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2 : 길드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울온의 당이나 리니지의 혈맹 등 용어도 가지가지였던 초기의 mmog가 어느정도 무르익자 게임 내에서 결성된 일정한 커뮤니티를 대체로 ‘길드’ 라고 부르는 시기가 왔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캐주얼 게임은 주로 클랜, mmog는 주로 길드라고 부르던데 왜인지는 저도 잘 … 아무튼 그렇습니다.  길드는 일차적으로 pvp에서 주로 의미를 가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울온의 당도 리니지의 혈맹도 공성전이나 필드 pvp등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의미를 가지는 장치들이었죠. (물론 전적으로 친목용의 당이나 혈맹등도 존재했지만 친목이라는건 너무 당연한거라 생략) 이후 EQ로 오면서 pvp가 없던 이 게임에서 길드는 pve의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EQ에 pvp서버가 있긴 했지만 이것도 큰 비중이 있는 요소는 아니었으니 마찬가지로 생략) 길드 = 레이드 조직이라는 구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거죠. 별도의 채팅채널과 게임내에서 볼 수 있는 길드 태그 (tag) 이외에는 뭐 대단한 메리트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능에 한한 얘기이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어떤 길드에 가입하느냐가 어떤 티어의 레이드를 뛸 수 있느냐를 결정하게 해주는 굉장히 중요한, 실로 ‘커뮤니티’ 의존적인 장치였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길드의 역할은 앞서 설명한 북미의 구도 즉 길드 = 레이드 조직이라는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레이드가 한국에 소개된 와우 이후에도 그랬죠. 길드는 그 내부에 별도의 공격대를 구비하는 경우가 있긴 했으나 많은 경우 일종의 ‘친목’을 위주로 한 커뮤니티였고, 레이드를 뛰기 위한 공격대는 완전히 별개의 조직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는 레이드라는 개념 자체를 한국에 도입한 와우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북미를 보면 레이드의 시초라 볼 수 있는 EQ는 앞서 채팅창 얘기에서 설명드린대로 고정된 채팅창만을 제공합니다. 즉 사설채널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한편 공격대를 원활하게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용 채팅채널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그 멤버를 꾸릴 수 있는 – 시스템으로부터 제어받지 않는 - 유일한 채팅채널이었던 길드채널이 공격대 채널이 되는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죠. 자연스레 길드는 공격대가 되구요. 이런 일종의 ‘전통’은 이후의 게임들에도 이어져 와우에서 또한 길드 = 레이드 조직이 된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레이드는 와우가 처음 소개했고, 와우는 사설채널을 제공했어요. 길드채널만이 공격대를 위해 쓰일 이유가 없는 여건에서 레이드가 소개된거죠. 자연스럽게 길드와 공격대가 분리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지금 방금 한 말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셨나요? 북미의 길드 = 공격대 구도와 한국의 길드 ≠ 공격대라는 구도는 ‘사설 채팅채널의 유무’가 갈랐다는 얘기요. 이건 사실 전적으로 제 개인의 이론이라서 어디가서 ‘이게 확실하다’ 라고 주장할 수준은 아닙니다. 단지 이게 사실이라면 채팅 채널은 꽤 사소한 장치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사례인 듯 싶기는 합니다.  한편 초기의 길드는 그냥 길드일 뿐 뭐 별다를 것 없던 시기에서 조금만 지나면 길드 단위의 ‘아이덴티티 장치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DAoC에서 길드원들은 길드 문장이 그려진 거대한 망토를 두르고 다녔죠. 이 장치는 이후에 와우의 길드 휘장으로 발전하기도 하구요. 리니지2의 길드태그 옆에 붙는 앙증맞은 아이콘 또한 그런 아이덴티티 장치의 일부입니다.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요소를 가진 대부분의 게임들이 가능하면 글자로 된 태그 이외에도 길드 고유의 치장 아이템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봅니다. 외양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대부분의 게임들이 한국에서는 일종의 ‘길드복’ 같은걸 운영하곤 했었으니까요.  치장 아이템과 몇몇 사소한 요소들 이외에 근본적으로 길드의 기능을 개선하거나 뭔가 좀더 커뮤니티를 자극해보려는 시도는 그닥 많지 않았던 상태로 시간은 또 흐릅니다. 사실 여기에는 누구나 생각해볼 법한 장치들이 있는데, 캐릭터가 특성을 타듯 길드 단위의 특성 트리 같은걸 만들려는 시도지요. 여러군데에서 언급된 걸로 기억하지만 제가 실제로 본 건 와우의 경우가 최초입니다. 단지 이 시기에 저는 길드 활동이랄 것도, 길드에 그닥 관심도 없었던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이 요소가 게임 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길드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거론해볼만한 요소는 길드워즈2의 ‘다중길드’ 시스템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게임의 길드는 배타적입니다. 여기서 배타적이라는건 길드원과 비길드원을 가르는 구분이 명확하고 안과 밖의 경계가 뚜렷하다는거죠. 근데 길드워즈2의 길드 개념은 비교적 자유롭고 느슨한 편입니다. 첫째로 길드 중복 가입이 가능합니다. 몇 개까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길드에 모두 가입이 가능하고, 그들 중 하나를 ‘대표길드’로 선택하여 자신의 플레이에 따라 쌓이는 일종의 포인트를 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드워즈2의 PvP 컨텐츠와 PvE 컨텐츠를 모두 즐기는 유저의 경우, 각 분야에 해당하는 길드를 하나씩 가입합니다. PvP를 할 때는 PvP용 길드를 대표길드로 선택하고 이 길드의 길드원들과 어울립니다. 자신의 활동에 따른 공헌포인트(?)는 모두 이 PvP 길드로 갑니다. 한편 종종 월드 이벤트 저글링이나 레이드 같은걸 하고자 할 때면, 대표길드를 PvE 길드로 바꿉니다. 그럼 저의 레이드 또는 월드 이벤트 저글링에서 생겨나는 포인트는 모두 이쪽 길드로 가겠죠. 상황따라 형편따라 대표길드를 바꿔가면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대표길드 바꾸는건 전혀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저 길드창 열고 버튼 두어 번만 누르면 끝이에요. 여기까지도 신선하지만, 길드워즈2는 서버간 이동이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다른 게임들보다 조금 더 그래요. 어느정도냐면, 여러 서버에 걸친 길드가 존재합니다. 길드창을 여러보면 해당 길드원이 현재 어떤 서버에 있는지 표시해줘요. 단지 대화는 안되는 것 같더군요. 서버vs서버 구도의 게임에서 길드원을 상대 서버로 파견하여 첩자질을 하는건 위험한 일이기에 이는 당연한 조치겠죠. 
전체적으로 길드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하게 동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최근의 mmog들에서는 더욱요. 이유를 들어보자면 모호하고 개괄적이게나마 이전의 mmog에서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던데 비해서 요즘 mmog에서는 그렇게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개의 플레이어에게 게임이 제공하는 컨텐츠가 충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게임 내의 다른 이들과 교류할 필요는 적어지는 느낌?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은 게임 시스템이 어느정도 갖춰서 대응하고 있기도 하구요. 대표적으로 '진영'의 개념이 있겠죠.   제가 아는 한에서 다양한 길드 형태와 길드에 얽힌 장치들은 이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나 주목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채팅 때와 마찬가지로 댓글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라고 적었지만 아무도 그런거 적어주지 않았어 ...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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