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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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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퍼즐 앤 드래곤 뜯어보기

1 post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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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혹시 못 보신 분들 참고하실만할까해서 옮겨봅니다. 
뭔가 잘못된 관점이라던가 하는걸 지적해주시면 더 좋고요 +_+

I. 퍼즐 앤 드래곤은 어디가 우수한가

1. 들어가며

재미있는 어떤 게임은, 특징적인 요소 하나가 살인적으로 재미있다. 그래서 그 재미 하나를 위해 다른 다양한 불편함이나 짜증스러움을 감수해야한다. 또 다른 어떤 재미있는 게임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이 다방면으로 잘 만들어져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전자에 속한 게임으로 나는 아머드 코어3를 든다. 매카닉을 조작하는 쾌감에 빠져 게임을 놓기 어려웠지만, 불합리한 조작계는 시종일관 나를 짜증스럽고 괴롭게 만들었었다. 몬헌도 비슷하다. 전투의 쾌감에 사로잡혀 하기는 계속 하는데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UI의 황당함과 불친절함에 울화통이 터졌다. 후자쪽의 예로 들기 좋은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정도? 물론 지금의 와우와 오리지널의 와우를 비교하자면 다양한 부분에서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긴 하지만, 그때 당시에 와우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다방면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한 가지 더, 후자에 속하는 게임은 ‘도대체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와우의 여러 우수한 부분들은 불성때 까지만해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항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와우를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분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정도의 논란도 없는건 세상에 뭐가 있을까. 세종대왕의 위대함 정도?) 퍼즐 앤 드래곤에 빠져든지 몇 달이 지났는데 여기에 대해 뭔가를 써내려가기 어려웠던 이유도 그것이다. 나에게 이 게임은 전체적으로 다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역으로 어디가 구체적인 재미요소인지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이제는 가닥이라도 좀 잡은 것 같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를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이해 못한 부분들이 있을거다.

요약 : 퍼드 짱 잘만듬. 지금부터 내가 왜 이 게임이 잘 만들어진건지 설명할건데, 잘 설명할 자신은 별로 없음

 

2. 던전

시작은 ‘던전’으로부터 하려한다. 퍼즐 앤 드래곤의 던전. 단조롭고 별볼 일 없다. 던전마다 정해진 풀(pool) 내에서 몹을 몇 마리씩 뽑아 (아마도 배틀별로 정해진 코스트에 맞게 랜덤하게 결정하는 듯 하다) 내보내고, 중요한 지점에만 고정된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말하자면 레벨 디자인이고 뭐고 그런거 없고, 적과 나만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내가 여기서 언급하려는 ‘던전’은 당연하게도 ‘적’으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의미한다.

퍼즐 앤 드래곤의 던전은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이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다른 게임들과 비슷하다. 퍼즐 앤 드래곤이 재미있어지는 지점은 그 조건들을 돌파하는 방법도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마침 지금 스페셜 던전인 ‘물의 역룡’이 좋은 케이스이다. 물의 역룡의 특징은 멍청하리만치 높은 방어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대신 체력은 낮기 때문에, 방어력만 돌파할 수 있다면 대충 몇 방, 운이 좋아서 콤보가 잘 터지면 한 방이면 끝낼 수 있다. 일단 방어력을 돌파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플레이어들은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방법으로 이 던전을 돌파한다.


  • 1) 방어력을 0 으로 만드는 스킬 (시바) 을 사용한다. 그리고 약간의 딜이면 된다.
    2) 전투를 길게 늘리고 (에키드나) 방어력을 무시하고 적용되는 독 (넵튠) 을 사용한다.
    3) 방어를 적당히 낮추고 (기계골렘) 극딜로 녹인다.
    [/list:u]
    그 외에 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으나 일단 지금 떠오르는건 이 정도이다. 물론 이 정도의 가짓수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일반적으로 - 특히 온라인 - 게임에서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딱 하나인 경우는 의외로 드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여러 ‘해결 방법’들 중에서도 특히 효율이 좋고 손쉬우며 접근이 편리한 방법이 언제나 존재한다는거다.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 방법을 사용한다. 다른 방법들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취급받는다.

퍼드에서는 좀 다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물의 역룡을 잡기 위해 위에 나열한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얼마나 될까? 일단 이 게임에 대략 기십만원을 쓴 나는 저들 중 한 가지 방법을 통해 ‘가까스로’ 클리어했다. 다른 두 가지 방법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두 가지 방법에 필수적인 유닛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바와, 에키드나와, 넵튠과 기계골렘을 모두 가진 플레이어는, 당연하게도, 존재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 흔하지는 않을게다. 넷을 모두 가졌다고 한들 그것은 ‘물의 역룡 던전’에만 적용될 뿐다. 다른 던전은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퍼드에는 던전이 참 많다. 따라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플레이어가 던전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인 자신의 ‘팀’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없는 카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팀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요약 : 퍼드의 던전은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3. 팀 구성

퍼드에서는 일반적인 카드 게임에서 ‘덱(deck)’이라 부르는 것을 ‘팀’이라 부른다. (카드 게임과 유사점은 굉장히 많지만 게임 내 어디에서도 실제로 카드를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즉 퍼드는 스스로를 딱히 카드게임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플레이어는 팀을 구성함에 있어, 당연하게도 ‘자신이 지금 도전하려는 던전’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막보스의 공격력이 엄청난데 대신 공격 간의 간격 즉 쿨타임이 길고 물 속성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법들이 있을 수 있다. 퍼드를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떠올릴 만한 해법들이다. 문제는, 그 해법들을 내가 사용할 수 있는가이다. 왜 문제가 되냐면, 퍼드에 존재하는 500여 가지 유닛을 모두 가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인벤토리 자체가 최대한 확장해봐야 500개다. 유닛의 수는 500을 넘어가고)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의 가짓수가 대여섯가지라고 할 때,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가능한 방법은 그들 중 기껏해야 한두가지 정도일 것이다.

퍼드의 팀짜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지점에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유닛들로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만 한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온라인 게임의 흔한 케이스, 즉 여러 방법을 모두 취할 수 있으니 그들 중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을 취한다는 개념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여러 방법을 모두 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들고 또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흔히들 게임에서 ‘성장’ 이라고 하면 수직적인 성장만을 연상한다. 레벨업이라던가, 스킬의 수치가 증가하는 등의 요소가 그것이다. 대체로 ‘숫자의 증가’를 연상한다. 그러나 퍼드에는 한 가지 성장이 더 있다. 이 성장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사실상 성장보다는 ‘확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유닛의 종류의 확장이 그것이다. 이미 가진 유닛의 레벨이 오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더 다양한 종류의 유닛들을 구해야만 한다. 종래의 종적인 성장 (레벨업) 은 물론이고, 유닛 가짓수의 횡적인 확장 또한 게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개별 유닛의 관점으로 보자면 당연히 레벨이 높을수록 좋지만, 아무리 높은 레벨의 유닛을 가지고 있어도 ‘반드시 필요한 바로 그 유닛’이 없다면 클리어할 수 없는 던전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이 목표로 하는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유닛이 있다고 그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퍼드의 퍼즐은 장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퍼즐 즉 퍼드의 전투이자 액션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요약 : 다양한 해결방법이 존재한다고 이미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그 방법 – 유닛 – 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횡적인 확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 퍼즐 풀기 (액션)

퍼드의 퍼즐은 매치3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주얼드로 시작되어 주키퍼 등의 다양한 후속작들을 만들어 낸 유명한 퍼즐 룰이다. 이전의 글에서도 말했듯 게임에서 어떤 매커니즘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보려면, 그걸 따라한 게임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면 된다. 비주얼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만큼 성공한 게임이며, 비주얼드가 사용하는 매치3룰 또한 그런 정도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

퍼드는 여기에 딱 하나의 룰을 더해서 게임을 훨씬 더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추가된 룰은 ‘처음에 찍은 퍼즐 조각의 이동에 공간적 제한이 없다’ 라는 점이다. 기존의 매치3 룰에서 플레이어는 처음에 찍은 퍼즐 조각을 상하좌우로 한 칸씩만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이동한 자리에 있던 조각은 플레이어가 움직인 조각의 처음 자리로 들어온다. 즉 상하좌우로 인접한 두 조각의 자리만을 바꿔줄 수 있다. 퍼드에서는 이 과정을 연속적으로, 공간적으로라면 어디로든 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의 제한만이 존재할 뿐이다. 일정 시간 내에 조작을 끝내야 한다.

이 룰은 크게 두 부류의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했다. 우선 비주얼드류의 매치3를 접해보았던 플레이어. 이들에게 기존의 매치3는 익숙하다. 그러나 그런 익숙한 이들에게도 퍼드의 새 룰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적어도 ‘나 좀 잘하는거 같아’ 라는 기분을 북돋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주얼드에서 4-5콤보는 굉장히 성공적인 케이스인데, 퍼드에서 4-5콤보는 게임을 조금만 해보면 손쉽게 가능하다. 어차피 다른 게임의 다른 룰이긴 한데, 왠지 전보다 월등히 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런 착각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하게 만드는 것은 성공적인 게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소위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들이 이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 단순하고 쉬운 조작을 했을 뿐인데 게임 내의 내 캐릭터는 엄청난 기술을 무척이나 화려하게 사용한다. 그게 멋지다. 좋다. 재밌다는 느낌을 준다. 퍼드의 퍼즐이 비주얼드에 비교해서 주는 기분도 아마 그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두 번째 부류는 매치3류의 게임을 해보지 않았던 플레이어들이다. 매치3 자체가 이미 광범한 플레이어 계층에 어필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낸 게임 매커니즘이다. 퍼드의 룰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있다. 당연하게도 매치3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에게조차 재미있다. 매치3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과 매치3를 해 보았던 사람을 합치면, 세상 사람 모두가 된다. 빅히트는 당연하다. (혹시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마지막 문장은 말장난이다. 농담을 농담이라고 설명하는 상황에서 이미 농담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졌지만)

 
한편 퍼드의 액션 – 퍼즐 풀기 – 은 퍼드의 맥락에서 벗어나서 그것만 떼어놓고 봐도 우수한 매커니즘이긴 하지만, 퍼드의 맥락 속에서라면 더 놀라운 점을 가지고있다. 이 액션이 자신이 짠 팀의 구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것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컨대 내가 어둠 속성으로 도배된 팀을 짜서 던전에 입장했다. 그리고 극딜이 필요한 순간, 나는 화면 내에 존재하는 모든 빛 속성 퍼즐 조각을 하나로 맞추었다 !!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팀의 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행동이기에 실패로 돌아간다. 또 다른 예로 내가 이시스*2 팀을 짜왔다고 가정해보자. 이시스는 3 가지 서로 다른 속성으로 공격하면 공격력이 3배가 되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다. 이시스가 2개라면 3*3 = 9배의 데미지를 준다. 이럴 경우 파란 색으로 30개의 퍼즐 조각을 맞춰 터뜨리는 것보다는 파란색 3개, 빨간색 3개, 노란색 3개를 맞춰 터뜨리는 것이 더 강력하다. 팀의 구성을 의식하고 퍼즐을 풀어야만 한다.

퍼드에서 팀 구성과 액션의 연계는 꼼꼼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으며, 이는 비단 위에서 예로 든 패시브 뿐 아니라 액티브 스킬과도 얽혀있다. 이건 ‘나는 분무전사 세팅으로 입던했으니 분무전사 스킬만 누르면 돼’ 라는 식의 수동적인 사전 준비 – 자동 실행의 프로세스와는 다르다. 퍼드는 단순히 버튼만 누르면 의도대로 실행되는 게임이 아니라, 퍼즐판을 끊임없이 주시하며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둠 속성 공격’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퍼즐판을 보고, 어둠 속성 조각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이들을 어떻게 움직여서 연결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다른 색깔 조각들을 맞출 수는 없을지,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연구하게 만든다. RPG의 스킬 사용이 흔히 단축키를 누르는 하나의 동작으로 완결된다면, 대전격투에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커맨드를 타이밍에 맞춰 입력해야 한다. 퍼즐 앤 드래곤의 퍼즐은 대전격투 게임의 스킬 사용 커맨드가 매번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커맨드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최소 데미지와 최대 데미지 사이를 자신이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구도는 대전격투 게임이 아니라 퍼즐판 위에서 이루어지며, 그 위에 적용되는 규칙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지나치게 복잡하다거나 어려워지는 불상사는 없다.

이 구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대전 격투 게임에서 흔히 떠올리기 쉬운 ‘기술 편집’은 ‘팀 구성’ 이라는 형태로 들어가 있다. 커맨드 입력은 매번 같아서 단조롭지 않으며 언제나 다양하다. 게다가 커맨드 입력에 따라서 기술의 세기나 방향 내지는 성격을 매번 직접 조작할 수 있다. 퍼즐 자체로서의 재미도 완성도가 높지만, 팀 구성과의 연계 때문에 더욱 흥미로워진다.

요약 : 퍼드의 퍼즐은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도 높지만, 퍼드라는 게임 내의 다른 부분들과 연계가 탁월하다.

 

5. 디자인 요소의 유기적 연계가 핵심

퍼드의 뼈대는 던전과, 팀과,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던전은 다양한 조건들의 충족을 요구하고, 플레이어는 이에 부응하여 적당한 팀을 짜고 그에 걸맞는 액션을 행함으로써 조건을 돌파할 수 있다. 퍼드를 해보면 단박에 ‘재미있다’라는 점이 느껴지지만, ‘왜 재미있는가?’가 손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정한 어떤 부분이 아니라, 뼈대를 이루는 세 부분 사이의 연계가 유기적이고 몹시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으며, 그것이 바로 퍼드가 재미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요구하며 서로가 그 요구에 부응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그 사이에 번거롭거나 복잡한 군더더기가 없는 게임. 이 세 분야의 시너지는, 화면 가득히 형형색색으로 쌓인 퍼즐조각들이 언뜻 보기엔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듯 싶지만, 딱 하나의 조각만을 최소한도로 움직임으로써 서로 맞물려 남는 조각 하나 없이 모두가 터져나가는 멋진 광경을 연상케 한다.


II. 퍼즐 앤 드래곤은 왜 돈을 잘 버나

게임 디자인 쪽은 그나마 좀 하는 편이긴 한데 (내가 가진 재능들 중에서 그렇다는거지 남들보다 그렇다는건 아님) 과금쪽은 유수의 전문가들이 널려있는 가운데 이런걸 써서 뭘 하나 싶긴 하지만, 개인적인 정리 차원에서 써보기로 한다. 들어가기 전에 혹시나 싶어 한 마디 써두자면, 실질적으로 ‘퍼드가 왜 돈을 잘 버는가’는 시장의 상황이라던가 유저의 트렌드와 같은 다양한 부분에 걸친 여러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걸 잘 몰라서 말단 게임 디자이너의 자리에 있는만큼, 이 글은 ‘게임 디자인에 스며들어 있는 과금 요소’ 들에 대해서만 다룬다. 게임 디자인 외적인 과금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1. 유혹하는 과금

퍼드는 과금 체계 부분에서도 멋진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에서 돈을 쓸 수 있는 부분은 물론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성장’에 관련된 부분이 집중적으로 ‘돈을 긁어내도록’ 짜여져 있다.


앞서 포스팅에서 나는 이 게임의 성장이 수직적인 성장 (레벨업) 뿐 아니라 수평적인 확장 (유닛의 가짓수 늘리기) 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둘 중 하나가 부족하면, 전체적인 성장이 다소간 삐걱거리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과금은 둘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로 동작한다.

일단 설명이 손쉬운 유닛의 종류 다양화부터 얘기해보자. 퍼드에서 더 많은 종류의 유닛을 가지기 위해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레어 에그를 긁는 것 즉 돈을 쏟아붓는 것이다. 던전 드롭을 노려보자니 생각만큼 드롭이 잘 되지 않는다. 확정 드롭을 하는 던전 (지옥급) 이 있긴 하지만 거길 가려면 상당한 수준의 전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간단하게 레어 에그를 몇 개 긁으면 새로운 – 게다가 성능이 꽤 좋은 – 유닛을 얻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과금 의욕을 고취시켜 과금전사로의 명예를 드높이고픈 욕정에 불타게 만든다.

유닛의 레벨업은 어떨까? 언뜻 보기엔 과금과는 크게 관계없어 보인다. 그러나 질러 본 사람은 안다. 돈을 지르면 유닛의 레벨업이 얼마나 빨라지는지. 유닛을 레벨업시키기 위한 아이템인 ‘강화 재료’ 는 테크니컬 던전에서 얻은 펭공을 진화시키거나, 사파/에메/루비/메탈/골드 드래곤류를 잔뜩 모으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드래곤류의 강화 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래곤류의 강화 재료를 빨리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세 번 각기 한 시간씩 열리는 던전을 잽싸게 클리어하는 것이다.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건 전혀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단지, ‘스태미너’의 부족이 문제가 될 뿐이다.

스태미너 자체가 이 게임에서 일종의 행동력이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는 분야가 없긴 하지만, 레벨업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는 일에는 특히 스태미너의 ‘집중’이 중요하다. 스태미너의 총량보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스태미너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태미너를 집중시키기 위한 가장 손쉽고 편리한 방법은 역시 ‘돈을 지르는’ 것이다.

요약 : 퍼드에서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성장을 위해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은 돈을 쓰는 것이다.

퍼드에서는 수직적 성장이나 수평적 확장이나 돈을 쓰는 것이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어렵지도 않다. 퍼드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인터넷 상의 많은 기사들은 상당수가 그 점유율이나 게임에 얽힌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보다는 ‘매출’ 이다. 퍼드의 과금 유혹은 당신이 퍼드에서 길을 잃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어느 방향에서든 당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과금을 안하면 게임을 할 수 없는건 아니다. 나와 극히 절친한 어떤 이는 퍼드에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고 100랭크를 넘겨서도 열심히 퍼드를 한다. 퍼드가 돈을 쓰지 않는 플레이어를 구박했다면 그녀가 몇 개월에 걸쳐 퍼드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유혹을 참으면 되는 일이다. (말이 쉽지 …)

2. 확밀아의 과금과 겹치는 부분들

한편, 방금 설명한 퍼드의 과금 유혹은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미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부분유료화를 택한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질에 대한 욕구별로 유저를 나누어 각 계층의 유저들에게 대응하는 ‘지를만한’ 아이템을 만들어둔다. 확밀아와 퍼드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편인데, 공교롭게도 여기에서 겹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과금을 할 생각이 없는 유저들에 대한 대응. 부분유료화 게임의 과금 관련 디자인에서 일반적인 인식은 ‘한 번이라도 질렀던 유저는 앞으로 언젠가는 다시 지른다’ 와 ‘지금까지 지르지 않았던 유저는 앞으로도 지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금 디자인 팀의 당면한 과제는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지르지 않았던 이들이 아주 작고 사소한 거라도 한 번 질러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장 보편적인 해법은 ‘과금의 맛을 무료로’ 보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맛을 공짜로 너무 많이 즐기게 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까 (돈 안써도 돈 쓴 것처럼 해주는데 왜 돈을 써)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을 해야한다.

확밀아에서는 서버다운이든 뭐든 핑계만 있으면 ‘뽑기 티켓’을 준다. 다른 부분유료화 게임에서보다 후하게 주는 느낌이다. 어쨌든 플레이어는 이 뽑기 티켓을 써서 새 카드를 뽑아보고, 게중에 대박이 걸리면 혹하게 된다. ‘서버가 다운되지 않아도 이런걸 해보고 싶다 … ‘

퍼드에서는 확밀아만큼 관대하진 않지만 ‘마법석’을 무료로 나눠준다. 주로 일정한 기간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이 기간내내 하루에 하나씩 준다. 레어 에그 하나 긁어보려면 마법석이 5개 필요하므로, 이벤트 기간내내 하루에 한번 씩이라도 접속을 하면 5일이면 새 유닛을 하나 뽑아볼 수 있다. (물론 모아서 레벨업을 위한 스태미너 충전에 써도 된다) 확밀아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서 뽑은 새 몬스터가 5성 6성이 걸리면 혹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던전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도 마법석을 하나씩 주는데, 주로 신규 진입한 플레이어들에게 초장부터 과금동기를 강화해놓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실제로는 이때 받는 마법석을 다른데 쓰기보다는 모두 쏟아부어 인벤토리를 확장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다. 속지말자)

요약 : 무과금 유저를 과금 유저로 만들기 위해 ‘과금 맛배기’ 상품을 종종 던져준다. 

경(輕)과금 유저에게는 ‘기다림을 줄여주는’ 상품을 내놓는다. 확밀아와 퍼드 모두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 일종의 – 행동력이 쌓이고, 행동력이 있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과금을 통해 이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가 있으며, 두 게임에서 모두 이 장치는 경과금 유저를 겨냥하고 있다. 확밀아에서 돈을 쓰긴 쓰되 많이 쓰고 싶지 않은 유저들은 대체로 녹차와 홍차를 빠는데 돈을 쓴다. 퍼드에서도 돈을 쓰긴 쓰되 많이 쓰고 싶지는 않은 유저들은 대체로 마법석을 약간 사서 결정적 시점 (드래곤 강화 재료 던전이 열리는 시점)에 스태미너를 회복하는데 사용한다. 이 과금 유도책은 앞서 말한대로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이자, 안정적이지만 대박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신 가격대 성능비는 꽤 괜찮고,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붓는 중과금 유저에 비해 자신이 사는 상품의 가성비를 좀더 따져보는 경과금 유저들에게 알맞다.

요약 : 경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은 가성비가 좋다. 주로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를 쓴다. 

중(重) 과금 유저들에게는 모험적 성격의 상품을 통해 유혹한다. (어차피 이 계층에 속한 유저들은 똥을 내놓고 사라고 해도 살거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상품은 표면적으로는 모험적이지 않다. 일정 이상의 결과를 언제나 보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좀 다르다.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들은 그 결과로서 ‘일반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상품을 주긴 하지만, 그 상품이 ‘나에게도 높은 가치’를 지니리라는 보장이 없다. 확밀아에서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카드를 뽑을 방법은 없다. 일단 슈레플이 뜨면 좋긴 한데, 그게 나에게 최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퍼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꼭 교활한 로키를 뽑아서 내 암흑 속성 단일 파티를 완성시키고 싶지만, 그렇다고 교활한 로키를 강제로 뽑아낼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오로지 더 많은 돈으로 더 지르는 수 밖에 없다.

대신 ‘기간 제한 부스트’의 장치를 통해 이런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척 하면서, 돈을 더 뜯어낸다. 일정한 기간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 줌으로써 해당 기간동안의 과금욕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라는게 함정. 직접 그 유닛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중과금 유저 대상 상품은 흔히들 ‘가챠’라고 부르는 그 장치의 속성 그대로이다.

요약 :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은 더도 덜도 아닌 ‘가챠’ 그대로이다.


실생활에 비유해보자면 게임 자체를 의식주와 같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때, 무과금 유저 대상 대책은 ‘경품 당첨’과 비슷한 정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공짜로 맛을 보여주고, 이후의 구매로 연결되도록 만든다. 마사지 경품에 당첨됐는데 기본 3회 무료이고, 이후 최대 10회까지 추가 결제시 30% 할인 혜택 쿠폰과 비슷한 느낌? 경과금 유저 대상의 과금 유도책은 비싸지 않은 기호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나 음악, 영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들은 고가의 사치품에 해당한다. 요트라던가 스포츠카라던가. 목구멍에 풀칠’만’ 하면서 살겠다면야 돈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다면 내가 왜 퍼드에 기십만원을 쏟아부었겠는가.

전체적으로 퍼드는 게임 디자인의 핵심적인 세 요소가 우아하고 유기적인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 허리에 속하는 팀 구성, 다시 그 속에서도 ‘성장’에 관련하여 과금 요소를 촘촘히 깔아두었다, 아울러 서로 다른 과금 욕구를 가진 다양한 층위의 유저들에게 적절히 대응하는 정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효과도 괜찮은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좁은 화면으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마트폰 게임을 그닥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 비싼 돈을 치르고 - 보게 해 준 게임이기도 하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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