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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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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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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트위터 상에서 최근 게임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시게 된 한 프로그래머 분(cagetu)의 질문으로 시작된 "기본 스테이터스를 설정하는 요령"에 대한 대화 내용을, 캐릭터의 스테이터스와 성장 요소가 담긴 게임의 초기 디자인에 도움이 될까 싶어 포럼으로 옮겨보았습니다. ※ 트위터 상의 대화이다보니 농담이 섞여있으므로 (물론 그러실 분은 없으시겠지만) 여과없이 전부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D ====================================================================================== 1. 스테이터스 초기 컨셉 디자인의 요령에 대하여 cagetu: 싸부님들!! 질문!!! 캐릭터 스탯은 어떻게 디자인 하나요?? 성장 디자인은 어떻게 하나요?? 참고할만한 자료 좀 알려주시죠?? Zerasion: 우선은 스테이터스화할 항목을 정하시는 게 먼저일 것 같고요, 그 다음은 자동분배할 지, 수동분배할 지, 아니면 오로지 아이템/스킬/특성 등의 옵션으로만 성장시킬 지 정해야 할듯해요. 스테이터스화 할 때에도 각각의 항목들이 직관적으로 납득될만한 것들이면서, 동시에 각각의 특성들이 캐릭터의 능력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할 것 같고요. 다시 정리해보면, 스테이터스 자체를 먼저 디자인하는 것보다 전투나 성장 요소를 먼저 정의하시고 그에 필요한 항목들을 스탯화 하시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소견입니다. =D esty: 제라션님이 너무 훌륭하게 쓰셔서 딱히 첨언할 게 없네요. ㄷㄷㄷㄷ Zerasion: 첨언해주세요.. 태클해주세요.. ;ㅁ; esty: 저는 정말 놀라운 태클거리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140 공백이 좁아서 이를 다 쓸수가 없네요. cagetu: 음. 들으면 알겠는데, 추상적이네요. ㅠㅠ. 어려워요. 흑~ 플머에게는 좀 더 알기 쉽게 말하는 겁니다!!! 흑! esty: 1. 어떤 요소(스테이터스/속성, 상성등등)를 쓸 지 결정 한다. 2. 해당 항목들이 각기 어떻게 연결이 되고 관계를 가질 지 결정한다. 3. 테이블을 그래프로 그려본다 4, 그래프가 이쁜지 감상한다. 5. 예쁜 그래프를 보고 뿌듯해 한다. 6. 끝 어떤걸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힘, 민첩, 지능... 이런류의 스텟보단 물공, 마공등의 상태를 먼저 잡고 해당 상태에 연결되는 스테이터스를 잡으세요. 그리고 레벨업에 따라 어떤 보정(수동 분배, 자동 분배, 레벨 보정치 등등)을 쓸 지 결정을 하고 이를 공식화 시키면 됩니다. Zerasion: 여기에 좀 더 한 뎁스 들어가보자면.. 카드배틀을 만든다고 가정할 때 공격력과 생명력만으로 전투를 짤 지, 아니면 방어력 개념을 넣을지부터 접근하는 것도 초기방향에 도움이됩니다. cagetu: 결국 어떤 전투를 만들지를 결정하고 거기에 요구되는 요소들로 분해해서 넣어주는 식이군요. Zerasion: 우왕~~ 그렇습니다~~!! 핵심이 전달됐다!! ㅋㅋ esty: 프로그램으로 예를 들면 어떤 프로그램을 짤 지 생각을 하고 나서 어울리는 언어 / 스크립트를 결정 하는것처럼요. 물론 '닥치고 C++이 짱이야!' 라고 하심 할 말 없지만요 ㅋ cagetu: 그럼 일단 전투를 심플하게 만들어서 테스트 하면서 조금씩 전투 방식에 살을 붙이면서 스탯(요소)들도 추가해나가면 되능?? esty: 일단은 그렇게 접근 하셔도 됩니다. 다만.... 프로그래머님에게 계속해서 스테이터스 하나씩 추가해 달라고 요청.... 어??? 잠깐..... #멘붕 cagetu: 내가 플머니 그건 상관없다능. ㅎㅎ Zerasion: 상세 내용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으니, 아주 기초부터 쌓아두시고 하나씩 넣으시면서 양쪽 저울에 물건과 추를 하나씩 떨어뜨리면서 수평잡듯이 작업하시면 됩니다. ㅎ ------------------------------------------------------------------------------------------------------------------ 2. 스테이터스의 공식화 요령에 대하여 cagetu: 공식화한다는건 1. 어떤 기준 공식이 있는가? 2. 어떤 근거로 공식을 뽑는다? 요??? esty: 그건 사람마다 다 틀려요. 천부적인 수리적 감각으로 잡는 사람도 있고 100% 노가다로 하는 사람도 있고 반쯤은 경험에 의한 감으로 잡고 디테일은 노가다로 하거나 ㄷㄷㄷㄷ Zerasion: 최소데미지를 끌어올리는 안정적인 방법은, 기본 전투요소를 4칙 연산으로 데미지 산출을 하신 다음에, 추가되는 요소들을 "적당한 값"으로 버무려 넣고 공식화 하는 것입니다. esty: MMO로 예를 들면 가장 심플한 스텟 공식은 클래스별로 고정 스텟이 있고 해당 수치 + 레벨이나 수치 X 레벨 형태로 하고 아이템으로 공격력/체력 등을 추가 하는 방식이 있죠 cagetu: 공식 부분은 정확하게는 이해가 잘 안되는군요. ㅎㅎ. 공식화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만드느냐는 감이 안오네요. ㅠㅠ Zerasion: 공격력 = 데미지 를 1차로 놓는다고 가정할 때, 방어력을 수치로 깔지 비율로 깔지를 정하면 공격력-방어력 또는 공격력*(1-방어력) 으로 갈지 갈리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esty: 여기서 이제 추가 되는게 공격 타입, 간단히는 물리 / 마법 (여기다 얼마든 늘어 날 수 있고)이 붙고 거기다 속성이 붙고... 조금씩 늘여 나가는게 좋아요. cagetu: 예를 들면, 공격력 = 기본 공격력 + 레벨 * 거시기 거시기.. 같은? Zerasion: 그러합니다. ㅎㅎ esty: 정답입니다! Pade: 전 일단 구간에 따른 값을 정하고 가시적인 그래프를 도출해서 시뮬레이션한 뒤, 이 값을 울프람알파 등에서 펑션제네레이트로 튀겨서 함수를 만듭니다. (!?) esty: 전 XY만 있는 단순 테이블이면 걍 엑셀에서 추세선 추가로 함수 뽑아 내요. ㅎ Pade: 결국 함수는 튀겨서 만드는 것이 진리. cagetu: 이건 나름 스킬이 필요하겠군요. 이건 나중에 만나서 전수해주심! esty: 추세선은 그 기능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굉장히 단순하고 쉬운 기능입니다. http://gamedevforever.com/67 cagetu: 대강 작업 흐름은 파악했다능. ㅎ. 안다고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_-;; esty: 그러면 끝난거죠. 나머진 실전에서... +_+ cagetu: 실전이라고 해봐야 혼자 하는거라 그리 쉽게 안되욤... ㅜㅜ Pade: 사실 이래서 기획자는 통계 쪽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 듯. Zerasion: 엑셀은 훌륭한 데이터 테이블 도구이자 동시에 훌륭한 시뮬레이션 도구이기도 하죠! "게임 디자이너는 왜 엑셀을 사랑하는가?" 단계에 진입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Seraph: 그냥 내가 만렙되면 쪼렙일 때보다 3배 쎄진다.고 정하고 그 중간값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 cagetu: 이거 엄청 직관적이네요!! Zerasion: 오오.. 그렇죠. 최종값을 정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ㅎㅎ 자칫하다간 우주로 가니까요 ㅎ cagetu: 시작값과 끝값을 정하고, 중간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만들어내는 식이군요... 이러면 조금 쉬울 것 같겠는데요... Zerasion: 거기서 커브를 정하고 중간 단계인 10렙 쯤에는 기존의 몇 배 쯤 되면 좋겠다는 식의 지표를 만듭니다. 그러기위해 "상수" 가 들어가게 되고요 ㅎㅎ cagetu: 긍데 이렇게 되면, 만렙을 100으로 잡았는데, 200으로 풀리면 골 때려지는거 아님? 100~200구간이 문제가 아니라, 0~100도 다시 조정해야 할 듯? Zerasion: 아뇨. 처음부터 300 정도를 잡고 만드셔야 합니다. =) cagetu: 오호! 그런거군요!.. 굉장하네요. ㅎㅎ Zerasion: 초기 상한을 잡은 것보다 절반 정도를 잘라서 출시하고 조금씩 내놓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시면 됩니다. 상한을 크게 안 잡으면 와우처럼 대격변하셔야 되고요.. ㅋㅋㅋ Seraph: 그래서 밸런스 잡을 떄 '현재는 적용되지 않는 구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안그럼 나중에 감당 못해요...ㅜ.ㅜ esty: ㅋㅋ 저번 회사에 이전 작업자가 친 사고가 생각 나네요. 만랩 50이라고 그거 기준으로 작업 했다가 51렙부터 공격력이 떨어지는 이상한 공식을 만들고 나갔던 ㅋㅋ Pade: 대충 3차함수면 그렇게 되겠군요. 변곡점이 50이었네... esty: 힌트 1레벨 값이 x, 최종 레벨 값이 y, 최종 레벨이 n 이면 ((y-x)/(n-1)*(현재 레벨-1)+(x)의 공식을 쓰시면 됩니다. 저건 게임의 페이스(?)와도 관계 있죠. 능력치는 아니지만 가령 레벨에 따른 요구 경험치 같은 경우는 중간 중간 지루할 때 요구 경험치를 낮게 잡아서 빠르게 올려주죠. 그래서 경험치 그래프는 계단형으로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cagetu: 오홍... 긍데 그래프는 뭘로 그려봄? 엑셀?? esty: 당연히 엑셀이죠. 아니면 MS Mathematics 도 좋아요. http://osblood.com/2305 Zerasion: 레벨 상승에 따른 능력치 변화량은 삼각함수를 전혀 모르는 저도 "아크탄젠트 그래프" 같은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cagetu: 올라가면서 완만해지는 것을 의미하시는거죠? Zerasion: 상위 단계에서는 성장폭을 줄여서 적은 차이를 유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ㅎㅎㅎ
  2. 게임개발자연대의 김동은(whtdrgon) 이사 님께서 [펌] 문화컨텐츠로서 게임이 가져야 할 공감력에 대하여의 후속 포스팅을 작성해주셨기에 포럼으로 옮겨보았습니다. ====================================================================================== 앞서 포스팅했던 '예술과 문화의 게임은 공감을 피할 수 없다'라는 글을 썼는데, 이것이 단순히 RPG같은 시나리오 기반의 게임만 해당하느냐... 카톡게임에는 어떻게 공감을 밀어넣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그걸 두번째 포스팅에서 쓰려고 했는데, 그 전에 흰둥이가 게임을 분해하는 필터에 대해서 설명해볼까 합니다. 용도는 게임을 기획함에 있어서 고려해야하는 측면들. 입니다. 작은 퍼즐게임부터, 커다란 MMORPG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목차. 0. 친화적인 면 1. 교육적인 면 2. 구조적인 면 3. 기술적인 면 4. 개인적인 면 5. 사회적인 면 6. 감성적인 면 ------------------------- 0.친화적인 면 확 끄는거. 땡기는거. 눈을 사로잡는 것. 후크,라인,버킷이라고 세분했습니다. 후크 - 유저가 이 게임을 주목하는 계기. 사소할 수 있다. 강호동 맞고에서 강호동. -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게 아니라 해서는 안된다. - 유저의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 모두가 게이머는 아니다. 선점게임도 UX다. - UX는 인터페이스뿐이 아니다. 모노폴리는 부동산 법률체계 고증게임이 아니다. - 유저가 원하는 것에 맞도록 1개의 목적을 제공. 좀비.사냥.쫀득.건설.꾸미기 등. - 타겟유저가 선호하거나 시스템친화적인 컨텐츠타입이 있다.(동물,왕국,좀비,군인) - 이런 게임을 찾기 위해 유저가 사용할 앱스토어의 검색어에도 유의. = 예시 :친구추천. 쌓이는 즐거움. 정기적. 규칙적. 보상.내가 익숙하게 하는 것을 추가.내 취향. 의미있음. 승리. 아이덴티티. 순위. 내가 안해본 것을 체험. 유저랑 공통의 관심사 등 뭔가 엮일만한 것. 하다못해 유재석닮은 캐릭터라도. 라인 - 그래서 어떤 것을 하게 되는 게임인가? 디펜스? 수확? 택틱스? - 그걸 해서 뭘 기대할 수 있는가? 이거라면 틈날때마다/하루종일 할만하겠는데. = 예시 : 선명한 다음 할 일들. 많은 스테이지. 충분히 많은 다음 할 일들이나 다양한 시도꺼리. 다양한 컨텐츠. 버킷 - 유저가 기대하는 최종(이라 여겨지는 일시적인) 목적. 이 게임이 3개월+ 1년동안 미래를 보고 할만한 게임인가? - 유료결재와 플레이타임 소모, 업데이트/패치에 영향. = 예시 : 멋지고 아름답고 많은 자산, 위대한 명예, 순위. 존경받는 훈장. 다른 재미있는 것이 나올 때까지는 할만한듯한. 1. 교육적인 면 - 교과목 교육말고요 게임이 교육시키는 것. - 적절하게 훈련된 기술로 집중하지 않으면 조금 힘든 약간 상위의 목표에 도전할 때 최선을 다하기위해 집중=몰입이 일어나고,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음. - 여기서 '적절하게 훈련된 기술'을 교육하는 면을 말한다. - 따라서 기획자는 적절한 교육컨텐츠를 선명하게 인식해야 함. - 인식된 교육컨텐츠를 적절히 단계별로 안배하여 나누고 예습복습,상급시도,체득방법을 고려 해야함. - 크게 의사결정과 기술행위. 2가지가 있음. 애니팡의 경우 기술행위쪽의 교육이 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음. 이 교육에 연결되는 유료아이템 등의 컨텐츠와 반복학습량도 체크가 되야 함. 평균적으로 몇판을 하면 어느 정도 숙달되는가? 평균의 하위10%를 보호할 방법, 상위10%~50%를 지원할 방법...이라기보다는 유저가 스스로 선택할 옵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 이 게임의 도전을 위해 어떤 능력/스킬이 필요한가? - 그것을 학습시키기 위한 설계가 필요. - 대상들에게 맞는 채널과 개인차를 고려한 부가요소가 있어야 한다. - 필요할 경우 대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 핵심은 예습도구,복습도구로 대표되는 '대체제'에 있음. - 유저는 크게 둘로 갈림. 더 준비하면 더 이길 수 있어야 한다쪽과 더 도전하면 더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쪽. - 이 구분에 따라 대체제로서 작용하는 '힌트'는 추가 학습가능요소. vs 추가적 도전과제로 예습복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준비파는 백과사전. 매뉴얼 전집. 추가 정보와 지식 제공을 할 수 있고, 도전파는 서브/보너스/상급 퀘스트를 통한 메인퀘스트의 복습,예습을 시킬 수 있다. 스테이지형 게임에서는 '도전!'이나 '챔피온등급'을 두어 다음을 연습시킬 수 있다. - 교육단계를 고려할 때는 학습하여 도전하는 유저와 도전을 통해 학습하는 유저를 구분해서 설계해야 한다. 설사 한쪽을 대응하지 않더라도 '기획의도'에 따라 안해야 한다. - 피드백 또한 교육의 중요단서이다. 중요한 것들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준비파 유저는 다른 결과 내에서 전반적으로 예측에 집중하는 반면, 도전파 유저는 예측범위지만 다른 결과에 집중한다. 이 피드백은 때때로 '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 게임은 교과서가 아니다. 전달보다 체험이 더 중요하고, 그 체험은 '인터렉티브'를 통해 유저가 '자의적 선택'을 했다고 믿어질 때 보장된다. 학교공부방법처럼 주입을 하려고드는 것은 게임의 핵심기능을 망각한 기획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고 강조되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게해서는 안된다. 수동적 유저는 내 행동이 가진 의미를 알 수 있을 때 통제가능한 자의적 선택환경을 느끼고, 능동적 유저는 내 의지로 할 다른 선택이 있어야만 통제가능하다고 느낀다. - 또한 그 선택에 유저의 강도조절이 있어야 한다. 의도와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랬을 때 결과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1% 더 도전 했을 때 1% 더 결과를 내야 한다. 밸런스 이야기가 아니다. 유저는 매순간 '더' 도전하고 '더'집중할 꺼리가 있어야 한다. 남는 '집중량'이 투입될 곳이 없으면 산만해지며, 게임에 흥미를 잃게된다. - 학습의 지속성과 연결성 역시 중요한데, 상대적 반응을 중시하고.즉각적으로 연역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컨텐츠의 단절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유저에 따라 직렬연결된 순차발생 구조 선호하거나 병렬연결된 동시발생 구조 선호한다. (퀘스트가 터져나오는 스카이림, 한줄인 JRPG, 혹은 달성할 업적이 한번에 모두 또는 랜덤으로 몇개씩 오픈되는 게임과, 단계적으로 달성할 때마다 추가/증산되는 방식의 차이. 2. 구조적인 면. - 앞의 교육에서 적절하게 훈련된 기술로 집중하지 않으면 조금 힘든 약간 상위의 목표에 도전할 때 최선을 다하기위해 집중=몰입이 일어나고,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이루는 구조를 게임이 어떻게 가지고 있는가의 면. - 여기서 구조적인 면은 도전, 규칙, 자기강화, 컨트롤, 보상, 자의적결정, 호기심이다. 2.1 도전 - 도전과, 도전에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을 납득/숙달 가능할 때까지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거나, 기술에 맞는 도전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선택지인 이유는 택1이라서가 아니라 유저가 대체로 둘을 동시에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1,2,3스테이지를 모두 별 셋으로 완성해야지만 다음으로 가는 유저가 있고, 별 1개만으로도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기만 하면 내달리는 유저가 있다. 2.2 규칙 - 규칙에는 명확성과 타당성으로 세분하자면. - 명확성은 룰은 선명하게 알 수 있어야한다. 승리목표. 관리해야 할 자원. 장애요소. 이때 자유도를 주겠다고 명확성을 흐트러트려선 안된다. 자유도는 다른 곳에 쓰는 것이다. 또한 이 명확성이 반드시 '엄격한 룰'이 있어야한다는 뜻도 아니다. 게임은 주어진 자원을 바탕으로 정해진 룰에 따라 의사결정과 기술행위로 장애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여 승리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들은 대부분 게임의 특징을 이용한 놀이도구인 '게임 엔터테인먼트'임을 잊으면 안된다. 게임성 대부분을 상실했다고 해서 게임이 아니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획의도'에는 분명히 맞춰줘야 한다. - 타당성은 룰의 구성이 타당하여 다음을 유추하거나 응용할 수 있어, 룰이 상징하는 바에 대입하여 설득될 수 있다. 이 타당성에 의해 거스름없이 룰을 받아들이는 효과 뿐 아니라 타당성에 의해 유저가 빈자리를 스스로 채우는 효과가 일어난다. 유저에 따라 자원과 결정을 바탕으로 단기목적 등의 룰의 일부를 생성하는 유저가 있고, 거꾸로 목적을 바탕으로 룰의 일부를 구상하는 유저가 있다. 대표적으로 달성목표가 있다. 마인크래프트 : 생존 + 규칙 = 자의적 목적생성. 2.3 자기강화 - 이것은 학습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구조적인 면에서 유저는 작은 승리로 큰 승리를 기대함과 동시에 '유사 시도'를 통하여 나는 성공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자기강화가 필요하다. - 자기강화는 게임 내에서 체계를 가져야하며 최종적으로 유저와 게임간에서 작용해야 한다. 게임이 유저의 자기강화를 통해 삶에 영향을 미칠 때 버킷이 완성된다. - 예로서 슈퍼마리오에서 바닥이 막혀있어 추락염려가 없는 점프 장애물이 있고, 비행기가 겨우 지나갈 통로를 남기고 위아래로 파도치듯 두 줄의 총알을 쏘는 움직이는 보스를 내기 전에,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통과할 수 있는 쌍렬총알 사이로 비행기를 통과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나는 이미 이것을 해봤고, 지금은 타이밍에 맞춰 좌우로 움직이기만 하면 될 뿐이다'라는 자기강화가 일어난다. 이는 학습과 함께 '시도의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4 컨트롤 - 구조가 선명하게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유저는 룰의 일정 부분을 스스로 컨트롤 하고 싶어한다. 스테이지 게임에서 반복을 통한 자원축적으로 난이도 약화를 도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약간의 돈을 벌게 해서 더 많이 벌면 좀 더 쉽게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 이 부분에서 유저에게 시행착오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명확함을 제공해야한다. 유저가 규칙의 타당성에 의해 어떤 시도를 할 때 자원강화,결정확대증가,장애약화의 명확한 효과를 통해 자의적 컨트롤을 이끌 수 있다. 2.5 보상 - 수고와 보상은 (일치가 아니라) 비례 해야 한다. - 노가다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유저는 유의미한 노가다를 원한다. 의미있는 보상은 자원보상(많은 돈과 좋은 아이템)만이 아니다. 다양한 보상채널을 확보해놔야 한다. 이는 매우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exchange theory 참조) 2.6 자의적 결정. - 교육적인 면에서 언급했지만, 자의적 결정은 유저의 '불신의 중지'나 도전 수행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 부분은 마치 핀볼의 'tilt'판정처럼 작용하여, 벨이 울리면 유저는 컨트롤을 멈춰버리는 요인이 된다. - 룰은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결정에 강제적 간섭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내제적 동기에 의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했다고 믿어야 한다. 따라서 쌍방향,컨트롤,동시발생을 느낄 수 있도록 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 유저에 따라 이 부분을 선택의 자유. 다른 방식으로 지속할 자유. 완성의 자유로 느끼기도 하고 일탈적으로서 개척의 자유. 건너 뛸 자유.변화의 자유를 요구하기도 한다. 2.7 호기심. - 자의적 결정을 존중하면서 유저를 이끌기 위해 크게 지적인 호기심과 인지적 호기심으로 구분한다. - 이 방식을 이용해 교육적인 면 부분에서 '최초 튜터리얼'을 텍스트 전달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다. - 예: 지적 호기심은 이 것을 어디에 쓰는 것이지라는 궁금증이고, 인지적 호기심은 저 번쩍거리며 돌아가는 것은 무엇이지?라는 궁금증이다. 3. 기술적인 면 4. 개인적인 면 5. 사회적인 면 6. 감성적인 면 은 다음 포스팅에.... 이 글을 예전에 한번 유저의 호모/헤테로 구분으로 올린 적이 있어서 보신 분도 계실듯 싶습니다. 타이핑으로 내려쓰느라 평서문으로 쓴 것 양해부탁드립니다. 질문이나 뭔소린지 모르겠다!하시는 부분에 대한 지적 환영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본문의 내용 중에서, 이 부분들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ㅎㅎ
  3. 어제의 [펌] 문화컨텐츠로서 게임이 가져야 할 공감력에 대하여 에 이어, 오늘도 whtdrgon 님의 다른 글을 가져와 봅니다. ===================================================================================== 게임이 예술일까요? 아닐까요? 미디어일까요? 아니면 장난일까요? 사실 게임은 예술도 뭣도 아닙니다. 하지만 뭣도 아닌 것도 예술입니다. 벽에 스프레이 칠하는 것은 예술도 아니지만 예술가를 만나 이제는 예술입니다. 언어적/비언어적으로.뜻과 의미를 전한다면 예술이지만, 아닐 수 있지요. 게임개발자인 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게임은 예술일 수도 아닐 수도. 하지만 게임은 아무리 부정해도 종합'활동'입니다. 종합의 일개에 모두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텔링, 디스크립션, 레벨디자인, 광량, 캐릭터, 자원, 장애, 목표, 의사결정, 기술행위에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음악과 그림과 글과 코딩에, 하드웨어에 랜선에 담겨있습니다. 그것이 부족해 예술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부족하지 않다면..., 충분하다면 예술이 됩니다. 라디오 진행이 예술인가요? 뉴스 앵커가 예술인가요? 영화가 예술인가요? 애니메이션이 예술인가요? 그 답대로 예술이거나 아닐 뿐입니다. 문화라는 것은 '초인종이 울릴 때 걸어가는 어머니의 발걸음'부터 시작되는 '공기'입니다. 우리는 공기처럼 문화를 헤엄치고 있습니다. 국격은 지금 튼 채널의 TV멘트에서 뿜어집니다. 시간을 쓰면, 인생을 쓰면 모두 문화를 담을 '그릇'의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DC의 싸구려 만화종이쪼가리에도 그렇게 문화가 담기기 시작합니다. 게임이 예술이냐, 미디어냐. 아니요. 게임은 그릇입니다. 한폭 천쪼가리가 무슨 예술입니까 그릇입니다. 고흐의 그림도 그 한폭 천 쪼가리에 담겼고, 우리집 화장실 걸레도 그 짝입니다. 재질이 다르다고요? 이중섭의 그림은요. 담배갑에 새기면 예술이 아니랍니까? 게임은 그릇입니다. 그 그릇은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오염되며, 세상 모든 의미로 빛나게 됩니다. 라디오 방송은 예술일수도, 아닐수도. 필름은 예술일 수도 포르노일수도 있습니다. 필름을 비웃을 겁니까? 필름이 악입니까? 예술이 아니라고요? 상업적이라서, 퇴폐적이라서, 저속해서? 저속. 여자의 알몸이 예술일까요? 포르노일까요? 게임은 1차적 정의입니다. 게임 개발자는 규칙을 만들 수는 있어도 전략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전략은 자원,규칙,목표에 의해 유저가 만드는 것입니다. 게임은 그 규칙이라는 그릇을 만들 뿐입니다. 그 그릇이 위대한 전략을 탄생시킵니다. 게임은 더 섬세하고 더 대단합니다. 그래서 다들 난리지요. 게이미피케이션, 에듀테인먼트, 기능성게임. 엔터테인먼트 게임. 뇌사진으로 나타난 인류의 등불. 보상과 사랑을 받을 때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등불 삼아 인류는 항해해왔고, 게임은 그 자리를 빛나게 합니다. 별 것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그렇게 그러니까 하고 있습니다.구슬같이 구르는 동그란 물체일 뿐입니다. 내 인생 한번이고, 벌써 게임에 30년을 썼습니다. 멈출 생각 없습니다. 앞으로 30년. 게임으로 갑니다. 예술인지 아닌지 두고 봅시다. 내가 못해도 다음이 할겁니다. 시간은 우리의 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술은 게임에 적합하게 발전하기 때문이고, 게임은 모든 기술에 적합하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가진 것이 모래밖에 없을 때부터 발전해 왔습니다. 돌이 있으면 돌로, 땅바닥이 있으면 땅으로, 구슬과 종이로, 플라스틱으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뭐가 나와도 우리는 그것으로 게임을 만들겁니다. 그게 톱밥이든, 구글 글래스든. 마치 아이들처럼
  4. 게임개발자연대의 김동은(whtdrgon) 님께서 연대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포스팅을 옮겨봅니다. whtdrgon 님은 게임 디자인 철학과 관련한 왕성한 포스팅을 해주시고 계셔, 좋은 글들을 주기적으로 포럼에도 옮겨올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문화컨텐츠로서 게임의 공감력에 관한 포스팅을 옮겨보았습니다. ====================================================================================== 게임이 예술이고 문화라면 게임제작자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게임은 다를바 없는 문화도구이다. 하지만 그 다름없음에서 더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더 특별한 공감의 강제력이다. 점점 중요해지는 (그리고 떨어지고 있다고 믿어지는) 공감능력. 그리고 게임의 책임과 효용도 더욱 커져가고 있다. 사람은 현실과 비현실을 통해 다양한 설정으로 사람들과 공감력을 키워간다. 현실에서 자극받을 수 없는 공감을 통해 감동은 극대화된다. 안나 카레리나에서 '이래도 이 여자를 욕할 수 있느냐?'라는 던짐, 에덴의 동쪽에서 아버지의 입장,아들의 입장. 다른 아들의 입장. 없었던 체험. 그 체험을 이루는 공감이 생애에 없던 자극을 일으키고, 그 공감은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오직 그녀에게서만 그 감정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다면, 평생 그녀를 잊지못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노벨문학상의 많은 작품으로 문학은 그래서 위대하고 예술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의 공감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고 믿어진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옆자리의 사람이라는 컨텐츠를 사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 어색함을 스마트폰이 채워버린다. 4시간의 여행을 바로 옆자리에 앉아도 대화하지 않고, 대학교의 조별과제는 아예 악몽이 되고 학생들은 치열하게 공통 과제에 저항한다. 공감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고, 그 능력을 키워 줄 예술은 더 배척되고 있다. 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문학을 소화시키지만, 작품을 자신에 대입하여 공감할 기회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해답이 있다. 설사 누군가가 대중은 쉬지않고 멍청해지고 게을러지고 수동적이 되고 경박단소해진다고 한탄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빵만 먹는 문화도, 고기만 먹는 문화도, 씨앗만 삶아먹는 문화도 필수영양소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섭취했고, 공감 3끼도 마찬가지다. 만화 학습지가 대표적인 시도이다. 옛날에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성인도 필요하다. 여가의 선택은 점점 줄어들고, 게임은 TV와의 전쟁에서 점점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회사가 크기만큼의 책임을 사회에 가지는 것처럼, 큰 게임회사는 큰 책임을 게임업계와 사회에 가지고 있다. 게임 그 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1/7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인생이고, 인생을 차지하는 컨텐츠는 인생에 대한 필수영양소를 포함할 책임과 편리함이 있다. 우리가 책과 영화와 TV보다 더 많은 인생의 책임이 있다. 유저가 게임으로 정신의 칼로리와 영양소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량식품이라면 국민의 건강이 악화된다. 게임이나 장르소설은 '비현실적 설정' 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추론과 이해를 시작한다. 이 '상황설정'은 일본 드라마를 지나 한국 드라마로 진입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들리는 '사토라레'부터, 과거로 간 의사, 선생의 여왕... 이는 트렌드가 되고 파멸막장의 테마와 순수성장의 테마는 서로 번갈아가며 '새로움'을 자랑한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퓨전사극이 역사를 훼손한다고 분노하지만, 그 분노는 그 분들의 부모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반지의 제왕에서 사람들과 다른 종족들이 벌이는 모든 일들은 현실(또는 순수소설들)보다 더 선명하게(또는 유아적으로) 구분한다. 엘프종족의 입장, 마법사의 입장, 섭정이 명을 이어가는 곤도르의 입장. 호빗의 입장... 속칭 '나이만큼 보이고 읽히는' 순수문학과 다르게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설정들은 세계에 특정한 질서를 강제하고, 그 강제에 의해 더 선명해진 공감으로 더 쉽게 이해시키고, 또 알지 못했던 존재에 대한 '공감설계력'을 훈련시킨다. 드래곤볼의 인물들의 성격은 단순하기 짝이없고, 어떤 성인에게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도 없는 수천년을 산 드래곤과 공감할 수 있다면, 백인 장애인의 흑인 어머니와도 공감할 수 있다. 그래도 된다는 것을 모를 뿐이다. 마치 공식은 외우면서 응용문제는 못푸는 학생처럼. 어떤면에선 오리뼈를 끓이는 시아버지와 진절머리나는 며느리의 이야기보다 '가상의 세계관'이 공감의 효용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작용능력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라노베도 독서인가?'라는 부분에는 논란이 따르지만, 이는 딸기맛치약이나 사탕성분의 영양제, 감기약시럽, 츄어블 아스피린 같은 진입의 효능이 있다. 목표가 효능에 있다면, '시럽'의 효능도 인정될 것이다. 정제타블릿보다 시럽은 성분당 약의 효율은 엄청나게 떨어지는 약이지만, 그래도 상황에 따라 더 좋은 효능을 가진다. 공감의 설정은 높으면 이해할 수 없고, 낮으면 유치하다. 다양한 환타지 소설들이 나오고 무적의 주인공이 많은 여자를 차지하는 사탕같은 컨텐츠의 범람 속에서도 그 독자들의 결핍을 충족시키는 드래곤라자같은 물건도 나오고, 더 위대하다 칭해지는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작품들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공감을 향해 나아가고,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감정의 영역이 (현실적이든, 설정의 강제이든. 어쨌든 독자의 논리구조에서) '타당하게' 건드려질 때 공감을 통해 예술성, 감동을 느낀다. 꿈에서 느꼈던 무한한 감동의 컨텐츠를 서둘러 종이에 적고 나중에 읽어보면 형편없기 그지없다. 꿈은 감정의 직접 억세스를 통해 치사한 반칙을 구사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것을 일종의 '감정의 악보'를 통해 사용자의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스스로 그 감정을 자극하여 공감하고 감동하도록 만든다. 게임도 그렇다. 게임은? 게임은 사용자의 '행동'을 강제한다. 영화,만화,소설에서 수많은 자들이 학살하지만, 어떤 게임에서 유저가 공항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부분은 더 특별한 이슈가 된다. 왜냐하면, 유저가 죽이기 때문이다. 그 게임은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는다. 제작자는 민간인을 만들고, 테러리스트를 만들었지만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은 바로 유저이다. 유저가 그 행위를 하기 전까지 학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진행이든,승리든,장애극복이든, 효율이든) 유저는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며 게임을 즐기게 된다. 좋은 게임은 여기에 더 큰 '자유도'가 있다. 인과의 선택지가 있고, 그 결과를 감내할 수 있다. 여기가 '자유도'의 부분이다. 개발자는 오직 게임의 절반만을 만든다. 나머지는 유저의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게임에는 게임의 데이터가 있고 유저의 데이터가 있다. 하나는 정적이고 하나는 동적이다. 기획자는 캐릭터를 만들고, 유저는 감정이입과 롤플레이를 한다. 기획자는 자원을 만들고, 유저는 확보,축적,관리하고,번영과 보상감을 누린다. 기획자는 규칙과 장애를 만들고, 유저는 전략,활동,입장을 가진다. 기획자는 목표를 만들고, 유저는 협력,경쟁,신뢰,배신한다. 기획자는 의사결정을 만들고, 유저는 이익추구를 위한 중요가치를 정한다. 기획자는 기술행위를 만들고, 유저는 훈련,숙련,도전,충족을 이룬다. 기획자는 가상행위를 만들고, 유저는는 재미,현실,모티베이션을 느낀다. 어떤 영역은 기획자의 것이 아니지만, 그 기반은 철저히 기획자의 기교와 숙련에 달려있다. 더 좋은 기획은 더 좋은 체험을 부르고, 깊고 차별성있는 공감의 체험을 제공한다. 훌륭한 게임은 이렇게 탄생한다. 예술적으로 훌륭한 게임이 만들어지기위해 고려해야하는 부분은 더 신기하고 엄청난 양의 설정이 아니라, '드라마' 부분이다. 설정은 배경이고, 사건. 당사자가 엮긴 사건이 접점이 되고, 이 접점을 중심으로 이야기와 설정이 펼쳐지고, 그 모든 존재 목표는 바로 '공감'에 있다. 여기서 '프레센스'과 '엠파씨'와 '롤플레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톨킨의 환상문학을 계승하여 만들어진 D&D RPG를 계승하여 만들어진 컴퓨터 RPG를 계승한 MMORPG를 계승한 MOPA에 스마트폰이 더해진 미니멀,1분,타이밍,가챠,이웃사랑을 상징하는 태핑,으로 구성된 '앱게임' 또는 '카톡앱게임'의 환경에서 이 '공감'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는 다음 포스팅) -- 3줄요약 책 안 읽는 사람들의 공감능력은 떨어졌다. 더 달콤한 공감3끼를 위한 문화컨텐츠가 필요하다. 게임이 딱이다. 위대한,예술적,문화적,감동적 게임은 '공감'을 피해갈 수 없다.
  5. 트위터 상에서 오고간, 신규 플레이어의 Melt-In(융화 시키기)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 ===================================================================================== Zerasion: 얼마 전 회사에서 신규 입사자들(신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대상으로 진행한 Melt-In 교육이라는 걸 받다가 든 생각. 온라인 게임도 신규 플레이어(초보만이 아닌)를 적응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교 수업보다 지루한 튜토리얼 말고. Linea: 그런 과정을 키보드 배치 같은걸로 어느정도 하고 있는거 같아요. '드래곤 네스트', '아이온'식의 키보드 배치로 플레이하기 ! 같은 설정들이요 Kiriranshero: 그걸 유도하는 모델을 다들 못넣고 있죠 .. 그런게 필요하다고는 다들 알고 있지만 다들 실패할뿐.. Zerasion: 당장 지금 저만해도, 집단 서사의 바이블이라고 불릴만한 리니지1을 요즘 다시 하면서, 다른 플레이어와 "ㅎㅇ" 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Kiriranshero: 엄 ... 리니지 1이 왜 집단 서사의 바이블인진 모르겠지만 ... 인사같은건 원래 잘.. Zerasion: 뭐랄까.. 사실 제대로 된 바이블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숱한 외산 게임들도 많지만, 그 소비층이 대중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감이 있어서요 ㅎ 의식하지 않게 대중적인 집단서사가 이뤄진 게 기념할만하다고 생각해서요 ㅎ Kiriranshero: 음 그럴때는 국내..를 붙이는게 맞지 않을까요 ㅋ Zerasion: 140자에 우겨넣기가 너무 힘이들어요 흑흑.. Voosco: 전 린1이 전례없이 괜찮은 집단서사를 유도해 낸 멋진 게임이었다고 봐요.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일단 gdf의 집단서사에 대한 글을 링크해드리면 좋겠지만 찾기가 귀찮 ... ;; Zerasion: 귀찮은 홍보를 대신해드리는 제가 왔습니다! MMOG의 집단 서사 Kiriranshero: 어 저기서 왜 달터랙 알방을 비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수십번 그렇게 놀았는데! Voosco: 비하가 어디에 ... Zerasion: 비하하지 않습니다. 좋은 집단 서사인데, 그 경험이 방 안에서 한 애들한테만 공유되고 널리 퍼지지 않는게 안타깝다! 가 글의 요지입니다 ㅎㅎ Kiriranshero: 아 .. (과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구문이 뒤에 붙는건가요.. 앞에 붙는거 같아서 .. 반응한거지만.. 달라란에 오셨으면 항상 경험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ㅋㅋㅋ Jolgame: 온라인 같은 경우 롤 멘토링이 역대 최고지만 이건 뭐 자원봉사 난이도 상급이라.. 한번 하고 더 안하고있는 이벤트기도 하고 말이죠. Zerasion: 단기적인 이벤트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말고, 아예 자체적으로 꾸준히 돌아가는 기능으로 구현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 Jolgame: 노동강도 때문에 무리입니다.. 튜토리얼의 상위단계인 누군가의 친절돋는 가르침을 통해 뉴비유저가 중급 / 상급 유저로 진화하는데 까지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Kiriranshero: ㄴㄴ 그게 적합한 보상이 된다면 합니다.. Asheron's Call의 얼라이언스 모델이 있습니다.. Zerasion: 정식구현이 안되긴 했지만, 썬온라인 서비스할 때 저레벨 플레이어를 길드에 받아서 일정 레벨까지 키우면 길드에 보상이 돌아가는 훈련캠프 시스템이란 게 있었지만, 부캐만 키우는 어뷰징으로 없어지긴 했습니다.. ㅋㅋ Jolgame: 멘토링이 왜 노동강도대비 보상이 뿌듯함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당연한 결과고.. 시스템적 보상이면 말씀하신 어뷰징도 가능하고 말이죠. esty: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울온은 완전 신규 계정의 캐릭터일 경우 [Young] 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줬죠. 할일없고 시간 많은 올드비들이 친절히 안내 해 주며 알려 줄 수 있는 장치를 했었죠. Kiriranshero: 그리고 보상을 받아먹기위 해 ... 음 그렇죠 영 보상에는 뉴비는 모르지만 올드비들이 좋아하는 보상이 가득.. esty: 처음 young 딱지를 달고 브리타니아 대륙에 발을 내딛었을 때 올드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정착금/스몰타워/기본 셋/탈것들을 막 퍼 주고 여기저기 안내 해줬는데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Jolgame: 울온식 게임이 아니면 힘든 방법 아닐까 생각됩니다. 단순히 뉴비 를 돕는것도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컨텐츠화 가능한 게임 내의 분위기 구성이 잘 되있는게 울온이니까요. Kiriranshero: Asheron's Call Wiki 여기서 Loyalty와 Leadership 을 봐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얼라이언스 구조를 .. 봐야하는데 사실 ac에서 이거 잘 설명해주는.. ㅋㅋ 뭐 생각하시는 그런 뉴비를 트레이닝하기 위한 구성이란게.. AC에선 Alliance 라는 구성으로 존재했고, 패트론/바살 로 계급단위로 구성되었죠 여기서 중요한건 바살이 얻게되는 경험치에서 로열티 스킬에 의해서 일부 추가 생산되서 패트론에 전달되고... 패트론은 리더쉽 스킬에 의해서 추가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패트론은 2^n의 배수로 계급 <- 이 올라가죠.. 10티어가 되기 위해서는 총..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들 뉴비를 긁어모아 하위 트리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관리하게되죠 ㅋㅋㅋ Jolgame: 흔히들 구현해둔 길드스킬이네요.. Kiriranshero: 하지만 더 관리해야하는 이유가 없죠 한국은 ㅋㅋㅋ tophet: 이른바 암웨이 피라미드 모델.... Jolgame: 전 롤 등급도 다이아이기 때문에 다이아클래스입니다 Voosco: 게임 본편 내용 가르치는 튜토리얼은 지금도 어느정도 괜찮다고 보는데 (특히 스탠드얼론들은) 문제는 멀티플레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만든 규칙들 (롤의 탑미드봇등) 이죠 이거 가르치는게 게임 규모가 작으면 플레이어들끼리 어떻게든 커버가 되는데 커질수록 문제가 좀 ... 물론 어디까지나 유저경험 차원에서만요 Kiriranshero: ㅇㅇ 유로스타일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유저 커스텀의 규칙을 강제로 강요하는거라..
  6.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린 스탠리 우화(The Stanley Parable)의 리뷰를 GDF에 옮겨봅니다. 블로그 원본 주소: http://zerasionz.tistory.com/65 =================================================================================== 0. 들어가기에 앞서..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낯 선 이름의 게임 하나를 추천받게 됐다. 우선 이 게임의 플레이 소감부터 짤막하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적어도 내가 판단한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게임을 한다는 것, 디자이너에게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넘어,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과연 내가 이 게임을 감히 리뷰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과 "이 게임에 대한 최고의 리뷰는 '닥치고 그냥 해보세요!(Shut up and Play now!)'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게임은 바로 이제부터 소개할 "스탠리 우화(The Stanley Parable)"다. 글 실력도 리뷰 경력도 별로 없는 초보 게임 디자이너가 지금부터 오르지 못할 하늘을 쳐다보고 바벨탑을 쌓아올려볼까 한다. (PS1. 게임의 특성 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이 될 수 있으므로 플레이할 계획이 있는 분 중에 스포일을 피하고 싶으신 분은 플레이 하신 뒤에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PS2. 스포일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스크린샷의 첨부를 아끼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절대로 제가 스샷을 찍어 넣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Trust me.) 1. 첫인상 사전에 소개해 준 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그저 스팀에서 판다는 이야기만 듣고 정보를 얻기 위해 데모(Demo) 버전을 먼저 플레이해봤다. 비록 영어라 정확한 내용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데모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GUI로 해결했을 법한 여러가지 장치들을 레벨디자인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었고, 그 참신함만으로도 이 게임의 본편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호기심의 방아쇠를 당기기에는 충분했었다. 첨언하자면, 데모 플레이와 본편 플레이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므로 본편만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일 것이다. < 스탠리 우화 메인 메뉴 화면. 액자식 구성이 인상적이다. >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스탠리 우화는 시작화면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풍긴다. 그림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실제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이나 메뉴의 이동까지도 화면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에까지 반영되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내가 이 장면을 보고 문득 떠올린 영화는 고전 명작인 매트릭스(MATRIX)였다. 하지만 그 연상이 결코 개연성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오프닝 시네마틱이 재생되면서부터 바로 알게되는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스탠리(Stanley)"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한 때 매트릭스의 일부였던 앤더슨이었던 것처럼, 스탠리는 기계 부품처럼 근무하는 한 명의 화이트 칼라 사무직 노동자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계획처럼, 트리니티와 모피어스를 만난 앤더슨의 일상이 파괴된 것과 무척이나 닮은 낯 선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 스탠리 우화 시작 지점. 배경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스탠리의 사무실이다. > 2.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 스탠리 우화는 스탠리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1인칭 스탠리의 시점의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스탠리는 갑자기 중단된 업무 지시에 이상함을 느끼고 방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사라져버린 희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스탠리 또는 플레이어에게, 어쩌면 둘 모두에게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의 나레이션을 따라 스탠리와 플레이어는 사무실 모험(Adventure)을 떠나게 된다. 스탠리 우화는 이같은 "인터랙트 드라마"로 불리는 장르들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전체적인 흐름도 그러한 지시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굳이 괄호를 써가면서까지 강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1인칭 어드벤쳐"장르로 보는 것이 더 알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포럼에서도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는 인터랙트 드라마와 어드벤쳐의 차이는 "[대화] 스토리텔링 게임의 현재"에서 볼 수 있듯이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 여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인터랙트 드라마는 투 더 문(To the Moon)이나 곤 홈(gone home)과 같은 선형 구조로 이뤄져 플레이어가 정해진 이야기를 끊임없이 따라가는 "게임의 형식을 띤 소설 또는 영화"에 가까울 것이다. 이 때에 사용된 인터랙트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 세계에서 무언가를 조작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의미로 해석되며 샌드박스류에서 사용하는 "인터랙션"과는 차이가 있다. 마치 "다음"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가 재생되는 e-Book을 보는데, 그 다음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좀 더 복잡하게 설계된 느낌과 유사하다. 이는 분명 게임이라는 능동적인 매체의 장점을 통해 이야기의 전달력을 강화한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다른 매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고유한 장치의 활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정의는 결코 인터랙트 드라마 또는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정해진 이야기를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입장에 대한 표현이다. 인터랙트 드라마는 대개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어드벤쳐로 보고자 하는 이유가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이라는 점에서, "스탠리 우화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어드벤쳐 게임에서 이런 플레이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줬기 때문에 "스탠리 우화가 어드벤쳐 장르니까 플레이어의 선택이 유의미하게 동작하는구나"라는 부분은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문단의 시작에서 잠시 언급된 "스토리텔러"의 존재다. 스토리텔러가 존재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정해진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정해진 이야기가 있는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이 바뀐다면? 뭔가 논리에 문제가 생기는 기분이다. 정해져있다는 건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선택에 따라 바뀐다는 건, "안바뀌는 건데 바뀌어"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탠리 우화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보았다. < 어린 시절 한 번쯤 봤을 게임북 / 출처: 네이버 블로그(Link) > 그것은 바로 "게임북" 이다. 게임북은 위 그림의 하단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선택의 경우에 대해 이미 책 전체에 다 그려져 있고 독자는 선택에 따라 지정된 페이지로 이동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나간다. 1 page 에서 시작해 한 장씩 장을 넘기며 끝 페이지까지 진행하는 것을 선형 진행으로, 이처럼 필요에 따라 임의의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을 비선형 진행으로 놓고 본다면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이라는 낯 선 개념이 훨씬 쉽게 이해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스탠리 우화의 스토리텔러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읽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게임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어느 페이지를 펼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기본으로해서, 심지어 펼치지 않았던 곳에서 대략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 것인지까지도 읽어준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도록 읽어주든, 아니면 플레이어가 이미 내린 선택을 읽어주든, 이러한 게임북같은 방식을 통해 선택과 스토리텔링이 반복되는 것이 스탠리 우화가 제공하는 플레이 경험의 중심이다. 3. 치열한 선택 싸움 게임북이 아닌 전자 게임에서 인터랙션 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예시를 쉽게 떠올려보자면,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비주얼 노블"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0~30 대의 남성 게이머라면 흔히 알고있을 법한 Leaf 사의 투하트 등이 대표적인 예시 게임인 바로 그 장르 말이다. (Elf 사의 다른 게임들은 대체로 연애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니 그 것은 모두의 마음 속에 고이 넣어두도록 하자.) 하지만 이런 비주얼 노블은 동등한 조건들을 나열해놓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공략 캐릭터 선택),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다항 객관식 문제를 선택하거나(시간에 맞춰 이벤트 장소를 찾아가는 선택)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전자의 선택은 그야말로 무엇을 골라도 의미가 없고, 후자의 선택은 정답이 아니면 실패해버리기 때문에 이 또한 의미가 없다. 아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게임 기획 실패 사례"라는 시리즈 중에도 선택에 대한 비슷한 구절이 있어 잠시 인용해보겠다. 스탠리 우화 비교적 높은 자유도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인터랙션 플레이로 동작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게임은 겉보기에 스탠리의 일화를 그린 흔한 주인공의 일대기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그 내면에서는 스토리텔러와 스탠리를 조종하는 플레이어라는 "두 남자의 치열한 머리 싸움"을 그리고 있다(스탠리의 성별이 남자이므로 실제 플레이어 성별과 무관하게 두 남자로 설명함). 이 게임의 등장인물은 총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스토리텔러, 스탠리, 그리고 그 둘의 싸움을 관조하는 의문의 여성이 그들이다. 이 게임은 사실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한심하다는 듯한 여성의 나레이션이 게임 내에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획 실패의 인용 사례나 비주얼 노블과는 다른, 동등한 조건의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는 점과, 그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는 점이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의미있게 반영되는 큰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남자의 심리전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지는 항상 아래의 규칙을 따른다. 여기서 진행이 불가능한 세 번째 무반응을 제외하면,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은 끊임없는 2지선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분기는 크게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매 순간 순간의 선택지는 항상 두 가지로 일관되게 제공된다. 그리고 그러한 끝없는 두 갈래 길의 미로와 같이 펼쳐진 선택들의 흐름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져 이야기의 흐름을 급격히 바꿔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할 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스탠리 우화가 보여주는 최고의 인터랙션 스토리텔링이다. 이것이 이 리뷰의 제목이자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풀이 방식인 스토리 주도권의 전쟁, "MAN vs STORY"의 실체다. < 자꾸만 자신을 거부하는 플레이어(스탠리)를 어떻게든 자신의 스토리로 이끌고야 말겠다는 스토리텔러의 강려크한 의지의 발현.jpg > 4.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장치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한대로, 스탠리 우화의 인터랙션은 "선택"을 통해 발생한다. 이 게임에서는 위에서 말한 "선택 =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은유적인 의미 부여 외에도, 직접적으로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적 장치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또한 멋지게 동작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디자인 요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강력한 피드백 모든 종류의 선택은 반드시 거기 따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결과라고도 부르지만, 작용에 의한 반작용으로 부르기도, 혹은 어떤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라고도 부른다.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림과 음악은 각각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직접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와 시청각 효과를 버무려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단방향적인 흐름에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피드백. 피드백은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에 개입되고,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응답하는 과정이다. 바로 이러한 인터랙션은, 앞서 언급한 다른 매체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은 바로 그 인터랙션의 가장 큰 증거이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바로 이 선택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히 강력하게 제공된다. 일반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처럼, 스토리텔러의 지시를 따라 끝까지 진행하면 "Beat the game"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면서 상당히 무난한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별다른 "피드백"이라는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그림(스탠리 패러블 어드벤쳐 라인 tm)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저항의 선택을 하게되면 이를 어떻게든 제어하려는 스토리텔러의 의지에 의해 세계가 급변하게 된다. 그러면서 급기야 게임의 룰을 파괴해가면서까지 플레이어를 또다른 선택으로 몰아넣는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바뀌고, 바뀐 세계에 의해 다시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변화하게 되는 아름다운 인터랙션은, 바로 이 저항 선택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저항 루트 선택의 1차적인 피드백은 스토리텔러의 부정적인 반응에서 나타나고, 이런 종류의 선택이 누적되면 2차적으로 게임의 흐름이 바뀌면서, 종국에는 엔딩까지도 모두 바뀌어버리는 장치들은 스탠리 우화의 피드백이 주는 훌륭한 플레이 경험이다. 2) 번복 불가 많은 선형 게임들이나 FPS에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이슈로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이지 구분이 명확한 경우엔 이전 스테이지로 진행하는 루트가 원천 봉쇄되거나, 방 형식인 경우 도어를 차단해 퇴로를 막아버리는 경우를 여타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탠리 우화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번복할 수 없도록 들어온 방 문을 닫아버리거나, 아니면 A라는 버튼을 누른 뒤에는 B라는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드는 등의 번복 방지 장치가 계속해서 사용된다. 이는 방금 말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예기치 못한 이슈를 방지하는 적절한 방법임과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더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5. 롤플레잉의 금기, 메타 게이밍 초반에 스탠리 우화를 1인칭 어드벤쳐 장르에 가깝다고 표현했었는데, 사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전투와 성장이라는 최근 RPG라는 상징성과는 다른, 고전적인 역할 놀이라는 측면에서의 RPG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 배우게 된 롤플레잉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메타 게이밍(Meta-gam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RP(롤플레잉)서버에서 MMORPG를 플레이할 때는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RP의 룰이기 때문에, 와우를 하면서 뜬금없이 "아, SBS에서 상속자들 할 시간이다. 가서 TV보고 와야지" 같은 게임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모종의 규칙이 있다. 게임 바깥의 것들을 게임으로 가져오는 행위를 메타 게이밍이라고 부르면서 일종의 나쁜 행위로 규정짓고 있는데, 스탠리 우화는 이 메타 게이밍을 게임 스스로가 하고 있다. 초반에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은, 바로 스탠리 우화의 이 메타 게이밍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모 버전에서는 스토리텔러가 원래 준비된 엔딩 씬을 찾지 못하겠다며 허름한 공간에서 "자 이게 엔딩이야"라고 설명한 다음, "엔딩.. 엔딩이 어디갔지? 엔딩 보신 분?" 같은 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본편의 스토리텔러는 자꾸만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는 스탠리가 스탠리가 아닌 그를 조종하는 게임 바깥 세계의 "플레이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사실 1. ~ 4. 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스탠리 우화는 충분히 잘만들어진 비선형 인터랙션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아이폰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혁신"이라는 표현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처음에 말했던 "충격"이라는 표현까지 쓰기에는 과찬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탠리 우화가 게이머와 게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강력한 메시지, 즉 게임이 스스로 메타 게이밍이라는 룰 브레이킹을 통해 게임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느껴본 적 없던 충격 그 자체였다. < 말을 안듣는 플레이어에게 스토리텔러가 보여주는 "선택에 대한 교육용 시청각 자료". 선택의 의미가 이처럼 큰 게임이, 선택이 의미 없으니 제발 시키는대로나 하라는 걸 직접 가르치고 있다. > 스탠리 우화의 역설은 거시적으로 메타 게이밍으로 게임의 정의하기도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롤플레잉을 파괴해서 롤플레잉을 "교육"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처럼 어떤 루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스토리텔러 입장에서) 무의미한 저항을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용 시청각 자료를 뜬금없이 틀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수 차례 플레이를 지속하다보면 스토리텔러가 진행이 꼬였다며 게임을 재시작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게임 안에 게임 제작 세트들이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이와 같은 룰 브레이킹을 통해, 이전 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 "이봐 플레이어! 니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지 더 이상 스탠리가 아니야! 스탠리의 입장을 헤아려보라고! 롤플레잉은 그런 거야!"와 같은 직접적인 메타 게이밍 대사는, 얼마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됐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Last of us)의 결말씬이 플레이어의 입장과 캐릭터의 입장에서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서 아키텍쳐를 만난 네오가 느끼는 당혹스러움과도 오버랩되기도 한다. 세계관의 매커니즘을 직접 설명해주는 캐릭터라니..! 0. 마치며..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에, 한 사람의 게이머이자 게임 디자이너로서, 항상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기면서 한 켠으로 제쳐두었던 그 질문이 다시금 눈 앞에 던져진 기분이다. "게임이란 건 뭘까?" 나는 이 질문에서 서두부터 끊임없이 연결지으려 애썼던 매트릭스의 테마가 겹쳐보인다. "매트릭스란 건 뭐지?(What is the Matrix?)" 모피어스는 매트릭스가,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 규칙이자 세계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탠리 우화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제는 클리셰에 가까운 짤방인 원사운드 님의 카툰 짤이 다시금 인용될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게임을 하는 진짜 이유.jpg / 출처: TIG 원사운드 님 웹툰 (Link) >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RPG는 ㅇㅇ여야지!" / "RTS는 ㅇㅇ가 생명이야!" / "MMO는 ㅇㅇ가 없으면 안돼!" 와 같은 모든 이야기들을 뭉뚱그려보면, 우리는 말로는 답이 없다고만 했던 게임에 대한 정의를 사실은 "게임은 당연히 ㅇㅇ지"라는 식으로 축약해 재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게임이라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재미만 주면 그걸로 충분한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풀이해보고자 고군분투했으나 전달이 잘 되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늅늅을 위한) 게임 디자인 분석하기"에도 쓰여있다시피, 가장 좋은 경험은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다. 그리고 스탠리 우화라는 독특한 게임은, 그 독특함 덕분에 간접 경험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나의 문장력이 부족한 탓은 굳이 말해 입아플 정도이니 생략하는 것으로 해두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멋진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스팀 페이지를 공유하도록 하면서, 신성모독에 가까운 무모한 리뷰를 마쳐볼까 한다. The Stanley Parable 스팀 페이지: http://store.steampowered.com/app/221910/
  7. 트위터에서 Raoul 님, lolkain 님과 나누었던 스토리텔링 게임의 현재에 대한 글타래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포럼으로 옮겨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대화 전문을 참고해 주세요. =) --------------------------------------------------------------------------------------------------------- Raoul: 게임에서 스토리를 즐기는 걸 좋아해 왔지만, 최근의 '스토리를 즐기는 것에 특화된' 미국의 어드벤처 게임들을 해 보고 있자니 '이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게임들이 잘못 만들어져 있다거나, '게임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면 안되지!' 같은 이야기는 아닌데... 걍 내가 시스템장이여서 그런가 싶기도. 좀 다르게 풀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재주가 고자라...ㅋㅋㅋ 예전에 드퀘 같은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 진행 중간에 있는 노가다 렙업을 짜증나게 느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구조에 더 자유로움&플레이어의 적극성을 긍정하는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Zerasion: 인터랙트 드라마로 불리는 시리즈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ㅎㅎ Raoul: 최근에 일련의 게임들 - 툼레이더 리부트 / BEYOND / Wolf among Us - 을 해 본 후에 든 감상입니다. 어딘가에 BEYOND와 Wolf를 비교해놓은 글도 있었는데 제 느낌으로는 정도의 차이...더라고요. Zerasion: 확실히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를 옴싹달싹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 부분에서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감소하고 대신 "본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lolkain: 전 과거의 가브리엘나이트나 그림판당고 같은 어드벤쳐의 현대화... 같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Raoul: 옛날의 시에라 어드벤처들만 해도 꽤 넓은 레벨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퀀스가 큰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말이죠... lolkain: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은 콜옵 모던워페어 시리즈의 싱글플레이에서 전형적인 최근 모습을 보여주죠 ㅎㅎ 말씀 하신 시에라 게임들은 레벨탐색이 지루한 과정. 라고 판단되어 지금의 모습이 된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Raoul: 모던워페어가 일련의 어드벤처들 보다 나은? 부분은 FPS 게임의 특성상 가능하면 게임플레이를 멈추지 않고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놨다는 점인 것 같아요. lolkain: 고정된 시퀀스를 제외하면 그런데 그 시퀀스에서 버튼연타게임(...) 이 되버리다보니 유저들도 그 부분을 많이 씹는 편이죠. 일반 플레이에서는 유저의 행동=연출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서 나쁘진 않다고 생각됩니다.
  8. 들어가기에 앞서.. 분량면으로나 내용면으로나 거창한 디자인 매커니즘을 다루는 포스팅은 아니고 상징적인 일반행동구조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자 했으니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Vita와 mini Pad에게 포터블 게임 플레이어 자리를 밀린 제 스마트폰이 딱히 구동할 타이틀이 없어지자 가끔 심심풀이 터치터치나 할 겸 확산성 밀리언 아서를 다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아주 막 열심히 덱 편집하고 요정도 잡고 이벤트 아이템도 모으고 하는 방식으로는 플레이하지 않지만, 그냥 스테미너가 남아있는 한 양껏 탐색을 한 뒤 맘에 드는 요정이 있으면 배틀 코스트가 허락하는 한 몇 번 싸우고 다시 종료해두는, 그리고 다시 생각날 때 꺼내서 플레이를 반복하는 정도라 아주아주 상당히 라이트하게 플레이하는 중인데요. 이렇게 간간히 가볍게 플레이를 하다보니 덕분에 좀 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흔히 알려진 "원하는 카드의 수집을 위한 성장"이라는 거시적인 게임 디자인의 순환 구조 이면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의 행동 양식에 대한 순환 고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순환 고리를 "카드 정리 사이클" 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일단 플레이를 지속하다보면 이벤트 보상이든, 비경 완료 보상이든, 출석체크 보상이든 다양한 경로로 "인연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걸로 잡카드를 왕창 뽑을 수 있겠죠. 그리고 앞서 설명한대로 스테미너가 쌓였으니 소진하기 위해 어느 비경이든 골라잡고 탐색을 합니다. 탐색을 하면 당연하게도 비경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스테이지 별 2 종 씩의 카드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랜덤하게 출현한 요정까지 쓰러뜨린다면, 더 많은 종류의 카드를 입수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불필요한 잡카드가 잔뜩 뿌려지게 되면 총 카드 보유 한도라는 시스템 상의 제한도 있지만, 메인 카드의 성장을 위해 이 잡카드들을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attachment=0]<!-- ia0 -->e0057611_50e5bc22cb6e4.png<!-- ia0 -->[/attachment] 이 때, 카드를 정리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는 다른 카드의 강화 재료로 소비시켜버리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매각해 골드로 환원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일반적인 루트라면, 1) 카드 성능을 끌어올려 덱을 파워업하기 위해서 또는 2) 기본 최고레벨에 도달하면 변화되는 더 예쁜 일러스트를 보기 위해서[/list:u] 라도 판매 보다는 강화를 먼저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강화는 재료 카드와 함께 게임머니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카드도 정리하고 덱 파워업도 할 겸 강화를 선택하게 되면, 골드 소모가 발생하게 됩니다. 종전의 인연포인트와 마찬가지로 모처에서 입수한 자금으로 어찌저찌 강화를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골드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재료로 없애려던 카드를 팔아서 골드를 충당하기에 이르르죠. 우선 단순히 여기까지의 흐름을 순서대로 파악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탐색 2. 탐색 보상 습득 3. 덱 강화 4. 비용 확보를 위한 매각 5. 다시 탐색[/list:u] 여기서 저는 이 사이클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데요. 하나는 일반적인 "플레이의 성장"이라는 동기에 초점을 둔 "성장 사이클"과,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인 "카드의 정리"라는 행동에 초점을 둔 "정리 사이클"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사이클은 위 순서 중 "3. 덱 강화"를 위해 얻게 되는 파워업이 주요한 동기 요소입니다. 따라서 덱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탐색을 하는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 표면적인 탐색과 강화 컨텐츠의 순환 구조 그림입니다. 하지만 정리 사이클은 3번과 4번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카드의 소비"가 포인트입니다. 이 경우에는 동기에 의한 성장 사이클의 수행에 따라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습관적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성장 사이클이 처음과 끝이 완전하게 맞물린 끝나지 않는 나선같은 그림이라면, 정리 사이클은 게임 진행 도중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대처와 같은 형국입니다. 정리 사이클의 관점에서 위의 플레이 흐름을 다시 바라보면 이와 같이 해석될 수 있습니다. 1. 탐색 ~ 2. 탐색 보상 습득: 내 카드가 어질러짐. 3. 덱 강화 ~ 4. 비용 확보를 위한 매각: 어질러진 내 카드들을 정리. 5. 다시 탐색: 반복[/list:u]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적으로 어질러지는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진행하면서 어질러진 것들을 또다시 정리하고.. 의 행동 패턴 사이클입니다. 이 포럼에 Voosco 님이 전에 올리셨던 "(반쯤 농담인)디아블로의 선과 악"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는데요, 다만 그와 다른 점은 디아블로는 "이미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카오스를 플레이어가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것"인 반면, 밀리언 아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카오스를 진행을 멈추고 정비하는 동안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PS. 사실 반쯤 써놓고 보니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만둘까 하다가 어떤식으로든 무언가에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잖아?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계속 써봤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orz
  9. 들어가기에 앞서.. 분량면으로나 내용면으로나 거창한 디자인 매커니즘을 다루는 포스팅은 아니고 상징적인 일반행동구조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자 했으니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Vita와 mini Pad에게 포터블 게임 플레이어 자리를 밀린 제 스마트폰이 딱히 구동할 타이틀이 없어지자 가끔 심심풀이 터치터치나 할 겸 확산성 밀리언 아서를 다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아주 막 열심히 덱 편집하고 요정도 잡고 이벤트 아이템도 모으고 하는 방식으로는 플레이하지 않지만, 그냥 스테미너가 남아있는 한 양껏 탐색을 한 뒤 맘에 드는 요정이 있으면 배틀 코스트가 허락하는 한 몇 번 싸우고 다시 종료해두는, 그리고 다시 생각날 때 꺼내서 플레이를 반복하는 정도라 아주아주 상당히 라이트하게 플레이하는 중인데요. 이렇게 간간히 가볍게 플레이를 하다보니 덕분에 좀 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흔히 알려진 "원하는 카드의 수집을 위한 성장"이라는 거시적인 게임 디자인의 순환 구조 이면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의 행동 양식에 대한 순환 고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순환 고리를 "카드 정리 사이클" 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일단 플레이를 지속하다보면 이벤트 보상이든, 비경 완료 보상이든, 출석체크 보상이든 다양한 경로로 "인연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걸로 잡카드를 왕창 뽑을 수 있겠죠. 그리고 앞서 설명한대로 스테미너가 쌓였으니 소진하기 위해 어느 비경이든 골라잡고 탐색을 합니다. 탐색을 하면 당연하게도 비경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스테이지 별 2 종 씩의 카드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랜덤하게 출현한 요정까지 쓰러뜨린다면, 더 많은 종류의 카드를 입수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불필요한 잡카드가 잔뜩 뿌려지게 되면 총 카드 보유 한도라는 시스템 상의 제한도 있지만, 메인 카드의 성장을 위해 이 잡카드들을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attachment=0]<!-- ia0 -->e0057611_50e5bc22cb6e4.png<!-- ia0 -->[/attachment] 이 때, 카드를 정리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는 다른 카드의 강화 재료로 소비시켜버리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매각해 골드로 환원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일반적인 루트라면, 1) 카드 성능을 끌어올려 덱을 파워업하기 위해서 또는 2) 기본 최고레벨에 도달하면 변화되는 더 예쁜 일러스트를 보기 위해서[/list:u] 라도 판매 보다는 강화를 먼저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강화는 재료 카드와 함께 게임머니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카드도 정리하고 덱 파워업도 할 겸 강화를 선택하게 되면, 골드 소모가 발생하게 됩니다. 종전의 인연포인트와 마찬가지로 모처에서 입수한 자금으로 어찌저찌 강화를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골드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재료로 없애려던 카드를 팔아서 골드를 충당하기에 이르르죠. 우선 단순히 여기까지의 흐름을 순서대로 파악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탐색 2. 탐색 보상 습득 3. 덱 강화 4. 비용 확보를 위한 매각 5. 다시 탐색[/list:u] 여기서 저는 이 사이클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데요. 하나는 일반적인 "플레이의 성장"이라는 동기에 초점을 둔 "성장 사이클"과,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인 "카드의 정리"라는 행동에 초점을 둔 "정리 사이클"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사이클은 위 순서 중 "3. 덱 강화"를 위해 얻게 되는 파워업이 주요한 동기 요소입니다. 따라서 덱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탐색을 하는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 표면적인 탐색과 강화 컨텐츠의 순환 구조 그림입니다. 하지만 정리 사이클은 3번과 4번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카드의 소비"가 포인트입니다. 이 경우에는 동기에 의한 성장 사이클의 수행에 따라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습관적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성장 사이클이 처음과 끝이 완전하게 맞물린 끝나지 않는 나선같은 그림이라면, 정리 사이클은 게임 진행 도중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대처와 같은 형국입니다. 정리 사이클의 관점에서 위의 플레이 흐름을 다시 바라보면 이와 같이 해석될 수 있습니다. 1. 탐색 ~ 2. 탐색 보상 습득: 내 카드가 어질러짐. 3. 덱 강화 ~ 4. 비용 확보를 위한 매각: 어질러진 내 카드들을 정리. 5. 다시 탐색: 반복[/list:u]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적으로 어질러지는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진행하면서 어질러진 것들을 또다시 정리하고.. 의 행동 패턴 사이클입니다. 이 포럼에 Voosco 님이 전에 올리셨던 "(반쯤 농담인)디아블로의 선과 악"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는데요, 다만 그와 다른 점은 디아블로는 "이미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카오스를 플레이어가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것"인 반면, 밀리언 아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카오스를 진행을 멈추고 정비하는 동안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PS. 사실 반쯤 써놓고 보니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만둘까 하다가 어떤식으로든 무언가에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잖아?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계속 써봤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orz
  10. 안녕하세요! 트위터를 통해 오고간 주요한 게임 의견들을 취합하는, 대화록 봇 Zerasion 입니다. =) 오늘은 Voosco 님과 많은 분들이 나누신 전통 TCG의 재미 요소에 대한 대화록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 트위터 시스템 상 스레드가 분리되거나 대화의 대상이 순차적이지 않기 때문에 포럼에 맞게 임의로 재배치 하게 되었으니, 읽으실 때 참고 바랍니다.) - 고찰의 시작 Voosco: 매직 같은 오리지널(?) TCG의 핵심 재미는 뭔가요. 거시적으로는 덱짜기 (전략), 미시적으로는 매 경기의 운용 (전술) 정도인가? 뭐 다른건 없나요? 수집 성장의 재미? 오프라인이 주는 긴장감? ------------------------------------------------------------------------------------------------------------------ - nekism 님과의 대화 nekism: mtg-kr.tistory.com/352 이런게 재미있슴니다.. 뭐 이것저것 섞인 감정이긴한데, 요약하면 "할 얘기가 많다." 정도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일단 매직을 좀 해보시는것도...... Voosco: 일단은 이렇게 간을 보다가 언젠가 해볼 수도 있곘죠 ㅎㅎ ------------------------------------------------------------------------------------------------------------------ - @eiaserinnys 님과의 대화 @eiaserinnys: 제 경우는 캐주얼 포맷을 더 많이 플레이 해서, 경쟁 포맷 덱 짜고 대전하는 것보다 새 확장팩에서 무슨 카드가 나올 지, 어느 색이 강해질지 밸런스 토론하고 카드 모으고 단체로 모여서 찢발하고…등의 외적 활동에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Voosco: 외적 활동도 간과하면 안되겠군요. 감사합니다. @eiaserinnys: 하스스톤 플레이도 해보고 게데포 토론 글도 읽어보고 있는데, 매직(과 여타 TCG)은 이미 과금 문턱을 넘은 플레이어들을 모아둔 상태라 양상을 직접 비교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 - @nalhodoom 님과의 대화 @nahodoom: 기본적으로는 퍼즈도라와 다를것이 없지만, PvP 가 메인모드라 메타게임이라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상대의 덱/플레이를 예상해 만나기전에 모든 협잡을 해두는것을 뜻하지요. 거기에 사이드보딩(교체 가능한 15장)과 결합해 독특한 재미를 줍니다. Voosco: 감사합니다. 하스스톤 해보면서 전체 구성에 비슷한 부분이 확실히 있는데, pvp인가 pve인가에 따라 전투 시스템도 대칭형인지 비대칭형인지 갈리는 부분 등이 흥미롭더군요. @nahodoom: [wizards.com/Magic/Magazine/A ... academy/19](http://www.wizards.com/Magic/Magazine/Article.aspx?x=mtgcom/academy/19) 좋은링크라는 생각은 안드는데, 매직의 메타게임에 대해서는 참고하세요. Voosco: 감사합니다. 저처럼 하스스톤이 카드게임 처음인 분들을 위해 언제 시간날 때 번역해서 gdf에 올려보던가 해야겠네요. @nahodoom: 양인들의 어날로지중에 chess 와 poker 사이 어디엔가 매직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Voosco: 'random'의 밀도와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말 같네요. 멋진데요 ! ------------------------------------------------------------------------------------------------------------------ - @eiaserinnys 님과의 대화 @eiaserinnys: 제 경우는 캐주얼 포맷을 더 많이 플레이 해서, 경쟁 포맷 덱 짜고 대전하는 것보다 새 확장팩에서 무슨 카드가 나올 지, 어느 색이 강해질지 밸런스 토론하고 카드 모으고 단체로 모여서 찢발하고…등의 외적 활동에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Voosco: 외적 활동도 간과하면 안되겠군요. 감사합니다. @eiaserinnys: 하스스톤 플레이도 해보고 게데포 토론 글도 읽어보고 있는데, 매직(과 여타 TCG)은 이미 과금 문턱을 넘은 플레이어들을 모아둔 상태라 양상을 직접 비교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 - Abyss 님과의 대화 Abyss: 저는 수집과정도 그렇지만, 수집한 카드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재미를 느낍니다. 90년대 유행한 트레이딩 카드도 그렇고, 게임 플레이보다 관심있는 대상의 수집과 감상에서 오는 재미가 대중적이기 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Voosco: 으험 ... 전 오히려 그건 좀 하드한 재미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tcg에 이미 깊이 몰입하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지 않나 싶어서요. 하지만 말씀 감사합니다. Zerasion: 그 반대여야 하지 않을까요? 깊은 몰입 없이도, "어머 이건 가져야해"라는 심리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따조를 열심히 모아서, 모은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한다거나 하는 종류의 성격이요! Abyss: 앗차 오리지널 TCG라 하셨으니 게임성으로 판단함이 맞겠군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건, 소재에 따라 게임 룰 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미소녀/만화 소재의 CCG/TCG를 수집하고 감상하듯이요 ㅎㅎ Voosco: 수집욕! 쪽으로 접근인가요.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요 ㅇㅇ ------------------------------------------------------------------------------------------------------------------ - Pade 님과의 대화 Pade: : 좋은 카드를 뽑아서 팔아먹는 재미, 카드에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덱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 재미, 친구랑 같이 하는 재미, 대회에 참가하는 재미, 새 카드를 뜯은 뒤 즉석에서 덱을 구성해서 하는 재미? (실제로 있는 룰) Voosco: ㄳㄳ !ㅅ! Pade: : 소위 '준비 덱'의 경우엔 돈 많은 놈이 장땡이라고 강덱 짜서 가져오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돼죠. 그런데 현장 구성 덱 같은 경우엔 운빨도 있긴 하지만 역시 돈은 관계 없는 실력과 운의 싸움이기에... 그런데 이 룰은 결국 과금을 더 하라는 식의 설계인 것이, 그렇게 게임을 할 때마다 팩을 뜯어야 합니다. 이거 온라인 게임에도 가져오면 괜찮을 법한 과금 설계... (...) Voosco: 오락실 룰이군요. ㅋㅋ 백원 = 한판 Pade: : 그런데 매직 같은 경우엔 몇 팩을 뜯더라... 대략 6천원 이상이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ㅋㅋ Voosco: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부분유료화 악독하다던 유저님들 다 어디가신거지 ... 여러분 여기 더 악독한 과금모델이 !! Pade: : 솔직히 한국 부분유료화 모델이 경쟁을 위한 돈 쓰기를 부추기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외국산 테이블 게임 류의 돈지랄은 진짜 대다나다 수준이니까요. 워해머만 해도... -ㅅ- 아, 물론 저건 '실물'이 있고 유저 간 거래도 된다는 건 인정. Voosco: 그 미묘한 차이가 사실 좀 궁금하기도 해요. 어쨌건 (저만 해도) 한국 온라인의 부분유료화에 저항감이 생길 때가 있는데, 매직이니 워해머니 하는 것들에는 적어도 저항감은 없다는게 ... 정말 '만질 수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인가? Pade: :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도 있지만, 외국의 부분 유료화는 지름을 '선택'으로 놓고, 지름의 결과가 게임성을 언락, 보충하는 형태인 면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과금 요소는 그냥 가렵게 한 다음 등긁개를 파는 격이라... Zerasion: 가렵게 정도가 아니로 두 손 두 발을 묶어놓고 돈을 내놓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느낌인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렵게 만들고 등긁개를 파는 건 지극히 나이스한 상술이잖아요 ㅋㅋ Pade: : 그보다는 궁금하게 만든 다음 '궁금하지? 궁금하지? 그럼 사'라는 식의 상술 내지는 '이거 멋있지? 멋지지? 나이스하지?'하는 식으로 파는 상술이 더 나이스하죠. 그런 의미에서 역시 양키들은 게임의 본질을... ㅋㅋㅋ Zerasion: 제가 너무 한국식 상술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군요 ㅋㅋㅋ 말씀해주신 예시를 보고 "오호라! 착한 상술이 요기잉네!" 했습니다 ㅋ Voosco: 그건 좀 깊이 공감되네요. 엘오엘에서 스킨을 그렇게 미친 듯이 질렀던 것도 기능적 필요보다는 감성적인 '이건 사줘야 돼 !!' 라는 측면이 훨씬 컸던 걸 생각하면. 물론 LOL의 수익율은 높진 않지만 음 ... Pade: : 말하자면 과금이 '짜증을 유발시키고 짜증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흐르면 결국 게임의 재미 기틀을 건드리고 수명을 짧게 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돈을 씀으로써 나이스한 무언가를 즐길 수 있다는 유인이 장기적으로는 좋을 수도요. Voosco: lol이 좀 미묘한게, 좋은 예이면서 나쁜 예로 동작하고 있다는 부분이 시사점이 큰 것 같아요. 유저들에겐 '저봐라 저렇게해줘' 인데 사업팀에겐 '저래서 장사 안됩니다 개발팀 여러분' 같은 얘기가 ... ㅋㅋㅋ Zerasion: 일전에 제가 깨달은 바에 따르면, 실질적인 과금 시스템 자체에 대한 차이보다, 쓰면서 기쁘냐, 불쾌하냐의 차이로 착한 과금과 나쁜 과금이 평가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힌트는 확밀아 수백만원 카드 지름에서 착안했... Voosco: 거기엔 유저성향 같은 것도 조금 개입하지 않나 싶어요. 너도나도 지르니 안지를 수 없다. 뭐 이런 구도도 흔해놔서 ... 반대로 해외의 부분유료화도 한국에 갖다 놓으면 더 지르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Pade: : 그렇죠. 선택 영역의 지름, 지르고 싶어서 지르는 것은 결국 합리화 기재의 딱지까지 얹어서 불쾌감이 덜하거나 없지만, 불편하게 만든 뒤 지름으로 해소시키는 것은 불쾌함이 남기 때문에... 아무래도 반발심리가 크니까요. 이래서 심리학과 경제학은 기획자의 필수 교양이 아닌가 싶기도... (...) Voosco: 컨셉추얼한 부분에서는 십분 공감이 되는데, 이걸 구체적인 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한 기준선으로 정리하려니 뭔가 애로가 좀 생기기도 하네요. Pade: : 쉽게 딱 튀어나올 것 같았다면 선구자인 누군가가 이미 했겠지요. 수집욕도 일종의 달성욕이라는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것도 리즈너블한 제약 속에서 행동과 보상의 기작일 거예요.
  11. 트위터 상에서 부유하고 있던 하스스톤 관련 토론을 포럼 글타래로 옮겨보았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게임인 하스스톤에 대한 포럼 회원님들의 많은 의견도 댓글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 ============================================================================== Zerasion: 하스스톤이 MTG 대비 참신했던 것. 1) 전체 페이스가 짱 빠르다. 2) 대지(마나)가 기본으로 1씩 찬다. 3) 방어 개념이 없다. 4) 턴 내 단계 구분이 없이 "턴"으로 묶여서 훨씬 쉽다. UI/UX는 말할 것도 없고, 개념적으로 엄청 쉬워짐. 5) 캐릭터? 클래스? 별 레벨이 따로 적용된다. 애초에 MTG는 카드 모으는 자체가 성장이라 레벨 개념이 없었는데, 이건 영웅 레벨 개념도 있는데다가 그게 무려 다중성장임. 새 클래스를 얻으면 새로 키워야함.. 6) 하수인의 피해량이 턴 내 적용이 아니라 영구 적용된다. 하스스톤의 재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10점 만점에 8.8 정도를 주고 싶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MTG와 WOW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인데.. 둘 다 안해봤거나 안좋아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나로썬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1.2점 내려봤다.ㅋ Raoul: 라는 것은 본인의 주관적 기준으로는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뜻인건가요? Zerasion: 네 ㅎ 아직 유저대전하기 전인 지금의 상태로는요. ㅋ Raoul: 오오 대단하네요... 저는 MTG를 좋아라 하긴 했었는데, 하스스톤의 경우는 왠지 장기적으로 모티베이션이 안 생기는 듯 한... 제가 요즘 게임고자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ㅎㅎㅎ Zerasion: 1.2를 깎은 이유가 바로 제 눈뽕(?) 때문입니다. MTG를 깊이 파지 않고 무과금 상태의 플레인즈 워커만 해봤을 때 불편했던 부분들과 복잡했던 부분들이 하스스톤이 호쾌하게 통폐합해서 해결한 게 너무 좋아보였어요 ㅎㅎ 거기에 와우신격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와우빠이다보니, 그 IP를 가지고 다른 장르에서 이렇게까지 충실히 구현해낸 모습도 재미있었구요. 그래서 와우를 안좋아하거나 반대로 MTG 전문가에겐 어떻게 보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 Voosco: "왠지 장기적으로 모티베이션이 안 생기는 듯"에 깊이 동감. 원인이 뭔지 고민 중인데 쉽지 않네요. Zerasion: 일단 클베라 뭐가 너무 없어서는 아닐까요? 갈아서 카드 다 맞추면 수집 동기도 없고 투기장 레이팅도 고만고만하다는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의 추측이긴 합니다. Raoul: ...일로 하고 계셔서? Voosco: ㅋㅋㅋㅋㅋ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게임에서 떠났을 때 계속해서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리텐션 파워가 현저히 부족해 보여요. 하고 있을땐 확실히 재미있지만, 안할 때도 하고 싶게 만들지는 못하네요. 단지 이런 부분은 게임의 근본적인 구조문제는 아닌지라, 오픈으로 가면서 관련된 장치들을 좀더 붙이거나 개선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Zerasion: 리텐션 부분은 "밑 덜 씻은 찜찜한 기분"을 못줘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하다 남겨둔 게 계속 생각나야 돌아올텐데, 명쾌하게 판 단위로 떨어져서 클리어되는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Voosco: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는데, 취약한 성장구조가 첫번째 (클래스별 10렙 찍으면 그 이후엔 딱히 성장이랄게 없음), 카드게임 처음 하는 사람들 (ex : 저) 에겐 이 게임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번째 같습니다. 일정 정도 이상 해보면 운이 (어느정도까지) 컨트롤 가능하다는게 보이는데, 거기까지 가기전에 리텐션이 이미 하락하기 시작함 ... DarkRiss: 전 MTG는 꽤 오래 전에 미친듯이 팠다가 접은 지 오래 되었고.. 와우도 만렙 정도만 찍고 적당히 하다가 접은 정도의 유저인데.. 딱 모든 캐릭터 오픈까지만 하고는 더 안 하게 되더군요. 뭔가 목적성이 결여된 기분이 들어요. Voosco: 해법으로는 mtg가 쓰는 수평확장식 카드수집 요소 추가, 또는 뭐 흔해빠진 rpg처럼 수직확장구조의 차용 (카드 갈아넣기 요소?) 이 지금 당장 떠오르긴 합니다만 ... 어쨌든 리텐션을 올리는 방법은 지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건드리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이 몇 가지 있으니, 오픈 전에 블쟈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Raoul: 네. 저도 정확히 그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MtG는 그 부분에서 내가 진 상황을 되새기며 새 덱을 구상하게 되는 부분이 리텐션과 연결되는데..혹시 하스스톤이 지는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서 이 부분이 약한건 아닐까요? Voosco: 지는 스트레스에 대한 부분은 ... 게임의 전반적인 방향성 자체가 '마일드하게 캐주얼하게'를 지향하는지라 불가피하지 않나 싶습니다. 과굼구조도, 게임 자체도 '마일드하게 캐주얼하게'에 충실함.
  12. [eggy.egloos.com/3974934](http://eggy.egloos.com/3974934) 트위터에서 보고 큰 감명을 받은 타이탄폴 개발자 인터뷰를 공유 드립니다. "게임의 기술이란, 재미 전달의 도구일 뿐"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녹아있는 듯 합니다.
  13. 트위터를 통해 onzk777 님과 제목과 같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던 차에.. Voosco 님의 난입 덕분에 토론의 장소를 이곳 포럼으로 옮겨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논의해보고자 스레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대화 전문을 붙여넣은 뒤에 댓글로 토론을 지속해볼까 합니다.
  14. 제 블로그에 올린 재미인지론에 대한 글을 퍼왔습니다. 원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60 ----------------------------------------------------------------------------------------------------------------- 이제 막 서른이 된 내가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이던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유명 컨텐츠를 이용한 카드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2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라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 카드가 여기 저기에서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 때 가장 인상깊었던 시스템이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전투력 측정" 시스템 이었다. [그림 1.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전투력 측정 시스템] 카드 뒷면에는 노란 바탕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부호가 그려져 있고, 뒷면이 앞으로 오게 해서 전투력 측정기에 카드를 집어 넣으면 디지털폰트로 전투력 수치가 나타나게 되는 방식이다. 사실 카드를 자주 접하다보면 디지털 폰트로 88이 새겨진 측정기에서 검은 부분을 가려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란 걸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개찰구의 디스플레이에서 흔히 봐오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지하철 개찰구에는 전자식 디스플레이가 없었지만..) 위 사진과 같은 스트리트 파이터 방식의 카드가 이후로 몇 종의 카피캣을 양산하긴 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드래곤볼을 소재로 한 카드에서 원작 설정과 느낌에 충실한 "스카우터"를 이용한 전투력 및 암호문 전달 방식이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 스카우터는 붉은 색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스카우터를 통해 카드의 글자나 전투력 부분을 보면 같은 계열색의 문자가 가려지고 일부만 보이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앞서 설명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같은 전투력을 측정하는 데에도 전혀 다른 매커니즘이 사용되기도 했었다는 말이다. [그림 2. 드래곤볼 카드 게임의 스카우터] 뜬금없는 발상 전개지만, 문득 이 전투력 측정 시스템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 일종의 리뷰 점수 산정 방법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아래 벤다이어그램처럼 말이다. [그림 3. 재미 인지 벤다이어그램] 위 그림의 알파벳 영역은 각각 다음 내용을 의미한다. A.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의 재미 B.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C. 실제로 플레이어가 인지한 게임의 재미 게이머들에겐 어떤 게임을 접할 때 플레이 해보기 전에 그 게임에게 기대하는 재미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플레이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막연하게 기대되는 어떠한 재미의 경험. 하지만 그런 기대 요소는 게이머 각자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게 된다. 개발자들의 의도 역시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느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이나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플레이어들에게 어떠한 재미를 경험을 선사해주기 위한 다양한 의도를 게임에 녹여넣는다. 그렇게 불확실한 게이머의 기대와 개발자의 의도가 만났을 때, 정확히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앞서 예로 들었던 카드 게임의 전투력 측정 시스템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각각을 다음과 같이 짝지어볼 수 있을 것이다. A.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의 재미 = 전투력 측정기 B.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 카드에 그려진 암호 코드 C. 실제로 플레이어가 인지한 게임의 재미 = 측정기에 넣었을 때 표시되는 전투력 수치 그러니까,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측정기에 넣었을 때 기대치보다 낮은 전투력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전투력을 측정하면서 "도무지 이게 뭘 의도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시의 상황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결과라면, 스카우터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측정하려고 한 사용자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라는 건 위의 예처럼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개개인의 감정적인 판단의 영역이기에 맞고 틀리고라는 기준을 세워 판단할 수는 없다. 재미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에 앞서, 일단 재미라는 것 자체가 인지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가름이 먼저 되야하지 않을까? 기대와 의도를 정확하게 일치시키려면(불가능에 가깝긴 하지만)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벤다이어그램의 A를 B쪽으로 옮긴다: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이끈다. 2. 벤다이어그램의 B를 A쪽으로 옮긴다: 개발자의 의도를 플레이어의 기대치에 맞춘다. 1 번의 경우는 "이 게임은 이러이러한 재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러이러한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게임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효과가 없진 않지만 만성 면역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실효성이 썩 좋지는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끄는 범주가 "혹여나 발생할 오해를 방지하는 수준"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게이머의 기본 성향을 바꿔야 하는 수준"이라면 당연히 가능할 리 없을 것이다. 비교적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장르"라는 일종의 "암묵적 약속"을 활용하는 것인데, 장르의 이름을 플레이어들이 예측할 수 있는 것들로 지어두면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적정 수준으로 가이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르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지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애초에 장르만 보고 접근하지 않는 게이머층"이 생긴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존 장르로 설명할 수 없는 재미 요소를 부각하려면 오히려 난해한 조합어만 만들어질 뿐"이라는 점이다. 잘못된 장르명 선택으로 애초에 오해를 사는 케이스는 따로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 게임을 포함한 여타 다른 문화 컨텐츠 분야에서 사용되는 "B급"이라는 용어가, 아마 이 부분을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2 번의 경우가 일반적으로 상용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시도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플레이어의 기대치, 즉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성공할 경우 효과도 좋은 편이다. 다만 이 경우는 너무 많은 개발자(또는 개발사)들이 유행에 치우쳐 레드 오션이 형성되고, 앞서 흥행한 성공작을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카피하게 되는 시장의 양적 포화와 질적 저하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각측에서는 사회학이나 인류학, 그리고 심리학의 영역으로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해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기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재미와 인간의 욕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GDF( http://gdf.inven.co.kr )라는 개발자 포럼에서도 최근 들어 "자이가닉 효과"나 "아포페니아"와 같은 심리적인 영역에 대한 연구 사례가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자이가닉 효과"에 대한 포스트: [링크] 자이가닉 효과와 퀘스트 로그 "아포페니아"에 대한 포스트: [링크] 시뮬레이션의 꿈 우리는 '어느 한 쪽이 나머지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을, 흔히 "끌려간다"라고 표현한다.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이끄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가 끌려가는 것과 같은 말이고, 개발자의 의도를 플레이어의 기대치에 맞춘다는 것도 결국은 개발자가 끌려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재미를 동기화하는 것(Syncing Interest)"은 결국 플레이어와 개발자 간의 "조율"을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예를 들어 고전 명작 RPG인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헤일로의 영화같은 연출이나 슈팅의 쾌감이 없다고 재미없는 게임으로 평가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라는 경험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게 아닐까? 게임개발자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는 건, 마찬가지로 생산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물론 소수 매니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유명세나 부의 획득과 상관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가질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인디 지향적인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어 이해도 되는 바이다. 하지만 핵심 메시지나 매커니즘이 아닌 다른 부분만이라도 일반적이라고 불리는 다수의 게이머 취향에 맞게 각색해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게임개발자가 된지 이제 겨우 만 6년이 되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업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재미가 없는 게임은 없다"는 점일 것이다. 평가라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 대상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며 그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다. 데들리던전( http://deadly-dungeon.blogspot.kr/ )의 껍질인간님이 평가하는 리뷰들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ㅇㅇ는 ㅇㅇ해야한다'라는 건 개인의 기준이며 실제 제작자의 의도나 다른 게이머들의 의견과 차이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100%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게임, 혹은 반대로 100%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게임은 전무하다. 다수가 재미있어하는 흥행작품도 누군가는 재미없어할 수 있고, 반대로 다수가 재미없어하는 흥행실패작도 누군가는 재미있어할 수 있다. 게이머는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 게임개발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재미있게 하길 원한다. 게임이 재미 없다는 것은, 개발자들이 어떤 외압에 의해 정말로 전혀 1g의 영혼도 없이 개발한 "재미가 첨가되지 않은 (사실상의) 기능성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상, 1. 개발자가 재미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2. 플레이어가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의 두 가지 경우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의도를 잘 전달했다면, 그 게임은 재미의 크기를 판단하기 이전에 일단은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게임일 것이다. 이처럼 게임을 잘만들고 싶은 것, 그리고 다음으로 플레이어들이 빅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깨알재미 정도는 찾아가길 바라는 것은 모든 게임개발자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개발자가 정말 좋은 재미 요소를, 좋은 기술로 포장해 의도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결국은 재미없는 게임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팔짱을 낀 채 완강한 표정으로 "자, 내 입맛에 맞는 게임을 내놓아 보시지!"라고 요구하는 게이머를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게임이 없다며 한탄하는 건, 게이머로서 즐거워야할 소중한 시간들을 아깝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하는 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비슷한 이치로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가 의도한 재미가 어떤 것인지, 혹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가면서 플레이하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어느 게임개발자 A의 흔한 변명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개발자가 되기 훨씬 이전인 게이머이던 시절부터 여간해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잘 내리지 않는 게이머였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은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만화나 도서 또는 영화 같은 다른 컨텐츠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비교는 어떨까. 술을 즐겨 하시던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 글을 보실 게임개발자 분들 중, "우리 게임 짱재밌는데 유저들이 몰라줌.ㅇㅇ"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여쭙고 싶다. "여러분의 게임은, 충분히 의도가 잘 전달되고 있나요?" 그리고 이 글을 보실 분들 중, 스스로 게임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 분들께도 묻고 싶다. "여러분도 혹시 '게임이 센 사람'은 아니신가요?" 재미있는 게임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게임개발자와 게이머가 적대적 대립 관계가 아닌, 우호적 협력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5. . . 들어가기에 앞서..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이곳 GDF(Game Designer Forum)에서, Voosco 님께서 작성하신 길드워2의 기행문 "길드워즈2 플레이 이야기"를 보고, 댓글에도 남겼다시피 예전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게임 기행이라는 글들이 최근에는 멸종하다시피 했다는 데에서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Voosco 님께서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셨던 "집단 서사"에 대한 내용에도 크게 감동했던 터라, 술자리에서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꼭 한 번씩은 언급하는 내가 게이머로써 함께 플레이하기를 좋아했던 친구 녀석의 리니지1 경험담을 적어보자고 마음 먹게 됐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철권 통치와 반왕 세력 구도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유명한 바츠 해방전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지만, 주 포커스는 반란군이 아닌 대항하지 않는 대항 세력에 맞춰지기 때문에 바츠 전쟁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15년이나 지난 이야기네요. 부족한 글주변이지만, 소싯적 라이트한 판타지 소설을 쓰던 기억을 떠올려 적어보았으니, 모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텔러 소개 제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스토리텔러는, 저의 중고등학교 동창이자 학생 소설가였고, 지금은 직업 군인인 약 15년지기 절친이었던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와우를 할 때 블러드엘프 여자 캐릭터를 부캐로 만들어서, 오그리마 한 복판 우체통 위에 비키니 차림으로 올라가 사람들에게 럼주를 나눠주면서 이유 없는 축제를 조장한다거나, 게임하다가 재미있는 경험(주로 NPC와..)을 했다며 제게 우편으로 게임 내 편지를 쓰는 등의 재미있는 성향을 가진 게이머입니다. 제가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불세출의 명작을 알게된 것도 이 친구 덕분이고, 이 친구가 게임을 하면서 겪었던 흥분 가득한 이야기들(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자면 이러한 것들이 바로 플레이어 네러티브) 덕분에 어쩌면 제가 지금 게임개발자가 돼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확실히 알고 있는 이 친구의 온라인 게임 경험들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울티마 온라인 수 개월 (나무꾼, 길지 않은 체험 수준) - 리니지1 수 년 (남자 기사, 40레벨 중후반.) - 리니지2 수 년 (클래스, 레벨 불명) - RYL 1 년 여 (인간 어쌔신, 레벨 불명) - 나이트 온라인 수 개월 (중반까지는 충분히 즐긴 것으로 추정) - 와우 1년 여 (전장 풀탄력 도적, 불성 만렙) - 작년까지 회사 분들과 아이온 플레이 (절교 시점까지의 정보) - 디아블로 1 수 년 (배틀넷 MAX 길드 활동) - 디아블로 2 십 여 년 (배틀넷 스탠다드/하드코어 레더 랭커) - 디아블로 3 수 개월 (스탠다드 전클 60, 하드코어 부두술사 60 달성 후 접음) 이 중 주목해야 할 점은, 디아블로2를 10년 넘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디아블로3를 접고 나서 이것은 디아블로가 아니라며 다시 디아블로2 배틀넷으로 복귀한 것도 참 파격적인 이야기입니다. 그가 들려주던 하드코어 배틀넷 플레이어들 간의 커뮤니티 이야기는, 캐릭터의 죽음이라는 강력한 시스템이 커뮤니티에 어떤 순기능을 가져다주었는지에 대한 좋은 연구 사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은, 스토리텔러는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줄 알던 귀한 게이머 중 하나였다는 점입니다.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이야기의 배경에 이 사실을 깔고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미리 밝혀두는 바 입니다. -------------------------------------------------------------------------------------------------------------------------------------- 0. 아덴 왕국의 용병, K 아덴 왕국에서 기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선을 함께 넘나든 동료들과 떠나는 끝없는 모험의 길과, 섬길 주군을 찾아 그의 검으로 살다 검으로 죽는 길, 아니면 누구도 섬기지 않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전투를 찾아 무신경하게 상대를 베어넘기고 보수를 받는 길. 아마 그 정도일 것이다. 크게 대단할 것도 없는 평범한 숙련 기사 중 하나였던 청년기사 K는, "냉혹한 아덴 왕국에 친구 따윈 없다"는 신념을 간직한 채 용병으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마을 근처에서 싸움을 구경하다 지원을 요청하는 측에 가담하기, 초보 모험자나 보부상들의 여행길 경호같은 작고 사소한 일들에서 혈맹 대 혈맹의 싸움, 공성전 지원과 같은 굵직한 일들까지. 요청과 보수가 있는 곳이라면(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K는 그곳이 어디인지는 별로 개의치 않고 "할 일을 할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당시 주변에서 "전문적으로 용병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함깨 해볼 생각이 없느냐"라거나, 도움을 준 혈맹 측으로부터 "우리 혈맹에 힘을 보태줄 순 없느냐"는 종류의 여러가지 제의를 받아왔지만, "친구는 없다"는 그의 신념 아래, 그저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라는 말로 화답할 뿐이었다. 그처럼 무신경한 그에게, 일생일대의 사건.. 아니, 왕국 전체에 다시 없을 희대의 사건이 시작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최근 의뢰주였던 한 혈맹의 의뢰에서부터였다. 1. 철권 통치와 반왕 세력 당시 아덴 왕국의 세율은, 각 영지를 관할하는 성의 성주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 이상까지 부과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지 상권을 이용하길 바라는 한 편 수익도 창출하려는 움직임 덕분에, 자유 시장 경쟁 구도처럼 적정 수준의 세율이 마을마다 적용되어 있는 것이 이상적이면서도 일반적으로 통용퇴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강력한 혈맹의 등장으로 모든 성이 한 세력의 통치 하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정확한 천하통일의 경위까지는, K도 알지 못한다. 다만 K가 용병생활을 하면서 풍문으로 들었던 내용을 종합해볼 때, 어떤 거대한 자본을 가진 재력가가 거대 혈맹의 주축들을 은밀하게 빼돌려 자신의 혈맹으로 규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듯 하다. 시작은 어느 작은 외딴 성의 탈환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이내 몸집을 불린 뒤 파죽지세로 세 개 이상의 성을 탈환하고, 공성 시간을 겹치지 않게 조정해 양동작전, 카운터 러쉬 등의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뛰어난 전투로 결국 모든 성의 항복을 받아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모든 풍문들이 그렇듯, 얼마 만큼의 사실과 얼마 만큼의 허구가 포함됐는지 알 길은 없지만, 어찌됐든 그 혈맹이 아덴 왕국의 모든 성을 탈환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미 많은 거대 혈맹들이 성혈의 손을 잡고 그 힘과 재력을 나눠받아 상생을 꾀하고 있었고, 저항 세력이 없음을 인지한 최고 군주는 모든 성의 세율을 30% 이상까지 끌어올려버리는 강경책을 실현하게 된다. 피지배층은 막대한 세율을 감당하기 어려워 저항 조직을 소집할 능력을 잃어갔고, 지배층은 세금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며 더욱 더 강해져만 갔다. 하지만 그러한 세금 폭탄 정책은, 성의 소유권 전쟁이라는 왕국의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던 다른 많은 모험자들에게도 반감을 사게 되었고, 이에 분개한 한 모험가 연합 혈맹은 스스로를 저항군이라 부르며, 성혈에 대항하는 전쟁을 공약하며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K에게 연락해 온 사람은 저항군 조직의 수뇌부였고, 좀 전에 설명한대로 직전에 K를 용병으로 고용했던 혈맹의 소속이었다. K가 고용측으로부터 들었던 설명에 따르면, 성혈은 자신들의 힘이 막대한 것을 과신한 나머지 자만에 빠져있으니, 용의 계곡과 같은 오지에서 정치에 관심없이 수련에 매진하던 많은 은둔 고수들과 K와 같은 노련한 전장의 용병들이 힘을 보태준다면, 틀림없이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저항군의 비전을 따라 상당 수의 모험가들과 용병들이 동참했고, 제법 세력을 형성했다는 판단이 들자 저항군단의 군단장은 당시 상권의 중심지였던 글루디오 영지를 탈환하기 위해, 켄트 성에 공성을 신청했다. 며칠 뒤, 마침내 공성이 시작되자, 군단장은 긴장과 흥분 속에서 침착하게 입을 열어 혈맹원들에게 개전을 선언했다. "전원 공격!! 켄트 성을 함락한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성문에 바싹 달라붙어 악마의 단검을 휘두르는 기사들이 만들어내는 파열음과 쉴 새 없이 시위를 당기는 요정들의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이마에 핏대가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채 전방으로 손을 휘두르는 마법사들의 굉음과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끊임없는 비명소리가 뒤엉켜 순식간에 아비규환을 만들어냈다. 전황은 군단장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좋은 징조였다. 이 정도의 전황이라면, 마을에서부터 실어나르는 보급만 충분하다면, 승리를 점쳐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해본다. 상대방은 전성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거대 혈맹이다. 그리고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지금 이 성 안팎에 위치한 인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미 대비는 충분하다. 적의 후방 침투 예상 경로에 강력한 용병들로 구성된 적잖은 정예 병력들을 미리 배치시켜 두었기 때문이다. 군단장은 자신의 앞에 달려오는 수성측 기사 한 명을 베어넘기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뭐야, 성혈이라는 것도 별 거 아니잖아?' 2. 패전, 그리고 박해 이번 전투에서 K에게 맡겨진 역할은, 보급 부대의 경호 역이었다. 이전부터 보부상 등을 경호했던 이력을 알고있기 때문이었을까. 자신보다 더 강한 힘과 체력, 그리고 무구들을 가진 다른 기사들을 제쳐두고, 굳이 K를 경호책임자로 앉힌 것은, 그를 고용했던 그 수뇌부의 어떤 깊은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보부상의 경호와 보급부대의 경호는 그 성격이 거의 동일하다. 최대한의 수송 효율을 내기 위해 자신의 무구까지도 벗은 채, 가방과 양 손까지 적재할 수 있는 최대 용량까지 물품을 우겨넣기 때문에, 경호의 대상자는 그야말로 무방비로 공격에 노출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숙련 모험가들을 경호하는 것보다 수 배, 아니 수백 배는 더 까다로운 임무라고 한다. 적어도 그들은 제 한 몸 지켜보겠다고 몇 초 간이라도 저항할 수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K의 설명이었다. 사실 K에게는 또다른 고민거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공성측이 여러 면에서 불리하다고 판단되던 상태였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혈맹원을 확보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용병들에게는 임시혈맹증을 발급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행여라도 다른 사람을 죽이게 되면, K를 포함한 용병들은 고스란히 카오풀 상태, 즉 살인자라는 딱지가 붙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항군단 측에서는 나름의 배려 차원으로, 전방에서 공성을 이끄는 병력들은 모두 혈맹원으로 배치하고, 혈맹에 소속되지 못한 용병 들에게는 후방 경계 및 경호와 같은, 전선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보직으로 배치시켜준 것이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보수를 더 주셔야 합니다." 계약 당시 고용주에게 K는 말했다. 감수해야할 위험 요소가 너무 크다고. 물론 전장에서 쓰러져 그간 쌓아온 힘의 일부가 소실되거나 무구를 분실하는 것도 큰 위험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살인자라는 오명이 쌓이게 되는 것도 그에 못잖은 충분한 위험임을 설명했다. 군단장은 K를 포함한 비혈맹 용병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고, 이 일이 성사된 이후에 더 큰 보상을 주리라는 약속을 구두로 전했다. 전쟁에서 보급부대가 필요한 이유는, 전선을 이탈할 수 없는 병사들에게 물자를 보급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이유 외에도 성혈의 전략적인 방어 정책과도 연관되어 있다. 전쟁 물자를 준비해야하는 공성 측을 견재하기 위해 최고 수준으로 세율을 조정하기 때문에, 상점에서 물자를 구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준비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세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전시, 즉 지출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적군인 수성측에게 자금이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그 시점에, 앞서 말한 무구까지 버려가며 물자들을 짊어질 보급 부대를 편성해, 전선으로 운송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정비를 좀 새로 해야겠군.' 글루디오 영지에서 성으로 막 출발한 보급 부대를 따라 걸으며, K는 오랜 시간 자신과 전장을 함께 해온 자신의 보호구와 낡은 검자루를 어루만졌다. 확실히 너무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들이라, 비록 손에는 익을 진 몰라도 다른 용병들의 그것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K는 연락병에게 본대에게 지금 출발한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혈맹에 몸담고 생활해본 적이 없는 K 였지만, 예전에 공성 지원을 나갔을 때 혈맹원들 사이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어떤 특별한 통신 수단이 있다는 것을 겪어봤기 때문에 그 존재는 알고 있었다. 군단 소속 혈맹원의 연락병이 보급 부대에 배치된 것도, 아마 그 기능을 활용해 빠른 정보 전달을 하기 위함일 것이다. 오랜 전투 경험 덕분에, K는 어느 정도 전황을 예측할 수 있는 감이 생겨난 편이었다. 아직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전황이 예상대로 흘러갔다고 가정할 때, 아마 지금쯤 본대는 외성문을 파괴하는데 성공했을 것이고, 수성측에서는 준비한 어떤 수단을 사용하기에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전성통일의 거대혈맹. K는 연락병에게 다른 질문을 던진다. "혹시, 매복 부대로부터의 소식은?" "예? 아. 매복조요. 음.. 네, 별 소식이 없다고 하는군요." "고맙소." 답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가볍게 목례를 한 K는, 냉철한 눈으로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지금 타이밍에, 매복조라는 덫을 물지 않았다는 건, 저들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 설마 켄트 성을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라면...' 갑자기 고개를 치켜든 K는, 빠르게 주변을 경계한다. 조용하다.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다. 이맘 때 쯤이면 한 두 마리쯤 지나가던 그렘린조차 보이질 않는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 미칠듯한 정적. 이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K는 들고 있던 양손검을 강하게 고쳐잡는다. 오늘따라 하늘이 이상하게 어둡다. "콰직-!" "크헉!!!!" 갑자기 하늘에서 한 줄기 강력한 번개가 떨어지며, 대열의 맨 앞에 있던 보급원의 정수리에 명중했다. 대원은 즉사한 것 같다. 대열의 가장 뒤에서 병력을 인도하던 K는 재빨리 병사들에게 외쳤다. "연락병!!! 적군이다!! 본대에 연락을!!!!!!" "경호단은 대열을 갖추고 전투에 돌입한다!!!" (....) "뭐? 보급대가 공격당했다고??!!" 보급부대 연락병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받은 저항군단의 수뇌부는 큰 혼란에 빠졌다. K의 예상대로 외성문의 파괴에 성공한 저항군단은, 내성문을 방어하는 수성측 병사들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금씩 공성측에게 우세하게 밀리고 있었다. 이토록 기분 좋은 승리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 연락병으로부터의 연락은 군단측에겐 너무나 뼈아픈 소식이었다. 이 때, 또다른 연락병으로부터 긴박한 목소리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긴급!! 긴급!!! 윈다우드 방향에서 대규모의 병력 이동 감지! 목표는 켄트 성!!!" 긴급한 연락 뒤에 해당 부대로부터의 연락은 두절되었고, 죽을 힘을 다해 달려 온 비혈맹원 전령이 전해준 소식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군단장..! 윈다우드 성주의 병력이 매복조를 몰살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속도라면, 아마 지금쯤 외성문 밖에 도착했을 겁니다." 군단장은 목 울대를 움직여 마른 침을 힘겹게 삼겨냈다. 패전. 후방에서 외성문을 넘어 내성으로 치고 들어오는 윈다우드의 병력과, 내성문이 열리고 안에서부터 쏟아져나오는 켄트 성의 병력을 보며 군단장은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패전. 저들의 기만 전술에 속아넘어갔다. 고작 눈 앞의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 적진 한복판에 아군 병력을 밀어넣었다. 내 잘못된 명령에 수많은 동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처음부터 저들은 진심을 다해 방어하지 않았다. 유인작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보기좋게 성공을 거뒀다. 패전. 치켜 올렸던 검 끝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군단장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독수리 한 마리가 원호를 그리며 나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듯 내려다 보고 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자만한 쪽은 저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패전. 군단장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눈 앞에서 몰려드는 적들과 그 앞에 쓰러져가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너무 평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윈다우드와 켄트 제 1 기사단들의 칼이, 군단장의 폐부를 찔렀다. 저항군은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못한 채 전멸했다. 참패였다. (....) 마을에서 정신을 차린 저항군 무리는, 눈에 띄지 않게 흩어져 조용히 외딴 곳으로 집결했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군단장이 연설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자책에 가까웠기에 귀담아 들을 만큼의 의미는 갖지 못했다. 아마 성혈은 우리가 혈맹을 해체해도, 전쟁에 가담했던 인원들을 샅샅이 찾아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죽이려고 들 것이다. 그것이 척살이었고, 그것이 이 세계의 법도였다. 전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그렇게 지워지게 된다. K를 포함한 대다수의 용병들에게 살인자 딱지가 부여됐다. 주로 소규모 국지전을 벌였던 지원 분대 용병들에게 큰 패널티가 안겨졌고, 윈다우드의 본대와 부딪혔던 매복조들에게는 미비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의 패널티만 부과됐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자는 치열하게 전투한 덕분에 많은 적군을 쓰러뜨렸고, 후자는 압도적으로 밀렸기 떄문에 죽이기도 전에 죽어버린 병력들이 부지기수 였기 때문이다. 열심히 싸운 병사에게 더 큰 패널티라니. 이보다 지독한 모순은 없을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정도밖에 사례할 수가 없겠소" K는 반의 반도 되지 않는 턱없이 모자란 보수를 받아들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별 수 없었다. 의뢰를 완수해야 보수를 받는 것이 용병에게는 당연한 계산이기 때문에, 실패한 의뢰에도 보수가 지불되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위로가 된다. "그럼, 다들 각자 건강들 하시길 바라오." 용병들의 정산이 끝난 뒤, 작별 인사를 끝으로 저항군단은 해산되었다. 그들은 저마다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죽여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K와 같은 용병들은, 어차피 보수에 따른 근로와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성혈 측에서도 크게 제제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그들도 필요하면 이 용병들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K에게는 범법자라는 낙인이 너무나 거추장스러웠다. 이 경우, 성혈들보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타겟이 되기 좋기 때문이다. 상당히 잔인한 이 세계의 법칙에 따르면, 살인자를 살인하는 것은 무죄이기 때문이다. 평화롭게 몬스터나 베어 넘기며 갱생의 길을 걸어가려던 K에게, 수많은 일반인들이 시비를 걸어왔고, 그런 시비에 마지못해 응하게 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서 오히려 K의 살인 지수는 의뢰 종료 시점보다 더 높아져만 갔다. 그렇게 힘겹게 낙인자의 삶을 살아가던 K는, 예전 동료 용병으로부터 들었던 어떤 소문 하나가 문득 기억났다. 본토 지하 던전에 가면, 그와 같이 범죄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 K는 어차피 더 이상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고, 이미 살인 지수는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만큼 올라있던 터에, 밑질 것 없다는 심정으로 지하 던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던전으로 향하는 길에 일반인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은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K는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3. 땅 아래의 세계 "넌 뭐냐?" "네?" 던전에 진입한 K에게 문지기처럼 입구에 서 있는 두 기사들 중 한 쪽의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갑작스런 질문에 반사적으로 반문하게 된 K에게 사내는 짜증스럽고 귀찮다는 듯이 다시 질문해왔다. "뭐냐고 너는."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해 한참을 궁리하던 K는, 최대한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핵심을 잃지 않는 문장을 만들어 입밖으로 꺼내보였다. "카오(범죄자) 입니다만?" "들어가."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정리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입장을 허락해 준 문지기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곤 던전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 실수로 친구들과 방문했었던 기억을 더듬어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던 K는, 문득 이 곳이 무언가 심하게 이질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걸었지만 사람도 몬스터도 보이질 않았다. 말 그대로 텅 비어있는 지하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방금 전의 그 문지기들이 인간의 출입을 통제할 순 있어도, 이 곳 내부에서 생성되는 출처 불명의 몬스터들을 통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계의 어떤 법칙이 깨진 것이 아닌 이상,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챙-캉- 채챙- 파악-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부터 금속 물체와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메아리 쳐 들려왔다. 누군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던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강하게 이끌었다. 모퉁이를 돌아 좁은 골목에 다다르자, 앞 쪽에 작은 목재 문이 보였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젖힌 K를 맞이한 건, 상상 그 이상의 광경이었다. "흐앗! 챠!" "키에에엑-!!" 제법 큰 넓이의 방 안에는 십 수 마리는 족히 되어보이는 셀로브인지 웅골리언트인지 분간되지 않는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한 여성 기사가, 쉴 새 없이 그 큰 거미들에게 양손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방의 조금 더 안쪽에서는 그 여성 기사를 구경하는 서너 명으로 구성된 기사와 마법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말하는 섬을 돌아다니다가 셸로브 한 마리가 나타나면 주저없이 "축복받은 순간이동 주문서"를 사용해서 마을로 돌아오곤 했는데... 라며 잠시 상념에 젖던 K에게, 순식간에 그 많은 몬스터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린 여성 기사가 다가왔다. "후... 신입이냐?" 잠시 숨을 고른 뒤 한 손으로 큰 양손검을 어깨에 둘러매고, 다른 빈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낸 여성은 K 에게 질문했다. 신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친 않았다. 아마도 이 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것 같군요." "그럼 이번엔 네가 해봐."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여성은 K가 들어온 문 쪽으로 물러났고, 본의 아니게 K는 그 여성과 구경꾼 무리의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게 되었다.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쪽을 보니, 들어온 곳 반대 방향의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구경꾼 무리의 남자 기사가 휘파람을 불더니 K에게 소리쳤다. "휘익-♪ 잘해보라고 햇병아리 친구!" 대체 무엇을 잘해보라는 이야기인지 이해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앞 쪽의 문이 열리고, 셸로브 서너 마리를 몰고 온 한 기사가 K를 가로질러 달려갔기 때문이다 K는 이를 악물고 양손검을 앞으로 내리쳤다. (....) 며칠이 지나자 이 곳의 구성이 제법 익숙해졌다. 햇빛은 없었지만 어둠에 눈을 적응시키기만 하면 간간히 걸려있는 랜턴 덕분에 지형을 파악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느꼈던 이질감도, 이 곳을 장악한 카오 집단이 자신들의 훈련을 목적으로 몬스터 들을 종전의 방과 같은 일부 장소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K가 카오가 아닌 상태로 이곳에 발을 들였다면, 첫 날 마주쳤던 그 문지기 사내에게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들은 정말로 문지기였다.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근무 방식을 가지고 있는, 오직 카오들만 머무를 수 있도록 이 던전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였던 것이다. 며칠 뒤 지하 1층의 무리들과 어느정도 친분을 쌓은 K는, 층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추천에 따라 이 집단의 수령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최하층까지 내려간 끝에 겨우 마주하게 된 수령은, 처음 여성 기사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력해 보이는 십 수 마리의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촤르륵- 칼을 허공에 휘둘러 검신에 묻은 녹색 피를 바닥에 떨어뜨린 수령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면서 K를 쳐다봤다. 호흡은 가쁜 기색 하나 없이 고른 상태였다. 당연히 이 집단의 수령 쯤 되는 사람이면,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K의 기대와는 달리, 수령은 견고한 갑주를 걸친 훤칠한 기사였다. K는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용병 K, 수령을 뵙니다." "지상의 호칭은 필요 없습니다. K 라구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 무리에 속한 이름 없는 기사일 뿐입니다. 수령이라는 이름은 저들이 마음대로 부르는 이름일 뿐이죠. 편하실대로 부르셔도 됩니다. 이제 익숙하니까요. 하하." 범죄자들의 집단을 이끌고 있는 그의 직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선입견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수령의 말투에 K는 적잖은 당황에 빠졌다. "왕자가.. 아니시군요." "네. 어차피 여기 이 친구들은 아시다시피 혈맹같은 구속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 위치도 그저 똑같은 한 기사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저는 우두머리 같은 것도 아니고, 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제가 왕가의 피를 타고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겠죠." 수령은 이 곳을 성지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했다. 바깥 세계의 부조리함과 비폭력을 가장한 무자비한 위선적 폭력들로부터 순수에 가까운 이곳 친구들의 안식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문지기의 존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명이란, 결코 한 두사람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통제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이후로 몇 마디의 대화가 이어졌고, K는 수령이라는 사내의 호방함게 크게 매료되었다. 그리고 몬스터 들의 피로 낙인을 씻어낼 때까지, 당분간 이 던전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다는 허가까지 받았다. K는 하루 하루 줄어가는 자신의 살인 수치가, 어쩐지 아쉽게만 느껴졌다. 이 세계에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한 적 없고 속박되기를 희망한 적 없지만, 속박하지 않는 이 던전이야말로 오히려 더더욱 강하게 그를 속박해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곳을 떠나게 된다는 것은, 아쉽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며칠 뒤, 누군가의 방문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4. 산책 한 편, 저항군단의 반란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성혈의 총 군주는 무료한 나날의 연속을 보내고 있었다. 세금을 올리고 내리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이미 혈맹원들 대부분이 최고 상태의 무구로 강화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질 않으니 부대유지비도 나가질 않고, 모든 성들이 자신들의 터전이기 때문에 목적 의식도 없었다. 상당히 강력한 힘을 가진 절대적인 존재, 드래곤이 출몰할지도 모른다는 예언이나 루머들이 들려오곤 했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 것에 대비해야할 만큼 촉박한 상태일리도 없었다. 수 많은 모험자들의 희생 끝에 인류에게 정복된 땅 위의 많은 사냥터들은,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쥔 그들에게 사냥이라는 이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땅 위의 사냥터. 땅 위의 사냥터. 땅 위.. 땅 위?" 총군주는 문득, 자신들이 가진 지상에서의 권세가 말 그대로 "지상"에만 한정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업이었고, 그 조차도 거의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도달했고, 게다가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총군주를 포함한 혈맹원 다수는 그 일상에 빠르게 지쳐가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을 한 데 모아줄 강력한 구심점, 동기가 필요했다.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총군주는, 그 말의 허점을 알아채자마자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할 일이 생겼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 "어떤 일이십니까, 주군." "글쎄? 따라와보면 알겠지." 병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어떤 큰 위협적인 일도 아니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을 포함한 지금의 이 구성이면 숙련자를 자칭하는 어지간한 뜨내기 모험가 무리 정도는 우습지도 않게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선지와 목적이 궁금하다는 측근들에게, "그저 산책일 뿐"이라는 말만 전한 채 총군주는 자신을 호위하는 십여 명의 경비병과 최측근인 기사와 마법사를 이끌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어딘가로 발길을 향했다. (....) "주군, 이곳은?" "그래. 우리가 아직 신경쓰지 못했던 사각지대야." 일행의 걸음이 멈춘 곳은 글루디오 영지 부근 숲 속에 위치한, 지하 던전의 입구였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마법 문양이 적힌 석조물들이 제 형태를 잃어버린 채 이곳 저곳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외딴 곳이었기 때문인지 행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총군주를 선두로 세운 일행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어두운 계단으로 한 걸음씩 내려갔다. 번쩍- 카앙-! 채 어둠에 눈이 적응되기도 전, 갑자기 어디선가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는가 싶더니 위협적인 금속이 총군주 앞으로 날아들었다.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올려 그것을 저지했지만, 손목에서부터 어깨까지 전해지는 진한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총군주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 경계 태세를 취했고, 경비병들과 호위 기사, 마법사들이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이놈들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분노로 경직되 오는 어깨를 애써 억누르며, 총군주가 소리쳤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의 힘을 더욱 더 빼놓았고, 한 편으로는 신기하게도 분노를 가속화시켰다. 거대한 검 뒤의 어둠 속에서, 무신경한듯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 거 없고, 그냥 죽어라." "이익..!! 저놈을 당장 죽여버려!!" 총군주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눈 앞의 존재에게 뛰어들은 경비병들은, 눈 깜빡 할 사이에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잠시 넋 나간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기사와 마법사가 동시에 사내에게 달겨들었다. 하지만 그 둘의 공격은, 또 다른 존재에 의해 순식간에 저지되고 말았다. 어둠 속에서 호기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막 교대하러 왔는데.. 흥미진진 하구만? 나도 같이 놀자!" 공격이 저지당한 기사와 마법사가 미처 뒤로 물러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여성의 칼이 빛줄기를 남기며 둘을 지나쳐갔고,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차가운 지하 바닥에 널브려졌다. 처음의 사내와, 합류한 여성이 조금씩 총군주에게 다가왔다. 공포. 총군주는 처음으로 느끼는 낯 선 감정에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이 낯 선 감상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주지 않은 채, 굳어버린 그의 머리 위로 두 기사의 칼날이 떨어졌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움직이질 않는다.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들어올리고 싶었지만, 대신 힘겹게 입술이 열렸고 마치지 못한 외침만 지하의 어둠 속에 잡아먹히고 만다. "나는... 내가 바로 ㅇ....!!!!!!" 총군주는 어둠 속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고, 자신의 뺨에 닿는 차갑고 거친 바닥의 감촉을 느낄 틈도 없이 정신을 잃었다. 5. 일곱 밤의 혈투 "주군! 정신이 드십니까!!" 총군주는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내가 쓰러졌었구나. 영원한 죽음이 없는 세계였지만, 죽음이라는 것의 공포는 똑똑히 새겨졌다. 자신의 몸을 이리 저리 살피던 총군주는, 자신의 힘이 제법 약해졌음을 느꼈다. 죽음으로 인한 후유증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혈맹의 간부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었고, 자신은 왕성의 침실에 누워있었다. 죽음에 대한 낯 선 공포가 지나가자, 그 자리를 휘몰아치는 분노가 채워올라왔다. 부하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자리에 앉은 총군주는,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간부들에게 선포했다. "전쟁이다. 이 빌어먹을 지하 범죄자 무리를 세상에서 지워버리자!!!" (....) "뭐? 경비병을 대동한 군주였다고?" K는 교대를 마치고 돌아온 혼성 문지기 조에게 놀란 눈으로 소리쳐 물었다.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그래 경비병을 데리고 나타난 군주였다고. 그게 왜?" "그게 경비병인 게 확실해?" "당연하지! 흔하지 않은 복장인데다가, 이래뵈도 왕년에 공성전에 참가했던 몸이라, 성벽 위에서 활 시위 당기던 그 놈들 복장은 잊어버리지 않았으니까." 무용담을 이야기하며 어쩐지 으시대는 듯한 말투의 여성 기사에게, K가 되물었다. "너 설마.. 군주라고 아무나 다 경비병을 대동할 수 있는 줄 아는 건 아니겠지?" "뭐? 다 되는 게 아니었어?" "이런 멍청한..! 아니다. 됐고, 나랑 같이 수령한테 좀 가자." "아, 왜? 나 피곤하다고! 자러 갈 거란 말이야!" "잔말 말고 따라와." K는 여성의 투덜거림을 귓등으로 튕겨내면서, 손목을 낚아채 최하층으로 잡아 끌었다. K는 오랜만에 맛보는 긴장감에 반가움을 느끼면서, 빠르게 생각을 되짚어본다. 경비병의 수는 짐작할 수 없지만, 경비병을 대동한 군주라는 건 성의 소유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이 곳에 오기 전의 상황과 가늠할 순 없지만 대략적으로 지나간 시간을 계산해볼 때, 저들은 아직 단일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제껏 한 번도 관심두지 않았던 이곳을 찾았다는 것은, 너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제공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의 조각을 미처 다 맞추기도 전에, 둘은 수령의 처소에 도착했다. "음.. 성가신 일이네... 알려줘서 고맙군요 K." "신세 지는 입장에서, 당연한 도리였을 뿐입니다." K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수령은 고개를 갸웃거려 보이더니, 팔짱을 풀지 않은 채 턱을 쓰다듬으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K의 말을 정리해보면, 오늘 우리 근무 조가 처리한 사람이 땅 위의 성주라는 거고, 그 성주라는 사람, 아니 사람들의 세력이 거대해 대항할 세력이 없어 이 곳을 넘보기 시작했는데, 보복이라는 명분이 생겼으니 조만간 크게 들이닥칠 것이다.. 라는 건가요?" "네. 현재로썬 저도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론 그렇습니다." "그래요, 그럼 적당히 준비하라고 전할게요." "네, 그럼..." K의 목례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화답한 수령은, 곧바로 주변의 인원들에게 방금의 내용을 전파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방을 나서며, K는 머릿 속으로 이 곳을 찾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우했던 상대방의 무력을 상기해본다. 아직 최고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란 자신의 실력으로는, 그들의 전면전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이 예고된 위험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에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수령의 침착한 대응을, 그저 묵묵히 믿고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K의 예견대로 아니, 적어도 수 일은 걸릴 거라던 예상보다도 훨씬 이른 시점에 그들이 다시 찾아왔다. "미개하고 오만한 지저인들은, 당장 나와 아덴의 지배자 앞에 무릎을 꿇어라!" "무지로 인한 과오는 용서해주겠다. 저항하지 말고 투항하라!" "순순히 협정을 체결한다면, 지상의 권세를 약속하겠다!" 제법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문 밖에서 시끄럽게 구는 통에, 야간 근무조의 신경은 몹시 곤두서 있었다. 던전의 인원들에겐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점철된 혈맹 측의 도발문구에 동화되는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저 잠자리에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에게 느끼는 신경질에 가까운 반응만 간헐적으로 드러날 따름이다. "정말... 이것으로 충분합니까, 수령?" "그럼요. 평시의 두 배나 증강했으니 충분하지요." 던전 입구에 배치된 네 명의 문지기 인력을 보며 물어오는 의구심 가득한 K의 질문에, 수령은 덤덤한 어투로 답변했다. K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과 어제 처치한 성주의 존재를 감안할 때,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성에서 병력을 대동한 것으로 짐작해본다. 누구였을까 어제의 그 성주는. 이런 곳에서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할 정도라면, 변방의 어느 힘없는 성주였을 것이라고 K는 생각했다. "그럼 다들 잘 부탁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큰 소리로 알려주세요." 수령은 네 명의 문지기들에게 싱긋 웃어보이며 목례한 뒤, 가벼운 걸음으로 뒤돌아 내려갔다. K는 수령을 따라갈 지, 이곳에 남아 만일을 대비해야할 지 잠시 고민해 본 뒤, 일단은 입구 조금 뒷 켠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마음 먹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어둠. 지금은 눈에 익어 괜찮지만 일출 이후의 야외에서 이곳으로 들어온다면 어둠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계단. 좁고 긴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적들은, 그 앞에 빈 틈 없이 서있는 네 명의 문지기들에게 한 명 씩 공격받게 될 것이다. 좁고 긴 이 통로가 지리적으로 아주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병사라 한 들, 어둠 속에서 동시에 날아드는 네 개의 검을 버텨내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 여러모로 수비하기에 적합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저들의 실력에는 한 점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저들도 사람이기에 결국 언젠가는 지칠 것이고,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는 순간이 온다면 수많은 혈맹의 병사들이 던전 안으로 몰려들어와 온통 헤집어 놓을 것이다. 그 뒤에는.. 저 간악한 혈맹 무리가 이 곳의 순수를 짓밟고 일어서 마침내 아덴 왕국의 모든 곳을 지배하게 되겠지. K는 부정한 생각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그 때 바깥쪽에서 함성과 소 떼가 달려가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문지기들은 계단을 주시하며 말없이 검 손잡이를 강하게 고쳐쥐었다. 근무조의 기사 한 명이 한쪽 입꼬리를 올려 엷은 웃음을 띠운 채 말했다. "온다." (....) "주군..... 서.... 선봉부대가 전멸했습니다." "뭐? 뛰어 들어간 병력이 얼만데 고작 몇 시간 만에 전멸이라고? 그리고 네 녀석은 근성도 없이 벌써부터 실패를 보고하는 건가? 앙?" "아.. 아닙니다! 주군의 명을 받들어 선봉 부대원들이 몇 번이나 거듭해서 쓰러져가면서 공격을 계속하고 있지만.... 면목없게도 돌파 기미가 좀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합니다 주군! 아군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더 이상의 진격은 무의미합니다. 부디 철수 명령을 허락해 주십시오!" 혈맹의 총군주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지금 이들이 내게 거짓 증언을 하는 이유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눈빛과 목소리는 진실됐고, 무엇보다 이들이 거짓을 말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총군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철수를 허가했다. "이제, 마법사 부대를 투입해." (....) K는 방금까지 눈 앞에서 벌어난 일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밀려들어오는 적들을 맞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무심한듯이 하나씩 베어 넘기는 근무조의 최소화된 움직임을 보면서, 아군임에도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비록 어둠과 병목 구간이라는 공간 상의 우위가 있다곤 했지만, 방금의 모습대로라면 개활지에서 마주쳐도 불리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유리할 것만 같았다. 그들로 인해 이 던전 전체가 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짐작할 수조차 없는 강함이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이 전투에서 패배하는 쪽이 이 쪽은 아닐 것만 같았다. 괜찮냐는 질문도 필요치 않아 보이는 그들을 보며, K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폈다. 긴장을 풀기 위한 그 만의 방법이었다. 좀 전의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지친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는 그들은, 키득거리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때 윗 켠에서 또다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시 오는 건가." 쿠르르르르르릉!!!!! 챙강-! 지하 전체에 귀가 터져버릴 것 같은 굉음이 울려퍼지면서 계단 위로부터 갈라진 땅덩어리(바위도 흙도 아닌, 말 그대로 땅덩어리로 밖에 볼 수 없는 물체)가 쏟아져 내렸다. K는 숙련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어떤 마법 주문들 중에 방금 전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는지 더듬어본다. 익숙했다. 강한 파괴력에 비해 사용이 까다롭지 않은 탓에 많은 마법의 길을 걷는 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그 주문. 대지를 가르는 굉음. "이럽션!" 흙더미를 칼로 막아낸 충격으로 인해 저린 손목을 주무르던 근무조들이 뒤에서 터져나온 K의 외침에 반응했다. 마법사. 성가신 존재. 저마다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여전히 동요하고 있지 않았다. 네 명 중 가장 이곳에 오래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가 K에게 말했다. "소란스럽지 않게, 마법사가 왔다고 수령에게 전해줘." K는 그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빠르고 조용하게 수령의 처소로 향했다. 마법사. 기사. 마법사와 기사. 서로에게 상극이다. 어느 한 쪽의 유리를 점칠 수 없는 그런 관계. 직전에 몰려든 기사 대 기사의 싸움에서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그리고 압도적인 강함의 우위에 있는 아군의 압승이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쪽에서는 어둠, 그리고 병목이 무기였다면 반대로 빛, 그리고 긴 통로가 상대방의 무기로 변할 수 있다. 양날의 검. K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신 없이 걸어가고 있었고, 알 수 없는 턱의 통증에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너무 세게 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이 너무 많다. 항상 그랬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검을 뽑아드는데 망설임이 있다. 오랜 시간의 용병 생활로 무뎌졌다고 믿었지만, 무뎌진 것은 오히려 자신 쪽이었다. 망설이고 있다는 것에 무뎌졌다. 생각과 망설임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생각. 생각. 없앨 수 없다면, 다른 쪽으로 이용해보리라고 마음먹었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대응책을 발견하진 못했다. 어쩌면 K에게, 기사라는 직업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군요. 저희도 수비를 보강하겠습니다." K에게 마법사의 진입 소식을 전해들은 수령은, 근처의 인원들에게 요정들과 마법사 몇을 입구로 지원해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이번에도 턱없이 모자라보이는 대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알 수 없는 신뢰감에 또다시 묵인하고 말았다. 입구로 달려가는 서너명의 요정과 마찬가지 규모의 마법사를 보면서 K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누구도 묻지 않았던 이 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 의식과도 같은 기분을, K 스스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책. 그 전투에서 패배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정. 만약 그랬다면, 지금 이 곳의 사람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일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 채, 자신들만의 성역을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 망설임. K는 이런 순간마다 생각이 많아지는 자신이 스스로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몸에 베어버린 습관은, 그렇게 간단하게 바뀌어주지 않는다. 푸슈슛-! 입구에 다다를 즈음, 보이지 않는 어둠 너머로 요정들의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 요정들은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다고 했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지만, 실제로 보니 여전히 놀라웠다. 뒤 이어 화살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이내 다른 소음들에 지워지고 말았다. 도착한 일행을 맞이한 건, 무수한 적군 기사, 마법사들의 시체와 땀과 피로 범벅이 된 모습의 문지기들이었다. 다행히 아직 쓰러지진 않았지만, 저 상태라면 필시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단 네 명의 힘으로 이만큼이나 지켜냈다는 게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평소에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퍽 우습다고 생각했지만, 이 곳에 온 뒤로는 일상처럼 쓰여 이제 익숙해지게 된 것 같다. 지원 온 요정 중 한 명이 근무조들에게 고생했다며 철수를 권유했지만, 그들은 부득불 만류하고 잔류하기를 원했다. 그저 회복물약 몇 병만을 건네 받은 채... 그 뒤로 수 차례 더 돌파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원거리 지원 병력 덕분에 이전보다 손쉽게 막아내었고, 혈맹측은 꼬박 하루 동안 입구조차 돌파하지 못한 채 무의미하게 희생된 사기 꺾인 병력을 이끌고 철수하고 말았다. 개전 2일 째인 다음 날 동틀 무렵, 혈맹의 총군주는 자신의 주력 부대를 선봉으로 내세운 혈맹 최정예 부대를 신속하게 투입시켰다. 좁은 입구만 통과한다면 수적으로 우세한 자신들에게 승리가 보증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제의 값비싼 희생을 지불한 덕분에, 저들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아차린 것은 혈맹 측이 건진 그나마의 소득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경비가 약해진 시간을 노린 덕분에 얻은, 드디어 입구를 돌파했다는 뜻깊은 소식이 말이다. 승리를 거머쥔 듯한 희열에 찬 총군주는, 자신의 측근들과 경비병을 대동해 직접 참전하기로 한다. (....) "뭣들 하는거야!! 도망치는 저 새빨간 범죄자 놈들을 쫓아가지 않고!!" 총군주의 앙칼진 고함 소리가 던전 지하 2층 안에 쩌렁쩌렁 울려펴졌다. 파죽지세로 밀어붙인 덕분에 총군주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2층 입구의 탈환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고 십 수분 만에 2층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역시 그 망할 계단이 문제였어. 총군주는 병목만 지나가면 돌파할 수 있다던 자신의 예견이 맞아 떨어지자 벅찬 기쁨에 몸서리가 쳐졌다. 이제 이 건방진 살인자 집단을 소탕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하지만 지형에 익숙하지 않던 혈맹의 병사들과 달리 카오들은 제 집 드나들듯(사실 제 집과 진배 없지만) 병사들의 사정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약올리는 듯한 그들의 움직임이 혈맹 진영은 분노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바보같은 카오 무리는 어떤 방 안에 보여든 것 같았다. 포위망을 좁혀오던 혈맹은 방문을 걷어차 거칠게 열어제낀다. 취익-! 취이익-! 사람의 것이 아닌 괴성이 들려왔다. 방이 너무 넓어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그 괴성의 주인, 아니 주인"들"이 시계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알 수 없었다. "마... 맙소사!! 거미 무리다!!" 파랗게 질려버려 뒤로 도망치는 혈맹원들의 등 뒤로, 셸로브와 웅골리언트의 긴 다리가 창처럼 뻗어져 나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쓰러져나가는 선두 그룹의 뒤에서, 마찬가지로 공포에 질렸지만 그래도 생각할 겨를이 있던 후속 부대가 몬스터들에게 대항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존재들의 습격에, 게다가 너무나 많은 숫자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병력 손실이 너무 컸다. 총군주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지만, 이미 카오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침착해! 고작 거미 따위에게 쓰러질 셈이냐!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냐!" 총군주의 고막을 찌르는 외침 덕분에 병사들의 혼란은 조금씩 잦아들었고, 일행을 덮진 한 무더기의 몬스터는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 하지만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해도 저문지 오래라 더 이상의 진군은 어렵다고 판단되기에 이르렀다. 혈맹은 소규모의 병력만을 현재 거점에 주둔시키기로 결정한 뒤, 다음 날 재정비해 진군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력 부대가 철수하자마자 주둔 병력이 궤멸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총군주는 목에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져나갈듯이 소리치며 던전 방향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빌어먹을 병목 구간을, 처음부터 다시 돌파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네요 K. 정말 감사합니다. 이 지형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과찬이십니다." K는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과 망설임의 가치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을 위한 의미있는 도움. 보수가 아닌 또다른 목적의 존재를 어렴풋이 깨달은 기분이 들었지만, 감상에 사로잡힐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저들이 후문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대비는 해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마찬가지로 병력을 충원하도록 부탁해 두겠습니다." "네, 그럼." K는 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말하는 섬의 던전을 탐험하던 중, 잘 보이지 않는 어떤 기나 긴 길을 발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알 수 없는 공포로 인해 멀리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본토로 넘어오고 나서 들은 풍문에 의하면 그들이 발견했던 것이 해저 터널이라는 것이었다. 말하는 섬과 글루디오 영지 아래의 이 곳 던전까지, 바닷속으로 연결된 긴 통로가 있는 셈이다. 아마 저들에게 해저 터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부터는 후방에서의 침입도 염두해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K의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떨어졌고, 개전 3일 째엔 오히려 적 병력이 정문과 해저 터널의 양쪽으로 분산된 덕분에 좀 더 수월한 방어가 이뤄졌다. 하지만 장기전이 된다면 안전하진 않을 것이다. 관리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곳은 엄밀히 몬스터의 영역이고, 게다가 보급도 최하층에 위치한 단 한 명의 상인에게 의존해야했기 때문이다. 공성의 기본은 공성측의 수적 우세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장기적으로 수성측을 고립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스스로 고립된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이 전쟁이 장기화되면 분명히 무너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K의 걱정은 기우에 그쳤고, 카오들은 너무도 잘 싸워줬다. 전면전의 화력은 물론이거니와 적절한 유인, 엄폐, 후방침투 및 교란 등과 같은 다양한 K의 전술 요청을 거의 완벽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이 싸움은 6일 째의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개전 7 일 째. 며칠 전부터 카오 측에서도 희생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격차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피해는 수성측에게 너무나 불리했다. 재정비가 불가능한 것이다. 비록 압도적인 전력 덕분에 수 일간을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물자를 확보할 곳이 없는 카오측과는 달리, 땅 위의 모든 세금이라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혈맹 측의 보급은 마를 줄 몰랐기 때문이다. 누적된 피해는 혈맹 측이 컸지만, 복구 능력에서 차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버틸 힘은 남아있다. 수령도 최소한 한달 동안은 사투를 벌일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K도 마찬가지였다. "퇴각! 퇴각! 최하층에서 다시 집결!" 아군의 피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수령과 K는 최하층에서 다시 정비하고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싸움이 벌어지는 영역이 넓을 수록, 수적으로 열세인 카오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 층의 입구에 모든 병력이 모여있던 카오 진영에는, 그들의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어서 와라. 우리는 이 곳에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순순히 내어 주지는 않겠다. 우리 동료의 목숨 하나가 사라질 때, 네 놈들의 목숨 백 개를 가져갈 것이다. 수령은 두 손으로 손잡이를 고쳐잡으며, 옅은 미소를 비춘다. (....) 쿠르르르릉.... 진동. 그리고 천정에서 부스스 떨어지는 돌조각들. 핼명의 총군주는 위층이 소란스럽다고 생각했다. "주군!! 후방에서의 공격입니다!!" 다급히 계단을 내려온 연락병의 말은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 분명 카오들은 이 아래 최하층에 모두 몰아넣었을 터였다. 확신할 수 있었던 건, 혈맹 측에서도 저들의 후문인 해저터널을 반대편에서 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놈들이 도주하려고 했다면, 그곳에서 몰살시킬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방에서의 공격은 너무나 뜻 밖이었다. 카오들이 대낮에 버젓이 땅 위를 활보하는 일은, 그것도 무리 지어 활동한다는 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연락병의 심장에서 차가운 검신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찔러 넣었던 칼을 뽑아든 연락병 뒤에 있던 존재가 총군주의 눈에 들어왔다. 총군주는 그 자의 얼굴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까. 그에 대한 소문이라면 들어봤지만, 최근에는 그 소문조차 잊혀질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던 자의 모습을 보며 총군주는 소리쳐 물었다. "네 놈은 누구냐!" "나를 모른다니 애석하군. 하지만 그 뒤의 친구는 아마 날 알고 있을게요. 그 친구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네... 네 놈은 설마...?" 자신을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켄트의 성주에게, 전 반란군단의 군단장이었던 사내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6. 계약 갑작스러운 전 반란군단의 개입에 혈맹 진영은 혼란 그 자체였다. 그것은 너무나 뜻 밖이었고 지휘부가 손 쓸 틈도 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K의 신호와 함께 역으로 치고 올라온 카오 집단과, 위에서 밀려내려오는 반란군단의 양동 작전에 거대한 혈맹 진영은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잔당을 모두 소탕한 뒤에 K는 반가운 얼굴로 군단장에게 악수를 건넸다.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강하게 손을 움켜쥔 뒤, 군단장은 K의 뒤에 서있던 수령에게 말을 건넸다. "그쪽이 혹시 이곳의 수령이라 불리는 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모두들 저를 그렇게 부르고 있지요." 군단장은 수령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고, 수령은 한결 같은 가벼운 목례로 화답해주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K의 질문에 군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하게 정리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 총군주가 이 곳에서 살해당했을 때, 마을 곳곳에 소문이 번졌지만 누구도 쉽게 믿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도 당연할 것이, 저 대혈맹의 성주, 그것도 총군주가 던전에서 일개 카오 무리에게 쓰러질 거라곤 누구도 납득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그의 최측근은 당대 최고라고 불리는 기사와 마법사와 요정이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상대가 그들을 쓰러뜨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튿날인 개전 첫 날. 혈맹의 병력들이 던전에 소집해 전쟁중이라는 소식은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카오들에 대한 존재는 범죄 이력이 있어 그곳을 거쳐간 경험이 있는 자들에 의해 암암리에 번져갔고, 결국 카오 집단과 혈맹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한다. 즈음하여 군단장도 이 소식을 접했지만, 혈맹도 아닌 범죄자 집단에게 그들에게 대항할만한 힘과 명분, 그리고 무엇보다 결속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음을 이야기하며 수령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수령은 호탕하게 웃어넘기며, 보시다시피 그 말씀은 맞는 말이라고 대답해 군단장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루, 길어야 이틀이면 끝날 줄로만 알았던 이 전쟁이 장기화 될 기미가 보이자, 군단장은 상황을 주시하며 다시 없을 기회를 거머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지독한 패배를 맛봤던 동료와 용병들은 그들에게 대항하기를 거부했다. 공포와 패배감이 뿌리깊이 자리잡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며칠 째 계속되는 이 곳의 소식을 전해주자 조금씩 마음을 열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이전의 공성 시기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병력이 집결되자, 혈맹의 후방에서부터 공격해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복수에 성공했다. 한바탕 피바람이 지나간 던전의 입구. 분노와 모욕감에 치를 떨던 혈맹의 총군주는, 군단장과 수령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다. 그의 앞에는 두 장의 서면이 놓여 있었다. 그 서면 중 한 장은 던전에 대한 불가침조항이 적힌 수령의 글씨가, 나머지 한 장에는 세율 동결에 대한 내용이 적힌 군단장의 글씨가 적혀있다. 총군주는 한참동안 충혈된 눈으로 종이와 앞의 두 사내를 번갈아보다가, 품에서 자신의 인장을 꺼내 양 쪽에 적힌 자신의 이름 옆에 날인했다. 자신들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두 번 다시 던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며, 세율을 최하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마친 총군주는 분노와 의심의 눈초리를 수령에게 보내며 힘겹게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이 약속 뒤에.. 내가 얻는 것은 뭐지...?" 들릴 듯 말 듯한 총군주의 마른 목소리와 대비되는 청량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수령이 대답했다. "땅 위의 권세. 그것을 보장하죠. 어차피 우리는 관심 없으니까." 힘들게 고개를 끄덕인 총군주는, 최강이라고 불리던 측근들의 부축을 받은 채 초라하게 계단을 올라 던전을 벗어났다. 수령의 마지막 말에 안도감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군주는 끝없는 패배감을 맛보고 있었다. - Fin. -
  16. 지난 주에 CCP가 메일로 보내 준, 장기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신규 업데이트 기념 5일 프리 쿠폰 덕분에 이번 주에는 간만에 이브 온라인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접속을 해봤는데.. 가장 처음 드는 거대한 불편한 심정이 "뭐하지....??" 였습니다. 컨텐츠의 홍수를 앓는 대부분의 MMOG들이 장기 휴면 이후 복귀 시, "뭐하고 있었지? 뭐해야 되더라?"를 맞닥뜨리게 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샌드박스라는 무한한 자유(라고 쓰고 방관이라고 읽는)가 더해지면서 효과가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하던 짓이 도둑질이라고 1년 동안 미션(퀘스트)만 돌던 기억을 끄집어내, 미션을 수락하고 미션에 맞는 피팅을 하려는데... 그간 패치 내용 중에 어빌리티 관련 변경 내용이 있었나보더군요. 분명 모든 슬롯에 모듈을 꽂을 수 있게 딱 맞는 피팅을 셋팅해뒀었는데, 미슬런쳐 슬롯 하나가 오프라인으로 꺼져있더군요. CPU 요구 수치를 초과했다는.. 뭔가 "이전 세대의 물건이라 못씀" 같은 의미 불명의 장문(사실 장문이라 제대로 해석을 못했습니다..)이 계속 출력되면서 장착이 안되길래 그냥 포기해버렸습니다. 내 것이었는데 못쓰게 되어버린 느낌은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문득,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오랜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일궈내는 기다림이 어려워진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5일이라는 게, 대략 1년 정도 플레이하면서 쌓아올린 현재의 제 스킬 단계에서는 어지간한 주력도 아닌 서브 스킬의 1레벨도 다 올리지 못할 정도의 날짜라서, 실질적으로 쓸모있는 무언가의 행위를 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아니기도 하지만... "고작 한 두시간 씩 며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장기적으로 플레이어를 그 세계에서 살게 하려면, 단기적인 동기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가람해무님(kaelove1234)의 컬럼(바로가기)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확실한 피드백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줄 필요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진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게임은 무언가 남겨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레이 하고있는 행위 그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기본에 입각해서 생각해볼 때, 확실히 오래된 게임이라 그런건지, 그저 "그 게임"에 한정된 제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브 온라인이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난제인 신규 유저 유입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고 말이죠.
  17. Tophet 님께서 포스트 분리에 대한 의견을 주셔서 LoL 서포터 관련 부분을 분리시켜볼까 합니다. 아래는 Tophet 님의 글 "롤플레이로 인해 발생하는 게임과 플레이어의 충돌" 원문 중 LoL 부분 발췌본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곳에 달았던 제 댓글 입니다.
  18. F2P의 과금에 있어서 제 입장은, "과금하지 않는 것을 도전 과제로 여기는, 과금과의 전쟁구도로 만들어서는 과금 저항만 조장할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노캐시로 ㅇㅇ 클리어." 와 같은 것을 무용담처럼 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F2P 과금의 가장 아름다운 구도는, "사고 싶어서 사는 것이지, 사야해서 사는 것이 아닌" 형태라고 생각하는데요, 게임 내 과금이 아닌, 일반적인 기성품의 현물을 구매할 때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이 그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데, 벽을 파괴하는 게임이 있다고 치면 "망치"라는 아이템이 필수 요소로 존재하는데, 돈을 들이지 않으면 성능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너무 투박해서 들고다니기 창피한 디자인의 망치를 인게임 재화로 구매할 수 있고, 돈을 들이면 성능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크게 체감되지 않는 정도의 성능폭)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게 생긴 킹왕짱 디자인의 망치를 구매할 수 있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와 iOS 기기의 성능에도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iOS를 선택하는 구매층의 많은 비율이 "그냥 사과 마크는 간지가 쩌니까!"라고 답한다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가 드문 것과 비교해볼 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19. 아마 많은 기획자 신입 또는 기획자 지망생들은, 게임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부끄러운 고해이지만, 저 역시도 수 년전까지만 해도 게임 기획과 아이데이션을 동치라고 생각했었고, 직접 실무를 접해 나가기 시작하면서야 겨우 이런 생각들을 고쳐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꽉 채운 6년이 점점 다가오는 짧은 개발 경력에 비춰볼 때, 게임 디자이너의 주된 역할은 "UX 디자인"과, "디자인의 문서화"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컨텐츠를 채우고, 시나리오나 퀘스트를 만드는 등의 여러가지 분업화된 업무가 결국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점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흔히 "개발자 마인드"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할 때, "플레이어와 고립된 채 개발자 자기 중심에서의 게임에 대한 접근"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많은 부분들은 잘 모르는 신입들이 아닌, 숙련된 개발자라고 불리는 오랜 경력의 보유자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아마 너무 오랜 시간 개발에 전념하다보니, "상식"이라는 생각의 기준이 자신들에 맞게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밸런스를 위한 밸런스,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 기획을 위한 기획"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MMORPG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플레이어의 공격력이 몬스터의 방어력보다 너무 강해 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져 난이도가 처참하게 떨어져있다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떠오르는 것만 적어봐도 서너 가지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게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위 네 가지 방법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예시에서 설명드렸듯이 "서비스 중인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떠한 개발 상황에서도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4)번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1)번의 경우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예시의 게임이 공격력 수치가 표시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플레이어의 공격력이 해당 몬스터를 공격할 때 1,000 이며 총 생명력의 50%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맞춰야 하는 밸런스는 플레이어의 공격력 영향이 기존의 절반까지 낮춰저야 한다고 가정할 때, 위의 밸런싱 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대략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보겠습니다. 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우리 기준에 맞게 당신들의 능력치를 강제로 뜯어 고쳐줘야 겠어"라고 말하는 것은 요즘 SNS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甲의 횡포"가 될 뿐입니다. 아무리 약관 상에서 회사와 고객이라는 입장으로 회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회사의 데이터를 빌려서 사용하는 을乙의 입장이라고 동의했을 지언정, 실질적으로는 "개발자가 월급받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돈을 지불해주는 감사한 고객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접근해볼 때, 위 케이스들 중 "개중 패널티가 적은" 3)번 안으로 채택되는 것이 플레이어의 불만을 가장 덜 발생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입장은 결국 "게임 밸런스 따위 내 알바 아니고, 내 캐릭 너프나 시키지 마쇼"라는 거고, 그런 고객들을 만족시키면서도 게임의 장기적인 수명을 위해 밸런싱을 해야할 때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서비스"라는 명칭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이유에서, WoW의 수시로 버프/너프를 반복하는 게임 밸런싱이, 당하는 입장에서 주로 불쾌하다는 부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뭔가 고쳐나가고 있다는 부분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 고치는 대상이 내 캐릭터 칼질이라면 납득할만한 플레이어가 몇이나 될까요? 물론 절대로 제가 너프/디너프(버프는 아니고 그냥 너프가 안되서 땡큐. 라는 의미..)를 반복하는 흑마법사 유저라서만은 아닙니다. (시선을 회피한다.)
  20. 어쩌다보니, 제가 이 포럼의 블리자드 빠돌이를 맡게 된 기분이 들지만.. 넘어가기로 하고 본론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전의 많은 게임들에서도 사용되어 왔던 방법이지만, MMORPG라는 "생활 터전"을 제공하는 게임으로 옮겨오면서 일종의 현실 세계의 생활 패턴과 유사한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장치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대표적으로 "낙하 데미지"를 이용한 "고지대의 위험 요소에 대한 인지"를 먼저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차원적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데미지를 입는 방식은 어때?"라는 발상에서 착안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상식적인 기획 수준에서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런 시스템이 있나보네" 정도로요. 그런데 레벨 디자인에서 생각보다 고저차를 이용한 지형들이 다수 존재하고, 낙하 데미지가 플레이어 캐릭터의 생명력 수치와는 관계없이 비율 타입으로 적용되고, 가끔 낙하 데미지를 유도하는 몬스터 AI까지 존재하다보니, "저속 낙하"와 같은 스킬이 상대적으로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높고 좁은 난간이 없는 이동 경로는 위험하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어, 플레이어가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게"만들었다는 점이 좋은 UX 요소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휴식 경험치"를 활용한 "여관의 활용"이라는 부분을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하나만 쓰기 뭐해서 곁가지를 붙인 글이 되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좀 쉬엄쉬엄 하게 유도할 수 없을까?" 라는 부분이, 게임 개발사 내적인 고민이었을지 아니면 외부의 요인 때문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여튼 국내 여타 게임에서는 "피로도 시스템"을 차용해서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제한"하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만, 와우는 이 부분에서 "쉬었던 만큼 보너스를 줄게"라는 부분으로 접근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상으로는 보너스지만, 그 보너스가 당연하게 느껴질만큼 풍족했기에, 보너스가 없는 것이 "상대적인 패널티"로만 느껴지게 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구요. 시스템 상으로는 그것에 그쳤다면, "장기간 휴면 고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에 그쳤을지도 모르지만, 그 장소를 "여관에서 접속 종료한 시간 동안에만"으로 한정하자 이야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경험치 보너스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여관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여관에서는 게임종료와 접속종료가 즉시, 안전하게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전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접속 종료 지점"이라는 걸 신경쓰게 됐다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현실 세계의 상식적으로, 필드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캐릭터는 개념상 "노숙을 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데 그 부분을 "여관에 묵는" 것으로 옮겨주었다는 거죠. 그렇게 가급적 여관을 찾아 종료하는 것이 마치, 콘솔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를 찾아 저장하고 게임 종료"하는 것과 비슷한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습관화 시켜서, 만레벨이 되어 더이상 굳이 여관에서 종료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상태가 되도, 은연중에 여관을 찾게 만드는 심리적인 회귀장소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것 같고요. UX적 관점에서, 플레이어에게 해당 게임을 특징적으로 기억되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습관적인 장치들을 인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게임 디자인의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21.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몬스터를 새로 설정할 때, 개구리나 매미처럼 다양한 성장 트리를 가진 생물을 모티브로 삼으면 유리한 것 같습니다. 성장 단계에 따른 베리에이션이 직관적으로 구분되기 때문에요. 각 단계별 형태에 맞는 운동능력 등을 구성하는 것만 잘 채워도, 제법 볼륨있는 설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작업했던 프로젝트에서 컨셉 디자이너 또는 레벨 디자이너가 몬스터 컨셉을 정할 때, 등급별 베리에이션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던 것을 자주 목격했는데요, 당시에 그 분들이 사용한 방식은 의복 의 과장? 꾸밈? 정도에 따라 몬스터 등급 베리에이션을 나누던 방식이었습니다. 일반 몬스터는 맨몸, 중간 정도의 몬스터는 적당한 크기의 갑옷, 두목급 몬스터는 큰 갑옷(또는 무기)이나 큰 뿔 등으로 과장된 장식으로 표현하는 식으로요. 사실 그 정도만으로 강함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한다는 건, 상당히 느린 템포(또는 턴제?)의 게임이라면 충분히 판단할만한 여건이 되지만, 게임의 템포가 빠르거나 혹은 한꺼번에 화면에 등장하는 개체 수가 너무 많으면 구분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반면에 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몬스터가 있다면, 올챙이, 뒷다리만 달린 올챙이, 다리 4개 달린 올챙이, 꼬리 달린 개구리, 개구리 완전체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5가지의 형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문득 떠오른 영감의 정리일 뿐이고, 실제 몬스터 컨셉 작업에서는 이 영감을 활용할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혹여 발상에 오류가 있다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
  22. 제가 요즘 뒤늦은 디아블로 바람이 불어서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데요. 디아블로를 할 때도 그렇지만, 사실 예전부터 와우를 할 때나 리니지를 할 때, 또 얼마 전 던전 스트라이커를 할 때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가 제목과 같은 "게임 도중 현재 마우스 포인터 위치를 놓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우스 포인터가 게임 화면 안에 표시되는 방식의 게임에서, 이걸 디자인 적으로 놓치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방안들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눈에 잘 띄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포인터를 만드는 방법과.. 또 하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나면 플레이하는 NOX처럼 마우스 포인터 잔상 이펙트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떠오르는데, 이 외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위의 방법들로는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효과와 개체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는 와우의 대규모 전장/레이드나 디아블로3의 불지옥 난이도 정예/희귀 악마 사냥 같은 화면에서는 여전히 눈에 안 보일 것 같습니다....
  23. 지난 주말에 밤잠 설쳐가며 10시간 넘게 와우 투기장을 달렸습니다. 물론 예전부터 함께 플레이하던 동료 힐러와 운좋게 접속 시간이 맞았던데다 처갓집에서 장모님이 아이를 봐주신 여러가지 천운(...)이 따라준 덕도 있겠지만, 포인트는 그 시간만큼 풀타임으로 즐길만한 "꺼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와우 투기장의 경우 레이팅을 달리는 상위 랭커가 아닌 경우에는, 대개 "점먹팀"이라고 불리는 주간 할당 PvP점수를 얻기 위한 최소 승점만 챙기는 플레이를 선택하게 됩니다. 본인의 레이팅에 따라 주간 획득량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레이팅을 올려서 얻는 보상 치고는 상한 증가치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레이팅을 올리기 위해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매번 팀을 새로 짜서 심해에서 쉽게쉽게 먹고 빠지겠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런데 최근 패치에서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패치내용은 훨씬 전에도 공개했었지만 제가 난독이 있는 건지 그래프 없이 말로만 설명해서 그런 건지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엄청난 변화더군요. 5.2패치의 PvP 장비와 그 이후 계획: [kr.battle.net/wow/ko/blog/9863323/](http://kr.battle.net/wow/ko/blog/9863323/) (현재는 본문에서 미래형으로 언급하는 5.3 패치까지 적용되어 있습니다.) 위 링크에서 아래쪽에 보시면 흰색으로 "시즌 중반 따라잡기"라는 부분이 지금 말하고자 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결국 상한 증가량의 제한이 없이 매주 상한량을 증가시켜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리미리 매주 발생하는 상한치만큼씩 점수를 획득한 사람은, 매주 새로 부여되는 상한만큼씩만 포인트를 습득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쉬었다 하더라도 그간의 시간만큼 획득할 수 있는 양이 고스란히 누적되어 있으므로, 언제든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개의 컨텐츠 소모 시간 통제 시스템의 경우, 일정 기간동안 정해진 량 만큼을 소모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면 그 기간 내에 정량을 채우지 못한 플레이어는 그 이후로도 영원히 그만큼의 컨텐츠를 소모할 수 없게 되므로, 꼬박꼬박 참여한 플레이어와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절대 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링크된 본문에서도 말하다시피 리그의 다양한 플레이어 매칭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개발사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즐겨주길 바라는 컨텐츠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와우에서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패치로, (주간 상한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일일 던전의 추가 보상이 "매일 1회씩" 제공되어 반드시 매일 접속해서 한 번씩 플레이 하도록 강제했던 것을, "매주 7회"로 제공해 일주일 동안 본인의 시간이 허락할 때 7번을 소비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변경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패치는 게임이 플레이어의 시간을 지나치게 강제하던 것에서 어느정도의 통제권을 플레이어에게 위임했다는 데에서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개발자가 제한하고 싶은 최대 상한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시간을 배분할 수 있도록"한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마저도 최근에는 1일 1회 보너스 보상을 지급하고, 2회차 이상에서도 절반의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습득량 상한은 "주간 상한"치로만 제한되고 있고요. "한 주에 플레이할 수 있는 최대 상한치"라는 것을 컨텐츠 통제의 큰 틀로 제시한 것이죠. 위 PvP 점수 습득 변화는 지금까지 지켜오던 "한 주에 플레이 할 수 있는 최대 상한치"라는 기조를 지키면서, "시즌 내에 플레이 할 수 있는 최대 상한치"라는 개념으로 시간 단위가 크게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총량은 주 단위로 제공되니 "한 주의 상한"이라는 부분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컨텐츠의 전체 진도는 개발자가 정해주는 속도로만 진행되지만, 후발주자들은 열심히 달려오면 모두 어느정도 진도까지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은 일단 후발주자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면 선구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디메리트가 주어질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설명한 "미리미리 점수먹고 템맞춰서 상위 랭킹을 선점"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니까요.
  24. SNS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제공하는 방법적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마케팅 심리학으로 이야기가 귀결되어 글타래를 올려봅니다. ------------------------------------------------------------------------------------------------------------------ Zerasion: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고르듯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 4지선다 시험지처럼 "ㅇㅇ아니면 틀림"이어서는 곤란하다. 직관적인 정보제공과 밸런싱은 이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tophet: 요즘은 4가지도 많죠.. 빨간알약 파란알약... Zerasion: 아.. BR31을 괜히 예로 들었나봅니다 ㅠ 선택지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취향에 따른 선택, 그리고 실패란 없다. 다름이 있을 뿐이지 틀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가 글의 목적이었습니다 ㅎㅎ tophet: 31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지 않고, 단거 / 안단거? -> 초코가 좋음? 과일이 좋음? -> 샤베트? 아이스크림? 이런 식으로 당장의 선택지를 좁혀주는게 캐주얼 유저들에게 더 어필하지않나 싶습니다. 볼륨은 유지하면서도 체감 난이도를 팍 낮출 수 있지요. Zerasion: 아. 적어야 한다를 말씀하신거군요. ㅎㅎ 넵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ㅎㅎ Kiriranshero: 선택지는 셋중 하나 정도가 적당한것 같습니다 실상은 답정너 이거나 뭘 택해도 호구를 만들수 있지만 고민해서 선택했다는 만족감을 주기 적장한.. tophet: 똥, 빨간 알약, 파란 알약.... Zerasion: 똥 넣지 마세요 ㅠㅠ 아니면 똥이 정말 취향인 소수취향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Kiriranshero: 월탱의 유료화 선택지가 그거죠 결재안하고 노가다(똥). 프리미엄(파랑), 골탱(빨강) Zerasion: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노가다라고 Voosco 님이 좋게 해석하신 것 뿐이군요. 현실은 노가다는 그냥 똥인 거군요... Kiriranshero: 과금유저를 위한 놀잇감이 되는 것이기때문에 .. tophet: 월탱 유료화 모델이 무서운게 바로 그 지점이죠. 과금과 관련해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합리적인 소비로 연결됩니다... 재미붙이는 순간 최소 월 1만5천원은 묻어야해요.. Zerasion: 선택지 숫자 줄이는 이야기를 들으니 예전에 강남에서 핸드폰 팔 때 과장에게 들었던 팁이 생각나네요. 고갱님께는 핸드폰 딱 두 개만 양 손에 쥐어드리고 선택하시게 하면 된다고. 너무 많으면 안산다고 하던.. tophet: 자 이제 이런 이야기들을 GDF에 쓰시는 겁니다. Zerasion: 게임의 마케팅 심리학..... 흐어헝 ------------------------------------------------------------------------------------------------------------------ 그렇게 이 포스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5. [프리뷰] 비장의 카드 프로젝트 블랙쉽...'전투에 사실성을 넣었다' Inven 기사 전문: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57980 신기술 또는 경험한 적 없는 UX라는 건, 테크니컬 이슈만큼 디자인 이슈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단지 적용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디자인에 기술을 녹여내는 활용 능력이 디자이너에게 요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경험해본 적 없는 무언가를 디자인한다는 건, 마치 고대인들에게 본 적도 없는 전투기를 그려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술 구현에 그치는 여러 가지 예는 많이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디아블로3의 환경 구조물과 배경 물리 인터랙션을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환경 구조물을 파괴해 악마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환경 구조물을 전투에 활용한 다각도의 전략적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초기 발표와는 달리, 실제로는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주는 하나의 트리거 오브젝트에 지나지 않는 수준으로만 개발되어 실망감을 안겨주었죠. 기사에서 볼 수 있는 프로젝트 블랙십의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는 마운트, 그랩, 던지기 같은 액션이 오브젝트뿐만 아니라 몬스터나 PC와 같은 캐릭터를 대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컨텍스츄얼 UI”를 도입해 상황에 따른 마우스 입력 대응 스킬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이미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핵심 재미 요소로 활용된 바 있으며, 후자는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스킬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특징은 블랙십이라는 게임이 전체적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에 블레이드 앤 소울을 얹은 느낌”을 주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위 링크 기사 하단에 달린 게이머들의 댓글만 봐도, 기술력 자체만으로 승부하려면 하이엔드 경쟁을 해야 하나 실현 가능한 회사가 많지 않고, 그렇다면 실제로 중요한 건 게임 디자인이라는 걸 이미 게이머들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준비중인 다른 킬러 컨텐츠가 있겠지만, 액션만 본다면 단순히 쾌감 강화 이외에 환경 인터랙션의 디자인적 비중이 얼마나 주요하게 차지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이전 프로젝트에서 레벨 디자인 업무를 할 때, 기사에서 언급한 것과 거의 비슷한 볼륨의 환경 인터렉션 시스템을 제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환경 요소와 실제 플레이어간 인터랙션이 게임에 많이 표현되면 좋겠다는 요구사항 또는 발상은 누구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나 블랙쉽 레벨 디자이너의 영감이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한 게 절대 아닐테니까요. 아마도 포인트는 "그래서 그 인터랙션을 얼마나 구현해서,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될 텐데, "요소가 있다" 정도로는 절대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디자인과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게임의 전체적인 다른 부분들과의 연동과 같은 생각하고 계산되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신기술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로 그 기술 디자인이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의도만큼의 재미를 주고 플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지는 개발자로서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어느정도까지 의도를 드러나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까지는 스스로 확답을 내릴 수 있겠지만요. 비슷한 느낌으로 닌텐도의 Wii와 DS가 출시되었을 당시, 개인적으로는 "지나친 혁신"이라고 부르고 싶은 정도의 혁신적인 디바이스로 인해 자사 타이틀 외에 써드파티에서는 그 기술들을 십분 활용하는 아이디어 타이틀들이 받쳐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의 끝물에 와서야 항상 그 플랫폼의 성능을 극대화 시킨 집약체적인 작품들이 쏟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Wii나 DS도 해당 계열의 차세대기에 대한 언급이 나올 무렵 쯤이 되면 창의적인 디자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슬프게도 Wii U를 차세대기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그 이후의 차세대기를 지칭하고자 하니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