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부분 유료화, 뭘 팔아야 하나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월정액제 게임이 현금거래를 필요로 하는 이유'과 연관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원래 포스트에선 월정액제에서 수요 - 공급의 불균형이 포인트였던 반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분 유료화 모델에서 판매하는 서비스에 관한 것이기에 분리합니다. 월정액제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출 의사가 높은 하드코어 유저든 지출 의사가 낮은 캐주얼 유저든 단일한 요금을 부과하고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일 겁니다. 하드코어 유저는 '현질'을 통해 다른 유저들로부터 서비스(주로 시간 단축에 관한 것이겠죠)를 구입하죠. 부분유료화는 이 서비스의 거래를 시스템으로 통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드코어 유저는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으니 좋고, 캐주얼 유저는 돈을 내지 않아도 플레이할 수 있으니 좋고, 서비스 공급자는 하드코어 유저들로부터 직접적으로 추가과금을 받아낼 수 있으니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하는지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쟁욕에 기반해서 게임상에서의 직접적인 이득을 유상으로 제공하는 쪽으로 부분유료화 모델을 발전시켜왔다고 봅니다. 하지만 해외 게임들을 보면 경쟁욕 보다는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에 대해서 과금을 하는 구조가 보이네요. 예를 들어 월드 오브 탱크의 경우,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해서 고티어로 가게 되면 게임으로 얻는 수익보다 전차를 운용하는 비용이 더 들어가는 지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을 겁니다. 1) 5티어에서 노가다를 뛰어서 비용을 충당한다.
2) 골탱을 산다.
3)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한다 돈을 내고 싶지 않다면 1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게임은 즐길 수 있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이후 티어에서의 성장과 전차 구매 등 컨텐츠를 즐길 수 없게 됩니다. 게임이 유지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 돈을 내지 않고 5티어에서 노가다를 뛰는 것은 유저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에게 더 유리한 거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낼 의사가 있다면 2번과 3번 중에 선택을 하게 됩니다. 2번의 경우 한번에 목돈이 들지만 추가 지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고 3번의 경우는  월 결제를 해야하지만 비교적 소액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골탱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전차로 계속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2번이든 3번이든 어느 쪽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마치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던 물품을 1+1로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처럼 말이죠. 어쨌든 이 시스템에서 중요한 점은 게임을 오래 계속 하려면 돈을 내야한다는 점일 겁니다. 그것도 한창 게임에 깊이 빠져서 발 빼기도 쉽지 않을 지점에서 결제를 고민해야하죠. 그리고 돈을 내지 않으면 일부 컨텐츠가 제한될 뿐 게임상에서 불이익을 입지는 않습니다. 국내 게임 중엔 사이퍼즈의 '주괴' 시스템이 인상깊었습니다. 매 판이 끝나고 주어지는 보상으로는 캐릭터 아이템을 수리하고 나면 사실상 본전치기가 됩니다. 하지만 하루에 5개씩 무상으로 주어지는 주괴를 사용하면 초과 이윤이 발생하죠. 2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5개의 주괴를 다 사용하게 됩니다. 2시간 미만 플레이하는 캐주얼한 유저는 주괴를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만, 2시간 이상 플레이하는 하드 코어 유저들은 실질적으로는 주괴를 사야 합니다. 결국 2시간을 초과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권리를 판다고 볼 수도 있겠죠. 또한 이게 예전 마비노기처럼 '2시간'으로 고정시켜둔게 아니라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더라도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둠으로써 유저가 기꺼이 합리적으로 지불할 수 있게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그러고보면 생각나는 것이 '크리티카'를 만든 '올엠'의 전작인 '루니아 전기'입니다. 그야말로 화면상에 보이는 모든 것에 과금을 붙여놓은 자본주의의 화신같은 게임이었죠.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벤을 좁혀놓은 뒤에 인벤 확장을 파는 것은 기본이었고, 돈을 내지 않으면 게임 도중 상점에서 아이템을 처분할 수 없게 만들어두기도 했습니다. 이미 랜덤하게 속성을 부여받은 아이템을 루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서 속성을 끄집어내도록 만든 뒤에 '감정 취소'를 돈 내고 팔기도 했지요. 강화 확률을 높여주는 아이템이나 강화 실패를 복구시켜주는 아이템은 당연했구요. 다만, 이 게임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고렙 인던의 유료화였습니다. 엔드게임에 해당하는 하이엔드 인던은 열쇠를 소모해야 입장할 수 있는데 이 열쇠를 얻기 위해선 풀파티를 짜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퀘스트를 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열쇠는 상점에서 돈을 내고 구매할 수도 있었죠. 이전까지 인던과 같은 컨텐츠는 유저들을 끌어모으고 유지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매출에 기여할 뿐, 직접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인던과 열쇠의 관계는 매출을 직접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최근 마블 히어로즈가 이와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만렙은 60레벨인데 실제로는 35레벨이 되기 전에 스토리가 끝납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엔드 게임'으로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이 '엔드 게임'이 실제로는 고난도 인던입니다. 적당한 난이도에 적당한 보상을 주는 인던은 일일 1회 정도로 제한 걸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인던은 열쇠를 사서 입장하도록 되어있더군요. 물론, 구매하지 않고 게임을 통해 얻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게 이론적으로는 루니아 전기랑 같은데, 막상 애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다른 구석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60불짜리 프리미엄팩이라 이제 막 시작해서 아직 저 단계까진 가질 못했습니다.) 가마수트라에서 부분유료화 관련 아티클을 보면 종종 저동네는 아직 돈을 낸 유저들에게 강한 아이템과 같이 직접적인 메리트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아직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10년전에 끝난 고민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그 업보로 어느 정도까지 팔아야 돈을 낸 유저와 돈을 내지 않은 유저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해외 게임계엔 아직 낭만이 남아있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로는 오히려 저쪽이 게임의 밸런스를 유지해서 유저들의 거부감을 사지 않으면서 합리적으로 게임을 팔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덧붙여서, 월탱 유료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실 골탄이었습니다. 철갑탄의 관통력에 성형작약탄의 데미지라 사기에 가까운 위력이긴 한데 워낙에 비싸니까 그냥 납득하게 되더라구요. FPS 게임에서 캐쉬총에 맞아 죽었을 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러면서 기분이 상했는데, 월탱에선 천원짜리 포탄을 맞았으니 죽어주는게 당연하다고 그냥 웃어버렸습니다. 물론 죽어도 곧바로 빠져나가서 다른 판을 뛰면 되니까 죽음을 훨씬 캐주얼하게 받아들이게 전체 게임 구조를 짜놓기도 했습니다만.
  • 12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