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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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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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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MMOG의 이동과 길찾기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

1 post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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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g의 이동과 길찾기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

mmog 장르에서 ‘장거리 이동’ 이란 그간 전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검토되어 온 측면이 있습니다. mmog 장르가 이러저러하게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세계감(?)을 제공하기 위해 광활하거나 광활해 보이는 공간은 필수적인데, 그렇다고 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불편해서는 안됩니다. 결과적으로 장거리 이동에 관련된 게임 디자인들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동 플레이를 제공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줄이고 적절해 보이는 방식으로 이동 장치를 제공하느냐에 초점에 맞춰져 온 감이 있습니다. 

201X 년의 어느날, 제가 일하던 팀에 위에서부터의 어명 (…) 이 떨어졌습니다. ‘이동도 재미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상위 라인에서 떨어진 어명이었기에 회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담당할 업무가 아니었기에 ‘그런가보다 … 누가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고생을 좀 하겠구나 …’ 했을 뿐 그냥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동을 재미있게? 어떻게?’ 라는 의문은 뇌리에 조금 남아 있었나봅니다. 이후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부분에 주목해왔거든요. 여기에 대해 파이어폴 이전의 제 생각들을 살짝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해보고 ‘대충 이런게 이동의 재미인가?’ 싶은 구석을 살짝 느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활강에 관련된 어떤 경공을 배우는 맵에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레벨을 중심으로 풍경을 보는 맛과, 경공 중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슬아슬함이 겹쳐서 꽤 괜찮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아쉬운건 그 이후로 이런 비슷한 맵조차 만날 수가 없었기에 블소가 이동의 재미를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으려 하는구나 … 하는 인상을 받는데서 그쳤지만요. 그나마 나중에 만렙이던가 만렙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배우는 ‘수직 벽타기’ 경공은 나름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습니다. 높이 뻗은 나무들이 많은 맵에서 나무를 타고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가 목표 지점까지 천천히 활강해 내려가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아쉽지만 이게 다입니다. 블소는 부분적으로 이동의 재미를 ‘맛보여주는’ 측면은 있었지만 그걸 본격적인 컨텐츠로 활용할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이때 받은 인상을 정리해보자면, 이동의 재미는 레벨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이건 물론 당연한 얘기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구체적으로 제 머릿 속에서 정리된건 이때가 처음이었지 싶네요. 애초에 mmog에서 ‘이동의 재미’라는걸 좀 생뚱맞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기에 그랬나봅니다. 앞서의 예에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맵에서 재미를 좀 봤지만 그 이후로 비슷한 레벨 디자인을 만날 수 없다고 언급한 점과, 높이 뻗은 나무들이 필요한 점 등이 이를 말해줍니다. 둘 모두 레벨 디자인의 요소이죠. 즉 이동이 재미 있으려면 어떻게든 레벨 디자인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 

길드워즈2

길드워즈2는 좀 다릅니다. 여기에는 이동의 재미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 흔한 탈 것도 없습니다. 장거리 이동은 밋밋하고 기능적이기만 한 순간이동으로 커버합니다. 심지어 순간 이동 체크 포인트가 전국 곳곳에 엄청나게 많기도 하구요. 

대신 길드워즈2에는 ‘길찾기의 재미’가 있습니다. 이건 mmog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요소이기에 설명이 쉽지 않아 이전에 썼던 글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이동의 재미와 길찾기의 재미는 확연히 다른 것이 맞지만, 둘 모두 레벨 디자인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이 길찾기의 재미는 무척 하드코어한 재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길드워즈2에서도 이 요소는 일종의 옵션일 뿐, 필수로 넣지 않은 것이겠죠. 

파이어폴

파이어폴은 상업적으로 그닥 성공적이지도 않은 듯 하고 게임 디자인에 두드러진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러하듯 이 게임에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 게임의 ‘이동과 길찾기’에 관련된 부분을 꽤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블소가 이동의 재미를 맛만 보여주었고 길드워즈2가 길찾기의 재미라는 독특한 요소를 이끌어냈다면, 파이어폴에서는 이동의 재미도 길찾기의 재미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에 한계는 뚜렷하지만요. 

일전에 파이어폴의 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소위 바이크라 불리우는 개인용 탈 것을 구입했고, 게임 내에서 존재하는 모든 이동 수단을 모두 이용해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보다는 약간 더 체계적이지만 겹치는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파이어폴의 장거리 이동 수단들

우선 파이어폴의 장거리 교통수단은 모두 어느정도의 ‘수동조작’을 필요로 합니다. 수동 조작 요소의 개입에는 당연히 조작을 통해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조작을 하든 안하든 결과가 똑같다면 조작에 의미가 없어지겠죠. 파이어폴에서는 특유의 수직적 레벨 디자인이 여기에 개입합니다. 이 게임에는 높게 뻗은 절벽과 거의 산맥에 가깝도록 길고 넓게 펼쳐진 산들이 꽤 많습니다. 지역간의 고저차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이정도로 높이를 많이 활용하는 레벨 디자인은 mmog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 물론 레벨 자체로는 더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이 플레이에 개입하는 정도로 보면 말이죠. 

이런 수직적 레벨 디자인을 커버하기 위해서 모든 캐릭터들은 ‘점프젯 Jump Jet’이라 불리우는 일종의 부스터를 디폴트로 장착합니다. 부스터는 일반적인 게임에서보다 훨씬 높은 점프를 가능케해주고, 공중에서 머무르거나 공중에 떠서 수평이동 하는 등의 일을 가능케해줍니다. 물론 이런 액션들을 모두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작이 필요하구요. 

점프젯을 통한 다양한 점프와 그에 못지 않게 높은 절벽이 맞물려 조작의 요소가 드러납니다. 자신의 점프젯이 어느정도 높이까지 떠오를 수 있으며 어느정도 시간만큼 체공이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조작 요소가 겹쳐서, 건널 수 없을 듯 보이는 계곡을 건널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걸어서는 오를 수 없는 수직 절벽을 간신히, 턱걸이로 오르기도 합니다. 암벽등반처럼 절벽의 틈새에 난 작은 공간을 찾아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들은 캐릭터의 실제 이동거리를 상당히 줄여줍니다. 길을 가다보니 거대한 산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산의 옆구리를 돌아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동 거리는 엄청 길어질 겁니다. 아니면 산을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산을 뛰어넘는다면 이동거리는 확실히 단축될 겁니다. 그러나 뛰어넘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절벽을 올려다보며 선택을 해야합니다. 이쯤오면 이동이 명백한 플레이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봐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점프젯만 조작을 요하는건 아닙니다. 글라이드 (Glide) 라 불리우는 장치가 있습니다. 어지간한 거점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있고, 필요하다면 쿨타임 30분짜리 개인용 글라이드를 쓸 수도 있습니다. 글라이드 패드를 깔고 그 위에 올라가면 캐릭터가 일정한 높이로 위로 솟구칩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부터 활강을 시작합니다. 근데 이 활강에도 조작의 요소가 개입합니다. 활강 각도가 너무 지면을 향하면 착지 지점이 가까워지고, 활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듭니다. 활강 각도가 너무 하늘을 향하면 날기 위한 힘을 잃고 수직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활강 실패) 결국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도록 조작하는게 중요해집니다. 조작에 따라서 활강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차이가 생기거든요. 

드랍쉽이 그나마 자동화가 좀 되어있긴 하지만 사실 수동강하 – 드랍쉽이 착륙하기 전에 내려서 글라이딩을 시작하기 - 를 이용하기 위해 탑승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이동의 수동조작성(?)은 여전히 강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드랍쉽은 어쨌든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글라이드나 점프젯을 통한 이동보다는 조금 이용율(?)이 떨어지기도 하구요. 

코스 만들기의 재미

이동 시간의 단축이 왜 중요한가 하면, 비(非)상시 이벤트 – 필드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상시 이벤트와 다른, 가끔씩만 활성화되는 이벤트 - 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비상시 이벤트는 막대한 보상을 주기 때문에, 어지간히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가급적 참여하는게 좋습니다. 이 이벤트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기 떄문에, 좀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해도 서두르기만 한다면 클리어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더 빨리 도착할수록 보상도 더 커질 겁니다. 즉 비상시 이벤트는 플레이어들에게 잦은 장거리 이동의 필요성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만의 코스 만들기’라는 플레이가 개입합니다. 장거리 이동은 언제나 정해지지 않은 코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출발지 (나의 현재 위치) 와 도착지 (비상시 이벤트 발생 지역 – 랜덤) 가 매번 다르거든요. 출발지와 도착지가 매번 같거나 둘 중 하나라도 고정이면 코스에 어느정도 정형성이 생길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번 새로운 코스를 짜야한다는거죠. 그리고 그 코스는? 당연히 위에서 설명한 ‘장거리 이동 장치들’의 연속된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출발지를 A, 도착지를 D 라고 해보죠. 지도를 보고 비상시 이벤트가 D에서 발생한 것을 확인한 저는 여기에 참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지도를 펼쳐서 어떤 길이 빠를 지를 고민합니다. A에서 가까운 거점인 B 포인트로 이동. 여기에는 글라이드가 있으니까요. B에서 아마도 C 지점까지 활강이 가능할 겁니다. 조금 못미치는 곳에 착지하면 걸어가야죠 뭐. 근데 C 지점은 사실 절벽입니다. 단, 점프젯을 통해 조작만 잘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C절벽을 넘으면 D까지는 걸어서 금방 갈 수 있습니다. 

머릿 속으로 코스를 짠 저는 그대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B지점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B에서 활강을 시작해서 ... C지점까지 ... 가야되는데 중간에 훨씬 못미치는 곳에 착지하고 말았습니다. 제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와서 그걸 확인하다가 조작미스를 했다고 치죠. 저는 즉시 근처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개인용 글라이드 패드를 꺼냅니다. 그걸로 C까지의 이동을 마칩니다. C에 도착해서는 제가 이미 종종 넘어봐서 아는 절벽의 디딤 포인트와 점프젯을 적절히 활용하여 절벽을 넘습니다. 이제 목적지인 D가 보입니다. 거대한 멜딩 토네이도가 휘몰아치고 있군요. 저는 이 비상시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이 과정에는 미시적 조작의 요소와 거시적 계획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이어폴에서의 이동이 플레이의 일부임이 좀더 명확해집니다. 

지형에 익숙해지는 재미

한편 앞서 저는 ‘C 지점은 사실 절벽입니다. 단, 점프젯을 통해 조작만 잘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라고 말했습니다. 즉 저는 이 지점의 지형이 어떤지, 내가 넘어갈 수 있는지 아닌지를 이미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점도 꽤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파이어폴의 전체 맵은 그렇게까지 넓은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맵은 다양한 유니크한 지형들로 메워져 있습니다. 잦은 장거리 이동은 이런 맵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만들고, 그 와중에 저는 맵의 특정한 위치나 장소를 기억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절벽이 있다고 할 경우, 그 절벽을 내 점프젯과 조작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지 없는지까지 기억하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건 은연 중에 왠지 기분 좋은 느낌을 줍니다. 남들은 절벽을 보고 포기하고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절벽 위의 작은 디딤대를 알고 있고, 점프젯으로 디딤대에 일단 착지한 후 거기서 절벽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겠죠. 이 장치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나 좀 쩌는 듯’ 하는 느낌을 주는,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정도는 하는걸 떠올리지 않음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어떤 지형에 익숙해져간다는 것, 그리고 그 지형에의 익숙함이 나에게 실질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 – 절벽을 넘을 수 있다는걸 아는 것과 모르는건 위에서 든 예를 보아도 명확한 차이가 납니다 – 은 꽤 흥미로운 지점이라는거죠. 물론 반대로 겉보기에 넘을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부분을 기억하는 것도 같은 재미를 주고요. 이건 일종의 ... 와우 영던에서 보스 패턴을 내가 기억함으로써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고, 내가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보스에게 주는 피해를 최대화할 수 있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물론 보스씩이나 되는 대상과 비교하기엔 좀 자잘하고 사소한 재미일 수는 있겠지만요. 

비중이 크다고는 못하겠지만 여기에 점프젯의 성능에 따른 미묘한 차별화까지 개입합니다. 점프젯을 업그레이드하면 점프젯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약간 높아집니다. 점프젯의 코스트 게이지인 ‘에너지’ 용량을 늘리면 공중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약간 길어집니다. 전자의 업그레이드는 전에는 넘을 수 없던 절벽을 넘는데 도움을 줍니다. 후자의 업그레이드는 전에는 넘을 수 없던 계곡을 넘는데 도움을 줍니다. 새 장비를 마련하면 이전에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던’ 지형에 다시 도전해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LGV (바이크) 가 주는 조작의 재미

게임을 어느정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는걸 보게 됩니다. 게임 내에서의 명칭은 LGV인데요, 이게 생긴 것도 꽤 멋지거니와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타고 다니는걸 보면 그냥 딱 간지가 납니다. 자주 보다보면 당연히 ‘저거 어디서 구하는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고,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걸 알게되고, 그 돈을 모으려 아둥바둥하게 되고, 결국 구입하게 됩니다. 

바이크를 처음 타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당연하게도 와우의 말과 같은 조작일거라고 여겼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바이크의 조작에 개입하는 규칙은 레이싱 게임의 물리법칙에 가깝습니다. 액셀을 밟으면 당장에 최대속도로 이동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점차 속도가 올라갑니다. (단위가 뭔지는 모르지만 시속이라고 치면 최대 시속 118km까지 찍어봤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자리에 즉시 서는’ 게 아니라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며 마침내 멈춥니다. 와우의 말이 일종의 디지털식 이동의 느낌을 준다면 (말을 타고 있을 때 이동 속도에는 0과 최고속도 두 가지 뿐입니다) 파이어폴의 바이크는 아날로그식의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코너링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속도가 빠른 가운데 코너링을 시도할수록 관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건 물론입니다. 자잘한 장애물에 걸리면 바이크는 튀어오르거나 그 즉시 멈추며 데미지를 입습니다. 특히 바이크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상황이라면 장애물에 맞게 적절하게 방향을 트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영향을 끼칩니다. 내리막에선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오르막에선 또 느려집니다. 당연히 오르막과 내리막의 각도에 따라서 속도의 증가량도 다릅니다.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바이크 게임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어설픈 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mmog에서는 처음보는 수준의 ‘레이싱 감각’을 제공합니다. 더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해보겠다는 욕심, 눈앞의 장애물을 최소한의 코스 수정만으로 피해서 가보겠다는 욕구 등이 생겨납니다. 성공하면 물론 신나죠. 실패해도 뭐 크게 손해보는 건 없습니다. 그냥 이동 속도가 늦어질 뿐이에요. 하지만 왠지 열받죠. 

바이크를 구입하고 처음 한동안은 아무 의미없이 길따라 드라이빙하는데 시간을 꽤 썼습니다. 간지나게 코너링하는 나의 모습이 멋져서요. 드리프트도 연습은 해봤지만 쉽지는 않더군요. 역시 타이어가 너무 광폭이라 그런가 ...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바이크를 처음 구입하면 그걸 조작하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점프젯의 활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넓고, 그걸 조작하는 방법을 익히는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처럼요. 

뚜벅이와는 다른 코스 선정

바이크를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놓으면, 당연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바이크로는 갈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단 점프젯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바이크로는 통과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지죠. 걸어가다가 절벽을 만나면 우아한 아크를 그리며 점프젯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다릅니다. 대신 훨씬 빨라집니다. 전에는 절벽을 만나면 뛰어넘어 가는게 더 빨랐습니다. 절벽을 돌아갈 경우 늘어나는 이동 거리가 굉장했거든요. 바이크를 타면 돌아가는게 더 빠릅니다. 평지에서라면 바이크는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와우의 경우 초기 천골마의 이동 속도가 걷는 속도의 2배 정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백골마가 1.5배 ?) 파이어폴에서 바이크의 속도와 걷는 속도의 배수차는 평균 3-4배 정도, 조작을 잘해서 속도가 좀 붙으면 한 8배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한편 우리는 현실에서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교통 수단에 따라 다른 코스를 연상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와 걸어갈 때 택할 수 있는 코스는 선명하게 다르죠. 파이어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걸어갈 수 있는 길과 바이크로 갈 수 있는 길은 확연하게 다르고, 따라서 바이크용 코스와 걸어가는 코스도 같은 지형을 전혀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며 만들어야합니다. 앞서 설명한 ‘코스 선정의 재미’에 하나의 레이어가 더 생기는 겁니다. 와우를 위시한 대부분의 탈 것이 있는 게임에서 탈 것의 사용은 걸어가던 길을 그대로 가되 더 빨리 갈 수 있는 효과만을 봅니다. 그러나 파이어폴에서는 코스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코스가 달라져야 한다는건 그간의 ‘지형을 익히고 기억하고 그걸 이용하는 재미’에도 또한 추가 레이어가 붙는다는걸 의미하죠. 바이크를 통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 가급적이면 도로에 장애물이 적은 길, 바이크로 갈 수 없을 듯 보이거나 가면 느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갈 수 있거나 빠르게 통과 가능한 길 등을 익히는 재미가 새로 생깁니다. 여기에 추가로 기존의 다른 요소들과의 조합 – 여기까지는 바이크로 이동하고, 이 절벽은 바이크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머니까 점프젯으로 넘고 등등 – 이 생겨나면서 코스의 조합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한계

그러나 아쉽게도 파이어폴이 마련한 이런 다양한 이동의 재미에는 어느정도의 한계도 있습니다. 기존 mmog들의 손쉽고 편리한 이동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요소는 재미를 찾아내고 싶어지는 대상이기보다 먼저 ‘불편함’으로 다가오거든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며 별다른 장애물을 만나지 않도록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레벨들, 그리핀이나 와이번 등 목적지를 한 번 설정해놓으면 자리를 비워도 무방한 자동 이동 장치들, 클릭하면 그 즉시 출발하는 그리핀/와이번에 비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서 타야하는 드랍쉽 등은 플레이어들의 불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자동화된 이동수단이 없다는 것에 당황하고 약간은 불평도 했었구요.

여기에 특히 파이어폴에서 추가적인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이런 이동의 재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주 최소한의 것들조차도 어느정도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잘 마련된 가이드가 도와줘도 이걸 재미라고 여길까 말까한데 심지어 그런 가이드조차 부실해서야 이 재미를 발견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길드워즈2가 길찾기의 재미가 갖는 위험성 (높은 진입장벽) 을 고려해서 이를 전적으로 옵셔널한 컨텐츠로 빼놓은데 비해서, 파이어폴에서 이동은 필수적입니다. 파이어폴 뿐 아니라 어떤 게임에서도 이동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도 진입장벽은 높습니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될만한 구석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런 이동과 길찾기의 재미를 고려한다면, 이를 기능적 편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동에 이미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 이를 설득하고 발견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장치도 다각도로 연구해야하지 싶습니다. 

마무리

파이어폴의 이동과 길찾기의 조합은 꽤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광활한 mmog의 세계를 생각할 때 이동의 재미는 제대로 구축해놓기만 하면 가능성도 꽤 많다고 봅니다. 레벨업 과정에서 스치고 지난 맵을 두 번 다시 기억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이 세계의 구석진 골목골목을 내가 기억한다는 재미, 어딘가에 갔을 때 낯익은 지형이 눈에 들어오면 느껴지는 반가움, 스쳐 지나갔더라면 보이지 않았을 샛길을 발견하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 요소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라면, 이동과 거시적 레벨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mmog에서 장거리 이동이 전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렇게 디자인하는게 플레이어에게나 개발자에게나 당연하게 여겨져왔습니다. 즉 이동에 대해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파이어폴은 여기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전 이 가능성이 꽤 마음에 듭니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아직은 완연한 재미라기보다 잠재적 재미라고 불러야겠지만, 다듬는다면 멋진 재미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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