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다중 성장 - 퍼즐 앤 드래곤과 던전 스트라이커의 경우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던전 스트라이커 (이하 던스) 의 성장은 꽤 독특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퍼드랑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겹치는 부분가지 이슈를 끌고 와버리면 너무 포괄적이 되어버려서 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걸 확인하려면 다른 분들 의견도 있으면 좋겠다싶어서 한 번 적어봅니다. 아래에서 말씀드릴 내용은 최근에 새로 생겨난 게임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제가' 최근에 깨달은 ... 이라고 설명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1. 퍼즐 앤 드래곤의 성장 퍼즐 앤 드래곤에서 플레이어는 수십가지에서 수백가지의 유닛들을 다루게 됩니다. 이들 중 상당수 (강화재료, 진화재료 등) 는 일회성으로 소모되지만, 일부는 오래도록 인벤토리에 남아서 플레이어와 함께 합니다. 이런 일부의 '고정멤버' 들은 당연하게도 성장을 거듭하면서 진화를 하기도 하는데요, 퍼드의 특성상 유닛 하나가 레벨업 한 번 한다해도 그게 그렇게 크게 체감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약간의 능력치 성장이 있긴 하지만 이게 확연히 체감되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퍼드에서 유닛의 성장에 대한 감성적 보상장치로 레벨업이 아닌 진화가 쓰이고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진화를 하면 오히려 능력치가 진화전에 비해 더 내려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내 유닛이 달라졌어요' 라는게 명확하게 체감되죠.  다중 성장이란 뭐 별다른게 아니라, 이런 식의 '플레이어가 성장시켜야 하는 요소'가 여러가지 겹쳐 있다는 얘깁니다. 퍼드에서는 성장시켜야하는 유닛이 수십가지에서 수백가지에 이르고, 이들이 모두 동시에 - 실제로는 동시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관점에서는 - 성장해나갑니다. 유닛의 성장이라는 개념이 게임 디자인에서 극도로 중요한, 일종의 '근원적 재미'에 해당한다는 점은 따로이 부연드리지 않아도 공감하시리라 믿고, 지금까지 많은 게임에서 성장은 나와 일대일로 매칭되는 아바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mmog에서 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던가,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딸을 성장 (이 경우 '나'와 일대일 매칭이라기엔 좀 애매한 구석도 있지만 ;;) 시키는 경우 등. 물론 부캐를 키우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플레이어는 동시에 하나의 캐릭터를 열심히 성장시킨다' 라는 뭐 그런 얘깁니다. 근데 퍼드에서는 이런 구조가 성립하지 않아요. 모든 유닛은 모두 동등하게 정이가고 애착이 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유닛을 편애하고 싶다거나 그런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게임이 제공하는 장치에 의해서는 아니에요.  아무튼, 퍼드는 여러개의 캐릭터를 다중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 던전 스트라이커의 성장 던전 스트라이커도 비슷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퍼드에 완전히 매칭되는건 아닙니다만 ... 아무튼. 던전 스트라이커에는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총 10가지의 직업이 있는데요, 시작시에는 하나의 직업만을 골라야하지만 45레벨에 도달하면 '모든 직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퍼드에서 '여러 유닛 (몬스터) 를 동시에 키운다' 라는 개념이 던스에서는 '여러 직업을 동시에 키운다' 라는 개념에 매칭되는거죠.  좀더 알기쉽게 설명하기 위해 레벨에 대해 살짝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 캐릭터 레벨과는 별도의 '직업 레벨'이 따로 있어요.  캐릭터 레벨은 1부터 70까지에요. 1부터 50까지는 키우기가 아주 쉬운 편이고, 50레벨에서 60레벨까지는 일반적인 게임들의 중고렙 정도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60레벨에서 70레벨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편이에요. 어렵다는게 뭐 난이도가 높다는건 아니고 그냥 경험치가 아주 많이 필요함. 캐릭터 레벨이 게임 상에서 가장 표면에 나와있고, 우리가 흔히 여러 게임에서 '레벨' 이라고 할 때 떠올릴 법한 바로 그런 요소에 해당합니다.  직업 레벨은 각 직업별로 6단계까지 존재합니다. 각각 노비스, 시니어, 엘리트, 베테랑, 챔피언, 마스터로 불리웁니다. 간단한 직업 튜토리얼을 하는 것만으로 엘리트까지는 자동으로 올라가고, 여기서 무심코 조금만 플레이해도 베테랑이 될 수 있습니다. 베테랑에서 챔피언까지도 그닥 어렵지는 않지만, 마스터가 되는건 시간이 꽤 오래걸립디나. 그렇다고 안드로메다급은 아니고, 이전까지의 등급에 비해 좀 느리구나 ... 수준이에요.  플레이어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으면서 직업 레벨과 클래스 레벨을 모두 올릴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킬 포인트가 꾸준히 들어오는데, 이걸 통해서 자기가 원하는 클래스의 자기가 원하는 스킬을 찍을 수 있구요. 스킬은 직업에 귀속되고, 해당 직업에서 자기 등급까지의 스킬만 찍을 수 있어요. 예컨대 제 캐릭터가 메이지라는 직업을 챔피언까지만 올려놓았다면, 그보다 위인 마스터 등급의 스킬은 찍을 수가 없다는 얘기.  한편 던스의 성장 컨텐츠는 '45레벨까지만' 존재합니다. 45 레벨 이후에는 ... 그냥 던전 뺑뺑이에요. 무려 45레벨에서 70레벨까지 뺑뺑이입니다. 듣기엔 굉장히 가혹해보이죠? 더군다나 레벨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50 ~ 60레벨 및 레벨업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60 ~ 70 레벨까지의 구간이 모두 여기에 속하니까요. 근데 의외로 이게 '그렇게까지 지루하지는 않'더라구요. 전 현재 64레벨입니다만, 레벨 45부터 64까지 남들처럼 던전 뺑뺑이만 돌았는데도 그래요. 아직까지는 할만하고, 딱히 지루해서 못해먹을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런고하니, 레벨 45찍고 반복플레이 구간에 돌입하더라도 여전히 제 캐릭터의 성장은 꾸준히 체감할 수 있거든요. 바로 직업 레벨을 통해서요. 앞서 말씀드린 레벨 45 ~ 레벨 70까지의 노가다는 어디까지나 캐릭터 레벨을 기준으로봐서 그렇고, 직업 레벨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습득하는 스킬포인트를 통해 스킬을 찍는 속도는 대부분의 직업에서 5단계로부터 6단계까지 가는 속도보다 빠르구요. 표면적인 캐릭터 레벨은 아주 느리게 올라가는 것 같지만, 실제 플레이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2-3시간에 한 번정도는 새 스킬을 얻고, 그것들이 모여서 직업 레벨이 오르는 셈이죠. 간단하게 표현해보면 이렇습니다. 
1) 작은 성장 단위 : 스킬 포인트 획득 → 새 스킬 습득
2) 중간 성장 단위 : 직업 레벨 상승 → 습득할 수 있는 새 스킬 언락
3) 큰 성장 단위 : 캐릭터 레벨 상승 → 음 ... 딱히 뭐가 없 ... ;; 그냥 기쁨? ㅋㅋ[/list:u]
정확하게 부합하는 구조는 아닙니다만 (캐릭터 레벨의 성장이 빠른 레벨 60 이전에는 직업 레벨 상승에 소요되는 시간이 캐릭터 레벨 상승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긴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구도입니다.  3. 다중성장에 흥미를 가진 이유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들 처럼, 플레이어가 신경써야하는 성장 요소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인 구조를 임의로 다중성장이라 이름붙여 봤습니다. 퍼드의 경우는 여러 유닛의 성장에 동시에 신경을 써야하고, 던스에서는 여러 직업의 성장에 동시에 신경을 써야하죠.  이 구조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이런 디자인이 성장의 재미를 좀더 확장함으로써 컨텐츠 수급의 부하를 덜어주지 않는가 싶어서 입니다. 처음에는 성장'만'이 중심이었죠. 컨텐츠는 뭐 그닥. 그러나 거듭된 노가다식 성장이 지겨워지며 '컨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근데 이 컨텐츠라는거 만드는데 엄청난 양적 질적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격화하는 컨텐츠 경쟁 속에서 다들 견디기가 어려워지는거죠. 그러다보니 다시 성장 자체를 좀더 재미있게 꾸미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는게 아닐까. 뭐 퍼드든 던스든 그걸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얘기가 매력적이라면 여기 어디즈음엔가 격화하는 컨텐츠의 양적 경쟁을 완화시켜줄 열쇠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군축이란 좋은 것이죠. (어차피 이빨이나 터는 입장에서 뒷걸음질 치는게 많이 힘든 것도 아닌데 쥐 잡히면 좋잖아요? ㅋ) 예를 들어 퍼드에서 컨텐츠 (새 던전) 을 추가하는데 어느정도의 코스트가 들까요? 이를 체감하기 위해 블소의 던전 하나 만드는 것에 비교해본다면? 상대적으로 몇 % 정도의 개발력이 소요될까요? 잘은 몰라도 10% 언저리 내지는 그 이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퍼드의 퍼즐이 그 자체로 테트리스급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게, 퍼드에서 성장을 통째로 들어내고 퍼즐만 남긴다고 생각하면 지금처럼 흥미로운 게임도 아닐 것 같고, 지금처럼 성공하지도 못했을거라 보거든요. 즉 퍼드의 성공은 오롯이 퍼즐에만 기대고 있지 않으며, 성장구조에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를 뒤집으면, 퍼드에서 컨텐츠의 양적인 부분 - 특히 개발력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 - 은 그 비중이 크지 않다는 얘깁니다.  던스에서도 비슷한 특징이 발견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레벨 45부터 만렙인 레벨 70까지 비슷비슷한 던전만 돌아야하는 구조인데, 이는 전체 플레이타임으로 따지면 아마도 70% ~ 80% 가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무지막지한 분량의 구간이 노가다로 메워져 있는데도, 체감하기로는 그렇게까지 지루하진 않아요. (갑자기 다른 소리 좀 해보자면,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을 들어 컨텐츠 부족에 대해 성토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재미요소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오로지 컨텐츠의 양적인 부분만 따지고 든다는 점에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성토가 너무 관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그 구간을 아직 모두 통과한게 아니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까지 와 본 결과는 그렇습니다. 컨텐츠는 반만 만들고 나머지를 노가다로 채워넣었는데도 나쁘지 않아요 !!  이런 상황에 대해 눈을 좀 넓혀서 생각해본다면, '성장' 이라는 개념 자체를 우리가 너무 뭐랄까 좀 ... 틀에박힌 식으로만 생각하고 파악하고 써먹어왔는데, 의외로 여기에도 아직 파보지못한 다양한 재밋거리들이 남아있지 않았던가 ... 합니다. 최초의 성장은 단순하게 '레벨업 하면 강해진다' 였고, 디아블로2 였나요 스킬트리라는걸 처음으로 '제대로' 써먹었던게? 디아2가 성장 과정에서의 재미에 변주를 넣는게 가능하다는걸 보여줬다면, 최근 게임들은 그 변주의 폭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넓을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 다중성장은 왜 재미있나 요 부분은 아직 명확하게 정리하질 못하겠어요. 언뜻 생각하기로는, 성장축이 여러개이고 각기 어느정도 독립적으로 동작하니까, 성장을 체감 (보상) 하는 싸이클도 더 자주 돌아와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던스에 대해 설명하며 예로 들었던 아래 내용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아울러 성장 과정에서 얻는 보상들이 일종의 병렬로 나열된 상태라, 플레이어들에게 '당신이 선택한다'는 느낌을 주기가 더 용이한 부분도 좀더 재미있어지는데 일조하지 않나 합니다. 어떤 유닛을 먼저 키울지 또는 어떤 직업을 먼저 키울지에 대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에 게임을 주도한다는 기분을 더 강화시켜주죠.  근데 이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묘하게도 와우가 떠올라요. 와우는 레벨업과 레벨업 사이의 지루한 구간을, 퀘스트를 통한 더 잦은 보상으로 메웠죠.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크고 아름다운 인기를 얻었죠. 보상이 주어지는 싸이클이 단축된다는 측면에서, 던스 + 퍼드의 케이스도 좀더 높은 층위에서 얘기해보자면 결국 와우와 같은 선상에 놓인게 아닐까요? 단지 와우가 양적인 보상에 치중했다면, 퍼드 + 던스의 케이스는 질적인 보상에 특화한거죠. (와우 또한 레벨업시 주어지는 특성 포인트 개념의 보상이 있긴 했습니다만, 이는 '레벨업'시에 주어지는 것이므로 레벨업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는 역할은 아니었죠) 5. 다중성장에 주어지는 제한 한편, 게임을 직접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 이 글만 보신다면 언뜻 모든 직업의 스킬 (던스) 과 모든 몬스터의 스킬 (퍼드) 을 모두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두 게임은 결정적인 장치를 한 가지 공유합니다. 덱 (deck) 시스템이에요. (이걸 뭐라고 부를지 애매해서 저는 그냥 덱이라고 부릅니다만 여기에 더 알맞는 용어 또는 더 자주 흔히 쓰이는 용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플레이어는 아주 많은 스킬들과 여러가지 요소들을 가질 수 있지만, 그들 중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의 갯수에는 명확한 제한이 주어집니다. 던스의 경우에 액티브 스킬은 최대 10개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퍼드는 액티브 6개와 패시브 2개가 끝이죠. 아주 높고 넓고 깊고 크게 성장 할 수 있긴 하지만, 그 모든걸 다 쓸 수는 없습니다. 이걸 다 풀어버리면 밸런스팀이 야근을 ... ㅜㅜ 아주 많이 해야될거에요.  방금 했던 와우의 얘기를 기억하시나요? 와우가 보상으로 주었던 양적인 요소들은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성장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그 성장은 직렬로 길게 연결된 구조였죠. 던스와 퍼드가 보상으로 주는 질적인 요소, 좀더 구체적으로 '스킬' 들도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성장에 도움을 줍니다. 대신 병렬로 넓게 퍼져 있는 구조에요. 하지만 질적인 다양성이 지나치게 넓어져버리면 통제가 안되요. 이 부분을 제어하기 위해 덱 시스템을 넣은 것이고, 이는 '성장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데는 큰 도움을 주지만 전체 밸런스에 주는 악영향은 일정한 선에서 통제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6. 결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쓴 글이 아니기에 딱히 결론내리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네요. 그냥 그렇다구요  1) 게임에 성장요소를 넣을거라면 다중성장을 추천드립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성장에 집중하게 만들고 컨텐츠의 부족을 덜 섭섭하게 여기게 합니다. 따라서 컨텐츠 만드는 품을 좀 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 다중성장에는 반드시 덱 시스템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넓게 퍼진 풍부한 가능성을 어느정도 선에서 묶어주지 않으면 밸런스팀은 반드시 야근하게 될 것이고, 유저 커뮤니티는 반드시 불만으로 폭주하게 될 거에요. 어찌어찌하다보니 다중성장에서 덱으로 이야기가 넘어왔는데, 사실 TCG에서 쓰이던 덱 개념에다가 각각의 덱을 구성하는 요소에 성장을 넣었다고 보는게 다중성장의 출현(?) 에 대한 좀더 자연스러운 설명이지 않을까싶기도 하군요. 아참 한 가지 더 혹시나 누군가 오해하실까봐 덧붙이자면, 저는 이 개념이 최근들어서 생겨났다고 보지 않고, 이 글도 그런걸 주장하려는건 물론 아닙니다. 무려 수십년전 일본 SRPG들만 봐도 이런건 아주 흔하고 보편적인 개념이었으니까요. 퍼드도 비슷한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 약간의 심증을 더해주는 근거로 수직성장이 늦춰졌을 때 느끼는 답답함이 있죠. 예를 들어 제가 퍼드를 하는데 주력으로 쓰는 유닛이 10여개 있다고 해보죠. 그리고 저는 더이상 레어 에그를 뽑지 않으므로 횡적 확장은 멈춘 상태. 이미 가진 10여개의 유닛들을 대상으로 종적 성장을 거듭하다보면, 얘들 모두가 레벨이 너무 올라서 성장이 느려지는 시기가 옵니다. 제가 하루에 얻을 수 있는 강화재료 (레벨업용 경험치라고 생각하심 간단합니다) 를 20개라고 치면, 전에는 이걸로 하루에 1-2놈 정도는 레벨을 크게 올릴 수 있었죠. 근데 지금은 유닛들이 다들 고렙이 되어서, 이걸로는 누구의 레벨도 전처럼 한꺼번에 많이 올릴 수가 없게 되는거에요. 이 경우에 좀 지루한 느낌도 들더라구요. 이건 앞서 얘기한 '성장을 체감하는 싸이클이 더 자주 돌아온다' 라는 구조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때 지루한 기분이 드는 걸로 봐서는 이 이론이 맞는게 아닌가 ... 하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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