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파이어폴 단편적 소감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새 파이어폴을 조금씩 하는 중입니다. 모모님이 '파이어폴 형편없음' 이라고 워낙이 광고를 해대서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생각보다는 재미있더군요. 자세한건 차차 해보면서 생각해야겠지만 일단 단편적으로나마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1. 흥미로운 자원탐지 방식 와우를 위시한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자원은 노드node형태로 존재합니다. 자원이 위치한 일종의 ‘점’이 있고 이는 인게임에서나 탐지장치로나 확인이 가능합니다. 노드에 일정 거리 이내 (대체로 밀리사거리 정도의 거리) 로 접근하여 채집 액션을 취하면 채집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폴에서 자원은 일종의 영역 형태로 존재합니다. 전체적으로 봐서 ‘밀도’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원은 일정한 영역에 걸쳐 존재합니다. 집중적으로 밀도가 높은 곳이 있고, 이 곳에서 멀어질수록 자원의 밀도도 점차 떨어집니다. 자원의 밀도가 낮아지는 형태는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제멋대로 생겨먹은 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차 자원의 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맞습니다. 등고선을 연상하면 편할 것 같아서 그림을 가져와봤습니다.  그림에서 ‘삼각점’에 해당하는 곳이 자원의 밀도가 가장 높습니다. 등고선상으로 볼 때 고도가 낮아질수록 파이어폴에서는 자원의 밀도가 낮아진다고 보면 됩니다. 산의 고저가 어떤 산이냐에 따라 다르고, 이는 즉 삼각점의 높이 또한 달라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모든 자원은 밀도가 높은 곳에서 ‘이정도’라고 정해지지 않으며,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해도 40% 정도인 곳이 있는가하면 또 다른 곳은 80% 정도이고 뭐 그런 방식인 듯 하더군요.  밀도가 높은 것과 낮은 것은 뭐가 다르냐면, 채취되는 자원의 양이 다릅니다. 단순화해서 밀도가 40% 인 곳에서는 해당하는 자원이 40개 나온다고 할 때, 밀도가 10% 인 곳에서는 자원이 10개만 나오는 형식입니다.  밀도를 알아내는 방법과 캐내는 방법도 꽤 독특합니다. 거대한 감지 망치 (정말 망치입니다 ;;) 로 땅을 치면 PC를 중심으로 전방을 향해 부채꼴 모양의 감지패턴이 생겨납니다. 이 감지패턴은 그 아래에 묻힌 자원의 밀도와 종류를 보여줍니다. 패턴은 곧 사라지지만, PC가 서있던 자리에는 ‘Scan Report’가 남습니다. 이는 다음번 망치를 사용할 때까지 남아 있습니다. 즉 망치로 여기저기 땅을 두들기며 자원의 밀도가 높은 곳을 알아냅니다.  한편 자원의 배치는 고정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밀도가 언제나 조금씩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당연한 조치겠죠. '자원지도' 한 번 만들어지면 언제나 같은 곳에만 사람들이 바글거릴테니.  2. 자원 채굴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자원의 밀도를 탐사하여 ‘어디를 파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이제 채굴기를 호출합니다. 상공에서 채굴기(?)가 강하해서 땅에 꽂힙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에 걸쳐 자원을 채집합니다. 이때 설정상 ‘채굴기의 소리를 듣고’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일종의 오브젝트 지키기 미션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데다가 이 지점이 지도상에서 다른 이들도 볼 수 있게 표시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채굴이 완료되고 채굴한 자원을 전투에 참여한 – 파티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 사람들이 공유합니다. 앞서 올렸던 독점 보상형태입니다. 채굴 중간에 중지할 수도 있으며, 이럴 경우에는 그때까지 파낸 자원만을 획득합니다. 채굴기가 몬스터들에 의해 터져나가면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채굴기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업그레이드 할수록 같은 지점에서 얻는 자원의 양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신 몰려오는 몬스터들도 더 강합니다. (몬스터가 강해지는건 확인했는데 자원의 양이 늘어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네요. 근데 설마 보상도 없이 장애물만 더 강한걸 주지는 않겠죠) 파티용 채굴기도 따로 있습니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몬스터들이 무식하게 몰려오더군요 3. 조금 다른 일상의 플레이 일반적인 mmog에서 성장 구간의 일상적 플레이는 퀘스트로 메워집니다. 와우가 시도했고 도입한 이후 여러 다른 게임에 널리 전파된 게임 방식이죠. 파이어폴에서는 자원을 채집하는 것이 일상의 플레이를 메웁니다. 그렇다고 오로지 이것만 하면 지루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벌어집니다.  일단은 ARES mission 이라는게 있습니다.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 … 는 겁니다만 보통은 짐 나르기나 해킹된 전산시스템 복구하기 등이더군요. 미션의 종류는 3-4가지 정도 되는 듯 싶었습니다. 길드워즈2에서 볼 수 있는 월드 이벤트와 유사해보입니다. 근데 난이도가 ... 와우의 흔한 퀘스트보다는 높더군요 ;;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 거대 회오리 (이름이 정말 기억이 안나요 ㅋㅋㅋ) 도 있습니다. 정말 거어어어어어어대한 회오리인데 여기서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옵니다. 앞서 말한 ARES 미션이 등급이 낮은 경우에는 어떻게든 혼자서도 되는데 비해 이건 혼자서는 절대 감당 안되는 수준이더군요. 회오리를 다 처치하면 포탈이 열리고 포탈 내부로 진입해 들어갑니다. 포탈 내부는 아마도 다른 차원인 듯, 외부와의 연결도 끊기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압도적인 수의 몬스터들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일정 시간동안 버티다보면 결국 죽고, 보상을 받습니다.  리프트의 월드 인베이전과 유사한 이벤트도 있습니다. 마을 또는 감시탑을 몬스터의 무리들이 쳐들어오는데 이걸 물리치는 겁니다. 월드 인베이전만큼 대규모는 아닙니다만 흥미로울 정도로 많은 몬스터들이 나오긴 합니다. 
이것도 솔로잉으로는 살짝 버거우나 불가능한 지경은 아닌 수준.  이들 이벤트는 시작시 지도에서 표시됩니다. 즉 가까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그리로 달려가서 흥겨운 이벤트 잔치를 벌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면 하늘색 이외의 보라색 및 빨간색이 현재 활성화 되어 있는 이벤트들의 위치입니다. 어떤건 위치 고정이고 어떤건 계속 움직이죠. 빨간색 놈들 중 일부는 가만 냅두면 마을을 점령하고 주변 지역을 자기들 영토로 만들기도 합니다. 리프트와 길드워즈2를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인상입니다.  자, 이렇게 자원 채굴과 각종 이벤트를 하다보면 다양한 보상들이 쌓입니다. 여러 종류의 광물도 있고 여러 종류의 2차 화폐도 있고, 경험치도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제작을 합니다. 파이어폴은 엄청난 가짓수와 종류의 크래프팅을 제공합니다. 다른 게임에서 크래프팅은 성장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일종의 옵션입니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파이어폴에서 크래프팅은 필수입니다. 크래프팅을 해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고, 그래야 실질적인 기능적 향상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레벨이 없습니다.  한편 파이어폴의 크래프팅은 다른 게임들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고 더 방대한데 비해 가이드는 많이 부족한 듯 합니다. 이건 특유의 SF용어들을 제가 잘 해석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 뭐 하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채팅창에 대고 한참 물어봐야해서 슬펐습니다 ㅜㅜ  4. 돋보이는 수직적 레벨 디자인 와우에서 지옥불 반도를 겪으며 감탄했던건 저 멀리 보이는 원경과 높다랗게 솟은 절벽들이었습니다. 리치왕의 분노가 나오고나서 가장 마지막 구간에 들어가자 이런 수직적 레벨 디자인은 극에 달합니다. 지옥불 반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높이로 솟은 절벽들’만으로’ 구성된 레벨이 존재하고 여기에서 다양한 퀘스트들을 수행합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그 …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경공을 배우던 맵도 우아하고 웅장한 멋을 풍깁니다. 근데 이 모든 멋진 수직지향적 맵들이, 사실은 그닥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충족감을 주는 요소에 불과합니다. 근데 파이어폴에서는 다릅니다. 이런 수직적 요소들이 꽤 영향을 미칩니다. 이유는 파이어폴이 mmorpg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전형적인 rpg 스타일의 전투를 가진 와우와 블소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해야 합니다. 원거리 클래스라고 해도 이 사거리는 꽤 좁은 편입니다. 적어도 시야거리나 오브젝트 표현 거리와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파이어폴은 fps이고, 사거리라는 개념이 존재하긴 하지만 rpg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깁니다. 따라서 수직적 레벨 디자인을 활용할 여지가 꽤 많습니다. 일반적인 mmorpg와는 다른 훨씬 더 길고 높은 점프(?)가 가능한 부스터는 여기에 어울리는 장치입니다.  앞서 얘기한 자원 채취의 경우, 채굴기를 부르기 전에 일단 주변을 둘러봅니다. 높은 바위나 절벽 같은게 있는지 확인합니다. 일종의 저격지점(?)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괜찮은 자리가 눈에 띄면 채굴기를 불러놓고 멀찌감치 저격지점으로 올라갑니다. 몰려드는 몬스터들은 적절한 자리에서 저격질이나 해대는 저에게 밥입니다. (솔로용 채굴기의 경우 저격 안해도 밥이긴 하지만 ;;)  ARES미션이나 거대 회오리, (가칭) 월드 인베이전 등에는 다수의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몸을 드러내는 즉시 이곳저곳에서 총알이 빗발칩니다. 이때 곡사형 무기를 사용해서 적절히 은폐/엄폐한 후 적에 대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위험해집니다. 결국 파이어폴에서는 지형의 높낮이가 플레이 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mmorpg들에서 일종의 눈요기였던 높다랗게 뻗은 수직절벽이나 거대한 암벽 등은 파이어폴에서는 기능적인 의미까지 강하게 내포하게 됩니다.
으례히 그렇듯 저는 이런 새로운 요소들에 남들보다 더 많은 호감을 품는 듯 하고, 따라서 여기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이후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날 여지도 많습니다. 대체로 제가 내린 첫번째 판단은 이후에 신뢰도가 매우 낮은 걸로 드러나곤 하거든요.  그러나 이번에는 다릅니다. 위에 적어놓은 내용들 중 1번과 3번은 무척굉장히상당히매우많이 괜찮아보입니다. 단기적 수요를 충족시켜주면서도 장기적 비전과 흐름을 잘 다듬어주는 탄탄한 기본기랄까요. 비록 이 1번과 3번은 제가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이런거 해봐야지' 라고 맘먹고 있는 '라이프타임 그랜드 플랜'에 포함된 요소들이긴 하지만, 이런 사실은 제 냉철한 판단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객관적인 견지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라고 하지만 역시 속이 좀 쓰리긴 하군요 ...
  • 22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