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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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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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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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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친절한' 튜토리얼이 놓친 네가지 요소

8 posts in this topic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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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게임의 생체감각적 반응에 관한 연구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을 보니 최근 튜토리얼에 대해 생각중인 내용과 연관이 있어 별도의 포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볼까 합니다.

매뉴얼은 게임의 일부이며, 매뉴얼을 숙지하고 틈틈히 읽어보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게이머의 자세라는 굉장히 고전적인 성향의 게이머도 존재하긴 합니다만, 최근 추세는 확실히 매뉴얼 없이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튜토리얼이겠지요. 특히 요즘의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들은 단순하게 단계별로 할 일을 지정하고 수행 여부만 체크하는 정도를 넘어서 게임을 멈춰놓고 눌러야 할 버튼을 제외한 나머지를 어둡게 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게임을 익혀나가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은 인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상점, 창고, 채널 선택, 친구 추가 등의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도 이런 튜토리얼을 적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전 이런 튜토리얼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튜토리얼 부분을 완전히 리뉴얼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퍼블리셔의 피드백을 받는 회의를 했죠. 퍼블리셔 측에선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눌러야 할 버튼을 깜빡이게 하고 다른 버튼을 죽이는 식으로 해서 보다 알기 쉽게 해달라는, 굉장히 일반적인 요청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친절한' 튜토리얼이죠. 그런데 개발팀에선 상당히 본질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튜토리얼은 쉽게 넘기겠지만, 과연 그 결과 게임의 플로우는 제대로 익힐 수 있을까요?"

튜토리얼은 분명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주요한 내용을 가르쳐서, 이후 게임에 진입했을 때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이 제공하는 난관을 푸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친절한' 튜토리얼을 준비하고, 이 튜토리얼을 거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아놓아도 정작 유저들은 채팅으로 조작법을 묻곤 합니다. 어째서 튜토리얼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걸까요? 

우선 제가 첫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튜토리얼이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튜토리얼은 훈련소나 사격장과 같이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매 단계마다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고, 해당 행동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구성됩니다. 특히 요즘은 해당 단계와 관계 없는 조작들은 아예 막아버리거나, 가려버리는 식으로 유저들의 의식을 집중시키려고 하지요.

그런데 과연 이렇게 시키는대로 정해진 동작을 한번 한다고 해서 그 조작을 완전히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올 초에야 겨우 면허를 땄는데, 초반 시동거는 시퀀스를 익히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밟는다 -> 시동을 건다 -> 핸드 브레이크를 푼다 -> 기어를 2단에 놓는다 -> 악셀을 밟으면서 클러치에서 발을 뗀다. 교관이 옆에서 차례대로 하나씩 알려주면 따라하죠. 그런데 교관 지시 없이 혼자 시동을 걸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꼬이더란 말입니다.

학습이란 관련된 정보의 단단한 결합인데 이게 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아주 강렬한 보상(정확히는 쾌감)이 주어지거나, 지속적으로 반복하거나, 또는 스스로 이 요소들을 힘겹게 조립해나가는 방법으로 이 단단한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더군요. 물론 세가지 방법 모두 병행이 가능하구요. 앞서 말씀드린 시동 거는 문제의 경우 강렬한 보상이 주어지지도 않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하지도 않았고, 지시 없이 스스로 이 과정을 조립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막상 운전석에 앉았을 때 엉킨 것이겠죠. (제가 가방끈이 짧아서 정확한 출처나 이론은 못찾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보충 부탁드립니다.)

튜토리얼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일단 튜토리얼은 쾌감이 없습니다. 게임은 난관을 극복해나가면서 긴장과 쾌감을 즐기는 매체인데, 튜토리얼들은 대부분 그냥 시키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므로 아무런 쾌감이 없지요. 또 특정 동작을 여러번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지시에 따라 한번씩 수행해봤을 뿐 스스로 해당 과정을 이끌어낸 적이 없지요. 그러니 '친절한' 튜토리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유저가 해당 튜토리얼의 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튜토리얼들이 너무나 통제된 환경을 제시한다는 겁니다. 적도 없고, 총성도 없고, 위험도 없는 굉장히 동떨어진 환경에서 제시된 조작 하나 하나만을 하도록 유도하죠. 그런데 실제 게임은 그런 한적한 환경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다니는 가운데 이동하고, 엄폐하고, 재장전을 해야하죠. 해당 조작은 언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해당 조작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조작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끄집어내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어즈 오브 워(기어워)의 튜토리얼은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낮긴 하지만 실제 게임과 동일한 환경이죠. 이는 적당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조작 방법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 그 조작을 해야할지에 대한 맥락까지 함께 제공해줍니다. 특히 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라 할 수 있는 엄폐(엄폐물 간 이동 포함)은 조작을 알려준 뒤에 이를 활용할 전투까지 진행되어 그 안에서 해당 행위를 능동적으로 반복하도록 유도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모든 요소 -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맥락 이해 -들을 포함하고 있지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이하 모던2)의 튜토리얼은 훈련장을 모티브로 한 환경을 제공하긴 합니다만, 기본 조작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익힌 다음엔 코스를 따라 적들을 완파하며 지나가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이 행위 자체는 긴장도 없고 쾌감도 없습니다만 대신 가능한 빨리, 가능한 많은 적을 사살하고, 가능한 아군은 사살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수치화 되어 제시됨으로써 트레이닝 자체가 하나의 미니 게임을 형성합니다. 트레이닝이 모든 상황을 다루진 못하기 때문에 맥락 이해는 부족합니다만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등은 충분합니다. (뭐 그래도 뇌파측정 상으로는 가장 지루했다고는 합니다만)

시스템 쇼크2는 별도의 튜토리얼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만, 초반 도입부를 다시 한번 튜토리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줍고, 근접 무기로 공격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키 카드를 사용하고, 로그를 읽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쪼그려 앉고,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듈을 얻는 등의 행위를 당장 하나씩 경험하게 함으로써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해당 행동들을 조립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텝 바이 스텝의 '친절한' 튜토리얼은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맥락 이해 등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튜토리얼을 쉽게 진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반대로 충분히 튜토리얼을 잘 만들었는데 유저들이 기억을 못한다 싶으면 위 네가지 요소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뭐 튜토리얼이라는게 그 성격상 '쾌감'이랑은 상당히 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튜토리얼과 관련해서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튜토리얼들이 조작 - 즉 미시 플레이에 대한 것들에 집중되어있고 거시 플레이에 대해선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배틀필드 온라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Hyaline님이 지적하기도 했던 문제인데요, 뛰고 움직이고 총 쏘는 건 가르쳐주는데 게임어서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지,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하는지 등은 보통 튜토리얼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병과나 점령전 등 복잡한 요소를 지닌 FPS 게임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플래닛사이드2를 하면서 기함했던 것이, 병과 바꾸는 법, 총 쏘는 법, 엘리베이터 타는 법, 스폰하는 법은 가르쳐주는데 정작 스폰한 뒤에 뭘 해야할 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도 보고 대충 아군 몰려있으니 아 저기로 가야되는 갑다. 그러고 가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왼쪽의 점령 마커가 아주 느리게 채워지더니 뜬금없이 '점령!!!' 그리고 다들 우루루 몰려갑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찾아보니 유튜브 동영상을 보라고... 아놔...

파이어폴 역시 마찬가지였죠. 뭔가 총쏘는 법도 알려주고 배틀 프레임 특성도 체험시켜주고 그랬는데 정작 필드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채굴기 어떻게 박는지 (사실 채굴기 어떻게 만드는지도 안가르쳐줬습니다.), 탐사 망치는 어떻게 쓰는 건지, 배틀 프레임 업그레이드는 어디서 하는 건지, 뭐가 달라지는 건지, 분자프린터가 어디에 있고 지도에선 어떤 마커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더군요. 그나마 분자 프린터 찾아갔더니 역시 유튜브 동영상 틀어주는 버튼이 떡....

물론 튜토리얼이라는게 게임이 아니다보니 본질적으로 어느정도 지루할 수 밖에 없고,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아예 그냥 관둬버릴 수도 있고, 거시 플레이를 튜토리얼에서 모두 커버할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시 플레이에 손을 놓아버리면 유저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물론 거시 플레이가 좀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를 잘 만들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화면만 봐도 아 여기로 가야하는 갑다. 이거 눌러야하는 갑다. 바로 바로 뇌에 꽂히게 직관적인 UI를 짜면 좋겠죠. 그리고 문 앞에 가면 'E'키 눌러라, HP가 떨어지면 숨어 있으면 회복된다는 등과 같이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춘 힌트가 표시되는 것도 충분한 보완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용

또한, 유저들이 거의 1회만 플레이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개발 공수를 크게 들이기도 애매하죠.
그렇지만 게임의 첫 인상이라 쉬쉬할 수도 없는 영역이고요.

(BlackCat 님의 글 인용)
 

위에서 언급하신 것과 같이 튜토리얼이라는게 거의 1회만 플레이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 한번의 세션이 해당 게임의 마지막 세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공'이 친절함 보다는 앞서 언급한 네가지 요소 - 쾌감, 반복, 능동, 맥락 - 에 관한 것이어야겠죠.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튜토리얼 외에 게임의 직관성과 투명성도 챙겨야 하는 부분이구요.

여담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최근에 했던 게임 중 튜토리얼이 가장 형편없었던 게임은 '야구의 신'이었습니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미지 몇장 보여주고 땡쳐버리더군요.. (그리고 UI도 엄청 어렵...) 이 포스트는 '친절함'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효과적인' 튜토리얼을 생각해보자는 것이 주제이지 튜토리얼이 친절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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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는 바 입니다.
저도 트위터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용

지나치게 친절한 튜토리얼의 맹점은, 주로 화살표로 대체되는 가이드 포인터만 쫓아가기에 바빠 정작 내용을 익힐 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플레이어는 모든 걸 하나 하나 짚어주던 그 화살표가 사라지는 순간, 처음으로 게임 내 미아가 된다.
http://favstar.fm/users/zerasion/status/356997729911717888


MMORPG를 개발하면서 게임 시스템/컨텐츠 전반에 걸친 튜토리얼을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일을 담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 게임에 접속한 순간 팝업 및 가이드 이펙트를 통해 기본 조작과 HUD 들을 알려주고, 그 이후로는 플레이어가 어떤 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순간(이를테면 처음으로 퀘스트를 수락/완료 할 때라거나 강화를 처음 시도할 때, 또는 처음으로 미션-던전-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 등)마다 그에 해당하는 정보를 팝업으로 표시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른 바, "인 게임 메뉴얼" 수준의 컨텐츠를 만드는 걸 목표로 했었는데, 실제로는 정보 전달에 바빠 그 안에 시나리오 및 세계관과 같은 "서재 구축"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그 가이드 시스템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그 시스템 자체가 플레이어와 개발자 양측에게 모두 독이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어 이탈을 크게 경감시키지도 못했고(다소 경감시키긴 했지만 미비했습니다),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해주지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더 치명적이었던 건, 같은 개발팀 내에서

"이번에 이런 시스템을 새로 넣을 건데, 가이드 하나만 새로 만들어 주세요"

라는 요청을 수시로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업무가 늘어나는 건 크게 상관 없었습니다. 충분히 소화 가능한 양이었거든요.
다만 문제는, "당연히 가이드를 따로 제공하니까 시스템 자체는 별로 친절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을 따로 불러 커피를 마시면서,

"제일 좋은 건 가이드가 없어도 한 눈에 개념이 이해될 수 있는 구조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당연히 가이드를 붙여야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라고 말씀드린 뒤 초기 기획을 변경하긴 했습니다.


Tophet 님께서 본문에서 언급해주신 기어즈 오브 워의 경우만 해도, 사실 매 순간마다 화면 중앙 하단에 잘 보이면서도 화면을 가리지 않는 적당한 위치와 크기로 "지금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각종 행동들"의 정보가 출력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인터페이스 적 튜토리얼"은 사실상 아예 필요가 없다시피한 실정이고요, 오히려 전술적인 움직임에 대한 개념 전달의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엄폐에 대해 아래와 같은 "전달해야 할 정보"가 있다고 할 때,

1) 등을 댈 수 있는 지형에는 "X" 버튼을 눌러 "엄폐"라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멀리 떨어진 적을 마주쳤을 때는 "엄폐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과잉친절 튜토리얼"의 경우 1번의 전달에 집중하는 데 반해, 기어즈 오브 워의 경우 애초에 인터페이스 설명이 충분히 되는 기반이 있었기에 튜토리얼에서는 2번의 핵심 전술 전달을 이뤄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쓰는 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 "언제" 써야 하는지 그 쓸모를 정확히 짚어준다는 느낌이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튜토리얼의 개념은, "떠먹여주는 것"이 아닌 "찾아 먹기 쉽게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교사로부터 듣는 내용은 조금 지나면 금새 잊어버리거나 기억은 하지만 실생활로 연결짓기 힘들지만, 다소 힘들더라도 본인이 직접 찾아서 발견해 낸 지식은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충분히 이해된 경우 다른 많은 상황에 응용하기도 용이합니다.

튜토리얼의 기능이 유효하길 기대한다면, 플레이어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낼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는 게 게임이고, 그러한 게임의 능동성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붙여가며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려는 시국에,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강제로 무언가를 시킨다는 건 상당히 이치에 맞지 않는 UX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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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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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대부분의 내용들을 충족하는 튜토리얼을 알고 있는데요 ... 스타크래프트 싱글 미션들이 그렇죠. 웅장하고 멋진 경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유닛과 건물들의 용도 및 심지어 응용 방향까지도 어느정도 가이드를 해줍니다. 멋지고 훌륭한 튜토리얼을 재미있고 신나게 경험하고 나면 이제 본게임이라는 멀티플레이가 기다리고 있죠. 

한편 '거시적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맥락 튜토리얼에 대해서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예로 드신 플래닛사이드2의 케이스를 보자면

인용

플래닛사이드2를 하면서 기함했던 것이, 병과 바꾸는 법, 총 쏘는 법, 엘리베이터 타는 법, 스폰하는 법은 가르쳐주는데 정작 스폰한 뒤에 뭘 해야할 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도 보고 대충 아군 몰려있으니 아 저기로 가야되는 갑다. 그러고 가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왼쪽의 점령 마커가 아주 느리게 채워지더니 뜬금없이 '점령!!!' 그리고 다들 우루루 몰려갑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찾아보니 유튜브 동영상을 보라고... 아놔...

대충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들이 보이네요. 

1. 병과 바꾸는 법
2. 총 쏘는 법
3. 엘리베이터 타는 법
4. 스폰하는 법
5. 점령하는 법 
6. 게임의 흐름 

5번까지는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분명하다는데 많이들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게임은 실제로 4번까지만 전달해주었구요. 5번도 되면 좋겠지만 안되어서 아쉬운 부분. 그러나 6번에 가면 저는 고개를 좀 갸웃하게 됩니다. 이게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대놓고 직접 전달해야하는 정보가 맞는걸까? 

LOL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아마도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지만 ^^; 이 게임에서 흔히 '유로 스타일'이라는 전략이 지배적이죠. 그러나 LOL에서 유로 스타일이 지배전략인 이유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얽힌 모종의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지, 게임이 제공하는 가능성 공간 내에서 이 전략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만약 LOL의 튜토리얼이 유로 스타일을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준다면 어떨까요?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로가 뭔지, 탑솔이 뭐고 미드가 뭐고 정글이 뭐고 서폿/원딜이 뭔지 몰라 헤매고, 헤매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고, 그래서 게임을 이탈하는 신규 플레이어들을 막을 수 있겠죠. 근데 이게 정말로 그래도 되는 일일까요? 

JCE의 프리스타일이라는 농구 게임이 있습니다. 3vs3 길거리 농구를 다루는 게임인데, 제가 이 게임을 경험했을 때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일종의 '패턴 플레이'가 명확하고 확고하게 짜여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패턴은 프리스타일이 제공하는 게임의 가능성 공간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지배전략임이 분명했고, 이 전략 이외의 전략들은 이 전략보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요. LOL에서 유로 스타일이 지배전략인 이유에 일부 '유저간 커뮤니케이션 혼선 최소화' 라는 이유가 끼어 있다면, 프리스타일에서 쓰이던 지배전략은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 '이기는 최고의 방법' 이었습니다. 물론 게임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나온 것이긴 했습니다만 ... 아무튼 상황이 이정도라면 튜토리얼에서 이를 가르쳐도 되는걸까요? 

우리가 짜넣은 어떤 계(시스템) 안에는 다양한 일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가능성들을 시험하고 숙달되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게 게임이 주는 재미의 한 가지겠죠.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이런 가능성들이 한 가지로 수렴할 때가 있습니다. 밸런스가 잘 잡힌 게임이라면 수렴하는 지점이 모호해지면서 더 풍부하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공합니다. 밸런스가 잘 잡히지 않은 게임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수렴하는 지점이 플레이어들이 요구하고 원하는 방향일 수 있으므로 그런 수렴을 억지로 막는게 좋은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쪽이나 튜토리얼이 특정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가능성들을 없애버린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갑자기 소설 쿼런틴 생각이 ... ;;) 이게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유로스타일이 LOL의 지배전략임은 명확하고, '만약에' 유로스타일이 뭔지 어떻게 하는건지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준다면 이들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서 겪는 마찰들도 현저히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라이엇은 그런 방향보다는, 신규 플레이어들이 욕먹는 상황을 막기 위한 다른 조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죠. 스타크래프트의 어떤 튜토리얼도 5저글링이니 2스포닝풀 같은 빌드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플래닛 사이드의 예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어떤 전략을 취하든 피할 수 없는 '절대 기본기'에 속하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엔 제가 방금 말한 내용들이 여기에 적용되진 않겠죠. 그러나 '거시적 플레이'에 대해 플레이어를 가이드함에 있어서 이런 내용들을 간과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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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요소도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요, 반복이 필요한 이유는 일정 이상의 '숙련'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모든 게임에 숙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솜씨 기반 게임들에 대체로 숙련은 필수적이죠. 그러나 수치 기반 게임들에 숙련은? 필요한 경우도,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파이날 판타지를 하는데 정확하게 '전투-횡베기-타겟지정' 메뉴를 선택하는 과정을 숙련해서 연습할 필요는 없거든요. 문명이나 심시티같은 게임들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숙련'요소보다는 '숙고'요소가 훨씬 더 필요합니다. FPS에서 가능한 상황의 가짓수보다 이들 샌드박스 타입 게임들에서 가능한 상황의 가짓수가 압도적으로 많죠. RTS는 아마도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테구요. RTS에서 숙련의 필요성을 간과한 이들에게 프로게이머들은 조작숙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스타크래프트에 조작숙련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튜토리얼이 들어갔던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튜토리얼의 '반복' 요소는 게임의 장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게임에 공통적으로 적용할만한 튜토리얼의 원칙으로 제시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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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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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대충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들이 보이네요. 

1. 병과 바꾸는 법
2. 총 쏘는 법
3. 엘리베이터 타는 법
4. 스폰하는 법
5. 점령하는 법 
6. 게임의 흐름 

5번까지는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분명하다는데 많이들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게임은 실제로 4번까지만 전달해주었구요. 5번도 되면 좋겠지만 안되어서 아쉬운 부분. 그러나 6번에 가면 저는 고개를 좀 갸웃하게 됩니다. 이게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대놓고 직접 전달해야하는 정보가 맞는걸까? 

LOL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아마도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지만 ^^; 이 게임에서 흔히 '유로 스타일'이라는 전략이 지배적이죠. 그러나 LOL에서 유로 스타일이 지배전략인 이유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얽힌 모종의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지, 게임이 제공하는 가능성 공간 내에서 이 전략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만약 LOL의 튜토리얼이 유로 스타일을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준다면 어떨까요?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로가 뭔지, 탑솔이 뭐고 미드가 뭐고 정글이 뭐고 서폿/원딜이 뭔지 몰라 헤매고, 헤매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고, 그래서 게임을 이탈하는 신규 플레이어들을 막을 수 있겠죠. 근데 이게 정말로 그래도 되는 일일까요? 

JCE의 프리스타일이라는 농구 게임이 있습니다. 3vs3 길거리 농구를 다루는 게임인데, 제가 이 게임을 경험했을 때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일종의 '패턴 플레이'가 명확하고 확고하게 짜여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패턴은 프리스타일이 제공하는 게임의 가능성 공간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지배전략임이 분명했고, 이 전략 이외의 전략들은 이 전략보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요. LOL에서 유로 스타일이 지배전략인 이유에 일부 '유저간 커뮤니케이션 혼선 최소화' 라는 이유가 끼어 있다면, 프리스타일에서 쓰이던 지배전략은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 '이기는 최고의 방법' 이었습니다. 물론 게임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나온 것이긴 했습니다만 ... 아무튼 상황이 이정도라면 튜토리얼에서 이를 가르쳐도 되는걸까요? 

우리가 짜넣은 어떤 계(시스템) 안에는 다양한 일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가능성들을 시험하고 숙달되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게 게임이 주는 재미의 한 가지겠죠.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이런 가능성들이 한 가지로 수렴할 때가 있습니다. 밸런스가 잘 잡힌 게임이라면 수렴하는 지점이 모호해지면서 더 풍부하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공합니다. 밸런스가 잘 잡히지 않은 게임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수렴하는 지점이 플레이어들이 요구하고 원하는 방향일 수 있으므로 그런 수렴을 억지로 막는게 좋은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쪽이나 튜토리얼이 특정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가능성들을 없애버린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갑자기 소설 쿼런틴 생각이 ... ;;) 이게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유로스타일이 LOL의 지배전략임은 명확하고, '만약에' 유로스타일이 뭔지 어떻게 하는건지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준다면 이들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서 겪는 마찰들도 현저히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라이엇은 그런 방향보다는, 신규 플레이어들이 욕먹는 상황을 막기 위한 다른 조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죠. 스타크래프트의 어떤 튜토리얼도 5저글링이니 2스포닝풀 같은 빌드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플래닛 사이드의 예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어떤 전략을 취하든 피할 수 없는 '절대 기본기'에 속하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엔 제가 방금 말한 내용들이 여기에 적용되진 않겠죠. 그러나 '거시적 플레이'에 대해 플레이어를 가이드함에 있어서 이런 내용들을 간과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튜토리얼에 관해서는 계속 오해가 엇갈리네요 ^^

제가 말했던 '거시적'인 플레이라는 건 '이렇게 하면 게임을 이긴다'라는 최적화된 플레이가 아니라, '그래서 이게임은 이렇게 진행되는 게임이다' 라는 겁니다.

LOL을 예로 들자면 유로 스타일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1) 상대방 넥서스를 부수면 이긴다. 2) 넥서스 까지 가려면 타워를 부셔야 한다. 3) 억제기를 부수면 짱 쎈 슈퍼 미니언이 나온다. 4) 상점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다. 5) 아이템은 테크트리가 있어서 되팔지 않고 조합으로 더 쎈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이정도 인 거지요.

LOL의 튜토리얼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적했던 플사2의 튜토리얼 같은 경우 LOL로 치자면 1) 클릭하면 이동함 2) Q W E R 로 스킬 쓸 수 있음 이정도에서 끝나고 있는 상황인거죠. 그나마 LOL은 맵 규모가 작고 고정적이지만 플사2 같은 규모의 게임에서 그러면 참 곤란하죠.

점령전이 들어간 FPS가 특히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 건, FPS를 대하는 유저들의 기본 마인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팀 데스 매치에선 그냥 쏴서 죽이고 덜 죽이면 이깁니다. 굉장히 심플하죠. 그런데 점령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포인트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더 죽이고 덜 죽이는 건 점령을 위한 수단이자 과정인 거죠. 그런데 이걸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으면 하라는 점령은 안하고 엄하게 킬만 쌓다가 어라 난 왜 진거지? 라고 미아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맵 크기까지 커지면 그야말로 미아가 되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다가 이탈해버릴 여지가 큽니다.

이 흐름을 전적으로 튜토리얼에서'만'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위에 zerasion 님이 언급하신 것과 같이 기본 UI나 UX를 잘 설계한다면 튜토리얼 없이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테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튜토리얼 없이 UI UX로 해결을 보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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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스타일이 LOL의 지배전략임은 명확하고, '만약에' 유로스타일이 뭔지 어떻게 하는건지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준다면 이들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서 겪는 마찰들도 현저히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라이엇은 그런 방향보다는, 신규 플레이어들이 욕먹는 상황을 막기 위한 다른 조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죠. 스타크래프트의 어떤 튜토리얼도 5저글링이니 2스포닝풀 같은 빌드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최적의 전략과 전술을 알려주는 것은 팁 또는 힌트의 영역이지 그것이 튜토리얼의 영역은 아닙니다.
어떤 전략과 전술에 대해 하나씩 "소개"는 할 수 있겠죠. 가이드의 영역에서요.

언급하신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는 어떤 빌드를 쓰는 방법이 아닌 문자 그대로의 거시적인 게임 흐름을 알려주는 장치로

자원 수집 - 기지 증축 - 병력 확보 - 전투 및 섬멸 - 결과에 따른 승패

라는 게임의 시작과 끝으로 가는 큰 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플래닛사이드를 플레이해보진 않았지만, 언급된 시스템 내에서라면 거점을 점령해 포인트를 습득하는 것이 승리로 가는 규칙으로 추정되는데, 거점 점령하는 방법조차 모른다면 그건 튜토리얼이 됐든 아니면 다른 시스템 가이드가 됐든 게임이 알려줘야 하는 정보를 누락시킨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LoL의 유로스타일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
유로는 개발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정한 암묵적 약속에 가까운 형태고, 플래닛사이드의 점령은 게임이 제공하는 기본 시스템(그렇게 하라고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 입니다.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유로는 스타크래프트의 "10분 노러쉬"나 밀리언아서의 "숟가락 막타 노매너"에 해당하는 느낌입니다.

게임이 의도하는 거시적인 플레이와 플레이어 간의 불문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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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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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거시적'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의도하신 것과는 좀 다르게 이해한 모양이군요. 그런 관점에서라면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구요.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하는 제 의문을 설명하기 위해 조금 다른 예를 가지고 와보면 ... 저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일정한 수준의 논쟁이 벌어지는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서로간의 의견 차이를 견주어보고 확인하는 과정은 그게 꼭 일정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인신공격과 욕설이 오가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의견 차이를 견주고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멀리 떨어지는지라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보긴 합니다만 ... 근데 대체로 많은 커뮤니티들이 이런 논쟁이나 마찰을 '악'으로 간주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마찰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자삭하시죠' 등이 그런 관점을 가장 안좋은 방식으로 드러내는 대표적 표현이라 생각하구요.

게임에 갓 진입한 신규 플레이어들이 위에서 언급된 문제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잘 몰라서 한동안 마찰을 빚는 것도 적응의 과정에 수반되는 현상의 하나이지 절대로 없애야 할 치명적인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의 생각도 이 문제가 크리티컬하다는 관점은 아닌 것으로 보이구요.

물론 최소화할 수 있다면 좋기는 하겠죠. 그렇다면 얼추 해결방법 비슷한게 있기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LOL의 봇(bot) 게임이 그 예인데, PvP와 완전히 동일한 구도에, 상대팀만 봇이 나옵니다. 근데 이 봇의 AI가 꽤 괜찮아서 - 사실 불공정 장치들이 좀 쓰이긴 하지만 -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들은 봇전에서 위에 언급된 거시적 요소들을 확실히 학습할 수는 있죠. 제가 이 장치에 주목하는건 '개인적 시행착오가 다른 이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으로 격리된다' 라는 부분입니다. PvP 실전에서 나의 실수는 2배의 피해를 가져옵니다. 내가 1인분의 몫을 하지 못하는 점이 1배, 이를 통해 적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1배, 도합 2배죠. 그러나 봇전에서는 딱히 그런게 없을 뿐더러, AI가 좋다고는 하지만 패턴 자체는 반복적이므로 계속해서 하다보면 파해법은 다 눈에 들어오거든요. 언뜻 보기에 조잡하긴 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는 장치'로서는 꽤 쓸만해보이더군요. 아쉬운건 이런 구도는 사실상 게임의 구성 요소는 변하지 않고 상황만이 다변하는 멀티플레이 스포츠 PvP 타입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부분인데, 위에서 언급된 '전달하려는 요소들' 또한 같은 구성에 포함되므로 큰 문제가 없지 싶기도 하구요. 

주의해야 할 점은 보통은 이런 모드 (mode)를 만들 경우 이를 일종의 PvE 모드로 간주하여 그건 그것대로 재미를 주어야 한다며 거창한 플랜에 돌입하곤 하고, 이를 통해 'PvP를 사전에 학습한다' 라는 관점은 배제된 채 다른 종류의 재미 전달에만 초점을 맞추어 결과적으로 PvP 학습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죠. 또는 LOL의 경우를 예로 들면 봇전의 목표는 단순히 '넥서스를 부수면 이긴다' '억제기를 부수면 수퍼미니언이 나온다' 등을 학습시키는 정도에 추가로 각각의 봇-챔피언들이 가진 스킬들을 알아가는 정도인데, 그 이상의 것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실패로 간주하는 일도 생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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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레퍼런스 삼아 해보라는 상무님의 지시로 자사 게임 "아틀란 스토리"를 해봤는데요,

위에서 제가 말했던 지나치게 친절한 튜토리얼이 끝나는 순간 미아가 된다던 부분을 전혀 다른 식으로 풀어낸 모습이 상당히 인삭적이었습니다.

어떤식이냐면....

튜토리얼 가이드가 끝나지 않아요....

미아가 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웹 게임 쪽에서 아무 생각 없이 클릭 클릭 하면 모든 프로세스가 완료되도록 만들어 둔 것과 거의 같은 구조의 인터페이스 플로우를 구성해 두었더군요.

이건 또 나름대로 신박했던 게,

1) 아무 생각 없이 터치 영역만 따라다니다가
2) 그게 오래 반복되다보니 반복 습득이 되어버림

이라는 점입니다.

뭔가 이걸 해보고 느낀 점은..

"친절하려면 끝까지 친절하거나, 어줍잖게 친절하려면 아예 친절하질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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