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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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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알터랙 계곡의 전략 변화와 게임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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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는 유명한 엔드 컨텐츠인 "전장"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승리 규칙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전장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알터랙 계곡(이하 알방)"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작년에 Rules of Play가 번역된 "게임 디자인 원론"이라는 책으로 소규모 세미나를 하던 와중에 "게임 이론" 이라는 부분을 공부할 때였는데요, 바로 그 게임 이론의 적절한 예시가 국내 알방의 전략 변화 흐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세미나에서 간략하게 이야기했던 내용을 포럼에서 좀 더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게임 이론
 


경제학에는 "게임 이론"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내용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정리해볼 수 있는데요.

인용

게임 이론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 이해당사자들의 전략을 분석하여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론

사전적 정의라 매우 딱딱하니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둘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 지를,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는 지를 예측하는 이론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로는 매우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한 예시일 뿐이고, 게임 이론을 찾아보면 그 형태와 유형에 따라 매우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별도로 찾아보시면 재미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2. 와우의 전장
 

이미 MMOG에서 일반적인 컨텐츠라 다들 알고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와우의 전장 컨텐츠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정리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전장은 공통적으로 퍼시스턴트 필드가 아닌 별도의 인스턴스 존에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양 진영 플레이어들을 매칭 시켜서 진행하는 PvP 컨텐츠입니다.
각 전장은 슈터 장르가 가진 모드들처럼 맵 마다 각각의 승리 규칙이 정해져 있고, 이긴 진영에게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승리 보상 외에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중간 중간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들의 조건 달성 또는 PvP 컨텐츠인 만큼 상대 진영 플레이어를 처치했을 때마다 약간씩의 보상들을 추가로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전장 컨텐츠의 보상으로는, 강력한 PvP 장비를 얻을 수 있는데요, 결국 전장 컨텐츠를 플레이하는 첫 번째 목적은 PvP 장비의 획득이고, 두 번째는 각종 전장 관련 업적들의 달성,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장 플레이 자체의 즐거움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알터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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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터랙 계곡은 인스턴스 전장 중 가장 대규모인 40 vs 40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입니다.
참여 인원에 비례해서, 실제 지역 자체도 굉장히 거대하게 만들어져 있고요.
그리고 이 지역의 컨셉은 (사실 잘은 모르지만) 마치 미식축구? 럭비? 처럼 전선을 상대 진영 쪽으로 밀어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거점들을 점령해나가는 거대한 전쟁 서사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판단을 생략한 간략한 정석 진행 흐름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용

1) 중앙에서 힘싸움 후 결과에 따라 가까운 탑 공격/방어
2) 거점을 중심으로 단계별 전진/후퇴하며 전선 이동
3) 전선을 유지하며 상대방 시체를 루팅해 입수한 재료를 본진에 반납
4) 특정 단계의 반납 퀘를 달성하면 지원 사격이 시작되고 전선 변화
5) 최종 반납인 궁극 지원 소환 후 적진까지 진격
6) 적 수장(사령관) 처치 후 승리


하지만 전장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부터, 알방 외에도 전쟁노래협곡, 아라시 분지까지 총 세 개의 전장이 공개되었고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재미를 제공하고는 있었지만 위의 2. 와우의 전장 에서 정리한 것처럼 장비 획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제공되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보상 효율을 계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큰 규모만큼이나 막대한 플레이 타임이 소요되는 알방은 심지어 한 게임이 1박 2일 동안 유지되는 일이 종종 발생할 정도로 가성비 면에서 최악으로 평가되게 되었습니다.
다만 초기의 와우 PvP 장비는 각 전장별로 승리 보상을 나눠두고 모든 전장의 일정 이상 승리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든 싫든 알방을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4. 첫 번째 전략 변화 - 룰방

알방이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으면서, 정작 시간 대비 습득 보상의 효율은 굉장히 낮은 것에 불만이었던 양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담합을 시도하게 됩니다.
진영이나 종족이 다르면 말이 통하지 않는 와우의 특성상 직접 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제의 정신 지배를 이용한 감정 표현을 통해서, 또는 게임 바깥 커뮤니티 창구를 통해서 암묵적인 게임의 룰을 정하게 되고 그 규칙은 대강 이렇습니다.

인용

1) 중앙 힘싸움을 생략
2) 중앙과 가까운 중보스(부대장)를 나눠가짐
3) 탑과 무덤도 모두 맞바꿈
4) 수장을 누가 먼저 죽이나 타임 어택으로 경쟁

룰방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알방의 위상은 180도 돌변하게 됩니다.
본디 대규모 전장이었던 덕분에 다른 두 전장에 비해 보상의 가치가 높게 책정된 알방이었는데, 룰방으로 빠르게 달리니 세 전장 중에 거꾸로 가장 빠르게 끝나는 전장이 되면서 가성비가 정점으로 치솟게 된 것입니다. 각 전장별 보상을 채우고 난 다음 어디든 상관 없이 획득할 수 있는 명예 점수를 모으기 위해서 거의 대부분의 전장 플레이어들이 알방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굉장히 많은 숫자의 검투사 의복 세트가 보급되었고 알방에서 달성한 검투사 세트를 입은 사람들을 일컬어 "알투사"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을 정도 였으니까요. 사태가 어느 정도였냐면, 가끔씩 GM 들이 알방에 들어와 "룰방을 하면 모두 부정/악용 플레이어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엄포한다는 소문도 돌 정도 였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5. 두 번째 전략 변화 - 룰 브레이크

사실 룰방은 약간 불공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비대칭적 레벨디자인 덕분에 시작 지점에서 적 수장 까지의 얼라이언스 진영 동선이 미묘하게 짧아 타임 어택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호드가 강세인 북미 서버의 상황에 맞춰 얼라이언스에게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주기 위해 패치된 내용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얼라이언스는 진영 인구 비율 때문에 전장 컨텐츠에서 유리한 지점을 지키고 있었는데, 레벨디자인 상 실질적인 이득까지 얻게되면서 승리의 부익부 빈인빈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인용

 

인구비에 따른 얼라이언스의 이점:
 
전장 컨텐츠는 진영 대 진영의 전투가 기본 컨셉이기 때문에 같은 인원의 호드와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들을 매칭시키는 것을 규칙으로 한다.
 하지만 불타는 성전 확장팩에서 와우 내 최고 미형의 캐릭터인 블러드엘프 종족이 호드 진영에 추가됨에 따라 호드의 전체 인구가 얼라이언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호드는 얼라이언스에 비해 훨씬 더 긴 전장 대기 시간을 갖게 되었고, 이는 얼라이언스의 빠른 전장 컨텐츠 보상 획득이라는 실질적인 이득으로 귀결된다.

 간단한 예시) 호드가 10 명이고 얼라이언스가 2 명일 때, 2:2 컨텐츠에 진영 별 매칭을 진행하면 호드 10 명이 한 번 씩 매칭될 동안 얼라이언스는 다섯 번 매칭되게 된다. Profit!

 

처음과 달리 룰방은 양 진영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드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인식이 호드 진영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패배 보상을 받더라도(판다리아의 안개 까지의 와우 전장은 패배 시 승리 전용 추가 보상은 받을 수 없지만 소량의 보상을 획득) 빨리 끝나니까 손해는 아니라는 의견과 양립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전략이 바로 "룰 브레이크"입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룰방처럼 전원 수장 방으로 달리는 얼라이언스를 방해해 수장 처치 시간을 늦추고, 그 틈에 호드는 빠르게 얼라이언스의 수장을 처치하는 그야말로 배신의 전략입니다.
게임 초반에는 얼라이언스가 의심하지 않도록 룰방처럼 행동하다가, 얼라이언스가 수장을 처치하기 위해 전투를 시작할 때 소수의 방어 담당 호드 플레이어가 개입해 직접적으로 전투를 방해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탱커나 힐러 같은 공략에 핵심이 되는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를 처치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수장NPC가 탱커를 죽이게 만든다거나, 공포나 밀쳐내기 등으로 탱커를 건물 밖으로 밀어내 전투를 초기화 시켜 수장NPC의 HP를 100%로 만드는 등 얼라이언스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빡침이 밀려올 법한 일들을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라이언스가 이 같은 수장 테러에 대처하는 법이 갖춰지자 호드는 다른 방법을 물색하게 됩니다.

인용

알터랙 계곡의 경비탑:

알방에는 각 진영 소속의 경비탑이 4 개 씩 배치되어 있는데 경비탑과 쌍을 이루는 전투사령관이 수장 방에 배치되어 있다. 전투사령관은 자기 자신도 꽤 강한 NPC이기도 하지만, 아군의 공격력과 생명력을 15%씩 높여주는 버프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따라서 4 명의 전투사령관이 모두 살아있을 때 수장의 능력치는 기본+60%가 되기 때문에 경비탑을 파괴해 전투사령관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경비탑 중 두 개는 야외에, 두 개는 본진 수장방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경비탑은 아라시 분지의 거점 전과 비슷하게 긴 캐스팅으로 깃발을 작동시켜 진영을 변경시키고, 그 상태로 4 분이 경과하면 소유권이 변경되면서 파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점과 마찬가지로 방어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진영 변경 대기 상태에서 이전 진영의 플레이어가 깃발을 작동시키면 대기 시간 없이 원복된다.

이같은 알방의 특성을 이용해서, 호드는 본진의 경비탑 2 개를 은신 클래스로 구성된 별동대를 파견해 지속적으로 복구시키게 됩니다. 경비탑이 파괴되지 않으면 전투사령관이 남아있어 수장은 강력해지고, 강력한 수장을 그대로 공략하는 건 당시의 플레이어 능력치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수장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경비탑의 파괴가 선행되야 합니다. 그리고 호드의 지속적인 경비탑 복구는 수장 공략 시간의 지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래도 룰방이 효율이 좋지!"라던 호드들조차 조금씩 "테러는 승리의 공식!"이라는 인식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호드 진영 전체에 알방의 테러=승리 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습니다. 그렇게 기울었던 승리의 불균형도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6. 세 번째 전략 변화 - 공멸(共滅)
 

사실 얼라이언스 진영 플레이어들도 일찌감치 호드의 룰브레이킹을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가끔씩 보복성 맞불 테러를 자행하는 일도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많은 빈도로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얼라이언스가 룰 브레이킹에 미온하게 대응한 이유는 실질적인 체감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진영 불균형으로 인한 얼라이언스의 매칭 이점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얼라이언스는 매칭 대기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습니다. 따라서 룰방 당시의 호드 플레이어들이 그랬듯, 빨리 지고 패배 보상 먹고 다시 다음 방을 가면 되기 때문에 굳이 긴 시간을 들여 테러에 대응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방이 테러 방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 방이 룰방일 수도 있는 거고, 룰방이 아니더라도 또 그 다음 방에 빨리 들어가면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드의 룰 브레이킹 빈도가 높아지자, 얼라이언스들도 연속된 패배의 리트라이가 달갑잖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룰방이 사라지다시피 한 시점까지 다다르자, 얼라이언스는 결국 맞대응을 선택하게 됩니다.
얼라이언스는 빠른 매칭으로 보상 습득을 더 빨리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드 진영보다 PvP 장비의 등급이 더 높은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작정하고 맞부딪히면, 사실 호드 입장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매우 오랜 시간 룰방이 지속되어 왔고, 그 뒤에 호드의 테러가 유행처럼 지나가고 난 뒤였기 때문에 사실 정석적인 알방의 전략 싸움이란 태초부터 1박 2일 동안 알방을 플레이하던 와재(...)나 와석(...) 들이나 겨우 기억을 할까 말까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특별한 우회 전략 없이 순수하게 맵 전체에 전선을 형성하며 힘싸움으로 부딪히기 일쑤였고, 덕분에 호드 진영에서 "테러를 했는데도 졌다."는 의견들이 나타나거나, 양 진영 공통적으로 "알토방이 되살아났다"는 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알토방: 알터랙 계곡의 토나오게 오래 걸리는 방의 약어)

 

7. 네 번째 전략 변화 - 룰방의 귀환
 

무의미한 알토방의 재림으로 수많은 알투사들이 고통받기 시작하자, 양 진영에서는 룰방을 되살리자는 협상의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승패는 나중의 문제고, 한 번의 게임에서 최대한의 보상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조금 개선된 규칙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알터랙 전장에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게 되었는데 바로 전체 게임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입니다.

인용

 

군사력:

0) 군사력이 0이 되면 패배
1) 양 진영에 600 씩 지급 (최대)
2) 플레이어 사망 시 1 감소
3) 경비탑 파괴 시 80 감소
4) 부대장 사망 시 100 감소
5) 사령관 사망 시 0이 됨
6) 광산 점령 시 30초 마다 1 증가

 

양 진영은 태초의 룰방에 가깝게 부대장을 교환하고 경비탑을 두 개씩 교환한 다음, 전과 다르게 룰 브레이킹의 본진 경비탑 싸움을 룰의 일부로 흡수해 누가 더 빨리 경비탑을 파괴하고 수장 처치에 성공하는 지의 타임 어택으로 새로운 룰을 협상합니다. 덕분에 여전히 최대한의 보상 포인트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지형의 불평등도 은신클래스의 탑복구, 탑테러로 극복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협상이 결렬되서 토방 양상으로 치닫게 되더라도, 이미 부대장과 경비탑 2 개의 파괴로 260 점의 군사력이 서로 감소해 340 킬만 서로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되게 되어 최소한 "토방"은 만들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8. 전략의 순환 고리
 

군사력의 도입 이후에도, 사실 룰방 - 룰 브레이크 - 공멸의 전략 변화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구 불균형으로 인한 근본적인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호드는 매칭이 느리기 때문에 한 번 매칭됐을 때 최대한 승리를 획득하고 싶은 심리가 강합니다. 그래서 룰 브레이크를 승리 전략으로 선택하기 쉽습니다. 룰 브레이크는 다시 상대 진영의 보복을 부르고, 공멸 구도로 흘러가게 되고요. 공멸에 지친 양 진영을 다시금 협상을 제안하게 되는 끊이지 않는 순환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같은 알방의 흐름은 마치 게임 이론의 여러 가지 내용 중, "반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와 매우 유사합니다. 일반적인 죄수의 딜레마가 상대방의 선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반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는 이전 선택을 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반복 가능한 게임에서는 팃 포 탯(tit for tat)이라고 불리는 필승의 전략이 있습니다. 이는 AI 대전에서 실제로 필승의 전략으로 검증된 이론으로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용

 

팃 포 탯:

1) 처음 만난 상대와는 무조건 협력한다.
2)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과 똑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 배신하면 복수한다.
- 협력을 요청하면 응한다.

 

팃 포 탯의 관점에서 바라본 알방의 전략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인용

1) 처음엔 일단 룰방을 한다. (협력)
2) 룰 브레이킹이 일어난다. (배신)
3) 공멸의 맞불을 놓는다. (복수)
4) 다시 협상하고 룰방을 재개한다. (협력)

하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협력이 완전한 공평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라이언스 쪽에게 조금씩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부분과, 게임의 바깥에서 인구비로 인한 불평등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배신은 호드의 몫이고 따라서 팃포탯에 의해 항상 불리한 결과를 안게 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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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제법 어렵게 느껴지는 이론들도, 실제 일상에서의 사례들을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선택들이, 거시적으로 게임 이론을 증명하고 있는 알방의 사례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재미있으면서, 또한 되새겨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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