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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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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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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는 유명한 엔드 컨텐츠인 "전장"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승리 규칙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전장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알터랙 계곡(이하 알방)"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작년에 Rules of Play가 번역된 "게임 디자인 원론"이라는 책으로 소규모 세미나를 하던 와중에 "게임 이론" 이라는 부분을 공부할 때였는데요, 바로 그 게임 이론의 적절한 예시가 국내 알방의 전략 변화 흐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세미나에서 간략하게 이야기했던 내용을 포럼에서 좀 더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게임 이론 경제학에는 "게임 이론"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내용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정리해볼 수 있는데요. 사전적 정의라 매우 딱딱하니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둘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 지를,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는 지를 예측하는 이론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로는 매우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한 예시일 뿐이고, 게임 이론을 찾아보면 그 형태와 유형에 따라 매우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별도로 찾아보시면 재미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2. 와우의 전장 이미 MMOG에서 일반적인 컨텐츠라 다들 알고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와우의 전장 컨텐츠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정리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전장은 공통적으로 퍼시스턴트 필드가 아닌 별도의 인스턴스 존에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양 진영 플레이어들을 매칭 시켜서 진행하는 PvP 컨텐츠입니다. 각 전장은 슈터 장르가 가진 모드들처럼 맵 마다 각각의 승리 규칙이 정해져 있고, 이긴 진영에게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승리 보상 외에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중간 중간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들의 조건 달성 또는 PvP 컨텐츠인 만큼 상대 진영 플레이어를 처치했을 때마다 약간씩의 보상들을 추가로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전장 컨텐츠의 보상으로는, 강력한 PvP 장비를 얻을 수 있는데요, 결국 전장 컨텐츠를 플레이하는 첫 번째 목적은 PvP 장비의 획득이고, 두 번째는 각종 전장 관련 업적들의 달성,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장 플레이 자체의 즐거움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알터랙 계곡 알터랙 계곡은 인스턴스 전장 중 가장 대규모인 40 vs 40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입니다. 참여 인원에 비례해서, 실제 지역 자체도 굉장히 거대하게 만들어져 있고요. 그리고 이 지역의 컨셉은 (사실 잘은 모르지만) 마치 미식축구? 럭비? 처럼 전선을 상대 진영 쪽으로 밀어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거점들을 점령해나가는 거대한 전쟁 서사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판단을 생략한 간략한 정석 진행 흐름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전장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부터, 알방 외에도 전쟁노래협곡, 아라시 분지까지 총 세 개의 전장이 공개되었고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재미를 제공하고는 있었지만 위의 2. 와우의 전장 에서 정리한 것처럼 장비 획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제공되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보상 효율을 계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큰 규모만큼이나 막대한 플레이 타임이 소요되는 알방은 심지어 한 게임이 1박 2일 동안 유지되는 일이 종종 발생할 정도로 가성비 면에서 최악으로 평가되게 되었습니다. 다만 초기의 와우 PvP 장비는 각 전장별로 승리 보상을 나눠두고 모든 전장의 일정 이상 승리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든 싫든 알방을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4. 첫 번째 전략 변화 - 룰방 알방이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으면서, 정작 시간 대비 습득 보상의 효율은 굉장히 낮은 것에 불만이었던 양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담합을 시도하게 됩니다. 진영이나 종족이 다르면 말이 통하지 않는 와우의 특성상 직접 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제의 정신 지배를 이용한 감정 표현을 통해서, 또는 게임 바깥 커뮤니티 창구를 통해서 암묵적인 게임의 룰을 정하게 되고 그 규칙은 대강 이렇습니다. 룰방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알방의 위상은 180도 돌변하게 됩니다. 본디 대규모 전장이었던 덕분에 다른 두 전장에 비해 보상의 가치가 높게 책정된 알방이었는데, 룰방으로 빠르게 달리니 세 전장 중에 거꾸로 가장 빠르게 끝나는 전장이 되면서 가성비가 정점으로 치솟게 된 것입니다. 각 전장별 보상을 채우고 난 다음 어디든 상관 없이 획득할 수 있는 명예 점수를 모으기 위해서 거의 대부분의 전장 플레이어들이 알방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굉장히 많은 숫자의 검투사 의복 세트가 보급되었고 알방에서 달성한 검투사 세트를 입은 사람들을 일컬어 "알투사"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을 정도 였으니까요. 사태가 어느 정도였냐면, 가끔씩 GM 들이 알방에 들어와 "룰방을 하면 모두 부정/악용 플레이어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엄포한다는 소문도 돌 정도 였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5. 두 번째 전략 변화 - 룰 브레이크 사실 룰방은 약간 불공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비대칭적 레벨디자인 덕분에 시작 지점에서 적 수장 까지의 얼라이언스 진영 동선이 미묘하게 짧아 타임 어택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호드가 강세인 북미 서버의 상황에 맞춰 얼라이언스에게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주기 위해 패치된 내용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얼라이언스는 진영 인구 비율 때문에 전장 컨텐츠에서 유리한 지점을 지키고 있었는데, 레벨디자인 상 실질적인 이득까지 얻게되면서 승리의 부익부 빈인빈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처음과 달리 룰방은 양 진영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드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인식이 호드 진영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패배 보상을 받더라도(판다리아의 안개 까지의 와우 전장은 패배 시 승리 전용 추가 보상은 받을 수 없지만 소량의 보상을 획득) 빨리 끝나니까 손해는 아니라는 의견과 양립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전략이 바로 "룰 브레이크"입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룰방처럼 전원 수장 방으로 달리는 얼라이언스를 방해해 수장 처치 시간을 늦추고, 그 틈에 호드는 빠르게 얼라이언스의 수장을 처치하는 그야말로 배신의 전략입니다. 게임 초반에는 얼라이언스가 의심하지 않도록 룰방처럼 행동하다가, 얼라이언스가 수장을 처치하기 위해 전투를 시작할 때 소수의 방어 담당 호드 플레이어가 개입해 직접적으로 전투를 방해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탱커나 힐러 같은 공략에 핵심이 되는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를 처치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수장NPC가 탱커를 죽이게 만든다거나, 공포나 밀쳐내기 등으로 탱커를 건물 밖으로 밀어내 전투를 초기화 시켜 수장NPC의 HP를 100%로 만드는 등 얼라이언스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빡침이 밀려올 법한 일들을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라이언스가 이 같은 수장 테러에 대처하는 법이 갖춰지자 호드는 다른 방법을 물색하게 됩니다. 이같은 알방의 특성을 이용해서, 호드는 본진의 경비탑 2 개를 은신 클래스로 구성된 별동대를 파견해 지속적으로 복구시키게 됩니다. 경비탑이 파괴되지 않으면 전투사령관이 남아있어 수장은 강력해지고, 강력한 수장을 그대로 공략하는 건 당시의 플레이어 능력치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수장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경비탑의 파괴가 선행되야 합니다. 그리고 호드의 지속적인 경비탑 복구는 수장 공략 시간의 지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래도 룰방이 효율이 좋지!"라던 호드들조차 조금씩 "테러는 승리의 공식!"이라는 인식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호드 진영 전체에 알방의 테러=승리 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습니다. 그렇게 기울었던 승리의 불균형도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6. 세 번째 전략 변화 - 공멸(共滅) 사실 얼라이언스 진영 플레이어들도 일찌감치 호드의 룰브레이킹을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가끔씩 보복성 맞불 테러를 자행하는 일도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많은 빈도로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얼라이언스가 룰 브레이킹에 미온하게 대응한 이유는 실질적인 체감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진영 불균형으로 인한 얼라이언스의 매칭 이점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얼라이언스는 매칭 대기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습니다. 따라서 룰방 당시의 호드 플레이어들이 그랬듯, 빨리 지고 패배 보상 먹고 다시 다음 방을 가면 되기 때문에 굳이 긴 시간을 들여 테러에 대응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방이 테러 방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 방이 룰방일 수도 있는 거고, 룰방이 아니더라도 또 그 다음 방에 빨리 들어가면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드의 룰 브레이킹 빈도가 높아지자, 얼라이언스들도 연속된 패배의 리트라이가 달갑잖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룰방이 사라지다시피 한 시점까지 다다르자, 얼라이언스는 결국 맞대응을 선택하게 됩니다. 얼라이언스는 빠른 매칭으로 보상 습득을 더 빨리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드 진영보다 PvP 장비의 등급이 더 높은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작정하고 맞부딪히면, 사실 호드 입장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매우 오랜 시간 룰방이 지속되어 왔고, 그 뒤에 호드의 테러가 유행처럼 지나가고 난 뒤였기 때문에 사실 정석적인 알방의 전략 싸움이란 태초부터 1박 2일 동안 알방을 플레이하던 와재(...)나 와석(...) 들이나 겨우 기억을 할까 말까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특별한 우회 전략 없이 순수하게 맵 전체에 전선을 형성하며 힘싸움으로 부딪히기 일쑤였고, 덕분에 호드 진영에서 "테러를 했는데도 졌다."는 의견들이 나타나거나, 양 진영 공통적으로 "알토방이 되살아났다"는 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알토방: 알터랙 계곡의 토나오게 오래 걸리는 방의 약어) 7. 네 번째 전략 변화 - 룰방의 귀환 무의미한 알토방의 재림으로 수많은 알투사들이 고통받기 시작하자, 양 진영에서는 룰방을 되살리자는 협상의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승패는 나중의 문제고, 한 번의 게임에서 최대한의 보상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조금 개선된 규칙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알터랙 전장에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게 되었는데 바로 전체 게임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입니다. 양 진영은 태초의 룰방에 가깝게 부대장을 교환하고 경비탑을 두 개씩 교환한 다음, 전과 다르게 룰 브레이킹의 본진 경비탑 싸움을 룰의 일부로 흡수해 누가 더 빨리 경비탑을 파괴하고 수장 처치에 성공하는 지의 타임 어택으로 새로운 룰을 협상합니다. 덕분에 여전히 최대한의 보상 포인트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지형의 불평등도 은신클래스의 탑복구, 탑테러로 극복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협상이 결렬되서 토방 양상으로 치닫게 되더라도, 이미 부대장과 경비탑 2 개의 파괴로 260 점의 군사력이 서로 감소해 340 킬만 서로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되게 되어 최소한 "토방"은 만들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8. 전략의 순환 고리 군사력의 도입 이후에도, 사실 룰방 - 룰 브레이크 - 공멸의 전략 변화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구 불균형으로 인한 근본적인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호드는 매칭이 느리기 때문에 한 번 매칭됐을 때 최대한 승리를 획득하고 싶은 심리가 강합니다. 그래서 룰 브레이크를 승리 전략으로 선택하기 쉽습니다. 룰 브레이크는 다시 상대 진영의 보복을 부르고, 공멸 구도로 흘러가게 되고요. 공멸에 지친 양 진영을 다시금 협상을 제안하게 되는 끊이지 않는 순환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같은 알방의 흐름은 마치 게임 이론의 여러 가지 내용 중, "반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와 매우 유사합니다. 일반적인 죄수의 딜레마가 상대방의 선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반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는 이전 선택을 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반복 가능한 게임에서는 팃 포 탯(tit for tat)이라고 불리는 필승의 전략이 있습니다. 이는 AI 대전에서 실제로 필승의 전략으로 검증된 이론으로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팃 포 탯의 관점에서 바라본 알방의 전략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협력이 완전한 공평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라이언스 쪽에게 조금씩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부분과, 게임의 바깥에서 인구비로 인한 불평등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배신은 호드의 몫이고 따라서 팃포탯에 의해 항상 불리한 결과를 안게 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 ---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제법 어렵게 느껴지는 이론들도, 실제 일상에서의 사례들을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선택들이, 거시적으로 게임 이론을 증명하고 있는 알방의 사례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재미있으면서, 또한 되새겨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2. 얼마 전 한국어판으로 발매된 GUST 사의 아틀리에 시리즈 신작,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를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중입니다. 이제 진행이 막바지에 달했는데, 얼추 연금술에 대해 큰 그림 정도는 정리가 된 것 같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1. 연금술의 개요 이 작품에서 연금술은 아래와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1-1. 개요: 레시피 확보 레시피를 확보하는 방법은 오직 "참고서를 구해서 읽는다"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서를 구하는 방법이 실제 레시피 입수 방법이 됩니다. 참고서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점 구매: "분기"라고 부르는 게임의 진행 단계에 따라 상점에 물건이 추가됩니다. 새 분기가 시작되면 상점에 들러서 새로 들어온 참고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사냥: 강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면 때때로 귀한 참고서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과제 보너스: 분기마다 제시되는 목표인 과제를 일정 이상 달성하면, 보너스 형식으로 참고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이벤트: 다른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통해 참고서를 얻기도 합니다. 1-2. 개요: 재료 수집 플레이어 일행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연금술 재료를 수집하게 됩니다. 수집 방법은 크게 채집과 사냥으로 나뉘는데, 채집은 필드에 표시된 채집 포인트에서 조사를 통해 실행합니다. 사냥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퇴치해 전리품으로 연금술 재료를 얻는 방법입니다. 아틀리에에서 플레이어가 필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이 두 가지 뿐입니다. 아주 가끔 정해진 이벤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강제적인 경우가 많고, 상시 발생하는 행동은 채집과 사냥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3. 개요: 재료 선택 [ 재료 선택 화면 ] 아틀리에로 돌아오면 레시피에 따라 수집한 재료를 넣고 연금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라는 매우 오래된 고전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에서처럼 재료를 빻거나 굽거나 말리거나 하는 가공법까지 레시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아틀리에 시리즈는 모르겠지만 일단 에스카&로지 에서는) 매우 간단하게 "필요한 재료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주로 "카테고리"로 표시하지만, 간혹 "특정 재료"를 지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예시 이미지에서 연마제와 축전지는 특정 재료를, 광석과 중화제는 카테고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템마다 최대 4 개 까지의 카테고리를 가질 수 있으며, 카테고리는 포함 관계가 없이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판타지 세계관이다보니 카테고리의 분류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연료>> 라는 카테고리에는 "치즈 롤케이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열량이 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야생의 땅:듀랑고의 가죽 장화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리고 <<조미료>> 카테고리에는 무려 "페어리 더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음식 조미료로 요정 가루를 사용하나 봅니다. /공포 1-4. 개요: 재료 합성 합성은 컨셉에 따라 연금술과 연성으로 나뉘는데, 두 주인공 중 배경 마을 토박이인 에스카(여)는 가마솥을 사용한 연금술을, 중앙 도시 출신인 로지(남)는 연성기를 사용한 연성을 합니다. 연성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때 사용하며, 가마솥 연금술은 그 외 모든 조합을 담당합니다. (실로 굉장한 가마솥...) 하지만 이 둘은 분류의 의미만 있을 뿐, 기능상으로 완전히 동일하게 동작합니다. 연금술이나 연성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선택한 재료들을 어떤 순서로 투입할 지, 그리고 투입한 효과를 이용해 어떤 연금 스킬을 사용할 지를 꽤 복잡하게 수행하게 됩니다. 세부 과정은 아래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일단 이 재료 합성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속성별 효과는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템의 옵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옵션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 만큼이나 합성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1-5. 개요: 잠재력 선택 조합이 완성되고 나면, 합성 과정에서 축적시킨 속성치로 제품 고유의 잠재력을 발현시키거나,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계승시킬 수 있습니다. 즉 재료 합성으로 주 옵션인 효과를 결정했다면, 잠재력이라는 보조 옵션을 플레이어가 선택해 부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잠재력은 아틀리에의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므로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2. 아이템의 속성 우선 아이템의 종류는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오직 시나리오 진행만을 위해 별도로 구분된 키 아이템 종류는 제외했습니다.) - 소재 아이템: 자연에서 채집과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원재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직접 입수해야 한다. - 사용 아이템: 연금술로 만들 수 있으며, 필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다시 공격 계열과 회복 계열로 나뉜다. - 조합 아이템: 원재료는 아닌데 그 자체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는 중간 단계의 결과물. 연금술로 다른 무언가를 만들 때 사용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악세사리도 장비 아이템에 가깝지만, 연성이 아니라서 조합 아이템으로 분류되어 있다. - 장비 아이템: 연성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들. 무기는 캐릭터마다 고유하게 정해진 한 종류 씩을 장착할 수 있고, 방어구는 와우의 천/가죽/사슬/판금처럼 캐릭터마다 착용할 수 있는 종류의 범위가 정해진다. [ 아이템 정보 화면 ] 아이템의 "능력"은 장비와 악세서리에만 존재하는 속성입니다. RPG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인 공격력/방어력/민첩성/HP/MP/속성내성의 증감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 정보"는 화/수/풍/토의 4 가지 종류가 있으며, 속성치를 갖습니다. "카테고리"는 1-3. 개요: 재료 선택 에서 설명한 일종의 태그 입니다. 아이템 당 최대 4 개까지 부여됩니다. "특성"은 속성 코스트를 n 배 해주거나, 잠재력 또는 효력을 증가시켜주는 각 아이템들의 고유한 속성입니다. 아이템 당 최대 2 개까지 부여됩니다. 위의 속성 정보, 카테고리, 특성 세 속성은 플레이어가 연금술로 변형시킬 수 없는 고유한 요소들입니다. 반면에 아래에서 설명할 "효과"와 "잠재력"은 기본 제공 항목 이외에도 플레이어가 변경할 수 있는 요소이며, 이 효과와 잠재력을 구성하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금술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특성과 잠재력은 실제 재료 합성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합성 부분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 3. 재료 합성 합성 과정은 간단하게 압축해보자면, 로 이뤄집니다. 3-1. 재료 투입 레시피를 통해 선택한 재료가 화면에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투입 순서를 고르게 됩니다. 투입 순서에 따라 아래에서 설명할 연금 스킬의 사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입하는 순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각각의 아이템은 CP라는 요구치를 갖고 있으며 이는 Cost Point의 약자입니다. 플레이어의 연금 레벨과 연구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CP의 양이 정해지며, CP를 넘는 재료는 투입은 되지만 투입 효과인 속성치와 속성 코스트를 발생시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투입 단계에서는 연금 스킬에 사용할 속성 코스트의 획득과 CP 관리가 중요합니다. 3-2. 속성치, 속성 코스트, 그리고 연금 스킬 [ 조합 화면 ] 재료를 투입하면 재료가 가진 속성 종류가 속성치만큼 누적됩니다. 그리고 속성별 게이지에 표시된 표시까지 속성치를 쌓으면 "효과"가 발현됩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블록으로 표시되는 속성 코스트가 함께 발생하는데, 재료에 "속성 코스트 x n " 같은 특성이 있다면 한 번에 다량의 코스트가 발생합니다. 이 속성 코스트를 소비해 "연금 스킬"을 사용하게 되며 연금 스킬은 속성별로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화속성 스킬: CP 회복(현재 CP를 증가), 능력주입(선택한 재료의 속성치 증가), 잠재력 각성(속성치 없이도 잠재력 레벨을 증가) - 수속성 스킬: 속성변환(화/수/풍/토 중 원하는 속성 코스트로 교체. 사실 수속성 교체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능률향상(선택한 재료의 CP를 감소) - 풍속성 스킬: 분열(선택한 재료를 복제 투입), 압축조합(제작 소요 일수나 장착 공간을 축소), 속성 초기화(선택한 속성치를 0으로 만들어 나머지 세 속성치로 분배), 속성치 환원(전체 속성치 일부를 효력으로 전환) - 토속성 스킬: 효력증강(완성품 효력치 증가), 갯수증가(완성품의 수량이나 사용횟수를 증가) - 전속성 스킬: 전력주입(전체 속성치와 효력을 증가), 소재강화(선택한 아이템의 속성치와 효력 증가) (전속성 스킬은 모든 속성 코스트를 동시에 사용) 플레이어마다 운용법이 다르겠지만, 제가 가장 자주 활용하는 조합 순서를 예로 적어 보겠습니다. 사실 중후반까지 진행하면 속성 코스트만 잘 운용해도, 그 과정에서 재료가 복수로 투입되기 때문에 속성치와 잠재력 발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가 되긴 합니다. 어쨌든 앞서 말했듯이 이 합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속성치를 잘 쌓아서 많은 효과를 발견하고 효력과 개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게임 플레이 전체 중에서 플레이어의 미시적인 전략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4. 잠재력 선택 연금술의 마지막 단계인 잠재력은 "발현", "합성", "계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발현: 속성치의 총량에 따라 아이템 고유의 잠재력이 단계별로 발현됩니다. 예를 들어 총량이 10이면 1단계의 잠재력이, 20이면 2단계의 잠재력이 발현되어 추가됩니다. 발현된 잠재력은 합성 이후에 리스트로 나타나며, 최대 3 개의 잠재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잠재력은 모두 소멸됩니다. (추가로 재료 투입 시 제한이 되는 CP처럼 잠재력도 PP라는 요구/제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PP는 Potential Point의 약어입니다.) - 합성: 합성할 수 있는 두 잠재력이 발현되면, 자동으로 합쳐쳐 상위 잠재력으로 강화됩니다. 얼핏 보면 효과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최대 3 개의 잠재력만 선택할 수 있는 제한을 생각하면 1 개로 압축된 것 자체가 굉장한 이득입니다. 또한 합성의 합성까지 감안하면 최종적으로는 그야말로 핵이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잠재력 합성 예시 표 ] - 계승: 완성품이 원래 가지고 있는 발현될 수 있는 잠재력 외에, 투입된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추가로 계승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잠재력 계승이야말로 아틀리에의 핵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계승이라는 요소로 인해 발현과 합성을 모두 고려해 최초의 원재료 입수 단계부터 계획적으로 선택해야합니다. 또한 투입된 모든 재료의 잠재력이 계승되는 것은 아니며, 공격/회복/보조/무기/방어구/장식품과 같은 아이템 유형에 따른 승계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파괴력 증가"라는 잠재력은 오직 무기를 만들 때만 계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제품을 제작할 때는 잠재력 리스트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앞서 연금 스킬 부분이 플레이어의 미시적인 전략을 요구했던 것과 반대로, 잠재력 계승은 플레이어의 거시적인 전략을 요구하게 됩니다. [ 잠재력 계승을 위한 아이템 유형 ] ---------- 5. 인터페이스 아틀리에의 연금술 인터페이스는 한 화면에 표시되는 구성이나 각각의 GUD가 담고 있는 정보의 표현이 가독성 좋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액션에 대한 이펙트나 사운드의 리액션도 좋고요. 하지만 가장 특기할만한 부분은 재료 부족 시의 플로우라고 생각합니다. 연금술로 제작하려는 제품의 재료가 부족할 때 레시피 보유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부족한 재료의 레시피가 없다면: 제작 불가.. - 부족한 재료의 레시피가 있다면: 해당 재료의 제작으로 바로 전환. 재료 제작이 완료되면 이전 제작 메뉴로 복귀해 바로 제작이 가능. [ 레시피가 있는 재료 부족분을 제작하는 화면 ] 이 부분은 마치 모바일 게임들에서 주류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플로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안그래도 신경쓸 요소가 많고 연계가 복잡한 아틀리에의 연금술 파트에서 이런 플로우의 편의성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 6. (부록) 듀랑고와 비교 해보기 초반에 카테고리 설명에서 가죽장화를 먹는 "야생의 땅:듀랑고"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 김에, 듀랑고의 크래프팅과 아틀리에의 연금술을 살짝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공개된 정보까지를 종합해보면 듀랑고의 아이템 태그 및 제작 시스템과 아틀리에의 카테고리 및 잠재력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6-1. 유사점 아틀리에는 잠재력의 계승으로 인한 합성이 잘 모를 때는 우연성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제어가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바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듀랑고의 태그 역시 제작을 거듭하면서 잠재된 요소가 우연히 발현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거시적으로 제어가 가능합니다. 단지 중간 과정을 얼마나 표시해주느냐 정도의 차이만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6-2. 차이점 듀랑고의 태그와 아틀리에의 잠재력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집니다. - 듀랑고: 원재료부터 발생한 모든 태그가 제작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계속 유지된다. - 아틀리에: 매 제품의 제작 단계에서 남겨둘 세 개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소멸된다. 두 케이스 모두 공통적으로 거시적으로 통제 가능한, 미시적인 창발이라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속성을 계승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서, 아틀리에는 선택과 소멸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선정 외에도, 중간 과정의 가공과 결과물의 선택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제작 컨텐츠의 즐거움을 상당히 배가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단지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제작하는 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템의 성능 자체를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금술이 가지고 있는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플레이하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14: 렐름 리본의 제작 시스템도 단순히 플레이어가 채집한 재료를 소비해 물건을 제작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간에 "가공"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의 성능을 재량껏 향상시킬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제작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재미가 여느 MMORPG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밴치마크하면 보다 향상된 제작 시스템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D
  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Zeraison 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나온 모바일 신작 리듬 게임인 하이파이브 for Kakao(HIGH 5, PNIX Games)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리듬 게이머로서의 저를 먼저 설명해보자면, 저는 반도의 평범한 리듬 게이머에요. 동네 오락실에 DDR과 함께 체감형 리듬 게임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Ez2Dj를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고, PC 방을 자주 다니던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하고 같은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짬이 나면 DJMAX를 즐겼고, DJMAX Portable을 하기 위해 PSP를 구입했으며, 탭소닉을 하기 위해 iPhone을 구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플레이 했던 리듬 게임으로는 PSVita로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를, iOS로 Superstar SMTOWN(이하, 슈스엠)을 즐겼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지극히 평범한 리듬 게이머에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리듬 게임을 좋아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신작 리듬 게임의 발매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대개의 모바일 게임 출시 스케쥴이 그렇듯, 안드로이드 마켓에 먼저 출시되었고 iOS에도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죠.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해 본 제 경험은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주: 약 2 주 정도의 얕다면 얕은 플레이 기록이며 대단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목부터 "훑어 보기"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닌데! 난 하이파이브 짱 재밌는데! 하이파이브 갓겜! 피닉스니뮤ㅠㅠ 를 외치는 분들은 아 이런 녀석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주시기를 미리 부탁 드립니다.) ---------- 1. 어필 포인트 하이파이브 for Kakao(이하, 하이파이브)가 내세운 매력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플레이하고 난 뒤에는 저 문구가 조금 다르게 해석되었습니다. - 친숙한 가요가 한 가득 (일단 저를 포함해서) 가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꽤 반길만한 정말 좋은 점이란 건 확실합니다. 다만, DJMAX 시리즈를 개발했던 PNIX Games의 인력 구성을 알고 있는 나름 오래 된 리듬 게이머들에게는 오히려 그들이 좋아하는 친숙한 오리지널 음원의 비율이 적어서 아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점은 어디까지나 case by case 라고 생각해요. - 매력적인 다섯 명의 캐릭터를 팀으로 편성 예쁘장한 다섯 명의 캐릭터가 화면에 나오는 것은 일단 확실합니다. 다만 취향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초기 지급되는 SD 캐릭터를 다른 화풍의 캐릭터로 교체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행간에 숨겨진 "매우매우매우 노오력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을 읽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이 시간과 노오력을 들인다고 하더라도, "여기 이 예쁜이를 얻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를 파악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목표를 빠르게 파악하고, 달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 목표 파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길고 긴 곡 재생 시간 이것도 사실이에요.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안내해 주는 오디션 랭킹 메뉴에 가면 일부 간주가 편집되긴 했지만 거의 1~2절 전부를 플레이할 수 있어요. 가요가 수록된 여느 리듬 게임에서 대체로 1절 정도의 분량만 재생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굉장히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 곡 당 재생 시간이 길어서인지, 반대로 매 플레이 시 필요한 포인트(스테미너 또는 티켓과 같은 개념)가 굉장히 적습니다. 포인트를 소진하는 데 사용되는 "플레이 타임"은 다른 게임들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지만, "플레이 곡 수"가 압도적으로 적어요. 이는 체감상 굉장히 "하다 만 느낌"을 주는데 포인트 결제를 유도한 디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일단은 가져봤습니다. ---------- 2. 연주 파트 리듬 게임의 본질인 연주 파트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2-1. 노트 판(Gear) 우선 노트가 나타나는 판(DJMAX 시리즈의 "기어"에 해당하는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U자 모양으로 판정선이 휘어 있는데요. 비슷한 모양을 가진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이하, 스쿠페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단 직선형 기어가 아니기 때문에 핸드폰을 어떻게 쥐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iPhone 6로 들고 플레이하다 보면 자세가 불편해 손이나 팔이 꽤 뻐근해집니다. (곡 난이도 때문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로 플레이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 아니라면 플레이의 용이성이 U형 판정선의 디자인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정선이 휘어있기 때문에 두 개의 노트가 나타났을 때 동시에 누르는 것인지 엇박자로 각각 누르는 것인지 판단이 굉장히 애매합니다. 간혹 느린 노트 속도에 빠른 이동을 요구하는 롱 노트라도 나타나면, 아래로 꺾인 선처럼 보이는 해괴한 모양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 연주 화면 ] 위에서 잠시 스쿠페스를 언급했는데요, 사실 스쿠페스의 형태와는 근본적인 디자인이 다릅니다. 일단 정해진 타격 지점이 나뉘지 않고 떨어지는 노트의 위치를 적당히(그야말로 적당히..) 알아서 맞춰야 하는 하이파이브와 달리, 스쿠페스는 정확히 9 개의 캐릭터가 그려진 동그란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버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동작합니다. 이 경우는 오히려 디자인 의도가 굉장히 명확하게 유추됩니다. 어떻게든 9 명의 캐릭터를 중심점과 같은 거리에 배치시키기 위해 곡선형의 배치를 선택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시 판정인지 엇박자인지 애매하지 않도록, 같이 누르는 두 개의 노트를 위한 별도의 표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의 곡선형 노트판은, 의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노트의 직관성도 해치고, 심지어 판정선 아랫 부분에 추가된 UI 요소도 없이 완전한 여백으로 남겨두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곡선형 판정선을 만든 이유를 플레이하는 내내 찾을 수 없었습니다. 2-2. 레이어 연주 파트의 레이어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과만 먼저 말씀드리면, 노트에 집중할 수 없는 과도한 요소들의 집합이 돼버렸습니다. 분위기 연출용인 앨범 재킷은 워터 마크나 톤 다운 없이 원색 그대로 배치되었고, 5명의 캐릭터도 초기 지급된 SD 캐릭터를 벗어나면서부터 이미지 사이즈가 커져 화면을 가리는 범위가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경우 음악의 진행에 따라 자리를 바꾸거나 박자에 맞게 위치 또는 크기를 변형해 춤을 추는 듯한 연출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주의를 분산시킵니다. 5인조 아이돌을 구성해 무대를 진행한다는 "연출"을 하는 것은 좋은데, 게임의 본질인 "연주"를 방해하는 선은 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판정 텍스트(Perfect/Good/Miss 또는 Combo 숫자)가 불투명하고 굵은 폰트로 노트보다 상위에 출력되는데요, 서너자리의 콤보 유지 상태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노트의 속성이 일치한 경우 FANTASTIC 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텍스트 좌우에 꾸며진 음표 이미지까지 출력되어 화면을 가리는 범위가 굉장합니다. [ Superstar SMTOWN 의 연주 화면 ] 연주 화면 구성의 경우 비슷한 리듬 게임인 스쿠페스 또는 슈스엠과 비교해보면 노트 집중도가 얼마나 차이나는 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쿠페스의 경우 마찬가지로 편성 캐릭터에 대한 정보와 연출이 중요시 되지만, 기본 화면에서는 캐릭터가 전혀 표시되지 않고 대신 캐릭터의 스킬이 발동될 때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만 잠깐 중앙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하이파이브의 체감이 어려운 캐릭터 스킬 쪽보다 오히려 스킬의 사용 효과가 시각적으로 배가되는 느낌이며 정보의 정돈 또한 가능합니다. [ 오디션의 플레이 화면 ] 다른 관점에서 캐릭터의 연출을 더욱 극대화한 오디션과 비교해보면, 오디션은 눌러야 할 노트가 완전히 분리된 UI로 제공되면서 최 상단에 표현되어 가려짐도 없고 집중 방해도 없습니다. 하이파이브의 연주 파트 레이어 구성은 중도를 노리다가 둘 다 놓친 케이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2-3. 노트 종류와 판정 하이파이브에 사용되는 노트의 종류는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기본 노트는 생김새가 Cytus의 노트와 유사하다는 점만 빼면 특기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노트입니다. 판정선에 도착하는 순간을 잘 노려서 노트를 터치하면 유효 히트가 되는 노트에요. 롱 노트는 리듬 게임의 하드웨어가 터치 디바이스로 넘어오면서 생긴 슬라이드 패턴이 포함된 노트입니다. 누른 상태에서 떼지 않고 한붓 그리기를 하듯 연결된 중간 지점들로 슬라이드하면 유효 히트가 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온라인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다보니 유효 판정 조건을 다소 여유있게 구성한 느낌입니다. 롱 노트의 시작/끝 점과 꺾인 점처럼 특별히 표시된 "포인트" 위치만 맞추면 Miss(실패 판정)는 발생하지 않아요. 가령 시작 포인트에서 다음 꺾인 점까지 연결선이 길다면, 시작 포인트를 누른 상태에서 좌우로 어느 곳이든 슬라이드해도 유효 히트는 계속 발생하게 됩니다. 정확히 연결선 안에서만 입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패턴은 아니에요. 또한 심지어 손을 중간에 떼더라도, 다음 포인트만 일반 노트처럼 맞춰 눌러도 Miss 없이 콤보는 계속 유지됩니다. 다만 손을 한 번 떼면 다시 눌러도 롱 노트 특유의 다단 히트는 중단되기 때문에 대량 득점 기회는 상당 부분 희생되긴 하지만, 그래도 Miss가 아니니 썩 나쁜 처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의 롱 노트 판정에서,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조건이 하나가 있는데요, 이 점 하나 때문에 위에서 말한 느슨한 판정의 장점이 모두 희석됩니다. 바로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포인트"를 놓쳤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보통의 리듬 게임에서 롱 노트 판정은, 중간에 실패가 발생한 시점에서 해당 롱 노트 전체를 비활성화 시켜 판정에서 배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는 중간에 Miss가 발생해도 그 롱 노트가 계속 활성화된 상태로 진행되는데요, 마치 한 번 틀려도 다시 누르면 롱 노트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한 번 틀린 롱 노트는 그 노트의 모든 포인트에서 Miss 판정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시작부터 끝까지 총 5 번의 포인트가 있는 롱 노트의 두 번째 포인트에서 Miss 가 발생하면, 3, 4, 5 번째 포인트는 반드시 Miss 판정이 발생합니다. 플레이어가 복구할 수 없는 가혹한 Miss 의 향연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게 마치 수습할 수 있을 것처럼 표시되는데 전혀 수습되지 않아서 플레이 페이스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며, 처음에는 "아, 내가 이 패턴을 잘 못 누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판정 조건을 알아차린 뒤에는 굉장한 부당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하트 노트는 누르고 있는 위치에 하트가 떨어지면 유효 히트가 되는 노트 입니다. 누름 상태를 유지하고 좌우로 슬라이드 한다는 점에서 롱 노트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롱 노트가 느슨한 판정으로 연결 부위를 풀어주는 노트라면, 하트 노트는 연속된 일반 노트처럼 쏟아져내리기 때문에 세심한 슬라이드 컨트롤을 요구하는, 생긴 것과 달리 가장 까다로운 노트의 성격을 갖습니다. 하지만 노트 기능에서 설명한 것처럼 누르고 있는 곳에 하트가 떨어진 것을 판정하는 노트이다보니, 실제 판정 체크 시점이 미묘하게 느립니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존 롱 노트처럼 슬라이드하고 손을 떼면, 대체로 마지막 한 두 개의 하트 노트를 놓치고 Miss 가 발생하게 됩니다. 덕분에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는 플레이에서 약간 빗겨나, 떨어지는 노트를 보고 음악과 무관한 노트의 판정을 위한 액션을 요구하게 되면서 음악이 아닌 노트의 리듬대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점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본질을 상당부분 희생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듭니다. ---------- 3. 랭킹 모드 하이파이브의 게임 모드는 크게 랭킹과 월드 투어의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랭킹 모드는 다시 오디션 랭킹과 데일리 챌린지로 나뉘는데요(스페셜 모드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컨텐츠), 처음에는 오디션 랭킹에서 소량의 기본 곡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과 함께 이 곳으로 안내되어 몇 곡을 플레이하고 레벨 업 하게 되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랭킹 모드가 게임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곡이 얼마 없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차차 해금(Unlock) 될 것이라는 게이머 일반 상식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금되지 않은 곡 또는 난이도의 경우 다이아(현금의 가치를 가진 재화)를 사용해 1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도 부분 유료화(F2P) 모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제 유도 모델이기 때문에 특기할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랭킹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위 5 개의 곡 점수를 합산해 랭킹"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기할 점은 비슷한 그룹을 리그로 나누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전체 유저를 하나의 그룹에 매칭해 대략 2~3만 등까지 순위가 매겨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리그 방식은, 랭킹 모드의 다른 매뉴인 데일리 챌린지에서 사용합니다. 데일리 챌린지는 매일 매일 미리 짜여진 세 곡을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모드 입니다. 선곡은 매 주 단위로 변경되며, 매일 매일 성적에 따라 자정에 리그 승강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한 주 간의 최종 리그 성적을 매 주 월요일 정산해 리그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랭킹 모드의 요소들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그런데 위의 1. 어필 포인트 에서 이야기했던 "길고 긴 재생 시간"을 잠시 상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곡 당 재생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포인트 지급량이 매우 적다고 했었는데요, 일단 11 레벨까지 진행했을 때에도 여전히 처음과 같은 최대 3 랭킹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3 곡을 플레이하면 소진된다는 의미입니다. 경우에 따라 3 곡이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잠깐씩 하기에 곡당 1분 30초 씩만 잡아도 실제로 메뉴 이동 등을 감안하면 5 분은 훌쩍 지나가버릴 테니까요. 하지만 데일리 챌린지라면 어떨까요? 데일리 챌린지는 세 곡을 연속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오늘의 챌린지를 플레이하고 나면 랭킹 포인트가 0이 됩니다. 한 번에 3 포인트를 필요로 하거든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한 번씩, 하루에 두 번 하는 플레이 패턴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고 했을 때, 출근 길에 일일 필수 미션과 같은 데일리 챌린지를 하고 나면 랭킹 모드는 끝이 납니다. 1 포인트가 충전되는 데 30 분이 걸리거든요. 그럼 이 플레이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음에 이야기할 4. 월드 투어 모드 를 하면 됩니다. 네 아직은 다른 모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 4. 월드 투어 모드 월드 투어 모드는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약간의 레벨업을 달성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여느 RPG류의 "모험 및 전투" 컨텐츠와 닮아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다음 단계로 조금씩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부분에서요. 월드 투어 모드는 초급/중급/상급으로 구분되어 있고, 초급은 Easy / Normal 난이도를, 중급은 Hard 난이도를, 상급은 Pro 난이도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에서 플레이어 성공한 곡은, 오디션 랭킹 모드에 해당 곡의 해당 난이도가 해금되어 랭킹 플레이를 사용해 자유롭게 다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각 등급별로 총 10 개의 액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액트는 다시 6~10 개의 Stag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다수의 일반 스테이지는 랜덤한 곡을 선택해 플레이하지만, 매 액트마다 Show Case 라는 이름의 중간 스테이지 한 개와 파이널 스테이지, 그리고 필수 진행은 아닌 스페셜 스테이지의 총 세 스테이지가 고정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지의 랜덤한 곡 선택 연출에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매번 플레이할 때 마다 랜덤한 곡을 선택하는 것 같은 룰렛 연출이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한 번 스테이지에 선택된 곡은 몇 번을 플레이해도 계속 같은 곡이 선택되고 있습니다. 곡 선택을 다시 하려면 "다시 돌리기"라는 버튼을 눌러야만 곡 리셋이 진행되기 때문에 차라리 클리어한 이후에도 선택한 곡이 남아있다면 괜히 다른 곡이 골라질 것 같다는 헛된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픈 랜덤 연출보다 솔직하게 오픈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전체 스테이지가 미리 제작되어 있는 만큼, 끝까지 진행하려면 많은 노력이 들 거라는 점은 게이머의 상식(..) 선에서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스테이지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논란이 많이 될 것 같은데요. 보통의 리듬 게임에서 사용하는 곡이 끝날 때까지 잔여 생명력이 남기만 하면 성적은 나쁘지만 그래도 클리어 했다!고 판정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곡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 생존은 관계 없음! 이 성공 판정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노트를 퍼펙트로 올 콤보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점수가 모자라면 클리어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점수는 어떻게 올릴 수 있느냐? 에 대해서는 아래 5. 팀의 성장 에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투어 모드의 판정 방식의 경우, 태고의 달인 모험 모드처럼 납득 가능한 형태의 메타포를 사용해 일반 리듬 게임의 성패 판정과 다른 판정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저도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태고의 달인 모험 모드에서는 캐릭터가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하고 몬스터를 때려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노트 올 콤을 했더라도 게이머의 상식(..) 선에서 "아 내가 템이 후져서 이 몹을 때려잡지 못했구나!"를 직관적으로 인지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 5. 팀의 성장 일단 게임 전체의 성장 요소로는 크게 계정 성장과 팀의 성장이 있습니다. 계정 성장은 플레이 누적에 따라 계정 레벨이 상승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계정 성장을 가진 게임들처럼 랭킹 포인트의 최대량이 늘어납니다(라고 생각은 되지만 워낙 적어서 늘어난 건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리고 팀의 성장은 압축해서 "팀 스타성"이라는 지표로 나타나는 숫자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팀 스타성이 높아야 월드 투어 모드의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5-1. 캐릭터 게임의 이름인 HIGH 5 에서도 나타나다시피, 한 팀의 최대 인원은 5 명 입니다. 어떤 모드에서라도 팀에 편성하고 플레이하면 해당 캐릭터는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상승합니다. 최근 모바일 캐릭터 게임들에서 자주 사용되는 "별"의 개수로 등급을 표시하는 것 또한 존재하는데요, 도탑전기를 필두로 한 캐릭터 게임에서 등급을 올릴 떄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같은 캐릭터의 무언가를 모아 모아서 캐릭터의 별을 높인다.는 방식을 하이파이브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아야 할 같은 캐릭터의 무언가는 "소울"이라고 표현하고 있고요. 즉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팀에 편성시키고 열심히 플레이해 레벨을 올리는 방법과, 캐릭터 소울을 열심히 모아 별을 올리는 방법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5-2. 장비 캐릭터마다 총 4 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있습니다. 각각 음향장비 / 패션잡화 / 악세사리 / 음식 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모든 장비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강화와 합성이 가능합니다. 강화는 다른 장비 여러 개를 갈아서 +1, +2 처럼 장비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고, 합성은 아마도 캐릭터 소울을 모으는 것처럼, 같은 등급 또는 같은 장비 두 개를 합쳐서 상위 단계의 별로 승급시키는 방식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합성 시스템에 대해 확정이 아닌 추측인 이유는 아직 합성을 시도해보지 못해서 입니다. "합성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표시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반적인 다른 게임에서의 강화 방식처럼 최대 강화 단계인 두 장비를 합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총 다섯 명의 캐릭터를 한 팀으로 편성해서, 각 캐릭터들을 레벨업 시켜주고(레벨업이야 기본 플레이인 연주를 열심히 하면 달성되는 부분이니 별도로 신경쓰일만한 부분은 아님), 소울을 모아서 등급을 올려주고, 또 각 캐릭터마다 4 종류의 장비(5 x 4 = 20)를 챙겨서 장착시켜주고, 또 각 장비들마다 여벌의 장비들을 갈아넣어 강화도 시켜주어야 하니(2성급 장비 +1 달성에 1성급 장비 4 개가 필요) 생각보다 굉장한 량의 자원을 부어야 팀의 스타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런데, 정리가 잘 안되어 있어요.. 이 부분은 아래 7. 거시적 플레이 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6. 수집 요소 앞서 이미 손에 넣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하이파이브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있는 "수집욕을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우선 캐릭터의 개수로만 보면, 현재 공개된 시점에서 총 159 명의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 겹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총 78 명의 유니크한 인물들을 "카리스마" "인기만점" 등의 접두어를 붙이고 의상을 바꿔 다른 캐릭터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복장 뿐만 아니라 자세까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리소스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숫자 면에서는 꽤 부족함 없는 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캐릭터들의 컨셉이 크게 세 분류로 나뉩니다. SD형 / 극화형 / 만화형 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화형 캐릭터는 굉장히 드뭅니다. 가챠를 돌려도, 플레이 보상을 받아도, 대부분이 저 SD형 캐릭터에요. 극화형과 만화형은 베리에이션을 총 세 단계나 갖는 데 반해 SD 형은 원본과 베리에이션1종의 단 두 단계로 제한되는 것만 보더라도 사실상 동등한 하나의 컨셉이라기보다 낮은 단계의 가치를 갖는, 더 많이 등장하는 빈도 높은 캐릭터로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90년대 채팅 프로그램의 아바타 같은 느낌의 SD 형 캐릭터를 꽤 싫어하는 편인데, 원하는 예쁜 캐릭터를 기대하고 가챠를 구매해도 쏟아지는 수 십 여 개의 SD형 캐릭터를 보면 점점 없던 분노마저 생기는 기분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트위터에서 SUKJA 님의 일러스트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홍보에 하이파이브를 시작한 입장인 지라 그 캐릭터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가 좀 더 강렬한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무엇을 수집하느냐만큼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수집하느냐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이파이브의 캐릭터 수집 방법이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확률 보상"과 "확정 보상"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확률 보상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바로 그 "가챠" 즉 뽑기 방식 이고요, 확정 보상은 월드 투어 모드의 파이널 스테이지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의 파이널 스테이지는 앞서 4. 월드 투어 모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플레이할 곡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클리어 시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또는 캐릭터의 소울) 또한 고정되어 있고요. 즉,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파이널 스테이지를 1회만 플레이하면 되지만, 다음 등급으로 성장시키려면 최소 17 번 이상 같은 곡을 반복해야 합니다. 일단 같은 곡을 17 번이나 반복하는 것도 대단히 괴로운 여정이지만, 파이널 스테이지는 하필 풀 버전의 곡이 재생되기 때문에 재생 시간도 깁니다. 그리고 계정 레벨 11 기준, 투어 포인트는 최대 5 포인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충전에만 6시간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월드 투어는 충분히 성장해 다음 액트로 넘어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설령 모든 액트를 클리어한다 해도 최대 10 명의 캐릭터만 입수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오직 가챠"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는 확정 보상의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가 추가될 필요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 7. 거시적 플레이 현재까지의 결론은, 하이파이브의 뼈대가 되는 플레이 모드는 랭킹 모드가 아니라 월드 투어 모드라는 것입니다. 일단 실제로 동작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지향하는 바를 종합한 하이파이브의 거시적인 플레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구조는 위의 선순환이 중간 중간 깨져있는 형태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선 1) ~ 2) 의 흐름은 동작합니다. 월드 투어에서 클리어한 곡을 오디션 랭킹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2) ~ 3)은 첫째로 랭킹 포인트 부족으로 가로막힙니다. 팀이 충분히 성장할만한 플레이 횟수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캐릭터의 경험치 습득 만으로는 팀의 충분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캐릭터의 등급을 올리는 소울과 장비를 강화/합성하기 위한 장비를 얻는 곳은 오디션 랭킹이 아닌 월드 투어이기 때문에 실제로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오디션 랭킹이 아닌 월드 투어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경험치는 어느 쪽에서도 오르기 때문) 즉, 디아블로3 발매 시절에 불지옥 난이도가 혹평 받던 에 해당합니다. 사실 불지옥 난이도도 그렇고, 월드 투어 모드도 그렇듯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의 컨텐츠를 반복 플레이하면 "언젠가는"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최근의 플레이 트렌드는 안정적인 "확정 보상"이 일단 확보된 상태에서 "확률 보상"이 추가로 제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는 플레이어의 기대와 실제 플레이 흐름이 어긋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플레이 흐름으로 돌아가보면, 그렇기 때문에 3) ~ 4)는 팀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월드 투어의 진도를 나갈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의 진도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게임 진행이 굉장히 더디게 흘러가게 되고 플레이어에게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결제와 무결제 극복 모두 어려움을 맞게 되는 부분은 하이파이브의 과금 구조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하이파이브는 대부분의 과금 구조가 확률 보상에 의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시피, 일반 플레이 상에서 노가다라고 흔히 불리는 그라인딩(Grinding) 순환이 깨져있기 때문에 단순히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으로는 원하는 무언가(성장 단계 또는 수집품)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장비 또는 캐릭터 가챠를 통해 확률적인 무언가를 얻기만을 기대하거나, 캐릭터의 레벨 또는 소울을 랜덤하게 상승시키는 과금 모델을 통해 확률적 성장(..?)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확정 보상 없이 확률 보상으로 극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돈이든 아니면 시간과 노력이든 얼마나 들여야 어느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를 플레이어가 예측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즉, 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게임의 결제 자체가 망설여집니다. ---------- 8. 요약 글이 처음 생각보다 굉장히 길어졌는데요. 전체를 짤막하게 요약해 장점과 단점을 짚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이파이브 for Kakao에 대해, 처음에 가지고 있던 기대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플레이 이후에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딱히 부정적인 의견은 아니고, 전체 구조가 일반 리듬게임과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차라리 도탑전기류의 코어 플레이 방식에 리듬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바라보면 하이파이브를 좀 더 올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른 리듬 게임들의 방식을 억지로 차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도탑전기류의 특장점들을 좀 더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다면 이후의 성장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긴 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안녕하세요, Zeraison 입니다. Facebook에서 있었던 게임 디자이너 선배 님들의 흥미로운 토론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포럼으로 옮깁니다. (GDF 회원이 아닌 분들의 이름은 임시로 성의 영자 표시를 일괄 적용했습니다.) ---------- Sunbkim: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news/3449/read?articleId=1798724&bbsId=G003&itemGroupId=44&pageIndex=1 (메인 퀘스트를 제외한) 퀘스트 안내 표시를 없앴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묘한 기분. 공식 사이트에서는 보기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긴 한데. 참담한 기분은 뒤로 하고, 이건 편의성 문제보다 저 사람들에게 퀘스트를 찾아가고 해결하는 과정이 다른 요소들(전투 등)에 비해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게임플레이가 되어주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TOS는 전혀 해보지 않아서 TOS가 그런 재미를 주는지 안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중에 '탐험하고 찾아가는 건 어드벤처 게임이지 RPG는 사냥과 성장이 본연의 재미'라는 말이 이미 (한국 MMO) 플레이어들 사이에 주류로 형성된 인식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서양 싱글 플레이어 RPG 씬에서 '메이저 RPG vs. 클래식 스타일 RPG'의 대비와, 클래식 스타일 RPG 인구 안에서도 '퀘스트 vs. 전투'의 대비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 Tophet: 저는 이 댓글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사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저널 기록을 자동으로 남기는 것 조차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사도였고, 던전 RPG의 오토맵 또한 '모눈종이에 지도를 그리는 재미'를 져버린 것이었죠. 퀘스트 마크와 탐험의 재미가 반드시 상충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탐험의 재미는 퀘스트를 찾아 NPC 하나하나 찾아보는 행위에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퀘스트 마크를 없애기 이전에 재미있는 이야기, 탐험할만한 세계를 준비했는지가 의문이네요. 한국이 아닌 중국에 있어서 클베 신청을 못했습니다만. ---------- Voosco: '모험의 재미'라는걸 과거의 사례를 '그대로' 옮겨오는 걸로 복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대에는 현대에 맞는 '모험의 재미'를 주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 Jeong: 재미있는 시도 같네요. 뭐 퀘스트를 사냥 노가다보다 조금 빠른 레벨업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한테는 의미없는 시도겠지만. NPC가 퀘스트를 주는 모든 게임이 NPC 머리 위에 느낌표를 달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TOS도 그런 게임 중 하나라면 좋을 것 같군요. ---------- Kil: 직접 찾아다니는 아기자기한 재미. 뭐 이런 것을 원한다면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제는 퀘스트 자동 네비게이션은 그냥 있어야 하는 것. 이 되어버렸는데... 그냥 없앨테니 알아서 찾으세요. 는 ㅠㅠ 저도 언제나 고민 되는 주제입니다. 능력이 미천한지라 거의 잊으려고 노력했던 주제이기도 하고요... ---------- Kim: 없어도 인벤보고 할껀데요 뭐; 안찾아보는 친구들만 손해보는거지. 저도 Tophet 님 의견에 동의 ---------- Sunbkim: 공략 언급하시니 생각나는데, 한국에서는 '공략'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걸 영어에서는 strategy(전략)와 walkthrough(따라하기)로 나누죠. '전략'은 전투처럼 예측불가능성이 있고 역동적인 게임플레이를 잘 하기 위한 조언으로, '따라하기'는 스토리와 선택지처럼 정적인 부분을 그대로 따라하도록 하는 겁니다. 왠지 고전적인 루돌내러톨인터랙티브스토리텔링어쩌구 논쟁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이게 퀘스트 게임플레이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전투 같은 다른 게임플레이 부분에 비해 정적이고, 시스템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대사와 스토리 등 정적인 요소로 재미를 줄 수 밖에 없다는 부분이요. 탐험을 봐도 (해보진 않았지만 겉으로 봤을 때) TOS가 의미있는 탐험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결국 시스테믹한 게임플레이로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투와 성장(그리고 커뮤니티)만 남겠죠. 그런 전투와 성장, 커뮤니티를 중점으로 즐기는 사람들에게 퀘스트 마크가 없다는 건 재미있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전투와 성장 진행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불편함, 소위 노가다가 될 것 같습니다. '정적인 스토리'와 '동적인 전투'의 조합은 사실 오랫동안 쓰여온 게임 형식이긴 합니디만, 그 두 모드가 병행하는 형식을 둘 다 즐길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이제는 소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퀘스트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고민은 퀘스트/내러티브를 어떻게 동적이고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로 만들 것인가, 결국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들 하는 고민이겠죠. ---------- Mediahazard: 저는 어떤 방법론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UI에서 과도한 힌트를 주지 않는 것이 게임플레이의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시행착오의 경험은 제거해버리고 다른 형태로 탐험을 체험하는 게임의 재미도 있겠죠. 다들 아시는 뻔한 얘기를 하자면, 각각의 게임과 타겟 유저가 다를테고... 그걸 하나의 법칙으로 적용해서 옳다 그르다를 따지긴 어려운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해보지는 않았지만) TOS가 그런 것(고전적인 퀘스트 RPG를 계승하는 게임디자인 / 특히나 국내에서 매우 매우 수가 적고 매니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저층 & 그에 대한 채산성)을 감안하고 퀘스트 안내 표시를 없앤 것인지에 대해서는 Sunbkim님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의구심이 들기는 합니다. ---------- Kim#2: 메인 퀘스트가 아닌 서브 퀘스트만 없앴다는 부분을 생각해 볼 때, TOS에서 적극적으로 이 시도를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애초에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메인 퀘스트까지 날려버린다면 확실히 일이 커지겠죠. 그렇지만 TOS의 행보는 그 정도 규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브 퀘스트가 보상이나 다른 면으로나 그저 '보너스' 정도라면 생각보다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네요.(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뺀 것일지도요)
  5. 안녕하세요, Zeraison 입니다. 트위터에서 개발자 분들의 게임 네러티브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기에 그 중 포럼 회원 님들의 대화를 뽑아 포럼으로 옮겨보았습니다. (더 많은 개발자 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옮기지 못한 점은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tophet: 싱글 플레이어 게임들은 변수를 통제하고 스크립트를 통해 말 그대로 '영화같은' 경험을 제공해주곤 하는데 다수 플레이어를 전제로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네러티브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이건 조금 난감한 문제일 수 있다.. 블소, 구공온, 길드워2 같은 경우는 인스턴스로 공간을 분리하고 스크립트로 연출을 시도. 구공온의 경우, 대화/연출 씬에 파티원 전체가 참가하기도... 한편 디아블로, 보더랜드2, 데스티니의 경우는 게임 내에서 별도의 화자가 이야기를 '읊어' 주는 것으로 네러티브를 전달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건 경험 측면에서의 '네러티브'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네러티브' 이야기 ---------- Voosco: 난 온라인에서는 굳이 내러티브 '전달'하려하기보다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도록 부추기는 쪽이 더 낫다고 보긴 하지만 ... 굳이 하려면 와우의 '월드 이벤트'식이 좋지 않은가? 싶음. 월드 전체를 대상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벌어지고 그걸 통해서 내러티브 전달.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음. (따라서 어느정도 예고같은걸 해 줄 필요가 있음) 가성비는 굉장히 낮긴한데, 반대로 그때 그 자리에 있었기에 경험할 수 있었다는 부분, 즉 경험의 희소성은 압도적으로 귀한게 되니까. 뭐 나중에 리플레이 등을 통해 또 볼 수는 있더라도 '현장감' 같은게 좀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 ... 스포츠 중계의 생방송과 녹화방송처럼, 내용은 같더라도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라는 것이 중요시되는 거야말로 게임과 같은 매체에 잘 어울리지 아니한가 ...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인용하는거긴 하지만, 블레이드 런너의 레플리칸트 로이 배티의 대사,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같은걸 게임 접을 때 할 수 있다면 대단치 않겠는가! 게임 접으면서 아바타가 이런 대사를 하는거임.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ve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막 눈물이 ... ---------- tophet: 사실 뭐 거창할 필요까진 없고 "만렙 드래곤이 마을에 쳐들어와서 수백명의 플레이어가 막아낼 떄 바닥에 구르던 시체192이 나였다..." 뭐 이정도만 되어도... ---------- Voosco: 실제로 리니지2 바츠 해방 전쟁에 내복단 2378번으로 참가했던 무수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mmorpg 얘기 나오면 그 에피소드를 읊어대고 있지 ... 지금도 !! (이쪽은 게임 서사가 아니긴 하지만) ---------- tophet: 하지만 사실 그 바츠 해방전쟁 내복단 2378번이야 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MMO에서만 가능한 플레이어 서사 아니겠습니까... ---------- zerasion: 게임 서사가 아니다 라는 것은 게임이 제공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집단 서사이기 때문에 구분하신 것인지요? ---------- Voosco: 네 맞습니다. 지금 얘기하려는건 게임에 내장된,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서사이지 플레이어들끼리 만들어낸걸 말하는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게임의 서사도 앞서 트윗의 내용들을 만족한다면 엇비슷한 감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와우의 그 ... 스카라베 군주 이벤트처럼. ---------- tophet: 음. 그런 거라면 Earth And Beyond 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6.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오늘 Twitter에서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링크 하나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포럼에 그 대화들을 모아 옮겨봅니다. (용이한 편집을 위해 실제로 대화형 멘션 묶음인 경우와 별도의 개인 독백인 경우가 섞여 있으니 이 부분은 참고 부탁 드립니다.) ---------- lolkain: "유비소프트 표준 대작"에 대해서 - (링크) http://neetical.egloos.com/3515728 저 개인적으로도 오픈월드 게임에 대해 스터디를 하고 있지만 하면 할 수록 생각할 거리도 많고 기획안이 떠오르는것도 많아서 즐겁습니다 ㅎㅎ ---------- tophet: 나에게 오픈월드 혐오증을 심어준 게임 중 하나가 어쌔신 크리드였는데, 서브 퀘들이 양은 많아보이는데 지나치게 얄팍했고, 그래서 하다 보면 금방 고갈됨. 하다하다 지겨워서 그냥 관둠. 엘더 스크롤 시리즈도 마찬가지...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서브 퀘스트가 자동으로 생성된다고 할 수 있는데, 퀘 자체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쟤를 죽여라' '쟤를 죽여라') 찾아가서 실제로 죽이는 '실행'하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계속 생겨나기도 하고. 사실 서브 퀘스트들은 위쳐3 처럼 어떤 결과가 세계에 누적되지 않는 이상에야 그냥 반복시켜도 몰입에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나 데스티니 봐도 멀쩡함. 이런 반복은 몰입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반복시키지 않으므로 제한된 비용 내에서 분량을 채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서브퀘는 얄팍해짐. 오히려 이런 소모되지만 얄팍한 컨텐츠가 나한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 zerasion: 일단 제 감상은, 대작은 대작 역할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대형 개발사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쪽입니다. 몰개성 부분은 제가 아직 유비 대작 라인의 다른 시리즈를 못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쉬운 대목인 것 같긴 해요. 링크된 글에서 공감하는 건 "재미 없는 포멧을 복제하고 있다"와 "작품들 간의 개성이 사라진다"는 것. 하지만 대작이 완성형을 향해 자가복제하는 게 나쁜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일례로 와우와 완전히 똑같은 시스템 구조를 가진, 디아블로의 세계관과 스킨을 가진 또는 스타크래프트의 그것을 가진 게임이 나오면 그것은 "잘못"일까요? 복제품만 아니라면, 게임들 사이에서 게임 디자인이 "반드시 달라야 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닌 이상 무언가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고, 그 차이가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작품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무엇이 다르냐"로 작품의 가치가 판단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컨텐츠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글쓴 분과 정 반대의 입장입니다. 오픈월드에 메인 퀘스트가 정말 필요한가? 쪽이라서요 ㅎㅎ 그걸 아예 들어내버리면 저 서브 퀘스트들에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비가 그걸 잘 포장할지는..ㅋ tophet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재미 없는 걸 계속 하게 된다"는 부분이고, 오픈 월드는 그런 점에서 잘못된 장르적 접근이라기 보단 아직 갈 길이 먼 장르라고 보아야하지 않나는 입장입니다. ---------- tophet: 언급한 구성에서 메인 퀘스트를 들어내버린다면 정말 뻔한 패턴이 반복되는 얄팍한 서브 퀘스트들로 채워지는 건 아닐까요. ---------- zerasion: 서브 퀘스트가 얄팍하고 반복적이라는 건 분명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메인퀘를 들어내면 서브퀘를 그렇게 안만들지 않을까 하는 나이브한 추측이에요. ㅋㅋ ---------- tophet: 얄팍하고 반복적인 서브퀘스트가 늘어나는 건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서이고, 서브퀘스트 채워넣다가 메인퀘스트가 밀려나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메인급 서브퀘스트들로 채워지거나 얄팍한 서브 퀘스트만 남지 않을까요.. ---------- zerasion: 세계관을 전달하는 몫을 온전히 메인퀘스트에 전가했기 때문에 서브퀘스트는 킬링타임의 목적만 분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그래서 메인퀘가 사라지면 서브퀘의 의미와 제작 의도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ㅎ ---------- lolkain: 대작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뭐 회사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집단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맞는 말이긴 하네요. 다만 게임으로서는 어떠한가를 생각하면.. 음. 할리우드를 떠올리면 좋은 예시가 될듯 하네요. 저는 오픈월드에서 컨텐츠를 채우는 것. 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퀘스트라고 하는 절대적 컨텍스트는 스토리에 의해 좌우되는가. 라는 측면인데, 많은 경우 rpg의 그것을 차용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봅니다. ---------- zerasion: 일단 유비는 대작과 실험작을 병행하는 꽤 좋은 모습을 "적어도 아직까지는" 보여주고 있으니 유비 대작에 물린 게이머는 실험작들로 충족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ㅋㅋ 전 tophet 님 트윗에서 모르도르의 예시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생각됩니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컨텐츠로도 오픈월드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느낌이라서요. ---------- linea: NPC의 배경 이야기 같은 걸 서브에 풀어놓는게 낫지 않나 싶네요. 메인에서 세계관에서 제시를 하면 서브에서 더 그걸 깊게 만드는 구성이 가장 베스트 같아보여서요. ---------- shotbyshot: 전 배경이 달라지는 게 탐험/거점 게임에서는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모험의 동기 측면) 3D멀미가 있는 저에게 1/3인칭 차이도 꽤 큽니다 ㅋㅋ 제가 유비빠라 그런 거 아닙니다... ---------- lolkain: 동기부여라는 점에서 배경이 달라지는건 꽤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야 많은 rpg도 뭐가 되든 보스 때려잡고 템 분배하고.. 털린 보스만 불쌍하네요 ㅋ ---------- tophet: 유비대작류의 서브 퀘스트가 왜 숫자만 많고 얄팍한가를 사실 따져보면 1. 일단 비선형 구조이기 때문에 서로 연계나 깊이를 만들기 힘들고 2. 어쨌든 한번 하고 버리는 '소모' 구조이기 때문에 품을 들이기 힘들죠. 1번과 2번이 합쳐지면 제목과 지문만 약간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는, 고만고만한 얄팍한 서브 퀘스트가 대량으로 채워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데, 가장 좋은 건 절차적 생성을 넘어서 세계 내에서의 '창발' 이겠습니다만 뭐 그건 좀 하이테크고. 애초에 서브 퀘스트가 '소모'되는 구조 자체가 전 불만이라서요. 신경써서 잘 만들고 나중에 반복시키면 안되나? 랄까.. 디아블로3 어드벤쳐 모드 그 자체, 그리고 그 안의 필드 퀘스트 ---------- zerasion: 오옷. 그 부분은 저도 동감합니다. 왜 소모적이어야 하는가하는 부분이요 ㅎㅎ ---------- tophet: 파이어폴과 데스티니의 바운티 (이 둘은 성향이 다릅니다만),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오크잡기 등등. 같은 컨텐츠를 연속해서 반복한다거나 하면 곤란하겠습니다만, 일정 규모의 풀 내에서의 반복은 괜찮아보이거든요. ---------- khalbora: 음... 오픈 월드의 스토리 퀘스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픈월드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야 말로 절차적 생성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갈 길이 너무 멀지... 절차적 스토리 생성의 핵심은 '이게 사람이 직접 쓴 것 보다 재미있는가?'로 요약이 가능한데 기존의 절차적 생성 방식으로는 이게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컨텐츠와 달리 스토리에서는 유저의 기대치가 만족도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 지형이나 액션에서는 기대한 일이 일어난다가 멋짐과 직결된다. 반면에 사람들이 말하는 멋진 스토리는 보통 개연성에 충실하면서 예상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전을 미친듯이 좋아하지만 그 반전의 가치는 '내가 왜 이걸 몰랐지!' 여야 한다. '이게 말이 되냐!'면 그대로 망함. 절차적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는 크루세이더 킹즈가 있는데... 디테일을 유저가 채워넣게 되어있다 보니 재미있는 감상글이 많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 일들은 결국 유저가 고려했어야 하는 수 많은 변수 중 하나에 의한 일이다 보니 결국 유저가 납득하게 되고 그 와중에 디테일을 채워넣다 보니 야 이거 재미있네... 가 되는 셈. 물론 대다수의 유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 tophet: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까지 아주 멋지지 않으면 기억하질 못하죠... ---------- khalbora: 네. 그런데 절차적으로 생성한 스토리를 텔링까지 기막히게 하기에는 생성 기술도 전달 기법도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죠. ---------- tophet: 스토리를 절차적으로 생성한다는 건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 khalbora: 뭐 사회학과 심리학의 초인이 절차적 스토리텔링의 꿈을 꾸며 게임기획에 뛰어들어 무제한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냥 100명한테 스토리 쓰게 시키는게 더 싸겠죠. ---------- tophet: 스토리에 대한 기대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퀘스트 자체를 절차적으로 생성하지는 못할 것. 하지만 만들어둔 퀘스트를 절차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가? 이게 요즘 내 고민임. 데스티니, 파이어폴, 워페이스 등이 이를 절차적으로 사용하고 있음. 셋 다 PVE FPS 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FPS의 컨텐츠 생산 비용이 RPG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것에 기인할 것. 디아블로3 역시 필드 퀘스트들을 보면 잡퀘들을 절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유저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NPC들의 시덥잖은 대사가 아니라 당장 할 꺼리 (와 보상)이 아닌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RPG + FPS 인데 팀 규모와 역량상 컨텐양이 턱없이 부족함. 어떻게 하면 적은 자원으로 플레이타임을 늘릴 수 있나 고민하다 보니 결국은 컨텐츠의 절차적 재사용이라는 결론이 나왔습죠.. 워페이스가 PVE에서 레벨을 절차적으로 재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일단 PVE는 2개의 작은 스테이지가 이어져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완성함. 작은 스테이지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인 구성을 지난 path와 스페셜 구성의 junction. junction은 보스전, 디펜스 모드, 호위하기 등 특별한 미션을 갖고 있고 각 지역(테마)별로 여러개의 path와 junction을 지니고 있음. path와 junction을 하나씩 랜덤하게 뽑아서 이어붙임. path는 정방향일 수도 있고, 역방향일 수도 있음. 그래서 만일 8개의 path와 5개의 junction이 있다면 가능한 조합은 모두 80가지. (8 X 2 X 5) 라지만 사실 유저가 기억하는 건 5가지의 junction 뿐이라능...
  7.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어제 공개된 데브캣 스튜디오의 신작, "마비노기 듀얼"을 너무 재미있게 즐긴 나머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하는 마음에 출시 만 하루도 안 된 시점에 성급하게 타자를 두들겨 봅니다. 우선 접근하려는 방식은 제가 이해한 범위 내의 규칙에 대해서 매직 더 개더링(이하 MTG), 하스스톤, 그리고 마비노기 듀얼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이 세 게임 모두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MTG의 경우 특히 경험이 부족해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발견하시면 이 스레드를 통해 정정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할 것 같습니다. ---------- 1. 유사 게임과 규칙 비교하기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세 개임의 규칙들을 비교해 본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그래서 마비노기 듀얼은 어떤 효과를 얻었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승리 조건 유사 장르에서 게임의 근간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세 개임 모두 똑같은 조건을 승리 규칙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TCG에서 파생된 CCG의 경우에도 대부분 플레이어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카드 외 함락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특기할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2) 트레이드 아마도 TCG라는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T(Trading)를 지킨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크게 "카드 게임"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스스톤은 트레이딩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CCG(Collecting Card Game)으로 분류됩니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소울링크로 카드 교환을 하는 시스템 등을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게임을 나누는 부분에 대한 재미에 대해 가치를 크게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소모 자원 MTG의 덱에 구성할 수 있는 소모 자원의 종류 제한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눈물) 하스스톤에서는 이를 마나스톤이라는 단 한 가지의 자원으로 압축해 굉장히 파격적인 접근성을 제공했는데요, 마비노기 듀얼은 최대 세 종류의 자원을 같은 덱에 구성할 수 있게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깊이를 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자원에 대한 이해와 운용에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다수의 초반 플레이어들에겐 복잡한 요소로 여겨질 수 있고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무덤 하스스톤은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사용한 카드는 기본적으로 소멸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간혹 일부 카드의 "부활 효과를 가진 주문"을 통해서만 죽은 하수인을 되살릴 수 있고요. MTG는 기본적으로 물질계(..)의 카드를 쌓아놓고 하는 게임이며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무덤에서 카드들을 다시 가져오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계승한 것 뿐만 아니라 기본 시스템 안에 녹여내는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1의 행동력과 영웅의 체력 일부를 소모하는 대신 무덤의 모든 카드를 다시 손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마비노기 듀얼만의 드로우(카드 뽑기) 없는 시스템과 최대 12 장으로 구성되는 덱의 제한 때문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이 끝나기 전에 손에 든 모든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이 매우 많을 테니까요. 5) 방어력 하스스톤은 매우 여러모로 간단한 규칙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어력의 경우도 오직 영웅에게만 존재하는 개념이고 방어력을 무시하고 직접 체력을 깎는 특정 공격 방식이 아니고서야 방어력 수치 1은 체력 1과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이죠. 방어력이란 오직 체력보다 먼저 감소되는 개념이라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의 방어력은 생각보다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도무지 어떤 규칙으로 감소하는 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다른 플레이어의 공략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이해했습니다. [헝그리앱] 마비노기 듀얼 방어력과 체력의 관계에 대해서 방어력이 있어서 방어자에게 유리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지만, 그래서 몇의 공격을 맞았을 때 각각 얼마 얼마씩 깎이는 지, 그래서 더 압축해서 이걸 맞았을 때 이 소환수가 사는 지 죽는 지 판단하기가 초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6) 효과의 분류 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MTG에는 명시적으로 분류되는 효과 구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시브 인스턴스 등의 스펠 제외) 하스스톤은 세 가지로 압축되어 명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전투의 함성/죽음의 메아리/미분류 가 바로 그것입니다. 전투의 함성은 하수인이 전장에 등장할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죽음의 메아리는 하수인이 죽을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미분류는 카드에 적힌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룹을 다시 다른 효과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죽음의 메아리를 가진 하수인이 등장할 때마다 공격력 1 증가 등) 하지만 MTG와 마비노기 듀얼은 딱히 시스템적으로 이를 구분지어 그룹화 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여기서 설명을 카드 가득히 상세하게 표현한 MTG의 경우에 비해 공간 제약이 심해 문장을 압축한 마비노기 듀얼의 효과 설명이 굉장히 애매하거나 부족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문장만 봤을 때 이 효과가 한시적인건지 지속적인건지 또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주는 지가 모호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하스스톤의 효과 분류 방식은 반대로 이야기해서, 게임이 가질 수 있는 효과의 종류를 제한하는 역기능이 되기도 합니다. (웃음) 7) 턴과 페이즈 매직은 한 턴이 전투 선언, 공격자 선언, 방어자 선언, 전투 피해, 전투 종료 등 여러 개의 페이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가로로 놓는 탭 방식을 사용해서, 사용하지 않은(언탭) 카드는 비용만 충분하다면 한 턴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은 페이즈를 삭제하고 턴 내에서 비용 제한 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열어두었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한 턴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도 턴은 유지하고 페이즈를 삭제한 부분까지를 보면 하스스톤처럼 간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행동력"이라는 강한 제약을 추가했습니다. 내 손에 카드도 충분하고 자원도 충분하더라도,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횟수는 아래에서 다룰 레벨에 따라 강하게 제약됩니다. 8) 소환수 중간 계산 MTG는 한 턴 안에 사망시키지 못한 소환수는 다음 턴에 모든 체력이 회복됩니다. 이는 전장 상황을 따로 적지 않는 이상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기억만으로는 제대로 게임을 진행시키기 어려운 오프라인 게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일텐데요, 하스스톤과 마찬가지로 마비노기 듀얼도 소환수들의 중간 결과를 턴이 끝나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니 만큼, 기계가 인간의 계산을 대신해서 화면에 표시해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부분은 현대 게이머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튼튼한 원류가 되는 게임을 각색하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탄탄한 규칙을 흔드는 일이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감행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9) 되살리기 되살리기는 사실 위의 4) 무덤에서 무덤의 존재 여부만 언급하고 행동력을 소비해 모두 가져오는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 분리했지만 위에서 언급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10) 드로우(카드 뽑기) 일반 포커나 화투처럼 뒤집힌 카드를 뽑아 어떤 카드가 나오는 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는 운의 요소를 MTG나 하스스톤은 그대로 따릅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 같은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드로우라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의 상황에 보다 전략적인 대응과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장점이 되지만, 반대로 선택 하나 하나의 무게가 커지기 때문에 게임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게임에 운이 개입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도 실력과 무관하게 승리에서 멀어질 수 있고, 반대로 잘 못하는 사람도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승패의 결과에 대한 플레이어의 책임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으로 두는 것 같습니다. 11) 자원 추가 자원을 추가하는 방법은 세 게임이 모두 다릅니다. MTG는 플레이어가 미리 덱에 포함시켜둔 대지 카드를 매 턴 마다 1장씩 사용해 자원을 축적해나가는 방식이고, 하스스톤은 아예 시스템이 정한 "턴 마다 최대 마나스톤 1 추가"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매 턴마다 자신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자원이 1씩 추가되는 것이 기본적인 자원 추가 방법이지만, 여기에 추가 자원 획득이라는 변수를 넣어 두었습니다. 턴 내에 행동할 수 있는 횟수인 행동력을 1 소비해서, 내가 사용하는 자원들 중 랜덤한 한 종류를 1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운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드로우를 제거한 방식과 꽤나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이는데, 행동력 1의 가치가 굉장한 게임에서 그런 행동력을 소비하고 습득하는 자원이 랜덤하다는 부분은 꽤나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활용해 단일 자원 덱 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도 메타게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만, 꽤나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12) 기본 공격 대상 MTG의 소환수들은 특별히 방어자가 지정되지 않는 한 영웅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스스톤은 기본 공격 대상이라는 개념이 없이 아예 모든 대상을 수동으로 설정하며, 다만 상대편이 전장에 소환한 "도발" 효과를 가진 하수인이 있다면 반드시 이 대상을 먼저 처치해야만 하는 규칙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이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공격 대상을 결정합니다. 게임에는 플레이어마다 정해진 다섯 개의 슬롯(자리)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각 슬롯에 소환된 소환수는, 바로 앞 슬롯의 대상을 공격하게 됩니다. 앞 슬롯에 소환수가 있다면 그 소환수를, 빈 칸이라면 영웅을 공격하게 됩니다. 간혹 카드의 조건에 "ㅇㅇㅇ한 대상을 공격"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굉장히 명료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다른 카드 게임들과 달리 "판"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드 게임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막지 않으면 영웅을 때리겠다"는 것은 MTG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13) 공격 방식 MTG와 하스스톤은 모두 동시 판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2 이고 체력이 1 인 두 대상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 둘 다 사망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공격자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강한 대상을 앞에 두고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하는 장기나 체스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력이 얼마가 됐든, 내 공격력이 적의 체력보다 크기만 하면 내 소환수의 사망 없이 적을 처치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성격을 다른 두 게임과 크게 가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4) 레벨 게임 도중 레벨업한다는 점이 굉장히 DOTA like로 불리는 MOBA라는 장르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밖에서 플레이를 반복하면 직업별로 경험치를 누적하는 하스스톤의 레벨 개념이 아니라, 실제 대전 도중에 영웅이 레벨업을 하는 개념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레벨업의 효과가 굉장한데, 앞서 계속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턴 당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이 1씩 증가하고(레벨 = 행동력), 각각의 카드들이 영웅 레벨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위의 8) 소환수 중간 계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컴퓨터 게이밍이니 만큼 레벨업으로 변화된 카드들의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레벨업 하기 전에는 레벨업을 했을 때 어떤 변화들이 있을 지 플레이어가 사전에 파악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레벨업을 할 지 말 지를 선택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영웅의 레벨에 따른 카드의 성능 변화는 각 카드들을 확대한 상태에서 "도움말"을 보면 표시가 되긴 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번거롭고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데다 그만큼 직관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레벨업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하는 게 대체로 유리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경험치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왜 자동으로 레벨업 시켜주지 않는 건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 사실 이후에 UI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을 추가하려고 했지만, 이미 글의 양도 지나치게 길어졌고 점심 시간이 다해버려서 2부로 쪼개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의 소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마비노기 듀얼 정말 재밌네요...! 헉헉헉!
  8.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요즘 출퇴근 시 간간히 몬스터헌터4G를 즐기고 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차지 엑스"라는 무기를 사용하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평어로 쓴 글을 복사하였으며,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블로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3 ---------- 요즘 몬스터헌터 4G를 하면서 신형 무기인 차지 엑스를 쓰는 중인데, 차지 엑스는 얼핏 보면 포터블 3rd의 신형 무기인 슬래시 엑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써보면 두 모드 사이의 균형이 깨진 느낌이 든다. 슬래시 엑스는 도끼로 차지하고 검일 때 피해량도 공격 각도도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검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 되고, 도끼일 때의 전용 액션들로 선택지 정도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이는 쌍검의 귀인화가 어떻게든 귀인화가 되면 좋지만 귀인화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차지 엑스는 한손검과 방패 상태일 때만 차지할 수 있고 도끼일 땐 소모만 할 수 있고 차지를 할 수 없는데, 도끼의 특정 기술(A 또는 A+X)에서만 차지된 병을 소모한다. 그런데 그 특정 기술은 한손검 상태에서 특정 콤보를 통해 도끼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도끼 단계를 유지하는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차지된 힘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장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 장전은 한손검 상태에서밖에 할 수 없고, 위에서 말한 도끼 스킵 콤보도 장전 동작에서 이어지는 콤보가 있어 더더욱 도끼 상태를 유지할 일이 사라진다. 도끼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한손검 상태보다 기본 피해량이 높고 공격 각도가 대검처럼 크게 종/횡 베기라 부위 파괴에 유리하다는 정도인데 피해량은 병 소모 기술이 훨씬 크고 공격 각도 또한 도끼와 유사해서 부위 파괴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도끼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도끼 모드의 단점인 "가드 불가"와 "기본 이동속도 느려짐"만 더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슬래시 엑스와는 다르다 슬래시 엑스와는!"이라는 느낌으로 굳이 "다르기 위한 다름"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9. 블로그에 적은 며칠 전 플레이 도중 발견한 흥미로운 와우 이야기를 GDF에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 때문에 와우를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2
  10. http://zerasionz.tistory.com/80 진정한 새 해가 시작되는 설을 코 앞에 두고, 아직 2015년은 오지 않았다는 마음 가짐으로 작년의 개인적인 GOTY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올해부터는 플랫폼 별로 선정해 많은 작품을 다룰 예정입니다.
  11. "TRPG의 재미를 MMORPG로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트위터상의 대화를 옮겨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D ===================================================================================== Zerasion: "MMO함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는, 수년 전 KGC에서 송재경 님, 김태곤 님 등 많은 분들이 예견했던 "가상 세계로의 회귀"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성적으로 사회성+유희추구성을 내포한 인류이기에, 진정한 MMOG는 없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 그리고 MMOG에 있어 지금 시기는 단지, 와우가 시작한 테마파크 붐 덕분에 개발자와 플레이어 모두가 잠시 길을 잃어 원류를 놓친 뒤,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Jolgame: 온라인판 테이블 게임이 나오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Zerasion: 예전부터 종종 나오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뭔가 센세이션 같은 걸 일으킬만큼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ㅎㅎ Jolgame: 뭐 일단 장르 자체가 워낙 마이너하기도 하고.. 근데 이 마이너 하다는게 또 언제 주류를 이루기도 하고 그러니까요.(몇달전의 국내 한글판 번역 룰북 펀딩 성공사례 등등) Zerasion: 시대는 돌고 도니까, 칼끝을 예리하게 벼러두면 언젠간 빛을 볼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니 그 전에 굶어죽지 않아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ㅋㅋ ===================================================================================== Jolgame: TRPG를 온라인화 해서 수만가지의 상황을 모두 GM쪽에 입력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onzk777: TRPG는 상황에 녹아드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롤플레잉이 핵심인데 온라인 게임에서는 경쟁을 통한 욕구 자극이 상품성의 주가 되기 때문에 영 진도가 안나갈 것 같습니다. Zerasion: 딱 말씀하신 부분만 떼어놓고 봤을 때, TRPG는 코옵, ORPG는 경쟁이 주제인 것으로 구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잘 양분해서 공존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요. onzk777: 제가 약 4회 정도 TR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TRPG는 마스터가 가이드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 시트를 제반삼아 "연기" 를 하는 것이 주 플레이라서 ORPG랑은 재미요소부터가 달라요. 온라인에서 연기를...! Zerasion: 그렇다면 역시, 늘 제가 영업하던대로 "RP"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훗. onzk777: 그리고 RP를 좋아하는 유저들을 타겟으로 잡는 순간 투자자들이 떠나기 시작하고... 핳핳. Zerasion: ㄴㄴ. RP를 하던 애들을 타겟으로 삼는 게 아니라, 대중이 RP를 하고싶게 만드는 게 소임인거죠. 그리고 그런 "가이드"는 게임 디자이너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onzk777 님을 채찍질 합니다! 찰싹찰싹! onzk777: 솔직히 왜 유저들을 "RP를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나" 부터 전 공감을 못하므로 채찍을 회피하겠습니다. Zerasion: 그래야 TRPG의 즐거움을 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죠.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전초 작업 같은 거요. onzk777: 저는 TRPG가 "Massive"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보는 입장이라서 MMO에서 TRPG를 모사하는건 딱히 매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Zerasion: RP함을 메시브하게 가져가자는 건 아니고, 아까 말한대로 둘을 공존시킬 토대를 마련해보자는거죠. ㅎㅎ 매시브한 재미는 이미 1세대 MMOG에서 거의 다 시도했으니까요. onzk777: TRPG에서 롤이라는 것은 상황 속 "인물" 이었고 MMO에서는 내면의 진짜 자신을 가상세계에 돋보이는 것이 목적에 있으니 서로 상충합니다. 실제로 현재 MMO들에서도 유저들은 "가상세계의 자신" 을 RP 중이예요. Zerasion: 마지막 멘트가 이미 상충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던가요? 근데 뭔가 이야기가 길어지니 포럼으로 전장을 옮겨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onzk777: 단지 그 RP의 대상이 "술을 좋아하는 무식한 뚱뚱보 드워프" 같은게 아니라 "만렙 힘기사" 같은거라서 TRPG의 로망이나 플레이 형태가 안나오는거죠. 그러므로 RP를 장려하자 라는건 조금 다른 얘기같아요. Jolgame: 연기가 필요하다면 이런건 어떨까요. 어차피 TRPG나 그걸 묘사함에 있어서나 결과론적으로는 주사위 굴림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 내는거니까 그럴듯한 설명을 키보드나 음성으로 대체하고 진행하는 방식. onzk777: 연기라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느냐, 혹은 내가 연기할 대상이 더 짱짱맨이 되도록 만드는 것에서 재미를 찾느냐 라는 것이 현 상태에서의 차이라고 보고 있어요. tophet: 사실 연기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_=;;;; Zerasion: 그.. "연기를 해서 재밌다"가 아니라 "그 캐릭터와 동화되는 즐거움을 느낀다"가 RP의 목적입니다. RP에 대한 인식 접근법이 상이해서 이야기가 어긋났던 것 같아요. ㅋ onzk777: 연기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목적은 당연히 아니죠. 동화되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되어야 하니까 캐릭터를 연기하고 감정을 이입하는거고요. 제 생각엔 RP에 대한 인식보다는 "캐릭터" 에 대한 인식이 먼저인 듯 해요. Zerasion: 그걸 인지하고 억지로 하는 순간 "자연스럽게"에서 탈락이라고 봅니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주입시키는 게 게임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보고요, RP따위 전혀 몰라도 호드vs얼라 진영에 이입하는 와우가 좋은 예죠 onzk777: 스토리에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모든 것이 한 편의 RP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는 이미 모두 아는 게임의 일부 몰입 요소에 포함되는데 TRPG를 거론하면서 새로운 재미로 여길 필요는 없어보여요. Zerasion: TRPG의 재미를 "새로운 요소"로 봤다기보다, 기존까지의 감정이입 몰입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여기는 입장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스탠리 패러블 한 판 때려주시죠! ㅋㅋ 장르를 규정짓긴 힘들지만, RPG가 무엇인지 리마인드시켜주는 좋은 기능을 하고 있음엔 틀림없습니다 ㅋ onzk777: 그 놈의 테라리아 때문에 다른 게임을 하나도 못했네요 요즘 ㅡ.,ㅡ 그렇다면 TRPG를 모사하면 안될 것 같고 기존 요소를 강화하는게 좋아보여요. NWN같은게 안좋은 예인데, 캐릭터 배경스토리를 쓰고 외우게 만들어놓고 당장 월드 진입하면 하나도 반영이 안되거든요. 몰입불가ㅡ .,ㅡ Zerasion: 에.. 그건 그냥 잘못된 활용 예 같은데요... orz onzk777: TRPG에서 캐릭터 시트 쓸 때 보면 아시겠지만 캐릭터 설정이 초반 재미의 대부분을 차지해서요. 그런거 뺄거면 TRPG 얘기는 안하는게 낫죠. Zerasion: 음.. 애초부터 저는 "RP"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만... TRPG는 "코옵"으로 이야기를 끝낸 지 오래입니다 ;ㅁ; onzk777: 애초에 토킹 게임인데 각자 상대 캐릭터의 깊이도 없고 하면 얘기거리도 없고 그저 주사위굴리고 던전크롤링하는게 다일건데 그건 이미 기존 게임에서 다 해먹었고요. 멘션 추적해보시면 전 TRPG 라는 키워드를 보고 접근했어요 -_-; RP의 원류이기도 하지만 RP라는 말 자체는 재해석이 되고 있는 모양이라 전 별로 논할게 없고요. 제 얘기는 그냥 한 마디로 끝나요. "테이블에서 말쌈하는 게임을 MMO로 가져와봤자 될게 없다." Zerasion: 그.. 저 역시 마찬가지로 스레드를 참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만, 접근하신 직후에 제가 RP로 선회시켰습니다.. onzk777: 그건 오해하신건데 전 졸가메님 트윗에 단독멘션을 한건데 뒤에 추가로 저한테 멘션을 하신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 전에 하시던 얘기들은 안읽어서 모르겠... tophet: 실제 TRPG에 가장 근접한 경험이라면 차라리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나 MUD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 그도 TRPG 같지는 않지요... onzk777: 전 사실 컴퓨터게임에서는 잘 못느끼고 OR하자면서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 파티를 안좋게 깨트렸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계가 보이더군요 ㅡ.,ㅡ tophet: 팀은 보통 RP 하겠다고 나서면 깨집니다. 일단 그 RP가 RPG의 RP가 아님은 둘째치고, RP하느라 G를 깨트리거든요. onzk777: 술집에서 의뢰를 받자마자 두 양극성향의 캐릭터가 말쌈을 시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어지는 채팅을 읽다가 지쳐서 "저녁 먹으러 갈께요" 라던가... ㅡ.,ㅡ 뭐 그랬습니다 저희는[...] tophet: 그게 바로 전형적인 RP하다가 G 깨먹는 사례지요. 그런데 사실 TRPG에서 RP는 캐릭터 연기가 아니라 성직자, 전사 등의 역할 수행인데 말입니다. =_= Zerasion: 스레드초반에 TRPG와 ORPG로 구분지어서 썼었는데요, 저는 T 와 RP 와 G가 세 가지 요소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T가 O로 대체되고 지금은 희미한 RP 를 살리잔 게 취지였어요. onzk777: 고금아님 얘기 듣고 생각난건데 영화같은 게임인데 플레이는 죠낸 재미없는 몇몇 게임이 G를 깨트린 경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매한 용어는 사용하기가 참 어렵네요. tophet: 하지만 그 RP는 본질적인 RP가 아니라는게 포인트지요. 캐릭터 코스프레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고, 이는 사실 에버퀘스트-와우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어요. Zerasion: RP에 말씀하신 역할 "수행"도 있지만, 전 약간의 액팅도 가미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는 재미의 폭이 달라지거든요. ㅎㅎ 나는 캐릭터인가 모니터 뒤에 앉은 플레이어인가? 같은거요 그리고 사실 이 정도의 RP는 적당한 몰입 증대 효과를 주고, MMO하게 스케일이 커져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onzk777: 캐릭터 연기가 아니다, 는 좀 비약 아닌가요? 클래스와 전투로 일관된 플레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캐릭터성을 살리고 언변에 의한 플레이가 이루어지도록 각종 룰도 마련돼있는걸로 아는데... 오히려 Role이 전투 시의 역할로 편협화된건 CRPG 와서가 아니었던가요? tophet: D&D는 처음부터 잘나고 못난 부분이 섞인 캐릭터들이 뭉쳐서 서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컨셉이었고, 던전 탐험과 전투가 주가 됩니다. 그래서 RPG에서의 Role Playing 은 전사는 몸빵, 사제는 치료, 법사는 매스 컨트롤, 도적은 함정탐지 등과 같은 역할 수행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RPG의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인 1인 1캐릭터와 성장이 맞물리면서 캐릭터의 연기 또한 재미 중 하나로 편입되지만, 이게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재미는 아니죠. Raoul: Zerasion 님께서 액팅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전투에서의 탱딜힐 롤과는 구분되는(하지만 그 정도의 중요도를 가지는) social role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요? Zerasion: 음... 이를테면 "길드장", "공대장" , "파티장" 같은 걸까요? Raoul: 음. '범죄자'일 수도 있고 '네고셰이터'일 수도 있고 '용팔이'일 수도 있고 '왕'일 수도 있고...뭐 그런거 아닐까요? 세계는 가상이지만 인간 관계만은 진실인 그런. Zerasion: 시스템적인 구분, 전투 할당 역할 외의 말씀 그대로 사회적 지위? 같은 거군요 ㅎㅎ tophet: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역할 수행을 전혀 못하는데 - 함정/비밀문 체크를 계속 까먹는 도적, 치료 주문이 없는 사제, 허약한 전사 - 연기가 뛰어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연기는 못하는데 역할수행이 끝내주는 사람. 둘 중 누구와 게임 하면 재미있냐면 당연히 후자입니다. 전자는 팀 뽀개져요. onzk777: 연기를 졸라 못해도 팀 바로 뽀개집니다... 팀 캐미를 해치고 순식간에 내 위치를 동굴 안이 아닌 컴터 앞으로 보내버리거든요. 물론 못해도 최대한 주변 눈치보면서 하면 진행은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이스 굴리는거 말곤 말 한 마디도 안해요. 그리고 어느날부터 안나옴... Zerasion: 음.. "달성"이 목표였다면 불쾌한 경험이겠지만, 전자의 경우 "그냥 모여서 논다"였으면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요? 가끔 지인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하면 대체로 그런 분위기인지라.. tophet: 코스프레랑 TRPG는 다르니까요. Raoul: 캐릭터 코스프레가 아니라, 그 social role을 실제로 수행할 때 오는 감정과 책임감을 대리 체험 한다는게 핵심일 것 같은데요. Zerasion: 코스프레와는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D 이를테면, 어떤 단체에 참가해서 오리엔테이션? 워크샵? 같은 거 가면 상황극 같은 걸 하잖아요? 사장/관리자/직원 같은 거요. 그 소셜 롤을 체험한다는 건 이쪽이 아닐까요? tophet: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캐릭터 연기, RP가 실은 캐릭터 코스프레니까요. Zerasion: 음.. 광의적으로 사용되는 일코 덕코 같은 의미의 "~인 체 하다"라면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코스프레를 너무 국한지어 생각했었나보네요 ㅎㅎ onzk777: 제가 rp라는 말을 보고 떠올리는건 확실히 말씀하신 내용이네요. 전사! 라도 클래스가 아니라 그냥 직업이 모험가인 칼쟁이 "나" 인 것이고... tophet: RP란 무엇이냐는 참으로 오래된 화두이긴 하지요 ㅋㅋㅋ onzk777: 제가 명확하지 않은 말은 경기를 일으켜서 ㅋㅋ 이런 말은 아예 안쓰려고 하는데 주제가 떠억하니 알피! 다 보니 본의아니게 쓸데없는 얘기를 섞었네요 ㅡ..ㅡ Zerasion: 그래도 덕분에 각자의 RP에 대해 리마인드도 하고, 실장님의 소셜 롤이라는 새로운 화두도 나오고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요? ㅎㅎ 오전 시간 즐거웠습니다 ㅎ Voosco: 아무튼 알피가 연기로 가면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적어도 "나는" 절대로 못하겠 ... onzk777: 우리나라엔 양반이 많아서 다들 어색해하실걸요 ㅋㅋ 거기다 mmo면... Zerasion: 그럴리가요.. 제가 아는 한, 제 주변의 가장 완벽한 RP 플레이어신데.. onzk777: 님 연기 쩌네요 라는 뜻인가요. Zerasion: 무용담 들을 들어본 결과, "룰 브레이커"라는 롤을 완벽하게 플레이하십니다. ㅋㅋ Voosco: 룰브레이커라뇨 그게뭐죠 저는 철저한 준법시민입니다!! tophet: 준법시민인 척 하는 룰브레이커 RP가 훌륭합니다. Voosco: 아니라고 !! 진짜라고 !! Nairrti: 일단 중간 정리를 하면, RP는 역할의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 쪽이 맞습니다. 연기는 양념이죠. tophet: 덧붙여서 예시를 들자면 '내 캐릭터는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 뛰어들어요'라기 보다는 '내 캐릭터는 도적이니까 우선 함정을 체크해요'가 우선이라는 거지요. Zerasion: 우선관계와 주부관계를 뒤집을 생각은 없습니다. Raoul 님께서 말씀해주신 소셜롤의 이야기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ㅎㅎ 부차적이지만 안중요하지는 않은. tophet: 전 Raoul 님께서 언급하신 소셜롤은 탱딜힐 외의 역할수행을 MMORPG에서 찾자면 그런 쪽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쪽으로 이해했습니다. Nairrti: 그런데 가능하면, 이 이야기는 엄~청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곳 이를테면 GDF 같은 곳에서 하는게 어떨까 합니다. tophet: 동의합니다. Zerasion: 일단 스레드를 옮겨놓은 뒤에 약간 첨언해서 포스팅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D
  12. 처음에는 트윗 스레드로만 써도 괜찮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결국 포스팅으로 정리해봅니다. ㅠㅠ ---------- 나는 굴단 서버의 호드였기 때문에 통합전장군 중에 "징벌의 전장"에 속해 있었기에 전장에 가면 같은 전장군에 속한 다른 서버 형들(전장에서는 상호 호칭이 형이었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과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기했었고, 이제까지의 필드쟁이 아닌 공식 컨텐츠로서의 대규모 PvP를 처음으로 접해보던 것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흥분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는 왜그런지 몰랐는데, 어느 전장을 가나 "아즈샤라 서버" 형들은 무척이나 강했었다. 그리고 대체로 퉁명스러웠고 다른 호드들을 못마땅해했다. 지금에야 그게 용개(DrakeDog)의 여러가지 영향 때문에 만들어진 성격이라는 걸 알게됐지만. 특히나 소규모로 구성되고 전투 의존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은 전쟁노래협곡(노래방)의 깃발전에서는, 판금탱커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아즈형들이라면 기수를 할 수 있어"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마법사나 흑마법사처럼 방어력이 약한 천클래스도 기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즈샤라 호드야 지금도 자긍심 높고 전투력 높으니 후략하기로 하고, 다른 인상적인 동네 형들이 있었다면, 역시 "노르간논 형제들"이 생각난다. 호칭에서부터 형들 아니고 형제들인 것이 큰 특징인데, 이들은 개인전력도 좋지만 조직력이 뛰어났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노르간논 서버는 당시 최고 수준의 정규 및 막 공격대를 운용하던 곳이었고, 그들이 전장을 뛰던건지 아니면 서버 문화가 그런건지 팀 단위로 동시 신청(지금은 안되지만)해서 아라시나 알터랙 전장에 자주 출몰했다. 덕분에 주위를 둘러봤을 때, "노르간논 멤버가 다섯 이상이라면 그 판은 승률이 90%에 육박한다"라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 파티가 별동대처럼 적소에 나타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개중에는 뛰어난 지휘관이 판 전체를 움직이기도 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처럼 "어느 서버 출신"이라는 태그가 플레이어 네러티브에서 유의미하게 동작할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라는 게, 가상 공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더란 옛 이야기.
  13. "란셀롯에 +5검은 없다" http://www.gamasutra.com/blogs/JamesCox/20141103/229306/There_is_No_5_Sword_in_Lancelot.php RPG에서 당연스럽게 수치를 표현하는 것은, 사실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수치의 자리를 채울, 더 멋진 네러티브를 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사내 R&D 조직에서 번역해주신 것으로 편하게 읽었지만... 죄송스럽게도 저는 이 글을 번역할 수 있는 여력과 능력이 없어 무책임하게 링크만 던지고 도주합니다...!
  14.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보통은 일단 제 생각이나 지식을 먼저 털어놓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여쭙는 방식으로 포스트를 많이 세웠었는데, 오늘 다룰 주제는 거의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다른 고수님들의 의견을 여쭙고자 무려 "[질문]" 말머리를 달고 글을 올려 봅니다. 매치매이킹의 미학은 "시간이 지날 수록 승률이 한없이 50%에 가까워지도록 수준에 맞는 상대를 꾸준히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오래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은 각각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매치매이킹 되어왔고, 말 그대로 한 없이 50%에 가까운 승률들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랭킹들의 결과와는 별개로, 매치매이킹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완벽하게 잘 이뤄졌다는 가정을 해보면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몇 안되는 게임들은 대개 레벨(또는 등급)과 승률을 같이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승률은 말 그대로 일종의 통계? 정도의 느낌이었고, 실제 시스템 상에서 플레이어들의 우열을 가려주는 것은 앞의 레벨이나 등급 같은 "누적된 플레이어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결 컨텐츠는 누적된 경험이 반드시 플레이어의 우열과 직결될 수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렇다면 승률이 더 유효한 우열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승률은 50% 안팎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방식으로 대결 컨텐츠에서 플레이어들의 강함의 비교를 직관적으로 나타내줄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직접 상대방과 1:1로 싸워서 5판 3선승제 등으로 승부를 가려 플레이어들 간의 대전 기록을 차곡차곡 쌓는 방법도 있겠지만.. 결국 승자승같은 간접적인 비교를 통해 랭킹을 정하게 되면 그 역시 온전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상성이나 천적 같은 상대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역시 계산이 몹시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매치매이킹은, "비슷한 사람들을 붙여서 게임을 재미있게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쪽이라 강함을 비교하는 것을 매치매이킹을 통해 승률이 만들어지는 것과 연결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 사이의 강함의 척도를 비교해주는 좋은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수 님들의 많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5. 오늘도 런치리스의 남자(점심을 거른다는 의미입니다...)인 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꿀 같은 아제로스 대탐험을 즐겼습니다.(와우했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감상을 SNS를 통해 이렇게 남겼습니다. 포럼의 다른 곳에서도 "플레이어 네러티브"라는 주제로 논의된 내용들이 있기도 하고, 사실 많은 네러티브 관련 게임 디자이너 분들께서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 내용이라 이렇게 함축적으로만 적어도 그냥 적당히 리마인드 되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정리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사우 님의 권유가 있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또 재능 부족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1. 글로 전하는 일감, 퀘스트 사실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텍스트를 이용한 서사 전달이라는 건 "MMORPG에서 서사 전달이라는 것 자체가 희박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르에서 그래왔듯, "긁 읽기"말고 다른 것들이 게임에서 더 중요해지면서, 플레이어들은 글 읽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또 긁 읽기 자체를 귀찮고 성가셔하게 되면서 더 이상 텍스트 전달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항상 내게 주어지는 일감"이라는 존재 역시 "MMORPG에서 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플레이 가이드 방식이었습니다만, 이 역시도 수 많은 포스트 와우 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퀘스트 = 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확산될만큼 비효과적인 컨텐츠가 되어 버렸고요. 그래서 포럼에 옮겨지기도 했던 해외의 사례 (와우의 퀘스트 서사는 죽었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컨텐츠가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많은 분들이 이에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새로운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발매되기 전에 몸풀기 차원에서 와우에 복귀한 저조차도 와우를 오래 플레이한 탓도 있을 것이고, 와우라이크 게임들을 많이 봐 온 탓도 있을 것이고, 게다가 게임개발자로 MMORPG를 수 년간 개발해 온 탓도 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이 무척이나 "뻔한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봤을 때, "이건 그냥 ㅇㅇ 잡아와라, ㅇㅇ 가져와라일 뿐이잖아? 전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물론, 와우를 어느 정도 플레이 한 소위 "와우저"라고 분류되는 플레이어들은 와우의 퀘스트는 결국 심부름일 뿐이라는 위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는 하지만, 기라성같던 그런 느낌이 너무 많이 퇴색해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2. 일감 + 일감 = ?? 그런데 오늘 저레벨 얼라이언스로 동부내륙지 퀘스트 후반부를 플레이하던 도중 제법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수 년 간 와우를 하면서 수백 수천 개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왔고, 가급적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읽으면서 진행했음에도 모든 퀘스트를 다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몇몇 퀘스트 시리즈들이 있었는데, 오늘 플레이했던 이 퀘스트 묶음과 기억에 남는 과거의 퀘스트 묶음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 하나를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흐름" 입니다. 이미 출시된 지 10 년이 다 된 와우의 퀘스트 하나 하나는,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정말 특이할 게 없는 평범한 "그냥 퀘스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우라이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어쩌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퀘스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와우의 퀘스트를 10년 동안 찬양하고 있던 걸까요? 저는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흐름"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의 서사 구조는 1레벨부터 최고 레벨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디아블로와는 다르다는 거지요. 대신 이야기를 어떠한 단락별로 끊어서 구성하는데, 그 단위가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듀로탄에서 플레이하던 흐름과 불모의 땅에서 플레이하던 흐름 사이에, 서사적인 연결 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그저 듀로탄의 처음과 끝이 한 단락이며, 다음 지역과의 연결은 불모의 땅에 아무개한테 가면 당신이 할 일이 좀 더 있을 거라는 "소개"의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대신, 지역 안에서의 흐름은 (물론 지역마다 또 퀘스트 디자이너의 역량 또는 습성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어떤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와우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전체를 인지하기 위해 처음과 끝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플레이타임 기준 상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에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단위의 크고 작음은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을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와우의 퀘스트 공식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직전에 진행했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빌미를 제공한다거나 명분을 주는 일이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즉, 각 일감과 일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앞에서 해온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느껴질 수 있고, "의미 없는 노동"을 했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여지가 됩니다.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굉장히 뚜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마치 책을 앞 장부터 한 장씩 읽어가듯" 퀘스트 단위별로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떤 "서사"의 한가운데 빠져들게 됩니다. 아마도 이는 접근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 개의 퀘스트를 말이 되게 이으는 것"과 "한 개의 큰 스토리를 여러 단계로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미시적으로 낱개의 퀘스트 디자인은 유사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통일된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지 없는 지로 나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일을 하는 장소, 지역 시스템과 시스템, 컨텐츠와 컨텐츠, 시스템과 컨텐츠들이 서로 잘 맞물리는 것이 와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은 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와우의 퀘스트는 그 중에서도 이런 맞물림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퀘스트 디자이너분들이 수백 개의 퀘스트를 그야말로 "찍어내다보면" 많이 놓치게 되는 것이, 다른 컨텐츠와의 연계성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어디에 갖다 놔도 쓸 수 있는 범용적인 퀘스트 구조"를 제작하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컨텐츠적으로는 반대로 "아까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아까 그거, 거기의 그거와는 다르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와우는 이를 "지역과의 강한 연계"로 멋지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벨 디자이너 또는 레벨 아티스트들은 게임의 이야기에 맞으면서도 시각적, 그리고 경험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 업무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퀘스트 디자이너는 종종 우선 순위에서 밀려 "이미 만들어진 레벨에 어떻게든 맞는 이야기를 짜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처음부터 협업을 했다고 강하게 생각될만큼, "이야기에 필요한 환경 구성"이 아름다움 속에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령 제가 오늘 점심 시간에 플레이 했던 동부내륙지의 얼라이언스 퀘스트 묶음의 경우, (물론 엄청 에픽한 서사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소소한 잡일(물론 그들은 당장 급하니 이것부터 해주세요라고 둘러대긴 했지만)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트롤들이 이 땅에 소환하려고 하는 강력한 영적 존재를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된 주술과 관련된 소품들이 퀘스트 목표에 들어가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주술적 건물인 "사원"들이 지역 곳곳에 여러 개 배치되어야 합니다. 아마 단지 "퀘스트에 필요하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면 보통은 거절당했을 것이고, 반대로 그냥 넣었다면 지역 구성이 서사적으로 설득력을 크게 잃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설정에 서사적으로 어울리면서 퀘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효과적인 구성을 아마도 레벨 디자이너와 퀘스트 디자이너와 레벨 아티스트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늘 날 게임 상에 나타난 것처럼 지역과 이야기가 잘 맞물릴 수 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4. 퀘스트 묶음의 "소용돌이"화 글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능력이 부족해 주절주절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이토 준지 작가의 호러 만화 "소용돌이"를 알고 계신가요? 소용돌이는, 일본의 어느 외딴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전체가 소용돌이가 되어 빨려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공포 만화 입니다. 제가 이토 준지 작가의 만화 중에서 유독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연관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알고보니 결국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와우의 지역 퀘스트 묶음들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이걸 왜 하는 건지 왜 시키는 건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잘 알 수 없는 잡일 같은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어떤 막중한 임무 같은 걸 받았을 때 아까 했던 잡일이 이 임무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경험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림사에 가면 왜 시키는 지 알 수 없는 허드렛일을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동들이 무공 수련을 돕고 있었다는 설정의 무협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와우의 인상적인 퀘스트 묶음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손에 꼽는 오리지널 얼라이언스 진영의 아버지와 아들 퀘스트나 윈저 경 호위 퀘스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드라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다른 퀘스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 많은 노스렌드의 영웅들이 기억하고 계실, "분노의 관문"과 관련된 포세이큰(언데드)의 역병 퀘스트 묶음입니다. 노스렌드에 막 도착한 70 레벨의 플레이어는, 시작점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언더시티에서 비행선을 타고 도착한 동쪽에서 시작하는 호드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포세이큰의 역병" 퀘스트 묶음을 수행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포세이큰들이 이웃하게 도착한 얼라이언스와 분쟁을 벌인다거나, 노스렌드의 토착 생물들을 파악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야생 동물부터 드래곤이나 납치한 얼라이언스 포로, 심지어 같은 호드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병 제조에 박차를 가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열심히 노동한 결과들 덕분에 이뤄낸 성과고요. 그렇게 열심히 역병을 만드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후 포세이큰과는 동떨어진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지역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역병은 잠시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죠. 그러다 마침내, 분노의 관문이라는 곳에서 아래와 같은 장엄한 영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포세이큰이 등장하는 시점에, 역병 퀘스트를 수행했던 캐릭터들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 저거 내가 만든 역병이구나!"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서사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역병이 이렇게 멋지고 강렬하게 보이고 있어!"라는 기분이었죠.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게임 세계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와우라는 게임의 구조 상, 이야기에 의미있는 어떤 일을 플레이어가 해냈다는 느낌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줬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다시 길어졌지만, 결국 이것은 다른 문화컨텐츠에서 사용하는 "복선"과 유사한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리물에서 결과를 미리 알면 맥이 빠지는 것처럼, 복선도 "이것이 복선입니다!"라고 표시되면 굉장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처음 기반작업과 같은 일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미래의 일을 암시하지 않는 것은 복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과거의 복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때,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대단히 길)게 와우의 퀘스트 구조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덕분에 쉬어가는 판다리아의 안개를 넘어 힘주어 자신있게 개발했다고 말하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또 어떤 지역과 이야기들로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능력이 부족한 자의 긴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 . ※ 함께 볼만한 토픽:
  16.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17.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포럼으로 옮깁니다. 포럼에서는 전과 달리 일부 텍스트 서식이 지원되지 않아 서로 다른 형식이 되어 살짝 아쉽네요 ㅎㅎ 블로그 원문 주소: http://zerasionz.tistory.com/76 ---------- 최근 TGS(Tokyo Game Show, 동경게임쇼)를 겨냥한 듯한 한 티저 무비가 공개되어 많은 게임 팬들을 설레게 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페르소나5" 였습니다. [페르소나5 티저 무비][1] 게이머들이라면 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어느덧 다섯 번째 편이 개발중인 이 페르소나 시리즈는 아틀러스 사의 유명 RPG인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외전 같은 작품입니다. 진여신전생은 꽤 무거운 주제와 배경으로 심도 있는 턴제 전투와 악마 수집을 기반한 정통 JRPG(스토리를 따라 진행하는 일본식 RPG) 장르입니다. 여기서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전투와 수집 시스템을 승계하고 밝은 배경과 동성 또는 이성의 동료들 사이의 감정선에 주목하도록 만든 작품이 바로 페르소나 시리즈 입니다. 저는 본편과 페르소나 시리즈 중에서 "진여신전생3 녹턴(이하 녹턴)", "페르소나3 포터블(이하 P3P)", "페르소나4 더 골든(이하 P4G)"의 세 작품을 플레이했으며 이 중 녹턴은 이런 저런 이유들로 클리어하지 못했지만 P3P와 P4G는 노멀 클리어까지는 달성했습니다. 그 중 P3P에서 P4G로 넘어가면서 변경된 게임 디자인 요소들이 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페르소나 신작이 공개도 되었으니 이참에 그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해볼까 합니다. ※ 덧붙이기: 이 글은 페르소나라는 단일 타이틀에 대한 디자인 또는 재미 유발 부분에 대한 분석이 아닌 P3P와 P4G라는 두 작품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비교를 다룰 예정입니다. 따라서 페르소나가 어떤 게임인 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remarkablue 님의 블로그 글 "[\[PSP\] 페르소나 3 포터블][2]" 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PS2판 페르소나3와 PSP판 페르소나3포터블이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한 부분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1. 진여신전생과 페르소나 앞서 소개하는 부분에서 페르소나 시리즈는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승계 작품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뿌리부터 정리하는 차원에서 게임 디자인 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아주 조금만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계승된 부분입니다. 시스템 상으로는 전투 규칙 전반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컨텐츠 상으로는 등장하는 악마(몬스터 또는 동료)와 PC 또는 악마가 사용하는 스킬들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습니다.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커다란 두 요소가 전투와 커뮤니티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전투에 해당하는 요소들은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작과 다른 부분은, 전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들입니다. 심지어 장르마저 다릅니다. 거시적으로 RPG라고 묶을 수도 있겠지만 페르소나는 RPG라고 보기도 연애시뮬레이션이라고 보기도 애매한 중도적인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2. 페르소나의 재미 그렇다면 페르소나가 추구하는 재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페르소나라는 게임의 핵심은 "게임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청소년기의 불안한 자아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제목부터 페르소나라고 지었듯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마을에 전학 온 고교생 체험 놀이"라는 주제 자체가 페르소나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형식을 빌다"라는 부분을 위해 페르소나가 선택한 게임 요소로는 앞서 언급한 전투와 커뮤니티라는 두 개의 큰 요소가 존재하는데요, 먼저 각각의 요소들은 전투의 경우 턴제 JRPG의 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커뮤니티의 경우 연애시뮬레이션 장르의 정통을 계승하고 있어 각 요소들이 모두 심도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가지의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맞물리는 콜라보레이션이 페르소나라는 게임이 다른 게임들과 차별점을 두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 3. P3P vs P4G: 게임 디자인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페르소나 시리즈의 정체성은 점점 고유한 색을 찾아갔고, 주제와 요소들은 단단해졌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페르소나의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P3P와 P4G는 각각 어떤 방법들을 선택했고 그 둘은 어떻게 다른 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게임 디자인 요소 입니다. (1) 배경 마을 P3P에서는 전투 공간을 제외하면 모두 2차원 이미지로 된 공간에서 커서 포인터만 옮겨서 돌아다니고 행동을 취합니다. PSP의 아날로그 스틱(?)으로 포인터를 옮길 수 있으며 특정 버튼(아마도 X 버튼이었나)을 누른 채 이동하면 포인터를 아주 빠르게 옮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동할 수 있는 이미지 영역에 포인터가 위치하면 그에 해당하는 메뉴가 나타나 빠르게 포인터로 이미지를 훑다가도 행동 영역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마을 광장컷이 한 장의 그림으로 표시되고 포인터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지나가는 사람 위에 올려놓으면 화면 모퉁이에 "대화하기(O)" 메뉴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배경 그림은 스크롤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한 화면 안에 표시해야 하는 사이즈의 제약은 없습니다. 반면 P4G에서는 비전투 공간까지 모두 3차원으로 모델링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이하 PC)가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작할 수 없는 단순 연출을 위한 공간까지도 모두 3차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3차원 공간의 퀄리티는 마치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 시절 초창기에 출시되던 여느 3D 게임들의 배경 수준에 그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게임의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마저 듭니다. PC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서 NPC들의 로밍 등을 통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플레이어에게 현장감을 더 크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나?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의도로 보기엔 오히려 P3P의 방식보다 불필요한 이동 소요 시간도 길어지고 공간감도 오히려 해치는(그림보다 투박한 모델링이라서) 느낌이었기 때문에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최근에 remarkablue 님의 리뷰를 보고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본래 PS2의 페르소나3도 P4G처럼 3차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PSP의 사양에 맞춰 배경을 이미지화했던 것이기 때문에, PSP에서 비타로 기기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본래의 3차원 공간을 그저 되살렸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전투 속성의 깊이 본래 P3P에서는 물리 속성이 참격, 타격, 관통의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따른 동료 캐릭터들의 기본 공격 속성도 좀 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악마들과 아군 페르소나들의 내성도 세분화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참격과 관통은 무효이며 타격은 반사하는 식으로 설정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P4G에서는 이같은 물리 속성이 "물리"라는 한 가지 속성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분명 전투 요소 간소화라는 좋은 방향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P3P처럼 각각의 공격 타입에서는 참격과 타격과 관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점입니다. 분명 기술 아이콘은 참격/타격/관통이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 내성 시스템이 "물리무효/물리반사" 등으로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혀 아무런 구분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게다가 동료들의 기본 공격 속성에서도 참격/타격/관통이 구분된 것처럼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모두 똑같은 물리계였기 때문에 주된 특징이 상쇄되었고, 이를 기본 스킬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는 식의 서브 타입 차별화로 무마하려 했지만 P3P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역할에 최적화된 동료"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았습니다. (3) 던전의 다양화 P3P의 던전 플레이는 타르타로스라고 불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시계탑처럼 보이는 곳 내부를 끝없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스토리 상에서 등장하는 특수한 몇 번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전투는 타르타로스에서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매번 층에 입장할 때마다 길이 매번 바뀌는 랜덤 던전 생성 방식을 사용하긴 했지만, 전투 공간이 항상 똑같다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단조로운 인상을 주고 쉽게 질리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 난이도에서 중반 무렵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전투 패턴마저 단조로워지기 때문에 전투의 지루함은 배가되게 됩니다. 반면에 P4G는 컨텐츠 구성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무척 다양한 테마의 던전을 여러 개로 구성합니다. 마을, 고성, 사우나, 비밀 군사 기지, 레트로 게임 던전(...), 천계(..;), 마계화된 마을(;;;;;) 등으로 무척이나 각양각색입니다. 그리고 P3P와 마찬가지로 각 층에 입장할 때마다 구성이 바뀌는 랜덤 생성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요. 그리고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각 던전의 끝에서는 동료를 만나게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동료의 특징과 맞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납득할만한 명분을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게임 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차 다음 단계의 던전이 개방되는 방식으로 컨텐츠 소비를 조절하고 있는데요, P3P의 경우 단일 던전이기 때문에 새로운 던전을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올라가는 길을 막아두었다가 해당 날짜가 되면 상층부를 단계별로 열어주는 방식으로 조절하고, P4G의 경우는 한 던전을 클리어한 뒤 해당 날짜가 되면 새 던전을 오픈해주는 방식으로 조절합니다. 양쪽 모두 이미 플레이했던 던전을 다시 플레이하는 것은 가능하며, 심지어 퀘스트 등으로 권장하기도 합니다. (4) 전투의 강제성 P3P에서 동료를 만나는 방식은 전투와 관계 없이 특정한 날짜가 되면 강제 이벤트를 통해 진행됩니다. 스토리를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여유롭게 이벤트를 감상하면 됩니다. 반면에 직접적으로 플레이어가 개입해 자발적으로 동료를 찾아나선다거나 하는 느낌은 덜하게 됩니다. P3P에서 동료를 만나는 건 마치 지나가다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일종의 해프닝같은 느낌을 줍니다. 전투를 해야하는 당위성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허들 같은 이벤트 전투에서 승리하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이며, 이벤트 전투에서 패배하면 Game Over가 됩니다. 이벤트 전투에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PC 파티를 성장시켜두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압박감 등을 조장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P4G는 마을의 누군가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PC일행이 던전으로 찾아가 동료가 될 인물을 구출해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앞서 던전 부분에서 설명했듯이 던전의 플레이 목적 자체가 새로운 동료의 영입에 있으며 심지어 마감 기한이 있기 때문에 지정된 날까지 동료를 구해내지 못하면 게임 진행이 실패하게 됩니다. 따라서 "언제까지 이걸 해내야만 한다!"라는 조건 자체가 굉장한 압박감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방학숙제를 주는 모양새가 되어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줍니다. 페르소나는 도입부에서 설명드린대로 전투와 커뮤니티가 게임을 이루는 두 축이기 때문에 여타 고전적인 JRPG처럼 전투에만 모든 노력을 할애할 수 없고, 그 경우 재미가 많이 감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전투의 강도 높은 강제라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전투 컨텐츠 위주로 플레이하려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을 자주 불러옵니다. 다만 이같은 전투 강제를 위해 추가적으로 조치한 부분이 있다면 피로도 부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3P에서는 하루 동안 전투할 수 있는 권장 시간이 존재합니다. MO 또는 MMO 게임들에서 익히 보아온 피로도 시스템과 무척이나 유사한데요, 그 시간을 넘겨 타르타로스에서 전투를 지속하게 되면 PC가 "피로" 상태에 빠집니다. 피로 상태에 빠진 PC는 피로회복제를 마시지 않는 이상 며칠 동안 아무런 방과 후 이벤트를 플레이할 수 없게 되어 커뮤니티 관리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P4G에서는 오퍼레이터가 "너무 무리하지 마"라고 알려주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피로도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HP/MP 회복제만 충분하다면 처음 입장하자마자 클리어까지 주파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도 이를 활용해 새 던전이 열리면 최단 회수 안에 어떻게든 클리어를 먼저해놓고, 다음 던전이 열릴 때까지 여유롭게 커뮤니티 플레이를 하면서 진행했습니다. 마치 방학 시작과 동시에 숙제를 미리 다 끝내고 마음 편하게 방학 생활을 즐기는 패턴처럼요. (5) 아이템의 처리 P3P에서는 비교적 무쓸모한 잡템이라는 존재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사용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 아닌 경우, 무기 제련 재료이거나 퀘스트 아이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의 입수는 경찰서에서(..) 주기적으로 새 품목이 나오면 그걸 돈 주고 사서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간소하고 고전적인 아이템 처리 방식을 사용했다고 생각됩니다. P4G에서는 도무지 어디에 쓰는 지 알 수 없는 무쓸모한 잡템이 대거 등장하게 됐는데요, 이 잡템들의 사용처는 다름 아닌 대장장이에게 주고 레시피를 얻는 것입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시간이 지났다고 상인이 갑자기 "새 물건이 들어왔어!"라면서 팔기 시작하는 대신, 새로운 던전에서 구해온 재료들을 통해 대장장이가 "이 재료라면 이런 걸 만들 수 있어!"라면서 레시피를 열어주는 식입니다. 이 부분이 묘하게 몬스터 헌터의 오마주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내 플레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컨텐츠가 추가되는 기분이라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6) 비동기식 간접 멀티플레이 P4G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스템이며 제목은 임의로 붙인 가칭이고요, 통칭 "헬프기능"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아틀러스 사의 이전 작품 "캐서린"을 보면, 온라인 연결 시 같은 선택지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 지 통계 그래프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P4G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예를 들면 휴일이라거나, 평일 방과 후 라거나)이 왔을 때 비타의 화면을 터치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 순간 어떤 행동을 선택했는 지가 화면에 말풍선으로 표시됩니다. 이는 데몬즈 소울에서 구현한 혈흔과 메시지 같은 방식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간접적인 비동기식 멀티플레이와 몹시 흡사한 경험을 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언제 어느 순간에 말풍선을 확인하더라도 "마리와 대화한다"가 1/4 쯤 항상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뭐지 이 마리성애자들은!"하고 생각했었는데, 클리어하고 났더니 초반에 마리 커뮤니티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성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마리라는 신 캐릭터 자체가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한 까닭도 분명 있을 테고요. (7) 부가 컨텐츠 P3P의 부가 컨텐츠는 아르바이트 말고 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P4G는 낚시, 곤충채집, 원예활동 등 제법 구색을 갖춘 미니 게임형 부가 컨텐츠들이 존재합니다. P3P에도 존재하던 영화보기와 같은 이벤트성 컨텐츠도 물론 존재하지만, 전투와 성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쓴 커피 마시기(스킬 카드를 얻는 용도)같은 요소도 존재하기 때문에 구석구석 꽤 다양한 컨텐츠가 마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크를 타고 수 차례 돌아다니다보면 이동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씩 추가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되고요. 추측컨데 PSP와 비타라는 기기 자체의 성능 차이, 그리고 저장 매체의 용량 차이 때문에 비롯된 두 작품의 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4. P3P vs P4G: 시나리오 시나리오 비중이 높은 게임인 만큼, 다른 게임 디자인 요소와는 별도로 두 작품의 시나리오에 대한 내용을 가급적 스포일링 하지 않는 선에서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페르소나의 사용 P3P에서는 주인공보다도 먼저 페르소나를 구사하는 전문 조직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페르소나 구사 가능자이기만 하면 비교적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인간형 캐릭터로는 PC가 홀로 전투에 참가하고 자기가 가진 다른 악마들을 동료로 소환해서 싸우던 진여신전생 시리즈와 달리 페르소나 시리즈는 시스템상으로 여러 인간형 동료들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며 동료들의 페르소나(진여신전생의 악마와 같은)가 고정되어 있고 교체가 되지 않아 대신 PC 자신이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소지하고 교체하면서 전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복수의 페르소나 사용자"라는 것을 PC가 갖는 다른 동료들과의 차별성이라고 시나리오에서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P3P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4G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먼저 페르소나라는 능력에 눈을 뜹니다. 그리고 페르소나라는 주제를 좀 더 캐릭터와 밀접하게 연결지어 "내적갈등을 극복한 캐릭터는 페르소나를 얻는다"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P4G의 모든 동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내적 갈등을 가진 상태로 등장하는데요, 내적 갈등으로 인해 캐릭터별 던전의 테마가 구성되고 그 끝에선 PC 일행의 도움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페르소나를 얻어 새로운 동료가 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동료들의 페르소나 각성이라는 이야기를 좀 더 몰입감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점은 P4G의 장점이라고 생각되지만, 반대로 주인공 본인의 페르소나 습득 경로와 복수의 페르소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은 게임 내에서 설명해주지도 않고 동료들이 전혀 언급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P3P에 비해 다소 아쉽다고 생각됩니다. (2) 전투 배경 P3P에서 PC 일행이 전투를 벌이는 배경은 매일 자정 열리는 "시간의 틈"입니다. 시간의 틈이 열리면 페르소나 구사자와 쉐도(적) 그리고 쉐도에게 포획될 시민들만 깨어있는 상태로 돌아다닐 수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시민은 시간의 틈이 열릴 때 있던 곳에 세워진 관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시간의 틈이 열렸을 때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낮이나 저녁에는 사람들이 서 있던 장소에 관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틈에서 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깨어있는 일반 시민은 쉐도에게 사로잡혀 타르타로스(시계탑)에 갇히게 되는데 이 때 붙잡힌 것은 시민의 영혼과 같은 존재고 실제 육체는 시간의 틈이 열렸을 때의 장소에 남아 넋이 나간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를 "좀비화"라고 부르며 전국적으로 이상한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매스컴에서 기사화 합니다. 사실 시간의 틈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가 편해지는데요, 주인공 일행의 활약을 주변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점이라거나, 주인공 일행이 한참을 전투해도 실제 시간이 흐르지 않아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진 시간차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 이 설정의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P4G에서 PC 일행이 전투를 벌이는 배경은 브라운관을 통해 입장하는 "TV 속 세계"입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시골 마을에서 비오는 날 자정에 TV를 보면 누군가 희미하게 보인다는 괴담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안개낀 날 안테나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일련의 살인 사건이 어떤 연관점이 있다는 전개가 펼쳐지고, 사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비오는 날 심야 TV에 나타난다는 것을 PC 일행이 알아차리면서 PC가 우연히 TV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P3P의 페르소나 구사자들은 선천적으로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설정이 배경에 깔려있었던 데 반해, P4G에서 어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인물들이 TV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사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데 대부분 몰라서 안하는 건지가 명쾌하게 설명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PC 일행이 TV 속에 들어간 순간에도 현실 세계의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현실 세계에서는 그 인물이 실종되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실제로 사건 피해자들 또는 동료가 되는 인물들도 실종 사고가 먼저 벌어진다는 것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 그리고 TV를 통해 출입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험성 등이 거칠게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P4G의 "TV 터널"이라는 개념이 우주 과학에서 "웜홀"로 이어지는 평행 우주의 존재와 거의 흡사한 개념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각각의 TV 브라운관과 연결된 통로가 TV 속 세상 곳곳에 있어서 같은 TV로 들어와야만 같은 장소로 들어올 수 있다는 설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TV라는 소재를 인터페이스 디자인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UI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감각적이고 심미적인 부분도 훌륭하지만 네러티브 전달을 충실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디자인 요소로 꼽고 싶습니다. 특히 인게임 밖에서 다루는 OST, 특전 영상, 번외 퀴즈 게임 등과 같은 요소들을 본편 게임과 함께 "TV 편성표"로 표현했다는 점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집니다. (3) 결말의 스케일 결말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스포일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네요. 그래도 최대한 덜 들춰내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P3P는 타츠미포트 아일랜드라는 특수시설같은 어떤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마치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 "소용돌이"처럼 각각의 요소가 커다란 흐름을 갖고 결말까지 이어지는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타츠미포트 아일랜드라는 배경과 중세로 치면 영주 쯤 될 법한 섬의 대부호 가문과 페르소나의 능력과 쉐도의 정체와 전투의 배경이 되는 타르타로스와 이야기 중후반 부에 동료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로봇의 존재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스케일로 결말이 짜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우뚝 솟은 시계탑과 자정마다 열리는 타르타로스는 인간의 그릇된 욕심에서 만들어진 바벨탑을 상징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결말 부분에서 연결되게 되고요. 또한 PC와 가까운 주요 동료 캐릭터들에게 결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반전 요소들이 있어 캐릭터와 극의 전개가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P4G에서는 각각의 요소들과 결말로 흐르는 실제 이야기의 흐름과 다소 연결 고리가 약하게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의 욕망을 다뤘던 P3P와는 달리, P4G에서는 어떤 한 인물의 그릇된 가치관과 사사로운 욕망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말부에 가서는 판타지 설정에서 쓰이는 대마왕 같은 절대적인 이계의 존재가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의 연결이 인과 관계를 갖고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원래 벌어질 일이었는데 마침 얘 때문에 지금 일어났다"는 다소 헤프닝에 가까운 전개로 이어지는데요. 반지의 제왕 세계에서 드워프들이 실수로 발록을 깨운 것처럼 인간의 실수로 절대적인 존재가 세상에 나타나는 P3P의 방식보다는 인과 부분에서 아쉽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뒤집는 어떤 반전 요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A인 줄 알았는데 B인가? B인 줄 알았는데 C인가? 아니면 범인이 누구지? 같은 인물에 대한 반전이 들어있어 사실 반전이라기보다는 탐정물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실제로 동료 중에 "탐정"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스케일과 인과 관계에 있어서는 P4G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대신(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후반부의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엔딩의 분기가 존재합니다. 흔히 말하는 해피 엔딩/베드 엔딩 또는 진 엔딩과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 5. 마치며 다 써놓고 돌아보니 "본격 P4G 까는 글"처럼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합니다만, 사실 P4G가 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P3P를 기대했던 제게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구석이 있다는 것이고 P4G 자체는 정통 페르소나 시리즈의 최신작에 걸맞은 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입니다. 고교 시절의 추억이 있거나 아니면 한국과 일본 만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학원물을 좋아하거나 턴제 전투와 수집을 좋아하는 JRPG의 팬이라면, 분명 많은 분들이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사실 P3P에서 P4G로 변화된 가장 큰 흐름은 "캐쥬얼화" 입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전개나 클래식한 전투 요소와 같은 여러모로 어둡고 다소 마이너 또는 매니악할 수 있던 P3P의 것들을 많이 덜어내고 축약하고 밝게 가꾼 모습이 P4G라고 생각됩니다. 매직 더 개더링 시리즈의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을 법하게 경량화한 블리자드의 카드 게임 하스스톤과 디자인의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위에 쓰인 표현들 대부분이 객관적인 분석 보다는 제 경험을 추적한 감상적인 표현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은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성향과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둘을 모두 플레이해보지 못한 플레이어들에게 "아 두 게임은 이런 차이가 있구나" 정도의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혹시라도 아직 플레이 못 해보신 분들께 페르소나 시리즈를 꼭 한 번 플레이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야기를 맺을까 합니다. 그럼 모두들, Let's PERSONA!! [1]: http://tvpot.daum.net/v/vadbdU65e6noFhBg5nFh6in [2]: http://blog.naver.com/bfdan/40107539990
  18.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간밤에 Twitter에서 나누었던 온라인 RPG의 컨텐츠 소모에 대한 이야기를 포럼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 lolkain: 개인적으로 morpg의 던전은 경쾌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편. 뭔가 쓸데없이 왔다갔다 시킨다거나 하는건 감각적으로도 영... ---------- tophet: 사실 같은 던전에 밀어넣는 이유는 한가지죠. 컨텐츠는 없는데 플레이 시간은 늘려야겠고, 기왕 만든 던전 한번만 플레이시키긴 아깝다... MMORPG라면 주워오기 / 몇마리 잡기 등으로 뿔릴 수 있는데 MORPG는 얄짤없음.. ---------- lolkain: 개인적으로는 놀이 방법에 대한 접근을 새로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a ---------- tophet: 사실 저는 근본적으로 왜 꼭 컨텐츠를 소모하도록 게임이 구성되어야하는지가 의문이거든요. WOW가 퀘스트로 성장구간을 이끌어가는 모델을 제시했다고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흥신소 직원 된 느낌이라 한번도 만렙을 못찍었어요. ---------- lolkain: 순전히 게이머로서의 시각만 놓고 이야기 하자면 전 wow식 퀘스트 성장 시스템을 별로 좋아하진 못하겠더라구요. 스토리는 좋은건 알겠는데 그래서 내가 지금 재미있는거 같지 않다. 라는 인식을 가진 적이 꽤 되서요. ---------- tophet: 하지만 퀘스트 성장 시스템의 끝판왕인 스타워즈 구공화국을 해보신다면....? ---------- zerasion: 두 이슈가 혼재된 것 같습니다. 하나는, 심부름꾼처럼 된 건 퀘스트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컨텐츠가 허드렛일로 채워지고 대우가 그런 것이니까요. ㅎ 반대쪽에 말씀하신 구공온이 있을 거고요. 다른 하나는, 소모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할 것인가?에서 저는 생산과 파괴 정도밖어 떠오르질 않습니다. UCC와 UDC 외에 특별히 염두하시고 말씀하신 플레이 모델이 있으신가요? ---------- tophet: 안알랴줌 ---------- zerasion: ㅂㄷㅂㄷ!! ---------- tophet: 은 농담이구요. 일단 개발자 입장에선, 소모되는 컨텐츠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 같아 꺼려집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선, 그렇게 자원 때려박는 것에 비해 퀄러티가 몰입할만큼 높지 않다는 거지요. 구공온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풀 음성이 안나오면 그냥 자동적으로 스킵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와일드스타에 전혀 몰입을...) 그런데 디아블로나 마아블로 같은 게임들을 보면 퀘스트라는게 의미가 없지요. ---------- zerasion: 마아블로는 잘 모르겠지만, 디삼은 아이템 파밍, 정복자 렙업과 같은 장기적이고 맹목적인 모티베이션과 랜덤 퀘스트 기반의 피라미드식 현상금-차원균열-대균열 시리즈가 있을텐데 후자도 결국은 소모의 효율증대 아닌가요? ---------- tophet: 루팅 게임이긴 합니다만, 사실 그 이전에 불확실성이 강하게 깔려있거든요. 대충은 알아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불확실성이 퀘스트 따위 없어도 긴장감 있는 탐험을 제공하지요. 루팅 게임이니까 같은 컨텐츠 뺑뻉이 돌려도 괜찮다고 한다면 그건 유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라는 거죠. 같은 던전을 몇번을 돌아도 언제 어디서 어떤 정예가 튀어나오고 보스가 어디있는지는 예측할 수 없지요. ---------- zerasion: 그런데 그 경우는, 불확실성들 사이의 패턴 인지가 결국 한계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긴장감의 완급조절이 없이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많아 랜덤성 자체가 희석되어 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소모이긴 하지만 고효율인. ---------- tophet: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건 쌈마이는 아예 쌈마이로 대량으로 만들어 랜덤하게 뿌려버리자는 거지요. 아무리 긴장감 있게 만들어도 어차피 부캐 키울 때 되면 지겹잖아요. ---------- zerasion: 오오.. 그 부분은 제 컨텐츠 배치 기조와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맨밥에 공들이지 말고 메인 디쉬를 정해서 힘을 주자는 주의거든요. ㅎㅎ 기성 컨텐츠라는 게 아예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tophet: 길드워2가 거기에 대해 아주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했죠. 잡퀘는 아예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잡퀘. 메인퀘는 굵직한데다가 선택지도 있어서 여러번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요. ---------- zerasion: 저는 스테이지 1 시절의 파이어폴 이벤트 테이블이요. 랜덤 아레시 미션은 그냥 산발적으로 뿌려버리고, 주기적으로 토네이도와 초즌 침공으로 환기 시키는 게 꽤 잘 동작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lolkain 님의 "새로운 접근 방식의 놀이 방법"이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 lolkain: 전 주로 FPS의 레벨/모드에서 오는 플레이의 경험적인 부분을 접근하는 경향이라서요a 최근 작업하는걸 기준으로 이야기 하면 핵심 플레이를 하게 하고 그 플레이를 하면서 하는 여러 행동들이 영향을 미치게 하는 쪽.. ---------- sequoia: WOW는 누가 옆에서 퀘스트를 방해하진 않을지, 옆에서 같은 퀘스트를 하는 사람이 파티원이될 지 경쟁자가 될 지 등의 미묘한 불확실성이 있긴 합니다. 폄하할 수는 있지만 그게 의외로 커요. ---------- tophet: 누가 옆에서 퀘스트를 방해하는 건 그냥 짜증나는 요소지 그게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불확실성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PVP도 아닌 PVE 플레이하는데 굳이 다른 사람 눈치를 봐야하나 생각하면 전 좀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런 점에선 마아블로나 길드워2가 취향이죠. 그냥 같이 있으면 같이 노나먹고 친구~ ---------- zerasion: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이라는 변수"는 온라인 게임의 근간에 깔린 핵심 재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고 OG, MOG, MMOG가 생겨난 거니까요. 반대로 여기에서 뒤에 오는 기존 오프라인 싱글 게임들의 장르문법을 고수하면 거기서 디자인 충돌이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sequoia 님 말씀에서 방해인이 아군이 아닌 상대진영이라면 훌륭한 컨텐츠니까요. ---------- sequoia: 물론 짜증나는 경우가 더 많고 길드워2 방식이 더 모던한 방식이긴 하죠. 그러나 모였을 때 손해볼 일이 없는 길드워2 방식보다 WOW방식에서 더 다양한 인터랙션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 tophet: 인터랙션의 빈도와 농도만으로 따지자면 아예 사냥터 놓고 현피까지 하던 리니지나 뮤가 훨씬 더 우수한 시스템이 아닐까요? (웃음) ---------- zerasion: 저는 궁서체로 리니지의 시스템은 웰메이드라고 생각합니다. =) ---------- tophet: 물론 웰메이드죠 ---------- sequoia: 우수하다기보단 너무 긍정적인 인터랙션만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게 꼭 옳은 것인가에 대해 잠시 반골적인 생각을 해보았어요. :-) ---------- zerasion: 이것은 뭔가 "플레이어의 선의를 강제하기만 하는 져니의 디자인은 무조건 옳은 것인가?"와 비슷한 관점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 sequoia: 근데 원래 트윗과 관계없는 얘기로 제가 가지를 친 것 같아서 민망하네요 ㅎㅎ;; 게임이 컨텐츠를 소모하는 방향으로 만들기 쉬운 건 대중이 <쉬운 게임>을 원하는 것도 큰 것 같아요. ---------- tophet: 부정이고 경쟁적인 인터랙션도 필요하긴 한데, 한적한 PVE에선 서로 오손도손 도와가며 사는 목가적인 모습이 낫지 않냐는 거죠.. 그러다가 PVP 들어가면 캐삭빵! ---------- lolkain: 포지티브 인터렉션을 조성해 줘도 네거티브한 인터렉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니 차라리 네거티브를 일부러 조정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두는게 낫다고 보는 쪽입니다<< ---------- tophet: 저는 분란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거세해버리자는 주의라서요. BFO 4년이 기획자를 파시스트로.... ---------- lolkain: 납득할 사유라서 눈물이 앞을... 물론 어느정도 네거티브가 발생할 여지는 최소화 하는게 좋지요. ---------- tophet: 그쵸.. BFO 4년 하면서 제가 얻은 깨달음이란. 1.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트롤링 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 2. 트롤러를 사후 제제해봤자 떠한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 두가지라.. ---------- lolkain: 그 트롤링 제가 사내 테스트 할 떄 가끔 시전합니다() 그리고 고치기 위한 방법을 생성해 내는...(퍽 ---------- zerasion: 셀프 예방 접종! ---------- sequoia: 그 경험을 제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트롤링과 유저 간 분쟁은 좀 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요? 트위터 140자가 너무 짧다면 GDF에라도 공유해주시면 성실하게 댓글 달겠습니다... ---------- tophet: 주제가 좀 복합적인 곳으로 흘러오고 있는데 말이죠 ㅎㅎ 경쟁을 전제로 한 게임플레이에서 발생하는 유저간 대립은 권장해야하는데. 협력을 전제로 한 게임플레이에서 의도치 않은 경쟁이나 방해가 필요한가 사실 트롤링이라는게 그냥 부모님 안부를 묻는게 아니라 결국은 게임이 기반하고, 플레이어가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터랙션 해서 혼자 재미있는 거잖아요. 그런 불확실성이 좀 더 다양한 상황을 만들 수 있냐? 당연히 있지요. 그럼 더 재미있느냐?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 가능성만 보고 열어두기엔 인간은 굉장히 사악하다는 걸 경험한거죠. ---------- zerasion: 개인적으로 둘을 구분짓는 가장 큰 기준은 행동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이익 추구가 상충하면 갈등 또는 분쟁이지만, 의도적으로 방해 그 자체가 목적이되면 어뷰징 또는 트롤링이라고 생각합니다.ㅎ ---------- tophet: 문제는 게임을 잘해서 상대방의 이익을 갉아먹어서 괴롭히는 건 어려운데. 못하거나 악의적으로 플레이해서 아군 괴롭히는 건 쉽단 말이죠 ㅋㅋㅋㅋ 여하튼 게임 디자인 적으로 이야기를 돌리자면. 인간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온라인의 재미인 건 맞는데, 이게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해도 되고, 사실 배제해야하지 않나 서로 협력하는 걸로 오는 재미도 충분하지 않냐는게 제 의견인거죠. 그리고 온라인에서 처음 만났고 두번 볼 일 없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서 합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구요. 그리고 트롤러는 업체가 계정 파지 않을 걸 아니까 더더욱 트롤링하고, 설령 계정 파도 부캐로 다시 트롤링하니까. 사후 제제는 없다고 생각하고 공격적 방어로 원천차단해야한다..는게 제 소견입니다. ---------- sequoia: 뭔가 트위터에서 논하기보단 술이라도 한 잔 사드려야 할 것 같은 곳으로 이야기가 빠진 것 같네요 ㅎㅎ;; 나중에 기회될 때 더 깊은 얘기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romuska: 내 퀘스트 방해받는건 짜증이지만 남 퀘스트 방해하는건 재밌다능 ---------- zerasion: 으윽... 그건 확실히 그렇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ㅋㅋㅋ ---------- lolkain: 저쪽 멘션 스레에 붙이기 뭐해서 남기자면.. 최근 테스트 중 의도적 트롤링에 대한 테스트를 해봤는데 마치 해적과도 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테스트였음. 재미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원성이 있었다는게 함정 이지만 플레이가 회전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음. 문제는 트롤링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그것을 받아들일 플레이어들(아군/적군)은 과연 트롤링을 플레이의 요소로 받아들일 것인지. 감성적으로 네거티브하기에 거부반응을 보일지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지는건 자명한 일인듯.
  19. 저는 어제 SNS에 이런 글을 남겼었습니다. 스레드에서 많은 분들이 의견을 피력해주셨지만 신비주의라거나 거창하고 엄청난 아이디어라서 말씀을 안드린 건 아니고 단지 제가 어제 마감을 치느라 자정까지 혹독한 일감을 치러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말씀을 못드렸던 것이니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달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흑흑) 사실 shotbyshot 님과는 개인적으로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고, 당시에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훌쩍) 생각했던 내용을 온전히 전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다른 내용들을 더 보강해 보았고 그 내용을 지금부터 풀어내볼까 합니다. 우선 두 가지 방식으로 이 건에 대해 접근해 보았습니다. 첫째, 시스템 구조적인 접근. 논리적으로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둘째, 사용자 경험적인 접근. 심리적으로 사용자의 자원을 회수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먼저 듀랑고의 자원 구조에 대해 NDC 2014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듀랑고의 자원은 "에너지"라는 단위로 크게 묶여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닫힌 계"라고 불리는 완전한 순환을 지향하는 에너지 순환 구조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시스템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자원을 축적시키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플레이어에게 제공되었던 자원은 다시 시스템에게 반납되야하는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경제 체제를 도입한 많은 온라인 게임들에서 사용하는 "경제 하수구"라는 개념과는 그 목적이 유사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대체 자원을 회수하는 것이 아닌, 발급한 자원 자체를 다시 회수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되는데요. 첫째, 시스템 구조적인 접근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가 키워드로 사용하고 싶었던 것은, 위 인용구의 원문 링크 스레드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어음 발행'입니다. 하지만 어음 발행에 대해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바가 정확치 않을 수도 있으니, 그냥 참고 정도만 해두시길 바라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목표는 이렇습니다. - 자원이 쌓이지 않고 계속 순환되게 한다. - 접속 중이 아닌 플레이어의 자원도 회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제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 자원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정보는, 클라이언트에서 처리하기 위험할 수 있다. (변조 위조 등의 이유) - 따라서 이 정보는 서버와 DB를 통해 관리될 필요가 있다. - 접속하지 않은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직접 변경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또는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 부분을 타개해보고자 했습니다. 1. 자원 생성(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시점에 소멸(시스템이 플레이어로부터 돌려 받는) 시점을 함께 발급한다. 듀랑고의 자원 생성은 순수한 Create가 아니라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일종의 소유권 이전과 같다는 해석을 했었습니다. 이 해석은 저의 다른 글인 [가죽 장화를 통해 추리해 본 듀랑고식 아이템과 가공]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시피라는 가공 방식을 생성 시점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에, 이같은 정보를 태그해두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생각됩니다. - 한 번 발급받은 소멸 시점은, 재가공 시 또는 직접적인 해당 자원의 연장을 통해 갱신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템의 가공 단계와 무관하게 최초 원재료가 생성된 시점에 이후의 자원 생명이 연계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활성화 된 자원을 파악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갱신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소멸 시점을 갱신하지 않은 상태로 소멸 시점이 도래하면, 해당 자원은 "회수 대상"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큰 따옴표로 구분한 "회수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태 모두의 플레이어에게 유효하게 대응하기 위한 핵심 방안입니다. 먼저, 온라인 플레이어의 경우는 이미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접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즉시 자원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이미 다른 많은 게임들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깊게 논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경우는 온라인의 경우처럼 즉시 회수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앞서 전제했던 조건들 중 세 번째인 "접속하지 않은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직접 변경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또는 위험)이 따른다."라는 부분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경우는 즉시 회수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스템 입장에서 "회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잠정적 회수 자원"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회수할 시점은 해당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이며, 소멸되는 아이템을 가진 많은 F2P 게임들이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깊게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 회수 대상으로 판단되는 자원은 그 즉시 시스템에 자원을 돌려준다. 사실 돌려준다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플레이어에게 마이너스(-)한 자원량만큼, 시스템에게 플러스(+)한다라고 나누어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역시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자원 때문인데요. 온라인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에게서 빼고, 시스템에 더하는 것을 즉시 수행할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자원은, 위 3.번 과정에서 "즉시 빼지 않을거다"라고 정했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수 대상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어차피 그 것은 돌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시스템에 자원을 더한다"는 점입니다. 이 방식은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받을 자원을 담보로 일종의.... 자원 가불 또는 대출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창고에 막대한 자원을 쌓아두고 사라져버린 휴면 플레이어 때문에 시스템이 자원 총 량이 묶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 창고에 자원이 있건 없건, 소멸 시점이 지나 회수 대상으로 분류됐다면 시스템의 자원량은 회복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부분은, "그래서 그 창고지기가 실제로 게임에 접속해서 자원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실제 게임 내 자원 총 량은 초과 상태이다"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전체 자원량을 계산하지 않고, "가용 자원"만을 계산한다면, 회수 대상 자원은 이미 가용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의 융통에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예상보다 말이 몹시 길어진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역시 글을 짧게 쓰는 재주는 일단 제 것은 아닌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흑흑) 다음으로 사용자 경험적인 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많은 분들도 예상하시겠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게임이 내 자원을 뺏어간다."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미 많은 플레이어들이 기존의 다른 게임들로부터, "캐릭터와 장비는 영구 자산이다"라는 RPG의 문법이 학습되어 있기 때문일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플레이어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의 인식을 어디로 바꿀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한 제 해법은 이렇습니다. "(듀랑고의)장비는 원래 소모품입니다, 고객님." 이에 대해 몇 가지 다른 게임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EVE Online 제가 순환과 자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게임이 있지요. 네, EVE 온라인 입니다. 이 게임의 굉장한 매력 중 하나가 바로 플레이어에게 기존 문법을 새 문법으로 교정시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 있는데요. 바로 "당신이 가진 모든 것(부품, 함선, 심지어 캐릭터조차도)은 소모품입니다."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RPG 게임에서 PvP 컨텐츠를 플레이하려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비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겠죠. 하지만 EVE 온라인에서는 "전투에 나가면 모두 소비될 것이다"라는 걸 이미 플레이어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소비되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규모(그 규모는 각자의 재정력에 따라 다르겠지만)의 부품과 함선들로 전투에 참가합니다. 부수적으로는 이와 같은 이유로 낮은 등급의 자원들에서도 끊임없이 수요/공급의 순환이 이뤄진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 스레드에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2. Minecraft 그리고 로그라이크인듯 로그라이크아닌듯 로그라이크같은 썸을 타는 게임이 하나가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인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그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서는 캐릭터가 사망하면 아이템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리고 경험치가 전부 날아가는 그야말로 로그라이크같은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마인크래프트에 경험치가 있었다고?같은 소소한 발견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경험치를 뭐에 쓰는 지는 저로선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그라이크가 아닌듯한 냄새는 "마인크래프트에서 중요한 건 레벨과 자원이지 캐릭터나 장비가 아니잖아?"라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아시겠지만, 마인크래프트의 장비(전투 장비 말고 채집 장비요)는 모두가 소모품이죠. 그래서 서바이벌 모드에서 삽질을하고 곡괭이질을 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 많은 분들이 한 번에 여러 벌의 도구들을 만들어서 인벤에 담고 작업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때 장비 내구도가 다해서 소모되었다고 해서 "시스템이 내 자원을 뺏어갔어!"라고 느끼는 분은.. 없다곤 못해도 많진 않으시겠죠? (물론 캐릭터나 장비는 소모품으로 인지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레벨과 자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인장 괴물 같은 게 내 피와 땀으로 빚어낸 소중한 건축물을 파괴시키면.. 음... 네. 애도해드려야죠.) 3. Diablo lll (Hardcore) 현 세대에서 로그라이크란 꽤 매니악하고 클래식한 취향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한 로그라이크 게임이 로그라이크가 성행하던 레트로(..?) 시절에 비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지의 메이저 개발사 블리자드에서 로그라이크"만"을 제공하진 않았지만, 로그라이크"도" 제공해준 게임이 있었으니, 다들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실 디아블로 시리즈가 그것입니다. 2편부터 3편까지 이어진 이 "하드코어 캐릭터"라는 모드는 캐릭터에게 유일성의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이 덕분에 영원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통받는(?) 스탠다드 캐릭터에 질린 매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은 하드코어 캐릭터를 열심히 육성하고 있지만, 사실 3편 오리지널까지만 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쉽게 진도를 나가진 못했습니다. (오리지널 당시에는 일반-악몽 난이도를 클리어하는 정도에서 멈췄지만, 확장팩 적용 이후에는 최고레벨 캐릭터를 두 개 육성했습니다.) 하지만 2.0 패치와 확장팩 컨텐츠를 통해 이같은 죽음에 대한 완화 장치들을 다수 마련해놓았고, 캐릭터의 "재육성"에 대한 부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덕분에 용기를 내서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큰 심리 저항 완화 장치는 아무래도 "정복자 시스템"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전에는 각 캐릭터마다 별도의 정복자 레벨이 적용되면서, 단지 60레벨 이후의 추가 성장이라는 "더 깊은 육성 요소"로만 동작했었습니다. 덕분에 높은 정복자 레벨의 캐릭터일 수록, 사망 시의 충격 또한 컸고요. 하지만 개편된 정복자 2.0 시스템은 계정 내 같은 모드(스탠다드/하드코어)의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는 "계정 성장 요소"가 됨으로써 캐릭터가 사망해도 유의미하게 남길 수 있는 요소와, 재육성 시 직접적으로 부스트해주는 요소로 멋지게 동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시절부터 유지되는 공유 요소로는, 창고와 장인 레벨이 공유되기 때문에 완전히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정도까지 플레이어를 내던지지는 않습니다. 디아블로3의 하드코어 모드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연계 흐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저의 다른 글인 [디아블로3의 완성, 2.0 패치 살펴보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게임들을 예시로 꼽으면서, 제가 정리한 "플레이어의 인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 플레이어로부터 "장비는 소모품"이라는 인지 변화를 이끌어낸다. - 방법1: 손쉬운 복구를 지원한다. 예를들어, 이브온라인의 경우는 플레이어 본인이 쉽게 복구할 수 있는 정도의 자원만 소비하는 형태로 우선 제어가 됩니다. 그리고 일단 그것을 복구하는 과정 자체는 앞서 설명드린대로 낮은 단계의 물건들도 수요/공급 순환이 꾸준하기 때문에 본인이 자본만 있다면 복구하는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레벨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변화를 "손쉽게 도와주는 것"이 도구일 뿐이지 도구가 없다고 전혀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맨손으로 흙도 파고 나무도 베고 돌도 캘 "수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설치된 작업대와 약간의 재료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무나 돌로 된 도구들은 복구할 수 있어 부담이 적기도 합니다. 디아블로의 경우도, 계정 간 승계되는 정복자 포인트라는 성장 포인트와 창고를 통해 사용 가능한 고단계 보석 등을 통해 생짜 1레벨 캐릭터보다 훨씬 강력한 캐릭터를 세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높은 난이도의 플레이를 통해 빠른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듀랑고에서도 회수된 자원을 다시 복구하는(완전히는 아니고 어느 정도까지는) 과정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게임이 제공하고 있다면, 방법1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방법2: 소멸하지 않는 것을 분리한다. 이브온라인은 아바타 클론이 없다면 그야말로 태초의 상태로까지 돌아갈 수 있는 잔인한(..) 시스템이므로 소멸하지 않는 무언가는 생각나지 않아 제외하겠습니다. 마인크래프트에서도 결국은 모든 것이 소멸 가능한 것들이긴 하지만(뎀! 선인장 괴물!), 장비와 캐릭터가 소멸된다고 해도 내가 변화시켜둔 레벨은 레벨에 어떤 변화가 가해지지 않는 이상 캐릭터의 사망과는 전혀 별개의 요소로 존재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사망과 장비의 소멸이 별로 신경쓰이는 요소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디아블로3의 정복자 포인트 때문에 이 항목을 언급했다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가령 예를 들어서 듀랑고에서 퍼머데스(Permanent Death;영원한 죽음)를 적용한다 할 지라도 계정 단위의 어떤 누적 성장 요소가 있다거나, 하우징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보존된다거나 하는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면, 더 중요한 요소가 존속된다는 안도감으로 덜 중요한 요소가 소멸되는 것에 플레이어의 관심이 쏠리지 않게 이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써놓고보니 이건 러스트(Rust)에서 좀 더 투박한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네요.(역시 폴리곤 마인크래프트!)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흔한 RPG 게이머들이, 인벤토리에 물약을 200개 쯤 쌓아놨다가 보스 전투 중에 몽땅 다 써버렸다고해도, 모든 걸 잃은 것처럼 허망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약은 원래 쓰라고 있는 소모품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테니까요. 소모품이 소비되어 없어지는 것을 전혀 이상하지 않게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비는 왜 영원 불변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심지어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강화에 실패해 소멸되는 장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백 기에 달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분노하게 될까요? 저는 이 부분은, "그 게임 사회가 바라보는 장비의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주 소비된다고 해서 그것을 소비되는 것이 당연한 소모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점이 개발자로부터 의도된 그리고 부여된 아이템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리니지 시리즈의 경우는, 그런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게임이기 때문에 숱하게 소비되는 장비라 할 지라도 항상 소멸될 때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장비가 소모품이니까 낮은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연히 귀하고 높은 가치를 지닌 장비가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하겠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랑고에서)장비라는 것은 소모품이다"라고 인지될 수 있는 일종의 정책적인 밸런싱 기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상합니다. 어떤 방법들을 통해서 좀 더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처리할 수도 있죠. 그리고 개중에는 값비싼 음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값비싼 음식이라고 해서, 영원히 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듀랑고의 장비에게도, 이와 같은 방법을 적용시켜보면 성공적으로 저항감 낮게 자원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염치불구하고 여러분의 많은 스레드 참여를 부탁드리면서 또 기대해 봅니다. (꾸벅)
  20. 스팀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이미 여름 세일 기간에 많은 게임들을 구매하고 계시겠죠? 장황하게 쓸 것까지는 없고, 여름 모험이라는 "판매의 컨텐츠화"라는 방식이 너무 멋져서 다른 회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의견을 여쭙고자 스레드를 열어봅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제가 어제까지 몰랐거든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즉, "게임을 누가누가 많이 사나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고 게임을 많이 산 팀은 보너스로 추가 게임을 받을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돈놓고 돈 먹... 아니, 게임 사고 게임 더 받기 게임인 거죠..! 이미 "게임 사는 게임"으로 불리는 스팀인데, 세일을 그 게임 사는 게임 속에 한 컨텐츠처럼 만들어놓다니... 밸브의 상술은 이미 제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21. 블로그에 포스팅한 타운십 리뷰를 포럼에 옮겨봅니다. 블로그 원문 주소: http://zerasionz.tistory.com/72 ====================================================================================== 요즘 출퇴근길에 짬짬이 즐기는 스마트 게임인 타운십Township에 대해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첫인상 우선 타운십의 장르는 일반적으로 팜 게임Farm Game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경영하는 것을 핵심으로 디자인된 게임입니다. 사실 처음 이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실행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제가 좋아하는 타운즈맨Townsmen이라는 다른 게임과 유사한 화풍 때문이었습니다. SNS 등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추천욕구 때문에 종종 추천하곤 했었는데요(전문용어로는 이를 영업이라고 하죠?), 타운즈맨의 가장 큰 흥미 요소는 마치 고전게임인 새틀러처럼 내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NPC들의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새틀러와 타운즈맨과 이 타운십은 단순히 화풍만 비슷했던 것이 아니라 그러한 NPC의 꼬물꼬물거리는 반응들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화면 안에 작은 세계가 재현되는 느낌이죠. 중세 배경인 타운즈맨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느낌이 타운십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조작 튜토리얼에서 알려주는 타운십의 기본 조작은 터치와 스와이프(또는 페닝) 입니다. 작업할 곳을 터치한 다음, 대부분의 작업을 버튼 터치가 아닌 직접 화면에서 해당 객체들을 문지르는 것으로 조작합니다. 수많은 버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팜 게임들과는 이런 기본적인 차이가 있어 게임에 몰입하기가 편하더군요. 예를 들어 2개 이상의 밭에 작물을 심을 때는, 빈 밭을 터치하면 하단에 나타나는 작물들의 종류 중에서 원하는 작물을 터치한 상태로, 심고자 하는 밭들에 쭉 문지르면(마우스의 드래그와 유사합니다) 한 번에 같은 작물을 여러 밭에 심을 수 있습니다. 수확도 마찬가지로 재배가 완료된 밭을 터치하면 낫 아이콘이 화면 아래쪽에 나타나는데, 그 낫을 누른 상태로 재배 완료된 작물들 위로 손가락을 문지르면 한꺼번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밭 뿐만이 아니라 사료공장, 양계장, 빵집 등 여러 생산 건물에서 이 조작 방식을 공통적으로 사용합니다. 친구팔이(?)의 부재 그리고 팜 게임들은 대체로 소셜네트워킹 요소를 강조한 SNG라는 형태의 모델인 경우가 많은데요, 타운십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플레이하기에 적당한 템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뭔갈 할 때마다 "친구의 도움을 받으세요!"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x 명의 친구를 당신의 마을에 초대하세요!"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친구팔이에 시달리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즐기기에 적당하다는 점도 참 매력적입니다. 자원의 순환 타운십의 자원 순환 고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운십은 기본적으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산의 시작은 밭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밭에서 밀, 옥수수, 사탕수수, 목화 등을 재배한 다음, 그걸로 사료나 빵, 또는 옷감 같은 것을 만들고, 다시 그렇게 1차 가공된 것들로 케잌, 의류, 치즈 같은 2차 가공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생산할 수록 경험치가 쌓이게 되고, 경험치가 쌓이면 마을의 레벨이 오릅니다. 마을의 레벨이 오르면 게임 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열리고요(흔히 해금, 또는 Unlock이라고 하는 방식). 컨텐츠가 확장되면 더 많은 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더 많은 시설을 사용하기 위한 토지가 점점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토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시 일정 이상의 인구 수가 필요하게 되고, 인구 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공공 시설을 건설해야만 합니다. 생산한 물건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습니다(순환표의 4) 단계). 하나는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물품을 제공하는 "주문"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마을(다른 친구의 마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시스템이 가져갑니다.)로 "기차"에 실어 보내는 것입니다. 생산품들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 곳간(일반적으로 창고라고 불리는 것)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은 MMORPG에서 NPC상점에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처럼 사실상 버리기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처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생산품들을 소비할 때는, 기본적으로 유료 결제를 하지 않는다면 곳간(저장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매번 요구하는 물건들을 그때 그때 생산해야 합니다. 마침 내가 잔뜩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요구하는 주문이나 기차가 떠준다면 그야말로 땡큐베리감사를 외치면서 즉시 주문/기차 완료를 누르면 되지만 그런 일은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더군요. 따라서 요구하는 물건들의 종류와 수량에 따라 하나 하나 처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문"은 보상 주기 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주요한 돈과 경험치 획득 수단입니다. 대략 1 가지에서 4 가지 사이의 물건들을 요청하는데, 완료하기 버튼을 누르면 헬기가 해당 주민의 위치까지 물건을 싣고 날아갔다가 돌아옵니다. 요구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헬기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주문을 완료할 수 없습니다. 헬기가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이 주문의 쿨다운 시간(재사용 대기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대략 20초 내외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게다가 한 번에 발생하는 주문의 총 개수는 항상 7 개씩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매 주문을 완료할 때마다 즉시 새로운 주문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진행하고 싶지 않은 주문(터무니없는 수량을 요구하는 주제에 보상이 별로라거나)는 거절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19분 뒤에 새로운 주문이 추가됩니다. 무분별한 걸러받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죠. "기차"는 대략 1 시간 이상의 쿨다운 시간이 존재하는 제한된 컨텐츠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마을에서 직접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핵심 수단"입니다(순환표의 10) 단계). 마을에서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의 종류는 모두 건설자재들이고, 건설자재는 이름 그대로 건물을 짓는데에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생산건물들을 짓는 데 필요한 자원은 오직 게임머니 뿐이지만, 마을 확장에 요구되는 인구증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공 건물(극장, 세탁소, 까페 등 실제 플레이어가 조작하지는 않는 건물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게임머니 외에도 많은 숫자의 건설자재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가 기차로 할 수 있는 일은, 기차마다 각각 요구하는 이 마을에서 생산한 물건들을 먼 마을로 실어 보내고, 그 마을들로부터 답례로 건설자재를 받는 것 입니다. (물자를 실어보낸 기차가 건설 자재를 싣고 돌아올 때까지의 부분에서 보낸 마을의 위치에 따라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공들여 생산한 생산품들을 주문에 쓸 지 기차에 쓸 지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타운십에서 자원 순환 구조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됩니다 ("시장"을 짓고 나면 건설자재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지만, 이 때 요구하는 자원은 캐시포인트이므로 부차적인 경로로 판단했습니다.) Post F2P? 앞서 타운십의 구조에 대해 짤막하게 알아보았습니다만, 그렇다면 대체 제목에 쓰여있는 탈(脫, Post) 부분유료화(F2P; Free to Play)라는 건 어느 부분에서 나타나는가?는 여전히 알 수 없으실 겁니다. F2P라고 불리는 부분유료화 모델에서 지금까지 핵심적인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유료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는데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대체로 "돈을 내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곤 합니다. 의도적으로 불편을 주고, 돈을 내면 그 불편을 제거해주겠다는 방식이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을 강요당하는 일종의 심리적인 폭력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플레이어는 "동네 건달 형님들이 노점상에서 자리세를 걷어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이 방식은 편의 기능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편의 기능은 대체로 고가로 판매되는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고가로 판매되는 상품들은 플레이어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것들이고, 이것은 편의 기능 판매와는 또다른 불만을 발생시킵니다. 바로 "공정성이 무너진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점이죠. 업계에서는 Pay to Win(이하 P2W), 그러니까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면 된다는 방식을 일종의 공식처럼 사용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다른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해 온 "게임은 실력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야 한다"는 가치가 굳게 자리잡은 게이머들일 수록 그 가치와 반대되는 P2W 방식에 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캐시 안쓰고도 이만큼이나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도전 욕구마저 자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단순히 가격 면에서가 아니라 소재 자체에서 구매 저항이 상당히 높게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과금 방식을 극복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월드 오브 탱크 같은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패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서 돈을 써서 승리한 자와 돈에 패배한 자 모두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세간에서 F2P 2.0 으로까지 칭송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레임(Frame)이라는 단어를 빌려보자면, 기존 F2P 과금 방식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한계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저는 타운십에서 사용한 수익 모델을 F2P 2.0 또는 3.0이라는 방식으로 부르는 대신, Post F2P라고 불러볼까 합니다. 타운십에도 이같은 유료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긴 한데요,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게 얼마나 잘 팔릴 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플레이하는 데 큰 불편이 없거든요. (물론 곳간의 저장 공간 부족 문제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곳간..! 곳간..!!!) 다만 주문 부분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평소와 같이 타운십을 켰던 어느 날, 주문 화면에 못 보던 황금 테두리의 주문이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상도 무려 1 캐시포인트 더군요. 딱히 어떤 생산품을 요구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문 완료 버튼이 원래는 "전송"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곳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보기"라고 떠있더군요. 소중한 1 캐시포인트를 받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보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오오... 동영상 광고가 나오더군요. 크래시 오브 클랜, 붐 비치와 같은 기존 해외 유명 작품들의 광고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게임 오브 워 같은 최신작들의 광고까지 보여주곤 합니다. 대략 15초? 20초 정도의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특이한 점은 다른 웹 서비스들의 광고 영상들과는 달리 건너뛰기(Skip)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번 "보기"를 누르면 1 캐시포인트를 인질로 삼고(?) 광고가 끝날 때까지 중단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이 다른 주문들을 완료하러 헬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좀 짧은 느낌이 있어 별로 신경쓰이지 않더군요. 게다가 소중한 생산품을 갖다 바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기만 하면 1 캐시를 주는 거였습니다! 묘하게 기쁘더라고요. 처음 생긴 것부터 황금 테두리라 특별해보이더니, 그냥 광고만 보면 1 캐시를 준다는 게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즐겁더군요. 몇 번 반복하고 났더니 이제는 광고가 다시 나와주기를 기다리는 지경까지 됐습니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플레이어에게 돈을 쓰는 일이 즐겁도록 만든 것이 대단히 뛰어난 F2P 전략이었다면, 타운십에서는 플레이어가 돈을 쓰는 일 없이 광고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플레이어에게 반갑긴 하지만, 그 광고 역시 다른 게임들의 배너 방식처럼 여전히 짜증과 불편을 유발하는 게임 외적인 장치가 아니라 게임 안으로 끌어들여 오히려 고급스러운 컨텐츠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 뛰어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게임 안에 광고를 넣는 것에 대한 움직임은 계속 있었습니다. 제가 S.U.N.을 미주 대륙과 유럽 지역에 서비스하는 업무를 하던 때에도,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그저 게임에 새로 업데이트된 컨텐츠를 소개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마을 게시판에 외부 사이트 광고를 유료로 실어주곤 했습니다. 그 전부터도 웹젠에서는 회사 차원으로 (비록 게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헉슬리나 파르페스테이션 등의 마을에 광고를 넣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도됐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법들도 여전히 게임의 한 요소로 광고를 끌어 안는 것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대략 5초~7초? 정도 광고를 강제로 재생하고 그 뒤에는 건너뛰기가 가능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다른 일 하느라 건너뛰기를 하지 않고 광고를 그냥 둔 적이 있었는데 준비된 영상은 TV 기준 15초보다 훨씬 긴 30초 정도가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광고마다 총 길이는 다 달랐던 것 같지만요. 만약 제가 광고주의 입장이라면, 30초 동안 재생될 것을 기대하고 돈을 들여 영상을 만들고 다시 돈을 들여 광고를 걸었는데, 확정적으로 고객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고작 5초뿐이라면 굉장히 손해보는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IPTV로 VOD를 보더라도 1~2 개의 광고가 건너뛰기 불가능한 상태로 보여지는데 말이죠. 타운십에서 광고 자체만 놓고 봤을 때, 1)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여준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광고를 긍정적으로(심지어 기쁘게!) 대한다. 라는 부분이 굉장히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것을 게임 내 요소 일부로 가져온 것도 훌륭했고요. 그리고 만약 주 수입원이 유료 상품 판매가 아닌 광고 수익이 될 수만 있다면, 요즘 F2P 게임들이 게이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태를 벗어나 돈을 요구하지 않고도 플레이어들에게 더 나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플레이어의 모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광고가 노출될 대상도 늘어날 것이므로 다시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리 시골에서 보내던 어린 시절, 인삼 농사를 지으시는 동네 어르신께 "인삼을 재배한 밭은 1~2년 동안 다른 작물을 심을 수가 없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삼이 토양의 양분을 과도하게 빨아먹어서 다시 토양이 재생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을 배우게 됐습니다. 요약하자면, 환경을 파괴하면서 급격한 발전을 추구하면 오래도록 존속할 수 없으니, 환경을 지키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지금 당장의 수익을 위해 지금까지의 F2P가 고수하던 다소 과격한 과금 방식을 남용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해당하는 "게임 시장"이 말라버리게 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이 흔히 말하는 "황금 알을 낳는 오리 배를 가르는 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도 다른 글의 말미에서도 말한 적이 있듯이, 개인적으로는 게이머와 개발자, 개발자와 게이머가 서로 다른 꿈을 꾸지 않고 같은 꿈을 꾸는 "게임을 사랑하는 동료"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 중에, 타운십에서 사용한 광고 수익을 통한 서비스 무료화라는 방식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굉장히 매력적인 모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타운십 링크] 애플 앱스토어: https://itunes.apple.com/kr/app/kkum-ui-ma-eul-township/id638689075?mt=8 구글 플레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layrix.township
  22.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한 듀랑고의 아이템과 가공 구조에 대한 글을 포럼에 옮겨봅니다. 블로그 원문 주소: http://zerasionz.tistory.com/73 ====================================================================================== ["듀랑고:야생의 땅" 일러스트레이션] 1. 가죽 장화 지난 5월 27일, 판교 테크노밸리의 한 건물 지하에 마련된 강연장. 그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시작된 패기와 재치 넘치는 한 게임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업계 전체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번 NDC에서는 업계인들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사인 닉네임 파파랑의 이은석 디렉터, 그의 신작 "듀랑고:야생의 땅"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던 강연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많은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은 것은 "가죽 장화 시리즈"로 불리는 "가죽 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 가죽 장화를 먹게 해달라고?"의 두 연작 강연이었습니다. "가죽 장화를 먹는다"는 파격적인 소재와 "해주세요-해달라고?"라는 게임제작인들에겐 끝나지 않는 RvR 소재인 게임 디자이너 vs 프로그래머라는 대결 구도의 강연 배치까지. 무엇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였죠.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방증처럼, 무려 문명 온라인과 관련된 내용을 들고 나온 송재경 대표의 강연이 동시간이라는 것도 무색할 정도로 가죽 장화의 강연장은 의자에 앉지 못한 참석자들이 통로 바닥에 앉아서 들어야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NDC2014 가죽 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프레젠테이션] 뚜껑을 연 가죽 장화 이야기는 오랫동안 많은 개발자들이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 근데 될까?"라고 고민만 하던 내용들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해봤습니다."라고 덤덤한 어조로 전달하며 큰 충격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마치 콜럼버스가 탁자에 달걀을 깨뜨리는 모습 같았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온갖 방식을 떠올리며 "이렇게 했을까? 아니면 저렇게 했을까?"하는 추측들을 떠올렸던 것 같은데요, 디자이너가 설명해 준 사고의 흐름과 정리된 개념들을 보면서 무릎을 탁 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비유와 무릎을 탁 친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듣기 전까지는 떠올리지 못했지만 듣고 나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아주 멋진 해법을 보여줬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2. 아이템의 구성, 속성과 특성 두근거림에 대한 서론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제가 이해한 듀랑고의 아이템 구조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매커닉이 출발한 발상의 기점은 강연 초반에 나온 "아이템의 용도를 결정하는 주체가 개발자가 아닌 플레이어이길 바랐다."는 부분이라고는 생각되는데요, 이는 이후 29일 발표된 이은석 님의 "창발적 디자인"이 듀랑고의 핵심 요소라는 걸 감안할 때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플레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상향식(Bottom-up)과 블랙리스트 기반 디자인을 사용한 듀랑고이기에 디자이너는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뼈대가 되는 규칙들을 설정하고, 각각의 요소들이 명확한 규칙 안에서 제한 없이 플레이어의 바람에 따라 흘러갈 수 있도록 아이템을 디자인했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NDC2014 가죽 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프레젠테이션] 강연자였던 왓!스튜디오 이정수 디자이너의 정리에 따르면, 듀랑고의 아이템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속성"과 "특성"으로 분류됩니다. 속성은 다른 게임들의 아이템들이 가지는 속성과 다른 새로운 성질의 것들로 이뤄져 있는데 대표적으로 "날카로움", "딱딱함", "에너지가 있다"와 같은 것들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특성은 이러한 속성들이 모여 어떠한 구분점을 갖는 것들을 지칭하는데, "입을 수 있다", "먹을 수 있다", "가죽" 등이 그것입니다. 아이템 1.0으로 명명한 첫 번째 단계에서는 속성과 특성이 각각 별도로 관리되며, 디자이너가 직접 수동으로 특성을 입력하는 태깅Tagging 방식으로 구현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규칙을 간단한 수준으로 정리하기 어려웠고, 일일이 수동으로 부여되는 태그 덕분에 데이터 안정성에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디자이너 또는 시스템이 통제 가능한 범위로 내용을 정리해, 태그 속에 속성들이 포함되는 이전 보다 딱딱한 규칙으로 구현 방향을 돌렸고 이것을 아이템 2.0으로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성 부족으로 인해 창발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결과가 나타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아이템 3.0이 진행중이라고 했습니다. [두들갓 조합식 화면] 이같은 속성과 특성의 관계를 보고 처음 떠오른 것은 두들갓Doodle God 이라는 게임이었습니다. 두들갓은 미리 정해진 조합식에 따라 두 원소를 합치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할 수 있는 게임인데, 특정 원소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의 조합식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불에 타는 원소는 무엇이라도 불과 섞으면 재Ash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천적 관계의 두 생명체를 섞으면 대체로 시체 또는 피를 발견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 게임의 조합은 상향식으로 디자인된 하위 단계의 규칙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미리 설정된 조합식에 따라서만 조합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프로그래머의 강연에서 아이템 3.0을 간략하게 소개받을 수 있었고, 이 단계에서 속성과 특성의 관계는 속성들이 모이는 규칙에 따라 특성이 자동으로 발생하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단계부터는 직전까지 추측했던 두들갓 방식의 조합 구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적절한 예시 게임과 시스템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오래지않아 어느 유명 게임의 시스템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몬스터헌터의 장비 스킬 시스템. [몬스터 헌터 장비 스킬 테이블 화면] (몬스터 헌터 스킬 계통과 스킬 페이지: http://www.nintendo.co.kr/3DS/MH4/manual/c07s03.php ) 몬스터헌터의 장비는 그 하나 하나를 착용한다고 해서 어떤 스킬(옵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몬스터헌터의 장비 정보를 살펴보면 여느 RPG 게임 아이템처럼 "무슨 능력치 플러스 몇(ex. 지능 +3)"과 같은 옵션 정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검술, 통격, 귀마개, 배부름처럼 독특한 이름의 "스킬포인트"가 정수(양수와 음수를 포함) 형식으로 적혀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텐데요, 바로 이런 스킬포인트들이 모여 일정한 수치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각각의 스킬들이 발동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력에 영향을 주는 "공격" 포인트의 경우, +10/+15/+20 포인트를 만족했다면 각각 "공격력UP 소/중/대" 스킬이 발동하고, 반대로 -10/-15/-20 포인트를 만족했다면 각각 "공격력DOWN 소/중/대" 스킬이 발동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유리한 스킬을 발동시키면서 불리한 스킬은 발동시키지 않기 위해 장비를 세팅하게 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이런 장비 선택 고민이 유의미할 수 있도록 각각의 장비 파츠들은 + 포인트와 - 포인트를 함께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동시킬 스킬만 집중하면서 장비를 세팅하다보면, 어느새 나쁜 스킬들이 한가득 따라오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기본 규칙은 심플하게 디자인한 뒤, 컨텐츠 단계에서 다양성을 확보해 플레이어에게 풍성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향식 디자인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몬스터헌터의 스킬 발동 매커닉처럼, 듀랑고에서는 속성들이 모인 상태에 따라서 각각의 특성들이 "발동(발현)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각의 스킬 포인트가 하나의 스킬 발동과 1:1로 연결된 몬스터헌터와는 달리, 듀랑고의 경우 여러 속성들의 조합 상태에 따라 특성이 발현되는 방식이라면 동시에 여러 종류의 특성이 발동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컨텐츠 통제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특성이 한 개의 아이템에 동시에 발현되는 등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발하지 않도록 특성들의 발현 조건을 보다 섬세하게 조율하는 작업이 디자이너에게 요구될 것 같습니다. 3. 아이템의 가공, 레시피 듀랑고에서는 태그라는 이름의 특성들을 통해 그 안에 담겨 있는 아이템의 속성을 파악하고 가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레시피"라고 통칭하고 있습니다. 여러 강연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는 "도끼를 만드는 방법"처럼, 날붙이, 접착제, 막대라는 태그를 가진 아이템들을 모아 레시피를 통해 고유한 무기로 "상태를 변경"할 수 있어 보입니다. 레시피의 가장 큰 특기 사항은 이것이 단지 다른 게임에서 "아이템 조합"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산과 건설 시스템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대체 수단의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월드에 배치된 모든 식생들은 그 자체로 아이템이거나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생산 레시피를 통해 "상태를 변경"하는 구조로 추측됩니다. 즉, 아이템을 생산 또는 채집해 플레이어가 손에 넣는 시점에서 이미 그 아이템은 최초의 아이템이 아닌 이미 가공된 아이템이 되는 구조로 생각됩니다. [디아블로3의 전리품 2.0이 적용된 아이템 툴팁 화면] 아이템 제너레이팅 방식만 놓고 보면, 이러한 방식은 전혀 낯선 것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아주 익숙한 방식일 수도 있고요. 디아블로3 전리품 2.0 시스템의 스마트 드랍을 생각해보시면, 우선 사용자의 조건(현재 플레이 중인 캐릭터 레벨과 클래스)을 판단한 다음,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옵션의 종류와 성능의 범위Boundary 안에서 아이템의 최종 속성들이 결정되는 것은 이미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사용자의 조건을 판단하는 부분을 어떤 경로와 도구로 아이템을 생성하려고 했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옵션의 종류와 성능의 범위를 부여할 속성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으로 각각 대입해보면 레시피의 가공 구조를 개념상으로나마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태전이 테스팅 모델 예시] (출처: http://sten.or.kr ) 하지만 앞서 아이템이 레시피를 통과하는 동작을 "상태의 변경"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제가 파악한 듀랑고 아이템 시스템의 핵심적인 차별점이었습니다. 강연에서는 "분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는데요, 다른 게임의 분해라는 컨텐츠처럼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이 아닌, 마치 Windows OS에서 Ctrl+Z 키를 누른 것처럼 레시피를 거꾸로 돌려 아이템의 상태를 "되돌리는 방식"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태의 변경은 마치 어떤 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물의 순환(구름-비-강-바다-다시 구름)이나 QA 시절 배웠던 상태전이 테스팅(State Transition Testing)같은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에서 파악해 본 레시피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스스톤의 게임 화면] 블리자드의 카드 게임 하스스톤을 예로 들어보면, 맨 처음 어떤 하수인 카드를 전장에 냈을 때 그 카드의 기본 공격력과 생명력이 흰 색으로 적용될 것이고 이 부분이 (비록 랜덤 및 계산과 같은 프로세스의 개입은 없지만) 듀랑고의 아이템 생성 단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카드를 내는 순간 기존의 다른 주문 등의 영향으로 기본 공격력/생명력 값에 변화가 생긴 상태로 전장에 배치가 됐다면 이는 특수한 조건이 만족된 상태(수확량이 좋은 계절에 채집을 했다거나 좋은 수집 도구를 썼다거나)에서 아이템을 생성한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초기값으로 배치된 카드에 주문 또는 특수 능력을 가진 하수인의 효과를 적용해 값에 변화를 준다면, 증가한 값은 녹색으로, (생명력의 경우) 감소한 값은 적색으로 나타나게 되고, 마찬가지로 이를 듀랑고의 레시피를 통한 아이템 가공 단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단순히 수치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처럼 초기값의 일부 또는 전체를 다른 값 또는 상태로 변화시키는 정도가 있을 수 있고,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생성 단계에는 없었던 정보를 추가하거나 있던 정보를 제거하는 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스스톤에서 다른 하수인에게 도발, 돌진, 천상의 보호막, 죽음의 메아리 등의 효과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하스스톤에서 침묵 주문이 가지고 있는 효과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WoW의 그것과 같은 "더 이상 주문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음"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적용된 변화(그 중 버프류)를 되돌림"입니다. 듀랑고에서 레시피를 역으로 돌려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분해 행동은 이 중 후자의 효과와 일맥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4. 고민해볼 내용들 하지만 여기서 구현 시 중요한 부분을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씩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가공 구조의 규격화 우선 레시피라는 개념을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위에서 파악해 본 레시피의 특징은 데이터 단계에서 아이템이 본래 가지고 있던 정보를 가공하는 것인데요, 가공하는 대상의 존재 유무에 따라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a) 데이터에 있는 정보를 변경: 이 때에는 어렵지 않게 미리 아이템 데이터에 포함된 속성들의 값 또는 종류를 바꿔줄 수 있을 것입니다. 레시피를 적용하기 전에 레시피가 가공할 속성을 가지고 있는 지 먼저 검사하는 조건만 있다면 적용 전의 아이템을 선별하는 것과 적용된 후의 아이템 상태를 예측하는 것 모두 디자이너의 인지 범위 안에 있을 것입니다. (b) 데이터에 정보를 가감: 이 때에는 아이템 데이터에 해당 속성이 이미 있었는 지 없었는 지 판단하지 않고, 레시피가 어떤 속성을 부여하거나, 기존에 데이터에 존재하는 속성을 제거하는 등의 가공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최초 아이템 데이터에 설정한 속성들에서 크게 벗어날 우려가 있고, 그 때문에 가공 단계를 여러 차례 거칠 수록 디자이너의 인지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듀랑고는 현재까지 이같은 가공 방식에 대한 규격화가 진행되지 않아 각 레시피마다 서로 다른 동작 방식을 가진 상태고 그에 따라 디자이너가 일일이 스크립트로 제작해야 하는 생산과 관리 양 쪽 모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연 초반에 보여준 "[플레이어]가 [대상]에게 [행동]한다"같은 포괄적인 개념 정리 방식을 도입해보면 꼭 2차원 데이터 테이블 형식이 아니더라도 그 가공들의 공통된 규칙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레시피]는 [속성]을 [가공]한다"처럼요. 개인적으로는 액셀성애ㅈ..아니 데이터 테이블 애호가이기 때문에,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조건에 따른 컬럼의 활용법"을 통해 어떻게든 구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Z] 당신의 소중한 Data Table 컬럼, 이제 아껴쓰세요: http://zerasionz.tistory.com/41 ) 문득 떠오르는 컬럼들의 내용들을 읊어보자면... 정도네요. 물론 저는 듀랑고의 아이템이 어떤 종류를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디자이너가 아이템의 가공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부적절한 내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강연을 통해 유추해 본 내용상으로는 이런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 변수의 저장 방식 앞서 하스스톤의 예시에서처럼, 최초에 데이터 단에서 설정된 아이템의 초기 값(흰 색 숫자)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각종 주문과 전투의 결과들에 의해 변화된 현재의 값(녹색 또는 적색 숫자)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전자를 초기값, 그리고 후자를 변수라고 불러보겠습니다. 초기값은 미리 데이터에 심겨진 내용이며 업데이트나 패치로 인해 데이터가 변경되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는 값이기 때문에 각각의 정보가 고유하게 관리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누가 뭘 몇 개 가지고 있다더라" 정도의 정보가 필요할 뿐이겠죠. 그리고 하스스톤의 카드들 역시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에는 이런 초기값들만 유효하기 때문에 덱에 어떤 카드를 몇 장 세팅했는지 정도만 저장할 공간이 확보되면 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주문과 전투로 변경된 상태들이 각각 "이 카드는 지금 어떤 어떤 상태야"라는 게 저장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변수들이 각각의 상태에서 저장되야 하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아이템의 내구도가 손상된다거나 강화나 마법부여 등으로 아이템의 능력치가 변경되는 RPG류의 게임들이 이런 게임에 속하죠. 그리고 단일 아이템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한 개가 아니라 두 세개 이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예를 들어 내구도, 강화 단계, 옵션 부여 종류, 재연마 상태, 보석 홈 갯수, 박혀있는 보석의 종류 등) 각각의 변수들을 곱한만큼 경우의 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듀랑고의 경우 아이템의 생성과 가공이 이같은 변수 방식으로 판단되고 있다면, 각각의 상태들을 저장해줘야만 하고 저장 공간이 변수의 종류와 숫자만큼 많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우의 수를 조합해서 임의의 ID를 부여해 숫자만 관리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창발적인 조합을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듯) 만약 초기값과 변수의 "현재 상태"만 저장한다고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기존의 게임들 구조와 유사한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어떤 어떤 형태가 있었는지는 판단하고 기억하지 않고, "그래서 지금 결과가 뭔데?"만 집중한다면 말이죠. 그런데 이 부분을 어렵게 만드는 한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앞서 언급했던 "분해"가 그것입니다. 전혀 다른 재료 아이템으로 환원해주는 분해가 아닌, 이전 상태로 복원해주는 분해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전 얼마만큼 또는 별도로 설정된 어떤 값들 만큼은 "중간 변화 단계를 저장"해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에 듀랑고의 아이템 분해가 하스스톤의 액션 히스토리(상대와 내가 수행한 모든 카드 액션이 왼쪽 바에 기록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레시피 이력을 추적하는 것을 요구한다면, 구현을 위해 어마어마한 DB가 요구되거나 상부의 구현 승인이 떨어지지 않겠죠. 따라서 어느 정도 저장할 정보들을 덜어내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장 심플하게 초기값과 현재 상태만 저장하는 것으로 하고 아이템 3.0에서 설명한 "발현되지 않은 속성 정보"라는 것이 중간에 레시피를 통해 심겨지기만 한다면, 디자이너 입장에선 아닐 수 있더라도 적어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화, 즉 돌연변이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문제 시 됐던 분해 시 되돌려 줄 정보의 경우는, 어차피 모든 정보를 고스란히 Ctrl+Z 해주는 방식은 아닐 것으로 추측되니 별도의 분해를 대비하기 위한 저장 공간을 확보해 두고 그 곳에 분해 시 다시 심어줄 속성 정보만 별도로 관리해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치 필요한 데이터를 쿼리를 통해 DB에서 추출하는 과정처럼, 분해 역시 역(逆) 레시피를 통해 지정된 속성들만 꺼내서 복원시켜준다면, 모든 히스토리를 저장하지 않아도 적정 수준의 되돌림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무(으)리 여기까지가 제가 듀랑고의 디자인 강연 발표들을 토대로 이해하고 추측해 본 아이템의 구성과 가공 구조입니다. 어디까지나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추리에 가까운 형태로 재구성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실제 구현 내용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방식의 매커닉을 한번 쯤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게임 디자이너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디자이너 분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지 무척 궁금하네요. =) 무척이나 두서 없는 글이었지만 굳이 결론을 세 줄 요약해보자면... 1 듀랑고 빨리 출시해주세요, 2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3 엉엉
  23. 페이스북에서 가챠의 도박성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를 보게 되어 허락을 구하고 포럼으로 글타래를 옮겨봅니다.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대해 봅니다. =D =============================================== tophet: 가마수트라에서 가차퐁 관련해서 양키들이랑 키배 뜨고 있는데... http://gamasutra.com/blogs/YongHeeKim/20140506/217008/Why_Gachapon_is_ultimate_monetization_method_in_Free_to_Play__based_on_microeconomics.php 아... 진짜 말귀를 못알아들으니 논쟁을 할 수가 없다. 그나저나 원문 쓰신분이 한국분인데, 누가 GDF에 좀 소개해주세요. Voosco: 전체를 다 읽은건 아니지만 "You can loose. You can get something you don't want or need, which is therefore useless, so its the same a loss." 부분은 나랑 관점이 비슷한데. 나는 가챠폰에 일정한 도박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봄. 이를 커버하는 것이 일본에서 컴플릿트 가챠를 옹호하며 나온 "도박은 지면 다 잃는다. 가챠는 뭐라도 얻는다" 인데, 그건 일본의 관련법에 의거한 논리이고, 실제로 내가 얻는게 내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라면, 그건 얻지 못한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이런 내 생각은 법적인 얘기이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게임 디자인이 사람의 마음 속에서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이긴 하지. '법적으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가챠가 중독적인 이유의 상당 부분은 도박과 같은 매커니즘이 있다" tophet: 도박설은 원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것을 얻었으므로 돈을 잃은 것이라는 관점이고, 비도박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어쨌든 무언가를 얻었고 이게 실질적으로 어떻게든 쓰임새가 있으니까 돈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죠 Voosco: 그럼 반대로 슬롯머신에 디폴트 깨평을 넣어서 도박장들이 거리로 뛰쳐 나올 수도 ... ㅋ 박형구 님: 흠 Voosco 님 아이디어 좋은데요? 쓸만한 개평을 넣어서 슬롯머신을 거리로 내보내면 그것도 재미있겠군요. 근데 도박과 비도박은 사실 "돈 넣었는데 더 많던 더 적던 "돈으로"돌려준다"는 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었잖아? tophet: 랜덤으로 얻은 결과물을 현물로 교환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턴 무조건 짤 도박이지요. 박형구 님: ㅇㅇ 내 말이 그말 결과물이 뭐 쓰레기던 아니면 보물이던 그거야 게임내 유통 문제면 별 상관 없지만 현금화가 되면 도박이잖아? Voosco: 맞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가장 큰 기준이고, 이는 애초에 현물로의 컨버팅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챠시스템에는 적용하기 어렵죠. 따라서 법적으로는 도박이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게임 디자인의 매커니즘 측면에서 이게 도박이 아닌가하면 저는 자신이 좀 없어지더라구요. 특히나 이를 위해 플레이어가 써야하는 자원이 '현금'이라는 점이 들어가면 더더욱 ... 박형구 님: 그게 도박성이냐는 질문이라면 도박성이죠 당연히 맨날 까봤자 쓰레기 나오는데!? 게임 디자인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도박이냐 아니냐는 따질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게임 디자인 메커니즘 측면에선 "재미있으면"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도덕한 발언인가요? ^^ Voosco: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구도는 너무 '시큰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뭔가 파보기에는 흥미도 재미도 없는 케이스 ... 게임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사실 좀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현금이 투입되고 도박의 원리로 동작하는 장치는, 지금 당장이야 적법하다 하더라도 언젠가 꼬투리 잡히기에 아주 쉽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죠. 박형구 님: 흠 하지만 게임이란게 어차피 "돈"을 받아야 하고 그 반대급부로 "즐거움"을 주는 거잖아요. 그걸 위해서 유저는 "시간"과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 거구요. 게임이라는 장치란게 일단 저런 구조다 보니 그렇게 따지면 문제는 "퐁"부터 있었던 거죠. "돈은 집어넣었는데 주는 상품은 아무것도 없잖아" 니까요 도박의 원리라는 게 저때부터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예나 지금이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Voosco: 물론 부분유료화나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자는 의견에 반대하진 않습니다. 단지 부분유료화에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습니다만 굳이 모든 게임들이 '가챠'라는, 리스크가 큰 장치를 써야 할 이유가 뭔가가 좀 걸린다는거죠. 도박은 물론 오래전부터 있어왔죠. 근데 우리나라에선 상당부분 금지되어 있고, 당장 몇년 전만 봐도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에 게임에 관련된 법규들이 몹시 난잡해져 지금 우리가 고생하고 있기도 하구요. '더 그렇게 될 위험'을 감수하고 한탕하고 손털 것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지도 좀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tophet: 결국 문제는 돌고 돌고 도네요. 퍼즈도라나 요즘 제가 하고 있는 드래곤포커와 같은 컬렉팅 카드 게임의 전체 시스템 플로우에서 보자면 말이죠. 그라인딩을 하면 노멀 등급의 카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시간을 더 투자해서 더 많은 카드를 그라인딩해서 얘를 키워낼 수가 있지요. 가차를 뽑으면 일단 아무리 못해도 그라인딩해서 얻은 카드보다는 높은 등급의 카드가 나옵니다. 얘를 키우든 갈아먹이든 어쨌든 이 등급의 카드를 그라인딩하는 것 보다는 시간을 절약한 것이죠. 운이 좋다면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구요.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겠습니다만. 박형구 님: 이게 "유저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주는 것이 현명한가" 같은 수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현금 질러 갓챠는 유저의 요구가 맞습니다. 아니 더 정확한 유저의 요구는 "현금 질러 강해진다"는 아주 심플한 요구인데요. 이 요구를 그냥 들어주면 그냥 욕먹는 pay to win에만 가까워지니까 곤란하겠죠. 그걸 어떻게든 "조절하면서 들어주는 시스템"이 그나마 가챠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들어주면 게임 자체를 말아먹기 때문에 그냥 들어줄 수는 없고 말이죠. 디아블로가 "유저의 요구에 응하여" 현금 경매장까지 디자인하고 만들었다가 결국 빼고 나는 그 전체의 움직임을 보다 보니 진짜 "유저의 요구는 어디까지 들어주는 것이 맞는가?" 하는게 게임 디자인 측면에선 가장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법적 사회적 리스크는 있긴 하지만 갓챠는 그나마 유저의 요구에 영리하게 응답한 케이스라고 생각이 듭니다. tophet: 낮은 확률과 그로 인한 예상 코스트가 그 성능을 정당화시켜주지요. 플러스로 어쨌든 낮은 확률이지만 돈을 적게 쓰거나 안쓰고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요. Voosco: 엄밀히 말해보자면 내 입장은 '컴프가챠 사태때 나왔던 논리로는 가챠 시스템에 도박성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반대편에서 (신모의원?ㅋ) 태클 걸려면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다' 정도인데다가, 필부가 페북 귀퉁이에서 뭐라고 한들 돈 잘 벌리고 업계가 커지면 사실 나도 좋으니 ... ㅋㅋㅋ
  24. [Inven] [번역] 마법사 매커니즘과 정보들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974&l=13870&vtype=pc 전체 5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북미 공식 포럼의 포스팅을 korjaeho 라는 닉네임의 디아 인벤 유저분께서 번역해주신 내용입니다. 초반에 언급되는 RPG류의 기본적인 수치 타입과 비율 타입 옵션들의 적용 방식 등은 유사 장르를 개발해본 이력이 있는 분들에겐 특기할만한 사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도트류와 채널링 류의 스킬 계산에 포함되는 속도 계수와 적중 계수와 같은 매커니즘은 블리자드의 밸런스 공학에 대한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흥미로왔습니다. Black-box Testing만으로 핵심 매커닉을 이렇게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 걸 보면, 역시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말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물론 포럼을 돌아다니다 보다보면 GM 답변 등을 통해 개발자 코멘트로 매커니즘을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들이 있기도 합니다만, 본문의 내용을 구성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블랙박스 테스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넘어가는 것으로 합니다.)
  25.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한 2.0 패치 리뷰를 포럼으로 옮겨봅니다. http://zerasionz.tistory.com/71 ====================================================================================== 지난 2월 27일 목요일. 디아블로3의 아시아 서버에도 마침내 신규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의 사전패치인 2.0 패치가 적용되었습니다. 오늘은 세간에서 "2년 간의 오픈 베타 기간이 끝났다!"고도 평가되는, 그리고 많은 용사들을 다시 성역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이른 바 "개념패치"로 불리는 디아블로3 패치 2.0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세부 내용이 적힌 패치노트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3 공식 사이트: 2.0.1 패치가 적용되었습니다.) 1. 새로운 난이도 구조 일반Normal, 악몽Nightmare, 지옥Hell. 이것은 이전 시리즈인 1편과 2편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던 난이도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난이도는 반드시 이전 단계의 난이도를 "클리어 한 이후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3편에 와서는 이를 확장한 네 번째 난이도이자 지옥 난이도의 상위 단계인 "불지옥Infernal"이라는 단계를 추가해 이제까지의 난이도 구조를 더욱 곤고히 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반복 플레이의 강제"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숙련도나 강함같은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모두가 똑같이 난이도 숫자만큼 게임 시나리오의 처음과 끝을 반드시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강제되는 반복 플레이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숫자만큼 늘어나 더 큰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했습니다. 단방향으로 진행되는 시나리오 구조의 특성과 게임의 수명을 유지시켜주는 반복 플레이의 유도가 서로 상충해 플레이어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안겨주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대안을 내놓게 됩니다. 이번 2.0 패치에서는 마치 예전 콘솔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쉬움, 보통, 어려움"과 같은 난이도 선택 방식처럼, 한 번의 시나리오 플레이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실력에 맞게 난이도를 더 어렵게, 또는 더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이 바탕에는, 캐릭터의 레벨이 증가하면 악마들의 레벨도 따라서 증가하는 이른 바 "몬스터 레벨 스케일링Monster Level scaling"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아레나넷ArenaNet의 길드워GuildWars2에서 낮은 레벨의 지역에 입장한 캐릭터의 레벨을 강제로 지역에 맞게 하향 조정하던 것의 반대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레이어가 몇 레벨이던 간에, 악마들과의 레벨은 항상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점점 더 강력한 아이템을 손에 넣게 되면서, 캐릭터는 자신의 레벨을 뛰어 넘는 강함에 도달하게 되고 게임의 난이도는 점차 쉬워질 것입니다. 몬스터들의 강함이 고정되어 있던 이전까지의 난이도 구조에서라면 약해진 몬스터들을 무의미하게 쓰러뜨리면서 자신의 강함에 맞는 적당한 난이도에 도달할 때까지 진행했어야 하지만, 새롭게 개편된 난이도 구조에서는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난이도를 높여 도전하면 됩니다. 보통 - 어려움 - 고수 - 달인 - 고행 단계로 구분된 새로운 난이도 구조에서는, 난이도가 높아질 수록 몬스터들이 강해지지만 그만큼 높은 보너스의 혜택도 같이 받게 됩니다.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경험치와 금화 습득량, 그리고 마법 아이템 획득 확률에 각각 더 많은 보너스를 얻게 되면서 캐릭터가 강해질 수록 성장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는 구조로 개편되었습니다. (기존의 각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던 악마 강화 단계는, 고행의 단계가 1~6 단계로 제공되는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레벨의 플레이어가 같은 방에 존재할 경우, 몬스터가 어떤 값의 레벨로 조정되는 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 전리품 2.0 디아블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악마를 무찔러 캐릭터를 단련시키고 그들이 떨어뜨린 장비를 통해 더욱 강해져, 다시 더 강한 악마를 무찌른다"는 반복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비율의 차이는 있었지만) 여기서 캐릭터의 성장을 담당하는 두 축은 능력치와 장비였고, 한계점 까지 성장한 캐릭터의 능력치 이상의 강함에 도달하기 위해 강한 장비를 획득하기 위한 반복 플레이를 "아이템 파밍Item Farming"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상식 수준의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자 노트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3편에 와서는 "경매장"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 덕분에 시리즈의 전통이었던 "악마 사냥을 통한 아이템 획득"이라는 기본 순환 구조가 파괴되었고, 악마와 싸우는 대신 경매장에서 원하는 옵션의 물품이 등록되길 기다리며 새로고침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용사들을 원치 않던 개발사는 "경매장 폐쇄"라는 강경책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디아블로3 공식 사이트: 경매장이 곧 닫힐 예정입니다.) 기존의 아이템 드랍 구조에서는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난이도와 막(Act)이라는 컨텐츠의 강도에 따라 그 종류와 부여되는 옵션들이 무작위로 설정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에게 필요한 아이템이 떨어질 확률도 낮았을 뿐더러,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이 떨어졌다고 해도 부여된 옵션이 자신에게 유용할 확률은 훨씬 더 희박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는 필요 없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필요할 지도 모를 아이템들을 서로 교환하는 일이 이전 시리즈부터 성행하게 됐습니다. 혼자 구하는 것보다, 여럿이 구하는 쪽이 훨씬 확률이 높은 것은 간단한 계산이니까요. 하지만 개발팀 입장에서는, 이러한 아이템의 거래라는 행위가 사실상 자신들의 의도대로 전체 플레이어들에게 제공되는 아이템들의 품질과 양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배틀넷Battle.net이라는 온라인 공간과 싱글 캠페인의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아이템 가치가 큰 격차를 보이게 됐습니다. 따라서 2편과 3편의 패치 내용(지옥문 장치)에서는 거래되는 아이템들보다 상위 등급의 아이템들은 거래가 불가능한 설정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기준선 이상에서의 제어만 가능했을 뿐이었습니다. 경매장의 폐쇄에 앞서, 이번 2.0 패치에서는 금화, 제작 재료, 전설 등급 이상의 아이템에 대해 추가적으로 플레이어 간 거래에 제한을 두었습니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자급자족의 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전리품 2.0"은 이러한 거래 제한 정책에 대한 돌파구 입니다. 전리품 2.0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타인의 도움 없이도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를 더 잘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패치"가 바로 전리품 2.0 입니다. 경매장도 금화나 아이템 거래도 불가능해져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어려워진 플레이어들에게, 직접 사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전투보다 경매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기형적인 플레이 패턴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데 크게 일조합니다. 3. 정복자 2.0 이번 3편에서는 본편 최고 레벨인 60레벨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성장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써 "정복자 레벨"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했었습니다. (디아블로3 공식 사이트: 정복자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정복자 레벨은 최대 100레벨까지 성장 가능한 새로운 방식의 레벨이며, 레벨이 증가함에 따라 직업별 주 스탯과 골드 획득량, 마법 아이템 획득 확률이 증가하는 마치 "옵션 증가"에 가까운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업 주 스탯과 마법 아이템 획득 확률이라는 옵션 자체가 주는 메리트가 컸기 때문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겨움을 무릅쓰고 정복자 레벨 올리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추측되는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확장팩에서 최고 레벨 상한이 상향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이를 보상해주면서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당시의 정복자 시스템 기준에서 추측해볼 수 있었던 가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2.0 패치에서 정복자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구조로 완전히 바뀌면서 위의 의문들을 한 번에 해소했습니다. 즉, 정복자 레벨이라는 것은 캐릭터의 레벨이 아닌, "계정 전체에 적용되는 누적 성장 포인트"와 같은 개념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정복자 2.0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기 편하다"는 점이 됩니다. 내 계정의 정복자 레벨이 100 레벨이라면,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해 1 레벨의 다른 직업 캐릭터가 생성되도 마찬가지로 100 포인트의 정복자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설명드린 새롭게 개편된 난이도 구조와 더해져 더욱 빠른 성장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4. 새로운 강화 효과 이전까지 사용되던 전투 흐름 유도 장치로는 "네팔렘의 용맹"이라는 용사 또는 희귀 악마를 처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버프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디아블로3 공식 사이트: [정보] 강화 효과 - 네팔렘의 용맹) 60 레벨의 캐릭터가 용사 또는 희귀 악마를 처치하면, 골드 획득량과 마법 아이템 획득 확률이 증가하는 30 분 짜리 버프를 받게 되고 버프가 지속되는 동안 다른 용사/희귀 악마를 처치하면 다시 30 분으로 남은 시간이 초기화 되면서 최대 다섯 번까지 중첩되는 시스템 이었습니다. 링크에도 적혀있다시피 특정 구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개발팀의 의도가 잘 느껴지는 시스템이긴 했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버프가 해제되는 조건들 중에 "스킬 또는 룬을 변경하면 해제"되는 조건 때문에 상황에 맞는 유동적인 스킬 세트 운용이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일반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용사/희귀 등급의 몬스터를 처치하면서 네팔렘 5중첩을 쌓는 동안에는 다 수의 몬스터와 상대하기에 적합하면서 빠른 이동에 효율적인 스킬 세트를 운용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5중첩을 쌓은 이후에 보스 몬스터에게 파밍하러 갈 때에는 다시 보스전에 적합한 스킬 세트로 바꿀 수가 없다는 점은 제법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2.0 패치에서는 네팔렘의 용맹 버프를 삭제하는 대신, 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두 가지 강화 효과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1) 투영의 웅덩이 성역을 돌아다니다보면 기존의 생명력/마나 회복샘과는 다른 황금빛의 웅덩이를 발견하게 되며, 그 효과는 무려 "경험치 획득 보너스 +25%"입니다. 효과가 적용되는 범위는 현재 레벨 업까지 필요한 경험치 량의 50%.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효과는 "캐릭터가 죽으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생존에 대한 긴장감을 높여가면서 경험치 혜택을 위해 조심 조심 전투를 진행해야 합니다. 2) 힘의 구슬과 네팔렘의 영광 성역의 악마들을 처치하다보면 기존의 피의 구슬과는 다른 황금빛의 구슬을 발견하게 됩니다. 힘의 구슬이라는 이름의 이 황금 구슬을 먹게 되면 "네팔렘의 영광"이라는 버프가 1 분간 적용이 되며, 확률적으로 발동되는 강력한 추가 피해와 이동 속도 증가 효과가 적용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힘의 구슬을 습득하는 것으로 최대 3중첩이 가능한 것 뿐 아니라, "피의 구슬을 먹으면 약간의 버프 시간 연장"이 된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네팔렘의 영광 버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몬스터를 사냥해 힘의 구슬 또는 피의 구슬을 획득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효과 덕분에 기존에는 크게 매력이 없었던 "몬스터 처치 시 피의 구슬 생성 확률 +n%"라는 옵션이 네팔렘의 영광 버프 유지 시간을 늘려주는 매력적인 옵션으로 가치가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빠른 전투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네팔렘의 영광과, 반대로 경험치 보너스를 유지하기 위해 죽지 않으려고 천천히 진행하게 되는 투영의 웅덩이 덕분에, 플레이어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급진적인 플레이와 보수적인 플레이 사이에서 내적 갈등이 유발되게 됩니다. 따라서 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의 전투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끊임없이 제공해줍니다. 5. 완전한 순환 구조 지금까지 살펴본 2.0 패치의 큰 부분들의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특징들을 종합해볼 때 내릴 수 있는 판단은, "2.0 패치는 본격 하드코어 모드 권장 패치다."라는 결론입니다. 위의 각 특징들이 어떻게 하드코어 모드와 연결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새로운 피처들을 통한 전투와 생존에 집중 유도"는 이미 말 그대로 "사망은 캐릭터의 영원한 종결"을 의미하는 하드코어 모드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침과도 같습니다. 죽어봤자 수리비 정도가 필요할 뿐인 기존의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미시적인 플레이에 집중하기보다, 일정 시간동안 얼마나 성장했고 어떤 아이템들을 습득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냈는 지에 대한 거시적인 플레이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요소들을 통해 미시적인 플레이에 보다 집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하드코어 모드 진입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해줍니다. "2) 난이도 개편으로 반복 플레이 경험 개선"과 "3) 정복자 2.0을 통한 새 캐릭터 육성 지원"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두 요소의 조합을 통해 "반복적인 새 캐릭터 육성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스킬 세트와 정복자 포인트의 초기화가 용이하고 대부분의 아이템이 캐릭터 귀속이 아닌 계정 귀속 방식이 적용된 3편의 구조 상,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같은 직업의 캐릭터를 추가로 육성할 이유가 전무합니다. 하지만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지속적인 캐릭터의 사망으로 인해 신규 캐릭터의 생성과 플레이가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고, 따라서 스탠다드의 "해보지 않은 직업 육성"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난이도2.0 x 정복자2.0의 시너지 효과에 혜택을 받게 됩니다. 정복자 레벨이 올라있는 상태에서 신규 캐릭터를 키우면 정복자 포인트를 투자해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으므로 더욱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하면 경험치 부스트를 적용받게 됩니다. 그리고 정복자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더 높은 난이도를 수행할 수 있게 되므로, 신규 캐릭터를 육성하는 데 드는 시간은 점점 단축되게 됩니다. 그리고 정복자 2.0의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인 "정복자 레벨을 캐릭터 정보가 아닌 계정 정보로 분리"한 것의 효과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보겠습니다. 과거에는 정복자 100 레벨의 캐릭터 사망이 그야말로 모든 것의 상실과도 같은 치명적인 사건이었지만, 이제는 정복자 100 레벨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새롭게 1 레벨의 캐릭터를 키우는 데에 여전히 효과적인 "유효한 힘의 대물림"이 가능해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의 상실감 완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4) 아이템 2.0을 통한 아이템 파밍 강화"는 1차적으로는 앞서 설명한대로 직접 전투를 통한 아이템 획득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위에서 설명하지 않은 이 기능 덕분에 보다 하드코어 플레이를 기대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처럼 전설 아이템을 자꾸 자꾸 떨어뜨려 아이템 획득에 대한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한편, 이와 같이 "전설 등급의 아이템 역시 반복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최고 단계의 아이템을 습득"하도록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무려 내가 습득한 장비가 현재 어느 정도의 옵션 수치를 가지고 있는 지, Ctrl 키를 눌러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부분에서 그야말로 플레이어들을 어떻게든 지속적으로 악마와의 전장으로 몰아넣으려는 개발팀의 강력한 의지마저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어째서 개발팀은 이토록 플레이어들에게 하드코어 모드를 플레이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 대답을 "완전한 순환 구조"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하드코어 모드에서 캐릭터의 사망은 모든 것의 소멸입니다. 캐릭터를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지니고 있던 착용 장비와 인벤토리 소지품까지 모두 소멸됩니다. 2편에서 처음 등장한 이 하드코어 모드는, 그래도 당시에는 시체 루팅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다른 하드코어 캐릭터가 사망한 캐릭터의 소지품을 주웠다가 새로 만든 캐릭터에게 마치 "선조의 유품"처럼 전달해주는 플레이가 가능했었습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3편의 하드코어 모드는 시체 루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사망할 때 1편처럼 바닥에 소지품을 흩뿌리지도 않습니다. 고스란히 악마의 차원문 너머 블리자드 사의 서버 소스 어딘가로 소멸되어 버릴 뿐입니다. 그럼 이러한 소멸은 게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스탠다드 모드에서는 아무리 죽어도 캐릭터가 사라지지 않고, 아이템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번 플레이어가 습득한, 그러니까 게임의 입장에서 한 번 생성된 아이템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강력한 용사들이 최고 레벨의 장비를 손에 넣고 나면, 디아블로3라는 게임은 더 이상 플레이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Game Over가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개발팀은 자신들의 게임을 즐겨주는 플레이어가 언제까지나 성역에 남아있어주길 바랄 것입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더 높은 아이템을 만들어 넣어, 그들이 계속해서 올라갈 어떤 지점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앞서 말한대로 "한 번 생성된 아이템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부분 때문에 개발팀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넣는 것과 그로 인해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이 그 아래에 쌓여 썩어가는 것을 슬퍼할 겁니다. 한 편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생성된 아이템 또한 캐릭터의 사망과 함께 소멸합니다. 스탠다드 모드에는 존재하지 않던, 생성과 파괴라는 순환 구조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입니다. 더 높은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만 아이템을 분해하게 되는 스탠다드의 제한적인 아이템 소멸과는 달리,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주력으로 사용하는 강력한 아이템들이 캐릭터와 함께 소멸합니다. 그 결과는? 무조건 더 좋은 아이템만이 유일한 필요 장비가 되는, 마치 끝나지 않는 레이스 같은 스탠다드 모드와는 달리,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모든 레벨 구간의 아이템들이 꾸준히 필요하게 됩니다. 실제로 60레벨의 대중화된 장비 이하와 그 이상이 엄청난 가격 차이를 보였던 스탠다드의 경매장 시세와는 달리, 하드코어 모드의 아이템 시세는 낮은 레벨의 장비부터 최고 레벨의 장비까지 고르게 시세가 분포되어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경제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논리입니다. 장기적으로 플레이어와 개발팀이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해서는, 개발팀 입장에서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하드코어 모드를 즐겨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드코어 모드는, 말 그대로 자신이 애착을 갖고 플레이했던 캐릭터가 "사망"이라는 엄청난 상태를 맞이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따라서 모든 로그라이크 게임들이 그러하듯,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험을 자주 겪게 되며 그 것이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일 것이라는 것도 자명합니다. 그래서 이 같은 플레이어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망 후에도 유지되는 강함의 등장, 그리고 다시 새로운 캐릭터를 키울 때 그 강함을 통해 더욱 빠른 육성 지원과 같은 적극적인 장치들을 대거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곧 발매될 예정인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적용될 "모험 모드"와 모든 것이 랜덤하게 적용되는 "네팔렘의 차원 균열"같은 무한 컨텐츠 등의 라인업을 보면, 개발팀의 개발 비용을 최소화 한 상태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반복 플레이의 유도로 이 같은 순환 구조에 대한 의도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반복 플레이가 적용될 때, 계속해서 재화가 누적되는 스탠다드보다는, 끊임없이 생성과 파괴가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의 하드코어 모드가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고 쉽게 추측해볼 수도 있습니다. 6. 아쉬운 점 하지만 위와 같은 완전한 순환 구조를 목적으로 한 짜임새 있는 패치 구성에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고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전체적인 패치 방향이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각각 개인 플레이 위주로 진행하면서 힘을 합치는 "객체 지향적 협동 플레이(가칭)"에 있다고 하더라도, 배틀넷이라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군집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부분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개발팀에서도 이같은 군중 속의 고립감이 문제시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며, 이것의 해소 차원에서 클랜과 커뮤니티 시스템을 2.0 패치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체감상 "단순한 채팅 채널의 추가" 정도의 영향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물론 기능상으로는 클랜명이 캐릭터명과 함께 표시되며, 커뮤니티의 경우에는 인 게임 게시판을 지원하기도 합니다만 그다지 체감이 되는 수준의 커뮤니티 구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붙잡아두는 데에는 사람만큼 좋은 컨텐츠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이용한 컨텐츠로는 "협동"과 "경쟁"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3편에서는, 난투장이라는 알 수 없는 컨텐츠로 제대로 된 PvP 경쟁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던 데 이어, 클랜과 커뮤니티라는 알 수 없는 인터페이스의 추가로 제대로 된 협동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어차피 배틀넷 2.0이 적용된 스타크래프트2 부터 싱글 플레이든 멀티 플레이든 온라인 접속이 강제되는 현 시점에서, 디아블로3의 접속 이후 화면은 지금의 쓸쓸한 영웅 혼자 성역의 어딘가에 황망하게 서 있는 화면이 아닌, "네팔렘의 전진 기지"와 같은 이름의 채팅 로비로 이동되는 것이 더 적절한 분위기 연출이 아니었을까요? 굳이 비싼 제작 비용을 들여 3D 모델링 된 수 십, 수 백 명의 영웅 캐릭터가 화면에 돌아다니지도, 아예 나타나지도 않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분위기의 아트워크를 활용한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리스트만으로 충분히 효과적인 전진 기지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진 기지의 한 켠에는 클랜원들을 위한 클랜 캠프가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다시 클랜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인스턴스하게 존재해도 좋을 겁니다. 어떤 모양인지 잘 떠오르질 않는다면, 아래 그림을 통해 어떤 모양새일지 대강의 그림을 떠올려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바로 4Leaf Browser의 화면입니다. 4Leaf Browser의 켈티카의 거리 아트워크가 디아블로3의 각종 월페이퍼와 같은 톤으로 바뀌기만 해도 충분히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3 편의 대기 화면 구성은, 싱글 캠페인과 배틀넷 로비를 무리하게 한 곳으로 합치다가 벌어진 일종의 인터페이스 표현의 한계같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개인과 개인들의 플레이가 서로 하나의 목표로 귀결되는 "공동의 목표"와 같은 컨텐츠가 없다는 점입니다. 비록 디아블로라는 IP가 본래 각각의 방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인스턴스한 플레이에 기반한다고 해도, 경매장과 같은 거대한 연결고리를 계획했던 프로젝트이니만큼 보다 직접적으로 각각의 개인들을 묶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성역 침식도"같은 시스템을 고안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처럼 공통의 목표를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들은 각각의 플레이가 거시적으로 어떤 영향을 세계에 끼치는 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협력과 경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로운 래더 시스템은 성역 침식도와 함께..! 전체적으로 상당히 짜임새있는 디아블로3의 이번 2.0 패치는 개발팀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플레이어들이 지난 시간 동안 요구해오던 내용들의 수용 안에서 적당한 지점에 잘 자리잡은 듯한 탄탄한 업데이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월 말에 있을 "영혼을 거두는 자" 공개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디아블로3에 관심을 갖고 돌아오게 만드는 아주 성공적인 업데이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말미에 적었던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들까지 조속한 시일 내에 더 멋진 모습으로 반영되서, 진정한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래더와 투기장의 조속한 패치를 바라며, 두서없는 패치 살펴보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