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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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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한국 MMORPG의 흐름 - 어느 유저의 입장에서

5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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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에 게재되어 열화와 같은 호응 (들의 대부분은 '이 게임은 왜 언급 안하냐' '저 게임도 재미있었다!!' 였던 걸로 기억 ...) 을 얻었던 글입니다. 마비노기 같은거 빼먹은건 좀 아쉽기도 하던데 (맥락상 다루지 않는게 맞다고 하더라도 꽤 임팩트있는 게임이었기에)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죠. 

이 글은 전체 맥락을 다루고 있긴 한데 ... 현 세대에 보편화된 개별적인 게임 디자인의 히스토리에 대해서 추적해보는 글도 언젠가 써보고 싶긴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파티플레이는 어디서 기원했으며 어떤 게임들의 어떤 영향력으로 인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나 등 ... 각 게임 디자인 요소들의 계보도 같은 것도 인포그래픽 식으로 그려보고 ...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 ... 긴 하지만 역시 많이 힘든 일이 되겠군요. 

블로그 링크
http://voosco.tumblr.com/post/43712198289/mmog


여차저차하여 뭘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게 ‘한국 mmog의 역사’ 다. 근데 솔까말 ‘역사’씩이나 붙는 거창한 글을 쓰려면 자료조사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생각도 많이 해야할 것 같고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더라. 그래서 생각하기를 역사씩이나 쓰기는 좀 그렇고 ‘흐름’ 정도로 이름붙이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쓰기로 했다. 이 글은 전적으로 내 관점에서 쓰여진 바, 잘못된 사실이나 편견이 들어갈 수 있음을 강하게 못박아두고 싶다. 이래야 보통 틀린 내용이 나오더라도 변명하기가 용이하더라구. 물론 처음부터 틀린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게 좋긴 하겠으나 그게 쉬우면 역사를 쓰지 흐름을 쓰진 않지. 그러니 뭔가 좀 거시기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관대한 마음으로 널리 양해 바란다.

‘한국 mmog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쓰여졌다. 첫번째는 ‘게임 디자인’ 즉 우리가 흔히 게임 기획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한정해서 논하려 한다. 사회 전반의 여러 환경 변화가 한국 mmog 시장에 끼친 영향이라던가, 테크 및 아트에 대한 부분들은 내 분야가 아닌 관계로 소양이나 관점이 여러분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 글에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의견이 들어간다면 그건 전적으로 양념 정도이고, 기본적으로는 게임 디자인에 대한 글이라는걸 유념해서 읽어주시면 좋겠다.

두번째는 이 글이 ‘흐름’에 대한 것이지 ‘최초’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그래서 그 영향력이 이후에 나온 게임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경우를 중심으로 다룬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요소를 ‘최초로 시도한’ 케이스를 말하는게 아니다. 유럽에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기 수백년 전에 우리 조상들은 직지심체요절 (직지심경) 을 금속활자로 찍어냈다. 최초는 엄연히 직지심경이며 그걸 자명하다. 그러나 영향력의 측면에서 직지심경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의 금속활자는 철저히 종교적 사회였음에도 그 종교의 신도들이 자기 종교의 경전을 직접 읽기 어려웠던 유럽 사회 전체에 성경을 보급하는 획기적 사건의 시작이었으며, 이로 인해 당대 종교단체들의 정책과 행동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났고, 결국 종교혁명에 이어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직지심경은 당대 고려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효과는 있었으되 종교혁명과 르네상스에 견줄만한 파급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예를 들다보니 너무 거창한 걸 가져온게 아닌가 싶긴한데, 아무튼 무슨 소린지는 알았으리라 믿는다.

위에서 언급한 두 요소를 포함해 다시한 번 설명해보자면, 이 글은 한국 mmog에 있어서 ‘최초’보다는 ‘큰 영향력을 끼쳤던 게임들,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 디자인’들에 대해 얘기하려는 글이다.

 

리니지와 후계자들

 

당연하게도 시작은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로 해야할 것 같다. 그 이전에도 ‘한국 게임’이라고 한다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니 창세기전이니 없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이들 게임들은 비교적 좁은 유저풀에서만 유통&플레이되었던 관계로 이 맥락에서는 부가적인 곁가지정도이다. 범위를 mmog에 가까운 쪽으로 좁히더라도 리니지 이전에 다양한 MUD들과 바람의 나라가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 게임들은 아무래도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두 가지가 처음이었다고 본다. 항간에는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야말로 한국의 인터넷 전용선 보급에 가장 큰 공신이라고들 하는데, 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

리니지랑 스타가 히트를 치니까 당연히 ‘헐 씨발 나두~’ 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기 마련. 우후죽순처럼 다양한 여러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타의 후계자들과 리니지의 후계자들은 누가누가 더 많은 게임 디자인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정말로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치며 손에 땀을 쥐는 전투를 벌였고 최후의 승자는 리니지의 후계자들 … 이라고 말하면 멋지겠지만 사실 이 전투는 좀 싱겁게 끝났고, 승자는 압도적으로 리니지의 후계자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를 과금 모델에서 찾는 편이다. 당시는 과금모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았다는게 한 가지, 그리고 리니지의 후계자들과 스타의 후계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모태가 된 게임들을 흉내내는데서 출발(출발만 그렇게 했다 뿐이지 결과도 그렇다는건 아니고) 했기에, 과금모델도 그냥 리니지와 스타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는게 다른 한 가지의 이유다. 둘을 합쳐보면 리니지의 후계자들은 월정액 베이스, 스타의 후계자들은 패키지 판매수익 베이스라는 것. 근데 다들 알겠지만 패키지 판매수익 모델은 우리나라에선 불법복제 때문에 좆망한지 오래다. 결국 월정액 베이스의 리니지 기반 mmog들이 살아남았고, 스타 베이스의 게임들은 완성도가 좀 있다해도 결국 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렇게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가 시작된다. 리니지가 시장의 압도적 쉐어를 차지하는 가운데 여러 군소 게임회사들의 리니지를 본딴 게임들이 시장에 나왔고, 일부는 그럭저럭 살아남는데 성공하지만 대부분은 망하고 마는 뭐 그런 시기였다. 이때는 한국의 게임 개발력이라는게 지금보다 형편없었던 데다가, 게임 만들어본 적 없는 이들이 리니지만 보고 ‘이 정도라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약한 확신과 대체로 유사할 듯한 느낌이 드는 것만 같은 예감이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달려드는 때라서 더욱 그렇기도 했다. 지금 한국의 게임 개발력도 여전히 개차반이라 보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난 어쨌든 이정도 기간에 이정도 성장이면 괜찮은거 아냐?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무튼, 리니지의 후계자들 중 주목할만한 게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뮤이다. 뮤는 리니지와는 다른 3D 그래픽을 들고 나와서 대박을 쳤다. 한때 오리지널 리니지와도 자웅을 견줄 정도로 세력이 컸는데, 3D 이지만 쿼터뷰 (정식 명칭은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쿼터뷰로 부르니까 걍 그렇게 부르자) 시점을 가진 게임이었다. 비록 쿼터뷰일지언정 어쨌든 3D라서 그런지 현란한 이펙트가 팍팍 터지는, 지금보면 (솔직히, 그때봐도) 우뢰매스러운 그래픽으로 떡칠을 한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게중에 나은 편이었다. 소문에는 기획 1명, 그래픽 1명, 프로그래밍 1명의 총 3명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러가지 헛점이 있어서 오토와 핵의 온상이 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뮤는 ‘웹젠’ 이라는 회사를 엄청나게 키워놨고, 이후 웹젠의 몰락 코스는 지금도 게임 딱 하나 히트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게임 회사들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롤모델이 되고 있다.

두번째로 주목할만한 게임은 라그나로크이다. 배경은 3D 인데 캐릭터만 8방향 2D로 만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일본 캡콤의 귀무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비슷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라그나로크의 2D 캐릭터들은 앙증맞은 SD (머리통 크고 몸 작은, 귀여워보일 수 밖에 없는 체형) 화 되어 있어서 여러 여성 플레이어들에게 인기를 꽤 얻었다고들 하더라. 라그나로크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특히 일본에 수출되어 어마어마한 히트를 치기도 했다. 난 처음에 라그나로크가 일본에서 엄청 먹어준다는 소리를 듣고 ‘어디서 또 한민족 우월주의 개소리가 들려온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모처에서 아무 생각없이 다운받았던 라그나로크 온라인 동인지의 압도적 양과 우월한 질을 보고서 ‘아 이게 정말 일본에서 뜨긴 엄청 떴나보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눈여겨봐야 할 점으로, ‘캐릭터의 성장과 mmog가 만났을 때 그 가능성이 무시무시하다는걸 보여줬다는 부분’을 꼽는다. 천조국에서 시작된 CRPG는 본래 전투의 전략성이랄까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랄까 뭐 이런걸 보는 장르였는데, 이게 일본에 이식되면서 일본의 지배적 플랫폼이던 패미콤에 맞게 각색될 필요가 있었고, 키보드가 딸리지 않은 게임패드만으로 플레이하기에 편하도록 복잡한 요소들을 제외하고 ‘캐릭터의 성장’ 이라는 개념에 포커스를 맞춰서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있다. 내 아바타인 캐릭터가 성장하는 즐거움,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 그걸 체감하는 쾌감, 그리고 여기에 잘 정제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는 재미를 가미한 것이 이들 게임의 뼈대라고 보는 편이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발견한 바는 없으나, 한국 mmog의 ‘성장’ 개념은 방금 설명한 JRPG의 성장 개념 중에서 ‘성장의 쾌감’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히트의 이유라고 본다. 비약적의 향상의 핵심이라면 역시 JRPG에서는 몬스터를 때리면 뜨는 데미지로 밖에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비해, mmog에는 그걸 확인시켜줄 무수한 ‘진짜 사람’들의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애써 구입한 예쁜 옷을 걸쳤는데 그걸 입고 집구석 거울앞에서만 폼을 잡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봐줄 수 있는 바깥으로 나가는 쪽이 그 옷을 구입한 데 대한 만족감을 느끼기엔 더 적합한 것이다.

물론 IMF를 맞아 실직한 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레져를 찾다가 얻어걸린게 리니지라거나, 현금거래의 폭발로 인한 환금 가능성의 유혹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강하게 작용했겠으나, 게임 디자인 내에서만 찾아보자면 그렇다는거다. 당연히 리니지의 후계자들 또한 ‘성장’의 개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이를 공공연히 과시하거나 체감할 수 있는 퍼시스턴트 (persistent) 한 환경, 즉 예쁜 옷을 과시할만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속에서 화려한 이펙트와 그래픽으로 인기를 얻은게 뮤, 반대로 사람들 사이의 아기자기한 커뮤니케이션에 포커싱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 라그나로크 온라인.

 

과도기, 파티플레이의 도입

 

리니지의 후계자들은 리니지를 그저 따라하기만해서는 리니지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물론 이 업계의 상식이다. 나름의 독창적인 면이 어디라도 있어줘야한다. 그게 반드시 클 필요도 대단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뭐라도 다른 구석이 있어야만 한다. 리니지 성혈 총군 캐릭 버리고 다른 게임 하러 갈 사람은 없으니까. 앞서 설명한대로 뮤는 리니지에 3D 그래픽과 화려한 이펙트를 얹어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리니지에 좀더 우호적인 커뮤니티 구도를 얹어서 히트가 가능했다.

한편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 전성기는, 한국에서의 게임 업계가 안정적 산업이 되었음을 공공연히 만방에 선포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게임 개발은 한국에서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부실하고 취약한, 오히려 그보다는 존재하는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산업이었고, 따라서 코어 게이머들은 생업을 위한 직업과는 별개로 취미로서 게임을 즐기는 패턴이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나이가 아직 어려 생업을 가질 시기가 아니기도 했다. 그러나 리니지, 뮤, 라그나로크가 보여준 가능성은 이들을 게임 업계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코어 게이머들이 게임 개발 일선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막무가내로 리니지를 따라하다가 운이 좋아 얻어걸리는 코스를 바라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발전을 모색했다.

한국에서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기는, 북미에서 울티마 온라인과 에버 퀘스트의 시기이기도 했다. (뭐 리니지는 지금도 전성기니까 딱 잘라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 무슨 뜻인지 알거라 믿고 넘어간다) 앞서 언급한대로 게임 개발 일선에 뛰어든 코어 게이머 계층은 리니지 따라가다가 운이 좋아 얻어걸리는 방식 말고 좀더 합리적인 발전의 방향을 찾고자했고, 그때 눈에 띈 것이 에버퀘스트의 파티플레이였다. 리니지와 후계자들은 대체로 게임 플레이 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플레이를 혼자서 해야만하는 구조였다. 에버 퀘스트는 여기에 플레이어들이 서로 도우면 전투가 수월해지는 (말이 수월해지는이지 실제로는 혼자 진행이 불가능한 전투 난이도 때문에) 협동의 개념을 넣어서, 여러명이 함께 전투를 하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 게임 개발 일선에 있는 이들이 눈을 돌린 것이 바로 ‘파티 플레이의 도입’ 이었다. 파티플레이가 재미있다는 점은 서구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관건은 누가 더 안정적으로 빨리 이걸 한국 시장에 도입하느냐 하는 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EQ식 파티플레이’를 도입한 첫번째 한국 mmog는 ‘나이트 온라인’ 이라는 게임이었다. 그래픽 존나 후져빠지긴 했는데 아무튼 파티플레이의 핵심인 어그로와 탱딜힐을 제대로 도입했고, 덕분에 안정적 중박을 쳤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mmog의 파티플레이를 한국 시장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건 리니지2 였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메가히트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를 확고한 것으로 만들었고, 이걸 기반으로 리니지2는 파티플레이를 도입하여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 보면 리니지2의 파티플레이 개념은 당시 서구권에서 쓰던 엄격한 것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아무튼 기본기를 한국 mmog 플레이어들에게 보편화시키는데는 크게 기여했다.

결국 리니지와 후계자들의 시대 끄트머리는, 리니지에서 벗어나보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파티플레이로 귀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에게는 애석하게도, 리니지에서 벗어나려는 합리적 시도들은 리니지의 후계자들 중에서도 그 적자인 리니지2가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와우(World of Warcraft)의 시대

 

그리고 블리자드의 와우가 시장에 소개된다. 스타크래프트의 절정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내에서 엔씨와 맞견줄 브랜드 가치를 가진 게임 회사는 블리자드가 유일했다. 그런 블리자드가 소개한 와우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던지며 스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여러 게임회사들 중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 정도였던 블리자드를 단숨에 ‘세계 최강의 게임회사’로 끌어올린다.

블리자드가 게임 디자인에 던진 가장 의미있는 파문은 ‘보상 싸이클의 단축’ 을 꼽는 편이다. 예로부터 블리자드는 밸런싱에 능했는데, RTS 장르에 3종족 모두 전혀 다른 구도를 도입했으면서도 그 밸런스가 꽤 괜찮았던 (물론 욕도 많이 먹긴 하지만, 반대로 유사한 구도에 스타만큼 밸런스 잡힌 게임 보기도 드물다)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 ‘밸런싱’ 이라는 단어는 여러가지를 포괄하는 의미를 갖는다. 스타의 3종족간 PvP 밸런스 뿐 아니라 부드럽고 매력적인 성장곡선의 구성, 다양한 컨텐츠들 간의 유기적 보상균형 등등이 모두 밸런스라는 개념을 필요로 한다. 블리자드는 극도로 창의적인 뭔가를 기발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회사이기보다는 숫자를 아주 잘 다루는 회사에 가까웠고, 그들은 mmog시장에 새로 뛰어들면서 ‘부드럽고 매력적인 성장곡선’ 이라는 부분이 이 장르 전체에 결여되어 있음을 간파한다.

리니지의 후계자들에서 소개한 ‘성장의 쾌감’은 와우의 진영분리 구도에 의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즉 ‘내 레벨이 높으면 너님들은 좆밥이심’을 전달하는 멋진 장치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과도기, 파티 플레이의 도입에서 소개한 파티플레이는 당연하다는 듯 적용되어 있다. 그것도 파티플레이의 원류인 에버퀘스트가 수년간에 걸쳐 노출해왔던 파티플레이의 여러 단점들을 상당히 완화시킨 상태였다. 앞서의 둘은 이전 mmog들이 가졌던 재미를 계승하는 쪽에 가깝다. 그와는 달리 와우가 독자적으로 시장에 소개한 고유의 요소는 바로 앞서 설명한 ‘보상 싸이클의 단축’ 이다.

와우는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만렙을 찍기 까지 수백 수천개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와우 이전에는 이런 게임이 없었다. 퀘스트란 아주 특별한 것이며, 복잡하고 정교한 여러 단서들을 퍼즐 맞추듯 맞춰서 가까스로 성공했을 때에만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컨텐츠였다. 말하자면 mmog의 컨텐츠들 중에서도 비교적 사치품에 속했다. 근데 와우는 그런 퀘스트를 바닥에 깔아 하층민을 위한 생필품으로 만들었다. 누구든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와우의 퀘스트는, 이전의mmog들이 가지고 있었던 길고 힘든 확정 보상 또는 기대하기 어려운 무작위 보상의 구도를 파괴했다. 

에버 퀘스트와 리니지의 공통점은 레벨업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물론 리니지쪽이 좀더 어렵긴 하지만) 그리고 레벨업과 레벨업 사이에 별다른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플레이어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그걸 극복해내는 플레이에서 보상을 얻는다면 그걸 말릴 수야 없겠지만,이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직접 제공하는 컨텐츠는 아니다. 와우는 레벨업과 레벨업 사이에 수십개의 퀘스트를 끼워넣었다. 이전 게임에서 별다른 보상이 없이 플레이해야했던 수십 시간을, 작지만 의미 있는 여러 보상들 (퀘스트) 로 채워 넣은 것이다. 이전의 게임에서 보상은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이 대충 5개의 단으로 이루어진 것과 비슷했다. 계단에 단의 숫자가 적다고 얕보기엔 한 단의 높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인들도 이런 계단을 오르내리면 쉽게 치지고, 어린이와 노약자는 올라갈 수조차 없다. 와우는 5단 밖에 없던 계단을 36단 정도로 잘게 잘랐다고 보면 된다. 이제 어린이와 노약자가 오를 수 있는건 물론, 성인들도 전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에버 퀘스트나 리니지에서 떨어지면 좋긴 한데 그닥 큰 기대를 걸긴 어려웠던 ‘랜덤 드랍’을 통한 보상을 퀘스트 보상으로 보완했다. 에버 퀘스트나 리니지에서는 레벨이 같아도 캐릭터의 파워 자체는 차이가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누군가는 레벨업 와중에 운좋게 득템을 하고 그걸로 강하고 힘쎈 캐릭터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운이 나빴던 고로 대단한 아이템을 얻지 못하고 흔하고 약한 캐릭터로 남는다. 결국 동렙인데도 서로 차이가 많이 나는 캐릭터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같은 레벨에서도 다양한 편차들을 보여주던 이런 상황을 와우는 퀘스트 보상으로 커버했다. 득템을 하면 좋지만, 아니어도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장비가 안정권은 보장해준다.가난해 빠진 양민 저렙들에게 사회적 안전망 – 일종의 복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몬스터 밸런싱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전의 게임에서는 레벨이 같은 캐릭터 사이에도 다양한 파워 차이가 존재했기에 ‘균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몬스터 난이도 설정이 어려웠다. 똑같은 20레벨 캐릭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몬스터가, 허접한 장비의 개그지 20레벨에겐 넘사벽이고, 장비가 빠방한 풀템 20레벨에겐 씹던 껌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와우에선 레벨대별 캐릭터 파워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좀더 안정적으로 적절한 난이도의 몬스터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와우는 퀘스트 한 방으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보완해 낸 것이다.

이 게임은 mmog 역사상 가장 큰 히트로 기록될 여러 업적들을 양산해냈다. 아울러 그만큼의 파급력을 시장에 행사하기도 했다. 와우 이후에 나온 게임들은 대부분 성장 구간을 퀘스트로 채워넣으려 노력하며, 주어진 여건상 그게 어려울 경우 다는 못해도 어쨌든 저렙에서 중렙에 이르는 구간 정도에는 퀘스트를 채워 넣는 편이다. 와우의 잦은 보상 주기에 길들여진 게이머들은 이제 리니지와 에버 퀘스트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양변기가 소개된 이래 푸세식 화장실은 여건이 허락하는한 빠르게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와우 이후

 

와우 이후에도 변화를 위한 자잘한 노력들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간 얘기했던 것만큼의 거대한 파문을 불러온 게임은 별로 없다고 본다. 대체로 요새 mmog들은 리니지가 시장에 소개한 재미, ‘강함을 체감하는 쾌감’과 리니지2가 시장에 보편화시킨 ‘파티플레이의 재미’ 그리고 와우가 시장에 소개한 ‘짧은 주기로 끊어치는 보상의 매력’을 대체로 다 가지고 있는 편이다. 여기에 각자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이게 대박임’ 하는걸 조금씩 넣어서 내놓긴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렇게까지 대박을 친 케이스는 없다고 보는 편.

실질적으로 다른 게임들에 파급력을 강하게 미친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주목할만한 게임들이 있기는 하다. 첫번째는 mmog의 가장 미시적인 플레이 중 하나인 ‘전투’를 개선하려는 노력. 테라와 블소, 레이더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게임은 기존의 mmog 전투를 좀더 재미나게 만들려는 노력 중에서도, ‘액션’에 특화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테라와 블소의 전투는 왕년의 액션 장르 콘솔 게임들만큼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레이더즈는 직접 안해봐서 잘 모름 ㅈㅅ) 반대 방향으로 시도하는 게임으로는 엔도어즈의 게임들이 있다. 삼국지를 품다와 그 또 뭐더라 … 뭐 있다. 환타지 게임. 김태곤씨가 만드는mmog들은 특이하게도 턴베이스 전투를 선보이곤 하는데, 꾸준히 중박을 치는걸로 봐서 뭔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을거라 짐작된다. (역시 안해봐서 잘 모름 ㅈㅅ)

파티플레이 개선은 꽤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앞서 말한대로 에버 퀘스트가 소개한 파티플레이는 강렬한 재미만큼이나 크리티컬한 단점들도 가지고 있었는데, 파티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솔로잉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다는 것. 파티 플레이는 그 자체로 높은 재미를 제공하지만, 그에 비례하는 만큼의 스트레스도 제공한다는 것. 파티 플레이의 도입으로 인해 인기 클래스와 비인기 클래스가 갈리면서 게임 내의 일부 플레이어들은 재미보다는 소외감을 더 느끼게 되었다는 것 등등이 있다. 와우는 이런 문제점들을 어느정도 ‘완화’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좀 어렵다. 이런 부분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블소와 길드워2 정도가 여기에 속하지 싶다. 각 게임들은 자기들 고유의 방법으로 파티플레이가 주는 불편함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노력 중이다.

좀더 스케일을 넓혀서 거시적 플레이의 개선 시도를 보자면 난 단연코 길드워2를 추천하는 편이다. 와우의 진영 구도가 한 서버 내에서 유저들이 편을 갈라 지들끼리 치고받는 스타일이었다면, 길드워2에서는 서버끼리 서로 맞붙어서 싸운다. 같은 서버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같은 편이 되어 다른 서버 = 다른 편과 싸우는 형식이다. 최근 베타 들어간 우리나라의 코어 온라인이라는 게임도 이런 구도인걸로 아는데, 길드워2는 여기에 한 때를 풍미한 게임인 DAoC의 공성 컨텐츠를 가미하여 잊혀져가던 DAoC 의 렐름전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적극적인 개선을 통해 이전의 DAoC 렐름전이 갖던 여러 문제점들을 눈에 띄게 보완했다. 안타까운건 길드워2가 흥행 측면에서는 와우만큼 대박이 아니라 그 영향력 (즉 길드워2의 게임 디자인의 흥미로운 부분들)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영화로 치자면 비평적으로 성공했으나 흥행은 중박인 뭐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아키에이지 또한 놓칠 수 없다. 이 글이 한국 시장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글이기에 몇몇 중요한 – 다시말해 한국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 게임들을 제외하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금방 간단하게 언급한 DAoC (Dark Age of Camelot) 이라던가 이브 온라인 (Eve Online)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이브 온라인은 울티마 온라인, 스타워즈 갤럭시즈 (SWG) 등과 더불어 흔히 ‘샌드박스 타입’ 이라 불리우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계보와는 전혀 다른 테크트리를 타고 발전해 온 게임이다. 국내에서 이런 방향으로 최초의 시도는 마비노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마비노기는 실제로 한국에도 샌드박스타입 mmog를 바라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긴 했지만 후속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샌드박스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mmog의 필드에서 마이너한 편이다. 송재경 대표는 아마도 ‘샌드박스는 메이저한 흐름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결국 아키에이지를 만들어냈다. 물론 처음에 야심차게 ‘샌드박스를 추구한다’라고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출시된 아키에이지는 전형적인 샌드박스 mmog라기엔 다른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아무튼 주목할만한 게임이라고 본다.

이외에는 글쎄, 다들 모바일&스마트폰 게임 또는 SNG 게임이 대세라고 하고, 사실상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성장을 멈췄거나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둔화되긴 했다. 혹자는 이 시장이 이제 문 닫을 시기가 된거라고도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지만, 어쨌든 새 게임들이 나오는 속도가 심하게 둔해진 건 사실이다. 신작의 숫자가 줄어든다는건 다시말해 새로운 시도를 할 여지나 그럴 이유도 줄었다는 얘기이고. 뭐 몇 년 지켜보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겠지. 대충 2016년쯤 되어서, mmog 시장이 살아남아 이 글의 후속편을 쓸 수 있겠으면 좋겠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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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에 올라갔던 글도, 인벤에 올라갔던 글도 모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

리니지에 영향을 준 디아블로라는 센세이셔널한 타이틀에 대한 언급이 서두에 들어갔으면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시작이 MMORPG라서 역시 안되겠구나 싶네요 ㅎㅎ

이번 주에 새로운 팀으로 전배를 왔는데, 기획자분들과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Quote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코딩은 두 개만 기억하면 돼. Ctrl+C, Ctrl+V. 니가 하는 알고리즘 고민은 이미 누가 다 해놓은 거고, 넌 적당한 걸 찾아서 붙여넣기만 하면 돼"라는 이야기가 있다죠. 그게 디자인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와우 덕분에 알게 됐어요. RETRO 시절이 아닌 이상,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얼마나 적절하게 가져와서 풀어내느냐도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같아요.

 와우에 대한 놀라운 업적 또는 아쉬운 점 같은 걸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무엇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요소들을 집대성해서, 정말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라는 측면이에요. 기존 자사의 3개 타이틀 노하우와 외부 유명 게임들의 히트 요소들을 버무린, 그야말로 "비빔밥"을 잘 비빈 게임이었죠.

 

그러자 다른 UI/UX/컨텐츠 디자인을 담당하시는 기획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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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집어넣고 잘비비면 비빔밥인데, 망치는 순간 음식물 쓰레기죠. ㅎㅎ
UX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그걸 얄밉게도 정말 잘하는 회사 같구요.

Voosco님이 파즈도라 관련 글에서 언급하신 내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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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어떤 게임은, 특징적인 요소 하나가 살인적으로 재미있다. 그래서 그 재미 하나를 위해 다른 다양한 불편함이나 짜증스러움을 감수해야한다. 또 다른 어떤 재미있는 게임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이 다방면으로 잘 만들어져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중략) 후자쪽의 예로 들기 좋은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정도? 물론 지금의 와우와 오리지널의 와우를 비교하자면 다양한 부분에서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긴 하지만, 그때 당시에 와우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다방면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어떤 핵심 디자인 설계가 끝장나서 그걸 중심으로 플레이를 끌어가는 게 소년 만화의 캐릭터가 끌고가는 재미와 비슷하다면, 전체적으로 디자인의 짜임새가 좋아 알게 모르게 플레이를 지속시키는 걸 장르 만화의 재미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임 볼륨이 작을 수록 전자에 뛰어난 디자이너가 각광받을 것이고, 게임 볼륨이 커질 수록 시스템간의 Integration에 뛰어난 디자이너가 각광받을 것 같네요.

올라운더 테크트리를 탄 저같은 늅늅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잡캐 스탯을 올려 후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존잘 스페셜리스트는 이미 너무 많은 것 같아요 ㅎㅎㅎ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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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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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코딩은 두 개만 기억하면 돼. Ctrl+C, Ctrl+V. 니가 하는 알고리즘 고민은 이미 누가 다 해놓은 거고, 넌 적당한 걸 찾아서 붙여넣기만 하면 돼"라는 이야기가 있다죠. 그게 디자인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와우 덕분에 알게 됐어요. RETRO 시절이 아닌 이상,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얼마나 적절하게 가져와서 풀어내느냐도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같아요.

 와우에 대한 놀라운 업적 또는 아쉬운 점 같은 걸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무엇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요소들을 집대성해서, 정말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라는 측면이에요. 기존 자사의 3개 타이틀 노하우와 외부 유명 게임들의 히트 요소들을 버무린, 그야말로 "비빔밥"을 잘 비빈 게임이었죠.

첫째로 기획서 통째로 들고 오는게 아닌 역기획인 이상, 완전히 베껴오기는 힘들죠. 특히 밸런스 등과 같이 디테일한 완성도는요. 그리고 설령 완벽하게 베껴온다고 해도, 이미 기존에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굳이 그거 하러 올 이유도 없구요. 싱글 플레이어 패키지 게임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적절하게 잘 가져와서 잘 섞어주고 수정하고 이런게 필요한데 무서운건 정말로 이 바닥엔 그냥 베껴만오라고 하는 프로젝트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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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집어넣고 잘비비면 비빔밥인데, 망치는 순간 음식물 쓰레기죠. ㅎㅎ
UX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그걸 얄밉게도 정말 잘하는 회사 같구요.

많은 사람들이 와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딱히 새로운 것은 없는데 있던 걸 잘 버무렸다고는 합니다만, 사실 전 그런 평가에 대해선 반대합니다. MMORPG 조루인 주제에 이런말 하는게 참 어색하긴 합니다만 예전에 Voosco님이 언급하신 것 처럼 퀘스트 자체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를 게임의 중심 컨텐츠로 구성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였거든요.

그런식으로 접근하면 세상에 새로운 게임이 없죠. 그냥 RTS 게임인데 종족이 세가지고 셋이 좀 많이 다를 뿐인 스타크래프트, 카드 수집 게임인데 퍼즐을 넣었을 뿐인 퍼즈도라, 흔한 물리 엔진 퍼즐인 앵그리버드, 영화같은 연출이 좀 들어간 FPS인 콜 오브 듀티...

사실 블리자드가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하면 좋을 것 같지만 못할 것 같으니 안했던 것들을 미친듯한 집념과 완성도로 해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그 라이크를 실시간으로 여럿이 하면 만들면 재미있겠지만 그건 기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 디아블로, RTS 게임에서 종족간의 개성이 뚜렷하면 재미야 있겠지만 그 밸런스 맞추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 스타크래프트, 퀘스트 많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거 돈과 시간이 엄청 들텐데 -> 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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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게임 개발력도 여전히 개차반이라 보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난 어쨌든 이정도 기간에 이정도 성장이면 괜찮은거 아냐?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학계로부터 원천기술을 공급받고, DX와 Open/GL 개발 단계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 하는 그래픽스 쪽이야 외국 애들 버프가 워낙 짱짱맨이긴 합니다만.

그 외는 한국이 퍼포먼스, 안정성, 유지 보수 용이성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고, 예전에 같이 일하던 프로그래머들이 소스를 뜯어본 뒤 절규하더군요.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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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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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게임 디자인은 베끼면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든 욕은 먹죠. 
아트는 베끼면 법적으로도 위험하고 욕도 먹죠. 
프로그램은 베껴도 뭐 ... -_-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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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자체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를 게임의 중심 컨텐츠로 구성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였거든요.

확실히 그런 식의 발상의 전환이라고 해야하나.. 리디자인이라고 해야하려나.. 같은 것들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2D 심플게임인 윈드러너나 드래곤 플라이트를 3D로 단순이식만 해도 그 자체로 많은 기술과 디자인 요소들이 추가될테지만, 블리자드는 그 안에 자신들의 재미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힘주어 잘 우겨넣는 것 같아요. 롭팔도와 아이들이라는 비평도 많지만, 최근 개발중인 하스스톤만 보더라도 완성도와 상업성의 균형감이라는 면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것 같아요. 물론 갈수록 힘에 부치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기업화 되다보면 그 기조를 지키기 힘들다는 걸 감안해야겠죠 ㅎㅎ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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