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게임 디자이너의 죽음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Death of the Game Designer 원문 링크 찍어 들어가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은 모두의 공감을 사는 의견은 아닙니다. 댓글이 굉장히 많고 그 중에는 반박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자주 그래왔듯 이게 맞는 말이니 보고 배우자는 것보다는 같이 생각해볼만한 꺼리라 여겨 옮겨봅니다.  ------------------------- http://www.gamasutra.com/blogs/GregWondra/20150209/235998/ "우릴 위한 업계는 ..." 내 동료 게임 디자이너가 최근에 내게 이렇게 말했다. " ... 이제 더이상 없어." 7달 전, 나는 내 친구 한 명 및 최근에 정리해고를 당한 동료와 함께 채팅방에 있었다. 꽤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11년 이상을 일해왔음에도 그는 다시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새 직장을 찾아다니는 기간이 1년에 달하고 있었다.  몇 달 후, 나 또한 같은 처지가 되었다. 내가 일하던 프로젝트는 취소되었고 팀은 해체되었다. 이 업계가 그렇다.  정리 해고 직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나섰다. 그러나 이젠 뭔가 좀 달라져버렸다.  대략 3년전 쯤 내가 새 직장을 구하려 할 때 가마수트라 게임 디자이너 게시판에는 50개 이상의 일자리가 올라와 있었다. 이번에 내가 본 것은 11개 뿐이었다.  그때로부터 7개월이 지나 지금, 나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다닐만큼 정신줄을 놓고 있지는 않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간 재미있었다. 그러나 내게, 이제 게임은 끝났다. (휴지는 거둬주길. 나는 인생의 다른 장으로 나아가려는 거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게임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고등학교때 이래로 내가 원한 모든 것이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처음 취업했던 일은 내겐 꿈이 현실이 된 것과 같았다. 나는 내 심장과 영혼을 내가 일해왔던 프로젝트에 던졌다. 그러나 좋든 나쁘든 시간이 흐르며 게임은 변해갔고 나 역시도 그렇다.  내 경력의 초기(2004)로 돌아가보면, 나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내 직업의 핵심이 재밌는 컨셉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엇이든 괜찮았다. 새롭게 생각하자. 사람들이 정말 재밌어 할만한 것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재미"라는 단어를 (전혀 듣지 못하거나) 굉장히 드물게만 들을 수 있다. 이 단어는 "리텐션"이나 "과금"과 같은 단어들에게 대체되어버렸다. 내 안의 이상주의자는 여전히 재미가 리텐션이니 과금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줄거라 믿는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사우스파크"가 이런 부분들을 멋지게 설명해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5CbWr0zO7Ac 그때 만들었던 게임들은 달랐다. 좀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면서, 플레이에 40시간 이상이 소요됐었다. 콘솔의 세상이었다. 이런 게임을 만드는데는 레벨 디자이너, 시스템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 등등이 필요했다. 지금? 버스를 타는 동안 주머니에 든 기기를 꺼내어 5분간 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이런 게임들의 볼륨은 레벨 디자이너나 시나리오 작가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때는 게임 디자인에 인간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사람들과 진짜로 연결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 말이다. 요즘에는 그 자리에 (때로 잘못 해석되곤하는) 지표(Metrics)가 있다. "과금 매니저"와 같은 것들이 오늘날의 "디자이너"인 것이다.  업계 자체에 생겨난 변화 이외에, 내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겪는 변화들 말이다. 나는 결혼했고 아이들이 생겼다. 나는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이론적으로나마)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로 나를 이끌어 줄 기술들을 익히는데 매진하고 있다. 예전만큼 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도록 훈련이라도 해야할테니 말이다. 나는 하루에 한 시간씩 이런 일들을 하며 보낸다.  아마도 여기가 잘못된 지점인 듯 하다. 특정한 게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서도 "너무 숙련된" 인력이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지도.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내가 "게임 디자이너의 함정"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분명 다른 분야에도 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길 수 밖에 없는 종류의 일들. 어느순간, 단순히 게임 디자이너라는 것만으로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게임 디자이너이면서 ... 모바일 경력이 있고 ... 런너류 게임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겸비했고 ... 굉장한 엔진으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고 ... 6만 달러 이하의 연봉으로도 만족하고 ... 주말과 야근이 가능하면 좋겠음. 아,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 4가지 정도를 배웠으면 가산점이 주어짐. 일자리들은 너무나도 전문화되어서, 요구소양 항목의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하나의 일자리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건, 다른 열 가지의 일자리에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관에 박히는 마지막 못은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특히나 판매 차트를 찢어발길만큼 히트하는 최신작의 동향을 언제나 따라잡아야하는 게임 디자이너들와 같은 직업에게 결정적인 그것은 가족이다.  가족을 갖는건 축복이지만 (내게는 그렇다) 사회는 부끄럽게도 이를 축복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최근에 전화 면접을 보았는데 대체로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인 듯 했다. 따라서 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질문은 내가 결혼을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애는 몇 명이나 있는지.  내가 지나친 가정을 하고 있다면 용서해주길. 그러나 나라면 상대를 공격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은 업무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군요? 
- 야근과 주말근무는 못/안할건가요?
- 밤에 콜 오브 듀티를 3시간씩 하는 대신 아이들을 돌볼 생각인가요?  나 자신의 여정에서, 나는 이제 한때 좋아했던 업계를 더이상 좋아하지 못하는 곳까지 와버렸다. 게임 업계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탓에 내가 듣거나 봐야만 했던,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들 중 최고는 심지어 보스가 나서서 '(고객들) 호주머니의 푼돈 하나까지 털 필요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물론 이게 비즈니스라는건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바랬던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경험을 창조하고, 그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들을 미소짓게 하는게 다였다. 점심값을 털어먹는데는 그닥 관심이 없다.  자 그럼 승자는 누구일까? 소수의 게임 디자이너들과 더 많은 "과금 매니저", 그리고 프로그래머/디자이너의 하이브리드 직무들 ... 아마도 이런 것들이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지도. 내겐 그렇다 아니다하는 증거가 없다. 아마도 요즘 시대에 가장 큰 승자는 "게임 디자이너" 학위를 제공하는 대학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나는 탁원할 청년을 한 명 만났는데, 그는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지역 대학에서 게임 디자인 커리큘럼을 이수한 사람이었다. 졸업까지 3주가 남은 그는 내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나는 내 주업무가 게임 시스템 디자이너라고 말했다.  "그게 뭐에요?"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여러분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이제 게임 디자인 경력의 황혼기에 서서, 이 직종에 프로 운동선수와 유사한 부분들을 많다고 느낀다. 내 나이는 거의 37살이고, 뒤에는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루키들이 있다. 그들은 나보다 몸값이 싸며 향후 10년간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는 반복되는 작업에 지쳐있고, 솔직히 내게 주어질 보상이 내가 해야하는 헌신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7개월간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단기 계약직이었다. 더 젊고 순진한 이들이 대기 중인데 왜 숙련자에게 비싼 월급을 주고싶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괜찮다. 여러분에게도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을 흘려보낼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는 자신에 대해 자신이 있지만 남들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다른 말로 전체 면접 프로세스) 그런 시점 말이다. 삶은 흐르고, 그 속엔 게임보다 더 중요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니.  나는 게임 업계에서 보낸 시간을 사랑한다. 멋진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당연히 지금과는 좀 달랐기를 바라긴하지만, 업계란 본래 그런거니까. 나는 앞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할테고 (가능하다면) 게이머로 남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돌아올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으로서는, 게임 디자이너인 내 친구가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릴 위한 업계는 ... 이제 더이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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