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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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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과 호러 시뮬레이션에 대한 생각들

2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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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Alien: Isolation and Horror Simulation 

원문 주소: http://frictionalgames.blogspot.kr/2014/10/thoughts-on-alien-isolation-and-horror.html

공포 게임은 꽤 흥미로운 장르이지만 암만봐도 대박을 칠 것 같지는 않은 장르이기도 하죠. 거칠게 말해보자면 '태생적으로 마이너하다'라는건데, 그래서인지 관심가지는 분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잘 못본 듯. 그렇다면 사실 호러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이렇게나 긴 글을 물어올 이유는 별로 없는건데, 읽어보니 그냥 재밌더라구요. 굉장히 쉬우면서도 편하게 호러 게임을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글을 옮기는 제 솜씨가 변변찮아서 이 재미를 다 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했습니다.

- 제가 해보지 않은 게임이 많기에 (사실 대부분 못해봄;;) 게임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게임 제목도 아마 일본 제목과 북미 제목(레지던트 이블 vs 바이오 해저드)이 다를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발매년도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면 그것도 아마 일본 출시일과 북미 출시일이 달라서 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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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흥미로운 게임이다. 내가 호러 시뮬레이션이라 부르는 장르의 가장 최신작이기도 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수년간의 다른 성공작들이 쌓아올린 지식의 많은 부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멋지다. 그러나 이 게임이 특정한 종류의 게임플레이를 명확히 정조준하고 있기에 다수의 문제점들이 도출되었으며 노리고 있는 게임플레이 이외의 다른 요소들은 더 나빠진 부분도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 게임은 훌륭하며 진심으로 매우 대단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즉, 적어도 나에게는, 크나큰 단점이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영화 에일리언의 충실한 재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에 대해 적절히 논하기 전에 우선 비디오 게임의 역사와 디자인 이론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려한다. 역사 속에는 두 가지의 호러 게임 문파가 존재해왔다. 하나는 일반적인 게임플레이 위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문파(호러 포장)이고, 다른 하나는 호러 영화/소설에서 생기는 일들을 게임에서 재창조하려는 문파(호러 시뮬레이션)이다. 전자는 숨어있는 공포(Lurking Horror: 1987) 등으로 시작되어 잘 알려졌다. 매커니즘적으로 이들 게임은 다른 동시대의 어드벤처 게임과 유사하지만, 플레이어를 놀래키기 위한 이벤트들과 무서운 배경설정 등이 덧씌워져있다. 후자는 정확하게 포착하기가 다소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3D 몬스터 미로(3D Monster Maze: 1982)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겠다. 이 게임은 제목이 게임 자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미로에 갇혀서 한 마리의 몬스터로부터 달아나야 한다. (이 경우에는 도트로 표현된 T-Re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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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호러 포장 게임의 디자인은 번창하여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1995, 어드벤처 게임), 7번째 손님(7th Guest: 1993, 퍼즐), 바이오해저드(Resident Evil: 1996, 액션 슈터) 등과 게임들의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호러 시뮬레이션은 훨씬 드물었다. 3D 몬스터 미로 이후로 이 부류에 어느정도라도 적합한 게임은 클락 타워(Clock Tower: 1995)이다. 

자, 이제 이 두 종류의 디자인에 대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볼 차례이다. 클락 타워가 바이오 해저드와 구분되는 지점은, 그 핵심 매커니즘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게 아니라 호러 스토리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클락 타워는 단 하나의 몬스터(거대한 가위를 든 작은 남자)가 몇몇 장면에서 플레이어를 사냥하게 만듦으로써 이를 이루어낸다. 플레이어는 벽장에 또는 침대 아래에 숨어서 이 몬스터가 자신을 발견하여 죽이지 못하길 바라게 된다. 이를 바이오 해저드의 핵심 매커니즘과 비교해보면, 바이오 해저드에서는 플레이어가 탄약, 무기, 그리고 체력 물약을 모아 맞닥뜨리는 몬스터들과 싸운다. 클락 타워는 오로지 공포스러운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바이오 해저드의 게임플레이는 어떤 종류의 설정과 분위기에서도 잘 동작하는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가 두려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탄약, 인벤토리 관리, 제한된 세이브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무엇도 두드러지게 공포스러운 상황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여전히 바이오 해저드는 다양한 적들을 쏴넘기며 전진하는 게임인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의 아주 적은 몇몇 구역들만이 호러 무비나 소설에 들어맞을 것이다. 그러나 클락 타워는 호러 무비나 소설에 적합한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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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클락 타워가 호러 영화에 어울리는 상당량의 동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침대 아래 숨기, 거울 속을 들여다보기, 도망치기, 몬스터 밀기 등등. 플레이어는 게임을 해나감에 따라 단순히 게임플레이의 규칙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장면들을 재현하게 된다. 바이오 해저드는 별로 그렇지 않으며, 게임은 전형적인 전략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기에 몇몇 두려운 요소들이 덧붙여진 정도이다. 

클락 타워는 호러 시뮬레이터이자 일반론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호러 게임이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첫째로 게임플레이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꽤나 전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그것이었다. 둘째로, 실질적인 추격장면은 플레이하기에 많이 투박하고 짜증스러웠으며, 적절한 두려움이나 공포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러 시뮬레이터로서는 꽤나 커다란 결점에도 불구하고 클락 타워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단점들에서 눈을 돌려보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플레이 가능한 형태의 호러 요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와 유사한 게임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들 중 한 가지인 헬 나이트(Hell Night: aka Dark Messiah, 1998)는 하나의 몬스터로부터 도망친다거나 등 뒤를 돌아보는 버튼, 동료를 신중하게 택해야 하는 등의 멋진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 또한 다양한 문제들로 몸살을 앓았으며, 이는 종종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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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사일런트 힐(Silent Hill, 1999)과 같은 고전명작 조차도 호러 시뮬레이터적인 비중은 적은 편이다. 이 게임의 대부분은 퍼즐을 풀고 적들과 싸우는 것(때로 도망가는게 나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전투를 통해 적을 물리치는게 가장 좋다.)에 기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시뮬레이트하기보다는 플레이어의 통제 바깥에 배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들어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 2001)에서 주인공이 벽장 속에 숨는 장면은 컷씬으로 처리된다. 클락 타워에서는 거의 동일한 장면이 플레이를 통해 진행되었음을 상기하자. 사일런트 힐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부분을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중 일부만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장면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사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개인이 할법한 행동과 부합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 봐도 이런 요소들이 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핵심적인 개념인 것은 분명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근본적인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형적인, 때로 서사적 관점에서 넓게 봤을 때는 말이 되지 않는 게임플레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클락 타워 다음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경험을 적절히 전달하는 게임은 사이렌(Siren, 2003)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은 실제로 꽤 말이 될 법하게 짜여져있다. 예를들어 지도는 주지만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울러 세계를 몬스터의 눈으로 바라보게 허락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요소들은 내가 호러 스토리의 가운데에 서있다는 느낌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 그러나 사이렌의 문제는, 클락 타워와 유사하게, 이런 요소들이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짜증스러운 경험은 점차적으로 전체 몰입과 두려움을 간단하게 감소시킨다. 한번 더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디자인은 어떠한 유인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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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내가 "멘탈 모델링"이라 부르는 디자인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논하려한다. 멘탈 모델링은 호러 포장과 호러 시뮬레이션 사이의 차이에 꽤 근접하게 관련된 개념이다. 우리가 바이오 해저드같은 게임을 할 때, 적과의 모든 조우는 아주 전술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필요로 한다. 마주한 적이 어떤 종류인지를 확인하고, 자기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탄약은 충분한지, 체력은 괜찮은지 등등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머릿 속의 모델은 적의 외형에 집중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숫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는 매우 스트레스가 큰 일이며, 호러라는 소재와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상력과 서사적 직관의 몫은 아주 조금만 남게 된다. 그러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에서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에 더 많이 집중하며, 우리의 마음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스스로를 환경의 일부로 간주하게 만드는 맵 시스템과, 추측을 통해서만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적이라는 요소가 맞물리면 이는 훨씬 더 강렬하고 호러스러운 멘탈 모델을 구축한다. 문제는 바이오 해저드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치적 확신이 없기에, 이 게임에서는 전술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런 류의 게임이 짜증으로 번지기 쉬운 부분이다. 사이렌이 제공하는 멘탈 모델링이 호러 게임에 더 잘 부합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넓게 봐서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 잘 동작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 다시 게임 역사로 돌아가보자. 사이렌의 출시는 내가 호러의 황금기라 부르는 시대의 종언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바이오 해저드, 사일런트 힐, 페이탈 프레임(Fatal Frame, 2001) 등 호러의 새로운 바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후로는 그 모든게 말라붙어 버리고 액션 기반의 게임들이 증가했다. 바이오 해저드 4(Resident Evil 4, 2005)가 이런 유행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 중 하나는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판매량과 제작 비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또다른 중요한 - 그리고 앞의 이유와 연관된 - 이유는 이 장르에 발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많은 거대 게임들이 비교적 평범한 게임플레이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식이었다. 이런 식의 포장만으로는 뭘 대단히 바꾸는게 어렵고, 플레이어가 포장 속의 매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호러는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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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뭔가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우리 회사가 나오는 곳이다. 페넘브라: 검은 역병(Penumbra: Black Plague, 2008)을 출시하며, 우리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 게임을 만들려 시도했다.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게임 세계에 대한 플레이어의 인식을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가 페넘브라: 서곡(Penumbra: Overture, 2007)에서 배운 교훈들을 토대로, 위에서 언급한 혈통의 게임들을 통해 내려졌다. 이후 몇년간 전투가 없는 호러 게임들의 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일런트 힐: 조각난 기억들(Silent Hill: Shattered Memories, 2009)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나치게 짜증나는 경험 또한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Amnesia: The Dark Descent, 2010)의 출시에 대해 내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게 한 가지 있다. 게임의 기본적 시스템만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벽장에 숨어있는동안 몬스터가 지나쳐가는 것을 숨막힐 듯한 공포 속에 지켜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사일런트 힐2의 벽장 컷씬을 그대로 게임 플레이로 재창조해낸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클락 타워의 중심 매커니즘들 중 하나를 멋지게 시뮬레이트 해 낸 것이다. 물론 나는 공포 게임 일반의 견지에서 이런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거론하기엔 너무 편향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우리가 호러 장르에 미친 가장 큰 기여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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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슬렌더(Slender, 2012)라는 짧은 무료 게임이 새로 나왔고 나는 이 게임이 호러 시뮬레이션 장르의 진정한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슬렌더는 평범한 게임플레이 요소는 거의 없는 단순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넓게 트였지만 약간 미로스러운 배경을 돌아다니며 몇 개의 노트를 모아야 한다. 이 게임이 몰입을 자아내는 지점은 호러를 시뮬레이트하는 방법에 있다. 플레이어는 슬렌더 맨을 볼 수 없으며, 주의깊게 움직여야 하고, 플래시는 너무 많이 쓸 수 없으며, 으시시한 소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야하고 ... 등등. 이 모든 게임플레이 요소들은 아주 모호하며, 이들이 조합되어 강력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로 거의 아무것도 아닌 대상으로부터 강렬한 공포 경험을 할 수 있다. 슬렌더에는 아주 적은 스토리만 있을 뿐이며 대단한 목표도 없음을 기억하자. 특정한 가상의 공간 내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 날 것 그대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지 않다. 하이드(Hide, 2011)와 같은 또 다른 인디 게임도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해냈지만, 슬렌더는 그것이 게임 제작의 방법으로서 성공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우리가 게임 내 요소들을 충분히 모호하게 표현하기만 한다면, 그래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그러한 모호함에 기반하여 플레이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을 가진, 깊이 몰입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몇몇 관점에서 슬렌더는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는 울펜슈타인 3D의 호러 게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의 동작 원리를 증류하여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정제해 낸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유사한 게임들이 뒤를 이었다. 그들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아웃라스트(Outlast, 2013)가 있다. 아웃라스트의 스토리는 종이처럼 얇다. 한 저널리스트가 모종의 실험이 실행되었다는 소문이 있는 오래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이 장소는 들끓고 있고, 그는 탈출해야 한다. 퍼즐도 없고 전형적인 게임플레이도 없다. 그저 미쳐버린 수감자들로부터 숨거나 도망가야하는 다수의 맵이 있을 뿐이다. 맵들 중에는 쉬어가기 위해 마련된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그저 걸어가면서 (또는 다음 목적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으스스한 배경물들 사이를 지나게 된다. 주변에 흩어진 단서들에는 배경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그걸 읽어봐야 알 수 있는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단서들을 모두 무시하고 지나가도 여전히 일관된 서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것은 플레이어가 놓여지는 상황 그 자체이다. 몬스터들을 피해 라커로 숨고, 중얼거리는 그들 뒤로 숨어서 지나가고,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여러분을 향해 점프할지 아닐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나쳐 가며, 흐릿하게 보이는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위험을 피해야 하고, 등등등. 게임플레이의 모든 장면들이 그 즉시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장면으로 바뀔 수 있다. 아웃라스트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터이며, 게임이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상황 그 자체로부터 서사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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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드디어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의 가장 최신 핏줄이자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다. 이 게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단 하나의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다. 게임 전체가 몬스터가 어디있는지를 알아내고 피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기에, 많은 측면에서 3D 몬스터 미로의 2014년 버전이라 할만하다. 물론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당연하게도 3D 몬스터 미로보다 월등히 복잡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게임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고, 이들 모두는 다함께 동작하여 멘탈 모델을 구축하게하며,이 멘탈 모델은 게임과 완벽하게 들어맞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을 정말로 무섭게 만들어준다. 첫째로, 다른 호러 게임들처럼, 사운드가 매우 중요하여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사운드를 통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소리들은 다른 생존자들(플레이어에게는 적대적), 고장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 자신이 내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훌륭한 앰비언트 사운드일 뿐 아니라, 게임의 진행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행동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의식해야 한다. 게임은 시끄러운 삑소리를 내는 동작 감지기를 다른 사람들 너무 가까이에서 사용하면 상대가 여러분을 볼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그 이후 여러분은 자신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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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세이브를 하는데 필요한 세이브 스테이션이 또렷하지만 미약한 소리를 낸다. 주변은 어둡고 스테이션은 위치를 알아내기 어려운 곳에 자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꽤 혹독해서 아주 작은 실수도 급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기에 게임을 하는 내내 언제나 세이브가 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세이브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취약해진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짤막한 영상들 중 주의를 기울여 화면을 보거나 듣게 만들어놓고 갑작스레 깜짝 놀라게하는 것들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런 종류의 느낌이다. 그러나 그 직후의 짜증스러움은 없다. 에일리언이 게임 내의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앞서 설명한 이 게임의 플레이어에게 형성되는 멘탈 모델을 더하면, 플레이어는 아주 사소한 소리에도 진지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에일리언이 언제 어디서든 무작위적으로 나타나는 듯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마인드 모델은 모호해지고, 상상에 대해 편집증적이 되기 쉬워진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은 호러 게임에는 아주 멋진 것이고, 여기에 여러분이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에일리언에게 포착된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더해진다. 도망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스스로의 움직임에, 에일리언이 있을 수도 있는 위치에, 그리고 - 당연하게도 - 그들이 낼 지도 모르는 소리와 내가 낼 지도 모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측면들은 아이템(조음기, 섬광탄, 권총 등)에도 적용되어 서로 다른 종류의 적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작용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예컨대 섬광탄은 어둠을 밝혀주지만 주의를 끌 가능성도 있다.) 예를들어 적대적 인간들이 있는 방이 있다면, 여기에 조음기를 던져넣어 에일리언을 유인하고, 에일리언으로 하여금 그들을 죽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방안에 있는 인간들보다 더 위험한 에일리언을 여러분이 있는 곳 가까이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이러한 상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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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측면은 에일리언이 여러분을 살금살금 움직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잠입액션 게임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이동 중인 적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일은 흔하다. 이러한 전술은 또한 숨어서 움직인다는 개념상 나은 선택지이자 서사적인 측면으로도 더 말이 된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여러분은 절대 경보를 울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저 언제까지고 숨어만 있는 것이 나은 선택지로 여겨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여러분이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좀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흐릿한 외곽선만을 보게되며, 멀찌감치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이럴 경우 가까이서 관찰할 경우 종종 눈에 띄는,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NPC임을 일깨워주는 멍청한 행동들을 보지 않게되고, 따라서 여러분은 스스로의 머릿 속에 좀더 생생한 형태로 다른 이들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마인드 모델과 이러한 행동들이 겹쳐져, 게임플레이 공간은 보다 적절하게 공포(호러)를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때로 스크립트되지 않은 공포스러운 장면이 플레이어의 눈 앞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들어 라커 속에 숨은 상태로 일단의 생존자들이 에일리언에 의해 붙잡혀 살육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이 괴물이 다음에는 자신을 잡으러 오는 식이다. 아울러 아웃캐스트와 비슷하게, 플레이 중의 어떤 장면이든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대목이 될 수 있을 법 하다. 여러분의 플레이에 따라 호러 스토리가 펼쳐지며, 이 스토리는 여러분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2008) 등의 호러 포장에 기반한 유사한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여러분이 하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스크랩 모으기나 세이브 스테이션 등의 좀더 게임스러운 매커니즘을 별개로 한다면, 여러분은 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인물이 했음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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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식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게임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몇 가지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들어 동일 장르의 좀더 오래된 게임들처럼,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또한 매우 짜증스럽다. 마지막 세이브로부터 20분이 지나도록 쌓아올린 긴장감이, 너무 느닷없이 죽음으로써 분노와 짜증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게임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리고 이러한 모호함은 전술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이긴 하지만) 이 게임은 스스로가 충분히 주의하고 영리하게 행동한다면 여하한 위협도 어지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리뷰 점수를 통해서, 그리고 나 자신이 게임을 하며 때때로 느꼈던 극도의 짜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게임을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데에 편리한 일종의 헛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빈번히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소 소극적으로, 안정된 템포로 그저 죽음을 피하기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며 진행하면 게임은 꽤 쉬워진다. (즉, 게임 클리어에 최적화된 진행 템포는 게임이 제공하는 최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템포보다 느리다.- voosco) 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으로 에일리언의 AI가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더 잘 흡수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플레이어가 라커에 너무 자주 숨는다면 빠르게 뒤로 물러나 줌으로써 게임의 진행 속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개발팀이 플레이어들을 특정한 사고방식으로 유도하는데에만 신경쓰지 않고 이런 헛점을 이용하는, 그리하여 좋은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이들을 위해 난이도를 낮춰주는 요소를 배치했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짜증과 나쁜 템포가 확실히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고 본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하면 비교적 고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매우 단순한 서사와 어울려 생기는 일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세이브 스테이션이다. 게임에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여러분의 사고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게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딱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플레이어로서 여러분의 가장 큰 목표가 되는 것이다. 게임이 제시하는 목표인 파워 스테이션의 활성화는, 실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음 세이브 장소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목표가 되지 못한다. 이는 즉 여러분의 개인적인 내러티브가 단순화되어, 그저 루팅하고 세이브하는 플레이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게임의 서사 위에서 고차원적인 의미를 갖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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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에 관련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로,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흥미로운 서사적 중요성도 가지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단순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임이 그저 파워업하고 키카드를 찾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는 얄팍한 서사의 도금을 입힌 고전 게임들의 미션 디자인과 다름없다. 이런 류의 지루한 목표 제시가 게임에서 꽤 흔한 일이긴 해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꽤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염두에 둬야하는 정보(세이브 스테이션, 동작 감지기, 에일리언의 흔적, 루팅, 자원, 등등)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가운데 그 이상으로 복잡한 목표를 떠올리긴 어렵다.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길을 잃으면 멘탈 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적절한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 박사가 돌아다녔던 방들을 확인하고, 그의 시체로부터 키카드를 찾으세요.) 결국 게임은 언제나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줘야하고, 경험이 대체로 단순해져버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짜증스러워질 수 있다. 아웃라스트에서도 비슷한 미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아웃라스트에서도 더 개선할만한 구석은 없다. 같은 문제에서 파생된 디자인 상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연관된 다른 문제로 게임 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디오 로그와 노트들이 그다지 적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컨텐츠 측면에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월등히 더 흥미로움에도 아웃라스트와 유사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접속 터미널에 접근하는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정보를 너무 많이 가지게 되는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이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변 상황이나 배경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긴 매우 어렵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이런 단점들을 잘 살펴보면, 이 게임이 정말로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임이 점점 더 명백해진다. 마치 슬렌더나 3D 몬스터 미로처럼 말이다. 그저 플레이할 공간이 더 많을 뿐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길다란 호러 스토리를 들려주는게 아니다. 적대적 인간 생존자나 끔찍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이 포함된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 플레이어를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어떻게 플레이되는가에 따라 흥미로운 서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 게임에는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시오" 말고는 어떠한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고차원적 스토리도 없다. 이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고, 게임의 기본적인 부분들도 그런거 없이 잘 돌아간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문제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너무 길게 가져간다는 점에 있다. 플레이어가 (나처럼) 일종의 더 깊은 서사적 경험을 원해서 게임을 플레이 할 경우, 불과 수 시간만에 소모되어버린다. 전체 플레이타임이 최소 15시간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건 안좋은 부분이다. 아웃라스트는 클리어에 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쪽이 게임 플레이에 좀더 걸맞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또다른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의 1편을 차용한 게임일거라 기대하고 시작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 중의 하나를 게임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본다면, 게임의 원작은 1편보다는 3편이나 4편에 더 가깝다. 1편은 영화 전체에 걸쳐 괴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후의 순간에 그 괴물과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숨겨진 러프크래프트적 공포를 발견하는 전개이지, 이미 완성된 괴물로부터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달아나는 얘기는 아니었다. 게임은 어떤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몰래 이동하며 영화의 작은 부분을 전달하는 것은 영화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개발자들을 욕하긴 어렵다. 유사한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그들도 에일리언에 대해 꽤 많이 생각하고, 아마도 원재료에서 약간의 분기를 취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셀링포인트가 괴물 그 자체라는 점에서 아마도 세가와 20세기 폭스사는 싫진 않았겠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영화의 구성을 게임으로 모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게임플레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몬스터 미로를 살펴보자. 몬스터 미로의 게임 플레이와 영화를 훌륭한 매체로 만들어주는 이유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긴 어렵다. 이 게임은 미리 설정된 상황 속에 플레이어를 데려다 놓고 그 속에서 무엇이든 플레이가 진행되도록 하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강력한 장점은 플레이어에게 쫓긴다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것이고, 거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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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원본을 더 나은 모습으로 재현하기 위해 일정한 노력을 했다. 예를들어 우리는 영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유기된 우주선을 향해 원정길에 나선다. 그러나 이는 내게 그저 평이할 뿐이다. 에일리언의 알들, 페이스 허거,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너무나도 완성되어 있어서 결코 어떤 신비한 느낌도 주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안좋은 것은 이런 요소들이 영화와는 달리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나서고 남은 자원에 주의하고 특정한 소리를 잘 듣도록 훈련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화가 주었던 임팩트는 모두 사라져버린다. 

나는 호러 시뮬레이션이라는게, 우리가 호러 게임을 만들때 바라는 일종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그저 게임을 플레이할 뿐인데도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에 들어맞을 법한 경험을 하며 무서워하는게 가능하기에 좋아한다. 이게 내가 게임에서 바라는 류의 스토리텔링이며, 따라서 호러를 그저 포장으로만 사용하는 쪽으로 후퇴하는건 좋은 생각이 못된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는 꽤나 크고 명백한 문제가 있다. 지금 상태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은 그 속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더 고차원적인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에서 우리는 유사한 문제를 만났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그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며 퍼즐을 풀고 몬스터를 피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배경스토리를 읽으면서 사막의 무덤이 열리고, 브레넨버그 성(Brennenburg castle)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며, 그 이상의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플레이어가 호러 게임을 플레이하며 겪어야 하는 이상적인 순간들이다. 단순히 일기장 쪼가리나 읽는게 아니라. 

문제는 그저 이런 장면들만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거기에 알맞는 경험을 만드는데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행성으로의 여행은 숨어서 돌아다니는 것만큼의 몰입을 제공하지 못한다. 에일리언을 피해 숨으려 노력하는 순간 플레이어의 멘탈 모델은 당장 지금 일어나는 일에 맞추어지며, 주인공이라면 했음직한 일들을 하게 한다. 그러나 유기된 우주선을 방문하는 순간에는 그저 컷씬을 보고있을 뿐이다.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에 있음직한 종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 

첫번째로, 나는 기초적인 게임플레이의 사용에 제한이 더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웃라스트의 플레이 타임은 5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신선한 느낌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내게 이 게임 후반부의 1/3 정도는 억지로 한 감이 있다. 암네시아 또한 이런 문제를 겪었다. 게임의 절반이 지난 후부터는 적과의 조우가 충분히 예측할만하며 무섭지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 게임의 몰입이 깨진 느낌이 드는가는 아주 주관적인 문제이지만, 최소한 적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수록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호러 게임에서 몬스터는 아껴쓰는게 좋다. 

두번째. 적절한 멘탈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난이도에 의존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들이 사용한 방법은 긴장감이 높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 게임의 범위를 크게 좁히는 댓가를 치르기도 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런 방법을 쓰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난이도를 높이는데 사용된 장애물들 중 뭐라도 하나 (세이브 스테이션 같은 거) 빠지면 긴장감도 함께 사라진다. 호러 게임들이 지향해야하는 것은 지고 있다는 스트레스의 감각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엮어내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눈 앞의 공포스러운 시각 및 청각적 대상에게 투영하는 심리학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이렇게만 구축된 구조는 깨지기가 매우 쉽다.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임적 장치를 노출해야만하고, 이는 즉 호러 시나리오로부터의 몰입 이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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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게임플레이 장치 자체에 내재된, 일종의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한거 다 다시 해야되면 어쩌지?"라는데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내 행동이 이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 광범한 요소들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실제로 적용된 가장 좋은 예는 아마도 워킹 데드(Walking Dead, 2012)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순수하게 불확실한 결과에 기반하여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보게된다. 예를들어 누가 플레이어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게임플레이 상의 가장 분명한 문제는 분기를 타야한다는 것이겠지만, 생각만큼 큰 부담은 아니다. 워킹 데드도 실제로 약간의 분기를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분기의 존재를 알고 있다해도 선택은 여전히 긴장감을 부여한다. 몰입적인 느낌을 주며 결정에 신경을 쓸만큼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킹 데드는 호러 시뮬레이션과는 동작 원리가 꽤 다른 게임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게임을 통제할 수 있어야하며 컷씬은 최소화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커니즘을 떼어내서 그대로 붙여 적용하는게 불가능하다. 우리가 재고해야 할 것은 어떻게 선택을 부여할 것이며 그 효과는 어떨까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의 꽤 초기에 이런 부분들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이 테스트를 암네시아: 저스틴(Amnesia: Justine, 2011)이라는 이름의 무료 DLC에 담았다. 다크 디센트에는 명확하게 선택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지만 결과적인 실패라고 할만한 것은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죽음을 당하면 월드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다. 이를통해 지금까지 얻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감만큼의 긴장감을 주진 못하지만, 일종의 공포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부여한다. 저스틴에는 필수적이진 않은 퍼즐들이 있는데, 하다가 실패하면 죽는다. 이 또한 꽤 잘 동작했다. 이 - 게임플레이 본편의 요소들과는 분리되어 있는 -  퍼즐들이 호러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전달(다소간이나마 영화 쏘우에서와 같은 장면을 재창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큰 문제는 이들을 더 큰 규모의 게임에 더 부드럽게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발자국은 일반적인 잠입액션의 게임플레이에서 데스 패널티를 빼면서도 같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이하의 세 가지 큰 과제들을 해내야한다. 첫째. "지금까지 해놓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와 연관된 내재적 짜증을 제거하여, 몰입을 깰 위험이 있는 부분들을 덜어내는 것이다. 둘째. 난이도에 의존한 반복플레이 디자인 (죽으면 했던 곳을 또 하고 또 하고 ... - voosco)을 제거하여 탐험 요소와 복잡한 목표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셋째. 이런 절차들을 통해 어떻게하면 호러 시뮬레이션을 확장하여 몬스터로부터 숨고 몰래 이동하는 것 이상을 노릴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으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오리지널 에일리언 영화의 경험을 재창조하는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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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 회사가 곧 출시할 SOMA를 통해 실험 중인 것이다. 스포일러를 하긴 싫으니 우리의 접근법을 너무 깊이 파고들긴 어렵겠지만, 개괄적인 부분들은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플레이어들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게되고, 이러한 변화를 다루는 방식에 의해 서사가 풀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들은 단순히 어떤 오브젝트와 인터랙션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것, 또는 예를들어 특정한 생물에게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식으로 더 모호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서사의 효과는 어떤 식으로든 엄청난 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후에 가게 될 장소가 좀더 무섭게 변한다(예: 조명이 사라짐)던가,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을 죽인다던가, 플레이어가 특정한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거나, 심지어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식이다. 우리의 희망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게임 월드에 필수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이를 내면화하고 그들 자신의 마인드 모델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마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다음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 헤맬 때의 긴장처럼, 일련의 행동들이 야기할 결과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이는 작은 발자국일 뿐이며, 게임이 릴리즈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동작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바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몬스터에 쫓기기" 시나리오 너머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2000년대 중반 호러가 그저 포장 용도로만 쓰였기에 호러 게임이 침체기에 들어갔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게임들이 잘못됐다는건 아니지만 여기에만 머무르는건 바보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호러 장르에는 여전히 많은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최근 호러 시뮬레이션들의 성공은 비디오 게임이 이 잠재력을 잘 다룰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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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읽은 굉장히 긴 글이지만 짤막한 소감을 남겨보자면,
보는 내내 국산 호러 명작 "화이트데이"가 떠올랐습니다.

본문의 여러 내용들이 가리키는 호러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와 많은 부분에서 부합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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