 그 자체라는 점에서 아마도 세가와 20세기 폭스사는 싫진 않았겠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영화의 구성을 게임으로 모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게임플레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몬스터 미로를 살펴보자. 몬스터 미로의 게임 플레이와 영화를 훌륭한 매체로 만들어주는 이유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긴 어렵다. 이 게임은 미리 설정된 상황 속에 플레이어를 데려다 놓고 그 속에서 무엇이든 플레이가 진행되도록 하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강력한 장점은 플레이어에게 쫓긴다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것이고, 거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원본을 더 나은 모습으로 재현하기 위해 일정한 노력을 했다. 예를들어 우리는 영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유기된 우주선을 향해 원정길에 나선다. 그러나 이는 내게 그저 평이할 뿐이다. 에일리언의 알들, 페이스 허거,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너무나도 완성되어 있어서 결코 어떤 신비한 느낌도 주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안좋은 것은 이런 요소들이 영화와는 달리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나서고 남은 자원에 주의하고 특정한 소리를 잘 듣도록 훈련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화가 주었던 임팩트는 모두 사라져버린다. 나는 호러 시뮬레이션이라는게, 우리가 호러 게임을 만들때 바라는 일종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그저 게임을 플레이할 뿐인데도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에 들어맞을 법한 경험을 하며 무서워하는게 가능하기에 좋아한다. 이게 내가 게임에서 바라는 류의 스토리텔링이며, 따라서 호러를 그저 포장으로만 사용하는 쪽으로 후퇴하는건 좋은 생각이 못된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는 꽤나 크고 명백한 문제가 있다. 지금 상태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은 그 속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더 고차원적인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에서 우리는 유사한 문제를 만났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그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며 퍼즐을 풀고 몬스터를 피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배경스토리를 읽으면서 사막의 무덤이 열리고, 브레넨버그 성(Brennenburg castle)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며, 그 이상의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플레이어가 호러 게임을 플레이하며 겪어야 하는 이상적인 순간들이다. 단순히 일기장 쪼가리나 읽는게 아니라. 문제는 그저 이런 장면들만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거기에 알맞는 경험을 만드는데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행성으로의 여행은 숨어서 돌아다니는 것만큼의 몰입을 제공하지 못한다. 에일리언을 피해 숨으려 노력하는 순간 플레이어의 멘탈 모델은 당장 지금 일어나는 일에 맞추어지며, 주인공이라면 했음직한 일들을 하게 한다. 그러나 유기된 우주선을 방문하는 순간에는 그저 컷씬을 보고있을 뿐이다.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에 있음직한 종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 첫번째로, 나는 기초적인 게임플레이의 사용에 제한이 더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웃라스트의 플레이 타임은 5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신선한 느낌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내게 이 게임 후반부의 1/3 정도는 억지로 한 감이 있다. 암네시아 또한 이런 문제를 겪었다. 게임의 절반이 지난 후부터는 적과의 조우가 충분히 예측할만하며 무섭지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 게임의 몰입이 깨진 느낌이 드는가는 아주 주관적인 문제이지만, 최소한 적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수록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호러 게임에서 몬스터는 아껴쓰는게 좋다. 두번째. 적절한 멘탈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난이도에 의존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들이 사용한 방법은 긴장감이 높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 게임의 범위를 크게 좁히는 댓가를 치르기도 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런 방법을 쓰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난이도를 높이는데 사용된 장애물들 중 뭐라도 하나 (세이브 스테이션 같은 거) 빠지면 긴장감도 함께 사라진다. 호러 게임들이 지향해야하는 것은 지고 있다는 스트레스의 감각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엮어내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눈 앞의 공포스러운 시각 및 청각적 대상에게 투영하는 심리학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이렇게만 구축된 구조는 깨지기가 매우 쉽다.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임적 장치를 노출해야만하고, 이는 즉 호러 시나리오로부터의 몰입 이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답은 게임플레이 장치 자체에 내재된, 일종의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한거 다 다시 해야되면 어쩌지?"라는데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내 행동이 이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 광범한 요소들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실제로 적용된 가장 좋은 예는 아마도 워킹 데드(Walking Dead, 2012)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순수하게 불확실한 결과에 기반하여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보게된다. 예를들어 누가 플레이어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게임플레이 상의 가장 분명한 문제는 분기를 타야한다는 것이겠지만, 생각만큼 큰 부담은 아니다. 워킹 데드도 실제로 약간의 분기를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분기의 존재를 알고 있다해도 선택은 여전히 긴장감을 부여한다. 몰입적인 느낌을 주며 결정에 신경을 쓸만큼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킹 데드는 호러 시뮬레이션과는 동작 원리가 꽤 다른 게임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게임을 통제할 수 있어야하며 컷씬은 최소화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커니즘을 떼어내서 그대로 붙여 적용하는게 불가능하다. 우리가 재고해야 할 것은 어떻게 선택을 부여할 것이며 그 효과는 어떨까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의 꽤 초기에 이런 부분들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이 테스트를 암네시아: 저스틴(Amnesia: Justine, 2011)이라는 이름의 무료 DLC에 담았다. 다크 디센트에는 명확하게 선택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지만 결과적인 실패라고 할만한 것은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죽음을 당하면 월드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다. 이를통해 지금까지 얻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감만큼의 긴장감을 주진 못하지만, 일종의 공포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부여한다. 저스틴에는 필수적이진 않은 퍼즐들이 있는데, 하다가 실패하면 죽는다. 이 또한 꽤 잘 동작했다. 이 - 게임플레이 본편의 요소들과는 분리되어 있는 - 퍼즐들이 호러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전달(다소간이나마 영화 쏘우에서와 같은 장면을 재창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큰 문제는 이들을 더 큰 규모의 게임에 더 부드럽게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발자국은 일반적인 잠입액션의 게임플레이에서 데스 패널티를 빼면서도 같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이하의 세 가지 큰 과제들을 해내야한다. 첫째. "지금까지 해놓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와 연관된 내재적 짜증을 제거하여, 몰입을 깰 위험이 있는 부분들을 덜어내는 것이다. 둘째. 난이도에 의존한 반복플레이 디자인 (죽으면 했던 곳을 또 하고 또 하고 ... - voosco)을 제거하여 탐험 요소와 복잡한 목표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셋째. 이런 절차들을 통해 어떻게하면 호러 시뮬레이션을 확장하여 몬스터로부터 숨고 몰래 이동하는 것 이상을 노릴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으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오리지널 에일리언 영화의 경험을 재창조하는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곧 출시할 SOMA를 통해 실험 중인 것이다. 스포일러를 하긴 싫으니 우리의 접근법을 너무 깊이 파고들긴 어렵겠지만, 개괄적인 부분들은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플레이어들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게되고, 이러한 변화를 다루는 방식에 의해 서사가 풀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들은 단순히 어떤 오브젝트와 인터랙션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것, 또는 예를들어 특정한 생물에게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식으로 더 모호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서사의 효과는 어떤 식으로든 엄청난 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후에 가게 될 장소가 좀더 무섭게 변한다(예: 조명이 사라짐)던가,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을 죽인다던가, 플레이어가 특정한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거나, 심지어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식이다. 우리의 희망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게임 월드에 필수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이를 내면화하고 그들 자신의 마인드 모델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마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다음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 헤맬 때의 긴장처럼, 일련의 행동들이 야기할 결과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이는 작은 발자국일 뿐이며, 게임이 릴리즈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동작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바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몬스터에 쫓기기" 시나리오 너머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2000년대 중반 호러가 그저 포장 용도로만 쓰였기에 호러 게임이 침체기에 들어갔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게임들이 잘못됐다는건 아니지만 여기에만 머무르는건 바보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호러 장르에는 여전히 많은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최근 호러 시뮬레이션들의 성공은 비디오 게임이 이 잠재력을 잘 다룰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던져준다.
  1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트위터에서 와우와 레이드와 FF14의 레이드를 간략하게 비교하는 글이 잠깐 올라왔었는데, 이견이 많아서 원트윗은 지워진 모양이더군요. 여기에 대해 오랜기간 와우를 플레이해오신 https://twitter.com/_doss 님이 의견을 주셨는데, 평소 제가 생각해오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옮겨봅니다. 아래의 글은 트윗을 그대로 옮긴거라 여러개의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일단 '와우의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하기엔 와우가 너무 오래 된 게임이고 컨텐츠 양도 많아서 같은 확팩 안에서도 너무나도 다른 레이드가 많아서 딱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내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 와우엔 전투시간이 16분씩 되는 네임드도 있고, 4분 넘으면 전멸이라 3분 안에 잡아야 하는 네임드도 있다. 이게 여러 확팩도 아니고 같은 던전 5넴 7넴에서도 이런 차이가 있으니 어지간히 일반론적인 게 아니면 와우의 레이드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본다. 와우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탱딜힐의 존재' 정도...? 심지어 탱딜힐 개인이 각자 해야할 역할 자체도 확팩마다 달라지고, 레이드 참가 인원도 확팩마다 다르기 때문에 와우의 레이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다른 경험. 물론 오래 하다보면 결국 큰 맥락은 비슷하긴 하니 감은 잡지만... 탱커는 적을 탱킹하고, 딜러가 적을 잡는 동안, 그때까지 아군을 버티게 해주는 게 힐러의 역할... 여기까진 당연하긴 하지만 각 개인이 주로 해야하는 세부적인 활동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다. 탱커부터 보면, 예전의 탱커는 몹과 싸우긴 하지만 주로 해야 하는 건 어그로 싸움이었다. 딜러가 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어그로를 확보하는 게 주 역할. 물론 급사하지 않을만한 몸빵력은 중요하지만 그게 주력은 아니었다. 즉 탱커를 살리는 건 힐러의 역할이지 탱커 본인의 역량이 아니었단 이야기. 대신 딜러보다 강한 어그로를 먹으면서 탱 인계가 필요할 때 탱을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어그로를 조절하는 게 탱커의 플레이였다. 그땐 심지어 보스들이 도발 면역이었으니.. 하지만 최근 확팩의 탱커의 역할은 좀 다른데, 일단 어그로는 더이상 탱커에게 크게 신경 써야할 수치가 아니게 되었다. 원버튼으로 즉시 최고 어글을 가져올 수 있고, 딜러에게 어글이 튀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어그로 관리가 쉬워졌다. 대신 탱커는 본인의 방어스킬들을 이용해서 능동적으로 생존력을 확보하는 게 메인 플레이가 되었다. 이전엔 잘하는 탱이나 못하는 탱이나 템이 좋으면 튼튼했다면, 지금은 그렇진 않단 이야기. 적극적으로 스킬들을 활용해야 녹지 않을 튼튼함을 보장받는다. 이런 식으로 해당 직군에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진 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의 변화. 예전엔 탱이 여럿 필요해도 어그로 핑퐁할 일이 별로 없고 쫄탱을 한다던가 식이어서 메인탱 외의 탱을 세컨탱이나 서브탱으로 불렀는데 요즘엔 어그로를 원버튼으로 가져가다보니 어그로 인계는 거의 모든 네임드에서 탱이 해야하는 기본기가 되어버렸고, 메인 서브를 따로 두는 게 아니라서 메인탱/오프탱이라고 부르거나 보스탱/쫄탱 같은 용어를 더 많이 쓰게 된다. 탱 뿐 아니라 다른 직군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은 건 마찬가지. 예전엔 캐스터 마나 떨어지면 법봉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법봉도 사라지고 비법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딜러들은 자원(마나 기력 등)이 무한해서 마나 관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던가 힐러의 경우, 판다 말에는 마나가 무한이라 레이드 끝까지 강력한 힐을 퍼부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스도 그만큼 막강했는데, 어느 정도냐면 뎀감기 안에 있는 공대원 전체 피를 50%씩 깎는 공격을 2~3초마다 쓰는 걸 25중첩 될 때까지 공대를 살릴 정도 하지만 다른 확팩들에서 힐러는 마나 효율이 좋지 않지만 강력한(많이 차거나, 빨리 나가거나 등등) 힐과, 마나 효율이 좋은 대신 일반적인 힐 스킬을 잘 배분하면서 전투시간 안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도록 비율을 조절하는 직군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똑같은 탱딜힐이라 해도 어느 시기에 레이드를 했냐에 따라 코어가 되는 플레이 경험 자체가 아예 다르니 와우의 레이드 경험을 일반화 시키기란 꽤 어려운 문제가 된다. ------------------------- 그리고 위의 의견에 제 생각을 살짝 보태보자면, 오래전 레이드 탱킹의 전형으로 검은날개 둥지의 삼룡이 (이름이 기억 안나고 별명만 ;;)와 밸라스트라자를 들고 싶습니다. 둘 모두 복수의 탱커가 탱을 서로 인계해가며 싸워야하는 패턴이었죠. 문제는 어그로 게이지라는게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기능이 아니었고, 지원을 하더라도 이걸 시각적으로 인게임에서 보여주기가 어려워요. HUD를 통해서 주로 전달되는 정보죠. 즉 애매한 정보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이걸 가지고 서로 주거니받거니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러다보니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반면에 생존기라는건, 일단 탱커 혼자 신경쓰면 되거든요. 더 크게 확장해봐야 힐러가 알면 좋은 정도죠. 즉 애매한 정보를 둘러싸고 여러 탱커들이 협력해야하는 상황이란걸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이런 플레이의 비중을 점차 줄여가며 다른쪽 (생존기 중심)으로 변화해나간게 아닌가 ... 마 그런 짐작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레이드 탱은 저도 중간에 쉰 구간이 꽤 있고 해서 그 기저의 의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네요.
  13.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양삼씨가 2005년에 번역했던 글인데 오늘 하드를 뒤지다가 발견해서 올립니다. ---------- (갈무리해뒀던 어니스트 아담스의 글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 대충 번역했다. 원문은 가마수트라) 론 길버트는 원숭이섬의 비밀에서 '우스꽝스러움'을 제시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생과 사를 넘나드는 투쟁에 깊게 몰입된게 아니니까. 하지만 메탈기어 같이 재난을 막으려는 게임에서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아'라고 계속 무선으로 주절댄다면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메탈기어 솔리드2 후반부의 대령과의 교신 이벤트를 말하는 것 같다. '당장 게임기의 전원을 꺼라, 라이덴!') 노 원 리브스 포레버에서 빈정대는건 이해해 주겠다. 하지만 메탈기어는 (스스로) 심각하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문득 3가지 몰입 형태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게임 업계에서 몰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을 정의하거나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는 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 생각에 최소한 3가지 종류의 몰입이 있고, 제각각 다른 방법에 의해 창조되거나 파괴된다. 전술적 몰입 전술적 몰입은 그때그때마다 빠져들게 되며, 일반적으로 빠른 액션 게임에서 발견된다. 그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물리적이고 즉각적이다. 전술적으로 게임에 몰입되어 있을 때 뇌의 상위 기능은 대부분 비활성되고 두 눈과 손가락만이 정보를 주고 받는다. 테트리스에 열중한 정신 상태가 이것이다. 전술적 몰입은 플레이어가 아주 단시간만에 풀 수 있는 단순한 도전거리를 제공받는데서 생겨난다. 조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만들면 그 열중 상태를 부술지도 모른다. 전술적으로 몰입된 플레이어는 (생존 이외의) 큰 전략을 생각하지 않고 스토리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다 게임이 큰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를 통해 깨닫게 되면, 다음번의 플레이에서는 접근 방법을 바꿀 수도 있지만 몰입의 전술적 본질은 여전히 같다. 전술적 몰입을 만들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흠없고, 빠른 반응을 해주며, 직관적이면서도 무엇보다도 '믿을만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느리고 불편한 조작과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는 전술적 몰입에 빠질 수 없다. 전술적 몰입은 일반적으로 게임플레이 본질의 돌변, 유저인터페이스의 변형, 이전의 적들과 같은 식으로 죽일 수 없는 보스 캐릭터 등에 의해 훼손된다. 전략적 몰입 반면 전략적 몰입은 대뇌가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다. 승리할 방법을 찾거나 (최소한) 문제를 최적화 시키는 것이다. 전략적 몰입의 가장 높고, 추상적인 형태는 광대한 수의 가능성을 가진 것 중 맞는 길을 찾으려는데 집중하는 체스 마스터의 체험이다. 전략적으로 몰입되었다면 관찰하고, 계산하고, 추론한다. 그렇다고 게임이 턴베이스거나 투쟁에 관한 것이라는건 아니다. 심시티를 하며 새로운 길을 놓을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교통체증의 패턴을 골똘히 연구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전략적으로 게임이 몰입된 것이다. 전략적 몰입을 제공하기 위해, 게임은 즐거운 정신적 도전을 제공해줘야 한다. 전략적 몰입을 훼손시키는 것은 불편하거나 비논리적인 게임플레이다. 예로, 길을 찾지 못하는 유닛은 플레이어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몰입을 깨게 된다. 너무 큰 무작위성도 전략적 몰입을 훼손한다. 게임이 운에 너무 크게 의지한다면 플레이어가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기 힘들어질 것이다. 전략에 열중한 플레이어는 게임의 스토리에 신경쓰는 경우가 드물다. 체스 플레이어는 그 말이 중세 궁정에서 어떻게 불렸는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이다. 철저한 전략 플레이어는 종종 스토리를 방해물로 생각하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한다. 이야기에 몰입 책이나 영화와 같다. 인물들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싶어한다. 이야기에 몰입된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의 나쁜 전략/전술 게임플레이를 허용한다. 소수의 게임들만이 정말 후진 게임플레이를 참고 넘겨줄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일단 빠져든 플레이어라면 약간의 불편한 인터페이스나 멍청한 AI를 눈감아줄 것이다. 어색한 대화, 멍청한 캐릭터, 비현실적인 플롯이 이야기에 몰입하는걸 막는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은 전략/전술적 몰입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과 다르기 때문에, 똑똑한 스튜디오는 외부의 전문 글쟁이를 고용해 스토리를 쓰게 한다. 여기서 다시 메탈기어로 돌아가겠다. 코지마는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좋아하건 말건 게임을 깨겠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다.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게임에 몰입되어 자신의 이야기적 몰입이 무너져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코지마는 자기가 포스트모던한 기교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불행하게도 모든 플레이어가 그런 방법에 동기부여 받진 못했다. 일부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파악하기 위해 플레이를 하지만 그들에게도 self-referential 한 MGS 본질은 짜증날 수 있다.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몰입의 종류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거나, 농담이 굉장히 가치있지 않다면 쓰지 않는게 좋다. 브라이언 모리어티가 말했다. "[suspension of disbelief] 는 완성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 당신이 만들었던 세계를 부정하는 한가지 인용이 그 세계를 부술 수 있다." 메탈기어가 팔린 이유 중 하나인 강한 스토리라인인만큼, 그런 트릭이 사용자 일부를 짜증나게 할 여지가 있었고-실제로도 그랬다.
  1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ow to Reduce Visual Confusion in Your Game http://gamasutra.com/blogs/PeterAngstadt/20150312/238446/How_to_Reduce_Visual_Confusion_in_Your_Game.php 플레이어들이 화면에 나타난 중요한 게임플레이 요소를 놓치나요? 타이밍이 너무 늦을 때까지 적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는 않나요? 플레이어들이 여러분의 게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시성을 강화하는 기법이 여기 있습니다. 스크린샷을 찍으세요. 그리고 채도를 낮추세요. 그런 후에도 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색상을 지워버리면 밸류가 드러납니다. 밸류란 이미지의 밝고 어두운 그림자들을 의미합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이 밸류는 깊이와 모양과 형태, 그리고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주목해주었으면하고 바라는 지역을 나타낼 수 있죠. 도타2의 스크린샷을 밸류에 의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이미지는 색상값을 제거해도 여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면은 히어로나 유닛보다 더 짙은 색을 사용하여 구분됩니다. 히어로와 유닛들은 보다 밝고 콘트라스트가 더 높은 영역을 사용하죠. 지면의 디테일은 살아있지만 그 음영값의 편차는 적습니다. 따라서 주의를 덜 끌죠. (도타2의 아트 스타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이러한 밸류 개념은 미술분야로부터 빌려온 것입니다. 화가들이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하는 고전적 원칙들 중 하나이자, 혼동을 줄이고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여러분이 집중해주길 바라는 곳에 주의를 집중하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밸류값이 엉망이라면, 정리해야합니다. 제 친구 맥스Max와 제가 작업 중인 작은 취미 게임 딕하드(DIGHARD)를 살펴보죠.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지구의 중심을 향해 땅을 파고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공룡들과 싸워야 합니다. 스크린샷의 밸류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포토샵에서 새 레이어를 만들어 이 레이어를 가장 상단에 놓은 후 검은 색으로 채우고 채도 모드(Saturation mode)로 놓았습니다. 이제 이 레이어를 보이게 했다 안보이게 했다 하면 그에 따라 밸류값도 보이다가 안보이게 됩니다. 여기 초기 개발 중일 때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형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영대조도, 캐릭터와 지면과 배경의 구분도 없습니다. 도타2와는 다르게, 딕하드는 색상을 제거하니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이래서는 게임플레이가 한참 바쁘게 돌아갈 때 힐끔 보고 게임플레이 요소들을 구분하는게 아주 어렵습니다. 배경, 적, 그리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들이 모두 같은 밸류를 가지고 있고, 음영의 정도가 비슷합니다. 주인공의 윤곽선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죠. 우리는 밸류를 정리하는데 좀더 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배경은 더 어둡게 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은 좀더 밝게, 캐릭터의 밝기는 약간 더 올렸죠. 물론 작업을 더 해야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제 적과 주인공, 그리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을 구분하기가 훨씬 쉬워졌죠. 모든게 배경에 비해서 좀더 구분되니까요. 그렇다고 음영대조에 너무 집착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너무 많은 곳에 음영대조를 너무 많이 써도 혼란스러워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식의 대조는 주의를 끌고, 모든게 주의를 끈다면 아무것도 주의를 끌지 못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면내의 밸류값을 계획적으로 체계화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게임은 자신들의 밸류값을 체계화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림보에서는 배경으로 밝은 계열을, 전경으로 어두운 계열을 사용하며며 이는 딕하드나 도타2와는 다른 방식이죠. 배경에는 가벼운 계열, 게임플레이 요소는 어두운 계열 지금까지 설명한건 밸류값의 이용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고전 미술 기법에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플레이어의 눈을 인도하고 중요한 요소들에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들이 엄청 많습니다. 밸류값을 분석하여 색상이 없어도 여러분의 게임을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세요. 여러분 스스로가 본인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니까요. 재밌었다면 블로그에 놀러 오시거나 제 트위터를 팔로우하세요.
  15. hanmaru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들어 여러 연유로 인해 온라인 FPS를 필두로 여러 게임들의 협동 PVE 모드를 플레이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협동 플레이는 4인일까?' 1. 짝수라서 밸런스를 맞추기 가장 좋은 숫자가 짝수이기 때문일까요? 이 생각이 맞다고 하기에는 아머드 워리어즈나 원탁의 기사 등 캡콤의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에서 3인 플레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드시 짝수 인원이 정석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어 타당성이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2. UI 디자인적으로 보았을 때 밸런스가 맞아서 이건 대부분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의 경우가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예로 던전&드래곤: 쉐도우 오버 미스타라의 예를 들자면 4인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시각적으로 허전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한 UI 베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3.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좋은 수라서 5명은 너무 많이 떠들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힘들어서 일까요? 4. 전통적인 방식의 고수 앞에 나열했던 레트로 게임들처럼, 4인 플레이가 전통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아케이드라는 재미를 표방하고, 그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말 그대로 '따라하기' 가 된 경우가 아닐까요? 사실 배틀필드처럼 64인 전투가 가능한 온라인 게임들에 비해 1번과 2번은 레트로 게임들에서 보기 쉬운 경우이기 때문에 당시의 기술적 한계 때문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고, 그저 4인 플레이를 많이 권장하니까 나도 그렇게 디자인해보자 라고 하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수긍하기에 4라는 숫자는 너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온라인 게임에서의 협동 PVE 모드에서는 4인 플레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죠.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나, 역전 온라인, 크로스파이어 등에서 예외로 8명이 동시 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게임에서도 보다 많은 모드에 4인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이 레트로 게임들에 비해 기술력이 딸리는 건 당연히 아닌 일인데도 말입니다. (심지어는 가장 최신작인 타이탄 폴이나, 콜 오브 듀티 AW에서도 4인 플레이를 권장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왜 대부분의 협동 플레이에 4인 플레이가 권장되었다고들 생각하시나요?
  16. 블로그에 적은 며칠 전 플레이 도중 발견한 흥미로운 와우 이야기를 GDF에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 때문에 와우를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2
  17.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PS4 전용 게임이고, 전 캡쳐할 장비도 없거니와 굳이 캡쳐하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는 없습니다.) 디 오더는 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온 게임입니다. 1인칭(3인칭) 슈팅, 빅토리아 시대의 그 독특한 분위기, 대체역사, 스팀 펑크.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녹아든 게임이었거든요. PS4를 구입한 이유도 절반 이상은 독점작인 디 오더를 플레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벗뜨.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부터 볼륨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오더군요. $60짜리 AAA급 타이틀 치고는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것인데,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콘솔 스펙이 올라갈수록 제작비가 기하급수로 올라가는데 비해 $60이라는 가격은 이전 세대의 것이라,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볼륨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차피 한번 깨고 마는 것이 콘솔 게임인데, 재미만 있다면 뭐 좀 짧아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그래서 최근엔 게임을 영화에 비유하지 말고 스테이크에 비유하자는 이야기도 있지요. 얼마전 분당에서 먹은 스테이크 300g이 약 4만원이었는데, 사실 4만원이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습니다. 더 싼 스테이크도 있고 더 비싼 스테이크도 있지요. 혹자는 더 싼 스테이크에 만족하고 더 나은 스테이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 꺼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차라리 10만원 내고 훨씬 더 맛난 스테이크를 먹고자할 수도 있지요. 결국은 개인의 만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하튼, 그래서 볼륨에 대한 악평은 무시하고, 설을 맞아 한국에 간 김에 한카피 구입하긴 해서 클리어했습니다. 볼륨이 짧다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더군요. 왜냐하면 다른 모든 요소들이 하나같이 허접하거든요. 일 단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부터 봅시다. 배경이 어떻든, 그래픽이 어떻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3인칭 시점에서 이동하고 총 쏘는 것 부터가 구립니다. 그래픽은 좋은데 명암 대비가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그림자 속에 묻혀서 잘 안보여요. 길이든, 적이든 뭐든지 간에요. 게다가 레터박스가 화면 위아래를 잘라먹고 있지요. 레터박스 때문에 잘리거나 너무 어두워서 그림자에 묻혀서 발 아래쪽이 잘 안보입니다. 발이 물체에 걸려서 움직이질 못하는데 왜 움직이질 못하는지 플레이어가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3인칭 슈팅은 기본적으로 엄폐를 기본으로 하는데, 엄폐에 붙고 떨어지는 동작이 상당히 느릿하고 끈덕지며 뻣뻣합니다. 그래서 조작감이 상당히 짜증나지요. 게다가 어떤 물체는 타고 넘을 수 있고 어떤 물체는 그게 안되는데 어떤 물체가 되고 어떤 물체가 안되는지도 상당히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동하는 경험 자체가 매우 구려요. 전투씬은 그나마 낫습니다. 전투 없이 그냥 이동만 하면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씬이 전체 플레이타임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때는 움직임 속도 마저도 느립니다. 아주 느릿 느릿 양반 걸음으로 걷지요. 당연히 뜀박질은 불가능하구요. 특히 첫번째 원탁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올 땐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출구는 원탁 서쪽에 있고 플레이어는 원탁 남쪽에 있는데 서남쪽에 NPC들이 통로를 틀어막아서 그 느릿한 걸음으로 동쪽 - 북쪽을 거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야 했거든요. WTF! AI 와의 총격전도 참 더럽게 만들어뒀습니다. 엄폐를 기반으로 한 3인칭 슈팅의 황금률은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한다는 것인데, 몹들이 잦은 빈도로 엄폐물 뒤에 숨어서 팔 뻗어 총만 내놓고 냅다 갈겨대요. 정작 플레이어는 그 손이라도 조준해서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또 이 팔만 뻗고 쏘는게 플레이어의 조준 사격보다 더 정확합니다. HALO 이후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1/3인칭 슈팅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조준을 도와주는 기능이 들어가있지요. 이 게임도 예외는 아니구요. 그런데 디 오더에선 이 조준 도움 기능이 거의 동작하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이면 머리를 맞출 수 있었을 상황에서 여지없이 빗나가요. 그런데 손만 내놓고 쏘는 AI는 훨씬 정확하죠. 그래서 안맞고 쏜다는 긴장감 보다는 그냥 맞으면서 쏜다는 개념으로 게임이 돌아갑니다. 전반적으로 이 게임의 총격전은 뭔가 현대 게임 답지 않게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스나이퍼들은 깜빡이는 빛으로 자기 위치를 노출하긴 하는데요, 그 빛 보고 쏘려고 몸 일으켜서 조준하는 순간 한방 맞습니다. 보통은 상대가 쏘기 전에 먼저 맞히는 쪽으로 진행되는데, 이 게임에서 스나이퍼 상대하려면 일단 한방 맞은 뒤에 다음 방 맞기 전에 쏴 죽여야 해요. 뭐 총을 많이 맞아도 쓰러져서 블랙워터 한모금 빨고 잠깐 있으면 풀로 회복이 되니까 그렇게 맞아가며 쏴 죽이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철뚜껑 쓴 샷건 맨 만나기 전엔 말이죠. 샷건은 한방 맞으면 바로 위의 빈사 상태가 되는데 블랙워터 빨기 전에 바로 다음 방이 날아오거든요. 그럼 그냥 죽는 거죠 뭐. 게다가 저 철뚜껑 쓴 애는 약점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높은데다가 머리는 헬멧으로 보호되고 있거든요. 보더랜드2 처럼 헬멧을 날려서 머리를 노출시킨다거나 그런거 없습니다. 쟤는 그냥 쎕니다. 딱 두방에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샷건을 들고 있는데 헤드샷은 안통하고 30발짜리 탄창을 모두 쏟아부어야 죽을 정도로 맷집이 쎄요. 솔직히 마지막 보스보다 저 헬멧 쓴 샷건맨이 10만배쯤 더 무섭습니다. 그 리고 전투씬들의 구성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 또한 지적해야겠죠. 일단 AI의 종류가 매우 적습니다. 외관상으로 봐도 반란군 병사, 통합인도회사 경비원, 그리고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조직 이렇게 세종류인데 헬멧 쓴 애와 안쓴 애 이정도가 다에요. 뭐 헬멧 안쓴 애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무기를 들고 나오긴 하는데 딱히 차이는 없습니다. 다들 그냥 엄폐물 뒤에 숨어서 쏘는게 다에요. 슈 팅 게임의 AI라는게 전부 사람 마냥 아주 조직적이고 영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쪽을 강조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몹들에게 다양한 행동 양식, 강점, 약점을 줘서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디 오더는 둘 다 아닙니다. 그냥 커버 가운데 두고 참호전을 벌이는데 딱히 적에게 개성은 없어요.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전투가 굉장히 불공평하니까요. 그런데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벽에 붙어서 조준을 했더니 내 뒤통수가 화면을 가려서 오히려 총을 쏠 수 없었던 경험은 뭐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구요. 게임의 가장 중요한 매력포인트인 설정과 스토리도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설정부터 이야기하자면요,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전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1886년이고 런던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 영국은 어떤 영국인가요? 혼종(half breed)랑 싸우는데, 얘네랑은 왜 싸우는 걸까요? 통합 인도 회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왜 동인도회사가 아니라 통합 인도 회사일까요? 영국이 인도와 완전히 통합한 상태인가요? 주인공 동료 중엔 라파예트 라는 친구가 있단 말이죠. 맨날 무슈 마드무아젤 그러고 있는데 도대체 이 프랑스인은 왜 이 영국의 기사단에 와있는 걸까요? 혹시 다아시 경의 모험처럼 영국과 프랑스가 하나로 합쳐진 걸까요? 반란군이라는 조직은 도대체 누구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건가요? 아니 그 이전에, 기사단(The Order)란 무엇인가요? 이들은 누구의 지휘를 받는 건가요? 언제 설립되었죠? 게임은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기사단이 있고, 혼종이 있고 싸워요. 통합 인도 회사라는게 그냥 있어요. 반란군은 반란군이구요. 유일한 예외는 목에 걸고 있다가 골로 가겠다 싶으면 빨아먹는 액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것도 중반부에 가야 그게 뭔지 나오죠.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는 더 막장스러워요. 각 씬이 있긴 한데 이 씬들의 연결이 전혀 말이 안됩니다. 예를 들자면 말이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은 A라는 동네를 비밀리에 정찰하는 임무를 받아요. 그런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A라는 동네에 있는 B라는 장소로 이동하라는 미션이 되죠. B로 가는 동안 반란군의 매복을 만나요. 여기서부터는 그냥 쫓겨서 이리 저리 마구 이동해요. 그러다 보면 B 앞에 와있어요. 그런데 B는 이미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단 말이죠. 아니 이미 경찰이 포위하고 있는 동네에 다녀오는 게 왜 비밀 임무가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 경찰들은 뭐 땅에서 뿅 하고 솟아난 건가요? 그냥 저들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 뒤가 더 웃기는 게, 경찰은 이상한 소리가 나서 출동은 했는데 진입하진 못했다고 하고 주인공은 거기서 늑대인간들을 발견해요. 그리고 공중 지원을 통해 늑대인간을 쫓아내는 공격을 먼저 하고 안으로 뛰어들기로 하죠. 이때 일행이 4명 중 주인공을 포함한 2명은 지하를 통해 B로 진입하기로 하고 2명은 밖을 담당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B 안에서 누구랑 싸우냐면, 늑대인간이에요. 아까 공중 공격한 건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히 다른 늑대인간들은 다 도망쳤는데 말이죠. 그런데 주인공은 여기에 어떤 의문도 표하지 않아요. 한편 B 안에서 다시 2명이 서로 찢어지는데 다른 동료가 자기가 뭔가를 발견했다며, 주인공더러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 동료가 말한 그 방에 가보면 단서들이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옆에 있는 방 안에 있어요. 그런데 그 방의 문은 잠겨있어서 주인공이 자물쇠를 따야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의 동료는 그 방 안을 먼저 뒤져본 뒤에 굳이 문을 잠근 건가요? 아님 그 방은 동료가 살펴보지 못한 방이었던 걸까요? 그리고 B 현관으로 나오면 밖을 담당하기로 2명 중 한명이 현관을 등지고 놀고 있어요. 다른 한명은 아예 저 멀리서 경찰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담소중이구요. 아니 안에서 총질하고 난리가 났는데 뛰어들진 못하더라도 뭔가 경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문 제는 모든 스토리라인이 이따위 방식으로 흘러간단 말이죠. 이렇게 초지일관 앞뒤 안맞고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참으로 오래간만이에요. 꼴에 반전이랍시고 2개를 박아넣은 것이 있는데, 그조차도 너무 뻔해서 - 물론 복선이나 떡밥 따위 없습니다 - 정말로 이따위를 반전이라고 넣어뒀다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었어요. 설정을 굳이 스토리에서 썰로 풀지 않고 사물들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요즘 추세죠. 툼레이더 리부트라거나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보면 물건 주워서 살펴보면 백그라운드 스토리 흘러나오는 것 처럼요. 이 게임에도 그렇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신문이라거나 사진이라거나 모형이라거나 또 녹음기 테이프라거나. 그런데 얘들이 위에서 말한 역할을 전혀 해주질 않습니다. 사진은 그냥 사진이에요. 아무런 내용이 없어요. 좌우로 돌려보고 뒤집어보는 기능은 있는데 딱히 뒤집어서 뭔가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는 그런 장면도 단 한번도 없어요.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구요. 이 방면에서 가장 쓸모있을 녹음기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뭔가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출시 얼마 안남기고 사장이 넣으래서 그냥 넣는 시늉만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레 벨 디자인 또한 아주 개판이죠. 뭔가 목표는 주어지는데 그래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방향 지시 마커 같은 건 없어요. 게다가 앞서 말한 것 처럼 명암 대비가 강해서 잘 안보이는 구석도 많구요. 그래서 이 게임에서 길을 찾는 가장 좋은 전략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전진하는 겁니다. 걸리면 좌우 둘러보고 안막힌 쪽으로 이동 -> 그러다가 걸리면 다시 좌우 둘러보기... 애초에 하프라이프 / 콜 오브 듀티 이후로 게임이 직선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 쉽게 쉽게 직관적으로 술술 진행하라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길찾기가 더럽고 불편하고 불쾌한 게임은 정말 근 10년동안 처음이었어요. (죄송합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아직 안해봤어요) 그 외에 가만히 보면 잘나가는, 다른 게임에 있는 요소들이 대부분 빠짐없이 들어가있긴 합니다. 이를테면 QTE 라거나 잠입 미션이라거나 말이죠. 그런데 사실 QTE도 빈도는 잦은데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 QTE라는 것 자체가 원래 뽀대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 어렵지도 않고. 잠입은 이게 웃기는게, 뒤에서 적을 죽이려면 접근해서 QTE가 발동되어요. 타이밍 맞춰서 △을 누르지 못하면 무조건 실패입니다. 적 바로 뒤에 붙어도 말이죠. 그런데 일반 배틀에선 거리만 붙이면 정면에서도 △ 눌러서 근접 공격으로 죽일 수 있거든요? 왜 정면에선 그냥 누르기만 하면 쓱싹 하고 베어죽일 수 있는데 뒤에서 살금살금 따라붙었을 땐 꼭 굳이 타이밍을 맞춰야 할까요? 이런 불만들을 견디고 견뎌서 간신히 엔딩을 보고 나자 이 게임이 뭘 노린 건지는 알겠더군요. 슈팅 게임, 빅토리아 시대, 대체역사, 스팀펑크, 흡혈귀, 늑대인간, 아더왕, QTE 등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려 아주 맛난 비빔밥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하나같이 완성도가 떨어져서 만들고 났더니 꿀꿀이죽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륨이 작은 건 차라리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었어요. 뭐 그래도 그래픽은 좋습니다. 게임 플레이 화면이든 컷씬이든 간에 이정도면 3D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때깔이 좋으면 뭘합니까. 그래봤자 꿀꿀이죽인 걸요. $60은 솔직히 터무니 없고, 한 $10 정도라면 돈이 아깝진 않을 것 같네요. 시간은 아까워두요. 아 이 게임 하고 나니까 라이즈가 하고 싶어지네요.
  1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Darkest Dungeon ------ http://www.gamasutra.com/view/news/237092/Darkest_Dungeon_Designing_for_despair_and_kicking_you_when_youre_down.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다키스트 던전은 2월 초엽에 스팀 얼리 억세스에 런칭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암울하고 피폐한 모험가들과는 달리, 이 게임은 스팀 차트의 정상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얼리 억세스 게임들이 기대보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에서 이는 대단한 일이다. 게임의 개발사인 레드 훅 스튜디오(Red Hook Studio)는 성공적인 킥스타터를 통해 30만 달러를 펀딩한 이후 알파라기보다는 최종 버전에 가까운 게임을 선보이며 얼리 억세스의 최근 분위기와는 상반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은 두드러진 아트 스타일과 강력한 컨셉을 선보였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여러분은 용맹한 모험가들을 지휘하여 절차적으로 생성된 던전을 통과하며 소름끼치는 적들과 마주하게되고, 이 과정에서 단순히 모험가들의 체력에만 신경쓰는 것 이상의 일들을 해내야 한다. 그들은 뭔가 잘못되어 갈 때마다 점차 스트레스에 찌들어가고, 결국 무너져버리거나 - 피학적이 되거나 또는 편집증과 같은 부정적 특성에 물들거나 - 또는 튼튼함, 영웅적, 그 외 전투가 한창일 경우 여러분이 만날 법한 모든 종류의 행동들을 하게된다. 이는 매우 독특하며 성공적인 매커니즘이며 게임의 핵심 순환 구조에 탄탄하게 엮여 있다: 모험가들을 던전에 처넣었다가, 다시 매음굴에서 매력적인 여자와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게 하고 결국 그들을 살아남게 한다. 이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무자비하다. 레드 훅의 리드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 보라사(Chris Bourassa)및 *다키스트 던전*의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인 타일러 사인먼(Tyler SIgnman)과 함께 우리는 이 게임의 난이도가 유저층을 제한하지는 않는지, 아울러 스트레스 매커니즘이 게임 개발 중의 크런치에 대한 메타포는 아닌지 등에 대해 논해보았다. 대단히 성공적인 킥스타터에 이어서 상당한 수준까지 완성된 느낌을 주는 게임을 런칭함으로써 아주 성공적인 얼리 억세스를 해냈습니다. 꽤 이례적인 일인데요, 얼리 억세스에 런칭하기 전에 게임의 프로덕션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게 원래 의도했던 것인가요? 크리스: 모두 저희의 전략이었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대중에게 공개할 때는 가능한한 잘 만들어서 그렇게 하자는거죠. 타일러와 제가 언제나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거에요. 킥스타터를 할 때 우린 시간을 들여 주의깊게 조사를 하고 가능한한 준비된 상태로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죠. 우리가 어느정도로 성공할지를 몰랐기 때문에 무엇도 장담하지 않았었어요. 얼리 억세스에 대해서도 그런 자세는 같았죠. 단순히 게임이 돌아가는 수준으로 만들기보다는,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받고 데이터를 모아 게임을 좀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였죠. 타일러: 얼리 억세스의 반응을 지켜보는건 꽤 재밌었어요. 게임은 아직 덜 만들어졌고 넣어야 할 것들이 한참 남았는데도 사람들이 "이 게임 다 만든거 같은데?"하고 말하는걸 들으면, 그건 최고의 칭찬으로 느껴지죠. 내부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뭘 해야할지를 알고 있기에 여전히 다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절대 질낮은 게임처럼 느껴지길 바라지 않으니까요. 첫인상을 줄 기회는 한 번 뿐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첫번째 트레일러부터 킥스타터, 얼리억세스, 그리고 아마도 1.0 릴리즈까지 개발의 모든 단계들 중 어떤 단계에서도 나쁜 인상을 주게될 가능성은 있어요. 각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우리에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긴 하지만, 매 단계마다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걸 보고 행복해하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하죠. 크리스: 우리도 이 게임 사랑해요.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하자는게 우리 전략이긴 하지만, 매 걸음마다 우리가 하는걸 보고 많은 이들이 성원을 보내주는건 큰 도움이 되며 많은 격려가 되죠. 타일러: 지금까진 운좋게도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었지만, 첫 트레일러 발표는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었었고, 킥스타터때도 그랬어요. 얼리 억세스에 간 것도 여전히 예상보다 살짝 늦었었죠. 그때마다 매번 우리에겐 선택이 주어졌어요. "준비됐나? 지금 런칭해도 되려나?" 우린 언제나 확실하게 준비하려 노력했죠. 심지어 릴리즈가 늦어지더라도요. 다키스트 던전의 가장 큰 특징은 모험가들의 물리적 안위만큼이나 정신적인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거죠. 저는 바로 이 부분이 킥스타터와 얼리 억세스가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이유라고 보는데요, 두 분은 이런 셀링 포인트가 그정도로 강력할 줄 알고 계셨던건가요? 크리스: 그 아이디어는 우리가 뭉쳐서 달리게 만들었던 열정의 근원이었죠. 그래서 어느정도 비중이 있을거라고 확신했어요. 단지 그게 당연할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았었죠; 많은 사람들이 많은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린 굉장히 많은 노력을 들여 초기 아이디어를 다듬으려고 애썼어요. 아이디어 자체의 강점에만 기대어 편하게 가고 싶진 않았거든요. 타일러: 다른 것들도 몇 가지 시도했었어요. 우린 다른 프로젝트들로부터 많은걸 배웠죠. 잘 된 킥스타터만큼이나 잘 안된 프로젝트들로부터도요. 한편으로 그렇게 배운 것들 속에서도 우린 우리만의 유니크한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우리가 킥스타터 런칭을 하려할 때 대세는 개발자가 나와서 유저들에게 팀을 소개하고, 유대감을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최선을 다할거라고 믿게 만드는 식이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그 반대로 갔죠. 저희 킥스타터 비디오에는 개발진 소개조차 없었어요. 게임 자체만을 다루었죠. 우리의 경우에는 오로지 게임만이 관건이 될거라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었어요. 이 게임은 게임 자체를 인정받아야 했어요. 만에 하나 개발팀에 관심이 있다면 스크롤 내려보면 되는거죠. 우리가 게임을 만들어봤고 이번이 결코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러분이 펀딩해 준 돈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아주 약간의 믿음을 가질 수 있는거죠. 우린 다른 사람들이 하는걸 보고 많은걸 배웠지만, 그 속에 우리만의 것을 심어넣은거에요. 제가 다키스트 던전 플레이를 시작했을 때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스트레스 매커니즘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었지만, 저를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건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모험가의 위치와 적들의 위치가 자아내는 깊이와 전략이었습니다. 아트 스타일 및 전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개발 중인 게임임에도 딱히 빈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많은 얼리 억세스 프로젝트들과 크게 달라보였죠. 앞서 말씀하신 '아이디어 자체의 강점에만 기대어 편하게 가고 싶진 않았다'라는 말씀은, 실제로 여러분이 공격적으로 추구했던 요소인가요? 크리스: 전투 시스템이 모든걸 지탱해 줄 중심축이 되어야했기 때문에 엄청 많은 반복개발과 테스트를 거쳤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이라는게 밴드와 굉장히 비슷하다는걸 언제나 인식하고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요소들을 리드 기타리스트로 만들려고 하면 모든게 망가져버리는거죠. 이 게임의 모든 부분들이 동등하게 개발되지 않았고, 모두 동등하게 개발될 필요도 없죠. 재미와 도전에는 분명히 위계가 존재해요. 전투 시스템이 영속적 스트레스라는 메타 전략에 연결되는 식의 구조가 있고, 이를 통해 여러분이 전투에서 모험가들을 배치하는 법과 전투 후의 스트레스 감소 시설에 모험가들을 배치하는 방법이 딱 맞아들어가는거죠. 따라서 당연하게도 게임의 모든 부분들을 동등하게 개발하기보다는, 디자인에 의해서 개발하죠; 강점을 취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시간을 투자하는 겁니다. 타일러: 내부적으로 여기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많았어요. 스트레스와 고통 시스템은 케익의 최상단에 놓인 체리와 같아요. 단순히 체리라기보다는 음식 전체의 풍미를 더하는 비밀 소스와 같죠. 그러나 우린 어쨌든 RPG를 구축해야하는거에요. 다른 요소들이 더해지긴 하지만 기본은 RPG이기 때문에, 이 게임 전체가 동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비밀 소스가 아닌 다른 부분들에도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걸 여러차례에 걸쳐 깨달으며 개발했어요. 꽤 재미있었죠.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요소를 더하기 전에 일단 탄탄한 RPG를 구축하기 위한, 스트레스 시스템과 관련없는 것들을 만드는데에도 투자를 해야만 했어요. 한가지 더 흥미로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스트레스 매커니즘을 넣기 전에 기반이 되는 RPG를 구축해놔야 한다면, 그 이후에 이미 구축한 것만큼이나 복잡한 스트레스 시스템을 넣는 과정이 밸런싱의 악몽이 되지는 않았나요? 타일러: 열쇠는 모듈화라고 생각해요. 전투만을 아주 단순한 버드아이 뷰로 살펴보면서 지금이 딱 맞게 밸런싱되었다고 말하긴 쉽죠. 근데 누군가 와서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자 이제, 가끔 모험가들은 미쳐버리거나 여러분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힐을 해주려면 거절하고, 파티원을 공격하거나 다른 파티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겁니다." 이런걸 염두에 두지 않으면, 스트레스 시스템 때문에 뭔가 잘못되지 않는 이상 딱 맞게 밸런싱된 전투를 만들려는 유혹이 생겨요. 다른 시스템의 개입을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는 것 자체가 해야 할 일인거죠. 우린 운이 좋았어요. 스트레스 시스템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은 저희도 몰랐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이 시스템이 반드시 핵심 게임 플레이에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은 느끼고 있었어요. 크리스가 처음에 캐릭터들을 옆에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우리는 그가 제안한 방식으로 동작하는 클래식 RPG를 구상하면서 여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했죠. 어쨌든 우리 모두는 전투가 그 자체만으로 재밌을 수 있다면 여기에 고통 시스템을 더할 경우 좀더 특별해지리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의 목표였죠. 시스템이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어야 하겠지만 다른걸 더하여 더 특별해지는 것. 이렇게 말만하는건 해보는 것보다 쉽기에 우린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더 낫게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긴 해요. 단지 많은 분들이 좋게 받아들여주시는게 기쁠 뿐이죠. (고통 시스템 - affliction system: 게임 내 시스템의 하나로, 스트레스 수치가 최고치가 되면 캐릭터에게 생기는 효과.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임-voosco) 말씀하신 내용에 더불어, 여러분이 얼리 억세스에 런칭하자마자 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유명 BJ들에서부터 광범한 개인에 이르기까지요. 그렇게 폭넓은 플랫폼에게 방송되고 호응을 얻는게 개발자로서 어땠나요? ('유명BJ'로 번역한 내용의 원문은 'big streamers' 입니다. 이하의 내용에서도 streamer는 모두 BJ로 옮기겠습니다. -voosco) 크리스: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인정받아서 아주아주 기쁘긴 하지만요. 안정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하긴 하지만 엄청난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있기에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결코 알 수가 없죠. 언론 매체의 보도를 보거나 BJ들의 반응을 보거나 그들이 방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건 우리에게 믿기 어려우리만치 큰 보상이자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줘요.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좀더 실질적인 것으로 느끼게 해주죠. 오랜 기간동안 문제들을 해결하고 컨텐츠 작업을 하다보면, 이게 플레이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게임이라는 시각을 잃을 때가 있거든요. 일로서만 접하게 되는거에요. 그러다가 어느날 자리에 앉아서 내가 의도해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감성적 경험을 누군가 겪어나가는걸 보면, 당연히 엄청나게 기쁘죠. 한편 반대 상황도 고려해야하지 않나요? 다키스트 던전은 굉장히 시스템 의존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뭔가 헛점이 있거나 버그가 있을 경우 그게 방송을 타면 모든게 다 날아가버린다거나? 크리스: 완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얼리 억세스가 우리에게 가치를 갖는거에요. 그런걸 보면서 "아 저봐. 스턴-락이 게임의 긴장감을 흐려놓고 있어."하고 알 수 있거든요. X 장신구가 너무 강하다거나 또는 너무 약하다는 등의 피드백을 엄청 많이 받고 있고, 실제로 확인해보면 정말 그런 경우가 많아요. 결국 우리는 굉장히 넓은 관점으로 게임을 보게되는거고, 거칠게 마무리 된 부분을 지적받으면 그곳을 부드럽게 다듬는 식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죠. 이건 결국 나쁜 지점이 좋은 결과를 낳는거에요. (스턴-락: 원래 이 게임에서는 비전투중 힐이 불가능한데, 직전 전투의 마지막 몹에게 무한 스턴을 걸면서 힐을 하는 방식으로 그걸 회피하는 헛점. 최근 스턴 적중율에 점감을 걸어서 이 문제를 해결했음. -voosco) 그런 식으로 소프트 런칭하는게 얼리 억세스의 장점이기도 하죠. 크리스: 맞아요. AI가 동작하지 않는다거나 UI가 헷갈린다는 등의 리포트를 받고 싶진 않거든요. 그보다는 시간을 더 써서 플레이테스트 데이터를 살펴보고 게임을 개선하는 쪽이 낫죠. 바로 그게 우리가 홍수가 몰려오는 수문을 열기 전에 비교적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게임을 탄탄하게 다듬으려고 시간을 오래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나래이션이 다키스트 던전에 부여하는 개성이랄지 강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많이 들었는데요. 나래이터에 대한 이러한 호의적 반응은 의도하신 건가요? 몇몇은 같은 나래이터가 도타2의 아나운서 팩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하던데, 고려 중이신가요? (도타2에서는 장내 해설 - "XXX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등 - 목소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타일러: 안그래도 아나운서 팩을 준비 중이라고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크리스: 오늘 이런걸 물어봐주시다니 타이밍이 딱 좋네요. 타일러: 그리고 맞아요. 우리 모두 우리 게임의 나래이션을 사랑해요. 몇달 전에 스팀과 계약 관련해서 협의 중일 때는 '도타2 아나운서 팩은 어떻게 만드나?'하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게임이 잘 된다면 도타2에 아나운서 팩을 넣는게 꽤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얼리 억세스 런칭 즉시 그런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환상적이었죠. 우리는 첫 트레일러에 웨인(Wayne-June)의 목소리를 넣어보고 바로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트레일러에 너무 잘 맞았기에 크리스와 저는 즉시 그를 본 게임에도 써야겠다고 말했죠. 트레일러에만 쓸 수는 없었어요. 전체 게임에 그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죠. 보면 게임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스트레스 시스템의 매커니즘부터해서 전투의 아트 스타일이라거나 나래이터, 조명효과 등등요. 근데 이 모든게 합쳐져서 하나의 불쾌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 연출되요. 이런걸 구축하기가 어려웠나요? 크리스: 어려웠는지 말하긴 어렵지만 계속해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부분인 건 맞아요. 우리 게임의 장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타일러와 제가 일할 때 최소한 게임이 어때야 한다는 합의를 하고, 그런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걸 맞춰나가죠. 적의 크리티컬에서 아트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맞아요. 여러분은 약하죠. 약점이 있고, 적들은 거길 노리고 있으니 주의깊게 생각해요. 정말정말 무섭고 어려운 일이에요."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되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게 나래이터에 의해 표현되요. 그의 탈육체적이고 유령같은 목소리는 플레이어가 성공하면 비웃고 실패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가로젓도록 게임에 맞춰 짜넣어져있죠. 그게 런칭할 때 우리가 보여주려는 게임 스토리의 일부에요. 아주 재밌을거에요. 타일러: 여러 테이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 - 때로 같은 대사를 나래이터가 여러번 읽고, 우리가 그 여러 버전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에서도 그랬어요. 그는 우리에게 다양성을 부여하기에 훌륭하지만, 여러 테이크들 중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 일관되게 우리가 전하려는 느낌을 강화하는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만 했죠.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방향이요. 거기에 비추어 맞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거에요. 말씀하신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저는 실제로 랜덤한 숫자가 저에게 불리하게 나올 때마다 쉽게 짜증이 나더군요. 도타를 할 때는 뭔가 내가 조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없는데 그래서 저는 바스티온의 아나운서를 써요. 가장 차분하거든요. 근데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뭔가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 나래이터가 나를 진흙바닥에 짓누르는 기분이 들어서 더 언짢아지죠. 모든 요소들을 조합함에 있어 이런 부분들도 고려하신건가요? 크리스: 절대로 고려했죠. 나래이터는 대부분의 경우 랜덤하게 말을 하지만, 우린 그의 목소리 톤이 우리가 개발자로서 플레이어들이 느끼길 원하는 것을 전하도록 조율했어요. 보이스 디렉팅은 "잘했군 쪼그만 개미놈들. 상으로 가서 테이블 위의 빵조가리나 주워가."하는 식으로 기대치 않았던 당황스런 커멘트를 던지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죠. 반대로 플레이어의 패배는 필연적인 것처럼 다루어져요. 그러다 플레이어가 학살을 시작하고 뭔가 큰 걸 이루어냈을 때만 진짜로 발끈하죠. 그리고나선 좀더 비디오 게임스러운 말들을 하기 시작하구요. 우린 이런 컨셉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적을 원샷에 죽이거나 하면 웨인은 정말로 짜증을 내고 플레이어들은 그걸 멋지다고 느끼게되죠. 웨인이 여러분에게 안좋은 말을 쏟아낼 때면, 그를 짜증나게 할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버텨나가게 되는거에요. 플레이어들을 너무 짜증나게 해서 그들이 게임을 완전히 접어버릴까 걱정하지는 않았나요? 타일러: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에게 개발기간 내내 효과적이었던건, 이런 생각을 꾸준히 유지하긴 어렵지만, 솔직히 이 게임이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죠. 우리가 프로젝트를 막 시작했을 때는 더 어두운 것들도 있었어요. 플레이하는 동안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이 희망을 잃고, 피학적이 되고, 욕을 하게되고, 편집적이 되어갔죠. 그게 이 게임의 DNA에요. 엄청 힘들다는거죠. 공정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난수 생성기가 원래 그런거니까요. 한가지는 우리가 의도한게 맞아요. 여러분이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거죠. 크리스: 그게 진짜 핵심이에요. 타일러: 따라서 누군가 "게임 좆같네. 나랑은 안맞음"하고 말하더라도, 냉철하게 봐서 우린 괜찮아요. 몇몇은 게임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게임이 여러분들이 원한대로 동작한 결과라는 뜻이군요? 크리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게임을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해요. 우리에게 이 게임은 언제나 나쁜,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내용이에요. 여러분은 최대 체력과 최저 스트레스를 가진 멤버들로 가득한 파티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갑자기 전투가 안좋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거죠. 그게 이 게임이에요. 십여년에 걸친 경험과 최상의 장비를 가지고 등산을 해온 사람도 불운한 사고로 산을 타다가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거죠. 우리는 그런 불운의 순간이 닥쳤을 때 플레이어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시험하는거에요. 모든 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즐거움을 얻지는 못하겠죠. 그게 나래이터가 지금과 같이 말하는 이유인거죠? 말씀하신 측면들을 강화하기 위해서? 크리스: 맞아요. 그렇습니다. 타일러: 제 생각엔 좀 어려운 부분인데, 현실주의자의 관점에서 "아 ... 너무 어렵거나, 너무 이렇거나, 너무 저렇거나 해서 게임이 반 밖에 안팔리면 어쩌지."하고 말할 수 있죠. 그러나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에 더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게임이 어필할 수 있다고 봐요. 이렇게 말하는게 공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기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잘 된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건 사실이죠. 게임이 명확한 목표를 가짐으로써 더 도움이 된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좋은 게임들이 엄청 많죠. 경쟁도 굉장히 치열하구요. 그런 가운데 자기가 가진 독특한 부분들을 모두 내다버린다면, 그건 반대로 자기 게임이 가진 명확한 컨셉이나 목표를 포기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거에요.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우리가 너무 평범하게 어필하려 노력한다면 오히려 더 적게 팔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죠. 지금과 같이 실시간 게임 방송이 보편적이 된 문화에서, 다키스트 던전은 특히 더 방송을 잘 타고 있는데요. 게임 방송의 속성상 BJ가 성공해봐야 자기가 얻을건 없기에, 반대로 BJ가 실패하면 유쾌해하는 부분이 있죠. 그리고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BJ들이 죽어나가고요. 이것도 사전에 의도했던 부분인가요? 방송에서 인기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나요? 크리스: 모르겠어요. 아마도 타일러는 그런 상황을 예견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놀랐어요. 게임이 다양한 방향으로 잘못될 수 있다보니 플레이를 하다보면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제공할거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게 게임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기에 우리가 그걸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맞지만, 그게 게임 방송에 매력적인 부분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꽤 멋진 일이에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가고 채팅을 통해 거기에 참여하는 일은 근사하죠. 부분적으로는 시기가 좋았어요. 게임 방송이 뜨고 있으니까요. 다른 일부는 우리가 플레이어 서사가 주도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한 때문이기도 해요. 타일러: 우리 게임의 강점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펜&페이퍼 때의 감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펜&페이퍼 게임은 흔히 미쳐돌아가곤 했죠: "와 그때 세션 기억나냐? 이런 미친 일이 있었고 그런 일도 벌어졌고 그리고 또 우리는 그런 것도 했고 ..." 자유형식이었기에 던전 마스터에 따라서 여러가지 멋진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어요. 우리 게임이 아이디어에 불과하던 시절 이 게임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그들이 주로 기대했던건 그런 플레이어 서사적 경험이었어요. 저는 이 부분은 확실히 BJ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거라 생각했었죠; 사람들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게임을 제대로 전달하는게 관건이었을 뿐이에요. 아울러 사회적 측면도 있죠. 작년에 PAX에 출전했을 때 부스에서 매우 강한 사회적 측면을 보았어요. 사람들은 와서 대보스와의 전투를 목격하며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걸 보는데, 최악의 순간에 전염병 의사가 영웅적이 되거나 모조리 전멸해버리는거죠. 모여있던 군중들은 몰입했어요. 그런 강한 반작용은 확실히 우리에게 주어진 큰 행운이죠. 게임 릴리즈까지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해야 할 일들이 많나요? 얼리 억세스 커뮤니티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신가요? 크리스: 아직 작업해야 할 스토리와 컨텐츠가 많아요. 스토리의 실마리를 풀어줄 The Cove와 The Darkest Dungeon라는 두 개의 던전이 있죠. 5개의 클래스를 더 추가할거고, 보스의 숫자를 두 배로 늘릴거에요; 이게 다 킥스타터 확장 목표죠. 따라서 컨텐츠가 부족할 일은 없다고 봐요. 특히 클래스의 숫자를 감안한다면 파티 조합도 엄청 많이 생길거구요. 폭넓은 다양성과 도전을 다루기 위한 진짜로 흥미로운 전략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말하자면, 이미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스팀 포럼이나 방송을 보고 채팅을 읽고 폭넓은 반응을 관찰하며 게임의 어디가 잘 됐고 어디가 잘못 됐는지를 어떤 장신구가 제대로 동작하고 어떤 장신구가 그렇지 않은가 등의 좀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확인하고 있죠. 우리의 최상위 목표를 현실에 타협하여 깍아나가지 않고도 게임을 잘 다듬을 수 있는 많은 도구를 갖게 될거라고 봅니다. 타일러: 비현실적이에요. 그 모든 호응들이요. 언론 매체와 플레이어들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우리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듣는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기분이죠. 그게 우리가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우리 자신들이 게임을 통해 겪어 온 경험들, 즉 사람들에게 기억될만한 경험을 주는 일을 이제는 우리가 하려 하고있어요. 그 과정에서 생계도 꾸려나가고요.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는게 너무 신기해서 볼을 꼬집어보곤 해요. 우리가 게임을 통해 전하려는 모든 것들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하고자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게 되는거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다행이라고 느껴요. 여러분이 만든 모험가들과는 정반대로군요. 크리스: 맞아요. 게임을 만드는건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거랑 꽤 비슷한 느낌이에요. 두말할 나위없이요. 타일러: 팀 내에서 그런 농담을 하곤 해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올라가면 "어어어 ... 자, 자, 이제 고통 오나요 !!" 우리는 정확히 같은 논의를 우리 스스로 그리고 팀원들끼리 하곤 했어요. 사람들이 행동하는 경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니까요. 누군가와 얘기를 하다가, 다른 어떤 사람이 자기 본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곤 한다고 얘기했던게 기억나요. 그들은 그가 명백히 '고통' 상태라고 말했었죠. 크리스: 그런 상태로는 일주일 정도 버티는게 전부죠. 그리고 나선 선술집에서 술마시는 등의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춰야 해요. 타일러: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거죠. "보통 이 사람은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일단 욕을 하기 시작하면 팀에겐 매우 안좋죠." 이 게임이 게임 개발에 대한 메타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크리스: 하하. 맞아요. 개발하는 내내 의식하고 있었어요. 마감이 사람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죠. 몇몇은 집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들고 일어나요. 다른 사람들은 압박감에 위축되기도 하죠.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을 '게임화(gamify)'할 때 이런 부분들이 분명히 영향을 줬어요.
  1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재밌어보이는 글이 있어 링크를 물어왔습니다. 문제 제기 모바일 앱이 많아지면서 유저의 재방문을 높이기 위해 푸시 메시지를 사용하는 서비스가 많다. 문제는 유저를 고려하지 않는 푸시 메시지인데, 스팸으로 취급될 뿐더러 서비스 이탈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푸시 메시지 자체의 비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푸시 메시지의 진짜 비용은 메시지 송신에 들어가는 물리 비용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매체 피로감이다. 고객이 마케팅 채널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다. 만약 유저의 접속 패턴을 고려해서 적당한 푸시 타이밍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과도한 푸시 메시지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더 읽으시려면 http://boxnwhis.kr/2015/02/27/right_timing_to_push_messages.html
  2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s: Free-To-Play ------------------------------------- 마지막 편인 3편 입니다. 이 글은 쓰여진 시기가 2011년으로, 지금으로부터 4년전입니다. 언급된 몇몇 내용들은 글이 쓰여지던 시점에서는 “미래를 내다 본” 것이나 이미 현실화 된 것도 있고, 또 몇몇 부분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곳도 있습니다. 3편의 글들 모두에 이런 부분들이 존재하나, 3편인 이번 글에서 이런 부분들이 특히 더 두드러집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825/the_fwords_of_mmos_freetoplay.php -------------------------------------- [시리즈 세 번째인 이 글에서,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은 부분유료화 MMO의 혁명과, 서로 다른 과금 구조를 어떻게 도입해야 최고의 수익과 플레이어의 만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 나는 경제라는 게임 매커니즘과 이 매커니즘이 게임 디자인 결정에 어떻게 연관되는지 - MMORPG내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구조에서 경제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재밌고 공정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 – 를 논한 바 있다. 마지막 편인 이 글에서, 나는 게임 중심의 이론에서 잠시 손을 떼고 게임을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한다. 이를 통해 부분유료화 과금모델로 이행 중인 최근 트렌드가 어떻게 게임 디자인,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 내 경제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이 특히 흥미로운 주제인 이유는, 많은 “부분유료” 게임들이 흥행을 위해 이중 경제 구조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중 경제란 게임 내 경제와 소액결제 시장을 의미하며, 이들이 다양한 게임에서 서로 다른 비중으로나마 교차하고 있다. 부분유료화로 이행하고 있는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 모델이 성공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최초의 물물교환이 성립된 이래 시장의 핵심에 언제나 자리해왔던 이상과 이에 바탕하여 깊게 뿌리내린 관습에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와의 끝없는 전쟁을 부추기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복제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시장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게임의 종말이야! 그러나 이 개념이 디지털 상품에도 성립하는걸까? 비디오 게임은 경제학자들이 흔히 “비경합성”이라 분류하는 상품군에 속한다. 누군가 “상품을 소비”해도 (“게임을 플레이했다”의 경제학적 표현) 생산자가 뭔가를 추가로 부담할 필요가 없으며 (한계 비용이 0 : 추가로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0이라는 의미 -voosco) 다른 소비자들도 어떤 추가적인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비열화성非劣化性. 다른 누군가가 동시에 해당 상품을 사용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 누가 비디오 게임을 불법복제하더라도, 그 게임의 생산자나 다른 소비자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거다. 비디오 게임 퍼블리셔들은 오랫동안 불법복제를 판매손실과 동일시해왔다. 이는 순수한 경제학적 용어로 참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판매에 실패한 것이다; 제품을 “도둑맞”았다기보다는 소비자를 설득하여 제품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에 가깝다.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 업계는 생수 산업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판매 손실”보다 브랜딩과 고급화를 더 걱정할 필요가 있다. 생수 회사에게 컵에 담긴 수돗물은 모두 “판매 손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별 정수 시스템에 대해 수도국에 항의하지는 않잖은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얻어내려는 게임 업계의 갈망은 전체적으로 소비자들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갈등은 현재 부분유료화 게임 제작자들로부터 새로운 즙을 짜내려 하고있다. 돌에서 피를 짜내려 하기보다 바구니를 널어놓고 비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비가 오면, 바구니로 돈이 흘러들어오리라! 기본으로의 회귀: 개인 마케팅 최근 F2P 게임 디자인 경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들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아주 명확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하겠다: 전통적인 정액제 모델이 그것이다. 정액제는 모든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같은 상품에 대해 같은 접근권을 갖는다는 원칙 하에서 동작한다. 이는 즉 무제한의 접근, 즉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접근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나는 정액제 유료 케이블TV에 가입했다. 월별로 같은 요금을 내고 80여개의 채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한달 내내 하루에 24시간씩 텔레비전을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내가 지불한 정액 요금으로부터 내가 얻은 가치는 매달 달라진다. 더욱이 나는 80여개의 채널을 동시에 모두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보는 것의 수천배의 가치를 지불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정했다. 모두가 같은 돈을 내고, 모두가 같은 채널에 대한 접근권을 가졌으며, 모두가 자기가 보고싶은 것 또는 그보다 아주 조금 덜 텔레비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함의 인식은 내가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던대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정액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첫 번째 글에서 다른 중요한 개념도 빌려오기로 한다: 시간과 돈의 인식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에 사람들이 쓰는 돈과 시간의 양은 반비례한다. 하나의 게임에 돈을 더 많이 쓸수록, 그 게임을 덜 플레이해도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돈을 벌려면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여러분은 더 많은 돈과, 더 적은 자기 시간을 갖게된다. 이게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궁극의 공식은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광범한 사람들에게 대체로 맞아들어간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아래에 정액제 모델과 게임에 쓸 수 있는 서로 다른 다양한 시간과 돈을 가진 이들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제일 좌측에 위치한 그룹은 가장 적은 돈과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예에서는, 정액비(Fixed Fee)를 낼만큼의 돈도 없다. 그 결과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게임을 할 수 없는 이들도 돈은 있다. 단지 정액비를 낼만큼의 돈이 없을 뿐이다. 각 그래프가 나타내는 바는 이런 조건에 속한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므로, 저 작아보이는 그래프가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돈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제일 좌측 그룹에 닿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고정 가격, 즉 정액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하면 다른 모두에게도 낮은 가격을 받게된다. 역사적으로 바로 이 지점이 F2P가 노리는 곳이다: 지불 조건을 임의의 정액비보다 낮게 함으로써, 그간 도달하지 못했던 시장 세그먼트에 닿는 것이다. 내가 ‘에너지 모델’이라 부르는 초기 F2P모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겠다. 에너지 모델은 플레이어들이 조금은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돌아간다. 무료 플레이가 끝나면 조금 더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조금 더 내야한다. 더 많이 플레이하고 싶을수록,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 에너지 모델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몬스터와 싸우거나 던전에 입장하는 등의 게임 내 핵심 활동을, 매일 또는 주마다 조금씩 느리게 차오르는 에너지와 연동시킨다.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플레이어가 게임을 더 하고싶다면, 아이템 샵에서 에너지를 더 구입하면 된다. 에너지 모델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플레이어들의 경우. 이런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지만, 더 구입할 돈이 없다; 이는 엄청난 짜증을 야기하는데,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엄청 많지만 게임은 그저 “안됐네요”라고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그래프의 반대편에도 문제는 있다: 더 부유한 플레이어들로부터의 매출을 잃는 것이다. 이들은 게임을 플레이 할 시간이 별로 없다. 따라서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는 일도, 그래서 에너지를 더 구입하고 싶어지는 일도 없다. 게임에 돈을 더 쓸 용의가 있지만 쓰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다. 아울러 정액제와 에너지 기반 게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문제도 있다. 시간에 얽힌 재밌는 요소 때문이다. 돈 –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것. 그러나 써야하지 않는데 쓴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음 - 과는 달리 시간은 여러분이 실제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에너지 모델에서는, ‘돈을 쓰지 못’한다고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을 쓰지 못하는건 짜증을 유발한다. 반면 다른 측면도 있다: 몇몇 게임들은 최소 요구 시간이 있다. 최소 요구 금액처럼 말이다. 최근 리프트가 출시되었을 때, 나는 친구들과 이 게임을 플레이 할 생각에 흥분했다. 내 친구들 중 대부분은 정액비를 낼 돈이 없었기에 나와 와우를 플레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린 모두 일을 하고 있으니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리프트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들 모두 싫다고 대답했다. 한번 더 물었다. 왜? 친구들은 리프트를 플레이 할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와우나 리프트 같은 게임들은, 그들 말에 의하면, 너무 시간 소모적이다. “시간 비용”이라는 개념은 MMO 디자인에 또다른 큰 문제를 야기한다. 최소 요구 자금이 유저들로 하여금 정액제 모델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이런류의 게임들이 가진 최소 요구 시간 또한 때로 스펙트럼의 반대 지점에서 같은 작용을 한다. 게다가 와우같은 게임의 "주당 4회 레이드, 회당 4시간씩" 이라는 요구사항은 불과 한 달에 15달러라는 액수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에너지 모델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돈을 내라는 것과, 낸 돈만큼을 뽑으려면 그만큼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경계선에 선 유저들은 정액제 모델만큼, 또는 심지어 그 이상이 이탈해 버린다. 현재의 F2P "혁명"은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내가 "편의"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이 모델은 내가 지금까지 설명해 온 것을 기반으로, 즉 시간과 돈을 희소 자원으로 놓는데, 사람들은 대체로 이 둘 중 하나는 가지고 있다. 편의 모델에서 여러분은 직접 플레이를 통해 성장할 수도, 또는 돈을 내고 성장할 수도 있으며, 그 사이의 어떤 지점을 노릴 수도 있다. 순수하게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이 모델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원하는만큼 돈을 쓸 수 있고 원하는만큼 시간을 쓸 수 있다. 과금을 함에 있어 놓치는 것이 없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 모델은 재앙이다. 편의 모델이 동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이 매우 높은 장벽을 세우되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장벽을 넘어서 해볼만큼 "가치있는" 경험을 제공해야만 한다. 모든 이들로부터 돈을 받으려면 그만큼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 위 그림의 '시간&금전적 요구수준(Time&Money Requirement)' 막대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일정 수준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지불을 멈추게 된다. 막대가 너무 높으면 사람들은 플레이를 그만둔다. 끝. 자신들이 가진 모든 돈과 시간을 써도 그만큼의 재미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의 모델이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게임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편의 기능들을 팔 수 있게 하라. 이는 즉 불쾌할 정도로 중독적인 게임을 만들되 가능한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 그러한 불편함을 회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그래서 그걸 피하려고 돈을 내게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이 업계에 투신하지는 않았다. 이에 더해 게이머들도 점점 알아차려가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중독적 게임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몇몇 경제학자들의 스프레드시트에 나오는 파란/초록의 작대기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을 뿐이며, 재미있고자 할 뿐이다. F2P의 미래 미래의 성공적인 F2P 게임들은 생수 업계가 성공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성공할 것이다: 사람들을 돈을 낼 수 밖에 없는 코너에 몰아넣기보다는 돈을 내고 싶게 만든다는 원칙 하에 움직일 것이다. 내가 위에서 묘사한 이 세 가지 모델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유저 단위 매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모델 모두 유저를 보며 묻는다: "이 유저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델들이 모두 어떻게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쓰게 만들까하고 고민한다는 점이다. 정액제 모델에서 각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접근권에 돈을 썼다. 에너지 모델에서 각 유저들은 더 많은 시간을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쓴다. 편의 모델에서 각 유저들은 편의기능을 위해 돈을 쓴다. 이 모든 것들이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좋다. 괜찮다. 그러나 이들 게임들은 모두 멀티플레이어 게임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심지어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한다는게 전제라면, 마케팅 전략은 왜 실제로는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방해하는가? 친구가 정액비를 내지 않게 되거나 에너지를 다 써버리거나, 레벨업에서 뒤쳐지는 건 꽤나 안좋은 일인데. 최근에 게임 회사들은 플레이어 리텐션에 있어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여러분의 모델이 무엇이든 여러분의 게임에 돈을 쓰는게 플레이어들이라면, 플레이어 리텐션은 중요하다. 그러나 심지어 리텐션보다 더 중요한건,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재밌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탈해버리면 남은 이들도 이탈을 고려하게 된다. 플레이어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 MMORPG에서 남은 수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는데 서버통합이 중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여러분이 성공적인 MMORPG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게임에는 30명짜리 길드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길드 마스터와 한 명의 길드 중심 인물이 정액 연장을 포기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 길드가 산산히 부서지고, 결국 28명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정액연장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길드 마스터를 비롯해서 중심 인물에게 무료 정액을 제공한다면? 그들은 플레이를 계속할 것이며, 다른 28명도 정액비를 계속 지불할 것이다. 성공? 별로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천만명의 플레이어들 중 누가 그러한 '중심인물'인지 밝혀내는 일에 행운을 빈다. 길드 리더, 길드 지도부, 게시판 네임드, 또는 친구 리스트에 수많은 이들을 등록한 사람조차 확실하게 중심인물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조용하지만 뒤에서, 남들이 돌보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결정적 중심인물 일 수 있다. 내 고교시절 선생님은 이를 비둘기들의 우두머리라 불렀다. 길드 마스터 및 중심 인물에게 무료로 정액을 제공하는 일의 또다른 문제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28명도 아마 무료 정액을 기대할 것이다. 정액제의 "공정함"의 문제들 중 하나는, 정액제가 워낙이 공정하기에, 공정하기 싫어도 공정함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배워야 할 중요한 부분도 있다: 사람들은 때로 낯선 이들과 게임을 하기 위해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여러분의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어떤 종류의 진입장벽이든 존재한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이들을 방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른 얘기도 있다.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 계정이 있는데, 나 혼자서는 결코 (한 달에 한두번쯤 정도뿐) 플레이 한 적이 없다. 난 그 게임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고, 이 친구들이 종종 내게 같이 하자고 말하곤 한다.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는건 아주 좋아한다. 그게 무슨 게임이든 말이다. 따라서 그들이 언제든 '롤?'하고 메세지를 보내면, 난 거의 대부분 'ㅇㅋ'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게임이 정액제, 에너지, 그리고 편의 모델 중 어느것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LOL에서 여러분은 정액비를 낼 필요가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도 없다. 기술적으로 라이엇 샵에 편의성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경험과의 연관성은 희박하다. 어쩌면 LOL을 편의 모델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금으로 구입 가능한 RP를 통해 새 챔피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료인 IP로도 살 수 있고 이건 캐주얼한 플레이어들에게도 흔한 일이며 매주 10개씩 제공되는 프리로테는 보통 상당히 흥미로운 다양성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이 편의 모델로 분류될만큼 충분히 “불편”하지 않다고 본다. 라이엇은 고객들의 쇼핑 트렌드에 대해 커멘트하길 거절했지만, 나는 LOL의 주된 매출이 챔피언 스킨 판매에서 나온다고 본다. 스킨은 순수하게 미학적인 요소이다. 치장성. 보너스.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즐기기 위해, 또는 게임 내의 무엇을 얻기 위해서도 특정한 스킨이 필요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나 아주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킨을 좋아한다 – 심지어 내가 함께 플레이하는 친구들도 그렇다. 그들은 스킨을 써가며 게임을 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언제든 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여기에는 어떤 진입 장벽도 없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에, 친구들 중 한 명이 나에게 LOL 기프트 카드를 선물했다. 그냥 웃자고 준 선물일 수도 있다. 나는 스킨에 “돈을 낭비하는” 것에 엄격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기프트 카드를 받았으니 스킨을 하나 구입했고 내 친구들을 그걸 보고 웃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구입한 스킨은 그게 다다. 이상하기도 하지.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다: 라이엇은 어떤 플레이어가 무료로 플레이를 하더라도 게임 밖으로 이탈시키지 않았기에 기프트 카드를 팔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라이엇이 어떤 매출도 올려주길 거절하는 유저에게 무료로 플레이하기를 허락했다는 점이다. 그 유저는 아마도 게임이 무료 유저에게 불리해지는 순간 게임을 떠났을 것이다. 무임 승차자가 머무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라이엇은 그래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무과금 유저들이 과금 유저들의 플레이(그리고 결제!)를 돕는다. 사회적 관계망을 이해하는건 단순히 플레이어 리텐션을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사회적 관계망이 미래에 F2P 게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임을 움직이는 사고방식은 지금의 “개별 플레이어들로부터 돈을 얻어내는 방법은?”에서 “플레이어이 돈을 쓸 수 있는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까?”로 바뀔 것이다. 펀컴에서 에이지 오브 코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크레이크 모리슨(Craig Morrison)는 내게 “플레이어들이 돈을 내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 돈을 내고 싶게 하는게 문제인거에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플레이를 “하고싶은” 방향으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게임들은 여전히 유저 중심적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아이템 샵은 플레이어들에게 자신들의 “아이템 화폐” (예를 들면 라이엇 포인트, RP)를 사게 강제하고, 이 화폐를 계정에 묶어둔다. 이 화폐를 통해 구입한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로 계정에 묶일 것이다. 라이엇의 모델을 다시 보자: 내 친구는 내게 기프트 카드를 사주었지, RP를 직접 주거나 스킨을 직접 선물할 수는 없었다. 라이엇 모델의 문제점은, 선물을 주는 행위가 물리적인 물건인 기프트 카드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유저가 기프트 카드를 사서 은박을 긁어 코드를 이메일로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유저가 기분 내킬 때 친구에게 이런 식으로 선물을 주기 위해 기프트 카드를 쌓아놓고 살겠는가? 그리고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이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선물을 줄 수 있을까? 별로다. 와우와 같은 MMORPG들이 우리에게 보여준건, 완전히 낯선 이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완전히 낯선 이들이 만나고, 길드를 만들고, 수년간 레이드를 함께 한다. 심지어 서로의 실명도 모른채 말이다. 이런 친구들 사이의 기프트 카드 주고받기는 아주 강력해 질 수 있다: 내 WOW 길드는 길드 창고에 굉장히 값진 물건들을 쌓아놓고 누구든 가져갈 수 있게 하는데, 많은 길드원들이 서로 보탠 결과이다. 친구들이 게임에서 만나서 그때 그 자리에서 서로 챔피언이나 스킨을 선물할 수 있게 한다면 라이엇이 얼마나 더 많은 RP를 팔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본게임 직전의 매치메이킹에서 충동적으로 누군가에게 챔피언이나 스킨을 선물하게 할 수도 있었다. 영구적인 선물을 즉흥적으로 건내는 일이 벌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경기에 한해서 쓸 수 있는 아이템을 아주 적은 RP로 선물하게 하는 일은 거대한 추가 매출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 저기 고래다! 게임이 더 나아갈 수 있는 발자국이 하나 더 있다. 퍼펙트 월드 인터내셔널(Perfect World International)의 포세이큰 월드(Forsaken World – 이하 FW)를 보기 전까지 나는 이러한 진전이 전폭적으로 도입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게임 내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건 좋은 발전이다. 그러나 FW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이템샵과 게임 내 경제를 통합했다. 게임 내 경제와 아이템샵의 통합은 내가 이 시리즈를 통해 말해온 내용들의 궁극의 정점이다. 파트1에서 나는 시간을 쓰는 대신 돈을 쓰는 일의 공정함에 대해 얘기했고, 이 글에서 F2P 모델을 통해 더 다양한 시간 vs 돈의 구도를 논했다. 파트2에서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게임 내 화폐의 생성 페이스 조절 권한을 플레이어들에게 줄 것을,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게임 내 화폐들을 내부 시장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현금을 주고 산 게임 내 아이템을 플레이어들끼리 거래하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주지할만한 결과는, 굳이 자기가 사서 선물로 건내주지 않아도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결제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전달하려는 대상이 누군지 몰라도 뭔가를 구입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공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간 거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임들의 판매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게임들은 무과금 유저도, 고래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F2P 게임이 노려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고래들이다. “고래”라는 단어는 사용하기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고래”를 그저 대다수의 다른 이들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을 의미할 때 쓴다. 그러나 “고래”라는 개념에서 진짜 중요한 요소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본인용으로만 돈을 쓰도록 제한하지 않을 경우 의도했던 것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이들이다. 이 지점이 리그 로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서 진정한 “고래”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이다. 일단 챔피언과 스킨을 모두 구입하고나면 LOL에 더 이상 돈을 쓸 수가 없다. 본인용 아이템만 파는 상점은 매출 잠재력에 한계가 있다: 하나의 품목은 한 번만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 사서 뿌릴 수가 없다면, 돈을 더 쓸 수가 없다. 이것이 스팀과 같은 곳의 전면 페이지가 터바인의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이나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전면 페이지보다 훨씬 더 잘 동작하는 이유이다. 스팀의 경우 묶음으로 사서 추가분을 선물로 줄 수 있지만, 다른 게임들에서는 구입한 모든 것이 구입자의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이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건 괜찮은 시작점이긴 하다. 게임 내 경제와 아이템샵을 연동하는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가는 것이다. 고래들은 자기들이 아이템샵에서 구입한 여분을 다른 이들과 거래할 수 있기에 가치있는 것이다. 고래들이 오프라인 친구들과만 거래할 수 있다면, 아마도 한 두명쯤에게나 선물을 하고 말 것이다. (LOL의 기프트 카드처럼 말이다.) 그들이 게임 내 친구들과도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앞서의 한 두명은 20명이나 30명, 또는 대단히 카리스마있는 고래라면, 수백명의 스팀 유저들이 될 것이다. 궁극적인 고래는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선물 – 또는, 그보다는 거래 - 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지점이 바로 이브 온라인의 플럭스(PLEX)와 포세이큰 월드의 일다(Eyrda)샵이 진정 빛나는 곳이다: 현금으로 산 화폐나 아이템을 게임 내 거래소에 올릴 수 있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들에게 게임 내 화폐가 넉넉하다면 구입할 수도 있다. 사회적 관계망에 갇혀있던 고래가 전체 게임으로 풀려나는 것이다. 나는 현실 경제와 게임 내 경제의 통합이 부분유료화 게임들의 차세대를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유행하는 무료 체험판을 “프리미엄(Freemium)”이라고 포장한 것이 아닌, 바닥부터 F2P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게임들. 이런 게임들이 견고한 “시간 vs 돈” 그래프를 들고 나와 “여러분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원하는 곳에 돈을 쓰시도록 할게요.”라고 말하는 게임이 될 것이다. 나는, 일 개인으로서, 진정으로 “차세대 부분유료화”를 기다리고 있다.
  2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s: Faucets 먼저 읽어보시면 좋을, 1편 "공정성" 2편의 원문출처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805/the_fwords_of_mmos_faucets.php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두 번째 글인 이번 편에서는 MMO 경제 전문가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이 수도관 – 돈이 어떻게 게임에 들어와서 다시 나가는지 - 의 개념을 살펴보며, 건강한 게임 경제를 위해 진짜로 중요한게 무엇인지에 대해 몇몇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지난 편에서는 MMORPG 경제의 공정성 – 특히 게임 내 시장에서 장비를 사고 파는 것과, 귀속되어 그럴 수 없는 경우 - 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았다. 2편에서는 MMORPG의 또다른 F단어인 ‘수도꼭지(Faucets)’을 다뤄보려한다. 1편으로 돌아가서, 울티마 온라인의 제작자인 리처드 게리엇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돈을 얻는 비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도 이런 요소는 거의 대부분 유효하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이들과 게임을 하긴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MO에서는 이런 요소가 유효하지 않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경제 구조는 대략 이런 식이다: 이 그림은 게임의 MIMO 모델(돈이 들어오고, 돈이 나가고: money-in, money-out) 즉 수도꼭지(상수도)와 하수도를 보여준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돈의 흐름이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MMORPG에서 이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잘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 많은 개발자들이 파괴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도록 화폐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몬스터 사냥이나 퀘스트 수행 등을 통해 수도꼭지에 ‘화폐’가 계속해서 주입되죠.” Ncsoft의 게임 아이온의 경제를 설명하며 랜스 스티테스(Lance Stites)가 말한다. “따라서 욕조는 가득 차게되구요. 하수도가 없으면 극단적 인플레이션을 겪게 됩니다. –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했을 때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계가 만들어지는거에요.”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위키피디아를 통해 이를 명확히 해보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본래 순환 구조에서 화폐량의 증가를 의미했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이런 의미로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가격 규모의 상승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서로 구분되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격의 상승은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NPC 상인이 말 한마리의 가격을 300G에서 400G로 올리거나 경매장에서 물약 한 묶음의 평균 가격이 10G에서 15G로 올라간다면 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화폐 공급 증가는 순환 구조내의 화폐의 양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러분의 게임 서버내 골드의 양이 어제 1000G에서 오늘 1100G가 되었다면, 화폐 공급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위의 두 가지는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분의 정부가 1달러 지폐의 인쇄를 멈추고 1조 달러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여러분의 연봉 5만 달러는 더 이상 좋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한된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가진 사회에서는, 이들의 가격이란 그 사회가 가진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고정된 퍼센티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사회 전체에 100덩어리의 빵이 있다면 그리고 100달러를 찍었다면, (그리고 터무니없긴 하지만 이 100덩어리의 빵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유일한 상품 또는 서비스라고 가정한다면) 각 빵 덩어리는 1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 상태에서 100달러를 더 찍으면 빵 한 덩어리는 2달러가 되고, 따라서 돈을 찍어내는 입장에서는 좋은 거래이다. (이제 빵을 다 갖기 위해 50달러만 내면 되니까) 그러나 1달러를 가진 이들에게 이는 좋지 못한 거래인데, 자기가 가진 돈이 이제 빵 반 덩이의 가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비디오 게임의 “사회”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농장을 만들 땅이 엄청 많고, 파낼 석유가 엄청 많고, 캐낼 철이 엄청 많지만 결국 총량은 정해져있다. 여기에 더해 사유재산의 개념이 아무나 와서 이런 자원들을 획득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게임 세계에서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 게임 세계에서 자원은 무한하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캐내도 자원은 계속 리스폰된다. 따라서, 게임에서, 여러분이 뭔가를 원한다면, 여러분은 그걸 살 이유가 없다. 그냥 가서 가지면 된다. 인플레이션이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돈을 내지 않고는 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을 키우고 도구를 만들어서 자, 빵을 만들었다. 할 수가 없다. 현실 세계에서는 생산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빵을 구입해야만 한다. 현실에서 빵은 나무에서 자라거나 고블린이 드랍하지 않는다. 게임에서는 빵이 나무에서 자라거나 고블린이 드랍한다. 이 비유를 좀더 넓게 펴보자면, 게임에는 무한한 양의 “빵”이 존재하고 모든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올바르게 플레이하기만 한다면 이를 취할 권리가 있다. 채집하고 제작하기 위한 무한한 자원에 더해서, 비디오 게임의 NPC 상인들은 또한 팔려고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을 무한하게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빵을 구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우클릭을 하든 관계없이, 상인들은 언제나 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더 멋진 점은, 가격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빵을 얼마나 구입하든 빵의 가격은 결코 올라가지 않는다. 이것이 NPC상점에서 구입 가능한 모든 상품에게 의미하는 바는, 그 상품이 고정된 최고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 가격”이란 복잡한 경제학적 용어로 “이 이상은 절대 올라가지 않을 가격”을 의미한다. 따라서 게임의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 상품을 그 가격, 아무리 가격이 높아진다해도 그 가격 이하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NPC 상인들은 플레이어들이 가져오는 잡템을 구입하기 위한 돈도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개발팀에서 그 아이템에 가격을 붙여놓은 이상 NPC 상인들은 얼마든지 그 상품을 사준다. 여러분이 10억개의 두꺼비 가죽끈을 가지고 있다면, NPC들은 (그걸로 뭘 하려는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를 구입하기 위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 NPC 상인들에게 팔기 위한 모든 상품들은 그 상품에 대한 고정된 최저 가격이 설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혹시 이게 “이 이하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을 가격”을 의미하는 복잡한 경제학적 용어라고 생각했다면 정답이다. 고정 최저 가격과 고정 최고 가격을 가진 모든 상품들은, 플레이어간의 거래에 있어서 그 가격 범위 내에서만 거래가 된다. 뭐 … 아닐 수도 있다. 게임 내 경제에 대해 아는 어떤 플레이어도 고정 최고 가격 이상으로 구입하거나 고정 최저 가격 이하로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잘 모르는 플레이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브 온라인”과 같은 몇몇 온라인 게임들은 이런 경제에 무지한 종류의 사람들을 먹이로 삼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어떤 게임의 위키가 포괄적이고 자주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이런 류의 실수를 하는 것을 막아준다. 스티테스의 수도꼭지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가보자면, 결국 그가 얘기했던 ‘신규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해 그가 느끼는 공포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의 게임이 잘 디자인되어서 신규 플레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핵심적인 아이템들에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정해져있다면, 순환구조 내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든 플레이어간 거래 시장의 가격이 얼마나 오래든 관계없이, 모든 신규 플레이어들은 돈을 벌고 쓸 기회를 똑같이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와우’를 보자. 플레이어들은 ‘와우’를 싱글 플레이어 게임처럼 할 수 있다. 혼자서 퀘스트를 하고, 혼자서 돈을 벌고, 혼자서 NPC 상인들에게 이 돈을 쓰는 것이다. 이 게임의 화폐 공급 또는 경매장의 인플레이션은 신규 플레이어가 솔로 컨텐츠만을 즐기는 이상 이 플레이어의 경험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일정 시점에서, 이 플레이어는 경매인을 클릭할 수도 있다. 그리고 …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해야겠다. 시간 = 돈. 1편에서 말했던 바 있다; 여기서 다시 말하겠다. 이는 기본적이면서 모든 경제적 현실이 기반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이 신규 플레이어가 경매장의 가격들을 보면서, 그/그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매장의 가격에 구입하거나, 가서 직접 구하는 거다. 한 쪽은 돈이 들고, 다른 한 쪽은 시간이 든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양쪽을 평등하게 고려한다면, 그들은 어떤 쪽이든 싼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그 물건을 직접 구하는데 드는 시간보다 그걸 구입하는데 드는 돈을 구하는 쪽이 시간이 덜 든다면, 그들은 그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실제로 이는 현실 세계 경제의 이면에 자리한 기본적 개념이다. 여러분이 구입(또는 절도)하지 않는다면, 빵 한덩이를 만드는데 어느정도나 시간이 걸릴까? 주인없는 경작지를 일단 찾아내야 한다. 불가능하겠지만 한번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 땅에 있는 밀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땅에 밀 씨앗을 심고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밀을 수확해야하는데, 맨손으로는 아주 어렵다. 돌맹이와 나무를 좀 구해서 스스로의 농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밀알을 갈아 밀가루를 만들고,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다른 재료들도 찾아낸다. 그동안 여러분은 한 덩이의 빵을 얻기 위해 일 년의 몇 주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 숙련이 되면, 빵을 많이 만드는 것은 한결 쉬운 일이다. 여러분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빵을 왕창 많이 만들어서 이를 거래하는 것이, 빵 몇 덩이를 만들거나 그 외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일들을 직접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훨씬 말이 된다. 재밌게도 사람들이 각자 하는 일에 점점 전문화되고 이를 다른 이들과 거래할수록, 생산은 점점 더 효율적이 된다. 따라서 누군가는 밀을 만드는데 특화, 누군가는 밀알을 갈아 밀가루를 만드는 일에 특화, 누군가는 밀가루로 빵을 굽는데 특화 … 뭐, 여러분이 이런 3단계 매커니즘을 많은 게임들을 통해 이미 보아왔을거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MMORPG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MMORPG들의 개별 활동들은 고도로 고립되어 있으며, 극도로 자급자족을 지향하여 디자인되어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모든걸 스스로 할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게임들에서 모든걸 스스로 해야만하도록 요구받는 것이다. 와우에서 누군가가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이 약초들 좀 내 연금 부캐로 보냈다가 영약 비벼서 우편으로 다시 보내야 돼.”라고 말하는걸 들은 기억이 수도 없다. 모두가 모든 일을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거래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나마 이들 게임들이 자원 채집 시스템을 이렇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자원 채집은 되는대로 만들어졌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광석이나 약초를 클릭하거나 아무거나 나오길 바라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모한 시간에 비례하여 얻는 자원의 양이 선형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여러분이 1시간에 약초를 20개 캘 수 있다면, 2시간에는 40개를 캐게 된다. 이것이 “현실 세계” 채집과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여러분의 노동의 결과물은 추가적으로 일을 하면 극적으로 올라간다. 하루에 1시간씩 100일을 일해서 여러분이 10파운드의 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면, 하루에 8시간을 일해서 100일이 지나면 여러분은 아마도 10,000파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MMORPG에서, 여러분의 시간을 소모하여 특정한 종류의 자원 채집에 전문화 한다는 것이, 아무거나 채집하는데 비해 어떠한 효율 증가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여러 자원들을 동시에 채집하는게 한 가지 종류만 채집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효율이 높다. 아울러 현실의 경제학 원칙과는 다르게, 여러분은 종종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얻게 된다. 와우와 같은 MMORPG에서의 채집이란 농부가 밀을 채집하러 나가서는 광석 덩어리, 과일, 기공부품, 살아있는 동물, 발전된 과학기술 조각, 마법 아이템 등을 가방에 꾸역꾸역 주워넣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에서 분업화된 노동의 가치와는 터무니없을만큼 극단적으로 반대인 것이다. 여러분의 게임에 있는 “수도꼭지”가 현금으로 홍수를 이룰거라 걱정한다면, 다른 자원들의 수도꼭지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어떤 플레이어가 자기가 돌아다니며 얻은 잡템들을 팔러 마을로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자. 이런 모든 잡템들이 사실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잠템을 모은 이에게는 그저 잡템일 뿐이다. 그/그녀는 이 잡템을 모으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잡템들이 가방 속으로 떨어진 것과 같다. 그러니 그/그녀는 경매장으로 가서, 이 아이템들의 현재 가격을 살펴보고, 가격을 후려친다. 왜? 간단하다. 그들은 가능한한 빨리 잡템을 가방에서 치워버리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잡템일 뿐이니까. 그게 우리가 잡템으로 하는 일 아닌가? 가방에서 치워버리기. 많은 MMORPG에서 실제 수도꼭지는 골드의 드랍이 아니다.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이다. 아울러 그 결과도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 반대이다: 공개 시장에서 모든 잡템들을 팔아치우려는 경쟁 덕분에, 가격은 최저 가격에 가깝게 내려간다. 어떤 시점에서 차라리 상인 NPC에게 잡템을 팔아버리는게 다른 플레이어에게 팔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싸(그리고 더 편리하)게 먹히기 시작한다. 이는 해당 아이템이 시장에서 포화상태이며 따라서 최저 가격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공교롭게도 화폐 수도꼭지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뿐만 아니라 화폐 수도꼭지는 이미 존재한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언제든 플레이어들은 돈을 얻을 수 있는, 예를 들면 몬스터 사냥과 같은 일에 전념해왔다. 플레이어들이 돈의 공급을 관리하기에, 그들은 이미 돈을 얻을 수 있는 모든 수도꼭지를 열었고 시장은 화폐로 넘쳐나고 있다. 그들이 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간 뿐이다. 어떤 시점에서, 돈을 직접 벌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더 가치있게 쓰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시장이 완전히 바닥에 도달한게 아니라면 자원을 모으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MMORPG에서는 그렇지 않다. 좀더 큰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게임 외적으로 시간을 쓰기 시작할 때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뭔가를 원한다. 그러나 그에겐 자기가 원하는걸 구입할 돈이 없고, 시간을 써서 그만큼의 돈을 모으고 싶지도 않다. 왜? 그들의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때, 시간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진다. 여기가 바로 골드 파밍이 개입하는 부분이다. 골드 파밍은 궁극의 수도꼭지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현실의 돈을 지불하고, 그들이 대신 시간을 써서 여러분에게 돈을 가져다준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이게 골드 파밍이 동작하는 원리이다. 골드 파밍에서는 두 가지 기본적인 팩트가 존재한다: - 플레이어들과 게임 개발자들은 골드 파머들 때문에 비슷하게 고통받고 있다. - 플레이어들과 게임 개발자들은 골드 구입자들로부터 고통받지는 않는다. 골드 파머들로 인해 고통받는 플레이어들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골드 사라는 광고 문구만 해도 많은 온라인 게임들에서 공포스러운 존재이다. 골드 파머들은 또한 어뷰징 가능한 헛점을 찾아내려 노력하며, 이들 중 많은 경우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피해를 준다. 골드 파머들은 또한 게임 자체로부터 돈을 얻기보다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돈을 얻는게 더 쉬울 때 게임 내 경제에 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들은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계정을 해킹해서 들어가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홀딱 벗겨 자신들의 돈자루를 채우고 그걸 다시 팔아치운다. 게임 개발자들과 퍼블리셔들 또한 골드 파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에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사기들이 존재하지만, 개발자이자 퍼블리셔로서 우리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사기는 바로 신용카드 사기죠.” 트라이온 월드(Trion World)의 리프트(Rift)에서 수석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스캇 하츠맨(Scott Hartsman)의 말이다. “여러분이 안좋은 골드 사이트에 가서 골드를 사면, 그들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여러분에게 골드를 주겠지만, 동시에 여러분의 카드 번호도 팔아넘겨요. 아니면 여러분의 카드로 계정을 새로 파죠.” (우리나라의 골드 거래는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 등의 중계 사이트를 통한 ‘유저간 거래’ (실제로 반대편은 업자인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중계 사이트를 통해 최소한의 보안은 보장이 됨)가 주를 이루지만, 서구권의 골드 거래는 유저간 거래는 별로 없고 개별 사이트에서 업자들이 직접 골드를 파는 경우가 대부분임. -voosco) “사람들은 이런걸 웃고 넘기곤 다른데가서 ‘하하, 내게는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곤 해요. 아니에요 일어납니다.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죠.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지난 삼사년간 저는 어떤 게임 회사의 대표에게든 마스터 카드(Master Card)와 비자(Visa)에게 벌금을 얼마나 내야했는지 묻고 싶었어요. 엄청나게 많이 일어납니다. 벌금으로 낸 돈들이 사실은 게임을 더 낫게 만드는데 갔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참 병신같다는 걸 확인하려는데 쓰이고 있더란 말입니다.” 따라서 골드 파머가 나쁜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골드 구매자들은 어떨까? 스스로 벌지 않은 골드를 얻는 이들은 나쁜걸까? 나는 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 한 놈이 돈으로 산 캐릭터로 게임을 망칠 수 있어요. 심지어는 친구들의 1랩 캐릭터들까지 말이죠.” 터바인(Turb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델 커(Cardell Kerr)의 말이다. “하지만 그런건 요새 게임문화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친구들와 같이 플레이하고 싶거든요.” “이제는 게임에 로긴하면, 그 게임이 MMO든 FPS든 그 둘을 섞은 이상한 게임이든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그런 활동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때문에, 요즘은 이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돈의 관점에서 이 돈에 대한 보상이 문제라고 보는 건 엉뚱한 대상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매우 간단한 비유가 있다: 여러분은 누군가 접속해서 그들의 친구에게 많은 양의 돈 또는 강력한 장비를 주는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에게는 도와줄 친구가 있고 내게는 없다는건 “공정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 “불공정” 에 대한 논쟁이 골드 구매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골드를 “받는”건 괜찮고 골드를 “파는”건 나쁘다면, 해결책은 뭘까? 꽤 단순하다: MMO 제작사들이 직접 골드를 파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드디어 경제의 핵심에 도달한 것이다. 기억해보자. 무제한의 골드 수도꼭지가 이미 넓게 열려있고, 플레이어들이 달려와서 각자의 그릇을 채워가길 기다리고 있다. 유일한 차이는 기다리는 시간을 없앤 것 뿐이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그저 수도꼭지의 물의 흐름을 더 빠르게 하는 것 뿐이다. 이 지점이 바로 사람들이 공포에 빠지는 곳이다. 으어? 안돼 !! 가격이 올라갈거야!! 근데 그건 실제로는 나쁜 일이 아니다. 정말로. 가격은 이미 바닥이라는걸 기억하자. 벌써 수요보다 한참 더 많은 물건들을 모험을 통해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이미 그런 모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 구매를 좀 허용하는 것은 귀찮은 모험을 통해 마을로 흘러들어온 잡템들을 청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신경써야 할 것은 경매장에서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사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품목의 가격이 올라갈 것인가? 아마도 진짜로 가격이 크게 상승할 물건들, 인플레이션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물건들은 엄청 희귀한 아이템이라서 지금도 이미 엄청나게 비싼 아이템들 일 것이다.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그걸 살만큼의 골드를 갖기 위해서는 골드 파머에게 골드를 사야만 하는 그런 물건들. 여기에 MMORPG가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부분이 있다. 현실에서는 대단히 희귀한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막대한 양의 작업과 시간, 그리고 창조적 영감을 들여야 한다. MMORPG에서 이런 희귀한 물건들은 반짝이는 시체를 우클릭하면 10억분의 1확률로 보라색 이름이 부여되어 나온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이런 희귀한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할 수 있다. 위대한 그림을 그려보이겠다며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거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우연찮게 위대한 명작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다. 우연히 환상적인 교향곡을 작곡하거나 우연히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MMORPG에서는 모든게 랜덤이다. 쥐 10마리 죽이는 퀘스트를 하다가 7번째로 죽인 쥐가 어마어마한 에픽 아이템을 드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러분이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해도 이런 일들이 노력을 통해 성취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무작위성으로 인해 그 물건들의 가격은 이미 극도로 불안정하다. 골드 파머들은 경매장에 이런 물건들이 올라오면 잽싸게 즉시 낙찰받아 도달 불가능한 가격에 다시 올려놓는다; 이들을 구입하기 위한 방법은 골드 파머들로부터 골드를 구입하는 것 뿐이다. 이 과정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 – 골드가 아닌, 반짝이는 에픽템 – 을 골드로 바꾸는 잔혹하리만치 효율적인 싸이클이다. 수도꼭지와 하수도를 고치는 방법은, MMORPG에서 장비가 성장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유아기적 개발자들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대신 장비를 장비로 대하게 해야한다: 사용하고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 아이템 성능이 점진적이며 상대적으로 약화되게 만들고, 아이템을 잃을 수도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템은 플레이어들이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건 즉, 구입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며 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모든 것이 최신 MMORPG의 가장 큰 단점들 중 하나를 개선함으로써 이루어 질 수 있다: 제작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브 온라인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경제는 결단코 단순히 그 경제의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에 기대는 바도 크다. 이브의 모든 것은 제작된다. 이브의 모든 것은 파괴되어 사라질 수 있으며, 교체할 필요가 있다. 이브에서 돈은 순환한다. 모든 이들이 다른 이들이 만든 뭔가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다른 이들로부터 뭔가를 얻지 않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등의 테마파크형 MMORPG들이 가진 디자인 철학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와우에서 모든 가치는 획득 시 귀속에 담겨있다. 즉 여러분은 모든걸 스스로 얻어야만 한다. 한편으로 게임의 제작 시스템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한 가지 역할에 전문화되도록 만드는건, 경제학적 동기부여 공식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이브에는 광부, 배달부, 제작자 등이 있으며, 각기 서로 다른 일들을 한다. 아울러 게임의 제작 시스템이 충분히 열려있어서 플레이어들끼리 여러 측면에서 서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독점을 통한 비효율이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브도 이런 측면에서는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버퀘스트II는 그보다 훨씬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EQ2가 출시됐을 때, 이 게임에는 고도로 전문화된 제작 시스템이 있었다. 9종류의 제작 분야가 있고, 한 품목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품목의 부품들을 필요로 했다 – 때로 다른 8가지 품목의 부품 모두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거의 매 단계마다 최소한 1개의 연금술 재료를 요구했다. 이는 다른 제작자들이 연금술사에 크게 의존하게 만들었고, 몇몇 연금술사들이 손쉽게 경제를 멈춰버릴 수 있게 되었다. “2004년에 우리가 출시했던 게임은 수년 후의 게임과는 확연히 달랐어요.” 스캇 하츠맨(Scott Hartsman)이 에버퀘스트II의 경험에 대해 나에게 얘기하며 한 말이다. “제작 시스템이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지,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등 많은 일들을 해야했죠. 그중 가장 중요한건, 소수의 사람들에게 서버 전체의 경제를 망칠 힘이 주어지지는 않는지 관찰하는 거였어요.” “그정도의 상호의존성을 가진 게임은 플레이하기가 아주 복잡하죠. 몇몇 레시피의 최종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40가지 부품들 – 서로 다른 티어에 속한 40가지 부속요소들 – 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리고 그 부품들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어야 하는 것이었죠. 결국 아주 작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서버 전체의 경제를 통제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내가 지적하고자하는 EQ2가 출시되었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화된 시장 시스템의 부재였다. EQ2는 결국 중개인 시스템을 넣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로긴해 있어야만 동작하는 식이었다. 나는 스캇에게 매입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이브와 같은 시장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물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연금술사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들이 연금 재료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하면, 그들은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고 따라서 EQ2의 상호의존적 구조가 살아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저도 중앙화된 시장 시스템이 우리의 상호의존적 시스템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어줬을거라고 믿어요. 그 이유는 이래요: 제작의 상호의존성과 던전의 파티플레이는 서로 다른 활동 층위에서 각기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는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저 불편한걸 싫어하는거죠. 그리고 다른 사람이란, 세계에서 가장 불편한 존재인거에요.” 난 줄곧 MMORPG에서 가장 나쁜건 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이라고 말해왔다. “맞아요. 우린 언제나 간단하고 재미있게! 라고 말하곤 했죠. 사실이에요. 제작의 상호의존성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와, 이 제작 시스템은 깊이가 상당하고 종류도 엄청 다양해’라고 하지만, ‘아 …. 잠만. 이제 이 부품을 구할 방법을 찾아봐야하네? 이건 별론데 …’ 하게되죠. 따라서, 맞아요. 그런 시스템을 더 추가하는건 제 생각엔 상호의존성을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추가하는 방법일거에요.” 자, 이제 여기에 성공적인 MMORPG 게임 내 경제를 만들기 위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a) 모두가 필요로 하는, 그리고 특히 신규 플레이어를 포함해서 모두가 채집할 수 있는 자원을 반드시 넣어라. 테마파크의 “최상위 재료들만이 실제로 거래되는” 모델보다는 이브의 “트리타늄이 좀더 필요해!” 모델을 따르라. b) 한 가지에 특화된 플레이어에게 좀더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특정한 노동에 전문화되도록 동기를 부여하라. 그게 채집이든 제작이든. 아울러 각각의 전문화된 분야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생산물을 필요로하도록 만들어 상호의존성을 구축하라. c) 그러나 시장의 비효율성을 교정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못박혀 있도록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들이 아무런 비용없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바꿀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즉: 와우나 리프트처럼 “딱 두 개만 가능!!”하게 만들어선 안되며, 파이날 판타지 XIV 또는 이브 온라인처럼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어요.”로 해야한다는 의미이다. d) 직접적인 상호작용 없이도 플레이어들이 서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매입 주문과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은, 누군가를 만나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제적 거래를 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장치이다. e) 게임 내 화폐의 수도꼭지보다 장비의 수도꼭지에 더 주의를 기울여라. 화폐 수도꼭지를 완전히 방치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화폐 수도꼭지보다 장비의 수도꼭지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귀속 시스템은 인정하지 않는다; 귀속 시스템 하에서는 결국 누구든 다른 이들이 가진 것들을 갖게되며 누구도 자기들이 가진 물건들을 팔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영구 장비를 폐기하라. 장비에 기반한 성장 시스템을 없애라. 이 시리즈의 3편이자 마지막 편에서는 게임 내 경제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제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MMORPG에 대해 논할 때면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큰 F단어인 바로 무료(Free) 플레이(to play) 이다. 올해 캐나다 게임 컨퍼런스(Canadian Games Conference)에서 내가 발표한 내용과 개념들을 일부 다시 소개하고, 여기에 아주 많은 깊이있는 내용들을 추가하려한다. 채널 고정!
  2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RPGs: Fairness 좀 오래된 글이다보니 시간이 니자면서 어떤 부분은 틀린 것으로, 또 어떤 부분은 맞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내용들이 있긴 한데, 여전히 유효하며 유익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해봅니다. 아래의 모든 게임 명은 본래 이탤릭으로 써야하는 건데 ... 편의상 생략하였으니 양해해주세요. --------------------------- 원문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789/the_fwords_of_mmorpgs_fairness.php *이 글은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첫 번째이며, MMO 경제 전문가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이 공정성의 개념 - 게임의 경제와 아이템이 기능하는 방법을 통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이 공정하다고 믿게 만들고, 이를 통해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하는 것 - 과 몇몇 게임들이 이 미묘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을 게임 디자인을 통해 잘 관리한 또는 파괴한 경우들을 살펴보겠다.* 작년(원문 작성일은 2011년, 즉 여기서 '작년'이란 2010년을 의미합니다) 에 나는 가상 경제 이론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비교적 광범하게, 기본적인 사항들 및 몇몇 특정한 사례들을 다룬 글이었다. 이 시리즈는 기본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현존하는 게임에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들의 도움을 받아 MMORPG 경제의 최근 문제들을 다루게 되었다. 아직 원글을 읽지 않았다면 빠르게 훑어보기라도 하길 바란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가급적 겹치는 내용들은 피하려 한다. 이 논의에 참여했던 이들은 MMORPG 역사의 전설 들이다. (아래에 우리가 논한 게임들을 정리해보았다.) - Brian Knox, Senior Producer, En Masse Entertainment. TERA - Cardell Kerr, Creative Director, Turbine. Asheron’s Call, Asheron’s Call 2, Dungeons and Dragons Online, Lord of the Rings Online. - Jack Emmert, CEO, Cryptic Studios. City of Heroes, City of Villains, Champions Online, Star Trek Online. - Lance Stites, Executive VP, NCSoft. Aion. - Scott Hartsman, Executive Producer, Trion Worlds. EverQuest, EverQuest II, Rift 오늘날 MMORPG에서 중요한 F단어는 세 가지이다. 공정성, 수도꼭지, 그리고 부분유료화(F2P).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MMORPG의 경제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훨씬 더 단순한 사례를 살펴보자.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 게임의 모든 것은 개발자의 통제 하에 있다. 개발자가 모든 규칙을 만든다 : 몬스터가 리스폰될지 안될지, 몬스터가 돈을 드랍할지 안할지, 인벤토리 공간은 어느정도일지, 무엇이 언제 어디서 드랍될지. 이런 모든 자세한 사항들을 개발자가 결정한다. 실제로 이런 요소들은 계획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주의깊게 조율된다. “솔로 플레이어 게임을 만들 때면, 캐릭터 스탯치의 성장이든 캐릭터가 가진 부와 그 부로 무엇 – 다음 갑옷이나 장비품 – 을 살 수 있는지든 모두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 있죠.” 리처드 게리엇(Richard Garriot)이 싱글 플레이어 RPG인 울티마에서 했던 작업들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플레이어가 돈을 버는 방법을 빡빡하게 제한해서, 그들이 스토리상의 특정한 위치에 도달할 때 플레이어의 주머니 속에 든 돈이 어느정도인지를 상당히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가진 돈과 스토리 상에서의 스케일을 동시에 늘려나가며 그 둘이 발맞추게 하는거죠.” 스케일링은 게임이 도전적인 감각을 갖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RPG에서 전투의 난이도는 여러분의 레벨과 여러분 적들의 레벨 차이에 직접 비례한다. 여러분의 레벨이 10이고 적들의 레벨도 10이라면 난이도는 보통일 것이다. 여러분의 레벨이 12이라면 쉬움, 레벨 8이라면 어려움. 여러분의 레벨이 너무 낮다면 – 난이도가 너무 높다면 –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뒤로 돌아가서 좀더 쉬운 놈들을 클리어하며 “레벨업”을 한다. 이러한 “노가다”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온 많은 JRPG 플레이어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노가다를 하지 않았음에도) 여러분의 레벨이 너무 높고 난이도가 너무 낮다면, 게임이 그냥 잘못 디자인 된 것으로 느껴진다. 개발자들라면 이 정도에서 당연히 내가 15레벨이 됐을거라고 예상했었어야하는거 아닌가? 싱글 플레이어 RPG 디자인에 도입된 큰, 그리고 꽤 논쟁적인 변화들 중 하나가 실시간 컨텐츠 스케일링이다. 엘더 스크롤IV: 오블리비언은 전체 게임의 모든 전투가 플레이어의 현재 레벨이 맞춰 스케일링된다는 이유로 몇몇 “하드코어” 게이머들로부터 비판받았다. 여러분이 가는 모든 던전, 심지어 이전에 와서 저레벨 몬스터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던전조차, 이후에 다시 가보면 여러분의 현재 레벨에 맞게 조정되어 있는 것이다. 절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전투란 없게 된다. 지금 레벨에서는 너무 난이도가 높기에 들어갈 수가 없어 일종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이후에 더 강해져야만 가볼 수 있는 지역같은건 오블리비언에는 없다. 이후 베데스다의 또다른 RPG 히트작 폴아웃 3에서는, 같은 스케일링 시스템을 초기 레벨 설정에만 사용한다. 일단 플레이어들이 어떤 지역을 방문하면, 그때를 기준으로 몬스터들의 레벨이 “잠기(lock)”게 되고, 이후에는 변하지 않는다. 이는 오블리비언의 전체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이 주던 짜증을 다소간 완화시켜준다. 그러나 MMORPG에서는 이런 스케일링을 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다양한 레벨대의 수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같은 지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방금 그 지역을 말타고 스쳐갔다는 이유로 5레벨짜리 플레이어 옆에 50레벨짜리 몬스터를 스폰하는 게임을 하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MMORPG들은 고전 JRPG들과 같은 방법으로 컨텐츠를 스케일링한다: 다양한 난이도의 몬스터들이 전체 지역에 의도된대로 고루 분포하는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예들 중 하나가 여기있다: 애쉬론즈 콜(Asheron’s Call)이라는 게임의 데레쓰(Dereth) 맵으로, 적당히 분포된 몬스터 레벨을 보여준다. 이런게 공정함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애쉬론즈 콜의 이렇게 달라보이도록 구획된 지역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직접적인 ‘성취’의 대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흑요석 평원(Obsidian Plains)에 발을 내딛었을 때 – 다이어랜드(Direlands)의 검은 심장을 배회하던 엄니살해자의 정예 계급이 되었을 때 – 그것이 바로 성취인 것이다. 아울러 언제든 다른 이들과의 비교 속에 성취의 감각이 존재할 때, 여기엔 공정함의 감각 또한 존재한다. 공정함은 MMORPG 개발에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이전 세대의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선 “치팅”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규칙바꾸기가 용납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려되기도 한다. 많은 게임들이 난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또는 치트키를 제공하여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경험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게임을 하드모드가 아니라 이지모드로 깨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 자신에겐 의미가 있다. 공정함이란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 등장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대결에서 치팅은 눈쌀 찌푸려지는 일이 된다. 그러나 몇몇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치팅에 동의하지 않을 때만 그렇다. 모두가 특정한 “치트”에 동의한다면, 그건 더 이상 치팅이 아니다. 안그런가? 그건 그냥 규칙을 바꾸는 일이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규칙을 바꾸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일에 해당하는 모드(MOD) 만들기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심지어 특정한 장르 또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 변경은 모든 참여자들의 동의에 기반한다. 모두가 그 모드를 다운받고 사용해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MMORPG에는 규칙을 바꾸기 위한 어떤 구조도 없다는 것이다. 치트 코드도 없다. 모드도 없다. 다른 규칙으로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어떤 장치들도 없다. MMORPG엔 하나의, 단 하나의 규칙만이 존재하며 누구든 이 규칙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 공정함에는 엄청난 혼란이 야기된다. 이러한 공정함에 대한 인식은 PvP 클래스 밸런스에서 PvE 레이드 진행율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물론, 게임내 경제에도 그렇다. MMORPG에서 성장의 개념만큼 경제적 공정함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없다. MMORPG들은 시간 = 성장이라는 아주 단순한 공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최신 MMORPG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단지 시간을 소모할 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의 손쉬움은 “발로 해도 이긴다”(본래 단어는 faceroll 이며, 특정한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보다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작을 할 필요가 없이 키보드 위에 얼굴을 굴리면 눌러지는 키에 매칭된 아무 스킬이나 나가고, 그래도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의미. 인데 한국에 정확히 매칭되는 단어가 없어서 이렇게 번역-voosco) 라는 단어를 낳았고 이브 온라인은 “쪽수로 밀기”(본래 단어는 blob-voosco) 라는 단어를 만들었으며, 이들 모두 수백만 달러의 골드 파밍 및 대리 레벨업 산업을 만들어냈다. 공식은 단순하다. 시간 = 성장. 시간 = 돈. 따라서 논리적으로 돈 = 성장이다. 맞는가? 그렇다. 절대적으로 그러하다. 누구든 다른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은 틀린 것이다. 골드 파밍에 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는 게임 디자인 상의 중대한 단점을 가리킨다. 여러분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게임을 스킵하고자한다면, 여러분은 그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재미가 없다면 그 게임은 나쁜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에게 골드 구입 또는 대리 레벨업은 그들의 게임이 그정도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플레이 하지 않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거의 대부분의 RPG들에서 이런 노가다 매커니즘은 여러분의 가상 세계속 삶의 모든 측면에서 – 적어도 저에게는 – 고통스럽게 반복됩니다.” 리처드 게리엇의 말이다. “게임의 어디를 잘라보아도 모든 단면에서 정확히 같은 게임 매커니즘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걸 발견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사람들이 시간을 소모하게 하는 겁니다. 레벨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거죠.” 그럼 왜 게임들은 자꾸만 노가다로 회귀하는가? “울티마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울티마 시리즈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울티마 시리즈는 굉장히 커스터마이징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커스터마이징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고 시간과 노력도 엄청나게 잡아먹죠. 10개 더, 10개 더, 또 10개 더 … 식으로 만드는건 알고리즘으로 할 수 있고, 꽤 잘 먹혀들기도 하구요. 우리 같은 하드코어 ‘롤플레잉’ 게이머들은 불평할지 몰라도, 레벨 노가다는 엄청 잘 동작하니까요.” 따라서 게임 디자인에서 노가다는 피할 수가 없다. 아울러 플레이어들은 이를 스킵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럼 공정하지 못한 부분은 어디일까? 누군가는 몇 개월씩 걸려 50레벨이 되고 누군가는 돈을 써서 그렇게 되는게 정말로 “불공정”한건가? 게임이 공식적으로 레벨을 파는게 아니라 어둠의 써드파티가 그렇게해서 불공정한가? 아니면 스스로 노가다를 해야만 공정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건가? 터바인(Turbine)이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Dungeons & Dragons Online)과 반지의 제왕 온라인(Lord of the Rings Online)을 전통적인 정액제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부분유료화 모델로 바꿨을 때, 개발자들은 앞서 얘기한 공정하다는 감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터바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카델 커(Cardell Kerr)는 이 과정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전환을 했을 때, 모든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누구도 게임을 망가뜨리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각 게임은 모두 고유의 방식으로 따라 동작하도록 디자인된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들 중 딱 하나 우리가 가장 끌렸던건 시간이었습니다. 맞아요. 많은 부분들이 사실상 시간에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진행해나가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을 소모해서 나가 싸우고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게임 매커니즘을 따르는 방법과, 특정한 몇몇 가지를 피하기 위해서 시간을 쓰는 대신 돈을 지불하는 방법이었죠.” “이런 구도를 각 게임에 적용했고, 여러분이 생각했던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아마 그 이유는, 문제 자체가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었다는 점이지 싶어요. 우리가 지금도 확인하고 있는 차이는, 일정 수준 이상 격렬한 게임플레이에 참여할 능력이 없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더 공격적으로 게임플레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원을 모으고 무기와 장비를 찾던 것과는 달리, 이제 그들은 스스로 어디에 시간을 쓸 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카델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단지 그들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느낌, 그들에게 전체 플레이어들의 느낌을 전하려는 소수의 포럼 게시자들만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에게 컨텐츠를 스킵 기능을 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생각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터바인은 실제로 이를 해냈다. 폭풍에 대비했으나 폭풍은 오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이를 불공정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터바인이 게임을 부분유료화로 전환하면서, 많은 블로그들이 다가올 부분유료화 묵시록의 폭풍을 묘사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어떻게 부분유료화가 전혀 나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암울한 절망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불공정하다는 느낌이 그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문제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MMORPG의 성장에 연관된 게임플레이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시간 소모적이다. 대다수 MMORPG의 “레벨업” 과정은 진짜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극도로 긴 튜토리얼로 묘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누구도 이를 스킵할 수 없기에 모두가 함께 고통받는게 공정한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돈을 내고 레벨업을 스킵할 수 있다면 이는 불공정하게 느껴질 것인데,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레벨업 경험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만약 이들 게임들이 만렙 캐릭터를 팔기 시작한다면 만렙 캐릭터 판매를 부추기기 위해서 레벨업 과정을 더 길게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자신들에게서 돈을 더 뜯어낼 목적으로 악랄하게 만들어진 경우를 감지해내기 위한 예민한 감각을 발전시켜왔다. 블리자드가 기존 레벨업 시간을 수시간정도로 줄이지 않은 채 최고레벨 캐릭터를 파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플레이어들은 격하게 저항하거나 고개를 돌려 외면할 것이다. 이런 공포는 또한 많은 아시아산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극단적으로 빡센 “무료” 환경을 기반으로 캐릭터 성능과 성장을 구입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는 무료”이긴 하겠지만, “승리는 유료”인 것이다. 방금 말한 시스템과 앞서 언급했던 시스템간의 차이를 주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경우에 우리는 선택권을 갖는다. 시간을 써서 성장하던가, 돈으로 구입하던가. 그러나 방금 말한 시스템에서는 오로지 아이템샵에 가서 구입을 해야지만 특정한 어드밴티지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승리가 유료인 시스템은 성장이 유료인 것과는 다르다. 언매스 엔터테인먼트(En Masse Entertainment)는 동양권과 서구권의 공정함의 개념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점한 회사이다. 언매스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MMORPG인 테라를 서구권 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 있는데, 단순히 게임을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서구권 유저층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서구화”하는 중이다. “지금의 테라에는 거래하거나 팔 수 없는 아이템이 얼마 없습니다. – 서구권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죠.” 언매스의 시니어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녹스(Brian Knox)의 설명이다. “서구권을 위한 가장 큰 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우리가 현재 어떤 아이템이 거래 가능하며 어떤 아이템이 획득시 귀속이 될지를 판단하는 중이라는 겁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의 사기와 성취의 감각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게 될겁니다: 여러분은 그 무기를 직접 수고하여 얻은건가요, 아니면 그저 돈을 주고 샀을 뿐인가요?” 블리자드가 불타는 성전 확장팩을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레이드의 “티어”개념을 도입하자, MMORPG에서 “장비”의 개념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무기와 갑옷은 한때 기어스코어로 환산되는 수치적 요소 이상의 무엇이었다: 장비들은 그걸 얻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성취, 얽힌 이야기들을 상징했다. 내가 아는 와우 이전의 MMO – 울티마 온라인, 애쉬론즈 콜, 에버퀘스트, 그리고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 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장비들 중 최소 하나 이상의 아이템에 얽힌 길다란 모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장비들 중 많은 것들이 “최고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류의 게임에서 그 장비가 가진 희귀성과 뭔가 색다른 것을 얻는다는 놀라움이 장비에 굉장한 마법을 걸어주었던 것이다. 와우는 레이드 티어를 재정의하면서, 장비의 성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레이드 컨텐츠를 통한 성장은 직전 티어 장비의 획득에 달려있다. 티어2 레이드를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티어1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티어3 레이드를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티어2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기타등등. 희귀 장비로 무장한다는 것은 레벨업만큼이나 고만고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울러 마치 경험치처럼, 이 장비들은 모두 직접 구해야만 한다. 모든 장비들이 획득 시 귀속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벨업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국 골드 파머”들이 잽싸게 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캐릭터를 가져가서 레이드를 돌고, 레이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들을 입혀준다. 희귀 장비로 무장한다는건 그저 성장의 일부이자 시간 잡아먹는 일이 되어버렸다. 또는, 부가적으로는, 돈을 잡아먹거나.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것은, 애초에 장비가 모두 획득 시 귀속이 된 이유가 성취의 감각을 통해 공정하다는 느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레이드를 한 누군가로부터 구입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레이드를 했기에 에픽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취의 감각은 규칙의 일부였다. 획득 시 귀속은 에픽 장비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치팅과도 같은 일들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레이드 파머”들에게 격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곧 블리자드 자체에 대한 항의의 소리가 훨씬 더 커졌다. 블리자드는 리치왕의 분노에서 레이드를 좀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장비 성장의 문제였다. 티어3 레이드를 가려면 티어2 장비를 구해야하는데, 모두가 이미 티어3로 가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티어2 레이드를 하는 사람은 없다면 어떻게 이런 상황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블리자드는 레이드보다 훨씬 쉬운 5인 던전 – 그냥 시간만 쓰면 되는 낮은 난이도의 던전 – 에서 토큰을 모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이 토큰들로 상인NPC에게서 현재 단계 레이드보다 한 단계 전의 장비들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티어4 레이드가 나왔을 때 티어3 장비들을 파는 상인들이 나타났다. 불과 며칠 사이에 레이드 던전에는 발도 들여놔본 적 없는 이들이 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던전에서 몇 개월에 걸쳐 고생해 온 이들과 같은 장비를 갖게 되었다. 플레이어들은 정당한 분노를 표했다: 다음 티어의 레이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직전 티어 컨텐츠의 장비를 모두 돈주고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지금 레이드를 하겠는가? 한 두달 후에 모든 이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걸 위해 노력하는거라면 거기에 성취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블리자드는 공정함의 딜레마를 직면했다: 새 시스템은 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온 레이더들에게 공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옛 시스템은 레이드에 시간을 쏟을 수 없거나 그러지 않았던 캐주얼 플레이어들에게 공정하지 못하다. 문제는 와우에서 장비의 성장이 들인 시간에 기반하기보다는 솜씨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 있었다. 레이드 장비를 풀셋으로 갖춘다는건, 단순히 여러분이 거기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솜씨가 레이드 보스를 넘어설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이드 장비는 또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거대한 상징이기도 했다: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서 강력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있는 그룹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리지널 와우에서 적어도 불타는 성전 컨텐츠 대부분에 이르기까지 레이드 장비는 높은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강력한 상징이었다. 이러한 상징은 특히나 얻기 어려울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 여러분이 기사작위를 인터넷에서 15$에 구입할 수 있다면, “경”이라는 칭호는 지위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 블리자드가 한 일은 누구나 이러한 신분의 상징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자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 상징이 담고 있던 가치를 파괴한 것이었다. 여왕이 국제적인 TV에 나와 “모두에게 기사작위를”하고 외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여전히 레이드 컨텐츠를 만드는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며, 어떤 MMORPG에서든 가장 재밌는 컨텐츠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이런 재밌고 만들기 힘든걸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게 하자는게 완벽하게 말이 된다. 한편 사회적 지위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장비가 아니라 업적 시스템을 통해서. 블리자드는 “일반”과 “하드” 모드 레이드를 만들고, 하드 모드를 모두 클리어한 플레이어들에게 업적과 희귀한 탈 것을 제공했다. 이론적으로 이는 잘 먹혀들어야 한다. 실전에서도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내 무쇠 원시 비룡이 좋았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울두아르 이후 “하드” 모드가 굉장히 싫어졌다. 결국 노멀 모드의 리치왕을 잡은 이후 와우를 접고 말았다. 나는 롤플레잉 게임의 롤플레잉 측면, 즉 모험의 흥분을 좋아했던 거지, 기괴하게 뒤틀린 “하드”모드 보스전의 억지로 만들어진 도전을 좋아했던게 아니다. 새로운 업적 시스템 기반의 보상이 공정하긴 했지만,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과는 달랐던 것이다. 언매스가 테라에서 직면한 문제는 와우에서 파생된 또다른 문제점인데 이는 장비를 그저 모두에게 뿌리기보다 이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었을 때의 가능성이다. 와우는 모든 가치있는 아이템이 거래 불가능하므로 희귀 아이템이 거래 가능할 경우의 좋은 사례가 되지 못한다. 대신 또다른 아시아 MMORPG인 파이널판타지 XI(Final Fantasy XI : 이하 FFXI)가 거래의 공정성에 어느정도의 통찰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FFXI에는 “악명높은 몬스터”라는 것이 있는데, 특정 위치에서 드물게 나타나며 이를 물리칠 경우 아주 희귀하고 가치있는 아이템 또는 제작 재료를 낮은 확률로 드랍한다. FFXI의 장비들은 “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여러 번에 걸친 거래를 통해 여러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다. FFXI는 골드 파머들이 해킹을 통해 희귀한 아이템들을 독점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는 다음 편에서 다룰 문제이고,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희귀한 장비 아이템의 순환에 있어서의 공정성이다. 어떤 플레이어가 이런 희귀한 아이템들 중 뭔가를 원한다면, 이 플레이어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해당 몬스터를 죽이고 직접 그걸 얻어내거나, 그 아이템을 구입하기에 충분할만큼의 돈을 모으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FFXI에는 가치있으면서도 거래 가능한 아이템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돈이 크게 의미있으며 극도로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아이템을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은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직접 몬스터를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선택지를 택하든 그 아이템을 구하는건 성취가 된다. (현질 시장을 제외한다면) 양쪽 선택지 모두 그 자체로 공평한 것이다. 따라서 브라이언 녹스가 플레이어의 성취감이라는 측면을 우려하는데 있어서 이 우려는 아이템이 어떻게 시장에 도입되는가의 문제이지, 어떻게 구입하느냐의 문제는 아니게 된다. 아이템이 와우에서처럼 시장에 넘쳐나게 된다면 플레이어들은 이를 구입함에 있어 아무런 성취를 느끼지 못할 것이고,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 아이템들을 직접 사냥을 통해 구한 이들의 성취감을 파괴하게 된다. 한편으로 이 아이템들이 시장에 NPC상인들이 아닌 플레이어의 성취를 통해 주의깊게 도입된다면 플레이어들의 성취감은 유지될 것이다. 왜냐면 가격이 아주 높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 가격은 플레이어가 이를 얻기 위해 치러야했던 수고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치는 유지된다. MMORPG에서 공정함이라는 개념을 요약하자면: 노가다 또는 순수하게 들인 시간에 기반하는 성장 매커니즘은 성장과 성장 과정에서의 성취감을 하찮아 보이게 만든다; 이 경우 공정함의 개념은 상당히 무의미해지며 누구도 시간이 드는 성장을 돈으로 커버하는 것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성취가 플레이어의 솜씨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이를 스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눈쌀 찌푸려지는 일이다. 최상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솜씨에 기반한 성장이 누적되는 것을 피하여 와우의 레이드가 겪었던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공정성은 “넓고 평탄한” 게임 디자인을 통해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다.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장애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각각의 장애물들이 그 자체로 정말로 도전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공개된 시장에서 이들 도전의 보상을 교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전을 통해 이룬 성취 자체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면,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성취를 이루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방법의 대가와 거래할 것이다.
  2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Current Issues With Survival Games 요새 크게 관심가는게 아래에서 언급되는 소위 '서바이벌류' 게임들인데, 여기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있기에 옮겨봅니다. 아래 나온 게임들이 익숙치 않은 분들은 한국에서 나름 선전했던 굶지마(Don't Starve)에 멀티플레이어 + free PvP 가 들어간 게임을 연상하시면 얼추 들어맞지 싶네요. ---------------------------------------- http://gamasutra.com/blogs/AlexNichiporchik/20150223/237085/Current_Issues_With_Survival_Games.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나는 더이상 비디오 게임을 그렇게 많이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짜증나는 일이다. 최근의 서바이벌 게임 유행과 같은 멋진 경험들을 놓치고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십대였다면 주말 내내 방안에서 정크푸드와 닥터페퍼를 마시며 이 재밌는 모래상자(샌드박스)에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을텐데 말이다. (얼마간의) 책임을 가진 (얼마간의) 성인으로서, 나는 내가 지금 작업 중인 게임(12개)을 따라잡으면서도 AAA 블럭버스터를 플레이 할 시간을 내야하고, 어떻게든 다음에 올 유행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서바이벌 게임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들 게임들은 이상적인 "여러분 스스로의 경험을 만드세요"류의 게임이다. 인간의 상호작용, 체계적인 페이스 조절, 일상적인 놀라움 등은 이들 게임이 가진 매력적인 측면의 일부일 뿐이다. Rust, H1Z1, 그리고 DayZ를 플레이 한 후, 나는 이 장르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를 하나 찾아냈다. 이 글에서 나는 멀티플레이어 서바이벌 게임을 하며 겪었던 주관적 경험 속으로 뛰어들어보고자 한다. 비록 각각의 게임을 플레이 한 시간이 12시간도 안되기 때문에 이들 게임의 컨텐츠들 중 상당수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괜찮다 - 그저 평균적인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표면에 흠집을 내보고자 하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1컷 : "나도 한때 너 같았었지. 헐벗고, 굶주린데다 혼자. 하지만 지금 날 봐. 바지를 가졌어" 2컷 : "내 집으로 같이 가자. 내가 목재와 석재를 줄게. 치킨도 조금 줄 수 있을지도 몰라" 3컷 : "그래서 내가 걔들 집으로 데려가서 모두 죽였음ㅋ" "네가 정부의 감시 목록에 올라있지 않다면 누군가 일을 게을리 하는 중일 듯" 이들 게임은 노가다 게임이며, 솜씨 게임이 아니다. 첫번째 문제는 내가 이 게임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스폰되면 돌과 횃불, 그리고 약간의 다른 것들을 가지게 된다 - 그리고 이 샌드박스에 던져진다. 여기서부터 뭐라도 얻으려면, 누군가 자기를 죽이지 않길 바라면서 제작 노가다를 하거나, 집짓기 노가다를 하거나 무기 만들기 노가다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내가 보고 싶은건 H1Z1의 활 같은 것이다. 여러분은 스폰된 직후 1분 이내에 활과 화살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하면, 여러분이 숙련된 플레이어일 경우에, 게임 시작한지 한 시간도 안되어서 이미 다른 이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헬멧을 쓰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내가 H1Z1에서 겪었던 가장 재밌는 경험들 중 하나는 반 시간 가량을 누군가를 스토킹해서 완벽한 헤드샷을 성공시켰던 일이었다. 한 시간동안 나무를 베느라 시간을 쓸 필요 없이, 스폰되자마자 나뭇가지 몇 개를 주워 활과 화살을 만들고 바로 스토킹 길에 나섰던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에는 이런 것들이 좀더 필요하다 -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이미 플레이를 좀 해왔던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요소들. Rust와 DayZ를 할 때 나는 아이패드로 유튜브 튜토리얼 켜놓아야만 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공통의 목표와 스토리 멀티플레이어 서바이벌 게임들은 공통의, 통일된 목표를 결여하고 있다. 모두가 뭉쳐서 지향한만한, 또는 모두가 도달하고자하는 가시적인 단일 목표. 하프라이프2를 떠올려보자 - 여러분은 시타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는 만약 우리가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면 어떨지 사무실에서 브레인스토밍을 몇 번 해봤었다. 그 결과는 대체로 모두가 노려봄직한 공통의 목표를 중심에 놓고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섬 내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산. 꼭대기에 도달하기는 극단적으로 어려운. 그러나 일단 누군가 거기에 도달한다면 서버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산. 산 정상에 놓인 스위치를 켜면 화산이 분화하고 사람들은 쓰레기더미를 뒤져 연장을 챙겨서 탑에 있는 왕을 죽이러 가게만드는? 나도 그 일부가 되고 싶게 만드는 얘기다. 또는 스위치를 켜면 좀비들이 스폰되어 레프트 포 데드에 나오는 "AI 디렉터"처럼 되는건 어떤가? 이런 식으로 게임은 자연스러운 흐름과 사람들이 지향하고싶어할 목표를 만들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공통의 목표는 공통의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미드 로스트를 보았다면, 미스터리가 엄청난 선전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대하고 미스테리한 스토리로 포장된 샌드박스 서바이벌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숨겨진 비밀지역을 열 수 있는 특수 능력과 같은 간단한 것은 어떤가? (특정 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나 그 지역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발생시키는 등의? - 진부하지. 나도 안다) 방향 앞서서 가시적 목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좀더 작은 규모로 반복하려한다 - 어쌔신스 크리드와 같은 오픈월드 게임들은 수년 전에 이런 요소들을 꽤 잘 응용해왔다. 어디서든 보이는 시각적 랜드마크 등은 여러분이 지금 맵 상의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분이 서버의 어딘가에서 랜덤하게 스폰됐을 때, 다른 친구들과 연락을 하기는 언제나 어렵기 마련이다. "난 지금 23849387X39475103 위치에 있어"라고 말하는건 그닥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한 H1Z1 개발팀과의 채팅후에, 나는 이 게임에 실제로는 랜드마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숲 맵에서는 결코 볼 수가 없었을 뿐이다. 말이 되긴 하다. 안그런가? 왜 모든 장소에 서로 구분되는 요소들로 치장된, 또는 색깔이 다른 감시탑을 세워두고 사람들이 기어올라가 자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Ubisoft의 다른 게임에서 실제로 이런걸 하고 있다. 2개나. 공통의 적 최고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플레이어들이 공통의 적을 가질 때 나온다 - 플레이어들이 뭉쳐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적. 그리고나면 전리품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뒷통수를 치는거다. 내가 보기엔 대부분의 서바이벌 게임들이 공통의 적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 진정한 위협은 H1Z1의 좀비들 뿐이며, Rust의 몇몇 동물들도 여기에 속한다. 처음으로 내가 H1Z1을 열심히 할 때, 나와 내 동료들은 20분정도 작은 마을에서 파밍을 했고, 그동안 거의 두어번을 죽을 뻔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날 밤을 버텨내야만 했다. 우리는 좀비들이 드랍한 물건들을 닥치는대로 주워서 가까운 마을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때 좀비 두어마리가 우릴 따라오기 시작했다. 우린 그냥 뛰어가기로 했다. 다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샷건으로 무장한 두어명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교착 상태가 시작되었다. 뒤에선 좀비들이 따라오고, 우리와 상대 플레이어들은 서로 총부리(정확히는 총부리와 화살끝)를 겨누고 있는 상황. 완전 살떨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통의 적이 주는 압박감 아래에서 우린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달아날 수 있었다. 샷건의 탄약은 대체로 드문 편이고 그들에겐 헬멧도 없었다 - 따라서 우리의 화살도 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서로에게 총질을 시작했더라면, 양쪽 플레이어 그룹이 모두 죽었을 것이다. 인질 상황 - 말이 되면서 직관적이어야 한다 최근 스톰핑 랜드(The Stomping Land: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바이벌 게임 프로젝트로, 킥스타터 펀딩 성공 후 얼리 억세스 갔으나 지금은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voosco)의 소식을 듣고 크게 슬펐다. 이들이 보여준 "올가미(lasso) 인질 도구"가 다른 플레이어들을 사로잡는 매우 직관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유튜브가 다른 플레이어를 섬 여기저기로 질질 끌고 다니는 영상으로 가득했었다. 물론 다른 게임에도 유사한 도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글의 첫머리에서 말했듯 나는 다른 게임에서 이 도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알아낼 시간이 없었다. 인질극 상황은 아마도 서바이벌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일 것이다. 워킹데드에서 인질극은 최고의 시나리오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에서는 그저 리스폰해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가? 뭐 특별히 대단한 아이템이라고 가지고 있었거나 자기편을 구출하는데 큰 보너스 점수라도 걸린게 아니라면 말이다. 인질극은 게임플레이에 있어서 더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질을 잡아야만 하는 좋은 이유, 그에 대한 보상 등이 마련되어야 하고, 다른 이들이 인질을 구출하는데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이유가 필요하다. 즉 인질극의 쌍방에게 게임플레이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나는 다른 게임 디자이너들이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경청하겠다. 정리 게임 개발 툴,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와 플레이어들의 게임 개발 참여 등이 집약되어 이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얼리 억세스를 통해 개발하고 퍼블리싱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게이머로서 매우 흥분되는 시기인 것이다. 언제나 mmo 스타일의 서바이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은 내게 황금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내가 만나왔던 모든 게임들은 전술한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게임이 이런 문제들을 모두 다듬어 매끈한 유선형의 샌드박스 서바이벌 게임으로 만들어낸다면 아마도 차세대의 마인크래프트가 될 것이다.
  2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Death of the Game Designer 원문 링크 찍어 들어가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은 모두의 공감을 사는 의견은 아닙니다. 댓글이 굉장히 많고 그 중에는 반박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자주 그래왔듯 이게 맞는 말이니 보고 배우자는 것보다는 같이 생각해볼만한 꺼리라 여겨 옮겨봅니다. ------------------------- http://www.gamasutra.com/blogs/GregWondra/20150209/235998/ "우릴 위한 업계는 ..." 내 동료 게임 디자이너가 최근에 내게 이렇게 말했다. " ... 이제 더이상 없어." 7달 전, 나는 내 친구 한 명 및 최근에 정리해고를 당한 동료와 함께 채팅방에 있었다. 꽤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11년 이상을 일해왔음에도 그는 다시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새 직장을 찾아다니는 기간이 1년에 달하고 있었다. 몇 달 후, 나 또한 같은 처지가 되었다. 내가 일하던 프로젝트는 취소되었고 팀은 해체되었다. 이 업계가 그렇다. 정리 해고 직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나섰다. 그러나 이젠 뭔가 좀 달라져버렸다. 대략 3년전 쯤 내가 새 직장을 구하려 할 때 가마수트라 게임 디자이너 게시판에는 50개 이상의 일자리가 올라와 있었다. 이번에 내가 본 것은 11개 뿐이었다. 그때로부터 7개월이 지나 지금, 나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다닐만큼 정신줄을 놓고 있지는 않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간 재미있었다. 그러나 내게, 이제 게임은 끝났다. (휴지는 거둬주길. 나는 인생의 다른 장으로 나아가려는 거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게임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고등학교때 이래로 내가 원한 모든 것이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처음 취업했던 일은 내겐 꿈이 현실이 된 것과 같았다. 나는 내 심장과 영혼을 내가 일해왔던 프로젝트에 던졌다. 그러나 좋든 나쁘든 시간이 흐르며 게임은 변해갔고 나 역시도 그렇다. 내 경력의 초기(2004)로 돌아가보면, 나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내 직업의 핵심이 재밌는 컨셉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엇이든 괜찮았다. 새롭게 생각하자. 사람들이 정말 재밌어 할만한 것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재미"라는 단어를 (전혀 듣지 못하거나) 굉장히 드물게만 들을 수 있다. 이 단어는 "리텐션"이나 "과금"과 같은 단어들에게 대체되어버렸다. 내 안의 이상주의자는 여전히 재미가 리텐션이니 과금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줄거라 믿는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사우스파크"가 이런 부분들을 멋지게 설명해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5CbWr0zO7Ac 그때 만들었던 게임들은 달랐다. 좀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면서, 플레이에 40시간 이상이 소요됐었다. 콘솔의 세상이었다. 이런 게임을 만드는데는 레벨 디자이너, 시스템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 등등이 필요했다. 지금? 버스를 타는 동안 주머니에 든 기기를 꺼내어 5분간 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이런 게임들의 볼륨은 레벨 디자이너나 시나리오 작가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때는 게임 디자인에 인간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사람들과 진짜로 연결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 말이다. 요즘에는 그 자리에 (때로 잘못 해석되곤하는) 지표(Metrics)가 있다. "과금 매니저"와 같은 것들이 오늘날의 "디자이너"인 것이다. 업계 자체에 생겨난 변화 이외에, 내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겪는 변화들 말이다. 나는 결혼했고 아이들이 생겼다. 나는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이론적으로나마)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로 나를 이끌어 줄 기술들을 익히는데 매진하고 있다. 예전만큼 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도록 훈련이라도 해야할테니 말이다. 나는 하루에 한 시간씩 이런 일들을 하며 보낸다. 아마도 여기가 잘못된 지점인 듯 하다. 특정한 게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서도 "너무 숙련된" 인력이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지도.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내가 "게임 디자이너의 함정"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분명 다른 분야에도 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길 수 밖에 없는 종류의 일들. 어느순간, 단순히 게임 디자이너라는 것만으로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게임 디자이너이면서 ... 모바일 경력이 있고 ... 런너류 게임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겸비했고 ... 굉장한 엔진으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고 ... 6만 달러 이하의 연봉으로도 만족하고 ... 주말과 야근이 가능하면 좋겠음. 아,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 4가지 정도를 배웠으면 가산점이 주어짐. 일자리들은 너무나도 전문화되어서, 요구소양 항목의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하나의 일자리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건, 다른 열 가지의 일자리에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관에 박히는 마지막 못은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특히나 판매 차트를 찢어발길만큼 히트하는 최신작의 동향을 언제나 따라잡아야하는 게임 디자이너들와 같은 직업에게 결정적인 그것은 가족이다. 가족을 갖는건 축복이지만 (내게는 그렇다) 사회는 부끄럽게도 이를 축복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최근에 전화 면접을 보았는데 대체로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인 듯 했다. 따라서 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질문은 내가 결혼을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애는 몇 명이나 있는지. 내가 지나친 가정을 하고 있다면 용서해주길. 그러나 나라면 상대를 공격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은 업무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군요? - 야근과 주말근무는 못/안할건가요? - 밤에 콜 오브 듀티를 3시간씩 하는 대신 아이들을 돌볼 생각인가요? 나 자신의 여정에서, 나는 이제 한때 좋아했던 업계를 더이상 좋아하지 못하는 곳까지 와버렸다. 게임 업계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탓에 내가 듣거나 봐야만 했던,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들 중 최고는 심지어 보스가 나서서 '(고객들) 호주머니의 푼돈 하나까지 털 필요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물론 이게 비즈니스라는건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바랬던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경험을 창조하고, 그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들을 미소짓게 하는게 다였다. 점심값을 털어먹는데는 그닥 관심이 없다. 자 그럼 승자는 누구일까? 소수의 게임 디자이너들과 더 많은 "과금 매니저", 그리고 프로그래머/디자이너의 하이브리드 직무들 ... 아마도 이런 것들이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지도. 내겐 그렇다 아니다하는 증거가 없다. 아마도 요즘 시대에 가장 큰 승자는 "게임 디자이너" 학위를 제공하는 대학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나는 탁원할 청년을 한 명 만났는데, 그는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지역 대학에서 게임 디자인 커리큘럼을 이수한 사람이었다. 졸업까지 3주가 남은 그는 내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나는 내 주업무가 게임 시스템 디자이너라고 말했다. "그게 뭐에요?"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여러분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이제 게임 디자인 경력의 황혼기에 서서, 이 직종에 프로 운동선수와 유사한 부분들을 많다고 느낀다. 내 나이는 거의 37살이고, 뒤에는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루키들이 있다. 그들은 나보다 몸값이 싸며 향후 10년간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는 반복되는 작업에 지쳐있고, 솔직히 내게 주어질 보상이 내가 해야하는 헌신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7개월간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단기 계약직이었다. 더 젊고 순진한 이들이 대기 중인데 왜 숙련자에게 비싼 월급을 주고싶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괜찮다. 여러분에게도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을 흘려보낼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는 자신에 대해 자신이 있지만 남들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다른 말로 전체 면접 프로세스) 그런 시점 말이다. 삶은 흐르고, 그 속엔 게임보다 더 중요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니. 나는 게임 업계에서 보낸 시간을 사랑한다. 멋진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당연히 지금과는 좀 달랐기를 바라긴하지만, 업계란 본래 그런거니까. 나는 앞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할테고 (가능하다면) 게이머로 남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돌아올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으로서는, 게임 디자이너인 내 친구가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릴 위한 업계는 ... 이제 더이상 없어."
  25. http://zerasionz.tistory.com/80 진정한 새 해가 시작되는 설을 코 앞에 두고, 아직 2015년은 오지 않았다는 마음 가짐으로 작년의 개인적인 GOTY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올해부터는 플랫폼 별로 선정해 많은 작품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