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nouncements

    • Zerasion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각 카테고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Purple Board
      Green/Blue 에서 관리자가 추천하는 게시물이 옮겨진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Purple Panel(관리자)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작성할 수 없습니다. Blue Board
      관리자에 의해 승급된 Blue Panel들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Blue Panel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Green Board
      회원 가입 후 인증이 완료된 Green Panel들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Green Panel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Free Board
      잡담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Panel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To GDF  운영진에게 부탁하고 싶은 내용, 궁금한 점, 건의 사항 등을 여기에 적어주세요.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회원이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의 의도와 관계없는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적당한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지거나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게시판 예절을 지켜주세요.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이 글을 팔로우하기  
팔로워 0
Zerasion

[아카이브] MMO의 세 단어 1. 공정성

2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RPGs: Fairness

좀 오래된 글이다보니 시간이 니자면서 어떤 부분은 틀린 것으로, 또 어떤 부분은 맞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내용들이 있긴 한데, 여전히 유효하며 유익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해봅니다. 
아래의 모든 게임 명은 본래 이탤릭으로 써야하는 건데 ... 편의상 생략하였으니 양해해주세요. 

---------------------------

원문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789/the_fwords_of_mmorpgs_fairness.php

*이 글은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첫 번째이며, MMO 경제 전문가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이 공정성의 개념 - 게임의 경제와 아이템이 기능하는 방법을 통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이 공정하다고 믿게 만들고, 이를 통해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하는 것 - 과 몇몇 게임들이 이 미묘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을 게임 디자인을 통해 잘 관리한 또는 파괴한 경우들을 살펴보겠다.*

작년(원문 작성일은 2011년, 즉 여기서 '작년'이란 2010년을 의미합니다) 에 나는 가상 경제 이론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비교적 광범하게, 기본적인 사항들 및 몇몇 특정한 사례들을 다룬 글이었다. 이 시리즈는 기본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현존하는 게임에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들의 도움을 받아 MMORPG 경제의 최근 문제들을 다루게 되었다. 아직 원글을 읽지 않았다면 빠르게 훑어보기라도 하길 바란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가급적 겹치는 내용들은 피하려 한다. 

이 논의에 참여했던 이들은 MMORPG 역사의 전설 들이다. (아래에 우리가 논한 게임들을 정리해보았다.)
-    Brian Knox, Senior Producer, En Masse Entertainment. TERA
-    Cardell Kerr, Creative Director, Turbine. Asheron’s Call, Asheron’s Call 2, Dungeons and Dragons Online, Lord of the Rings Online.
-    Jack Emmert, CEO, Cryptic Studios. City of Heroes, City of Villains, Champions Online, Star Trek Online. 
-    Lance Stites, Executive VP, NCSoft. Aion. 
-    Scott Hartsman, Executive Producer, Trion Worlds. EverQuest, EverQuest II, Rift

오늘날 MMORPG에서 중요한 F단어는 세 가지이다. 공정성, 수도꼭지, 그리고 부분유료화(F2P).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MMORPG의 경제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훨씬 더 단순한 사례를 살펴보자.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 게임의 모든 것은 개발자의 통제 하에 있다. 개발자가 모든 규칙을 만든다 : 몬스터가 리스폰될지 안될지, 몬스터가 돈을 드랍할지 안할지, 인벤토리 공간은 어느정도일지, 무엇이 언제 어디서 드랍될지. 이런 모든 자세한 사항들을 개발자가 결정한다. 실제로 이런 요소들은 계획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주의깊게 조율된다. 

“솔로 플레이어 게임을 만들 때면, 캐릭터 스탯치의 성장이든 캐릭터가 가진 부와 그 부로 무엇 – 다음 갑옷이나 장비품 – 을 살 수 있는지든 모두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 있죠.” 리처드 게리엇(Richard Garriot)이 싱글 플레이어 RPG인 울티마에서 했던 작업들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플레이어가 돈을 버는 방법을 빡빡하게 제한해서, 그들이 스토리상의 특정한 위치에 도달할 때 플레이어의 주머니 속에 든 돈이 어느정도인지를 상당히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가진 돈과 스토리 상에서의 스케일을 동시에 늘려나가며 그 둘이 발맞추게 하는거죠.”

스케일링은 게임이 도전적인 감각을 갖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RPG에서 전투의 난이도는 여러분의 레벨과 여러분 적들의 레벨 차이에 직접 비례한다. 여러분의 레벨이 10이고 적들의 레벨도 10이라면 난이도는 보통일 것이다. 여러분의 레벨이 12이라면 쉬움, 레벨 8이라면 어려움. 

여러분의 레벨이 너무 낮다면 – 난이도가 너무 높다면 –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뒤로 돌아가서 좀더 쉬운 놈들을 클리어하며 “레벨업”을 한다. 이러한 “노가다”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온 많은 JRPG 플레이어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노가다를 하지 않았음에도) 여러분의 레벨이 너무 높고 난이도가 너무 낮다면, 게임이 그냥 잘못 디자인 된 것으로 느껴진다. 개발자들라면 이 정도에서 당연히 내가 15레벨이 됐을거라고 예상했었어야하는거 아닌가?

싱글 플레이어 RPG 디자인에 도입된 큰, 그리고 꽤 논쟁적인 변화들 중 하나가 실시간 컨텐츠 스케일링이다. 엘더 스크롤IV: 오블리비언은 전체 게임의 모든 전투가 플레이어의 현재 레벨이 맞춰 스케일링된다는 이유로 몇몇 “하드코어” 게이머들로부터 비판받았다. 여러분이 가는 모든 던전, 심지어 이전에 와서 저레벨 몬스터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던전조차, 이후에 다시 가보면 여러분의 현재 레벨에 맞게 조정되어 있는 것이다. 

절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전투란 없게 된다. 지금 레벨에서는 너무 난이도가 높기에 들어갈 수가 없어 일종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이후에 더 강해져야만 가볼 수 있는 지역같은건 오블리비언에는 없다. 

이후 베데스다의 또다른 RPG 히트작 폴아웃 3에서는, 같은 스케일링 시스템을 초기 레벨 설정에만 사용한다. 일단 플레이어들이 어떤 지역을 방문하면, 그때를 기준으로 몬스터들의 레벨이 “잠기(lock)”게 되고, 이후에는 변하지 않는다. 이는 오블리비언의 전체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이 주던 짜증을 다소간 완화시켜준다. 

68f6b262721b18d5.jpg

그러나 MMORPG에서는 이런 스케일링을 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다양한 레벨대의 수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같은 지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방금 그 지역을 말타고 스쳐갔다는 이유로 5레벨짜리 플레이어 옆에 50레벨짜리 몬스터를 스폰하는 게임을 하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MMORPG들은 고전 JRPG들과 같은 방법으로 컨텐츠를 스케일링한다: 다양한 난이도의 몬스터들이 전체 지역에 의도된대로 고루 분포하는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예들 중 하나가 여기있다: 애쉬론즈 콜(Asheron’s Call)이라는 게임의 데레쓰(Dereth) 맵으로, 적당히 분포된 몬스터 레벨을 보여준다.

이런게 공정함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애쉬론즈 콜의 이렇게 달라보이도록 구획된 지역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직접적인 ‘성취’의 대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흑요석 평원(Obsidian Plains)에 발을 내딛었을 때 – 다이어랜드(Direlands)의 검은 심장을 배회하던 엄니살해자의 정예 계급이 되었을 때 – 그것이 바로 성취인 것이다. 아울러 언제든 다른 이들과의 비교 속에 성취의 감각이 존재할 때, 여기엔 공정함의 감각 또한 존재한다. 

공정함은 MMORPG 개발에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이전 세대의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선 “치팅”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규칙바꾸기가 용납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려되기도 한다. 많은 게임들이 난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또는 치트키를 제공하여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경험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게임을 하드모드가 아니라 이지모드로 깨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 자신에겐 의미가 있다. 

공정함이란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 등장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대결에서 치팅은 눈쌀 찌푸려지는 일이 된다. 그러나 몇몇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치팅에 동의하지 않을 때만 그렇다. 모두가 특정한 “치트”에 동의한다면, 그건 더 이상 치팅이 아니다. 안그런가? 그건 그냥 규칙을 바꾸는 일이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규칙을 바꾸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일에 해당하는 모드(MOD) 만들기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심지어 특정한 장르 또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 변경은 모든 참여자들의 동의에 기반한다. 모두가 그 모드를 다운받고 사용해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MMORPG에는 규칙을 바꾸기 위한 어떤 구조도 없다는 것이다. 치트 코드도 없다. 모드도 없다. 다른 규칙으로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어떤 장치들도 없다. MMORPG엔 하나의, 단 하나의 규칙만이 존재하며 누구든 이 규칙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 공정함에는 엄청난 혼란이 야기된다. 

이러한 공정함에 대한 인식은 PvP 클래스 밸런스에서 PvE 레이드 진행율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물론, 게임내 경제에도 그렇다. 

MMORPG에서 성장의 개념만큼 경제적 공정함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없다. MMORPG들은 시간 = 성장이라는 아주 단순한 공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최신 MMORPG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단지 시간을 소모할 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의 손쉬움은 “발로 해도 이긴다”(본래 단어는 faceroll 이며, 특정한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보다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작을 할 필요가 없이 키보드 위에 얼굴을 굴리면 눌러지는 키에 매칭된 아무 스킬이나 나가고, 그래도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의미. 인데 한국에 정확히 매칭되는 단어가 없어서 이렇게 번역-voosco) 라는 단어를 낳았고 이브 온라인은 “쪽수로 밀기”(본래 단어는 blob-voosco) 라는 단어를 만들었으며, 이들 모두 수백만 달러의 골드 파밍 및 대리 레벨업 산업을 만들어냈다. 

공식은 단순하다. 시간 = 성장. 시간 = 돈. 따라서 논리적으로 돈 = 성장이다. 맞는가? 그렇다. 절대적으로 그러하다. 누구든 다른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은 틀린 것이다. 골드 파밍에 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는 게임 디자인 상의 중대한 단점을 가리킨다. 여러분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게임을 스킵하고자한다면, 여러분은 그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재미가 없다면 그 게임은 나쁜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에게 골드 구입 또는 대리 레벨업은 그들의 게임이 그정도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플레이 하지 않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거의 대부분의 RPG들에서 이런 노가다 매커니즘은 여러분의 가상 세계속 삶의 모든 측면에서 – 적어도 저에게는 – 고통스럽게 반복됩니다.” 리처드 게리엇의 말이다. “게임의 어디를 잘라보아도 모든 단면에서 정확히 같은 게임 매커니즘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걸 발견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사람들이 시간을 소모하게 하는 겁니다. 레벨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거죠.” 

그럼 왜 게임들은 자꾸만 노가다로 회귀하는가? “울티마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울티마 시리즈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울티마 시리즈는 굉장히 커스터마이징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커스터마이징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고 시간과 노력도 엄청나게 잡아먹죠. 10개 더, 10개 더, 또 10개 더 … 식으로 만드는건 알고리즘으로 할 수 있고, 꽤 잘 먹혀들기도 하구요. 우리 같은 하드코어 ‘롤플레잉’ 게이머들은 불평할지 몰라도, 레벨 노가다는 엄청 잘 동작하니까요.”

따라서 게임 디자인에서 노가다는 피할 수가 없다. 아울러 플레이어들은 이를 스킵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럼 공정하지 못한 부분은 어디일까? 누군가는 몇 개월씩 걸려 50레벨이 되고 누군가는 돈을 써서 그렇게 되는게 정말로 “불공정”한건가? 게임이 공식적으로 레벨을 파는게 아니라 어둠의 써드파티가 그렇게해서 불공정한가? 아니면 스스로 노가다를 해야만 공정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건가?

터바인(Turbine)이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Dungeons & Dragons Online)과 반지의 제왕 온라인(Lord of the Rings Online)을 전통적인 정액제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부분유료화 모델로 바꿨을 때, 개발자들은 앞서 얘기한 공정하다는 감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터바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카델 커(Cardell Kerr)는 이 과정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전환을 했을 때, 모든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누구도 게임을 망가뜨리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각 게임은 모두 고유의 방식으로 따라 동작하도록 디자인된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들 중 딱 하나 우리가 가장 끌렸던건 시간이었습니다. 맞아요. 많은 부분들이 사실상 시간에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진행해나가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을 소모해서 나가 싸우고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게임 매커니즘을 따르는 방법과, 특정한 몇몇 가지를 피하기 위해서 시간을 쓰는 대신 돈을 지불하는 방법이었죠.”

“이런 구도를 각 게임에 적용했고, 여러분이 생각했던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아마 그 이유는, 문제 자체가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었다는 점이지 싶어요. 우리가 지금도 확인하고 있는 차이는, 일정 수준 이상 격렬한 게임플레이에 참여할 능력이 없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더 공격적으로 게임플레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원을 모으고 무기와 장비를 찾던 것과는 달리, 이제 그들은 스스로 어디에 시간을 쓸 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카델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단지 그들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느낌, 그들에게 전체 플레이어들의 느낌을 전하려는 소수의 포럼 게시자들만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에게 컨텐츠를 스킵 기능을 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생각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터바인은 실제로 이를 해냈다. 폭풍에 대비했으나 폭풍은 오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이를 불공정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터바인이 게임을 부분유료화로 전환하면서, 많은 블로그들이 다가올 부분유료화 묵시록의 폭풍을 묘사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어떻게 부분유료화가 전혀 나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암울한 절망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불공정하다는 느낌이 그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문제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MMORPG의 성장에 연관된 게임플레이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시간 소모적이다. 대다수 MMORPG의 “레벨업” 과정은 진짜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극도로 긴 튜토리얼로 묘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누구도 이를 스킵할 수 없기에 모두가 함께 고통받는게 공정한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돈을 내고 레벨업을 스킵할 수 있다면 이는 불공정하게 느껴질 것인데,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레벨업 경험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만약 이들 게임들이 만렙 캐릭터를 팔기 시작한다면 만렙 캐릭터 판매를 부추기기 위해서 레벨업 과정을 더 길게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자신들에게서 돈을 더 뜯어낼 목적으로 악랄하게 만들어진 경우를 감지해내기 위한 예민한 감각을 발전시켜왔다. 블리자드가 기존 레벨업 시간을 수시간정도로 줄이지 않은 채 최고레벨 캐릭터를 파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플레이어들은 격하게 저항하거나 고개를 돌려 외면할 것이다. 

이런 공포는 또한 많은 아시아산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극단적으로 빡센 “무료” 환경을 기반으로 캐릭터 성능과 성장을 구입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는 무료”이긴 하겠지만, “승리는 유료”인 것이다. 

방금 말한 시스템과 앞서 언급했던 시스템간의 차이를 주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경우에 우리는 선택권을 갖는다. 시간을 써서 성장하던가, 돈으로 구입하던가. 그러나 방금 말한 시스템에서는 오로지 아이템샵에 가서 구입을 해야지만 특정한 어드밴티지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승리가 유료인 시스템은 성장이 유료인 것과는 다르다. 

언매스 엔터테인먼트(En Masse Entertainment)는 동양권과 서구권의 공정함의 개념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점한 회사이다. 언매스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MMORPG인 테라를 서구권 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 있는데, 단순히 게임을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서구권 유저층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서구화”하는 중이다. 

“지금의 테라에는 거래하거나 팔 수 없는 아이템이 얼마 없습니다. – 서구권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죠.” 언매스의 시니어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녹스(Brian Knox)의 설명이다. “서구권을 위한 가장 큰 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우리가 현재 어떤 아이템이 거래 가능하며 어떤 아이템이 획득시 귀속이 될지를 판단하는 중이라는 겁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의 사기와 성취의 감각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게 될겁니다: 여러분은 그 무기를 직접 수고하여 얻은건가요, 아니면 그저 돈을 주고 샀을 뿐인가요?”

블리자드가 불타는 성전 확장팩을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레이드의 “티어”개념을 도입하자, MMORPG에서 “장비”의 개념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무기와 갑옷은 한때 기어스코어로 환산되는 수치적 요소 이상의 무엇이었다: 장비들은 그걸 얻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성취, 얽힌 이야기들을 상징했다. 

1270b2b1d39a4497.jpg

내가 아는 와우 이전의 MMO – 울티마 온라인, 애쉬론즈 콜, 에버퀘스트, 그리고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 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장비들 중 최소 하나 이상의 아이템에 얽힌 길다란 모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장비들 중 많은 것들이 “최고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류의 게임에서 그 장비가 가진 희귀성과 뭔가 색다른 것을 얻는다는 놀라움이 장비에 굉장한 마법을 걸어주었던 것이다. 

와우는 레이드 티어를 재정의하면서, 장비의 성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레이드 컨텐츠를 통한 성장은 직전 티어 장비의 획득에 달려있다. 티어2 레이드를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티어1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티어3 레이드를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티어2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기타등등. 희귀 장비로 무장한다는 것은 레벨업만큼이나 고만고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울러 마치 경험치처럼, 이 장비들은 모두 직접 구해야만 한다. 모든 장비들이 획득 시 귀속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벨업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국 골드 파머”들이 잽싸게 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캐릭터를 가져가서 레이드를 돌고, 레이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들을 입혀준다. 희귀 장비로 무장한다는건 그저 성장의 일부이자 시간 잡아먹는 일이 되어버렸다. 또는, 부가적으로는, 돈을 잡아먹거나.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것은, 애초에 장비가 모두 획득 시 귀속이 된 이유가 성취의 감각을 통해 공정하다는 느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레이드를 한 누군가로부터 구입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레이드를 했기에 에픽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취의 감각은 규칙의 일부였다. 획득 시 귀속은 에픽 장비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치팅과도 같은 일들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레이드 파머”들에게 격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곧 블리자드 자체에 대한 항의의 소리가 훨씬 더 커졌다.

블리자드는 리치왕의 분노에서 레이드를 좀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장비 성장의 문제였다. 티어3 레이드를 가려면 티어2 장비를 구해야하는데, 모두가 이미 티어3로 가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티어2 레이드를 하는 사람은 없다면 어떻게 이런 상황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블리자드는 레이드보다 훨씬 쉬운 5인 던전 – 그냥 시간만 쓰면 되는 낮은 난이도의 던전 – 에서 토큰을 모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이 토큰들로 상인NPC에게서 현재 단계 레이드보다 한 단계 전의 장비들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티어4 레이드가 나왔을 때 티어3 장비들을 파는 상인들이 나타났다. 불과 며칠 사이에 레이드 던전에는 발도 들여놔본 적 없는 이들이 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던전에서 몇 개월에 걸쳐 고생해 온 이들과 같은 장비를 갖게 되었다. 

플레이어들은 정당한 분노를 표했다: 다음 티어의 레이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직전 티어 컨텐츠의 장비를 모두 돈주고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지금 레이드를 하겠는가? 한 두달 후에 모든 이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걸 위해 노력하는거라면 거기에 성취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블리자드는 공정함의 딜레마를 직면했다: 새 시스템은 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온 레이더들에게 공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옛 시스템은 레이드에 시간을 쏟을 수 없거나 그러지 않았던 캐주얼 플레이어들에게 공정하지 못하다. 

문제는 와우에서 장비의 성장이 들인 시간에 기반하기보다는 솜씨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 있었다. 레이드 장비를 풀셋으로 갖춘다는건, 단순히 여러분이 거기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솜씨가 레이드 보스를 넘어설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이드 장비는 또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거대한 상징이기도 했다: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서 강력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있는 그룹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리지널 와우에서 적어도 불타는 성전 컨텐츠 대부분에 이르기까지 레이드 장비는 높은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강력한 상징이었다. 

이러한 상징은 특히나 얻기 어려울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 여러분이 기사작위를 인터넷에서 15$에 구입할 수 있다면, “경”이라는 칭호는 지위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 

블리자드가 한 일은 누구나 이러한 신분의 상징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자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 상징이 담고 있던 가치를 파괴한 것이었다. 여왕이 국제적인 TV에 나와 “모두에게 기사작위를”하고 외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여전히 레이드 컨텐츠를 만드는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며, 어떤 MMORPG에서든 가장 재밌는 컨텐츠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이런 재밌고 만들기 힘든걸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게 하자는게 완벽하게 말이 된다. 한편 사회적 지위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장비가 아니라 업적 시스템을 통해서. 블리자드는 “일반”과 “하드” 모드 레이드를 만들고, 하드 모드를 모두 클리어한 플레이어들에게 업적과 희귀한 탈 것을 제공했다.

이론적으로 이는 잘 먹혀들어야 한다. 실전에서도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내 무쇠 원시 비룡이 좋았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울두아르 이후 “하드” 모드가 굉장히 싫어졌다. 결국 노멀 모드의 리치왕을 잡은 이후 와우를 접고 말았다. 나는 롤플레잉 게임의 롤플레잉 측면, 즉 모험의 흥분을 좋아했던 거지, 기괴하게 뒤틀린 “하드”모드 보스전의 억지로 만들어진 도전을 좋아했던게 아니다. 새로운 업적 시스템 기반의 보상이 공정하긴 했지만,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과는 달랐던 것이다. 

언매스가 테라에서 직면한 문제는 와우에서 파생된 또다른 문제점인데 이는 장비를 그저 모두에게 뿌리기보다 이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었을 때의 가능성이다. 와우는 모든 가치있는 아이템이 거래 불가능하므로 희귀 아이템이 거래 가능할 경우의 좋은 사례가 되지 못한다. 대신 또다른 아시아 MMORPG인 파이널판타지 XI(Final Fantasy XI : 이하 FFXI)가 거래의 공정성에 어느정도의 통찰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FFXI에는 “악명높은 몬스터”라는 것이 있는데, 특정 위치에서 드물게 나타나며 이를 물리칠 경우 아주 희귀하고 가치있는 아이템 또는 제작 재료를 낮은 확률로 드랍한다. 

FFXI의 장비들은 “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여러 번에 걸친 거래를 통해 여러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다. FFXI는 골드 파머들이 해킹을 통해 희귀한 아이템들을 독점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는 다음 편에서 다룰 문제이고,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희귀한 장비 아이템의 순환에 있어서의 공정성이다. 

어떤 플레이어가 이런 희귀한 아이템들 중 뭔가를 원한다면, 이 플레이어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해당 몬스터를 죽이고 직접 그걸 얻어내거나, 그 아이템을 구입하기에 충분할만큼의 돈을 모으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FFXI에는 가치있으면서도 거래 가능한 아이템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돈이 크게 의미있으며 극도로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아이템을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은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직접 몬스터를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선택지를 택하든 그 아이템을 구하는건 성취가 된다. (현질 시장을 제외한다면) 양쪽 선택지 모두 그 자체로 공평한 것이다. 

따라서 브라이언 녹스가 플레이어의 성취감이라는 측면을 우려하는데 있어서 이 우려는 아이템이 어떻게 시장에 도입되는가의 문제이지, 어떻게 구입하느냐의 문제는 아니게 된다. 아이템이 와우에서처럼 시장에 넘쳐나게 된다면 플레이어들은 이를 구입함에 있어 아무런 성취를 느끼지 못할 것이고,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 아이템들을 직접 사냥을 통해 구한 이들의 성취감을 파괴하게 된다. 

한편으로 이 아이템들이 시장에 NPC상인들이 아닌 플레이어의 성취를 통해 주의깊게 도입된다면 플레이어들의 성취감은 유지될 것이다. 왜냐면 가격이 아주 높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 가격은 플레이어가 이를 얻기 위해 치러야했던 수고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치는 유지된다. 

MMORPG에서 공정함이라는 개념을 요약하자면: 노가다 또는 순수하게 들인 시간에 기반하는 성장 매커니즘은 성장과 성장 과정에서의 성취감을 하찮아 보이게 만든다; 이 경우 공정함의 개념은 상당히 무의미해지며 누구도 시간이 드는 성장을 돈으로 커버하는 것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성취가 플레이어의 솜씨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이를 스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눈쌀 찌푸려지는 일이다. 최상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솜씨에 기반한 성장이 누적되는 것을 피하여 와우의 레이드가 겪었던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공정성은 “넓고 평탄한” 게임 디자인을 통해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다.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장애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각각의 장애물들이 그 자체로 정말로 도전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공개된 시장에서 이들 도전의 보상을 교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전을 통해 이룬 성취 자체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면,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성취를 이루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방법의 대가와 거래할 것이다. 

0

Share this post


Link to post
Share on other sites

"아이템의 가치 보존"이라는 부분에서 리니지 시리즈의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와우와 리니지의 아이템 가치는 상당히 대조적인데요, 우선 귀속 여부라는 규칙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그 가치를 지켜줄 것인가에 대한 운영적인 부분에서도 차이점이 잘 나타납니다.

본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와우는 시즌 단위로 다음 시즌의 상위 아이템이 개방되면 전 시즌의 아이템들은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만듦으로써, 아이템의 가치를 "시즌 동안만" 유효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한 확장팩 내의 여러 시즌을 거친다 해도 적어도 아이템들의 획득 비용이 낮아진 것에 대한 가치 변화만 있을 뿐, 아이템들 사이의 계층 변화는 유지됩니다. 점점 값어치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공짜가 되진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확장팩 단위의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이전 까지의 모든 아이템들의 가치는 한없이 0에 수렴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무가치해지게 되죠. 아무리 수십 시간을 들여 최상위 최고 난이도 공격대의 희귀 드랍 아이템들로 온 몸을 두르고 있다 하더라도, 다음 확장팩에서 1~2레벨업 하는 동안 어느새 퀘스트 보상 아이템들로 전부 갈아입게 됩니다. 시스템이 모두에게 배급하다시피 지급하는 아이템이 레이드 보상 아이템보다 훨씬 강력하죠.

아이템은 단적인 예시일 뿐이고, 사실 와우라는 게임의 구조는 굉장히 소비적 아니 소모적으로 이뤄져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리니지의 경우, 옛날의 싸울아비 장검의 가치는 요즘 싸울아비 장검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굉장히 아름답게 조정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강화 도중 아이템이 파괴된다는 "아이템의 퍼머데스"라는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는 매번 자신의 자금 수준에 맞는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대표적인 월드 스테디 셀러인 이브온라인의 아이템 순환 경제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동작하고 있습니다. 자산의 소멸과 그에 따른 수요 발생, 그리고 수요에 따른 가치 상승의 순환 구조는 이런 방식의 게임 경제에서 핵심적인 요소인 듯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최근에 리니지1을 다시 플레이했을 때, 퀘스트 형식의 튜토리얼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레벨업 지원 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장비를 시스템이 지급해준다는 것에서 꽤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ㅎㅎ)

"시간과 돈 중 플레이어가 원하는 자원을 쓰게 한다"라는 것은 현재 모바일 플랫폼에서 거의 정설처럼 굳어가는 시점이지만 여기서의 돈은 F2P 기준의 설명이기에 현금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정액제 게임 내에서 현금이 아닌 게임 머니를 돈으로 치환해도 이 명제가 참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어 무척 신선했습니다.

0

Share this post


Link to post
Share on other sites
이 글을 팔로우하기  
팔로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