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모바일 FPS와 MMORPG, 그 환상에 대하여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어딘가 강연에서 본 내용이긴 합니다만, 대충 생각나는대로 읊어보자면요.  제트스키를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가와사키였다고 합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죠. 가와사키의 고객들은 오래 타면 다리가 피곤하고 움직임이 격렬하면 쓸려서 아픈 점을 개선해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가와사키는 쿠션을 보강해서 신제품을 내놓았는데.... 경쟁사들은 앉아서 타는 모델을 내놓았다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할 때, 아이팟과 전화기와 인터넷이 합쳐진 기계라고 소개했죠. 사실 이런 기계가 아이폰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MP3와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으면서도 모바일용 범용OS와 통신 모듈, 웹브라우저를 탑재한 모바일 디바이스는 존재했습니다. 포켓PC 폰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인터넷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능적으로는 동일합니다. 문제는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였죠. 포켓PC는 작은 화면에서 정교한 입력을 받기 위해 스타일러스가 필요했으며, 스타일러스로 꾹 누르고 있으면 마치 윈도에서 마우스 우클릭 한 것 처럼 컨텍스트 메뉴가 나타나게 한 것이 UX에서의 유일한 진보였습니다. 웹 화면이 표시할 수 있는 화면보다 클 땐 스타일러스로 스크롤바를 움직여야 했죠. 하지만 아이폰은 아예 손가락을 기본 입력도구로 삼고, 손가락에 맞춘 UI를 만들었습니다. 웹 화면은 자유롭게 확대 / 축소할 수 있게 했고, 데이터 플랜으로 인터넷을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줬죠. 가와사키의 제트스키와 포켓PC폰 (엄밀히는 Treo가 먼저 나와야겠지만 일단 패스)은 분명 기술적인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 생긴 영역에서 고객은 이미 새로운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계속 기술 그 자체에만 메달려있었죠. 얼마전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모바일 MMORPG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디바이스의 스펙이 좋아졌기 때문에 와우 수준의 모바일 MMORPG가 가능해질 거라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딱 저 가와사키와 아이폰이 떠올랐습니다. 스마트폰과 타블렛으로 3D 모바일 MMORPG를 구현한다? 기술적으로 흥미있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걸 도대체 누가 원한다는 걸까요?  PC에서의 MMORPG는 상당히 장시간의 연속적인 접속을 전제로 하고 구성되어있고, 사실 이는 장소와 환경이 고정적이라는 PC의 플랫폼 특성과 상당히 부합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버스를 기다린다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중이라거나, 주변에 PC가 없을 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합니다. 한마디로 짜투리 시간이죠. 언제 플레이를 시작할지, 언제 끝낼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모바일 게임의 디자인은 이런 시간의 불연속성과 불확실성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봅니다. 수많은 PDA의 액정에 바둑판을 만들고, 또 그래서 액정보호지 판매를 견인했던 포켓PC / 팜OS용 오리지널 비쥬얼드는 기존의 퍼즐 게임과 달리 시간에 의한 게임오버를 두지 않음으로써 이를 극복했죠. 하지만 당시 PC 플랫폼에선 시간 제한이 있는 주키퍼가 더 보편적이었다는 것도 특기할만 합니다. (물론 주키퍼가 무료라서 더 접근성이 좋기도 했습니다만) 대박난 게임이 다 그렇듯, 앵그리 버드가 성공한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만, 역시 시간 제한이 없는 턴 방식의 게임이라는 점을 간과할 순 없겠죠.  피쳐폰 시절, 수많은 개발사들이 정보이용료 수익을 노리고 멀티 플레이어 고스톱 / 맞고 게임을 만들었습니다만 실제로 많이 팔린 것은 싱글 플레이어 고스톱 / 맞고였습니다. 싱글 플레이어 맞고로 돈을 따봤자 딱히 쓸모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으며 AI도 그리 정교하지 못한데도 멀티 플레이어 고스톱 / 맞고가 외면받은 것은 물론 정보이용료가 비싼 탓도 있겠지만 상대와의 접속이 끊겼을 때와 나 또한 접속을 끊으면 안된다는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약간 새는 이야기입니다만, 2000년대 초반 피망 맞고는 고도리 등 다양한 역에 대해 화려한 애니메이션 연출을 선보였던 다른 맞고와 달리 연출은 최소화하는 대신 김제동과 유명 성우를 동원해 음성에 포인트를 줬습니다. 다채롭고 퀄러티가 높은 음성으로 보상을 주면서도 연출이 간소하니 진행이 빨랐고 이 점이 고객들에게 어필했죠. 금방 추격을 허용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기술과 고객의 요구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앵그리버드와 같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들이 수익성에 한계가 보이자 시장은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전환해갑니다만, 동시 접속에 의한 직접적인 협력 / 경쟁 보다는 함께 접속해있지 않아도 협력 / 경쟁할 수 있는 비동기식의 멀티 플레이 - 소셜 플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 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합니다. 비주얼드 블리츠는 시간 제한을 도입하긴 했습니다만, 끊임없이 시간을 증가시켜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던 과거의 시간 제한과 달리, 제한 시간 내에 많은 점수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간 제한 룰을 도입했습니다. 게임이 실시간이 되긴 했으나 30초 정도로 플레이 타임을 줄였고, 덕분에 순환은 빨라지고 점수 비교는 용이해졌습니다. 이는 애니팡의 성공에 밑거름이 됩니다만, 선데이 토즈는 애니팡 사천성에선 스테이지 클리어 중심의 고전적인 시간 제한을 채택했습니다. 윈드러너는 템플런과 피쳐폰 시절 검증된 '원버튼' 게임, 그리고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경쟁/확산 기능을 상당히 잘 조합해낸 사례입니다. 개인적으로 플레이에 따라 플레이 타임이 (이론상) 무제한으로 늘어날 수 있는 방식의 실시간 게임은 모바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만 한 두번의 '실수'로 게임이 끝날 수 있다는 특성은 그 단점을 극복하고도 남는다고 봅니다. 사실 지뢰찾기도 유저가 실수하지 않고 주어진 정보를 잘 따르면 반드시 클리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퍼즐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을 어기고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동안 언급한 게임이 모두 시간에 대한 제약을 잘 해결해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성공한 게임들은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는 동시 접속한 유저들끼리 협력해나간다는 MMORPG의 기본 전제와 완벽하게 배치되는 이야기죠. 타블렛이 보급되고 집에서 타블렛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플랫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조차도 부정적인 것이, 타블렛을 들고 플레이하려면 팔이 아프고, 타블렛을 놓고 플레이 하려면 책상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특히 장시간 플레이 하려면 말이죠. 그리고 이쪽이 훨씬 더 몰입감 있지요.
(출처 : 게임샷 [smart.gameshot.net/?fn=9&bbs=ip_ ... 4294934873](http://smart.gameshot.net/?fn=9&bbs=ip_news&no=4294934873) ) 그렇다면 과연 모바일 플랫폼에서 MMORPG는 성공할 수 없을까요? 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접속에 얽메이는 한은 말이죠. 반대로 비동시성을 인정하고 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모바일에서도 MMORPG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단지 필드에 사람이 많은 것이 MMORPG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니까요. 꾸준하게 즐길 거리가 존재하고, 플레이의 결과가 계속해서 누적되어 게임의 순환 구조에 반영되고 , 동시적이진 않더라도 다른 플레이어와의 인터액션이 존재한다면 저는 그 또한 MMORPG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퍼즐 앤 드래곤이 아닐까요?
(출처 : 인벤 [inven.co.kr/webzine/news/?news=52727](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52727) ) 물론 저 두 게임이 잘 만든 게임인 건 분명합니다만, 저 둘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따라가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 두 게임이 처음부터 모바일 플랫폼의 MMORPG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다만 PC 플랫폼 MMORPG라고 WOW의 테마파크 구성 외에 EVE Online의 샌드박스 구조도 있고 길드워2 처럼 이 둘을 절충하는 시도가 있었던 것 처럼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MMORPG로서 확밀아와 퍼즈도라 양자 모두 완전하진 않습니다. 확밀아는 게임플레이를 과하게 생략한 탓에 결과에 대한 재미는 있지만 과정에 대한 재미는 없죠. 퍼즈도라는 과정에 대한 재미가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만 플레이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유저간 협력이 너무 간접적으로 이루어져 인터액션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기획자들이 확밀아와 퍼즈도라를 베끼거나 벤치마킹하고 계시겠지만, 카드배틀게임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비동기 MMORPG라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타블렛으로 WOW를 구동시키는 것 보다는 훨씬요. 덧붙여 같은 이유로 (아마도 멀티플레이를 염두에 뒀을) 모바일FPS나 모바일AOS에 대해서도 좋은 것 + 좋은 것 = 엄청 좋은 것 이라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특성에 대해 고찰하고 접근했으면 합니다. 특히 모바일FPS의 경우, MMORPG보다 더 몰입감과 정교한 조작감을 요구하는 특성상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싱글플레이어 게임이긴 합니다만 메탈 기어 솔리드 터치가 터치로 구현한 FPS 중에선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뭐 사실 그냥 건슈터에 가깝긴 합니다만.
(출처 : [games.brothersoft.com/metal-gear ... ay-hd.html](http://games.brothersoft.com/metal-gear-solid-touch-gameplay-hd.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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