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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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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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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장르에 대해서

5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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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간략하게 썼던 얘기인데요, 좀더 정리해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원래 썼던 내용을 좀더 쉽게 풀이하기 위해 약간 늘려썼고, 그 외 다른 분들과 멘션을 주고받으며 설명드렸던 제 생각도 한데 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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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르 얘기를 떠올렸냐면 ...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장르는 좋은 이야깃거리입니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가 어떤 장르의 특징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걸 지켜보노라면, 장르론은 사실 마찰을 일으키기에도 꽤 적당한 소재라는걸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의견이 많이 갈린다는거겠죠. 저는 이러한 마찰을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봅니다만, 마찰이나 갈등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분들도 있는 듯 싶습니다. 또 가끔, ‘건전한 갈등이라면 찬성하겠으나 이 갈등은 건전치 못하고 지저분하며 이익이 되지 않는 논의다’라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종종 봅니다. 저는 갈등이란 본래 시장바닥 개싸움처럼 지저분한거라고 보는 편입니다. 따라서 ‘건전한 갈등이라면 찬성’이라는 의견은 제게는 ‘갈등이 싫음’과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갈등만을 불러일으키는 듯 보이는 장르론이란건 무용하고 백해무익해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마찰에 좋은 부싯돌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는 장르론을 고민해보는게 여전히 꽤 재미있으며, 동시에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려는게 이 글의 목적입니다. 

장르구분에는 유익한 점이 있어요

장르론은 일종의 분류입니다. 분류라는건, 방대하게 펼쳐진 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죠. 예를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일컬어 ‘착하다’라고 한다면, 이런 두 글자로 된 묘사만으로도 그 사람을 묘사하기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더 깊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측면에서 착한가, 특정한 대상에게만 착한가? 이러저러한 경우에도 착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평소 성격이 까칠하고 남들에게 매섭게 대한다고 해보죠. 근데 그는 이런저런 기부를 크게 자주 하는 편이라고도 해보고요. 그럼 이 사람은 착한걸까요? 또 다른 누군가는 착하긴 합니다. 그런데 주로 이성에게만 착해요. 아니면 아이들에게만 착하거나, 외국인에게만 착합니다. 그럼 그는 착한건가요? 한편 어떤 사람은 물에 빠진 누군가를 보았습니다.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목숨도 내걸어야만 합니다. A는 수영을 전혀 못합니다. 그래서 주저하던 끝에 물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반적인 부분에서는 ‘착하다’라는 평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반대로 B는 성격 개차반같다는 소리도 듣고 이런저런 분야에서 악명이 높지만, 평소 수영에 자신이 있었기에 뛰어들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 합니다. 그럼 그는 착한건가요? ‘착하다’라는건, 꽤 포괄적인 층위에서 누군가를 논하는 평입니다. 그러나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들어가 꼼꼼하게 뜯어 볼 필요도 있어요. 장르라는게 무용하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게임은 그 자체로 즐기면 되지 장르를 뜯어보고 자시고하는게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려면 자세히 뜯어보는건 불가피할 수 있고, 그런 자세히 뜯어보기 위한 방법들 중의 하나가 바로 장르를 구분지어 살펴보는 겁니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데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라는건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요.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좀더 자세히 정리해보고 싶을 수도 있어요. 예를들어 저는 나이가 들면서 반사신경을 요하는 게임들보다는 차분하게 생각하는 게임들이 점점 더 좋아지는걸 느낀다고 해보죠. 그런 게임들을 이리저리 찾다보니 제가 그간 즐겨왔던 게임들 중 대체로 ‘턴베이스’ 게임들에 정이 많이 간다는걸 느껴요. 이때 ‘턴베이스’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이미 장르론의 범주 안으로 들어온 셈인거죠. 그럼 저는 이후 게임을 고를 때 ‘턴베이스’라는 키워드에 매칭되는 부류를 좀더 눈여겨 보게 될 겁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좀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장르를 구분짓는게 유용하게 쓰이는거죠. 

장르 구분의 선후관계 문제

장르를 논하는데 있어 마찰이 자주 생기는 이유들 중 하나로, 장르를 따지는 선후관계의 문제가 있습니다. 분류의 대상이 되는 ‘게임들’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장르를 구분짓는 일종의 ‘규칙’을 우선할 것인가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인데요, 저는 대상이 선, 규칙이 후라고 보는 편입니다. 규칙을 우선 할 경우 말하자면 ‘장르 탈레반’으로 가기 쉬워요. 게임이란, 좀더 나아가 인간이 즐기는 컨텐츠라는건, 물리법칙처럼 불변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일종의 흐름을 만들어내죠. 규칙이라는건 그 규칙이 생기던 시기와 환경을 굉장히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일단 형성된 후에는 잘 변하지 않는게 일반적이죠. 다시 말하자면, 게임이라는 대상의 변화상을 규칙이 따라잡기가 어렵다는거에요. 따라서 대상이 되는 ‘게임들’을 중심에 놓고 파악하는 쪽이 좀더 현실을 반영하기가 용이합니다. 즉 대상이 되는 게임들과 장르를 구분하는 규칙 중 게임을 기준삼아 규칙을 그때그때 재정의해 나가는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RPG라는 장르는 그 태동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현저히 다릅니다. 최초의 RPG들은 컴퓨터에서 구동되지도 않았어요. 탁자 위에서 볼펜과 종이로 하는 게임이었죠. 이때 만들어진 RPG라는 장르를 정의하기 위한 규칙은, 현대의 게임들에 적용하긴 어렵고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을 계속 고집한다면? 뭔가가 심각하게 꼬여서 논의를 더 진행하기가 어렵겠죠. RPG를 둘러싼 이론(오래전에 정해진, RPG를 정의하는 규칙)과 현실(현재 통용되는 RPG류의 게임들)사이에 큰 괴리가 생기는 거에요. 이론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현실이라는 바닥을 딛고 서지 않은 이론은 일종의 환타지가 되어버리고, 이 경우에라면 장르를 둘러싼 이야기가 일종의 환타지가 된다고 볼 수 있겠죠. 그건 그것대로 재미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게임을 논하는데 유익하진 않지 싶어요. 따라서 장르를 논하는데 있어 보다 중요시 해야 할 부분은, 규칙이 아니라 현실(그것도 가급적 현대의 현실)에 존재하는 게임들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단어에 대한 집착의 문제

다음으로 장르를 둘러싸고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문제는 ‘단어에 대한 집착’인데요,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쓰이는 ‘RPG’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RPG는 본래 Role Playing Game, 즉 역할 연기 놀이의 준말이고, 따라서 이 단어의 의미에 집착하여 장르를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자주 많이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정말 한국RPG라는게 한국의 역할 연기 놀이인가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RPG라는 단어는, ‘성장 요소가 개입된 게임임’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간단히 말해보자면 (장비에든 캐릭터에든) 레벨이 들어갔다는 얘기죠. 이런 부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RPG라 일컬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RPG가 아닌게 되어버려요. 앞서 말씀드린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생기는거죠. 단어의 쓰임새는 바뀐지 오래됐는데 단어 자체가 품은 뜻은 그대로라서요. 한국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던 ‘즐’이라는 단어가 있죠. 본래대로, 단어의 의미대로만 따지자면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또는 ‘즐거운 게임 되세요’의 준말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즐’이라는 단어를 이런 의미로 사용하나요? 거의 그렇지 않죠. 그보다는 남을 비꼬거나 놀리는데 더 많이 사용합니다. 단어의 의미와 실제 쓰임새 사이에 차이가 있고, 모두가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즐’의 사용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RPG’라는 단어도 비슷해요. 단어의 의미와 실제의 쓰임새 사이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누군가는 이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는 이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합니다. 무조건 단어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이죠. 저는 여기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단어에 대한 집착’은 처음에 얘기한 ‘규칙과 게임’ 사이의 차이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게임이 태동하던 시기에, 우리는 많은 ‘인간이 흥미를 느끼는 매커니즘’의 원형(아키타입)을 발견해냈습니다. 이런 아키타입들을 흔히 ‘장르의 원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구요. 플랫포머의 효시 수퍼마리오, FPS의 효시 둠, 갓게임의 효시 파퓰러스, 육성 시뮬레이션의 효시 프린세스 메이커, 연애 시뮬레이션의 효시 두근두근 메모리얼 등등. 초창기의 게임계에서는 하나의 게임이 하나의 아키타입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각 장르의 순수한 에센스만을 담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에 게임들 사이의 거리가 꽤 넓었어요. 장르가 다른 게임들은 딱 봐도 굉장히 다른 게임들이었던거죠. 그렇기에 하나의 장르를 몇 개의 단어만으로 묘사하는 일도 가능했고, 그때 아마 이런 '장르명을 통한 장르해석'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습관이 생기지 않았나싶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장르들간의 이종교배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지금와서는 장르의 구분이 애매하거나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지금 많은 게임들은 오로지 한 가지의 재미에만 의존하지 않죠. 여러 재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며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되어 있습니다. RPG의 성장 요소를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협동이나 경쟁, 대결 요소를 공격적으로 가미하여 스탠드 얼론 RPG와는 상당히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mmorpg 등이 그런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재미 매커니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게임의 시대에, 저는 몇 마디 단어들로 한 장르를 대표하는게 좀 부적절하지 않은가하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게임의 장르를 일반명사의 조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효시가 된 게임의 이름을 붙이는게 좀더 편하겠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OS의 경우가 있겠죠. 물론 일각에서는 MOBA 등의 다른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고 실제로 그쪽이 좀더 대세이긴 합니다만, 단어가 너무 설명 목적으로만 쓰여도 별로 재미없다는게 제 생각이라 … 이 예가 적절치 못하다 느끼신다면 로그라이크는 어떨까요? 

정리하자면 ...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장르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마찰 즉 갈등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장르를 나눠보는건 우리의 게임라이프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거의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구요. 장르를 둘러싼 이론과 실제 (장르 구분 규칙과 실제 존재하는 게임들)의 괴리로 인해, 또는 단어에 너무 집착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긴 하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기회를 갖게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잇점을 얻기도 하죠. 


써놓고보니 글자만 너무 빽빽해서 사진이라도 좀 넣을까 ... 생각해보긴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역시 안되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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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 Voosco 님과 반대로 규칙에 의거해 여러가지 딱지(태그)들을 붙이는 것을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처럼 요즘 게임들이 점차 복합적인 장르의 성격을 띄게 되면서 한 게임 당 여러 개의 태그가 붙는 정도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소통에 유리한 쪽은 특정 게임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이른 바 "ㅇㅇ라이크" 식 구분이 훨씬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로그라이크가 있을 것이고, 근대에 와서는 디아(블로)라이크, 와우라이크, 도타라이크, 그리고 GTA라이크까지 어떠한 한 게임이 고유의 장르로 인식되고 소통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반드시 대상과 규칙이 선후 관계로 정의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규칙에 의해 게임을 분류하다가 규칙들이 유효하지 않게 될만한 고유한 특정 게임들이 나타나면 게임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러다 그 게임들 간에 다시 분류할만한 규칙들이 발견되면 다시 규칙들에 의해 게임을 분류하는 식으로 돌고 도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입니다.

이를 테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게임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뒤에 널리 쓰이고 있는 MO 또는 MMO라는 구분은 본디 멀티플레이어 온라인(MO)인데 규모가 크냐(Massive) 그렇지 않냐고 구분하는 용도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MO는 보다 액션성을 중시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MMO는 다양하고 유기적인 컨텐츠 또는 샌드박스를 포함하려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본문의 내용처럼 MO 게임들을 예를 들어 디아라이크라고 부르고, MMO 게임들은 울온라이크라고 부를 법도 하지만, 여전히 MO나 MMO라는 용어 그대로 사용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굳이 꼽아보라면 장르무용론자에 가까운 중도파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장르라는 구분법이나 그에 따른 논쟁이 무의미하다기 보단 단답형으로 정의하려는 "딱딱한 장르론"을 기피해야 하지 않나하는 정도의 입장이라 이런 논쟁은 항상 반갑습니다. (웃음) 어느 업계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적어도 변화가 크고 주기가 빠른 게임업 종사자들이라면 더더욱이 틀에 박히지 않는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와우의 새 옵션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 절대 그 유연성이 아닙니다.)

비록 최근에 와서 다시 반등하는 기미가 조금씩 보이긴 하지만, 영원 불변할 것 같던 데스크탑 MMORPG 시장이 완벽히 끝물에 접어들은 지 오래라는 사실과, 철밥통일 것만 같던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 등이 유연성의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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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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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규칙에 의해 게임을 분류하다가 규칙들이 유효하지 않게 될만한 고유한 특정 게임들이 나타나면 게임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러다 그 게임들 간에 다시 분류할만한 규칙들이 발견되면 다시 규칙들에 의해 게임을 분류하는 식으로 돌고 도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가장 좋긴 하겠지만 ... 그러자면 국립국어원처럼 국립게임장르원같은걸 만들어서 계속해서 업데이트해나가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논하는 장르라는건 '대체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려지는 것이고, 이러한 '대체로'라는건 굉장히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지점들을 아주 많이 포함하는데, Zerasion님이 제안하신 방법론은 굉장히 엄정하고 엄격하며, 무엇보다 '손이 많이가는' 작업일테니까요. 일종의 장르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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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논리를 확장해 본 적은 없지만 테이블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캐릭터의 시점에 대한 구분으로 1인칭과 3인칭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다시 주체가 어떤 캐릭터인지 특정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는 그 상위 개체인지로 나뉠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고전적인 장르명칭들을 "게임이 주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복수선택할 수 있게하는 이른 바 "키워드" 또는 "태그" 같은 구간이 있을 것이고, 추가로 이와는 별개로 게임이 전달하는 정서적인 구분을 게임 외 문화 컨텐츠처럼 "활극/로맨스/추리/스릴러/공포"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탕이 되는 세계의 구분을 "(어느 시점의)시대극/중세판타지/SF" 식으로 더 얹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임을 단 하나의 장르로 표현할 수 있게 규칙을 세분화한다! 라는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프레임의 교집합 어딘가에 각 게임들이 자리하는 그런 모습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완 별개로..

인용

국립국어원처럼 국립게임장르원같은걸 만들어서 계속해서 업데이트해나가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요.

 

국립게임장르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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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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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식의 분류가 제가 보기에는 스팀의 'tagging'이 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각자 게임에 대한 태그를 붙이고 그 태그가 전체적으로 공유되어 게임을 설명하는 공통적인 단어들만 크게 부각해줘도 좋은 분류가 될듯 해요.

문제는 이걸 하는데 많은 자원이 들겠지만요.

(국립게임장르원은 좀 무리겠지만, 국립게임연구소 같은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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