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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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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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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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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지난 NDC에서 김주복씨가 발표하셨던 자료입니다. http://www.slideshare.net/eiaserinnys/20130425-19960102 얼마전에 제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대한 수업을 한 학기동안 들었는데, 그 속에서 게임의 많은 것을 설명해줄만한 이론들이 풍부하다는걸 발견했습니다. 혹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뒤져보다가,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심리학 이론 (둘 사이에는 사실 명확한 경계선은 없죠) 을 공부해서 게임과 관련되는 부분만 떼어내 정리해보고 싶다 ... 라고 생각하던 가운데 김주복씨가 멋진 강연을 ... 줄이 너무 길어서 저는 이 세션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만 발표자료만 봐도 굉장하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가 최근 몇년 간 본 공개강연들 중 최고로 꼽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자료보고 좀 분하기도 ... 내가 하고싶었던건데 ㅜㅜ) 근데 보다보니 좀 궁금해지더라구요. 이 자료는 게임의 많은 부분을 시스템1과 시스템2 (링크한 자료를 읽어보셔야 이해가 됩니다) 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멀티플레이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좀 설명이 서운한 느낌이 들어요. 물론 이런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개별적인 게임 시스템까지 일일이 다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간다리 같은걸 적당히 만들어 줄 필요가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게임 - 플레이어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고, 플레이어 - 플레이어 또는 플레이어 - 게임 - 플레이어의 관계에 대해서는 뭔가 아쉬운 느낌도 듭니다. 물론 '관계' 파트에서 일부 이런걸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 뭐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궁금한게 있으면 역시 직접 알아보는게 좋겠죠. 한가해지면 해야지 ... 라고 생각하기엔, 회사내에서도 바쁘게 일하는 가운데 이런걸 해낸 김주복씨가 있으니 변명하기도 애매하고.
  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 며칠간 던전 스트라이커를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던파의 히트에서 비롯된 대부분 지향점이 비슷해보이는 우리나라 액션류 게임들과는 좀 다른 ... 겟앰프드 계열로 보이는 (확신은 못 하겠어요. 그저 캐릭터 프로포션이 비슷하고 시점이 같아서 비슷한거 아닐까 싶을 뿐) 액션인데, 이거 꽤 재미있네요. 특히 캐릭터 특성 시스템이 꽤 교묘하게 짜여져 있어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아직은 묘하게 진입장벽이 높은 기분인데 - 처음에 게임에 익숙해지고 재미를 찾는 부분이 미묘하게 불편해요 - 요부분만 극복되면 멋진 게임으로 살아남아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참 하다보니 눈에 띄는 점이, 이 게임에도 사망 후 플레이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사망 후 플레이는 예전에 제 블로그에서 블레이드 앤 소울과 길드워즈2를 비교 (http://voosco.tumblr.com/post/32253786324/ncsoft) 하면서 언급했던 부분인데, 요 부분만 가져와보면, 던스의 경우는 최초 사망시 짤막한 부활 딜레이가 있고, 이 시간동안에는 이동 이외의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부활 딜레이는 대략 3초에서 5초정도 되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날동안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으면 - 또는 약간의 타격도 괜찮습니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 쫄몹에게 한두대는 맞아도 괜찮더군요 - 멀쩡하게 부활합니다. 단지 디버프가 하나 따라붙는데, 이 디버프는 아마도 지속시간이 1분이었던 것 같고, 디버프가 붙어 있는동안 또 죽으면 즉사합니다. 디버프가 사라지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사망 후 플레이 이외에도 길드워즈2와 유사한 지점이 좀더 보이는데, 일종의 능동방어기로 '대시'를 사용한다는 것. 길드워즈2의 대시가 무적에 가까운 판정상의 이점을 주는데 비해 던스의 대시는 회피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긴 하지만요. 그러나 길드워즈2에서 대시를 하기 위해 에너지 게이지를 격심하게 소모하는데 비해, 던스의 대시는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클래스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버서커는 평상모드 대시에 후딜레이가 좀 있는 편이고, 분노모드 대시는 다른 클래스보다 더 좋습니다) 뭐 별다른 내용이 있는건 아니고 ^^;; 그냥 공통점이 흥미로워 잠깐 정리해봅니다. 던스에 대한 총평은 게임을 좀 더 해보고 나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같이 하실 분이 있다면, '엘리아' 서버 '펠커' 입니다. 근데 제가 하는 서버가 요며칠 캐릭 생성 제한이 걸려 있어서 ... ;;
  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스마트폰에서 많이 쓰이는 터치스크린 디바이스 ...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걸로 조작하다보면 손가락이 화면을 가려서 불편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잖아요? 이게 어떤 경우엔 괜찮지만 어떤 경우엔 꽤 불편하기도 하구요. 이걸 해결한 해법 같은게 괜찮은게 있나요? 특이하게 해결한 사례 등도 좋구요. 다른데서도 쓰이는 걸로 알지만, 타이니 윙즈 같은 경우 '화면 어디를 클릭해도 상관없는' 형태로 만들어놨던데 ... 이게 어떤 경우에는 쓰일 수 있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쓰기가 좀 애매해보이기도 하구요. 제가 모바일 게임을 많이 못해봐서 궁금해 올립니다.
  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왠지 화제거리가 없어진 듯 하면 블로그에 예전에 썼던 글 퍼오기 시리즈 ... 의 최신판입니다 ^^;; 일전에 인벤에 올라갔던 글입니다. 당시 일하던 팀을 대상으로 집단서사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일종의 초안으로 먼저 텍스트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 자료를 완성하기 전에 마비노기2가 처음으로 발표되었죠. 들어맞는 부분이 많은 듯 하여 원래 작성 중이던 글에 마비2에 관련된 내용을 끼워넣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글의 내용보다는 '마비2 너무 띄워주는거 아니냐' 라는 반응을 얻었었습니다 ^^;; 원래 목표는 아래 글의 마지막 부분에 집단서사가 왕성한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디자인은 왜 차이가 나는걸까 ... 뭐 이런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이었는데, 사정이 이러저러하게 돌아가다보니 거기까진 다 쓰지 못했었네요. 집단 서사는 지난 포스팅 (http://voosco.tumblr.com/post/31976272186/2) 에서 언급했던 ‘무작위적 만남’과 더불어, mmog에서만 가능한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이다. 와우의 대히트는 안타깝게도 집단서사에는 그닥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지만, 최근 길드워즈2가 필드 플레이를 멋지게 만들어내면서 다시 부활하는 느낌이다. 그럼 집단서사가 뭘까. 집단서사라는 용어가 왠지 낯익어서 혹시 다른 분야에서 쓰는 용어가 아닐까하고 구글링을 해봤는데, ‘집단설사’는 나오지만 집단서사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더라. 네이버에 물어보니 집단서사시라고 나오는데 이건 서사와는 좀 다른 개념이고 단어 자체도 미묘하게 다르고해서 그냥 집단서사라는 단어를 써서 설명하려고 한다. 플레이어 내러티브 우선 ‘플레이어 내러티브’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게임에는 크게 두 가지의 내러티브가 동작한다. 첫번째는 ‘게임 내러티브’ 이다. 게임 내러티브는 게임을 만든 이들에 의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내러티브로, 우리가 간단히 ‘스토리’ 라고 말하는 그런 것이다. 용자가 나서서 악당이 잡아간 공주를 구출하거나, 부조리한 시스템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가 되어 시스템의 부당한부분을 파괴하거나 전복하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를 선사한다거나, 생물학적 인류를 위협하는 기계공학적 리퍼들로부터 은하계를 구하는 등의 이야기들. 두번째는 플레이어 내러티브이다. 게임을 만든 이들의 의도와 관계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좀더 주관적인 경험과 관계가 깊다. 파판5의 최종보스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2-3시간의 플레이타임 동안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중간에 죽거나 최종보스에게 죽을 경우, 2-3시간에 달하는 던전을 다시 돌파해야만 한다. 최종 보스를 잡기 직전 안타까운 실수로 파티가 전멸한 플레이어에게 이 전멸은 무척 극적인 에피소드가 되며, 이 에피소드 자체가 바로 플레이어 내러티브이다. 아니면 ‘벨라스트라자를 잡다가 3번탱이 불타는 아드레날린을 본진에서 터뜨리는 바람에 공대 전멸했어 ㅋㅋㅋ’ 라던가, ‘투기장에서 내 피가 바닥인데 상대 사제가 나 잡으려고 오면서 자기한테 보호막을 거는거야. 그래서 주문훔치기로 잽싸게 보막을 훔치는 순간, 돚거가 바로 매복 들어왔지만 보막때메 살았음. 결국 그 판은 무승부로 갔지’ 라던가, ‘아카리를 빨피로 만들었는데 이게 W 쓰고 숨는거야. 평타 한대면 잡는데 당연히 옆에서 기다렸지. 근데 안개가 사라지니까 쉔이랑 같이 나타나네? 알고보니 W 쓴동안 쉔이 궁쓰고 아카리에게 날아왔더라고. 다 잡은 아카리 그래서 놓치고 나는 죽음 ㅜㅜ’ 등등. 플레이어 내러티브는 게임의 장르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게임들에 존재한다. 테트리스나 애니팡과 같은 게임에도 물론이다. 서사란 반드시 기승전결이 존재하거나 이입할 수 있는 아바타가 있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님을 잊지말자. 길다란 블럭 하나만 나오면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는데 수십번의 블럭이 내려오는 동안 막대블럭 하나가 안나와서 게임 오버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돌파한 경험 등도 훌륭한 플레이어 내러티브이다. 집단 서사 집단서사는 플레이어 내러티브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된다. 바로 ‘mmog에서만 가능한 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혹자는 감탄하고 혹자는 비웃는 ‘바츠 해방전쟁’이 있다. 리니지2의 특정한 서버에서 수일 또는 수개월에 걸쳐 막대한 숫자의 플레이어의 참여했던 이 사건은 나중에 바츠 해방전쟁이라 불리우게 될 큰 규모의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만들어냈으며, 저명하신 학자나으리조차 그 규모와 양상에 감탄하게 만들었었다. 오리지널 와우시절 수시간에 걸쳐 카자크를 풀링해서 아이언 포지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던 에피소드, 힐스브래드 구릉지 타렌밀농장에서 자주 벌어졌던 집단전투나 알터랙 전장이 처음 나왔을 당시 하나의 방이 열려 무려 3박 4일간 계속되었던 일, (과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브 온라인에서 BoB 얼라이언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건 등이 바로 좋은 예이다. 아래 동영상은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동영상이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nzFzxA9ajnc#! 이미 낯익은 일들에 개념의 틀을 씌우고 이름을 넣어봤을 뿐이다. 그닥 복잡할 것 없다. mmog에서만 동원 가능한 규모의 인원 참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플레이어 내러티브. 이걸 나는 mmog의 집단서사라고 부른다. 한편 와우의 경우 내가 예로 든 케이스가 모두 오리지널 시절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오리지널 때의 와우는 ‘그나마’ mmog스러운 구석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적어도 거듭되는 확장팩들에 비하면 그랬다. 그러나 불타는 성전 이후 와우가 달려간 길은 mmog에서 멀어지는 쪽이었고, 당연하게도 mmog고유의 요소인 집단서사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근데 언뜻보기에 eSports 또한 집단서사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개별 경기마다 풍성하게 터져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 개인의 이스포츠 커리어 자체가 멋진 서사이기도 하다.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는 ‘mmog에서 동원 가능한 규모의 인원’ 이라는건 같잖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럼 이것도 집단서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건 집단서사가 mmog 고유의 요소라는 점이 깨지는 것 아닌가? 아쉽지만 이스포츠의 서사에는 한 가지 빠진 부분이 있다. ‘참여’가 그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관객들은 선수와 해설자들이 엮어내는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감상하고 즐기는’ 위치에 있을 뿐이며, 여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그 일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프로야구 경기에 열광하면서 스스로를 야구선수라고 말하지는 않듯, 이스포츠 또한 그렇다. 내가 이스포츠의 중요 요소로 ‘해설자’를 거론했음을 기억하자. 아래에서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집단서사의 멋진 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케일’은 단순히 게임의 아트웍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역사의 어떤 중요한 순간에 그 한복판에 서있었다는 점은 플레이어에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준다. 그리고 그런 스케일의 감각이 어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만들어낸 흐름이라는 점은 이를 더더욱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지금도 바츠 해방전쟁이 거론되는 곳에 누군가 나타나 ‘나도 내복단의 한 명이었지’ 라고 말하며 뿌듯한 마음을 내비치곤 하는건 그 스케일감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기에 참여했던 이들의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집단서사는 누군가에게 전해듣거나, 스샷으로 보거나, 유튜브를 돌려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임장감과 스케일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EPL에 진출한 박지성이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기하며 당당하게 주전으로 출전하여 간지 쩌는 골을 넣는 장면을 집에서 TV로 볼때, 당신은 입에 담았던 맥주를 화면에 뿜으면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지르다가 방에서 나온 다른 가족들에게 타박받는다. 그만큼 당신은 열광한다. 그런데 조기 축구 또는 (군필자들의 경우) 전투 축구에서 내가 차넣은 골이 네트를 흔들 때 또한, 박지성의 경우만큼이나 당신은 열광한다. 열광하는건 같지만 아쉽게도 두 골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퀄리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세계최정상급 선수의 그야말로 간지가 터져나가는 골이고, 당신이 넣은 골은 배나온 아저씨들 (또는 작업에 찌든 쫄따구들) 데리고 설렁설렁 뛰어다니다가 작전이고 지랄이고 없이 마구잡이로 공을 주고받던 중 우연찮게 터진 골이다. 둘은 같은 골이 아니다. 현격한 퀄리티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어디에 더 열광하는가’를 따져본다면, 판단하기 어렵다. 둘 모두 당신에게 큰 희열과 기쁨을 주며, 둘은 서로 갈래와 방향이 달라보인다. 보면서 열광하는 것과, 하면서 열광하는건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집단서사는 이들 중 ‘하면서 열광하는’ 쪽에 조금 더 가깝다. 또한 다양한 게임 장르들 중 오로지 mmog에서만 가능하다. 집단서사의 2번째 단계와 곤란한 점 한편, 집단서사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거대한 규모’의 플레이어 내러티브라는 점은 집단서사에 강하게 매력을 부여하며 유니크하게 만들어주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곤란해지는 부분도 있다. 집단 서사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거대한 흐름이다. 그렇기에 게임의 여러 국면에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일개 플레이어 입장으로는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이언 포지에서 평화롭게 대장질을 하던 플레이어는 느닷없이 나타난 카자크에게 밟혀죽으면서도 왜 카자크가 여기에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3박 4일간 펼쳐진 알터랙 전장의 혈투에 당신도 분명 참여하긴 했으나, 이 기간내내 참여하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으며, 설사 실제로 그렇게 했다하더라도 길게 늘어진 알방의 어떤 지역에서 누가 퀘스트를 열심히 해서 그리핀을 불러냈는지, 앞쪽의 전선이 왜 밀리고 있는건지, 드렉타르 치러 간 도적 게릴라들이 어떻게 전멸했는지를 알긴 어렵다. 대부분의 규모가 큰 집단서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내용을 종합해야만 전체적인 상을 파악하는게 가능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구슬들이 아무리 넘쳐나도 꿰어줄 사람이 없다면 의미없이 흘려보낼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서서 전체상을 파악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어딘가 보기 쉬운 곳에 걸어줄 때 비로소 집단서사는 빛이 난다. 즉 1) 전체상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2) 이를 널리 알려주는 일종의 전파작업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사실상 개개인의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주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멋진 에피소드라도 정리하는 이가 없다면 전해지지도 않는다. 일종의 게임 내 음유시인이 필요한데, 언제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집단서사가 필요로 하는 다른 장치들 윗 단락에서, 집단 서사의 두 가지 과정을 언급했다. 집단서사를 자아내고 만들어내는 직접 참여 활동과, 이를 향유하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것은 모두 전자의 활동이었다. 그러나 후자의 활동도 집단 서사에서 빼놓을 수는 없다. 이는 사실상 이스포츠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스포츠의 경우 ‘해설자’의 존재가 핵심적인 기능을 대행해준다. 단 한 판의 경기에 대해서도 각 선수의 히스토리를 읊어주고, (연출된 것이든 아니든) 서로간의 은원관계나 전략상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주고, 상성을 고려한 구도를 보여주며,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극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강조해준다. 관람객은 이런 해설자의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해설을 통해서 경기의 흐름에 좀더 밀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mmog의 집단서사에는 이런 해설자의 역할을 고정적으로 해주는 이가 없다. 개별 플레이어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기대야만 하는 구조이다. 다시말해 이런걸 해주는 인게임 장치가 없다. 그렇기에 집단서사의 향유는 게임 바깥의 활동에 더 강하게 의존한다. 게임 내에서 지난 ‘에픽 배틀’의 전개와 결과를 외치기창으로 노닥거리는 사람은 없다. 있다고 해도 도배하지 말라는 타박을 듣고 곧 잠잠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이 에픽 배틀의 진행 양상과 과정을 스샷과 함께 잘 정리해서 올려놓으면, 조회수 터져나가며 단박에 베스트 게시물 내지는 금주의 게시물 등으로 올라갈 수 있다. 즉 다양한 게임 외적 장치들이 집단 서사를 보조하며, 집단 서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와우인벤의 사건사고 게시판이 좋은 예에 속한다. 모든 게임에 대해 타성적으로 만들곤 했던 서버별 게시판은, 각 서버에 밀착된 내용들로 인해 개별 플레이어들에게 좀더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화제들이 더 넓은 커뮤니티 공간에서 공유되지 못하고 쉽게 스러져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와우인벤이 (좀 오래전에 만든 것으로 기억하지만) 만든 사건사고 게시판은 여러 서버에서 생겼던 이슈들을 한데 모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개별 이슈들의 수명과 폭발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물론 누군가는 계속되는 이슈의 발생과 발전없는 논의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게시판은 집단 서사에 그것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본다. 집단서사의 ‘현상’은 분명 게임 내에서 발생하며, 게임 플레이에 대해 강하게 의존한다. 그러나 집단서사를 ‘즐기는 과정’은 결코 인게임 플레이에서 찾아보기 어려우며, 거의 대부분의 경우 게임 외적인 활동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여기에는 플레이어들의 자발적 참여 (집단 서사를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참여가 아니라, 집단 서사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일에의 참여) 가 필수적이다. 즉 집단서사가 멋진 컨텐츠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인기가 있었건 없었건 우리나라에 서비스했던 mmog는 아마도 수백종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집단 서사 에피소드의 수는 그닥 많지 않다. 이건 집단 서사가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할 때만 만개하기 때문이다.
  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인벤에 게재되어 열화와 같은 호응 (들의 대부분은 '이 게임은 왜 언급 안하냐' '저 게임도 재미있었다!!' 였던 걸로 기억 ...) 을 얻었던 글입니다. 마비노기 같은거 빼먹은건 좀 아쉽기도 하던데 (맥락상 다루지 않는게 맞다고 하더라도 꽤 임팩트있는 게임이었기에)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죠. 이 글은 전체 맥락을 다루고 있긴 한데 ... 현 세대에 보편화된 개별적인 게임 디자인의 히스토리에 대해서 추적해보는 글도 언젠가 써보고 싶긴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파티플레이는 어디서 기원했으며 어떤 게임들의 어떤 영향력으로 인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나 등 ... 각 게임 디자인 요소들의 계보도 같은 것도 인포그래픽 식으로 그려보고 ...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 ... 긴 하지만 역시 많이 힘든 일이 되겠군요. 블로그 링크 http://voosco.tumblr.com/post/43712198289/mmog 여차저차하여 뭘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게 ‘한국 mmog의 역사’ 다. 근데 솔까말 ‘역사’씩이나 붙는 거창한 글을 쓰려면 자료조사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생각도 많이 해야할 것 같고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더라. 그래서 생각하기를 역사씩이나 쓰기는 좀 그렇고 ‘흐름’ 정도로 이름붙이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쓰기로 했다. 이 글은 전적으로 내 관점에서 쓰여진 바, 잘못된 사실이나 편견이 들어갈 수 있음을 강하게 못박아두고 싶다. 이래야 보통 틀린 내용이 나오더라도 변명하기가 용이하더라구. 물론 처음부터 틀린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게 좋긴 하겠으나 그게 쉬우면 역사를 쓰지 흐름을 쓰진 않지. 그러니 뭔가 좀 거시기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관대한 마음으로 널리 양해 바란다. ‘한국 mmog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쓰여졌다. 첫번째는 ‘게임 디자인’ 즉 우리가 흔히 게임 기획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한정해서 논하려 한다. 사회 전반의 여러 환경 변화가 한국 mmog 시장에 끼친 영향이라던가, 테크 및 아트에 대한 부분들은 내 분야가 아닌 관계로 소양이나 관점이 여러분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 글에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의견이 들어간다면 그건 전적으로 양념 정도이고, 기본적으로는 게임 디자인에 대한 글이라는걸 유념해서 읽어주시면 좋겠다. 두번째는 이 글이 ‘흐름’에 대한 것이지 ‘최초’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그래서 그 영향력이 이후에 나온 게임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경우를 중심으로 다룬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요소를 ‘최초로 시도한’ 케이스를 말하는게 아니다. 유럽에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기 수백년 전에 우리 조상들은 직지심체요절 (직지심경) 을 금속활자로 찍어냈다. 최초는 엄연히 직지심경이며 그걸 자명하다. 그러나 영향력의 측면에서 직지심경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의 금속활자는 철저히 종교적 사회였음에도 그 종교의 신도들이 자기 종교의 경전을 직접 읽기 어려웠던 유럽 사회 전체에 성경을 보급하는 획기적 사건의 시작이었으며, 이로 인해 당대 종교단체들의 정책과 행동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났고, 결국 종교혁명에 이어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직지심경은 당대 고려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효과는 있었으되 종교혁명과 르네상스에 견줄만한 파급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예를 들다보니 너무 거창한 걸 가져온게 아닌가 싶긴한데, 아무튼 무슨 소린지는 알았으리라 믿는다. 위에서 언급한 두 요소를 포함해 다시한 번 설명해보자면, 이 글은 한국 mmog에 있어서 ‘최초’보다는 ‘큰 영향력을 끼쳤던 게임들,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 디자인’들에 대해 얘기하려는 글이다. 리니지와 후계자들 당연하게도 시작은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로 해야할 것 같다. 그 이전에도 ‘한국 게임’이라고 한다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니 창세기전이니 없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이들 게임들은 비교적 좁은 유저풀에서만 유통&플레이되었던 관계로 이 맥락에서는 부가적인 곁가지정도이다. 범위를 mmog에 가까운 쪽으로 좁히더라도 리니지 이전에 다양한 MUD들과 바람의 나라가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 게임들은 아무래도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두 가지가 처음이었다고 본다. 항간에는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야말로 한국의 인터넷 전용선 보급에 가장 큰 공신이라고들 하는데, 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 리니지랑 스타가 히트를 치니까 당연히 ‘헐 씨발 나두~’ 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기 마련. 우후죽순처럼 다양한 여러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타의 후계자들과 리니지의 후계자들은 누가누가 더 많은 게임 디자인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정말로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치며 손에 땀을 쥐는 전투를 벌였고 최후의 승자는 리니지의 후계자들 … 이라고 말하면 멋지겠지만 사실 이 전투는 좀 싱겁게 끝났고, 승자는 압도적으로 리니지의 후계자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를 과금 모델에서 찾는 편이다. 당시는 과금모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았다는게 한 가지, 그리고 리니지의 후계자들과 스타의 후계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모태가 된 게임들을 흉내내는데서 출발(출발만 그렇게 했다 뿐이지 결과도 그렇다는건 아니고) 했기에, 과금모델도 그냥 리니지와 스타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는게 다른 한 가지의 이유다. 둘을 합쳐보면 리니지의 후계자들은 월정액 베이스, 스타의 후계자들은 패키지 판매수익 베이스라는 것. 근데 다들 알겠지만 패키지 판매수익 모델은 우리나라에선 불법복제 때문에 좆망한지 오래다. 결국 월정액 베이스의 리니지 기반 mmog들이 살아남았고, 스타 베이스의 게임들은 완성도가 좀 있다해도 결국 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렇게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가 시작된다. 리니지가 시장의 압도적 쉐어를 차지하는 가운데 여러 군소 게임회사들의 리니지를 본딴 게임들이 시장에 나왔고, 일부는 그럭저럭 살아남는데 성공하지만 대부분은 망하고 마는 뭐 그런 시기였다. 이때는 한국의 게임 개발력이라는게 지금보다 형편없었던 데다가, 게임 만들어본 적 없는 이들이 리니지만 보고 ‘이 정도라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약한 확신과 대체로 유사할 듯한 느낌이 드는 것만 같은 예감이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달려드는 때라서 더욱 그렇기도 했다. 지금 한국의 게임 개발력도 여전히 개차반이라 보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난 어쨌든 이정도 기간에 이정도 성장이면 괜찮은거 아냐?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무튼, 리니지의 후계자들 중 주목할만한 게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뮤이다. 뮤는 리니지와는 다른 3D 그래픽을 들고 나와서 대박을 쳤다. 한때 오리지널 리니지와도 자웅을 견줄 정도로 세력이 컸는데, 3D 이지만 쿼터뷰 (정식 명칭은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쿼터뷰로 부르니까 걍 그렇게 부르자) 시점을 가진 게임이었다. 비록 쿼터뷰일지언정 어쨌든 3D라서 그런지 현란한 이펙트가 팍팍 터지는, 지금보면 (솔직히, 그때봐도) 우뢰매스러운 그래픽으로 떡칠을 한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게중에 나은 편이었다. 소문에는 기획 1명, 그래픽 1명, 프로그래밍 1명의 총 3명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러가지 헛점이 있어서 오토와 핵의 온상이 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뮤는 ‘웹젠’ 이라는 회사를 엄청나게 키워놨고, 이후 웹젠의 몰락 코스는 지금도 게임 딱 하나 히트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게임 회사들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롤모델이 되고 있다. 두번째로 주목할만한 게임은 라그나로크이다. 배경은 3D 인데 캐릭터만 8방향 2D로 만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일본 캡콤의 귀무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비슷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라그나로크의 2D 캐릭터들은 앙증맞은 SD (머리통 크고 몸 작은, 귀여워보일 수 밖에 없는 체형) 화 되어 있어서 여러 여성 플레이어들에게 인기를 꽤 얻었다고들 하더라. 라그나로크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특히 일본에 수출되어 어마어마한 히트를 치기도 했다. 난 처음에 라그나로크가 일본에서 엄청 먹어준다는 소리를 듣고 ‘어디서 또 한민족 우월주의 개소리가 들려온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모처에서 아무 생각없이 다운받았던 라그나로크 온라인 동인지의 압도적 양과 우월한 질을 보고서 ‘아 이게 정말 일본에서 뜨긴 엄청 떴나보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눈여겨봐야 할 점으로, ‘캐릭터의 성장과 mmog가 만났을 때 그 가능성이 무시무시하다는걸 보여줬다는 부분’을 꼽는다. 천조국에서 시작된 CRPG는 본래 전투의 전략성이랄까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랄까 뭐 이런걸 보는 장르였는데, 이게 일본에 이식되면서 일본의 지배적 플랫폼이던 패미콤에 맞게 각색될 필요가 있었고, 키보드가 딸리지 않은 게임패드만으로 플레이하기에 편하도록 복잡한 요소들을 제외하고 ‘캐릭터의 성장’ 이라는 개념에 포커스를 맞춰서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있다. 내 아바타인 캐릭터가 성장하는 즐거움,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 그걸 체감하는 쾌감, 그리고 여기에 잘 정제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는 재미를 가미한 것이 이들 게임의 뼈대라고 보는 편이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발견한 바는 없으나, 한국 mmog의 ‘성장’ 개념은 방금 설명한 JRPG의 성장 개념 중에서 ‘성장의 쾌감’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히트의 이유라고 본다. 비약적의 향상의 핵심이라면 역시 JRPG에서는 몬스터를 때리면 뜨는 데미지로 밖에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비해, mmog에는 그걸 확인시켜줄 무수한 ‘진짜 사람’들의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애써 구입한 예쁜 옷을 걸쳤는데 그걸 입고 집구석 거울앞에서만 폼을 잡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봐줄 수 있는 바깥으로 나가는 쪽이 그 옷을 구입한 데 대한 만족감을 느끼기엔 더 적합한 것이다. 물론 IMF를 맞아 실직한 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레져를 찾다가 얻어걸린게 리니지라거나, 현금거래의 폭발로 인한 환금 가능성의 유혹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강하게 작용했겠으나, 게임 디자인 내에서만 찾아보자면 그렇다는거다. 당연히 리니지의 후계자들 또한 ‘성장’의 개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이를 공공연히 과시하거나 체감할 수 있는 퍼시스턴트 (persistent) 한 환경, 즉 예쁜 옷을 과시할만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속에서 화려한 이펙트와 그래픽으로 인기를 얻은게 뮤, 반대로 사람들 사이의 아기자기한 커뮤니케이션에 포커싱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 라그나로크 온라인. 과도기, 파티플레이의 도입 리니지의 후계자들은 리니지를 그저 따라하기만해서는 리니지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물론 이 업계의 상식이다. 나름의 독창적인 면이 어디라도 있어줘야한다. 그게 반드시 클 필요도 대단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뭐라도 다른 구석이 있어야만 한다. 리니지 성혈 총군 캐릭 버리고 다른 게임 하러 갈 사람은 없으니까. 앞서 설명한대로 뮤는 리니지에 3D 그래픽과 화려한 이펙트를 얹어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리니지에 좀더 우호적인 커뮤니티 구도를 얹어서 히트가 가능했다. 한편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 전성기는, 한국에서의 게임 업계가 안정적 산업이 되었음을 공공연히 만방에 선포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게임 개발은 한국에서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부실하고 취약한, 오히려 그보다는 존재하는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산업이었고, 따라서 코어 게이머들은 생업을 위한 직업과는 별개로 취미로서 게임을 즐기는 패턴이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나이가 아직 어려 생업을 가질 시기가 아니기도 했다. 그러나 리니지, 뮤, 라그나로크가 보여준 가능성은 이들을 게임 업계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코어 게이머들이 게임 개발 일선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막무가내로 리니지를 따라하다가 운이 좋아 얻어걸리는 코스를 바라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발전을 모색했다. 한국에서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기는, 북미에서 울티마 온라인과 에버 퀘스트의 시기이기도 했다. (뭐 리니지는 지금도 전성기니까 딱 잘라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 무슨 뜻인지 알거라 믿고 넘어간다) 앞서 언급한대로 게임 개발 일선에 뛰어든 코어 게이머 계층은 리니지 따라가다가 운이 좋아 얻어걸리는 방식 말고 좀더 합리적인 발전의 방향을 찾고자했고, 그때 눈에 띈 것이 에버퀘스트의 파티플레이였다. 리니지와 후계자들은 대체로 게임 플레이 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플레이를 혼자서 해야만하는 구조였다. 에버 퀘스트는 여기에 플레이어들이 서로 도우면 전투가 수월해지는 (말이 수월해지는이지 실제로는 혼자 진행이 불가능한 전투 난이도 때문에) 협동의 개념을 넣어서, 여러명이 함께 전투를 하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 게임 개발 일선에 있는 이들이 눈을 돌린 것이 바로 ‘파티 플레이의 도입’ 이었다. 파티플레이가 재미있다는 점은 서구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관건은 누가 더 안정적으로 빨리 이걸 한국 시장에 도입하느냐 하는 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EQ식 파티플레이’를 도입한 첫번째 한국 mmog는 ‘나이트 온라인’ 이라는 게임이었다. 그래픽 존나 후져빠지긴 했는데 아무튼 파티플레이의 핵심인 어그로와 탱딜힐을 제대로 도입했고, 덕분에 안정적 중박을 쳤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mmog의 파티플레이를 한국 시장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건 리니지2 였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메가히트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를 확고한 것으로 만들었고, 이걸 기반으로 리니지2는 파티플레이를 도입하여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 보면 리니지2의 파티플레이 개념은 당시 서구권에서 쓰던 엄격한 것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아무튼 기본기를 한국 mmog 플레이어들에게 보편화시키는데는 크게 기여했다. 결국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 끄트머리는, 리니지에서 벗어나보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파티플레이로 귀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에게는 애석하게도, 리니지에서 벗어나려는 합리적 시도들은 리니지의 후계자들 중에서도 그 적자인 리니지2가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와우(World of Warcraft)의 시대 그리고 블리자드의 와우가 시장에 소개된다. 스타크래프트의 절정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내에서 엔씨와 맞견줄 브랜드 가치를 가진 게임 회사는 블리자드가 유일했다. 그런 블리자드가 소개한 와우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던지며 스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여러 게임회사들 중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 정도였던 블리자드를 단숨에 ‘세계 최강의 게임회사’로 끌어올린다. 블리자드가 게임 디자인에 던진 가장 의미있는 파문은 ‘보상 싸이클의 단축’ 을 꼽는 편이다. 예로부터 블리자드는 밸런싱에 능했는데, RTS 장르에 3종족 모두 전혀 다른 구도를 도입했으면서도 그 밸런스가 꽤 괜찮았던 (물론 욕도 많이 먹긴 하지만, 반대로 유사한 구도에 스타만큼 밸런스 잡힌 게임 보기도 드물다)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 ‘밸런싱’ 이라는 단어는 여러가지를 포괄하는 의미를 갖는다. 스타의 3종족간 PvP 밸런스 뿐 아니라 부드럽고 매력적인 성장곡선의 구성, 다양한 컨텐츠들 간의 유기적 보상균형 등등이 모두 밸런스라는 개념을 필요로 한다. 블리자드는 극도로 창의적인 뭔가를 기발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회사이기보다는 숫자를 아주 잘 다루는 회사에 가까웠고, 그들은 mmog시장에 새로 뛰어들면서 ‘부드럽고 매력적인 성장곡선’ 이라는 부분이 이 장르 전체에 결여되어 있음을 간파한다. 리니지의 후계자들에서 소개한 ‘성장의 쾌감’은 와우의 진영분리 구도에 의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즉 ‘내 레벨이 높으면 너님들은 좆밥이심’을 전달하는 멋진 장치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과도기, 파티 플레이의 도입에서 소개한 파티플레이는 당연하다는 듯 적용되어 있다. 그것도 파티플레이의 원류인 에버퀘스트가 수년간에 걸쳐 노출해왔던 파티플레이의 여러 단점들을 상당히 완화시킨 상태였다. 앞서의 둘은 이전 mmog들이 가졌던 재미를 계승하는 쪽에 가깝다. 그와는 달리 와우가 독자적으로 시장에 소개한 고유의 요소는 바로 앞서 설명한 ‘보상 싸이클의 단축’ 이다. 와우는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만렙을 찍기 까지 수백 수천개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와우 이전에는 이런 게임이 없었다. 퀘스트란 아주 특별한 것이며, 복잡하고 정교한 여러 단서들을 퍼즐 맞추듯 맞춰서 가까스로 성공했을 때에만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컨텐츠였다. 말하자면 mmog의 컨텐츠들 중에서도 비교적 사치품에 속했다. 근데 와우는 그런 퀘스트를 바닥에 깔아 하층민을 위한 생필품으로 만들었다. 누구든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와우의 퀘스트는, 이전의mmog들이 가지고 있었던 길고 힘든 확정 보상 또는 기대하기 어려운 무작위 보상의 구도를 파괴했다. 에버 퀘스트와 리니지의 공통점은 레벨업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물론 리니지쪽이 좀더 어렵긴 하지만) 그리고 레벨업과 레벨업 사이에 별다른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플레이어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그걸 극복해내는 플레이에서 보상을 얻는다면 그걸 말릴 수야 없겠지만,이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직접 제공하는 컨텐츠는 아니다. 와우는 레벨업과 레벨업 사이에 수십개의 퀘스트를 끼워넣었다. 이전 게임에서 별다른 보상이 없이 플레이해야했던 수십 시간을, 작지만 의미 있는 여러 보상들 (퀘스트) 로 채워 넣은 것이다. 이전의 게임에서 보상은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이 대충 5개의 단으로 이루어진 것과 비슷했다. 계단에 단의 숫자가 적다고 얕보기엔 한 단의 높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인들도 이런 계단을 오르내리면 쉽게 치지고, 어린이와 노약자는 올라갈 수조차 없다. 와우는 5단 밖에 없던 계단을 36단 정도로 잘게 잘랐다고 보면 된다. 이제 어린이와 노약자가 오를 수 있는건 물론, 성인들도 전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에버 퀘스트나 리니지에서 떨어지면 좋긴 한데 그닥 큰 기대를 걸긴 어려웠던 ‘랜덤 드랍’을 통한 보상을 퀘스트 보상으로 보완했다. 에버 퀘스트나 리니지에서는 레벨이 같아도 캐릭터의 파워 자체는 차이가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누군가는 레벨업 와중에 운좋게 득템을 하고 그걸로 강하고 힘쎈 캐릭터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운이 나빴던 고로 대단한 아이템을 얻지 못하고 흔하고 약한 캐릭터로 남는다. 결국 동렙인데도 서로 차이가 많이 나는 캐릭터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같은 레벨에서도 다양한 편차들을 보여주던 이런 상황을 와우는 퀘스트 보상으로 커버했다. 득템을 하면 좋지만, 아니어도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장비가 안정권은 보장해준다.가난해 빠진 양민 저렙들에게 사회적 안전망 – 일종의 복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몬스터 밸런싱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전의 게임에서는 레벨이 같은 캐릭터 사이에도 다양한 파워 차이가 존재했기에 ‘균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몬스터 난이도 설정이 어려웠다. 똑같은 20레벨 캐릭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몬스터가, 허접한 장비의 개그지 20레벨에겐 넘사벽이고, 장비가 빠방한 풀템 20레벨에겐 씹던 껌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와우에선 레벨대별 캐릭터 파워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좀더 안정적으로 적절한 난이도의 몬스터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와우는 퀘스트 한 방으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보완해 낸 것이다. 이 게임은 mmog 역사상 가장 큰 히트로 기록될 여러 업적들을 양산해냈다. 아울러 그만큼의 파급력을 시장에 행사하기도 했다. 와우 이후에 나온 게임들은 대부분 성장 구간을 퀘스트로 채워넣으려 노력하며, 주어진 여건상 그게 어려울 경우 다는 못해도 어쨌든 저렙에서 중렙에 이르는 구간 정도에는 퀘스트를 채워 넣는 편이다. 와우의 잦은 보상 주기에 길들여진 게이머들은 이제 리니지와 에버 퀘스트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양변기가 소개된 이래 푸세식 화장실은 여건이 허락하는한 빠르게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와우 이후 와우 이후에도 변화를 위한 자잘한 노력들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간 얘기했던 것만큼의 거대한 파문을 불러온 게임은 별로 없다고 본다. 대체로 요새 mmog들은 리니지가 시장에 소개한 재미, ‘강함을 체감하는 쾌감’과 리니지2가 시장에 보편화시킨 ‘파티플레이의 재미’ 그리고 와우가 시장에 소개한 ‘짧은 주기로 끊어치는 보상의 매력’을 대체로 다 가지고 있는 편이다. 여기에 각자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이게 대박임’ 하는걸 조금씩 넣어서 내놓긴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렇게까지 대박을 친 케이스는 없다고 보는 편. 실질적으로 다른 게임들에 파급력을 강하게 미친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주목할만한 게임들이 있기는 하다. 첫번째는 mmog의 가장 미시적인 플레이 중 하나인 ‘전투’를 개선하려는 노력. 테라와 블소, 레이더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게임은 기존의 mmog 전투를 좀더 재미나게 만들려는 노력 중에서도, ‘액션’에 특화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테라와 블소의 전투는 왕년의 액션 장르 콘솔 게임들만큼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레이더즈는 직접 안해봐서 잘 모름 ㅈㅅ) 반대 방향으로 시도하는 게임으로는 엔도어즈의 게임들이 있다. 삼국지를 품다와 그 또 뭐더라 … 뭐 있다. 환타지 게임. 김태곤씨가 만드는mmog들은 특이하게도 턴베이스 전투를 선보이곤 하는데, 꾸준히 중박을 치는걸로 봐서 뭔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을거라 짐작된다. (역시 안해봐서 잘 모름 ㅈㅅ) 파티플레이 개선은 꽤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앞서 말한대로 에버 퀘스트가 소개한 파티플레이는 강렬한 재미만큼이나 크리티컬한 단점들도 가지고 있었는데, 파티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솔로잉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다는 것. 파티 플레이는 그 자체로 높은 재미를 제공하지만, 그에 비례하는 만큼의 스트레스도 제공한다는 것. 파티 플레이의 도입으로 인해 인기 클래스와 비인기 클래스가 갈리면서 게임 내의 일부 플레이어들은 재미보다는 소외감을 더 느끼게 되었다는 것 등등이 있다. 와우는 이런 문제점들을 어느정도 ‘완화’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좀 어렵다. 이런 부분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블소와 길드워2 정도가 여기에 속하지 싶다. 각 게임들은 자기들 고유의 방법으로 파티플레이가 주는 불편함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노력 중이다. 좀더 스케일을 넓혀서 거시적 플레이의 개선 시도를 보자면 난 단연코 길드워2를 추천하는 편이다. 와우의 진영 구도가 한 서버 내에서 유저들이 편을 갈라 지들끼리 치고받는 스타일이었다면, 길드워2에서는 서버끼리 서로 맞붙어서 싸운다. 같은 서버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같은 편이 되어 다른 서버 = 다른 편과 싸우는 형식이다. 최근 베타 들어간 우리나라의 코어 온라인이라는 게임도 이런 구도인걸로 아는데, 길드워2는 여기에 한 때를 풍미한 게임인 DAoC의 공성 컨텐츠를 가미하여 잊혀져가던 DAoC 의 렐름전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적극적인 개선을 통해 이전의 DAoC 렐름전이 갖던 여러 문제점들을 눈에 띄게 보완했다. 안타까운건 길드워2가 흥행 측면에서는 와우만큼 대박이 아니라 그 영향력 (즉 길드워2의 게임 디자인의 흥미로운 부분들)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영화로 치자면 비평적으로 성공했으나 흥행은 중박인 뭐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아키에이지 또한 놓칠 수 없다. 이 글이 한국 시장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글이기에 몇몇 중요한 – 다시말해 한국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 게임들을 제외하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금방 간단하게 언급한 DAoC (Dark Age of Camelot) 이라던가 이브 온라인 (Eve Online)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이브 온라인은 울티마 온라인, 스타워즈 갤럭시즈 (SWG) 등과 더불어 흔히 ‘샌드박스 타입’ 이라 불리우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계보와는 전혀 다른 테크트리를 타고 발전해 온 게임이다. 국내에서 이런 방향으로 최초의 시도는 마비노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마비노기는 실제로 한국에도 샌드박스타입 mmog를 바라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긴 했지만 후속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샌드박스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mmog의 필드에서 마이너한 편이다. 송재경 대표는 아마도 ‘샌드박스는 메이저한 흐름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결국 아키에이지를 만들어냈다. 물론 처음에 야심차게 ‘샌드박스를 추구한다’라고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출시된 아키에이지는 전형적인 샌드박스 mmog라기엔 다른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아무튼 주목할만한 게임이라고 본다. 이외에는 글쎄, 다들 모바일&스마트폰 게임 또는 SNG 게임이 대세라고 하고, 사실상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성장을 멈췄거나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둔화되긴 했다. 혹자는 이 시장이 이제 문 닫을 시기가 된거라고도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지만, 어쨌든 새 게임들이 나오는 속도가 심하게 둔해진 건 사실이다. 신작의 숫자가 줄어든다는건 다시말해 새로운 시도를 할 여지나 그럴 이유도 줄었다는 얘기이고. 뭐 몇 년 지켜보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겠지. 대충 2016년쯤 되어서, mmog 시장이 살아남아 이 글의 후속편을 쓸 수 있겠으면 좋겠다.
  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문 주소 : http://www.dashjump.com/player-important/ 심한 의욕의 야매 번역.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이번껀 특히 난해했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스스로를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하는 것의 중요성 누구나 ‘중요하게 여겨진다’ 라는 느낌을 좋아한다. 이것이 누군가 당신을 “이봐요, 거기” 나 “들어봐 멍청이” 라고 부를 때보다 “선생님” 이라고 불러줄 때 더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픈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 또한 손위 형제가 종종 손아래 형제에 대해 책임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것은 플레이어들을 당신의 게임으로 끌어들여, 이 게임에 쏟아 마땅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 것인가?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아울러 이 주제는 특히 당신의 게임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아래에, 당신의 플레이어들을 전능하게 만들 방법을 찾을 때 염두에 둬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그들의 행동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어라 이는 게임의 자연적 속성에 비추어볼 때 명백한 것이다. 개발자들이 종종 이를 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총알을 맞아도 꽥꽥거리는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돼지 또는 염소를 향해 미친듯이 총을 난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손가락질을 하되 모두가 이를 무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두 상황 모두에서, 그 의미는 명확하다 : 게임 내의 누구도 당신에게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 밸브는 하프라이프 개발 도중 영리하게도 게임 월드를 대표하여 유저에게 피드백을 주는 행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혁신적 몰입감의 원인이 되었다. 이 규칙은 당신 게임에도 해당된다. 물론 이런 잠재력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당신이 만든 캐릭터가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파크라이3에 등장하는 ‘부잣집 파티광 꼬마’는 플레이어가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맵을 탐험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구출되는 역할로만 등장하여 플레이어들에게 자주 욕을 먹곤 한다. 반면에 모든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폐쇄된 코덱 스크린에 등장하여 정해진 대화문을 주고받을 뿐이지만 한층 더 깊이 있게 느껴지며 호감을 준다. 둘 사이의 결정적 차이점은 스크립트된 상호작용 외에 플레이어 자신이 원할 때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플레이어가 도움을 청하거나 그저 수다를 떨기 위해 이 NPC를 호출할 때마다, 이 NPC는 게임 내 상황에 맞는 독특한 멘트로 인사를 건내거나 플레이어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와 연관된 단서를 언급하여 플레이어와 NPC 자신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위기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라 조국이 공격당하고 있다! 세계의 운명이 위험에 처해있다! 어떤 미친놈이 우주를 위협하고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게임은 당신으로 하여금 시간을 투자하도록 만들기 위해 거창하기만하고 공허한 클리쉐를 남발하며 아슬아슬하게 굴러온걸까? 플레이어의 주의를 구걸하다시피 끌기 위한 웅장한 스케일의 갈등은 솔깃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순진해빠진, 그리고 슬플 정도로 남용되는 방법이다. 전투를 자극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충격적이지만 조잡한 전제를 쓰는 대신,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체계적인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라. 세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나. 이건 진짜 세계도 아닌데.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 7에서 아이리스가 죽었을 때, 단지 캐릭터의 죽음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동적일 뿐 아니라 그녀만의 유니크한 스킬을 더 이상 전투에서 사용할 수 없었기에 아이리스의 빈 자리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하자. 이는 폭발로 가득찬 컷씬 이상으로 플레이어에게 위기감을 준다. 하프 라이프2는 악명 높은 “그 캔 주워” 장면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했다. 게임을 계속하려면 가드의 요청에 반드시 따라야만 하고, 이때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고의적으로 무력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때 갖게 되는 경찰의 권위주의에 저항할 수 없는 ‘억울하다’ 라는 느낌은 이후에 이들 Combine을 공격할 때 더 높은 만족감을 준다. 플레이어가 좀더 설득력 있는 위기를 경험하도록 노력한 덕분에,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혁명적이라 느꼈고 밸브는 그만큼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다. 플레이어를 열외로 취급하지 말라 지금까지 언급했던 팁들에 비해 이번 것은 훨씬 명백하다. 비록 특정 장르의 팬들은 이런데에 좀더 관대하긴 하지만, 너무 잦고 긴 컷씬과 어떤 종류이든 캐릭터를 조작할 수 없는 장면의 남발은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베테랑 게임 디자이너인 Matthias Worch는 이를 GDC 2013의 강연 “플레이어에게 이야기하기 – 문화적 유행은 어떻게 게임과 레벨 디자인에 영향을 끼치나”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Worch의 비유는 이미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나쁜 케이스를 살펴보면 좀더 명확하게 이해된다. 빈번하게 출현하는 Max Payne 3의 동영상 장면들은 어찌나 자주 게임 플레이를 중단시키는지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좀더 게임에 집중하는 것을 저지한다. 이 게임은 심지어 컷씬으로 널리 알려진 스토리의 비중이 높은 시리즈임에도 그렇다. Max Payne은 위에서 언급한 단점의 좋은 예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를 위해서도 또한 좋은 예이다. : 만약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컷씬을 사용해야 한다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점이 현재가 아닌 쪽이 좀더 낫다. 다른 묘사들에 비해 이쪽이 좀더 플레이어에 의해 컨트롤되는 캐릭터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보다 자세히 말해보자면 : 첫 번째와 두 번째 Max Payne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3D 아바타를 조작하여 게임을 플레이한다. 그리고 같은 캐릭터를 인간 연기자가 연기한 만화형식의 컷씬을 읽게된다. 플레이어가 인간 연기자를 조작할 수는 없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불일치가 존재하게 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3D 형태의 아바타는 컷씬에서 나오는 만화 형식의 캐릭터와는 다르기에 플레이어는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명확하게 받지는 않는다. 어찌되었건 설정상으로라도 플레이어가 어찌할 수 없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지금껏 조작해온 캐릭터가 느닷없이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보다는 덜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 이 경우, 후자쪽이라면 (자신이 지금껏 조작해온 캐릭터가 느닷없이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 플레이어에게 그 의미는 명확하다. : 게임이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데도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언제나 ‘플레이해줘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라 플레이어는 어떤 게임에서건 가장 중요한 캐릭터이다. 당신이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 낸 경험의 중요한 조각을 스스로 찾아냈다고 느끼도록 시간을 투자하라. 당신의 다음 게임을 기다리는 열성적 팬들이 생겨나는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와우에서는 클래스당 스킬이 무척 많이 주어졌었죠. 나름 용도에 맞게 쓰는 재미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스킬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스킬별 특징이나 용도를 익히는 것만해도 쉽지 않고 ... PvP라도 할라치면 다른 클래스들의 스킬도 중요한건 대부분 숙지해야하는데 그건 더 큰일이고 ... 다 안다고 해도 '손이 쉽게 가는' 단축키의 갯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걸 넘어서는 스킬의 갯수를 어떻게든 구겨넣다보니 조작이 애매해지는 부분도 있구요. 그림1. 일명 '와우-건담UI' 물론 UI의 문제를 드러내는 스크린샷이기도 하지만 ... 저 엄청난 갯수의 스킬들 좀 보세요. 그래서 2000년대 중반 게임들에 비해 요새는 스킬의 갯수를 줄이는게 일반적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원래 수십개씩 있던 스킬을 왕창 줄여서 5-6개 정도로 만드는 것만 해도 문제인데다가, 많은 경우 캐릭터의 특성 시스템은 스킬과 맞물리거든요. 아울러 스킬은 레벨업에 따른 보상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갯수만 왕창 줄인다고 무조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즉 스킬 시스템은 캐릭터 구성의 꽤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디자인 요소들과 연계되는 지점이 많고, 그래서 막무가내로 갯수만 줄인다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게임들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이걸 살짝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스킬 커스터마이징 최근에 대체로 많이들 쓰는 '스킬의 (표면적인) 갯수 줄이기' 방법은 각 스킬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A라는 스킬이 레벨업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주어진다고 할 때, 플레이어가 어떤 특성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스킬에 dot 효과가 붙기도, 단일 타겟 스킬이 광역효과를 갖기도, 적을 느려지게 하는 효과가 붙기도 합니다. 기본으로 주는 스킬을 8가지 정도라고 할 때, 각각의 스킬들에 대해 이런식으로 부가효과를 붙여줌에 따라서 선택의 가짓수는 엄청나게 늘어나므로 특성 시스템과의 연계도 무리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액티브하게 사용하는 스킬 자체는 8가지에서 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번거로운 부분도 없어지죠. 늘어나는 스킬의 가짓수를 제어하기 위해 스킬을 커스터마이징하게 하는 개념을 온라인 게임에서 처음 접한건 아마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대격변 확장팩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특성을 통해) 새 스킬을 얻는다는 개념과 스킬을 커스터마이징 한다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었구요, 특성에 따른 스킬 커스터마이징만으로 이 시스템을 채운건 아마도 디아블로3에서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한편, 이 방법은 한 가지 추가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스킬의 기능적 특성은 다르게 하면서도 아트 리소스는 공유하기가 쉽거든요. 스킬의 이펙트나 모션 등등은 모두 같지만 어떤 스킬은 데미지+DOT효과, 어떤 스킬은 루트효과, 어떤 스킬은 광역효과를 줄 수 있죠. (물론 광역쯤 되면 뭔가 좀 바꿔줘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다시말해 개발비 절감효과를 살짝 기대해볼만합니다. 2. 배운 스킬과 사용하는 스킬의 분리 물론 이보다는 좀더 단순한 방법도 존재합니다. 스킬 자체는 여러개를 주지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갯수는 제한하는 방법이죠. 예컨대 스킬을 30개쯤 주되, 그 중에서 전투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건 8개로 제한하고, 이를 바꾸고 싶으면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개념을 채택한 게임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길드워즈2 이군요. 길드워즈2에서 클래스당 주어지는 스킬의 가짓수는 꽤 많은 편인데요, 그럼에도 이 스킬을 동시에 모두 자유자재로 쓸 수 없는건, 단축키창의 슬롯이 10개 뿐이기 때문입니다. (8개였던가 10개였던가 가물거리긴 한데 갯수 자체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얼버무리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새 스킬을 단축키창에 올려놓으면, 무조건 쿨타임이 돌아갑니다. 일단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투 상황에서 스킬 창을 열고, 거기서 필요한 스킬을 찾아 클릭해서, 단축키창을 살펴보고 빼도 될법한 스킬을 고른 후, 그걸로 교체한다 ... 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렇게 하더라도 쿨타임 1번은 무조건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어려운 일이 됩니다. 이 시스템은 길드워즈1에서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에도 흥미로워 보였던 것은 물론. 역으로 말하자면 요 몇년 사이에 문제되기 시작한 이슈를 이미 꽤 오래전에 해결해놨던 셈이 되는거죠. 특히 이 모든 과정이 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어서, 플레이어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라고 요구하지 않되 위에서 얘기한 '스킬 가짓수 증가의 괴로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어서 멋집니다. 3. 컨텍스츄얼 UI를 이용 다른 한편으로 좀더 복잡한 방법도 있습니다. 블레이드&소울이 그런 경우인데요, 블소의 스킬 가짓수는 이전 세대의 게임들만큼이나 많습니다. 그러나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요. 이유는 이 게임이 흐름에 관련되어 자동으로 UI가 바뀌는 컨텍스츄얼 UI (contextual UI)를 적극적으로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블소 특유의 콤보 시스템 또한 여기에 맞물려서 돌아가죠. 블소에는 다양한 종류의 콤보들이 존재합니다. 스킬 B가 대상에게 특정한 상태이상을 일으키고, 대상에게 이 상태이상이 걸려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또는 상태이상이 걸려 있는 대상에게 사용할 경우 강력한 추가효과가 발동되는 스킬 C를 연달아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블소의 많은 스킬들이 서로 콤보 관계로 맞물려 있는데, 이들 대부분을 방금 말한 컨텍스츄얼 UI로 엮어놓았습니다. 즉 스킬 B가 적중되면 UI가 자동으로 바뀌면서, 같은 단축키에 스킬 C를 세팅해줍니다. 뭔가 복잡해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같은 버튼을 연타' 하는 것 뿐입니다. 단순한 액션으로부터 복잡한 결과가 야기되는건 꽤 멋진 일이죠. 근데 블소의 이런 시스템은 좀 골치아픈 부분도 있더군요. 일례로, 레벨이 올라가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콤보가 어떤 버튼에 어떻게 묶여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앞서 설명드린 예를 좀더 확장해서 하나의 버튼에 스킬 B, C, D가 순서대로 묶여 있어서 B가 적중하면 자동으로 C로 바뀌고, C가 적중하면 자동으로 D로 바뀐다고 할 때, 이 버튼에 할당된 스킬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UI에 나타나는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가이드가 없더군요. 아울러 스킬 단축키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가 없어요. 나는 스킬 B 다음에 스킬 F 같은걸 쓰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할당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예 못하게 되어 있을 수도 있구요. 저도 나름 포화란까진 잡아봤는데도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데서 나오는 대표적인 문제가 언제인가 암살자들이 겪었던 슬픔이죠 (지금은 스킬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 암살자가 인던에서 자주 쓰는 스킬 X와, 여기에 연계되는 스킬 Y가 있다고 해보죠. 근데 스킬 Y는 '대상이 특정한 상태이상에 걸려있을 때'만 발동합니다. 암살자가 스킬 X를 써서 이 '특정한 상태이상'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다른 플레이어가 상태이상을 걸더라도, 암살자의 스킬 창에서 스킬 X는 자동으로 스킬 Y로 변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죠.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스에게 상태이상을 겁니다. 이 상태이상에 걸려있어야만 보스를 메즈 (합격)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암살자의 스킬 Y는 강한 데미지를 주긴 하지만 상태이상을 풀어버립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스를 메즈하기 위해 상태이상을 거는 순간, 암살자는 원래 스킬 X를 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킬창이 자동으로 바뀌면서 스킬 Y가 나가버렸습니다. 스킬 Y는 보스에게 데미지를 주긴 했지만, 상태이상을 풀어버렸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스를 메즈할 수 없게 됩니다. 메즈되지 않은 보스는 강력한 광역기로 파티원을 싹쓸어버리죠. 이 문제 때문에 한동안 암살자들이 괴로움을 겪었고, 나중에 결국 단축키 할당이 바뀌는 패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단축키에 할당된 스킬을 바꾸기 위해 패치를 해야한다니 괴롭잖아요? 4. 무대응이 상책 얼마전까지 꽤 즐겁게 플레이했던 크리티카의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더군요. 레벨업을 할 때마다 스킬은 늘어나는데 단축키창은 제한적이고 ... 어떻게든 모든 스킬을 단축키창에 구겨넣으려 힘겨운 싸움을 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단축키창에 모든 스킬을 넣을까 고민할 때마다 울분을 토하곤 했지만, 재미있었으니 그걸로 됐어 ... 제가 여기에 적어넣은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었던가요?
  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두 개의 특성 트리 이야기 원문 주소 : http://www.psychologyofgames.com/2013/05/a-tale-of-two-talent-trees/ 언제나 그렇듯, 심한 의역의 야매 번역.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업그레이드 화면 또는 특성 트리를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가 했던 선택을 다르게 느낄까? 아래에 나와 있는 두 개의 특성 트리 선택 화면을 보자. 왜인지는 묻지 말고 일단 보자. 첫번째 스샷은 FPS 게임인 Syndicate 에서 가져온 것이며, 두번째 것은 Tomb Raider 최신작에서 가져온 것이다. 스크린샷만 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게임이 플레이어의 선택을 보여주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Syndicate 트리에서는, 당신의 모든 선택이 하나의 화면에 정리되어 있다. 스킬 포인트가 생길 때마다 당신은 나열된 여러 아이콘들 중 하나에 커서를 갖다대고, 설명을 읽은 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Tomb Raider 에서 선택이 표시되는 방법은 좀 다르다 : 화면 아래에 길게 나열된 스킬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크롤해가며 당신의 귀중한 스킬 포인트를 어디에 쓸지 결정하게 된다. 당신 생각에는, 어떤 방식이 스킬 선택에 대해 더 몰입적이며 만족스러운 선택으로 보일 것 같은가? 어떤 방식을 취하면 자신의 결정에 대해 덜 후회하며, 그래서 세이브된 게임을 다시 로딩하여 스킬 포인트를 다른데 찍게 만들지 않을까? Cassie Mogilner, Baba Shiv, 그리고 Sheena Iyengar가 2012년에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몰입과 만족과 후회에 대한 지표를 기준으로 볼 때 Syndicate의 시스템이 좀더 낫다. 이 문제는, 더 나은 대안을 찾는데 있어서 우리의 두뇌가 어떤 형태의 보기 나열 방식 – 순차적으로 하나씩 보여주는가, 동시에 모두 보여주는가 – 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이들의 실험들 중 하나에서, 연구자들은 실험 대상자에게 5가지의 서로 다른 초콜렛과 이 초콜렛에 대한 설명을 보여준다. 다음과 같은 식이다 “와이키키 : 코코넛, 파인애플 그리고 열대 과일을 혼합한 짙은색 가나슈 초콜렛.” 한쪽에서는 (위에서 내가 언급한 ‘동시적 조건’ 또는 ‘Syndicate 그룹’에 해당) 초콜렛의 이름과 설명을 한 번에 모두 보여준다. 다른 쪽에서는 (‘순차적 조건’ 또는 ‘Tomb Raider 그룹’) 참가자들이 이름과 설명을 스크롤해가며 한 번에 하나씩 보여준다. 5개의 초콜렛을 모두 보고나면, 참가자들은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선택을 하고나면 자신이 고른 초콜렛을 공짜로 하나 먹는다. 그리고 초코렛 25개를 더 얻을 수 있는 경품 행사를 시작한다고 알려준다. 문 밖을 나서기 전에 자신들의 선택을 혹시라도 바꾸고 싶은지 알아보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제안을 한다. 선택을 바꾸거나 - 처음에 골랐던 초콜렛을 제외한 다른 4가지 중 하나를 새로 고르거나 – 방금 전의 5가지 선택지에는 없었던 6번째 초콜렛 중 하나를 고를 기회가 있다고 말해준다. 결과는? 모든 초콜렛을 동시에 보고 골랐던 그룹은 자기들이 처음에 골랐던 초콜렛을 계속 고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순차적으로 초콜렛을 보고 골랐던 그룹에 비해 자기가 골랐던 초콜렛에 대해 훨씬 만족한다. 순차적으로 골랐던 그룹은 한꺼번에 봤던 그룹에 비해 2배 높은 확률로 자신의 선택을 번복하며, 놀라운 것은, 이들이 4배 높은 확률로 6번째 초콜렛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순차적 그룹의 ‘바램의 감정’을 상기시킨 것이 이러한 까다로운 행동 (선택을 바꿈) 과 결정에 대한 불만족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선택지들의 어떤 측면을 비교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에 하나씩의 선택지만을 검토한다면, 우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이상적인 또는 가능성 있는 (그러나 확실하지는 않은) 더 나을지도 모르는 선택지와 현재 자신이 보고 있는 선택지를 비교하게 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는 ‘다음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바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개별 선택지에 대한 불만족을 낳게되며,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어떤 선택지를 택했더라도 불만족을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작은 불만족들은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어, 기회가 생긴다면 먼저 했던 선택을 번복하고 싶게 만든다. – 좀더 나은 것을 원하는 ‘바램의 감정’을 만족시켜 줄 것만 같은 뭔가를 위해서라면 특히 더 번복하고 싶어진다. 이 주제에 대한, 순차적 vs 동시적 보여주기의 또 다른 예가 있다. Amazon.com의 Lightning Deal 과 Steam의 연휴 세일이 그것이다. 아마존은 때로 날을 잡아서 하루종일 매시간마다 특별가격의 거래를 내놓는다. 반대급부는, 이 거래의 구체적인 제품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뭔가를 사고는 싶지만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한 순차적 보여주기와 유사하다. 모든 주문 무료 배송. 그러나 1시간 후면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를 스팀이 대규모 세일 이벤트 때 매일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 뷔페식의 세일과 비교해보자. 스팀 세일은 졸졸 새어나오는 순차적 거래 목록 대신, 한꺼번에 콸콸 쏟아져나오는 소방호스와 같다. 위에서 서술한 바를 떠올린다면, 어떤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에 더 만족할까? 지갑이 비었다는 점 외에는 후회가 없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아마도 이 효과를 각자 필요한 방향으로 응용하려 궁리할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때로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기를 바란다. 또는 서사적으로 아니면 도덕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을 경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느낌을 갖길 바란다. 이 경우에, 디자이너들은 모든 선택지를 한 번에 보여주지 않길 바랄 것이다. 또는 선택지를 하나씩 하나씩 제시함으로써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선택 분기를 역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큰 차이는 없다. 참고 문헌 Mogilner, C., Shiv, B., Iyengar S. (2012). Eternal Quest for the Best: Sequential (vs. Simultaneous) Option Presentation Undermines Choice Commitmen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1300-1312 테스트삼아 올리려고 급하게 옮긴거라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문 주소 : http://www.gamasutra.com/blogs/DanielCook/20130505/191730/11_Tips_for_Maximizing_Player_Expression.php?utm_source=feedly 야매 번역. 극한의 의역. 틀린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번엔 왠지 많을 것 같음 ... 플레이어 자기표현을 극대화하는 11가지 팁 게임 개발자로서, 우리는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게임의 반대 측면에 대해서는 어떨까?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각자 스스로를 보다 풍부하고 의미있는 방법을 통해 표현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플레이어의 게임을 통한 자기표현이 무척 매력적인 몇 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 플레이어를 단순한 소비자로서 행동하게 하는 대신 게임 내 세계에 뭔가 보탬이 되게 만들 수 있다. - 디자이너의 노력과 플레이어 커뮤니티의 노력은 서로 더해지는게 아니라 곱해지면서 게임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 게임의 강력한 속성 중 하나는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다른 형태의 매체보다 덜 직접적으로 지원받는다는 것이다. (의미가 불명확함. 제 영어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옮긴자)[/list:u] 아래에 내가 게임 시스템에 기대하는 몇 가지 플레이어의 자기표현 종류를 적어보았다. 이들은 모두 범위의 형태로 존재하며, (on/off되는 스위치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 옮긴자) 각각이 모두 게임 디자인 도구이다.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만능의 처방전 같은 것이 아님에 유의하자. 이들은 일종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돋보기와 같은 것이므로, 스스로에게 ‘이 요소를 내 게임에서 플레이어 자기표현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고 질문해야만 한다. 1. 플레이어가 직접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플레이어는 독특한 느낌을 주는 해결책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테트리스는 좋은 예이다. 테트리스에서 한 줄을 없애는 방법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수수께끼 놀이와 같은 퍼즐은 그 반대에 해당한다. 단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며, 정답을 찾는 길 또한 하나인 경우.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인 Myst조차 플레이어가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짓수는 무척 적었다. 2. 플레이어가 도구를 선택할 수 있음 플레이어들이 독특하지만 동등한 영향력을 지닌 도구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심즈에서 플레이어는 무수히 많은 방법들을 통해 게임이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목표에 도달하는 대부분의 경로들은 대체로 동등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퀵 타임 이벤트 (갓 오브 워의 마무리 스킬이나 타임 크라이시스의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것. 사전에 정의된 버튼을 적절한 타이밍에 누름으로써 목표의 달성 여부가 on/off 형태로 가려지는 즉석 이벤트 – 옮긴자) 퀵 타임 이벤트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는 이미 정해져있으며, 게임 디자인은 극히 제한적인 해결방법만을 제공한다. 정해진 버튼을 누르거나 누르지 않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이다. 3. 플레이 스타일이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게임이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원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체스에서, 플레이어는 공격적이거나, 태평스럽거나, 방어적이거나, 상대를 속이는 행동들을 취할 수 있다.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플레이 스타일은 반대로 플레이어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리고 그 플레이어와 다른 플레이어의 관계가 어떤지조차) 말해준다. 언어에서 동사가 증가함에 따라 표현의 풍부함이 증가하듯, 플레이는 곧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Dragon’s Lair (1983년에 출시된 오락실용 어드벤처 게임 – 옮긴자) 와 같은 선형적인 게임에서,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고안된 서로 다른 플레이 방법들은 실질적으로 별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플레이어간의 정체성 사이에는 아주 좁은 차이만이 존재한다. 4.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환기시키기 게임의 컨텐츠가 가진 제약 내에서 플레이어의 자기표현이 가능한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Second Life와 같은 게임에서, 당신이 유쾌한 오오라를 뿜어내는 마리 앙투와네트가 되고 싶다면, 당신은 그럴 수 있다. 성별, 인종, 문화, 나이, 소속, 머리색깔, 피부색깔, 패션, 역할들은 모두 플레이어 정체성의 영역에 속한다. 이는 사실상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클래스를 플레이한다는 것은, 애초에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게임에 투영하는 것 뿐 아니라, 게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좀더 확장해나간다는 의미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갓 오브 워에서, 당신은 크라토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크라토스만 될 수 있다. 5. 플레이어가 중간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만들기 게임에 궁극적인 최종목표가 존재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중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많이 해당하는 경우 : 문명과 같은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클리어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연구조사 프로젝트, 건설, 군대 개발 및 그 외 부가적인 다양한 중단기 목표들을 끊임없이 선택해나가야 한다. 게임 자체가 제공하는 목표 또한 플레이어에 특화된 전략적 목적들과 섞이기 마련이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파이널 판타지 13의 도입부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는 전투에 전투를 거듭한다. 여기에는 (캐릭터의 성장과는 별도의) 아주 적은 목표 설정만이 존재한다. 6. 사교적 관계를 구축하기 게임이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오랫동안 유지되는 정체성과, 의미있는 사교적 관계를 발전시킬만한 공유 공간을 제공하는가? 드러나 있건 숨겨져 있건간에 게임 전체에 걸쳐 신뢰와 상황 및 구성원 관리에 대한 화제를 공유할 수 있는 도구들이 존재하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Ever Quest와 같은 mmo 게임들은 영속적인 캐릭터와, 대화, 경쟁 및 협력을 시도해 볼만한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사람들은 스탠더드 Bejeweled를 종종 휴식을 위해 플레이하곤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 게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기회는 극히 적다. 그러나 이 게임을 아주 조금 고치는 것만으로도 Bejeweled Blitz와 같이 변형되어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 및 대결하는 훨씬 사교적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7. 목표를 공유하기 게임이 개별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서로 어울려 함께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드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들은 거대 보스를 퇴치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는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을 요구한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Doom의 데스매치 같은 경우 멀티플레이어 게임이긴 하지만 공통의 목표가 존재한다고 느끼기 어렵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들의 목표를 따로이 추구할 뿐이다. 클랜의 도입은 이런 구도를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켰다. 8. 게임 외적으로 자랑할만한, 공유 가능한 소재를 만들어내기 게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현실 세계의 뭔가와 연결하고 싶게 만드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심즈에서, 플레이어는 실제 가족을 흉내내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파일을 공유하거나, 스토리북을 캡쳐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커뮤니티 외부에서 통용 가능하며, 플레이어 자기표현의 사교적 영향력을 증가시킨다. 게임이 만들어 낸 경험과 이야기가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적게 해당하는 경우 : Zork와 같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공유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 이 게임이 출시되었던 시기에는 스크린샷을 캡쳐할 수도, 이를 공유할 수도 없었다. 당신은 그 무엇도 창조해낼 수 없었다. 최대한 노력하는 경우에도 게임 내에만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해 구두로 얘기하고 다니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반대로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가를 보여준다. 최신기술은 물론 이런 일들을 가능케 한다. 9. 플레이어 히스토리의 영속성 플레이어가 과거 자신의 행동들로 이루어진 장기적인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플레이어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축구의 한 시즌은 만들어내는데 수 개월이 걸리는 드라마와 같다. 팀의 순위는 개인적 훈련, 부상, 운 또는 경기력의 복잡한 집대성과 같다. 기록이 수집되고, 이야기들이 쓰여지고 공유되며, 비디오가 녹화된다. 최종적인 결과는 그 결과는 밀도높은 역사적 서술이 되며,수년간에 걸쳐 회자될 것이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Dys4ia http://www.newgrounds.com/portal/view/591565 와 같은 게임은 개괄적으로 아무런 역사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들은, 그 주제를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있는 세계에 대한 심리모델들로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작가의 서사를 관객에게 배달해 주는 과정이지만, 여전히 플레이어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해 낼 수는 없다. 이 경우 당신이 기대해볼법한 것은 이 게임 자체가 갖는 제약을 넘어서는 메타 게임을 통해 리액션의 파장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언컨대, 자기 표현이 가능한 규칙과 정적 작업을 갖춘 메타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어질 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10. 플레이를 공유하기 일단 플레이어가 대단히 독특하고 개인적인 플레이를 해냈다면, 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열렬한 관중과 광대역 네트워크가 조합된 게임은, 훌륭한 게임 플레이를 멋지게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푸에르토리코와 같은 다수의 독일산 보드게임들은, 게임 외부의 관객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들 게임은 주로 사적인 공간에서 플레이되고, 녹화하는 경우도 많지 않으며, 누가 게임의 규칙을 설명해주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게임을 구경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다. 그 결과로 이 게임은 설명이 어렵고, 따라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다. “너 이거 꼭 한 번 해봐야 해” 라는 말이 이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결국 보드게임 초고수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며, 이 초고수들이 데이트를 할 기회조차 제한적이 되어버린다. 11. 게임 수정하기 (Modding) 플레이어들이 개인적인 또는 집단적인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게임 데이터나 규칙을 수정할 수 있는가? 플레이어들이 그 디자인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가? 많이 해당하는 경우 : Quake, Half-Life 또는 Skyrim 등이 아마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예이겠으나, 좀더 광범하게 보자면 놀이터의 술래잡기를 고려해볼 수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중간중간에도, 안전구역이나 새로운 목표 등 새로운 제한사항들을 만들어낸다. 비공식 규칙, 하우스 룰, 그리고 속임수조차도 게임 수정하기의 한 형태이다. 또한 전통적인 TRPG 또는 스토리 게임들을 생각해보라.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서사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요소가 앞서 언급한 플레이어 히스토리의 영속성과 연결될 때, 당신은 결국 엄청난 세계를 창조해 낼 기회를 갖게 된다. 적게 해당하는 경우 : 심하게 제한된, 대부분이 스크립트로 작성된 Limbo https://www.youtube.com/watch?v=GCA79zPaQe0 와 같은 콘솔 게임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정기회를 갖는다. 더 넓은 기회 그 외에도 널리 알려진 몇몇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플레이어의 자기표현을 위해 이들 모두를 포함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플레이어의 자기표현에 좀더 집중한다면, 어떤 멋진 게임들을 만들 수 있을까? 평소에는 이정도로 난해한 결과물이 나오면 심하게 손을 봐서 대충 훑어도 이해 가능한 버전으로 만드는 편인데 ... 이번에는 너무 손댈 부분이 많아서 포기 ... 죄송. 알아서 새겨들으세요. 집중해서 읽으면 뜻은 통해요. ;; - 깊이 있는 시스템과 풍부한 선택지 - 커뮤니티가 수반되는 멀티플레이어 / 소셜 플레이 - 플레이어의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기 [/list:u] 이들이 합쳐지면 흥미로운 게임의 거의 전부를 아우르게 된다. 이런 테크닉을 여러개 사용하는 게임들이 이미 존재한다. 시뮬레이션 게임들, 마인 크래프트나 드워프 포트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건설 게임들, 표현력을 갖춘 PvP 게임들 그리고 MMO들은 모두 자기표현을 위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개괄적으로, 이 분야는 아직 더 캐낼 것이 많다고 보는 편이다. 마인 크래프트를 보자면, 서사와 퍼즐을 혼합하여 선형적인 플레이를 만든 싱글 플레이어 게임들도 몇 개 있다.
  1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혹시 못 보신 분들 참고하실만할까해서 옮겨봅니다. 뭔가 잘못된 관점이라던가 하는걸 지적해주시면 더 좋고요 +_+ I. 퍼즐 앤 드래곤은 어디가 우수한가 1. 들어가며 재미있는 어떤 게임은, 특징적인 요소 하나가 살인적으로 재미있다. 그래서 그 재미 하나를 위해 다른 다양한 불편함이나 짜증스러움을 감수해야한다. 또 다른 어떤 재미있는 게임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이 다방면으로 잘 만들어져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전자에 속한 게임으로 나는 아머드 코어3를 든다. 매카닉을 조작하는 쾌감에 빠져 게임을 놓기 어려웠지만, 불합리한 조작계는 시종일관 나를 짜증스럽고 괴롭게 만들었었다. 몬헌도 비슷하다. 전투의 쾌감에 사로잡혀 하기는 계속 하는데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UI의 황당함과 불친절함에 울화통이 터졌다. 후자쪽의 예로 들기 좋은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정도? 물론 지금의 와우와 오리지널의 와우를 비교하자면 다양한 부분에서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긴 하지만, 그때 당시에 와우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다방면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한 가지 더, 후자에 속하는 게임은 ‘도대체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와우의 여러 우수한 부분들은 불성때 까지만해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항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와우를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분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정도의 논란도 없는건 세상에 뭐가 있을까. 세종대왕의 위대함 정도?) 퍼즐 앤 드래곤에 빠져든지 몇 달이 지났는데 여기에 대해 뭔가를 써내려가기 어려웠던 이유도 그것이다. 나에게 이 게임은 전체적으로 다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역으로 어디가 구체적인 재미요소인지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이제는 가닥이라도 좀 잡은 것 같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를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이해 못한 부분들이 있을거다. 요약 : 퍼드 짱 잘만듬. 지금부터 내가 왜 이 게임이 잘 만들어진건지 설명할건데, 잘 설명할 자신은 별로 없음 2. 던전 시작은 ‘던전’으로부터 하려한다. 퍼즐 앤 드래곤의 던전. 단조롭고 별볼 일 없다. 던전마다 정해진 풀(pool) 내에서 몹을 몇 마리씩 뽑아 (아마도 배틀별로 정해진 코스트에 맞게 랜덤하게 결정하는 듯 하다) 내보내고, 중요한 지점에만 고정된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말하자면 레벨 디자인이고 뭐고 그런거 없고, 적과 나만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내가 여기서 언급하려는 ‘던전’은 당연하게도 ‘적’으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의미한다. 퍼즐 앤 드래곤의 던전은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이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다른 게임들과 비슷하다. 퍼즐 앤 드래곤이 재미있어지는 지점은 그 조건들을 돌파하는 방법도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마침 지금 스페셜 던전인 ‘물의 역룡’이 좋은 케이스이다. 물의 역룡의 특징은 멍청하리만치 높은 방어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대신 체력은 낮기 때문에, 방어력만 돌파할 수 있다면 대충 몇 방, 운이 좋아서 콤보가 잘 터지면 한 방이면 끝낼 수 있다. 일단 방어력을 돌파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플레이어들은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방법으로 이 던전을 돌파한다. 1) 방어력을 0 으로 만드는 스킬 (시바) 을 사용한다. 그리고 약간의 딜이면 된다. 2) 전투를 길게 늘리고 (에키드나) 방어력을 무시하고 적용되는 독 (넵튠) 을 사용한다. 3) 방어를 적당히 낮추고 (기계골렘) 극딜로 녹인다. [/list:u] 그 외에 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으나 일단 지금 떠오르는건 이 정도이다. 물론 이 정도의 가짓수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일반적으로 - 특히 온라인 - 게임에서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딱 하나인 경우는 의외로 드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여러 ‘해결 방법’들 중에서도 특히 효율이 좋고 손쉬우며 접근이 편리한 방법이 언제나 존재한다는거다.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 방법을 사용한다. 다른 방법들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취급받는다. 퍼드에서는 좀 다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물의 역룡을 잡기 위해 위에 나열한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얼마나 될까? 일단 이 게임에 대략 기십만원을 쓴 나는 저들 중 한 가지 방법을 통해 ‘가까스로’ 클리어했다. 다른 두 가지 방법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두 가지 방법에 필수적인 유닛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바와, 에키드나와, 넵튠과 기계골렘을 모두 가진 플레이어는, 당연하게도, 존재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 흔하지는 않을게다. 넷을 모두 가졌다고 한들 그것은 ‘물의 역룡 던전’에만 적용될 뿐다. 다른 던전은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퍼드에는 던전이 참 많다. 따라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플레이어가 던전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인 자신의 ‘팀’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없는 카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팀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요약 : 퍼드의 던전은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3. 팀 구성 퍼드에서는 일반적인 카드 게임에서 ‘덱(deck)’이라 부르는 것을 ‘팀’이라 부른다. (카드 게임과 유사점은 굉장히 많지만 게임 내 어디에서도 실제로 카드를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즉 퍼드는 스스로를 딱히 카드게임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플레이어는 팀을 구성함에 있어, 당연하게도 ‘자신이 지금 도전하려는 던전’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막보스의 공격력이 엄청난데 대신 공격 간의 간격 즉 쿨타임이 길고 물 속성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법들이 있을 수 있다. 퍼드를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떠올릴 만한 해법들이다. 문제는, 그 해법들을 내가 사용할 수 있는가이다. 왜 문제가 되냐면, 퍼드에 존재하는 500여 가지 유닛을 모두 가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인벤토리 자체가 최대한 확장해봐야 500개다. 유닛의 수는 500을 넘어가고)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의 가짓수가 대여섯가지라고 할 때,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가능한 방법은 그들 중 기껏해야 한두가지 정도일 것이다. 퍼드의 팀짜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지점에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유닛들로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만 한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온라인 게임의 흔한 케이스, 즉 여러 방법을 모두 취할 수 있으니 그들 중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을 취한다는 개념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여러 방법을 모두 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들고 또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흔히들 게임에서 ‘성장’ 이라고 하면 수직적인 성장만을 연상한다. 레벨업이라던가, 스킬의 수치가 증가하는 등의 요소가 그것이다. 대체로 ‘숫자의 증가’를 연상한다. 그러나 퍼드에는 한 가지 성장이 더 있다. 이 성장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사실상 성장보다는 ‘확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유닛의 종류의 확장이 그것이다. 이미 가진 유닛의 레벨이 오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더 다양한 종류의 유닛들을 구해야만 한다. 종래의 종적인 성장 (레벨업) 은 물론이고, 유닛 가짓수의 횡적인 확장 또한 게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개별 유닛의 관점으로 보자면 당연히 레벨이 높을수록 좋지만, 아무리 높은 레벨의 유닛을 가지고 있어도 ‘반드시 필요한 바로 그 유닛’이 없다면 클리어할 수 없는 던전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이 목표로 하는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유닛이 있다고 그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퍼드의 퍼즐은 장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퍼즐 즉 퍼드의 전투이자 액션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요약 : 다양한 해결방법이 존재한다고 이미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그 방법 – 유닛 – 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횡적인 확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 퍼즐 풀기 (액션) 퍼드의 퍼즐은 매치3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주얼드로 시작되어 주키퍼 등의 다양한 후속작들을 만들어 낸 유명한 퍼즐 룰이다. 이전의 글에서도 말했듯 게임에서 어떤 매커니즘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보려면, 그걸 따라한 게임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면 된다. 비주얼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만큼 성공한 게임이며, 비주얼드가 사용하는 매치3룰 또한 그런 정도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 퍼드는 여기에 딱 하나의 룰을 더해서 게임을 훨씬 더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추가된 룰은 ‘처음에 찍은 퍼즐 조각의 이동에 공간적 제한이 없다’ 라는 점이다. 기존의 매치3 룰에서 플레이어는 처음에 찍은 퍼즐 조각을 상하좌우로 한 칸씩만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이동한 자리에 있던 조각은 플레이어가 움직인 조각의 처음 자리로 들어온다. 즉 상하좌우로 인접한 두 조각의 자리만을 바꿔줄 수 있다. 퍼드에서는 이 과정을 연속적으로, 공간적으로라면 어디로든 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의 제한만이 존재할 뿐이다. 일정 시간 내에 조작을 끝내야 한다. 이 룰은 크게 두 부류의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했다. 우선 비주얼드류의 매치3를 접해보았던 플레이어. 이들에게 기존의 매치3는 익숙하다. 그러나 그런 익숙한 이들에게도 퍼드의 새 룰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적어도 ‘나 좀 잘하는거 같아’ 라는 기분을 북돋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주얼드에서 4-5콤보는 굉장히 성공적인 케이스인데, 퍼드에서 4-5콤보는 게임을 조금만 해보면 손쉽게 가능하다. 어차피 다른 게임의 다른 룰이긴 한데, 왠지 전보다 월등히 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런 착각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하게 만드는 것은 성공적인 게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소위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들이 이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 단순하고 쉬운 조작을 했을 뿐인데 게임 내의 내 캐릭터는 엄청난 기술을 무척이나 화려하게 사용한다. 그게 멋지다. 좋다. 재밌다는 느낌을 준다. 퍼드의 퍼즐이 비주얼드에 비교해서 주는 기분도 아마 그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두 번째 부류는 매치3류의 게임을 해보지 않았던 플레이어들이다. 매치3 자체가 이미 광범한 플레이어 계층에 어필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낸 게임 매커니즘이다. 퍼드의 룰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있다. 당연하게도 매치3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에게조차 재미있다. 매치3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과 매치3를 해 보았던 사람을 합치면, 세상 사람 모두가 된다. 빅히트는 당연하다. (혹시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마지막 문장은 말장난이다. 농담을 농담이라고 설명하는 상황에서 이미 농담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졌지만) 한편 퍼드의 액션 – 퍼즐 풀기 – 은 퍼드의 맥락에서 벗어나서 그것만 떼어놓고 봐도 우수한 매커니즘이긴 하지만, 퍼드의 맥락 속에서라면 더 놀라운 점을 가지고있다. 이 액션이 자신이 짠 팀의 구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것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컨대 내가 어둠 속성으로 도배된 팀을 짜서 던전에 입장했다. 그리고 극딜이 필요한 순간, 나는 화면 내에 존재하는 모든 빛 속성 퍼즐 조각을 하나로 맞추었다 !!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팀의 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행동이기에 실패로 돌아간다. 또 다른 예로 내가 이시스*2 팀을 짜왔다고 가정해보자. 이시스는 3 가지 서로 다른 속성으로 공격하면 공격력이 3배가 되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다. 이시스가 2개라면 3*3 = 9배의 데미지를 준다. 이럴 경우 파란 색으로 30개의 퍼즐 조각을 맞춰 터뜨리는 것보다는 파란색 3개, 빨간색 3개, 노란색 3개를 맞춰 터뜨리는 것이 더 강력하다. 팀의 구성을 의식하고 퍼즐을 풀어야만 한다. 퍼드에서 팀 구성과 액션의 연계는 꼼꼼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으며, 이는 비단 위에서 예로 든 패시브 뿐 아니라 액티브 스킬과도 얽혀있다. 이건 ‘나는 분무전사 세팅으로 입던했으니 분무전사 스킬만 누르면 돼’ 라는 식의 수동적인 사전 준비 – 자동 실행의 프로세스와는 다르다. 퍼드는 단순히 버튼만 누르면 의도대로 실행되는 게임이 아니라, 퍼즐판을 끊임없이 주시하며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둠 속성 공격’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퍼즐판을 보고, 어둠 속성 조각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이들을 어떻게 움직여서 연결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다른 색깔 조각들을 맞출 수는 없을지,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연구하게 만든다. RPG의 스킬 사용이 흔히 단축키를 누르는 하나의 동작으로 완결된다면, 대전격투에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커맨드를 타이밍에 맞춰 입력해야 한다. 퍼즐 앤 드래곤의 퍼즐은 대전격투 게임의 스킬 사용 커맨드가 매번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커맨드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최소 데미지와 최대 데미지 사이를 자신이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구도는 대전격투 게임이 아니라 퍼즐판 위에서 이루어지며, 그 위에 적용되는 규칙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지나치게 복잡하다거나 어려워지는 불상사는 없다. 이 구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대전 격투 게임에서 흔히 떠올리기 쉬운 ‘기술 편집’은 ‘팀 구성’ 이라는 형태로 들어가 있다. 커맨드 입력은 매번 같아서 단조롭지 않으며 언제나 다양하다. 게다가 커맨드 입력에 따라서 기술의 세기나 방향 내지는 성격을 매번 직접 조작할 수 있다. 퍼즐 자체로서의 재미도 완성도가 높지만, 팀 구성과의 연계 때문에 더욱 흥미로워진다. 요약 : 퍼드의 퍼즐은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도 높지만, 퍼드라는 게임 내의 다른 부분들과 연계가 탁월하다. 5. 디자인 요소의 유기적 연계가 핵심 퍼드의 뼈대는 던전과, 팀과,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던전은 다양한 조건들의 충족을 요구하고, 플레이어는 이에 부응하여 적당한 팀을 짜고 그에 걸맞는 액션을 행함으로써 조건을 돌파할 수 있다. 퍼드를 해보면 단박에 ‘재미있다’라는 점이 느껴지지만, ‘왜 재미있는가?’가 손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정한 어떤 부분이 아니라, 뼈대를 이루는 세 부분 사이의 연계가 유기적이고 몹시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으며, 그것이 바로 퍼드가 재미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요구하며 서로가 그 요구에 부응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그 사이에 번거롭거나 복잡한 군더더기가 없는 게임. 이 세 분야의 시너지는, 화면 가득히 형형색색으로 쌓인 퍼즐조각들이 언뜻 보기엔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듯 싶지만, 딱 하나의 조각만을 최소한도로 움직임으로써 서로 맞물려 남는 조각 하나 없이 모두가 터져나가는 멋진 광경을 연상케 한다. II. 퍼즐 앤 드래곤은 왜 돈을 잘 버나 게임 디자인 쪽은 그나마 좀 하는 편이긴 한데 (내가 가진 재능들 중에서 그렇다는거지 남들보다 그렇다는건 아님) 과금쪽은 유수의 전문가들이 널려있는 가운데 이런걸 써서 뭘 하나 싶긴 하지만, 개인적인 정리 차원에서 써보기로 한다. 들어가기 전에 혹시나 싶어 한 마디 써두자면, 실질적으로 ‘퍼드가 왜 돈을 잘 버는가’는 시장의 상황이라던가 유저의 트렌드와 같은 다양한 부분에 걸친 여러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걸 잘 몰라서 말단 게임 디자이너의 자리에 있는만큼, 이 글은 ‘게임 디자인에 스며들어 있는 과금 요소’ 들에 대해서만 다룬다. 게임 디자인 외적인 과금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1. 유혹하는 과금 퍼드는 과금 체계 부분에서도 멋진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에서 돈을 쓸 수 있는 부분은 물론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성장’에 관련된 부분이 집중적으로 ‘돈을 긁어내도록’ 짜여져 있다. 앞서 포스팅에서 나는 이 게임의 성장이 수직적인 성장 (레벨업) 뿐 아니라 수평적인 확장 (유닛의 가짓수 늘리기) 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둘 중 하나가 부족하면, 전체적인 성장이 다소간 삐걱거리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과금은 둘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로 동작한다. 일단 설명이 손쉬운 유닛의 종류 다양화부터 얘기해보자. 퍼드에서 더 많은 종류의 유닛을 가지기 위해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레어 에그를 긁는 것 즉 돈을 쏟아붓는 것이다. 던전 드롭을 노려보자니 생각만큼 드롭이 잘 되지 않는다. 확정 드롭을 하는 던전 (지옥급) 이 있긴 하지만 거길 가려면 상당한 수준의 전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간단하게 레어 에그를 몇 개 긁으면 새로운 – 게다가 성능이 꽤 좋은 – 유닛을 얻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과금 의욕을 고취시켜 과금전사로의 명예를 드높이고픈 욕정에 불타게 만든다. 유닛의 레벨업은 어떨까? 언뜻 보기엔 과금과는 크게 관계없어 보인다. 그러나 질러 본 사람은 안다. 돈을 지르면 유닛의 레벨업이 얼마나 빨라지는지. 유닛을 레벨업시키기 위한 아이템인 ‘강화 재료’ 는 테크니컬 던전에서 얻은 펭공을 진화시키거나, 사파/에메/루비/메탈/골드 드래곤류를 잔뜩 모으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드래곤류의 강화 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래곤류의 강화 재료를 빨리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세 번 각기 한 시간씩 열리는 던전을 잽싸게 클리어하는 것이다.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건 전혀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단지, ‘스태미너’의 부족이 문제가 될 뿐이다. 스태미너 자체가 이 게임에서 일종의 행동력이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는 분야가 없긴 하지만, 레벨업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는 일에는 특히 스태미너의 ‘집중’이 중요하다. 스태미너의 총량보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스태미너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태미너를 집중시키기 위한 가장 손쉽고 편리한 방법은 역시 ‘돈을 지르는’ 것이다. 요약 : 퍼드에서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성장을 위해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은 돈을 쓰는 것이다. 퍼드에서는 수직적 성장이나 수평적 확장이나 돈을 쓰는 것이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어렵지도 않다. 퍼드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인터넷 상의 많은 기사들은 상당수가 그 점유율이나 게임에 얽힌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보다는 ‘매출’ 이다. 퍼드의 과금 유혹은 당신이 퍼드에서 길을 잃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어느 방향에서든 당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과금을 안하면 게임을 할 수 없는건 아니다. 나와 극히 절친한 어떤 이는 퍼드에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고 100랭크를 넘겨서도 열심히 퍼드를 한다. 퍼드가 돈을 쓰지 않는 플레이어를 구박했다면 그녀가 몇 개월에 걸쳐 퍼드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유혹을 참으면 되는 일이다. (말이 쉽지 …) 2. 확밀아의 과금과 겹치는 부분들 한편, 방금 설명한 퍼드의 과금 유혹은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미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부분유료화를 택한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질에 대한 욕구별로 유저를 나누어 각 계층의 유저들에게 대응하는 ‘지를만한’ 아이템을 만들어둔다. 확밀아와 퍼드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편인데, 공교롭게도 여기에서 겹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과금을 할 생각이 없는 유저들에 대한 대응. 부분유료화 게임의 과금 관련 디자인에서 일반적인 인식은 ‘한 번이라도 질렀던 유저는 앞으로 언젠가는 다시 지른다’ 와 ‘지금까지 지르지 않았던 유저는 앞으로도 지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금 디자인 팀의 당면한 과제는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지르지 않았던 이들이 아주 작고 사소한 거라도 한 번 질러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장 보편적인 해법은 ‘과금의 맛을 무료로’ 보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맛을 공짜로 너무 많이 즐기게 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까 (돈 안써도 돈 쓴 것처럼 해주는데 왜 돈을 써)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을 해야한다. 확밀아에서는 서버다운이든 뭐든 핑계만 있으면 ‘뽑기 티켓’을 준다. 다른 부분유료화 게임에서보다 후하게 주는 느낌이다. 어쨌든 플레이어는 이 뽑기 티켓을 써서 새 카드를 뽑아보고, 게중에 대박이 걸리면 혹하게 된다. ‘서버가 다운되지 않아도 이런걸 해보고 싶다 … ‘ 퍼드에서는 확밀아만큼 관대하진 않지만 ‘마법석’을 무료로 나눠준다. 주로 일정한 기간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이 기간내내 하루에 하나씩 준다. 레어 에그 하나 긁어보려면 마법석이 5개 필요하므로, 이벤트 기간내내 하루에 한번 씩이라도 접속을 하면 5일이면 새 유닛을 하나 뽑아볼 수 있다. (물론 모아서 레벨업을 위한 스태미너 충전에 써도 된다) 확밀아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서 뽑은 새 몬스터가 5성 6성이 걸리면 혹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던전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도 마법석을 하나씩 주는데, 주로 신규 진입한 플레이어들에게 초장부터 과금동기를 강화해놓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실제로는 이때 받는 마법석을 다른데 쓰기보다는 모두 쏟아부어 인벤토리를 확장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다. 속지말자) 요약 : 무과금 유저를 과금 유저로 만들기 위해 ‘과금 맛배기’ 상품을 종종 던져준다. 경(輕)과금 유저에게는 ‘기다림을 줄여주는’ 상품을 내놓는다. 확밀아와 퍼드 모두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 일종의 – 행동력이 쌓이고, 행동력이 있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과금을 통해 이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가 있으며, 두 게임에서 모두 이 장치는 경과금 유저를 겨냥하고 있다. 확밀아에서 돈을 쓰긴 쓰되 많이 쓰고 싶지 않은 유저들은 대체로 녹차와 홍차를 빠는데 돈을 쓴다. 퍼드에서도 돈을 쓰긴 쓰되 많이 쓰고 싶지는 않은 유저들은 대체로 마법석을 약간 사서 결정적 시점 (드래곤 강화 재료 던전이 열리는 시점)에 스태미너를 회복하는데 사용한다. 이 과금 유도책은 앞서 말한대로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이자, 안정적이지만 대박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신 가격대 성능비는 꽤 괜찮고,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붓는 중과금 유저에 비해 자신이 사는 상품의 가성비를 좀더 따져보는 경과금 유저들에게 알맞다. 요약 : 경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은 가성비가 좋다. 주로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를 쓴다. 중(重) 과금 유저들에게는 모험적 성격의 상품을 통해 유혹한다. (어차피 이 계층에 속한 유저들은 똥을 내놓고 사라고 해도 살거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상품은 표면적으로는 모험적이지 않다. 일정 이상의 결과를 언제나 보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좀 다르다.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들은 그 결과로서 ‘일반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상품을 주긴 하지만, 그 상품이 ‘나에게도 높은 가치’를 지니리라는 보장이 없다. 확밀아에서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카드를 뽑을 방법은 없다. 일단 슈레플이 뜨면 좋긴 한데, 그게 나에게 최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퍼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꼭 교활한 로키를 뽑아서 내 암흑 속성 단일 파티를 완성시키고 싶지만, 그렇다고 교활한 로키를 강제로 뽑아낼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오로지 더 많은 돈으로 더 지르는 수 밖에 없다. 대신 ‘기간 제한 부스트’의 장치를 통해 이런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척 하면서, 돈을 더 뜯어낸다. 일정한 기간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 줌으로써 해당 기간동안의 과금욕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라는게 함정. 직접 그 유닛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중과금 유저 대상 상품은 흔히들 ‘가챠’라고 부르는 그 장치의 속성 그대로이다. 요약 :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은 더도 덜도 아닌 ‘가챠’ 그대로이다. 실생활에 비유해보자면 게임 자체를 의식주와 같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때, 무과금 유저 대상 대책은 ‘경품 당첨’과 비슷한 정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공짜로 맛을 보여주고, 이후의 구매로 연결되도록 만든다. 마사지 경품에 당첨됐는데 기본 3회 무료이고, 이후 최대 10회까지 추가 결제시 30% 할인 혜택 쿠폰과 비슷한 느낌? 경과금 유저 대상의 과금 유도책은 비싸지 않은 기호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나 음악, 영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들은 고가의 사치품에 해당한다. 요트라던가 스포츠카라던가. 목구멍에 풀칠’만’ 하면서 살겠다면야 돈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다면 내가 왜 퍼드에 기십만원을 쏟아부었겠는가. 전체적으로 퍼드는 게임 디자인의 핵심적인 세 요소가 우아하고 유기적인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 허리에 속하는 팀 구성, 다시 그 속에서도 ‘성장’에 관련하여 과금 요소를 촘촘히 깔아두었다, 아울러 서로 다른 과금 욕구를 가진 다양한 층위의 유저들에게 적절히 대응하는 정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효과도 괜찮은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좁은 화면으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마트폰 게임을 그닥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 비싼 돈을 치르고 - 보게 해 준 게임이기도 하다.
  1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음지에 숨어서 언제나 멋진 얘기들을 소개해주시는 밝은해님이 새 글을 올리셨군요. (발췌) 시드 마이어가 말하는 모바일과 코어 게이머, 퍼블리셔 http://sunbkim.tistory.com/148
  1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꽤 오래전에 옮겼던건데 ... 내용 자체는 아직도 유효한 부분이 많아보여 그대로 옮깁니다. 원문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4171/staying_power_rethinking_feedback_.php 언제나 그렇듯, 야매 번역, 극한의 의역.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플레이어를 게임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피드백 본 심층기사의 원본은 올해 초 게임 디벨로퍼 매거진에 실렸다. 마이크로 소프트 게임 스튜디오의 유저 리서치 전문가 필립스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사항을 조사했다. - 왜 사람들은 중간에 게임 플레이를 관두는가. 그들을 더 플레이하게 하려면 게임 디자이너는 유저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게임들은 일종의 도전이다. 언제나 이기는건 재미가 없으며, 언제나 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람직한 게임 경험은 이 둘 사이 어딘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적정한 수준에서 게임 오버를 겪는 지점에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은 경주에서 지고, 폭파되거나, 죽음의 나락으로 떨궈지고, 패배하는 등 수천가지의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 플레이 중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이를 견뎌내고 게임을 계속 플레이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흥미를 잃고 게임을 접는다. 플레이어 층을 늘리기 위해서 게임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몇 가지 고전적인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은 점차 그 효과가 빛바래가는 중이다. ( 내가 이 기사 전반에서 언급하게 될 자료들의 바탕이 된 마이크로 소프트의 데이터 뱅크에 따르면 그렇다. ) 다행히도, 우리는 비교적 단순한 몇 가지 방법들을 통해 플레이어들의 동기부여를 강화할 수 있다. 플레이어들을 언제나 의욕적으로 게임에 임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가장 인기가 좋은 해결방법은 튜토리얼이나 유기적 난이도 보정을 사용하여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플레이어가 직접 난이도를 선택하게 하는 시스템, 피드백 시스템, 유저프렌들리한 조작계, 그리고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힌트 들을 통해서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목표는 게임의 난이도와 유저의 능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이며, 이를 통해 언제나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내에서 다음 장애물을 제시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게임 디자인 장치들을 통해 광범위한 유저들에게 적당한 밸런스를 찾아나가는 동안에도, 이 유저들은 여전히 실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실패함과 동시에 게임을 그만둬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음식이 맛없다고 식당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을 보기는 드물다. 영화가 재미 없다고 중간에 극장에서 나가버리는 관객도 흔치 않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어들은 게임 도중 언제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게임을 그만둬버린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이 특정 게임에 대해 별로 재미없다는 경험을 하고나면, 이후 그들은 친구와 가족과 지인들에게 그 게임이 재미없더라고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점이다. 누군가 게임을 관두면, 그건 우리에게 단순히 한 명의 플레이어를 잃는 것이 아니라, 안티를 한명 만들어 낸 것과 같다. 얼마나 포기하나? 게임 플레이 중도포기는 얼마나 심각한 이슈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도표1 - 게임완료 점수 비율. %로 표기된 부분은 해당 게임 내에서 달성 가능한 Gamerscore의 총점을 개별 플레이어들의 Gamerscore로 나눈 것입니다. 표기된 수치들은 평균값 도표1은 2008년 엑박 라이브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13가지 게임들의 게임스코어를 나타낸다. 이 자료는 14,000 명의 플레이어들로부터 추출했다.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게임 완료 정도가 가장 높은 2 종의 게임 ( 페이블2, 콜옵4 ) 에서조차 평균적으로 볼 때 플레이어들은 획득 가능한 최고점수에 비해 절반도 얻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특정한 예시에서 나타난 사례들은 실제 평균적 유저들에 비해 좀더 하드코어 한 것으로 간주해야하는데, 이는 전체 엑박라이브 인구 중에서도 상위 몇 가지의 게임들에 대해서만 조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스코어는 전체 그림의 부분만을 우리에게 말해줄 뿐이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다가 관둔 후 다시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게임 완료 정도는 높게 나오지만 게임스코어는 낮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이 싱글 캠페인에 대해 클리어 점수 시스템을 부여하고 있다. 이걸 연결시켜서 살펴보자면, 도표2 - 게임 캠페인 완료 비율. 바 그래프는 명시된 게임 타이틀에 대해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캠페인 완료 업적을 달성했는지 - 다른 말로, 엔딩을 봤는지 - 보여줍니다. 도표2는 도표1에서 거론된 게임들의 경우,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싱글 캠페인을 클리어했는지를 나타낸다. 작년에 가장 인기있었던 게임의 경우에조차 30%의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마지막까지 플레이하지도 않았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이유로 게임을 계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상당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짜증 끝에 게임을 접어버린다는 점이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가 여기에서 논할 문제이다. 무엇이 어떤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을 참고 계속하게 하는데 비해 다른 사람들은 즉각 포기하게 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라고 믿을 때 다른 이들은 이번에는 성공할거라고 믿게 하는가? 여기엔 다양한 설명들이 가능하고, 그들중 어떤 것은 게임 디자이너가 다룰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첫번째는 플레이어에게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보내는가의 문제이고, 두번째는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하는 목표에 관련되어 있다. 피드백의 심리학 주로 교육학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동기부여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실패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자신에게 닥친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어떤 일에 실패한 사람들이 그 실패의 원인을 자신들이 변화시킬 수 없는 어떤 요소 즉 지능이나 재능 등 ( 불변 요인 ) 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들은 쉽게 포기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 실패가 노력이나 전략의 변경 등을 통해 바뀔 수 있는 어떤 요소 ( 가변 요인 ) 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들은 처음의 실패를 극복해낼 수 있다. 즉 결정적 요인은 그 또는 그녀의 자기 능력에 대한 마음가짐인 것이다. 같은 원리가 비디오 게임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어떤 게임에 대해 스스로 발전하여 결국 마스터할 수 있다고 믿는 플레이어는 실패를 견뎌낸다. 그러나 그 게임을 플레이 하기엔 자기에게 뭔가 결여된 능력이 있거나 또는 그 외의 변화시킬 수 없는 어떤 요인이 자기의 실패 이면에 깔려있다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는 대체로 포기한다. 다행히도,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다음 스테이지에서 실패하기보다는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도록 우리 게임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일이 몇 가지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논하기 전에, 두 가지 연구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들은 모두 단순하지만 미묘한 방법을 통해 우리가 플레이어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거나 억누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M. L. 카민과 캐롤 S. 드웩이 수행한 실험은 다음과 같다. 일련의 학생들에게 어려운 시험을 치르게 한다. 시험이 끝난 후에, 학생의 절반에게는 그들의 똑똑함을 칭찬하고 ( '재능' 그룹 - 불변요인 ) 다른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그들의 노력과 전략 ( '학습' 그룹 - 가변요인 ) 을 칭찬한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일거리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한다. 단순한 일은 쉽게 진행할 수 있지만 배울 점은 그리 많지 않다. 어려운 일은 배울 것이 많긴 하지만 실수할 여지가 많다. 대부분의 재능 그룹은 단순한 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습 그룹은 어려운 일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심리학 실험에서 이는 대단히 단순한 조작이다. 실험자들은 피드백시 미묘하게 단어를 바꿈으로써 피실험자들인 학생들의 태도를 상당부분 변화시켰다. 또 다른 실험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두 연구자는 과제가 주어지기 전에 참가자들의 마음가짐을 조작했다. 크레이그 앤더슨과 데니스 제닝스는 절반의 참가자들에게 이 시험의 성공 여부는 타고난 재능과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그들은 이 시험을 잘 볼 재능이 있거나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절반의 그룹에게는 이 시험의 성공 여부가 노력이나 전략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노력을 요한다고. 그러나 이 시험은 사실 누구든 실패할 수 밖에 없도록 짜여져있었다. ( 왠지 당신이 전에 플레이해봤던 어떤 게임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 시험을 한번 치른 후, ' 만약 비슷한 시험을 한번 더 치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시험의 성공이 전략과 노력에 달려있다고 믿는 그룹은 '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 라고 답변했다. 시험의 성공이 타고난 재능에 달려있다고 믿는 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조작이 아래와 같은 좀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전략과 노력에 의해 성공여부가 갈린다고 알고 있는 그룹은 시험을 수행하는 내내 스스로의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했고, 그 결과를 다음번 시도에 반영했다. 이는 즉 그들이 스스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타고난 재능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알고 있는 그룹은 자신들의 행동과 전략을 자세하게 관찰하지 않았고, 따라서 다른 그룹에 비해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이 적었다. 요약하자면 연구자들이 가한 조작은 두 그룹의 참가자들 모두에게 ' 성공에 대한 기대 ' 라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시험을 치르는 동안 무엇을 배울것인가 하는 점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인지 관리 직관적으로 보자면, 이 결과는 말이 된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들의 타고난 재능에 의해 성공한다고 믿는다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그들은 다음에도 또 실패할거라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가 ' 난 요리를 못해 ' 또는 ' 난 그림을 못그려 ' 아니면 ' 난 FPS를 잘 못해 ' 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마도 요리 학원에 등록하거나, 여기저기에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거나, 헤일로를 연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 재능도 없는데 노력해서 뭐하겠어? " 덜 직관적으로 보자면, 게임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비중을 둬야 할 것이 플레이어들의 기대감과 심리상태라는 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심리상태를 우선 바꿔야 한다. 내 생각에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들이 실패를 경험하고나서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또는 관둘 것인지를 결정하기까지 10 여초의 시간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는다. ( 약간의 주목할만한 예외도 있다. 팀포2와 콜옵이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 플레이어들은 아직 게임에 몰입한 상태이고 적절한 동기로 충만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자들이 이 구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건 몹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사실 이 10 여초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중 하나이다. 우리는 수 주에 걸쳐서 컷씬을 다듬고 수 시간동안 텍스쳐 등으로 고민하지만, 아주 적은 시간만을 할애하여 이 지점 -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더 진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순간 - 에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지 고려할 뿐이다. 게임 상의 ' 패배 ' 와 관련된 플레이어의 경험에 대해 살짝 살펴보자. 그간의 게임 역사를 통틀어, 이 순간은 잔인했다.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들은 ' 게임 오버 ' 라는, 거의 모욕에 가까운 정도로 퉁명스러운 화면을 보여줄 뿐이었다. ' You Lose ' ' Game Over ' ' You're Dead ' 등등. 그랬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할 때 우린 얼마나 발전했는가? 그닥 발전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저 까맣게 페이드 아웃되거나, 카메라 앵글을 바꿔 시체를 보여주거나, 단순하게 플레이어를 마지막 세이브 포인트에 놓아줄 뿐이다. 우린 여전히 아케이드 게임 시절의 유령을 보고 있는 셈이다. 별 생각 없이 디자인 되었던 아케이드 게임 시절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 발컨ㅋ ( You Suck ) ' ( 난 실제로 이런 화면을 본 일이 있다. ) ' 패배 ' 또는 ' 게임 오버 ' 등의 메세지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당장 게임을 관두고 뭔가 다른 놀거리를 찾아보도록 부추길 뿐이다. 굳이 따스하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거나 지나치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메세지를 던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삐진 놈 달래듯 얼르는 피드백과 적절한 피드백 사이엔 아주 얇은 선이 가로놓여 있다. 우리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주목하여, 그들이 이뤄낸 발전들을 칭찬하려 노력해야 한다. 피드백 사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에게 피드백을 통해 전략을 가르쳐주는 몇몇 좋은 사례들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캐릭터가 죽은 직후 등의 적절한 시점에 플레이어들에게 힌트를 주는 것이다. 콜옵 시리즈가 일부 이런 방식을 시도했었다. 모던 컴뱃 에서는 플레이어가 수류탄에 죽으면 이를 메세지를 통해 알려준다. 월드 앳 워에서는 칼에 찔렸을 경우에 그렇게 해준다. 이런 메세지들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같은 방식으로 죽지 않게끔 적절한 전략을 세우도록 도움을 준다. ( 근데 사실 이런 메세지들은 수류탄이 날아오는걸 보긴 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죽었을 경우엔 짜증스러운 요소가 되기도 한다. ) 좀더 덜 일반적인 피드백 시스템은 플레이어들에게 그들 각자의 이전 플레이와 비교했을 때 좀더 나아진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대단히 훌륭한 사례가 바로 팀 포트리스2 이다. 플레이어가 죽으면, 전에 비해 어떤 점이 더 나아졌는지를 알려준다. 캐릭터가 죽었을 때 이를 알리는 메세지가 나온 후, ' 한편으로, 당신은 스카웃 클래스에서 개인 생존 최고기록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 와 같은 메세지를 보여준다. 이 메세지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개인 최고 생존 기록과 비교하여 그 판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굉장히 멋진 피드백이다. 이제 튜토리얼로 옮겨가보자. 튜토리얼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한 직후 10분간에 걸쳐 주절주절 게임을 설명해주는 구간, 또는 본 게임을 다 만들고 나서 개발 막판에 덧붙여 넣은 것처럼 느껴져서는 안된다. 튜토리얼은 ( 아마 이 단어도 그만 써야할 것 같다. 게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단순히 문자로 이루어진 문장들만으로는 부족하다. ) 게임 플레이의 일부이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수시로 만날 수 있어야만 한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엔딩까지 플레이하는 내내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해 배워나가는데, 우리는 이런 플레이어들에게 적절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계속해서 전달해야만 하는 것이다. 튜토리얼과 게임 내 플레이어들의 학습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갖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줄 것인지, 언제 이런 정보들을 전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의 행동을 추적하여 피드백을 줄 것인지에 대해 억지로라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플레이어들이 신나게 달리도록 만들기 위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우리가 피드백을 주기 이전에 이미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차피 대부분의 좋은 게임들에서도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뭔가를 배우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진행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부분, 즉 플레이어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도록 북돋워 주는 일에 주목하자. ( 이걸 ' 어떻게 '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아티클 하나를 할애해야 할 것이다. ) 목표를 만들기 우리가 좀더 갈고 닦아야 할 두 번째 사항은 플레이어들에게 목표를 제시하는 일이다. 교사와, 직장 상사와, 부모 그리고 게임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일련의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제시된 목표는 그들이 가진 성공에 대한 이미지와 실패에 대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미친다. 게임 개발자들에게 좀더 적합한 목표의 타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성과 목표와 학습 목표가 그것이다. 성과 목표 : 성과 목표 ( 또는 결과 목표 ) 는 비디오 게임에서 가장 일반적인 타입의 목표이다. 성과 목표는 크게 세 가지의 특징들로 규정된다. 첫번째. 사람들은 이 목표를 이루거나, 또는 실패한다. 중간지점이란 없다. 성과 목표의 예를 들자면 플랫폼 게임 ( 수퍼마리오, 소닉 등 ) 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 헤일로3 에서 ' 오버킬 ' 도전과제를 이루는 것, 포르자 모터스포츠에서 2분 내에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 등이다. 게임 이외의 분야에서 성과 목표의 사례는 학교를 졸업하는 것,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일 등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점진적으로 나아진다고 해서 보상을 주지는 않는다. 좌회전을 배웠다고 해서 여기에 해당하는 부분 운전 면허를 주는 일 등은 없는 것이다. 두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목표를 정하는게 아니다. (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과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각자 별개라는 이야기.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걸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의미임 - 옮긴놈 ) 세번째, 성과 목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세부 스킬들의 복잡한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운전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에 대한 이해, 주차, 안전하게 정차하기 등의 여러 요소들을 모두 익혀야만 한다. 성과 목표의 잘못된 점은 무엇일까? 학습과 동기부여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성과 목표가 보편적으로 제시되는 학교와 직장과 게임에서는 동기부여의 감소와 더불어 재능의 부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사람들에게만 보상이나 칭찬이 주어지는 경우에 특히 더 그렇다. 나아가서, 스스로 재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성과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 더 강한 부정적 감정들을 느낀다. 그리고 이는 게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어떤 사례를 살펴보자. 한 아이가 수학 시험에서 A 를 받았다. ( 성과 목표 ) 그리고 그의 부모는 그가 똑똑하다며 칭찬한다. 보상을 줄 수도 있다. 좋은 부모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 재능 ' 을 칭찬하고 여기에 보상해주는 것이 좋은 양육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양육법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만약 이 아이의 부모가 그의 ' 재능 ' 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칭찬해왔다면, 이 부모는 그의 ' 성과 목표를 달성할 것 ( 시험 합격 ) ' 이라는 조건부로 그를 칭찬해왔기 때문에, 아이의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부작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아이는 그의 성공 만큼이나 실패를 겪을 것이고, 부모는 그의 성과를 재능으로 치환하여 칭찬해왔으므로, 결국 아이는 자신의 실패를 재능의 부족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제 스스로를 발컨이라고 믿는 한 플레이어를 살펴보자. FPS 게임에서 스테이지 클리어와 같은 성과 목표는, 이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할 경우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고자하는 동기부여를 약화시킬 것이다. 제시되는 목표가 ' 재능 ' 에 초점을 맞출 경우, 개인적으로 자기는 그러한 재능이 없다고 믿는 플레이어에게는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술한 조사에 의거해 생각해본다면, 그는 자기에게 없는 스킬이나 재능에 대해서만 조건부로 주어지는 보상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만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한다거나 하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과 목표를 게임에서 모두 없애야한다고 주장하는건 아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를 즐기며, 대부분의 게임들은 한 스테이지, 한 라운드, 한 경주와 같은 성과 목표와 밀접하게 관련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특히 게임에서의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할 경우, 우리는 다른 방식의 목표 제시를 게임에 넣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학습 목표 : 다양한 분야에서, 학습 목표는 성과 목표와는 반대된다. 성과 목표가 재능을 강조하는데 비해, 학습 목표는 노력에 주목한다. 달성했다는 사실이 노력했다는 것에 비해 대단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룬 발전과 향상을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다뤄주는게 요점이다. 학습 목표를 단순히 성과 목표를 더 잘게 쪼갠 것 또는 좀더 작은 성과 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는, 관념적으로 당신이 플레이어의 발전에 대해 보상해줘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성과 목표와 학습 목표 사이의 차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FPS 게임에서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 판을 끝내기 위해 플레이어는 특정한 지점을 통과해서 지나가거나 보스의 HP를 0 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보상을 받는다. - 스토리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플레이어는 새 무기를 얻고, 기타등등 한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는지 아직 클리어하지 못했는지에 관계없이, 게임 플레이 솜씨가 더 나아졌을 것이다. 누군가는 빠르게 클리어하고 좀 덜 짜증났을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더 오래 걸리고 결과적으로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어딘가 나아진 부분은 있을 것이다. 여기가 우리가 평가해줘야 할 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학습 목표를 게임에 추가해야하는 이유이다. 플레이어들이 재능과 스킬에 기반하여 성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그들의 솜씨가 더 나아졌을 때 이에 주목해주는 것. 이를 통해 그들은 자기자신의 능력을 인식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게 된다.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그 과정에 조금씩의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이다. 학습 목표는 사람들을 더 열심히 도전하게 만들고, 더 위험한 것들을 감수하게 만들며, 더 많은 시간을 쏟게 자극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게하여, 결국에는 더 자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플레이어야 말로 우리가 찾던 유저가 아닌가? 측정을 위한 측정 우리가 게임에 학습 목표를 넣기를 꺼리는 이유들 중 한 가지는 학습 목표를 게임에 적용하기가 일반적인 성과 목표에 비해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이미 굳어진 것들을 깨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길 요구한다. 미리 정해져 있는 게임 내 목표를 달성함에 따라 ' 스테이지 클리어 ' 메세지를 보여주고, 스토리 컷씬을 보여주고, ' 도전점수 달성 ! ' 메세지를 띄우는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플레이어 개개인의 발전상을 반영하는 학습 목표를 보여주는 것은 그렇지 않다. 최근의 몇몇 게임들은 플레이 데이터를 추적하여 학습 목표 달성에 대해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이는 대단히 발전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플레이어들에게 보상과 피드백을 주는데 있어서 이전의 전통적인 방법들에 갇혀있는 경향이 강하다. 당신이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싶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쉬운 ( 그러나 플레이어의 동기부여에는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 방법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자기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는 그 자체로서 목표는 아니지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스로 목표를 찾아서 추구하고 달성하게 만든다. 아울러 당신 자신이 학습 목표를 제시하려고 할 때 근간이 되어준다. 첫째,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 스킬들 ' 단위로 쪼개어 생각하라. 플레이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스킬이 필요한가? 이중 점프를 할 수 있어야 하나? 조준을 정확하게 하는 능력이 필수적인가?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하는 방법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가? 학습 목표는, 합쳐졌을 때 특정한 성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개별적 행동과 스킬들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좀더 복잡한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얻게 된다. 물론 이는 당신이 게임 내에서 추적할 수 있는 전략 또는 스킬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은폐/엄폐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면, 당신은 그가 실제로 [은폐/엄폐를 이해]했는지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적탄에 맞았는지] 또는 [크런치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있다. <그림1. '당신은 수류탄을 맞고 죽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수류탄 표시기를 잘 보세요> <그림2. '(죽긴 했지만) 당신은 스카웃 클래스로 최장 시간 생존 개인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스킬이 진전한 것에 대해 보여줘라. x 또는 y 이벤트가 몇 번이나 일어났는지 듣는 것보다는, 나아진 부분들에 관련된 정보를 보여주는게 낫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전에 예로 들었던 팀 포트리스2 이다. 이런 종류의 정보들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지점들은 대체로 1) 한 판이 끝났을 때 2) 유저가 게임을 종료하거나 일시 정지했을 때 3)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이다.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언제든 접할 수 있는 곳에 ' 향상 차트 ' 를 만들어줘라. 예를 들자면 기어즈 오브 워2 에는 플레이어가 새로운 도전 과제 달성 직전에 있을 때 이를 메세지를 통해 알려준다. 기어즈 오브 워2 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예는 ' 전장 일지 ' 이다. 전장 일지는 플레이어의 현재 캠페인 진행 진도를 보여준다. 게임 진행에 기초적인 스킬들을 얼마나 마스터했는지 알려주는 이런 유사한 장치를 다른 게임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대할 때 각자 자기만의 마음가짐과 동기를 가지고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게임에서 점차 나아지는 자신의 실력에 주목한다. 다른 사람들은 성과 목표에 주목하는걸 더 좋아하며, 여기에 기반하여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각자 자기들의 게임 플레이 능력 - 재능 - 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며 성공했을 때 또는 실패했을 때 받게 되는 피드백과 제시되는 목표의 타입에 의해, 그들의 실패에 대처하는 자세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더 나은 피드백과 목표 설정을 통해 경쟁심을 북돋워주고, 짜증스러움을 줄여주고, 더 오랜 시간 플레이하도록 만들고, 보다 열심히 도전하게 자극하고, 이후에 플레이하게 될 게임들에 대해서도 좀더 자신감 넘치게 만들어주자. 참고문헌 Anderson, C. A. & Jennings, D. L. (1980). "When experiences of failure promote expectations of success: The impact of attribution failure to ineffective strategies," Journal of Personality, 48, 393-407. Ames, C. & Archer, J. (1981). "Competitive versus individualistic goal structures: The salience of past performance information for causal attributions and affect,"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73, 411-418. Butler, R. (1987). "Task-involving and ego-involving properties of evaluation: Effects of different feedback conditions on motivational perceptions, interest, and performance,"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79, 474-482. Clifford, M. M. (1986a). "The comparative effects of strategy and effort attributions,"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56, 75-83. Clifford, M. M. (1986b). "The effects of ability, strategy, and effort attributions for educational, business, and athletic failure,"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56, 169-179. Elliott, E. S., & Dweck, C. S.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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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언제나 그렇듯 야매 번역 원문 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news/191785/Leaving_AAA_Why_Naughty_Dogs_star_designer_became_a_teacher.php?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28Gamasutra+News%29 트리플A를 떠나기 : 너티독의 스타 게임 디자이너는 왜 선생님이 되었나 Richard Lemarchand는 업계의 정점에 서있던 2012년 너티독을 떠났다. 스튜디오의 대표작 언차티드 프랜차이즈의 리드 디자이너였던 Lemarchand는 트리플A 게임 개발팀을 떠나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s School of Cinematic Arts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및 게임 분과에 합류했다. 당시 이 이동은 그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수수께기 같은 것이었다. 그는 “제 생각에, 전 언제나 인디키드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어요.” 라고 말한다. “저는 80년대에 성장했죠. 이 시대는 뉴웨이브가 펑크 음악을 만나고 모든걸 DIY해내던 시절이었어요. 저는 큰 스튜디오들이 해내는 일들이 굉장하다고 생각했었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매체 또한 그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매체 쪽에 좀더 적절하다고 느끼고 있었죠. – 내가 관심을 가져왔고 내가 성장해 온 바로 그런 것들이요” Journey의 개발자인 Jenova Chen과 Kellee Santiago를 배출해 낸 USC에서 학술분야의 첫번째 해를 마무리하면서, Lemarchand는 개발자에서 교육자로의 이동을 돌아볼만한 몇몇 순간들을 회상한다. Gamasutra가 그의 학생 팀 프로젝트 발표회장에서 새로 교수가 된 그를 만났다. Lemarchand 는 그의 직종 변경을 떠올리며 “뭔가 큰, 삐걱거리는 기어들의 움직임과 같은 문제를 처리하게 될거라 생각했어요” 라고 가마수트라에 얘기했다. “그러나 저는 여기 USC에서 젊은 게임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사실상 너티독에서 개발자들과 게임 디자이너들과 일하는 것과 무척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죠” Lemarchand는 쉬운 예를 들기 위해 이전에 일했던 스튜디오의 업무 철학을 언급했다. 그는 “너티독은 매우 영리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일합니다” 라고 말하며, “그들은 게임의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있어 당면한 문제를 언제나 올바른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죠. 바로 우리가 현재 작업 중인 게임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기에요. 이건 사실상 교실에서도 매우 유용하다고 제가 생각하는 접근 방법인데, 특히 우리 학생들처럼 젊고 예술적인 이들에게 그렇습니다” “우린 이 게임으로 어떻게 돈을 벌 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그의 실험적인 게임 디자인 코스에서, Lemarchand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프로젝트를 뭔가 ‘마무리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적당히 포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해주기를 요청했다. 무엇보다도, Lemarchand 자신의 철학에 의한 것이었다. “어떤 아트웍도 완성되지 않는다. 그저 적당한 선에서 포기될 뿐이다” 학생들의 최종적인 프로젝트는 모두 다양한 측면에서 대충 마무리된 상태였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여기저기 쑤셔볼 뿐 완성된 컨셉이라 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어떤 프로젝트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여러 가지의 퍼즐 문을 통과하게 한 다음, 컨셉 아티스트 Jenny Holzer가 만든 철학적으로 뻔한 소리로 이루어진 벽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다른 프로젝트는 인기있는 랩이 담고 있는 폭력의 문화와 리듬을 탐험하게 했다. “학술분야에서는, 우리가 만드는 게임 속에서 전적으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연습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운이 좋습니다.” Lemarchand는 열변을 토한다. “우린 이 게임으로 어떻게 돈을 벌 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이는 다시말해 우리가 게임의 예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거죠. 예를 들어, 우리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게임들은 플레이어, 조작, 표현, 사운드 이펙트와 음악의 통합, 그리고 심지어 게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다양한 접근법을 보여줘요. 이건 커다란 창의력의 무한경쟁 상태이고, 저는 이게 엄청나게 흥분된다는 점을 발견했죠.” 이 수업은 아주 자연스러운 탐구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엄격하게 지켜지는 부분도 있다. Lemarchand는“이 게임 디자인 수업에서, 당신은 다른 이들에게 건설적이지만, 잔혹할 정도로 치명적인 비평들을 해줘야 해요. 우리 모두는 게임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하죠.” 라고 말한다. “교수로서, 학생들이 하는 어려운 일들을 명예롭게 여길 필요가 있어요. 당신이 하려는 건설적인 비평을 바른 방법으로 전달함으로써 학생들이 이를 납득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죠. 그리고 저는 그런 방법을 바로 너티독에서 배웠어요.” “즉시 가까운 학술기관을 찾아가 참여하기 시작하세요” 학술 분야에 흥미를 보이는 개발자들에게 Lemarchand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어떤 것일까? “제 조언은 명확하게 이런거에요. 게임 개발자들은 지금 즉시, 걷지 말고 뛰어서, 가까운 학술기관을 찾아가 참여하기 시작하세요.” 라고 말한다. ”이런 일들은 학생들의 질을 믿을 수 없을만큼 강화합니다. 저는 또한 이런 행동이 산업 자체에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런 재충전된 관점을 통해 당신은 스스로의 작업물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Lemarchand는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하던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라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고도 얘기한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 경력의 방향을 크게 바꾸고 싶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당신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해보는게 좋아요. 예컨대 저녁시간 또는 주말을 이용해서 말이죠.” 2009년, Lemarchand는 인디 게임 씬에 직접 참여했었다. GDC의 마이크로톡 패널로 처음 참여했으며, 그해 말에는 Culver City에서 IndieCade에 참석했다. Lemarchand는 “다음 해에 저는 (IndieCade)를 John Sharp와 함께 주관했고,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죠.”라고 말한다. 2011년, Lemarchand는 학술계에서 경력을 이어갈 기회를 만났다. USC의 분과장 Tracey Fullerton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동시에 실험적 게임 작업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때, 그는 이 기회를 향해 점프했다. Lemarchand에게, IndieCade에 참여한 것과 GDC의 마이크로톡에 참여한 것이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세상에 대한 저의 관심을 보다 공고히 해주었죠.” 그는 설명한다. “막 생겨난 이 분야 – 인디 게임과 예술 게임 – 야 말로 제가 콘솔 게임 산업에 뛰어들기도 전부터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무언가라는 점을 깨닫는데 도움을 주었어요.” 여기 주목하세요 그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는 젊음을 뿜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트리플A 에서 그에게 요구하던 주당 100시간의 업무조차 그가 가진 것을 모두 소진하기엔 부족했다 – 그는 수업에 참여하거나, Fez의 개발자인 Phil Fish와 GDC에서 디제잉을 한다. (“Phil과 디제잉하는건 정말 재밌어요. 어떤 점에서는 Exquisite Corpse를 플레이하는 것과 비슷하죠”) 가르치는 일 외에, 그는 자기 학과의 졸업생 한 명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새 게임을 만들고 있다. Lemarchand는 “얘기하고 싶어 미치겠어요”라고 말한다. “저의 학술계에서의 첫 해에, MFA프로그램에서 마찬가지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친구 Julian Kantor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다음 학기가 시작하기전에는 뭔가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죠.” Lemarchand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까운 쪽으로 화제가 전환되면, 그의 눈에서는 빛이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자제할 줄도 안다. 그의 실험적 디자인 수업에서 그의 학생들과 함께 작업 중인 게임은, 그가 콘솔 게임 개발자로서 해왔던 일에 가까운 널럴하고 익숙한 방식이다. “대단한 일들을 해내고 있죠.” Lemarchand는 동료 개발자인 Kantor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여기 주목하세요!” 제목과 도입부에 땡겨서 옮겨봤는데 뭔가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 ... 게다가 대학 = 취업학원으로서의 기능이 압도적으로 강조되는 우리나라와는 더더욱 먼 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