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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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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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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전투력 측정기와 게임의 재미 인지

3 posts in this topic

제 블로그에 올린 재미인지론에 대한 글을 퍼왔습니다.

원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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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서른이 된 내가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이던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유명 컨텐츠를 이용한 카드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2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라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 카드가 여기 저기에서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 때 가장 인상깊었던 시스템이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전투력 측정" 시스템 이었다.

i1337944250.jpg

[그림 1.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전투력 측정 시스템]

카드 뒷면에는 노란 바탕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부호가 그려져 있고, 뒷면이 앞으로 오게 해서 전투력 측정기에 카드를 집어 넣으면 디지털폰트로 전투력 수치가 나타나게 되는 방식이다.

사실 카드를 자주 접하다보면 디지털 폰트로 88이 새겨진 측정기에서 검은 부분을 가려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란 걸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개찰구의 디스플레이에서 흔히 봐오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지하철 개찰구에는 전자식 디스플레이가 없었지만..)

위 사진과 같은 스트리트 파이터 방식의 카드가 이후로 몇 종의 카피캣을 양산하긴 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드래곤볼을 소재로 한 카드에서 원작 설정과 느낌에 충실한 "스카우터"를 이용한 전투력 및 암호문 전달 방식이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 스카우터는 붉은 색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스카우터를 통해 카드의 글자나 전투력 부분을 보면 같은 계열색의 문자가 가려지고 일부만 보이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앞서 설명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같은 전투력을 측정하는 데에도 전혀 다른 매커니즘이 사용되기도 했었다는 말이다.


i1683614855.jpg
[그림 2. 드래곤볼 카드 게임의 스카우터]

뜬금없는 발상 전개지만, 문득 이 전투력 측정 시스템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 일종의 리뷰 점수 산정 방법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아래 벤다이어그램처럼 말이다.

i2776623689.png
[그림 3. 재미 인지 벤다이어그램]

위 그림의 알파벳 영역은 각각 다음 내용을 의미한다.

A.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의 재미

B.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C. 실제로 플레이어가 인지한 게임의 재미

게이머들에겐 어떤 게임을 접할 때 플레이 해보기 전에 그 게임에게 기대하는 재미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플레이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막연하게 기대되는 어떠한 재미의 경험. 하지만 그런 기대 요소는 게이머 각자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게 된다.

개발자들의 의도 역시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느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이나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플레이어들에게 어떠한 재미를 경험을 선사해주기 위한 다양한 의도를 게임에 녹여넣는다.

그렇게 불확실한 게이머의 기대와 개발자의 의도가 만났을 때, 정확히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앞서 예로 들었던 카드 게임의 전투력 측정 시스템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각각을 다음과 같이 짝지어볼 수 있을 것이다.

A.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의 재미 = 전투력 측정기

B.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 카드에 그려진 암호 코드

C. 실제로 플레이어가 인지한 게임의 재미 = 측정기에 넣었을 때 표시되는 전투력 수치

그러니까,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측정기에 넣었을 때 기대치보다 낮은 전투력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전투력을 측정하면서 "도무지 이게 뭘 의도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시의 상황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결과라면, 스카우터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측정하려고 한 사용자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라는 건 위의 예처럼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개개인의 감정적인 판단의 영역이기에 맞고 틀리고라는 기준을 세워 판단할 수는 없다.

재미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에 앞서, 일단 재미라는 것 자체가 인지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가름이 먼저 되야하지 않을까?

기대와 의도를 정확하게 일치시키려면(불가능에 가깝긴 하지만)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벤다이어그램의 A를 B쪽으로 옮긴다: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이끈다.

2. 벤다이어그램의 B를 A쪽으로 옮긴다: 개발자의 의도를 플레이어의 기대치에 맞춘다.

1 번의 경우는 "이 게임은 이러이러한 재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러이러한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게임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효과가 없진 않지만 만성 면역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실효성이 썩 좋지는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끄는 범주가 "혹여나 발생할 오해를 방지하는 수준"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게이머의 기본 성향을 바꿔야 하는 수준"이라면 당연히 가능할 리 없을 것이다.

비교적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장르"라는 일종의 "암묵적 약속"을 활용하는 것인데, 장르의 이름을 플레이어들이 예측할 수 있는 것들로 지어두면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적정 수준으로 가이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르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지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애초에 장르만 보고 접근하지 않는 게이머층"이 생긴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존 장르로 설명할 수 없는 재미 요소를 부각하려면 오히려 난해한 조합어만 만들어질 뿐"이라는 점이다. 잘못된 장르명 선택으로 애초에 오해를 사는 케이스는 따로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

게임을 포함한 여타 다른 문화 컨텐츠 분야에서 사용되는 "B급"이라는 용어가, 아마 이 부분을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2 번의 경우가 일반적으로 상용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시도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플레이어의 기대치, 즉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성공할 경우 효과도 좋은 편이다. 다만 이 경우는 너무 많은 개발자(또는 개발사)들이 유행에 치우쳐 레드 오션이 형성되고, 앞서 흥행한 성공작을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카피하게 되는 시장의 양적 포화와 질적 저하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각측에서는 사회학이나 인류학, 그리고 심리학의 영역으로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해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기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재미와 인간의 욕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GDF( http://gdf.inven.co.kr )라는 개발자 포럼에서도 최근 들어 "자이가닉 효과"나 "아포페니아"와 같은 심리적인 영역에 대한 연구 사례가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자이가닉 효과"에 대한 포스트: [링크] 자이가닉 효과와 퀘스트 로그

"아포페니아"에 대한 포스트: [링크] 시뮬레이션의 꿈

우리는 '어느 한 쪽이 나머지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을, 흔히 "끌려간다"라고 표현한다.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이끄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가 끌려가는 것과 같은 말이고, 개발자의 의도를 플레이어의 기대치에 맞춘다는 것도 결국은 개발자가 끌려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재미를 동기화하는 것(Syncing Interest)"은 결국 플레이어와 개발자 간의 "조율"을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예를 들어 고전 명작 RPG인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헤일로의 영화같은 연출이나 슈팅의 쾌감이 없다고 재미없는 게임으로 평가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라는 경험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게 아닐까?

게임개발자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는 건, 마찬가지로 생산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물론 소수 매니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유명세나 부의 획득과 상관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가질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인디 지향적인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어 이해도 되는 바이다. 하지만 핵심 메시지나 매커니즘이 아닌 다른 부분만이라도 일반적이라고 불리는 다수의 게이머 취향에 맞게 각색해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게임개발자가 된지 이제 겨우 만 6년이 되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업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재미가 없는 게임은 없다"는 점일 것이다. 평가라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 대상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며 그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다. 데들리던전( http://deadly-dungeon.blogspot.kr/ )의 껍질인간님이 평가하는 리뷰들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ㅇㅇ는 ㅇㅇ해야한다'라는 건 개인의 기준이며 실제 제작자의 의도나 다른 게이머들의 의견과 차이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100%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게임, 혹은 반대로 100%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게임은 전무하다. 다수가 재미있어하는 흥행작품도 누군가는 재미없어할 수 있고, 반대로 다수가 재미없어하는 흥행실패작도 누군가는 재미있어할 수 있다.


게이머는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

게임개발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재미있게 하길 원한다.

게임이 재미 없다는 것은, 개발자들이 어떤 외압에 의해 정말로 전혀 1g의 영혼도 없이 개발한 "재미가 첨가되지 않은 (사실상의) 기능성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상,

1. 개발자가 재미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2. 플레이어가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의 두 가지 경우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의도를 잘 전달했다면, 그 게임은 재미의 크기를 판단하기 이전에 일단은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게임일 것이다. 이처럼 게임을 잘만들고 싶은 것, 그리고 다음으로 플레이어들이 빅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깨알재미 정도는 찾아가길 바라는 것은 모든 게임개발자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개발자가 정말 좋은 재미 요소를, 좋은 기술로 포장해 의도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결국은 재미없는 게임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팔짱을 낀 채 완강한 표정으로 "자, 내 입맛에 맞는 게임을 내놓아 보시지!"라고 요구하는 게이머를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게임이 없다며 한탄하는 건, 게이머로서 즐거워야할 소중한 시간들을 아깝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하는 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비슷한 이치로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가 의도한 재미가 어떤 것인지, 혹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가면서 플레이하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어느 게임개발자 A의 흔한 변명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개발자가 되기 훨씬 이전인 게이머이던 시절부터 여간해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잘 내리지 않는 게이머였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은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만화나 도서 또는 영화 같은 다른 컨텐츠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비교는 어떨까.

술을 즐겨 하시던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인용

"술이 세다는 건 슬픈 일이란다. 술이 약한 사람은 한 두잔에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취함을, 몇 병씩이나 마시고 나서야 겨우 느낄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고단한 일일 수도 있지."

이 글을 보실 게임개발자 분들 중, "우리 게임 짱재밌는데 유저들이 몰라줌.ㅇㅇ"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여쭙고 싶다.

"여러분의 게임은, 충분히 의도가 잘 전달되고 있나요?"

그리고 이 글을 보실 분들 중, 스스로 게임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 분들께도 묻고 싶다.

"여러분도 혹시 '게임이 센 사람'은 아니신가요?"

재미있는 게임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게임개발자와 게이머가 적대적 대립 관계가 아닌, 우호적 협력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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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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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를 게임에 맞추는데는 한계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 제가 이쪽을 잘 몰라서인지 굉장히 엄청난 크기의 일이라는 느낌이네요 - 게임을 플레이어에게 맞추는 쪽으로 좀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런칭한 게임을 플레이어에게 맞춰가기 위해서 몇 가지 방법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일단은 게임이 의도한 재미와 현재 플레이 중인 플레이어들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 일이 선행되어야겠죠. 가장 보편적이고 손쉬워 '보이는' 일로는 역시 커뮤니티 모니터링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게시판 및 해당 게임에 관련된 큰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부족한 점은 뭔지 확인하고 이를 보완해나가는거죠. 단지 이 방법은 한계가 좀 있는데, '말하는 플레이어만 말한다' 라는 점.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걸 귀찮아하죠. 그런 일을 하기전에 지겨워지면 그냥 게임에서 이탈해버립니다. 그러나 이런 '말하는' 플레이어들의 말만 듣는건 위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편향되기 쉽거든요. 

한편 2000년대 중반부터는 데이터를 확인하는 방법고 대두되어 많이 사용되는 걸로 압니다. 흔히 '로그' 라고 불리우는걸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이탈이 심화되고 어디를 부족하게 느끼는지 등을 확인하는거죠.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실패한 시도'를 확인하는 일인데, 예를 들면 어떤 사냥터에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여들지만 공간이나 자원의 부족으로 금방 다른데로 가버린다거나 ... 이 경우 그 사냥터에는 뭔지 모를 인기요인이 있는데 이것을 얻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해서 가버리는 걸로 해석하고, 플레이어들이 그 사냥터에서 '특히 더' 좋아하는게 뭔지 확인하고 밸런싱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자원이 어느정도 늘어나도 괜찮은거라면야 더 늘려주면 좋을테고, 늘어나서는 안되는 거라면 다른 인기요인을 확충해줌으로써 균형을 잡을 수 있을테구요. 넥슨에 데이터 분석팀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걸 하려는건가? 했었는데 이게 맞는지, 요새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2010년대 초반에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SNG들이 인기를 끌면서 북미에서는 두번째 방법에 해당하는 소위 data driven game design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게 기존의 게임 디자이너들에게는 좀 반감을 샀던 것이 ... 전통적인 디자인보다는 단순한 로그의 피드백에 가깝거든요. 꽤 기계적인 작업으로 여겨집니다. 일종의 '창조적 디자인'에 반하는 방법론의 느낌? 그마저도 2012년쯤 되니까 전통적인 게임 디자인의 장점과 융합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보자~ 하고 결론이 났던 느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루돌로지 vs 내러톨로지의 논쟁 때처럼 격화되어서 의견들이 막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이런걸 기대했었지만 그정도까지는 안 갔던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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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플레이어에게 변화를 바란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끌어당겨오는 게 최고의 노하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랬으면 좋겠다~ 라고 늘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Journey를 해보고 심한 쇼크에 빠졌었습니다.
뭔가.. 감정적으로 철저하게 개발자에게 농락(..) 당한 기분이었거든요. 놀아났다? 부처님 손바닥? 그런 느낌이요. 게다가 이게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을 떠나서 거의 인지되지 않는 상태였다는 점이...
그것도 특별히 상징적인 어떤 것들.. 메타포라고 불리는 장치들 없이 이뤄냈다는 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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