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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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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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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게임은 스토리를 가져야만 하는가? 서사와 플레이의 융합 얼마전 잠깐 들여다보았던 에릭 짐머만의 어떤 글에 따르면 게임을 한 가지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위험한데, 이런 시도가 게임이 가져야 할 다양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포괄적으로는 그의 이런 입장에 동의하는 관점에서 아래의 글은 ‘게임을 한 가지로 규정하려는’ 시도이므로 위험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게임에 대해 갖는 각각의 관점을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스스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봅니다. 짐머만의 글은 ‘포괄적인 관점에서’ 맞는 말이긴 하지만, 실용적이 되려면 좀더 구체적인 부분까지 내려가봐야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쪽으로 꽤 치우친 듯 보이는 글을 하나 물어와봤습니다. 짐머만이라면 이 글을 아마도 '선택 근본주의자의 글' 이라고 부를 것 같군요. 얼마전 가마수트라를 통해 공개된 GDM 과월호 중 2013년 2월호에 실려있던 글입니다. 원문주소 : http://twvideo01.ubm-us.net/o1/vault/GD_Mag_Archives/GDM_February_2013.pdf 파일 상의 위치 60p ~ 62p 책 에서의 위치 58p ~ 60p 스토리와 게임은 일종의 불안정한 결혼생활과 같다.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써놓은 스토리를 게임에 구겨넣음으로써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이미 결정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마찬가지로 이미 결정된 엔딩을 보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바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게임으로 몰려들었다 ; 게임 경험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이지, 디자이너가 쓴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소설에 스스로를 종속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이 문제의 뿌리에는 거의 신학적이기까지 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면 디자이너들은 자기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호작용성이라면, 디자이너가 게임에 구겨넣은 줄거리의 고정된 요소들은 플레이어로부터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앗아가버린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게임에 스포일러가 가능할 경우 그걸 아직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좀더 명확히 말하자면, 테트리스와 같이 고도로 단순화된 몇몇 예외적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야기 요소로부터 덕을 본다 : 흥미로운 배경설정, 여러 독특한 분위기, 기억할만한 캐릭터, 몰입적 대화, 극적 갈등, 기타등등. 최고의 게임들은 다른 매체와 경쟁하기에 손색이 없는 캐릭터와 설정을 가지고 있다 – 포탈의 글라도스 또는 바이오쇼크의 랩쳐를 떠올려보라. 그러나, 게임의 실질적 서사 – 줄거리를 결정하는 일련의 이벤트들 – 은 게임의 본질적 상호작용성과 융화시키기가 극도로 어려운 요소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게임의 서사는 책이나 영화에서처럼 다른 모든 요소들의 중심에 놓인 핵심 요소가 될 수 없다. 시드 마이어가 서사의 가능성들에 흠뻑 젖은 게임 PIRATES!에 어떻게 스토리 요소를 넣었는지 생각해보자. 시드 마이어는 고정된 줄거리 요소와 이미 결정된 엔딩이 수반되는 단일한 모험담 대신, 전통적인 해적 이야기의 이런저런 요소들로 게임을 가득 채웠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오랜동안 잃어버렸던 여동생을 찾기도, 사악한 스페인놈과 결투를 벌이기도, 반역폭동에서 살아남기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기도, 감옥에서 탈출하기도, 총독의 딸에게 구애하기도 한다. 은퇴에 즈음해서 게임은 플레이어의 해적 인생에서 주목할만한 일들을 보여주며 그 흥망성쇠를 연대기순으로 보여준다. 단일한 줄거리로 이루어진 게임들이 다른 매체의 유사한 작가적 업적들과 비교되는 고통을 겪는 동안, 이 이벤트들은 플레이어에게 친밀감에 바탕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게임들이 능동적 스토리 생성기에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어떤 테마와 규칙들은 고정된 배경 하에서 다루는 것이 최고이다. 영웅은 베어버릴 사악한 마법사가 필요하다. 병사는 맞서 싸울 적군이 필요하다. 배관공은 구출할 공주가 필요하다. 해결책은 줄거리의 핵심 요소를 능숙하게 다루어, 모든걸 휘두르기보다는 제안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계를 탐험하고 마지막 이야기를 스스로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 내게 하라. 실제로 게임에서 서사의 역할은 음악에서 가사의 역할과 유사하다. 노래에 덧붙은 단어들은 청자의 상상력에 일정한 공간을 남겨주면서도 악보에 맥락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사실 가사는 종종 녹음 과정에서 알아들을 수 없게 되어버리며, 이는 그 가사가 담은 의미를 고의적으로 흐릿하게 만들어버린다. 작가는 소설에서 텍스트를 결코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좀더 파보자면, 사람들은 종종 외국어로 된 노래를 즐기곤 한다 – 그들이 가사를 이해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책의 독자들은 결코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책을 집어드는 법이 없다. 가사는 결코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 위대한 노래들은 청자들을 위한 공간 (종종 아주 큰 공간) 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물론, 게임의 서사 또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LIMBO를 생각해보라. 이 게임은 최소한의 오디오와 단색 톤 등 그 분위기로 유명한 퍼즐 플랫포머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한 소년이 그의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다는 극히 원초적인 퀘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되면서, 의문에 대한 해답보다는 더 많은 의문들이 생겨난다. 왜 이 소년은 어둡고 신비스러운 숲 속에서 여동생을 찾는가, 왜 괴물 거미가 소년을 쫓는가, 그를 공격하려는 아이들은 누구인가? LIMBO의 서사는 완전히 선형적이며, 줄거리나 대화, 그리고 대답 등 여러 전통적 서사 양식을 결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플레이어에 의해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이다. 또다른 예시는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병사들로 만든 부대가 가상의 남미 도시인 누에보스 아이레스 (Nuevos Aires)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를 막는다는 내용의 마이크로RTS ATOM ZOMBIE SMASHER이다. 이 게임은 정신나간 삽화들로 가득한데 [“에스포지토가 결승골을 넣고 1분 후, 그는 산채로 먹혔습니다”] 시민들이 맹공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이 게임의 에필로그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인 ‘군산복합체’를 배경으로 사이보그 엘 프레지단테 (El Presidente)와 AK47이 열리는 나무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괴한 서사의 결정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ATOM ZOMBIE SMASHER가 전통적인 방식의, 통조림에 갇힌 서사가 없이도 세계관의 느낌을 잘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삽화들은 사실 캠페인 중간에 플레이어의 상상력의 간극을 메워넣기 위해 무작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게임의 디자이너인 브렌든 청 (Brendon Chung)은 “정보들을 한데 모아 꿰뚫어 보는 일은 재미있어요. 이 게임이 당신을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것을 느끼는건 만족스러운 일이죠.” 이런 효과는 아마도 주류 플레이어들에게는 조금 거슬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tom Zombie Smasher는 평탄한 복도를 지나며 총을 쏘는 FPS나 과장되고 무거운 대화로 가득한 RPG보다 훨씬 더 열려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고정된 줄거리는 플레이어 몰입의 적이다. 선택의 질문 비디오 게임에 서사를 도입하는데 있어 가장 아쉬운 측면은, 상호작용적 픽션의 가능성이다. 상호작용적 픽션 속에서 플레이어는 전통적 스토리와는 다르게 스스로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가능성은 현실화되었던 적이 없다. 플레이어들의 선택은 대부분 사전에 정해진 몇 가지 보기들 중에서 선택하는 정도로 제한된다. 하나 이상의 엔딩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결과가 제한되어 있다면 그건은 상호작용성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전혀 다른 범주의 상호작용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제작비의 증가에 따라,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플레이 해볼지 확실하지 않은 요소까지 만드는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상호작용적 스토리라인은 몇몇 특정한 키포인트와 반드시 동기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 (Knights of the Old Republic)이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선과 악의 어느 쪽 길이든 갈 수 있지만, 두 길은 플레이어를 같은 장소로 인도한다 ; 플레이어는 악당인 다스 말락 (Darth Malak)을 퇴치되거나 그가 하려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 (선의 길) 또는 그의 지위를 찬탈해야 한다 (악의 길) 두 길은 완전히 다른 윤리적 방향성을 취하지만, 어느쪽을 택하든 말락의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런식의 고정된 줄거리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거슬리는 단절을 제공한다. 그들은 아마도 수십시간을 RPG 하나를 플레이하는데 보냈겠지만, 그럼에도 그들 자신의 이익이나 선택은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기에 스토리에 관련해서 남는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인간에 대해 갖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쓰는 목적이 그렇다면, 이는 게임의 맥락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대부분의 이야기의 핵심 요소는 캐릭터들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들이다 ; 게임의 핵심 요소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이다. 그렇다면 게임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플레이어들 자신의 결정이어야만 한다. 대체 어떤 게임이 정해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플레이어의 선택이 갖는 중요성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액션RPG인 바스티온(Bastion)은 이 딜레마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성공한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이 세계를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던 신비한 ‘재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플레이어는 재앙을 초래한 무기가 왜 만들어졌으며, 시동되었을 때 뭐가 잘못되었었는지를 배워간다. 게임의 결말부에서, 플레이어는 시간을 되돌림으로써 아마도 재앙을 피할 수 있을 선택을 할지 아니면 재앙 후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새로이 시작하는 선택을 할지 골라야 한다. 이 결정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결정을 내린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있다 :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을 반영하는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냥 끝나버린다.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에게 이 결정을 반영하는 실질적 에이전시를 제공하는 척 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 선택은 거의 사색적인, 플레이어 본성의 단순한 반영이 된다. 당신은 자신의 최대의 실수를 되돌리겠습니까, 아니면 새로운 이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습니까? 바스티온에서 플레이어는 디자이너가 생각한 결말을 목격하지 않으며, 선택을 내리는 행동들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 워킹데드 (Walking Dead)에서, 디자이너들은 플로이어 본인이 내린 결정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린 결정과 비교하여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선택을 강조한다. 이는 포괄적인 사회 전체가 내린 결정과 자신의 결정이 배치되는지 일치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 스스로의 인격을 밝히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디자이너가 내린 줄거리상의 결정들에만 집중하는 게임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스토리의 깊이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게임에 스토리를 넣으려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목발이라고 볼 수 있다. 쉬운 탈출구이지만 우리 매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 비단 규칙과 매커니즘, 시스템에서 뿐 아니라, 스토리에서도 또한 그러하다. - 글쓴이 소개 – 소렌 존슨 (Soren Johnson) 은 문명3의 공동 디자이너이자 문명4의 리드 디자이너이다. 그는 GDC 자문위원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게임 디자인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http://www.designer-notes.com 에서 볼 수 있다.
  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디아블로3가 경매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http://kr.battle.net/d3/ko/blog/10974978 시간이 좀 된 얘기긴 하지만 생각할 꺼리가 있다 여겨 잠깐 끄적거려봅니다. 1.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 일단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편적이고 흔히 쓰이는 개념이긴 합니다만 용어 자체는 일반화되었다고 보기 힘든, 저만 가끔씩 쓰는 단어이기 때문에 ... 아마 GDF 어딘가에 끄적인 글에서 언급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지 않기에 여기에 한번 더 써봅니다. 확정 보상 : 확정 보상은 확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입니다. 주로 일정량의 노가다를 수반하지만, 그 노가다를 모두 수행했을 경우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보상이죠. 대표적으로는 와우의 던전 휘장류가 있습니다. 던전을 한 번 돌 때 휘장을 2개 먹을 수 있고, 휘장 20개를 모아 특정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식입니다. 무작위 보상 : 무작위 보상은 확정 보상보다 좀더 오래된 개념입니다.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 ... 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일정한 풀(Pool) 내에서 뭔가가 드랍되고, 드랍되는 아이템은 특정한 클래스나 특성에는 유용하지만 다른 클래스/특성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와우 이전에는 무작위 보상이 보상의 전부였었죠. 드랍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 드랍 테이블의 범위도 굉장히 넓었기에, 드랍되면 좋지만 아니라고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닌 (기대값이 워낙 낮으므로) 상황이었구요. 그러나 무작위 보상만으로 게임을 이끌고 가는건 굉장히 하드코어합니다. 언제 뭐가 드랍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하염없이 플레이를 해야하니까요. 이는 플레이어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측면이 강합니다. 확정 보상은 이 부분을 보완해줍니다. 무작위 보상을 기대하고 플레이하더라도, 그 플레이가 일정량이 되면 어느정도의 보상을 해주거든요. 아울러 확정 보상은 ‘빈 틈 메우기’ 역할도 합니다. 와우 오리지널의 경우 직업별 세트 아이템이 총 8피스로 구성되던가 그랬을 겁니다 아마. 근데 7피스를 모은 사람이 마지막 1피스를 모으기가 너무 어려워요. 세트에 빈 틈이 있는거죠. 예컨대 레이드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의 종류가 총 80가지라고 하면, 세트 아이템이 전혀 없는 사람은 10%의 유효 드랍 (자기에게 필요한 아이템이 드랍됨) 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8개 중 아무거나 드랍되면 유효 드랍이에요. 근데 7피스를 이미 모은 사람은? 이 사람에게 유효 드랍 확률은 1/80 입니다. 나머지 7개는 이미 있으니까 유효 드랍에서 제외되거든요. 그 마지막 한 피스의 빈 틈을 메우기 위해 던전을 계속 돌아야 하는 마음은 의욕보다는 짜증의 비중이 더 큽니다. 불타는 성전부터 도입된 확정 보상의 개념은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마지막 1피스의 세트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던전을 계속 도는 동안 확정 보상 게이지는 차오르고 (던전 휘장이 모이고) 이게 일정량 모이면 마지막 1피스는 아니어도 그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구입하고 다음 티어의 던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2. 디아3에서 (의도된) 경매장의 역할 워낙 복잡한 게임이기에 단정짓긴 어렵겠지만 저는 디아블로3에서 경매장이 일종의 ‘확정 보상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작위 보상은 당연히 필드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고정적으로 드랍되는 ‘골드’가 확정 보상을 위한 토큰 역할을 하죠. 와우에서 휘장과 비슷합니다. 골드라는 토큰을 모아 경매장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입하는거죠. 단지 디아블로3의 드랍 테이블은 글로벌로 적용되기에 범위가 굉장히 넓고, 플레이어가 이를 특정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드랍 테이블 특정이란, 와우로 말하자면 특정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던전에 반복적으로 도전하는 겁니다. 내게 필요한 아이템이 속한 드랍 테이블을 확인하고, 여기에 도전하는거죠. 그럼으로써 유효 드랍의 기대값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디아3에는 드랍 테이블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따라서 플레이어가 유효 드랍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액트 구분을 통한 티어별 테이블을 조절하는건 가능하지만, 티어3에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누가 티어2를 돌겠어요.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는건 그래서 이 구도 자체로라면 꽤 어려울테지만, 다행히도 디아3에는 귀속 시스템이 없습니다. 와우에서는 대부분의 고티어 아이템에 귀속 옵션이 붙지만 디아3는 그렇지 않기에, 쓰던 아이템도 경매장에 내다 팔 수 있습니다. 이는 즉 ‘유효 드랍이 아닌 무작위 보상을 확정 보상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저는 야만용사를 합니다. 아이템이 드랍되었습니다. 근데 악마사냥꾼용이에요. 와우에서라면 야만용사인 제게 이 악마사냥꾼용 아이템은 유효 드랍이 아니고, 굉장히 낮은 가치만을 보상받고 NPC에게 팔거나 했을 겁니다. 그러나 디아블로에서는 이 악마사냥꾼용 아이템을 경매장에 내다팔아 확정 보상 토큰인 골드로 전환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 어떻게 보면 유효 드랍의 범위를 비약적으로 늘린거고, 다르게 보자면 무작위 보상과 확정 보상 사이에 연계를 만들어 이를 통해 디아블로3의 무작위 보상에 주어지는 ‘지나치게 넓은 드랍 테이블의 범위’라는 위험 요소가 커버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경매장을 통한 확정 보상 구조에서는 확정 보상을 받기까지 필요한 노력의 양을 시스템이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죠. 앞서 예로 든 와우의 경우 던전 한 번 도는데 토큰 2개 받는게 고정입니다. 그리고 아이템 하나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토큰 20개인 것도 고정이구요. 그렇다면 던전 10번 돌면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정됩니다. (물론 그 아이템의 게임 내에서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러나 디아블로3의 확정 보상 구조에서는 확정 보상을 받기까지 필요한 노력의 양이 고정적이지 않아요. 시세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심지어 이 시세를 보정할 수 있는 장치도 없습니다. 길드워즈2의 캐시머니/게임머니 교환 비율은, 물론 플레이어들의 활동에 연동되어있긴 합니다만, 어느정도 시스템에서 제어합니다. 일정 시간 내에 일어나는 일정 범위 이상의 시세 변동에는 락이 걸려있고, 그 외에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전문가 (실제 경제학자)의 손을 타면서 조금씩 조율되죠. 디아블로3의 경매장은 이런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경매장이죠. 3. 디아3에서 (실제로 기능한) 경매장의 역할 앞서 저는 경매장에 대해 “무작위 보상과 확정 보상 사이에 연계가 생기고, 이를 통해 디아블로3의 무작위 보상에 주어지는 ‘지나치게 넓은 드랍 테이블의 범위’라는 위험 요소가 커버되는 구조” 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어나는 효과들 중 하나는, 확정 보상의 비중이 무작위 보상보다 커진다는 점입니다. 가장 처음에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의 구조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드리면서 예로 든 케이스들은 대부분 무작위 보상이 우선이고 확정 보상이 그 다음인 상황들이었습니다. 즉 가급적 무작위 보상을 노리되, 그게 여의치 않으면 확정 보상으로 보충하는 형태였죠. 그러나 디아블로3에서는 이런 우선순위가 역전됩니다. 확정과 무작위를 가리지 않은 ‘전체 보상’의 개념에서는 어느정도 평균점이 잡히겠지만, 세부적으로 구분해보자면 지나치게 포괄적인 드랍 테이블과 유효 드랍 확률을 플레이어 임의로 높일 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확정 보상의 비중이 무작위 드랍의 비중보다 커집니다. 즉 내 클래스에 딱 맞는 아이템을 노려보고 안되면 확정 보상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 아무거나 대박 하나 터지면 그걸로 경매장가서 골드로 바꿔 내게 맞는 아이템을 구한다. 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경매장 시세’의 문제가 개입합니다. 아주 강하게 후려갈기듯 개입하죠. 내가 디아블로3를 하면서 시간당 대략 2만 골드의 확정 보상 토큰을 모을 수 있는데, 내게 필요한 아이템 한 피스를 사기 위해서는 2억 골드가 필요해졌습니다. 10,000 시간을 던전을 돌아야 ‘1 피스’의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거에요. 유효 보상의 범위가 크게 넓어지긴 했는데, 유효 보상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져버립니다. 이게 디아블로3의 경매장이 불러일으킨 문제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디아블로3의 경매장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얘기이긴 합니다만,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의 구도에 맞춰서 설명해봤습니다. 4. 디아3의 경매장 폐쇄 뭐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경매장을 통해 노리는게 많은만큼 (뭐니뭐니해도 수수료가 ...) 경매장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고 밸런스 조절만으로 사태를 해결해보려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을거라 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고, 아마도 확장팩을 내놓기 전에 교통정리를 좀 해서 확장팩부터는 어떻게든 다시 부스트해보려는게 아닌가 싶네요. 단지 좀 아리송한 것은, 모두가 경매장을 욕하긴 하지만 저는 실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경매장이 아닌 귀속 시스템에 있다고 보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와우에도 경매장이 있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없어요. 와우와 디아3의 보상 시스템을 보자면 두드러진 차이가 두 가지 보이는데, 첫째가 귀속 시스템의 유무이고 둘째가 드랍 테이블의 적용 범위, 즉 유효 드랍의 문제입니다. 디아블로3에는 귀속 시스템이 없습니다. 귀속 시스템이 없는 가운데 아이템은 점점 늘어나고, 그럼 결국 인플레이션이 올 것은 자명하죠. 특히나 하수구가 그닥 뚜렷하지 않은 디아블로3에서는 폐색이 더 빨리 올테구요. 여기에 이 인플레이션은 확정 보상 및 무작위 보상 모두에 걸쳐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파가 더욱 커집니다. 한편 와우는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드랍 테이블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디아블로는 글로벌 적용이라 그게 어렵죠. 따라서 드랍 테이블의 특정을 가능하게 한다면 (특정한 보스가 떨어뜨리는 아이템 테이블을 한정한다던가)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경매장을 없앤다고하니 저로서는 약간 어리둥절합니다. 디아3 개발팀은 아마도 경제 구조에 있어서도 뭔가 혁신적인걸 해보고 싶었던건지 ... 아마도 경매장은 완전히 없애버리고 확정 보상의 기능 중 ‘빈 틈 메우기’는 제작 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해결한 후 무작위 보상의 드랍율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위 링크의 공지에 언급된 전리품 2.0이나 얼마전 출시된 콘솔용 디아3 얘기를 얼핏 들어보니 대충 그런 방향인 듯 하더군요. (제작에 관련된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요) 디아블로3의 캐릭터 빌딩이나 전투 시스템을 꽤 좋아하는 저로서는 경제에 관련된 문제 때문에 게임이 이렇게 망가져버린게 참 아쉬웠습니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잘 되어서 이후로는 보다 오래도록 즐길만한 게임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경제라는건 아무래도 복잡미묘하고 무엇보다 아주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다보니, 경제에 깊숙히 개입하는 이런 구조들에 대해 제가 이렇게까지 발언하는게 얼마나 맞아들어가는 얘긴지, 말이 되기는 하는건지 긴가민가합니다. 아마도 어딘가 크게 틀린 구석이 있지 싶긴한데, 혹시라도 그런 부분이 보인다면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_ _)
  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디아블로3의 특성 초기화는 당신을 덜 행복하게 만드는가? sunbkim님이 발굴해서 링크하셨기에 잠도 깰 겸 옮겨봅니다. 내용이 왠지 얼마전에 올렸던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 인지부조화와 값싼 게임’과 미묘하게 겹칠 듯 겹칠 듯 하면서도 피해가는 느낌이네요 … 글쓴이가 같아서 그런가 … 원문주소 : http://www.gamesindustry.biz/articles/2013-09-16-does-respeccing-your-character-build-in-diablo-3-make-you-less-happy 게임의 심리학 : 제이미 마디건 (Jamie Madigan)이 캐릭터 빌드의 주관적 낙관주의에 대해 논하다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나 클래스 빌드를 쉽게 리셋할 수 있다면 당신은 덜 행복한가?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내가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 특성을 한 번 선택하고나면 그걸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새 캐릭터를 키우는 방법 뿐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유행은 이런 선택을 훨씬 융통성 있게 만드는 것이다. 얼마전에 콘솔로도 출시된 디아블로3의 가장 극단적인 게임 디자인 변경점의 하나는, 클래스의 특성을 사실상 그때그때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 이 게임의 전체 클래스 시스템 자체가 플레이어들이 게임 내의 많은 – 모두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 직업들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세워져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많은 유사한 RPG 게임들에서 스킬 포인트 분배를 바꾸는 것은 이제 대체로 그닥 대단할 것 없는 일들이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자유를 좋아한다. 그러나 몇몇 심리학적 연구들은 플레이어들이 이를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십년간에 걸친 심리학 연구실 및 현장에서의 연구는, 인간이 자신의 현상태를 스스로 과대평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정보를 찾아내어 기억하는데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많은 다양한 이름 하에 연구되어왔다 : 부조화 감소, 자기기만, 자기방어, 긍정적 환상, 정서 기반 대처, 자아 확인, 이기적 태도, 주관적 최적화까지. 이들 모두는 만약 우리가 희망을 찾아내는데 능하다면, 우리는 그 희망을 둘러싼 절망적 요소들을 무시하는데 훨씬 더 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포괄적으로봐서, 유용하다. 우리가 기회를 취하고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이 최선책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냥 그 결정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학적 면역체계인 것이다. 이는 우리 종족의 적응력의 특성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일종의 작위적 행복에 능숙한데 비해 이를 거의 의식하지는 않는 편이며,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결정을 내린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측 (또는 인정) 하는데는 형편없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들의 선택권을 써버리지 않은채로 유지하기를 좋아하며, 가능한한 오랫동안 선택의 기회를 쥐고 있기를 원한다. 이는 이후에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마음을 바꾸게 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 이것은 “심리학적 유도저항”이라 불리운다. 따라서 심리학적 면역체계는 존재하며 효과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이를 무시하며, 게임플레이에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 행동한다. 예를들어, 대니얼 길버트 (Daniel Gilbert)와 제인 이버트 (Jane Ebert)가 진행한 연구에서, 그들은 사진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 하여금 가장 좋아하는 사진 두 가지를 인화해도록 했다. 그 후 교수/실험자는 학생들에게 둘 중 하나의 사진을 골라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배에 실어 5일간에 걸쳐 바다건너로 네거티브 필름과 함께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에게는 한 번 내린 선택을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에게는 5일간의 여유가 있으니 마음을 바꿔도 된다고 말했다. 9일후 연구자들이 각 그룹에 속한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선택한 사진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선택을 번복할 수 없었던 그룹의 학생들은 마음을 바꿀 수 있었던 학생들에 비해 훨씬 더 자신들의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고른 사진에 매우 만족하며 행복해했다. 이 지점이 심리학적 면역체계가 개입하는 부분이다 : 선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어지는 후속 연구들은 학생들이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그룹’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록 그들이 덜 행복할지라도 말이다. 나는 비디오 게임에서는 이런 일들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궁금해졌다. 게이머들에게 묻는다면 그들 대부분은 아마도 스킬과, 스탯과, 심지어는 클래스까지도 아무런 추가비용 없이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택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원거리 무기 특성화가 재미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어쩌란 말인가? 20레벨에 선택한 “월윈드”나 “화염저항” 또는 “염소발사”같은 스킬들이 무쓸모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쩐단 말인가? 오리지널 데이우스 엑스에서 잠수용 호흡기 강화를 선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결국은 후회했다.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과 함께 살아가면서 – 또는 게임을 공략하면서 -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거라는 관점을 취하기도 한다. 디아블로3의 극도로 탄력적인 스킬 시스템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작지만 강경한 일련의 디아블로2 팬들이 보였던 반응을 기억한다. 그들은 자신의 빌드를 구축하고 그것을 고집하는 것이 재미의 필수요건이라고 말했었다. 길버트와 이버트가 밝혀낸 바대로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선택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디아블로2 팬들이 맞는게 아닐까? 아마도 행복에 대한 기대와 행복한 느낌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줄 중간지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로그라이크 플랫포머 게임인 로그 레가시(Rouge Legacy)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캐릭터를 소모시킬 때마다 특성을 찍을 수 있는 선택을 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장비와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중요한 기회 또한 부여된다. 우리가 특정한 상황에 놓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우리의 심리학적 면역체계는 그간 잘 동작해왔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편리함이 불변의 디자인 철학이라는 생각에 발목 잡히지 말아야 할 것이며, 게이머들을 신뢰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예상하는데 그닥 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플레이어들은? 걱정 마시라. 행복할 것이다.
  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있었던 KGC에서의 강연 소개입니다. NCDC에서 한차례 소개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64070 와우 이후로 트리플A mmorpg의 가장 큰 중압감 중 하나는 '컨텐츠 개발 비용'에 관련된 문제들이었죠. 좀더 직접적으로 말해보자면 플레이어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다들 여기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상황이구요. 실제로 블소 또한 이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며, 플레이어들의 컨텐츠 소비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걸로 압니다. mmorpg가 모바일 디바이스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을 가져야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이 강연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써 영화적 연출과 시나리오의 적극 도입에 회의적인 이유는, 첫째로 그런걸 하는데 들어가는 개발 코스트가 엄청나다는 점 때문입니다. 수준급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두 개의 mmorpg 구공온과 블소는,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상당히 많은 편이죠. 둘째로 스토리 관련 컨텐츠는 '일회적 소모'의 성격이 굉장히 강합니다. 한 번 독파한 책을 두번쯤 읽는 거야 문제없겠지만,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읽는 경우는 어지간한 명작이 아니라면 드문 편입니다. 당장 블소만 해도 만렙 하나 키워놓고 스토리 진도 좀 빼고나면 바로 그 다음 부캐부터는 대부분의 퀘스트 설명은 스킵하고 지나가게 됩니다. 즉 반복플레이성 replayability 이 현저히 떨어져요. 같은 비용을 들여서 한 번 하고나면 재미 없어지는 컨텐츠와, 여러번 해도 질리지 않는 컨텐츠 중에서 어떤게 더 효율적일지는 자명하죠. 블소의 스토리 전체와, LOL의 '서머너즈 리프트' 맵을 비교해보세요. 제가 오랜동안 꾸준히 소개해 온 이벤트 시스템이 퀘스트와 다른 부분들 중 한 가지는 '반복 플레이가 가능하며 그것이 의미를 갖는다' 라는 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어느정도의 서사가 연계되어 들어가면 더 감칠맛이 나는건 분명하지만, 스토리텔링이 핵심은 아니죠. 결국 영화적 연출의 스토리텔링이 트리플A급 PC기반 mmorpg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거기에 적당한 컨텐츠인가 ... 하는 질문에는 좀 부정적입니다. 이 강연이 게임에 적용된 영화적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테크닉이나 적은 비용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기법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gameindustry.biz에 올라온 워렌 스펙터의 칼럼입니다. 문장을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구사하는 분이시라 ... 해석이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재빨리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문주소 : http://www.gamesindustry.biz/articles/2013-09-04-warren-spectors-commandments-of-game-design 업계 고참인 워렌 스펙터는 데이우스 엑스를 위해 만든 낡은 규칙들의 목록을 바라본다. 그리고 게임이 착 달라붙는 규칙들의 모음이 있는지 묻는다. 그때로 돌아가보면 – 아마도 1997년 어느때, 또는 아마도 1998년 – 이온 스톰 오스틴 (Ion Storm Austin) 팀과 나는 데이우스 엑스의 개발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팀에는 우리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울티마 언더월드 스타일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만큼의 다른 사람들은 “왜 그냥 FPS게임을 만들지 않죠?”라고도 물었다. 이럴 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최종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다. 나와 소수의 (그러나 옳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둘 중 어느것도 아니었다. 게임 디렉터와 프로듀서 사이에 일치하는 단 하나의 업무가 있다면 그건 팀 전체가 반드시 하나의 단일한 디렉션을 따라 수년간에 걸친 개발 프로세스 동안 같은 코스를 거쳐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결말을 위해, 나는 규칙 모음의 초안을 만들었다. “데이우스 엑스 롤플레잉 규칙” 데이우스 엑스를 위한 규칙들의 목록이자 임무 설명서는 아래와 같다. 1. 언제나 목표를 보여준다 : 플레이어들은 다음 목표 또는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달성하거나 풀기 전에, 그게 뭔지를 알아야 한다. 2. 문제들은 퍼즐이 아니다 : 장애물 코스가 되어야 한다. 직소 퍼즐이 되어서는 안된다. 게임의 상황들은 논리적인 감각을 만들어내야하며, 디자이너의 마음을 읽어야만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안된다. 3. 다양한 해결책 : 게임 내의 장애물을 돌파하는 방법은 언제나 한 가지 이상이어야 한다. 언제나. 미리 짜뒀거나 (약하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거나, 플레이어의 능력과 시뮬레이션 사이의 상호작용이 확대되어 예상을 벗어났거나 (좀 낫군!), 미션 또는 미션 내에서의 상황에 대해 절대 “여기서 플레이어가 X를 하는거에요”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4. 실패를 강요하지 않는다 : 실패는 재미없다. 기절해서 무의식 중인 상태였다가 깨어났더니 낯선 장소이거나 시체 위에서 연기나는 총을 들고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건 멋진 스토리 요소일 수는 있지만, 플레이어가 반응할 수 없는 상황은 나쁘다. 실패를 강요하는 건 스토리를 진전시키기 위해 아껴써라. 절대 이 테크닉을 남용하지 마라. 5. 문제는 캐릭터야, 바보야 – 롤플레잉이란 다른 캐릭터와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전투만으로 상호작용하는건 안됨 … 대화만으로 상호작용하는 것도 안됨 …) 상호작용의 스타일을 선택하는건 언제나 플레이어여야만 하며, 디자이너가 그래서는 안된다. 6. 플레이어는 한다; NPC는 본다 – NPC가 뭔가 멋진 일을 하는걸 보기만 하는건 재미없다. 뭔가 멋진게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시켜라. 뭔가 지루하고 재미없는게 있다면, 플레이어는 거기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라 – NPC가 하게 시켜라. 7. 게임은 어려워지고, 플레이어는 영리해진다 – 플레이어가 점점 게임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고 게임 세계에 친숙해져감에 따라 게임도 점점 더 어려워지도록 만들어라. 게임의 진행에 따라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점점 더 그들을 강해지게 만들어라. 플레이어가 가진 능력과 영리함으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절대 짜증스러울 정도로 어려워서는 안된다. 8. 플레이어를 격려하라 – 랜덤한 보상은 플레이어를 전진하게 한다. 플레이어에게 규칙적으로 자주, 그러나 예측하기 어렵게 보상하라. 게임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도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보상도 그만큼 더 파격적이게 하라. 9. 3D를 생각하라 – 효과적인 3D 맵은 평면으로 된 종이 위에 그릴 수 없다. 종이에 그려진 지도는 (그마저도 제한된 조건 하에서나) 시작점으로서 괜찮다. 3D 게임의 맵에서는 플레이어의 머리 위나 발 아래를 고려해야만 한다. 위아래를 – 계속해서 – 살펴볼 필요가 없다면, 2D 게임을 만들라 ! 10. 상호연결성을 생각하라 – 3D 게임의 맵은 방대한 상호연결을 특징으로 한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바로 연결된 터널은 나쁘다.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순환 및 복수의 입구와 출구를 가진 지역은 좋다. 이게 끝이다 – 우리는 단순히 맵 또는 게임의 상황이 이 기준들에 부합하는가를 가늠하는 것만으로 게임 (최소한 데이우스 엑스 하나는!) 전체를 구축했다 – 그리고 여기에 쓰인 내용들은 그 기준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규칙들은 코드 한 줄 쓰기 전에, 그림 한 점 그리기 전에, 소리 한 줄기 녹음하기 전에, 맵 하나 만들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개발 과정에서 리드 디자이너인 하비 스미스 (Harvey Smith) 는 애초의 목록에 몇 가지의 부록을 제안해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비는 언제나 영리한 사람이었고, 몇 가지 훌륭한 요소들을 떠올린 것이다. 나는 그의 부록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아주 ‘데이우스 엑스스럽’다고 여겼다. 따라서 이들은 결정기준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의 십계명에 포함된 하비의 추가사항은 아래와 같다. - 모든 미션들, 지역, 그리고 문제들은 다음의 구체적 요소들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 스킬 (그리고 스킬 레벨), 강화 (그리고 강화 레벨), 물체, 무기 - 게임 플레이는 딱 하나의 요소보다는 수단의 다양성에 기대야 한다 – 캐릭터의 능력 (스킬/강화), 자원 관리, 전투, 캐릭터의 상호작용 - 전투는 “인벤에서 가장 큰 무기가 뭐지?” 이상의 고민을 요구해야 한다 – 보다 적합한 질문은 아마도 “약간의 영리하고 위험한 적들이 포함된 상황을 다루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 지형은 반드시 게임플레이에 기여해야 한다 – 언제든, 가능한한, 플레이어가 목표 또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그것을 보여줘라. 이는 플레이어들이 경로를 찾도록 부추긴다. 경로 상에는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멋진 요소가 놓여있거나, 플레이어가 피하고 싶어하는 요소를 통과해 지나가도록 강요해야 한다. (우리는 후자의 케이스를 너무 자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목적지로 통하는 경로가 한 가지 이상임을 확인하라. 막다른 길목은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면 피해야 한다. - 전체적인 분위기와 톤은 명확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 공포, 편집증, 긴장, 이완 (전투를 통해 또는 사전에 정의된 목표에 도달하거나 NPC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은 개발의 시작 단계에서 확정된 규칙들에 의해 걸려졌다. 이 십계명과 추가사항들은 데이우스 엑스 프로젝트가 바람직한 방향을 보도록 설정했고, 컨셉에서 출시까지 3년여의 시간동안 같은 우리 모두가 궤도 위에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당신은 아마도 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는 우리가 데이우스 엑스를 위해 결정내린 이 일련의 규칙 모음이 모든 게임에 적용되길 기대하는걸까? 절대 아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게임들이 이 규칙을 따른다해도 마다하진 않겠다 – 이는 즉 내가 플레이하고 싶어할 게임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니까 – 그러나 그게 현실적이지도, 그리고 아마도 나 말고는 누구도 그런걸 원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알고 있다. 내가 아는 또다른 것은, 당신이 만들려는 또는 작업 중인 게임에 인생의 몇 개월 또는 몇 년 (아니면 누군가의 자금)을 .소비하기 전에 일종의 규칙 모음을 갖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이다. 이런 규칙들은, 그게 무엇이건 간에, 당신의 팀에 적절해야하고 당신의 개발 자금을 대는 이에게 명확해야 하며,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플레이어에게 명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항목은 아마도 명쾌하진 않겠지만) 이런 계명들은 당신의 나침반이요, 길잡이별이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 아직 질문되어지지 않은 질문들에 대해서조차. 한편 내가 이런 계명들과, 연관된 게임의 범위, 장르, 유통망, 또는 상업적 기대감을 제외한다면 이 계명들이 그 적절성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뭔가 떠오르는게 있었다. 나는 이 계명들의 유용성을 유지한 채로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게임들을 위한 계명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까? – 다른 말로 하자면, 게임 일반 또는 게임 산업 전체에 적용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일반화된 계명을 만드는게 가능한지, 심지어 그게 좋은 생각인지도 전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컬럼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그래도 괜찮을 듯 싶다. 이하의 내용을 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생각해준다면 우린 아마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1. 때려맞추지 말라 나는 당신에 대해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게임 산업이 갖는 복잡성, 그리고 미디어로서의 상태에 혼란스러우면서 동시에 겸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는 게임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멋진 일은 바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거라는 점을 지난 2-3년간 반복해서 얘기해왔다. 명확한 초점의 부재는 사업적 측면에서 악몽이며, 나는 이 문제적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딱 두 가지의 방법을 알고 있다. – 첫번째로, 이것의 어떤 측면이 게임계의 미래를 대표하게 할 지 결정하라. 그저 펜스에 대고 방망이를 휘두른 후 당신이 맞았기를 기도하던가, 둘째로, 베팅을 분산하라. 적은 액수만을 굴리며 어디에도 ‘바로 이것’은 없다고 생각해라. 그저 많은 가능성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전문가들의 예언의 역사를 고려할 때, 나는 사업적 관점에서 베팅의 분산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 당신의 열정을 발견하라 사업팀 사람들은 자신의 베팅을 분산해야할지 모른다. 그러나 개발팀 사람들은 그래선 안된다. 이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하지말라” 계명이며, 다른 어떤 개발자에게도 그럴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의 직업에 열정이 없다면 – 당신의 업무가 게임을 디렉팅하는 일이든, 퍼블리싱 하는 것이든, 판매든, 테스팅이든, 원고 교정이든, 무엇이든 – 어떻게 플레이어들이 당신의 게임에 열정적이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게임이 무엇이든, 경험의 수준이 어느정도든,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이 무엇이든 - 프로그래머이든, 아티스트이든, 디자이너이든 마케터이든 – 상관없다. 당신은 언제나 흥미로울 법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며, 게임의 코어 비전에 변형을 가하려 하지 않고도 (그리고 회사에서 짤리지 않고도) 프로젝트를 더 나아지게 할만한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자신이 게임에 쏟아넣은 열정을 플레이어들이 느끼도록 할 수 있고, 그런 경험은 그 자체로 마법적이다. 3 당신의 SAM과 동사를 알라 SAM을 아는가? 그게 대체 뭐지? 이 글을 읽는 누구도 모른다는데 걸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게임에 대해 대화할 때 사용할 안정적인 언어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써보겠다) 나에게, ‘SAM 비율’은 아주 중요하다. 당신이 이게 뭔지 알건 모르건, 거의 모든 게임들이 이걸 가지고 있다. (솔직히, 나는 바로 앞 문장에서 ‘거의’라는 단어가 필요없는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 – 모든 게임들은 SAM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들기보다는, SAM이란 다음과 같다. “SAM”은 ‘배경설정(Setting) : 아바타(Avatar) : 게임규칙(Mechanics) ’의 약자이다. 배경설정과 아바타와 게임 규칙은 총량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요소들이다. 한쪽이 제로가 되면 다른 쪽은 최대가 된다. 배경설정과 아바타는 꽤 단순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디어에서처럼 그들은 조금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말로, 배경설정과 플레이어 아바타가 제로인 게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 다른 말로 해보자면, SAM 비율이 0:0:X 인 것이다. 하지만, X를 살펴보자. – 게임규칙. 게임규칙은 게임에서 절대 제로가 될 수 없다. 이를 통해, 게임 디자인과 개발이 반드시 코어한 게임규칙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다른 무엇도 게임을 다른 미디어와 구분지어줄 수 없다. X는 반드시 1보다 커야 한다. 게임규칙은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방법은 ‘동사’의 관점으로 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맞다. 이런 말을 하는건 내가 처음이 아니다 – 그거야 당연하다) 게임은 뭔가를 행하는 것에 대한 매체이다. 뭔가를 보거나 생각하는데 대한 매체가 아니다. 게임은 뭔가를 말해주는 매체가 아니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뭔가를 말해주고 싶다면, 책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은 대화다 – 대화에서 양쪽은 이따금씩 상대방에게 춤을 추자고 권해 플로어로 나아가야 한다. 대화를 위한 규칙들이 있다. 게임을 만들 때는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다. 4. 옳은 질문을 하라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이 항목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할거라고 본다. 게임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각각의 게임들이 플레이어들에게 뭔가 특정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길 요청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은 플레이어들이 아주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길 바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내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나는 게임을 “질문하는 미디어”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선형 미디어 – 영화, 방송, 책, 기타등등 – 은 서술한다. 그건 독백이다. 당신은 오로지 저자 또는 제작스탭이 제공하는 것들만을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게임은 질문을 한다. 게임은 긴장에서 이완까지 대화이다. 게임은 매 시점마다 도전, 문제, 임무, 또는 플롯 요소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져라. “이 질문은 플레이어들의 선택 또는 행동을 통해 그들 자신에게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기를 요구하는가?” 만약 스스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거나 충분히 명확한 질문을 떠올릴 수 없다면, 그 시점에서의 게임을 재고해야 한다. (더 안좋은 경우에는) 게임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 5. 액트2를 위한 계획을 세워라 이 항목은 서사적 게임들에게 중요한 계명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사를 얼마나 폭넓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여기서는 이 얘기를 길게 할 시간이 없다) 문제와 그 해결책에 연관된 규칙들은 아마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에 걸쳐 적용될 것이다. 물론 게임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자, 그럼 우리에게 적용되는 아리스토텔레스 거시기의 전제로부터 시작해보자. 동의하는가? 좋다. 이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해주지 않은 한 가지 서사적 문제 – 다른 미디어는 풀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풀어야 하는 문제 - 에 대해 얘기하겠다. 나는 이를 액트2 문제라고 부른다. 우리는 어떤 스토리를 날카롭게 설정한다. (액트1) 그리고 우리는 결말을 만드는데도 꽤 능숙하다 (액트3) 우리는 대단원도 충분히 잘 만들어낸다. 시작과 끝은 대체로 꽤나 선형적이고 단순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액트2는? 스토리에서 주인공의 문제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그를 나무 위에 올려둔 후 당신이 불쌍한 얼간이 놀려먹듯 서사적 바윗덩이를 던져대며 놀려먹는 그 부분 말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다루는데는 그닥 능숙하지 않다. 그리고 내 생각에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기 어려운 한 가지 단순한 이유는 : 시간이다. 몇가지 이유로 인해, 나는 플레이어들이 왜 어떤 게임에 대해 15시간에서 100 시간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기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어떤 미디어에도 그런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짧은 길이의 게임조차도 – 유저의 시간 점유라는 측면에서 – 텔레비전 시리즈의 한 시즌 길이에 해당한다. 생각해보자 – 단 하나의 게임이 텔레비전 시리즈 한 시즌 전체 길이와 얼추 비슷한 분량이다. 우리는 시간을 채워넣어야하는 매체이다. 따라서 액트2를 시작하기 위해 일단 주인공을 나무 위에 올려놨다면, 우리는 그 또는 그녀를 나무 위에서 다섯 … 열 … 오십 … 백시간 정도 버티게 해야한다. 당신이 예외적으로 짧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게 아니라면 (이는 즉 저가의 게임이거나 무료 게임을 의미한다) 길다란 액트2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발 택배 퀘스트 … 던전 뺑뺑이 … 몰려오는 적들 … 또는 무시무시한 랜덤 몬스터 생성기보다는 좀더 기발한 걸 고민하도록 하자. 다른거 뭐 있나? 물론 나는 독자 여러분이 데이우스 엑스 게임 디자인 십계명 및 위에 적어둔 좀더 일반화된 목록을 고민하고 내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런 규칙들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신의 규칙 – 당신이 현재 작업 중인 게임의 규칙, 언젠가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위한 규칙, 또는 비즈니스나 미디어 전체에 대한 규칙 – 은 무엇인가?
  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몇 권의 책 제목을 건져올려서 ... (게임문화연구회 윤형섭 선생님께 감사!) 다른 분들과 공유할까하고 물어왔습니다. 이하의 링크는 모두 아마존으로 연결됩니다. (전부 원서 … 영어 싫어하시는 분들 죄송 ;;) 그리고 아래에 제가 쓴 설명도 모두 아마존의 간략 설명과 독자 리뷰를 기반으로 받은 인상입니다. 100 Principles of Game Design 전문용어 가급적 배제하고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리뷰가 있어 괜찮아 보입니다. 독자 리뷰를 대충 훑어보면 보드게임, 카드게임에 대해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비디오 게임에 대한 내용이며, 일종의 사전적인 형식을 가진 책으로 보입니다. 즉 100개의 규칙들을 정말로 나열하고 각 요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만, 서로간의 유기성이나 연계에 대해서는 그닥 많이 다루지 않는 듯 하네요. 아울러 게임 디자인론’만’을 다루는 책으로 보입니다. 즉 실무적인 협업이라던가 뭐 이런 내용은 전혀 없는거 같네요. 근데 어차피 그런거야 환경따라 워낙 달라서 … Game Development Essentials : Gameplay Mechanics 출판일이 2008년 2월인데 아직도 리뷰가 전혀 없군요 인기가 별로 없는 책인가봅니다. 앞서의 책이 디자인을 원론적인 견지에서 설명하는데 비해 이 책에서는 실무적인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 이력은 좀 인상적이긴 해요. Troy Dunniway와 Jeannie Novak 이라는 두 사람인데, 트로이씨는 게임 디자이너, 디렉터, 프로듀서로 마이크로소프트, EA, 웨스트우드, 유비소프트, 인섬니악, 미드웨이 같은 살벌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하는군요. 만든 게임들 중에 제가 아는 것들도 좀 있구요. 지니씨는 주로 게임에 관련된 저술 및 학계활동을 하시는 분 같구요. 하지만 리뷰가 전혀 없는건 대체 왜 … Game Design Theory : A New Philosophy for Understanding Games 리뷰를 읽어보면 독자의 불만이 … 저자의 게임 디자인관이 확고한 대신 자신의 게임 디자인관에 편협함이 보인다는 것, 이를 위해 ‘결론을 정해놓고 과정을 쌓아가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평점도 그닥 높은 편은 아니구요. 견고하고 일관된 하나의 주장을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겠지만 보편적이고 일반화 가능한 게임 디자인론을 구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Game Mechanics : Advanced Game Design 어니스트 아담스가 쓴 책이로군요. 주된 내용은 시스템과 밸런스에 대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이 machination이라는 프레임웤을 이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 machination이 뭔지는 링크 찍어 가보시면 되구요 … (저는 아직 써보지 않았지만 왠지 가지고 놀기 좋아보임) 자신만의 게임 디자인 방법론을 세우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일종의 툴을 만들고, 그 툴에 기반해서 게임 디자인론을 펼쳐나가는 책 … 이라는 인상입니다. Characteristics of Games 이것도 내용 괜찮아보여요. 근데 리뷰에 보면 ‘게임 디자인에 대한 책이기보다는 게임의 이해에 대한 책’ 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즉 게임 디자인의 방법론이기보다는 게임 디자인 그 자체에 대한 책인 듯 하다는거죠. 둘 사이의 차이를 …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알아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ㅋ 젤 첨에 언급한 ‘100 principles of game design’ 이 다소간 사전적인 형식으로 보이는데 비해 얘는 약간은 더 유기적이고 연계에 대한 언급이 좀 있지 싶기도 … 아참, 이 책의 서문을 Eric Zimmerman이 썼습니다. 물론 서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요 ㅋ 저는 이 모든 엄청나게 비싼 책들을 회사돈으로 사서 근사한 (회사) 도서관에 비치해놓고 시간날 때 조금씩 볼까합니다.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떠올리는건 어렵지 않지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즉시 ‘그건 안돼. 곤란할 듯. 너무 어려울 것 같아’ 하는 생각도 함께 들어 금방 포기하게 되는 아이디어들을 누군가가 실제로 시도하는걸 보면 경이롭죠. 한편으로는 내가 떠올렸던 – 그것도 즉시 떠올릴만큼 치명적이고 자명한 –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응원하고 싶기도 하구요. 이번에도 그 비슷한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에 살짝 해석해봅니다. 언뜻 훑어본 바로는 왠지 전형적인 ^^;; 문구들이 많이 보여서 최종적인 결과물이 어느정도가 될지 짐작하긴 좀 어려워보이지만요. - 이하에서 -vsc라는 꼬리가 붙은 내용은 제가 덧붙인 것입니다. - 첨부된 그림들은 게시판 사정상 사이즈가 작습니다만 원문링크 들어가셔서 클릭하면 큰 그림이 나옵니다. http://www.mmorpg.com/gamelist.cfm/game/958/feature/7670/from/|features.cfm|view|interviews/Albion-Online-A-True-CrossPlatform-Sandbox-MMO.html -------------------------------------------------------------------------------- 알비온 온라인은 레이더 아래에서 비행하고 있긴 하지만 스테판 위조렉(Stefan Wiezorek)은 이 크로스플랫폼 샌드박스 MMO에 대해 좀더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알비온 온라인을 소개하기 위해 독점 인터뷰를 따냈다. 읽어보시고 포럼에서 논의해보시길. MMORPG (매체 이름입니다 –vsc) : 좋아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죠. 알비온 온라인은 무엇인가요? 다른 일반적인 MMORPG들과는 어떻게 다르죠? 스테판 위조렉 : 알비온 온라인은 중세 배경의 샌드박스 MMO입니다. PC, 맥, 리눅스, 그리고 iOS와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넘나드는 진정한 크로스플랫폼을 제공하죠. 모든 플레이어는 모든 플랫폼에 걸쳐 거대한 단일 서버위의 같은 퍼시스턴트 월드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구식(Old School)의 느낌을 주는 MMO를 만들고 여기에 영역 기반의 길드 대 길드 전투 (GvG), 전체 루팅, (공유 보상과 독점 보상에서 설명한 가장 첫 부분의 보상 장치, 즉 리니지1 식의 보상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vsc) 완전히 플레이어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 및 아이템 기반의 캐릭터 성장을 플레이어에게 무한노가다를 강요하지 않고, 그러나 동시에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제공하는 것이죠. MMORPG : 크로스플랫폼 플레이에 대해서 좀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리고 PvP 등의 경우에 한 플랫폼의 플레이어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우위를 갖는 상황 및 그와 비슷한 여러 경우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나요? 스테판 위조렉 : 플레이어가 어떤 플랫폼으로 온라인 서버에 접속하든간에, 모든 플랫폼에 걸쳐 같은 게임 월드에 접속하게 되며 같은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당신은 아마도 통근길에 타블렛으로 레이드를 준비할 수 있겠죠. 사무실에서는 당신의 영토를 지켜보기 위해 브라우저 윈도우를 열어둘 수 있구요. 저녁에는 이 모든 일들을 PC에서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거대 단일 서버에서 플레이합니다. AO는 디아블로나 울티마 온라인처럼 아이소메트릭뷰 (우리가 흔히 쿼터뷰라고 부르는 것 –vsc) 를 취합니다. 이런 시점을 취함으로써 터치 디바이스에서도 마우스나 키보드에서처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생각하기로 프로페셔널한 게이머들은 후자쪽의 조합을 통해 중요한 전투에 임하겠지만요. MMORPG : 자, 그럼 알비온을 정의하는 특징들에 대해서 조금 얘기해보죠. 첫째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당신의 팀은 왜 이 시스템을 특히 더 강조하나요? (여기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외형적인 요소가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을 의미합니다 –vsc) 스테판 위조렉 :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당신이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들에 넓게 기반합니다. 마법사를 플레이하고 싶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필요한 아이템을 만들어서 입고 다니는게 전부에요. 스탯과 액티브 및 패시브 스킬들은 그 아이템들로부터 파생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활의 사정거리, 공격속도, 그리고 여러 가지의 보너스 데미지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클래스와 역할을 플레이하고 싶을 때 여러 캐릭터를 키우는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동시에 이 시스템은 엄청난 가짓수의 커스터마이징 및 하이브리드 클래스를 제공하는거죠.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메이지의 지팡이를 어떤 갑옷과든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곧 다양한 빌드와 조합을 우리 웹사이트 및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할 거에요.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조합이라는 개념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이죠. MMORPG : 레벨업도 없죠. 그럼 캐릭터의 성능은 어디서 나오죠? 스테판 위조렉 : 캐릭터의 성능은 장비에서 나옵니다. 모두 플레이어가 제작한 것들이죠. 우리의 의견으로는 이 개념이 레벨업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든다고 봅니다. 플레이어에게 약간의 추가 보너스를 제공하는 업적 시스템은 있습니다. 빠르게 나무베기 또는 보석캐기와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쌓이는 경험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최고의 장비 조합과 전략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지식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최고급의 갑옷을 바로 입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얻는 것보다는 곧바로 잃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일 겁니다. 왜냐면 우리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신뢰하지 않거든요. 저희는 산술급수적인 성장이 좀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즉 저 티어 (low tier) 의 플레이어들이 모인 작은 그룹이 고 티어 (high tier) 플레이어 한 명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주 알파 테스트에서 있었던 예를 들어보죠 : 저는 티어3 장비로 도배한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죽었습니다. 저는 티어2 장비만을 가질 수 있었구요. 그러나 저는 시스템을 알기에 상대방의 아이템 세팅에 정확히 카운터가 되는 아이템을 제작했습니다. 저는 티어2 장비를 들고 돌아가 그를 죽일 수 있었죠. MMORPG : 당신의 팀은 왜 아이템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결정하는 요소로 선택했나요? 어떻게 동작하는거죠? 스테판 위조렉 : 알비온 온라인은 그 핵심에서부터 영지 및 자원의 소유권이 플레이어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와 결합한 게임입니다. 아이템을 강조하는 것은 이 구조에 완벽하게 들어맞죠. 왜냐면 당신이 뭔가를 얻는다면 그건 영지를 소유하고 방어하는 것에서 나오거든요. 한편으로 우리는 최근의 MMORPG들이 플레이어가 PvP에서 겨뤄볼만한, 또는 스탯을 쌓아볼만한 캐릭터를 가지게 되기까지 아주 오랫동안 단순반복적 플레이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결코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당신이 그 긴 단순반복 플레이를 끝내고 나도 여전히 하나의 클래스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죠. 알비온 온라인에서 이런 제한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알비온 온라인에서 아이템은 티어로 구분됩니다. 지금은 티어1부터 티어7까지 존재해요. 티어가 높을수록 만들기 위해서는 더 희귀한 자원들을 필요로 하죠. 현재 우리 게임의 밸런스대로라면, 각 티어는 그 전 티어보다 3배 희귀합니다. 그러나 아이템은 티어가 올라가도 20% 좋아질 뿐이죠.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저티어 장비를 갖춘 길드와 캐릭터들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MMORPG : 아이템을 만드는데 필요한 그 자원들 말입니다만, 그걸 얻기 위한 “특별한 비밀” 같은건 없나요? 스테판 위조렉 : 다양한 스폰지점을 채굴해서 얻습니다. 몇가지는 사냥을 해야하구요. 자원의 티어가 높을수록 그 자원의 스폰지점도 희귀합니다. 높은 티어의 자원들은 수확하기 위해 특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세팅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많은 양의 아이템을 추가하고 이를 얻기 위한 방법도 추가해야겠죠. MMORPG : 그럼 아이템 제작에 대해 좀더 얘기해보죠 – 전체 시스템을 개괄적으로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스테판 위조렉 : 아이템을 하나 제작하려면 우선 적절한 제작시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티어4 검을 만들고 싶다면, 티어4 전사의 대장간이 있어야해요. 다른 사람이 지은 시설을 (추가 비용을 내고) 이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지을 수도 있습니다. – 아마도 길드가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이런 제작시설을 건설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테니까요. 다음 단계는 검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경우 금속과 보석이죠. 필요한 광석을 캐고, 주괴로 제련하고, 필요한 보석원석을 캐고, 이를 적당한 보석으로 갈아냅니다. 이제 필요한 자원들을 가지고 대장간으로 가서 검을 만드는거죠. 제작 과정에서 당신은 아이템에 들어갈 패시브 및 액티브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고티어의 검은 아마도 강력한 슬로우 및 스턴 효과를 가질 겁니다. 또는 추가 마법 데미지를 선택하고 싶을 수도 있겠죠. 모든 아이템이 그 자신의 특별한 효과를 갖게 될 겁니다. MMORPG : 그럼 게임 내의 모든 것들이 플레이어가 만든 것들인가요? 그럼 시작할 때는 삭막하게 벗고 있는건가요? 스테판 위조렉 : 네 맞습니다. 게임 내의 모든 것은 플레이어가 제작한 것들입니다. 시작할 때는 간단한 로브를 하나 입습니다. 따라서 벗고 돌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아울러 약간의 중립 NPC와 건물들이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들이 알비온 온라인의 경제는 플레이어 자신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핵심 대원칙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MMORPG : 한편 PvP를 고려해서 전체루팅을 택한다고 했는데요, PvP는 항상 벌어지는건가요? 그런걸 그닥 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안전한 피신처 같은건 없나요? 스테판 위조렉 : 플레이어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뉴비존과 NPC도시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합니다. 여러분이 속한 길드의 영지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안전합니다. 그러나 오픈된 영지를 돌아다닌다면, 전체루팅이 되는 PvP가 모여서 여행하는걸 흥미진진한 약탈로 만들겠죠. 당신이 속한 길드의 영지 내에 머무른다면, 게임을 PvP가 전혀 없이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당신은 자신의 건물과 길드 건물의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길드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자원 채집에 더해서요. 물론 모든 길드가 전투를 하고자하는 약간의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 당신의 영지 중 하나가 공격을 받는다면 당신은 스스로 막아내야합니다. 실패한다면 당신의 길드는 해당 지역의 통제권을 잃게 됩니다. MMORPG : 그럼 영지 통제, 마을 건물, 그리고 그 외 이런 요소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스테판 위조렉 : 당신의 길드가 어떤 영지를 점령하거나 선언하면, 이 영지는 마법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적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습니다. 다른 길드가 당신을 공격하고자한다면, 그들은 선전포고를 해야합니다. (우리는 이를 ‘공성’이라 부릅니다) 이를 통해 수성측은 방어팀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수성측 길드가 설정하는 시간 슬롯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고의 전사들을 물러모을 수 없는 새벽 4시에 공격받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길드 대 길드 (GvG) 공성전은 공격을 받은 영지에서 벌어집니다. 수성측은 자신들의 영지를 잘 알기에 이점이 있죠. 전투에서 공격측과 방어측의 숫자는 사전에 설정되어 있어서 머릿수로 밀 수는 없습니다. 현재로서 GvG 공성은 각 편당 5명씩입니다. 평화로운 길드가 공격적인 길드와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해, 평화로운 길드가 공격당했을 때 이들에게 방어 보너스를 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용병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를 용병으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당신의 길드가 공성에서 승리했을 경우 용병에게 추가 승리수당을 주는 기능도 지원합니다. 5v5 공성 이외에 우리는 점령 가능한 큰 성과 요새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다 큰 규모의 공성이 벌어집니다. 이 성을 소유하면 주변의 영지로부터 세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을의 건물들은 꽤 단순합니다. 각 영지에는 뭔가를 세울 수 있는 땅이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간단하게 영지 내의 건축지에 건물을 배치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자원을 모아 건축지로 가져갑니다. 자원이 다 모이면 건물이 완성됩니다. 큰 건물들은 꽤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아마도 팀 단위의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MMORPG : 집과 건물들은 NPC들로부터 안전한가요? 어렵게 얻은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건 플레이어 뿐인가요? 스테판 위조렉 : 건물이 당신의 길드 영지내에 있다면, 그 건물들은 길드가 영지를 잃지 않는한 안전합니다. 건물들이 중립지에 있다면,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건물을 그렇게 부수는게 그다지 쉽지 않으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재미로 건물을 부수지는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번 더 강조하자면 : 건물의 안전을 확실히 하고 싶다면, 자신이 소속된 길드의 영지 내에 지으세요. MMORPG : 마지막 질문입니다 … 언제쯤 게임이 돌아가는걸 볼 수 있을까요? 스테판 위조렉 : 제대로 된 클로즈 베타를 연말에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때까지는 저희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봐주세요. 스크린샷과 인게임 비디오를 비롯해 여러가지를 업데이트합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lbiononline 트위터 : https://twitter.com/albiononline -------------------------------------------------------------------------------- 다크폴도 그렇고 여기서 언급되는 게임도 그렇고 얼마전 코난도 그렇고 … 서구권에서는 여전히 가혹한 PvP 환경을 로망으로 꿈꾸는 게임들이 나오는군요. 이건 즉 그쪽에 (어느정도일진 모르지만) 이런 타입의 게임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있다는 분석으로 읽을 수도 있을텐데 …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이런 가혹한(?) 타입의 게임들이 그리 크게 뜨지 못하는걸로 봐서는 저변이 넓지는 않은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퀘스트에서 이벤트로 - mmog 컨텐츠 기본 단위의 변화 요새는 쓰려는 뚜렷한 주제를 걸러내고 뼈대를 세우고 이음매를 붙이고 하는 과정에서 살을 너무 많이 붙이는 습관이 들어버린듯 하네요. 알고 있는 어떤 사실이 쓰려는 글에 아주 약간의 연결고리만 있어도 어떻게든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안좋은 습관이 … 덕분에 지난 주말에 쓰려던 글을 여기까지 끌어버렸습니다. 해답은 역시 프로젝트 리셋 (…) ㅋㅋ 별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와우는 컨텐츠 제공의 기본 단위로 퀘스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요새 나오는 mmog들은 거의 대부분이 퀘스트를 통해 여러 컨텐츠를 소개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mmog가 이렇게 ‘퀘스트가 지배하는’ 게임이 된 지 어언 10년 가까이 되자 플레이어들은 이제 퀘스트 자체에 싫증을 내는 듯 합니다. 와우를 비롯한 많은 게임들이 이를 늦추거나 막아보기 위해 퀘스트에 다양한 혁신들을 시도해봤지만, 그 노력들 때문에 이제서야, 또는 그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이제 ‘퀘스트는 지겨워’ 라는 말을 흔히, 널리 들을 수 있죠. 퀘스트 중에서도 ‘와우가 사용했던’ 그리고 그 이후의 많은 다른 mmog들이 사용했던 퀘스트는 당대의 플레이어 취향에는 극히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와우의 퀘스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몰아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즐겼던만큼, 그에 비례해서 욕먹는 부분들도 있었죠. 그러나 놀랍게도 와우는 고강도의 자가혁신을 통해 많은 문제점들을 스스로 극복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와우 오리지널 시절 흔히 나왔던 ‘퀘스트 플레이가 너무 단조롭다’ 라는 얘기였습니다. 배달, 처치, 수집, 호위 등의 몇 가지 패턴으로 수백 수천개의 퀘스트를 채웠으니 그런 소리가 나올 법도 하죠. 놀랍게도 와우는 다음 확장팩부터 이런 패턴을 빠르게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탈 것을 타고 날아다니며 수행하는 퀘스트가 생겼는가 하면 필드에 플레이어가 직접 오브젝트를 꽂아가며 하는 퀘스트도 나왔죠. 개인적으로 퀘스트 혁신의 기회가 다른 게임들에 주어지고, 혁신에 성공한 게임이 와우와 겨루고 뭐 이런 구도를 바랬지만 블리자드는 무자비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가장 혁신적일 수 있다는게 바로 블리자드의 저력이었죠. 최근에 나오는 mmog들은 오히려 와우에 비하면 확장팩 2-3개 정도 뒤처진 퀘스트 형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고강도의 혁신을 거듭해왔음에도 퀘스트를 중심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노선은 이제 한 물 갔어요. 플레이어들은 그 내부에 얼마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외적으로 ‘퀘스트’ 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지겨움을 느껴버리기 시작합니다. 제 관점에서 현재의 ‘퀘스트를 컨텐츠의 기본 단위로 하는’ 시스템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퀘스트 시스템의 문제점들 첫째로, 반드시 정해진 트랙을 따라가야 합니다. 레벨 시스템과 맞물려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구요. 어떤 레벨대에는 어떤 지역에 가서 무슨 퀘스트를 해야하는지가 사전에 정해져있고, 여기에서 벗어나는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약간의 선택이 주어지기도 합니다만 그 변폭이 필요한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끽해야 2개나 3개 정도의 지역 중 한 군데를 골라서 그곳의 퀘스트를 먼저 하는 정도죠. 그나마 와우쯤 되는 대단한 게임에서나 2 – 3개 지역 중 선택한다는 사치가 주어지고, 대부분의 다른 게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어 굉장한 게임으로 완성된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조차 이런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아요. 퀘스트는 그저 따라가는 것일 뿐. 이는 반복 플레이를 무척 지겨운 것으로 만듭니다. mmog에서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캐릭터만을 키우기도 하지만, 때로 2-3개쯤 키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퀘스트와 맞물린 고정된 동선은, 단 한 번 만렙을 찍는 것만으로 성장 구간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컨텐츠를 섭렵하게 만듭니다. 2번째와 3번째 이후의 캐릭터들을 키우는건 그저 그 캐릭터의 특색에 온전히 기대어야만 하고,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지죠. 두번째로 와우의 퀘스트는 플레이어들에게 그닥 ‘mmog를 하고 있다’ 라는 느낌을 주지 않아요. 와우가 제시한 퀘스트 수행 방식의 성장에서 퀘스트는 모든 개인에게 개별적으로만 주어집니다. 공간적으로 같은 곳이긴 하되 모든 플레이어는 서로 다른 플레이어와 아무 관계가 없는 자기만의 서사를 진행하는거죠. 물론 같은 공간이라는 점만으로도 다양한 재미난 상황들이 펼쳐질 수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이 지점이 이전의 mmog들에 비해서 와우를 현저히 ‘덜 mmog스러운’ 게임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mmog의 퀘스트는 여러 기술적 또는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스탠드 얼론 게임의 그것보다 자체의 재미는 떨어집니다. 언차티드의 의식할 필요조차 없는 게임 진행과, mmog의 단락별로 딱부러지는 그마저도 연출이나 재미요소 면에서는 많이 부족한 퀘스트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언차티드에 미안할 정도죠. 이 간극을 메워야 할 것이 mmog의 mmog함일텐데, 기존의 퀘스트 중심 진행에서는 이 부분이 사라져버립니다. 퀘스트의 기능적 대체 장치들 한편, 퀘스트는 컨텐츠의 기본 단위이면서동시에 다른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표적으로 ‘가이드’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플레이어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음에 어떤 지역으로 가면 좋을지 안내해주기도 하죠. ‘안정적 보상 채널’ 의 기능도 빼놓을 수 없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보상을 통해 비슷한 레벨대에서 장비를 통한 수치적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이는 당연히 성장 구간에서의 밸런싱도 편하게 만들어주고요. 지금까지 이런 기능들은 퀘스트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기에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퀘스트를 다른 장치로 대체하고자 한다면, 대안으로서 제시될 장치 또한 이런 모든 기능들을 가지고 있어야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 디자인은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왔거든요. 예를 들어 파이어폴에서는 제가 접속하면 (설정상) 제 전담 오퍼레이터가 저에게 여러 대사를 합니다. ‘안녕 보스? 일하는 보스가 가장 행복한 보스죠 안그래요? 오늘도 일거리가 좀 있어요. 들어볼래요?’ 또는 ‘보스가 없는 동안 위험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지금 당장 출동해야 할 일들이 좀 있는데 확인해드릴게요’ 이 대사들을 통해서 그때그때 주변의 상황을 제게 알려주죠. 이 장치가 가진 잠재력을 파이어폴에서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전체적으로 보면 파이어폴을 가이드가 심하게 부족한 편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꽤 멋지게 활용될 수 있는 ‘가이드’ 장치입니다. 퀘스트가 굳이 이걸 해줘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요. 안정적 보상의 문제도 퀘스트가 아닌 다른 장치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합니다. 일전에 여기에도 올렸던 공유 보상과 독점 보상을 통해 소개드렸던 내용이기도 한데, 플레이어 개인의 성과에 맞춰진 보상을 손쉽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 중 하나죠. 이쯤되면 보상 테이블에 미리 정해져있는 퀘스트보다 오히려 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구요. 와우의 퀘스트는 다양한 서로 다른 기능들을 모두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런 기능들을 게임에 넣어주는 것부터가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커녕 멋진 일이었죠. 요새는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각각의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닌 다른 장치들이 많이 만들어졌고 효과도 꽤 좋습니다. 굳이 퀘스트가 이걸 같이 다뤄야 할 필요가 없어진거죠. 종합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이제 퀘스트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적이고 게임 디자인적인 여건은 모두 갖춰졌습니다. 심지어 플레이어들도 퀘스트를 지겨워하고 있으니 때가 무르익었다고 봐야겠죠.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퀘스트를 대체할만한 장치는 뭐가 있을까요? 저는 ‘이벤트’ 가 어떨까 합니다. 아래에서 이벤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런 형태의 이벤트를 접해 본 것은 길드워즈2였습니다. 동적 이벤트들의 연쇄를 통해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대상의 서사가 아닌 오픈된 월드 위에 서사를 구축하고 여기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은 꽤 매력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정말로 잘 기능할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죠. 게임이 나오고 직접 플레이하면서, 대체로 의도한대로 잘 동작하지만 몇 가지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 매커니즘이 꽤 괜찮고, 퀘스트를 제대로 대체할 수 있겠다는 점이었죠. 이런 제 생각은 당시에는 막연한 전망에 불과했지만 아마도 다른 게임에서 이를 차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일종의 검증된 모델로 간주할 수 있거든요. 그런 시기가 오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더군요. 파이어폴이 아주 유사한 시스템을 채택한걸 보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길드워즈2의 다이나믹 이벤트로부터 기본적인 요소들을 차용했다해도 파이어폴은 그 나름의 독자적인 모습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우선 두 게임들이 사용하는 이벤트 중심 컨텐츠 구성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한 후, 두 게임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이 차이점에는 파이어폴이 길드워즈2의 다이나믹 이벤트를 받아들이면서 나름대로 개선한 점도, 또는 길드워즈2의 그것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볼만한 점도 존재합니다. 사건의 공유 퀘스트를 생각해보죠. 닭를 키우는 어떤 양계장의 주인 NPC가 있습니다. 양계장 주인은 주변의 늑대들이 자꾸만 목장에 들어와 닭을 잡아먹는다며, 늑대를 물리쳐달라는 퀘스트를 줍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저는 이 퀘스트를 받아서 늑대를 좀 사냥하고, 퀘스트를 완료합니다.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양계장 주인을 도와주었고, 문제는 해결되었거든요. 근데 문제는 정말 해결된건가요? 다른 플레이어가 오면 양계장 주인은 완전히 똑같은 문제가 ‘여전히’ 있다며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같은 부탁을 합니다. 양계장 주인의 부탁을 무려 수천명, 수만명의 플레이어가 들어주었지만 변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늑대들은 여전히 닭을 노립니다. 개별적인 플레이어에게, 퀘스트가 주는 서사는 그닥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mmo라는 독특한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이상합니다. 공간’만’을 공유할 뿐, 그 외의 대부분의 것들이 서로 연관된 듯 보이지만 아무런 관련없이 돌아가고 있거든요. 어떤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받지 않은 채로 수만마리의 늑대를 혼자 사냥했다해도, 양계장 주인에게 가면 그는 여전히 ‘근방에 늑대들이 내 닭을 ...’ 하는 부탁을 해옵니다. 이벤트 방식은 이런 이상함을 없애 줍니다. 이벤트가 벌어지는건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유되는 일입니다. 이벤트가 끝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공유되는 일이죠. 늑대들이 양계장을 습격하는 이벤트가 벌어지고, 근방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여기에 참여해서 늑대들을 물리치면, 이제 늑대들의 위협은 더이상 없습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요. 단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늑대들이 세력을 모아 양계장을 습격할 수는 있겠지만 이마저도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하나의 단일한 – 그리고 공유되는 – 사건이죠. 이런 구조를 통해 앞서 ‘퀘스트 시스템의 문제점들’에서 지적했던 두 번째 문제점, ‘mmog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음’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각자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용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없거든요.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게임 내 장치가 필요합니다. 첫째로 중간 참여 또는 중간까지만 참여가 가능해야 합니다. 이벤트가 시작하고 좀 뒤에라도 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어야하며, 이벤트 시작시부터 참여했으나 중간에 이탈한 경우에도 그에 맞는 적절한 처리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독점 보상 장치입니다. 자기가 참여한만큼의 보상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로 반복 클리어도 가능해야 합니다. 퀘스트 방식에서 퀘스트는 일일 퀘스트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번 클리어한 퀘스트를 또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벤트에서는 한 번 클리어했던 이벤트에 다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전에 늑대의 습격을 한 번 물리쳤더라도, 늑대들이 다시 쳐들어온다면 다시 여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거죠. 세번째로 ‘느슨한 파티플레이’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해야 합니다. 이는 퀘스트나 이벤트 등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과 직접적인 연계는 없습니다만, 위에서 설명한 ‘중간 참여 또는 중간까지만 참여 가능’을 좀더 유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불가피합니다. 와우에서 늑대를 20마리 물리치는 퀘스트를 방금 받았는데, 나보다 약간 앞선 어떤 플레이어가 이미 5/20 상태로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상대 플레이어에게 파티를 ‘요청’하고, 상대는 파티에 ‘초대’하고 뭐 이런 절차를 통해서 파티를 맺어야만 두 플레이어가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는게 가능해집니다. 복잡하고 번거롭죠.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복잡함과 번거로움이 증가할 뿐더러, 모여든 플레이어의 숫자가 파티의 인원제한 이상이라면 머리아파집니다. 느슨한 파티플레이는 이런 경우의 불편함과 제한을 없애기 위해 필요합니다. 애써 만든 이벤트가 파티 초대의 번거로움 때문에 사장되는건 무척이나 아쉬운 일일 겁니다. 이 개념은 이 포럼의 다른 글,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 3 : 파티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는데, ‘open group’이라는 개념이 그것입니다. 즉 복수의 플레이어가 따로이 파티를 맺지 않더라도 파티플레이에 해당하는 플레이를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리를 알아서 해주는거죠. 월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의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개별 플레이어 또는 제한된 그룹의 플레이어들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처리되는 일을 막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유되는 사건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집단 서사의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의 도식에는 ‘우연찮게 함께하게 된 여러 사람’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몰랐거나 심지어 앙숙이었지만 ‘같은 사건을 함께 공유’하면서 점차 친해집니다.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쉬어가는 텀에서 서로간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가는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자주 등장하죠. 낯모르는 사람들도 중대한 위기를 ‘함께 경험’ 함으로써 서로 친근한 사이가 되어가는 겁니다. 기존의 퀘스트 기반 mmog에서는 중대한 사건을 함께 겪기 위해서는 사전에 파티를 맺어야만 합니다. 보상도 따져봐야 하구요. 내가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 명백한 사건에 애써 뛰어들 동기는 약하니까요. 결국 퀘스트 기반의 컨텐츠 구성에서는 ‘우연찮게 만나서 위기를 겪으며 서로 친해진다’ 라는 개념보다는, 애초에 의도를 가진 몇몇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의도에 맞게 플레이해 나간다는 개념이 강합니다. 그러나 이벤트 기반으로 컨텐츠를 구성한다면 영화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우연찮게 보게 된 어떤 이벤트에서 위기에 빠진 다른 플레이어에게 파티 요청이니 뭐니 잡다한 절차들은 다 생략하고 일단 뛰어들어 그를 도와준 후,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거죠. 보상도 적절히 받을 수 있는건 당연합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이벤트 기반의 컨텐츠 구성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편리합니다. 퀘스트 기반에서 대체로 파티 플레이는 의도가 앞섭니다. ‘어떤 퀘스트를 하자. 그러나 혼자서는 하기가 어려우니 함께 할 사람을 구해보자’ 용건이 먼저라는거죠. 그 후에 용건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 파티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 파티 구성 후의 공략 공유 등 - 의 필요가 도출됩니다. 그러나 이벤트 기반으로 컨텐츠를 구성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앞세울 수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누군가가 있으니 일단 도와주고 나서, 상대가 위기를 빠져나온 게 확인이 된 다음 용건이 겹친다면 – 이 이벤트가 나에게도 구미가 당긴다면 - 이를 해결 할 수 있는거죠. 한편, 모든 이벤트가 무미건조하게 단지 사건의 종류만 다를 뿐이라면 그것도 꽤나 심심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복이 있어야 흥미를 느끼는건 우리의 본능이니까요. 이벤트의 파도 만들기 유사한 이벤트 중심 컨텐츠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파이어폴과 길드워즈2는 다른 면도 있습니다. 길드워즈2에서는 여러 이벤트를 몇 개씩 묶어서 ‘이벤트의 연쇄’를 사용합니다. 이런 연쇄를 사용하는건 ‘서사’를 이벤트에 묶기 위해서입니다. 각각의 이벤트들은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별개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이들을 묶어서 하나의 스토리에 녺여넣음으로써 이벤트들 사이에 적절한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런 식의 이벤트 연쇄 구성은 다양한 여러 효과들을 노린 것이긴 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벤트의 위계 부여’에 주목합니다. 길드워즈2에는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동등한 위계상에 놓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벤트는 다른 이벤트보다 더 크고 화려하죠. 어떤 이벤트는 어지간한 조건 하에서는 쉽게 활성화 되지만 다른 이벤트는 발동시키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이벤트 연쇄가 하나 있습니다. 이 연쇄를 이벤트 연쇄 A라고 해보죠. 이 연쇄에는 이벤트 A1, A2, A34, A4, 그리고 이벤트 J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1-A2-A3-A4-J 순서로 활성화됩니다. 다른 이벤트 연쇄가 있습니다. 이 연쇄에는 이벤트 B1, B2, B3, B4, B5 그리고 이벤트 J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B1-B2-B3-B4-B5-J의 순서로 발동됩니다. 이벤트 연쇄 A와 이벤트 연쇄 B는 서로 이벤트 J에서 교차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벤트 J는 이벤트 묶음 A와 B의 적정 단계가 모두 수행 되어야만 활성화 됩니다. 당연히 크고 아름다우며 화려하죠. 그리고 이런 일련의 흐름은, 개별 이벤트 단위보다 넓은 관점에서 일종의 기복을 형성합니다. 기승전결을 만들어주는거죠. 한동안 지루하고 반복적인 이벤트들이 되풀이됩니다. 플레이어는 살짝 지루해지려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이어지다보면 어느 순간 – 대체로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패턴에서 절정을 기대할만한 순간 – 에 꽤 화려하고 복잡하고 멋진 이벤트가 발동됩니다. 약간 지루해질까하는 시점에 크고 화려한 이벤트는 멋지게 정상을 찍어주고, 대체로 이런 이벤트는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기에 사람들도 더 많이 모이고, 북적대는 가운데 완료되면 보상마저도 크고 아름답습니다. 서사의 틀 속에서 이벤트의 흐름에 파도와 같은 기복을 부여하여 다채롭게 만들려는 시도죠. 한편 파이어폴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 연쇄가 없습니다. 모든 이벤트들은 전체 서사의 틀 내에서는 말이 되도록 짜여져 있긴 하지만, 각각의 이벤트들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다른 이벤트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파이어폴에도 이벤트의 종류와 규모는 다양합니다. 크게는 ‘상시’ 이벤트와 ‘비상시’ 이벤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시 이벤트는 필드 위의 어딘가에 반드시 활성화되어 있는 이벤트를 말합니다. 하나의 상시 이벤트가 누군가에 의해 완료되면, 다른 곳에서 반드시 다른 상시 이벤트가 하나 생겨납니다. 결국 월드 내 상시 이벤트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ARES mission 등이 대표적이며, Crashed LGV라던가 등 stage 1, 2에 해당하는 이벤트들이 대표적입니다. (stage는 일종의 난이도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1이 가장 쉽고 4가 가장 어렵습니다. 5 이상의 이벤트는 아직 본 일이 없네요) 비상시 이벤트는 다릅니다. 조건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기분이 심심해질만 하면 월드 어디에선가 비상시 이벤트가 발동되고, 플레이어들은 채팅창을 통해 이를 공유합니다. ‘XX지역 남쪽에 melding tornado 출현!’ 이라는 내용이 올라오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리로 달려가 비상시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melding tornado보다 더 큰 Invasion 이라는 이벤트는 월드의 끄트머리에서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시작되면 반대쪽 끝에 있던 플레이어들마저 달려옵니다. 앞서 길드워즈2와 마찬가지로 비상시 이벤트들은 크고, 아름다우며, 보상 또한 강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북적거리며 진행하곤 하죠. 한편, 이벤트는 언뜻 보기에 플레이어들의 선택권이 퀘스트보다 많이 보장됩니다. 퀘스트 중심의 컨텐츠 구성에서 개별 퀘스트를 하느냐 마느냐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개입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하고 지나가는게 일반적이죠. 그러나 이벤트는 다릅니다. 하기 싫어보이는 이벤트는 안하고 넘어가도 됩니다. 해봤더니 재미있었던 이벤트는 다음에 만나면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 선택의 자유는 여러 장점들을 가질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승전결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나 길드워즈2는 여기에 여러 이벤트를 연쇄적으로 묶어 제시함으로써, 파이어폴은 랜덤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잘 조율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스케쥴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플레이어들은 평소에 평이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길드워즈2의 경우 평이한 이벤트를 몇 개쯤 하고나면 반드시 규모가 크고 화려한 이벤트를 겪도록 해놓았습니다. 파이어폴의 경우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구요. 사용하는 방법은 두 게임간에 상이한 부분이 다소 존재하지만, 최종적으로 비슷한 지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벤트의 흐름에 파도와 같은 기복을 부여하는거죠. 능동적 지도 시스템 지금까지 이벤트가 퀘스트에 비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크리티컬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불편하다고 여기는 부분입니다. 이벤트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하려면 ‘지도’ 기능의 강화가 필수입니다. 와우의 지도를 생각해보죠. 기본적인 지형을 보여주고, 여기에 가용공간과 비가용공간을 나눠주는 약간의 표식들이 따라붙습니다. 이 위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건 플레이어들 뿐입니다. 나, 또는 내 파티원, 애드온을 좀 붙이면 공격대원까지. 이후에 퀘스트에 관련된 기능들이 지도에 추가로 붙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저는 이런 구도가 그닥 탐탁지 않습니다. 지도는 애초에 일종의 옵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도를 보지않고 플레이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게임 플레이 화면 이외의 별도의 창이 게임 플레이에 반드시 필요한 구도가 되는게 왠지 석연찮거든요. 그러나 지도의 기능은 점점 더 확장되어왔죠. 그럼에도 이전에는 지도라는게 게임 플레이를 ‘도와주는’ 역할이었지 실질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이벤트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한다면 지도의 기능 강화와 이에 따른 ‘필수요소화’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 이벤트의 여부 또는 이벤트 시작 스위치 등을 파악할 수가 없어요. 길드워즈2가 이런 측면이 특히 강했습니다. 지도를 펼쳐봐야만 자기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서만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파이어폴은 약간의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첫째로 인게임에서 알아볼 수 있는 이벤트의 표식을 만들어냈습니다. 꽤 멀리에서도 보이는 수준이라 나쁘지 않아요. 둘째로 전속 오퍼레이터 기능이 따라붙습니다. 주변에서 새 이벤트가 활성화되면 간략한 대사를 통해 이를 알려주곤 하죠. 하지만 파폴에서도 여전히 지도의 기능은 중요합니다. 크고 화려하며 보상이 많은 비상시 이벤트들은 워낙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에 – 월드 전체에 동시에 비상시 이벤트 2건 이상이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 수시로 지도를 체크하는게 필연적이에요. 채팅창을 통해 비상시 이벤트에 관련된 정보가 올라오긴 하지만 이건 플레이어의 자발적인 활동에 속하는 영역이고, 게임이 제공하는 부분은 아니죠. 결국 이벤트 중심으로 컨텐츠를 짤 때 지도의 기능을 기존의 수동적 정보 제공자의 역할에서 능동적 행동 촉구자의 역할로 바꾸는건 불가피합니다. 단지 저는 이래야만 한다는게 그닥 내키지 않더군요. 뭔가 다른 괜찮은 방법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어보입니다. 파이어폴과 길드워즈2의 몇 가지 추가적 차이점들 지금까지 이벤트 중심 컨텐츠 구성의 여러 면들을 설명하면서 길드워즈2와 파이어폴을 예로 들었는데, 필요한 경우에는 그때그때 차이점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은 몇몇 차이점들이 더 있습니다. 우선 길드워즈2에서는 필드에서 봇bot이 움직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길드워즈2의 이벤트 연쇄는 일종의 스위치식으로 움직여요. 앞서 설명한대로 A1 이벤트가 발동했을 때 이를 클리어하면 A2가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뭐 이런식이죠. 봇을 통해서 각 이벤트들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두면 아주 효과적으로 오토를 돌릴 수 있습니다. 파이어폴에서는 – 적어도 지금까지는 – 봇을 본 일이 없어요. 일단은 이 게임이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 편은 아니기 때문일테고, 전투가 수치기반의 RPG식이 아니라 솜씨기반의 FPS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도 고려애야 할 겁니다. 그 다음으로는 파이어폴의 이벤트들이 서로 그닥 연결된 바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고 봅니다. 어떤 이벤트가 완료된 후에 다른 어떤 이벤트가 활성화될지를 가늠할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제가 본 바로는 그저 위치에 관련된 몇 가지 요소들만을 고려할 뿐 랜덤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라해도 종류가 달라요. 완전히 동일한 동굴에서 생기는 이벤트가 어떤 경우에는 폭탄 해체, 다른 경우에는 적 벌레군단의 고치 제거, 또 어떤 경우에는 정보가 든 일종의 칩(?)을 나르는 일로, 같은 공간에서 이벤트가 생기더라도 어떤 임무가 주어질지를 사전에 알 수가 없어요. 결국 아직까지는 이 게임에서 봇을 본 일이 없습니다. 대신 파이어폴의 이벤트들 사이에는 서사도 없지만요. 한편 길드워즈2에는 각각의 이벤트의 난이도를 안정화하기 위해 레벨 스케일링이 동작합니다. 고레벨이 저레벨존에 가면 저레벨로 일시적인 레벨 다운을 당하는거에요. 여기에 이벤트의 난이도 스케일링도 동작합니다. 길드워즈2에서 어떤 이벤트에 1명이 참가할 때와 20명이 참가할 때 전혀 달라보이는 규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벤트인데도 1명이 참가하면 1명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소소한 몬스터들이 나오지만, 20명이 참가하면 그에 맞는 규모의 엄청난 대군이 몰려와요. 파이어폴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난이도는 고정이고, 레벨은 물론 이벤트의 난이도 스케일링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두 게임 사이의 전투 시스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길드워즈2는 전형적인 RPG식 수치기반 전투이죠. 파이어폴은 FPS에 바탕을 둔 솜씨기반의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치기반의 전투에서 일대다의 양상을 생각해본다면, 한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는 어느정도 좁은 폭 안에서 결정됩니다. 그러나 솜씨기반의 게임에서라면 그 폭이 꽤 넓어지는 편이에요. 플레이어의 솜씨의 비중이 커지거든요. 전투에 있어서 플레이어의 솜씨와 캐릭터의 수치가 각기 10%와 90%의 비중을 갖는다면, 이런 전투 시스템에서 플레이어의 솜씨를 고려할 이유는 별로 없어집니다. 90%의 캐릭터 수치가 이미 많은걸 정해버리거든요. 그러나 40%의 솜씨와 60%의 수치가 개입하는 전투에서라면, 솜씨에 해당하는 40% 구간 자체가 통째로 전투 난이도의 ‘변폭’이 됩니다. 아울러 FPS치고는 비교적 크다고 느껴지는 캐릭터의 수치성장폭 또한 RPG에 비하면 현저하게 좁은 편이라는 부분도 영향을 미치겠죠. 결국 길드워즈2에서 난이도 조정이 없다면 ‘극복불가능’ 했을 전투 난이도가, 파이어폴과 같은 솜씨기반 전투에서는 플레이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한 수준까지 커버 가능하거든요. 그렇기에 굳이 스케일링같은 복잡한 장치를 넣지 않은 거겠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하는 차이점은, 개별 플레이어들이 이벤트를 생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길드워즈2에서 플레이어는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이벤트를 소환해낼 수가 없습니다. 파이어폴에서는 이게 가능합니다. 물론 제약 조건이 여럿 주어지긴 합니다. 대도시 한 가운데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이벤트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뚜렷한 동기가 필요한데, 이 동기는 결국 시스템이 제어합니다. '채굴 이벤트'가 그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월드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이벤트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단지 채굴을 하기 위해서는 지하에 묻혀있는 자원이 '먹음직'해 보여야할텐데, 이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에서 결정하는거죠. 대신 이벤트의 난이도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갓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것부터, 스쿼드 (5인파티) 단위로도 쉽지 않은 강력한 이벤트까지. 파이어폴의 이벤트들은 길드워즈2에 비해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기 때문에, 혹시나 생길지 모를 일종의 간극 - 플레이어가 원하는 이벤트와 게임이 제공하는 이벤트 사이의 거리 - 을 막아주는 좋은 장치 ...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실제로 이런 역할보다는 역시 크래프팅과 관련된 부분이 더 크겠죠. 아무튼, '플레이어가 직접 이벤트를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는건 꽤 괜찮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 전체적으로 와우가 제시한 퀘스트 중심의 패러다임이 힘을 잃어가는 듯 보이는 이 시점에 이벤트 중심으로 구성된 mmog들은 신선하고 재미있다는게 제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게 어떤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에 비해 더 우월하다거나 더 열등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좀 있는 결론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퀘스트 방식을 잘 정리된 코스 요리에 비유한다면 이벤트 방식은 아마도 뷔페식 요리에 가까울텐데요, 어느쪽이 더 나은가 아닌가 하는건 사람따라 완전히 달라질테니까요. 아마도 이런 구성보다 더 중요한건 개별 요리의 품질이겠죠. 단지, 지금까지 코스 요리는 지겹도록 먹어봤으니 이제 뷔페식으로 먹어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거죠. 제가 보기에 블리자드의 타이탄이 리셋된 이유도 사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옛날식으로 밀고나가다가 ‘역시 이건 안되겠어’ 하는 생각에 ... 라는 얘기는 농담입니다. 단지 좀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mmog를 비롯한 온라인 시장 자체가 조금씩 축소되어가는 와중에 이런 새로운 장치들은 그 효과가 눈에 보인다고해도 여전히 시도해보기엔 좀 주저되고, 파급력이 힘을 발휘하기엔 전체 시장에서의 임팩트가 약해지거든요. 괜찮은 대안이 만들어진 시점이 이미 성장세가 죽어버린 후이니 아무래도 안타깝긴 하죠. 희망이라면 mmog시장이 더이상 성장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규모를 유지해나가면 좋겠다 ... 하는건데 어떨지는 모르겠군요.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파이널 판타지 14 - 정액제로 할만한 가치가 있는 MMO 일전에 PD의 인터뷰를 보고 + 그 외 들려오는 몇몇 소식들만으로 판단하기에 새 파판14가 그닥 땡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파판14에 대한 리뷰를 읽다가 FATE라는 시스템이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다이나믹 이벤트 시스템인 듯 하더군요. 게다가 최초 공개시 좋지 않은 평을 얻었으나 점차 평가들이 호전되어가는걸 보고 역시 해봐야하려나 … 하고 있습니다. 단지 좀 걸리는건 … 전 일본어를 못하니까 영어권 서버에서 해야할텐데, 영어권 이용자들은 대부분 저와 플레이 시간대가 어긋날거라는 점이 … 또 언제나처럼 호주 사람들을 찾아다녀야 하는건가 아무튼, 그래서 이런저런 리뷰들을 뒤적거리던 가운데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리뷰를 하나 골라 소개해봅니다. 아직 서비스 초기이다보니 깊이있는 리뷰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여 디테일이 자세한 놈으로 골랐는데, 읽다보니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그래도 별다른 해설없이 게임 내용을 파악하기엔 나쁘지 않은 듯 하네요. 이하에서 -vsc라는 꼬리가 붙은 내용은 제가 넣은 부분입니다. 원문주소 : http://www.psu.com/a020877/Final-Fantasy-XIV--A-Realm-Reborn-Review---a-wonderful-cross-platform-MMO-worthy-of-monthly-subscription?page=1 2010년의 출시가 얄팍한 컨텐츠, 낮은 정액제 구매자, 그리고 충격적인 UI로 망가진 이래, 스퀘어 에닉스 (Square Enix)는 파이널 판타지 14 (Final Fantasy XIV)를 새로운 내용, 더 나은 동기부여,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3 크로스플랫폼 게임으로 다시 계획했다. 2013년 지금, 스퀘어는 부분유료화의 왕국에 사는 게이머들에게 예전 방식의 정액제도 여전히 괜찮다는 점을 설득하려한다. 시장의 저변이 게임 하나에 다달이 돈을 내는 일을 망설이는 지금, 이처럼 어려운 목표는 없었다. 와우 같은 게임을 위해 일년에 $180의 돈을 지불하면서도 나를 계속 하게 하는건, 한달에 단지 $15만 내고도 꽤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즉시 사라져버릴 패스트 푸드 식사에도 그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내면서, 30일에 $15가 뭐 그리 대단할까? 여기서 음식의 가격을 논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업계는 질좋은 게임과 소비자의 비용 사이에 벽을 쌓아왔다. 그리고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14를 통해 온라인 게임의 가치를 재건하려 한다. 게임 플레이 진정한 기적은 모든걸 다 갖춘 MMO를 PC와 플3 (PlayStation3) 에서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DC Universe Online의 크로스플랫폼 호환성을 고려하면 파판14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수퍼히어로 MMO를 와우기반의, 근 십년 가까이 이 장르의 표준이었던 게임과 비교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퀘어 에닉스의 지금도 꾸준한 파판11 (Final Fantasy XI)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팬층을 끌어들이고 있고, 와우 (World of Warcraft)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적인 컨텐츠와 탄탄한 세계, 거의 셀 수 없을 정도의 인스턴스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엔드게임으로 수백만의 플레이어들을 매혹해 노다지를 캐냈다. 하이데린 (Hydaelyn)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은 하이데린의 작은 위성인 달라무드 (Dalamud)가 추락한 이후 5년이 지난 뒤 에오제아 왕국 (Realm of Eorzea)을 여행하게 된다. 달라무드의 추락은 게임의 주 악역인 갈린 제국 (Garlean Empire)이 에오제아를 멸망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그러나 에오제아의 거주민들은 몰랐지만 달라무드에는 바하무트가 있었다. 주인공인 그랜드 컴퍼니들은 바하무트를 다시 봉인하기 위해 학자들의 우두머리 루이수와 (Louisoix) 를 찾아내지만, 그는 봉인에 실패한다. 대신 생존자들을 에테르로 보내는데 자신의 남은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버리고, 그들은 에테르에서 세계가 다시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것이 파판14 1.0이 끝나고 렐름 리본 (A Realm Reborn)으로 이어지는 줄거리이다. 생존자들은 에테르를 떠나 세계로 돌아온다. 실제로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생성한 직후 공허를 떠다니다가 상위의 의식에 의해 소환되어 거대한 에테르크리스탈로 날아들어 에오제아로 들어오게 된다. 불행히도 갈린 제국 또한 렐름 리본에 다시 나타나고, 당신, 즉 플레이어는 갈린 제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다시한번 경험하게 된다. 스퀘어 에닉스 공식 엠바고는 내가 일정 시점까지의 스토리 관련 컨텐츠를 공개해도 된다고 허락했지만 나는 이를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건 캐릭터 디자인에서 줄거리의 방향과 이야기의 진행, 그리고 메인 퀘스트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변화에 파이널 판타지의 정수가 담겨있다는 점만은 모든 클래스에 대해 동일하다는 점이다. 클래스에 관련해서, 각 클래스는 자신들의 길드에서 시작하는 자기들만의 스토리를 갖는다. 이 스토리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성장하멩 따라 길드 본부에서 퀘스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 지점부터, 이 리뷰에 기재된 모든 와우에 대한 내용들은 내 개인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파판14의 몇몇 굉장한 측면들은 이전의 소스와 비교하지 않고는 리뷰를 통해 전달할 수가 없다. 오리지널 와우와 불타는 성전 확장팩은 이 장르의 기준이자 와우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지속되었던 멋진 기간이었다. 리치왕의 분노와 그 후의 컨텐츠들에 대해 나는 크게 실망했었으며, 이는 정액가입자들에게 던져준 편리한 보상과 단순함, 본질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와우는 그 이후로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다. 반면에 파판14 : 렐름 리본은 파판11의 성공을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여기에 좀더 편리한 접근성을 가미했지만 여전히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시간과 노력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렐름 리본에는 지금은 표준이 되어버린 퀘스트 추적 기능이 있다. 따라서 퀘스트는 플레이어에게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준다. 각각의 퀘스트들은 목표를 추적하는 버튼을 가지고 있으며, 이 버튼은 당신의 다음 목표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가끔씩 퀘스트 목표는 메인 맵의 바깥에 놓여있으며, 당신은 퀘스트 텍스트를 열심히 연구해서 다음에 정말로 가야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잡 시스템 – 클래스와 전문기술 잡 시스템 또한 개편되었다. 내 첫 MMO는 와우였는데, 파판11을 플레이하던 친구들이 자기들은 캐릭터 하나로 모든 클래스를 플레이할 수 있다고 말해 부러웠었다. 파판14의 잡 시스템은 11의 그것을 가져다가 노력과 만족의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은 더 좋도록 조율했다. 무기를 바꿈에 따라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요리사에서 랜서로, 보타니스트로, 금 세공인으로, 전문기술 장인부터 전투 클래스까지 당신이 원하는 무엇으로든 바뀔 수 있다. 이건 다 좋고 괜찮다. 그러나 장비 전환은 어떨까? 자, 일단 당신이 무기를 바꾸면, 당신이 장착 중이던 장비들도 벗겨진다. 대부분의 클래스들은 같은 옷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요소이다. 그러나 – 와우의 Outfitter 애드온을 기억하는가? (outfitter 애드온은 와우에서 캐릭터의 장비를 일괄적으로 교체해주는 애드온으로, 이 애드온이 큰 인기를 끌자 이후에 ‘옷장’ 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의 기본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vsc) – 파판14에는 캐릭터 메뉴에서 곧바로 접근 가능하고 설정할 수 있는 옷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새 무기를 장착할 때마다 여기에 해당하는 새 옷장에 이름이 붙기 때문에 매번 이름을 정해줄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퓨질리스트의 장착무기를 장비했을 때 생겨난 옷장은 자동으로 퓨질리스트라고 이름붙는다. 플레이어가 더 많은 잡을 언락할수록 더 많은 옷장들이 생겨난다. 유일한 단점은 옷장을 매번 수동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점이다 ; 자동과 수동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했을 때 더 나을 것이다. 아울러 플레이어는 시작 도시에서 모든 직업의 마스터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너무 조바심내지는 말자. 그들은 3개의 주도시에 흩어져 있으며, 지도에서 깔끔하게 표시해준다. 이제 각각의 시작 클래스 – 퓨질리스트, 글래디에이터, 아처, 싸마터지, 컨저러, 아카니스트, 머라우더, 그리고 랜서를 포함하여 – 는 더 깊이있는 전문화 – 잡 - 를 위한 성장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팔라딘은 탱킹에 특화된 글래디에이터이고, 블랙 메이지는 고화력의 공격마법에 비중을 둔 싸마터지인 식이다. 주어진 클래스 (나의 경우 퓨질리스트)의 레벨이 30이 되었을 때 각 클래스에 특화된 퀘스트를 받게 된다. 플레이어는 소울 크리스탈을 이용해 또 다른 특화를 선택하거나, 하나의 잡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클래스를 주의깊게 살펴볼 시간이 충분치는 않았으나, 다른 클래스도 퓨질리스트와 비슷하다면 레벨 30이 됨과 동시에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그 특정한 잡에 갇혔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원래의 직업 (내 경우, 퓨질리스트) 으로 돌아가 다른 가능한 잡을 특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멋진 부분은, 당신이 특화하기로 선택한 잡과 시작시의 클래스가 동시에 레벨업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른 직업들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노가다를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잡을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노가다를 해야하긴 하지만, 어떤 잡과 클래스를 연계시키든 노가다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른 전투 잡을 레벨업하기 위해 필요한 지루한 노가다는 사냥 목록에 따라 다른데, 사냥 목록이란 경험치를 얻기 위해 죽여야 하는 몬스터의 목록이다 ; 각각의 전투 잡들은 고유의 목록을 가지므로,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잡과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전문기술 잡은, 다른 게임이 도입할 수도 있을 법하다. 특히 길드워즈2가 여기에 들어맞는데, 길드워즈2에서 당신이 새 아이템을 만들면 만들수록 만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와우의 경우 아이템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대량의 재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와우나 길드워즈2와는 다르게, 파판14는 속도를 늦추고 좀더 노력하는 맛이 나도록 만들었다. 채집 잡 (예를 들어 보타니스트와 마이너)은 자원덩이를 찾기 위해 고유의 도구를 사용한다. 각각의 자원덩이들은 어떤 자원의 채집을 시도할 지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준다. 예를 들어 보타니스트의 경우, 단풍 나무, 단풍 수액, 유색 크리스탈, 또는 단풍 가지 중 무엇을 채집할지 선택해야 한다. 각각의 채집 대상들은 채집 난이도를 나타내는 채집 레벨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잡 레벨과 착용한 장비에 기반하여 성공율을 자동으로 계산해서 보여준다 ; 장비와 잡 레벨이 높을수록 당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으로 배울 수 있는 스킬들 덕분에 잡 레벨을 올리는 경험치 모으기는 덜 지루하다. 이 스킬들은 성공율을 높이고 제작과 채집 과정을 좀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게임 플레이 (컨트롤) MMO와 듀얼쇼크3 : 내가 수년간 어떻게든 조합해보려고 노력해 온 것들이다. 이런저런 몇몇 소프트웨어들과 엑박360 컨트롤러로 와우가 동작하게 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는 단지 저렙 때만 기능했다. 필요한 명령의 가짓수는 많은데 비해 입력버튼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에, 좀더 복잡한 버튼 조합과 내부설정을 바꿨음에도 잘 맞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다 프로그래밍하는건 꽤 짜증나는 일이었음을 고려한다면, 내 인내심의 부족 또한 원인 중 하나이다. 주로 접하는 부분들로 보건대, 스퀘어 에닉스는 PC키보드보다 컨트롤러를 더 선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언제든 메뉴가 뜨면 커서는 자동으로 그리로 이동하고, 복잡한 메뉴들조차 그저 X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이런 경험의 백미는 액션바의 동작이다. 4개 버튼이 1묶음씩 2개의 묶음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컨트롤러 표면의 8개 버튼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 D-pad 의 방향 버튼과 도형 버튼들이 그것이다. 이 버튼들은 각각 L2 또는 R2 트리거를 눌러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폭풍을 시전하기 위해 R2와 동그라미를 누르거나, 파티버프를 시전하기 위해 L2와 아래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플레이어는 실시간으로 8개 버튼의 배치를 바꿀 수 있으며, 따라서 모든 명령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각의 명령들에 접근하고 입력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만큼, 이는 배워야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게임 플레이가 다소 다루기 어렵고 직관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불과 얼마전에 끔찍하게 느껴젔던 조작이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느껴지며, 상황이 더 복잡한 조작과 더 많은 스킬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트리거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제2의 본능처럼 느껴진다. MMO 매니아들은 당연히 파판14의 공격 애니메이션이 고정된 위치를 기반으로 짜여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낙담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곧 전투 중에 이동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밀리 공격의 경우에는 그렇다) 그러나 썩 좋아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서서 공격하는 애니메이션이 크게 의식되지 않는데 비해 움직이면서 동시에 공격하는건 어색하게 보인다. 이것이 큰 단점은 아니다. 그러나 달릴 때 자연스럽게 가속되거나 회전할 때 보여주는 정확한 발디딤 등을 감안한다면, 전투시 지면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건 어딘가 거슬려보인다. 그래도 조작의 관점에서 공격 모션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비록 보이는건 그렇지 않지만. 게임 플레이 (컨텐츠) 리프트에는 리프트 (리프트라는 게임에 있는 리프트라는 이벤트를 의미 –vsc) 가 있고 길드워즈2에는 다이나믹 월드 이벤트가 있듯, 파판14에는 FATE가 있다. FATE는 Full Active Time Events의 약자로, 광대한 맵 전체에 걸쳐 랜덤하게 나타나는 웅장한 사이드 퀘스트이다. 플레이어는 여기에 뛰어들어 다수의 적들을 해치우거나 특별히 강력한 몹을 상대하는데 참여한다. 이는 비 전투형 잡의 레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순히 FATE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유의미한 보상을 얻기 위해선느 유의미한 수준의 참여를 해야만 한다. 참여도는 전통적인 방식인 브론즈, 실버, 골드로 점수매겨지며, 당신이 개인적으로 받는 길(Gil. 파판시리즈의 전통적인 인게임 화폐 단위 –vsc)과 경험치는 이 등급을 반영한다. 골드 등급을 받는건 전혀 어렵지 않다 ; 그저 타겟을 때리거나 몇 가지 드랍 아이템을 주워서 NPC에게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도 골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의 레벨이 FATE의 레벨보다 높다면, 레벨은 FATE의 레벨에 맞춰질 것이다. 당신의 스탯을 이벤트에 참여하여 보상을 받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낮춰준다. 당연히 보상으로 받는 경험치와 길 또한 낮아지지만, 보통보다 쉬운 수준의 FATE치고는 적절하다. 이전 시리즈의 계승 차원에서, 파이날 판타지 14도 크리스탈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스토리 상으로만 연계되는 것을 넘어선다 : 크리스탈은 순간이동 수단으로 기능한다. 3개의 대도시를 잇는 비행선 및 어디든 타고갈 수 있는 초코보와 함께, 약간의 길을 써서 사전에 동조시켜 둔 에테라이트들 사이를 순간이동 할 수 있다. 일단 이 순간이동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결코 다른 게임의 귀환석 등 비슷한 류를 돌아보고싶지 않게 될 것이다. 마테리아 또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다른 요소를 제공한다. 많은 욕을 먹었던 1.0 버전에서도 쓰였었지만, 렐름 리본에서 마테리아는 커스터마이징의 관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을 제공한다. 마테리아는 스탯을 올리기 위해 장비에 장착할 수 있다. 와우의 소켓과 꽤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마테리아의 멋진 점은 당신이 쓰던 장비를 이용해서 만든다는 점이다. 맞다 : 전에 쓰던 장비들은 이제 되팔거나 NPC에게 던져버리는 외에 다른 용도를 갖게 된다. 캐릭터 스탯메뉴에서 보이는 알리미는 현재 장착 중인 장비의 옆에 바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그 장비가 당신의 캐릭터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여준다. 장비를 계속해서 사용함에 따라 바가 가득차면, 당신은 이 장비를 마테리아로 바꿀 수 있다. 이를 가능케하는 스킬은 메인 스토리 외의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당신도 나처럼 퀘스트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하는 편이라면 이 퀘스트를 발견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거쳐온 스토리 라인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아마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이 흥미롭고 향수어린 반전을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리브퀘스트 (Levequest) 는 MMO의 특산물인 반복적 퀘스트 - 퀘스트를 받고, 퀘스트 지역으로 달려가서,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 의 파판14 버전이다. 퀘스트 메뉴에서 어떤 퀘스트를 초기화하면, 리브퀘스트에 관련된 몬스터들과 이벤트들이 나타나 당신이 그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죽기 전까지 거기서 기다린다. 다른 MMO들의 반복적 퀘스트와 차이점은 리브퀘스트는 0에서 4까지의 난이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리브퀘스트의 레벨이 당신의 잡 레벨과 같다면, 난이도는 1이 되며 비교적 어렵다. 따라서 당신의 잡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리브퀘스트를 한다면 난이도가 올라가 더 많은 경험치와 길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또는, 더 높은 레벨의 리브퀘스트를 선택해서 난이도를 낮출 수도 있다. 게임 플레이 (던전과 레이드) 마지막으로, 인스턴스는 MMO에서 중요도가 높은 요소이다. 그리고 파판14는 최소한 캐릭터가 4-5레벨에 하나씩의 인스턴스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보스전투와 인스턴스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점은 보장한다. 그러나 심지어 저레벨에서조차 보스전투는 그저 닥탱닥딜닥힐보다는 좀더 전략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어떤 보스는 심지어 탱킹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데미지를 주려면 보스를 작고 처치 가능한 조각들로 산산조각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 전체를 스포일러하진 않겠지만, 경험을 전체적으로 돌이켜볼 때 초반의 던전들조차 인스턴스 노가다를 즐겁게 만들어 줄만큼 충분히 변화무쌍하다. 플레이어 숫자가 달라지는 것 또한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4명, 8명, 24명까지 지원되는데, 던전과 레이드에 따라 다르다. 그렇긴해도, 나는 내가 그 많은 던전들을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지 몰랐었다. 그러나 메인 퀘스트는 일반적으로 이 모든 인스턴스들로 플레이어를 이끈다 ; 만약 아니라면, 다 까지 않은 맵에서조차 인스턴스가 어디있는지는 보여준다. 따라서 각각의 인스턴스를 발견하는건 그저 거기 가기만 하면 되는 문제다. 인스턴스는 모두 괜찮다.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파판 팬들이라면 익숙할 리미트 브레이크이다. 렐름 리본에서, 리미트 브레이크는 파티에 있을 때만 쓸 수 있다. 그리고 파티의 크기는 리미트 브레이크의 강함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리미트 브레이크 바는 오로지 이를 가진 캐릭터에게만 활성화된다. 따라서 별로 쓸 필요도 없는 몬스터에게 이 멋진 스킬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이다. 리미트 브레이크기를 통해 데미지 딜링 잡은 파괴적 공격을, 탱킹 잡은 파티 강화를, 그리고 힐링 잡은 신성 힐과 버프를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리미트 브레이크는 모험을 걸고 보상을 얻는 제로썸 관계가 아니다. 왜냐면 불리한 점은 거의 없는데도 적절하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보상은 높기 때문이다. 리미트 브레이크 바를 채우기 위해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뭔가를 때리는 것이 전부이다. 나는 이걸 윈윈이라 부르겠다. 업계 표준 인스턴스 찾기 장치는 파판14에서 ‘의무 찾기’라 불리운다. 의무 찾기는 자동으로 플레이어들을 그룹지어 함께 던전을 돌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나는 한동안 주류 MMO를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이전에 했던 와우와 리프트를 바탕으로 한 좁은 견해로 미루어보자면, 인스턴스 매치메이킹 시스템은 대체로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며 자리가 생기면 그때 알려주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이에 반해 의무 찾기는 파티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참여 가능한 멤버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따라서 없는 멤버를 찾아 나서거나 주위에 묻고 다님으로써 파티 결성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MMO들과 마찬가지로, 데미지 딜러가 혼자서 대기표를 받으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힐러와 탱커들은 물론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의무 찾기 또한 대체로 당신이 그간 보아왔던 것과 유사하다. 의무 찾기 메뉴에 들어가 원하는 인스턴스의 대기열에 이름을 올리고, 의무찾기 팝업창이 뜰 때까지 자기 할 일을 하러 가면 된다. 오래전 그랬던 것처럼 던전 입구에 서서 다른 멤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퀘스트를 하러 가거나, FATE 노가다를 하거나, 리브퀘스트를 하거나, 또는 의무 찾기로부터 즉시 연락을 받아 바로 던전에 입장할 수도 있다. – 편리하고 좋지만 꽤 표준적인 요소이다. 그래픽과 사운드 미적으로, 스퀘어 에닉스는 7년이나 된 플3에서 경이적인 일을 해냈다. 그토록 작은 메모리를 가진 기기에서 렐름 리본이 구동되는 것 자체가 놀랍다. 처음에 그래픽이 중간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게임이 동작하는 모습을 보면 기기의 기술적 단점들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탄탄하고 생생하며, 사운드 또한 비중있어서 외면하기엔 너무나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화면이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는 대도시의 NPC들이 즉시 로딩되지 않을 때, 또는 중요한 월드 전투가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즉시 로딩되지 않는 경우뿐이다 ; 캐스터도 타겟도 없이 스킬 애니메이션이 보이는 광경은 그러나 이상한만큼 희귀하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때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동작하지 않는다. 따라서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데도 공격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게임에 접속 (또는 재접속)한 후 첫번째나 두번째 전투에서만 주로 일어난다. 만약 당신이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 자신에게 선물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청각적 측면에서 이 게임이 가진 문자 그대로 유일한 단점은 드물게 일어나는 음성 동영상에서 뿐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드러내는 증거일 뿐이다. 음성 더빙 연기는 파판7이 그러했듯 상당히 탄탄한 인상이지만, 재미있었던 구식 영어 대화는 없다. 전투시 행동을 취하면 흘러나오는 전투 효과음과 사운드트랙의 월드 세레나데는 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서구식의 트랙에서부터 좀더 멜로딕한 곡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은 풍부하고 명백하다. 심지어 어떤 트랙은 반지의 제왕의 샤이어를 아름답게 연상시키며, 또다른 피아노 곡은 파판9의 생명의 멜로디 (Melodies of Life)의 향수를 자극한다. 각각의 트랙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청각적 기억을 자극하고, 특히 당신이 사운드트랙에 비중을 둔다면 그렇다. 나는 보통 괜찮은 사운드트랙을 효과적인 배경소음정도로만 즐기곤 하는데, 파판14의 음악은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 그 자체만큼이나 전면에 드러난다. 플레이 스테이션 3 vs PC 나는 비교해보면서 정말로 놀랬는데, PS3에 담긴 하드웨어는 최근의 대다수 컴퓨터들 – 특히 하드코어 게이밍의 경우에 – 이 보여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판14의 콘솔 인터페이스는 대성공이다. 메뉴 탐색은 예상위치를 찍어주는 커서와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통해 손쉽게 사용 가능하다. 퀘스트 확인 버튼과 어설프게 배열된 제작메뉴 주위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대신, 커서가 그리로 갔을 때 X 버튼만 누르면 된다. 마우스로 시점을 움직이는 대신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당신은 인터페이스 조작을 이해한 것이다. 사실상 PC 플레이어가 플3 플레이어에 비해 갖는 두 가지 요소는 더 나은 비주얼과 키보드 뿐이다. 그러나 플3 플레이어들은 다른 MMO에서 볼 수 없었던 유연한 조작계와 손쉬운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이 상황의 아름다움은 스퀘어 에닉스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가진 간극에 렐름 리본을 통해 다리를 놓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PC플레이어와 플3 플레이어는 어떤 제한이나 장애도 없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파판14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이유이다. 아마도 내가 당신에게 이 게임을 팔아먹으려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실로 오랜 세월동안 컨트롤러로 플레이할 수 있는 MMO를 바래왔다. 그리고 내 도적에 우레폭풍 (Thunderfury)을 갖길 바래왔던 그날로부터의 갈망은 마침내 여기에 구체화되었다. 최종 견해 최근 있었던 패치로, 출시 첫 주에 초기 플레이어들을 괴롭혀왔던 에러 1017이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 추가될 서버들은 파판14 : 렐름 리본의 최대한도의 잠재력을 버텨낼 것이다. 파판14의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흐름에 미루어볼 때, – 파판14 버전 1.0보다 훨씬 나은 게임인 - 렐름 리본이 오래도록 유지되리라는 것을 파악하긴 쉽다. 그리고 소니가 언제나 콘솔의 10년주기를 고집해왔음을 고려한다면, 인터넷에 플레이스테이션 5의 소문이 슬금슬금 돌기 시작할 때즈음까지 우린 이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판14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PvP에 관련된 패치인 2.1은 아마도 내년까지는 나오지 않겠지만 어쨌든 현재 개발 중이다. 핵심 확장팩들이 계획 중이며, 첫번째 확장팩은 이미 집필이 완료되었다. 그리운 골든 소서 (Golden Saucer ゴールドソーサー)를 포함한 컨텐츠 업데이트는 스퀘어의 3개월 계획에 따라 빠르게, 자주 있을 예정이다. 이 게임을 잘 살펴본 바, 이전 버전과 현재 버전의 비교는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파판14는 하드웨어의 측면으로나 거대한 컨텐츠 모음의 측면으로나 멋지게 동작하고 있다. 이 게임이 월 $15달러의 가치를 갖지 못하려면 그건 아마도 당신이 1인칭 게임만을 플레이하는 경우에나 – 잠깐, 그래도 여전히 가치는 있다. L3 버튼을 누르면 이 게임은 완전히 1인칭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다. 그러면 당신이 오로지 스포츠 게임만을 플레이하거나, 당신의 은행 계좌를 알려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 계속해서 삭제해버리는 경우에나 이 게임이 매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MMO만을 플레이하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까지 왔다면, 당신은 아마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파판14에 흥미가 있을 것이다. 시작 즉시 주어지는 1개월의 무료 이용권과 이 게임의 소매가가 $40라는 점을 생각하면 진입 장벽도 낮다. 매우 매력적인 컨텐츠에서 쉽고 다양한 잡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콘솔 인터페이스부터 기술적 기량과 인상적인 제품가치에 이르기까지, 파판14 : 렐름 리본은 스퀘어 에닉스가 2010년에 만들고 싶었던 바로 그 게임이다. 3년여의 긴 시간을 거쳐, 마침내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에 투자하는 1원까지도 가치가 있다. 오리지널 와우 이후 견줄 자가 없는 MMO 경험을 제공하며, 소파에 누워 HDTV를 보며 플레이하는 편리함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이래도 스퀘어가 당신의 지갑을 여는데 실패한다면, 그 무엇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글이 실린 곳은 PSU (PlayStationUniverse)라는 곳인데, 평소에 잘 가는 곳이 아니라 성향은 모르겠지만 플스 이름이 들어가서인지 오로지 핥아주기만 하는 느낌도 … ;; 한편, 일전에 언급한 길찾기의 재미를 암시하는 부분같은데 흥미롭네요. 다른 부분에서 언급되는 순간이동에 대한 내용을 보자면 이동의 재미는 고려하지 않은 듯 하지만요. 당연하게도 이벤트의 요소도 도입되었나봅니다. 물론 독점 보상의 개념도 함께요. 퀘스트와 이벤트의 비율이 어느정도일지 궁금하네요. 이건 아마도 다중성장? 몇몇 부분에서 최신 트렌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만 (eg. 힐러가 있다던가) 거기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게임을 해본 후에나 할 수 있을 듯 하구요. 역시 해봐야하나 …
  1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cfm?id=computer-game-playing-shown-improve-multitasking-skills Nature 에서 인용 65세의 앤 린지(Ann Linsey)는 뭔가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바래져가는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 그리고 이 연구가 그녀에게 끼친 영향에 놀랐다. “내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짜증이 났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주의를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죠.” 상업적 회사들은 수년간에 걸쳐 컴퓨터 게임이 유저를 보다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게임을 통해 향상된 능력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주는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을 비판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주 Nature에서 공개된 한 연구 – 린지가 참여한 그 연구 – 는 게임이 인지 결손에 정확하게 초점이 맞춰질 경우, 나이 든 사람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San Fransisco에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의 신경 과학자인 애덤 개즐리 (Adam Gazzaley) 에 의해 주도된 이 연구는 뉴로레이서 (NeuroRacer)라 불리우는 게임이 나이 든 사람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된 효과는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이어져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연구는 뇌활동의 패턴이 인지 능력 향상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밝혀냈다. 뉴로레이서는 3D 비디오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왼손 엄지로 자동차를 조종해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가는 한 편으로, 랜덤하게 나타나는 표지판을 계속해서 경계해야 한다. 만약 표지판이 특정한 모양과 색깔을 지녔다면, 플레이어는 오른손가락을 이용해 이를 쏘아맞춰야 한다. 개즐리에 의하면 이 멀티태스킹 연습은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여러 인지 능력 - 주의 집중, 관심사 전환 및 작동 기억 (마음 속의 여러 정보의 조각을 일시적으로 담아두는 능력) - 의 조합을 유도한다. 개즐리와 그의 동료들은 우선 20대부터 70대까지 60년에 걸친 나이차를 가진 30명의 참여자를 모집해서, 이들 사이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선형적으로 감소하는지를 뉴로레이서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60세에서 85세까지의 46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여, 플레이어의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지는 뉴로레이서를 이용해 4주간의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이후 실험 대상자들은 이 훈련을 받지 않은 20대에 비해서도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할만큼 많은 향상을 보였고, 이렇게 증가한 능력은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채로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또한 훈련 이전과 이후에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지 능력 시험을 진행했다. 뉴로레이서가 특별히 의도하지 않은 인지능력들 - 작동기억과 지속적 주의능력은 둘 모두 식사를 준비하는 것부터 신문을 읽는 일까지 일상의 일을 처리하는데 중요하다. - 또한 게임을 통해 향상되었고, 향상된 채로 지속되었다. 개즐리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로레이서는 이 두 능력을 많이 요구하지 않습니다. – 따라서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도전이 아마도 전체 인지 제어계에 압력을 가했고, 이를 통해 관련된 모든 요소가 향상된 것 같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참여자들이 뉴로레이서를 플레이하는 동안 뇌파전위기록술로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참여자들의 능력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어느정도는 지속적 주의 능력의 향상과 상관관계가 있는 뇌의 전액골 피질의 활동 또한 증가했다. 아울러 전액골 피질과 뇌의 후면 사이의 신경망 연결의 활동도 증가했다. 스톡홀름 Karolinska Institue의 인지신경과학자 토켈 클링버그 (Torkel Klingberg)는 두뇌 훈련 컴퓨터 게임의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한 업계에는 두뇌 훈련 패키지의 효과에 대해 두 가지의 양극화된 의견들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회사들은 실제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있어요. 현실성 없는 주장을 합니다.” 그는 이어서 “한편으로 어떤 심리학자들은 작동기억과 주의력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없으며 고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1999년에 특히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 기반의 훈련 방법을 시판하기 위해 스스로 창립한 회사 Cogmed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클링버그는, 개즐리의 연구가 훈련방법을 적절히 디자인하기만 한다면 인지 기능이 향상될 수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라 말한다. 작년에, 개즐리 또한 회사를 공동 창립했다. Akili라는 이 회사에서 그는 고문이다. 이 회사는 뉴로레이서와 유사한 상업적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아직은 연구도구이다. 그러나 FDA승인을 구해 치료제로 내놓으려 한다. Akili의 또 다른 고문이자 뇌기능 향상을 위한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스위스 University of Geneva의 인지 신경과학자 다프네 바벨리에 (Daphne Bavelier)는 ‘게임’으로서의 접근은 아마도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특정한 인지결손을 지닌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개즐리는 과대광고를 주의하라고 말한다 : “비디오 게임이 보장된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린지 입장에서는 게임이 자기에게 해 준 것, 그리고 자신이 기여한 바에 대해 행복하다. “나이 든 뇌도 배울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건 흥미로운 일이었어요. – 그리고 내 뇌가 바로 그런 발견을 도왔다는 점이 기쁘죠” 이 글은 Nature지의 허가를 받아 게재되었다. 본 내용은 최초 2013년 9월 4일에 공개되었다.
  1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익숙한 내용이지만 복습 차원에서. 원문주소는 아래에 있습니다. http://www.psychologyofgames.com/2013/08/its-not-so-bad-cognitive-dissonance-and-cheap-games/ 제 해석을 믿지 마세요 !!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원문을 찾아보시고 틀린 부분을 발견하면 지적해주세요. ----------------------------------------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때, 당신은 제값을 주고 산 게임을 세일 때 좀더 싸게 산 게임보다 더 재밌게 즐기는가? 물론 가장 중요한건 게임 그 자체겠지만, 심리학에서 잘 알려진 어떤 이론에 따르면 나온지 얼마 안된 최신 툼 레이더(Tomb Raider)를 지금 당장 $60에 사면, 몇 달을 기다려서 이걸 $15에 샀을 때보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1959년,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 와 그의 야심만만한 학부생 메릴 칼스미스 (Merrill Carlsmith)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어떤 실험을 지휘했다. 한시간여에 걸쳐서, 실험 대상자는 쟁반에 놓인 한 무더기의 나무 실패꽂이를 조심스럽게 하나씩 제거하고, 대신에 그 자리에 여러 줄의 나무로 된 땜나무를 꼼꼼하게 세워넣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멍해질 정도로 지루한 일련의 작업이다. ”자, 이제 같은 종류의 실패꽂이를 3개 맞추시면, 근사한 소리가 나면서 멋지게 빛나다가 사라질거에요”라는 말은 어떤 실험자도 해주지 않았다 실험 대상자들은 한시간을 이런 작업을 해야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나갈 무렵, 곤란한 척 하는 연구자가 나타나서 말하길, 다음 실험 대상자에게 이 지루한 실험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실험이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처럼 말해줘야 한다. 연구자는 그 댓가로 실험 대상자에게 돈을 지불한다. 실험 대상자가 처한 실험 조건이 어땠는가에 따라 그 액수는 $1에서 $20까지 변한다. 실험 대상자는 이제 가서, 다음 대상자라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러나 그는 사실 다음 실험 대상자가 아니라 다른 연구자였다. 이 새로운 연구자는 실험 대상자를 자극해서 앞으로 하게 될 일이 얼마나 굉장한지 설명하게 한다. 실험 대상자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그 일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성실하게 거짓말을 한다. 친구 안녕 !! 좋은 날이지 !! 완전 짱 잼나 !!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실험 대상자는 서식지에 자기가 겪은 실험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정말로 얼마나 짱 잼난 일이었는지 등급을 매기게 한다. 결과는? $1를 받은 실험 대상자들은 $20를 받은 실험 대상자보다 이 실험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페스팅거와 칼스미스는 이를 그들이 ‘인지부조화’라 부르는 이론으로 정리했다. – 두 개의 서로 모순되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경우 생겨나는 정신적으로 긴장된 상태. 연구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둘 중 하나의 생각을 버리거나 바꿔야 한다. 쥐꼬리만한 $1 받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거짓말을 해야 했던 실험 대상자들에게, 아래의 두 가지 생각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1. 봐요. 이 일은 X나게 재미없네요 2. 거의 아무것도 못받고 내 의지로 학우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은 2번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페스팅거는 이 인지부조화를 1번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속임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들이 한 일이 정말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20를 받은 실험 대상자들은 어떤가? 좋은 질문이다. 페스팅거는 $20면 상당한 돈이고 - 1950년대에 이 돈은 현재 시세로 $150 어치의 물건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이들은 (돈이 별로 없는 –vsc) 대학생들이었다. 이 실험 대상자들은 이정도의 뇌물이라면 거짓말을 하기에 충분한 댓가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은 지루하다”와 “거짓말을 하는 댓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다”는 인지부조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기껏해야 “거짓말” 앞에 “무해한”을 넣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지금까지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비디오 게임으로 돌아가보자. 올해 초 나는 새로 나온 심시티를 구입했다. 불행히도 이 게임은 버그와 서버문제, 그리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로 엉망이었다. 이 게임의 퍼블리셔인 EA는 이를 가는 고객들에게 무료 게임을 제공하기로 했고, 나는 내 몫으로 데드 스페이스3(Dead Space3)를 구입했다. 꽤 괜찮은 거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게임은 불과 몇주 전에 $60를 주고 구입해야만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공짜로 얻었다. 나는 앞서 출시되었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꽤 좋아했다. 그러나 몇시간쯤 새 우주기지에서 네크로모프들을 짓밟은 후에, 완전히 지겨워져버렸다. 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난 플레이를 그만뒀다. 이 일은 내가 인지부조화의 부족을 느끼는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페스팅거의 실험 대상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아니면 좀더 간단하게는, 내가 데드 스페이스3를 $60를 주고 샀더라면, 나는 내가 이 게임을 제값주고 샀다는 사실을 마주하기보다 게임이 재미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을까? 더 나쁜 경우로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그들이 틀렸으며 그들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얘기했을까? 아마도. 최소한 약간은 그랬을지도 모른다. 인지부조화 이론과 소비자의 선택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연구자들은 쇼핑객들이 일반적으로 그 물건이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자신들의 믿음을 확신하기 위해 자기들이 구입한 물건에 대한 마음을 바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또한 구입 이후의 인지부조화 (다른 말로는 “구매자의 후회”) 는 구매 결정에 직접 개입한 경우 (마케팅 요소의 조언을 따르거나 영업사원의 권유에 의해서 구매하는 경우의 반대) 또는 결정에 들이는 시간이 길 경우에 좀더 줄어든다는 것도 밝혀냈다. 아마도 자세히 알아봤고 속아서 산 것이 아니라는 점이 스스로를 설득하기에 좀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제 가격을 다 주고 사는 비디오 게임의 경우, “난 이 게임이 $60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거 별로야” 라는 생각들이 약간의 정신적 긴장감을 야기할 수 있다. 반품 정책이 소비자 편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이 그럭저럭 재미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잠깐. 이봐요. 인정하셔야 합니다. 나만 그런건 아니잖습니까? 당신도 전에 그래봤죠. 안그래요? ---------------------------------------- 게임의 가격문제보다는 게임 디자인으로 이걸 가져올 수 없을까 또는 가져온 예가 없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네요. 좀더 넓게 보면 화폐를 통한 가격이라는 개념보다는 좀더 넓은 범주에서의 가치교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 한데 말이죠. 뭔가 괜찮은 사례가 없으려나요? 한편, 아래에 보면 “인지부조화 문제가 아님. 데드스페이스3가 그냥 쓰레기 게임이라 그런거임” 하는 댓글이 달려 있어서 열라 웃었음 ...
  1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새 이 Gone Home이라는 인디(?) 게임이 왠지 여기저기에서 화제가 되는 듯 하여 하나 물어왔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 대한 아티클이 여러개가 있는데 그들 중 가장 짧아 보이는 것으로 골랐 ... ;;) http://www.polygon.com/2013/8/19/4627606/opinion-finding-someone-like-me-in-gone-home 이 글은 Gone Home에 대한 스토리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아마도 당신이 결코 스포일러 당하고 싶지 않을만한 게임입니다. 계속 읽을거라면 책임은 스스로 감내하세요. 대략 7년간, 나는 퀴어 무비 비평가였어요. 그 직업은 거의 게임 리뷰만큼이나 괜찮았죠. 유일한 문제점은 얼마나, 그 … 퀴어 무비들 중에는 그닥 좋지 않은 것들이 아주 많아요. 예산 문제와 접근성에 감사할 따름이죠. 나는 이 시기에 열심히 만들었지만 싸구려인 영화들을 무척 많이 봤어요. 끔찍한 음향효과의 음악이 깔린, 시를 토해내며 우는 레즈비언들의 러브씬이 특징인 커밍 아웃에 대한 아주 많은 영화들. 그리고 내가 비밀리에, 어떤 측면으로는 사랑했던, 예산 제로의 뮤지컬들. 그러나 이 뮤지컬들이 굉장한 단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초저예산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영화들. 물론 정말로 근사하고 탁월한 영화들도 보았죠.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많은 영화들도. 그들 중 무엇도 – 좋거나, 나쁘거나, 흉하거나, 또는 그저 계속해서 우울하기만 할 뿐인 영화들 – Gone Home의 반만큼도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했어요. 나는 절대, 결코 게임이 나에게 그렇게 깊은 곳에서부터 충격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5살 때부터 게임을 해왔고, 그동안 무수한 세계의 종말로부터 살아남았고, 사람들을 심문하고 고문했고, 결백한 리틀 시스터를 수확했고,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생명을 구했고, 행성도 구했고, 다수의 외계인과 인간과 남자와 여자와 아마도 로봇과 (그녀는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로맨스를 나눴죠. 감동적인 엔딩을 보며 한두번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픽션 속 인물들 중에서 게임 캐릭터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엘리, 매스 이펙트 삼부작에서 내 자신이 만든 쉐퍼드, 사이코너츠의 등장인물들 중 절반 정도) 을 세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 경험들 중 아무것도 내 자신의 심장을 쥐어 짜는 듯한 고통과 실제감을 주는 게임 플레이 경험의 무게감에 견줄 수는 없었어요. Gone Home은, 가장 중심에 젊은 퀴어 커플의 이야기가 놓여있어요. 좀더 구체적으로는, 창조적이면서 riot grrrl (언더그라운드 페미니스트 펑크 락 운동)에 집착하는 여동생이자 주인공 사만다가 그렇죠. 여기에 몇 년을 더하면 (게임 내 배경 시점인 1995년이 아닌 2001년) 침실의 슈퍼패미컴을 드림캐스트로 바꾸고, 약간의 부수적인 디테일들을 바꾸면, 이 이야기는 십대 때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나는 17살에 다른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때는 이 사건이 기대치 않았던, 이상한, 그리고 몹시 당황스러운 일이었죠. 우리는 비밀스러운 로맨스를 나눴어요. 자세한 사항들은 바보 노트와 미술 숙제와 영화 티켓들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마치 사만다와 로니처럼 말이죠. 당황스럽게도 나는 내가 쓴 일기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사만다가 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고 있어요. (가끔 완전히 똑 같은 말이 적혀 있기도 해요) 그리고 내 부모님들이 이 상황에 무감동해하는 것도 같았죠. 이는 2001년, 내가 17살이던 나로, 내가 엄마에게 커밍아웃하던 밤으로 나를 데려가요. 처음에 나는 사만다가 조금 부끄러웠어요. 기억을 너무 노골적으로 환기시켰기 때문이에요. 누가 그렇게 어리고 어색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겠어요? 당신이 진짜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누군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17살 먹은 덕후 동성애자 아이가 그때 말한 것과 행한 것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본다면 슬프고 웃기고, 그래도 단순히 약간 애달픈 정도는 넘을거에요. 하지만 그때를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는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게임은 사만다의 감정들을 실제하며 정당한 것으로 다뤄요. 조롱거리로 보지 않는다는거죠. 당신이 그정도로 어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의 기저에 큰 변화를 거치고 있다면, 그건 그만큼이나 극적인거에요. 그 감정의 힘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 스며들죠. 스트리트 파이터2를 플레이하거나, 더럽게 강한 해적 커플에 대한 정교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거나, 디즈니 랜드에서 다른 가족들이 공포의 탑을 타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에게 커밍 아웃 하려고 노력하는 일에도요. (마지막 사건은 완전히 나에요. – 그리고 커밍 아웃에 대한 아주 적절한 묘사이기도 하죠) 나는 이런 일반론이 십대였던 적이 있는 누구에게도 적용될 법한 이야기라고 믿어요. 성년의 날은 당신이 게이이든, 스트레이트이든, 바이이든, 퀴어든, 트랜스젠더든, 그 외 무지개의 어떤 색깔이든 오는거니까요. 그러나 게이머로서 내 인생에 처음으로, 그 디테일한 부분들이 내게도 해당되는거에요. 그리고 그건 엄청나게 강력한 경험이었어요.
  1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딱히 게임 디자인에 직접 관련되는건 아니지만 흥미로워 할 분들도 있을 듯 해서 이름들만 ^^; 가져와봅니다. 어떻게든 해석을 해보려했는데 ... 전공이나 학교 명칭 등을 제대로 해석하기가 어려워서 포기 ... 원문 주소 : http://www.onlineuniversities.com/blog/2012/11/the-18-greatest-gaming-scholars-all-time/ 아래에 소개된 분들이 지은 책들 중 몇몇은 국내에도 소개되긴 했습니다만 2010년 이전에 나온 책들은 번역 상의 문제 때문에 읽기가 어려운 경우가 좀 있고 (게임을 잘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 번역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번역이 잘 되었다하더라도 굉장히 아카데믹해서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읽는데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관심있는 분들이 있을까봐 제가 아는 선에서는 번역된 책들의 링크를 넣어봤습니다. 아래에서 하늘색 글씨 및 국내 번역된 책 소개는 제가 넣은 멘트, 그 외의 텍스트는 원문의 극히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1. Kurt Squire: 게임 기반 학습 및 교육 전문가. 교육계에서의 게임에 대해 75건 이상의 출판물 (논문?) 을 펴냄. 2. Sara de Frietas: 시리어스 게임 전문가. 교육학, e-learning, 시리어스 게임 및 훈련과 교육, 가상 세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 3. James Paul Gee: 가장 최근의 연구는 K-12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실에서의 비디오 게임 교육과, 어떤 원칙들이 게임을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양쪽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것. 최근에 'Language and Learning in the Digital Age' 라는 책을 출간 4. Marc Prensky: 최근 교육적 게이밍에 대한 가장 결정적 의견을 내는 사람들 중 하나. 디지털 학습에 대해 60건 이상의 에세이와 5권의 책을 낸 저자. 5. Eric Zimmerman: 게임 관련 컨퍼런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학자이기보다는 게임 디자이너. 교육적 게이밍의 개발에 크게 기여한 인물. 6. Katie Salen: 위에서 소개한 에릭 짐머만과 마찬가지로 학자이기보다는 게임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터. 최근에는 수학기반의, 과학기반의, 건강기반의 게임들을 콜라보레이션하는 작업을 개발중인 듯. 7. D.W. Shaffer: 지적 이슈들에 초점을 맞춘 연구. 지식의 본성에 대한 철학의 한 갈래. 8. Pamela M. Kato: 건강 심리학 및 비디오 게임 전문가 9. Ken Perlin: 교육을 위한 게임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짐. 그래픽, 애니메이션, 증강현실과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많이 관여하지만 과학을 가르치기 위한 게임과 멀티미디어 경험 개발 이슈에도 흥미가 있음. 10. Constance Steinkhuler: 온라인 게임에서의 인지와 학습에 초점을 맞춘 학문적 연구. (와우에 크게 주목하고 있음) 11. Jane McGonigal: 게임으로 누군가를 교육하는 것 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를 원함. 맥고니걸의 연구는 대체로 게임을 통해 사람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아지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바꾸는 일에 비중을 두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책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 12. Sivasailam Thiagarajan: 게임이 업무효율 증대를 돕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믿음. 인터랙티브 학습의 세계적 전문가이며 게이밍과 연계된 컨설팅 사업을 30년이 넘게 해오고 있음. 40권의 책의 저자이자 120여개의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디자이너이고 200건이 넘는 문건의 저자. 13. Jesper Juul: 최근에는 게임이 지배(?)하는 반은 현실/반은 허구인 공간을 시험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선회. 그의 연구는 게임을 꼭 교육에 응용하려한다기보다는 심리학적/사회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최근에 서울대 이정엽 선생님 번역으로 국내에도 책이 나왔죠 캐주얼 게임 14. Sasha Barab: 읽어보진 못했어도 들어는 봤을 - 유명한가봐요. 저는 잘 모르 ... ;; - Quest Atalantis 의 주인공. 15. Janet Murray: 2000년대 초반 게임 학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였던 루돌로지 vs 내러톨로지 논쟁의 주역 중 한 명. 제 기억이 맞다면 내러톨로지 진영의 핵심 중 한 명이었을 겁니다. 커리어 전반에 걸쳐 게임의 사회학적 도입 연구에 큰 업적을 남김. 중요 저서로 1997년작 'Hamlet on the Holodeck: The Future of Narrative in Cyberspace'가 있음.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번역의 질은 그닥 ... 16. Henry Jenkins: 위에서 소개한 재닛 머레이의 반대진영, 즉 루돌로지 진영의 수장(?) 이었던 걸로 기억 ... 지금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Communication, Journalism, 그리고 Cinematic Arts를 가르치지만 MIT에서 게임 연구 분야의 초기 멤버로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10여년이 넘도록 MIT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었음. (요새는 모르겠지만 게임의 학문적 연구 초창기에 MIT의 미디어랩은 굉장히 유명했죠) 17. Brenda Laurel: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및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이자 디자이너. 브렌다 로렐의 연구는 게임의 사회학적 수행적 측면을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필독서임.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컴퓨터는 극장이다' 18. Espen Aarseth: 그의 연구의 중요한 지점은 게임을 이용한 스토리 전달, 학습, 공간 정의, 심지어 중독적 측면을 더 많이 이해하려는 욕망이다. 19. Ian Bogost: 이 분야의 최고 학자들 중 한 명. 이 분 트위터 팔로우하는데 드립력도 좋습니다 ㅋㅋ 보시다시피 교육과 게임의 연관성이 게임의 학문적 연구의 큰 축이 되고 있죠. 이게 좀 보기 좋다고 느끼는게 ... 제 개인적 경험으로 2000년 전까지는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과 디자이너의 의도가 반할 때, 이건 무조건 나쁜 걸로 여겨졌었거든요. 따라서 디자이너의 의도와 무관한 플레이어의 행동이 빈발할 경우 이를 막거나 못하게 하는 쪽으로 게임을 바꾸곤 했었죠. 근데 2000년이 지나면서 중후반까지 오자, '게임 전체에 크게 해될게 없으면 플레이어가 원하는걸 맞춰주는게 더 맞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 되었고, 이를 따르는 방향으로 많은 개발들이 이루어졌었습니다. 여기서 게임을 사회로, '디자이너의 의도에 반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행동'을 게임으로 치환하면, 구도가 얼추 연결이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게임은 배제할 수 없는 어떤 입지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죠. 여기에 대해 '후진' 정책은 게임을 어떻게든 사회에서 배제/격리하려는 움직임일테고, 게임 업계가 이후에 취하게 된 '선진적' 정책은 이를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려 노력하는 쪽일 겁니다. 북미쪽은 이런 움직임이 아주 오래전부터, 애초부터 위에서 언급한 '후진적 정책'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긍정적 활용을 고려하면서 이어져왔고, 그 증거가 바로 여기에 나타난, 게임의 가장 권위있는 학자들 중 상당수가 교육과 게임의 연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그러나 우리는 ... ㅜㅜ
  1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 글에서 말하는 류의 게임은 단호하게도 전혀. 제 취향이 아닙니다만, 이 글을 읽다보니 왠지 혹할 듯한 느낌도 나고 ... 단지 여기서 설명하는 게임들이 텍스트 기반이 많다보니 직접 시도할 엄두는 안나네요. 느린 페이스의 게임들은 많이 좀 그런 것 같아요. 제게는 일종의 계륵이랄까 ... 안해보자니 다들 칭찬해서 궁금하고 해보자니 막상 내가 느끼는건 내 옆의 사람들이 말한 내용이지 그 게임 자체가 아니라서 주저하게 되는 ... 여기에 몇 가지 요소들이 겹치면 (i.g. 육아 때문에 거실에서 치운 콘솔 게임을 하려면 다시 꺼내서 설치하고 뭐하고 해야하는 번거로움 등) 역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죠. 저니가 그런 케이스 ... 언젠간 해보게 되겠죠 뭐. 그나저나 텍스트 기반의 야설 게임이라니 흥미롭긴 해요. 원문은 여기 http://www.polygon.com/2013/8/29/4667610/opinion-the-special-pleasure-of-a-slow-game 시작하기 전에, 당신과 나 모두 심호흡을 해보자.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고 다시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고. 좋다. 이제 시작해보자. 나는 속도감에 대해 생각해왔다. 사람들을 얼마나 느긋하게 만들 수 있을지, 특히 그들이 주의를 기울이길 바랄 때, 아니면 특히 여름에 –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쪽이 기분이 좋을 때. 게이머로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음에 나타날 반짝이는 것을 향해 서두른다. 그러나 종종 게임은 우리를 멈춰 세우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몇 년 전에 나온 텍스트 어드벤처인 짐 먼로 (Jim Munroe)의 Evedybody Dies 이다. 오프닝 씬에서 당신은 눈내리는 도로에 지저분하게 생긴 담배 피우는 아이와 함께 서있다. 당신의 첫 본능은 움직이려는 것이다 – 동쪽을 향하든 서쪽을 향하든, 근방을 살펴보려고. 당신은 어딘가에 거주하는 사람은 아니다. 처음엔 어쨌든 그렇다. 당신은 그보다는 우리를 냄새맡고 다니는 동물에 가깝다. 출구를 찾고 싶어한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본능은 첫 행동에서부터 나타난다. – 그러나 게임은 당신을 멈춰 세운다. “이봐, 긴장 풀어. 담배부터 다 피우자고” 그래험이 말한다. 당신은 그가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 니플라스 (Nifflas)의 Knytt Underground 또한 좋은 예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자리잡기까지 수시간이 소요된다. 첫 2개의 맵은 그냥 튜토리얼이다. 그리고 당신을 한줌 남짓한 게임 내 방 안에 가둔다. 별다른 배경스토리도 없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대단한 영웅의 여정도 없다. 엉덩이를 들어올려 탐험을 시작해야 할 긴박한 이유도 없다. 그리고 마침내 게임 월드가 당신 앞에 열릴 때, 당신은 그 월드가 얼마나 광대한지 볼 수 있다 : 니플라스는 수천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동굴의 집합체를 만들어냈다. 각 방은 스크린 크기만하고, 몇몇 방들은 좌에서 우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곧게 뻗어있다. 다른 방들은 얽히고 설킨 통로와 플랫포머 퍼즐로 가득하다. 여기에 퀘스트 하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맵 곳곳에 흩어진 여섯 개의 종을 울려야 한다. 듣기로는 여기에 성공한다면 당신은 세계를 구할거라 한다. 그러나 니플라스는 계속해서 당신을 지체시킨다. 거대한 폭발은 없다. 그는 당신의 임무가 가진 긴박성을 별 것 아닌 걸로 취급한다. 당신의 두 동반자들 – 한 쌍의 요정들. 도라와 실리아. 한쪽은 낙관적이고, 다른쪽은 냉소적이다 – 은 당신을 돕기보다는 시간을 떼우려 존재한다. 이 게임의 매력을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할 때, 나는 “대학에서 말이야. 중고 방석을 가지러 가려고 그닥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마을을 통째로 가로질러 걸어본 적 있어? 대충 그런 느낌이야” 라고 말한다. 당신은 헤맬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 모든 방에 존재하는 모든 길을 기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뭐 당신의 뇌는 그럴 수 있다면 알겠다. 당신은 새 친구 – 동반자들 - 를 알아가야 한다. 그러나 당신은 상대가 말할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신은 세계를 구한다. 그러나 그게 뭐 대단한 일은 아니다. 나는 Knytt Underground를 내 친구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언제나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경고를 곁들인다. 그리고 처음 몇 시간 동안의 그닥 의미없어 보이는 구간도 견뎌야 한다. 오프닝은 일종의 시험과 같다 : 당신이 이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다면, 당신은 니플라스가 당신을 위해 수작업으로 만들어 낸 이 광대한 세계를 맛 볼 자격이 없는 것이다. 당신은 뭐든지 빨리 많이 하고싶은 타입일 수도 있다. 이 게임에는 그런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게임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뒤로 물러나 진행을 느려지게 만들 수 있다 ;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당신의 노가다를 막기 위해 설치한 다양한 과속 방지턱들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섬을 약탈할 수 없게 만드는 긴 보트타기, 상점에서 총알같이 곧바로 나가버리는 것을 막는 작은 ‘안녕히~’ 인사 같은 것들. 이 장치들 중 많은 수가 단어를 포함하는건 우연이 아니다. 나는 단어로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우리를 느려지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텍스트 또한 게임의 템포를 설정할 수 있다. 카라 엘리슨 (Cara Ellison)의 Sacrilege를 플레이 한 적이 있는가? 텍스트 기반의 게임인데, 텍스트가 방해되는 느낌은 전혀 없다. 텍스트의 벽으로 당신을 가로막는 대신,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대신, 엘리슨은 플레이어를 그 속으로 유혹한다. 플레이어는 각 줄이 나타날 때마다 그걸 읽는다. 플레이어는 단어를 하나 클릭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본다. 이건 거의 만져질 듯한 퀄리티를 가졌으며, 그건 물론 그녀가 사용하는 엔진 때문이지만, 컨텐츠도 또한 만져질 듯 하다. 이 게임은 섹스를 다루며, 섹스를 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대한 것이다. 단어들은 설명이 아닌 생각이다. 이들은 캐릭터의 결정과 발견에 보조를 맞춘 속도로 조화를 이룬다. 문장 한 줄 한 줄은 딱 맞는 길이이며, 이는 심지어 당신이 일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다. 이런 흐름은 이 게임이 가진 최고의 섹스신에까지 이어진다. – 버튼을 클릭하거나, 엄지스틱을 빙빙 돌리거나 다른 조작계를 만지작거리는 대신, 당신은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를 클릭하기 때문이다.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우린 모두 게임이 높은 난이도나 도전적 요소들, 또는 명백한 장애물을 사용하여 우리의 진행을 늦추는걸 알고 있다. 론 길버트 (Ron Gilbert)가 말한 바에 따르면, 게임은 그저 자물쇠와 열쇠이다. 열쇠를 찾으면 자물쇠를 연다. 이 과정을 게임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그러나 게임이 당신으로 하여금 열쇠를 찾는데 시간을 끌도록 만드는 방법을, 자물쇠를 찾기 전에 기다리게 만드는 방법을, 멈춰 서서 텀블러를 열어보는건 어떨지 고민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면, - 그거야 말로 황홀한 일이다. 재미있게도, 우리 대부분은 그런걸 기대하지 않는다. 기다리는건 게이머로서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게임이 나보다 한 발 앞서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나를 멈추게 만들어도, 일단 심호흡을 하게 해도 개의치 않는다.
  1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Adam Tingle 가 Raph Koster 를 인터뷰한 기사가 mmorpg.com 에 올라왔더군요. 재밌어 보이기에 옮겨와봅니다. 원문주소 : http://www.mmorpg.com/showFeature.cfm/loadFeature/7716/Raph-Koster-on-the-Past-Present-and-Future.html 게임 산업은 이제 헐리웃과 창조성과 재정적 영향력 양 방향 모두에서 경쟁적 관계이다. 그러나 몇몇 디지털 마스코트와 표면적 이해, 욕설을 내뱉으며 콜 오브 듀티를 하는 십대들을 제외하면 어떤 물리적이고 인간적인 아이콘이나 ‘비디오 게임 유명인’은 없는 편이다. 최근의 시리즈에서 우리는 저명한 MMORPG 개발자들과 함께 그들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지, 왜 온라인 월드를 선택했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제임스 립턴 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대화를 나눈 대상은 여느 은막의 주인공들만큼이나 흥미롭다. 라프 코스터는 울티마 온라인 (Ultima Online)으로 옮기기 전, LegendMU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가 이룬 일들은 MMORPG 장르를 규정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스타워즈 갤럭시즈 (Star Wars Galaxies) 는 많은 이들이 열망하던 ‘샌드박스’ 스타일의 플레이를 정제해냈으며, 게임과 월드 디자인에 대한 여러 언급들은 가장 열렬한 플레이어들조차 전율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십년을 넘나드는 광범한 이력을 통해 라프는 온라인 장르 전체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오늘 우리는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겠다. MMORPG (매체 이름이 mmorpg.com 입니다) : 당신에게 mmorpg란 어떤 의미인가요 라프 코스터 : 지금은 여러 복잡한 느낌들이 교차하네요. MUD를 시작했을 때는 신선하고 신났어요. 우리는 세상을 바꿀 비밀을 가진 느낌이었죠. 모든 사이버스페이스의 꿈이었죠. MUD는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수업이었어요. 전 아직도 제가 최초로 강퇴했던 사람을 기억해요. 다른 플레이어들을 뒤에서 몰래 훔쳐보며 쾌감을 느끼던 다른 관리자였죠. – 요새로 말하자면 NSA이슈랑 비슷하죠? 오해하진 마세요 – 그것도 물론 그냥 게임이었어요.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놀 수 있을 정도로 융통성을 가지고 있었죠. 비교적 엄격한 편인 Diku 포맷에서조차 실험을 하고 새로운걸 시도해 볼 여지는 있었어요. 우리는 크래프팅과 꿈 시스템, 경매장과 기분 시스템 및 그 외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가지 종류의 것들을 넣었어요. 그러다가 울티마 온라인에서 일했죠.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발명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우리가 거기서 얼마나 많은 미친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채로 시간이 꽤 지났죠. 이상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넣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MUD에서 울온으로의 이동도 엄청났어요. 그리고 예산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사업인거죠. 타성에 젖기 시작했어요. 뭔가 다른걸 시도하기가 어려워졌죠. 한계를 확장하는 도전을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플레이어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죠. 거대 자본과 함께, 디지털 감시인가 뭔가하는 도전적 질문들은 “우리가 MMORTS 게임 시장을 열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에 밀려 점차 사라졌어요. 그 질문들이 나쁘다는건 아니에요. 야심찬 질문이죠 물론. 그러나 MUD를 할 때 주변을 맴돌던 것보다 불필요하게 큰 질문이 아닌가 하는 거에요. 저는 결국 There.com나 Metaplace같은, 게임이 아닌 곳에 가서 수다를 떠는 좀더 작은 세계로 간 셈이에요. 그랬던 이유는 그게 더 넓은 웹에서 생겨나는 일들의 흐름을 타는 방법이었거든요 : 블로그와 포럼, 웹 2.0과 커뮤니티 참여와 협업 디자인과 애자일 개발 뭐 그런 것들이요. MMORPG들은 이런 흐름을 타지 않는 듯 보였어요. 이제서야 그런 흐름에 참여하려는 듯 하죠. – SOE는 여기에 들어맞는 여러 계획들을 상정하고 있는 듯 해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아트웍을 올리는 등의 일이죠. 그러나 SWG (스타워즈 갤럭시즈) 가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됐어요. 내가 Metaplace를 하기 위해 SOE를 떠난지도 7년이 됐구요. 시간이 꽤 걸린 셈이에요. 제 생각에 우리가 잊고 있던 일련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있는 듯 해요. 가상공간에서의 사교적 관계에 대해 배웠던 것들 대부분은 현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이식되어 있죠. 이들 매체를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꽤 많은 게임스러운 부분들이 들어가 있어요. 친구 목록과 길드, 레벨과 별점 랭크 등 우리가 웹에서 매일매일 쓰던 것들 중 몇몇은 실제로 MUD를 할 때와 어느정도 비슷한 느낌을 줘요. 사생활의 문제, 가상 공동체를 운영하는 공정한 운영원칙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 등은 오늘날 훨씬 더 날카로운 측면을 갖게 되었는데, 고용주가 당신의 페이스북을 봐도 되는가 하는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죠. 결국 MUD시절을 돌이켜볼 때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틀리지 않았던 거에요. 단지 MUD가 뒤에 남겨졌을 뿐이죠. 그래서 MMORPG는 이제 좀 막다른 길에 몰린 듯 느껴져요. 한때 풍부한 잠재력을 가졌던 가지가 완전히 성장하지는 못한 듯한 모습이죠. 저는 Metaplace가 문을 닫은 이후 플레이어로서 가상 세계에 매료된 적은 없어요. 뒤로 물러나서 지금의 아키에이지나 EQNext같은 게임들, 길드워즈2가 시도했던 것들 등 시뮬레이션의 트렌드를 지켜보는게 흥미가 가요. 어떤 면으로는 마인크래프트가 자극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울온과 SWG에서 우리가 했던 것을 이어받아 꾸준히 해왔더라면 좋았을거라고 바라죠. 그래서 ... 전 MMORPG에 이력을 빚지고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수년간 이 장르에서 일을 하거나 플레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MMORPG : 울티마 온라인 이전에 당신은 LegendMUD에서 일을 도왔죠. 그때의 일이 이후의 일에 대한 시금석으로서 얼마나 중요했나요? 라프 코스터 : 엄청나게요. 아래 대답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겠지만요. 플레이어의 권리가 처음 떠오른게 LegendMUD 때였고, 내가 플레이어와 관리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행동 강령을 처음 쓰려고 시도했던 것도 LegendMUD였죠. LegendMUD는 내가 작업했던 어떤 MMORPG들보다도 퀘스트가 강하게 이끄는 게임이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최근의 MMORPG들보다도 더 그렇죠. – 아, 와우는 당연히 더 많은 퀘스트를 가지고 있을테고, 플레이어를 이 퀘스트에서 저 퀘스트로 선형적으로 끌고 다니죠. Legend는 그러지는 않아요. 그러나 저는 지금도 그때의 몇몇 퀘스트들을 최근의 MMORPG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요. Legend는 또한 비교적 클래스 구분이 없는 게임이었죠. 고향 또는 태어난 곳의 개념은 있었지만요. 최종적으로 그 캐릭터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죠. 그럼에도 그 속에서 풍부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구요. Legend에서 플레이어는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어요. 돌이켜보면 이 점은 내가 가상 세계를 서로 크게 다른 지역들, 심지어 다른 규칙들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내 가상 세계에 대한 큰 그림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봐요. 크래프팅 또한 당시의 MUD에는 아주 드문 요소였죠. 가구와 탈 것, 플레이어 하우징 등도 지원했어요. 이들 모두가 이후의 게임들에 혼합되어 나타나죠. LegendMUD는 아직도 운영 중이에요.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직접 접속해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울온에 나와 내 아내가 넣은 많은 요소들은 우리가 가지고 다니던 노트에서 나왔어요. 이 노트에 우리는 LegendMUD이후에 만들게 될 MUD에 넣고 싶은 아이디어를 적어놓곤 했죠. 나는 아직도 이 종이 노트를 가지고 있고, 울온이 15주년 되던 해에 내 사이트에 공개했어요. 이 노트에 적혀 있는 요소들 중 일부는 아직 어떤 게임에서도 구현된 적 없다는 점이 좀 안타깝기도 하죠. MMORPG : 디자인을 할 때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나요? 라프 코스터 : 넌픽션이 큰 비중을 차지해요. 수학의 타일 깔기 문제, 초기 인류의 사회 구조,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과 왜 그들은 사본을 옮겨 쓰고 또 쓰고 했는지 등에 대해 읽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거죠. 저는 게임 플레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드물어요. 때로 어떤 게임 규칙을 보고 통째로 가져오고 싶은 경우는 있을 수 있겠죠. 종종 도전받았다거나 흥미를 끄는 게임 디자인을 보기도 하구요. 그럴땐 그걸 가져와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고 싶기도 해요. 제 생각에 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보다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일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영리한 디자이너와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고받거나 여기저기 던지다보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는거죠. 저는 비디오 게임을 역사의 흐름에 놓인 현재형의 최신 놀이이자 스포츠의 일부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합니다. 저는 수공예로 만든 Nine Men’s Morris 게임 보드를 사는 종류의 사람이죠. 왜냐면 내가 게임 디자이너이고 이게 집에 하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픽션도 많이 읽어요. 이들도 또한 섞여들어가죠. MMORPG : 당신은 자신의 블로그와 여러 강연을 통해 월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곤 했습니다. 어떤 MMO가 그 세계에 사는 플레이어들의 공동체에 정말로 ‘리얼’하게 느껴진다는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라프 코스터 : 글쎄요,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법이죠. 그러나 제 개인의 취향에 대해서라면,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저는 일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몰입감이 높다면 잘못된 게임 규칙은 어느정도 용서할 용의가 있어요. 게임의 규칙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는 느낌보다는 덜 중요하다는거죠. 언제인가 이걸 “당신이 있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 당신이 아닌 누군가가 되는 것”이라고 묘사했던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물론 다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게임 규칙에 가치를 두겠죠. 저는 “그들에게 더 많은 힘을”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지 그들이 이미 그런 힘을 가졌다는걸 빼면 말이죠. 그동안 바로 이런 방향이야말로 이 장르가 발전해 온 방향이었죠. 저는 MMO의 진화에서 상당한 부분이 몰입감을 덜더라도 보다 명료한 인터페이스와 사용하기 쉬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해요. 몬스터와 아이템의 이름이 색깔로 구분지워진다던가, 귀속 시스템 등이 바로 그런 더 게임스러운 경험의 이름 아래 행해진 일들이죠. MMORPG : 플레이어의 경험을 구조화하는 것과 그들에게 좀더 새로운 모험을 가능케 할 도구를 제공하는 것들 중 어느쪽을 더 선호하시나요? 라프 코스터 : 양쪽 모두요. 정말루요. 저는 고정된 세계의 위에 새로움을 자아낼 도구를 구축하는건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스토리텔링 또는 퀘스트, 그 외 무엇이든 그런걸 경험의 기반으로 삼을거라고 결정하는 순간, 당신은 게임의 역동성이나 신선함은 포기하게 됩니다. 왜냐면 고정된 컨텐츠를 뒤엎거나 파괴할 수는 없거든요. 반면에 시뮬레이션 또는 UGC (User-Generated-Contents) 를 기반으로 삼고 시작해서 그 위에 고정된 요소들을 얹는다면 그건 아마도 제대로 동작 할 겁니다. 왜냐면 고정된 컨텐츠들은 움직이는 기반 위에 구축되었으니까요.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새로운 모험 쪽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그건 그분들이 LegendMUD를 안해봐서 그런 겁니다 MMORPG : 울온에서 일하는건, 간추려보자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좀더 편하지 않았나요? 라프 코스터 : 아뇨. 울온에서 일하는게 편했던 이유는 그보다는 작은 규모의 팀이었고, 우리 모두가 같은 방향을 지향했기 때문이죠. 저 개인에게 있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또 다른 유일한 경우가 Metaplace를 구축할 때였습니다. 스타워즈 갤럭시즈는 훨씬 더 큰 팀이었고, 압박도 엄청났죠. 소셜 게임들 또한 상당한 압박과 다양한 서로 맞지 않는 목표들이 있었구요. 그 작은 실험실 같은 느낌의, 팀이 빠르게 움직일만큼 작지만, 뭔가를 탄탄하게 만들어낼만큼은 크고, 우리가 무엇을 만드는 지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팀은 일종의 마법같아요. 스타워즈 갤럭시즈의 경우 거의 처음부터 긴장이 있었죠. 제다이를 넣을건지 아닌지, 절차적 지형을 사용할지 말지, 산디에고 팀과 오스틴 팀 사이에 내부적 정치 문제, 그리고 물론 라이센스 타이틀이라는 데에 얽힌 요소들까지요. 소셜 게임의 경우에는 언제나 창의성과 지표 사이의 문화적 마찰을 겪을 수 밖에 없어요. 아울러 우리는 회사를 팔기 위한 준비단계이기도 했구요. 일하는게 편한가 하는 문제는 규칙을 만드는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규칙은 언제나 깍여지기 마련이고 이건 당연해요. 그보다는 업무의 동시성 문제가 더 크죠. MMORPG : 스타워즈 갤럭시즈를 만들며 만났던 게임 디자인 상의 도전적인 부분들은 울온 때와는 어떻게 달랐나요? 라프 코스터 : 뭐, 둘 모두 사랑받는 게임의 후속작이었죠. 그러나 스타워즈의 경우는 울티마보다 제약사항이 더 많았어요. 제다이 문제가 컸고, 결국은, 제 부족한 견해로는, 그게 게임을 죽인 셈이 됐죠. 제가 보기엔 우리는 제다이를 게임에 넣지 말았어야 했어요. 월등히 우월한 직업을 MMO 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이 클래스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땅에 묻어두었죠. 첫 크리스마스 시즌에 제다이 되는 법에 대한 힌트를 담은 홀로크론이 드랍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종말의 시작이었죠. 제다이 시스템의 동작 방식 –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일련의 서로 다른 스킬들을 모두 마스터해야 했어요. 그게 비밀이었을 때는 여러 갈래 중 한 가지일 수 있었지만, 일단 공개되자 모든 이들이 각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플레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거죠. 오토가 급증했어요. 사람들은 노가다를 시작했고, 결국 게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죠. 제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제다이 얻기를 좀더 쉽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NGE (New Game Enhancement – 스타워즈 갤럭시즈의 대규모 패치 중 하나) 와 스타워즈 구공화국을 통해 시도된 것들이죠. 그러나 그건 게임 내 설정상의 시간대를 고려할 때 정직하지 않다고 느껴졌어요. 한편 스타워즈 갤럭시즈는 절차적 지형 시스템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을 거에요. 모든 행성은 플레이어가 걸어가면 일정한 결과를 내놓는 공식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따라서 매번 같은 결과를 내놓죠. 그렇게 넓은 맵에 능동적 변화까지 가능하게 하려면 불가피한 방법이었어요. 언젠가는 그게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써야겠죠. 근데 이게 문제가 많았어요. 그래픽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가 아주 어려웠죠. 게다가 패스파인딩, 스폰, 콜리젼, 그 외 많은 것들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어요. 한편 우린 어디서나 집짓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 우리가 얻은건 모든 곳에 집이 들어서는 거였죠. 스타워즈 갤럭시즈에는 8개의 행성이 있고, 각 행성은 한 면에 16348 미터와 1m 해상도의 하이트필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요즘과는 달리 2003년에 CD에 담기엔 엄청난 양의 데이터죠. 타일당 텍스쳐 하나, 컬러 하나, 그리고 높이값 하나로 쳐서 5바이트라고 해보죠. 8개 행성을 담으려면 10기가가 필요해요. 이걸 메모리를 절약하기 위해 2m 하이트폴까지 줄였던가 그럴거에요. 근데 이건 식생요소나 오브젝트는 포함시키지 않은거죠. 오로지 지면만 쳐서 그랬어요. 아티스트들은 이걸 어떻게 다뤄야할지 한동안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다시 말하자면 맵을 만들기 위해 전혀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는거죠. 상당수의 아티스트들이 끝끝내 그런 기술을 익히지 못했구요. 사실 우리는 실제로 게임에 들어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정 퀘스트를 만들려고 했었어요. 그러나 우린 템플릿 폼만 채워넣으면 퀘스트가 만들어지는 진짜 퀘스트 시스템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대신 모든 퀘스트들을 자바로 직접 써넣어야 했죠. 우리 스크립터들이 이걸 잘 해주길 바랬지만, 자바로 스크립팅을 하는건 어려운 도전이었고, 괜찮은 퀘스트 툴을 도입하기엔 시간에 너무 쫓기고 있었죠. MMORPG : 당신이 보기에 본인의 마지막 온라인 모험 이후 MMORPG 플레이어들이 많이 바뀐 것 같나요? 라프 코스터 : 물론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군요. 요즘 MMO들의 최전선에 서본 지가 오래 되어서요. 그립다는 말들을 종종 듣곤 합니다. 제가 작업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MMO를 원한다는 이들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죠.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바뀐 이유들 가운데 한 가지는 비교적 큰 규모의 팀과 예산이 최근 MMO 뒤에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트리플A보다 못한 그래픽을 가진 새로운 MMO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일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주류’ MMO 유저층은 아니겠죠. 물론 비주류 인디나 아이들을 위한 시장 등이 있고, 이들은 여전히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시도에 열려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뭔가를 만들기 위한 진입장벽은 지나치게 높아요.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저에게 샌드박스 MMO를 만들기 위해 킥스타터를 할건지 묻죠. 하지만 킥스타터로 그런걸 하려면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서는 킥스타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펀딩을 해야만 할거에요. MMORPG : 최근 MMO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프 코스터 : 끔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생각을 거의 안합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긴 하지만 그들 중 소수만이 흥미로워 보이더군요. 이유들 중 한 가지는 Metaplace에 참여해봤기 때문일 수 있죠. 우리는 문자 그대로 (과장하는게 아닙니다) 스노우 크래시 또는 레디 플레이어 원 (국내에 번역 안됨) 같은 소설의 배경을 기본적인 수준에서 이루었어요. 아 물론 렌더링은 여전히 브라우저에서 작고 형편없는 플래시를 통해 돌아가기 때문에 아무도 어디까지 가능한지 본 적이 없지만요. 그러나 굉장히 특별하고 놀라운 것만은 분명해요. 사용하기도, 개념을 잡기도 어렵긴 하지만, 그정도로 광범한 일을 한 번 해보고 나면 ‘오크를 잡아오세요’ 같은 좁은 일로 후퇴하긴 어렵죠. MMORPG : 미래에 이 장르는 어디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라프 코스터 : 몇년 전에, MMO 요소들이 모든걸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다가 욕을 꽤 먹었죠. 그러나 마인크래프트도 개인적 MMO이고, 엑스박스 라이브도 MMO이고, 트위터나 그 외 것들도 그래요. 어디에나 있죠. 제 생각에 전통적인 가상세계는 현재 곤경에 처해있어요. 가상 세계의 매력들 중 많은 부분들이 이제 다른 매체에서도 가능하죠. 따라서 이제는 엑스박스 라이브나 MOBA가 할 수 없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로 후퇴해야해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저층을 잃을 수도 있겠죠. 왜냐면 MMORPG가 가장 잘 하는 분야라는건 이미 잘 굴러가는 다른 게임들보다 좀더 시간을 많이 필요로하고, 페이스가 느리며, 보다 몰입적이거든요. MMORPG : 샌드박스와 테마파크 사이에는 논쟁이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전자의 지지자로써 이 장르에 일종의 디자인 철학이 중요하다고 느끼시나요? 라프 코스터 :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 이미 충분한 테마파크 게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보이스 채팅에 감사하게도 이런 싱글 플레이 게임을 다른 이들과 즐길 수도 있죠. 굳이 MMO를 여기에 붙일 필요도 없는 그런 게임들이요. 마인크래프트가 인기를 얻은건 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MORPG : 무제한의 예산과 자원이 주어진다면, 어떤 MMORPG를 만드시겠습니까? 라프 코스터 : 아마도 아무런 준비없이 세계를 시뮬레이션 하는 작업으로 돌아갈 겁니다. 전혀 새로운 배경 설정 위에서요. 플레이어들이 모든 것에 관여하고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소설을 읽어 보셨다면, 이 소설이 그려내는 모습이 바로 Metaplace의 기술이 하려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은 다른 모든 것에 앞서서 보다 매력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에 좀더 초점을 맞추겠죠.
  1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근성의 역작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4가 나왔습니다. 이전 부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파트 4. 진영 이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다룬 커뮤니티 장치들은 대부분 미시적이거나, 미시적인 부분이 있는 장치들이었죠. 그러나 진영쯤 오면 굉장히 규모가 크고, 개별 플레이어들의 피부에 와닿는 커뮤니티적인 부분은 좀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 장치가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꽤 크다고 생각해요. 진영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시도했던 것은 DAoC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대규모 PvP는 RvR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이는 Realm vs Realm 의 약자이고, 이때의 Realm은 즉 진영을 의미하죠. 이 진영이라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요소였고, 꽤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후 와우가 이 개념을 채택하면서 확실히, 굉장히, 널리 보편화되었죠. 진영은 대충 다음의 두 가지 요소로 넣을 수 있습니다. 진영 시스템의 구성 요소 첫째, 한 서버에서 복수의 진영에 캐릭터를 생성할 수 없습니다. 즉 어떤 서버에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진영을 선택해야하고, 이 진영은 그 서버의 모든 캐릭터를 삭제하기 전까지는 바꿀 수 없습니다. 첩자질 (spying) 의 문제도 그렇고 소속감의 문제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가피한 장치였죠. 지금 와우는 이런 경계도 사라졌습니다만 그건 좀더 아래에서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둘째,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한 이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됩니다. 와우는 채팅만, 다옥같은 경우는 아이디를 알아보기도 어렵게 되어있죠. 상대에 대한 개인적 감정의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이며, 개인적 감정을 집단적 감정의 문제로 치환해주는 꽤 좋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DAoC의 경우에 더 그런데, 예를 들어 상대 진영의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면, 진영이 없는 다른 게임에서 이는 철저히 개인간의 문제입니다. 나라는 개인은 상대 아이디 뭐뭐라는 개인에게 감정을 품게 되는거죠. 이건 그닥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개인간의 은원이 돌고 돌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되거든요. 어떤 류의 게임들에서는 이런 ‘감정으로 말미암은 은원의 순환’을 게임의 일부라고 보기도 하는 것 같지만 (대표적으로 리니지1 등의 게임들?) 저는 이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건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DAoC 같은 게임에서는 이게 진영간의 갈등이라는 집단적 감정의 문제가 됩니다. 상대 진영의 누구라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상대 진영’ 자체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 같은걸 불태우게 되는게, 이쯤 오면 이건 게임 플레이의 일부라고 봐줄 수 있습니다. 결국 진영간 커뮤니케이션 제한을 통한 핵심적인 장점은 게임 플레이의 일부인 PvP를 통해 발생한 개별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다시금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이죠. PvP는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동기’를 발생시킵니다. 진영이 없는 게임에서 이 동기는 안좋은 쪽으로 발달하거나 무의미하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영이 있는 게임에서는 이 동기가 좋은 쪽으로 발전하여 게임 플레이의 일부를 이루는 일종의 싸이클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진영 시스템의 장점 진영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집단적 소속감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게임을 더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있겠죠. DAoC를 할 때 저렙인 제가 파티원들을 모아 어딘가에서 열렙을 하고 있으면, 어느순간 채팅창에 경고가 울립니다. ‘우리 영토가 공격받고 있음’ 이라는 메세지죠. 저는 저렙이기 때문에 나가봐야 순삭이라 렙업이나 하자고 맘먹고 눈 앞의 몹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제가 사냥하는 장소 근처를 고렙들이 줄지어 말타고 지나가면, 그들이 펄럭이는 망토가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어요. 그들은 모두 국경지대로 우리 진영을 지키기 위해 출전하는 중이고, 이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두근댑니다. 현실에서는 애국심과는 거리가 먼 쿨시크한 납세자와 그 세금을 기반으로 한 공공 서비스 제공자로서만 자신과 국가의 포지션을 잡는 저지만 게임에서 이런 가슴 두근거림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와우에서도 비슷한 일은 많죠. 저렙인 내가 렙업하는데 누군가의 거듭되는 뒤치기로 화가 날 때. 화는 나지만 여전히 저는 저렙이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미쳐버릴 듯 답답할 때. 지나가던 우리편 고렙이 아무 이유없이 저를 도와줍니다. 복수는 3배로 해야 제 맛이라며 한 시간이 넘도록 제 주변을 돌며 지켜주고 상대가 보이면 잔혹하게 눕혀버립니다. ‘같은 진영’ 이라는 것 이외엔 여기에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그건 고렙과 저 사이를 강하게 묶어주는,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강력한 끈이죠. 진영 시스템의 단점 한편, 이런 진영 개념은 널리 알려진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영간의 밸런스 문제가 바로 그거죠. 이게 일단 시작되면 가속화되는건 순식간인데다가 해결하기도 몹시 어렵습니다. 와우의 2진영 구도는 물론이고 DAoC의 3진영 구도도 그렇습니다. 혹자는 3진영 구도에서라면 한 쪽이 두드러지게 강할 때 다른 두 진영이 연합해서 대응하는게 가능하므로 괜찮다고도 하던데,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북미 서버에서는 그런 의도가 그럭저럭 어떻게든 동작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 한국 들어오니 여지없더군요. 저는 한국의 DAoC에 서버가 2개 있던 시절에 플레이했었는데, 두 서버 모두 알비온의 압도적 강세였고, 이는 하이버니아와 미드가드가 연합을 하건 뭘 하건 상관없었습니다. 렐릭 3개는 언제나 알비온이 가지고 있었어요. 진영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들 이런 진영 시스템의 밸런스에 내재된 위험성은 그나마 PvE에 관련된 문제들이라면 후대의 와우가 보여주었듯 인터서버 장치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PvP 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습니다. 오리지널의 와우는 ‘진영’ 이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가져가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불타는 성전부터는 진영을 버리지는 않되 어떻게든 진영 시스템 본연의 효과 – 이 경우 DAoC가 노렸고 효과를 보았던 그 부분이겠죠 – 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와우의 PvP가 대규모가 될 수 없었던건 서버나 클라이언트의 퍼포먼스 저하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2진영 구도에서 이를 너무 격하게 밀어붙일 경우 와우의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 자체가 이를 받쳐줄 수 없었던 부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구가 기우는건 답이 없거든요. 그렇기에 와우의 진영 시스템 도입은 아주 이상한 일이기도 하죠. 진영에 묶이는 집단적 소속감 등의 문제가, 진영간의 마찰이 없으면 전혀 자극되지 않아요. 와우는 그 장점만큼이나 다양한 단점들도 가지고 있지만 확장팩이 거듭되면서 다각도로 그 해결을 모색했고 실제로도 대부분 나아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딱 하나, 진영 문제만은 답도 없고 뾰족한 해결책도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길드워즈2 정도까지 오면 얼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길드워즈2에는 고정된 진영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서버 자체가 진영이고, 서버끼리 서로 싸우는 구도입니다. 서버 내부의 공간에서 플레이어들은 착실히 PvE 컨텐츠를 즐깁니다. 서버 외부의 공용 공간에서 다른 서버 플레이어들을 만나 에픽한 전투를 벌입니다. 3개 서버가 하나의 전장에 모여 24/365 지속되는 전투를 벌이는데, 물론 특정한 서버가 너무 강하거나 약할 수도 있습니다.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거죠. 고정된 진영을 가진 시스템 하에서 이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골치가 아픕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는 잠시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제에 가까운 처방입니다. 길드워즈2에서는 그럴때 맞상대하는 서버를 바꿉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길드워즈2를 하던 당시에는 2주 로테이션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3개 서버가 2주간 전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비교해서 매치메이킹을 다시 하는거죠. 물론 그 매치메이킹은 서버간의 실력 차이를 반영합니다. 하나의 서버가 하나의 진영이 되며, 진영간의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2주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매치메이킹을 통해 조정합니다. 소위 탑티어 (Top Tier) 라 부르는 최상위 3개 서버는 그 자부심도 대단하거니와, 24시간 내내 일정 이상의 병력 – 플레이어 – 을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인원동원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한편 길드워즈2의 이런 방식은 컨텐츠 추가 개발의 부담도 해결해줍니다. DAoC에서 3개 진영은 모두 독자적인 컨텐츠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드가드/하이버니아/알비온의 3개 진영은 고유의 맵과 몬스터 등을 갖추고 있었죠. 이는 다시말하면 하나의 캐릭터로는 게임이 제공하는 모든 컨텐츠를 즐긴다는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와우 또한 마찬가지죠. 중렙 이후는 대부분 분쟁 지역이라 컨텐츠를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분쟁지역의 다른 진영이 제공하는 퀘스트는 해볼 수가 없고, 각 진영 고유 지역은 아예 맛볼 수가 없습니다. 길드워즈2에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서버별로 PvE 지역의 컨텐츠는 완전히 동일하니까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길드워즈2의 서버간 전쟁 구도는 2004년인가 2005년 경에 제가 일하던 프로젝트에서 제안했던 것과 100% 일치하는 구조입니다. 기각되어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길드워즈2를 해보면서 뭔가 내 안의 선견지명을 확인한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뿌듯하기도 ... ;; 저는 mmog의 진영 개념을 꽤 좋아합니다. 샌드박스 타입 mmog는 게임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공장에 가까운데 비해, 와우에서 비롯된 테마파크 타입 mmog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러나 진영 개념은 이런 테마파크 타입에 플레이어 내러티브, 나아가서 대서사가 펼쳐지는 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월등히 높여주는 장치거든요. 그러나 이런 멋진 시스템도 명확하고 커다란, 극복하기 어려워보이는 결정적 한계로 인해 자주 쓰이지는 못했죠. 하지만 여기에 길드워즈2가 제안한 해결법은 그간 문제시되어 왔던 요소들을 꽤 많이 해결하고 있는데다가, 어차피 요새는 서버간의 구분이 없는 방식으로 mmog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좀더 많이 쓰일 것을 기대해봄직도 ... 하긴 한데, 요즘은 애초에 mmog를 만드는 경우 자체가 드물어지니까요. 좀 서글프기도 하군요.
  1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문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news/198852/Heres_what_a_console_transition_looks_like_by_the_numbers.php?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후계기의 출시시 이전 세대의 콘솔은 어떻게 그들의 세대를 마감할까? 판매량이 느리게 감소함에 따라 몇 년 더 버틸까? 아니면 잽싸게 인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새 세대에게 양보한 후 잽싸게 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러 요소에 달려있다. 아래에서 보여드리겠지만 Nintendo64나 GameCube와 같은 콘솔은 일년 이내에 구식이 되어 빠르게 사라져갔다. 다른 기종들은 좀더 길게 버텼다. 이번 겨울부터, Xbox360과 플레이스테이션3는 더 이상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콘솔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이 기종들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와 같지가 않다. 이들 기종의 퇴장은 새 시스템이 콘솔 시장을 뚫고 들어올 기회가 된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닌텐도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콘솔 시장을 가정하고 있다. – 그러나 이 가정들은 아마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닌텐도의 세대 교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이전에 일어났던 닌텐도가 새 시스템을 출시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닌텐도의 과거 콘솔 세대교체시 수익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2001년에 GameCube가 런칭하자, N64는 50만대만 출하되었다. 2002년 3월 이후에는 추가로 출하된 물량이 없다. GameCube와 Wii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좀더 긴 시간동안 벌어졌다. 2006년 9월 말에서 2008년 3월 말까지, 닌텐도는 540,000 대의 GameCube를 출하했다. 두 경우 모두 후계기의 발표 이후 이전 세대 콘솔의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2년 10월에서 2013년 6월에 이르는 Wii U 발표 이후 Wii의 판매량은 사뭇 다르다. 닌텐도는 추가로 290만대의 Wii를 출하했다. 여기에는 Wii U의 발표 이후 불과 수주후에 처음 출하되기 시작한 Wii Mini도 포함된다. 이는 낡아가는 작은 콘솔을 닌텐도가 포기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Wii의 사후 수명이 - 후계기 발표 이후 이전 세대 기종의 수명 – 이렇게 긴 이유를 설명하는 한 가지는, 닌텐도가 그들의 전통적인 시장 밖에 있던, 아직 진출하지 않았던 시장으로 좀더 저렴한 콘솔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는, 그냥 단순히 아직도 남아 있는 이전 세대 콘솔에 대한 수요에 반응했을 뿐일 수도 있다. –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아직도 Wii는 Wii U보다 많이 팔린다 – 이를 통해 분기마다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에 완충작용을 해 줄 매트리스를 댄다. 정답은 아마도 이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듯 하다. 닌텐도가 새 기종의 출시를 맞아 이전 기종을 어떻게 단종시켰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닌텐도 각 기종의 연간 (12개월 간격으로 추적) 판매율을 추적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추적한 닌텐도의 최근 4기종의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같은 데이터를 다르게 보려면 이곳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의 세대 교체 이제 다른 일본 콘솔 제조사 소니를 살펴보자. 전혀 다른 광경을 볼 수 있다. 여기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과 플레이스테이션2, 플레이스테이션3까지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숫자들이 있다. 이 칼럼을 쓰기 전에는 위의 숫자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를 검토하고나서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이전 두 기종의 세대교체에서, 소니는 후계기의 출시 이후에도 이전 세대의 콘솔을 전체 판매량의 약 30% 정도 출하했다. PS1의 경우, 이는 5년간에 걸쳐 3천만대에 해당한다. PS2에서 이 비율은 6년간에 걸친 5천만대로 나타난다. PS3가 비슷한 추세를 유지한다면 PS3의 최종 전체 판매량은 1억 4백만대가 될 것이며 이는 PS1의 최종 전체 판매량을 수백만대 넘어서는 것이다. 닌텐도의 경우와 비슷한 방식으로 그린 소니의 TTM 그래프를 보자 (다르게 보려면 이곳으로) 그러나 올해 11월에 플레이스테이션4가 출시된 후에도 PS3가 수년간에 걸쳐 계속해서 팔려나갈까? 종합적으로 나는 당연히 아닐거라 생각하는데, Ouya나 Valve의 Steam Box 같은 유사한 콘솔들이 소니 콘솔의 사후 수명에 지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소니의 콘솔은 이런 모바일 기반의 콘솔들이 가진 기능들이 없기에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다. PS3는 커스텀 셀 프로세서, 커스텀 Nvidia 그래픽 프로세서, 그리고 하드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 나는 기기당 150$ 미만의 가격대에 놓인 콘솔에게 기회가 있을거라 보는데, 이 가격대는 소니가 PS3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PS3는 미국에서의 가격이 $200대가 되는데에도 7년이 걸렸고, $200대의 기기는 2006년에 런칭된 $500 짜리 오리지널 버전의 20기가에 비해 내장된 저장 용량도 작다. 소니가 2005년에 하드웨어에 관련해 내린 결정의 끝을 보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동안, 새 콘솔들은 우리가 최근에 겪고 있는 현실에 좀더 최적화된 형태로 짜여질 것이다. 저비용 CPU와 GPU를 쓰고, 평범한 수준의 저장용량을 내장하여 여기에 SD카드를 추가하는 형태로 확장을 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수요별 소프트웨어 제공 서비스 (Soft on Demand – 메이커 이름 아닙니다)와 안드로이드 기반의 콘솔은 훨씬 낮은 비용대에서 시작할 것이다. 모바일 기반의 하드웨어와 OS가 이 새로운 콘솔로 이동함에 따라, 거대한 개발자 군단과 다수의 유명 게임 프랜차이즈 최신작들이 여기에 합류할 것이다. 심지어 EA와 같은 거대 퍼블리셔들조차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대단히 적극적이다. 이들의 거대 프랜차이즈가 새 콘솔로 출시된다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Clayton Christensen이 시장 붕괴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하드웨어와 게임 엔진 또한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정교해지면서 일종의 성장 곡선을 따르고 있다. 이는 새 콘솔이 투입되면 강력한 그래픽과 사운드 등 전통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이 강세였던 분야에서 경합하게 될 것이며, 그럼에도 소니보다 더 낮은 가격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콘솔 세대교체를 방해하기 이 경쟁은 소니의 하드웨어 판매에 밑반찬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후 수년간에 걸쳐 소니가 기대하고 있는 PS3의 소프트웨어 수익은 판매의 측면에서나 저작권료의 측면에서나 비슷하게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단지 추측에 불과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쟁에서, Ouya 같은 경우 소니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데에는 애플이나 아마존 등과 같은 거대 회사의 깜짝 발표 한 번이면 족하다. 그리고 밸브는 결국 스팀 박스를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장군들은 언제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한다는 격언을 되새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닌텐도의 모션 컨트롤이 지닌 참신함에 대응하지 못하고 Wii에게 참패했다. 그리고 Xbox One은 키넥트를 통해 역사상 모션 컨트롤과 가장 단단하게 통합된 콘솔이 되었다. 소니는 개발자들이 다루기에 너무 난해한 하드웨어와 높은 비용으로 비판을 당했지만, PS4는 개발자 친화적인 측면에서 칭찬받고 있으며 진입 가격 또한 더 낮아졌다. 그러나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이 전통적 콘솔 시장이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모두의 관점을 바꾸는 데에는 기존의 콘솔이 아닌 새로운 콘솔 딱 하나가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 부연설명 : 내가 위에 첨부한 소니의 자료보다 더 자세한 판본이 있다. 2006년 4월 전까지 소니가 제공한 자료는 제품의 출하만을 보여준다 – 이는 즉 소니가 도매망에 출하한 양을 의미하며, 이것이 소매점에 팔려나간 양은 아니라는 뜻이다. 2006년 4월부터 소니는 소매점 판매량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나는 긴 기간을 놓고 보면 (연단위의 스케일) 이 두 수치가 전체적으로는 서로 엇비슷할거라 믿는다. 따라서 나는 이 둘을 분리해서 표시하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다섯 분기에 걸쳐 소니는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애석하게도 PS2와 PS3의 판매량을 통합하여 발표했으며, 이 기간에 대해 나는 각 기종의 분기별 판매량 수치를 내 자신의 추정치로 소개했다 --------------------------------------------------------------- 글쓴이가 주장하려는 내용에는 뭐 그냥 그렇지 … 하는 정도의 공감만 가는데,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후계기 발표후 전세대 기종 판매량은 굉장히 놀랍네요.
  1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 들어가며 mmog의 여러가지 매커니즘들이 때로 획기적으로 때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뭔가 발전과 변화를 보이는데 비해서 mmog의 핵심적 요소들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커뮤니티’ 에 관련된 매커니즘은 뭔가 이런 뚜렷한 발전 또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런 제 관점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나 마비노기 등 주로 커뮤니티로 유명한 게임들을 해보지 못했다는 결점과 더불어 뭔가 신뢰도가 낮긴 하지만요. 아무튼 제 눈에 mmog의 커뮤니티 장치들은 뭔가 뚜렷한 흐름이 보이기보다는 굉장히 파편적이고 단편적으로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빠진 고리가 많기 때문인지, 실제로 이 분야의 변화발전이 더디거나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부분적인 파편들이나마 모아두면 나중에 누군가 참고하거나, 제가 모르는 고리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댓글로라도 보충해주지 않으실까 싶어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파트 1. 채팅 2D 탑뷰 지금은 워낙 가물가물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2D 탑뷰 시절 채팅은 채팅창보다는 말풍선이 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채팅창에도 채팅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탑뷰 시점의 독특한 구조상 말풍선이 한눈에 쏙 들어오죠. 게다가 상대의 채팅창이 내게 보인다는건, 내 캐릭터가 상대에게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내가 상대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보이는 것 또한 명확합니다. (이는 같은 탑뷰라도 3D로 오면서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 캐릭터 위로 보이는 공간이 아래로 보이는 공간보다 길었던 탓에) 하지만 말풍선만으로는 완전한 채팅을 하기가 어려웠던게, 여러 캐릭터가 다닥다닥 붙어서서 한마디씩 하면 말풍선이 서로 가려서 도무지 뭘 알아볼 수가 없는 단점이 … 아무튼 결론은 당시 채팅은 말풍선에 초점이 맞춰진 ‘일반채팅’ 이 주였고 지금보다 비중이 훨씬 높았었다는거죠. 반면에 채팅창은 외치기나 거래 같은걸 볼 때나 가끔 쓰는 거였구요. 여기에는 지금보다 커뮤니티가 좀더 풍성했던 환경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누군가와 만나서 구석진 곳으로 가 서로의 캐릭터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풍습(?)은 지금은 찾아보기 드물죠. 그 연장선에서 소위 '게임정모' 라는 길드나 혈맹 단위의 모임도 있었는데, 해당 커뮤니티에 속한 모든 멤버들이 게임 내의 한 장소에 모여 줄지어 서서 같은 옷을 입고 길드마스터 또는 군주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훈훈(?)했던 풍경도 기억나네요. 요새는 이런거 없어졌을 뿐더러 누군가 시도하면 촌스럽다고 비웃음 사기 딱 좋죠. 3D 팔로우뷰 mmog가 3D화 되면서 말풍선은 없어졌거나 위상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이 점은 앞서 말한 탑뷰 형식의 2D 게임들과는 확연이 다른 부분인데, 3D 게임에서 말풍선을 넣어봐야 내가 상대의 뒤에 있다면 상대에겐 보이지 (들리지) 않아요. 말풍선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말풍선은 전적으로 부가적인 요소일 뿐 절대로 메인 채팅 수단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화면 상의 캐릭터들이 모두 균등한 크기로 표현되는 탑뷰와는 달리 가까운 캐릭터와 먼 캐릭터의 크기 자체가 달라지는 3D 환경에서 말풍선의 크기는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죠. 먼 캐릭터의 말풍선은 작고 눈 앞의 캐릭터의 말풍선이 거대하게 나온다면 뒤죽박죽 … 결국 채팅창이 가장 중요한 채팅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채팅창에’만’ 의존하는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가 그렇습니다. 첫째로 게임 특성상 화면 가운데에서 멀어질수록 눈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채팅창은 보통 화면 가장자리에 위치할 수 밖에 없죠. 거기에 용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 이상 눈길이 잘 가지 않는 위치입니다. 그렇다고 화면 중앙에 놔서 시야를 가릴 수도 없고 말이죠. 두번째로 채팅창은 기본적으로 글자들만 모아놓은 공간이에요. 즉 여기에 글자들이 많은건 당연합니다. 그게 무슨 글자이건 간에요. 게다가 쉴새없이 뭔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외치기 일 수도 있고, 공개창일 수도, 거래창일 수도 있구요. 따라서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게 채팅창에 뜨더라도, 시각적으로 그닥 튀지 않습니다. 새로 올라온 텍스트 – 누군가 최근에 한 말 – 에 주목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채팅창을 이용한 대화의 한계이지 싶습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딱히 대안이 없었기에 이 방법은 아주 오랜 기간동안 쓰이게 되며, 사실상 지금도 가장 주축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이후에 음성채팅이 나와서 문자채팅의 단점을 강력하게 커버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형태의 채팅은 주된 방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채팅 채널의 분화 한편 이런 채팅은 EQ나 DaoC 시절 길드/파티/일반/외치기/거래 등등으로 채널을 고정했던 데 비해서 와우는 아예 사설채널을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들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와우가 최초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전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에서는 채팅 방을 별도로 만들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게 다른 게임 플레이와 병행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컨대 레이드를 하면서 이런 사설 채널을 쓸 수 있나요?) 이게 뭐 대단히 비약적인 발전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름 흥미로운 변화이긴 하다고 봅니다. 여러 채팅창을 오가는 현란한 타이핑 스킬을 필요로 했기에 다소 번거롭긴 했었지만, 길드 이외의, 길드보다 훨씬 느슨한 형태의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데 꽤 공헌을 했다고 보거든요. 서버마다 하나씩 다 있는 디씨채널이라던가, 공대 전용 채팅 채널 등등이 여기에 속하죠. 한편 와우가 플레이어들에게 '사설채널 설정 권한'을 주기 전에는 이런걸 어떻게 했느냐면, 제 기억에는 IRC를 썼습니다. 게임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채팅 프로그램을 사용한거죠. 저는 울온에서 irc를 처음 접했습니다만 이후에도 꾸준히 쓰시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이게 메인이었던 적은 없지만요. '메인'이라고 하니까 또 생각났는데, 와우식의 '사설채널 설정 권한'은 저는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봅니다만 이후에 확고하게 자리잡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권한을 주는 게임이 많지는 않아요. 음성 채팅의 보편화 한동안 채팅 분야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로 수년이 흘렀고, 그동안 인터넷은 꽤 널리 보급된 데다가 속도도 안정적이고 빨라졌죠. 점차 음성채팅이 보편화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Ventrilo, Team Speak 등 외부 클라이언트를 이용하여 서버는 사설 서버 내지는 임대하여 사용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그건 북미의 경우이고, 우리나라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중앙집중식(?) 음성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편의제공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장사를 하기엔 애매했던지 요즘 이런 서비스는 점차 축소되는 것 같더군요. 대신에 게임이 이런 기능을 내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겪어 본 음성채팅을 게임에 내장한 최초의 경우는 와우인데, 지금은 블소를 비롯해서 다수의 게임들이 이 기능은 디폴트로 탑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왠지 음성채팅이 조금씩 낯선 듯 아직 완전히 보편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북미 유저들은 수다떨면서 게임하는걸 무척 좋아하는 듯 하더라구요. 게임에 음성채팅이 들어오기 전에도 길드를 만들면 길드 전용의 음성채팅 도구가 있는건 당연하고, 낯선 사람과 파티를 하는데도 그의 제안으로 음성채팅에 접속하는 경우 (보통 초대하는 쪽의 길드 채널로 들어갑니다) 는 꽤 일반적이었습니다. 하물며 게임 내에 이를 내장하게 된 지금은 더더욱 그렇구요. 음성채팅은 문자채팅에 비해 게임 플레이에 확연하게 더 좋습니다. 문자채팅이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화면 구석의 채팅창으로 모두 쫓겨 가버렸고 그 결과 유저들의 액티브한 인식 – 주기적으로 시선을 돌려 화면 구석을 쳐다보기 – 을 필요로하는데 비해, 음성채팅은 일종의 패시브한 형태로 다가오죠. 틀어놓으면 내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옵니다. 와우가 음성채팅을 내장하기 한참 전부터 플레이어들이 레이드 등 중요한 이벤트에는 음성채팅을 활용해 왔던 것 또한 이 맥락의 일부이구요. 이 부분은 앞서 설명드렸던 3D 팔로우 뷰에서의 ‘채팅창을 계속해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문자채팅이 아예 도태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직 친하지 않은 이들끼리 또는 급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자채팅이 주가 되요. 문자채팅과 음성채팅의 분리는 일종의 ‘채팅의 용도별 분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2D에서의 채팅을 언급할 때 말풍선을 통한 채팅이 일반 채팅으로 국한되고, 그 외의 채팅들은 채팅창에 몰려있었던 것과 비슷한 구성이죠. 그러니저러니해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음성채팅은 그렇게까지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요. 레이드나 프리메이드(pre-made) pvp 등을 하는, 긴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아주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문자채팅으로 다 커버하는 편입니다. 이 점은 북미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북미는 음성채팅의 사용빈도가 엄청 높거든요. 어떤 관점으로 보자면 평균적인 던전 클리어 스피드나 실력이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기에 영던만 가도 음성채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고, 역으로 생각하면 영던정도를 가더라도 면접에 기어스코어에 따지는게 많은 우리에 비해 가겠다는 사람이 포지션만 맞으면 얼추 다 데리고 가는 북미식 파티모집의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구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어느정도 음성채팅을 쓰는건 나이대가 좀 높으신 분들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하면서 정통파 아저씨 길드에 가입했던 적이 있는데요, 이 분들은 던전을 가면 아주 쉬운 곳이라해도 꼭 음성채팅을 하길 원하시더라구요. 이유는 아무래도 타이핑하기 싫어서? 젊은 플레이어들이야 채팅하는게 크게 문제되지 않는 빠른 타수에 정교한 타이핑을 구사하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타이핑은 무지 귀찮고 힘들거든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블소에 국한된 일이라서 확신하긴 좀 어렵네요. 채팅에 대해서는 일단 이정도가 제가 기억하는 전부입니다. 이 분야에서 기억나는건 얼추 다 주워섬긴 듯 한데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채팅 장치들이 다른 게임에도 많았으리라 봅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부탁드리구요. 다음 파트에서는 ‘길드’를 다루어보겠습니다. 원래는 채팅, 길드, 파티, 그 외 게임 내 장치 등등을 묶어서 한 편의 글로 쓰려던 건데 채팅만 썼는데도 이정도가 나와서 파트를 분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분량은 많은데 내용은 뭔가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이 드나요? 여러분만 그런게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 특히나 글의 처음에도 말씀드렸던 거지만,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갈한 흐름 같은걸 잡아내는게 너무 어려워서, 일단은 있었던 사실들의 나열에만 그치고 말았네요. 뭔가 대단해보이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허술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쩌겠어요 제가 여기까지인걸 ㅜㅜ
  1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상호 작용적 스토리텔링의 5가지 핵심 요소 이하의 내용에서 쓰인 ‘게임’ 이라는 단어는 몇몇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적인 게임이 아닌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이해하시는게 좋습니다. 원문주소 : http://frictionalgames.blogspot.kr/2013/08/5-core-elements-of-interactive.html 소개 지난 몇 년간 나는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는걸 느껴왔다. 핵심이 되는 이슈는 글쓰기, 주제, 캐릭터 또는 그 외 이와 비슷한 것들이 아니다. 주된 문제는 포괄적인 전달의 영역이다. 언제나 내가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진정한 느낌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끔씩 여기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 결과,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상호 작용적 서사를 위해 필수적인 다섯 가지 요소를 떠올렸다. 이하의 내용은 이 주제에 대한 내 개인의 관점이며, 엄정한 과학적 이론이기보다는 선언문에 가깝다. 이는 즉 나는 이들을 조잡한 규칙이나 틈새 미학의 요약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요소들이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적인 뼈대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호작용적 서사에서 좋아하는 요소들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아래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한 가지라도 포기한다면 서사적 경험에 이상이 생길 것이다. 1)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라 아주 간단한 요소다. 게임은 반드시, 바닥에서부터,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디자인되어야 한다. 게임은 퍼즐에 대한 것도, 보석을 쌓거나 움직이는 목표를 쏘는 것에 맞춰져서는 안된다. 게임이 이런 요소들을 포함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경험의 핵심으로 초점맞춰져서는 안된다.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플레이어를 서사 속으로 몰입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어떤 다른 요소도 이에 앞서는 우선순위를 가져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그 자체로 이유가 된다. 가능한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은 당연히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래에 설명할 다른 몇몇 요소들은 이 항목에서부터 곧바로 분기하는 개념들이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요소의 핵심이 되는 측면은 스토리란 어떤 의미에서 반드시 촉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반드시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와 설정을 포함해야하며 극적인 요소를 가져야 한다. 게임의 서사는 극단적으로 요약되거나, 너무 단순하거나, 또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관계된 어떤 사건도 빠져서는 안된다. 2) 대부분의 시간을 플레이하는데 보내야 한다 비디오게임은 상호작용적 매체이며 따라서 경험의 상당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상호작용성이 연계되어야 한다. 게임의 중심은 컷씬을 보거나 읽는 것이 아닌 플레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상호작용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휴지기를 위한 여유가 있어야하며, 플레이만 계속해서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어쩌면 핵심일 수도 있다. 윗글들은 무척 기초적인 내용으로 들릴 것이다. 거의 게임 디자인의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까지 명백하지만은 않다. 게임 디자인의 보편적인 ‘지혜’는 선택이 왕이라는 것이다. 이는 시드 마이어가 말한 ‘게임이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이라는 인용구에 깔끔하게 요약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상호작용적 서사의 모든 진리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이 그토록 문제시된다면, 당신이 직접 고른 어드벤처북이 궁극적인 상호작용적 소설이 될 것이다 –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가장 유명한 비디오게임들조차 심지어는 스토리에 연관된 어떤 선택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근의 예로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있다) 그렇다면 상호작용은 정말로 그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선택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내 관점에 의하면 스토리텔링에서 상호작용의 핵심이란 게임 내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감각, 즉 실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능동적 플레이의 안정된 흐름이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일정 이상의 기간동안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놓이면, 그들은 게임의 경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언제나 ‘내가 거기에 있다’ 라는 경험을 강화하고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3) 상호작용은 반드시 서사의 감각을 제공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서사에 몰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게임플레이가 스토리의 가치와 별로 상관이 없거나 영향력이 사소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플레이어는 자신들이 관찰자가 아닌 스토리의 능동적 일부라고 느껴야 한다. 스토리 상의 중요한 순간들이 플레이어로부터의 에이전시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수동적 참여자가 된다. 보석 맞추기가 게임 플레이의 전부라면, 플레이어가 게임하는 시간의 99%를 상호작용을 하고 있더라도 이는 서사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어떤 중요한 사건의 일부도 아니고, 그들의 행동은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임 플레이는 반드시 서사의 기반이어야 한다. 다음 컷씬을 기다리는 동안의 부수적인 활동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둘째로,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행동에 있어서 자신들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플레이어가 형사라고 한다면, 이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어떤 게임이 플레이어의 역할이 무언지를 설명하기 위해 컷씬이나 그와 비슷한 뭔가를 필요로 한다면, 이는 그 게임이 스토리를 적절하게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4) 반복적 행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많은 게임에서 가장 몰입적인 경험은 어떤 시스템에 숙련되어 갈 때 나타난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그 플레이어는 이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동작하게 하기 위해 플레이어의 행동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복성은 우리가 잘 구성된 스토리에서 바라는 뭔가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스토리의 흐름 상 요구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유효하길 바란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어떤 규칙에 능숙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이다. 스토리텔링이 적절히 동작하길 원하는 게임에서 어떤 행동이 그에 맞는 효과를 발휘했다면 뭔가 진전이 있어야 한다. 반복의 다른 문제점은 반복이 플레이어의 상상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다른 매체들은 스토리 상의 많은 사건들에서 비어 있는 부분을 관객이 메워줘야한다. 영화와 소설은 이런 종류의 개인적인 해석을 이용하기에 충분할만큼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같은 행동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면, 상상을 위한 여지는 훨씬 좁아진다. 플레이어들은 설명되지 않은 공간을 해석하는 능력을 잃고, 대신에 서사를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의 핵심 규칙이 계속해서 바뀌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그 규칙들이 어떻게 사용되는가 하는 측면에 있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Limbo와 Braid는 모두 이런 부분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수 분내로 배울 수 있지만, 게임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상황들을 부여함으로써 경험을 제공한다. 5) 중요한 진행이 막혀서는 안된다 플레이어를 서사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그들의 주의는 언제나 스토리 상의 사건에 집중되어야 한다. 도전적 요소를 배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물이 플레이어의 집중을 독점하게 만들지 않을 필요가 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경험하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어떤 지점에서 막혀버린다면 관심은 스토리에서 멀어지고 단순히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쏠릴 것이다. 이는 점차적으로 게임에 내재된 규칙을 풀어나가는데로 연결되고, 플레이어는 시스템을 최적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둘 모두 서사적 경험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세 가지의 흔한 범인들이 있다 : 복잡하거나 모호한 퍼즐, 솜씨 의존도가 높은 구간, 그리고 미로와 같은 배경이다. 이들 세 가지는 보통 게임에서 일반적이며, 다음에 뭘 해야할 지 모르게 만들기 때문에, 또는 계속하기 위해서 일정 이상의 솜씨를 요구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진행을 쉽게 가로막을 수 있다. 퍼즐과, 미로와, 솜씨 기반의 도전적 컨텐츠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게임의 어떤 구간이 플레이어를 스토리로부터 멀리 끌고 가버린다면, 이 구간은 빼버릴 필요가 있다. 해당하는 게임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다들 꽤 명확해보인다. 위의 내용을 쓰면서 나는 종종 이미 널리 퍼진 지식을 재탕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느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수의 게임들만이 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면 꽤 놀라운 일이다. 이 요소들은 모두 상당히 보편적인데도, 이들의 조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것이다. 순수하게 스토리텔링만을 위한 최고의 케이스는 비주얼 노벨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2번 항목이 빠져있다. 그들은 그닥 상호작용적이지 않으며,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경우 그저 독자에 불과하다. 이들은 또한 종종 3번 항목도 지키지 못하는데, 플레이어에게 스토리에 관련된 행동의 기회를 많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냥 수동적으로 진행할 뿐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같은 액션 게임들은 4번과 5번 항목을 지키지 못한다. (반복과 진행 막힘) 게임의 많은 부분에서 3번 항목 또한 충족시키지 못한다. (스토리와 연계된 행동) 아울러 스토리의 내용이 긴 컷씬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도 잦다. 이는 2번 항목 (게임을 보거나 듣거나 읽는게 아니라 플레이해야 한다) 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RPG들도 그닥 나은 편은 아닌데, 종종 상당히 반복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종 긴 컷씬과 대화로 인해 지나치게 긴 플레이 휴지기를 갖기도 한다. 헤비 레인이나 워킹 데드 같은 게임들은 상호작용적 서사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준다. 그러나 2번 항목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을 표면에 발랐을 뿐, 영화이다. 상호작용이 경험의 필수적 부분이긴 하지만 이를 원동력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또한 게임 플레이가 모두 반응에 연관되는 몇몇 예들을 제외하면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들과 같은 일종의 의도적으로 계획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는 비디오 게임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몰입의 상당한 부분을 없애버린다. 그럼 어떤 게임들이 이 모든 요소들을 만족하는가? 각 항목들이 대단히 구체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항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발견한 가장 근접한 경우는 Thirty Flights of Loving인데, 서사가 아주 이상하고 파편적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게임이 모든 요소들을 다 담는데 가장 근접한 게임이다. 또 다른 근접한 게임은 To The Moon 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요구사항에 도달하기엔 대화와 컷씬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Gone Home 또한 모든 요건의 만족에 가깝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행동과 핵심 서사 사이의 연관성이 적고 게임의 대부분이 플레이보다는 읽는 것에 할애된다. 나는 이 게임들이 모든 요소들을 충족하든 아니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호작용적 스토리텔링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이 게임들이 일종의 영감을 끌어낼 곳이다. 또한 이들 게임이 비평적으로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상업적으로나 성공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에 대한 수요와 공감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최종 견해 명백하지만 한 번 더 말해야 할 것 같다 : 이 요소들은 게임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위의 요소들 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멋진 게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게임이 전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상호작용적 서사를 핵심 요소로 담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슷하게, 이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는 어떤 게임이 쓰레기일 수도 있다. 이 요소들은 그저 특정한 종류의 경험의 기반을 개괄적으로 설명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비디오 게임들 중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험 말이다. 이 다섯 가지의 간단한 규칙들이 다른 이들의 프로젝트를 구조화하고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런 사고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종류의 비디오 게임들은 지금껏 얼마 되지 않기에,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요소들을 모두 담는데 근접한 게임은 아주 넓은 범위의 경험을 암시하기도 한다. 나는 이 길을 탐험하는 것이 매우 보람있을 거라는데 한 점의 의심도 없다. 링크 http://frictionalgames.blogspot.se/2012/08/the-self-presence-and-storytelling.html 반복과 도전이 어떻게 게임의 상상력을 파괴하고 게임을 보다 기계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약간의 추가정보 http://blog.ihobo.com/2013/08/the-interactivity-of-non-interactive-media.html 얼마나 많은 스토리텔링 게임들이 플레이어에게 의미있는 선택을 주는데 실패하는지에 대한 괜찮은 개괄 http://frictionalgames.blogspot.se/2013/07/thoughts-on-last-of-us.html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3년의 큰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우리가 이 게임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생각들을 모음 http://en.wikipedia.org/wiki/Visual_novel 비주얼 노벨과 상호작용적 소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상호작용적 소설은 텍스트 어드벤처 북의 또 다른 이름이다. Thirty Flights of Loving 이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장면과 컷의 사용에 대한 꽤 흥미로운 예시를 담고 있음 To The Moon 기본적으로는 RPG이지만 싸움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제거했음. 단순한 도트 그래픽으로부터 얼마나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Gone Home 이 게임은 사실상 To The Moon과 비슷하게, 이미 자리잡은 장르를 가져다가 스토리 전달에 관련없는 부분들만 날려버렸다. 서사는 단순히 환경을 탐험함으로써 모습을 드러낸다.
  2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mmog의 이동과 길찾기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 mmog 장르에서 ‘장거리 이동’ 이란 그간 전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검토되어 온 측면이 있습니다. mmog 장르가 이러저러하게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세계감(?)을 제공하기 위해 광활하거나 광활해 보이는 공간은 필수적인데, 그렇다고 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불편해서는 안됩니다. 결과적으로 장거리 이동에 관련된 게임 디자인들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동 플레이를 제공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줄이고 적절해 보이는 방식으로 이동 장치를 제공하느냐에 초점에 맞춰져 온 감이 있습니다. 201X 년의 어느날, 제가 일하던 팀에 위에서부터의 어명 (…) 이 떨어졌습니다. ‘이동도 재미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상위 라인에서 떨어진 어명이었기에 회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담당할 업무가 아니었기에 ‘그런가보다 … 누가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고생을 좀 하겠구나 …’ 했을 뿐 그냥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동을 재미있게? 어떻게?’ 라는 의문은 뇌리에 조금 남아 있었나봅니다. 이후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부분에 주목해왔거든요. 여기에 대해 파이어폴 이전의 제 생각들을 살짝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해보고 ‘대충 이런게 이동의 재미인가?’ 싶은 구석을 살짝 느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활강에 관련된 어떤 경공을 배우는 맵에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레벨을 중심으로 풍경을 보는 맛과, 경공 중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슬아슬함이 겹쳐서 꽤 괜찮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아쉬운건 그 이후로 이런 비슷한 맵조차 만날 수가 없었기에 블소가 이동의 재미를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으려 하는구나 … 하는 인상을 받는데서 그쳤지만요. 그나마 나중에 만렙이던가 만렙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배우는 ‘수직 벽타기’ 경공은 나름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습니다. 높이 뻗은 나무들이 많은 맵에서 나무를 타고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가 목표 지점까지 천천히 활강해 내려가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아쉽지만 이게 다입니다. 블소는 부분적으로 이동의 재미를 ‘맛보여주는’ 측면은 있었지만 그걸 본격적인 컨텐츠로 활용할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이때 받은 인상을 정리해보자면, 이동의 재미는 레벨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이건 물론 당연한 얘기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구체적으로 제 머릿 속에서 정리된건 이때가 처음이었지 싶네요. 애초에 mmog에서 ‘이동의 재미’라는걸 좀 생뚱맞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기에 그랬나봅니다. 앞서의 예에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맵에서 재미를 좀 봤지만 그 이후로 비슷한 레벨 디자인을 만날 수 없다고 언급한 점과, 높이 뻗은 나무들이 필요한 점 등이 이를 말해줍니다. 둘 모두 레벨 디자인의 요소이죠. 즉 이동이 재미 있으려면 어떻게든 레벨 디자인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 길드워즈2 길드워즈2는 좀 다릅니다. 여기에는 이동의 재미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 흔한 탈 것도 없습니다. 장거리 이동은 밋밋하고 기능적이기만 한 순간이동으로 커버합니다. 심지어 순간 이동 체크 포인트가 전국 곳곳에 엄청나게 많기도 하구요. 대신 길드워즈2에는 ‘길찾기의 재미’가 있습니다. 이건 mmog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요소이기에 설명이 쉽지 않아 이전에 썼던 글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이동의 재미와 길찾기의 재미는 확연히 다른 것이 맞지만, 둘 모두 레벨 디자인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이 길찾기의 재미는 무척 하드코어한 재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길드워즈2에서도 이 요소는 일종의 옵션일 뿐, 필수로 넣지 않은 것이겠죠. 파이어폴 파이어폴은 상업적으로 그닥 성공적이지도 않은 듯 하고 게임 디자인에 두드러진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러하듯 이 게임에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 게임의 ‘이동과 길찾기’에 관련된 부분을 꽤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블소가 이동의 재미를 맛만 보여주었고 길드워즈2가 길찾기의 재미라는 독특한 요소를 이끌어냈다면, 파이어폴에서는 이동의 재미도 길찾기의 재미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에 한계는 뚜렷하지만요. 일전에 파이어폴의 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소위 바이크라 불리우는 개인용 탈 것을 구입했고, 게임 내에서 존재하는 모든 이동 수단을 모두 이용해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보다는 약간 더 체계적이지만 겹치는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파이어폴의 장거리 이동 수단들 우선 파이어폴의 장거리 교통수단은 모두 어느정도의 ‘수동조작’을 필요로 합니다. 수동 조작 요소의 개입에는 당연히 조작을 통해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조작을 하든 안하든 결과가 똑같다면 조작에 의미가 없어지겠죠. 파이어폴에서는 특유의 수직적 레벨 디자인이 여기에 개입합니다. 이 게임에는 높게 뻗은 절벽과 거의 산맥에 가깝도록 길고 넓게 펼쳐진 산들이 꽤 많습니다. 지역간의 고저차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이정도로 높이를 많이 활용하는 레벨 디자인은 mmog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 물론 레벨 자체로는 더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이 플레이에 개입하는 정도로 보면 말이죠. 이런 수직적 레벨 디자인을 커버하기 위해서 모든 캐릭터들은 ‘점프젯 Jump Jet’이라 불리우는 일종의 부스터를 디폴트로 장착합니다. 부스터는 일반적인 게임에서보다 훨씬 높은 점프를 가능케해주고, 공중에서 머무르거나 공중에 떠서 수평이동 하는 등의 일을 가능케해줍니다. 물론 이런 액션들을 모두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작이 필요하구요. 점프젯을 통한 다양한 점프와 그에 못지 않게 높은 절벽이 맞물려 조작의 요소가 드러납니다. 자신의 점프젯이 어느정도 높이까지 떠오를 수 있으며 어느정도 시간만큼 체공이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조작 요소가 겹쳐서, 건널 수 없을 듯 보이는 계곡을 건널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걸어서는 오를 수 없는 수직 절벽을 간신히, 턱걸이로 오르기도 합니다. 암벽등반처럼 절벽의 틈새에 난 작은 공간을 찾아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들은 캐릭터의 실제 이동거리를 상당히 줄여줍니다. 길을 가다보니 거대한 산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산의 옆구리를 돌아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동 거리는 엄청 길어질 겁니다. 아니면 산을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산을 뛰어넘는다면 이동거리는 확실히 단축될 겁니다. 그러나 뛰어넘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절벽을 올려다보며 선택을 해야합니다. 이쯤오면 이동이 명백한 플레이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봐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점프젯만 조작을 요하는건 아닙니다. 글라이드 (Glide) 라 불리우는 장치가 있습니다. 어지간한 거점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있고, 필요하다면 쿨타임 30분짜리 개인용 글라이드를 쓸 수도 있습니다. 글라이드 패드를 깔고 그 위에 올라가면 캐릭터가 일정한 높이로 위로 솟구칩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부터 활강을 시작합니다. 근데 이 활강에도 조작의 요소가 개입합니다. 활강 각도가 너무 지면을 향하면 착지 지점이 가까워지고, 활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듭니다. 활강 각도가 너무 하늘을 향하면 날기 위한 힘을 잃고 수직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활강 실패) 결국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도록 조작하는게 중요해집니다. 조작에 따라서 활강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차이가 생기거든요. 드랍쉽이 그나마 자동화가 좀 되어있긴 하지만 사실 수동강하 – 드랍쉽이 착륙하기 전에 내려서 글라이딩을 시작하기 - 를 이용하기 위해 탑승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이동의 수동조작성(?)은 여전히 강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드랍쉽은 어쨌든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글라이드나 점프젯을 통한 이동보다는 조금 이용율(?)이 떨어지기도 하구요. 코스 만들기의 재미 이동 시간의 단축이 왜 중요한가 하면, 비(非)상시 이벤트 – 필드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상시 이벤트와 다른, 가끔씩만 활성화되는 이벤트 - 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비상시 이벤트는 막대한 보상을 주기 때문에, 어지간히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가급적 참여하는게 좋습니다. 이 이벤트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기 떄문에, 좀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해도 서두르기만 한다면 클리어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더 빨리 도착할수록 보상도 더 커질 겁니다. 즉 비상시 이벤트는 플레이어들에게 잦은 장거리 이동의 필요성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만의 코스 만들기’라는 플레이가 개입합니다. 장거리 이동은 언제나 정해지지 않은 코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출발지 (나의 현재 위치) 와 도착지 (비상시 이벤트 발생 지역 – 랜덤) 가 매번 다르거든요. 출발지와 도착지가 매번 같거나 둘 중 하나라도 고정이면 코스에 어느정도 정형성이 생길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번 새로운 코스를 짜야한다는거죠. 그리고 그 코스는? 당연히 위에서 설명한 ‘장거리 이동 장치들’의 연속된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출발지를 A, 도착지를 D 라고 해보죠. 지도를 보고 비상시 이벤트가 D에서 발생한 것을 확인한 저는 여기에 참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지도를 펼쳐서 어떤 길이 빠를 지를 고민합니다. A에서 가까운 거점인 B 포인트로 이동. 여기에는 글라이드가 있으니까요. B에서 아마도 C 지점까지 활강이 가능할 겁니다. 조금 못미치는 곳에 착지하면 걸어가야죠 뭐. 근데 C 지점은 사실 절벽입니다. 단, 점프젯을 통해 조작만 잘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C절벽을 넘으면 D까지는 걸어서 금방 갈 수 있습니다. 머릿 속으로 코스를 짠 저는 그대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B지점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B에서 활강을 시작해서 ... C지점까지 ... 가야되는데 중간에 훨씬 못미치는 곳에 착지하고 말았습니다. 제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와서 그걸 확인하다가 조작미스를 했다고 치죠. 저는 즉시 근처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개인용 글라이드 패드를 꺼냅니다. 그걸로 C까지의 이동을 마칩니다. C에 도착해서는 제가 이미 종종 넘어봐서 아는 절벽의 디딤 포인트와 점프젯을 적절히 활용하여 절벽을 넘습니다. 이제 목적지인 D가 보입니다. 거대한 멜딩 토네이도가 휘몰아치고 있군요. 저는 이 비상시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이 과정에는 미시적 조작의 요소와 거시적 계획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이어폴에서의 이동이 플레이의 일부임이 좀더 명확해집니다. 지형에 익숙해지는 재미 한편 앞서 저는 ‘C 지점은 사실 절벽입니다. 단, 점프젯을 통해 조작만 잘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라고 말했습니다. 즉 저는 이 지점의 지형이 어떤지, 내가 넘어갈 수 있는지 아닌지를 이미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점도 꽤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파이어폴의 전체 맵은 그렇게까지 넓은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맵은 다양한 유니크한 지형들로 메워져 있습니다. 잦은 장거리 이동은 이런 맵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만들고, 그 와중에 저는 맵의 특정한 위치나 장소를 기억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절벽이 있다고 할 경우, 그 절벽을 내 점프젯과 조작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지 없는지까지 기억하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건 은연 중에 왠지 기분 좋은 느낌을 줍니다. 남들은 절벽을 보고 포기하고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절벽 위의 작은 디딤대를 알고 있고, 점프젯으로 디딤대에 일단 착지한 후 거기서 절벽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겠죠. 이 장치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나 좀 쩌는 듯’ 하는 느낌을 주는,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정도는 하는걸 떠올리지 않음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어떤 지형에 익숙해져간다는 것, 그리고 그 지형에의 익숙함이 나에게 실질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 – 절벽을 넘을 수 있다는걸 아는 것과 모르는건 위에서 든 예를 보아도 명확한 차이가 납니다 – 은 꽤 흥미로운 지점이라는거죠. 물론 반대로 겉보기에 넘을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부분을 기억하는 것도 같은 재미를 주고요. 이건 일종의 ... 와우 영던에서 보스 패턴을 내가 기억함으로써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고, 내가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보스에게 주는 피해를 최대화할 수 있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물론 보스씩이나 되는 대상과 비교하기엔 좀 자잘하고 사소한 재미일 수는 있겠지만요. 비중이 크다고는 못하겠지만 여기에 점프젯의 성능에 따른 미묘한 차별화까지 개입합니다. 점프젯을 업그레이드하면 점프젯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약간 높아집니다. 점프젯의 코스트 게이지인 ‘에너지’ 용량을 늘리면 공중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약간 길어집니다. 전자의 업그레이드는 전에는 넘을 수 없던 절벽을 넘는데 도움을 줍니다. 후자의 업그레이드는 전에는 넘을 수 없던 계곡을 넘는데 도움을 줍니다. 새 장비를 마련하면 이전에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던’ 지형에 다시 도전해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LGV (바이크) 가 주는 조작의 재미 게임을 어느정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는걸 보게 됩니다. 게임 내에서의 명칭은 LGV인데요, 이게 생긴 것도 꽤 멋지거니와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타고 다니는걸 보면 그냥 딱 간지가 납니다. 자주 보다보면 당연히 ‘저거 어디서 구하는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고,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걸 알게되고, 그 돈을 모으려 아둥바둥하게 되고, 결국 구입하게 됩니다. 바이크를 처음 타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당연하게도 와우의 말과 같은 조작일거라고 여겼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바이크의 조작에 개입하는 규칙은 레이싱 게임의 물리법칙에 가깝습니다. 액셀을 밟으면 당장에 최대속도로 이동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점차 속도가 올라갑니다. (단위가 뭔지는 모르지만 시속이라고 치면 최대 시속 118km까지 찍어봤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자리에 즉시 서는’ 게 아니라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며 마침내 멈춥니다. 와우의 말이 일종의 디지털식 이동의 느낌을 준다면 (말을 타고 있을 때 이동 속도에는 0과 최고속도 두 가지 뿐입니다) 파이어폴의 바이크는 아날로그식의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코너링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속도가 빠른 가운데 코너링을 시도할수록 관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건 물론입니다. 자잘한 장애물에 걸리면 바이크는 튀어오르거나 그 즉시 멈추며 데미지를 입습니다. 특히 바이크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상황이라면 장애물에 맞게 적절하게 방향을 트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영향을 끼칩니다. 내리막에선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오르막에선 또 느려집니다. 당연히 오르막과 내리막의 각도에 따라서 속도의 증가량도 다릅니다.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바이크 게임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어설픈 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mmog에서는 처음보는 수준의 ‘레이싱 감각’을 제공합니다. 더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해보겠다는 욕심, 눈앞의 장애물을 최소한의 코스 수정만으로 피해서 가보겠다는 욕구 등이 생겨납니다. 성공하면 물론 신나죠. 실패해도 뭐 크게 손해보는 건 없습니다. 그냥 이동 속도가 늦어질 뿐이에요. 하지만 왠지 열받죠. 바이크를 구입하고 처음 한동안은 아무 의미없이 길따라 드라이빙하는데 시간을 꽤 썼습니다. 간지나게 코너링하는 나의 모습이 멋져서요. 드리프트도 연습은 해봤지만 쉽지는 않더군요. 역시 타이어가 너무 광폭이라 그런가 ...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바이크를 처음 구입하면 그걸 조작하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점프젯의 활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넓고, 그걸 조작하는 방법을 익히는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처럼요. 뚜벅이와는 다른 코스 선정 바이크를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놓으면, 당연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바이크로는 갈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단 점프젯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바이크로는 통과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지죠. 걸어가다가 절벽을 만나면 우아한 아크를 그리며 점프젯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다릅니다. 대신 훨씬 빨라집니다. 전에는 절벽을 만나면 뛰어넘어 가는게 더 빨랐습니다. 절벽을 돌아갈 경우 늘어나는 이동 거리가 굉장했거든요. 바이크를 타면 돌아가는게 더 빠릅니다. 평지에서라면 바이크는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와우의 경우 초기 천골마의 이동 속도가 걷는 속도의 2배 정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백골마가 1.5배 ?) 파이어폴에서 바이크의 속도와 걷는 속도의 배수차는 평균 3-4배 정도, 조작을 잘해서 속도가 좀 붙으면 한 8배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한편 우리는 현실에서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교통 수단에 따라 다른 코스를 연상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와 걸어갈 때 택할 수 있는 코스는 선명하게 다르죠. 파이어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걸어갈 수 있는 길과 바이크로 갈 수 있는 길은 확연하게 다르고, 따라서 바이크용 코스와 걸어가는 코스도 같은 지형을 전혀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며 만들어야합니다. 앞서 설명한 ‘코스 선정의 재미’에 하나의 레이어가 더 생기는 겁니다. 와우를 위시한 대부분의 탈 것이 있는 게임에서 탈 것의 사용은 걸어가던 길을 그대로 가되 더 빨리 갈 수 있는 효과만을 봅니다. 그러나 파이어폴에서는 코스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코스가 달라져야 한다는건 그간의 ‘지형을 익히고 기억하고 그걸 이용하는 재미’에도 또한 추가 레이어가 붙는다는걸 의미하죠. 바이크를 통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 가급적이면 도로에 장애물이 적은 길, 바이크로 갈 수 없을 듯 보이거나 가면 느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갈 수 있거나 빠르게 통과 가능한 길 등을 익히는 재미가 새로 생깁니다. 여기에 추가로 기존의 다른 요소들과의 조합 – 여기까지는 바이크로 이동하고, 이 절벽은 바이크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머니까 점프젯으로 넘고 등등 – 이 생겨나면서 코스의 조합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한계 그러나 아쉽게도 파이어폴이 마련한 이런 다양한 이동의 재미에는 어느정도의 한계도 있습니다. 기존 mmog들의 손쉽고 편리한 이동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요소는 재미를 찾아내고 싶어지는 대상이기보다 먼저 ‘불편함’으로 다가오거든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며 별다른 장애물을 만나지 않도록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레벨들, 그리핀이나 와이번 등 목적지를 한 번 설정해놓으면 자리를 비워도 무방한 자동 이동 장치들, 클릭하면 그 즉시 출발하는 그리핀/와이번에 비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서 타야하는 드랍쉽 등은 플레이어들의 불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자동화된 이동수단이 없다는 것에 당황하고 약간은 불평도 했었구요. 여기에 특히 파이어폴에서 추가적인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이런 이동의 재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주 최소한의 것들조차도 어느정도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잘 마련된 가이드가 도와줘도 이걸 재미라고 여길까 말까한데 심지어 그런 가이드조차 부실해서야 이 재미를 발견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길드워즈2가 길찾기의 재미가 갖는 위험성 (높은 진입장벽) 을 고려해서 이를 전적으로 옵셔널한 컨텐츠로 빼놓은데 비해서, 파이어폴에서 이동은 필수적입니다. 파이어폴 뿐 아니라 어떤 게임에서도 이동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도 진입장벽은 높습니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될만한 구석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런 이동과 길찾기의 재미를 고려한다면, 이를 기능적 편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동에 이미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 이를 설득하고 발견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장치도 다각도로 연구해야하지 싶습니다. 마무리 파이어폴의 이동과 길찾기의 조합은 꽤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광활한 mmog의 세계를 생각할 때 이동의 재미는 제대로 구축해놓기만 하면 가능성도 꽤 많다고 봅니다. 레벨업 과정에서 스치고 지난 맵을 두 번 다시 기억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이 세계의 구석진 골목골목을 내가 기억한다는 재미, 어딘가에 갔을 때 낯익은 지형이 눈에 들어오면 느껴지는 반가움, 스쳐 지나갔더라면 보이지 않았을 샛길을 발견하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 요소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라면, 이동과 거시적 레벨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mmog에서 장거리 이동이 전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렇게 디자인하는게 플레이어에게나 개발자에게나 당연하게 여겨져왔습니다. 즉 이동에 대해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파이어폴은 여기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전 이 가능성이 꽤 마음에 듭니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아직은 완연한 재미라기보다 잠재적 재미라고 불러야겠지만, 다듬는다면 멋진 재미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결정에 있어서 시간의 효과 원문 주소 : http://marczewski.me.uk/2013/08/05/the-effect-of-time-on-decision-making/ 이 포스트는 내게는 꽤 긴 편이다. 그래서 하단에 간략한 요약을 해두었으니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참고하시라 ! 지금까지 한동안 나는 왜 사람들이 어떤 결정들을 내리는가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를 다루는 엄청난 양의 논문들이 있는데, 다행히도 그들 중 몇 가지는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 그 중에서도 내 주의를 잡아 끈 것은 결정을 내리는데에 있어서 시간의 효과이다. 게임에서의 시간 제한 우리는 이런 장치를 많은 게임에서 볼 수 있다. 때로는 명백하며 어떤 때로는 그렇게 명백하지는 않다. 또한 이 장치는 깊이 개입하기도, 약간만 개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워킹데드에서 시간 제한은 대화에서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받으면 몇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고민하는 동안 바는 점점 줄어들고, 아마도 당신이 고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를 강제로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게임의 맥락에서 이는 극적인 느낌을 주며, 어떤 경우에는 정말로 두려운 느낌을 전해준다. 때로 모든 선택지가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 당신은 가장 덜 나쁜 선택지를 골라야만 한다. 마리오에서는 언제나 화면 상단에 타이머가 째깍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 타이머는 그 맵을 클리어하는데 넉넉한 시간을 제공하거나 또는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그닥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맵의 모든걸 다 모으기로 결심한 후에는 종종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갑작스레 더 절박한 느낌을 주곤 한다. 당신이 볼 수 있는 타이머와 같이 결정에 주어지는 시간적 압박이 명백한 경우들이 있다. 당신은 타이머의 존재를 알고, 일정 시점에서 주어진 시간이 종료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게임은 한편 다른 여러 종류의 시간 제한을 가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총알이 날아오는 가운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하는 형태에서부터 맵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쫓기는 가운데 어떻게 도망다닐 것인가 하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이런 종류의 압박은 빠른 사고, 반사신경을 요구하며, 사려깊은 고민이나 창의적 해결책은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순간들은 때로 보다 ‘실제적’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지고, 짧은 순간은 보다 깊은 의미를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워크샵 등에서 본능적 반응에 의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를 사용한다. 인기있는 어떤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3-12-3 또는 이의 변형이다. 문제를 설정하고, 일련의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풀게 한다. 3단계에 걸친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주어지며, 각 단계는 모두 시간제한이 있다. 첫번째 단계는 3분이 주어지며 일련의 아이디어들을 이끌어낸다. 주어진 시간 제한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문제를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지 않게 강요한다. 다음 단계는 12분이 주어지며 첫 단계에서 이끌어 낸 아이디어들을 좀더 단단하게 다듬는데 사용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3분이 주어지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다른 그룹에게 발표하는데 사용한다. 개인으로, 짝으로, 그룹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일들을 하는 등 규칙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 원칙은 언제나 같다. 초기의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 빡빡한 시간 제한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왜 이 방법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까? 의사결정 영역 이론 – 우리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전술했던 바와 같이,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존재한다. 내가 발견한 가장 지배적인 이론은 ‘의사결정 영역 이론’ 이라 불리우며, Jerome R. Busemeyer와 James T. Townsend가 1993년에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과 활용 가능한 정보 및 그 외의 요소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논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당신의 마음은 주어진 선택지들을 활용 가능한 정보들을 통해 필터링한다. 각각의 선택지들이 ‘이길’ 가능성은 시간이 다 되거나 하나만 남을 때까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의사결정에 시간 제한이 주어지는 경우에 내가 핵심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주어지는 시간의 양에 의해서 결과가 극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자. 마지막의 수직선 (no time pressure) 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간으로 초기에 주어진 값이며, 이 경우에는 2초이다. 선택지 A가 승자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을 반으로 줄인다면, 선택지 C가 승자임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사례는 선택지 A가 선택지 C보다 더 나은지 아닌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점은 선택지 A가 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틀렸을 수 있다. 선택지 C가 이기고 있을 때 당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가 선택지 A가 이기고 있을 때 가지고 있던 정보보다 더 정확한 것일 수 있다. 아마도 당신은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일종의 개인적인 편견으로 인해 선택지 C를 배제하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각각의 선택지의 적합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브레인스토밍 게임 얘기로 돌아가서,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주어진 더 짧은 시간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앞 단계를 더 짧게 만든 것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내재된 편견이 개입할 여지를 없앤 채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이후에 당신은 이 아이디어를 좀더 고민하고 창조적으로 가다듬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해석 수준 이론 – 의사결정에서 인식의 추상성 대 구체성 따라서 의사결정에 주어지는 시간은 당신이 내릴 결정을 좌우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좀더 고려해야 할 의사결정에서의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점이다. 1998년에 Yaacov Trope와 Nira Liverman은 해석 수준 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후에 심리적 거리의 해석 수준 이론(CLT)(2010) 이 된다. 이 이론은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생각할 때, 자신과 생각의 대상 사이의 심리적 거리에 기반하여 다르게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이 거리는 물리적 거리일 수도, 시간적 거리일 수도, 사회적 거리나 그 외의 거리일 수도 있다. 대상과 자신의 경험과의 거리가 멀수록 좀더 추상적이고 상위 수준의 해석 또는 인식을 보이며, 가까울수록 보다 구체적이고 하위 수준의 해석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왜 이걸 해야하는지와 어떻게 이걸 할지의 차이와 같다. Nocolas Matthews는 ‘오해받지 말라’ 라는 논문에서 좋은 예를 보여준다. 문 잠그는 것을 생각해보자. 문을 잠그는 일이 미래에 일어나야 한다면, 당신은 집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왜 문을 잠그는가’에 해당한다. 만약 당신이 실제로 열쇠를 들고 잠가야 하는 문 앞에 서있다면, 당신은 그 순간에 열쇠를 문에 넣고, 돌리고, 잠겼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어떻게 문을 잠글지’에 대해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당신에게 가까울수록, 사건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이 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왜 그걸 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 어떻게 그걸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일에 대해 시간 제한이 없거나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왜’라는 추상적 개념을 고려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다. 선택지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이전의 생각들을 반복검증할 수 있다. 결정이 내려져야하는 순간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은 그걸 어떻게 해낼지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여기 작은 예가 있다. 당신 앞에는 벽이 놓여있고 그걸 넘어가야 한다. 벽 이쪽에는 로프와 사다리와 갈고리가 있다. 시간 제한이 없다면 당신은 이 일을 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멀리서 뛰어와 점프한 후 벽에 매달릴 수도 있다. 갈고리와 밧줄을 연결해 줄달린 갈고리를 이용해서 넘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벽에 사다리를 대고 기어오를 수도 있다. 주어진 선택과 당신 자신의 능력과, 편견과, 벽의 높이와 기타 등등을 고려할 때 당신은 아마도 사다리를 이용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가장 효과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재미있다는 이유로 줄달린 갈고리를 만들지도 모른다. 시간 제한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당신은 추상적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이 개에 쫓겨 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선택을 하기 전에 2분씩이나 생각할 여유가 없이, 당신은 30초내에 벽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추상적으로 생각할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벽을 향해 점프하는 것이 벽을 넘기 위해 최고이자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당신이 벽에 도착하기 전에 개들이 방향을 바꿔 다른데로 가기 시작한다면, 다른 아이디어들이 좀더 좋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질 것이다. 요약 시간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있든 잊을 수 없을만큼 의사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시스템에 시간 제한을 도입함으로써, 시간 제한이 없었더라면 누리지 못했을 게임내 게임화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일을 완료하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을 짧게 줌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고려해봄직한 선택지의 가짓수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또한 가장 실용적인 옵션을 가장 상위에 놓도록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을 ‘지금 여기, 이 자리’로 몰아넣음으로써 이 결정들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으며, 그들에게 좀더 즉각적인 의미를 줄 수 있다. 시간 제한을 길게 주는 것은 사람들을 좀더 깊은 생각과 창의적 결정을 도출해내게 만들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개인적 편견이나 다른 내적 요소들에 의해 무시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바라는 결과를 위해 시간이라는 요소가 갖는 이점을 활용하라. 실용적으로 괜찮은 여러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제한 시간을 줄여라. 보다 창의적이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원한다면 시간 제한을 늘려라.
  2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인벤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네요.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262&l=91 도타는 안해봤지만 LOL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얘기. 몇몇 관점들을 보건대 이쪽 일이 생업이신 분 같죠? ------------------------------------------------------------------------------------ 요새 롤 접고 도타만 하는 도타 뉴비가 쓰는 글임. (지금은 난 롤보단 도타가 더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음. 재미란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 존중해달라능) 롤 짱짱맨이라는 글 보단 걍 같은 AOS 장르인 도타랑 LOL 의 게임 특성을 비교하면서 조심스럽게 도타가 롤만큼 흥행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은 예측을 해보는 한편, 롤에 질린 몇몇의 사람들에게 도타를 권해보는 글임. 먼저 극단적인 도타빠들이(도슬람이라고 부르겠음) 도타의 밸런스 찬양이나, "해외에선 인기 쩔거든요? ㅡㅡ" 이런거에 대해 미리 말하자면 LOLKing 에서 보는 롤의 챔피언 승률과 Dotabuff 사이트에서 보는 도타 히어로 승률을 보면 도타의 밸런스가 더 좋은걸까? 라는 의문을 던지게 함. 8월 1 일 현재 젤 승률 높은 영웅은 잔나 54% 고 젤 승률 낮은건 올라프 39% 임. 도타는 흑마법사(워록)가 58% 고 거미여왕(브루드마더)가 39% 임. 다만 고인의 여부가 되는 픽률을 따지면 롤은 픽률 최하위 우르곳과 최상위 케이틀린이 70배정도의 픽률 차이를 보이는 반면, 도타는 최하위 첸과 최상위 퍼지가 10배정도의 픽률 차이를 보이는데 그치긴 함. 그리고 픽률 낮은 첸, 비사지 이런애들이 실제로 대회에선 자주 보이는 픽이라는거 생각해보면, 도타의 영웅들을 다 쓰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고 골고루 쓰는 편이라는걸 알 수 있음. 해외 인기를 따지자면, 올해 5월에 해외에서 "도타의 인기가 롤을 추월할 것이다!" 라고 기사가 나와서 많은 유저들이 "우리나라에서만 스타크래프트 인기 쩔었던거 처럼, 롤도 그런거임 ㅡㅡ" 이런 소리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후에 정정기사가 나간 적 있음. 당시 기사에서 측정한 도타 동접자는 35만 정도였고 클베기간이라는 걸 바탕으로 동접자 50만명인 롤을 능가할거다.. 이런 내용의 기사였는데 라이엇에서 "우리는 EU WEST 단일 서버만 50만임. 깝 ㄴㄴ" 이래서 정정기사를 내보내게 되었음. 지금 도타2 의 동접자는 40만명 수준이고 롤은 500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음. (애초에 스팀 동접자가 60만 정도라고 함) 물론 아직도 워3 유즈맵으로 도타를 즐기는 도타 올스타즈 유저들을 흡수하면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거라곤 예상하지만 500만엔 근접하기 어려울 듯. 한마디로 롤은 도타에 비해 플레이어 수를 생각했을 때, 도타에 비해 넘사벽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중이고, 도타에 비해 훨씬 상업적인걸 생각했을 때(룬페이지, 스킨, 챔피언등..) 매출도 넘사벽 수준일거라고 생각함. 근데 지금 도타를 플레이 했을 때, 위에 말한대로 AOS 의 핵심요소중 하나인 캐릭터 개성은 도타가 더 쩔고, 게임성은 취향을 좀 탈만 하지만(LOL 의 컨트롤은 스타랑 비슷하고 도타는 워3 랑 비슷해서 우리나라엔 LOL 의 컨트롤적 요소가 더 어필한다고 생각함. 실제로 도벤에 매일 올라오는 징징글중에 하나가 회전속도 어떻게 못하냐는 글이기도 하고..) 해외에선 워3 가 스타에 비해 못흥행한 게임도 아닌데.. 도타가 못 흥했다는 말은 적합하지 못하니, LOL 은 어떻게 다른 AOS 게임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흥할 수 있었을까? 참고로 도타2 는 거기서 좀 유명한 BJ 인 네디님 말에 따르면 도타 올스타를 "나무위치 하나하나 까지 똑같게" 구현했다 하니, 도타가 LOL 에 비해 흥하지 못했다는 소릴 하기 보단 LOL 이 도타에 비해 흥했다는 말을 하는게 맞다고 봄. 또한 "LOL 이 못한걸 도타는 한다!" 이런 표현도 시간 순서상 말이 안되는 소리고, "도타에서 했던걸 LOL 은 안한다." 라는 표현이 맞을거임. 도타의 창의성을 다른 게임에서 고대로 반영 했던 게임은 HoN 이 있는데, 지금 HoN 은.. 개인적으로 도타의 영웅 특색은 LOL 이랑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고 생각함. 걍 이거에 대해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고 직접 해보라는 말 밖에 할게 없음 =_= 개인적으로 아트록스 나올때 컨셉이 리븐 잭스 마이 트린을 적당히 섞었다는 느낌을 받고 매우 실망했고, 앞으로도 그놈의 부활챔, 그놈의 폼변환챔, 그놈의 3타챔.. 이런 소리가 끝없이 나올거라고 생각함. 근데 이건 LOL 개발자들의 창의력 부족이라고 생각되기 보단 오히려 굉장히 머리가 좋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런 디자인을 한다고 여기어짐. 이런게 이 글의 핵심이 되는데, 스티븐 잡스가 단순함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서 애플을 일으켜 세운거 처럼, 라이엇은 다소 게임내 요소요소의 개성을 포기하더라도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서 유저를 최대한 끌어들일수 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디자인해서, 협동적 플레이를 하는데 마찰이 생길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승리를 위해 상대보다 잘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목표를 가진 AOS 장르에, 많은 유저들이 편입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였음. 먼저 요새 매칼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소리중 하나가 "도타 2는 서폿이 캐리가 가능한데 롤은 이게 뭥미?" 이런 소리일 거임. 맞는 말임. 도타2 에선 서폿이 캐리가 가능하고, 그 이유로는 주문력 계수가 없어서 스킬뎀이 레벨에만 관계된다는 말임. 근데 그거보다 사실 더 정확한 말은 도타 템은 스탯이 빈약함. 특히 주로 힘스탯만으로 올라가는 체력측면에서 그러하고, 아무튼 자신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템에서 얻는 이득이 롤 아이템으로 치면 루비수정 정도의 느낌임. 대신의 액티브적인 요소는 매우 강력한 편인데, 유명한 BKB 의 경우 액티브가 꽤 긴 시간의 마법면역을 지원하고, 증오의 가지는 피격대상에게 30% 의 데미지 증폭과 침묵을 제공하며, 탈단의 경우 마나소모는 있지만 15초 마다 점멸을 사용가능하도록 함. 그에 따라 템들중 비슷한 목적으로 가는것도 없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롤의 모렐로와 성배는 매우 비슷하다고 봄. 물론 게임마다 더 효율 좋은 선택이 있을테니, 둘 중 아무거나 가도 상관 없단 소린 아님), 쓰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유저들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데 매우 적합함. 영웅들 같은 경우에도 특성이 천차만별로 갈림. 가장 특이한 영웅중 하나인 미포는 궁극기가 영구적으로 분열을 하는건데, 분열된 영웅중 하나만 죽어도 전부 죽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 스킬 하나하나도 도타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좋은건 아닌데, 일단 네명이 정글과 라인을 돌기 떄문에 레벨링이(도타는 아이템 보다 레벨이 중요함) 갱에 분신이 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빠르고, 같은 스킬도 4연속으로 나가니 쎄게 들어가게 됨. 뱃라이더 같은 경우 스탯이 매우 허약한 편인데(툭치면 억 죽는 수준), 신지드 독과 같은 불을 뿌리며 지형을 잠시 무시할수 있는 스킬이 있고, 이것을 증폭시키고 슬로우를 거는 기름, 그리고 스카너궁과 같은 개념의 궁을 가지고 있어서 기습적인 필킬갱이 가능하고 대회 승률 1위를 다투기도 함. 나이트스토커의 경우 아침과 밤(도타는 6분주기로 아침과 밤이 바뀜) 의 능력치가 천차 만별이라 첫 밤에 3킬 이상을 따야 하는 캐릭중 하나임. 따라서 롤과 같이 "탑솔러는 패기가 중요하지만 솔킬을 따이면 안되." "미드는 로밍과 푸쉬가 중요해." "정글러는 육식과 초식이 있는데.." 이런거와 같이 포지션 별로 상당히 압축되는 플레이가 나오는게 아니라, 거의 캐릭터 갯수 만큼의 운영방식이 나뉘게 됨. 근데 이런 개성을 LOL 은 왜 다 죽였는가? 뻔한 말이지만 이런 내용이 다 AOS 의 진입장벽이 되기 때문임. 먼저 아이템을 액티브로 써야 한다는 거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음. 홀스형이나 풍월량형 방송을 보면 란두인은 패시브 효과를 보기 위해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음. 이 사람들이 딱히 못하는 사람들인가? 라고 보면 그런것도 아님. 풍형이 실버 2 MMR 을 가지고 있긴 해도 상위 20% 안에 드는 사람이고, 우리나라 솔랭 수준은 해외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란거 생각하면, LOL 인구의 80% 가 넘는 사람들이 액티브 아이템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 라이엇은 이런 점을 알고 액티브 아이템의 비중을 극도로 낮추고 대부분 템의 고유효과를 패시브 효과로 넘겨버림. 근데 이렇게 하면서도 스탯옵션을 굉장히 다양화 시켜서 템이 지나치게 단조로워지는 걸 막음. (도타는 힘,민,지(따지고 보면 힘민지는 뒤에 나올 스탯의 연장선일 뿐임), 체젠, 체력, 마젠, 방어,공격력, 공속, 회피, 이속, (크리, 흡혈, 마방 과 같은 옵은 스탯이라기 보단, 롤로 치면 강인함 정도의 느낌임) 정도가 있는 반면 롤에는 여기서 힘민지 회피를 제외하고 AP, 쿨감, 마관, 방관, 방감, 크리. 마방, 흡혈 등이 있음) 또한 스킬들의 임팩트를 굉장히 줄였는데, 이 또한 초보 유저들이 즐거움을 느끼기 쉽도록 만든거임. 도타를 해보면 스킬들이 굉장히 임팩트가 있는데(4초 스턴이라는 롤로 치면 말도 안되는 것도 있고, 스킬 한방에 반피 이상이 빠지는 경우도 많고) 이런 스킬들을 난사하면 게임의 절반은 무덤에 있을테니 코스트가 심한 편임. 반대로 말하면 롤은 스킬이 약한 대신 난사를 할 수 있는 편인데, 당연히 난사를 하는 경우가 초보를 위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슈팅 시뮬레이션 초보 게임들을 보면 죽을떄 까지 폭탄을 못쓰고 죽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그만큼 초보는 비싼 스킬을 쓰는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또한 맞던 말던 스킬을 쓰며 내가 뭔가 공격을 한다는 느낌 자체가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임 (총쏘는 게임에서 게임이랑 안친한 여자플레이어들이 조준도 안하고 하나도 안맞게 쏘면서도 즐거워 하는 걸 본 적 있는가?). 스킬을 맞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초보자 입장에서 뭘 맞았는지도 모르겠는데 죽는 상황보다 게임에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상황이 없음. 롤의 경우는 몇몇 누킹캐를 제외하곤, "아 내가 스킬을 맞는구나." 느끼면서 상대에 비해 내가 지렁이처럼 못하더라도 스킬 몇대 쏘면서 개기다가 죽는게 가능함. 반면 도타에서는 화면 밖에 날라오는 기술이나 점멸단검에서 이어지는 콤보에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허다함. 즉 안전거리가 캐릭터가 중간에 있을 때 화면 밖에 있음 -_-; 고수야 이 거리를 이용해서 재미보겠지만, CS 먹을때는 미니맵도 못보는 하수들이 이렇게 비명횡사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게다가 상대방 챔피언이 무슨 스킬쓰는 지 모르는데 그것에 대응할 수 있을까? 롤이야 맞아도 뭐 한두대정도로는 안죽으니깐 " 아 얘는 요런걸 쓰는구나" 대충 맞으면서 감이라도 잡지.. 개인적으로 북미섭에서 처음으로 롤을 했을 때, 그 당시 로테에 내가 기억하기로 '마이, 모르가나, 신지드, 피즈, 카사딘' 이 있었는데, 카사딘으로 6렙 찍고 리프트 타봤다가 "아 ㅅㅂ 이걸 어떻게 써먹음"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음. 진짜 내가 해본 게임중에 최대로 인색한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점멸이였고 굉장히 실망을 했었음. 물론 도타로 치면 수십대를 치는 느낌으로 쳐야 하는 롤에서는 수비적으로 쓸 때 짧게 점멸하는것도 굉장히 효율적이고, 반대로 혼자서만 시야 밖에서 날라올 수 있는 스킬을 주는것도 불합리하기에 이게 맞음. 아무튼 롤은 스킬들의 위력 자체를 낮춤으로서 초보들이 스킬 한대 한대를 꽤나 부담없이 쓸 수 있게 하였고, 맞을때도 수비적인 행동을 하기 쉽도록 만들어 둠. 이런 식으로 롤은 유저들을 엄청나게 많이 끌어들였지만, 반면 부작용도 생겨 버렸는데, 몇개 뽑아보자면 챔피언의 개성이 떨어졌다는 당연한 결과와 , 스노우 볼링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는 점, 픽에 의한 고인이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생겨버린다는거임. 먼저 챔피언의 개성은, 라이엇이 110개 챔피언들을 뉴비들이 익숙해지기 쉬우라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초기 단계부터 비슷비슷한 요소로 스킬을 만들었다 싶은것도 있고(위에서 말한 3타나 보호막, 부활 같은 요소), 너프위주의 밸런스에 대해 맨날 징징거리는 사람들 말대로, 스킬의 약한 임팩트로 인해 줄어드는 요소도 있다고 봄. 어쨋거나 챔피언들을 구분하는 요소는 스킬인데 그 스킬로 얻는 메리트를 줄인다는 거 자체가 챔피언 개성을 줄이긴 하는거지. 물론 나는 당연히 이 개성보다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내 생각에 라이언은 개성보단 유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 두번째로, 스킬이나 템의 액티브 효과가 약하고, 템의 패시브적인 측면이 너무 쎄다 보니, 템차이로 인한 스노우볼링을 막을 수가 없다는건데, 도타로 말하자면 스턴 한번 걸리면 액티브를 못쓰기 때문에 템의 효율이 급감하고, 템 자체가 스턴맞고 오래 버티는데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서 설계를 잘하면 역전의 요소가 나오긴 함. 물론 실력차이가 나서 템차이가 나는거면, 애초에 실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게 롤보다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롤보다 두배로 답이 없기도 함. 근데 롤은 실력이 비슷해서 두세번 만나본 애여도, 초반에 템나오는거에 따라 흥망이 너무 심하게 갈림. 자벨 하나만 차이가 나도 탑에서 상대의 풀콤을 맞고도, 나 또한 풀콤을 넣고 상황봐서 역관광을 하거나, 아니면 다음 쿨 오기전에 도망가는게 너무나도 쉬움.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매치당하는 상황에서도 캐리하는 판과 팀에게 패드립 듣는 판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갈림. 마지막으로 챔피언들이 어떻게 보면 비슷비슷하다 보니 상위호환과 하위호환이란 말이 많이 나오고, 상위호환에 비해 하위호환은 비참하게 버려짐. 성능이 실제로 많이 구리거나 한것도 아닌데 하위호환이란 이유로 챔피언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고, 유저들이 밸런스에 배로 불만을 느끼게 되는듯. 부차적으로 위의 스노우볼링이 하도 문제가 되다 보니 챔피언들을 킬을 먹기 어려운 방식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누커나 암살자 캐릭터들이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CS 파밍에 의존하는 챔피언들이 밸런스 상위권에 장기적으로 집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함(CS 에 의존해서 스노우볼링을 막았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서 계속 할 수 있는 디나이 같은 개념은 당연히 없애는게 옳았고, 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것도 있었을테고). 그리고 CS 파밍에 경험치도, 레벨링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메타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봄. 뭐? 예전엔 1정글에 1로머가 있었다고? 언제적 이야기야.. (반면 도타2 하다가 만 롤 유저들이 CS 먹다가 포기했단 소리 많이 하는데, 도타도 CS 가 중요하긴 하지만, 킬먹기가 롤보다 쉬운편이고, 이득도 큰 편임. 금전적인 측면이나 레벨링의 측면이나.) 앞서서 말한건 도타와 롤을 비교해서 롤의 문제점을 말한거고,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롤이 도타에 비해 게임을 뉴비가 익숙해지 쉽게 바꾼건 고저차를 없애고 부쉬를 만든것, 충돌크기와 회전속도를 없앤게 있음. 도타는 익숙한 블리자드식 RTS 처럼 지형에 고저차가 있어서 저지에선 고지를 볼수 없고 명중률의 보정을 받음. 이 지형들의 고저차를 자기 캐릭터 움직이기 바쁜 초보가 인식하기 어려울때가 있는데, 롤은 이러한 요소를 극복하되, 직관적으로 비대칭적인 시야가 존재한다는걸 표현하기 위해 부쉬라는 걸 만들었음. (참고로 롤의 강 위 아래는 고저차가 아니라서 위에 있는 사람과 아래있는 사람이 대칭적으로 보거나 보지 않을수 있음). 또 충돌크기를 매우 줄여서 미니언 비비기 같은 컨트롤을 할 여지를 없애고, 도망갈때 서로 챔피언들끼리 부딫혀서 못도망가고 죽는 경우를 없앴음. 회전속도를 없애서 어떠한 무빙을 하다가도 CS 를 즉각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든것도, 그걸 감안해서 CS 를 먹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간의 차이를 줄인거고.. 또 게임 플레이 내적인 요소 말고도 뉴비 유치를 위해, 도타는 노력을 안들이고 롤은 노력을 많이 들였다고 느껴지는건 외부 옵션과 (취향을 탈 수 있는) 그래픽임. 롤 같은 경우 튜토리얼 과정에서 게임의 세팅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게임 플레이 아이콘도 붉은색으로 강조가 되어 있으며,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큼직큼직하게 해 놓아서 컴퓨터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있음. 도타의 경우는 많은 옵션을 무려 콘솔 창에 의존해서 설정해야 하는데에다가, 인게임으로 지원하는 옵션 자체에 마우스 오버를 해도 툴팁이 나오는 일 따윈 없음. 처음 하는 유저는 "도대체 스킬 자동 사용은 뭐고, 빠른 스킬 사용은 뭐야?" 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키 설정이 한두개가 아님. 그래픽적인 측면에 있어서 롤은 과장이 많이 되어있는 카툰풍을 사용하고 원색을 많이 섞어 상대방 챔피언이 오면 위기감을 빨리 느낄수 있음. 도타는 현실적인 그래픽으로 최대한 원색을 배제했기 때문에 배경색과 캐릭터가 동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초보로서 상대 챔피언을 알아보는데도 어려움이 많이 느껴지는 편임. 뭐 익숙해지면 도타 그래픽도 좋다는 생각이 들긴 함. 현실적인 그래픽 좋아하는 사람은 도타 그래픽을 선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나도 이런상태이고) 단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롤 그래픽이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리는 듯. 반면 도타는 아이템이나 스킬트리를 유저들이 올린 베스트 공략을 인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둬서 초보들에게 쉽게 한 측면이 있고, 롤은 추천 아이템의 업데이트를 라이엇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 도타가 초보자에게 더 친절한 면도 쥐꼬리만큼 있긴 있음. (도슬람들은 이거 하나로 도타 진입장벽에 대해 평생 울궈먹는 느낌) 아무튼 도타를 하면서 느끼게 된, 어찌보면 도타 올스타즈 에서 롤로 넘어온 사람은 수년전에 느꼈을 만한 점들을 글로 써 봤음. 개인적으로 한국의 게임 시장이 승자독식경향이 많긴 하지만, LOL 이 흥하는게 도타2 유저가 느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함. 라이엇은 초보자들이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게임을 엄청나게 잘 만들었고, 밸브는 롤보다 더 게임성이 높은 게임을 만들었으나, 즐길수 있는 유저를 늘리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느낌이기 때문임(도타 내재적인 게임성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렇기에 나 자신도 지금은 도타 2로 넘어가서 LOL 첫승리가 2주나 밀려 있는 상태지만, LOL 을 하지 않았다면 도타 2 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함. "LOL 질린다. 몇년째 1/1/1/2 EU 메타에, 나오는 챔피언들은 고만고만함 ㅡㅡ" 하는 사람에게 "롤은 원래 작정하고 그렇게 만든 게임이니깐, 도타 2 도 (클베이긴 하지만) 한번 해보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고, LOL 을 아직까지 즐기는 사람들이 LOL 이 잘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에도 아직까지 동감함(2년동안 즐겼던 게임이니깐). 하지만 LOL 보다 도타2 가 흥할까? 하고 도타2 넘어오는 사람들에겐 "그건 아닐거 같다." 고 말해주고 싶기도 함. 유저수를 이유로 도타2 가 재미없을거라고 속단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글을 어떻게 끝낼지 모르겠는데, 여긴 롤 커뮤니티니깐 굳이 롤 유저들한테 말하고 싶은 내 생각은, 라이엇은 진짜 LOL 이 많은 뉴비들을 끌여들여 게임이 흥하도록 디자인 하는데 머리를 많이 썼고, 간혹 "도타는 이런데 LOL 은 왜 이모양." 이라는건 시간순서상 라이엇이 일부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싶음. 실제로 그렇게 해서 (유저 숫자의 잣대로 보면) 도타보다 더 성공해 있는 상태임... 왜냐하면 라이엇은, 캐릭별로 개발자의 창의력이 느껴지는 난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보다, 매 커뮤니티에서 뇌문도 손잭스라고 까이는, LOL 의 90% 인구수를 담당하는 실론즈들도 쉽게 즐길만한 게임을 만들었으니깐...
  2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밝은해님과 오영욱님이 번역해주신 글이 TIG에 올라왔군요. http://www.thisisgame.com/webzine/nboard/212/?n=48358 '이 연재는 가마수트라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편집자 주' 라는 글을 보니 ... 여기에 제가 올린 모든 가마수트라의 글은 무단전제인데, 전문번역은 역시 좀 거시기하죠? 정식 기사제휴 된 곳이 없으면 몰라도 그런 곳이 있는 마당이니 이제 요약이나 간략소개 정도로만 해야겠습니다.
  2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제가 평소 즐겨보는 (…) 뉴요커지 (The New Yorker) 는 종종 게임에 관한 아티클도 싣곤 합니다. 뉴요커에 실리는 게임 관련 기사들이 모두 그런건 아니지만, 대체로 게임에 대해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내용을 게임에 대한 문외한도 이해할 법한 글로 써내기에 평소 ‘신기하다, 본받고 싶다’ …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건 그렇게 깊이있는 내용은 아닙니다만, 저니 Journey의 개발자인 제노바 첸 인터뷰 및 가벼운 게임-예술론(?)이 올라왔기에 옮겨와봅니다. 원문주소 : http://www.newyorker.com/online/blogs/elements/2013/08/a-journey-to-make-video-games-into-art.html 비평가 로저 이버트는 한때 비디오 게임과 예술 사이의 결정적 경계를 도출해 낸 바 있다: 그는 비디오 게임의 궁극적 목표는 – 책이나 영화, 시와는 다르게 – 고득점을 올리거나, 블록을 사라지게 만들고, 공주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그의 주장에 의하면, 승리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작년 봄에 출시된 저니(Journey)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다. 당신은 얼굴이 없는, 망토를 뒤집어 쓴 인물을 플레이하여 지평선에 걸쳐있는 산을 향해 광대한 사막을 활공해간다. 그 길에서 당신은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에서 뽑힌, 독특한 아바타를 플레이하는 두 번째 플레이어를 만나게 된다. 두 플레이어는 서로에게 익명이 유지된다 – 유저네임도, 어떤 확인 가능한 세부사항도 없다 – 커뮤니케이션은 단조로운 짹짹임을 몇 가지 조합한 것으로 제한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 어떤 단어도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두 시간짜리 게임의 기본 개념은 한 쌍의 플레이어들이 위에서 말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서로 도와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퍼즐을 풀고 잊혀진 문명의 잔재를 탐험한다. 이런 종류의 순수한 형태는 대부분의 동시대 게임에게 이상한 것이다. 게임 산업이 검증된 블록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를 좇으며 점점 더 헐리웃과 닮아감에 따라, 판매량 차트를 지배하는 게임들이 – FPS와 스포츠 게임들 – 사색과 자아성찰을 환기하여 일종의 현실 도피를 자극하기 위해 디자인되는 경우는 드물다. 소수의 게임들은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그보다 더 소수의 게임들만이 성공할 뿐이다. 흔하지 않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만든 이 이상한 게임 저니는 비평가들을 기쁘게 함과 동시에 판매기록을 강타하면서 손쉽게 양자를 모두 거머쥔 몇 안되는 게임들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저니를 만들어 낸 인디 스튜디오 Thatgamecompany (이하 TGC)는 캘리포니아 교외의 방 하나짜리 사무실에서 14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이다. TG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enova Chen (제노바 첸) 은 업계가 수여한 각종 트로피와 상들이 놓인 선반 옆, 앞문의 의자에 앉아있다. 현재 31살인 첸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nia의 School of Cinematic Arts를 다니던 마지막 해인 2006년, Kellee Santiago와 함께 TGC를 창립했다. 산티아고가 떠난 2012년 이해 첸은 회사의 리더이자, 아이디어맨, 그리고 회사를 대변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TGC가 ‘게임계의 픽사’라고 믿는다: 첸은 “지금은 대부분의 게임들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느껴져요. 폭발이 난무하고 형편없는 대화들이 나오죠” 라고 말한다. “업계의 대부분은 아직도 어떻게 해야 플레이어들에게 뭔가 새로운걸 전해줄 수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게 바로 제가 하고싶은거죠.” 게임에 있어서 '감독'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새로운 것이다. 이 칭호는 오로지 소수의 개발자들만이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미야모토 시게루, 히데오 코지마, 워렌 스펙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첸은 스스로를, 자신의 역할이 ‘진짜 예술’ – 이버트가 논했던 바로 그런 의미의 예술 – 을 최대한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여기는, 상업적 예술가로 간주한다. 그는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이 유니폼처럼 여기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 아니라 수트 차림으로 일한다. 아울러 그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로 묘사한다: TGC가 2009년 출시한 게임 Flower가 충분히 출시할만 하다고 확신하게 될 때까지 그는 12차례의 재디자인을 거쳤다.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디자인된 것이다: 그는 ‘Jenova’ 라는 이름을 그가 고등학교때 플레이했던 가장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인 파이날 판타지 7의 악역 이름에서 따왔다. (그의 실명은 ‘Xinghan’으로, 은하수를 의미한다.) 게임 업계 언론들은 종종 TGC의 게임을 “실험적”이라 묘사하곤 한다. 이 스튜디오가 Sony Computer Entertainment America와의 독점 계약에 의해 PlayStation Network로 출시한 이전의 3개 게임들은 어떤 대화도, 전형적인 주인공도 없다. 2007년에 출시한 Flow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일련의 2차원 수중 평면에서 미생물을 안내하기를 요구한다; Flower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환경들을 가로질러 한 장의 꽃잎을 안내해야 한다. 2012년 봄에 출시된 저니는 TGC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출시 직후 이 게임은 북미와 유럽에서 PlayStation Store에서 가장 빠르게 팔리는 게임이 되었다. (소니는 게임이 정확히 몇 장 팔렸는지 언급한 바 없으며, 이 게임이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었다.) 판매 첫 주, TGC는 이 게임이 가진 이타심을 일깨우는 능력에 감탄한 게이머들로부터 300장이 넘는 이메일과 편지를 받았다. 동시에 비평가들은 저니를 게임에서 문화적 변화 – 시사적이고, 의미깊은 경험이 미디어의 경계를 확장하는 새 시대의 시작 - 의 증거로 지목하기도 했다. 올해, 저니는 거의 모든 유명한 ‘올해의 게임상’ 후보에 올랐으며, 거대 예산으로 개발된 게임들이 빛을 잃게 만들었다. 하룻밤 사이에 TGC는 게임 업계의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2013 DICE 서밋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후 있었던 키노트 발표에서, 첸은 스튜디오가 게임을 만드는 동안 돈을 다 써버렸다고 말했다. *** TGC는 2009년부터 저니의 개발을 시작했다. 소니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빠듯한 예산은 회사의 여러 디자인적 요소들을 결정해버렸다: 첸은 이 게임을 숲을 배경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그릴 것이 적다”라는 이유로 사막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인간이 될 예정이었던 주인공은 한 쌍의 성냥개비 다리를 갖게 되었다. 이 게임의 두드러진 시각적 미학은 이런 제한들이 운좋게 낳은 결과였다. 2011년 말경, 저니의 마감일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TGC는 소니에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수년간에 걸쳐 3번째 요청이었다 – 개발 싸이클은 무척 길었고, 첸은 이 게임을 “의도했던 모든 감성적 요소들을 갖추기” 전에 소니에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12개월을 사회학 책을 읽느라 보냈던 적이 있었다. 플레이어의 반응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걸 알았기에, 그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전적으로 익명하에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면 게임에 더 많은 감정을 부여할거라 추론했다. (이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실명을 사용한다면 보다 문명화된 행동을 보일거라는 현재의 통념에는 반대되는 것이다) 첸은 “지금 사람들은 온라인 플레이어라고 하면 남들이 괴로워하는걸 보며 즐기는 못된 이들만을 떠올리죠”라고 말한다. “저는 플레이어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 그럼에도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게임을 원했어요.” 소니는 그들에게 시간을 좀더 주었다. 그러나 추가 자금은 없었다. 첸은 TGC의 마지막 적립금을 저니를 완성하는데 사용했다; 2012년 1월, 게임을 소니에게 보여주었다. 1주일 후, 회사가 문을 닫았다. 직원들 대부분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 떠났다. 다른 이들은 조용히 가게 두었다. 첸과 그의 리드 엔지니어, 리드 디자이너는 조용히 자신들을 파산시킨 게임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다. 첸은 게임의 성공을 확신할 때까지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 그런 후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Yelp (미국에서 유명한 일종의 맛진 및 각종 지역 상점 평가 사이트) 에 투자해왔던 실리콘 밸리 벤처캐피탈 회사 ‘벤치마크 캐피탈’과 미팅을 했다. 벤치마크의 중역이자 첸과의 미팅을 수락한 밋치 라스키 (Mitch Lasky)는 이미 저니를 해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터였다. 첸이 발표를 마치고 방을 떠나자, 미팅에 참여했던 중역들 중 하나가 라스키에게 말했다. “그가 우리와 악수도 나누지 않고 주차장을 떠나게 하지 마세요” 1주뒤, 벤치마크는 550만 달러짜리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다. “저는 벤처 캐피탈리스트이지 예술 후원자는 아닙니다” 라스키는 기자에게 설명했다. “그는 특이한 존재에요. 우리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투자수익을 만들어내는건 특이한 존재들이죠. 저니는 아마도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토이 스토리’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 이 인터뷰를 하기 일주일 전, 첸은 로스앤젤레스 번화가의 E3에서 멈춰섰다. 그의 다음 아이디어를 한 수 앞선 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가 하는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 자랑스러워요. 그러나 불안하기도 한데, 왜냐면” 라고 말했다. “위험하기 때문이죠.” 올해초, TGC이 전직원은 이 회사의 다음 게임이 ‘업계를 바꿀거다’라고 약속했다. 첸은 새 게임을 그의 과거 게임들이 다루었던 연결, 향수, 그리고 자아성찰과 같은 연속된 주제들이 낳은 ‘사생아’라고 불렀다. 그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그들 유년기의 가장 소중한 순간에 대한 생생하고 감성적이며 흐믓한 기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를 생애 처음으로 E.T.를 보는 순간과 비교했다. 이 아직 이름지어지지 않은, 첸에 의하면 완성하려면 최소한 2년이 더 남은 게임에서, 사람들은 혼자 또는 다른 이들과 플레이할 수 있다. 비록 스튜디오는 아직 어떻게 플레이어들간의 상호작용을 가능케할지 계획하지 못했지만, 이 게임은 다시 한 번 어떤 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포함하지 않는다. 첸은 그저 사람들이 같은 방에서 바로 옆에 앉아 플레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왜 저니를 다른 친구나 가족들과 플레이할 수 없는지 물었어요. 물론 우리에겐 명백한 이유가 있었죠.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면 바로 이 게임의 목적이 파괴되거든요. 그러나 정말로 접하기 편한 게임이 되려면, 남녀노소 모두가 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사람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다른 이들과 게임하도록 해줘야죠.” 아울러, 이전과는 다르게, 이 게임은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될 것이다. 첸은 처음에 이 게임을 블랙베리와 같은, 들어맞지 않는 기기를 위해서는 ‘당연히’ 만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안될건 또 뭐죠?’라고 덧붙였다. 새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지만 자세한 부분은 비밀로 하겠다는 맹세를 하게 한 후, 첸은 올해 초 어떤 소녀로부터 받은 편지를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몇 달 전 암으로 돌아가신 15세 소녀가 보낸 편지였다. 소녀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몇 주간 자신과 아빠가 함께 저니를 수시간동안 플레이하고 또 플레이했다며, 어떻게 그것이 아빠와 딸의 마지막이 되었는지를 말해주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 또는 그녀의 작품이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를 원해요.” 첸이 말했다. “제 생각에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이유가 그거죠.”
  2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가마수트라 기사입니다. (하지만 Game Developers Magazine 2012년 기사의 재판) 이 게임에 주목한 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된다면 번역해주실지도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97269/Postmortem_Kingdoms_of_Amalur_Reckoning.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FeatureArticles+(Gamasutra+Feature+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