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길드워즈2 - 필드의 재탄생

Zerasion
By Zerasion in Blue Board,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어제에 이어 길드워즈2에 관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퍼옵니다. -------------------------------------------------------------------------------------------------------------------------------------- 요새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박력있게 길드워즈2를 빨아댔더니 이제 다들 지겨워 하는듯한 분위기인 가운데, 누군가 ‘길드워즈2의 가장 멋진 부분을 딱 하나만 꼽자면 어딘가’ 라고 물어왔다. 당장 그 자리에서 답변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라 멈칫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며칠동안 생각해 본 결과 ‘지금으로서는’ 이라는 단서를 달아 잠정적으로 한 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바로 ‘퍼시스턴트 월드의 재탄생.’ 이 글에서는 ‘퍼시스턴트 월드’ 라는 단어를 무척 많이 쓸 것 같으니 그냥 좀 줄여서 ‘필드’ 라고 해보자. 여기서 필드라는 단어가 주는 아웃도어스러운 뉘앙스는 배제하고 들어달라. 이건 그냥 퍼시스턴트 월드를 줄인 말일 뿐이다.   MMOG와 필드의 계보 일단 내가 길드워즈2 (에서도 필드)를 보는 관점을 좀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mmog에서 ‘필드’가 쓰여왔던 흐름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태초에 리니지와 EQ가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말하자면 EQ보다는 자연스럽게 울티마 온라인이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울티마 온라인 계열의 게임들은 여기서 언급하고자하는 계보와는 다소간 동떨어져 있으니 잠시 울온 대신 EQ를 써보자. 얘들을 보통 1세대 mmog라고 부른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형식과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무척 많은 이들에게 소개한 게임이다. 리니지와 EQ는 이후에 있을 mmog들에게 많은걸 물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물려주기 곤란한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의 컨텐츠가 필드에 배치되는데서 나오는 ‘필드의 부작용’이 그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몬스터 선점 (tag) 의 문제가 있다. 막타를 치는 사람이 그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모든걸 가져가는 시스템이 스틸시비 등 다소간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선타를 기준으로 하게 된 것인데, 어쨌든 간에 문제는 남아 있었다. 원거리 공격이 많은 클래스가 유리하다던가, 몰아잡기의 문제 등등. 좀더 스케일이 큰 문제를 보자면 레이드용 보스몹에게까지 이런 부분들이 적용된다는거. 어떤 레이드몹을 잡고싶어하는 길드를 여럿인데, 이 몬스터는 (당시로서는 당연하게도) 퍼시스턴트 월드에 배치되어 있으며, 한 번 잡으면 일주일정도 지나야만 다시 나타난다. 그럼 어떤 길드가 이 보스몹을 잡을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우는 인스턴스 던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원하는 모든 몬스터를 개발사에서 원하는만큼 제공할 수 있는데다가, 다양한 연출을 위한 여러 제반 요소들을 좀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기에 (당시에는) 꽤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었다. 물론 이런 장점들에 대한 강조 이면에는 mmog가 mmog스럽지 않게 된다는, 다시말해 필드가 버려지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고, 이는 몇년여에 걸친 서비스 기간동안 꾸준히 누적되어 왔다. 필드 형식으로 꾸며진 마을과 사냥을 위한 던전으로 구성되는 이런 게임이 mog (multiplayer online game : mmo가 아님) 인 던전&파이터와 다른게 뭐냐는 그런 의문들이었다. 아울러 이후에 다시 언급하게 될 무작위 만남 등의 요소등이 배제되는 것도 또한 잠재되어 있는 문제였고. 하지만 어쨌든 와우는 mmog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던 결정적 불편요소를 크게 완화했고, 이 장르를 대중화시키는데는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와우의 서비스가 흥행을 이어가던 몇년에 걸쳐서, 이 모델이 mmog의 중요한 요소를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와우가 이제진짜정말로 끝물이라는 소리가 도는 이때 길드워즈2가 시장에 나온다. 길드워즈2는 직접 해본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체감하겠지만, 필드를 폭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장 구간에서는 물론이고 만렙이 되어도 플레이의 주무대는 필드이지 인스턴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스턴스가 아예 없다는건 아니고 …) 애초에 성장 구간 컨텐츠와 엔드 컨텐츠가 명확하게 나뉘는 모델이 아니기도 하지만, 와우의 경우 만렙을 찍는다 = 일반 인던을 가야한다로 연결되는 도식이 확연하게 드러났던데 비해 길드워즈2에서는 ‘원래 하던 일 중에서 좋아하는 일 아무거나 골라서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식이다. 길드워즈2가 달라지는 지점은 여기서 말한 ‘원래 하던 일’의 대부분이 바로 필드에 배치된 컨텐츠라는 점이다. 그럼 길드워즈2는 어떤 방식으로 필드 컨텐츠를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는지, 그것이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는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1세대 (리니지, EQ) mmog들이 가졌던 필드 컨텐츠의 부작용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했는지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모험이 제공하는 삐끼질 이전의 포스팅 (http://voosco.tumblr.com/post/31452923808/2)에서 소개했던 바와 같이, 길드워즈2에서 ‘모험’ 이라는 요소는 정말로 모험하는 기분을 주어서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 모험은 거의 대부분이 필드에서 펼쳐진다. 이 단순한 구도는 한 가지 묘한 현상을 야기하는데, ‘사람들이 모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 위 어딘가에 비스타라는 목적지가 제시되어 있다. 거기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주어지는 가장 최초의 단서는 당연하게도 지도이다. 플레이어는 지도를 펼친다. 대충 어디쯤에 진입구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생각은, 다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도 그렇게 하게된다. 직접 그리로 가보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저 비스타에 가고 싶고, 그리로 가는 입구는 아마도 이쯤 있을거야)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다. 그곳이 입구가 맞다면 자연스럽게 함께 가면 된다. 그곳이 입구가 아니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각자 생각하는 ‘그렇다면 이쯤인가?’ 하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그들 중 누군가 정말 입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그녀의 머리에는 ‘아까 나와 함께 입구를 찾던 그놈’이 떠오른다. 내가 발견한 이 입구를 그놈에게 자랑하면 좋겠는데 or 내가 발견한 이 입구를 그놈도 찾고 있을텐데 알려줄까. ‘Hey buddy, it’s over here’ 한 마디면 된다. 즉 필드에서 펼쳐지는 모험의 중심점은 대부분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는 접촉점 역할을 한다.   다이나믹 이벤트도 삐끼질 그리고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는 접촉점’의 기능을 하는건 필드에 펼쳐진 하트 퀘스트와 다이나믹 이벤트가 훨씬 강하다. 월드 이벤트는 참가한 인원수에 따라 적절히 스케일링 되지만, 스케일링 최대치를 넘어가는 인원이 모인다면 그냥 최대치로 고정된다. 예컨데 어떤 다이나믹 이벤트가 1인용에서 10인용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참가자가 1명에서 10명일 때는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자동 조절된다. 그러나 10명이 넘어가면? 그냥 10명짜리 난이도만 유지된다. 아울러 단순히 몬스터의 수치적인 부분만을 스케일링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모여들 경우 발생하는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서 시너지란 콤보/콤보 피니셔 효과 (엘리멘탈 리스트가 세운 불벽을 레인저의 화살이 통과하면 불화살이 되어 추가 데미지를 준다) 에서 시작해서 쓰러진 아군을 서로 일으켜주는 일은 물론, 컨디션 (디버프) 중첩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즉 다이나믹 이벤트는 스케일링 범위를 넘어가건 그렇지 않건 대체로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 쉬워지도록 되어 있다. 우연히 내가 다이나믹 이벤트를 발동시키면, 처음에는 혼자하느라 좀 고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장소에서 다이나믹 이벤트가 펼쳐지면 이는 주변에 있는 모든 다른 플레이어의 지도에 표시될 뿐 아니라, 근처에 진입한 다른 플레이어의 화면 중앙 한 가운데 보기 좋게 ‘근처에서 새로운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라고 보여준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드는건 시간 문제이다. 시작시에는 혼자일 지 모르지만, 이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혼자인 경우는 그닥 많지 않다. 대부분은 중간에 누군가 참여해서 여러명이 된다. 비스타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나도록 유도하는 접촉점이 되는 것이다.   수평적으로 펼쳐진 컨텐츠 한편, ‘필드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필드에 사람이 있을 때 얘기지’ 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건 당신이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가 아니라 당연한 추론이다. 저렙존 공동화 현상은 와우는 물론이고 다양한 게임들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며,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한 게임을 찾아보기 드문, 다시말해 꽤 고질적이지만 고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길드워즈2를 만든 이들에게도 그러했고, 그렇기에 약간의 완충장치가 들어가 있다. 길드워즈2의 특이한 부분 중 하나인데, 이 게임에서는 레벨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완만하게 상승한다. 예컨대 다른 게임에서 10레벨 캐릭터가 11레벨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이라면, 이 캐릭터가 나중에 50레벨에서 51레벨이 되는데는 아마도 2-3시간쯤이 소요될 것이다. 길드워즈2는 이 구도가 꽤 달라서, 저렙이나 고렙이나 레벨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극초반 레벨은 예외라서 금방 올릴 수 있다.) 한편 길드워즈2에서 고레벨 캐릭터가 저레벨존에 가면 두 가지의 색다른 장치를 만나게 되는데, 첫번째로 레벨을 다운시킨다. 어떤 존의 표준레벨이 20이라면, 50레벨 캐릭터가 가든 80레벨 캐릭터가 가든 모두 20레벨이 된다. 따라서 압도적 고렙이 완전 저렙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도 나름 신경을 좀 써야한다. (레벨은 확실히 다운시키지만 장비의 스탯은 완전히 다운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쉬워지는건 사실이다. 단지 그 정도가 다른 게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 뿐. 길드워즈2에는 당신이 몇 레벨이든 어떤 장비를 입었든 어딜가든, 한 방에 죽어주는 적대적 몬스터는 없다.) 여기에 맞물리는건, 아무리 고렙이 아무리 저렙존에 가서 퀘스트나 이벤트를 해도, 보상은 보상대로 준다는 점이다. 즉 79레벨이 80레벨 (만렙) 이 되려고 할 때, 반드시 자기 레벨대에 맞는 존에 가야만 한다는 조건이 없다. 79레벨이 1 ~ 15레벨 존에 가도, 충분히 레벨업이 된다. 경험치 및 보상이 모두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경험치를 절대량이 아닌 상대량으로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70레벨이 70레벨 존에서 이벤트를 하나 하고 경험치를 5% 먹을 때, 이 70레벨이 20레벨 존에 가서 이벤트를 하나 해도 경험치를 5% 먹는다. 굳이 자기 레벨에 맞는 존에 머무를 것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설명한 모험의 요소와 방금 얘기한 레벨 스케일링의 장치가 맞물리면서, 플레이어는 다른 mmog에서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게임에서 레벨과 공간의 관계는 수직적이다. 내가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고 해도, 그 모든 곳에 내 용건이 존재하는건 아니다. 만렙을 찍고나서도 가보지 못했던 저렙존을 간다면 (만렙 타우렌이 언데드 저렙존에 간다면) 그건 그저 업저을 하기 위해서이거나 친구를 돕기 위해서 정도의 의미만을 갖는다. 즉 수직적으로 세워진 체계 내에서 내 레벨대에 인접한 공간들만이 내게 의미를 갖는다. 길드워즈2에서는 좀 다르다. 길드워즈2에서 레벨이 오른다는건 단순히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는게 아니라, ‘용건의 지평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다른 게임에서 70레벨을 찍은 유저에게 ‘의미있는’ 공간은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필요한 자원 (경험치) 을 제공하는, 자기에게 맞는 존 뿐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이 아무리 많아도, 내 레벨대에 맞는 지역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길드워즈2에서 70레벨을 찍은 유저에게는 ‘아직 가보지 않은 모든 지역’이 ‘레벨과 관계없이 모두’ 의미가 있다. 다른 mmog에서 레벨에 따라 수직적으로 배치된, 그래서 그 수직적 지표 상에서 나에 인접한 공간만이 내게 의미를 갖는다면, 길드워즈2에서 모든 공간은 ‘가봤느냐 가보지 못했느냐’에 의해서만 가늠되는 수평적인 배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외의 (다른 mmog에서 당연하게 고려해야하는 필수적인 부분인) 수직적인 요소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낮다. 참고로 내 첫 캐릭터가 만렙을 찍었을 때 내가 가본 지역은 전체 월드의 43% 정도였다. 만렙을 찍기까지 내가 가봤던 지역의 면적만큼이 아직도 가보지 못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지역 대부분은 아직 만렙이 되지 못한 저렙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것이 저렙존 공동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는 못한다. 어쨌건 나는 언젠가 이 월드를 모두 ‘가본 곳’으로 만들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내가 용건을 가진 아주 약간의 지역이 아닌 이상에는 굳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치를 통해서 공간이 플레이어들에 대해 갖는 수명은 늘어났고, 플레이어들이 소모할 컨텐츠 또한 늘어난 효과가 생긴다. 와우의 플레이어들에게 아직 가보지 않은 저렙존이란, 배부른데 굳이 먹기에는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은 음식으로 남는다. 먹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꼭 먹을만큼 대단히 맛있지는 않다. 길드워즈2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저렙존은 배가 부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꼭 한번은 먹어봐야 할 진귀한 음식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먹게 될 그런 음식. 그렇다고 둘 사이에 컨텐츠로서의 퀄리티 차이가 엄청나게 대단한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약간의 장치들을 통해 개발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컨텐츠가 남김없이 모두 소모되도록 하는 꽤 효율 좋은 방법을 만들어냈다.   파티는 없지만 파티플레이는 있다. 내가 길드워즈2를 하면서 파티를 맺어 본 일은 손에 꼽는다. 만렙을 찍은지 수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렇다. 혼자 하는걸 극히 선호하는 타입은 아니다. 이전의 다른 mmog를 하면서도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고, 단체로 플레이해야만 하는 컨텐츠도 빼놓지 않고 즐겨왔다. 길드워즈2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파티를 맺어 본 일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파티플레이를 하지 않는건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꽤 활발하게 파티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레이드 몬스터 사냥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열심히 하기도 하고, WvW에 들어가면 커맨더를 착실하게 따라다니며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하려 노력한다. 파티플레이를 자주, 흔히 한다. 그러나 파티를 맺어본 일은 없다. 이건 길드워즈2가 꽤 독특한 파티 플레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시스템이 하나 있다. ‘퍼블릭 그룹’ 이라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리프트에서 그룹(파티)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퍼블릭과 프라이빗이다. (리프트를 북미서버에서만 해보고 한국 서버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잘 몰라서 영어명을 음차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와우의 파티는 ‘프라이빗 그룹’ 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초대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이후에도 누군가 이 파티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파티장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 퍼블릭 그룹은 이와는 좀 다르게 느슨하다.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대체로 비슷한 용건 (레이드 보스몹 사냥 등) 을 가진 것으로 시스템이 판단하면, 이 플레이어들에게 ‘퍼블릭 그룹에 가입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세지가 뜬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 그룹에 가입할 수 있고, 나가는 것은 당연히 자유, 재가입하는 것도 그냥 그 그룹멤버가 속한 곳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다시 버튼이 뜬다. 필드 컨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리프트이니 만큼, 필드 컨텐츠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시스템을 추가로 넣었다. (워해머에도 유사한 시스템이 있다) 길드워즈2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퍼블릭 그룹이라는데 가입할 필요도 없고 가입도 안된다. 퍼블릭 그룹이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그룹 활동에 해당하는 뭔가를 한다면, 그냥 그룹 활동으로 쳐준다. 그룹이건 아니건, 그룹 활동에 해당되는 일을 같이 하면 다 그룹 활동으로 쳐주는 것은 길드워즈2를 하면서 내가 가장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이나믹 이벤트는 그렇게 해주는게 언뜻 당연해보인다. 어차피 퍼블릭하게, 여럿이서 하라고 만든 컨텐츠니까. 하지만 개인별로 하도록 되어 있는 하트 퀘스트도 이런 부분들을 제한적으로나마 적용 받는다. 혼자서 하트퀘스트를 하기 위해 사냥을 하고 있다면, 주변의 누군가 와서 내가 치는 몹을 같이 친다. 이 몹이 죽었을 경우, 나와 내 뒤에서 내가 치던 몹을 같이 치던 플레이어는 똑같이 카운트를 적용받는다. 물론 사냥 속도는 훨씬 빠르다. 길드워즈2에는 몬스터 선점 (tag) 에 관련된 판정이 없다. 누구든 그 몬스터를 죽이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을 줬다면, 그냥 그 몬스터를 잡은 것으로 쳐준다. 누군가 몬스터의 체력을 80%쯤 깍았고, 다른 누군가가 그 몬스터의 나머지 20% 체력을 갂았다해도, 보상은 둘 모두에게 같이 준다. 먼저 친 사람에게 부당하지 않냐고? 딱히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쨌든 자기가 원하던 걸 (몬스터를 잡는걸) 더 빨리 달성한건 사실이거든. 그렇다고 20%를 친 사람 때문에 내 보상이 깍이는 것도 아닌데 뭐. PvP에서도 당연히 이런 식이다. 다른 서버에서 온 플레이어를 죽이는데 성공했다면,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데미지를 줬느냐와 무관하게 대체로 비슷한 보상을 준다. 당연하게도 어느정도의 기여는 필요하다. 99%의 데미지와 1%의 데미지를 준 사람이 같은 보상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성의를 보였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은 반드시 준다. 게임 전반에 걸쳐 이런 요소들이 녹아 있기 때문에, 굳이 그룹(파티)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모여든 각각의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다른 게임에서라면 모두 그룹(파티)로 할만한 일들이다. 한 가지,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길드워즈2의 협동플레이는 와우를 위시한 이전세대 mmog들이 필수적으로 생각했던 탱딜힐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전문 힐러 그런거 없다) 따라서 약간 느슨한 부분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채우기 위해 위에서도 설명한 콤보/콤보 피니셔라던가 쓰러진 아군 부활 등의 장치가 들어가긴 했지만, 플레이의 밀도가 와우 세대 mmog에 비해 약간 느슨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플레이 난이도가 극히 높다보니 당연하게 밀도도 높아진다)   무작위적 만남 mmog에서 필드가 중요한 이유는, 물론 이 필드가 다른 어떤 장르도 아닌 오로지 mmog에서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mmog의 필드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하는 질문도 나올 법 하다. 그건 mmog의 필드만이 플레이어간의 ‘무작위적 만남’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 무작위적 만남을 영어로 하면 random encounter 이고 이건 rpg의 다른 어떤 요소를 지칭하는 용어이기에 헷갈릴 수 있는데, 여기서 무작위적 만남이란 플레이어 간의 무작위적인 만남만을 지칭한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 자신의 용건에만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또 거기에 맞춰 짜여진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서는 플레이어가 명백히 만나길 원하는 상대가 아니라면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mmog에서는 다르다. 비스타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상대에게 건낸 ‘hey buddy, it’s over here’ 라는 말은 이어지는 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갖는다. 다이나믹 이벤트를 하다가 누웠을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상대에게 건내는 ‘ty (thank you)’ 라는 말도 또한 그러하다. 플레이어간에 좀더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기 직전의 ‘단초’ 내지는 ‘접점’을 제공하는 것이, mmog의 필드가 갖는 가장 중요한 특징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해왔듯, 길드워즈2는 이러한 접점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공한다. mmog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이야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라 믿는다. 길드워즈2는 개별 플레이어들이 커뮤니티로 향하는 접점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비스타나 다이나믹 이벤트 등을 통해 길가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파티플레이로 이어지면서 만날 기회가 ‘실질적인 공동활동’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를 고민하기 위해, 헐리웃 영화의 전형적인 도식을 상기해보자. 남주와 여주는 최초 조우시 그닥 사이가 좋지 않거나 앙숙으로, 또는 서로 호감은 있으되 그닥 친밀하지 않은 관계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우연찮게 영화의 극적 갈등에 함께 참여하게 되고, 당면한 문제들을 공동으로 풀어가면서 단시간내에 극히 가까운 사이가 된다. ‘우연찮게 함께 참여’ 하게 되는 부분과, ‘공동으로 풀어나가는’ 부분이 길드워즈2에는 모두 존재한다. 언뜻, 이전 세대의 와우스러운 mmog에도 이런 부분들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파티창에 목놓아 외치기를 한 끝에 누군가와 파티를 하게 된다면, 그 파티원은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닌가? 그건 엄밀히 말해 그 ‘파티원’ 이라는 특정한 플레이어는 우연일지라도, ‘만남’ 자체는 의도한 것이다. 길드워즈2에서는 ‘만남’ 마저도 우연히 이루어진다. (또는 적어도 우연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잘 포장되어 있다.) 한편, 이런 단순한 접점의 잦은 제공이 과연 실질적인 커뮤니티 활동으로의 연결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mmog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mmog의 역사에서도 꽤 초창기의 일이며, 그때부터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가지고 커뮤니티 활동 촉진을 시도해왔으나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SNG라고 부르는 ‘Social Network Game’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social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커뮤니티는 강하게 푸시한다고 해서 손쉽게 강화되지 않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서로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소개팅을 시켜준다해서 둘이 정말로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며, 게임에 관련해서 지금까지 밝혀진 분명한 것은 노골적인 푸시가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이다. 아울러 커뮤니티 활동을 기능과 지나치게 밀착시킬 경우, 기능적인 부분을 노린 유사 커뮤니티 활동은 증가할지언정 진짜 커뮤니티 활동이 증가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따라서 나는 길드워즈2의 ‘커뮤니티의 접점을 늘리는 정도의’ 이런 접근이 지금 단계에서는 꽤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약 정리 - 비스타는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 하트 퀘스트와 다이나믹 이벤트도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 모여든 사람들이 굳이 파티를 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파티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 이 모든건 무작위적 만남을 유도한다.
- mmog의 후반에 커뮤니티는 필수적인데, 무작위적 만남은 이걸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lis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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