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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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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어드벤처 게임의 7대 죄악

4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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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DEADLY SINS OF ADVENTURE GAMES

좀 깨지는 그림들이 몇 개 있습니다만, 수정이 까다로워 나중에 ... 
내용 이해에 필수적인 그림들은 아닙니다 ;; 

원문주소 : 
http://www.theastronauts.com/2014/04/seven-deadly-sins-adventure-games/

우린 어드벤처 게임이 왜 죽었는지 알고 있다. 또는, 좀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언제 어떻게 자살했는지 알고 있다. 물론 게임 디자인 분야의 최근 발견들 (존재, 몰입, 참여의 3위 일체, 놀이와 서사의 불협화음, PENS - The Player Experience of Need Satisfaction - 모델 등등) 은 어드벤처 게임 창작자들에게 살아남을 길을 보여주었고, 최신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은 이전에 비해 훨씬 나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은가?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딱 한 가지 예외가 있긴 한데, 이 포스팅의 말미에서 거기에 대해 얘기하겠다. 어쨌든 어드벤처 장르는 죽은 채로 지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보인다. 

어드벤처 장르 좀비화의 최신 예에 대해 논하기 전에, 내 배경에 대해 짧게 설명하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페인킬러/불릿스톰을 통해서 알고 있을테고 이는 좋은 일이지만, 난 사실 FPS보다는 어드벤처 게임을 더 많이 만들었다. 내 최초의 게임은 ZX 스펙트럼으로 출시되었고, 전형적인 책 ("비밀 일기")과 어드벤처 북 ("스타쉽 트레블러")을 각색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아마도 내 초기 세 개의 상업용 게임이 좀더 알아듣기 쉬울 것이다. 

1993 : 조각품의 비밀 - The Mystery of the Statuette (PC, 폴리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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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 사춘기요원 - Teenagent (PC, 폴리싱과 영어 릴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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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 왕자와 겁쟁이 - The Prince and the Coward (PC, 폴리싱과 독일어 릴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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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걸 언급하는 이유는, 내가 어드벤처 게임을 그냥 사랑하는게 아니라, 어드벤처 게임의 창작에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바칠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내가 여기에 쓰는 내용은 내 두뇌뿐 아니라 심장으로부터 나온 얘기이기도 하다. 

좀 돌아왔으니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여러분은 제인 젠슨이라는 사람을 아는가? 아마도 그럴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을 위해 부연하자면, 그녀는 전설적인 게임 가브리엘 나이트 시리즈의 창작자이며, 그 외 다른 많은 멋진 어드벤처 게임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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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브리엘 나이트 (이번에 새로 나올 리메이크작)가 현재의 기준으로도 좋은 게임일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1편이 처음 출시된 1993년에 굉장한 게임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나는 이 게임이 무척 황홀했는데, 몇 년이 지난 후 내 자신의 게임을 위한 계약에 서명하기 위해 독일의 뮌헨에 갔을 때 가브리엘의 눈을 통해서 보았던 광경들은 현실에서 방문했었던 경험은 최고였다. 

며칠전, 제인 젠슨의 새로운 게임이 릴리즈 되었다 : 뫼비우스 : 떠오르는 제국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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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몇 명만 좋은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가브리엘 나이트 시리즈의 창작자는 반드시 그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슬프게도, 또 틀렸다. 

이 점은 명확히 하고 싶다. 이는 이런저런 창작자라는 특정한 개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어드벤처 게임 창작자들의 99.99%가 사용하는, 그러나 그러지 말아야 할, 플레이어의 경험을 망쳐버리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뫼비우스의 초반 7분간을 살펴봄으로써 어드벤처 게임의 7대 죄악을 알아보자. 

첫번째 죄악 : 영화 워너비

뫼비우스는 영화스러운 크레딧과 함께 시작한다. 영화들은 이런 요소들을 한참 전에 버렸다 (예 : 놀런의 영화는 타이틀과 같은 요소를 더이상 쓰지 않는다) 가장 안좋은 것은, 영화에서는 적어도 뭔가 흥미로운 일이 크레딧이 나오는 동안 벌어진다 : 아니면 뭔가 스토리에 연관된, 또는 굉장히 스펙터클한 장면이. (예 :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오프닝) 뫼비우스의 경우에 시작시의 크레딧은 그저 알 수 없는 시각효과와 이름들의 지루한 나열일 뿐이다. 이는 무려 3분이 넘게 계속된다. 그렇다. 당신으로 하여금 뫼비우스를 '영화적인 게임' - 그게 무슨 의미이건간에 - 으로 믿게 만들려 노력하는 영상을 3분에 걸쳐 노려보게 만들면서 게임이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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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어드벤처 게임만의 죄악은 아니다. 오프닝에서 크레딧을 보게 만드는 게임을 꽤 많이 언급할 수도 있다. 개발자들이여 : 누구도 그딴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는 이들이 있다면, 유튜브 아니면 모비게임즈(Mobygames -비디오 게임의 카탈로그를 정리해두는 사이트)에 가면 된다. 

물론 비디오 게임 업계에 종종 퍼지곤 하는 "영화 만들기는 내가 잘 못하니까 대신 내 게임을 영화처럼 만들고 싶어" 증후군은 크레딧만은 아니다. 아울러 한편으로 "영화적인" 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어떤 나쁜 요소도 없다. (워킹 데드나 언차티드는 "영화적"이지만 괜찮다) 단지 너무 많은 어드벤처 게임들이, 이런 기법이 게임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게임의 인트로에 크레딧을 보여주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두번째 죄악 : 무원칙 작법

주인공이 출장에서 돌아와 비서에게 얘기한다. 주인공 : "그래서, 다음 일정은 뭐지?" 비서 : "지금 막 도착했잖아요! 아직 당신의 펜트하우스에도 안들렀죠?"

이는 주인공이 펜트하우스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내가 가볼 수 있는 펜트하우스 말이다. 비서의 대사는 게임에 대한 힌트를 아주 살짝 노출하는 듯 하다. : 일단 펜트하우스로 가라. 거기서 게임이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는, 펜트하우스는 없다. (적어도 이 게임의 이 챕터에서는 없다) 당신은 거기에 갈 수도, 출장갈 때 가져갔던 짐가방을 풀 일도 없다. 

이는 단지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이 게임에는 이런 식의, 대화 중 오해를 사기에 쉬운 헷갈리는 요소들이 아주 많다. 다른 수백개의 어드벤처 게임들 또한 그렇다. 

세번째 죄악 : 내적 논리의 부재

주인공은 짐가방을 자신의 골동품점에 놓아두고 어떤 남자를 만나러 간다. 주인공이 어떤 남자가 제안한 일을 수락했을 때, 그는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베니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짐가방 없이. 더 나쁜 것은, 주인공은 사실 유럽으로 떠나기 전에 골동품점으로 돌아가서 비서에게 굿바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당신은 아프리카 출장에서 가져온 짐가방이 거기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랙션은 불가능하다. 왜 주인공은 이 짐가방이 필요가 없는거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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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드벤처 게임을 망치거나 성공시키는건 바로 이런 디테일에 쏠리는 주의력이다. 일정 정도의 자유도를 느끼길 즐기며 실험을 - 특히 그 실험이 말이 되는 경우에 -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만약 내가 해외여행으로부터 돌아왔고, 짐가방은 아직 풀지 않았고, 다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야해서, 짐가방을 가져가려는데, 게임이 그 짐가방은 중요치 않다고 말해버리면 ... 이건  내가 줄에 매달린 인형에 불과하며,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 

언제나처럼, 이는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이 게임은 다른 다양한 부분에서도 내적 논리의 부재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집어들 이유가 없는" 아이템이라면, 아무리 그게 그 자리에 놓여 있어도 집어들 수가 없다. 이는 끔찍하게 비일관적인 것은 물론이고 (예를 들어 시작시 내가 짐가방으로부터 여권을 꺼낼 수 있더라면? 비록 그 여권이 아무데도 쓸모가 없더라도 말이다) 다양한 역추적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 (일단 그 아이템들의 "용도"가 발견된다면.) 

내가 비판하는 것이 '논리의 부재'가 아니라 '내적 논리' 즉 게임 세계 내의 규칙에 적용되는 논리임을 주지하길. 물론 게임의 추상성이 덜 할수록 게임의 '내적 논리'는 사실상 '현실의 논리'를 닮아가긴 하지만 말이다. 

네번째 죄악 : 쓸모없는 유사-분기

앞서 나는 주인공이 어떤 남자로부터 미션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현실에서, 당신은 그 일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의문의 남자로부터 의문의 목적지로 가라는 의문의 미션이 의문의 이유로 주어지다니, 거절하는 것은 사실상 꽤 합리적인 결정이다. 특히 당신이 그것 말고도 흥미롭고 합법적인 두 개의 다른 미션을 더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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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션을 거절한다면 그건 한 가지를 의미할 뿐이다 : 게임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며, "예스"라고 말할 때까지 의미없는 행동들의 무한루프에 갇히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거절하는 선택지는 그저 당신이 게임 내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 밖에 안된다. 

어드벤처 게임에서의 분기는 그 자체로 굉장히 큰 이슈이므로 이건 넘어가고, 요점은 너무 많은 어드벤처들이 결국에는 의미없는 선택지를 제공하며, 이는 게임의 경험에 보탬이 안되는건 물론이거니와 경험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섯번째 죄악 : 외적 보상

인간은 숫자가 올라가는걸 보기를 좋아한다. 몇몇 사람들은 게임이 재밌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울러 우리는 많은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플레이어를 중독시키기 위해 이런 장치를 활용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뫼비우스는 - 빈번하게 사용되는 메뉴에서 이런 요소를 노출함으로써 - 676점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상기시킨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무엇이든 점수로 보상이 주어지는데, 이는 주의를 크게 분산시키며 몰입을 파괴한다. 왜? "증가하는 숫자"는 많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스토리상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두뇌가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을 방해하며, 왠지 점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걸 클릭해보고 시도해봐야 할 것처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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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언차티드의 보물과 좀 비슷한 것이기도 하다. "OCD"가 개입하는 순간, 게임은 멍청해진다. (여러분은 친구가 납치되어 위험에 처한 상태라도 잠시 멈춰서 보물을 살피게 된다) 어떤 지역을 떠날 때 보물을 일단 살펴보지 않은 상태라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점수나 업적과 같은 외적 보상은 당의를 입힌 악이다. 몇몇 개발자들은 이기적인 이유에서 이를 추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몇몇은 핵심 게임플레이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넣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이들이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강화해줄 수 있다고 믿기에 넣기도 하는데, 이는 특히나 현실로부터의 이탈이 모든 것이 되어야하는 장르에서는 특히나 슬프고 잘못된 일이다. 

여섯번째 죄악 : 나쁜 작법

평이하며 단순하다. 나쁜 작법은 나쁘다. 아래의 컷씬을 보라.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뫼비우스는 명백히 저예산 게임이고, 따라서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저질 작법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필요가 없다. 이 영상은 신뢰성과 몰입을 총알이 비눗방울 터뜨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파괴해버린다. 

유튜브 영상 링크

몇년 전, 얏찌 (Yahtzee)는 고전 어드벤처 게임들이 "일시정지 버튼이 달린 스토리들"이라고 제대로 밝혀내며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리 멍청한 스토리라한들 게임플레이 (총질)가 핵심 경험인 FPS게임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고 있다. 따라서, 어드벤처 게임은 그 반대이며, 애매한 게임플레이에 스토리와 캐릭터가 비중을 높게 갖는다면, 스토리와 캐릭터가 엉망일 경우에 대체 누가 그 게임이 성공할거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일곱번째 죄악 : 추측

어떤 어드벤처 게임에서든 최악의 순간은 여러분이 게임 내 세계와 선택지들에 대해 생각하며 해결책을 찾는게 아니라, 게임 디자이너의 입장이 되어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 그림은 뭔가 이유가 있으니 여기 놨겠지. 아니면 왜 이 벽에 걸려있겠어?", "내 인벤에 있는 이 아이템은 분명 어딘가 쓸모가 있으니 얻은 걸거야" 등등. 

뫼비우스에서는 게임을 시작하고 첫 한 시간 내에, 베네치아 운하 바닥에 "매우 중요한 아이템임"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아이템이 거기에 놓여있는 상황이 철저히 멍청해보인다는 점 (범죄 현장이고 희생자는 아주 유명한 사람인데도 경찰이 저 아이템을 발견을 못했단 말이지?)은 뒤로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당신이 그 아이템을 뻔히 볼 수 있는데도 무릎 깊이의 운하에서 (아니면 다이빙이라도 하던가) 그걸 주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반드시 노를 찾아내야만 한다. 아, 잠깐. 근데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화초 접착제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나서 노에 접착제를 발라야만이, "매우 중요한 아이템임"을 건져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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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가브리엘 나이트3의 "고양이 털 콧수염을 메이플 시럽으로 입술에 붙여야함" 또는 사일런트 힐2의 "해치에서 왁스를 퍼다가 그걸 편자에 붙여 손잡이를 만들어야 함"과 같은 장치이다. 

더 나쁜 것은, 이게 정말로 괜찮은 방법이라 믿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나는 가마수트라의 이런 게임 칭찬해주세요 하는 글과 댓글들을 읽고 거의 폭발할 뻔 했다. 어드벤처 장르를 죽여버린 단 하나의 요소만을 꼽으라면, 그건 정확히 디자이너의 의도를 추측하게 만들기가 될 것이다. 


***

솔직히 말하자면 어드벤처 게임은 이 일곱 가지의 죄악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들로 신음한다. 따라서 이들을 확정적 목록이기보다는 일곱 가지의 죄악의 예시로 봐주길 바란다. 뫼비우스를 살펴보면, 지루한 행동의 과부하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게임 내의 단 하나의 방에서 인터랙션 가능한 오브젝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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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서술들이 평이하고 생기가 없다. ("낡은 캐비넷. 내게도 비슷하게 생긴 것이 하나 있다.) 이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이고, 따라서 당연하게도 이들 중 뭔가는 이후의 진행에 필수적일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확인해봐야만 한다. 

***

뫼비우스의 나쁜 작법과, 내적 논리의 부재 (이 작은 세계에서조차, 약간이나마 추장화된 규칙 속에서도, 사물들이 논리적이지 못하다), 낮은 생산 가치, 나쁜 UI, 등등등 ... 그러나 이들이 진정 어드벤처 게임이 죽어버린 (정확히 말해서 메인스트림에서 도태되어버린) 이유는 아니다. 

여러분이 사랑했던 고전 어드벤처 게임들을 떠올려보자. 그 게임들은 영리하고, 웃기며, - 적어도 당시에는 - 죽도록 멋진 시각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안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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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드벤처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이란 이전에도 이후에도 재미가 아닌 다른거라는 점이다. 인벤토리 관리, 선택지의 고갈 (다른 말로 "내가 안해본게 뭐가 있지?"), 역추적, 대화 반복, 픽셀 헌팅 ... 이들 중 대체 뭐가 여러분에게 "재미"를 역설하고 있는가?

우리가 고전 어드벤처를 좋아했던 이유는 매커니즘이 멋져서가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멋진 스토리텔링과 그래픽으로 이를 가려주고, 보이지 않게 하고, 심지어는 쓸모 있게 만들어주기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더 말하지만, 어드벤처의 핵심 매커니즘은, 꽤나 좋지 않다. 매커니즘을 압도하는 아티스트의 스킨(예 : 월드 클래스 퍼즐, 스토리, 그리고 그래픽)을 입히지 않은 상태로는, 어드벤처의 골격 자체는 고대의 뼉다귀들을 모아둔 썩은 뭉텅이에 불과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것이 워킹 데드에 남아 있는 고전 어드벤처의 일부가 진정코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를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팔레트를 씻어내는 정도로만 쓰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다. 어드벤처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은 재미가 없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매커니즘을 극복하고 훌륭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극소수' 뿐이다. 실제로 바로 지금 단 한 명만이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데, 그건 바로 Wadjet Eye Games의 주인이자 루카스 아츠의 어드벤처 황금기 이후 유일하게 위대한 어드벤처 게임 Blackwell 시리즈의 창작자인 데이브 길버트(Dave Gilbert)이다. 나는 지금 막 Blackwell Epiphany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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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진정한 재능이 어떻게 매커니즘의 약점을 커버하는데서 나아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이다. 

그러나 몇 안되는 창작자들만이 몰입을 파괴하는 매커니즘을 스펙터클한 어드벤처로 바꿔놓을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이런 디자인 모델을 지속 가능하다고 봐도 될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이미 지치고 늙어버린 해법에만 매달린다면, 어드벤처는 결코 틈새 게임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평범한 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 평범한 FPS도 플레이어를 흥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기존의 매커니즘을 이용해 "적절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믿기 어려울정도로 어렵다. 데이브 길버트가 블랙웰(Blackwell)로 이룬 업적은, 내게는, 세계의 결함과도 같다. 어차피 길버트와 같은 대단한 재능을 타고난 창작자는, 무엇으로든 굉장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마치 위대한 화가가 한 장의 화장지와 립스틱만으로도 당신을 놀래킬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화장지와 립스틱을 '훌륭한 미술도구'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올드스쿨 어드벤처의 죽음을 애석해 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극복 불가능한 매커니즘의 문제로 인해, 어드벤처 게임은 애초에 그닥 대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우리가 이런 사실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린 이제 올드스쿨 어드벤처를 교차로에 놓인 공중전화처럼 다루어야만 한다. 당대에는 유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물 가서 쓸모가 없다. 노스탤지어를 잠겨들기 위해서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포인트 앤 클릭은 아마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비교적 하기 쉬우며, 적지만 충성스러운 팬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젠장, 블랙웰은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을 위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를 하나 만들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게 다이다. 틈새취미. 많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만들고 있는게 바로 그것이면서도 "어드벤처"라는 단어를 피하게 만드는 취미. 

그러나, 여기가 바로 이 글에서 "우리가 모든걸 잃은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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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서 내가 "어쨌든 어드벤처 장르는 죽은 채로 지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보인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거짓말을 조금 했었다. 

진실은, 우리가 어드벤처 게임에 둘러싸여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더이상 "어드벤처"라고 불리우지 않을 뿐이다. 곤 홈(Gone Home)은 어드벤처가 아니지만, "스토리가 폭발하는 비디오 게임"이다. 헤비 레인(Heavy Rain)은 "인터랙티브 드라마"이다. 워킹 데드(Walking Dead)는 "텔테일 (Telltale - 개발사 이름) 게임 시리즈"이고, 피닉스 라이트(Phoenix Wright)는 "비주얼 노벨"이다. 에단 카터의 실종(The Vanishing of Ethan Carter)은 "이상한 호러 픽션"이다. 

사실 이들 모두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그들은 더이상 방해가 되는 매커니즘에 의지하지 않고, 게임 플레이 경험을 지원하고 있다. 어드벤처 게임은 죽지 않았으며, 형태를 바꾼 채로 다양하게 살아있다. 

표면적으로, 블랙웰의 창작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인용

솔직히 말하자면 어드벤처 게임을 하나의 특정한 무언가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어리석다고 봅니다. 어드벤처 게임이란 - 그 뿌리에서부터 - 스토리를 전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이 장르가 변질되고 재창조되었다고 말하는건, 영화나 책, 연극, 텔레비전이 변질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이들 중 어느것도 특정한 "올바른" 방법으로 만들어져야만 하는건 아닙니다. 어드벤처 게임 또한 그래요. 스토리를 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거죠.

내가 이 말에 모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나는 영화, 책, 텔레비전이 변질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런 매체들의 태동기를 살펴보면 말이다) 그 핵심으로 파고들어가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어드벤처 장르에는 다양한 측면들이 있고, 이는 크게 영감을 주는 멋진 일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게임을 잠재적으로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링 매체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우리는 최고의 시기에, 과거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토대로 어드벤처를 재창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확인하시라) 이후 몇 년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몹시 기대된다. 

나는 왜 핵심 매커니즘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디자인된 저질 어드벤처 게임들에 대해 자비도, 인내심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내가 경험했던 스토리에 대한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져갈 뿐이며, 다른 창작자들 또한 그러하리라 믿는다. 

어드벤처는 죽었다. 어드벤처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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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리 부분이 예전에 제가 적었던 "장르로서의 RPG는 죽었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드네요. ㅎㅎ

"어드벤쳐는 죽었지만, 어드벤쳐는 죽지 않았어! 비쥬얼 노벨에! 인터랙티브 드라마에! 이렇게 살아있어!" 같은 대사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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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yury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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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장르로 한정하려는 건 확실히 무의미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드벤처나 롤 플레잉도 게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봐야 할 것 같고, 이 점은 이젠 더 이상 새로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르로써, 고전적인 의미의 어드벤처는 확실히 죽었지만, 구성 요소로써 어드벤처는 사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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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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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

예시로 든 게임들 중 피닉스 라이트Phoenix Wright는 영문판 제목이고 원제는 '역전재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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