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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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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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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아카이브] 게임의 RP(Role-playing, 역할수행)란 무엇인가?

20 posts in this topic

"TRPG의 재미를 MMORPG로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트위터상의 대화를 옮겨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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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MMO함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는, 수년 전 KGC에서 송재경 님, 김태곤 님 등 많은 분들이 예견했던 "가상 세계로의 회귀"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성적으로 사회성+유희추구성을 내포한 인류이기에, 진정한 MMOG는 없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

그리고 MMOG에 있어 지금 시기는 단지, 와우가 시작한 테마파크 붐 덕분에 개발자와 플레이어 모두가 잠시 길을 잃어 원류를 놓친 뒤,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Jolgame: 온라인판 테이블 게임이 나오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Zerasion: 예전부터 종종 나오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뭔가 센세이션 같은 걸 일으킬만큼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ㅎㅎ

Jolgame: 뭐 일단 장르 자체가 워낙 마이너하기도 하고.. 근데 이 마이너 하다는게 또 언제 주류를 이루기도 하고 그러니까요.(몇달전의 국내 한글판 번역 룰북 펀딩 성공사례 등등)

Zerasion: 시대는 돌고 도니까, 칼끝을 예리하게 벼러두면 언젠간 빛을 볼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니 그 전에 굶어죽지 않아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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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game: TRPG를 온라인화 해서 수만가지의 상황을 모두 GM쪽에 입력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onzk777: TRPG는 상황에 녹아드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롤플레잉이 핵심인데 온라인 게임에서는 경쟁을 통한 욕구 자극이 상품성의 주가 되기 때문에 영 진도가 안나갈 것 같습니다.

Zerasion: 딱 말씀하신 부분만 떼어놓고 봤을 때, TRPG는 코옵, ORPG는 경쟁이 주제인 것으로 구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잘 양분해서 공존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요.

onzk777: 제가 약 4회 정도 TR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TRPG는 마스터가 가이드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 시트를 제반삼아 "연기" 를 하는 것이 주 플레이라서 ORPG랑은 재미요소부터가 달라요. 온라인에서 연기를...!

Zerasion: 그렇다면 역시, 늘 제가 영업하던대로 "RP"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훗.

onzk777: 그리고 RP를 좋아하는 유저들을 타겟으로 잡는 순간 투자자들이 떠나기 시작하고... 핳핳.

Zerasion: ㄴㄴ. RP를 하던 애들을 타겟으로 삼는 게 아니라, 대중이 RP를 하고싶게 만드는 게 소임인거죠. 그리고 그런 "가이드"는 게임 디자이너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onzk777 님을 채찍질 합니다! 찰싹찰싹!

onzk777: 솔직히 왜 유저들을 "RP를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나" 부터 전 공감을 못하므로 채찍을 회피하겠습니다.

Zerasion: 그래야 TRPG의 즐거움을 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죠.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전초 작업  같은 거요.

onzk777: 저는 TRPG가 "Massive"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보는 입장이라서 MMO에서 TRPG를 모사하는건 딱히 매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Zerasion: RP함을 메시브하게 가져가자는 건 아니고, 아까 말한대로 둘을 공존시킬 토대를 마련해보자는거죠. ㅎㅎ 매시브한 재미는 이미 1세대 MMOG에서 거의 다 시도했으니까요.

onzk777: TRPG에서 롤이라는 것은 상황 속 "인물" 이었고 MMO에서는 내면의 진짜 자신을 가상세계에 돋보이는 것이 목적에 있으니 서로 상충합니다. 실제로 현재 MMO들에서도 유저들은 "가상세계의 자신" 을 RP 중이예요.

Zerasion: 마지막 멘트가 이미 상충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던가요? 근데 뭔가 이야기가 길어지니 포럼으로 전장을 옮겨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onzk777: 단지 그 RP의 대상이 "술을 좋아하는 무식한 뚱뚱보 드워프" 같은게 아니라 "만렙 힘기사" 같은거라서 TRPG의 로망이나 플레이 형태가 안나오는거죠. 그러므로 RP를 장려하자 라는건 조금 다른 얘기같아요.

Jolgame: 연기가 필요하다면 이런건 어떨까요. 어차피 TRPG나 그걸 묘사함에 있어서나 결과론적으로는 주사위 굴림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 내는거니까 그럴듯한 설명을 키보드나 음성으로 대체하고 진행하는 방식.

onzk777: 연기라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느냐, 혹은 내가 연기할 대상이 더 짱짱맨이 되도록 만드는 것에서 재미를 찾느냐 라는 것이 현 상태에서의 차이라고 보고 있어요.

tophet: 사실 연기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_=;;;;

Zerasion: 그.. "연기를 해서 재밌다"가 아니라 "그 캐릭터와 동화되는 즐거움을 느낀다"가 RP의 목적입니다. RP에 대한 인식 접근법이 상이해서 이야기가 어긋났던 것 같아요. ㅋ

onzk777: 연기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목적은 당연히 아니죠. 동화되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되어야 하니까 캐릭터를 연기하고 감정을 이입하는거고요. 제 생각엔 RP에 대한 인식보다는 "캐릭터" 에 대한 인식이 먼저인 듯 해요.

Zerasion: 그걸 인지하고 억지로 하는 순간 "자연스럽게"에서 탈락이라고 봅니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주입시키는 게 게임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보고요, RP따위 전혀 몰라도 호드vs얼라 진영에 이입하는 와우가 좋은 예죠

onzk777: 스토리에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모든 것이 한 편의 RP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는 이미 모두 아는 게임의 일부 몰입 요소에 포함되는데 TRPG를 거론하면서 새로운 재미로 여길 필요는 없어보여요.

Zerasion: TRPG의 재미를 "새로운 요소"로 봤다기보다, 기존까지의 감정이입 몰입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여기는 입장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스탠리 패러블 한 판 때려주시죠! ㅋㅋ 장르를 규정짓긴 힘들지만, RPG가 무엇인지 리마인드시켜주는 좋은 기능을 하고 있음엔 틀림없습니다 ㅋ

onzk777: 그 놈의 테라리아 때문에 다른 게임을 하나도 못했네요 요즘 ㅡ.,ㅡ
그렇다면 TRPG를 모사하면 안될 것 같고 기존 요소를 강화하는게 좋아보여요. NWN같은게 안좋은 예인데, 캐릭터 배경스토리를 쓰고 외우게 만들어놓고 당장 월드 진입하면 하나도 반영이 안되거든요. 몰입불가ㅡ .,ㅡ

Zerasion: 에.. 그건 그냥 잘못된 활용 예 같은데요... orz

onzk777: TRPG에서 캐릭터 시트 쓸 때 보면 아시겠지만 캐릭터 설정이 초반 재미의 대부분을 차지해서요. 그런거 뺄거면 TRPG 얘기는 안하는게 낫죠.

Zerasion: 음.. 애초부터 저는 "RP"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만... TRPG는 "코옵"으로 이야기를 끝낸 지 오래입니다 ;ㅁ;

onzk777: 애초에 토킹 게임인데 각자 상대 캐릭터의 깊이도 없고 하면 얘기거리도 없고 그저 주사위굴리고 던전크롤링하는게 다일건데 그건 이미 기존 게임에서 다 해먹었고요.
멘션 추적해보시면 전 TRPG 라는 키워드를 보고 접근했어요 -_-; RP의 원류이기도 하지만 RP라는 말 자체는 재해석이 되고 있는 모양이라 전 별로 논할게 없고요.
제 얘기는 그냥 한 마디로 끝나요. "테이블에서 말쌈하는 게임을 MMO로 가져와봤자 될게 없다."

Zerasion: 그.. 저 역시 마찬가지로 스레드를 참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만, 접근하신 직후에 제가 RP로 선회시켰습니다..

onzk777: 그건 오해하신건데 전 졸가메님 트윗에 단독멘션을 한건데 뒤에 추가로 저한테 멘션을 하신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 전에 하시던 얘기들은 안읽어서 모르겠...

tophet: 실제 TRPG에 가장 근접한 경험이라면 차라리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나 MUD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 그도 TRPG 같지는 않지요...

onzk777: 전 사실 컴퓨터게임에서는 잘 못느끼고 OR하자면서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 파티를 안좋게 깨트렸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계가 보이더군요 ㅡ.,ㅡ

tophet: 팀은 보통 RP 하겠다고 나서면 깨집니다. 일단 그 RP가 RPG의 RP가 아님은 둘째치고, RP하느라 G를 깨트리거든요.

onzk777: 술집에서 의뢰를 받자마자 두 양극성향의 캐릭터가 말쌈을 시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어지는 채팅을 읽다가 지쳐서 "저녁 먹으러 갈께요" 라던가... ㅡ.,ㅡ  뭐 그랬습니다 저희는[...]

tophet: 그게 바로 전형적인 RP하다가 G 깨먹는 사례지요. 그런데 사실 TRPG에서 RP는 캐릭터 연기가 아니라 성직자, 전사 등의 역할 수행인데 말입니다. =_=

Zerasion: 스레드초반에 TRPG와 ORPG로 구분지어서 썼었는데요, 저는 T 와 RP 와 G가 세 가지 요소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T가 O로 대체되고 지금은 희미한 RP 를 살리잔 게 취지였어요.

onzk777: 고금아님 얘기 듣고 생각난건데 영화같은 게임인데 플레이는 죠낸 재미없는 몇몇 게임이 G를 깨트린 경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매한 용어는 사용하기가 참 어렵네요.

tophet: 하지만 그 RP는 본질적인 RP가 아니라는게 포인트지요. 캐릭터 코스프레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고, 이는 사실 에버퀘스트-와우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어요.

Zerasion: RP에 말씀하신 역할 "수행"도 있지만, 전 약간의 액팅도 가미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는 재미의 폭이 달라지거든요. ㅎㅎ 나는 캐릭터인가 모니터 뒤에 앉은 플레이어인가? 같은거요
그리고 사실 이 정도의 RP는 적당한 몰입 증대 효과를 주고, MMO하게 스케일이 커져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onzk777: 캐릭터 연기가 아니다, 는 좀 비약 아닌가요? 클래스와 전투로 일관된 플레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캐릭터성을 살리고 언변에 의한 플레이가 이루어지도록 각종 룰도 마련돼있는걸로 아는데...
오히려 Role이 전투 시의 역할로 편협화된건 CRPG 와서가 아니었던가요?

tophet: D&D는 처음부터 잘나고 못난 부분이 섞인 캐릭터들이 뭉쳐서 서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컨셉이었고, 던전 탐험과 전투가 주가 됩니다.
그래서 RPG에서의 Role Playing 은 전사는 몸빵, 사제는 치료, 법사는 매스 컨트롤, 도적은 함정탐지 등과 같은 역할 수행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RPG의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인 1인 1캐릭터와 성장이 맞물리면서 캐릭터의 연기 또한 재미 중 하나로 편입되지만, 이게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재미는 아니죠.

Raoul: Zerasion 님께서 액팅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전투에서의 탱딜힐 롤과는 구분되는(하지만 그 정도의 중요도를 가지는) social role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요?

Zerasion: 음... 이를테면 "길드장", "공대장" , "파티장" 같은 걸까요?

Raoul: 음. '범죄자'일 수도 있고 '네고셰이터'일 수도 있고 '용팔이'일 수도 있고 '왕'일 수도 있고...뭐 그런거 아닐까요? 세계는 가상이지만 인간 관계만은 진실인 그런.

Zerasion: 시스템적인 구분, 전투 할당 역할 외의 말씀 그대로 사회적 지위? 같은 거군요 ㅎㅎ

tophet: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역할 수행을 전혀 못하는데 - 함정/비밀문 체크를 계속 까먹는 도적, 치료 주문이 없는 사제, 허약한 전사 - 연기가 뛰어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연기는 못하는데 역할수행이 끝내주는 사람. 둘 중 누구와 게임 하면 재미있냐면 당연히 후자입니다. 전자는 팀 뽀개져요.

onzk777: 연기를 졸라 못해도 팀 바로 뽀개집니다... 팀 캐미를 해치고 순식간에 내 위치를 동굴 안이 아닌 컴터 앞으로 보내버리거든요. 물론 못해도 최대한 주변 눈치보면서 하면 진행은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이스 굴리는거 말곤 말 한 마디도 안해요. 그리고 어느날부터 안나옴...

Zerasion: 음.. "달성"이 목표였다면 불쾌한 경험이겠지만, 전자의 경우 "그냥 모여서 논다"였으면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요? 가끔 지인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하면 대체로 그런 분위기인지라..

tophet: 코스프레랑 TRPG는 다르니까요.

Raoul: 캐릭터 코스프레가 아니라, 그 social role을 실제로 수행할 때 오는 감정과 책임감을 대리 체험 한다는게 핵심일 것 같은데요.

Zerasion: 코스프레와는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D
이를테면, 어떤 단체에 참가해서 오리엔테이션? 워크샵? 같은 거 가면 상황극 같은 걸 하잖아요? 사장/관리자/직원 같은 거요. 그 소셜 롤을 체험한다는 건 이쪽이 아닐까요?

tophet: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캐릭터 연기, RP가 실은 캐릭터 코스프레니까요.

Zerasion: 음.. 광의적으로 사용되는 일코 덕코 같은 의미의 "~인 체 하다"라면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코스프레를 너무 국한지어 생각했었나보네요 ㅎㅎ

onzk777: 제가 rp라는 말을 보고 떠올리는건 확실히 말씀하신 내용이네요. 전사! 라도 클래스가 아니라 그냥 직업이 모험가인 칼쟁이 "나" 인 것이고...

tophet: RP란 무엇이냐는 참으로 오래된 화두이긴 하지요 ㅋㅋㅋ

onzk777: 제가 명확하지 않은 말은 경기를 일으켜서 ㅋㅋ 이런 말은 아예 안쓰려고 하는데 주제가 떠억하니 알피! 다 보니 본의아니게 쓸데없는 얘기를 섞었네요 ㅡ..ㅡ

Zerasion: 그래도 덕분에 각자의 RP에 대해 리마인드도 하고, 실장님의 소셜 롤이라는 새로운 화두도 나오고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요? ㅎㅎ 오전 시간 즐거웠습니다 ㅎ

Voosco: 아무튼 알피가 연기로 가면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적어도 "나는" 절대로 못하겠 ...

onzk777: 우리나라엔 양반이 많아서 다들 어색해하실걸요 ㅋㅋ 거기다 mmo면...

Zerasion: 그럴리가요.. 제가 아는 한, 제 주변의 가장 완벽한 RP 플레이어신데..

onzk777: 님 연기 쩌네요 라는 뜻인가요.

Zerasion: 무용담 들을 들어본 결과, "룰 브레이커"라는 롤을 완벽하게 플레이하십니다. ㅋㅋ

Voosco: 룰브레이커라뇨 그게뭐죠 저는 철저한 준법시민입니다!!

tophet: 준법시민인 척 하는 룰브레이커 RP가 훌륭합니다.

Voosco: 아니라고 !! 진짜라고 !!

Nairrti: 일단 중간 정리를 하면, RP는 역할의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 쪽이 맞습니다. 연기는 양념이죠.

tophet: 덧붙여서 예시를 들자면 '내 캐릭터는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 뛰어들어요'라기 보다는 '내 캐릭터는 도적이니까 우선 함정을 체크해요'가 우선이라는 거지요.

Zerasion: 우선관계와 주부관계를 뒤집을 생각은 없습니다. Raoul 님께서 말씀해주신 소셜롤의 이야기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ㅎㅎ 부차적이지만 안중요하지는 않은.

tophet: 전 Raoul 님께서 언급하신 소셜롤은 탱딜힐 외의 역할수행을 MMORPG에서 찾자면 그런 쪽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쪽으로 이해했습니다.

Nairrti: 그런데 가능하면, 이 이야기는 엄~청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곳 이를테면 GDF 같은 곳에서 하는게 어떨까 합니다.

tophet: 동의합니다.

Zerasion: 일단 스레드를 옮겨놓은 뒤에 약간 첨언해서 포스팅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D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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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주목하면서 플레이하고 있는 RUST를 볼 때 떠올렸던 몇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 대화의 끝에서 관련된 내용이 머릿 속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 된 것 같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떠올린 생각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RPG가 오히려 RP를 해친다"는 것입니다.

1 세대 온라인 게임들이 보여줬던 가상 세계형 구조, 그 중에서도 얼마 전 포럼에도 올라왔던 시뮬레이션의 꿈과 같은 내용들의 공통점은 바로 "큰 규칙의 틀을 제공하되 제약을 강하게 두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본문의 대화 도중에 RP의 R(Role)이 의미하는 것이 "캐릭터"냐 아니면 그 캐릭터가 지금 위치한 "포지션"이냐 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 포지션과 같은 세부 규칙들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로 인해 역할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 아닌 등떠밀려서 숙제하듯 강제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Voosco 님과 함께 neoocean 님께 들었던 마인크래프트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화라거나, 요즘 modpat88 님께서 들려주시는 러스트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세계의 기본 규칙만 존재하고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강제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더 활발하게 RP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례들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용

 

예전에 마인크래프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모드가 아닌 서바이벌 모드로 커다란 환경을 재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규모가 컸기 때문에 다수의 인력이 동원되야했는데, 업무 분담을 위해 자연스럽게 세 부류로 구분이 됐다.

1. 건설자 군: 의도된 건물이나 지형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2. 노동자 군: 건설자들이 건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 채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3. 도로관리자 군: 노동자들이 채집한 자원이 건설 현장까지 운반될 수 있도록 선로를 만들어서 카트에 담아 이동하게 되는데, 그 도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들

이 중 나는 노동자 군에 해당됐었는데, 가끔 카트에 직접타고 현장을 빙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인용

 

사례 #1.

러스트를 하다보면 유저들을 크게 두 분류, 좀 더 나누면 네 분류로 나눌 수 있음.

1. 농부/목공 - 하나하나 재료수집하고 집지어서 자신의 재산과 영토를 지키려는 부류

2. 커뮤니케이터 - 무조건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하며 처음 시작한다고 하면 자신들의 아지트로 오라고해서 세력을 불려나가는 사람, 진짜 무서운 인간들

3. 밴딧 - 한탕을 노리는 인간들, 자고 있는 플레이어나 어둠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사람들을 사냥하고 그들이 모아둔 모든걸 가로챔

대망의 4번, 사이코패스 - 조커같은 스타일, 계속 서버를 옮겨 다니면서 뒷통수에 뒷통수를 계속 치고 그룹이고 뭐고 필요없이 모두 혼자 독차지하려고 함

4번이 진짜 무서운게... 이 부류들은 1~3번인척 연기를 계속 하다가 사람들이 안심하는 그 순간 뒷통수를 침, 그렇다고 그걸 지가 쌓아서 재산화 하는게 아니라 그냥 파괴함. 그냥 남들이 괴로워하는걸 즐기는 부류

 

인용

 

사례 #2.

어제 레알 진기한 현상을 봄.

생판모르는 사람들 끼리 총이랑 바지 하나 입혀서 들판에 세워놨는데 자기들끼리 그룹을 이루고 자기들 재산 지키려고 거대한 창고 만들고...

자기들끼리 컨트롤이랑 과시를 위해 콜로세움을 건설하고 토너먼트하고 거기서 이긴사람한태 제일 부유하고 강한 놈이 상품 주고 수상소감 발표하고...

이 모든 게 15명 있는 서버에서 10명이 벌인 일.

그럼 5명이 뭐했느냐.
그 사람들 토너먼트한다고 할 때 몰래 걔들 집 털러가서 다 털어옴. 오늘 출근하기 전에 들어가보니 싹 다 털렸다고 범인들 찾고있는데...

내 예상엔 20명 최대인원인 서버에서 진영나눠서 전쟁일어날거 같음

꼭 기획자라서가 아니라 이런 현상에 관심이 많아서 기대하는 중임. 참고로 몇몇 서버는 물물거래를 초월한 주식/투자/부동산땅투기/조폭짓 까지함  ... 북미서버는 투표도한다고 하고.. 또 투표한다고 사람들 irc 채팅하고 있는데 어떤 놈들이 제일 견고한 요새를 그 사이에 점령(무장봉기)ㅋㅋㅋ

울티마하던 사람들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위 사례들에서 보시다시피, 시스템이 어떤 롤을 강제하지 않고 룰만 쥐어주는 샌드박스 쪽이, 오히려 세세한 규칙들과 미리 준비된 역할이 마련된 RPG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이 RP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 그야말로 "코스프레"와 같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개념의 RP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하는 그 자체가 바로 RP가 되는 쪽이 더 강력한 RP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스의 구분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던 울티마 온라인이 그랬고, 또한 한국의 울온이라고 불리는 마비노기에서도 검증된 것처럼, 충분한 바탕을 구성하고 오히려 제약을 없애게 되면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RP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따라서 너무 세세하게 규정된 RPG의 Role이, 오히려 플레이어의 RP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게 이 글의 요지였습니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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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zk777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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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코멘트라 두서가 없습니다. 칼날같은 비판보다는 주니어 기획자의 패기라 생각해주시고 읽어주세요  :lol: 

기존의 RPG 게임들은 핵앤슬래쉬를 표방하지 않는 이상 전투 시의 역할 분담을 기초로 플레이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 만큼은 과거의 게임들이 주로 해당될 것 같네요. D&D룰을 따르는 여러 게임들이라던가...

여기서 두 가지 갈래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RPG 라고 부르는 게임들은 대부분 게임 내 시스템에서 각 역할군을 제어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컨텐츠화 시킨다.
1.1. 전투를 설계하고 역할군을 설정한 후 각 역할군에 특화된 전투 클래스를 만드는 것이 주요.
1.2. 온라인 게임의 탱딜힐이 여기 속함. 십수년에 걸쳐 현재에 와서는 약화되고 있는 추세.
1.3. 게임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플레이 난이도를 어렵게 한다는 리스크가 있음. - MMO에서의 역할 강요가 소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 때문

2. 샌드박스 라는 어휘가 사용되는 게임들에서의 역할 분담은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찾아낸 역할군으로 구성된다.
2.2. 자의적인 역할 분담은 개인 심리의 요인과 집단 심리의 능률적 요인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는 시스템이 제어하기 어렵다. - 실질적으로는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지성 유닛으로 구성되어 활동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 
2.3. 다시 말하자면 일손이 부족하여 나눠서 하는 분담일 뿐 역할 자체에 재미가 있는건 아님.

글의 주제가 "RP가 뭐냐" 이기 때문에 위 내용으로 말미암아 제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칭하는 것이 RPG의 롤이라면 "전투에서의 역할" 이 맞다. - 경험적 사유에 의한 판단
2. Role Play 의 사전적 의미 해석이라면 "내가 할 일을 부여받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
3. 게임 속 캐릭터에 몰입하여 게임 내의 세계에 속해 캐릭터의 역할을 총체적으로 수행. - 원전에 의한 해석
 * 3의 원전에 의한 해석이라 함은 책상을 앞에 두고 말빨로 게임을 진행하던 시절을 수반하는 것.


마지막으로, RP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란이 된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모두 RP를 하고 있다."
심지어 애니팡을 하더라도 "나는 이 녀석들을 주물러서 점수를 올려야 해" 라는 목적을 가진 플레이어로써 존재하는거죠.

온라인 상에 가상의 인격을 소환하느냐, 현재의 나 자신을 투영하느냐, 이야기 속에 매료되어 세계관과 설정 속에 녹아든 캐릭터를 "연기" 하느냐의 차이는 사실 RP 라는 거대하고 포괄적인 표현 속에서는 미약한 구분일 뿐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어떤 게임을 디자인할 때 "RP를 녹여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기 전에 "유저가 어떤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떤 재미를 느끼게 해줄까?" 라는 더 중요한 목표가 설정된 후에 다뤄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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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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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TRPG라고 부르는 Pen & Pager RPG 혹은 Tabletop RPG에서 Role이라고 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팀 내 역할(최초 D&D의 경우로 보자면 Fighter, Elf, Rogue, Mage, Cleric 등)을 미리 나누어 놓은 것

이죠, 하지만 이 역할이 나누어지는 이유는, 그 캐릭터를 연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게임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각 클래스들은 이런 취향, 이미지들을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Fighter: 싸움 잘 함. 파티를 지킴. 나서기 좋아함. 성격 더러움 등
Mage: 파티의 브레인. 침착함. 팀의 브레이크. 절묘한 순간에 미리 준비한 적절한 마법 한 방.
Cleric: 파티원들을 치료함. 싸움도 잘함. 맏형 같은 느낌. 파티원들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느낌.
Rogue: 전투 못함. 평소에 할 일 없음. 

사실 D&D의 로그는 별로 끌리는 역할이 아니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던전에서 함정을 찾고 해체하는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일단 로그는 Hit Dice가 4라서 HP가 진짜 한주먹 꺼리 밖에 안되기 때문에 앞서서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은신+백스탭이 있었느냐 하면 이것도 초판에는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 

말하자면 TRPG팀 안에서 제일 의욕이 낮고 게임 플레이의 의지가 낮은 플레이어가 억지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제들 하고 싶은거 다 고르고 나면 뒤늦게 할 수 밖에 없어서) 선택을 하는 경우가 꽤 많지요. 일단 특히 Mage는 하고 싶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었거든요. 오늘 진행하는 시나리오를 대충 머리에 그려보고는 게임 플레이상 아침마다 오늘 쓸 마법을 미리 외워야하는데다가, D&D 룰과 크리처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마법책은 가능하면 외우고 있는 쪽이 좋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마스터 경험이 있다거나 경험 많은 플레이어가 하는 쪽이 많습니다.

그런데 각 클래스는 자신의 명확한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전투면 전투, 치료면 치료, 던전에서 문제 해결이라면 또 적극적인 플레이어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겠고요. 로그는 이 중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평소에는 가장 쓸모 없는 능력(함정 찾기, 함정 해체)을 준 클래스입니다.

앞서 언급을 한 것처럼, 게임 플레이에 가장 열의가 적은 플레이어에게 강제 참여를 유도하기에 딱 적절한 클래스죠. 

"지금이 바로 네가 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때야!"

라면서 등을 밀어주고, 파티에 치명적이 될 수 있는 함정을 해체함으로 으쓱댈만한 요소를 주는 거죠. 동기부여와 보상입니다.

현대 컴퓨터 RPG에서 역할이라는 개념이 각 클래스를 균등하게 밸런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D&D에서 클래스(역할)라는 개념은 이런 컨셉으로 만들어졌고, 각 플레이어들이 자기 역할을 나눠서 플레이한다는게 roleplay라는 단어의 뜻이었습니다.

이게 점점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활용하던 연기(play)와 주객이 전도되면서 역할이 먼저냐 연기가 먼저냐는 논란이 RPGer에게 계속 있어왔습니다만, 사실 TRPG에서 캐릭터의 연기(play)는 그냥 양념일 뿐이지 본채요리가 아닙니다. 있으면 더 재미있어지지만, 없다고 또 맛을 못느끼는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이게 나중에는 '연기'를 강조하는 뜻으로 다시 활용되어서, MMORPG들이 RP server라는 것을 도입하기도 하지요. 이 서버는 RP만을 위한 서버로 RP를 안하는 플레이어는 게임에 낄 수가 없게 되기도 합니다. 영어를 잘 못할 경우에는 "나 인간 말 몰라"를 반복하는 멍청이 트롤 같은 캐릭터를 하면 재밌습니다. :-) 

컴퓨터 RPG에서의 역할 분담

현대 컴퓨터 RPG는 이런 역할의 내용을 또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까 생기는 부작용들도 있고 이제 그렇습니다. 힐러와 탱커, 딜러(근딜+원딜) 정도로 클래스의 골격이 갖춰지고, 여기에 힐러와 탱커의 팀 내 비중이라든지 각 클래스들끼리 PVP를 하게 한다든지 하는 경우들이 특히 그렇겠습니다.

- 틀에 꽉 짜여진 역할 분담은 결국 각 역할들의 무게감이 서로 다르게 형성되었고, 
- PVP는 본래 의도하지 않은 클래스들끼리의 경쟁을 만들게 됩니다. 이게 본래 거슬러 올라가면 '전사랑 법사랑 싸우면...'의 초딩 싸움이 되는데... CRPG에서 실제로 일어나버린 거죠.
- 게다가 MMO의 형태가 되면서는 클래스들이 '원래 팀원인 사람들이 나눠가진 것'이 아니라 '취직을 해야하는' 부작용도 생겼죠.

이루 말로 하기 어려울 만큼 클래스 시스템이 MMO로 옮겨오면서 생긴 부작용이 많은데, 클래스 시스템이 없던 게임에서도 사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역할을 미리 설정하고 플레이하는 걸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울티마온라인이라든지, 마비노기라든지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는데 본인이 스스로 '나는 바드'라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정하고, 자신은 마법사라면서 플레이트 입어도 되는데 궂이 천때기만 입고 다니고...

일종의 관성이기도 하고 게임플레이에서 누적된, 플레이어들이 갖게된 고정관념이기도 합니다.
이게 아마도 Zerasion님이 두 번째 글에서 쓰신, 플레이어들의 역할 분담에 대한 부분이 될듯 합니다. 

원점으로 돌아와서,

TRPG가 가진 특성들을 현대 CRPG에 적용할 수 있나 혹은 그런 것들을 시스템화해서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고민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사실 최근의 추세로 보면 MMORPG에 다양한 요소들이 첨가되고 있고, 특히 WOW의 온갖 미니 게임 퀘스트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MMORPG라는 것은 기존 TRPG와 동일선상에 놓고 고민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다는 생각이고,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플레이어가 낄낄대며 할 수 있던 요소를 MMORPG 같은 대중(massive)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일단은 여기가지 하고, Zerasion님의 아이디어를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

저는 그냥 꼰대 선비질이었습니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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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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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클래스의 구분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던 울티마 온라인이 그랬고, 또한 한국의 울온이라고 불리는 마비노기에서도 검증된 것처럼, 충분한 바탕을 구성하고 오히려 제약을 없애게 되면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RP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따라서 너무 세세하게 규정된 RPG의 Role이, 오히려 플레이어의 RP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게 이 글의 요지였습니다.

 


이게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멋진 부분이기는 한데,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면 또 별로 그렇지가 않기도 합니다.

일단 플레이어의 성향의 문제가 있는데요.

1. 경쟁적인 성향의 플레이어: 시스템 안에서 효율과 합리를 추구하며 호승심이 강함
2.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플레이어: 남들이 뭐라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함
3. 그냥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플레이어: 싱글플레이 하듯 캐릭터 렙업만 한다거나, 채팅만 한다거나 등

이런 분류는 개인 성향에 대한 분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꽤 문화적인 특성을 갖기도 하지요.

특히 최근 한국의 게임들에서 나타나는 플레이어들의 경향성은 1에 많이 치우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사다리를 여러 개 만들어서 각자 원하는 사다리에 알아서 매달리게 만들어주는 식의 '자유도'를 주고 있습니다만, 결국 기본은 사다리를 올라간다는 걸 별로 바꾸지는 않습니다.

마비노기의 경우를 돌아보면, 소위 자유도가 높은(=클래스가 없는, 스킬 시스템의) 게임에서는 이 양상이 '표준화'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가장 효율적인 기술들만 선택되고 쓸모 없는(활용도가 낮은) 기술들은 버려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마비노기는 유행 빌드 같은 게 만들어져서 한 동안 던전에서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던전에서 윈드밀만 돌기도 하고, 오토디펜스 같은 것들이 도입되었을 때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마법 F 정도는 무조건 배워야하는 시절도 있었지요.

울티마온라인도 딱히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98~00년 시절에는 이런 경쟁적 성향이 극명하게 발현되지는 않은 시기라 플레이어들이 거지 역할을 선택하기도 하고 전투기술 전혀 없이 나뭇꾼이나 테이머 같은 역할들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주류는 전투의 효율로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래서 전투 좀 한다 하면 모두가 플레이트를 입고 마법저항(magic resistance)을 100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말하자면,

게임이 플레이어의 게임 내 역할을 정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각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서 당연스레 역할을 분담합니다. 

이걸 오히려 게임이 플레이어들의 경향에 따라서 역할을 규정지어주는 형태로 발전했다고 보는게 맞는듯 합니다.

카스(Counter Strike) 같은 초창기 FPS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애써 돌격병이니 전투병이니 저격병이니 나누지 않았음에도, 플레이어들은 무기(SMG, Rifle, Sniper Rifle)로 자신들의 역할을 분류하고 있었고, 오히려 후대의 FPS들이 이걸 좀 더 강조해서 역할로 만들어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보는 쪽입니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관념과 성향을 게임에 투영하는 것이고, 이는 역할을 게임이 나눠놓든 아니든 스스로 규정한다는 말입니다.

Zerasion님이 예로 드신, 마인크래프트나 러스트 같은 게임에서 관찰하신 '성향'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요소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행동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한두 선택을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관념에 끼워 맞춰 스스로를 정의하고 이걸 클래스(역할)로 정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이런 '끼워 맞춤'은 이를테면 '난 궁수가 되겠어'라고 정의한 플레이어라면 거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개의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끼워 맞춘 뒤에 게임에 요구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할 수 있고, 설혹 시스템적으로 충족되지 않더라도 자기만족적 플레이를 지속하는 경우도 관찰할 수 있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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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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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리고 훨씬 많이 TRPG를 해오신 선배님들도 여럿 눈팅하고 계실텐데 TRPG를 논하는 것이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어쨌든 TRPG에서의 Role Playing 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부연 설명하고자 합니다.


Role Playing Game은 RP Game이 아니다.

TRPG에 관한 오해 중 하나는 게임을 '연기'를 통해 풀어간다는 것일 겁니다. 두 손을 모아서 옆구리에 붙이고 "황혼보다도 어두운 자 피의 흐름보다 붉은 자 시간의 흐름에 파묻힌 위대한 그대의 이름을 걸고 나 여기서 어둠에 맹세한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모든 어리석은 자에게 나와 그대가 힘을 합쳐 다 같이 파멸을 부여할 것을!!!!" 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통 상상하시겠습니다만...

그런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요.

기본적으로 RPG는 즉흥극이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는 게임입니다. 캐릭터가 드래곤 슬레이브라는 주문을 사용할 수 없더라도, 위와 같은 주문을 외울 수는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효과가 없겠지요. 하지만 위와 같은 주문을 외우지 않더라도 드래곤 슬레이브를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드래곤 슬레이브를 사용합니다'라고 선언한다면 마법 시전 성공/실패, 데미지 판정, 저항 판정 등의 시스템이 동작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데미지를 주는 등의 게임 시스템이 발동됩니다.

즉, 게임의 기본 단위는 연기가 아니라 선언이며, 연기 따위 전혀 없이 선언 만으로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연기가 선언에 대해서 영향을 끼치지도 않지요. 당연히 플레이어도 마스터도 인간이기 때문에 오글거림을 알고,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저렇게 연기만으로 게임을 끌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분위기를 띄우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재미있거나 할 때 마스터나 플레이어가 이런 연기를 곁들일 수는 있습니다만 필수는 아닙니다.


Role Playing Game은 Role Playing으로 진행하는 Game이다.

사실 탱-딜-힐의 역할 수행은 이미 MMORPG에서 훌륭하게 잘 구현되어있지요. 오프라인에서 정해진 사람들과 반드시 모여야 하는 TRPG와 달리 접속만 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있고, 모르는 사람과도 즐길 수 있고, 화려한 연출도 있는 등 '역할 수행'에 집중한다면 사실 굳이 MMORPG를 두고 TRPG를 따로 플레이 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그러고보면 '연기'가 TRPG의 참 재미이고 진리이며 MMORPG가 아직 구현하지 못한 마지막 조각인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연기'가 없어도 게임은 굴러갑니다. 그리고 재미있게 굴러갈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D&D로 NPC 한명 없이 서로 대사 한마디 없이 그냥 4인 파티로 던전만 파도 재미는 있습니다. TRPG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는 '연기'가 아니라 컨텐츠가 말로 구술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이라는 형태로 표현된 것 이외의 컨텐츠를 소화할 수 없는 RPG보다 훨씬 많고 풍성한 컨텐츠를 제공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MMORPG에서의 RP란?

사실 화두가 된 Zerasion 님의 글에서 RP는 굉장히 모호한 개념입니다. 딱히 마비노기나 RUST나 마인크래프트에서 캐릭터의 연기가 주가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Role Playing으로 보자면 일단 시스템적으로 그리고 게임적으로 Role이 나눠져있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는 것도 아닙니다.

만일 예로 드신 마인크래프트에서 실제로 플레이어가 건물이나 지형을 만들 때 보너스를 받는 건설자, 자원을 채집할 때 보너스를 받는 노동자, 수리에 보너스를 받는 관리자 이 셋 중 하나의 클래스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TRPG에서 말하는 Role Playing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니죠.

Zerasion님의 RP를 시스템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플레이어들이 자율적으로 상호작용 - 특히 협력 - 하는 행위라고 해석한다면 그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Zerasion님의 아이디어는 '시스템에 의해 빡빡하게 능력을 제한하고 반 강제로 협력을 유도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서로 협력하고 반목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걸로 보인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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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 RP에 대해 정의해보기 이전에, 좀 더 하이 레벨 단계의 주제를 잠깐 꺼내볼까 합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종류의 게임이 가지는 목적은 "재미 추구"라고 생각합니다.

PC방에서 친구들과 LoL을 할 때,
방에서 PC로 와우를 할 때,
거실에서 부모님과 키넥트 어드벤쳐를 할 때,
동네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놀이터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

모두 마찬가지로 "재미있으려고" 게임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자본을 투자해서 더 큰 자본으로 불리려고 리니지 등을 하는 생활형 프로게이머들의 경우는 특수 케이스니 여기서 제외하고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RP 이야기에서 호모 루덴스("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지칭하는 인류)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어떤 놀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면서 재미의 원류로부터 멀어지는 것에 대해 리마인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선 제가 RP라는 단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핵심은 "캐릭터 전체의 역할 수행"이었습니다.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말씀해주셨던 TRPG에서 RP가 의미하던 "포지션"의 핵심 의미와 더불어, onzk777 님께서 "연기"로 지칭하셨던 의미, 그리고 Raoul 님의 "소셜 롤"을 모두 포함하는 더 큰 의미의 상위 개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즉, 전투 역할과 직업, 성격, 지위 등을 모두 아우르는 캐릭터 그 자체에 대한 몰입을 RP라고 불러보고자 했습니다.

최초의 TRPG가 창궐한 시점에서, 플레이어들이 RPG라는 놀이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설명해주신 원류로서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이야기 진행"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그것이 규모가 적어서 재미있었는데 지금의 MMORPG는 규모가 커져서 재미가 없다 또는 재미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니라 "더 이상 역할 분담만으로는 재미를 주기 어려운 시기가 됐다"는 쪽으로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인용

애초에 토킹 게임인데 각자 상대 캐릭터의 깊이도 없고 하면 얘기거리도 없고 그저 주사위굴리고 던전크롤링하는게 다일건데 그건 이미 기존 게임에서 다 해먹었고요.

저는 본문의 대화 내용 중 onzk777 님께서 말씀해주신 저 부분이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역할 분담을 통한 게임 진행 자체는 이미 충분히 식상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기존 TRPG의 핵심 재미였던 역할 분담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잘 계승되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유실된 다른 재미 요소들을 현대의 MMOG(반드시 RPG일 필요는 없습니다)로 가져오려면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현대에 와서 "캐릭터 연기"로 분류되던 RP를 원 뜻과 재해석된 뜻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형태로 녹여내는 것은 어떨까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화록 아래 추가로 포스팅한 댓글의 내용이었던 "RPG가 플레이어의 RP를 해친다"는 의미는, 와우의 일일퀘스트가 매일 매일 퀘스트를 생성해주는 "흥미로운 컨텐츠"에서 순식간에 일일 필수 로동 할당량처럼 꺼려지지만 억지로 해야하는 "일감"으로 전락한 것과 매우 흡사한.. "강제받는 순간 재미는 급감한다"는 이치에서 출발한 내용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라 생각하는데요,

이제 막 공부하려고 컴퓨터를 종료하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들어 온 엄마가 "넌 맨날 컴퓨터만 하니? 그만하고 공부 좀 해!" 라고 하면 공부하기 싫어지는 경험. 입니다.

인용

Zerasion님의 RP를 시스템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플레이어들이 자율적으로 상호작용 - 특히 협력 - 하는 행위라고 해석한다면 그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Zerasion님의 아이디어는 '시스템에 의해 빡빡하게 능력을 제한하고 반 강제로 협력을 유도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서로 협력하고 반목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걸로 보인다는 거지요.

tophet 님께서 정리해주신 많은 부분이 제 의도에 부합하긴 하지만, 반드시 협력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TRPG를 "코옵"이라고 분류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니 그렇게 되긴 했지만... 마크와 RUST의 사례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였는데, 바로 "협력"과 "대립" 입니다. 자발적인 분업을 통한 협력이 강제하지 않아도 저절로 분류되는 일종의 클래스라고 생각했고, 또 하나는 시스템이 따로 제공하지 않아도 벌어지는 분란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OnlineRPG에서 시스템이 정해주는 클래스와 적에 대한 정의를, PvE/PvP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자유롭고 자발적인 규칙들이 매우 합리적으로 생성/동작한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취졌기 때문입니다.

인용

만일 예로 드신 마인크래프트에서 실제로 플레이어가 건물이나 지형을 만들 때 보너스를 받는 건설자, 자원을 채집할 때 보너스를 받는 노동자, 수리에 보너스를 받는 관리자 이 셋 중 하나의 클래스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TRPG에서 말하는 Role Playing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니죠.

이 부분에서는 RP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꺼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보상 역시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에" 컨텐츠의 달성 시 보상이 지급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컨텐츠의 달성보다 보상 자체가 목적이 되게 되는 경우로 주객이 전도되어 갔다는 부분에서 현재의 보상 체계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결함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나쁘게 발전된 예로는, 컨텐츠는 플레이어로부터 시간을 뺏는 도구이며, 그와 같은 일종의 시련을 극복한 뒤에 얻는 보상만이 유일한 재미(실제로는 이조차도 단순한 일감으로 여겨지는)로 인지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tophet 님 인용부분에서 설명해주신 부분은, 시스템 상의 보상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는 그와 같은 보상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서 role-play가 발생하게 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발적인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예로는, 예쁜 블러드 엘프 마법사를 하고 싶었던 와우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그는 굉장히 효율추구적인 플레이어였고, 때문에 "가속 +1%"라는 종족특성의 유용함 때문에 울면서 억지로 고블린 마법사를 선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예시는 아니지만 LoL의 예를 들어 보면, 애초에 수많은 영웅들에게게 부여된 클래스라는 것은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탑/미드/바텀/정글/서폿이라는 롤이 존재할 뿐이며, 이 조차도 플레이어의 운용력에 따라 영웅의 제약을 초월해 사용하거나, 축구/농구 등에서 유동적으로 포지션/포메이션이 바뀌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그 롤을 스위칭하거나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포럼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드렸던 리니지 이야기 "땅 위의 왕, 땅 아래의 왕"의 사례에서도 보면, 클래스로 제공되는 기사, 요정, 군주 등의 구분 외에도 플레이어들은 상황에 따라 용병, 문지기, 호위병 등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부분이 Raoul 님께서 말씀하셨던 소셜 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ㅠ)


제가 본래 샌드박스형 또는 자유도형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와우에서 방어형 공격형 회복형의 구분이 없던 오리지널 시절(탱딜힐의 명확한 시스템 상의 구분은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에서 랜덤 파티 매칭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생김. 그 이전에는 플레이어들의 개념 상에서만 존재) 특성도 어중간하고 클래스 구성도 어중간한 파티원들이 모여서 실패도 하고 토론과 궁리도 하면서 "함께" (누가 혼자 시켜서 끌고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함께)클리어해나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이 스킬을 쓰라고 해서, 남들이 이 특성을 찍으라고 해서, 남들이 이 클래스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하는 게임이 재미있을 리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을, 우리는 보통 게임이라는 말 대신 "일"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운용할 때에, 비로소 몰입이 가능하고, 그 순간 억지로 인지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RP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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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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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이 부분에서는 RP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꺼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보상 역시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에" 컨텐츠의 달성 시 보상이 지급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컨텐츠의 달성보다 보상 자체가 목적이 되게 되는 경우로 주객이 전도되어 갔다는 부분에서 현재의 보상 체계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결함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tophet 님 인용부분에서 설명해주신 부분은, 시스템 상의 보상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는 그와 같은 보상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서 role-play가 발생하게 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발적인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예로는, 예쁜 블러드 엘프 마법사를 하고 싶었던 와우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그는 굉장히 효율추구적인 플레이어였고, 때문에 "가속 +1%"라는 종족특성의 유용함 때문에 울면서 억지로 고블린 마법사를 선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상은 게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만, 사실 제가 예로 들었던 보너스 등과 같은 부분은 보상 그 자체라기 보다는 게임적인 의미에 기반한 역할 분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시스템 상에서 게임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놀이'에 가까울 거라는 이야기죠.

앞서 RP는 대부분의 경우 게임 내부로 통섭되지 못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RP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도 존재합니다. 바로 World Of Darkness(이하 WOD) 시리즈인데,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 중 하나인 'Vampire : the Masquerade"가 2000년대 초반 PC게임으로 두번 출시되기도 했지요. ('Vampire : the Masquerade - redemption'과 'Vampire : the Masquerade - Bloodlines' ) 최근엔 World Of Darkness 시리즈 이브 온라인을 만든 CCP에서 차기작으로 이 WOD를 MMORPG로 제작중이기도 합니다.

WOD에서는 각 캐릭터마다 각자의 성격을 지정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것도 성격의 본질과 표현으로 나누어서요. 예를 들어 어떤 캐릭터의 성격을 본질 - '위험추구' / 표현 - '협상가'라고 정의한다고 칩시다. 이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을 이겨내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협상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중재하는 것을 즐깁니다. 만화 '용오'의 주인공과 같은 성격이 되겠죠. 

중요한 것은 각 성격과 이 성격이 취해야 할 행동들이 시스템에 정의되어있고, 이 성격대로 행동했을 때 게임 내에서 소모하는 자원인 '의지력'을 1점씩 회복한다는 겁니다. (의지력은 데미지 페널티를 무시하거나, 공격/방어 등 모든 종류의 주사위 굴림에서 크리티컬 실패를 방지하고 성공 효과를 키우는데 사용됩니다.)

 D&D에서는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습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것이 캐릭터의 성격을 개성적으로 정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할 뿐 이를 활용한 시스템 자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WOD에선 위 캐릭터는 굉장히 구체적인 성격이 생성되고, 이 성격대로 행동할 때 마다 게임 내에서 의미있는 보상을 받게 되지요.

WOD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위와 같이 시스템을 통해 게임적으로 의미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재미는 게임적 재미라기 보다는 그 외적 재미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Zerasion님께서는 게임적인 제약이나 보상이 배제되면 자유로운 'RP'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이는 게임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자기만족 또는 사회적 행위에 더 가깝지 않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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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Zerasion님께서는 게임적인 제약이나 보상이 배제되면 자유로운 'RP'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이는 게임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자기만족 또는 사회적 행위에 더 가깝지 않냐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는 인지가 됐지만 좀 더 세부적인 이해를 위해 한 가지를 더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신 "게임적인 행위"라는 것이 시스템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는 것을 유도하거나 권장하고, 플레이어는 그 행위의 달성을 통해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계시는 거라면...

상당히 모호한 개념인 "마인크래프트를 한다"라는 것은 게임적인 행위가 아닌, 자기만족 또는 사회적 행위인 걸까요?
이를 조금 더 확장해보면,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이라기보다 하나의 시뮬레이션 툴에 가까운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한 tophet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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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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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분 전에, Zerasion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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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Zerasion님께서는 게임적인 제약이나 보상이 배제되면 자유로운 'RP'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이는 게임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자기만족 또는 사회적 행위에 더 가깝지 않냐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는 인지가 됐지만 좀 더 세부적인 이해를 위해 한 가지를 더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신 "게임적인 행위"라는 것이 시스템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는 것을 유도하거나 권장하고, 플레이어는 그 행위의 달성을 통해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계시는 거라면...

상당히 모호한 개념인 "마인크래프트를 한다"라는 것은 게임적인 행위가 아닌, 자기만족 또는 사회적 행위인 걸까요?
이를 조금 더 확장해보면,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이라기보다 하나의 시뮬레이션 툴에 가까운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한 tophet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주어진 정보를 통해 게임 내의 토큰을 통해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여 난관을 돌파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게임이라는 고전적 게임론에 입각하여, 마인크래프트 자체는 심시티와 마찬가지로 게임이라기 보다는 놀이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합니다. 레고와도 같은 거죠.

하지만 개인이 어떤 목표를 세우고 - 이를테면 성을 짓겠다 -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이는 게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놀이 소프트웨어이지 게임은 아니라는 말이 곧 이게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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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

그러면 반대 부분에서도 질문을 드려볼게요.

인용

주어진 정보를 통해 게임 내의 토큰을 통해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여 난관을 돌파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게임

이라고 하셨는데요,

네버엔딩 MMORPG 게임들의 다수가 개별적인 컨텐츠에서는 "목표"가 존재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게임으로서의 정의가 들어맞긴 하지만, 거시적으로 "전체적인 게임의 목표"가 제공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이 부분이 아직 잘 정리되질 않아서요 ㅎㅎ

저는 그 부분에서 "그 캐릭터가 되어 그 세계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목표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만렙이나 레이드 클리어 같은 특정 컨텐츠 목표에 얽메이기 보다 "그 캐릭터의 삶에 더 집중하는 쪽"이 오히려 거시적인 목표 추구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닌가하는 쪽으로 접근해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포괄적인 개념의 RP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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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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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네버엔딩 MMORPG 게임들의 다수가 개별적인 컨텐츠에서는 "목표"가 존재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게임으로서의 정의가 들어맞긴 하지만, 거시적으로 "전체적인 게임의 목표"가 제공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 부분에서 "그 캐릭터가 되어 그 세계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목표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만렙이나 레이드 클리어 같은 특정 컨텐츠 목표에 얽메이기 보다 "그 캐릭터의 삶에 더 집중하는 쪽"이 오히려 거시적인 목표 추구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닌가하는 쪽으로 접근해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포괄적인 개념의 RP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고요.

 

 

'최종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 MMORPG의 구조는 고전적 게임론으로 해석하기 힘듭니다. MMORPG가 등장하기 이전에 정립된 것이거든요. 하지만 조금 넓게 해석한다면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지요.

기본적으로 고전적 게임론의 핵심은 '거시적 최종 목표가 존재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난관을 극복해야 하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선 게임 내부의 자원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의사결정이 존재하며 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놀이와 게임을 구분짓는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레이드는 아이템을 얻는다는 목표가 있고, 보스와 던전이라는 난관이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켜서 어떤 아이템과 스킬을 갖추어야 하는지, 그리고 HP와 MP 등의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모두 갖춰져 있습니다. PVP나 렐름 전쟁 (길드워2의 서버전쟁 포함) 등 역시 포인트와 같은 형식으로 목표와 난관이 존재하지요.

이 목표와 심시티 / 마인크래프트 / 레고에서 유저가 가지는 목표와의 차이점은 이 목표가 게임 내부에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뒷받침 되어있고, 또한 그 결과가 게임 내부에서 의미를 가지는 다른 자원으로 다시 환원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레이드에 성공하면 아이템을 얻고, PVP에서 이기면 특정 인던을 아군이 독점한다거나 포인트를 얻어서 다시 이 포인트로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게임적 자원으로 돌아옵니다.

결론적으로 MMORPG는 '거시적 목표가 없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목표가 존재하는' 게임이라고 봐야 타당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언급하신  "그 캐릭터가 되어 그 세계를 살아가는 것 자체"는 성공/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기준이 없으니 게임 내부에서 어떤 의미로 환원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는 '의도'는 될 수 있을 지언정 게임 자체의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내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고 이 요소들 사이에서 각자 올바른 선택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는 고전적 게임론에서의 핵심재미입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불필요한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발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장 다루기 힘든 부위이지만 그래서 축구는 재미있습니다. 농구는 반드시 볼을 바닥에 튀기면서 이동할 것을 요구하지요. 전 그래서 역할 수행을 전제로 한 클래스의 능력 제한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제한 요소라고 긍정합니다.

하지만 게임이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은 게임적 완성도라기 보다는 재미, 정확히는 플레이어들의 즐거움이고 이 역할 수행이 즐거움까지 제한하는 형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도 봅니다. 탱딜힐 모델은 분명 역할 수행 자체는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특정 클래스 - 주로 힐러 - 의 재미가 보편적인 플레이어들의 성향과는 잘 맞지 않고 그로 인해 클래스 편중이 일어나 전체적인 재미를 저해하는 요소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길드워2나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과 같이 이런 제한을 돌파해나가는 시도가 의미가 있지요.

언급하시는 문제들은 이와는 별개로, 최적화된 전략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들이 암묵적으로 이 전략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와 관계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RP론부터 시작해서 고전적 게임론까지... 여러가지 의미로 추억 돋는 스레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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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목표로 가기 위해 난관이 존재하고, 여기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플레이어의 노력과 게임 내 일정 부분의 비용이 발생하고, 성취 후에 얻게 되는 재화를 다시 컨텐츠에 환원할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맞을까요? ㅎㅎ

말씀해주신 관점에 의거하면 오히려 제가 너무 게임과 놀이 사이의 어디쯤인가에서 헤메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ㅎ

그런데 아직 해소되지 않은 골치아픈 부분이 있는데요.

말미에 말씀해주신 "최적화된 전략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들이 암묵적으로 이 전략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는 게, 저는 너무 많은 시스템적인 제약들이 복합적으로 소거법처럼 작용해 만들어 낸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하기만 하면 돼)에 가까울 정도로 눈에 뻔히 보이는 정답"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극단적인 예들만 들다보니 시스템 부정론자처럼 비춰졌을까 싶어 첨언을 하자면, 고전적 게임론에 입각한 목표와 난관과 극복을 통한 재미 창출이라는 본성 자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시스템이 개입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단 RPG 뿐만이 아닌 현대의 MMOG들이 다수의 유저들이 한 데 어우러져 플레이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설계한 각종 제약 시스템들은, 고전적 게임론에 입각한 난관이 아닌 제약만을 위한 제약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제정된 각종 법률들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그 틈을 악용하는 일부 어뷰저 국민(..)들에게만 이롭게 동작하고 오히려 다수의 국민들에게 불합리하게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비슷해 보인달까요..

재미를 위한 제약조건들이 오히려 재미를 해치기 시작한다면, 여러가지 해법들이 도출되어야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며, 그 방법들 중 하나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는 "세부 규칙의 완화"는 여전히 유효한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처음 말씀드렸던 "자발적인 참여와 그로인한 무의식적인 RP"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게임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능동성"과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재미를 위해 덕지덕지 쌓아올려졌던 각종 시스템들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이런 능동성을 해치고 있다면, 충분히 타파하는 것을 고려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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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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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컨텐츠로 환원할 수 있다' 보다는 '게임 내의 세계에서 유의미한 형태로 피드백을 받는다' 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컨텐츠로 환원은 피드백의 방법 중 하나이구요. 테트리스에서 하이스코어 이름을 세기는 것은 자원으로의 환원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물론 이를 격파하는 것은 또다른 컨텐츠가 되긴 하지만요)

'마법은 인간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Magic exists to serve man, and never to rule over him.' 드래곤 에이지의 유명한 대사죠. 게임에서의 난관이나 제약은 재미있게 플레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재미가 없다면 무의미합니다.

그동안 MMORPG에서 탱-딜-힐 역할 분담, 플레이어 간의 과열 경쟁을 방지하는 인던 등의 시스템은 분명히 유저들의 협력 플레이를 유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만 불균등한 클래스 분포 등과 같은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의 MMORPG들은 협력을 전제로 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량해오고 있고, 일부는 매우 성공적인 것도 사실이지요.

인용

재미를 위한 제약조건들이 오히려 재미를 해치기 시작한다면, 여러가지 해법들이 도출되어야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며, 그 방법들 중 하나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는 "세부 규칙의 완화"는 여전히 유효한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처음 말씀드렸던 "자발적인 참여와 그로인한 무의식적인 RP"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사실 세부 규칙의 완화가 인간 본성을 신뢰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길드워2에서의 자원 채집이나 필드 이벤트 보상 등을 보면 이득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고 자연스럽게 협동하도록 구성되어있거든요. 언급하신 RUST의 경우는 게임으로써라기 보다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제약과 욕구가 협동(과 반목)을 유도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그냥 게임으로써의 규칙을 갖는 편을 선호합니다. 이 사람이 내 뒷통수를 칠까 아닐까 고민하는 건 현실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다만 여기서 계속 궁금한 것은 그래서 Zerasion님이 꾸준히 언급하시는 'RP'란 무엇인가 입니다. 죽 이어지는 흐름을 봤을 땐 게임 수행을 전제로 한 역할 분담도 아니고, 캐릭터 연기도 아니고. 굳이 정리하자면 가상 세계에서의 생활 영위 정도가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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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다시 원래 이야기의 메인스트림으로 돌아온 것 같아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간결하게 답변부터 드리자면,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RP는 스레드 중간 어디쯤에 언급했던 부분이 있는데요..

인용

 

우선 제가 RP라는 단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핵심은 "캐릭터 전체의 역할 수행"이었습니다.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말씀해주셨던 TRPG에서 RP가 의미하던 "포지션"의 핵심 의미와 더불어, onzk777 님께서 "연기"로 지칭하셨던 의미, 그리고 Raoul 님의 "소셜 롤"을 모두 포함하는 더 큰 의미의 상위 개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즉, 전투 역할과 직업, 성격, 지위 등을 모두 아우르는 캐릭터 그 자체에 대한 몰입을 RP라고 불러보고자 했습니다.

 

요것이 아마 직접적인 답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ㅎㅎ
그리고 추가로 요런 포스팅도 있었죠.


그리고 MMORPG에 TRPG의 서사적 재미를 넣어보자는 의견은, 시스템이 제공하는 직접적인 서사에 집중하자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집단서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혹시나 잊으셨거나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드리자면 대략 포럼에서는 이러한 스레드들이 있었습니다.

MMO는 단순한 플랫폼이나 멀티플레이 스케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대규모 인력을 통해서 재미를 창출한다"는 쪽으로 게임 디자인이 집중되는 별도의 장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본 스레드에서도 MMORPG가 창궐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고전적 게임론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MMO"라는 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방법으로 위에 말씀드린 "자연스러운 역할 몰입을 도와주는 RP"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지나치게 개인화된 서사구조의 병폐는, (와우의 위상변화와 같은 플레이어의 고립화 문제를 차치하고) 내가 킹왕짱 영웅인 것처럼 잔뜩 바람잡아놓더니 결국은 우주의 한 점 티끌과도 같은 무의미한 존재라는 진실을 깨닫게 해 크나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스타워즈 구공화국 온라인에서 잘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lllorz

왜 플레이어는 반드시 모두가 영웅이어야만 할까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으면 스탠드얼론 게임을 하면 되는 거잖아요? 영웅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으면, 그건 영웅이 아니라 그냥 범인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웅이라는 건 절대적인 위치가 아닌, 상대적인 위치라고 생각하거든요. ㅎㅎ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니지2의 영웅 시스템이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영웅이 될 순 없는, 또 한 번 영웅이 영원한 영웅이란 법이 없는 구조라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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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RP에 대해 첨언하자면, 이영도 작가의 장편 판타지 소설 드래곤라자의 관계론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래곤 라자에 소개되는 관계에 대한 제 블로그 포스팅 "드래곤라자에서 찾는 '관계의 의미'"를 보시면 독자들 사이에서 유명하게 퍼진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를 본 스레드의 내용에 맞게 설명하자면,

인용

"디케이셔스(제 와우 캐릭터입니다..)"는 클래스로서의 흑마법사, 아제로스 모험가연맹의 길드마스터, 커플런트의 전우, 스모킹클럽의 동맹, 커스메이지의 추종자, 오그리마의 시민, 태양노래숲의 인도자, 얼라이언스의 학살자이자 피학살자, 그리고 아제로스라는 세계의 구성원. 이 모든 관계가 모여서 디케이셔스라는 인자를 형성한다.

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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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So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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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왠지
만화 유레카의 [로스트 사가] 나
.hack 시리즈의 [더 월드] 같은 게임에선 어느정도 RP를 수행?한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원채 글을 길게 쓰는 것에 익숙하진않아서
눈팅만... 하다가 갑자기 보다가 떠올라 불쑥 끼어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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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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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언급한 '개인화된' 서사는 구공온처럼 미리 정의된 거대한 서사시라기 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반영되고 각자가 고유한 경험을 가지는 서사를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플레이어A의 캐릭터는 (가)왕국에서 레드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낸 적이 있는데 플레이어B의 캐릭터는 (가)왕국의 군사들이 레드 드래곤을 막는데 집중되어 치안이 무너졌던 (1) 마을을 산적들로부터 지켜낸 적이 있다거나 하는 식이죠.

즉, 개개인이 킹왕짱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이 유니크한 스토리를 지닌다는 점에서 '개인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MMO라면 이 개인적 경험들이 서로 연결 지점을 갖는다면 더 좋겠죠.

물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 컨텐츠 공급 시스템 보다는 집단 서사가 잘 어울릴 겁니다. MMORPG니까 더욱 그렇겠죠.

Zerasion님의 의견은 룰이나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강하게 제약해서 플레이어 /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받는데, 이를 느슨하게 풀어주면 플레이어들의 사회 작용이 더 잘 일어나고 그로 인해 집단서사가 잘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걸로 정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운 것은 시스템의 제약이 집단 서사를 방해하는 요인인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Zerasion님이 사용하시는 'RP'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TRPG에서 온 것도 아니고(TRPG는 기본적으로 개인 혹은 4~6명의 소집단 서사니까요), 캐릭터 자체에 관한 '연기'도 아니고, 게임적 행위에서의 '역할 수행'도 아닙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집단 서사의 일원으로써의 참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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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일단 제가 언급한 '개인화된' 서사는 구공온처럼 미리 정의된 거대한 서사시라기 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반영되고 각자가 고유한 경험을 가지는 서사를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플레이어A의 캐릭터는 (가)왕국에서 레드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낸 적이 있는데 플레이어B의 캐릭터는 (가)왕국의 군사들이 레드 드래곤을 막는데 집중되어 치안이 무너졌던 (1) 마을을 산적들로부터 지켜낸 적이 있다거나 하는 식이죠.

즉, 개개인이 킹왕짱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이 유니크한 스토리를 지닌다는 점에서 '개인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MMO라면 이 개인적 경험들이 서로 연결 지점을 갖는다면 더 좋겠죠.

 

 

연결점을 갖는 플레이어 각각의 네러티브라는 말씀이셨군요. 막대한 코스트가 들어가지 않도록 적절한 제작 효율만 낼 수 있다면 충분히 멋진 경험일 것 같습니다 ㅎㅎ

인용

 

Zerasion님의 의견은 룰이나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강하게 제약해서 플레이어 /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받는데, 이를 느슨하게 풀어주면 플레이어들의 사회 작용이 더 잘 일어나고 그로 인해 집단서사가 잘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걸로 정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운 것은 시스템의 제약이 집단 서사를 방해하는 요인인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Zerasion님이 사용하시는 'RP'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TRPG에서 온 것도 아니고(TRPG는 기본적으로 개인 혹은 4~6명의 소집단 서사니까요), 캐릭터 자체에 관한 '연기'도 아니고, 게임적 행위에서의 '역할 수행'도 아닙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집단 서사의 일원으로써의 참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부분은 오히려 제 의견을 저보다 더 잘 정리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ㅁ;
혼란을 야기한(어찌보면 이 스레드를 열게된 키워드 같기도 한..) 제 주관적인 RP관에서 RP라는 오용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해야할 것 같습니다.

멋진 정리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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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ma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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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를 자유롭게 하기위해서 현재 진행되는 여러 제약과 설정들을 최소한으로 간략화 하는경우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TRPG를 할때부터도 많은 문재를 겪었던 일입니다만. 아무리 여러가지 제약과 설정으로 진행하려 해도 그런 설정과 진행을 교묘히 이용/회피 하여 캠페인을 붕괴시키게 되는 플레이어가 언제나 내제되어 있습니다.

고작 다섯명이서 진행하는 캠페인도 이런지경이었는데, MMO에서 실시할경우 각 유저들끼리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강력한 네거티브가 발생하게 되어 게임자체가 엎어질 우려가 다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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