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yury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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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사이버펑크적인 요소와 엔진 특성이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같은 엔진(id Tech 5)을 사용한 ‘레이지’와 비슷하지만 좀 더 어두운 느낌입니다. 요즘 게임에 비해 요구 그래픽 사양이 낮은 편이고, 낮은 사양으로도 비교적 쾌적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차세대 게임이라 할만한 퀄리티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HUD에 체력과 아머가 수치로 표시되어 있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슈팅 게임과는 다르게 위급한 상황에서 휴식하는 것만으로 체력이 모두 회복되지 않으며, 버튼을 눌러 직접 아이템을 먹어야 합니다. ‘클래식 스타일의 FPS를 현대 기술로 재현한다’는 제작 의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덕분에 먹어야 할 아이템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이템을 먹을 때 시선을 아이템에 맞추거나 거리가 매우 가까워야만 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내내 불편함이 느껴집니다. 무기 소지 개수에 제한이 없어 게임 내 선택적으로 아이템을 먹을 일이 없고, 대체로 다 먹는 게 좋기 때문에, 방향에 상관 없이 근처에서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가까운 것부터 순차적으로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오브젝트와 배경이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개발진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오브젝트를 눈에 띄게 하는 옵션이 있지만, 활성화해도 의식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여전히 먹는 것 자체는 불편하고, 이 때문에 아이템을 찾아 먹는 일을 건너 뛰게 되곤 하고, 때때로 맞이하는 고비에서 정작 필요한 순간에 자원이 바닥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길 찾기도 불친절합니다. 지도를 보지 않으면 때때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가거나 출구를 못 찾는 일이 발생합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여기에 필요한 아이템을 찾는 상황과 겹치면 멀미가 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목적지에 도달하기에 여러 갈래의 경로가 있는 점, 숨겨진 장소가 있는 점을 보아 의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민감하신 분은 한 자리에서 오래 플레이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작사인 머신 게임즈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여기 가세요, 저기 가세요 친절하게 안내해주지 않는데, 이것은 콜 오브 듀티 클론이 되지 않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라고 합니다.)
시스템상 특이점으론 무기를 양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 있는데, 오리지널엔 없던 이 기능은 중요성이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편입니다. 양손 무기의 화력을 고려하지 못한 총알 수의 부족을 둘째 치더라도, 무기 선택 UI에 모든 무기가 한 손, 양손 두 번씩 반복되어 들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무기 선택지가 좁아져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무기를 고르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최소한 무기 선택 UI에서 양손 무기 선택지를 제거하고 선택지 자체를 좀 더 넓게 제공하기만 했더라도 좀 더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양손 무기는 해당 무기를 든 상태에서 지정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들 수 있고, 애초에 양손 무기 자체가 밸런스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일종의 옵션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UI도 같은 개념으로 제공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정 행동을 반복해서 기술을 잠금 해제할 수 있는 업적과 스킬 트리를 합쳐 놓은 듯한 퍽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이 시스템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게임을 멈추고 메뉴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게임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다음 도전 과제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일종의 네비게이션 같은 게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업적이나 도전 과제는 게임의 보너스 같은 요소로, 이것이 스킬과 같은 게임의 코어 시스템과 결합됐을 때는 그 중요성을 좀 더 전면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스킬 포인트를 얻거나 레벨 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종종 목표로 하던 과제가 무엇이었는지 또 얼마나 진행했었는지 잊게 되곤 합니다.
스토리텔링, 컷 씬의 퀄리티는 훌륭합니다.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좋고 몰입감이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유저가 선택하고 참여하는 인터랙티브한 어드벤처 요소가 눈에 띕니다. 마치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클래식한 어드벤처 게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중에는 중요한 선택 분기도 있고, 이에 따라 게임의 전반적인 색체가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더 뉴 오더’에는 멀티 플레이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멀티 플레이를 계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턴 투 캐슬 울펜 슈타인’ 이후, 울펜슈타인의 명맥을 잊는 제대로 된 후속작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울펜슈타인(1999)’과 다르게 이 게임은 실제로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