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길드워즈2 플레이 이야기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 며칠 간만에 길드워즈2를 빨아댔더니 또 떠올라서 ... 
어느날 필드를 거닐다가 아군을 몇 명 만났습니다. 
꼴랑 한 4-5명? 저까지 포함해서 6명정도였다고 해보죠. 
우리는 돌아다니면서 적의 보급선을 끊으며, 잡담을 나누며 놀았습니다.  한시간여를 그러고 놀다가 또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데, 
눈앞에 작은 성이 들어옵니다. 
적군이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6명 중 하나가 말합니다.  '음, 나 발리스타 있는데 우리 저거 깨볼까?' 
'그러자그러자와와~'  하는 과정을 거쳐 이 자그마한 성을 점령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의 길드에서 클레임 (성을 자기 길드 것으로 선포) 하고 히히덕거리면서 의자에 앉아  '경들은 모두 짐의 말을 들으라'  막 이러면서 소꿉놀이처럼 놉니다 ;; 갑자기 화면에 경고가 뜹니다. 
적군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섯명. 
적은 못해도 20~30명은 되어 보입니다. 
근데 이 바보같은 적들은 공성병기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ㅋㅋ 
맨손으로 성문을 때리고 있군요. 
우리는 성벽 위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며 한놈 죽이면 환호를 올리고 ~ 뭐 이러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성 잃는게 별거 아닌 것처럼 굴었지만, 
속으로는, 
우리의 소박한 소꿉놀이가 끝나가는게, 
참 별거 아닌데도 꽤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성문이 거의 다 깨져갑니다. 
이제 15% 쯤 남았나봅니다. 
이정도면 불과 수 분이면 깨지죠. 
우리 여섯은 둘러서서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자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성문이 깨지면 곧바로 광역기를 발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서로 무언의 전우애를 나누며 말이죠.  성문이 3%쯤 남았습니다. 
성벽 근처에 서있던 전우가 외칩니다  '아군이다! 밖을 내다봅니다. 
저 멀리에서 아군이 우리 성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 
그러나 곧 실망합니다. 
아군이 맞긴 한데, 숫자가 달랑 6-7명 ... 
성문을 두들기는 적군은 무려 20여명이 넘어 보입니다. 
이길 수 있을리 없습니다. 
잠시 환호하던 우리는 금방 시무룩해집니다. 
우리가 모두 나가서 합세한다해도 여전히 적의 반정도 밖에 안됩니다.  근데 이상합니다. 
성으로 접근 중인 아군은, 숫자가 부족한게 명백 ! 한데도 접근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깨달을 무렵 성 안에 있던 다른 전우들도 뭔가 의아해합니다. 
화면을 노려보던 게중 한 명이 다시 외칩니다.  'It's WM !!' (*WM : 이 서버 = 진영의 유명한 한국인 길드)  갑자기 성안의 전우들이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우와와아아아앙아아아 ~~~~ 괴성을 지릅니다. 
포기한 듯 했던 이들의 마음 속에 열기가 차오르는게 보입니다.  초고속으로 우리 성을 향해 접근해오던 아군 6-7명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얼추봐도 20여명이 넘는 적군을 쓸어담습니다. 
적군이 WM의 접근을 알아차린 시점에서 이미 살아 있는 건 반 밖에 안됩니다. 
겁에 질린 적들의 머릿 속은 '도망가야해'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바퀴가 16개 달린 거대한 츄레라의 로드킬을 보는 느낌입니다.  성 안에 있던 우리도 잽싸게 나갔지만, 
이미 패잔병을 쫓아 확인사살을 하는 것말고는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적군을 모두 정리하고 성 안에서 함께 소꿉놀이를 하던 우리편 아군들은 신나서 떠들어댑니다.  '코리안 저그 짱 !! 대박 !! 완전 짱쎔 !! 님들 최고 !!'  츄레라같은 아군은 잠시 정비를 하는가 했더니 
별 말도 없이 시크하게 다른데로 떠나가려합니다.
저는 한국말로 묻습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상대는 대답합니다  '한국인이세요?'
'네'
'길드 집결지를 잘못 찾아서 엄한데를 공격했네요. 즐겜하세요'  애써 도와줘놓고 '흐 .... 흥, 꼭 도우려 한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저 시크함. 
그들은 끝까지 쿨함을 잃지 않고 떠나갑니다.
-------------------------------------------------------------------------------------------------------------- 그리고 보면 요새는 '웃기는 플레이 에피소드' 유행이 주를 이뤄서 그런지, 
감성적인 플레이 에피소드는 별로 없는거 같아요.
예전에 온라인 초창기 종이잡지에는 그런 얘기들 꽤 자주 실리고 했던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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