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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각 카테고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Purpl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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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회원이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의 의도와 관계없는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적당한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지거나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게시판 예절을 지켜주세요.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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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느슨한 게임 룰에 대한 생각

2 posts in this topic

neoocean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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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생각하던 뇌내망상을 아침에 끄집어내 블로그에 적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요새 게임이 너무 강한 룰을 도입해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지 않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인용

 

바크래프트 at 마인크래프트

8일 전 금요일, 밤 늦게 집에 들어와 멍한 머리를 목 위에 얹어놓고 멍하니 나일강처럼 도도히 흘러가는 트위터 타임라인을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둥둥 떠가는 사진 한 장을 봤습니다. 사진에 달린 설명에는 바크래프트( http://en.wikipedia.org/wiki/BarCraft )를 마인크래프트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사진은 마인크래프트 스크린샷이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플레이 동영상이나 스크린샷에는 워낙 강렬한 것들이 많아서 어지간한 장면은 그냥 넘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스크린샷은 이야기가 좀 달랐습니다. 스크린샷은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극장처럼 생긴 공간에 모여 앉아 북미 스타리그 중계를 보고 있는 것이었는데, 조명은 밝았지만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처럼 화면을 주시하며 채팅을 하기도 하고 구조물 안을 돌아다니기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스크린샷 한 장은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함께 하는 경험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embed/Ngaq-TwyC20

일단 생각을 시작하면서 바크래프트가 정확히 뭔지 알아보는데서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바크래프트는 스타크래프트를 바에서 본다는 두 가지 단어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2011년 경에 북미 스타리그와 함께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바크래프트는 현재 세계 곳곳의 수 백 곳의 장소로 퍼졌으며 스트리트파이터나 도타2 같은 게임에도 퍼졌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다 같이 동네 술집에 모여 커다란 스크린으로 축구나 야구를 보는 겁니다. 여기에 축구나 야구가 스타리그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바크래프트라고 부른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바크래프트를 마인크래프트에서 한다는 것은 방금 이야기한 상황을 마인크래프트에 재현해 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한 다음 스크린 주변에 모여서 노닥거릴 수 있는 의자 따위를 배치하고 주변에 벽을 둘러친 다음 방금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스타리그를 구경하는 겁니다. 영상을 플래시 기반으로 스트리밍한 다음 이 플래시를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사용한 프로그램과 설정 방법이 공개되어 있어 매뉴얼을 읽고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마인크래프트에서 바크래프트를 열 수 있습니다.

사실 마인크래프트에서 하는 바크래프트는 각자 자기 집에서 영상을 보며 트위터를 통해 영상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아프리카 TV 같은 곳에서 같은 곳에서 같은 영상을 스트리밍하며 그 옆에 달린 채팅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아주 비슷합니다. 다들 영상을 보며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죠. 그런데 이렇게 영상을 보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는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 빠져 있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이나 유튜브 리플라이 화면은 분명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공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간의 제약을 없앴다고 말하는 온라인을 뜯어 보면 공간의 제약을 없앴다기 보다는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겁니다.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한 바크래프트는 이런 형태를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내 아바타를 이동시킬 수 있으며 이를 1인칭이나 3인칭 카메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 안의 일정한 영역에 스타리그 영상을 재생 시켜 놓고 그 주변에 모여서 영상을 구경하는 겁니다. 이는 공간의 제약을 없애며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렸던 기존의 흐름과 달리 온라인 상에 현실의 공간과 비슷하고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 다음 그 안에서 온라인에 모여 할 수 있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공간 안에서 마치 그것이 실제 공간인 것 마냥 행동합니다. 영상 앞에 만들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 정확히는 의자 앞에 서서 - 화면을 보기도 하고 주변을 서성이기도 하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누군가는 끝날 즈음이 되자 ‘/fly’ 해서 화면 앞에 둥둥 떠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만. [……] 이들은 영상을 보며 채팅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상을 보며 채팅을 하며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공간은 몇 가지 과정에 따라 변화를 가쳐 오고 있습니다. 이들을 시각적 공간을 제공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에 따라 나눠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초기 온라인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채팅이나 이메일을 주고 받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시스템의 한계와 네트워크의 한계로 인해 텍스트 이외의 데이터를 주고받는데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최소한의 기능을 만족하는 수준이었지만 그 기능 자체에는 충실했습니다. 초기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신문 따위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앨 온라인 서비스의 등장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요란을 덜기도 했습니다.

시스템 사양이 충분해지고 네트워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시작되면서 그래픽 채팅 서비스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미리 그래픽 데이터를 클라이언트라는 형태로 다운로드 해 둔 다음 네트워크 상으로 최소한의 신호를 주고받으며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서비스 사용자는 온라인 상에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채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형태가 이전의 텍스트만 주고받던 형태에서 분명하게 달라진 점은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형태의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공간은 실제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실내 건축의 형태와 닮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많은 그래픽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선두주자는 게임이었습니다. 강력한 그래픽 하드웨어와 커다란 스토리지 디바이스의 힘을 빌려 아주 넓은 세계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게임 제작사들은 넓은 세계와 세계를 아우르는 스토리, 그리고 꽉 짜여진 게임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많은 사람이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온라인 게임 제작사들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제작사들은 광활한 월드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 월드를 게임에 접속한 여러 사람이 동시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월드에 적용되는 강력한 게임 규칙을 제공했습니다. 이를테면 꽉 짜여진 퀘스트나 이벤트 동선 같은 것들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이 이벤트를 따라다니면 자연스레 광활한 월드 대부분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식입니다. 현대 대규모 역할수행 온라인 게임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공간과 함께 공간을 아우르는 룰이 따라옵니다.

위에서 아바타 채팅이 나타나는 단계에서 온라인 게임에 이르는 변화 과정이 하나 있었다면 여기서 또다른 변화 형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래픽 하드웨어의 네트워크 환경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가지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동영상과 채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특별히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들은 기능에 충실한 형태로 발달했는데,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회사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한쪽 구석에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들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 강력한 룰을 통해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온라인에서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경우는 꽤 많아졌습니다. 온라인에서 총질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맵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럴싸한 복장과 총기류를 지급받은 다음 극적으로 잘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총질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온라인에서 레이싱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화면을 몇 번 조작하면 그럴싸한 차량과 어지간해서는 달려 볼 엄두를 내기 어려운 레이싱 트랙을 달릴 기회를 몇 초 만에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간은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공간에 강하게 적용되어 있는 공간의 규칙을 함께 받게 됩니다. 온라인 전장에서는 언제나 총을 들고 상대방을 향해 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공간을 돌아보고 싶다면 이런 게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길거리를 조금 돌아다닐라 치면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맞아 한 방에 하늘을 바라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 그럴싸한 레이싱 트랙 안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차량을 출발시키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으면 몇 초 안에 게임이 끝나버릴지도 모릅니다. 레이싱 트랙을 둘러싼 예쁜 배경을 구경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로스 산토스를 돌아다니고 싶지만 핸드폰에서는 차고로 돌아오라는 친구의 메시지가 울려 댑니다. 이 공간들은 모두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 본위에 맞춰 설정되어 있습니다. 공간에 따르는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공간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에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주 많아졌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본위에 맞춰 만들어진 공간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어딜 가든 그 공간의 규칙을 따라야만 하는 세계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바크래프트는 사용자들의 목적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공간에 대한 필요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마인크래프트 역시 공간과 함께 룰이 주어집니다. 밤이 되면 좀비가 나타나고 좀비에게 얻어맞으면 모든 아이템을 드랍하며 죽게 됩니다. 하지만 이 규칙이 강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한다면 옵션에서 좀비를 꺼버릴 수도 있고 애초에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선택해서 마인크래프트 월드에 있던 어지간한 규칙을 모두 없애 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공간을 개개인이 호스팅하기 때문에 제작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제작자는 이따금 새로운 규칙을 내놓지만 이 규칙을 적용받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공간을 호스팅하는 각각의 사용자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설정된 공간을 호스팅하는 사람들을 찾거나 여의치 않으면 자신이 직접 자기 취향에 맞는 룰을 적용한 공간을 만들어 호스팅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 온라인게임이 공간과 룰을 함께 제공하면서 정작 공간에 대한 필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마인크래프트에서 하는 바크래프트는 이런 흐름을 생각해볼 만한 계기가 됩니다. 만약 다른 게임에서 이와 같은 느슨한 룰이 적용되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바크래프트 스카이림이나 바크래프트 로스 산토스나 바크래프트 백청산맥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너무 강한 공간의 룰에 의해 지배받고 있고 이런 느슨한 뭔가가 개입하기 힘듭니다. 이에 반해 마인크래프트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 본위에 맞춰 룰을 재구성할 수 있고 온라인 상에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접근 방법이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일을 하기 위해 모여 있는 공간에 모여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실상 이것을 같은 공간에 모여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이 나타나기 전에 우리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한 가지 행동을 하는 경우는 허구에 가깝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하는 회식은 다 함께 같은 공간에 모여 음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그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자리를 빠져나와 현행법상 처벌의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고 싶어했고 또 누군가는 빨리 집에 들어가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보고싶어했습니다.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대가족의 밥상은 언제나 가장 손윗사람부터 가장 손아랫사람까지 한 밥상에 모여 카메라에 잘 비치도록 옹기종기 모여앉아 손윗사람이 내놓는 주제에따른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가득했습니다. 또 모두들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장면은 어지간한 집에 있기 쉽지 않은 거대한 거실에 놓인 거대한 텔레비전 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앉아 재미있게 웃어 가며 같은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장면으로 꾸며졌습니다. 

이러한 여러 장면들은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있었지만 사실 이들의 목적은 모두 같지 않았습니다. 다들 한 공간에 있었지만 이들이 한 공간에 있던 이유는 일종의 구속력을 동반한 것과도 같았습니다.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컨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습니다. 이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였습니다. 온라인 환경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정말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온라인 상의 한 공간에 모여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용을 잡으러 가기 위해 모인 파티원들은 이 시간만큼은 용을 잡을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들 중에는 용은 잡기 싫지만 용이 드랍하는 아이템에는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는 합니다만.

온라인 경험은 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에서 그래픽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능과 함께 공간을 제공하는 형태로 변했고 여기서 공간과 공간에 따르는 강한 룰을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해 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공간은 공간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고 그 공간을 지배하는 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게임 서비스가 이런 형태가 되면서 온라인 상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공간의 룰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인크래프트처럼 공간과 함께 아주 느슨한 룰만을 요구하는 형태의 게임이 나타났습니다. 느슨한 룰을 통해 온라인 상에 누구나 몇 십 유로만 내면 반영구적으로 필요에 맞는 공간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공간을 통해 바크래프트를 열기에 이르렀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미래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상에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과 이 공간을 지배하는 최소한의 룰을 갖춘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여전히 제작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 좀 더 여러 가지 행위들이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일상 생활의 여러 가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이 온라인에서도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공간의 형태와 공간을 지배하는 룰의 정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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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올라온 글을 읽고 저도 덕분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즐겼던 MMORPG를 꼽으라면 항상 리니지1과 와우를 꼽는데요,
그 중에서도 리니지1을 비교할 때면 항상 세이클럽이나 유튜브와 비교하곤 했습니다.

본문에서도 말씀하셨던 "채팅이나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리니지1의 "아덴 왕국의 삶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느낌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세이클럽이 왜 재밌냐?" 또는 "유튜브가 왜 재밌냐?", 혹은 최근의 경우를 예로 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왜 재밌냐?"라고 물어본다면, 재미 요소는 그것들이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틀"이 아니라 그 틀을 사용하는 이들이 채워넣은 "컨텐츠"라고 답해줄 수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더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상징되는 아이콘과 같은 느낌으로 보자면,) 리니지1과 와우는 추구하는 재미라는 하나의 선 안에서 서로 반대쪽 끝에 서 있는 타이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우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컨텐츠들을 단방향으로 소비하는 것을 추구하고, 리니지는 시스템이 공간과 규칙이라는 최소한의 틀만을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 중에 어느 쪽이 더 우수한 지를 겨룰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활자 그대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요.

하지만 본문에서 마인크래프트라는 이 하나의 게임이 보여준 미래는, 세이클럽-유튜브-리니지 들이 제공했던 "ㅇㅇ를 위한 공간"을 넘어, "공간 그 자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이었습니다. 바크래프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무엇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할 것인지조차 사용자들이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 UCC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좋아하고, 또 여러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UCC의 영향 범위를 확장시킨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어떠한 컨텐츠의 팬들이 작품 외 활동을 통해 UC의 열정을 보여주던 것들을 이제는 해당 컨텐츠 안으로 직접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라거나, 일방적으로 소비만 하던 사용자층을 전면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생산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순환컨텐츠의 가능성이라거나..

최근 많지 않은 국산 MMO 장르들 사이에 "샌드박스"라는 게 트랜드가 되고 있는 듯 한데, 잽이 많으면 스트레이트가 오고 방구가 잦으면 응가가 나오듯, 조만간 제법 쓸모있는 구조의 샌드박스 타입 게임이 하나쯤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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