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다르게 생각하기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bbyury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편리함과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요즘 시대의 게임들은 사용자들에게 불필요한 신경을 쓰게 하거나 뻔한 선택을 강요하는 대신 사소한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만 선택지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는 자신의 성향과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한동안 계속 되어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두드러진 강세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한 환경 안에서 아이템 습득이나 캐릭터 성장의 부담 없이 챔피언을 고르고 오로지 대전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RPG의 약세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RPG의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 요소는 아이템 습득과 캐릭터 성장에 있고, 이것은 앞으로도 결코 생략되거나 무시될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RPG는 최고 레벨까지 도달을 빠르게 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상위 아이템 습득을 위한 순환 컨텐츠를 돌게 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온라인 RPG의 주된 플레이 패턴이 인스턴트 던전 뺑뺑이에서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예 필드가 없는 개념의 MORPG가 등장하는 등 이후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고 미지와 조우하는 재미는 컨텐츠 기획 단계에서 분명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상황은 아닌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 몇가지의 순환 컨텐츠를 반복해서 돌고 보상을 얻는 것보다 필드를 방황하다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습니다. - 이쪽이 덜 지루하고, 짧은 시간 접속해도 무언가를 기대해 볼 수 있게 합니다.  - 여기에 아이템의 옵션과 이름, 외형이 무작위로 결정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여러 종류의 필드 이벤트도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건 게임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게임의 중심을 필드로 옮기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렇게 할 수 있는 광활한 필드를 만드는 일입니다. - 이는 자연스럽게 탈 것의 발전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RPG에서 편리함과 다양성이란 퀘스트를 해결할 때 네비게이션이 어떤 몬스터를 잡고 어떤 아이템을 습득해야 할지 안내해주는 것이나 아이템을 강화할 때 소켓을 이용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옵션을 박아 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곡해로 인해 게임의 플레이 패턴마저 단순화되는 순간, 그 때부터 플레이어들은 효율에 따라 동선을 짜기 시작합니다.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말하는 건 어렵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다음 세대의 게임 시스템은 이전 세대의 것보다 쉽게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게임의 목적, 무엇을 위해 내가 이 게임을 하는가 입니다. 롤플레잉 게임의 목적을 모험을 통한 아바타의 성장에 있다고 본다면, 모험이 생략되어서는 플레이어는 결코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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