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1 : 채팅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 들어가며 mmog의 여러가지 매커니즘들이 때로 획기적으로 때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뭔가 발전과 변화를 보이는데 비해서 mmog의 핵심적 요소들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커뮤니티’ 에 관련된 매커니즘은 뭔가 이런 뚜렷한 발전 또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런 제 관점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나 마비노기 등 주로 커뮤니티로 유명한 게임들을 해보지 못했다는 결점과 더불어 뭔가 신뢰도가 낮긴 하지만요.  아무튼 제 눈에 mmog의 커뮤니티 장치들은 뭔가 뚜렷한 흐름이 보이기보다는 굉장히 파편적이고 단편적으로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빠진 고리가 많기 때문인지, 실제로 이 분야의 변화발전이 더디거나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부분적인 파편들이나마 모아두면 나중에 누군가 참고하거나, 제가 모르는 고리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댓글로라도 보충해주지 않으실까 싶어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파트 1. 채팅 2D 탑뷰 지금은 워낙 가물가물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2D 탑뷰 시절 채팅은 채팅창보다는 말풍선이 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채팅창에도 채팅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탑뷰 시점의 독특한 구조상 말풍선이 한눈에 쏙 들어오죠. 게다가 상대의 채팅창이 내게 보인다는건, 내 캐릭터가 상대에게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내가 상대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보이는 것 또한 명확합니다. (이는 같은 탑뷰라도 3D로 오면서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 캐릭터 위로 보이는 공간이 아래로 보이는 공간보다 길었던 탓에)  하지만 말풍선만으로는 완전한 채팅을 하기가 어려웠던게, 여러 캐릭터가 다닥다닥 붙어서서 한마디씩 하면 말풍선이 서로 가려서 도무지 뭘 알아볼 수가 없는 단점이 … 아무튼 결론은 당시 채팅은 말풍선에 초점이 맞춰진 ‘일반채팅’ 이 주였고 지금보다 비중이 훨씬 높았었다는거죠. 반면에 채팅창은 외치기나 거래 같은걸 볼 때나 가끔 쓰는 거였구요. 여기에는 지금보다 커뮤니티가 좀더 풍성했던 환경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누군가와 만나서 구석진 곳으로 가 서로의 캐릭터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풍습(?)은 지금은 찾아보기 드물죠. 그 연장선에서 소위 '게임정모' 라는 길드나 혈맹 단위의 모임도 있었는데, 해당 커뮤니티에 속한 모든 멤버들이 게임 내의 한 장소에 모여 줄지어 서서 같은 옷을 입고 길드마스터 또는 군주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훈훈(?)했던 풍경도 기억나네요. 요새는 이런거 없어졌을 뿐더러 누군가 시도하면 촌스럽다고 비웃음 사기 딱 좋죠. 3D 팔로우뷰 mmog가 3D화 되면서 말풍선은 없어졌거나 위상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이 점은 앞서 말한 탑뷰 형식의 2D 게임들과는 확연이 다른 부분인데, 3D 게임에서 말풍선을 넣어봐야 내가 상대의 뒤에 있다면 상대에겐 보이지 (들리지) 않아요. 말풍선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말풍선은 전적으로 부가적인 요소일 뿐 절대로 메인 채팅 수단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화면 상의 캐릭터들이 모두 균등한 크기로 표현되는 탑뷰와는 달리 가까운 캐릭터와 먼 캐릭터의 크기 자체가 달라지는 3D 환경에서 말풍선의 크기는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죠. 먼 캐릭터의 말풍선은 작고 눈 앞의 캐릭터의 말풍선이 거대하게 나온다면 뒤죽박죽 …  결국 채팅창이 가장 중요한 채팅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채팅창에’만’ 의존하는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가 그렇습니다. 첫째로 게임 특성상 화면 가운데에서 멀어질수록 눈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채팅창은 보통 화면 가장자리에 위치할 수 밖에 없죠. 거기에 용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 이상 눈길이 잘 가지 않는 위치입니다. 그렇다고 화면 중앙에 놔서 시야를 가릴 수도 없고 말이죠.  두번째로 채팅창은 기본적으로 글자들만 모아놓은 공간이에요. 즉 여기에 글자들이 많은건 당연합니다. 그게 무슨 글자이건 간에요. 게다가 쉴새없이 뭔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외치기 일 수도 있고, 공개창일 수도, 거래창일 수도 있구요. 따라서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게 채팅창에 뜨더라도, 시각적으로 그닥 튀지 않습니다. 새로 올라온 텍스트 – 누군가 최근에 한 말 – 에 주목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채팅창을 이용한 대화의 한계이지 싶습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딱히 대안이 없었기에 이 방법은 아주 오랜 기간동안 쓰이게 되며, 사실상 지금도 가장 주축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이후에 음성채팅이 나와서 문자채팅의 단점을 강력하게 커버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형태의 채팅은 주된 방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채팅 채널의 분화 한편 이런 채팅은 EQ나 DaoC 시절 길드/파티/일반/외치기/거래 등등으로 채널을 고정했던 데 비해서 와우는 아예 사설채널을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들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와우가 최초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전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에서는 채팅 방을 별도로 만들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게 다른 게임 플레이와 병행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컨대 레이드를 하면서 이런 사설 채널을 쓸 수 있나요?) 이게 뭐 대단히 비약적인 발전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름 흥미로운 변화이긴 하다고 봅니다. 여러 채팅창을 오가는 현란한 타이핑 스킬을 필요로 했기에 다소 번거롭긴 했었지만, 길드 이외의, 길드보다 훨씬 느슨한 형태의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데 꽤 공헌을 했다고 보거든요. 서버마다 하나씩 다 있는 디씨채널이라던가, 공대 전용 채팅 채널 등등이 여기에 속하죠.  한편 와우가 플레이어들에게 '사설채널 설정 권한'을 주기 전에는 이런걸 어떻게 했느냐면, 제 기억에는 IRC를 썼습니다. 게임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채팅 프로그램을 사용한거죠. 저는 울온에서 irc를 처음 접했습니다만 이후에도 꾸준히 쓰시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이게 메인이었던 적은 없지만요.  '메인'이라고 하니까 또 생각났는데, 와우식의 '사설채널 설정 권한'은 저는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봅니다만 이후에 확고하게 자리잡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권한을 주는 게임이 많지는 않아요.  음성 채팅의 보편화 한동안 채팅 분야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로 수년이 흘렀고, 그동안 인터넷은 꽤 널리 보급된 데다가 속도도 안정적이고 빨라졌죠. 점차 음성채팅이 보편화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Ventrilo, Team Speak 등 외부 클라이언트를 이용하여 서버는 사설 서버 내지는 임대하여 사용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그건 북미의 경우이고, 우리나라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중앙집중식(?) 음성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편의제공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장사를 하기엔 애매했던지 요즘 이런 서비스는 점차 축소되는 것 같더군요.  대신에 게임이 이런 기능을 내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겪어 본 음성채팅을 게임에 내장한 최초의 경우는 와우인데, 지금은 블소를 비롯해서 다수의 게임들이 이 기능은 디폴트로 탑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왠지 음성채팅이 조금씩 낯선 듯 아직 완전히 보편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북미 유저들은 수다떨면서 게임하는걸 무척 좋아하는 듯 하더라구요. 게임에 음성채팅이 들어오기 전에도 길드를 만들면 길드 전용의 음성채팅 도구가 있는건 당연하고, 낯선 사람과 파티를 하는데도 그의 제안으로 음성채팅에 접속하는 경우 (보통 초대하는 쪽의 길드 채널로 들어갑니다) 는 꽤 일반적이었습니다. 하물며 게임 내에 이를 내장하게 된 지금은 더더욱 그렇구요.  음성채팅은 문자채팅에 비해 게임 플레이에 확연하게 더 좋습니다. 문자채팅이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화면 구석의 채팅창으로 모두 쫓겨 가버렸고 그 결과 유저들의 액티브한 인식 – 주기적으로 시선을 돌려 화면 구석을 쳐다보기 – 을 필요로하는데 비해, 음성채팅은 일종의 패시브한 형태로 다가오죠. 틀어놓으면 내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옵니다. 와우가 음성채팅을 내장하기 한참 전부터 플레이어들이 레이드 등 중요한 이벤트에는 음성채팅을 활용해 왔던 것 또한 이 맥락의 일부이구요. 이 부분은 앞서 설명드렸던 3D 팔로우 뷰에서의 ‘채팅창을 계속해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문자채팅이 아예 도태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직 친하지 않은 이들끼리 또는 급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자채팅이 주가 되요. 문자채팅과 음성채팅의 분리는 일종의 ‘채팅의 용도별 분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2D에서의 채팅을 언급할 때 말풍선을 통한 채팅이 일반 채팅으로 국한되고, 그 외의 채팅들은 채팅창에 몰려있었던 것과 비슷한 구성이죠.  그러니저러니해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음성채팅은 그렇게까지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요. 레이드나 프리메이드(pre-made) pvp 등을 하는, 긴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아주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문자채팅으로 다 커버하는 편입니다. 이 점은 북미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북미는 음성채팅의 사용빈도가 엄청 높거든요.  어떤 관점으로 보자면 평균적인 던전 클리어 스피드나 실력이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기에 영던만 가도 음성채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고, 역으로 생각하면 영던정도를 가더라도 면접에 기어스코어에 따지는게 많은 우리에 비해 가겠다는 사람이 포지션만 맞으면 얼추 다 데리고 가는 북미식 파티모집의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구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어느정도 음성채팅을 쓰는건 나이대가 좀 높으신 분들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하면서 정통파 아저씨 길드에 가입했던 적이 있는데요, 이 분들은 던전을 가면 아주 쉬운 곳이라해도 꼭 음성채팅을 하길 원하시더라구요. 이유는 아무래도 타이핑하기 싫어서? 젊은 플레이어들이야 채팅하는게 크게 문제되지 않는 빠른 타수에 정교한 타이핑을 구사하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타이핑은 무지 귀찮고 힘들거든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블소에 국한된 일이라서 확신하긴 좀 어렵네요.  채팅에 대해서는 일단 이정도가 제가 기억하는 전부입니다. 이 분야에서 기억나는건 얼추 다 주워섬긴 듯 한데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채팅 장치들이 다른 게임에도 많았으리라 봅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부탁드리구요. 다음 파트에서는 ‘길드’를 다루어보겠습니다. 원래는 채팅, 길드, 파티, 그 외 게임 내 장치 등등을 묶어서 한 편의 글로 쓰려던 건데 채팅만 썼는데도 이정도가 나와서 파트를 분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분량은 많은데 내용은 뭔가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이 드나요? 여러분만 그런게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 특히나 글의 처음에도 말씀드렸던 거지만,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갈한 흐름 같은걸 잡아내는게 너무 어려워서, 일단은 있었던 사실들의 나열에만 그치고 말았네요. 뭔가 대단해보이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허술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쩌겠어요 제가 여기까지인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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