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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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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게임 디자인 심층 탐구 : 암네시아의 '제정신 계측기'

1 post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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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esign Deep Dive: Amnesia's 'Sanity Meter'

가마수트라에 이 딥다이브(심층 탐구) 시리즈 언제 생긴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번편은 꽤 재밌네요. 초기의 컨셉이 이터레이션을 거듭해가며 최종버전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게임 디자인의 관점으로 이런저런 의사결정들을 내리는 모습이 뭔가 쾌감을 주는 ... 오래전 게임 잡지 등지에서 유행했던 온라인 게임 여행기 ... 인데 '바로 내가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의 여행기'를 읽는거랑 비슷한 기분. 말미에 살짝 자아도취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인 것 같고요.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223931/game_design_deep_dive_amnesias_.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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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 프릭셔널 게임즈Frictional Gam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그립Thomas Grip
 

나는 토마스 그립이며,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 페넘브라Penumbra, 암네시아: 더 다크 디쎈트Amnesia: The Dark Descent를 만들었고 곧 소마Soma를 출시할 프릭셔널 게임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뭘 : 제정신 미터
 

이 글은 암네시아: 더 다크 디쎈트의 제정신 계흑기를 설명하기 위해 쓰여졌다. 그러나 이 계측기 자체를 설명하기전에, 어둠darkness 매커니즘을 좀더 얘기하겠다. 어둠 매커니즘과 제정신 계측기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암네시아의 개발 초기, 우리가 노르딕 게임즈Nordic Games로부터 투자 유치를 시도할 즈음에, 우리는 너무 많은 자금과 자원을 쓰지 않고 게임을 개발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몬스터를 모두 없애버리면 어떄?" 물리적 몬스터의 존재를 넣기보다는 어둠 그 자체를 적으로 두는 것이다. 여러분은 적으로부터 도망가는게 아니라, 특정한 암흑으로부터 달아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진 제한된 자원에 알맞아 보였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사람은 세 명 뿐이었고, 여기에는 당시의 유일한 아티스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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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의 단계 - 최종 버전

이제 문제는 플레이어가 어둠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이에 디자인 작업을 하며, 플레이어가 빛과 어둠의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창문과 촛불과 거울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만들어갔다.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플레이어의 체력은 내려가고, 따라서 플레이어는 환경을 조작하여 그림자로부터 멀리 가야만 한다. 이를 기초로, 우리는 몇 개의 맵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전혀 안먹힌다는게 밝혀졌다. 

문제는 애초에 미학적으로 의미있게 배치된 - 호러 게임에서의 조명과 그림자처럼 - 뭔가를 게임 매커니즘을 통해 플레이어가 조작하기 시작하면서, 의미있었던 미학과 분위기가 망쳐진다는 점이었다. 호러 게임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명은 모두 개판이 되고 화면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적절한 게임플레이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 방은 무수한 거울들로 도배되고 말도 안되는 크기의 가구가 배치되어야 했으며 터무니없는 구도가 필요했다. 그저 이상할 뿐이었다. 

이때가 우리가 최초로 제정신 계측기를 떠올린 시점이었다. 어둠이 플레이어의 체력이 직접 영향을 끼치기보다,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게 훨씬 말이 된다. 이는 또한 우리로 하여금 실제적인 몬스터를 추가하고 다른 종류의 (어둠과 관계없는) 퍼즐들 또한 추가하기로 결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부 콜 오브 크툴루Call of Cthulhu이터널 다크니스Eternal Darkness와 같은 게임의 영향을 받아, 그리고 일부는 우리가 만든 페넘브라Penumbra의 영향을 받아, 제정신 시스템이 태어났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개념은 우리 게임에 끼워넣기가 훨씬 쉬웠다.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보거나 무서운 사건을 목격하거나, 그리고 물론 어둠 속에 있으면 제정신을 조금씩 잃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최초 핵심 매커니즘 - 어둠의 공포 - 는 보다 중요한 제정신 시스템의 일부로 격하되었다. 

이 시스템은 또한 서사적 관점에서도 훨씬 잘 동작했다. 시나리오가 고조되어감에 따라 게임의 배경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보이게되는 가운데 주인공이 어둠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서사적으로 완벽하게 동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배경을 압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좋은 호러 게임은 때로 밀실공포증적 공간과 낮은 가시성으로부터 나온다. 오리지널 어둠 시스템은 플레이어들이 살아남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제정신 시스템은 비좁은 공간에서도 제대로 동작했다. 이는 또한 우리가 묘사하려는 분위기에서 점프 높이나 속도와 같은 여러가지 플레이어 캐릭터의 스탯값에도 훨씬 더 잘 들어맞았다. 

옆구리노트 : 초기의 매커니즘이 공간과 캐릭터에 끼치는 영향력도 충분히 흥미로우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 초기에 우리는 기어으로기, 다리 연장, 플랫폼 사이를 점프하기 등 격하게 움직이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려했었는데, 어둠 매커니즘을 통해 우리는 이런 게임 매커니즘이 스토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어멍 더 슬립Among the Sleep 은 딱 이런 게임플레이를 가지고 있으며 꽤 괜찮게 동작한다.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았던게 이 게임에는 어울리는 이유는 게임의 주인공과 세계관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비록 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어둠은 여전히 핵심적인 요소들 중 하나였는데, 제정신 시스템이 자리잡은 직후 추가된 아이템들이 그 증거이다. 플레이어는 어둠을 피하기 위해 램프 기름을 찾아 랜턴을 계속 켜거나, 부싯돌을 찾아 게임 내 곳곳에 존재하는 광원 (예: 스토브나 초 등) 에 불을 밝히고 다녀야 한다. 

물론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제정신도를 충전해주는 포션이나 체력을 늘려주는 특수 포션도 존재한다. 이는 우리에게 꽤 괜찮은 게임 내 역학구도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플레이어는 빛을 간수하여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템들을 잘 관리해야한다. 낮은 제정신도는 플레이어의 체력 또한 낮추기 때문에, 체력 포션은 제정신 매커니즘에도 연결이 되어 있다. 아이템의 획득과 관리 시스템은 이렇게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이 된다. 

우리는 이런 모든 면들이 합쳐져서 우리는 이 시스템이 꽤 긴장감있으며 플레이어들은 제정신으로 (그리고 살아있는 채로) 있기 위해 상당히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단계의 개발에서 우리는 이 게임이 우리의 전작인 어드벤처 게임 페넘브라Penumbra시리즈와 비교적 다르며, 좀더 매커니즘과 레벨 기반의 게임이 되길 원했다. 실제로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암네시아수퍼 마리오 64의 허브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으며, 제정신 시스템과 체력 수준은 레벨에 의해 제한된다. 이는 역학을 중심으로 한 기반 게임플레이 구성과 이의 조정을 손쉽게 해주었다. 

이 제정신 시스템에는 엄청난 '게임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현재 체력과 제정신도는 숫자로 찍혀나오며, 일정량의 아이템을 얻으면 팝업이 뜨는 등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수치들을 명확하게 노출하고 있었고, 따라서 게임플레이는 굉장히 시스템 중심적이었다. 

그러나 2009년 8월경,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금은 부족해지고 있었지만 게임은 여전히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부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건 게임을 어드벤처 스타일로 만들되 매커니즘에 둔 초점을 거둬들이고, 서사와 환경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었다. 

제정신 시스템도 더이상 숫자로 이루어진 추상화된 수준에서 머무를 수가 없었다. 제정신도가 낮아지면 플레이어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직접적인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야 했다. 우리는 이를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풀어냈다. 

첫째로, 우리는 현재 제정신도를 인벤토리 화면을 열었을 때만 볼 수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덜 명확하게 보여주기로 했다. 이는 초기 바이오 해저드사일런트 힐 시리즈에서와 유사한 방식이다. 플레이어에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보를 전해주게 되고, 이를 통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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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인 제정신 시스템은 초기의 구상에 비해 보다 모호하다

보다 액션에 기반하는 게임에서는 현재 상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게 좋은 게임 플레이 역학을 위해서도,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 한 쪽 플레이어의 체력게이지가 0에 가까울 때 얼마나 긴장감이 넘치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호러 게임은 느린 페이스의 게임이다. 정보에 기반하여 정확한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어둠 속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무슨 일인가 일어났을 때 기겁을 하는 쪽에 가깝다. 제정신 계측기와 같은 요소는 딱 이런 종류의 플레이에 알맞은 피드백을 제공한다. 느리게 썩어가는 뇌의 모습은 주인공의 현상태를 묘사하는 텍스트와 더불어 플레이어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 그러나 이를 통해 전략을 더 가다듬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게임의 현상태를 보여주는 게임 내 요소가 필요했다. 이는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우선은 광기의 침잠이라는 일반적인 감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다음은 플레이어를 짜증스럽게 해서 이런 상태를 벗어나고 싶게 만들되, 게임을 그만 둘 정도로 짜증나지는 않게 하는 것이다. 

짜증나되 너무 짜증나지는 않은 시각적 절충점을 찾아가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딱 맞는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며칠간 앉아서 이를 위한 시각요소만을 튜닝하기도 했다. - 때로 치밀어오르는 욕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오랜동안 쉬어야하기도 했다. - 결과적으로 우리는 최선이라 여겨지는 것에서 살짝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아파하는 것을 확실하게 막기 위해서였다. 

호러 게임에서 여러분은 플레이어에게 일정 수준의 실질적 불편함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불편하게 만들어버리면 몰입을 깨게 된다. 무엇보다도 공포란 상상에 기반하는 것이다; 뭔가가 완전히 진짜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 즐거움은 그 지점에서 멈춘다. (애초에 호러 게임이란게 즐거운게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들도 좀 있겠지만 ...) 호러는 실제처럼 느껴져야하는거지, 실제여서는 안된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는 제정신이 빠져나갈 때 이를 알려주는 약간의 장치를 더해야 했다. 제정신도가 높을 때의 시각 효과는 매우 미묘하다. 즉 제정신도가 좀 낮아지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플레이어가 진짜 위험한 곳에 갔을 때 이를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여기서 나가고 싶어!!"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제정신도가 낮아지는 일은 종종 짧은 기간동안에만 생기기 때문에, 우리는 '제정신도'보다는 '불쾌감'의 관점에서 이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제정신도가 낮아지는건 플레이어를 꽤 괴롭힌다. 우리는 여기에 마이크 앞에서 달걀을 깨뜨리는 오디오 효과를 적용했고, 이는 화면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효과와 함께 재생된다. 이 이펙트는 정말정말 오싹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감성적 충격을 준다. 암네시아에는 특별히 이를 없애기 위한 모드(mod)까지 존재한다. 플레이어의 제정신도가 낮은채로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더 끔찍해지는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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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폴

우리가 제정신 시스템에 추가한 또 다른 요소는 제정신도를 확 떨구는 급작스런 사건이다. 예를들어 게임 초기에 문이 예상치 못하게 슬그머니 열리면서, 화면이 흔들리는 이펙트와 함께 "제정신도 하락 이벤트"를 알리는 특정한 사운드가 재생된다. 

우린 이 장치가 제대로 동작할지 정말로 확신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이는 플레이어에게 "우왁!! 이제 겁먹을 시간이에요!!"하고 말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요한 목적을 위해 필요했는데, 플레이어가 제정신도에 주목하는 가운데 상황을 고조시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요소가 게임의 역학을 크게 도와준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이를 그대로 유지한 이유였다. 플레이테스트 결과 몇몇은 우리가 의도한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고, 따라서 유지한다는 정책은 최종 버전까지 유지되었다. 

제정신 시스템은 점점 다듬어져갔고, 플레이테스트 결과는 이 시스템이 정확히 우리가 의도한대로의 효과를 보여준다는걸 확인해주었다. 그러나 장시간 플레이 테스트를 시작하자 한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다: 밸런스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게임의 방향을 바꿀 때, 게임은 수퍼 마리오스러운 서로 단절된 레벨 디자인에서 게임 월드간에 서로 연결된 형태로 바뀌었다. 레벨들은 이제 우리의 이전작들 또는 사일런트 힐이나 바이오 해저드와 같은 형태로 되어 있었다. 이는 즉 우리가 레벨들 사이를 이동할 때 제정신도를 손쉽게 리셋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출시 반년 정도 전에 이런 점들이 심각한 밸런스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가까스로 제정신도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멋진 경험을 한다 - 딱 우리가 바라는 대로이다. 문제는 이런 케이스가 플레이어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제정신 시스템의 존재 자체를 인식조차 못한채로 게임을 했다. 또 다른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거의 대부분을 짜증나는 수준의 제정신도를 유지하면서 진행했다. 다시말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제정신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고, 더 안좋은 것은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에게는 게임을 거의 플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버린다는 점. 

처음에 우리는 잽싼 튜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곧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임 진행 중 제정신도의 변화는 여러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그들이 얼마나 주의깊게 주변을 탐색하는지, 길찾기에 얼마나 능한지, 부싯돌을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등등. 심지어 모니터 밝기 상의 미묘한 차이조차 문제시되었다. 수 시간 동안의 게임플레이 내내 지속되는 시스템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든 주기적으로 제정신도를 리셋하기로 했다. 플레이어가 어떤 퍼즐을 해결하고나면 제정신도를 어느정도 채워주는 식이었다. 이 추가사항은 일종의 주기적인 리셋으로 꽤 잘 먹혀들었지만,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다. 플레이어들은 퍼즐들 사이에서 짜증나는 상황에 빠져들곤했고, 우리는 제정신도를 완전히 리셋하지도, 시스템이 우리가 원하는 느낌을 주게 만들지도 못했다. 

마침내 우리는 제정신도와 관련된 모든 장애물을 삭제했다. 그리자 제정신도는 게임플레이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 그저그런 요소들 중 하나가 되었다. 만약 누군가 게임 전체에 걸쳐 제정신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진행하더라도, 심지어 계속해서 떨어지게 냅두더라도, 여전히 게임은 할 수 있다. 대신 우리는 추가적인 시청각적 요소들을 도입하여 사람들이 제정신도를 적절히 관리하는데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이는 애초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동작했다. 우린 제정신도에 얽힌 여러가지 요소들을 조합하여 훨씬 더 개판을 만들기도 했다. 예를들어 우리는 플레이어가 지나온 길과 현재의 상태에 기반하여 램프 기름의 양을 조절할 수 있었다. (어둠은 제정신도에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이게 만약 경쟁형 게임이었다면 이는 플레이어의 계획을 망쳐놓아 그/그녀를 화나게 했을테니 옳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런 조절장치를 삭제했고, 따라서 게임 전체에 걸쳐 제정신도의 높아지고 낮아지는 빈도에 비추어 플레이어가 어느정도의 제정신도를 가지고 있을거라 특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크게 개선했다. 누구도 램프 오일에 신경쓰지 않았고, 이전보다 훨씬 더 제정신도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이 시스템의 모호함과 무작위성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자기들만의 이론을 만들었으며, 정보의 부족은 그들을 훨씬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제정신도 시스템의 디자인 히스토리에 대한 마지막 노트: 개발의 마지막 약 4개월간, 게임에는 특별 제정신 포션이 도입되었다. 우리는 5월에 특별 프리뷰 버전을 출시했고 프리뷰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이 포션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프리뷰 참여자들은 이 포션이 게임에 잘 들어맞지 않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으며, 우리도 이런 의견에 동감했다. 우리는 이 포션을 제거할 것을 한동안 고려했으나, 워낙 오래된 요소였기 때문에 좀 망설였다. 하지만 프리뷰에서 받은 피드백은 이 요소의 제거에 마지막 쐐기였고 우린 제정신 포션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포션을 제거함으로써 게임 전반에 걸친 제정신 시스템을 모두 다시 튜닝한다는건 두려운 일이었지만 결국 이 조치는 멋졌으며 그럴 가치가 있는 일임이 드러났다. 

제정신 시스템은 개발기간 내내 대단한 여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 팀 규모의 제한으로 인해 - 몬스터를 대신할 요소로 시작되었고, 마리오의 장신구 수집 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받은 시스템이 되었다가, 게임 자체의 시스템이 되었으나, 결국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살려주는 주변부 배경 시스템이 되었다. 

우린 왜 이런 길을 걸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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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정신 시스템의 디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즈음에, 게임 내의 모든 요소가 반드시 성패가 분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내겐 점점 분명하게 다가왔다. 때로 뭔가를 너무 게임스럽게 만드는건, 오히려 여러분이 하려는 일들을 망쳐놓을 수가 있다. 

예를들면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게 종종 게임의 특정한 측면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등, 이전에도 이 주제에 대해 몇 개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었다. 그러나 나로 하여금 이 사실을 분명하게 만든 것은, 테일 오브 테일즈Tale of Tales의 미카엘 사민Michael Samyn이 쓴 이 글이었다. 지금 읽어보니 별로 대단할 것 없이 보이지만 당시에 내게는 정말로 자극이 되었다. 이 글은 내 마음 속을 떠다니던 몇 가지 생각들을 명확하게 정제할 수 있게 해주었다. 흔히 쓰이는 게임플레이 요소를 버림으로써 다른 무언가에 좀더 포커싱하는 게임에 대한 개념을 떠올려주었다. 요새 이런 구도는 매우 흔하지만 4년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미카엘의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나 또한 여기에 생각들을 블로그에 쓸 수 있게 용기를 얻었고, 여기서 읽을 수 있다. 몇몇 용어들과 결론들은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만, 이 글은 당시 내 생각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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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적은 내 생각들은 암네시아개발 막바지 반년간의 작업을 통해 제기되었던 여러 디자인 상의 이슈들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제정신 시스템은 그들 중 하나이다. 당시에 "비(非)게임notgames"의 시대정신이 싹트지 않았더라면, 디자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결정은 매우 명백한 것이었으며 당시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조금만 달랐더라면 나는 이 작업이 완료되었을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나는 이 일이 게임 디자인의 방향이라는게 주변의 개별 여건에 따라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개념에 열린 마음을 갖고 기존 게임의 덫에 갇히지 않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도 생각한다. 초점은 언제나 특정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되어야하며, 이를 성취하기 위해 몸에 밴 규칙들을 깨부숴도 괜찮다.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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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나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동작했고, 특히 이 시스템의 이면에 있는 히스토리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애초에 이 시스템이 동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전체 과정을 돌이켜보며 나는 세 가지 문제를 더 해결하고 싶다. 

- 아이템의 사용 면에서 밸런스가 잡혀있지 않다. 플레이어가 엄청난 양의 램프 기름을 모으는 등. 이를 회피하기 위한 매커니즘과 적절한 제한이 주어진다면 보다 나았을 것이다.
- 몇몇 플레이어에게 제정신 시스템은 안좋은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주변적 요소이긴 하지만 몇몇은 이에 대해 시스템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했고, 이럴 경우 게임의 다른 경험들은 별로 몰입적이지 못하게 된다. 소수의 플레이어들에게만 해당되긴 하지만 이게 필요악이었는지는 좀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만약 "수정"되었다면 이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좀더 살펴보고 싶은 부분이다. 
- 게임이 너무 아이템을 모으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한다면 온 사방에 흩어져있는 수 백개의 부싯돌통과 같은 게임스러운 아이템에 덜 의존적인 시스템으로 해보고 싶다. 좀더 특화된 아이템에 포커싱된, 매커니즘도 그에 맞춰진 게임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 솔루션은 제한된 개발 투자금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는 다음 게임인 소마Soma에서도 제정신 시스템과 유사한 것을 시도해보려한다. 그러나 우리가 해보고 싶은것은 제정신/어둠 매커니즘과 같은 것을, 배경시스템의 보조를 받는 추상적 시스템의 도움 없이도 해보는 것이다. 기본 개념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일정한 방식으로 레벨을 디자인하는 대신, 제정신 시스템과 유사하게, 서사적 관점에서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방식대로 하는 것이다. 엄격하고 단순한 시스템의 주도를 받지 않는다면 플레이어의 상상력은 자유로이 배회할테고, 이때의 경험은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게임 플레이 속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특정한 심리적 상태를 조성하는 일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린 여전히 이 아이디어로 작업 중이다.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면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겠지. 어떻게 될런지 지켜보자.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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