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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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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길드워즈2 - 필드의 재탄생

8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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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길드워즈2에 관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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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박력있게 길드워즈2를 빨아댔더니 이제 다들 지겨워 하는듯한 분위기인 가운데, 누군가 ‘길드워즈2의 가장 멋진 부분을 딱 하나만 꼽자면 어딘가’ 라고 물어왔다. 당장 그 자리에서 답변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라 멈칫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며칠동안 생각해 본 결과 ‘지금으로서는’ 이라는 단서를 달아 잠정적으로 한 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바로 ‘퍼시스턴트 월드의 재탄생.’ 이 글에서는 ‘퍼시스턴트 월드’ 라는 단어를 무척 많이 쓸 것 같으니 그냥 좀 줄여서 ‘필드’ 라고 해보자. 여기서 필드라는 단어가 주는 아웃도어스러운 뉘앙스는 배제하고 들어달라. 이건 그냥 퍼시스턴트 월드를 줄인 말일 뿐이다.

 

MMOG와 필드의 계보

일단 내가 길드워즈2 (에서도 필드)를 보는 관점을 좀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mmog에서 ‘필드’가 쓰여왔던 흐름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태초에 리니지와 EQ가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말하자면 EQ보다는 자연스럽게 울티마 온라인이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울티마 온라인 계열의 게임들은 여기서 언급하고자하는 계보와는 다소간 동떨어져 있으니 잠시 울온 대신 EQ를 써보자. 얘들을 보통 1세대 mmog라고 부른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형식과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무척 많은 이들에게 소개한 게임이다. 리니지와 EQ는 이후에 있을 mmog들에게 많은걸 물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물려주기 곤란한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의 컨텐츠가 필드에 배치되는데서 나오는 ‘필드의 부작용’이 그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몬스터 선점 (tag) 의 문제가 있다. 막타를 치는 사람이 그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모든걸 가져가는 시스템이 스틸시비 등 다소간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선타를 기준으로 하게 된 것인데, 어쨌든 간에 문제는 남아 있었다. 원거리 공격이 많은 클래스가 유리하다던가, 몰아잡기의 문제 등등. 좀더 스케일이 큰 문제를 보자면 레이드용 보스몹에게까지 이런 부분들이 적용된다는거. 어떤 레이드몹을 잡고싶어하는 길드를 여럿인데, 이 몬스터는 (당시로서는 당연하게도) 퍼시스턴트 월드에 배치되어 있으며, 한 번 잡으면 일주일정도 지나야만 다시 나타난다. 그럼 어떤 길드가 이 보스몹을 잡을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우는 인스턴스 던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원하는 모든 몬스터를 개발사에서 원하는만큼 제공할 수 있는데다가, 다양한 연출을 위한 여러 제반 요소들을 좀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기에 (당시에는) 꽤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었다. 물론 이런 장점들에 대한 강조 이면에는 mmog가 mmog스럽지 않게 된다는, 다시말해 필드가 버려지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고, 이는 몇년여에 걸친 서비스 기간동안 꾸준히 누적되어 왔다. 필드 형식으로 꾸며진 마을과 사냥을 위한 던전으로 구성되는 이런 게임이 mog (multiplayer online game : mmo가 아님) 인 던전&파이터와 다른게 뭐냐는 그런 의문들이었다. 아울러 이후에 다시 언급하게 될 무작위 만남 등의 요소등이 배제되는 것도 또한 잠재되어 있는 문제였고. 하지만 어쨌든 와우는 mmog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던 결정적 불편요소를 크게 완화했고, 이 장르를 대중화시키는데는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와우의 서비스가 흥행을 이어가던 몇년에 걸쳐서, 이 모델이 mmog의 중요한 요소를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와우가 이제진짜정말로 끝물이라는 소리가 도는 이때 길드워즈2가 시장에 나온다. 길드워즈2는 직접 해본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체감하겠지만, 필드를 폭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장 구간에서는 물론이고 만렙이 되어도 플레이의 주무대는 필드이지 인스턴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스턴스가 아예 없다는건 아니고 …) 애초에 성장 구간 컨텐츠와 엔드 컨텐츠가 명확하게 나뉘는 모델이 아니기도 하지만, 와우의 경우 만렙을 찍는다 = 일반 인던을 가야한다로 연결되는 도식이 확연하게 드러났던데 비해 길드워즈2에서는 ‘원래 하던 일 중에서 좋아하는 일 아무거나 골라서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식이다. 길드워즈2가 달라지는 지점은 여기서 말한 ‘원래 하던 일’의 대부분이 바로 필드에 배치된 컨텐츠라는 점이다.

그럼 길드워즈2는 어떤 방식으로 필드 컨텐츠를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는지, 그것이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는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1세대 (리니지, EQ) mmog들이 가졌던 필드 컨텐츠의 부작용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했는지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모험이 제공하는 삐끼질

이전의 포스팅 (http://voosco.tumblr.com/post/31452923808/2)에서 소개했던 바와 같이, 길드워즈2에서 ‘모험’ 이라는 요소는 정말로 모험하는 기분을 주어서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 모험은 거의 대부분이 필드에서 펼쳐진다. 이 단순한 구도는 한 가지 묘한 현상을 야기하는데, ‘사람들이 모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 위 어딘가에 비스타라는 목적지가 제시되어 있다. 거기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주어지는 가장 최초의 단서는 당연하게도 지도이다. 플레이어는 지도를 펼친다. 대충 어디쯤에 진입구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생각은, 다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도 그렇게 하게된다. 직접 그리로 가보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저 비스타에 가고 싶고, 그리로 가는 입구는 아마도 이쯤 있을거야)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다. 그곳이 입구가 맞다면 자연스럽게 함께 가면 된다. 그곳이 입구가 아니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각자 생각하는 ‘그렇다면 이쯤인가?’ 하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그들 중 누군가 정말 입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그녀의 머리에는 ‘아까 나와 함께 입구를 찾던 그놈’이 떠오른다. 내가 발견한 이 입구를 그놈에게 자랑하면 좋겠는데 or 내가 발견한 이 입구를 그놈도 찾고 있을텐데 알려줄까. ‘Hey buddy, it’s over here’ 한 마디면 된다. 즉 필드에서 펼쳐지는 모험의 중심점은 대부분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는 접촉점 역할을 한다.

 

다이나믹 이벤트도 삐끼질

그리고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는 접촉점’의 기능을 하는건 필드에 펼쳐진 하트 퀘스트와 다이나믹 이벤트가 훨씬 강하다. 월드 이벤트는 참가한 인원수에 따라 적절히 스케일링 되지만, 스케일링 최대치를 넘어가는 인원이 모인다면 그냥 최대치로 고정된다. 예컨데 어떤 다이나믹 이벤트가 1인용에서 10인용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참가자가 1명에서 10명일 때는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자동 조절된다. 그러나 10명이 넘어가면? 그냥 10명짜리 난이도만 유지된다. 아울러 단순히 몬스터의 수치적인 부분만을 스케일링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모여들 경우 발생하는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서 시너지란 콤보/콤보 피니셔 효과 (엘리멘탈 리스트가 세운 불벽을 레인저의 화살이 통과하면 불화살이 되어 추가 데미지를 준다) 에서 시작해서 쓰러진 아군을 서로 일으켜주는 일은 물론, 컨디션 (디버프) 중첩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즉 다이나믹 이벤트는 스케일링 범위를 넘어가건 그렇지 않건 대체로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 쉬워지도록 되어 있다.

우연히 내가 다이나믹 이벤트를 발동시키면, 처음에는 혼자하느라 좀 고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장소에서 다이나믹 이벤트가 펼쳐지면 이는 주변에 있는 모든 다른 플레이어의 지도에 표시될 뿐 아니라, 근처에 진입한 다른 플레이어의 화면 중앙 한 가운데 보기 좋게 ‘근처에서 새로운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라고 보여준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드는건 시간 문제이다. 시작시에는 혼자일 지 모르지만, 이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혼자인 경우는 그닥 많지 않다. 대부분은 중간에 누군가 참여해서 여러명이 된다. 비스타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나도록 유도하는 접촉점이 되는 것이다.

 

수평적으로 펼쳐진 컨텐츠

한편, ‘필드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필드에 사람이 있을 때 얘기지’ 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건 당신이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가 아니라 당연한 추론이다. 저렙존 공동화 현상은 와우는 물론이고 다양한 게임들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며,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한 게임을 찾아보기 드문, 다시말해 꽤 고질적이지만 고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길드워즈2를 만든 이들에게도 그러했고, 그렇기에 약간의 완충장치가 들어가 있다.

길드워즈2의 특이한 부분 중 하나인데, 이 게임에서는 레벨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완만하게 상승한다. 예컨대 다른 게임에서 10레벨 캐릭터가 11레벨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이라면, 이 캐릭터가 나중에 50레벨에서 51레벨이 되는데는 아마도 2-3시간쯤이 소요될 것이다. 길드워즈2는 이 구도가 꽤 달라서, 저렙이나 고렙이나 레벨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극초반 레벨은 예외라서 금방 올릴 수 있다.)

한편 길드워즈2에서 고레벨 캐릭터가 저레벨존에 가면 두 가지의 색다른 장치를 만나게 되는데, 첫번째로 레벨을 다운시킨다. 어떤 존의 표준레벨이 20이라면, 50레벨 캐릭터가 가든 80레벨 캐릭터가 가든 모두 20레벨이 된다. 따라서 압도적 고렙이 완전 저렙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도 나름 신경을 좀 써야한다. (레벨은 확실히 다운시키지만 장비의 스탯은 완전히 다운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쉬워지는건 사실이다. 단지 그 정도가 다른 게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 뿐. 길드워즈2에는 당신이 몇 레벨이든 어떤 장비를 입었든 어딜가든, 한 방에 죽어주는 적대적 몬스터는 없다.)

여기에 맞물리는건, 아무리 고렙이 아무리 저렙존에 가서 퀘스트나 이벤트를 해도, 보상은 보상대로 준다는 점이다. 즉 79레벨이 80레벨 (만렙) 이 되려고 할 때, 반드시 자기 레벨대에 맞는 존에 가야만 한다는 조건이 없다. 79레벨이 1 ~ 15레벨 존에 가도, 충분히 레벨업이 된다. 경험치 및 보상이 모두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경험치를 절대량이 아닌 상대량으로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70레벨이 70레벨 존에서 이벤트를 하나 하고 경험치를 5% 먹을 때, 이 70레벨이 20레벨 존에 가서 이벤트를 하나 해도 경험치를 5% 먹는다. 굳이 자기 레벨에 맞는 존에 머무를 것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설명한 모험의 요소와 방금 얘기한 레벨 스케일링의 장치가 맞물리면서, 플레이어는 다른 mmog에서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게임에서 레벨과 공간의 관계는 수직적이다. 내가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고 해도, 그 모든 곳에 내 용건이 존재하는건 아니다. 만렙을 찍고나서도 가보지 못했던 저렙존을 간다면 (만렙 타우렌이 언데드 저렙존에 간다면) 그건 그저 업저을 하기 위해서이거나 친구를 돕기 위해서 정도의 의미만을 갖는다. 즉 수직적으로 세워진 체계 내에서 내 레벨대에 인접한 공간들만이 내게 의미를 갖는다.

길드워즈2에서는 좀 다르다. 길드워즈2에서 레벨이 오른다는건 단순히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는게 아니라, ‘용건의 지평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다른 게임에서 70레벨을 찍은 유저에게 ‘의미있는’ 공간은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필요한 자원 (경험치) 을 제공하는, 자기에게 맞는 존 뿐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이 아무리 많아도, 내 레벨대에 맞는 지역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길드워즈2에서 70레벨을 찍은 유저에게는 ‘아직 가보지 않은 모든 지역’이 ‘레벨과 관계없이 모두’ 의미가 있다.

다른 mmog에서 레벨에 따라 수직적으로 배치된, 그래서 그 수직적 지표 상에서 나에 인접한 공간만이 내게 의미를 갖는다면, 길드워즈2에서 모든 공간은 ‘가봤느냐 가보지 못했느냐’에 의해서만 가늠되는 수평적인 배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외의 (다른 mmog에서 당연하게 고려해야하는 필수적인 부분인) 수직적인 요소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낮다. 참고로 내 첫 캐릭터가 만렙을 찍었을 때 내가 가본 지역은 전체 월드의 43% 정도였다. 만렙을 찍기까지 내가 가봤던 지역의 면적만큼이 아직도 가보지 못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지역 대부분은 아직 만렙이 되지 못한 저렙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것이 저렙존 공동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는 못한다. 어쨌건 나는 언젠가 이 월드를 모두 ‘가본 곳’으로 만들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내가 용건을 가진 아주 약간의 지역이 아닌 이상에는 굳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치를 통해서 공간이 플레이어들에 대해 갖는 수명은 늘어났고, 플레이어들이 소모할 컨텐츠 또한 늘어난 효과가 생긴다.

와우의 플레이어들에게 아직 가보지 않은 저렙존이란, 배부른데 굳이 먹기에는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은 음식으로 남는다. 먹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꼭 먹을만큼 대단히 맛있지는 않다. 길드워즈2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저렙존은 배가 부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꼭 한번은 먹어봐야 할 진귀한 음식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먹게 될 그런 음식. 그렇다고 둘 사이에 컨텐츠로서의 퀄리티 차이가 엄청나게 대단한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약간의 장치들을 통해 개발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컨텐츠가 남김없이 모두 소모되도록 하는 꽤 효율 좋은 방법을 만들어냈다.

 

파티는 없지만 파티플레이는 있다.

내가 길드워즈2를 하면서 파티를 맺어 본 일은 손에 꼽는다. 만렙을 찍은지 수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렇다. 혼자 하는걸 극히 선호하는 타입은 아니다. 이전의 다른 mmog를 하면서도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고, 단체로 플레이해야만 하는 컨텐츠도 빼놓지 않고 즐겨왔다. 길드워즈2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파티를 맺어 본 일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파티플레이를 하지 않는건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꽤 활발하게 파티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레이드 몬스터 사냥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열심히 하기도 하고, WvW에 들어가면 커맨더를 착실하게 따라다니며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하려 노력한다.

파티플레이를 자주, 흔히 한다. 그러나 파티를 맺어본 일은 없다. 이건 길드워즈2가 꽤 독특한 파티 플레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시스템이 하나 있다. ‘퍼블릭 그룹’ 이라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리프트에서 그룹(파티)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퍼블릭과 프라이빗이다. (리프트를 북미서버에서만 해보고 한국 서버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잘 몰라서 영어명을 음차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와우의 파티는 ‘프라이빗 그룹’ 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초대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이후에도 누군가 이 파티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파티장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 퍼블릭 그룹은 이와는 좀 다르게 느슨하다.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대체로 비슷한 용건 (레이드 보스몹 사냥 등) 을 가진 것으로 시스템이 판단하면, 이 플레이어들에게 ‘퍼블릭 그룹에 가입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세지가 뜬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 그룹에 가입할 수 있고, 나가는 것은 당연히 자유, 재가입하는 것도 그냥 그 그룹멤버가 속한 곳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다시 버튼이 뜬다. 필드 컨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리프트이니 만큼, 필드 컨텐츠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시스템을 추가로 넣었다. (워해머에도 유사한 시스템이 있다)

길드워즈2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퍼블릭 그룹이라는데 가입할 필요도 없고 가입도 안된다. 퍼블릭 그룹이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그룹 활동에 해당하는 뭔가를 한다면, 그냥 그룹 활동으로 쳐준다. 그룹이건 아니건, 그룹 활동에 해당되는 일을 같이 하면 다 그룹 활동으로 쳐주는 것은 길드워즈2를 하면서 내가 가장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이나믹 이벤트는 그렇게 해주는게 언뜻 당연해보인다. 어차피 퍼블릭하게, 여럿이서 하라고 만든 컨텐츠니까. 하지만 개인별로 하도록 되어 있는 하트 퀘스트도 이런 부분들을 제한적으로나마 적용 받는다. 혼자서 하트퀘스트를 하기 위해 사냥을 하고 있다면, 주변의 누군가 와서 내가 치는 몹을 같이 친다. 이 몹이 죽었을 경우, 나와 내 뒤에서 내가 치던 몹을 같이 치던 플레이어는 똑같이 카운트를 적용받는다. 물론 사냥 속도는 훨씬 빠르다. 길드워즈2에는 몬스터 선점 (tag) 에 관련된 판정이 없다. 누구든 그 몬스터를 죽이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을 줬다면, 그냥 그 몬스터를 잡은 것으로 쳐준다. 누군가 몬스터의 체력을 80%쯤 깍았고, 다른 누군가가 그 몬스터의 나머지 20% 체력을 갂았다해도, 보상은 둘 모두에게 같이 준다. 먼저 친 사람에게 부당하지 않냐고? 딱히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쨌든 자기가 원하던 걸 (몬스터를 잡는걸) 더 빨리 달성한건 사실이거든. 그렇다고 20%를 친 사람 때문에 내 보상이 깍이는 것도 아닌데 뭐.

PvP에서도 당연히 이런 식이다. 다른 서버에서 온 플레이어를 죽이는데 성공했다면,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데미지를 줬느냐와 무관하게 대체로 비슷한 보상을 준다. 당연하게도 어느정도의 기여는 필요하다. 99%의 데미지와 1%의 데미지를 준 사람이 같은 보상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성의를 보였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은 반드시 준다.

게임 전반에 걸쳐 이런 요소들이 녹아 있기 때문에, 굳이 그룹(파티)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모여든 각각의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다른 게임에서라면 모두 그룹(파티)로 할만한 일들이다.

한 가지,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길드워즈2의 협동플레이는 와우를 위시한 이전세대 mmog들이 필수적으로 생각했던 탱딜힐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전문 힐러 그런거 없다) 따라서 약간 느슨한 부분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채우기 위해 위에서도 설명한 콤보/콤보 피니셔라던가 쓰러진 아군 부활 등의 장치가 들어가긴 했지만, 플레이의 밀도가 와우 세대 mmog에 비해 약간 느슨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플레이 난이도가 극히 높다보니 당연하게 밀도도 높아진다)

 

무작위적 만남

mmog에서 필드가 중요한 이유는, 물론 이 필드가 다른 어떤 장르도 아닌 오로지 mmog에서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mmog의 필드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하는 질문도 나올 법 하다. 그건 mmog의 필드만이 플레이어간의 ‘무작위적 만남’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 무작위적 만남을 영어로 하면 random encounter 이고 이건 rpg의 다른 어떤 요소를 지칭하는 용어이기에 헷갈릴 수 있는데, 여기서 무작위적 만남이란 플레이어 간의 무작위적인 만남만을 지칭한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 자신의 용건에만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또 거기에 맞춰 짜여진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서는 플레이어가 명백히 만나길 원하는 상대가 아니라면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mmog에서는 다르다. 비스타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상대에게 건낸 ‘hey buddy, it’s over here’ 라는 말은 이어지는 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갖는다. 다이나믹 이벤트를 하다가 누웠을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상대에게 건내는 ‘ty (thank you)’ 라는 말도 또한 그러하다. 플레이어간에 좀더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기 직전의 ‘단초’ 내지는 ‘접점’을 제공하는 것이, mmog의 필드가 갖는 가장 중요한 특징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해왔듯, 길드워즈2는 이러한 접점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공한다.

mmog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이야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라 믿는다. 길드워즈2는 개별 플레이어들이 커뮤니티로 향하는 접점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비스타나 다이나믹 이벤트 등을 통해 길가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파티플레이로 이어지면서 만날 기회가 ‘실질적인 공동활동’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를 고민하기 위해, 헐리웃 영화의 전형적인 도식을 상기해보자. 남주와 여주는 최초 조우시 그닥 사이가 좋지 않거나 앙숙으로, 또는 서로 호감은 있으되 그닥 친밀하지 않은 관계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우연찮게 영화의 극적 갈등에 함께 참여하게 되고, 당면한 문제들을 공동으로 풀어가면서 단시간내에 극히 가까운 사이가 된다. ‘우연찮게 함께 참여’ 하게 되는 부분과, ‘공동으로 풀어나가는’ 부분이 길드워즈2에는 모두 존재한다. 언뜻, 이전 세대의 와우스러운 mmog에도 이런 부분들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파티창에 목놓아 외치기를 한 끝에 누군가와 파티를 하게 된다면, 그 파티원은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닌가? 그건 엄밀히 말해 그 ‘파티원’ 이라는 특정한 플레이어는 우연일지라도, ‘만남’ 자체는 의도한 것이다. 길드워즈2에서는 ‘만남’ 마저도 우연히 이루어진다. (또는 적어도 우연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잘 포장되어 있다.)

한편, 이런 단순한 접점의 잦은 제공이 과연 실질적인 커뮤니티 활동으로의 연결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mmog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mmog의 역사에서도 꽤 초창기의 일이며, 그때부터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가지고 커뮤니티 활동 촉진을 시도해왔으나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SNG라고 부르는 ‘Social Network Game’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social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커뮤니티는 강하게 푸시한다고 해서 손쉽게 강화되지 않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서로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소개팅을 시켜준다해서 둘이 정말로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며, 게임에 관련해서 지금까지 밝혀진 분명한 것은 노골적인 푸시가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이다. 아울러 커뮤니티 활동을 기능과 지나치게 밀착시킬 경우, 기능적인 부분을 노린 유사 커뮤니티 활동은 증가할지언정 진짜 커뮤니티 활동이 증가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따라서 나는 길드워즈2의 ‘커뮤니티의 접점을 늘리는 정도의’ 이런 접근이 지금 단계에서는 꽤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약 정리

  • - 비스타는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 하트 퀘스트와 다이나믹 이벤트도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 모여든 사람들이 굳이 파티를 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파티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 이 모든건 무작위적 만남을 유도한다.
    - mmog의 후반에 커뮤니티는 필수적인데, 무작위적 만남은 이걸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list:u]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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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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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이벤트를 강조한 리프트에서의 리프트와 인베이젼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특히 게임적으로 주목해야할 것은 리프트가 아니라 인베이젼이라고 생각합니다. 퀘스트의 중심을 마을이 아닌 필드 곳곳의 스팟으로 분산시키고 그 스팟에 인베이젼이 일어나게 만들었죠. 같은 스팟에 있다는 이야기는 퀘스트 진도가 비슷하다는 이야기이니 인베이젼때 퍼블릭 파티로 모였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퀘스트를 할 수 있게 해두었죠.

다만 레벨 공동화에 대해선 전혀 대처가 되어있지 않아서, 후발주자들은 필드 퀘스트를 즐기긴 커녕 퀘스트 진행조차 힘들었다는 것이 함정.. 전략적으로 기간과 비용을 감축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리프트와 인베이전 같은 특징적인 필드 컨텐츠 외에 다른 부분들은 이미 검증받은 WOW를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만, 좀 안이하게 접근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와우가 땅이고 필드 컨텐츠가 나무라면 땅을 파서 나무를 뿌리채 심어야 하는데 나무 중단을 잘라서 그냥 땅 위에 세워뒀달까요.

그리고 사실 제가 길드워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전투 결과에 대해서 선점이 없다는 겁니다. 길드워2 할 땐 몰랐는데, 그거 하고 나서는 남이 치고 있는 몹을 때려봤자 보상은 커녕 좋은소리 듣기도 힘들어서 남이 잡고 있지 않은 주인 없는 몹을 때려야한다는 점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군요. 

사냥 결과물의 선점성으로 인해 필드에서 스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사냥터를 둘러싸고 유저간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 사실 그리 최근의 일도 아니죠. 짧게나마 에버퀘스트를 할 때에도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스폰을 기다리거나, 스틸 당하거나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해결책이 인던으로 한정되었는지에 대해선 좀 의문이긴 합니다. 아마도 사냥의 보장이라는 측면 이외에 하프 라이프 이후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던 조류와도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사실 콜롬부스의 달걀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가 기술적인 문제로 뒤늦게 등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사하게 필드 레이드를 강조한 게임이 '레이더즈' 였는데요. 필드에 레이드 보스는 있는데 정작 루팅 선점권은 그대로 놔두는 바람에 파티를 맺지 않으면 잡을 수는 있어도 보상은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리프트 처럼 퍼블릭 파티가 있다거나 파티 규모가 큰 것도 아니어서 정작 필드에 가면 파티들이 돌아다니면서 레이드 보스가 스폰되는 순간 선타 먹이기 경쟁을 했죠.. 

그리고 레이더즈는 레벨 구간별로 녹템셋과 파템셋이 구비되어있습니다. 녹템셋보다 파템셋이 당연히 개개 파츠로도 좋고 방어구를 다 맞췄을 때 세트 효과까지 감안하면 무조건 파템셋은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드랍하죠. 다른 잡재료들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만, 파템셋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재료는 필드 레이드 보스나 인던 보스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재료는 무조건 1개는 떨어지고 운 좋으면 2개나 3개도 떨어집니다.) 풀셋을 만들기 위해선 대충 8개 정도 필요했던 것 같은데 최소 4번, 최대 8번 정도 돌아야 했습니다. 

그나마 인던은 어떻게든 파티 맞춰서 뺑뺑이라도 돌 수 있지만 필드 레이드 보스는 경쟁자가 워낙 많으니 이렇게 드랍을 노리는 사람들을 위해선 따로 필드 레이드 보스 전용 인던이라는 해괴망칙한 것을 만들었죠. 그나마 필드 레이드 보스 보다는 이 괴상한 전용 인던을 통하는게 파티 맞추기도 쉽고 보상도 확실히 얻을 수 있습니다만 모두가 전용 인던에서 필드 레이드 보스를 잡으면 필드 레이드 보스라는 게임의 컨셉이 다소 모호해지죠. 그래서인지 필드 레이드 보스 잡으라는 퀘스트는 이 전용 인던으로는 깨지지 않습니다... 

서비스 초반부에 약 20렙인가 30렙까지 플레이 경험이라 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레이더즈 역시 필드 레이드라는 컨셉은 있었으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리프트 보다도 더 어설펐지요.

최근에 달리고 있는 마블 히어로즈 (이하 마아블로) 같은 경우 디아블로와 길드워2가 살짝 섞인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묘하게 다른 필드를 랜덤하게 선택해준다는 점은 디아블로입니다. 여기에 루팅에 선점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명이 때려도 참가자 전원에게 n빵 없이 온전한 보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길드워2죠. (때리지 않았는데 근처에만 가있어도 경험치를 준다는 점에선 길드워2보다 좀 더 후합니다.)

길드워2처럼 각 맵 별로 필드 레이드 보스나 필드 이벤트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길드워2 처럼 정교하진 않습니다. 인원수 따라서 난이도가 변화한다거나 그런거 없고, 이벤트의 성공 / 실패에 따라 후속 이벤트가 발생하는 다이나믹 이벤트도 없습니다. 특히 짜증나는 건 길드워처럼 이벤트의 위치를 잘 표시해주지 못한다는 거겠죠. 적당히 가까이 가면 여기라고 알려주긴 하는데, 정말 가까이 가야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벤트에 숟갈을 얹고 싶어도 어딘지 몰라서 헤메다가 이벤트가 끝나는 허탈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건 맵을 계속 돌아다니라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보스 어떻게든 보스를 찾으면 정말 반갑습니다. 말이 좋아 필드 보스지 사실은 다구리 맞은 뒤에 경험치와 아이템을 퍼주는 셔틀이죠. 그리고 수십명의 히어로들이 자기 파워들을 있는대로 쏟아내니 이건 정말 파티타임입니다. 인베이전은 깨지 않으면 이후 진행이 힘들기 때문에 네거티브한 필드 컨텐츠지만 길드워2나 마블 히어로즈의 필드 컨텐츠들은 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즐거운 파티 타임입니다. 향후 MMORPG가 얼마나 만들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필드 컨텐츠는 이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실은 이전 직장에서 그런 컨셉의 MMORPG를 기획중이었으나 접혔죠..)

다만 길드워2가 대부분의 컨텐츠가 필드에서 발생하고,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부분에서만 인던을 활용했던 것에 비해 마아블로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인던에서만 발생합니다. 성장구간에서 필드는 인던을 찾기 위해 존재하고, 닥터 둠을 때려잡고 엔드게임으로 넘어가면 아예 모든 컨텐츠가 인던이죠. 그나마 최근엔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인 인던에 들어가면 비슷한 타이밍에 들어간 사람들을 파티로 묶어주는 기능이 있어 예전보단 좀 수월해졌습니다. (데일리 인던도 자동 파티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상 필수 인던의 파티 메이킹은 랜덤 필드와 묶여서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인던을 빠져나올 때 자신이 원래 있던 필드가 아니라 파티장이 돌아다니던 필드로 떨어진다는 거죠.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돌아다니던 필드는 동남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서북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A라고 칩시다. 그런데 파티장은 동북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남서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B에서 왔어요. 각기 맵A와 맵B에서 필수인던1로 진입했는데 타이밍이 비슷해서 파티로 묶였습니다. 그런데 인던을 나간다고 해서 파티를 찢진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파티장이 들어왔던 맵B로 빠져나갑니다. 당연히 제가 그동안 밝혀놓았던 지도들도 모두 파티장이 열어놓은 것으로 변경되구요.

인던에서 묶인 파티 오토 매칭을 풀어주지 않는 건 아마도 계속 같이 플레이하라는 의도겠습니다만 그냥 풀어주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맵 별로 보통 필수 인던 2개, 보물상자 인던 2개(들어가면 딱 방 하나에 조금 쎄서 경험치를 마구 퍼주는 몹들이 있으며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보물상자가 있는 미니 인던입니다.), 필드 이벤트 2개, 필드 보스 1개 정도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필수 인던만 도는 반면, 저같은 사람은 꼼꼼하게 해당 맵의 컨텐츠를 다 해치우고 지나가죠. 그리고 리프트처럼 필수 인던이 동선 따라서 짜여진 것도 아니고 둘 사이에 선후 관계도 없어서 인던에서 파티로 묶인 사람들이 같이 움직일 확률은 상당히 희박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정작 파티가 필요한 그룹 챌린지 (별도로 세팅된 맵인데 파티 단위로만 입장할 수 있고, 파티 아니면 잡지 못할 몹들이 쏟아져 나옵니다.)에는 오토 파티 매칭이 존재하지 않아서 파티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다들 왠만하면 일정 시간(15분?)마다 열리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림보 챌린지를 뛰죠. 그런데 또 정작 림보 챌린지에 들어가면 파티는 또 수동으로 묶어야 한다는 괴랄한 면이 있습니다만.

마아블로의 필드 컨텐츠와 인던은 말 그대로 길드워2와 디아블로 사이에서 어중간한게 걸쳐있는 느낌입니다. 베이스가 디아블로이긴 한데 또 MMORPG니까 필드에서 떼전도 해야겠고 어영부영 하다 보니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데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죠. 

이 게임에선 타인이 부활시켜주지 않으면 인던에선 입구로, 필드에선 가까운 웨이포인트로 날려보낸다는 것이 사망에 대한 유일한 페널티입니다. (심지어 아이템의 내구도 감소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인던 안이든 밖이든 어디든 간에 파티원 옆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티가 유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또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동선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렇게 묶어준 '무작위 만남'이 딱히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뭔가 이것 저것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선점적 전투 보상을 유지해선 필드 컨텐츠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필드 컨텐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 분배 방식이나 파티, 동선, 위치 공유 등 다른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함께 새로 디자인 해줘야 한다.
3. 필드 컨텐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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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리플라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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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점적 전투 보상을 유지해선 필드 컨텐츠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필드 컨텐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 분배 방식이나 파티, 동선, 위치 공유 등 다른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함께 새로 디자인 해줘야 한다.
3. 필드 컨텐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3번이 아주 약간 이해가 어려운데,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건 리프트의 인베이젼 (참여하지 않으면 패널티가 주어짐) 이고,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마아블로와 길드워즈2를 얘기하는 거겠죠? (참여하지 않는다고 패널티가 있는건 아니고, 참여했을 때 어드밴티지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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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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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점적 전투 보상을 유지해선 필드 컨텐츠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필드 컨텐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 분배 방식이나 파티, 동선, 위치 공유 등 다른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함께 새로 디자인 해줘야 한다.
3. 필드 컨텐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3번이 아주 약간 이해가 어려운데,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건 리프트의 인베이젼 (참여하지 않으면 패널티가 주어짐) 이고,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마아블로와 길드워즈2를 얘기하는 거겠죠? (참여하지 않는다고 패널티가 있는건 아니고, 참여했을 때 어드밴티지만 존재)

 

네. 말씀하신 대로 입니다.

보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 3-1. 레벨 공동화 현상에 대한 대책 없이 페널티를 기반으로 필드 컨텐츠를 구성하는 것은 위험하다
    3-2. 페널티 보다는 어드밴티지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저들에게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되겠네요.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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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mmog에서 레벨에 따라 수직적으로 배치된, 그래서 그 수직적 지표 상에서 나에 인접한 공간만이 내게 의미를 갖는다면, 길드워즈2에서 모든 공간은 ‘가봤느냐 가보지 못했느냐’에 의해서만 가늠되는 수평적인 배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외의 (다른 mmog에서 당연하게 고려해야하는 필수적인 부분인) 수직적인 요소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낮다. 참고로 내 첫 캐릭터가 만렙을 찍었을 때 내가 가본 지역은 전체 월드의 43% 정도였다. 만렙을 찍기까지 내가 가봤던 지역의 면적만큼이 아직도 가보지 못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지역 대부분은 아직 만렙이 되지 못한 저렙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것이 저렙존 공동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는 못한다. 어쨌건 나는 언젠가 이 월드를 모두 ‘가본 곳’으로 만들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내가 용건을 가진 아주 약간의 지역이 아닌 이상에는 굳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치를 통해서 공간이 플레이어들에 대해 갖는 수명은 늘어났고, 플레이어들이 소모할 컨텐츠 또한 늘어난 효과가 생긴다.

 


 

길드워2 관련 프리뷰/리뷰 기사들 중에서 가장 관심있게 봤던 부분이 WvW의 모든 플레이어가 의미있는 참여(기여)를 할 수 있다는 부분과, 언급하신 지역에 따른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이었습니다.
전자의 전제도 레벨 스케일링에 어느정도 기반하고 있기에 레벨 스케일링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은데요, "제작자의 의도에 충실한 컨텐츠 즐기기"라는 부분을 개발자일 때도, 게이머일 때도 중시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스템이었습니다.

MMOG가 아니더라도, 이전 레벨의 플레이가 자유롭고 플레이어의 성장에 따라 강함이 누적되는 형태의 게임이라면 이미 강해진 캐릭터로 초반 레벨을 플레이할 때의 허망함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강함의 체감(또는 쾌감)"에서 재미를 찾기 때문에 그 부분이 반드시 문제라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멀티 루트와 같은 경우는 "그 때가 지나서 이 캐릭터로는 다시는 낮은 레벨의 재미를 체감할 기회를 상실한다"라는 부분이 상당히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문제라는 단어를 사용했고요.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레벨 스케일링이라는 쿨한 방법으로 쿨하게 해결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강함의 쾌감"을 찾는 플레이어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심히 궁금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이 방법만으로는 저렙존 공동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컨텐츠 소비율을 늘이는 데에는 크게 일조했지만, 기본적으로 "소모성 컨텐츠"들로 구성된 게임이라면 결국 언젠가는 "지나가고 말" 것이기 때문이겠죠.

와우를 참 좋아하는 와게이(또는 블빠)인 저로서, 매력적이지만 저레벨 구간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많은 필드들이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개발자가 된 시점에서는 버려진 노력 또는 돈으로 보여서) 여러모로 타개법을 모색해봤었는데, 구체화는 되지 않았지만 "상주 인구"라는 개념을 생각해봤습니다.

일전에 08년도 KGC에서 주된 논제가 "테마 파크에서 다시 가상 현실로"라는 MMOG의 방향성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논리로 현실 세계가 지금의 모습으로 구현된 까닭을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상식선에서 추론해보았습니다.

일단 현실적으로는 "벗어날 수 없어서"라는 어떤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직업이나 지역에 상주하게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탈(脫)현실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게이머에게 현실의 그런 부분까지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제약이 아닌 상주 상태를 만들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일단은 레벨 기반의 수직 성장 체계 자체를 탈피하자라는 큰 주제로 시작해서, 필드는 선형 구조의 지나가는 길이 아닌 "어디에서 거주할 것인가"와 같은 수많은 객관식 선택지처럼 만들자는 쪽으로 생각을 해봤었는데 지금 글에서 다룰 문제는 아닌 깊은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으니 이쯤에서 이 이야기는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럼 왜 꺼낸거냐!)

요약해보자면, "수직 상승 구조에서 레벨 스케일링을 사용하면, 필드 컨텐츠를 수평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저레벨 공동화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상주 인구를 만드는 방법으로 그 부분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직접 해당 부분에 대해 작업했던 간단한 해결 사례는, 모든 필드에 일일 퀘스트를 부여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예가 있습니다. 저레벨 구간에도 모든 레벨의 플레이어가 일일 퀘스트를 수행하러 찾게 만들어 버렸더니, 말씀하셨던 해후.. 그러니까 "우연한(무작위적) 만남"이 정말 많이 만들어지더라구요.

썬 온라인은 동접자가 많지 않은 타이틀이라, 많은 다른 동접 적은 온라인 게임들이 그렇듯 내부 커뮤니티가 돈독한 편이었다보니, 일퀘하러 저렙 지역에 방문한 고레벨 캐릭터가 저레벨 캐릭터의 퀘스트나 사냥을 도와주거나 게임 시스템을 알려주면서 길드로 데려가는 등의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더군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적어도 하루에 한번씩은 캐릭터가 방문"할 목적은 제공해 주었지만, "상주"를 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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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워즈2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퍼블릭 그룹이라는데 가입할 필요도 없고 가입도 안된다. 퍼블릭 그룹이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그룹 활동에 해당하는 뭔가를 한다면, 그냥 그룹 활동으로 쳐준다. 그룹이건 아니건, 그룹 활동에 해당되는 일을 같이 하면 다 그룹 활동으로 쳐주는 것은 길드워즈2를 하면서 내가 가장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와우도 대격변 중간 4.2 패치 불의 땅(라그나로스 귀환한 업데이트)에서 일일퀘스트 지역(전초지) 한정으로 "퀘스트용 필드 레이드 보스를 공격하는 모든 플레이어는 동일한 처치 체크 및 루팅 권한을 갖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판다리아의 안개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필드 레이드를 시스템화 하여, 선점 여부를 진영에만 국한시킨 뒤에, 전투에 참가한 모든 해당 진영의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균등분배(이 부분은 개별 보상으로 처리하였습니다)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말씀하신 퍼블릭 그룹을 시스템화 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네요.

오리지널 시절에는 한 개 공대로 처치가 안되는 필드 레이드 보스를 잡을 때, 두 번에 걸쳐 한 번은 제 1 공대가 선점한 상태로 처치, 다음 번은 제 2 공대 선점한 상태로 처치 하는 식으로 수고했었던 시절에 비하면 처우가 많이 개선된 것 같습니다.

비단 와우 뿐만이 아니라, 통합 파티(공격대와 같은) 개념이 없는 MMOG에서 레이드라는 시스템을 차용하면 대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었나 싶네요. 썬온라인 개발할 때에도 2~3개 파티 단위로 필드 레이드를 하는데 불명확한 소유권 문제 때문에(몬스터 소유권이 여러가지 조건으로 채점되어 최종적으로 고득점한 파티에게 소유권이 가는 시스템이었던 지라..), 플레이어들이 제 1파티가 루팅할 차례라면, 제 1파티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피 3%쯤부터 모두 딜을 멈추고 뒤로 빠지는 방법을 사용하더라구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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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단순한 접점의 잦은 제공이 과연 실질적인 커뮤니티 활동으로의 연결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mmog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mmog의 역사에서도 꽤 초창기의 일이며, 그때부터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가지고 커뮤니티 활동 촉진을 시도해왔으나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SNG라고 부르는 ‘Social Network Game’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social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커뮤니티는 강하게 푸시한다고 해서 손쉽게 강화되지 않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서로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소개팅을 시켜준다해서 둘이 정말로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며, 게임에 관련해서 지금까지 밝혀진 분명한 것은 노골적인 푸시가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이다. 아울러 커뮤니티 활동을 기능과 지나치게 밀착시킬 경우, 기능적인 부분을 노린 유사 커뮤니티 활동은 증가할지언정 진짜 커뮤니티 활동이 증가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따라서 나는 길드워즈2의 ‘커뮤니티의 접점을 늘리는 정도의’ 이런 접근이 지금 단계에서는 꽤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개팅을 예로 들어주신 건 참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소개팅 자체가 성공적인 만남 성사율이 낮은 것 뿐만 아니라, 소개팅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그럼 소개팅 말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라"라는 조언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런 맥락에서 "만남 마저 우연처럼 포장된" 길드워2의 만남 가이드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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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 보다는 어드밴티지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저들에게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온다.


이 부분만 잘라 써도 좋은 명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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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WoW의 시간 규제와 통제권 위임 이라는 글에서, 들불 업데이트와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많지만 나중에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는데 지금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지금 말씀하고 계신 많은 부분들을 "망..."으로 회자되고 있는 지금 시점의 와우가 업데이트에서 꽤 충실하게 구현하려고 했다는 점 때문에 "들불 업데이트는 여러모로 잘 만든 업데이트 같다"라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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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표적인 저레벨 공동화 구간인 북부 불모의 땅을 주간 퀘스트 지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 오리지널 아제로스 필드 입니다. 이 말은 다시말해, 필드 서버 통합 시스템의 적용 지역이라는 의미입니다. 전 서버의 플레이어들이 랜덤하게 채널링되어 필드에서 뒤섞여 조우하게 됩니다.

- 물론 위상변화되어 저레벨 플레이어를 만날 수는 없지만.. 그것마저 어떻게든 해결했다면 좀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2) 주간 퀘스트의 내용은 군수 물자를 확보하라는, 다분히 노가다 스러운 내용입니다.
- 군수 물자 4가지의 아이템을 120개 쯤(정확한 숫자가 기억이 안나서..) 씩 모아오는 것입니다.
그 군수 물자들은 필드의 정해진 지역들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집 상태에 따라 4 구간으로 나누어 플레이어들이 상주하게 됩니다.


3) 아이템 입수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몬스터 1마리를 처치하면 1개를 확률적으로(..) 습득, 가끔씩 필드에 생성되는 오브젝트를 통해 100% 1개 습득이 주된 습득 방법입니다.

- 필드의 정해진 여러 위치에 랜덤하게 리젠되는(그리고 리젠 시 외침과 함께 지도에 아이콘으로 위치가 표시되는) 보스가 존재하고, 보스를 처치하면 대략 10~20개 씩의 모든 종류의 물자를 습득합니다.

- 필드의 랜덤한 위치에 랜덤하게 발생하는 "짐마차 호위"와 "짐마차 전복" 이벤트를 통해 한 종류의 물자를 다량으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짐마차 호위는 못해봤지만, 전복과 같은 경우는 바닥에 대략 수십개의 물품 상자가 쏟아져 있어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미친듯이 주워담게 됩니다.) 보스와 마찬가지로 지도에 아이콘으로 표시됩니다.

- 가끔 빛나는 보따리를 멘 오크 인부가 출현하는데, 아주 많은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쓰러뜨리면 5~10개 정도의 한 종류 물자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3 보물 고블린 패러디로 추정됩니다. (깨알재미)

 


 


위와 같은 장치들로 인해 플레이어들을 특정 지역에 몰아넣은 뒤, 강제적으로 노가다를 시켜 상주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난이도 높지 않은 필드 레이드도 유도하고, 길드워2의 월드 이벤트와 같은 랜덤한 이벤트(호위/전복)도 구현하고 있습니다.

호전적인 플레이어들로 인해 크고 작은 분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보스 레이드를 방해하거나 하게 되면 큰 전쟁으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며(제가 주로 도화선이 된다는 것은 탑시크릿...ㅋㅋ), 보스 리젠 속도가 느리지 않아 대체로 한 타임에 몰아서 무리지어 돌아다니면서 여러 마리를 사냥하는 패턴을 가짐으로써 파티는 아니지만 집단의 유지 시간도 제법 길게 형성됩니다.

필드의 가치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구현)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위 시스템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입장인지라, 들불 패치는 무척 마음에 드는 업데이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간 퀘스트 한 번 끝내고 다시는 하지 않는 건 함정...)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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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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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제가 와우를 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말씀해주신 내용들만으로 미루어 판단하기에 와우는 길드워즈2가 시도했던 필드 활성화 정책을 자신들에게 맞게 잘 다듬어서 쓰고 있는 듯 하네요. 흥미롭긴한데 ... 다시 와우를 하기엔 역시 그간 너무 많이 해서 ... ㅋㅋㅋ 

그나저나 이쯤되면 대체로 이번 세대의 필드 활성화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아웃라인이 그려지는 것 같고, 다음 세대의 필드 활성화 방법도 궁금해지는군요. 문제라면 다음 세대의 필드 활성화 방법을 써줄만한 새 mmog가 나오느냐하는 지점이겠지만. 

아울러, 보통 다음 세대가 나오는 것은 이번 세대 시스템의 한계랄까 단점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식의 필드 활성화 방법의 단점은 무엇일까? 정도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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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MO가 아닌 MMO이다보니, 기술적인 부하가 걸린다는 게 한계점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타는 성전 시절 부터의 와우가, 필드쟁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인스턴스 공간으로 모든 플레이어 집중 컨텐츠를 이전"시켜 버린 것을 상기해보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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