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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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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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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MMO의 세 단어 2. 수도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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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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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Words Of MMOs: Faucets

먼저 읽어보시면 좋을, 1편 "공정성"

2편의 원문출처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805/the_fwords_of_mmos_faucets.php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두 번째 글인 이번 편에서는 MMO 경제 전문가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이 수도관 – 돈이 어떻게 게임에 들어와서 다시 나가는지 - 의 개념을 살펴보며, 건강한 게임 경제를 위해 진짜로 중요한게 무엇인지에 대해 몇몇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지난 편에서는 MMORPG 경제의 공정성 – 특히 게임 내 시장에서 장비를 사고 파는 것과, 귀속되어 그럴 수 없는 경우 - 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았다. 2편에서는 MMORPG의 또다른 F단어인 ‘수도꼭지(Faucets)’을 다뤄보려한다. 

1편으로 돌아가서, 울티마 온라인의 제작자인 리처드 게리엇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돈을 얻는 비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도 이런 요소는 거의 대부분 유효하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이들과 게임을 하긴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MO에서는 이런 요소가 유효하지 않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경제 구조는 대략 이런 식이다: 

이 그림은 게임의 MIMO 모델(돈이 들어오고, 돈이 나가고: money-in, money-out) 즉 수도꼭지(상수도)와 하수도를 보여준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돈의 흐름이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MMORPG에서 이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잘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 많은 개발자들이 파괴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도록 화폐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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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사냥이나 퀘스트 수행 등을 통해 수도꼭지에 ‘화폐’가 계속해서 주입되죠.” Ncsoft의 게임 아이온의 경제를 설명하며 랜스 스티테스(Lance Stites)가 말한다. “따라서 욕조는 가득 차게되구요. 하수도가 없으면 극단적 인플레이션을 겪게 됩니다. –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했을 때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계가 만들어지는거에요.”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위키피디아를 통해 이를 명확히 해보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본래 순환 구조에서 화폐량의 증가를 의미했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이런 의미로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가격 규모의 상승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서로 구분되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격의 상승은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NPC 상인이 말 한마리의 가격을 300G에서 400G로 올리거나 경매장에서 물약 한 묶음의 평균 가격이 10G에서 15G로 올라간다면 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화폐 공급 증가는 순환 구조내의 화폐의 양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러분의 게임 서버내 골드의 양이 어제 1000G에서 오늘 1100G가 되었다면, 화폐 공급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위의 두 가지는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분의 정부가 1달러 지폐의 인쇄를 멈추고 1조 달러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여러분의 연봉 5만 달러는 더 이상 좋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한된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가진 사회에서는, 이들의 가격이란 그 사회가 가진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고정된 퍼센티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사회 전체에 100덩어리의 빵이 있다면 그리고 100달러를 찍었다면, (그리고 터무니없긴 하지만 이 100덩어리의 빵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유일한 상품 또는 서비스라고 가정한다면) 각 빵 덩어리는 1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 상태에서 100달러를 더 찍으면 빵 한 덩어리는 2달러가 되고, 따라서 돈을 찍어내는 입장에서는 좋은 거래이다. (이제 빵을 다 갖기 위해 50달러만 내면 되니까) 그러나 1달러를 가진 이들에게 이는 좋지 못한 거래인데, 자기가 가진 돈이 이제 빵 반 덩이의 가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비디오 게임의 “사회”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농장을 만들 땅이 엄청 많고, 파낼 석유가 엄청 많고, 캐낼 철이 엄청 많지만 결국 총량은 정해져있다. 여기에 더해 사유재산의 개념이 아무나 와서 이런 자원들을 획득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게임 세계에서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 게임 세계에서 자원은 무한하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캐내도 자원은 계속 리스폰된다. 따라서, 게임에서, 여러분이 뭔가를 원한다면, 여러분은 그걸 살 이유가 없다. 그냥 가서 가지면 된다. 

인플레이션이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돈을 내지 않고는 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을 키우고 도구를 만들어서 자, 빵을 만들었다. 할 수가 없다. 현실 세계에서는 생산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빵을 구입해야만 한다.

현실에서 빵은 나무에서 자라거나 고블린이 드랍하지 않는다. 게임에서는 빵이 나무에서 자라거나 고블린이 드랍한다. 이 비유를 좀더 넓게 펴보자면, 게임에는 무한한 양의 “빵”이 존재하고 모든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올바르게 플레이하기만 한다면 이를 취할 권리가 있다. 

채집하고 제작하기 위한 무한한 자원에 더해서, 비디오 게임의 NPC 상인들은 또한 팔려고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을 무한하게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빵을 구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우클릭을 하든 관계없이, 상인들은 언제나 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더 멋진 점은, 가격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빵을 얼마나 구입하든 빵의 가격은 결코 올라가지 않는다. 

이것이 NPC상점에서 구입 가능한 모든 상품에게 의미하는 바는, 그 상품이 고정된 최고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 가격”이란 복잡한 경제학적 용어로 “이 이상은 절대 올라가지 않을 가격”을 의미한다. 따라서 게임의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 상품을 그 가격, 아무리 가격이 높아진다해도 그 가격 이하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NPC 상인들은 플레이어들이 가져오는 잡템을 구입하기 위한 돈도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개발팀에서 그 아이템에 가격을 붙여놓은 이상 NPC 상인들은 얼마든지 그 상품을 사준다. 여러분이 10억개의 두꺼비 가죽끈을 가지고 있다면, NPC들은 (그걸로 뭘 하려는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를 구입하기 위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 NPC 상인들에게 팔기 위한 모든 상품들은 그 상품에 대한 고정된 최저 가격이 설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혹시 이게 “이 이하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을 가격”을 의미하는 복잡한 경제학적 용어라고 생각했다면 정답이다. 

고정 최저 가격과 고정 최고 가격을 가진 모든 상품들은, 플레이어간의 거래에 있어서 그 가격 범위 내에서만 거래가 된다. 뭐 … 아닐 수도 있다. 게임 내 경제에 대해 아는 어떤 플레이어도 고정 최고 가격 이상으로 구입하거나 고정 최저 가격 이하로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잘 모르는 플레이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브 온라인”과 같은 몇몇 온라인 게임들은 이런 경제에 무지한 종류의 사람들을 먹이로 삼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어떤 게임의 위키가 포괄적이고 자주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이런 류의 실수를 하는 것을 막아준다. 

스티테스의 수도꼭지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가보자면, 결국 그가 얘기했던 ‘신규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해 그가 느끼는 공포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의 게임이 잘 디자인되어서 신규 플레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핵심적인 아이템들에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정해져있다면, 순환구조 내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든 플레이어간 거래 시장의 가격이 얼마나 오래든 관계없이, 모든 신규 플레이어들은 돈을 벌고 쓸 기회를 똑같이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와우’를 보자. 플레이어들은 ‘와우’를 싱글 플레이어 게임처럼 할 수 있다. 혼자서 퀘스트를 하고, 혼자서 돈을 벌고, 혼자서 NPC 상인들에게 이 돈을 쓰는 것이다. 

이 게임의 화폐 공급 또는 경매장의 인플레이션은 신규 플레이어가 솔로 컨텐츠만을 즐기는 이상 이 플레이어의 경험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일정 시점에서, 이 플레이어는 경매인을 클릭할 수도 있다. 그리고 …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해야겠다. 시간 = 돈. 1편에서 말했던 바 있다; 여기서 다시 말하겠다. 이는 기본적이면서 모든 경제적 현실이 기반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이 신규 플레이어가 경매장의 가격들을 보면서, 그/그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매장의 가격에 구입하거나, 가서 직접 구하는 거다. 한 쪽은 돈이 들고, 다른 한 쪽은 시간이 든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양쪽을 평등하게 고려한다면, 그들은 어떤 쪽이든 싼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그 물건을 직접 구하는데 드는 시간보다 그걸 구입하는데 드는 돈을 구하는 쪽이 시간이 덜 든다면, 그들은 그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실제로 이는 현실 세계 경제의 이면에 자리한 기본적 개념이다. 여러분이 구입(또는 절도)하지 않는다면, 빵 한덩이를 만드는데 어느정도나 시간이 걸릴까? 주인없는 경작지를 일단 찾아내야 한다. 불가능하겠지만 한번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 땅에 있는 밀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땅에 밀 씨앗을 심고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밀을 수확해야하는데, 맨손으로는 아주 어렵다. 돌맹이와 나무를 좀 구해서 스스로의 농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밀알을 갈아 밀가루를 만들고,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다른 재료들도 찾아낸다. 그동안 여러분은 한 덩이의 빵을 얻기 위해 일 년의 몇 주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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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단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 숙련이 되면, 빵을 많이 만드는 것은 한결 쉬운 일이다. 여러분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빵을 왕창 많이 만들어서 이를 거래하는 것이, 빵 몇 덩이를 만들거나 그 외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일들을 직접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훨씬 말이 된다. 

재밌게도 사람들이 각자 하는 일에 점점 전문화되고 이를 다른 이들과 거래할수록, 생산은 점점 더 효율적이 된다. 따라서 누군가는 밀을 만드는데 특화, 누군가는 밀알을 갈아 밀가루를 만드는 일에 특화, 누군가는 밀가루로 빵을 굽는데 특화 … 뭐, 여러분이 이런 3단계 매커니즘을 많은 게임들을 통해 이미 보아왔을거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MMORPG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MMORPG들의 개별 활동들은 고도로 고립되어 있으며, 극도로 자급자족을 지향하여 디자인되어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모든걸 스스로 할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게임들에서 모든걸 스스로 해야만하도록 요구받는 것이다. 와우에서 누군가가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이 약초들 좀 내 연금 부캐로 보냈다가 영약 비벼서 우편으로 다시 보내야 돼.”라고 말하는걸 들은 기억이 수도 없다. 모두가 모든 일을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거래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나마 이들 게임들이 자원 채집 시스템을 이렇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자원 채집은 되는대로 만들어졌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광석이나 약초를 클릭하거나 아무거나 나오길 바라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모한 시간에 비례하여 얻는 자원의 양이 선형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여러분이 1시간에 약초를 20개 캘 수 있다면, 2시간에는 40개를 캐게 된다. 이것이 “현실 세계” 채집과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여러분의 노동의 결과물은 추가적으로 일을 하면 극적으로 올라간다. 하루에 1시간씩 100일을 일해서 여러분이 10파운드의 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면, 하루에 8시간을 일해서 100일이 지나면 여러분은 아마도 10,000파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MMORPG에서, 여러분의 시간을 소모하여 특정한 종류의 자원 채집에 전문화 한다는 것이, 아무거나 채집하는데 비해 어떠한 효율 증가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여러 자원들을 동시에 채집하는게 한 가지 종류만 채집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효율이 높다. 

아울러 현실의 경제학 원칙과는 다르게, 여러분은 종종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얻게 된다. 와우와 같은 MMORPG에서의 채집이란 농부가 밀을 채집하러 나가서는 광석 덩어리, 과일, 기공부품, 살아있는 동물, 발전된 과학기술 조각, 마법 아이템 등을 가방에 꾸역꾸역 주워넣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에서 분업화된 노동의 가치와는 터무니없을만큼 극단적으로 반대인 것이다. 

여러분의 게임에 있는 “수도꼭지”가 현금으로 홍수를 이룰거라 걱정한다면, 다른 자원들의 수도꼭지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어떤 플레이어가 자기가 돌아다니며 얻은 잡템들을 팔러 마을로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자. 이런 모든 잡템들이 사실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잠템을 모은 이에게는 그저 잡템일 뿐이다. 그/그녀는 이 잡템을 모으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잡템들이 가방 속으로 떨어진 것과 같다. 그러니 그/그녀는 경매장으로 가서, 이 아이템들의 현재 가격을 살펴보고, 가격을 후려친다. 왜? 간단하다. 그들은 가능한한 빨리 잡템을 가방에서 치워버리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잡템일 뿐이니까. 그게 우리가 잡템으로 하는 일 아닌가? 가방에서 치워버리기. 

많은 MMORPG에서 실제 수도꼭지는 골드의 드랍이 아니다.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이다. 아울러 그 결과도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 반대이다: 공개 시장에서 모든 잡템들을 팔아치우려는 경쟁 덕분에, 가격은 최저 가격에 가깝게 내려간다. 

어떤 시점에서 차라리 상인 NPC에게 잡템을 팔아버리는게 다른 플레이어에게 팔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싸(그리고 더 편리하)게 먹히기 시작한다. 이는 해당 아이템이 시장에서 포화상태이며 따라서 최저 가격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공교롭게도 화폐 수도꼭지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뿐만 아니라 화폐 수도꼭지는 이미 존재한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언제든 플레이어들은 돈을 얻을 수 있는, 예를 들면 몬스터 사냥과 같은 일에 전념해왔다. 

플레이어들이 돈의 공급을 관리하기에, 그들은 이미 돈을 얻을 수 있는 모든 수도꼭지를 열었고 시장은 화폐로 넘쳐나고 있다. 그들이 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간 뿐이다. 어떤 시점에서, 돈을 직접 벌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더 가치있게 쓰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시장이 완전히 바닥에 도달한게 아니라면 자원을 모으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MMORPG에서는 그렇지 않다. 

좀더 큰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게임 외적으로 시간을 쓰기 시작할 때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뭔가를 원한다. 그러나 그에겐 자기가 원하는걸 구입할 돈이 없고, 시간을 써서 그만큼의 돈을 모으고 싶지도 않다. 왜? 그들의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때, 시간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진다. 

여기가 바로 골드 파밍이 개입하는 부분이다. 골드 파밍은 궁극의 수도꼭지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현실의 돈을 지불하고, 그들이 대신 시간을 써서 여러분에게 돈을 가져다준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이게 골드 파밍이 동작하는 원리이다. 골드 파밍에서는 두 가지 기본적인 팩트가 존재한다:

-    플레이어들과 게임 개발자들은 골드 파머들 때문에 비슷하게 고통받고 있다.
-    플레이어들과 게임 개발자들은 골드 구입자들로부터 고통받지는 않는다. 

골드 파머들로 인해 고통받는 플레이어들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골드 사라는 광고 문구만 해도 많은 온라인 게임들에서 공포스러운 존재이다.  골드 파머들은 또한 어뷰징 가능한 헛점을 찾아내려 노력하며, 이들 중 많은 경우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피해를 준다. 골드 파머들은 또한 게임 자체로부터 돈을 얻기보다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돈을 얻는게 더 쉬울 때 게임 내 경제에 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들은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계정을 해킹해서 들어가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홀딱 벗겨 자신들의 돈자루를 채우고 그걸 다시 팔아치운다. 

게임 개발자들과 퍼블리셔들 또한 골드 파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에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사기들이 존재하지만, 개발자이자 퍼블리셔로서 우리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사기는 바로 신용카드 사기죠.” 트라이온 월드(Trion World)의 리프트(Rift)에서 수석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스캇 하츠맨(Scott Hartsman)의 말이다. “여러분이 안좋은 골드 사이트에 가서 골드를 사면, 그들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여러분에게 골드를 주겠지만, 동시에 여러분의 카드 번호도 팔아넘겨요. 아니면 여러분의 카드로 계정을 새로 파죠.” (우리나라의 골드 거래는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 등의 중계 사이트를 통한 ‘유저간 거래’ (실제로 반대편은 업자인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중계 사이트를 통해 최소한의 보안은 보장이 됨)가 주를 이루지만, 서구권의 골드 거래는 유저간 거래는 별로 없고 개별 사이트에서 업자들이 직접 골드를 파는 경우가 대부분임. -voosco)

“사람들은 이런걸 웃고 넘기곤 다른데가서 ‘하하, 내게는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곤 해요. 아니에요 일어납니다.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죠.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지난 삼사년간 저는 어떤 게임 회사의 대표에게든 마스터 카드(Master Card)와 비자(Visa)에게 벌금을 얼마나 내야했는지 묻고 싶었어요. 엄청나게 많이 일어납니다. 벌금으로 낸 돈들이 사실은 게임을 더 낫게 만드는데 갔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참 병신같다는 걸 확인하려는데 쓰이고 있더란 말입니다.”

따라서 골드 파머가 나쁜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골드 구매자들은 어떨까? 스스로 벌지 않은 골드를 얻는 이들은 나쁜걸까? 나는 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 한 놈이 돈으로 산 캐릭터로 게임을 망칠 수 있어요. 심지어는 친구들의 1랩 캐릭터들까지 말이죠.” 터바인(Turb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델 커(Cardell Kerr)의 말이다. “하지만 그런건 요새 게임문화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친구들와 같이 플레이하고 싶거든요.”

“이제는 게임에 로긴하면, 그 게임이 MMO든 FPS든 그 둘을 섞은 이상한 게임이든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그런 활동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때문에, 요즘은 이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돈의 관점에서 이 돈에 대한 보상이 문제라고 보는 건 엉뚱한 대상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매우 간단한 비유가 있다: 여러분은 누군가 접속해서 그들의 친구에게 많은 양의 돈 또는 강력한 장비를 주는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에게는 도와줄 친구가 있고 내게는 없다는건 “공정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 “불공정” 에 대한 논쟁이 골드 구매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골드를 “받는”건 괜찮고 골드를 “파는”건 나쁘다면, 해결책은 뭘까? 꽤 단순하다: MMO 제작사들이 직접 골드를 파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드디어 경제의 핵심에 도달한 것이다. 

기억해보자. 무제한의 골드 수도꼭지가 이미 넓게 열려있고, 플레이어들이 달려와서 각자의 그릇을 채워가길 기다리고 있다. 유일한 차이는 기다리는 시간을 없앤 것 뿐이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그저 수도꼭지의 물의 흐름을 더 빠르게 하는 것 뿐이다. 

이 지점이 바로 사람들이 공포에 빠지는 곳이다. 으어? 안돼 !! 가격이 올라갈거야!! 근데 그건 실제로는 나쁜 일이 아니다. 정말로. 가격은 이미 바닥이라는걸 기억하자. 벌써 수요보다 한참 더 많은 물건들을 모험을 통해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이미 그런 모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 구매를 좀 허용하는 것은 귀찮은 모험을 통해 마을로 흘러들어온 잡템들을 청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신경써야 할 것은 경매장에서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사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품목의 가격이 올라갈 것인가? 아마도 진짜로 가격이 크게 상승할 물건들, 인플레이션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물건들은 엄청 희귀한 아이템이라서 지금도 이미 엄청나게 비싼 아이템들 일 것이다.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그걸 살만큼의 골드를 갖기 위해서는 골드 파머에게 골드를 사야만 하는 그런 물건들. 

여기에 MMORPG가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부분이 있다. 현실에서는 대단히 희귀한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막대한 양의 작업과 시간, 그리고 창조적 영감을 들여야 한다. MMORPG에서 이런 희귀한 물건들은 반짝이는 시체를 우클릭하면 10억분의 1확률로 보라색 이름이 부여되어 나온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이런 희귀한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할 수 있다. 위대한 그림을 그려보이겠다며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거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우연찮게 위대한 명작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다. 우연히 환상적인 교향곡을 작곡하거나 우연히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MMORPG에서는 모든게 랜덤이다. 쥐 10마리 죽이는 퀘스트를 하다가 7번째로 죽인 쥐가 어마어마한 에픽 아이템을 드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러분이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해도 이런 일들이 노력을 통해 성취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무작위성으로 인해 그 물건들의 가격은 이미 극도로 불안정하다. 골드 파머들은 경매장에 이런 물건들이 올라오면 잽싸게 즉시 낙찰받아 도달 불가능한 가격에 다시 올려놓는다; 이들을 구입하기 위한 방법은 골드 파머들로부터 골드를 구입하는 것 뿐이다. 이 과정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 – 골드가 아닌, 반짝이는 에픽템 – 을 골드로 바꾸는 잔혹하리만치 효율적인 싸이클이다. 

수도꼭지와 하수도를 고치는 방법은, MMORPG에서 장비가 성장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유아기적 개발자들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대신 장비를 장비로 대하게 해야한다: 사용하고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 아이템 성능이 점진적이며 상대적으로 약화되게 만들고, 아이템을 잃을 수도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템은 플레이어들이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건 즉, 구입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며 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모든 것이 최신 MMORPG의 가장 큰 단점들 중 하나를 개선함으로써 이루어 질 수 있다: 제작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브 온라인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경제는 결단코 단순히 그 경제의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에 기대는 바도 크다. 이브의 모든 것은 제작된다. 이브의 모든 것은 파괴되어 사라질 수 있으며, 교체할 필요가 있다. 

이브에서 돈은 순환한다. 모든 이들이 다른 이들이 만든 뭔가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다른 이들로부터 뭔가를 얻지 않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등의 테마파크형 MMORPG들이 가진 디자인 철학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와우에서 모든 가치는 획득 시 귀속에 담겨있다. 즉 여러분은 모든걸 스스로 얻어야만 한다. 

한편으로 게임의 제작 시스템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한 가지 역할에 전문화되도록 만드는건, 경제학적 동기부여 공식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이브에는 광부, 배달부, 제작자 등이 있으며, 각기 서로 다른 일들을 한다. 아울러 게임의 제작 시스템이 충분히 열려있어서 플레이어들끼리 여러 측면에서 서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독점을 통한 비효율이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브도 이런 측면에서는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버퀘스트II는 그보다 훨씬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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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2가 출시됐을 때, 이 게임에는 고도로 전문화된 제작 시스템이 있었다. 9종류의 제작 분야가 있고, 한 품목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품목의 부품들을 필요로 했다 – 때로 다른 8가지 품목의 부품 모두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거의 매 단계마다 최소한 1개의 연금술 재료를 요구했다. 이는 다른 제작자들이 연금술사에 크게 의존하게 만들었고, 몇몇 연금술사들이 손쉽게 경제를 멈춰버릴 수 있게 되었다. 

“2004년에 우리가 출시했던 게임은 수년 후의 게임과는 확연히 달랐어요.” 스캇 하츠맨(Scott Hartsman)이 에버퀘스트II의 경험에 대해 나에게 얘기하며 한 말이다. “제작 시스템이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지,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등 많은 일들을 해야했죠. 그중 가장 중요한건, 소수의 사람들에게 서버 전체의 경제를 망칠 힘이 주어지지는 않는지 관찰하는 거였어요.”

“그정도의 상호의존성을 가진 게임은 플레이하기가 아주 복잡하죠. 몇몇 레시피의 최종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40가지 부품들 – 서로 다른 티어에 속한 40가지 부속요소들 – 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리고 그 부품들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어야 하는 것이었죠. 결국 아주 작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서버 전체의 경제를 통제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내가 지적하고자하는 EQ2가 출시되었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화된 시장 시스템의 부재였다. EQ2는 결국 중개인 시스템을 넣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로긴해 있어야만 동작하는 식이었다. 나는 스캇에게 매입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이브와 같은 시장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물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연금술사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들이 연금 재료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하면, 그들은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고 따라서 EQ2의 상호의존적 구조가 살아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저도 중앙화된 시장 시스템이 우리의 상호의존적 시스템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어줬을거라고 믿어요. 그 이유는 이래요: 제작의 상호의존성과 던전의 파티플레이는 서로 다른 활동 층위에서 각기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는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저 불편한걸 싫어하는거죠. 그리고 다른 사람이란, 세계에서 가장 불편한 존재인거에요.”

난 줄곧 MMORPG에서 가장 나쁜건 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이라고 말해왔다. 

“맞아요. 우린 언제나 간단하고 재미있게! 라고 말하곤 했죠. 사실이에요. 제작의 상호의존성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와, 이 제작 시스템은 깊이가 상당하고 종류도 엄청 다양해’라고 하지만, ‘아 …. 잠만. 이제 이 부품을 구할 방법을 찾아봐야하네? 이건 별론데 …’ 하게되죠. 따라서, 맞아요. 그런 시스템을 더 추가하는건 제 생각엔 상호의존성을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추가하는 방법일거에요.”
자, 이제 여기에 성공적인 MMORPG 게임 내 경제를 만들기 위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a)    모두가 필요로 하는, 그리고 특히 신규 플레이어를 포함해서 모두가 채집할 수 있는 자원을 반드시 넣어라. 테마파크의 “최상위 재료들만이 실제로 거래되는” 모델보다는 이브의 “트리타늄이 좀더 필요해!” 모델을 따르라. 

b)    한 가지에 특화된 플레이어에게 좀더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특정한 노동에 전문화되도록 동기를 부여하라. 그게 채집이든 제작이든. 아울러 각각의 전문화된 분야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생산물을 필요로하도록 만들어 상호의존성을 구축하라. 

c)    그러나 시장의 비효율성을 교정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못박혀 있도록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들이 아무런 비용없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바꿀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즉: 와우나 리프트처럼 “딱 두 개만 가능!!”하게 만들어선 안되며, 파이날 판타지 XIV 또는 이브 온라인처럼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어요.”로 해야한다는 의미이다. 

d)    직접적인 상호작용 없이도 플레이어들이 서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매입 주문과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은, 누군가를 만나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제적 거래를 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장치이다. 

e)    게임 내 화폐의 수도꼭지보다 장비의 수도꼭지에 더 주의를 기울여라. 화폐 수도꼭지를 완전히 방치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화폐 수도꼭지보다 장비의 수도꼭지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귀속 시스템은 인정하지 않는다; 귀속 시스템 하에서는 결국 누구든 다른 이들이 가진 것들을 갖게되며 누구도 자기들이 가진 물건들을 팔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영구 장비를 폐기하라. 장비에 기반한 성장 시스템을 없애라. 

이 시리즈의 3편이자 마지막 편에서는 게임 내 경제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제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MMORPG에 대해 논할 때면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큰 F단어인 바로 무료(Free) 플레이(to play) 이다. 올해 캐나다 게임 컨퍼런스(Canadian Games Conference)에서 내가 발표한 내용과 개념들을 일부 다시 소개하고, 여기에 아주 많은 깊이있는 내용들을 추가하려한다. 

채널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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