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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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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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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름만 보면 GDF의 자매지인 GDM (Game Developers Magazine) 2008년 4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벌써 5년전 기사라는 점은 스타2를 아직 출시하지 않은 것으로 언급하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만 가마수트라가 왜 이 기사를 2013년 7월에 게재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댓글을 보면 그닥 호의적인 반응은 별로 없네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5년전을 기준으로 이 글에 고개를 끄덕일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거든요. 반대로 말하자면 불과 5년 사이에 우리 생각이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다는 점도 신기하긴 합니다. 원문 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news/193428/Seven_Deadly_Sins_of_strategy_game_design.php?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이 글은 Game Developers magazine 20908년 4월호에 실렸던 기사로, 문명4의 리드 디자이너인 Soren Johnson이 전략 게임 개발에 있어서 피해야 할 7가지의 부적절한 사례에 대해 서술한다.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 전략 장르는 M.U.L.E부터 문명까지, 스타크래프트와 그 이후에 이르도록 가장 오래되고 자랑스러운 장르들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련의 디자인적 실수들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가장 흔한 일곱가지가 있다. 1. 스크립트가 너무 많음 전략 게임은 보드 게임의 직계 혈통이다. 후자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는 게임 월드의 규칙과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서 오며, 결정내린 사항이 결과로 이어지는 곳 또한 게임 월드이다. 컴퓨터로 이식된 전략 게임들은 혼자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에게도 월드 내에서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 전략 게임 개발자들은 싱글 플레이 부분에 길고 스크립트로 짜여진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최근 출시된 World in Conflict는 싱글 플레이 모드가 전혀 없이 출시되었다.) 이 시나리오들은 이상한 느낌을 준다. – 시나리오 모드는 코어 게임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지만, 종종 이를 어기기도 한다. AI들은 그들 자신의 개발 진도와 전략적 우선순위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일정한 트리거를 건드릴 경우에 행동에 나선다. 몇몇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는 심지어 질 수조차 없는데, 플레이어가 질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스크립트는 AI를 멈춰버리고 플레이어를 위해 공짜 유닛들을 마구 만들어준다. 게다가 이런 시나리오들은 종종 특정한 건물을 부수거나 어떤 지점을 탈취하는 등의 성취를 위한 특정한 목표를 중심으로 짜여진다. 이런 인공적인 환경은 플레이어로부터 결정권을 빼앗아버린다. 승리하는데 단 하나의 길이 있는 것은 물론, 종종 플레이어가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는지 여부조차 문제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결정이 부재하는 게임은 쉽게 지겨워진다. 다행히도 Sins of Solar Empire나 Amageddon Empires와 같은 최근의 몇몇 전략 게임들은 오픈 월드와 랜덤맵 플레이,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목표와 인공적인 트리거가 없는 구성을 통해 우리에게 화합과 지속의 전략 게임들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2. 블랙박스 매커니즘 90년대 후반 어느때, Black & White가 개발 중이던 때, 인터페이스가 없는 게임의 개념이 유행했다. 이 아이디어는 인터페이스가 게임을 더 크고 주류의 유저들이 익숙해지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줄곧 플레이어로부터 게임의 매커니즘을 숨기려는 트렌드를 느껴왔다. 1999년에 출시된 Age of Kings 는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비용과 가치, 계수 등을 수록한 카드 목록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RTS는 매뉴얼에 숫자가 나오는게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커니즘을 플레이어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이유로 복잡한 수학을 플레이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인터페이스를 두 가지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 가르치는 관점와 참고하는 관점. 가르치는 관점은 어떻게 탱크를 만들고 이걸 어떻게 조작하면 나쁜 놈들을 물리칠 수 있는 지 등 기본기를 알아두어야 하는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참고하는 관점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매커니즘을 궁금해 할 때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런 내용들은 문명 시리즈에서의 문명대백과 (Civilopedia) 처럼 별도로 분리된 게임 내 요소로 두어도 전적으로 무방하다. Rise of Legends는 이런 두 가지 인터페이스 개념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도입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팝업 도움말은 ‘고급’ 모드를 가지고 있으며, 키 하나만 누르고 있으면 게임의 기저를 관통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극히 자세한 정보들을 보여준다. 3. 컨텐츠가 너무 많음 이미 완료된 디자인에 더해 추가 유닛과 빌딩들을 쌓아올리고자하는 욕구는 강하다. 나는 게임을 단순히 컨텐츠의 묶음 (18종의 무기! 68종의 몬스터! 29개의 맵!) 으로만 묘사하는 개발자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식의 접근은 비뚫어진 것이다. 게임 디자인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며, 게임의 ‘컨텐츠’는 단순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너무 적은 선택을 제공하는 게임도 있을 수 있다. – 그러나 대부분은 – 플레이어에게 너무 많은 선택을 제공하곤 한다. 그럼 얼마나 많은게 맞는걸까? 당연히, 마법의 숫자란 없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머릿 속이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고도 염두에 둘 수 있는 선택지의 가짓수가 어느정도인지를 경험에 의거한 추론으로 제시할 수는 있다. 블리자드는 숫자 12를 자신들의 RTS가 너무 복잡해지지 않기 위해서 사용한다. 스타크래프트의 한 팀당 유닛 가짓수는 평균 12이다. 워크래프트3의 경우에도 그렇다. (영웅 유닛은 제외) 그렇다면 스타2 또한 그럴 것이라는 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언급하며 새 유닛을 넣기 위해 예전 유닛들 중 몇몇을 제외해야 했음을 밝힌 바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에서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지를 머릿 속으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하며, 너무 많은 선택을 넣는 것은 이를 통한 조합의 가짓수를 이해하기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4. 플레이 다양성의 제한 당신의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출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지루하고 평이해져버릴 것이다. 어떤 멋진 게임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알아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는 약간의 장치들을 갖추지 않는다면 이는 무척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Company of Heores는 놀라운 전략 RTS이면서 동시에 이 장르에서 분수령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주축군 vs 주축군의 전투 또는 2팀 이상의 전투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게임 디자인의 결정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세계관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저해했다. 이런 부분에서 잘 된 게임의 예로는 Age of Empires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단지 진영과 플레이어와 팀의 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신 자신의 맵을 만들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Age of Kings라는 게임의 어떤 맵에서 목재는 전혀 없고 석재와 골드만 존재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덕분에 이 게임의 경제는 완전히 거꾸로였다. 이 게임은 심지어 복수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진영을 조작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군사부문을, 누군가는 경제부문을 조작하는 식) 그 결과 나는 AoK에서 2 대 3의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심지어 2 쪽은 실제로 4명의 플레이어가 조작했었고 결국 그들이 손쉽게 이겼다. 이런 단순한 다양화 덕분에 나와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 게임의 수명은 2배 이상 늘어났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게임의 핵심적 매커니즘과 직교를 이루어야만 한다. 즉 다양성은 필요하지만 복잡성을 증가시켜서는 안된다. 5. 코드와 데이터의 비공개 자신의 코드와 데이터를 보호하고 싶은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 당신은 수년간에 걸쳐 이 프로젝트에서 일해왔고 여러 독특한 특징들을 만들어왔으며, 이 장르를 진보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자기 게임의 내부를 독점하기를 포기하는 것은 많은 개발자들에게 어려운 일이며 특히 경영진에게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명4의 게임 및 AI 소스코드를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했다. – 지금까지 그 결과는 환상적이다. 우리의 2번째 확장팩인 Beyond the Sword에는 유저들이 만든 mod가 3개 포함되었다. – Derek Paxton의 Fall from Heaven: Age of Ice, Gabriel Trovato의 Rhye’s and Fall of Civilization, 그리고 Dale Kent의 WWII: The Road to War 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시나리오들은 이번 확장팩의 가장 강력한 컨텐츠라고 알려져 있다. 이 mod들은 우리가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깊고 강렬하게 만들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만드는 것조차 가능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많은 PC 개발자들에게 이 점은 분명히 해야겠다. 나는 지금 교회 성가대처럼 합창을 하자고 설교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전략 게임을 목놓아 외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마도 Id 소프트웨어와 같은 개척개발자 마인드의 부재?) 전략 게임 개발자들은 FPS나 RPG신도들에 비해 mod에 대해 상당히 폐쇄적이다. 물론 워크래프트3의 환상적인 시나리오 에디터를 제공한 블리자드는 예외이지만, 대체로 전략 게임 모더 (modder : mod 제작자) 들은 설 자리가 좁다. 이는 우리가 문명4의 mod에 초점을 맞추는데 강하게 매력을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걸 공개로 푸는건 기분 좋은 일이며, 스스로를 영리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6. 불법복제 방지 편집증 불법복제가 업계에 끼친 피해를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를 무시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몇몇 회사들은 Stardock의 Brad Wardell이 자사 게임 Galactic Civilization시리즈에서 불법복제 방지장치를 제거한 것처럼 용감하다. (이 회사는 정품 시리얼 넘버를 가진 플레이어들에게 온라인 업데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정품 구입을 장려한다.) 업계가 가벼운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약간의 매커니즘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 어떤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훌라후프를 점프해서 뛰어넘는 것과 같은 절차를 통과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런 보안 장치들이 판매량을 실제로 늘려주는가?” 이다. 불법복제에 관대해지기에 적절한 지점은, 예를 들면 로컬 멀티플레이를 허용하느냐의 여부와 같은 것들이다 – 다른 말로, 플레이어들은 CD가 없이도 정품 유저가 호스팅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가? 스타크래프트는 멀티플레이 호스팅은 불가능하나 참여는 가능한 카피본을 제공한다. LAN 플레이를 제한없이 허용하는 것은 문명4의 비공식적 정책이기도 했다. 게임은 실행파일을 시작시 디스크 체크를 하긴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런칭할 때는 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4명의 유저로 이루어진 그룹이 로컬 멀티플레이 게임을 하나의 CD만으로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가끔만 하는 랜파티만을 위해 플레이어들이 정품을 구입할거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게임의 친구들인 다른 플레이어들을 통해 새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을 경험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환영한다. 때로 그들 중 몇몇은 싱글 플레이를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동네 게임샵에 가서 자기 자신의 정품을 구입할 때이다. 7. 잘못된 곳에 스토리를 넣기 스토리와 게임은 교차하며 엮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지루한 컷씬과, 진부한 캐릭터, 그리고 플레이어로부터 조작을 빼앗아가는 경우로 고통받아왔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민망스러운 대화씬을 스킵할 수 없게 만들어 둔 경우이다. 진정 최악의 경우는 스토리가 그것이 걸맞지 않는 곳에 포함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전략 게임이다. 무엇보다도 전략 게임은 순수한 형태의 게임이다. 인류는 주사위 놀이, 체스, 바둑 등에서 게임 플레이를 발견해냈다. 이는 고귀한 전통이다. 전략 게임에서의 ‘스토리’란 게임 그 자체이다. 특정한 예를 꼽아보자면, Big Huse Games가 Rise of Nations의 멋진 턴 베이스 “세계를 정복하라” 플레이가 반복되는 패턴을 제거하고 스토리 베이스의 캠페인을 덮어 씌움으로써 Rise of Legends는 얼마나 더 좋아졌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캠패인 모드는 내가 RoL에서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 방식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서 새 기술이나 유닛은 스토리 모드 사이에 끼어 있는 전략 맵에서만 얻을 수 있는데, 이는 하드코어한 RTS게임을 단순화하는데 기여했다. 나는 이 게임을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즐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토리 때문에 Big Huge Games는 훌륭한 하드코어 RTS와 무한 재플레이가 가능한 단순하고 중요한 전략 게임을 맞춰볼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다. Big Huge Games는 혼자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RTS 개발자들이 같은 함정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런 유행은 이제 멈출 때가 됐다. --------------------------------------------------------------------------------------------------- 올려놓고보니 어딘지 모르게 껍질인간님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 분이네요.
  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새 다키스트 던전이라는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에 이어서 다키스트 던전에 이르기까지 2연타석 홈런이라 기분이 좋은데, 그 와중에 '얼리 억세스는 사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깬 첫 케이스가 매우 만족스러워서 더 기분이 좋네요. 그렇다고해서 앞으로 얼리 억세스 적극적으로 할 계획은 전혀 없지만 ... 정리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감상을 두서없이 늘어놔보겠습니다. 플레이세션의 길이와 아슬아슬함의 경계 던전에 들어갈 때 몇 가지 필수 소모품(횃불, 음식)을 가져가야하는데, 얘들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가진 음식/횃불이 간당간당할 때의 아슬아슬함이 무척 짜릿하죠. 그러다가 우연히 횃불이나 음식을 주웠을 때의 기쁨은 반대로 매우 크게 느껴지고요. 근데 얘들은 또 가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던전을 클리어하고나면 남은건 모두 버리고 나와야 합니다. 즉 시작할 때 적당량을 잘 가져가는게 매우 중요함. 너무 많이 가져가면 돈을 버리고, 너무 적게 가져가면 곤경에 처하기 때문에요. 비단 이런 소모품 뿐만 아니라 파티원들의 체력도 간당간당합니다. 이 게임은 퍼머데스에요. 즉 어떤 파티원이 죽으면 복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파티원이 부족하면 0렙짜리를 새로 사서 보충) 레벨 열심히 올려놨고 스킬렙도 착실히, 무기 업글도 착실히 해 온 '총애하는' 파티원이 죽었을 때만 슬픔과 아픔은 최근 게임에서는 흔히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더군요. 게다가 다키에는 힐러가 있긴 하지만 힐량은 그때그때 구급조치에 불과한 정도의 초라한 수준이죠. 따라서 난이도가 낮은 던전을 고의적으로 택한게 아니라면 던전의 남은 방과 파티원들의 평균 체력은 반비례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편 앞서 말한 체력의 아슬아슬함을 커버하기 위해 죽음의 문턱(Death Door)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남은 체력은 2이고 받은 데미지가 3이면 바로 죽는게 아니라 '죽음의 문턱'에 걸쳐져서 죽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Death Door 상태에서 데미지를 받으면 "Death Blow"로 당연히 죽음) 뭔가 꼼수같긴 하지만 그렇다면 꽤 괜찮은 꼼수가 아닌가 합니다. 보통 던전에 한 번 들어가면 5분~15분 사이가 소모되는 것 같은데 (나중에 2캠프 던전가면 더 길어질지도 모르지만 0, 1캠프를 주로 플레이하는 현재로서는 그러함) 던전의 길이와 자원의 소모속도가 상당히 잘 밸런싱되어 있어서 매번 꽤 멋지게 아슬아슬함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던전 플레이 한 세션 내의 '기승전결'을 구성합니다. 발단-전개부는 음식도 횃불도 체력도 넉넉하지만 절정부에서 음식과 횃불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마음, 또는 떨어진 이후의 어려운 전투들이 이어지고, 자원은 부족한데 체력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던전을 클리어하면 대단원이 이루어지죠. 단순하되 버리는게 없는 스탯 시스템 다키에서는 유사 장르의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1차 스탯 (힘민지정체 등등)은 아예 버리고 바로 2차 스탯을 사용합니다. 명중율(ACC), 회피율(DODGE), 데미지(DAMAGE), 보호도(PROT) 등등이 그것입니다. 수치 중심의 게임 치고는 꽤 직관적인데다가, 수치의 스케일 또한 이런 직관성을 보조합니다. 장비나 레벨업, 스킬 레벨업 등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를 꽤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죠. 물론 어떤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디에 적용되는지를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하는데, 그건 어느 게임이나 그런거니까 용납 가능합니다. 오히려 비슷한 부류의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모든' 수치의 용도와 용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울러 이런 스탯들 속에 버리는게 없습니다. 전사에게 지혜는 의미가 없다거나 캐스터에게 힘은 무쓸모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장르임에도, 1차 스탯은 싹 버리고 2차 스탯만 취함으로써 시스템 자체가 꼭 필요한 것들만을 남겨두었죠. 물론 이렇게 구성한 덕분에 캐릭터의 다양성이 현저히 좁아지긴 했지만, 어차피 이 게임의 포커스는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에 있는게 아니니까요. 위치 기반 시스템의 적절한 활용 파티원의 위치에 따라 그때그때 쓸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다릅니다. 아울러 파티원의 위치를 옮길 수 있는 장치나, 몬스터의 위치를 강제로 조정하는 스킬도 꽤 다양합니다. 결과적으로 파티원의 위치라는 전술적 요소를 꽤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는 것이죠. 보통 이런 요소들은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서 의미없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대의 SRPG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진 타일들 열 몇 개 중에서 1개를 골라 이동하는 식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는 고대 게임에 속하는) 디스가이아 등은 타일마다 속성을 부여해서 선택에 의미를 주려했지만, 그게 매번 가능하지도 않고 속성을 선택하면 다른 것 (예를들면 높이라던가)은 포기해야하는 식이라, 그리고 주어진 선택지들 사이의 차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좀 어정쩡했었구요. (높이를 선택해도 데미지+2, 속성을 선택해도 데미지+2 하는 식) 최근작인 엑스컴: 에너미 위딘과 에너미 언노운 등은 노출/반은폐/완전은폐라는 시스템을 넣고 여기에 적절한 레벨 디자인을 융화하여 '위치' 요소의 활용에 어드밴티지를 강하게 가져갔었고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보니 언젠가 엑스컴의 전투에 대해서도 쓰려고 했었는데 지나쳐버린 모양이네요... 아무튼, 다키의 위치는 딸랑 4가지 밖에 안되기 때문에 각 선택지들 사이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근데 그것은 지형 자체로부터 나오는 유불리가 아니라, 캐릭터마다 가진 특성에서 나오는 유불리입니다. 캐릭터마다 선호하는 위치가 다 다른거죠. 그리고 어떤 캐릭터가 어떤 위치를 선호하게 만들지에 대해 플레이어도 어느정도의 결정권을 갖구요. 여기에 자기 캐릭터의 위치는 물론 상대 캐릭터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스킬들도 꽤 다양해서 위치라는 요소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앞서 캐릭터의 스탯에 대해 얘기하며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이 협소해진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렇게 협소해진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다키에서는 캐릭터들의 '조합'과 여기에 맞물린 위치 관계를 통해 어느정도 풀어나갑니다. (아울러 바로 아래에서 얘기할 스트레스 시스템을 통해서도요) 사실 처음에 동영상만 봤을 때는 애들이 일렬로 서서 자기턴마다 때리는게 무척 재미없어 보였는데, 알고보니 이거 다 엄청 흥미진진한거였습니다. 역시 게임은 동영상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거였 ... ;; 스트레스 시스템 살짝 특이한 시스템이다보니 많이 회자되는 것 같은데 시스템 자체가 대단한 재미를 준다기보다는 게임에 최소한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된 느낌이 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스트레스를 공격적으로, 능동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피하고 제어하고 막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또 다른 자원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이 현저히 제한되기 때문에, 매번 같은 캐릭터로 매번 같은 모험을 하면 지루해 질 것은 분명합니다. 조합으로 커버할 수 있다곤 하지만 매번 같은 조합으로 출동한다면 그것도 또 비슷해지겠죠. 따라서 다키에는 캐릭터마다 스트레스 지수라는걸 넣어서, 던전을 플레이할 때마다 어느정도씩 오르게 해놨습니다. 일정 이상 오르면 풀어줘야 하죠.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쌓인 애들은 좀 쉬게 하고 다른 애들이랑 다음 던전 도는 식으로 로테이션이 되면서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이 전체적으로 '알뜰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요소들이 모두 필요에 의해 들어가있고, 하나라도 헛되이 넣었거나 별 의미없는 요소들이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게임 내 모든 요소를 꼼꼼히 고민해가며 구성했고, 관성에 의해, 습관적으로, 막연히 재밌을 것 같아서 넣은 것 같은 부분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며칠 전에 트위터에도 썼던 거지만, 요새와서 '올드 스쿨'을 표방하는 게임들은 대체로 냄새가 납니다. 올드 스쿨의 구린 냄새가. 근데 다키스트 던전은 올드 스쿨의 향기를 풍깁니다. 성공적인 향기로움.
  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Roguelikes': Getting to the heart of the it-genre NDC에서 발표된 듀랑고를 통해 절차적 생성이 살짝 화제가 되는 것 같네요. 마침 로그라이크에 대한 괜찮은 글이 보여서 옮겨와봅니다. ** 아래 내용에서 '자동생성'은 procedural의 번역어입니다. 이 글에서는 '절차적 생성'보다 이쪽이 좀더 실제 의미를 잘 전달하는 듯 해서 제 맘대로 함 이렇게 해봤습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218178/roguelikes_getting_to_the_heart_.php 지난해 전반에 걸쳐, 로그라이크는 특히 독립 개발자들 사이에서 잇-장르가 되었다. 로그라이크가 뭘 지칭하는건지, 심지어 이 용어를 써도 되는건지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개발자와 플레이어 모두 이 게임이 가진 자동생성되는 무한함을 사랑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올해 IGF (Independent Games Festival)의 최우수 학생 게임은 비의 위험 (Risk of Rain)이었고, 작년에 클레이 엔터테인먼트 (Klei Entertainment)는 굶지마 (Don't Starve)를 백만장이 넘게 팔아치웠다. 이 두 사례는 로그라이크 매커니즘의 매력을 빌려 성공한 것이 자명한 경우들이다. 킷폭스 게임즈(Kitfox Games - Shattered Planet)의 타냐 X. 쇼트 (Tanya X. Short)는 이러한 매력을 간결하게 포착한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플레이어로서, 저는 자동생성된, 시스템 주도적 게임을 사랑해요. 왜냐면 궁금하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들은 점점 더 로그라이크 게임디자인의 경계를 탐험하고 싶어지게 한다. 굶지마의 리드인 케빈 포브스 (Kevin Forbes)는 "저는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고 봐요" 라고 말한다. "최근 몇년간 플레이어들에게는 소개하는 역할을, 개발자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정말 좋은 게임들이 몇 개 있었죠." 스프라이 폭스(Spry Fox - Road not Taken)의 개발자 대니얼 쿡 (Daniel Cook)은 이 장르의 또 다른 핵심 요소를 설명한다 -- 재미 지속성이 그것이다. 그는 "저는 넷핵을 20년 넘게 플레이하고 있어요. 제겐 취미인거죠. 일회성 영화적 게임들이 범람하는 지금 시대에 장기적 가변성, 숙련의 깊이, 그리고 놀라운 순간들이 생생하고 풍성하게 살아있다는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실제로 로그라이크는 - 그 역사에서부터 디자인 공간에 이르기까지 - 많은 결실들을 맺어왔다. "이 주제에 대해 쓰려면 책 한 권이 필요할 거에요" 라고 쿡은 말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저널리스트/졸업생/전문가가 '문화적으로 볼 때 적절한 게임 산업의 미래란 뭔가요?'하고 묻는다면, 단 한 가지의 크고 명료한 대답은 '로그라이크'가 되어야 할 겁니다"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은 왜 로그라이크를 사랑하는가? 로그라이크는 개발자들 뿐 아니라 플레이어들 또한 주목하고 있다. 왜? 100 Rogues의 개발자인 키쓰 버건 (Keith Burgun)은 풍부한 플레이 경험 - 마인크래프트부터 유럽의 보드게임에 이르기까지 이런 게임들의 인기 급등을 통해 볼 수 있는 - 을 찾는 플레이어들의 르네상스로 일컫는다. "제 생각에 사람들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조금씩,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거에요. 게임은 근본적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테마파크 탈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간 뭔가라는걸 깨닫고 있는거죠" 그는 이어서 "제 생각엔 사람들이 게임플레이 - 고품질 상호작용 - 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는 그들이 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을 점점 더 살펴보게 만드는거죠."라고 말한다. 쇼트는 사람들이 '로그라이크'라는 개념 자체에 매료되는게 아니라, 로그라이크가 전달할 수 있는 경험에 매료된다는 점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사람들은 FPS라는 단어가 좋아서 FPS를 플레이하는게 아니에요; 몰입적 환경하에서 총을 쏘는 경험을 좋아하기에 FPS를 플레이하는거죠."라고 말한다. 쿡은 이렇게 말한다. "플레이어로서 제가 좋아하는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들을 계속해서 만나는거에요." 쇼트는 이에 동의한다. "그 가치는 최대한의 가능성 공간을 제공하는데 있죠. 예를 들어 최소한의 요소들만을 가지고도 최대한 오래 신선한 느낌을 제공하는거에요." 버건은 로그라이크가 "재미있는 수많은 컨텐츠들"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방식으로 게이머들에게 다가간다고 말한다. 포브스는 "플레이를 할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게 있다는 점에 놀라게되죠. 복잡한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숙련해나가면서 스스로 도전해 볼 수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결정할 수 있음에 즐거워하죠. 창발적 게임플레이를 통해 일어나는 일들은 언제나 경험을 색다르게 만들구요. 요새 게임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수준의 반복플레이성이 장르 자체에 내재되어 있어요." 쿡에 따르면 로그라이크는 "플레이어 에이전시와 복잡한 시스템 사이에서 멋지고, 독특하며, 기이한 충돌"을 야기한다. 이는 게임에 있어서는 독특한 표현 양식이다. 포브스는 이런 생각을 이어간다. "전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해왔어요. 우리 게임 디자이너들은 흥미롭고 독특한 작업 매체를 가졌음에도, 많은 경우 영화를 모방하려다가 그 잠재력을 낭비해버리는거죠." 플레이어와 개발자 모두를 흥분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놀라운 잠재력이다. "플레이어로서, 저는 주어진 매커니즘 또는 시스템을 도전의 일환 또는 전략적 도구로써 한계까지 밀어붙여도 여전히 탄탄할 때 그런 느낌을 좋아해요. 또한 플레이어들이 내가 만든 시스템을 이용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낼 때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하죠." 개발자들이 느끼는 매력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개발자들이 느끼는 매력은 그 이상으로 확장된다: 로그라이크는 흥미로운 창작 공간과, 확실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작은 팀으로도 그 리소스를 충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저는 오늘날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디자이너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컨텐츠를 자동생성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어떤 긍정적인 대답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는거죠. 가성비가 너무 낮거든요." 쇼트의 말이다. 쿡이 이를 좀더 간결하게 정리한다: "한 두명짜리 팀으로는 100시간에 걸친 섹시한 3D 스토리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없어요. 그러나 100시간짜리의 무척 재밌는 로그라이크는 만들 수 있죠." 이런 고효율은 단순히 컨텐츠가 자동생산된다는 점만이 아니라, - 어떤 관점으로는 - 공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쿡에 따르면, 이런류의 게임을 구성하는 구조는 디자인이 변경되더라도 재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정된 맵 하에서는, 핵심 매커니즘의 변경이 수개월에 걸친 재작업을 필요로 하게되죠. 그러나 로그라이크 구조 하에서는 매커니즘의 변경에 따른 맵 변경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해요. 컨텐츠가 싼 값으로 리팩토링 가능해지는거죠." 디펜더스 퀘스트 (Defender's Quest) 개발자인 라스 도싯 (Lars Doucet)에 의하면 이런 유연성은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게임 플레이를 야기한다. "다른 대부분의 게임에서, 여러분은 리셋 또는 리로드를 할 경우 (고정된 맵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미리 알고 있게 됩니다. 대다수의 게임에서 이는 가라데의 '형(形)'과 같아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과 같죠. 로그라이크와 자동생성되는 죽음의 미로는 길거리의 실전과 같습니다. - 여러분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지 못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여 즉흥적으로 처리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동생성의 유연성은, 이 장르의 인기를 대중화한 퍼머데스와 같은 매커니즘과 더불어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 실질적으로는 대전과 같은, 대결과 같은, 승패가 가려지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버건은 말한다. 게임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결코 동작하지 않을 게임 플레이 시스템을 만들어 본 경험과, 초기의 프로토타입에서 가능해보였던 일들이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았던 직접 경험을 가지고 있다. 로그라이크는 또한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보험이 될 수도 있다고, 쿡은 주장한다. 그는 "프리프로덕션 테스트 단계에서는 확실해보였던 어떤 매커니즘이, 6개월간에 걸쳐 실제로 만들어봤더니 얄팍하고 지루하더라하는 하는 것만큼 안좋은 경험도 없죠."라고 말한다. "자동생성 맵으로 프로토타이핑을 함으로써, 여러분은 핵심 매커니즘을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도 잘 동작하도록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축된 탄탄함은 이후의 밸런싱 이슈나 확장팩에서도 재미를 보존하면서 어뷰징을 막아주곤 하죠." 그는 얘기를 좀더 큰 범주로 가져간다. "보다 상위 개념에서 보자면, 로그라이크는 강한 미학적 입장을 보여줘요. 이렇게 말해보죠: 우리 게임을 코드처럼 다룬다면 어떨까? 단순화된 모듈로 구성된 오브젝트들과, 상호작용 시스템과, 특정한 물리법칙을 가진 세계로 말이야." 이는 더 나은 콜라보레이션을 가능케 한다. 쇼트는 특히 작은 팀들에게 그렇다고 주장한다. "전 로그라이크를 디자인하는 일이 극도로 프로그래머 친화적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인디 회사들이 최소한 50%의 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되는데, 그렇다면 이는 즉 로그라이크가 인디 친화적이라는 의미가 되죠. 로그라이크는 풀어야 하는 퍼즐인거고, 프로그래머들 (그리고 테크니컬 디자이너들)은 퍼즐을 파고드는거에요." 이는 그 자신의 향취에 의해 정의되는 게임으로 이어진다. 쿡은 "게임 용어 또는 게임스러운 규칙으로 축약된 게임이길 주저하지 않죠."라고 말한다. 쇼트는 여기에 "물론 풍성한 대사와 그래픽이 로그라이크를 더 나아보이게는 할 수 있겠지만, 재미의 핵심은 시스템의 로직입니다. 스프레드시트 너머에 있는 시스템 말이죠."라고 덧붙인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통해, 끊임없는 진화가 이루어진다. - 이는 최초 구매 이후에도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게임에 흥미를 갖게 만들고 커뮤니티를 구축하게 하려는 개발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항목이기도 하다. 이 또한 개발자들에게 로그라이크가 매력적인 이유이다. "끊임없는 진화에 최적이죠. 아이템 추가가 단순히 새로운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거에요" 라고 쇼트는 말한다. "처음에 게임을 판매하고 나서, 계속해서 잘 돌아가게 - 아마도 영원히 - 만드는 것은 인디의 꿈이 현실이 되는거에요." 쿡은 "로그라이크에서는 아이템을 2000개 추가하더라도 버튼만 누르면 시스템이 이를 간단히 받아들이죠. 물론 그렇다고해도 여전히 힘든 작업이겠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일들을 다루기에 적합한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겁니다." "로그라이크에는 평생동안 확장팩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30년간 게임을 플레이 해 온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고, 그들이 여전히 여러분의 게임을 신선하고 흥미롭다고 느끼는 건 정말 멋지지 않겠어요?" 쇼트는 심지어 여기서 더 나아간다. "자동생성의 가치는 단순히 반복플레이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만이 아니에요; 플레이어들이 로그라이크에서 생존했던 전략과 이야기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어떤 일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마케팅이고 어떤 일부는 플레이어가 만들어 내는 컨텐츠인거죠! 일반적으로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아니고서는 이런 류의 커뮤니티를 갖긴 어렵거든요." 바로 이런 점들이 굶지마를 성공시킨 요인들이다. "소셜 미디어와 '같이 게임해요'류의 커뮤니티들 전체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에요. 창발적 플레이 및 자동생성과 어울려 아주 잘 동작하죠. 이는 또한 무료 홍보이기도 해요. 포기하기 어렵죠." 포브스의 말이다. 유연성, 적응성, 그리고 미래 로그라이크의 요소는 빠르게 - 심지어 트리플A 게임에서도 - 여러 게임들을 이루는 뼈대가 되어가고 있다. 포브스는 "데몬즈 소울이 많은 이들에게 재밌어 보인다는 건 바로 플레이어들이 로그라이크에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죠."라고 말한다. 심지어 훨씬 더 캐주얼한 취향의 플레이어들조차 로그라이크 장르의 진가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쇼트는 주장한다: "캔디 크러시 같은 게임들은 숙련도와 즉흥성에 기대죠. 로그라이크가 주류를 차지할 날까지 길게 걸리지 않을 거에요." 로그라이크 장르는 매우 적응성이 좋다. 도싯이 지적했던 바와 같이, 이는 성공할 징조이다. "게임을 시작해서, 15분 정도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엿을 먹은 다음, 다시 시도하는거죠. 이런 점은 당신이 성인이고 시간이 별로 없다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제한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이 장르는 제게 완벽해요." 쿡은 "로그라이크"가 게임을 구축하기 위한 뼈대라고 제안한다. 그는 에드문드 맥밀란 (Edmund McMillen)의 The Binding of Isaac을 멋진 예로 꼽는데, 다른 게임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들에 로그라이크를 녹여넣음으로써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멋진 점은, 사람들이 이런 야생의 키메라를 새끼쳐서 서로 다른 여러 장르에 붙여넣어 로그라이크의 아키텍쳐 위에 한데 묶는다는 거죠. 이렇게 다양한 개별적 디자인 패턴들에 탄탄하게 묶여 하나로 구성되는 구조적 요소들은 주의를 기울일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쿡의 말이다. 이런 가변성은 또한 메세지를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낳는다. "제 실제 생활을 탐험하는 도구로 이 장르를 써보고 싶어요. 실생활에서 우리는 리셋 버튼을 눌러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죠." 도싯의 말이다. 여가 시간에, 그는 투렛의 모험을 만들고 있는데, 그의 개인적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임이다. "근본적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장애라는 물리적 한계에 적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임을 만들 수 있어요." (voosco - 투렛 증후군은 도싯이 가진 신경학적 유전병. 틱장애와 관련이 있는 듯) 장르가 가진 이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쿡은 로그라이크 또한 재미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행하는 모든 장르가 갖게 되는 위험이다. "작은 팀으로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죠. 그러나 흔한 패턴을 베껴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써버릴 위험도 있어요." 내다보기 이 글은 장르를 둘러싼 커다란 토론이 되어 온 로그라이크의 정석을 고의적으로 비껴갔다. 포브스가 자신의 게임에 대해 취하는 자세가 이 대화를 잘 보여준다. "굶지마는 퍼머데스와 자동생성되는 맵, 그리고 규칙 발견에 기반하는 시스템을 쓰죠. 전통적인 로그라이크의 후손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사실 저라면 제 게임을 로그라이크 장르의 예시라기보다는 로그라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으로 생각할 거에요." 그러나 여러분이 이 장르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면, 도싯과 쇼트가 깊은 얘기까지 다루었으니 링크를 참조하시라. 버건은 사실 로그라이크를 하나의 장르보다는 실험하기 좋은 매커니즘의 모음으로 보는 편이다: "장르란건 파괴되어야 하는게 아닐까해요. 그리고 저는 실제로 그렇게 되어 왔다고 주장하는 편이구요." 이 글의 목적은 로그라이크의 핵심 매커니즘이 게임 개발자들에게 무엇을 가능케 해줄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로그라이크가 장르이건 아니건, 로그라이크를 매력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한 맥락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로그라이크는 게임 디자인을 이루는 단어목록의 일부이다. 우리의 인터뷰이들은 로그라이크 매커니즘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는 게임들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그들이 로그라이크를 플레이하길 좋아해서뿐만이 아니다: 프로덕션과 프로모션의 관점에서도 이들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런 부분들 또한 살아남은 유산의 레시피에 포함된다.
  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종종 가는 게시판에 재밌어보이는 글이 올라왔군요.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2&document_srl=12163162
  5. ooze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13년과 14년 소셜펀딩 사이트 텀O벅을 이용해 보드게임 두 개를 제작했었습니다. 기획했던 게임을 코딩할 능력과 시간은 없는 상태에서 방구석에서 아! 난 안될놈이야! 이러고 있다가 모 개발자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기획자들은 항상 자신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코딩을 할 수 없다고 슬퍼한다. 그럼 배우면 될 거 아니냐? 아니면 그걸 보드게임으로라도 만들던가" 라는 뉘앙스로 쓴 글을 보고 "아, 그러네 보드게임으로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시작했었습니다. 기획하다보니 보드게임을 만들어봤자 웹인맥이 전부라 모여서 놀 것 같진 않고, 보드게임이라는 걸 해본적이 없는데 만드는 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자는 '만들어서 팔면 되지' 후자는 '이기회에 한번 해보자' 로 정리되더군요 생각이 정리되니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웹인맥과 오프모임을 잡고 보드게임방에 들어가서 가장 재밌는거 주세요+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 주세요 하니까 잘나가는 보드게임은 다 해 볼수 있더라구요 문제는 판매였는데 이 부분을 지인분께 상담하니 소셜펀딩이라는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외국의 킥스타터라는 소셜펀딩 사이트가 흥하고서 국내에서 몇몇 사이트들이 생기고 있던 시기라 괜찮은 방식과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는 나쁘지 않게 진행되었고 잘 끝났습니다. 지금은 쉬고 있지요 =) 혹시 GDF회원분들 중에도 소셜펀딩을 이용해서 무엇인가 만들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아주 좋은 생각이며 회원분의 컨텐츠 생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고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이나 나쁜 사례가 국내/외국에 보여지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은 제작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펀딩도 킥스타터처럼 더욱 활성화되면 좋겠네요
  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여기다 쓰긴 좀 애매한 얘기긴 합니다만 ... 저희 회사는 공채라는걸 합니다. 이런저런 분들이 신입으로 들어오시는 가운데, 어떤 분들은 무난하게 회사생활 잘 해나가고 또 어떤 분들은 적응 못하고 1-2년 내에 퇴사하기도 하더군요. 몇년에 걸쳐 이런걸 보아오다보니, 커리어를 시작할 때 어떤 프로젝트에서 일하느냐가 나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잠깐 '제가 가진'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게임 디자이너를 하려는 분들에게 자기가 처음 일하게 될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만약에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이 얘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그러나 이게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 그러니 참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개인의 생각' 이상의 가치는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세요. 너무 크지 않은 프로젝트 게임 개발에는 그 프로젝트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게임이라면' 반드시 해야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모든 게임에 적용된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한국의 게임 개발환경'하에서는 어느정도 교집합이 존재합니다. 시스템도, 컨텐츠도, UI도 여기에 속하죠.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다면, 갓신입인 분들에게 이런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이 고루 주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텐츠로 입사했지만 시스템도 어깨너머로 살짝 볼 수 있고, 또 간단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볼 경험도 주어질 수 있죠. 레벨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퀘스트의 전체 스토리라인에 의견을 낼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게임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를 맛볼 수 있는 문이 큰 프로젝트들에 비해 좀더 열려있는 편입니다. 반대로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에 '신입'으로 입사했다면, 몇년간은 아주 간단한 일들을 전담해서 해야하고, 다른 분야를 살펴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프로젝트는 게임 디자이너만 50명 남짓인데, 이런 규모의 팀에서는 게임 디자인 업무도 매우 세분화되기 때문에 한동안은 다른데로는 눈도 못돌리고 그 일만 집중적으로 해야할 수가 있어요. 중소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게임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들을 횡적으로 두루 살펴볼 기회가 주어질 수 있지만, 너무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는거죠. 2000년대 초반에는 지금처럼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흔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때 커리어를 시작한 분들 대부분은 개발 전반의 일들에 대해 처음부터 익힐만한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이 생기면서, (제 의견에 따르면) 신입분들이 일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포지션에 종종 신입 분들이 가기도 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단지, 갓신입분들은 아직 제네럴리스트'조차' 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제네럴한게 뭔지 알고는 있어야 스페셜티도 가치가 좀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규개발 팀보다는 라이브팀 신규개발팀에서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집니다. 개발의 어떤 단계인가에 따라서, 개발 방향성에 따라서, 때로 (불합리할지도 모르지만) 개발팀 수장의 조카의 의견이나, 사장님이 어젯밤 완독하신 개발 방법론 책에 의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미 다양한 개발 프로세스를 경험해 본 시니어들에게 이런 환경은 낯익은 것입니다. 적응도 빠릅니다. 프로세스가 너무 극단적으로 변하지만 않는다면, 이미 자신들이 알고 있는 틀 내에서 어떻게 소화하면 좋을지, 소위 말하는 '킬각'이 나오죠. 그러나 갓신입분들은 그런걸 알기가 어려워요. 뭐가 어떻게 변화한건지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거기에 적응하긴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서운건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질 때죠. 시간을 꽤 지났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반면에 라이브팀의 개발 프로세스는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갓신입이라고해도 여기에 적응하는건 조변석개하는 신규개발팀보다 월등히 쉬운 편이에요. (프로세스에 적응이 쉽다는거지 일하는게 쉽다는 얘긴 아닙니다 ^^;; 대부분의 라이브팀은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일단 라이브팀에서 어느정도 '프로세스가 무엇인가'를 익힌 후에, 그래서 프로세스가 뭔지, 왜 필요한건지에 대해 최소한의 경험이 쌓인 후에 다양한 다른 프로세스들을 접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결론 그래서 제 생각은, "중소규모의 라이브 프로젝트"로 입사하는게 '커리어의 시작' 지점에서 가장 많은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쪼렙때 스킬 많이 배워놔야 이후의 레벨업이 편해지니까요. 물론 여러분에게 얼마나 폭넓은 선택권이 주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주어진다면. 이런 생각도 고려해보시면 좋겠네요.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며칠 전에 도적으로 만렙을 찍었습니다. 플레이타임은 ...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생각보다는 금방이더군요. 아직 레이드니 뭐 이런건 못 가보고 인던이나 몇 번 돌아본 상태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소감은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일단 이 소감은 딱히 총체적 정리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기에, 얘기가 이리저리 튀고 산만할 수 있습니다. 부분부분별로 파편적인 소감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이 점에 유의해서 읽어주세용. 주둔지 주둔지는 예상보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단 이런 종류의 - '하우징'이라고 말하기엔 스케일이 좀 달라서 아마도 '타우닝'이라고 해야할 것 같긴 하지만 그냥 하우징이라고 할게요 - 하우징 컨텐츠를 생각하면 대체로 가장 먼저 머릿 속에 떠오르는게 커스터마이징입니다. 내 집을 내 맘대로 꾸민다는 뭐 그런 방향성인데요, 와우의 하우징은 커스터마이징 개념은 크지 않습니다. 특히나 겉으로 드러나는 치장성 커스터마이징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차피 인스턴싱될 공간인데 치장해봐야 뭣하겠어 ... 라는건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아마도 와우 개발팀도 그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뭐에 중심을 두느냐면, 당연히 치장성 커스터마이징의 반대인 기능성이겠죠. 레벨대에 맞는 퀘스트도 소개해주고, 각종 제작도 직접 하는 것보다 주둔지에서 하면 자원이 덜 들어갑니다. 기계공학 기초부품의 경우 직접 만들면 자원이 7개 필요한데 주둔지에서 만들면 자원이 2개면 되더군요. 대신 시간은 훠어어어얼씬 오래걸리지만요. 물론 주둔지에서만 가능한 컨텐츠들도 많습니다. 뭐 아직 전체상을 파악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이긴 합니다. 캐릭터가 만렙을 찍었어도 아직 주둔지는 최고레벨인 3레벨로 올리지 못하고 있고, 부속된 다른 요소들 - 추종자라던가 다른 건물들의 레벨 - 도 한참 더 올려야하거든요. 바로 이 지점도 중요합니다. 치장성 vs 기능성으로 나누어 치장보다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는 것도 맞지만, 주둔지가 노리는 또 다른 재미는 주둔지 자체의 '성장'도 있습니다. 주둔지의 성장은 방금 말씀드린대로 캐릭터의 성장보다 더 깊이 들어가고, 폭도 더 넓습니다. 즉 더 다양한 방면으로 성장이 가능합니다. 아직까지는 꽤 잘 짜여진 재밌는 컨텐츠라고 봅니다. 여전히 '주둔지의 성장이 끝으로 다가갈 경우' 어떨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요. 사실 와우에서 캐릭터가 만렙을 찍어야 본게임 시작이라고하듯, 주둔지도 일종의 만렙을 찍어봐야 그때부터 제대로 된 국물이 나오지않을까 싶어서 당장 판단내리긴 어렵네요. 스토리텔링 에 대해서는 일전에 페이스북에 적어둔 것이 있어 살짝 고쳐 옮겨옵니다. 1. 스토리텔링 방법 개선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전통적으로 와우는 '가라 리얼타임씬'을 사용하려 여러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그간은 이게 무척이나 어색해서 ... '노력했다' 정도의 의의말고는 없다고 여겨왔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그럭저럭 자연스러워서 봐줄만 한 정도까지는 된 듯 하네요. 잠깐 부연하자면 우선 이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보기에) 아직까지 탑은 구공온식의 초정교한+대물량의 컷씬으로 미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 성능만을 보자면 최절정이죠. 문제는 게임 플레이와 컷씬이 완전히 유리되어 있다는 것. 와우는 구공온과는 반대로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을 어떻게든 하나로 묶어보고자 그간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아직까진 '스토리텔링의 질'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전히 구공온에는 딸린다고 봅니다. 그러나 판다리아를 통해서 NPC병사 한 20명 서있는데 '2천명의 대군'으로 이해해주는 '플레이어의 게임적 상상력'이 아주 많이 필요한 수준은 벗어난 듯 싶고, (다시말해 판다리아 이전의 와우가 보여주었던 스토리텔링은 게임적 상상력이 아주 많이 필요했고) 드군에선 심지어 꽤 볼만한 장면들도 여럿 나옵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군중씬'의 연출이 무척 자연스럽고 보기 좋아진게 중요한 지점이지 싶습니다. 드군 처음 진입해서 카드가&드렉타르 따라 서리늑대 부족에게 오기까지의 스토리가 말하자면 '드군의 튜토리얼'인데, 이 튜토리얼 구간에서 그런 부분들이 아주 크고 강하게 드러납니다. 2. 한편 와우는 스토리 자체도 좀 문제라고 봅니다. 구공온을 해보면 스토리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전달하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스토리 유닛간의 관계가 굉장히 유기적이랄까 ... 근데 와우는 별로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일단 전체 스토리가 상당히 난잡해보이는게 한 가지가 있고, 스토리간의 관계에도 뭔가 문제가 있지싶더군요. 와우는 전체적으로 봐서 큰 사건들은 기억이 나지만 각각의 사건들간의 관계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제가 길을 기억하는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저는 '거점'은 잘 기억하지만 거점들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잘 기억을 못합니다. 그래서 마느님이 맨날 길치라고 놀리죠 ㅜㅜ 와우의 스토리도 지금까지는 이거랑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멋지고 거대한 사건들 자체는 기억이 나는데, 얘들 사이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모호했죠 ... 사울팽X볼바르의 앙그라타르(정확하지 않습니다) 관문 패배사건은 기억나고, 언더시티 침공 사건도 기억이 나고, 얼음왕관 성채에서 사울팽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리치킹을 잡고나서 등장하는 '새로운 리치킹'도 기억은 나는데, 얘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더라? 하는 식입니다. (최근에 검색해보고나서야 알게되었네요) 이게 사실 다 연결된 '에피소드'들인데 개별 사건은 기억나지만 사건들 사이의 흐름은 모르겠는거에요. 왜 그런지 구체적인건 제가 게임 서사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구공온은 이런 현상이 없는데 와우는 있었다는거죠. 드군에선 이런 부분들이 그럭저럭 꽤 해소되었습니다. 일단 앞서 말한 '튜토리얼'에서 이번 확팩의 주적인 강철호드의 리더들을 뇌리에 강하게 심어준게, 그래서 스토리적인 흥미를 크게 올려놓은게 꽤 주효했지 싶긴해요. 3. 마시니마로 만든 씬들도 대격변때의 그 어색했던 시도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여기서 '마시니마'라는건 리얼타임에서 사용하는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등을 가져오되 프리렌더드 컷씬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세한건 여기로 가보시면 나오지만 영어 ... 입니다 ;; 암튼 대격변에서 볼바르X사울팽의 돌진씬이 특히 그랬는데, 유저들이 만든 마시니마와 퀄리티차이가 별로 없었죠. 듣기론 북미의 와우 팬 커뮤니티에서 아마추어 마시니마 제작자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을 데려다 만들라고 했다고 들었던가 그래요.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아마추어티가 꽤 많이 났거든요. 근데 드군에서의 마시니마는 괴엥장히 보기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전체적인 캐릭터들의 느낌이 오버워치랑 어딘가 굉장히 유사해보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상당히 멋집니다. 이제 그냥 컷씬이라고해도 무방할 정도의 멋들어진 연출 - 특히 강철호드 리더들의 등장씬 ... - 이 최고에요. 4. 강력한 적군. 새 호드의 새 악역'들'인 강철호드는 그간 와우에서 보아왔던 적들 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카리스마 넘치고 (일리단은 너무 찌질해보여서 전 별로더라구요) 활기가 약동하고 (리치킹은 너무 엄숙해서 좀 거시기했음) 무엇보다 팀 단위라서 왠지 좋습니다. 페북에서 아는 분이 써주신 얘기지만 딱 '락그룹'같은 포스를 넘실넘실 풍깁니다. 드군의 튜토리얼 구간에서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소개한 후에 나중에 모아서 한번 더 보여주는데, 이들의 등장씬이 완전 너무 멋져서 같은 편의 드렉타르&가나르&쓰랄&카드가 버리고 왠지 저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 아무튼 악역이 멋져야 맞서 싸우는 나도 덩달아 멋져지는거라 몹시 흡족합니다. 아쉽다면 컷씬이라는 장치의 한계상 당연히 내 캐릭터가 나타나서 활약해야하는 걸 기대할 때 정작 내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른 NPC들이 싸우는걸 봐야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걸까. 블랙핸드 vs 오그림 둠해머의 전투씬에서 그런게 아주무척매우많이 아쉽더군요. 개인화 와우는 시작할 때부터 철저히 개인화된 MMO를 만들어왔죠. 드군에선 그게 절정이지 싶습니다. 저는 드군이 막 시작한 당일 00시부터 게임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넘쳐나는데도 별로 걸리적거리질 않아요. 사람이 이렇게 많다면 전같으면 퀘스트 몹이 부족해서 퀘스트 오브젝트가 부족해서 허덕거렸을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습니다. 이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 주위의 다른 플레이어들을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음 & 신경쓰이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요 ... 이건 MMO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덕목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와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 달려왔고, 지금 와서는 그걸 구현하는 수법들이 엄청 고도화되었습니다. 아주 쾌적한 싱글플레이 게임에 가까워진거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적대적이지 않은 모든 대상은 개인화되었습니다. 길바닥의 자원들도 개인화. 퀘스트 오브젝트는 물론 개인화. 대신 적대적 대상은 개인화를 하기가 어렵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칼질을 하는 모습은 보기 흉할테니까요. 하지만 몹들도 스폰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듯 싶어서 어쨌든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개인별 인스턴싱은 이제 당대 최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함께 말타고 옆에서 달리던 낯모르는 플레이어가 갑자기 여러분 옆에서 사라져도 놀라지마세요. 그는 그의 인스턴스로 나는 나의 인스턴스로 들어가는 바람에 서로 길이 갈린 것 뿐이니까요. 가끔 인스턴싱 되기 직전에 몹들이 우글거리던 지역이 가까워짐에 따라 잽싸게 샤샤샥하고 사라진 후 우호적 NPC들로 가득찬 지역이 되는 걸 보는 어색함만 무시할 수 있다면 대체로 많은 분들이 이런걸 좋아하니 이렇게 만든게 아니겠어요? 와우의 개인화는 절정에 올랐습니다. 딱 한 가지만 보충하면 완전히 완벽해질거에요. 보충해야 할 한 가지는 게임이 MMO라는 점이죠. 이걸 빼면 존나 완벽 ... 은 농담이고, 이러한 개인화가 야기하는 약간의 부자연스러워보이는 여러 현상들, 즉 앞서 말한 '같이 달리던 사람이 사라지거나' 아니면 '언뜻본 걸로는 몹들로 가득했던 지역인데 도착해보니 우호적 NPC들이 가득한 지역들' 같은게 마지막 남은 고지이지 싶어요.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 좋겠죠. 자연스러워진다고 뭐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네요. 그래도 좋아지는거겠죠. 아울러 '필드 파티플레이에 대한 배려 전무'도 조금 ... 물론 필드에서 파티플레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졌다곤하지만, 전에는 '불편해도 가능은 한' 수준이었다면 드군에 와서는 '너무 불편해서 하고싶지 않아질' 수준이 아닌가 ... 싶습니다. 근데 해보진 않아서 여긴 확신은 못하겠네요. 레벨 디자인 드군에선 비행 탈 것이 삭제되었습니다. 만렙을 찍어도 여러분은 드군에서 날아다닐 수 없어요. 제한적으로나마 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긴 한데, 이 '제한'이 굉장히 크고 광범해서 우리가 날아다니던 시대는 이제 갔다고 보셔도 됩니다. 날 것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도 겹치는데, 레벨 디자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요. 이제 와우도 어느정도는 '모험하는 재미'를 좀 노려보려고 하나 싶습니다. 본래 와우의 레벨 디자인은 편의성 위주였죠.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로 가기까지 대충 방향잡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간단했구요. 중간중간 장애물이 있긴 하지만 큰 범위에서나 그렇고, 작은 범위에서는 그런거 없었습니다. 드군의 레벨 디자인은 좀 다릅니다. 디테일한 꼬불꼬불함에 신경을 써서, 종전처럼 단순히 방향잡고 직선으로 달린다고 도달하긴 어려워졌어요. 그러면 지형이 좀 복잡해졌으니 불편하냐면 그렇지는 않아요. 여기서 지도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와우의 지도는 철저히 기능적임.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해야 할 지형상의 특징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는거죠. 따라서 지도를 보면 대략 어떻게 가야할지 경로가 그려집니다. 이전의 레벨 디자인이 전혀 복잡하지 않아서 길을 찾을 필요조차 없이 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됐다고 말씀드렸죠. 드군의 레벨 디자인은 적당히 복잡해서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지만 지도가 충실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닥 어렵지 않고, 길을 '찾는' 과정은 충분히 재미있게 짜여져있음. 여기서 길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들에 약간의 수직적 레벨 디자인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도 하구요. 요 난이도 조절을 꽤 잘 한 것 같아요. 길을 찾는게 너무 어려우면 짜증나고, 너무 쉬우면 재미없죠. 하지만 블리자드는 '균형'으로 먹고 사는 회사니까요.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서 너무 지루하지도, 너무 짜증나지도 않는 수준으로 맞춰놨습니다. 레벨 디자인은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인데, 이제 막 만렙 찍은 상황에서는 아무튼 이정도의 소감인 걸로. 날탈 삭제 방금도 말씀드린 날탈의 삭제에 대해 좀더 얘기해보자면... 날탈이라는게 위에서 설명한 이유 - 레벨 디자인이 모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 만이라면 기존처럼 레벨업 할 때는 걸어다니고 레벨업 끝나면 - 이제 길 찾을 필요가 별로 없어지면 - 날아다니셔도 됩니다 ... 로 해도 되지 않았을까싶기도 한데, 저는 지금처럼 날 탈을 아예 막는게 더 낫다는데 동의합니다. 이건 좀 모호한 얘기이고 저 혼자만의 생각에 가까울 수도 있는데 잠깐 소개해보자면 ... 와우에서 날탈은 게임의 추상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을 보신 분들은 거기에 나오는 간단한 예시를 떠올리시면 좋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그걸 사람의 얼굴로 인식해요. 사진은 추상성이 극히 배제된 아주 현실적인 대상이죠. 근데 한편으로 사람들은 ^_^같은 이모티콘을 보고도 이걸 사람의 얼굴로 인식해요. 이 이모티콘 ^_^은 고도로 추상화된, 현실성이 거의 배제된 대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치 사진처럼, 이것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죠.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는 두 대상, 즉 사진과 이모티콘을 놓고보면, 어쨌든 인식은 하지만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어요. 하나는 추상적이고 하나는 현실적이죠. 이 둘은 일종의 제로썸 구도를 형성해요. 하나를 높이면 다른 하나는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추상성이 높아질수록 현실에서는 멀어지고,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추상성은 증가하는거죠. 와우의 날탈이 와우라는 게임의 추상성을 높여준다는 얘기는, 날탈이 와우에 있어서 실제 사람의 얼굴 사진이 아니라 이모티콘과 같은 '표현법' 그리고 그러한 추상성을 '체감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에요. 날탈의 움직임이 그래요. 만져보면 이건 짤탱이없이 가상이에요. 어떤 현실에서도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대상을 우리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반중력장치를 만들 수 있게 될 아주 먼 미래까지도 겪을 수 없을테고 말이죠. 겉보기엔 말이 되지만 겪어보면 가상임이 너무 선명한거죠. 와우의 날탈이 말이 된다는건 이모티콘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는 것과 같아요. 어쨌든 의미 자체는 성립하죠. 그러나 리얼한 사람 사진과의 차이는 배제할 수가 없어요. 물론 게임 내의 다른 부분들도 그렇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이 글의 초입에서 얘기한 '정리되지 않은 얘기임'을 인용하며 오늘은 넘어가기로 하시죠. ㅋㅋ 한편 와우는 개인화를 지향하는 MMO죠. 따라서 '리얼월드'의 체감에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을 수 있어요. 따라서 이러한 '날탈의 추상성' 이야기는 언뜻 와우의 방향성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탠드 얼론 RPG에서도 '몰입'을 해요. 그 몰입은 당연히 세계의 디테일이 살아있고, 추상적이기보다 현실적인 요소들에 대해 이루어지죠. 따라서 MMO의 MMO함과는 별개로, 이 세계를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기 위해서도 여전히 이러한 추상성의 배제는 유효하지 않은가합니다. 화심과 레이드의 변화 요 며칠 화심 이벤트라는걸 한다더군요. 만렙 (100렙) 찍고 화심가면 에픽머리와 심장부 사냥개 탈 것이 공짜 !! 그래서 가봤습니다. 화심을 전체적으로 아주 살짝 손봐서 1) 수치적으로 드군 만렙에 알맞게 2) 몇몇 괴팍한 구성 - 평판 올리고 퀘스트하고 물 퍼다가 불 끄기라던가 - 을 삭제 3) 몇몇 '초심자가 적응하기 어려울 공략' - 게돈의 살폭이라던가 등등 - 을 삭제하거나 약화해놨습니다. 덕분에 약 2시간 반정도 즐거웠네요. 사람들이 다들 예비군모드가 되서 '와 여기가 이렇게 바뀌다니 옛날엔 그랬지. 좋아졌네'라던가 '님들 제가 10년전에도 여기 탱하던 ...' 등등의 채팅을 남발하고 ... 전멸도 한 3-4번 했던 것 같아요. 10년이 지난 후 화심을 '지대로' 다시 해보니 와우가 레이드 부분에서 이루어왔던 발전들이 새삼스레 체감되더군요.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1. 레벨 디자인 다듬기 : 화심의 레벨 디자인은 광활해요. 너무 넓죠. 그 속에 몬스터들이 '마치' 무작위로 배치된 것처럼 자리잡고 있구요. 이 몬스터들 사이의 관계를 볼 수 있는건 주로 탱커들 뿐이에요. 탱커들은 어떤 몹이 어떤 코스를 언제 어떻게 로밍하는지, 무심한 듯 쉬크하게 멀찌감치 서있는 두 몬스터들이 서로 링크가 걸려있어서 한 마리를 풀링하면 다른 한 마리는 무조건 같이 온다든지하는걸 다 알고 있죠. 이러한 광활한 레벨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실수를 유발하는 측면이 커요. 풀링한 몬스터를 잡다가도 어찌저찌 무빙하다보면 풀링하지 않은 즉 얌전히 놀고 있던 몬스터가 애드되는 식이죠. 이런 일이 굉장히 흔했어요. 지금 레이드 디자인에는 이런 일은 거의 없죠. 애초에 의미없는 몬스터를 배치하지도 않구요. 화심에는 스킵해도 되는/그 자리에 있긴 하지만 딱히 잡지 않아도 되는, 그러나 애드되면 무조건 전멸을 초래하는 몬스터들이 굉장히 많은데 비해서요. 2. '빠른 전멸'의 사라짐 : 앞서 말한 경로로 몹들이 한 무리가 더 애드됐다고 해보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대체로 정리하자면 이래요. 몬스터들은 플레이어를 하나씩 하나씩 잡아죽이고, 사람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도망가서 살 길을 모색해요. (어차피 다 죽을건데도 말이죠) 그리고 인원은 40명이나 되기에, 이렇게 사방팔방으로 멀리 도망간 이들을 몬스터가 다 잡아죽이는데는 시간이 꽤 소요되요. 공대의 전멸은 이미 확정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하기에 따라서 전멸에 30초가 걸릴 수도, 5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이때 '어차피 전멸인데 5분이 걸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저 유명한 공대장의 오더가 '빠른 전멸'입니다. 공대장이 빠른 전멸 오더를 내리면 공대원들은 즉각 저항을 중지하고 (...) 얌전히 서서 죽어야해요. 요새 레이드에는 이런 구성을 찾아보기 드물죠.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결과 (전멸)는 초장에 결정됐는데 시간 자체는 길게 소요되는 일이 없어요. 사건의 결과가 확정되면 그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금방이고 혼란을 초래할 (화심 빠전 상황인데 부활갔던 공대원이 무심코 던전 재입장하는 바람에 거의 제자리 찾아갔던 몹이 입구까지 다시 달려온다거나, 생각없던 회드가 탱을 전부했는데 몬스터가 다시 달려온다거나) 일도 없죠. 3. 이건 화심 얘긴 아니고 검둥 (검은날개 둥지) 얘긴데, 이전의 레이드에는 '수치싸움'이 중심이 되는 구성도 많았어요. 삼룡이의 탱커간 어그로 연계나 벨라스트라즈의 그것은 어그로 미터가 있다면 도움은 좀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게임내에서 어떠한 '시각적인' 형태로도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죠. 숫자만 왔다갔다하고 여기에 상응하는 이펙트를 '선명하고 명쾌하게' 보여주지 않는 구성이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은 다르죠. 어떤 장소에 무슨 일이 일어날라치면 실질적인 효과가 발동하기도 전에 크고 아름다운, 누가봐도 알아볼 수 밖에 없는 뭔가를 거기에 보여주니까요. 뭐 어제 화심 두시간 반 돌면서 떠올렸던 생각들인데 두서가 없어서 별 도움은 안되는군요. ----- 아무튼 만렙찍어보니 '적어도 만렙까지는' 재밌더라 ...는 겁니다.
  8. Gidol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가챠에 대한 어느 글에 댓글로 달려다가 매우 길어져서 따로 작성한 글을 여기에도 옮겨봅니다. 가챠의 정의를 '현금이나 게임재화를 지불하고 게임 내의 아이템을 무작위로 획득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면, 1. 가챠는 근본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드마이어 아저씨의 유명한 말처럼, 게임 재미의 핵심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랜덤성의 모습은 적의 행동패턴이 랜덤이다/사냥해서 나온 아이템 드랍이 랜덤으로 떨어진다와 같이 게임 플레이와 결합된 형태입니다. 또한,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재화를 얻는 행위에는 일반적으로 정확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선택의 고민을 하게 합니다. 그런데 가챠는 단순한 지불행위 외의 아무런 플레이 과정 없이 선택이 아닌 강제적 랜덤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결국 선택의 과정이라고 하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높은 보상을 원하는 플레이어의 심리상 가챠에 의존하게 되면 괜히 고생해서 다른 컨텐츠를 플레이할 동기가 저하되어 컨텐츠의 가치를 낮출 수 있으며 컨텐츠 소모시간 및 게임에 질리는 시간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2. 가챠 중에서도 현금가챠는 사실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도박 슬롯머신을 제외하고 세상에 그 어느 상품이 구매자의 선택을 배제한 상태로 상품의 결과물이 무작위가 될 수 있습니까? 현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모든 상품에는 단돈 천원을 주더라고 그 천원만큼의 값어치가 있어야 합니다. 상품에 실수로 인한 조금의 하자가 있어도 클레임이 걸리는 게 당연한 세상인데 결과물을 무작위로 준다는 것은 상품에 하자를 일부러 만드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현금과 무작위 결과의 교환에 대한 상호 합의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도박과 다를 바가 없죠. 그렇다면 현금가챠는 도박과 같은 위험성이 있으며 도박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게임규제가 사전심의제한 청소년플레이시간제한 이런 게 아니라 도박 사행성 제한을 한다면 저는 기꺼이 찬성을 할 것입니다. 3. 가챠는 콜렉팅 게임에 어울린다? 글쎄... 퍼즐앤드래곤과 밀리언아서의 영향인지 가챠 시스템과 콜렉팅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었다'라고 하는 것이 콜렉팅 게임의 주요 목표이자 컨텐츠라고 보았을 때, 가챠는 일반적으로 행위를 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콜렉팅 게임의 경우 특히 원하는 것을 곧바로 얻었을 경우 그만큼 컨텐츠가 빨리 소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으는 것이 주 컨텐츠인 게임에서 모으는 걸 쉽고 빠르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치트와 마찬가지라 봅니다. 특히 모으는 것이 컨텐츠의 거의 전부이고 모은 것을 활용해서 플레이하는 시스템이 빈약할 경우 게임 수명에 치명적이겠죠. 결론은 가챠처럼 즉시 얻을 수 있는 수단의 경우 (현금 유료아이템도 마찬가지로) 게임의 핵심 결과물을 바로 제공해주는 게 아니라 게임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결과를 바로 얻고 만다면 플레이할 이유가 감소하지만 후자는 그것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해야 혜택을 얻기 때문에 플레이 동기를 촉진시킬 수 있으니까요. 퍼즐앤드래곤의 경우에도 실제로 가장 큰 매출을 올린 것은 현금가챠가 아니라 파티 전멸시 이어할 수 있는 컨티뉴라고 들었습니다. 이 사례로 볼 때 플레이어들에게도 결과를 바로 주는 것보다 과정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볼 수 있죠. 게임의 핵심 결과는 반드시 '플레이'로서 얻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이 제 한줄 결론입니다.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A Night With the Devil http://gamasutra.com/blogs/RadekKoncewicz/20141229/233271/A_Night_With_the_Devil.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오래된 PC게임 수백종이 무료로 공개된 사이트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 게임들이 최신 게임들의 원형이기에 특정 장르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아울러 요즘 게임들보다 좀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게임 디자이너 학습용으로 좋다는 말씀들도 하시더군요. 이런 게임들이 어떻게 학습용으로 좋은지의 예시로서 이 글이 그럭저럭 적절한 듯 보여 소개해봅니다. 디아블로2보다 1을 더 좋아했기에 하긴 꽤 했는데, 그럼에도 워낙 오래전 게임이다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군데군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 서론 디아블로는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비디오 게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찬사를 받는 게임들 중 하나이다. 무수한 "아류작"들을 양산해냈으며, 게임플레이는 여러 장르에 차용되었다. 가장 최신작인 디아블로3는 PC게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 되는 명예를 뽐내기도 했다. 자 그럼 무엇이 디아블로 시리즈를 이렇게 대단하게 만든걸까? 때로 지나칠정도로, 디아블로는 믿을 수 없도록 중독적인 게임이라 일컬어지곤 한다.비교적 모호한 주장이긴 하나 나는 오리지널 디아블로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임을 좀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꽤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다. 로그라이크에서 디아블로1까지 많은 소스들이 디아블로가 턴기반의 로그라이크에서 시작했다고 주장하곤하는데, 디아블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르적 특질을 고려한다면 일리 있는 얘기다. 미학적으로 디아블로는 단순히 아스키 기반의 그래픽에서 크게 진보했을 뿐 아니라, 당대의 다른 CRPG들을 무색케 하는 수준이었다. 640X480 해상도에서 돌아가는 어두우며 고딕적인 세계관은 모두 CG로 랜더링된 것이었다. 게임 내의 모든 애니메이션은 부드러웠으며 플레이어 캐릭터는 착용한 장비에 따라 외모가 달라졌고, 기반이 되는 라이팅 시스템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과장된 스펠 이펙트와 아이템 아이콘은 던전 크롤링류 중에서도 특히 더 인상적인 화면을 보여주었다. 한편 디아블로는 게임 전체가 음성 더빙되어 있었으며, 음악 - 특히 트리스트람의 테마 - 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있다. 좀더 디테일하게 보면, 디아블로는 굉장한 사운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픽 아이콘이 회전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아이템 드랍 시 쉬쉬쉭하는 사운드 이펙트와 아이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나는 오디오 클립이 가장 분명한 증거이다. 이때의 사운드는 스폰된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게임 내의 다른 사운드 이펙트들에 비해 더 크고 명료하며 길게 재생된다. 이런 신호는 드랍된 아이템을 놓치기 어렵게 만들며, 아이템 사냥의 조건반사적 효과를 크게 강화한다. 게임플레이의 관점에서 보면, 디아블로는 리얼타임 게임임에도 로그라이크가 갖는 장르적 핵심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스테이지의 구성은 랜덤화되어 있으며, 몬스터 타입과 배치, 아이템 생성, 그리고 퀘스트마저도 그러하다. 모든 클래스는 서로 다른 스탯들로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효과를 적용받으며, 여러 주문들은 클래스간에 공통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클래스 고유의 어빌리티와 스탯 성장도 가지고 있다. 슈라인과 소모성 아이템들은 진행의 가속과 감속에 깊이를 더해주며, 인벤토리 관리 또한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골드조차 공간을 차지해서 한 번에 5000개까지만 소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아블로는 일반적인 로그라이크라기엔 어려운 점도 가지고 있었다. 즉사가 없으며 어디에서든 세이브/로드가 가능했다. 온라인 플레이 중에 죽으면 자신의 시체로 돌아갈 경우 소지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다. 심지어 언제든 게임을 재시작 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서 캐릭터의 장비와 업그레이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아이템도 플레이어에게 지나친 패널티를 가하지 않았으며 감정을 거치지 않은 아이템을 착용하여 스탯만 사용할 수도 있었다. 자동 미니맵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일반적인 로그라이크에 비해 더 줌인된 시점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멀티플레이어도 빼놓을 수 없다. 디아블로가 출시되던 시기 멀티플레이어는 즉 포트와 IP주소를 설정해야함을 의미했다. 게임 스파이 아케이드나 엑스파이어 등의 초기 서버-브라우저들과 같이, 디아블로의 배틀넷은 온라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절차들을 간소화시켜주는 쉬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게임플레이 상의 조정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몬스터들이 추가된 플레이어들에 비례하여 더 많아졌다. 플레이어들 사이의 상호공격(Friendly Fire)이 언제나 켜져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당시로서는 매우 유저 친화적인 온라인 경험이었다. 대체로 디아블로는 꽤 매끈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었으며, 단순히 그래픽이 가미된 로그라이크라기엔 한참을 앞서 있었다. 8시간 디아블로의 많은 부분이 트리스트람을 중심으로 오가며 루팅하고, 치료하며, 장비를 교체하고 다음 모험을 준비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런 정비 구간은 게임의 핵심부가 아니기에, 나는 이번 관찰을 실질적인 던전 탐험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전사를 택해 모든 적을 죽이고 모든 상자를 열고 모든 아이템을 주으며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모든 맵의 모든 구석을 가보려 노력했다. 핵심 진행 아래의 그래프에 던전의 각 맵에 소요된 시간 (분단위), 모든 아이템을 다 줍고 모든 적을 다 섬멸할 때까지 몇 번이나 오가야했는지, 내 전사가 각 층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치와 레벨을 얻었는지를 표기했다. 보라색 표시는 완전히 랜덤은 아닌 특별 맵들과 보스 전투를 위한 무대로 쓰인 지점들이다. 각 맵을 클리어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점진적으로 증가하지만, 층별 소요시간은 어느정도 느껴질 정도로 달라진다는 것이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주된 요인은 랜덤으로 생성되지 않는, 고정된 맵이긴 했지만, 고정맵의 특별 연출이 없더라도 모든 맵이 똑같이 느껴지는 것을 막아줄 정도의 변화는 있었다. 가장 짧은 맵은 7.5분, 가장 긴 맵은 31분이 소요되었으며 평균은 19.4분이었다. 이런 요소를 가늠함에 있어 내 전사가 텔레포트 주문서를 사용하지 않았던 점(몇몇 맵의 경우 이렇게 걸어서 돌아가는데 시간이 더 소요됨)과 전투 난이도(몹들을 낚아서 몰고다니고 도망가서 체력과 마나를 채워야만 했음) 때문일 수도 있음을 언급해두는 것이 좋겠다. 하나의 층을 탐험하는데 소요되는 여행의 횟수는 좀더 일정했으나, 이 지표는 다른 지표들에 비해 더 인벤토리 용량에 의존적인 부분이 있다. 체력 재생에 초점을 맞춘 더 튼튼한 캐릭터의 경우 정비를 위해 트리스트람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는 게임 끝까지 얼마 없었다. 그러나 여행의 횟수는 좀더 직접적인 인벤토리 제한의 결과였으며 드랍되는 모든 아이템을 줍는다는 것은 내 결정이었다. 여행 횟수의 상대적 일정함은 각기 독특한 지형 구성과 몬스터 밀도, 보물 상자 등등에도 불구하고 게임 전체에 걸친 모든 층이 비슷한 양의 아이템을 생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종합해보자면 층 전체를 청소하는데 걸린 최소 여행 횟수는 1이었으며 최대는 5였고, 평균은 3.1이었다. 한편 여행의 횟수와 유사하게, 경험치의 증가도 꽤나 일정했다. 평균적으로 던전의 각 층마다 1.3레벨이 올랐다. 디아블로의 어떤 스탯 증가도 랜덤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은 주목할만한다. 매 레벨업마다 5개의 포인트를 4개의 스탯에 찍을 수 있으며 각 캐릭터 클래스는 스탯별로 찍을 수 있는 포인트의 최소치와 최대치가 정해져있다. 이는 캐릭터별 차이점이 온전히 아이템 - 장비품과 주문들 - 에만 기인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드랍되는 아이템이 무엇인가하는 점이 더 강조된다. 전체적으로 디아블로는 4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있으며, 각 지역은 4개의 던전 층으로 나뉜다. 플레이어가 지하로 내려갈수록 몬스터와 맵 오브젝트도 점차 어려워지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 지역의 랜덤 생성 방향성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지역이 모두 고유의 환경을 갖는데 도움이 되며, 심지어 탐험과 전투 매커니즘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수행가능한 퀘스트도 랜덤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한 번의 정주행만으로는 - 전체 맵을 모두 탐험하더라도 - 특정한 캐릭터나 보스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캐릭터의 누적된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게임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생각한다면, 디아블로는 애초부터 여러번 플레이 할 것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되었음이 분명하다. 아이템 드랍 아이템 생성은 종종 디아블로의 "비밀 소스"로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열성 팬들은 디아블로의 모든 아이템 생성 알고리즘을 꼼꼼하게 분류해놓았다. 컴파일된 데이터에 의하면 아이템을 드랍하는 개체들은 서로 미묘하게 다른 공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성격적 특성을 차별화한다: 상자는 크기에 따라 0-3개의 아이템을, 석관은 숨겨진 몬스터를, 무기 거치대는 언제나 장비를 드랍하는 식이다. 그러나 다량의 아이템을 드랍하는건 언제나 몬스터들이다. 잠깐 살펴보자. 자, 꽤 단순하다. 그렇지 않은가? 절반 이상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드랍되지 않는다. 드랍이 된다면 대체로 골드이다. 일반몹이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은 10.7% 밖에 되지 않으며, 특별 몬스터들은 언제나 뭔가 좋은걸 드랍한다. 퀘스트용을 제외하면, 아이템은 장비품이거나 소모성이다. 소모성 아이템은 체력 또는 마나 충전 포션, 스탯 상승 엘릭서, 마나소모 없이 일회용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주문서, 그리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을 가르쳐주는 마법책이다. 장비품은 무기, 방패, 갑옷, 헬멧, 반지, 목걸이로 나뉜다. 갑옷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외양을 바꾸며, 방패는 블럭 확률을 높여주고, 무기는 서로 다른 공속과 몬스터군에 대한 속성(예: 검sword은 동물류에게 150%의 데미지를, 악마류에게 100%의 데미지를, 언데드에게 50%의 데미지를 준다)을 가지고 있다. 반지와 목걸이는 파괴되지 않으며 언제나 마법 또는 유니크 등급이다. 모든 장비품은 또한 이하의 세 가지 종류에 속한다. 일반 - 일반 검, 방패, 헬멧 등등; 별다른 속성 없음 마법 - 파란색의 강화된 아이템; 앞서 언급한 접두사/접미사가 붙어있음 유니크 - 랜덤이 아닌 복수의 스탯과 특수한 속성을 가진 금색 아이템; 가장 흔하게 얻는 경우는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일반 아이템은 각 장비품 카테고리 고유의 스탯 증가 테이블을 따른다. 예를들어 헬멧 테이블은 이렇게 생겼다: Cap > Skull Cap > Helm > Full Helm > Crown > Great Helm. 각각의 서브 카테고리는 고유의 룩, 공격/방어수치 범위, 내구도, 판매시 가격 등등을 포함한다. 마법 아이템은 일반 아이템이 하나 또는 두 개의 특수 속성으로 강화된 버전이다. 이 스탯들에는 물/불/얼음/대지 데미지/저항, 캐릭터 수치 강화, 적중율 증가 등등이 있다. 일반 장비품과 비슷하게 특수 속성은 메인 카테고리와 서브 카테고리로 나뉜다; 예를들어 메인 카테고리로 불속성 데미지가 추가되었다면 서브 카테고리는 Flame > Fire > Burning > Flaming가 되며 각기 특별 데미지 범위가 포함된다. 서브 카테고리는 또한 접두사 또는 접미사로 나뉘어 실제 아이템 이름에 적용된다. 예를들어 Ivory Mace of Socery라면, "Ivory"가 접두사이며 31-40의 마법 저항을 갖는다. "Socery"는 접미사로 플레이어의 마법 스탯을 16-30 올려준다. 몇몇 특수 속성은 특정 카테고리에만 적용될 수 있으며, 어떤 접두사들은 다른 접미사들과 동시에 쓰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유니크 아이템은 최대 6개까지의 추가 속성을 가질 수 있지만 마법 아이템과 같은 매커니즘으로 생성되지는 않는다. 각각의 유니크 아이템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고유의 아이콘과 고정된 스탯/특수 속성 조합을 갖는다. 예를들어 "Gotterdamerung" 헬멧은 60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스탯 20 증가와 데미지 감소 4, 모든 저항 0, 플레이어의 조명 반경 40% 감소 옵션을 갖는다. 아이템 생성에 쓰이는 실제 공식은 매우 복잡하며 플레이어의 레벨, 몹의 종류, 위치, 현재 존재하는 아이템, 그 외 다양한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Jarulf's Guide는 이 모든 것을 분석해놨다. 일단 내가 플레이하는 동안 시스템이 생성한 것들에 대해서는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생성되는 아이템들의 대부분이 소모품임이 눈에 즉각 들어온다. 게임 전체를 통해 175개가 드랍되었으며 맵당 평균 9.2개였다. 고정된 좀더 작은 맵들에서는 중간값보다 약간 더 낮게 되어 있다. 소모품의 드랍은 게임의 진행을 통해 완만하게 줄어든다. 난이도를 미묘하게 조절하기 위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게임 초반에는 새로 온 플레이어들이 더 적극적으로 탐험에 나서게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체력과 마나 포션이 풍부하게 나온다. 그러나 나중에 가면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매커니즘에 완전히 숙련되었을테니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게 만들려면 좀더 열심히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일반 장비품은 드랍되는 아이템들 중 두 번째로 비중이 크며, 어떤 의미에서는 놀랍게도, 그 유용성이 다한 이후에도 한참을 더 나온다. 첫 맵 또는 그 직후의 맵에서나 쓸모있는 일반 아이템이 게임의 가장 마지막 맵에서도 꽤 자주 드랍되는 것이다. 전체 플레이를 통해 144개의 일반 아이템이 나왔으며, 평균값은 맵당 7.6개이다. 마법 아이템은 두 번째 맵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았으며, 두 번째 맵부터는 크게봐서 싸인함수 곡선을 그리며 주기적으로 드랍되었다. 드랍된 99개의 마법 아이템들을 통해 장비를 대거 교체할 수 있었으며, 평균 드랍율은 층당 5.2개로 소수의 맵에서만 일반 아이템보다 더 많이 나왔다. 유니크 아이템은 게임 전체를 통틀어 단 8개만 드랍되었으며 이는 맵당 평균 0.4에 해당한다. 이들을 통해 4개의 장비를 교체하였다. 이 50%의 장비 교체율은 강력한 아이템치고는 낮은 듯 보이지만, 일반 아이템의 2.1%, 마법아이템의 8.1%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아울러 그 성능상의 우월함으로 인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예를들어 Skeleton King's Undead Crown은 4번째 맵에서 얻은 헬멧인데, 생명력 흡수 속성 덕분에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게임 전체적으로 25회의 장비 교체가 이루어졌으나 이들 중 15개만이 아이템 드랍으로부터 얻었다. 경제 RPG의 경제는 꽤 까다롭다.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의 구입 기회를 주면서도 화폐는 너무 희귀하거나 너무 흔해빠지게 만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디아블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꽤 성공해서, 언제나 돈을 쓸 곳이 있다 : 아이템 감정, 장비 수리, 마법봉 충전, 심지어 가게주인의 인벤토리를 들여다보는데 돈을 내야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템 자체도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꽤 많은 소모성 아이템들을 구입했으며, 특히 게임 끝부분으로 갈수록 구입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주된 이유는 강한 몬스터들에 맞서 싸우기 위한 체력 및 리쥬비네이션 포션 구입이었다. 일반 아이템은 2번째 맵까지 구입했지만, 이후 빠르게 쓸모가 없어졌다. 마법 아이템이 그 자리로 대신 들어왔으며 - 유니크 아이템은 구입할 길이 없었다 - 주된 골드 하수구가 되었다. 마법 장비품은 굉장히 비싸서 수만골드가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마법 아이템들은 가게주인 NPC를 유료 드랍 아이템 공급원으로 만들어 경제를 굴러가게 했다. 대다수의 다른 RPG들과 다르게, 각 판매NPC들은 던전 아이템 생성 알고리즘과 유사한 알고리즘으로 아이템을 생성한다. 상점 아이템은 플레이어의 레벨업을 따라가며, 따라서 이들을 구입할 골드를 모을만한 시간을 준다. 아울러 계속해서 내가 쓸만하지 않은 아이템들 - 예를들어 마법사에게 민첩이 잔뜩 붙은 활 - 만 드랍되는 경우의 문제를 완화해준다. 아울러 각 상인NPC들에게는 어느정도의 개성이 주어져있으며, 그 자체로 경제에 약간의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예컨대 "저주받은" (안좋은 특수 속성이 붙은 마법 장비품) 아이템은 오로지 1골드만 준다거나 의족 소년 워트는 한 번에 하나의 아이템만을 팔지만, 게임 내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일 수 있는 등. 전체적으로 플레이하는 동안 4개의 일반 아이템과 6개의 마법 아이템을 구입했다 - 소비품 구입은 157개 - 그러나 이는 전체 장비 교체의 40%에 해당한다. 골드 루팅과 아이템 판매로 얻은 습득 골드의 전체량은 아래와 같다. 몇몇 날카롭게 솟아오른 부분과 깍아지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골드 축적은 게임 전반에 걸쳐 증가했다. 이는 골드 자체의 획득량과 아이템 판매를 통해 얻은 골드의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그러하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내 전사가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골드를 모으는 듯 보이지만, 내가 주워온 장비를 상인NPC들이 구입해 준 가격과 비교해보면 실질적인 골드 루팅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이다. 60932 골드 중 10%이하만이 직접 골드 드랍이었다. 게임을 종료했을 때 내게 남은 골드는 대략 5000 정도였는데, 이는 러프하게 봐서 게임을 하며 주은 전체 골드의 양과 비슷하다. 즉 내 전사가 드랍되는 골드를 전혀 줍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하며 구입한 (모두는 아닐지라도) 거의 대부분의 장비품과 소모품을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골드는 게임 내에서 독보적으로 보편적인 드랍 아이템이다. 따라서 대량으로 소모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소량의 골드를 소모할만한 여러 유용한 용처들 - 포션 구입, 장비 수리 등 - 이 있기에, 골드가 의미없어 보이는 경우는 없다. 결과적으로 골드 드랍은 디아블로라는 게임 내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듯 보이는데, 실제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묘한 수준이며 골드가 없더라도 경제 자체가 문제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 디아블로는 의심의 여지없이 성공했다. 무수한 GeoCity들과 Tripod (북미에서 유행했던 일종의 홈페이지 서비스 ...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진 않네요 -voosco) 사이트들을 디아블로 폰트와 불타오르는 움짤로 채워지게 만들었다. 사운드 효과도 최고였으며, 인터페이스는 싱글 플레이나 멀티 플레이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디아블로가 도입한 로그라이크 요소는 당시에는 비교적 흔치 않은 것이었기에 폭넓은 랜덤 요소와 훌륭하게 조율된 보상 시스템은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갔다. 물론 많은 다른 게임들이 이러한 조합을, 일부는 통째로 흉내내려 노력했지만 누구도 디아블로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디아블로라는 게임 전체는 각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말하는건 괜찮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영리한 디자인이 그것이다. 디아블로의 전체 세계는, 특히 아이템들은 그냥 랜덤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알고리즘은 엄밀하게 검증되었으며 아이템 생성의 매 단계마다 가능성들은 가지를 쳐나간다. 한편 이런 요소에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디아블로는 그 자체로서 세계관과 게임 규칙 사이의 일관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롱소드+1"이 아니라 "왕의 가속 검"이라는, 공속을 빠르게 해주고 약간의 보너스를 더 제공하는 이름 그대로의 무기를 얻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이 아이템을 계속해서 사용하며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감각을 쌓아나가고, 오래전에 사라진 어떤 왕국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검을 만든 대장장이를 연상하게 된다. 어떤 무기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러한 "특별함"은 동일한 접두사/접미사를 지닌 활이나 방패가 없기에 더욱 강조된다. 고정 스탯 아이템과 퀘스트의 존재는 검의 사연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며,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컨텐츠와 자동 생성된 컨텐츠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더 나은 아이템이 나왔을 때 갈망과 후회를 낳는다. 그리고 마침내 디아블로를 물리치더라도, 플레이어는 그냥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더 나은 아이템을 위한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그것이 지금까지도 게임을 모딩하고 플레이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1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plague of buggy, unfinished games explained by a video about tanks. Yes, really http://www.polygon.com/2015/1/6/7501619/buggy-games-why-they-happen 짧은 글이지만 재밌길래 ... ------------------------------------- http://www.youtube.com/watch?v=aXQ2lO3ieBA#t=41 여러분은 굉장히 유명한 타이틀을 가진, 업계의 베테랑들로 채워진 팀이 만든, 투자도 빵빵하게 받은 퍼블리셔가 출시한 게임이 종종 부실한 상태로 출시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해본 적이 있는지? 키이스 퓰러(Keith Fuller)는 프로그래머로서 12개의 트리플A 게임을 출시했고, 디자인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였으며, 지금은 Fuller Games라는 자신의 회사를 시작했다. 그는 *펜타곤 워(Pentagon Wars)*에서 발췌한 이 영상이 거대 게임의 개발 우두머리인 프로듀서가 만나게 되는 일들을 잘 설명해준다고 얘기한다. 일이 잘못되는 과정 퓰러는 친절하기에 프로세스를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스미스 대령 - 프로듀서 - 은 대통령 3명을 거치면서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던 중년남이에요. 그의 지휘보좌관들이 행복해보이는게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 뿐임을 보면 알 수 있겠죠?" 퓰러의 말이다. 모든 요청들은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에 의해 합리적인 이유로 반박된다. 그러나 이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을 가진 사람이 뭔가를 원한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으니까. 우리의 게임에 빗대어지는 무장차량은 특정한 임무를 노리고 디자인되었지만 빠르게 폐기된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초기의 비전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고통스럽고 긴 합의의 여정을 향한 첫번째 발자국일 뿐이다. "스미스에게는 초기 계획이 주어지고 이를 실행하려하지만,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겹도록 바뀌고 또 바뀌죠." 퓰러가 폴리곤에게 한 말이다. "프로듀서들은 클라이언트, 퍼블리셔, 스튜디오의 상급자 등으로부터 이런 요청들을 끝없이 받게되요. '혹시 그 ...'라는건 비용에는 큰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면서 뭔가를 바꿔야한다는 일종의 암호죠. "라고 퓰러가 말을 이어간다. 짧게 한판씩 할 수 있으면서 탄탄한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RTS게임을 만들고 있는가? 괜찮아보인다. 근데 혹시 그 ... 싱글플레이 스토리 모드로 1인칭 미니게임을 집어넣을 순 없을까? 애들이 엄청 좋아하거든. 안돼. 인원이나 돈, 시간을 더 투입할 수는 없어. 그냥 단순한 미니게임인데 뭘. 이런 과정들은 다른 게임들이 출시되면 더 복잡해진다. 특히 위에서 말한 부분들을 잘 구현한 게임일수록 그렇다. 여러분의 비전은 중요하다. 물론이다. 그러나 비전이 아닌 다른게 돈을 번다면 어쩌겠는가? 우리도 그렇게 돈을 벌지 말라는 법은 없잖은가? "장군들 중 한 명이 브래들리의 모형을 보고 스미스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멋지군. 근데 그 ... 러시아인들이 이 비슷한걸 만들었는데 날아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네. 브래들리도 날 수 있도록 만들게." 퓰러의 설명이다. "이런 일들이 모든 거대예산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다른 대작이 출시되면 일어나요." 이런 일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완성되지 못한, 그리고 때로 버그가 많은 게임의 출시로 이어진다. 부엌에 하수구를 설치하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개발자들은 때로 프로젝트 막바지에 부엌에 욕조를 추가하라는 업무를 할당받기도 한다. 퓰러는 현재 자신의 회사를 통해 개발자들이 이런 일들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심지어 개발 업무를 돕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이런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게임에서 일했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리나라의 총괄 기획팀장 정도로 보시면 될 듯 -voosco)는 원저작사에서 보내고, 예산과 시간은 퍼블리셔가 결정하고, 스튜디오 수장이 직원 제한을 부여하는거에요." 퓰러의 말이다. "실내 공간에서 짧은 거리의 시점을 위해 디자인된 렌더러를 사용하여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건 누구도 고려해주지 않았죠." 그래서 이 게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대통령 2명의 임기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개발했죠. 최종적으로 나온 게임은 원래의 디자인과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어요. 우린 이 영상에 나온 브래들리같은걸 출시한거에요." ------------------- 혹시 위의 영상에 자막이 없어 불편하신 분들은 매우 유사한 과정을 다룬 & 한글 자막이 포함된 다른 영상도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VypDiN-X5FA 오늘도 '혹시 그 ...'라는 얘길 들으신 많은 개발자분들께 바칩니다.
  11. ooze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지난주말 퇴근길에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데 에스컬레이터 앞에 선 커플이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수화를 이용한 게임 이나 수화가 메인 혹은 서브 주제로 이용되는 게임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조금 찾아봤지만 오프라인 게임(몸으로 뛰노는)에서는 있는 것 같으나 비디오&모바일 시장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제 검색능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요) 모바일로 수화를 이용한 게임이라면 카메라로 손동작을 찍어야 할까? 화면안에서 손동작을 보여주고 맞는 것을 찾아야 할까? 싶기도 하고 RPG에서 수화를 이용한 NPC간의 대화를 보여주려면 (아무개는 수화로 '맞아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이른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같이 표현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집에 도착해서 최근에 스팀에서 구입한 게임을 하다 잤습니다. 글이 이상하게 흘러갔지만.. 어.. 결론은 수화라는 행동(컨텐츠?)이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중에서 제법 신선한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즐거운 금요일이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12. modpat88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확장팩이 열릴 무렵 주요 대도시와 두달의 제단에 카드가가 등장했습니다. 여기 지나가면 탈것에서 내려지고 카드가 주변으로 접근할 수 없더군요(??) 얼마 전엔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의문도 들지 않고 불편하다고 생각했는 데, 최근에 들어 일하면서 비슷한 이슈가 생겨서 이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충돌박스를 설치하고 탈것에서 내려지게 만든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1. 카드가는 접근성 좋고 사람들이 몰리는 대도시에 설치 되었습니다. 2. 카드가는 확장팩 지역인 드레노어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 (그래서 카드가는 잘 보이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3. pc캐릭터 끼리는 충돌박스가 없기 때문에 겹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pc들은 거대하고 길죽한 탈 것을 이용합니니다. 4. 그로인해 사람들이 몰리는 npc는 거대한 탈것과 캐릭터들이 겹쳐서 마우스 조작으로 npc를 선택하기 힘든 이슈가 생깁니다. 5. 그래서 지금과 같은 처리를 해둔게 아닐까요? 모바일이라서 글쓰기 힘드네요 =ㅅ= 같은 이유로 경매장/은행 npc들이 개인 창구나 pc가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에 설치되어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헤헷... 마무리 어떻게 해야하죠(....)
  13.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뭐 사실 이 포럼에서까지 다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일단 블로그에 글을 쓴 김에 같이 올립니다. --------------------------------------------------------------------------------------- 트위터에서 '인앱 구매가 어떻게 게임 산업을 망치는가'라는 번역문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무료 다운로드 + 인앱 구매'라는 구조는 사실상 게임이 아닌 사기이며, 개발자들은 이 끔찍한 모델을 거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문에서 예시로 든 던전키퍼 모바일의 유료화 모델은 끔찍합니다. 한 블럭을 파내기 위해 4시간 24시간이라뇨. 아마도 F2P 게임 역사상 최악의 병크 중 하나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병크 하나만을 놓고 인앱구매 모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이건 마치 음주 운전 사고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술과 자동차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것과 같은 레벨이지요. 저자는 무려 짧은 만화까지 그렸습니다. 뉴욕까지 가야하는 한 아가씨가 있는데, 택시 기사가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아가씨가 타자 택시 기사는 5분 뒤에 차를 세우고 24시간 동안 기다릴 거라고 하지요. 만일 지금 출발하고 싶다면 돈을 내라고 합니다. 아가씨는 짜증을 내고 차에서 내립니다. 이 만화를 통해 저자는 인앱 결제가 이런 사기와 같다고 비판합니다만, 사실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그려놓고도 놓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리면 된다는 거지요. 실제로 사용자가 결제를 하기 전까지 플레이어는 단 한푼도 지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약간의 네트워크 비용과 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할지, 그리고 그를 위해 지불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던전키퍼와 같이 과금 모델이 전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쁘다고 하더라도, 지불을 해서라도 즐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지불하고 계속 진행하는 겁니다. 혹은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금 모델이 지나치게 가혹한데 그 재미가 비용을 정당화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게임을 관두면 그만이죠. 아니면 돈을 내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거나요. 저자는 '기다림'에 기반한 유료화 모델을 거짓말이고 사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기다림'이야말로 현재까지는 가장 공정한 모델입니다. 돈을 내고 스테이지를 스킵하거나, 킹왕짱 아이템을 갖거나, 점수가 더블 트리플이 되어서 순위표 꼭대기에 올릴 수 있는 아이템들에 비해 게임플레이나 밸런스에 끼치는 악영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지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 이상으로 플레이하고자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과금합니다. 기본 플레이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성립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적당히 만족할만한 선에서 기본 플레이를 제한합니다. 기본 게임이 재미있어야 함은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기본 플레이를 어느정도로 제공하고 어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전적으로 개발사가 결정할 사안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지불하면서 플레이할지, 지불하지 않고 플레이할지, 그냥 플레이하지 않을지는 플레이어의 몫이죠. 수요-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유저 풀과 매출액이 결정됩니다. 던전키퍼처럼 터무니없이 기본 플레이를 강제한다면 수요층이 줄어들고 매출액도 함께 줄 것입니다. 또는 LOL처럼 기본 플레이를 너무 후하게 제공해서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다면 매출 효율이 떨어질테죠. 던전키퍼 모바일은 병크가 맞지만 이는 시장에서 알아서 응징해줍니다. 실제로 던전키퍼 모바일은 2014년 2월 4일 오전 6시 북미 앱스토어 기준으로 매출액 164위에 올라와있네요. IP + 탑 페이지 노출을 생각하면 참 안쓰러운 성적이죠. 저자는 위와 같이 인앱 구매가 없는 리테일 게임1의 개발자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인앱 구매보다는 리테일 게임이야말로 진정한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F2P 모델은 최소한 유저가 플레이를 어느정도 해본 뒤에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돈을 낼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따져본 뒤에 결제하죠. 하지만 리테일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해보지도 않은 게임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해야합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죠. 막상 구매했는데 듀크 뉴켐 포에버처럼 재미가 아주 똥망이라거나, 전설의 빅 릭스 처럼 도저히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버그투성이라도 환불은 없습니다. 아직 한푼도 쓰지 않은 상태가 사기라면 이렇게 이미 $60을 지불한 뒤의 좌절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할까요? 저자는 90년대를 '영광스러운 나날'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사실 그 영광스러운 나날에도 똥같은 게임은 숱하게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돈 내고 이 똥들을 산 뒤에 좌절했습니다. 다만 기억에서 잊혀졌을 뿐이죠. 어찌보면 모든 것은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리테일 게임의 세계에서 게임은 뷔페입니다. 이미 비용을 선불로 지불했으니 당연히 모든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죠. 무료 게임은 무료 뷔페 입장권이고 따라서 당연히 돈은 지불하지 않았지만 모든 컨텐츠는 무료로 무제한으로 즐길 것을 기대합니다. 이 관점에선 원문에서 인용한, 아스팔트에서 모든 자동차를 언락하기 위해선 $3,500을 지불해야한다는 사례는 당연히 분노해야할 사안이죠. 뷔페 입장만 무료일 뿐, 안의 메뉴들은 추가 요금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F2P의 세계에서 게임은 서비스입니다. 한마디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공원인거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뿐 자유이용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선 돈을 내야죠. 아무도 $3,500을 내고 모든 자동차를 언락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일 뿐이죠. 물론 그렇다고 정말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즐길 수 없다면 사람들은 이 공원을 찾지 않을테고 결국 파산할 겁니다. 그러니 퍼레이드도 하고 화단도 가꾸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 앱 결제가 게임 산업을 망친다는 것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해입니다. 실제로 부분유료화 모델은 아시아의 게임 시장과 전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전보다 수백배 수천배로 키워줬지요.
  14. "TRPG의 재미를 MMORPG로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트위터상의 대화를 옮겨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D ===================================================================================== Zerasion: "MMO함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는, 수년 전 KGC에서 송재경 님, 김태곤 님 등 많은 분들이 예견했던 "가상 세계로의 회귀"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성적으로 사회성+유희추구성을 내포한 인류이기에, 진정한 MMOG는 없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 그리고 MMOG에 있어 지금 시기는 단지, 와우가 시작한 테마파크 붐 덕분에 개발자와 플레이어 모두가 잠시 길을 잃어 원류를 놓친 뒤,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Jolgame: 온라인판 테이블 게임이 나오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Zerasion: 예전부터 종종 나오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뭔가 센세이션 같은 걸 일으킬만큼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ㅎㅎ Jolgame: 뭐 일단 장르 자체가 워낙 마이너하기도 하고.. 근데 이 마이너 하다는게 또 언제 주류를 이루기도 하고 그러니까요.(몇달전의 국내 한글판 번역 룰북 펀딩 성공사례 등등) Zerasion: 시대는 돌고 도니까, 칼끝을 예리하게 벼러두면 언젠간 빛을 볼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니 그 전에 굶어죽지 않아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ㅋㅋ ===================================================================================== Jolgame: TRPG를 온라인화 해서 수만가지의 상황을 모두 GM쪽에 입력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onzk777: TRPG는 상황에 녹아드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롤플레잉이 핵심인데 온라인 게임에서는 경쟁을 통한 욕구 자극이 상품성의 주가 되기 때문에 영 진도가 안나갈 것 같습니다. Zerasion: 딱 말씀하신 부분만 떼어놓고 봤을 때, TRPG는 코옵, ORPG는 경쟁이 주제인 것으로 구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잘 양분해서 공존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요. onzk777: 제가 약 4회 정도 TR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TRPG는 마스터가 가이드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 시트를 제반삼아 "연기" 를 하는 것이 주 플레이라서 ORPG랑은 재미요소부터가 달라요. 온라인에서 연기를...! Zerasion: 그렇다면 역시, 늘 제가 영업하던대로 "RP"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훗. onzk777: 그리고 RP를 좋아하는 유저들을 타겟으로 잡는 순간 투자자들이 떠나기 시작하고... 핳핳. Zerasion: ㄴㄴ. RP를 하던 애들을 타겟으로 삼는 게 아니라, 대중이 RP를 하고싶게 만드는 게 소임인거죠. 그리고 그런 "가이드"는 게임 디자이너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onzk777 님을 채찍질 합니다! 찰싹찰싹! onzk777: 솔직히 왜 유저들을 "RP를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나" 부터 전 공감을 못하므로 채찍을 회피하겠습니다. Zerasion: 그래야 TRPG의 즐거움을 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죠.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전초 작업 같은 거요. onzk777: 저는 TRPG가 "Massive"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보는 입장이라서 MMO에서 TRPG를 모사하는건 딱히 매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Zerasion: RP함을 메시브하게 가져가자는 건 아니고, 아까 말한대로 둘을 공존시킬 토대를 마련해보자는거죠. ㅎㅎ 매시브한 재미는 이미 1세대 MMOG에서 거의 다 시도했으니까요. onzk777: TRPG에서 롤이라는 것은 상황 속 "인물" 이었고 MMO에서는 내면의 진짜 자신을 가상세계에 돋보이는 것이 목적에 있으니 서로 상충합니다. 실제로 현재 MMO들에서도 유저들은 "가상세계의 자신" 을 RP 중이예요. Zerasion: 마지막 멘트가 이미 상충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던가요? 근데 뭔가 이야기가 길어지니 포럼으로 전장을 옮겨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onzk777: 단지 그 RP의 대상이 "술을 좋아하는 무식한 뚱뚱보 드워프" 같은게 아니라 "만렙 힘기사" 같은거라서 TRPG의 로망이나 플레이 형태가 안나오는거죠. 그러므로 RP를 장려하자 라는건 조금 다른 얘기같아요. Jolgame: 연기가 필요하다면 이런건 어떨까요. 어차피 TRPG나 그걸 묘사함에 있어서나 결과론적으로는 주사위 굴림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 내는거니까 그럴듯한 설명을 키보드나 음성으로 대체하고 진행하는 방식. onzk777: 연기라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느냐, 혹은 내가 연기할 대상이 더 짱짱맨이 되도록 만드는 것에서 재미를 찾느냐 라는 것이 현 상태에서의 차이라고 보고 있어요. tophet: 사실 연기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_=;;;; Zerasion: 그.. "연기를 해서 재밌다"가 아니라 "그 캐릭터와 동화되는 즐거움을 느낀다"가 RP의 목적입니다. RP에 대한 인식 접근법이 상이해서 이야기가 어긋났던 것 같아요. ㅋ onzk777: 연기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목적은 당연히 아니죠. 동화되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되어야 하니까 캐릭터를 연기하고 감정을 이입하는거고요. 제 생각엔 RP에 대한 인식보다는 "캐릭터" 에 대한 인식이 먼저인 듯 해요. Zerasion: 그걸 인지하고 억지로 하는 순간 "자연스럽게"에서 탈락이라고 봅니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주입시키는 게 게임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보고요, RP따위 전혀 몰라도 호드vs얼라 진영에 이입하는 와우가 좋은 예죠 onzk777: 스토리에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모든 것이 한 편의 RP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는 이미 모두 아는 게임의 일부 몰입 요소에 포함되는데 TRPG를 거론하면서 새로운 재미로 여길 필요는 없어보여요. Zerasion: TRPG의 재미를 "새로운 요소"로 봤다기보다, 기존까지의 감정이입 몰입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여기는 입장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스탠리 패러블 한 판 때려주시죠! ㅋㅋ 장르를 규정짓긴 힘들지만, RPG가 무엇인지 리마인드시켜주는 좋은 기능을 하고 있음엔 틀림없습니다 ㅋ onzk777: 그 놈의 테라리아 때문에 다른 게임을 하나도 못했네요 요즘 ㅡ.,ㅡ 그렇다면 TRPG를 모사하면 안될 것 같고 기존 요소를 강화하는게 좋아보여요. NWN같은게 안좋은 예인데, 캐릭터 배경스토리를 쓰고 외우게 만들어놓고 당장 월드 진입하면 하나도 반영이 안되거든요. 몰입불가ㅡ .,ㅡ Zerasion: 에.. 그건 그냥 잘못된 활용 예 같은데요... orz onzk777: TRPG에서 캐릭터 시트 쓸 때 보면 아시겠지만 캐릭터 설정이 초반 재미의 대부분을 차지해서요. 그런거 뺄거면 TRPG 얘기는 안하는게 낫죠. Zerasion: 음.. 애초부터 저는 "RP"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만... TRPG는 "코옵"으로 이야기를 끝낸 지 오래입니다 ;ㅁ; onzk777: 애초에 토킹 게임인데 각자 상대 캐릭터의 깊이도 없고 하면 얘기거리도 없고 그저 주사위굴리고 던전크롤링하는게 다일건데 그건 이미 기존 게임에서 다 해먹었고요. 멘션 추적해보시면 전 TRPG 라는 키워드를 보고 접근했어요 -_-; RP의 원류이기도 하지만 RP라는 말 자체는 재해석이 되고 있는 모양이라 전 별로 논할게 없고요. 제 얘기는 그냥 한 마디로 끝나요. "테이블에서 말쌈하는 게임을 MMO로 가져와봤자 될게 없다." Zerasion: 그.. 저 역시 마찬가지로 스레드를 참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만, 접근하신 직후에 제가 RP로 선회시켰습니다.. onzk777: 그건 오해하신건데 전 졸가메님 트윗에 단독멘션을 한건데 뒤에 추가로 저한테 멘션을 하신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 전에 하시던 얘기들은 안읽어서 모르겠... tophet: 실제 TRPG에 가장 근접한 경험이라면 차라리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나 MUD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 그도 TRPG 같지는 않지요... onzk777: 전 사실 컴퓨터게임에서는 잘 못느끼고 OR하자면서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 파티를 안좋게 깨트렸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계가 보이더군요 ㅡ.,ㅡ tophet: 팀은 보통 RP 하겠다고 나서면 깨집니다. 일단 그 RP가 RPG의 RP가 아님은 둘째치고, RP하느라 G를 깨트리거든요. onzk777: 술집에서 의뢰를 받자마자 두 양극성향의 캐릭터가 말쌈을 시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어지는 채팅을 읽다가 지쳐서 "저녁 먹으러 갈께요" 라던가... ㅡ.,ㅡ 뭐 그랬습니다 저희는[...] tophet: 그게 바로 전형적인 RP하다가 G 깨먹는 사례지요. 그런데 사실 TRPG에서 RP는 캐릭터 연기가 아니라 성직자, 전사 등의 역할 수행인데 말입니다. =_= Zerasion: 스레드초반에 TRPG와 ORPG로 구분지어서 썼었는데요, 저는 T 와 RP 와 G가 세 가지 요소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T가 O로 대체되고 지금은 희미한 RP 를 살리잔 게 취지였어요. onzk777: 고금아님 얘기 듣고 생각난건데 영화같은 게임인데 플레이는 죠낸 재미없는 몇몇 게임이 G를 깨트린 경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매한 용어는 사용하기가 참 어렵네요. tophet: 하지만 그 RP는 본질적인 RP가 아니라는게 포인트지요. 캐릭터 코스프레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고, 이는 사실 에버퀘스트-와우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어요. Zerasion: RP에 말씀하신 역할 "수행"도 있지만, 전 약간의 액팅도 가미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는 재미의 폭이 달라지거든요. ㅎㅎ 나는 캐릭터인가 모니터 뒤에 앉은 플레이어인가? 같은거요 그리고 사실 이 정도의 RP는 적당한 몰입 증대 효과를 주고, MMO하게 스케일이 커져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onzk777: 캐릭터 연기가 아니다, 는 좀 비약 아닌가요? 클래스와 전투로 일관된 플레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캐릭터성을 살리고 언변에 의한 플레이가 이루어지도록 각종 룰도 마련돼있는걸로 아는데... 오히려 Role이 전투 시의 역할로 편협화된건 CRPG 와서가 아니었던가요? tophet: D&D는 처음부터 잘나고 못난 부분이 섞인 캐릭터들이 뭉쳐서 서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컨셉이었고, 던전 탐험과 전투가 주가 됩니다. 그래서 RPG에서의 Role Playing 은 전사는 몸빵, 사제는 치료, 법사는 매스 컨트롤, 도적은 함정탐지 등과 같은 역할 수행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RPG의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인 1인 1캐릭터와 성장이 맞물리면서 캐릭터의 연기 또한 재미 중 하나로 편입되지만, 이게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재미는 아니죠. Raoul: Zerasion 님께서 액팅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전투에서의 탱딜힐 롤과는 구분되는(하지만 그 정도의 중요도를 가지는) social role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요? Zerasion: 음... 이를테면 "길드장", "공대장" , "파티장" 같은 걸까요? Raoul: 음. '범죄자'일 수도 있고 '네고셰이터'일 수도 있고 '용팔이'일 수도 있고 '왕'일 수도 있고...뭐 그런거 아닐까요? 세계는 가상이지만 인간 관계만은 진실인 그런. Zerasion: 시스템적인 구분, 전투 할당 역할 외의 말씀 그대로 사회적 지위? 같은 거군요 ㅎㅎ tophet: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역할 수행을 전혀 못하는데 - 함정/비밀문 체크를 계속 까먹는 도적, 치료 주문이 없는 사제, 허약한 전사 - 연기가 뛰어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연기는 못하는데 역할수행이 끝내주는 사람. 둘 중 누구와 게임 하면 재미있냐면 당연히 후자입니다. 전자는 팀 뽀개져요. onzk777: 연기를 졸라 못해도 팀 바로 뽀개집니다... 팀 캐미를 해치고 순식간에 내 위치를 동굴 안이 아닌 컴터 앞으로 보내버리거든요. 물론 못해도 최대한 주변 눈치보면서 하면 진행은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이스 굴리는거 말곤 말 한 마디도 안해요. 그리고 어느날부터 안나옴... Zerasion: 음.. "달성"이 목표였다면 불쾌한 경험이겠지만, 전자의 경우 "그냥 모여서 논다"였으면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요? 가끔 지인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하면 대체로 그런 분위기인지라.. tophet: 코스프레랑 TRPG는 다르니까요. Raoul: 캐릭터 코스프레가 아니라, 그 social role을 실제로 수행할 때 오는 감정과 책임감을 대리 체험 한다는게 핵심일 것 같은데요. Zerasion: 코스프레와는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D 이를테면, 어떤 단체에 참가해서 오리엔테이션? 워크샵? 같은 거 가면 상황극 같은 걸 하잖아요? 사장/관리자/직원 같은 거요. 그 소셜 롤을 체험한다는 건 이쪽이 아닐까요? tophet: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캐릭터 연기, RP가 실은 캐릭터 코스프레니까요. Zerasion: 음.. 광의적으로 사용되는 일코 덕코 같은 의미의 "~인 체 하다"라면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코스프레를 너무 국한지어 생각했었나보네요 ㅎㅎ onzk777: 제가 rp라는 말을 보고 떠올리는건 확실히 말씀하신 내용이네요. 전사! 라도 클래스가 아니라 그냥 직업이 모험가인 칼쟁이 "나" 인 것이고... tophet: RP란 무엇이냐는 참으로 오래된 화두이긴 하지요 ㅋㅋㅋ onzk777: 제가 명확하지 않은 말은 경기를 일으켜서 ㅋㅋ 이런 말은 아예 안쓰려고 하는데 주제가 떠억하니 알피! 다 보니 본의아니게 쓸데없는 얘기를 섞었네요 ㅡ..ㅡ Zerasion: 그래도 덕분에 각자의 RP에 대해 리마인드도 하고, 실장님의 소셜 롤이라는 새로운 화두도 나오고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요? ㅎㅎ 오전 시간 즐거웠습니다 ㅎ Voosco: 아무튼 알피가 연기로 가면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적어도 "나는" 절대로 못하겠 ... onzk777: 우리나라엔 양반이 많아서 다들 어색해하실걸요 ㅋㅋ 거기다 mmo면... Zerasion: 그럴리가요.. 제가 아는 한, 제 주변의 가장 완벽한 RP 플레이어신데.. onzk777: 님 연기 쩌네요 라는 뜻인가요. Zerasion: 무용담 들을 들어본 결과, "룰 브레이커"라는 롤을 완벽하게 플레이하십니다. ㅋㅋ Voosco: 룰브레이커라뇨 그게뭐죠 저는 철저한 준법시민입니다!! tophet: 준법시민인 척 하는 룰브레이커 RP가 훌륭합니다. Voosco: 아니라고 !! 진짜라고 !! Nairrti: 일단 중간 정리를 하면, RP는 역할의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 쪽이 맞습니다. 연기는 양념이죠. tophet: 덧붙여서 예시를 들자면 '내 캐릭터는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 뛰어들어요'라기 보다는 '내 캐릭터는 도적이니까 우선 함정을 체크해요'가 우선이라는 거지요. Zerasion: 우선관계와 주부관계를 뒤집을 생각은 없습니다. Raoul 님께서 말씀해주신 소셜롤의 이야기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ㅎㅎ 부차적이지만 안중요하지는 않은. tophet: 전 Raoul 님께서 언급하신 소셜롤은 탱딜힐 외의 역할수행을 MMORPG에서 찾자면 그런 쪽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쪽으로 이해했습니다. Nairrti: 그런데 가능하면, 이 이야기는 엄~청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곳 이를테면 GDF 같은 곳에서 하는게 어떨까 합니다. tophet: 동의합니다. Zerasion: 일단 스레드를 옮겨놓은 뒤에 약간 첨언해서 포스팅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D
  15.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 요즘 북미 게임 업계가 존나 시끄럽죠. 거기에 대한 이야입니다. 밝은해님께서 게이머의 종말 – 비디오게임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글을 쓰셨다. 원문은 How to Do Things with Videogames라는 이언 보고스트의 책인데, 최근 북미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게이머들과 일부 게임 개발자들 사이의 충돌인데, 최근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혐오, 즉 조이 퀸(Zoe Quinn) 스캔들로 난리가 났던 사건의 연장선에서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으로 연결되더니 그리고 조이 퀸과 필 피시의 드랍박스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 게임비평가에게 살해 협박이 있는 등 온라인 상의 혐오가 현실의 생명 위협으로 나타난 흐름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이미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에서 짧은 성명을 낸 것이 있지만 게이머들에게 별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사실 너무 온건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조이 퀸과 아니타 사키시안(Anita Sarkeesian)이 던진 화두에 대한 게이머들의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 사키시안이 화두를 던졌던 곤경에 빠진 처녀(한국어 자막) 시리즈를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될듯 하겠다. 사실 게임 업계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게임에서 여성의 묘사는 조력자이거나 성적 대상이거나 혹은 미미한 역할이거나 더 심각하게는 구출되는 대상인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심지어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도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특히 한국의 게임들은 이 부분에서 여전히 근대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인츠로우"의 디렉터 스티브 제이로스(Steve Jaros)는 이런 내용에 대해 지적해오던 아니타 사키시안의 말이 옳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했다. 난 2008년에 This is Game이라는 매체에 비슷한 관점에서 글을 (익명으로) 썼던 적이 있다. 난 이런 게임 업계의 남성 편향이 남성 위주의 개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봤고, 여성 개발자가 많아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편향은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거기까지 건드리기엔 좀 너무 컸고 해서 두루뭉슬하게 적당하게 타협했던 조잡하고 정리도 덜 된 투박한 글이었다. 어쨌거나, 당시 저 2008년에 박제된 댓글들이 난 (지금에 와서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북미 게임 업계의 논란이 게임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이미 여성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시각은 남성 90%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어쩌나, 모바일 시장에서 이제 남성보다는 여성 게이머가 더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결국 흐름은 자본을 따라갈 것이다.) 게임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다는 이야기는 결국 구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북미의 게임 개발자들은 맞는 것 같다. - 역시 블로그에 쓴 글의 옮김.
  16. 처음에는 트윗 스레드로만 써도 괜찮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결국 포스팅으로 정리해봅니다. ㅠㅠ ---------- 나는 굴단 서버의 호드였기 때문에 통합전장군 중에 "징벌의 전장"에 속해 있었기에 전장에 가면 같은 전장군에 속한 다른 서버 형들(전장에서는 상호 호칭이 형이었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과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기했었고, 이제까지의 필드쟁이 아닌 공식 컨텐츠로서의 대규모 PvP를 처음으로 접해보던 것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흥분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는 왜그런지 몰랐는데, 어느 전장을 가나 "아즈샤라 서버" 형들은 무척이나 강했었다. 그리고 대체로 퉁명스러웠고 다른 호드들을 못마땅해했다. 지금에야 그게 용개(DrakeDog)의 여러가지 영향 때문에 만들어진 성격이라는 걸 알게됐지만. 특히나 소규모로 구성되고 전투 의존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은 전쟁노래협곡(노래방)의 깃발전에서는, 판금탱커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아즈형들이라면 기수를 할 수 있어"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마법사나 흑마법사처럼 방어력이 약한 천클래스도 기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즈샤라 호드야 지금도 자긍심 높고 전투력 높으니 후략하기로 하고, 다른 인상적인 동네 형들이 있었다면, 역시 "노르간논 형제들"이 생각난다. 호칭에서부터 형들 아니고 형제들인 것이 큰 특징인데, 이들은 개인전력도 좋지만 조직력이 뛰어났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노르간논 서버는 당시 최고 수준의 정규 및 막 공격대를 운용하던 곳이었고, 그들이 전장을 뛰던건지 아니면 서버 문화가 그런건지 팀 단위로 동시 신청(지금은 안되지만)해서 아라시나 알터랙 전장에 자주 출몰했다. 덕분에 주위를 둘러봤을 때, "노르간논 멤버가 다섯 이상이라면 그 판은 승률이 90%에 육박한다"라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 파티가 별동대처럼 적소에 나타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개중에는 뛰어난 지휘관이 판 전체를 움직이기도 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처럼 "어느 서버 출신"이라는 태그가 플레이어 네러티브에서 유의미하게 동작할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라는 게, 가상 공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더란 옛 이야기.
  1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op 5 design debates ignored in 2014 http://www.lostgarden.com/2014/12/top-5-design-debates-i-ignored-in-2014.html 소위 '순환떡밥'이라는게 있죠. 쿨타임되면 수면 위로 올라와서 화제를 뿌리고 논쟁을 벌이게되는 뭐 그런 여러 이슈들 ... 게임 업계에도 그런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실 변변한 게임 디자인 커뮤니티가 없기에 그런걸 볼 수 있는 장소조차 없는 셈이긴 하지만, 북미에선 이런게 이슈가 되었다더라 ... 하는 관점에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약하나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걸 찾아보려면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뭘 공부해야하나요?' '게임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건 게임 디자인에 직결된 논의도 아니고 또 결론이 나지 않은 이슈도 아니라서 ...) 한편 이 사람은 바로 위에 링크한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게임 디자인 이론들을 개발하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니엘 쿡이 고안해낸 여러 개념들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래 내용을 좀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뭐, 몰라도 크게 지장이 있진 않지 싶어서 소개해봅니다. 근데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번역이 완전 개판이네요. 양해를 좀 ... ------------------------------ 우리 업계의 어설픈 실무자들이 커뮤니티에서 게임 디자인을 둘러싸고 대화를 시작하던 80년대와 90년대를 되돌아보면, 몇 가지 양극화된 주제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곤 했다. 여러분도 아래 내용들을 알아보실거라 믿는다. '게임'의 올바른 정의 내러티브 vs 매커니즘 랜덤 vs 솜씨 리얼리즘의 중요성 캐주얼 vs 하드코어 많은 내용들은 그저 플레이어들이 어떤 게임들을 집어드는지 알 수 없어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사적 스위치를 뒤집어보면, 플레이어들이 디자이너가 되어 보편적 게임 디자인의 진리를 찾고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의견이란 당연히 각자 다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의견들이 갖는 입지란 데이터를 통해 보강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다행히도, 우린 이제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수천 가지의 게임들을 출시하며, 숙련된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 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통찰을 지니게 되었다. 미묘한 차이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 수많은 다양성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흑백논리와 닳고 닳은 이야기들을 무시할 수 있을만한 성숙미도 갖추게 되었다. 솔직히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고대의 디자인 정책을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훌륭한 게임들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발전지향적인 디자이너가 되자는 각오아래, 내가 2014년부터 무시하려하는 5가지 디자인 쟁점을 아래에 적어본다. 1. 게임의 올바른 정의 수 년간에 걸쳐 나는 게임을 정의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을 보아왔고, 나 자신도 해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내가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보려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게임은 다양하고 광범하다. 게임을 단일한 무언가로 정의해버리면, 아래 내용들 중 하나에 걸려들게 된다. 지나치게 광범함 : 따라서 이 정의가 어떠한 방향성이나 가이드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지나치게 협소함 : 이럴 경우 시스템이나 아이디어, 아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들과 영향력을 삭제해버릴 위험이 있다. 지나치게 꼬여버림 : 이럴 경우 이 정의는 게임을 만드는 일보다는 극단적인 경우들에 주로 관심을 보일 법률가들에게나 유용할 것이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나는 유용한 디자인 도구를 찾아보고 시험해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망치와 못의 존재를 만족시키기 위해 목공을 정의내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임에도 마찬가지 구도가 적용된다. 나는 비계와 루팅 드랍 테이블, 그리고 내부 경제에 더 관심이 많다. 영리한 디자이너가 자신들의 작업물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일반화된 도구를 발견하여 적절한 맥락 위에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그닥 보편적이지 않으며, 하나만 만들면 어디에나 적용될 필요는 없다. 작업 공구들처럼, 솜씨에 따라서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에 적용하여 수정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패턴이 아니다. 추천 : 여러분들만의 유연한 디자인 공구상자를 만들어보자. 이 공구상자를 연습하자. 적절한 곳에 사용해보자. '게임'을 정의하는데 집착하지 말자. 2. 내러티브 vs 매커니즘 과학은 한때 인간의 행동이 온전히 유전적인 것인지 아니면 온전히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하는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다. 이후 이 문제는 광범하고 복잡하며 상호연결된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영향 및 피드백 루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순진한 생각이었음이 밝혀졌다. 내러티브와 매커니즘 또한 유사한 구도로 상호연결되어 있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결국 인간의 두뇌는 순수하게 시스템적이거나 내러티브적으로만 세계를 이해하지는 않는 것이다. 기억, 학습, 감정의 방아쇠, 인과 등은 모두 우리의 두뇌가 우리를 둘러싼 매커니즘을 받아들이는데, 그리고 이를 다시 사회적 응답으로 표현해내는데 반영된다. 따라서 내러티브 vs 매커니즘이라는 갈등 구조는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어떤 'vs'도 없는 것이다. 이 논쟁의 발생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들이 존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구닥다리 선형 미디어에 속한 거만한 종족들이 게임 제작자들이라는 고립된 부족과 충돌하였고, 둘은 멍텅구리한 싸움을 통해 권력과 지위를 획득하려 노력하였으나 어느쪽도 게임 만드는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더라 ... 하는 것이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최근의 논의는 아래 사항들을 포함해야 한다. 내 게임이 유발하는 것은 기존 게임 스키마들 중 어떤 것인가? 학습과 비계 구조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게임 구조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극 형태들의 영향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 게임의 인과를 언제 바짝 조이거나 다소 느슨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시스템의 속도조절이란 무엇인가? 내러티브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어떻게하면 이를 고취시키기 위해 인간의 시스템에 접촉할 수 있을까? 인터랙션 루프나 감성 엔지니어링과 같은 이론들은 서사와 매커니즘을 통합한다. 훌륭한 상호작용 경험을 구축하는 대신 게임에 취해있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러티브와 매커니즘을 분리하여 실전에서 각기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스토리와 세계관 구축, 그리고 시스템적 테크닉들을 종합하여 어떻게 상호작용 시스템에 녹여낼 지를 고민할 때다. 추천 : 기존의 매커니즘에서 발생하는 내러티브를 고민하자. 주제가 기존의 멘탈 스키마를 활성화하는 매커니즘을 조명하게 하자. 우리는 전체적인, 통합된 모델이 필요하다. 적대적 이분법은 버리자. 3. 랜덤 vs 솜씨 80년대 워게이머들의 불평이 다시 번지고 있다. 랜덤이 순수한 솜씨의존형 게임에 비해 덜 전략적이며 솜씨와 무관하다고 비웃는 내용이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랜덤은 또 하나의 디자인 도구일 뿐이다. 솜씨와 함께 사용된다면 랜덤은 굉장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우리는 문명, MMO게임, 매치3나 온갖 종류의 카드 게임들에 대한 애정을 표하곤 한다. 퍼즐에서 전략 게임까지, 랜덤은 이미 현실의 일부이며 이는 정당한 일이다. 랜덤 시스템은 솜씨와 함께 이미 온갖 분야에 존재한다. '랜덤함'이란 학습 곡선이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선택지의 관리 측면에서 숙련의 강점을 제공한다. 심지어 슬롯머신조차 (아깝게 빗나가는 경우 등을 통해) 숙련도를 견줄 수 있게 만들어진다. 게임 디자인에서 주사위란 이미 포함된 요소인 것이다. 순환 구조가 도입된 게임들. 고립된 상태에서는 랜덤한 결과가 일어나기 어려우며, 랜덤함은 내부 경제의 일부이다. 랜덤이란 때로 전략적 다양성과 맥락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인 도구이다. 다르지만 서로 동등하게 타당한 플레이스타일들이 있다. 모든 이들이 철저하게 지성적이며 오로지 정신적 솜씨에 의존하는 게임들을 완벽하게 지배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몇몇은 쉬려고, 몇몇은 사교를 위해 게임을 즐기며 누군가는 물리적인 숙련을 위해, 누군가는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느낌을 원하기에 게임을 한다. 랜덤은 이런 플레이어들을 위한 게임을 디자인할 때 유익한 도구일 수 있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어떤 게임들이 흥미로운 방법으로 랜덤을 이용하는가? 여러분의 게임은 랜덤을 어떻게 솜씨로 연결시키는가? 랜덤과 노이즈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다른 노이즈 생성장치에는 무엇이 있는가? 복잡성 노이즈, 사회적 노이즈, 피드백 노이즈 등등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사람들이 어떻게 더 나아지게 만드는가? 추천 : 랜덤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연습. 공간을 탐험하기. 숙련을 다루는 랜덤한 게임 만들기. 지성적 엄격함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치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게임을 만들어보기. 여러분의 휴머니티를 확장하기. 4. 리얼리즘 과거의 미래예견가들은 게임이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워질거라는 전망을 표하곤 했다. 우리는 이런 전망을 통해 마케팅을 해왔고 이제 이는 일종의 도그마가 되었다. 여러분은 새로운 콘솔과 비디오카드, 컴퓨터를 구입하며 이러한 꿈에 도달하려한다. 1080p가 영광의 홀로덱을 위해 싸우는 성전사라고 주장한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대부분의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그래픽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리얼리즘은 더이상 주된 목표가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요소들은 더이상 게임의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더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마인크래프트나 퍼즐&드래곤과 같은, 리얼리즘을 무시하는 게임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벌 것이다. 리얼리즘은 틈새 시장이다. 지난 십수년간에 걸친 마케팅을 통해 우리가 적응하도록 훈련된,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의 하위문화가 갖는 미학적 선택에 불과하다. 만화나 글, 그 외 다른 고유의 형식들 또한 이러한 시장의 표현 방법들일 뿐이다. 리얼리즘은 불필요하게 비싸다. 우린 때로 구체적으로 어떤 자극이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면서 리얼리티를 통째로 게임에 옮겨놓곤 한다. 이는 마치 샷건과 같은 접근법으로, 뭔가 재밌는게 있길 바라면서 많은 노력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게임 개발에 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개발비의 상당 부분은 리얼리즘을 쫓기 위해 쓰여진다. 시뮬레이션은 디자인의 리스크를 증가시킨다.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는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시뮬레이션은 또한 그 자체로 감성적인 만족을 주지도 않는다.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 하면서도 동시에 매커니즘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것은 실패한 디자인만 남기는 경향이 있다. 각 게임에는 그 게임만의 내재적 가치체계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내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 테트리스와 같은 게임은 현실 세계와의 접점이 없이도 엄청난 가치를 갖는다. 플레이어들이 리얼리즘을 요구한다해도, 종종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건 리얼리즘이 아닐 수 있다. 리얼리즘은 때로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재하는 멘탈 스키마를 적용하면서 배워나가는 과정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리얼리즘을 요구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추상적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메타포를 요구하는 것이거나, 숙련된 플레이어가 불필요하도록 극단적인 경우를 지적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거창한 리얼리즘 이외의 해법들이 존재한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여러분의 게임 수요층에게 가장 적절한 아트 스타일은 무엇인가? 아트 스타일과 프로덕션 과정 및 예산 사이에서 균형점은 어디인가? 현실 세계에서 그들의 생김새와는 분리된 흥미로운 시스템이나 규칙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게임같기도하고 만화같기도 한, 풍성한 정보를 담은 초현실적 가상 리얼리티 게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추천 : 여러분의 게임이 정말 필요로하는 실용적 피드백은 무엇인가 고민하기. 여러분의 아트 리소스를 그런 지점들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투자하기. 풍성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어느정도의 시스템을 모델링 해야할지 고민하기. 디자인 리소스를 깊이를 가진 단순한 규칙들로 만드는데 투자하기. 영리하게. 검소하게. 누군가 리얼리즘을 주장한다면,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알아보기. 5. 캐주얼 vs 하드코어 캐주얼 게이머와 하드코어 게이머의 행동은 다르다는, 스테레오 타입화된 인식이 존재한다. 놀라울정도로 많은 디자인 상의 결정들이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에 기반하여 내려진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캐주얼과 하드코어의 스테레오타입은 스테레오 타입이 가지는 진부함 때문에 문제가 많다. 이들은 잘못된 디자인상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지나친 단순화이다. 많은 스테레오타입들은 그냥 잘못되었다. 평균 플레이타임이 가장 긴 플랫폼은? 콘솔 또는 PC가 아닌, 휴대용 게임기 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용' 닌텐도 게임들이 게임 세션(1회 플레이시 플레이타임 ...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 하네요 -voosco)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매일매일의 주기적인 게임 플레이는 콘솔보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캐주얼' 혹은 '하드코어' 스테레오타입들 중 맞는건 극소수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엔 광범한 예외가 존재한다. 어떤 게임의 변종은 다양하다. 적절한 복잡도를 가진 어떤 게임에서든 6가지 또는 그 이상의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플레이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게임은 많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와 같다* 단순한 평균치는 여러분에게 자신의 게임을 어떻게 발전시켜야할지에 대해 아주 약간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서비스 기반의 게임들은 플레이의 양을 늘려 리텐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성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콘솔 게이머들은 나이를 먹어 점차 느려지는 중이다. 인구학적 근거와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여러 오래된 가르침들은 이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캐주얼' 또는 '하드코어'라는 개념은 '게이머'와 '스키너 상자' 등의 딱지붙이기로 오염된 경우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스테레오 타입들은 인지그룹을 강요하기 위해 무기화된다. 요즘의 디자인 (또는 마케팅) 논의에서 건설적으로 쓰이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실존하지 않는 시장을 타겟으로 이익을 챙겨보려는 공룡과도 같은 싸구려 스테레오 타입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그룹들이 여러분의 게임에 어떤 독특한 반응을 보여줄까? (힌트 :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그룹들이 여러분의 게임에 어떻게 동기부여가 될까? 다수의 열정적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매력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가? 실시간 커뮤니티 반응과 반복작업을 통해 명확한 목표를 가진 틈새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대체로 '캐주얼'하게 보이는 게임을 만든다. 그러나 내 게임들은 끝없는 튜토리얼과 컷씬, 그리고 퀵타임 이벤트로 길들여진, 스스로를 '하드코어'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두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하를 준다. 반면 몇몇 최고의 플레이어들은 30~40세의 여성들로, 논리, 계획, 그리고 창의적 사고와 같은 활동에 능한 정신적 힘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어려운 게임도 잘 즐긴다. 내 게임의 시장은 '캐주얼/하드코어'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백만 종의 다양한 게임들 중에는 즐겁게 플레이할만한 게임들이 많다. 추천 : 누구도 실질적으로 '하드코어' 또는 '캐주얼'한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기존 시장과 유저군, 그리고 배급망을 통해 잘해봐야 플레이어의 마음에 가닿을 잠재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이후엔 일이 좀 복잡해진다. 여러분의 플레이어들이 가진 복잡한 측면들을 포용하라. 그들이 진짜로 누구인지를 파악하라.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우아한 솔루션을 만들자. 2015년의 생각들 여러분이 이런 5가지 주제들과 맞닥뜨린다면: 피해라. 우리 삶이 가진 창의력은 제한적이다. 좀더 건설적인 일에 그 시간을 퍼부어라. 이 논의를 전파하는 선생님들에게. 최신 게임 디자인 도구들을 가르치는 것을 고려해보자. 잘못된 도그마를 도태시키자. 이런 개념들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이제 나이브한 이론 만들기는 집어치우고 실무 디자이너들로부터 얻은 자료를 참조하자. 이런 개념들에 사로잡힌 게임 디자인 학생들에게. 고대의 화제를 댓글란에 적어넣는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이 직접 겪은 실험들을 토대로 대화에 임하자. 더 많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열화된 디자인 개념에 대한 대화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플레이어들과 그들로부터 파생되어나온 무수한 존재들 (팬 커뮤니티, 포럼 워리어, 문화 비평가등등)은 이런 주제들에 대해 계속 얘기를 나눌 것이다. 누군가는 재미를 위해, 누군가는 인정을 받기 위해, 누군가는 사업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들이 게임으로부터 받은 정신적 감정적 경험을 처리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목적들에는, 상황을 단순하게 양극화하는 것은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좀더 매력적이다. 결국 이런 무의미한 디자인적 관점들이 사실상 전통 또는 적어도 장난스런 의식이 되어버렸다.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식축구 경기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것, 아니면 멍텅구리를 보고 비웃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플레이어들이 건설적인 게임제작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들의 대화는 일종의 문화적 공연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디자이너 여러분들은 그래서는 안된다. 여러분이 유니폼을 입은 플레이어나 교복을 입은 학생처럼 행동하고 있을 때, 그 사실을 자각해야만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사실에 사로잡혀있기보다, 다른 실무 디자이너들과 대화하려 노력하자. 함께 도구와 지식을 쌓아나가자.
  18.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래 페북에 썼던 글인데 반응이 좋아 포럼에 옮깁니다. ---------- 콜 오브 듀티 온라인은 예상대로 꽤 잘 만들었다. 기존 콜옵의 미션들을 PVE로 활용하고 있고, 기존에 이미 검증된 맵들 외에 중국 유저들을 위해 랜덤 스폰이 아닌 고정 베이스 기반의 팀 데스매치 맵도 추가했고, 스토리 기반이 아닌 서바이벌 베이스의 PVE도 있고 좀비 모드도 있다. 중국의 평균적인 사양을 감안해서 그래픽도 다운시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텐센트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 매 년 천만장 이상 팔아제끼고 있는 월클급 IP인데도 말이다. (러시아 안에서만 잘나가는데도 '너네가 게임을 알아?'라는 마인드로 퍼블리셔를 다 씹었던 모 게임과는 달리).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게임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크파에 익숙한 중국의 게이머들 취향에 맞춰 뜯어고치다보니 오히려 크파 하다 말고 이걸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냥 그래픽이 조금 더 좋고 우클릭으로 줌 해야하는 것이 불편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특히 중국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고정 베이스 기반의 맵을 추가한 것이 치명타. 콜옵의 PVP 멀티는 랜덤 스폰 때문에 전투 국면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고정 베이스 기반 맵이 있으니 유저들은 굳이 새로운 랜덤 스폰을 하는 대신 그냥 고정 베이스 맵에 눌러 앉아버렸다. 게다가 그래픽이 좋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크파와 tgame (역전)에 비교해서지 객관적으로 지금 기준으로 딱히 좋지도 않다. 저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 고사양에서도 옵션이 잘려나가서 2~3년 전 게임으로 보인다. 애초에 FPS 시장의 보수성을 감안할 때 크파나 tgame 잡는 건 무리이고 A.V.A나 워페이스가 점유하고 있는 하이엔드 FPS 시장은 장악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그마저도 어려워보인다. 새로운 게임플레이에 대한 욕구는 결국 하드코어 게이머의 것인데, 이들은 게임플레이 못지 않게 그래픽에 대한 욕구도 갖고 있다. 좋은 게임을 가지고, 시장에 맞췄을 뿐인데 오히려 매력이 다 깎여버린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맡아온 FPS 게임들은 하나같이 뭔가 매력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좀 낯설고 어렵고 불친절한 녀석들이었다. 매력은 있지만 그 매력을 느끼기 전에 다들 도망가버리는 이 게임들을 나는 '청국장 같은 게임'이라고 부른다. 콜옵은 굉장히 캐주얼한 게임이지만, 보수적인 아시아 온라인 FPS 시장에선 청국장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국장의 냄새를 완전히 지워버려서 되나... 상업예술로서 시장과 관객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본연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내일로 칸타빌레와 유사한 면도 있다. 위험하니까 만화적인 연출은 날리고 (일본이 좀 더 만화적인 연출에 익숙하긴 하지만 꽃남을 생각해보면 한국 시장에서 만화적인 연출이 안먹힌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판과의 비교 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것이 합리적인 결론일 수는 있다.). 그래도 캐릭터는 살려야겠으니 바보같은 인형 옷은 입히고. 제작비가 모자라니 PPL은 집어 넣고. 이미 검증된 요소인 제2남주와 삼각관계를 집어넣자. 이 모든 걸 종합하니 결국은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와버렸다. 반면 미생은 오히려 극화였던 원작에 없던 '만화적인' 연출을 군데군데 사용하면서 (눈에 비치는 하트 조명...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만화 원작'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씬들은 대사 하나 하나 전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단, 원작에서 다소 평면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좀 더 강화했다. 그래 나 청국장이다. 청국장이니까 당연히 냄새가 나지. 그런데 맛나단 말이다! 라고 외치는 것 같다. 기획자들은 필연적으로 하드코어 게이머인 경우가 많다. 시끄럽기만 하고 돈은 안되는, 정작 돈 낼 유저들의 취향은 모르거나 경멸하는. 그래서 주니어들에게 항상 주문하는게 덕내부터 빼고 오라는 것이고, 나 스스로도 항상 이게 프로페셔널한 기획자로서 도출한 결론인지 게이머로서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돌아보고 점검한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런 식으로 뭔가를 자꾸 쳐내는데 익숙해진다. 콜옵 온라인을 보고, 내일로 칸타빌레를 보고, 미생을 보고 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는 과연 지금 청국장에서 냄새를 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분의 청국장은 안녕하십니까?
  1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트위터에 간략하게 썼던 얘기인데요, 좀더 정리해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원래 썼던 내용을 좀더 쉽게 풀이하기 위해 약간 늘려썼고, 그 외 다른 분들과 멘션을 주고받으며 설명드렸던 제 생각도 한데 묶었습니다. -------------------------- 왜 장르 얘기를 떠올렸냐면 ...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장르는 좋은 이야깃거리입니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가 어떤 장르의 특징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걸 지켜보노라면, 장르론은 사실 마찰을 일으키기에도 꽤 적당한 소재라는걸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의견이 많이 갈린다는거겠죠. 저는 이러한 마찰을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봅니다만, 마찰이나 갈등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분들도 있는 듯 싶습니다. 또 가끔, ‘건전한 갈등이라면 찬성하겠으나 이 갈등은 건전치 못하고 지저분하며 이익이 되지 않는 논의다’라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종종 봅니다. 저는 갈등이란 본래 시장바닥 개싸움처럼 지저분한거라고 보는 편입니다. 따라서 ‘건전한 갈등이라면 찬성’이라는 의견은 제게는 ‘갈등이 싫음’과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갈등만을 불러일으키는 듯 보이는 장르론이란건 무용하고 백해무익해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마찰에 좋은 부싯돌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는 장르론을 고민해보는게 여전히 꽤 재미있으며, 동시에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려는게 이 글의 목적입니다. 장르구분에는 유익한 점이 있어요 장르론은 일종의 분류입니다. 분류라는건, 방대하게 펼쳐진 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죠. 예를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일컬어 ‘착하다’라고 한다면, 이런 두 글자로 된 묘사만으로도 그 사람을 묘사하기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더 깊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측면에서 착한가, 특정한 대상에게만 착한가? 이러저러한 경우에도 착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평소 성격이 까칠하고 남들에게 매섭게 대한다고 해보죠. 근데 그는 이런저런 기부를 크게 자주 하는 편이라고도 해보고요. 그럼 이 사람은 착한걸까요? 또 다른 누군가는 착하긴 합니다. 그런데 주로 이성에게만 착해요. 아니면 아이들에게만 착하거나, 외국인에게만 착합니다. 그럼 그는 착한건가요? 한편 어떤 사람은 물에 빠진 누군가를 보았습니다.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목숨도 내걸어야만 합니다. A는 수영을 전혀 못합니다. 그래서 주저하던 끝에 물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반적인 부분에서는 ‘착하다’라는 평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반대로 B는 성격 개차반같다는 소리도 듣고 이런저런 분야에서 악명이 높지만, 평소 수영에 자신이 있었기에 뛰어들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 합니다. 그럼 그는 착한건가요? ‘착하다’라는건, 꽤 포괄적인 층위에서 누군가를 논하는 평입니다. 그러나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들어가 꼼꼼하게 뜯어 볼 필요도 있어요. 장르라는게 무용하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게임은 그 자체로 즐기면 되지 장르를 뜯어보고 자시고하는게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려면 자세히 뜯어보는건 불가피할 수 있고, 그런 자세히 뜯어보기 위한 방법들 중의 하나가 바로 장르를 구분지어 살펴보는 겁니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데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라는건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요.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좀더 자세히 정리해보고 싶을 수도 있어요. 예를들어 저는 나이가 들면서 반사신경을 요하는 게임들보다는 차분하게 생각하는 게임들이 점점 더 좋아지는걸 느낀다고 해보죠. 그런 게임들을 이리저리 찾다보니 제가 그간 즐겨왔던 게임들 중 대체로 ‘턴베이스’ 게임들에 정이 많이 간다는걸 느껴요. 이때 ‘턴베이스’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이미 장르론의 범주 안으로 들어온 셈인거죠. 그럼 저는 이후 게임을 고를 때 ‘턴베이스’라는 키워드에 매칭되는 부류를 좀더 눈여겨 보게 될 겁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좀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장르를 구분짓는게 유용하게 쓰이는거죠. 장르 구분의 선후관계 문제 장르를 논하는데 있어 마찰이 자주 생기는 이유들 중 하나로, 장르를 따지는 선후관계의 문제가 있습니다. 분류의 대상이 되는 ‘게임들’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장르를 구분짓는 일종의 ‘규칙’을 우선할 것인가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인데요, 저는 대상이 선, 규칙이 후라고 보는 편입니다. 규칙을 우선 할 경우 말하자면 ‘장르 탈레반’으로 가기 쉬워요. 게임이란, 좀더 나아가 인간이 즐기는 컨텐츠라는건, 물리법칙처럼 불변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일종의 흐름을 만들어내죠. 규칙이라는건 그 규칙이 생기던 시기와 환경을 굉장히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일단 형성된 후에는 잘 변하지 않는게 일반적이죠. 다시 말하자면, 게임이라는 대상의 변화상을 규칙이 따라잡기가 어렵다는거에요. 따라서 대상이 되는 ‘게임들’을 중심에 놓고 파악하는 쪽이 좀더 현실을 반영하기가 용이합니다. 즉 대상이 되는 게임들과 장르를 구분하는 규칙 중 게임을 기준삼아 규칙을 그때그때 재정의해 나가는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RPG라는 장르는 그 태동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현저히 다릅니다. 최초의 RPG들은 컴퓨터에서 구동되지도 않았어요. 탁자 위에서 볼펜과 종이로 하는 게임이었죠. 이때 만들어진 RPG라는 장르를 정의하기 위한 규칙은, 현대의 게임들에 적용하긴 어렵고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을 계속 고집한다면? 뭔가가 심각하게 꼬여서 논의를 더 진행하기가 어렵겠죠. RPG를 둘러싼 이론(오래전에 정해진, RPG를 정의하는 규칙)과 현실(현재 통용되는 RPG류의 게임들)사이에 큰 괴리가 생기는 거에요. 이론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현실이라는 바닥을 딛고 서지 않은 이론은 일종의 환타지가 되어버리고, 이 경우에라면 장르를 둘러싼 이야기가 일종의 환타지가 된다고 볼 수 있겠죠. 그건 그것대로 재미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게임을 논하는데 유익하진 않지 싶어요. 따라서 장르를 논하는데 있어 보다 중요시 해야 할 부분은, 규칙이 아니라 현실(그것도 가급적 현대의 현실)에 존재하는 게임들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단어에 대한 집착의 문제 다음으로 장르를 둘러싸고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문제는 ‘단어에 대한 집착’인데요,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쓰이는 ‘RPG’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RPG는 본래 Role Playing Game, 즉 역할 연기 놀이의 준말이고, 따라서 이 단어의 의미에 집착하여 장르를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자주 많이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정말 한국RPG라는게 한국의 역할 연기 놀이인가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RPG라는 단어는, ‘성장 요소가 개입된 게임임’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간단히 말해보자면 (장비에든 캐릭터에든) 레벨이 들어갔다는 얘기죠. 이런 부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RPG라 일컬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RPG가 아닌게 되어버려요. 앞서 말씀드린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생기는거죠. 단어의 쓰임새는 바뀐지 오래됐는데 단어 자체가 품은 뜻은 그대로라서요. 한국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던 ‘즐’이라는 단어가 있죠. 본래대로, 단어의 의미대로만 따지자면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또는 ‘즐거운 게임 되세요’의 준말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즐’이라는 단어를 이런 의미로 사용하나요? 거의 그렇지 않죠. 그보다는 남을 비꼬거나 놀리는데 더 많이 사용합니다. 단어의 의미와 실제 쓰임새 사이에 차이가 있고, 모두가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즐’의 사용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RPG’라는 단어도 비슷해요. 단어의 의미와 실제의 쓰임새 사이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누군가는 이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는 이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합니다. 무조건 단어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이죠. 저는 여기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단어에 대한 집착’은 처음에 얘기한 ‘규칙과 게임’ 사이의 차이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게임이 태동하던 시기에, 우리는 많은 ‘인간이 흥미를 느끼는 매커니즘’의 원형(아키타입)을 발견해냈습니다. 이런 아키타입들을 흔히 ‘장르의 원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구요. 플랫포머의 효시 수퍼마리오, FPS의 효시 둠, 갓게임의 효시 파퓰러스, 육성 시뮬레이션의 효시 프린세스 메이커, 연애 시뮬레이션의 효시 두근두근 메모리얼 등등. 초창기의 게임계에서는 하나의 게임이 하나의 아키타입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각 장르의 순수한 에센스만을 담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에 게임들 사이의 거리가 꽤 넓었어요. 장르가 다른 게임들은 딱 봐도 굉장히 다른 게임들이었던거죠. 그렇기에 하나의 장르를 몇 개의 단어만으로 묘사하는 일도 가능했고, 그때 아마 이런 '장르명을 통한 장르해석'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습관이 생기지 않았나싶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장르들간의 이종교배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지금와서는 장르의 구분이 애매하거나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지금 많은 게임들은 오로지 한 가지의 재미에만 의존하지 않죠. 여러 재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며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되어 있습니다. RPG의 성장 요소를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협동이나 경쟁, 대결 요소를 공격적으로 가미하여 스탠드 얼론 RPG와는 상당히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mmorpg 등이 그런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재미 매커니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게임의 시대에, 저는 몇 마디 단어들로 한 장르를 대표하는게 좀 부적절하지 않은가하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게임의 장르를 일반명사의 조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효시가 된 게임의 이름을 붙이는게 좀더 편하겠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OS의 경우가 있겠죠. 물론 일각에서는 MOBA 등의 다른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고 실제로 그쪽이 좀더 대세이긴 합니다만, 단어가 너무 설명 목적으로만 쓰여도 별로 재미없다는게 제 생각이라 … 이 예가 적절치 못하다 느끼신다면 로그라이크는 어떨까요? 정리하자면 ...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장르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마찰 즉 갈등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장르를 나눠보는건 우리의 게임라이프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거의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구요. 장르를 둘러싼 이론과 실제 (장르 구분 규칙과 실제 존재하는 게임들)의 괴리로 인해, 또는 단어에 너무 집착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긴 하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기회를 갖게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잇점을 얻기도 하죠. 써놓고보니 글자만 너무 빽빽해서 사진이라도 좀 넣을까 ... 생각해보긴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역시 안되겠 ... ;;
  20. "란셀롯에 +5검은 없다" http://www.gamasutra.com/blogs/JamesCox/20141103/229306/There_is_No_5_Sword_in_Lancelot.php RPG에서 당연스럽게 수치를 표현하는 것은, 사실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수치의 자리를 채울, 더 멋진 네러티브를 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사내 R&D 조직에서 번역해주신 것으로 편하게 읽었지만... 죄송스럽게도 저는 이 글을 번역할 수 있는 여력과 능력이 없어 무책임하게 링크만 던지고 도주합니다...!
  21. rascal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딱히 AI에 대해 깊게 파본 것도 아니고, 그저 관심만 가지고 있던 입장이라 글을 올릴까 말까 했었으나 계속 글을 올리다 보면 까이고 그러면서 공부도 되고 결국 잘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관리자님의 말씀을 믿고 일단 올려봅니다. [가끔 작성하는 블로그에 올려놨던 글 옮겨왔습니다. (바로가기)][1] ####-------------------------------------------------------------------------------------------------------------------------- ------------------- 2014년 11월 18일 진행되었던 엔씨소프트의 발표에서 AI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기술에 목 멘 회사... 현재 관심분야는 AI 기술" (바로가기)][2] 사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영역지이만, 깊게 파본 적이 없고, 연구해 볼 정도로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향후 꽤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하고, 말나온 김에 그동안 해왔던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사용자와 AI간의 상호작용의 핵심은 "사건을 발생시키기 위한 상호간의 잠재적 영향"이지 않을까 추정한다. 이것을 전제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게 될 AI의 종류는 아래의 세 가지정도가 떠오른다. - 캐릭터 - 환경 - 사회 사회는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영역이 동시에 사회과학의 영역이라 (적어도 현재의 내 두뇌로는)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될 것 같다. 반응하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 사용자가 의도를 가지고 AI 객체와 직접 반응 (일방향, 1차원적) - AI 객체가 의도를 가지고, 사용자와 직접 반응 (일방향, 1차원적) - 사용자의 의도를 대변할 AI 객체와 AI객체가 상호반응하도록 유도 (쌍방향, 2차원적) ※ 쌍방향 반응에 타인의 의도를 추가해 상호작용하게 되어 생기는 변수가 조금 더 고차원적인 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었으나 '유리함' 영역의 비중이 커지는 게임일 수록 사용자가 가져야 할 의도가 획일화되는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의도를 전달하는 수단에 대해 고민해봤다. 당장 생각난 것은 사용자의 의도를 통한 '자극'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것은 AI를 대상으로 의도를 제시하는 행위정도. 이를 통한 반응은 '즉시'이루어지거나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까? 반응이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AI는 학습을 통해 아래의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 반응의 연속성을 통해 가지는 성향 - 사건의 인과관계를 학습하여 얻게된 판단 기준 ※ 이것들은 사용자가 게임과 접하기 전 가상의 반응을 제공하여 미리 준비해 놓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얻게 된 성향과 판단 기준은 AI에 성격을 부여하게 될 것 같다. 그로 인해 사용자와 AI가 서로 관찰하면서 각자의 의도로 입체적인 영향을 구조 받으며, 지속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떠들다보니 얼마전 배덕의 UX를 제공했던 심즈4가 떠오르기도 하고, 인면어 시맨이 떠오르기도 하고(...) [1]: http://remarkablue.tistory.com/763 [2]: http://www.gamemeca.com/news/view.php?gid=573088
  22.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보통은 일단 제 생각이나 지식을 먼저 털어놓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여쭙는 방식으로 포스트를 많이 세웠었는데, 오늘 다룰 주제는 거의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다른 고수님들의 의견을 여쭙고자 무려 "[질문]" 말머리를 달고 글을 올려 봅니다. 매치매이킹의 미학은 "시간이 지날 수록 승률이 한없이 50%에 가까워지도록 수준에 맞는 상대를 꾸준히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오래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은 각각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매치매이킹 되어왔고, 말 그대로 한 없이 50%에 가까운 승률들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랭킹들의 결과와는 별개로, 매치매이킹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완벽하게 잘 이뤄졌다는 가정을 해보면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몇 안되는 게임들은 대개 레벨(또는 등급)과 승률을 같이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승률은 말 그대로 일종의 통계? 정도의 느낌이었고, 실제 시스템 상에서 플레이어들의 우열을 가려주는 것은 앞의 레벨이나 등급 같은 "누적된 플레이어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결 컨텐츠는 누적된 경험이 반드시 플레이어의 우열과 직결될 수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렇다면 승률이 더 유효한 우열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승률은 50% 안팎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방식으로 대결 컨텐츠에서 플레이어들의 강함의 비교를 직관적으로 나타내줄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직접 상대방과 1:1로 싸워서 5판 3선승제 등으로 승부를 가려 플레이어들 간의 대전 기록을 차곡차곡 쌓는 방법도 있겠지만.. 결국 승자승같은 간접적인 비교를 통해 랭킹을 정하게 되면 그 역시 온전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상성이나 천적 같은 상대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역시 계산이 몹시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매치매이킹은, "비슷한 사람들을 붙여서 게임을 재미있게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쪽이라 강함을 비교하는 것을 매치매이킹을 통해 승률이 만들어지는 것과 연결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 사이의 강함의 척도를 비교해주는 좋은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수 님들의 많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3. 오늘도 런치리스의 남자(점심을 거른다는 의미입니다...)인 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꿀 같은 아제로스 대탐험을 즐겼습니다.(와우했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감상을 SNS를 통해 이렇게 남겼습니다. 포럼의 다른 곳에서도 "플레이어 네러티브"라는 주제로 논의된 내용들이 있기도 하고, 사실 많은 네러티브 관련 게임 디자이너 분들께서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 내용이라 이렇게 함축적으로만 적어도 그냥 적당히 리마인드 되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정리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사우 님의 권유가 있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또 재능 부족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1. 글로 전하는 일감, 퀘스트 사실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텍스트를 이용한 서사 전달이라는 건 "MMORPG에서 서사 전달이라는 것 자체가 희박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르에서 그래왔듯, "긁 읽기"말고 다른 것들이 게임에서 더 중요해지면서, 플레이어들은 글 읽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또 긁 읽기 자체를 귀찮고 성가셔하게 되면서 더 이상 텍스트 전달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항상 내게 주어지는 일감"이라는 존재 역시 "MMORPG에서 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플레이 가이드 방식이었습니다만, 이 역시도 수 많은 포스트 와우 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퀘스트 = 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확산될만큼 비효과적인 컨텐츠가 되어 버렸고요. 그래서 포럼에 옮겨지기도 했던 해외의 사례 (와우의 퀘스트 서사는 죽었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컨텐츠가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많은 분들이 이에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새로운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발매되기 전에 몸풀기 차원에서 와우에 복귀한 저조차도 와우를 오래 플레이한 탓도 있을 것이고, 와우라이크 게임들을 많이 봐 온 탓도 있을 것이고, 게다가 게임개발자로 MMORPG를 수 년간 개발해 온 탓도 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이 무척이나 "뻔한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봤을 때, "이건 그냥 ㅇㅇ 잡아와라, ㅇㅇ 가져와라일 뿐이잖아? 전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물론, 와우를 어느 정도 플레이 한 소위 "와우저"라고 분류되는 플레이어들은 와우의 퀘스트는 결국 심부름일 뿐이라는 위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는 하지만, 기라성같던 그런 느낌이 너무 많이 퇴색해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2. 일감 + 일감 = ?? 그런데 오늘 저레벨 얼라이언스로 동부내륙지 퀘스트 후반부를 플레이하던 도중 제법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수 년 간 와우를 하면서 수백 수천 개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왔고, 가급적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읽으면서 진행했음에도 모든 퀘스트를 다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몇몇 퀘스트 시리즈들이 있었는데, 오늘 플레이했던 이 퀘스트 묶음과 기억에 남는 과거의 퀘스트 묶음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 하나를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흐름" 입니다. 이미 출시된 지 10 년이 다 된 와우의 퀘스트 하나 하나는,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정말 특이할 게 없는 평범한 "그냥 퀘스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우라이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어쩌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퀘스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와우의 퀘스트를 10년 동안 찬양하고 있던 걸까요? 저는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흐름"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의 서사 구조는 1레벨부터 최고 레벨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디아블로와는 다르다는 거지요. 대신 이야기를 어떠한 단락별로 끊어서 구성하는데, 그 단위가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듀로탄에서 플레이하던 흐름과 불모의 땅에서 플레이하던 흐름 사이에, 서사적인 연결 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그저 듀로탄의 처음과 끝이 한 단락이며, 다음 지역과의 연결은 불모의 땅에 아무개한테 가면 당신이 할 일이 좀 더 있을 거라는 "소개"의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대신, 지역 안에서의 흐름은 (물론 지역마다 또 퀘스트 디자이너의 역량 또는 습성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어떤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와우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전체를 인지하기 위해 처음과 끝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플레이타임 기준 상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에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단위의 크고 작음은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을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와우의 퀘스트 공식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직전에 진행했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빌미를 제공한다거나 명분을 주는 일이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즉, 각 일감과 일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앞에서 해온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느껴질 수 있고, "의미 없는 노동"을 했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여지가 됩니다.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굉장히 뚜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마치 책을 앞 장부터 한 장씩 읽어가듯" 퀘스트 단위별로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떤 "서사"의 한가운데 빠져들게 됩니다. 아마도 이는 접근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 개의 퀘스트를 말이 되게 이으는 것"과 "한 개의 큰 스토리를 여러 단계로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미시적으로 낱개의 퀘스트 디자인은 유사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통일된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지 없는 지로 나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일을 하는 장소, 지역 시스템과 시스템, 컨텐츠와 컨텐츠, 시스템과 컨텐츠들이 서로 잘 맞물리는 것이 와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은 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와우의 퀘스트는 그 중에서도 이런 맞물림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퀘스트 디자이너분들이 수백 개의 퀘스트를 그야말로 "찍어내다보면" 많이 놓치게 되는 것이, 다른 컨텐츠와의 연계성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어디에 갖다 놔도 쓸 수 있는 범용적인 퀘스트 구조"를 제작하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컨텐츠적으로는 반대로 "아까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아까 그거, 거기의 그거와는 다르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와우는 이를 "지역과의 강한 연계"로 멋지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벨 디자이너 또는 레벨 아티스트들은 게임의 이야기에 맞으면서도 시각적, 그리고 경험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 업무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퀘스트 디자이너는 종종 우선 순위에서 밀려 "이미 만들어진 레벨에 어떻게든 맞는 이야기를 짜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처음부터 협업을 했다고 강하게 생각될만큼, "이야기에 필요한 환경 구성"이 아름다움 속에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령 제가 오늘 점심 시간에 플레이 했던 동부내륙지의 얼라이언스 퀘스트 묶음의 경우, (물론 엄청 에픽한 서사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소소한 잡일(물론 그들은 당장 급하니 이것부터 해주세요라고 둘러대긴 했지만)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트롤들이 이 땅에 소환하려고 하는 강력한 영적 존재를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된 주술과 관련된 소품들이 퀘스트 목표에 들어가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주술적 건물인 "사원"들이 지역 곳곳에 여러 개 배치되어야 합니다. 아마 단지 "퀘스트에 필요하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면 보통은 거절당했을 것이고, 반대로 그냥 넣었다면 지역 구성이 서사적으로 설득력을 크게 잃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설정에 서사적으로 어울리면서 퀘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효과적인 구성을 아마도 레벨 디자이너와 퀘스트 디자이너와 레벨 아티스트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늘 날 게임 상에 나타난 것처럼 지역과 이야기가 잘 맞물릴 수 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4. 퀘스트 묶음의 "소용돌이"화 글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능력이 부족해 주절주절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이토 준지 작가의 호러 만화 "소용돌이"를 알고 계신가요? 소용돌이는, 일본의 어느 외딴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전체가 소용돌이가 되어 빨려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공포 만화 입니다. 제가 이토 준지 작가의 만화 중에서 유독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연관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알고보니 결국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와우의 지역 퀘스트 묶음들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이걸 왜 하는 건지 왜 시키는 건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잘 알 수 없는 잡일 같은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어떤 막중한 임무 같은 걸 받았을 때 아까 했던 잡일이 이 임무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경험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림사에 가면 왜 시키는 지 알 수 없는 허드렛일을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동들이 무공 수련을 돕고 있었다는 설정의 무협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와우의 인상적인 퀘스트 묶음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손에 꼽는 오리지널 얼라이언스 진영의 아버지와 아들 퀘스트나 윈저 경 호위 퀘스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드라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다른 퀘스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 많은 노스렌드의 영웅들이 기억하고 계실, "분노의 관문"과 관련된 포세이큰(언데드)의 역병 퀘스트 묶음입니다. 노스렌드에 막 도착한 70 레벨의 플레이어는, 시작점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언더시티에서 비행선을 타고 도착한 동쪽에서 시작하는 호드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포세이큰의 역병" 퀘스트 묶음을 수행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포세이큰들이 이웃하게 도착한 얼라이언스와 분쟁을 벌인다거나, 노스렌드의 토착 생물들을 파악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야생 동물부터 드래곤이나 납치한 얼라이언스 포로, 심지어 같은 호드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병 제조에 박차를 가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열심히 노동한 결과들 덕분에 이뤄낸 성과고요. 그렇게 열심히 역병을 만드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후 포세이큰과는 동떨어진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지역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역병은 잠시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죠. 그러다 마침내, 분노의 관문이라는 곳에서 아래와 같은 장엄한 영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포세이큰이 등장하는 시점에, 역병 퀘스트를 수행했던 캐릭터들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 저거 내가 만든 역병이구나!"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서사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역병이 이렇게 멋지고 강렬하게 보이고 있어!"라는 기분이었죠.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게임 세계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와우라는 게임의 구조 상, 이야기에 의미있는 어떤 일을 플레이어가 해냈다는 느낌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줬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다시 길어졌지만, 결국 이것은 다른 문화컨텐츠에서 사용하는 "복선"과 유사한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리물에서 결과를 미리 알면 맥이 빠지는 것처럼, 복선도 "이것이 복선입니다!"라고 표시되면 굉장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처음 기반작업과 같은 일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미래의 일을 암시하지 않는 것은 복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과거의 복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때,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대단히 길)게 와우의 퀘스트 구조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덕분에 쉬어가는 판다리아의 안개를 넘어 힘주어 자신있게 개발했다고 말하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또 어떤 지역과 이야기들로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능력이 부족한 자의 긴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 . ※ 함께 볼만한 토픽:
  24. Jolgame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스팀에 있는 게임들에는 대부분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진행만 해도 달성되는게 있는가 하면 특정 난이도라던가 어떤 부분에서 뭔가 일반적인 플레이와는 다른 걸 해야한다던가 여러 조건들이 있지요. 이런건 한번 달성하면 도전과제 달성! 으로 끝입니다. ㅎㅎ (이미지 출처 : http://hsi5199.tistory.com/1 ) 디스가이아 라는 게임의 시리즈는 대대로 모든 전투마다 지오패널의 연쇄파괴를 통해 보너스 포인트를 축적시켜서 보상을 받는게 있지요.(위의 스샷은 지오패널을 순서대로 파괴중인 스샷) 전투에서 발생하는 콤보도 해당 보너스 포인트를 쌓을 수 있지만. 맵에 펼쳐져있는 미로같은 지오패널들을 완벽연쇄(색깔을 순서대로 파괴하는 식) 시키면 대부분 최고급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험치/아이템/돈 등을 받게되죠. 뭐 타 게임들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왁푸에는 이 지오패널 시스템이나 도전과제 시스템 을 짬뽕시킨듯한 첼린지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SRPG에서 야리코미 플레이 라고도 말하기도 하는 플레이를 도전대상으로 놓는거지요. 매 전투마다 주어지고 필드 일반 전투의 경우 1개의 첼린지가. 던전이나 특수 전투의 경우 2개의 첼린지가 설정되며 첼린지의 내용은 정말 다양합니다. (스샷 미포함이 많습니다만 일단 제가 겪은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거리 공격(1타일) 으로 마무리하기 / 원거리 공격(2타일 이상)으로 마무리하기 ★몬스터의 뒤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 ★특정 속성공격 하지 않기.(게임에는 총 4가지 속성 존재) ★몬스터의 레벨이 높은순 / 낮은순으로 제거하기 ★표시된 몬스터 가장 나중에 제거하기 ★매 유닛의 턴 종료시마다 아군과 붙이기 / 적군 옆에 붙여두지 않기 / 아군과 떨어져있기 / 조종 유닛 기준 자기 라인(십자선)에 아군 유닛이 존재하게 하기 ★전투에 참가된 모든 유닛이 1번도 KO 당하지 않기(체력 0이 되어 그로기가 되는 상태) ★앞에서 맞지 않기 / 뒤에서 맞지 않기 ★아군을 회복시키지 않기 ★이동 포인트를 매 턴마다 1 이상 남기기 / 남기지 않기 ★이동 포인트와 액션 포인트를 0과 2 4 6 8 등 짝수 숫자로만 남기기 ★한 턴에 모든 적을 전멸시키기 / 한 턴에 한 유닛으로 2킬 / 3킬하기 ★전투에 참가한 모든 아군 유닛들이 1킬씩 기록하기 (전부 1킬씩 기록하는 시점을 계기로 클리어) ★가장 레벨이 낮은 아군 유닛으로 모두 죽이기 처음엔 이게 뭐야 왜 맨날 달성하지 못하지 ㅠ 이랬었는데. 상세히 읽어보니 위에 적힌것 말고도 상세 달성 관련 정보를 주더군요. 스샷에 있듯이 말이죠. 소환물 카운트 유무라던가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등.. 잘 봐야하더라구요. 여튼 이렇게 어려운 것들을 달성하면 보상이 참 좋습니다. 아래 스샷과 같죠. (던전 마지막 전투인 보스전투에서 2개의 첼린지를 모두 달성하면 템이 드래그를 해야 할 정도로 드랍되곤 합니다!) 이것들중 하나나 두개가 랜덤으로 설정되며 달성시에는 각 난이도에 따라 전투 경험치와 드랍율의 보너스를 받게됩니다. 어려운 첼린지는 1개만 달성해도 경험치와 드랍율이 100퍼가량 증가하게되고 별로 어렵지 않은 것들은 40퍼~60퍼 정도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물론 첼린지가 두개 걸려있고 두개 다 달성시키면 보너스가 합산되지요. 이 시스템 때문에 유저는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 있는 턴제 전투를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단순한 SRPG라면 데미지의 집중과 회복 등만 생각하게 되겠지만 자신의 캐릭터와 동레벨대의 전투에서 이 요건을 충족시키는건 은근히 어렵고 달성 보상이 좋기 때문에 약간 시간이 더 들더라도 첼린지를 도전하게 됩니다.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는 SRPG를 첼린지 시스템을 통해 파티플도 협동하고 솔플시에도 머리쓰는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이상 최근 즐기는 게임의 시스템 소개를 마칩니다. (카테고리를 정하지 못해 Everyday에 남깁니다)
  2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