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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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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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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아카이버 주: 기적난난은 이후 한국에서 "아이러브 니키 for Kakao"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 얼마전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성 취향 게임이 중국에서 데뷔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제가 지금 중국에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지라 관심이 없었는데 여성용 게임이 1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게 되더군요. 바로 오늘 소개할 '기적난난' 입니다. 처음엔 텐센트에서 직접 개발한 줄 알았으나, 알고 봤더니 원래 일본 게임이더군요. Nikki UP2U 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기적난난은 그 세번째 시리즈를 중국에서 현지화 한 것입니다. Nikki는 여주인공 이름으로, 중국에선 暖暖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되었습니다. 느→안↗느→안↗ 으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 알리바바 쪽을 통해서 출시하려고 했는데 틀어져서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 되었다는군요. 일본에서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의 반응은 좋은 듯 합니다. 출시 약 3주가 되는 2015년 6월 15일 현재 무료 게임 순위 9위에 올라있고 (11위에 전민돌격이 보이네요), Top Grossing 에선 5위에 올라와있습니다. 이미 유명한 몽환서유, 전민돌격, 전민기적(뮤 오리진), 도탑전기(도타 레전드) 바로 다음이네요. 안드로이드는 안쓰는지라 체크 못해봤습니다. 다만 저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성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로 뿅!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여성용 게임이라고 하니, 그리고 그게 잘나간다고 하니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이거 정말 무서운 게임이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모바일 게임에 큰 흥미가 없어서 전민돌격이나 도탑전기도 지루해서 관둔 30대 중반의 남성 게이머가 이 게임에 아주 푹 빠졌습니다.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1500위안(27만원)이나 질러버릴 정도루요.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확인해보니 중국 앱스토어에만 올라와있는 건 둘째치고, 한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되어있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혼자만 알고 있는게 아까워서 이번에 한번 소개해보려 합니다.참고로 1편은 영문으로 앱스토어에 올라와있습니다. 일본 앱스토어는... 뭐 알아서들 찾아보세요.. 영문판 바로가기 1. 게임의 기본 구조 게임은 기본적으로 캔디 크러쉬 사가나 애니팡 등과 같이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형식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고, 한 맵을 다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한번 도전할 때 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당연히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면 상한이 올라갑니다. 단, 레벨이 오를 때 자동으로 채워주진 않습니다.) 클리어하게 되면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아이템을 랜덤한 확률로 획득합니다. 위 예시의 경우, 7부 청바지와 스웨터를 얻을 수 있는데, 스웨터는 S급 이상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군요. 에너지는 4점을 사용하는데 이는 노멀에 해당하는 '소녀' 난이도라서 그렇습니다. '하드'에 해당하는 '공주' 난이도에선 6점을 소모하며, 한 스테이지는 3번 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에너지와, 3번의 한도는 돈을 내면 풀립니다.) 입장해보도록 하지요.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간단하게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풀 음성이 지원되지요. 간략하게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이야기가 나오고, 대화가 끝나면 이제 옷을 입힐 차례가 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중요한 단어들은 대화씬에서 빨간 글씨로 설명이 되지만, 옷 입히기 화면에서도 상단의 '임무지시' 버튼을 눌러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스테이지의 경우 빨간 글씨는 '우아하고 성숙한 OL 풍'을 요구하고 있네요. 그리고 '간략'(简约)과 '우아'(优雅) 속성이 중요하다는 힌트를 줍니다. 의상은 기본적으로 헤어스타일, 원피스, 외투, 상의, 하의, 양말, 신발, 화장 이렇게 8종의 슬롯이 있습니다. 이 중 원피스와 상+하의 조합은 서로 배치됩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상/하의를 입을 수 없고, 반대로 상/하의를 입으면 원피스를 입을 수 없지요. 대부분의 양말은 기본 슬롯을 사용하지만 일부 덧양말은 다른 양말 위에 껴입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악세사리는 머리, 귀걸이, 목걸이, 손목, 소지품, 허리, 특수 이렇게 8개 종류가 있는데 머리와 귀걸이를 제외하면 아이템별로 장착되는 슬롯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어서 복수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 안에 목걸이와 목도리가 있는데 둘 다 착용할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을 길게 눌러보면 아이템 별로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희귀한지 (하트의 숫자가 희귀도를 나타냅니다), 해당하는 옷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를 표시합니다. 지금 스테이지에선 '간략' '우아'가 필요한데 예시의 스크린샷은 '활발' '귀여움' 이군요. 플레이어는 옷의 외견과, 표시되는 정보를 종합해서 니키에게 옷을 입힌 뒤에 게임에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옷 다 입혔음'('换好了)을 탭하면 의상 배틀에 들어가지요. 아까 도움말에선 2개의 속성만이 제시되었습니다만, 실제 배틀에서는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합니다. 그리고 점수를 쌓아서 총점을 비교하지요. (3번째 그림은 다른 배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만, 그냥 넘어갑시다.. )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항목에 대해 평가할지 다릅니다. 주제와 관련이 있지요. 여하튼 NPC보다 높은 총점을 획득하면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됩니다. 점수에 대해 S, A~D까지의 평가를 받고 경험치, 게임머니 그리고 확률에 따라 해당 스테이지의 아이템을 획득하게 되지요. 그리고 만일 다음 스테이지가 아직 잠겨있었다면 열어줍니다. 만일 NPC보다 점수가 낮으면 F 랭크를 받고 실패하게 되는데, 친절하게 이 스테이지를 깨는데 어떤 옷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6번째 그림을 보시면 꽃다발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신발을 추천하지요. 저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한번 더 클릭하면 바로 그리고 보내줍니다. 의상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상점으로 보내주고, 강화로 얻을 수 있다면 강화 메뉴로 보내주는 식이지요. 입힐 아이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 별로 일정한 옷을 랜덤하게 주기도 하구요,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일부는 캐쉬로 구매할 수 있지요. 도전과제가 아이템을 주기도 하고, 있는 아이템을 [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있는 아이템의 색상을 바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고([고급정제]), 여러 아이템을 모아서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지요. 물론 가챠로 뽑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챠를 뽑을 때 마다 일정량씩 주어지는 점수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진화, 고급 정제, 제작과 같은 메타 게임 컨텐츠는 후술하도록 하구요, 어쨌든 이 게임의 기본 구조는 제시된 주제와 힌트에 맞춰 옷을 입혀 나가는 일종의 퍼즐 입니다. 단, 스테이지 마다 정해진 기준에 의해 입혀놓은 아이템들을 평가해서 점수가 기준에 달하는지만 체크할 뿐 특정한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공주' 난이도 역시 '소녀'와 동일한 주제가 제시되며 다만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뿐이죠. 같은 특성의 옷이라면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이 더 많은 점수를 주긴 하지만, 컨셉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심지어 깎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주제인데 5성 수영복 세트를 입히면? 그냥 꽝인 거지요. 그래서 부위별로 컨셉별로 특성별로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 또 스테이지를 계속 깨 나가야 합니다. 2. 의상 아이템의 내부 구조 각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위 그림과 같이 5개의 특성과, 각 특성별 점수를 가집니다. 그런데 게임상에는 10종의 특성이 존재하지요. 서로 반대되는 특성들이 짝을 이뤄서 총 5쌍이 존재하며, 옷에는 각 쌍 마다 하나씩의 특성이 부여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이 5쌍의 능력치 중 하나씩을 골라서 평가하게 됩니다. 아까 예시로 보여드린 OL 미션의 경우는 '간약'과 '우아' 만이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외에 '섹시', '시원함' '성숙함'도 평가하는 거지요. 각 특성별로 현재 입고 있는 아이템의 특성치를 더하는데, 만일 반대되는 특성의 옷이 있을 경우 점수가 깎입니다. 예를 들어 위 OL 미션의 패션에다가 '간약'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전체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화려'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오히려 전체 점수는 내려가겠지요. 그래서 특성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히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헤어스타일은 디폴트가 존재하고, 상의+하의는 필수지만 나머지 아이템들은 반드시 입히지 않아도 됩니다.) 총 5쌍 10종의 능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슬롯별로 최소 32개(2^5)의 아이템은 있어야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하의 대신 원피스만 입는다고 쳐도 총 5종이니 160개의 아이템은 필요하겠군요. 그런데 이 특성치들이 대립상을 제외하면 시스템 상 조합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의상이다 보니 서로 자주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섹시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갖춘 아이템은 흔하지만 '섹시함'과 '귀여움'은 좀처럼 찾기 힘들죠. 또 5종 특성치가 필요한 대로 갖춰져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엔 SS, S, A, B, C, D 순으로 메겨져있는 특성의 강도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강도가 높을 수록 높은 점수가 나올테고, 레어도가 높을 수록 강도도 높겠죠. 위 예시를 보시면 왼쪽의 원피스는 3성이라 S가 2개, A가 셋이지만 오른쪽의 옷은 5성으로 SS 1개, S 3개, A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슬롯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의 옷을 갖추면 되느냐.. 거기서 끝난다면 참으로 해피하겠지요. 각 아이템은 위 10종 5쌍의 기본 특성치 외에, 별도의 '속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습니다. 능력치 하단에 붙은 잔꽃무늬(碎花)나 서양고전(欧式古典) 같은 것이죠. 옷에 따라 이런 속성이 없을 수도 있고 2개 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예시는 둘 다 1개씩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요. 어떤 스테이지들은 특정한 속성을 지닌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수영복, 중국 현대풍, 중국 전통풍 같은 식이죠. 이런 스테이지들은 속성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형편없이 깎이기도 합니다. 특히 공주 난이도로 가면 아주 얄짤없지요. 위 예시는 무려 '보헤미안'(波西美亚) 스타일의 옷을 요구합니다. 아예 능력치 힌트는 주지도 않아요. 도대체 보헤미안 스타일이란 어떤 걸까요.. 처음엔 어떤 옷인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사실 '보헤미안' 이라는 속성이 있더군요. 오른쪽 그림 처럼요. 각 부위별로 조합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속성까지 감안한다면 필요한 아이템의 양은 또다시 기하급수로 늘어납니다. 현재 게임 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은 총 1964종입니다. 전 현존하는 모든 스테이지를 노멀-하드 공히 S로 전부 클리어했는데 942종의 아이템을 갖고 있는 걸로 나오는군요... 3. 불완전한 퍼즐인가 재미 요소인가 문제는 막상 옷을 입힐 땐 특성치와 속성치가 전부 보이진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단 임무 지시에서도 5종 특성치 중 2개에 대해서만 힌트를 제공하고 있지요. 나머지 3종은 어떻게 알아내느냐.. 기본적으로 목표 지시문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언급한다면 겨울 속성과 따뜻함 특성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겠죠. 또 직접적으로 능력치가 힌트로 제시되지 않더라도 '숙녀'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면 '성숙'과 '청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매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 할 때 입을 옷 이라고 해서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혔는데 정작 평가 항목엔 시원함이 아니라 따뜻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죠. 이건 직접 옷을 입혀서 평가 화면을 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나마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5종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은 아이템이 갖고 있는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 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어쨌든 한번 배틀 들어가면 알 수 있으니까요. 옷에는 5종의 능력치가 있는데, 옷을 입히는 화면에선 항상 그 중 2개의 대표 능력치만 보입니다. 두번째 그림의 천사토끼 헤어스타일이 '활발' '귀여움' 특성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서 활발 / 귀여움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나머지 특성은 어떤지 표시되지 않습니다. 도감에서만 상세 정보가 나오는데, 도감을 보려면 스테이지를 나가야만 하지요. 그리고 도감에서도 기본 목록 상에는 2개의 능력치만 보입니다. 탭 하면 네번째 사진과 같은 화면이 나오지만, 이 상태에서도 설명과 대표 능력치, 희귀도만 있지요. 상단의 [복장소개](服奘介绍) 옆에 있는 [상세속성](详细属性)을 눌러야만 나옵니다. 이 상세 속성을 보기 위해, 도감을 열기 위해, 스테이지를 나오게 되면 입혀놓았던 코디는 초기화 되지요. 그래서 플레이어는 옷들의 속성을 외워야 합니다. =_=... 이 게임은 퍼즐입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은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플레이어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운 혹은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전제가 되는 퍼즐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적난난의 기본 게임 플레이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퍼즐 게임으로 접근할 경우 말이죠. 사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아이템의 모양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식'에 의존해서 말이죠. 왼쪽 그림은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중국 고전 풍입니다. 오른쪽의 구두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지요. 모든 특성들이 위 예시 처럼 선명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신발은 중성풍 외에 영국풍(英伦)이라는 속성도 갖고 있는데, 이건 사실 좀 알아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능력치를 보지 않더라도 이런 속성을 쉽게 캐치하더군요. 이제까지 2명의 여성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능력치나 속성 따윈 보지도 않고 - 말 그대로 정말 보지도 않고 - 그냥 슥슥 코디하는데 S랭크가 튀어나오더군요.. 열심히 도감에서 스크린 캡쳐해서 입혀도 B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말입니다. 정보가 명확하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게임구조론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큰 문제입니다만, 애초에 게임구조론이라는 것 자체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죠. 재미만 있다면 사실 구조 따위 거슬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 느슨함이 없이 그냥 정보가 모두 한눈에 쉽게 공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게임은 주제에 맞춰서 옷을 입히는 게임이 아니라 목록을 뒤져가면서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검색기 시뮬레이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4. 비동기 PVP 플레이 컨텐츠로 PVE 외에 PVP도 준비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인 형식은 PVE와 동일합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옷을 입힌 뒤 상대 플레이어의 코디와 대결을 벌입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랜덤하게 입히는지, AI가 지능적으로 코디하는지 혹은 그 플레이어가 해당 주제에 대해 사용했던 조합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PVE와 달리 상대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상대해야하므로 난이도는 PVE보다 높습니다. 주제어만 제시될 뿐 능력치 힌트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각 판 마다 PVP 승점과 게임 머니,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승패에 따라 양이 조금 달라집니다. PVP 코인의 경우 이기면 5점, 지면 3점을 얻는 정도로 승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단, 매 주 단위로 획득한 승점으로 랭킹을 메기고, 랭킹에 따라 추가로 게임 머니와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이 양은 제법 됩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주간 보상으로 100개의 코인을 수령하는데, 이는 20판을 전승했을 때 얻는 것과 맞먹는 양이죠. 기본적으로 하루에 5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플레이 기회를 구입하지 않으면 모든 본질적으로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없습니다. 즉, PVP 코인은 무료로도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돈을 내는 플레이어가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이죠.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PVP의 판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도저히 결과를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총 5종 능력치를 하나씩 채점하는 PVE와 달리, PVP에선 총합 5번 채점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같은 능력치가 여러번 채점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채점할 때 마다 점수가 달라요. 청순함을 처음 체크할 땐 5000-4000이었는데 두번째로 체크할 땐 6000-9000 이런 식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히 잦습니다. 그런데 그 영문을 알 수 없단 말이죠. 게다가 컨셉과 무관하게 점수가 메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를 보면 제시어는 '여름 이야기' 입니다. 왼쪽의 제 캐릭터는 컨셉에 맞춰서 입었는데 상대는 '여왕폐하' 컨셉으로 입고 나왔어요. 딱 봐도 쪄 죽을 것 같죠. 그런데 점수는 상대가 넘사벽으로 높습니다. 처음엔 이게 매우 분통터졌는데, 지금은 그냥 달관해버렸습니다. 승패에 따른 보상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니, 그냥 주제에 대해서 이전에 입었던 조합을 불러내서 내보내고 있어요. 5. 수집, 정제, 제작, 진화 PVE건 PVP건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이템과 자원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템의 경우 일단 하나를 얻고 나면 같은 아이템을 중복해서 얻을 필요가 없지요. 이 넘쳐나는 자원들을 소화시키고, 플레이어에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 다른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게임들은 카드를 갈아 먹여서 레벨을 올리고 한계 돌파를 시키는 식으로 이를 풀어내는데, 이게 캐릭터 카드라면 모를까 옷에 옷을 먹여서 옷을 강하게 만든다는 개념은 아무래도 좀 애매하죠. 그래서 기적난난은 기본적으로 진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진화의 기본 원리는 위의 스크린샷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들은 같은 아이템을 일정 갯수 모으면 더 레어도가 높은 아이템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3성인 상해탄을 6개 모으면 4성인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고, 상해일몽 4개를 모으면 5성인 상해 연운몽을 얻을 수 있지요. 모든 아이템이 다 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아이템만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진화 아이템은 어떻게 모으느냐.. 여기에 엔드 컨텐츠가 걸려있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에선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캐쉬 가차, 게임 머니 가차, 그리고 진화죠. 상해 일몽 1개는 상해탄 6개에 해당하구요. 가차 없이 상해연운몽을 완성하기 위해선 상해탄 24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해탄은 하드 모드에서, 그것도 단 하나의 스테이지에서만 드롭되죠. 돈을 내지 않으면 하드 모드의 각 스테이지는 하루에 단 3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최소 8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는 상해탄이 드롭될 확률이 100%가 아니므로, 훨씬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겠죠. 상해탄-상해일몽-상해연운몽은 위 세가지 방법만이 존재하지만, 고급 정제나 제작으로 얻어지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소녀 난이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요. 고급 정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색상이나 패턴이 다른 변종을 만들어냅니다. 위 스크린샷의 헤어스타일은 원래 빨간색에 가까운데, 흑색 염료와 제작 원료를 써서 같은 디자인에 검은색 버전을 만들어내지요. 일단 플레이어는 대상이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없는 아이템의 변종을 만들어낼 순 없습니다. 제작 원료는 가지고 있는 다른 아이템을 (주로 중복된 아이템을)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염료와 패턴입니다. 이들은 은색 별이 그려진 동전같이 생긴,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하루에 얻을 수 있는 PVP 코인의 최대 양은 5X5 = 25개 입니다. 흑색 염료가 8 코인이니 최대 획득량의 30%에 달하죠. 그나마 저 헤어스타일은 염료를 1개만 요구하는데 2개씩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피를 토하죠. 그나마 고급정제는 제작에 비하면 들어가는 품이 적은 편입니다. 제작에 비한다면 말이죠. 아이템 제작은 크게 3가지 요소를 요구합니다. 1) 제작비 2) 재료 아이템 3) 설계도. 사실 제작비는 무시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드 한판만 뛰어도 800씩 나오니까요. 재료 아이템은 좀 까다롭습니다. 일부 재료들은 상점에서 게임머니로 살 수 있는 데, 이런 행복한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루팅해야 하죠. 소녀 난이도에서 드랍되는 템이면 그냥 나올 때 까지 돌리면 됩니다. A 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다시 옷을 입힐 필요 없이 그냥 체력만 소모하면 자동으로 돌 수 있고 템이 드랍될지 안될지는 여전히 확률에 달려있지만 직접 플레이하든 자동으로 돌리든 확률에 차이는 없습니다. 공주 난이도에서만 나오는 재료면 자동 진행을 끼고도 좀 골아프죠. 보통 나오는 스테이지는 하나, 많아봐야 둘이고, 하루에 3번씩만 돌 수 있으니까요. 가차에서만 나오는 재료는 그냥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그런데 재료를 모아도 또하나의 큰 난관이 존재합니다. 바로 설계도죠. 대부분의 설계도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동으로 얻습니다. 하지만 일부 설계도들은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가격이 아주 무자비합니다. 위에 별의 바다(星之海) 설계도 가격 보이시나요? 무려 353 코인입니다. 한번도 지지 않는다고 해도 PVP 참가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2주일이 걸리죠.. 아주 피눈물이 납니다. 특히 각 맵에서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전부 S급으로 깨면 열리는 사이드 스테이지에서 바로 저런 무자비한 아이템들을 요구합니다. 결혼식 복장을 요구하는데 게임을 통틀어 웨딩 드레스는 단 한벌 밖에 없고, 제작템이며 설계도 가격이 160코인 이더군요.. 마지막 맵의 마지막 사이드 스테이지는 인도풍을 요구했는데 역시 위 아래 한벌 맞추는데 100 코인 이상 필요했습니다. 여하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적 난난에서는 자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컨텐츠로 진화, 고급 정제, 제작 이렇게 세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여 있습니다. A라는 아이템을 B로 진화시키기 위해선 A가 몇개 이상 필요한데, A는 제작으로만 얻을 수 있으며 A를 제작하기 위해선 C아이템 몇개와 D 아이템 몇개를 얻을 수 있는데 C는 고급 정제로만 얻을 수 있고 D는 다시 E 아이템을 진화시켜서 얻을 수 있는 식으로 말이죠. 애초에 가차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은 포기한다고 치더라도, 이게 제법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잡아먹습니다. 이미 진행은 자동이기 때문에 딱히 재미는 없지만, 이미 모든 스테이지를 깬 상태에선 저거라도 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하지만 사실 진화도 정제도 제작도 진짜 엔드 컨텐츠는 아닙니다. 끝판왕은 따로 있어요. 6. 세트 모든 아이템들이 세트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아이템들은 세트를 이루기도 합니다. 첫번째 스샷은 파티쉐 세트이고 두번째 스샷은 중국풍 현대 소녀 세트죠. 몇개의 아이템이 필요한지는 세트마다 다릅니다. 중국풍 현대 소녀는 헤어스타일, 상의, 하의, 신발로 총 4종만 요구했으나 네번째의 상해연운몽 세트는 머리, 원피스, 목도리, 양말, 신발, 머리장식, 귀걸이, 목걸이, 손목장식까지 무려 9개의 아이템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구성품들을 준비하는 과정도 아주 각양 각색이죠. 이제까지 나온 모든 컨텐츠가 다 포함됩니다. 루팅, 구매, 진화, 제작, 정제 등등. 심지어 어떤 아이템들은 VIP 보상으로만 주어집니다. 두번째 스샷에 나온 저 1대여황 세트는 VIP 10단계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지요.. 제가 지금 VIP 8등급인데 1천위안(17만원)을 써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9등급은 3천위안(50만원)을 요구하지요. 10단계는 얼마나 요구할까요? 다행히도 아직 10단계는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왜 세트를 완성해야 할까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예쁘니까 그리고 세트가 있으니까 겠죠.. 사람이 게임하는데 이유가 필요 없듯이 컬렉션을 완성하는데에도 사실 딱히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세트를 쓰면 쉽게 깨는 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 예를 들어 의료인이 주제어인 스테이지는 간호사 세트나 의사 세트를 사용하면 하드에서도 쉽게 S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세트가 없다고 못깨는 판은 없습니다. 인도 컨셉을 요구했던 최종 스테이지도 전체 세트 구성품 중 딱 둘만으로 (상의와 하의) 클리어했어요. 문제는 세트의 보상이 다른 세트의 구성품과 연결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 스샷 보시면 보상으로 보석(캐쉬)을 준다고 되어있죠? 저건 아주 윤리적인 세트입니다. 도전과제 등으로 보석을 퍼줘서 공짜 현질에 맛들이게 한 뒤 현질을 유도하는게 어디가 윤리적이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진정한 악을 못보셔서 그래요. 진짜 악질적인 세트는, 다른 세트 아이템의 구성 요소를 줍니다. A세트 B세트 C세트 D세트를 모두 완성해야 E세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존재합니다. 이게 진짜 엔드 컨텐츠 끝판왕이죠. 거기에 캐쉬/ 게임머니 가차 보상까지 끼어있으면 정말 언제 끝낼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캐쉬 가차 한번, 게임머니 가차 두번은 공짜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모든 세트를 완성할 수는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7. 구조적 문제 기본 퍼즐 플레이도 재미있고, 장기 컨텐츠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컨텐츠가 짧습니다. 현질을 조금 하긴 했지만 단 3주만에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렸거든요. 그나마도 첫 1주일동안 자동진행을 몰라서 매 판 옷을 일일이 입히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든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하고 나니 할 게 없습니다. 정말로 없어요. 어차피 이제 모든 파밍은 자동 진행으로 돌아가지요. PVP도 입혔던 옷 다시 꺼내 입히는 건 딱 화면 두번 탭하는 걸로 끝납니다. 남은 건 수집 정제 제작 같은 메타 컨텐츠 뿐인데, 여기서도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는 누굴 갈아서 누굴 키울까 정도의 고민거리라도 있는데, 기적 난난은 정말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어느 템을 먼저 제작해서 어느 세트를 먼저 완성할까 정도죠. 그나마도 하드 모드에서 각 스테이지를 딱 세번 돌 수 있으니 재료를 채워서 제작하고 진화하는 기쁨을 누릴 빈도도 높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템을 루팅하고 수집하고 정제하고 제작하고 세트를 맞춰도 그걸 쓸 데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스테이지를 S 등급으로 다 깨놓은 뒤에요. 뭐 스테이지 별로 점수에 따라 또 랭킹이 있긴 한데, 랭킹 높다고 해서 딱히 추가 보상이 있진 않지요. PVP에서 쓸모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PVP는 판정 자체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수집욕 말고는 저 엔드 컨텐츠를 반복할 필요 자체가 없지요. 이게 그나마 일본에서 1년 정도 서비스 한 컨텐츠를 한방에 털어넣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서 빨리 이후의 컨텐츠를 보강하지 않으면 차트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소셜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한 만큼 QQ 플랫폼과 연결되어있고, 친구 등록도 가능한데 정작 친구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아 물론 제가 QQ 친구가 없기 때문에 못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퍼드 처럼 모르는 플레이어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장치는 없었습니다. 뭐 어쩌면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8. 최종 평가 지금까지 기적난난의 구석구석을 살펴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죠. 기본적으로 게임은 캔디 크러쉬 사가 처럼 연속되는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정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채워지는 에너지를 소모해서 스테이지에 도전하게 되며, 성공하면 게임 머니와 경험치, 그리고 각 스테이지별로 지정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획득하게 되죠.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며,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장착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입니다. 일종의 퍼즐인데,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플레이어가 채워나가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획득한 자원들을 재가공해서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나가는 컨텐츠가 있으며 이 부분이 장기적인 플레이와 현질을 유도합니다. 단순히 '여성 취향의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가 오직 여성들에게만 어필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왜 다들 프린세스 메이커 해보셨잖습니까. 제가 순정만화를 좀 좋아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 이유로 30대 남성이 옷장을 열어놓고는 입을 옷이 없다며 상점에 가서는 현찰 털어서 옷을 사입히진 않을 거란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 한국에선 접속할 수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출시되어서 여성 취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여줬으면 좋겠군요. 이미지가 잘 안나오네요. 우선 블로그 링크 겁니다. http://tophet.tistory.com/114
  2.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PS4 전용 게임이고, 전 캡쳐할 장비도 없거니와 굳이 캡쳐하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는 없습니다.) 디 오더는 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온 게임입니다. 1인칭(3인칭) 슈팅, 빅토리아 시대의 그 독특한 분위기, 대체역사, 스팀 펑크.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녹아든 게임이었거든요. PS4를 구입한 이유도 절반 이상은 독점작인 디 오더를 플레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벗뜨.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부터 볼륨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오더군요. $60짜리 AAA급 타이틀 치고는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것인데,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콘솔 스펙이 올라갈수록 제작비가 기하급수로 올라가는데 비해 $60이라는 가격은 이전 세대의 것이라,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볼륨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차피 한번 깨고 마는 것이 콘솔 게임인데, 재미만 있다면 뭐 좀 짧아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그래서 최근엔 게임을 영화에 비유하지 말고 스테이크에 비유하자는 이야기도 있지요. 얼마전 분당에서 먹은 스테이크 300g이 약 4만원이었는데, 사실 4만원이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습니다. 더 싼 스테이크도 있고 더 비싼 스테이크도 있지요. 혹자는 더 싼 스테이크에 만족하고 더 나은 스테이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 꺼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차라리 10만원 내고 훨씬 더 맛난 스테이크를 먹고자할 수도 있지요. 결국은 개인의 만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하튼, 그래서 볼륨에 대한 악평은 무시하고, 설을 맞아 한국에 간 김에 한카피 구입하긴 해서 클리어했습니다. 볼륨이 짧다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더군요. 왜냐하면 다른 모든 요소들이 하나같이 허접하거든요. 일 단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부터 봅시다. 배경이 어떻든, 그래픽이 어떻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3인칭 시점에서 이동하고 총 쏘는 것 부터가 구립니다. 그래픽은 좋은데 명암 대비가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그림자 속에 묻혀서 잘 안보여요. 길이든, 적이든 뭐든지 간에요. 게다가 레터박스가 화면 위아래를 잘라먹고 있지요. 레터박스 때문에 잘리거나 너무 어두워서 그림자에 묻혀서 발 아래쪽이 잘 안보입니다. 발이 물체에 걸려서 움직이질 못하는데 왜 움직이질 못하는지 플레이어가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3인칭 슈팅은 기본적으로 엄폐를 기본으로 하는데, 엄폐에 붙고 떨어지는 동작이 상당히 느릿하고 끈덕지며 뻣뻣합니다. 그래서 조작감이 상당히 짜증나지요. 게다가 어떤 물체는 타고 넘을 수 있고 어떤 물체는 그게 안되는데 어떤 물체가 되고 어떤 물체가 안되는지도 상당히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동하는 경험 자체가 매우 구려요. 전투씬은 그나마 낫습니다. 전투 없이 그냥 이동만 하면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씬이 전체 플레이타임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때는 움직임 속도 마저도 느립니다. 아주 느릿 느릿 양반 걸음으로 걷지요. 당연히 뜀박질은 불가능하구요. 특히 첫번째 원탁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올 땐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출구는 원탁 서쪽에 있고 플레이어는 원탁 남쪽에 있는데 서남쪽에 NPC들이 통로를 틀어막아서 그 느릿한 걸음으로 동쪽 - 북쪽을 거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야 했거든요. WTF! AI 와의 총격전도 참 더럽게 만들어뒀습니다. 엄폐를 기반으로 한 3인칭 슈팅의 황금률은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한다는 것인데, 몹들이 잦은 빈도로 엄폐물 뒤에 숨어서 팔 뻗어 총만 내놓고 냅다 갈겨대요. 정작 플레이어는 그 손이라도 조준해서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또 이 팔만 뻗고 쏘는게 플레이어의 조준 사격보다 더 정확합니다. HALO 이후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1/3인칭 슈팅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조준을 도와주는 기능이 들어가있지요. 이 게임도 예외는 아니구요. 그런데 디 오더에선 이 조준 도움 기능이 거의 동작하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이면 머리를 맞출 수 있었을 상황에서 여지없이 빗나가요. 그런데 손만 내놓고 쏘는 AI는 훨씬 정확하죠. 그래서 안맞고 쏜다는 긴장감 보다는 그냥 맞으면서 쏜다는 개념으로 게임이 돌아갑니다. 전반적으로 이 게임의 총격전은 뭔가 현대 게임 답지 않게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스나이퍼들은 깜빡이는 빛으로 자기 위치를 노출하긴 하는데요, 그 빛 보고 쏘려고 몸 일으켜서 조준하는 순간 한방 맞습니다. 보통은 상대가 쏘기 전에 먼저 맞히는 쪽으로 진행되는데, 이 게임에서 스나이퍼 상대하려면 일단 한방 맞은 뒤에 다음 방 맞기 전에 쏴 죽여야 해요. 뭐 총을 많이 맞아도 쓰러져서 블랙워터 한모금 빨고 잠깐 있으면 풀로 회복이 되니까 그렇게 맞아가며 쏴 죽이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철뚜껑 쓴 샷건 맨 만나기 전엔 말이죠. 샷건은 한방 맞으면 바로 위의 빈사 상태가 되는데 블랙워터 빨기 전에 바로 다음 방이 날아오거든요. 그럼 그냥 죽는 거죠 뭐. 게다가 저 철뚜껑 쓴 애는 약점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높은데다가 머리는 헬멧으로 보호되고 있거든요. 보더랜드2 처럼 헬멧을 날려서 머리를 노출시킨다거나 그런거 없습니다. 쟤는 그냥 쎕니다. 딱 두방에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샷건을 들고 있는데 헤드샷은 안통하고 30발짜리 탄창을 모두 쏟아부어야 죽을 정도로 맷집이 쎄요. 솔직히 마지막 보스보다 저 헬멧 쓴 샷건맨이 10만배쯤 더 무섭습니다. 그 리고 전투씬들의 구성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 또한 지적해야겠죠. 일단 AI의 종류가 매우 적습니다. 외관상으로 봐도 반란군 병사, 통합인도회사 경비원, 그리고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조직 이렇게 세종류인데 헬멧 쓴 애와 안쓴 애 이정도가 다에요. 뭐 헬멧 안쓴 애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무기를 들고 나오긴 하는데 딱히 차이는 없습니다. 다들 그냥 엄폐물 뒤에 숨어서 쏘는게 다에요. 슈 팅 게임의 AI라는게 전부 사람 마냥 아주 조직적이고 영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쪽을 강조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몹들에게 다양한 행동 양식, 강점, 약점을 줘서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디 오더는 둘 다 아닙니다. 그냥 커버 가운데 두고 참호전을 벌이는데 딱히 적에게 개성은 없어요.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전투가 굉장히 불공평하니까요. 그런데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벽에 붙어서 조준을 했더니 내 뒤통수가 화면을 가려서 오히려 총을 쏠 수 없었던 경험은 뭐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구요. 게임의 가장 중요한 매력포인트인 설정과 스토리도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설정부터 이야기하자면요,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전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1886년이고 런던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 영국은 어떤 영국인가요? 혼종(half breed)랑 싸우는데, 얘네랑은 왜 싸우는 걸까요? 통합 인도 회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왜 동인도회사가 아니라 통합 인도 회사일까요? 영국이 인도와 완전히 통합한 상태인가요? 주인공 동료 중엔 라파예트 라는 친구가 있단 말이죠. 맨날 무슈 마드무아젤 그러고 있는데 도대체 이 프랑스인은 왜 이 영국의 기사단에 와있는 걸까요? 혹시 다아시 경의 모험처럼 영국과 프랑스가 하나로 합쳐진 걸까요? 반란군이라는 조직은 도대체 누구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건가요? 아니 그 이전에, 기사단(The Order)란 무엇인가요? 이들은 누구의 지휘를 받는 건가요? 언제 설립되었죠? 게임은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기사단이 있고, 혼종이 있고 싸워요. 통합 인도 회사라는게 그냥 있어요. 반란군은 반란군이구요. 유일한 예외는 목에 걸고 있다가 골로 가겠다 싶으면 빨아먹는 액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것도 중반부에 가야 그게 뭔지 나오죠.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는 더 막장스러워요. 각 씬이 있긴 한데 이 씬들의 연결이 전혀 말이 안됩니다. 예를 들자면 말이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은 A라는 동네를 비밀리에 정찰하는 임무를 받아요. 그런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A라는 동네에 있는 B라는 장소로 이동하라는 미션이 되죠. B로 가는 동안 반란군의 매복을 만나요. 여기서부터는 그냥 쫓겨서 이리 저리 마구 이동해요. 그러다 보면 B 앞에 와있어요. 그런데 B는 이미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단 말이죠. 아니 이미 경찰이 포위하고 있는 동네에 다녀오는 게 왜 비밀 임무가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 경찰들은 뭐 땅에서 뿅 하고 솟아난 건가요? 그냥 저들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 뒤가 더 웃기는 게, 경찰은 이상한 소리가 나서 출동은 했는데 진입하진 못했다고 하고 주인공은 거기서 늑대인간들을 발견해요. 그리고 공중 지원을 통해 늑대인간을 쫓아내는 공격을 먼저 하고 안으로 뛰어들기로 하죠. 이때 일행이 4명 중 주인공을 포함한 2명은 지하를 통해 B로 진입하기로 하고 2명은 밖을 담당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B 안에서 누구랑 싸우냐면, 늑대인간이에요. 아까 공중 공격한 건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히 다른 늑대인간들은 다 도망쳤는데 말이죠. 그런데 주인공은 여기에 어떤 의문도 표하지 않아요. 한편 B 안에서 다시 2명이 서로 찢어지는데 다른 동료가 자기가 뭔가를 발견했다며, 주인공더러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 동료가 말한 그 방에 가보면 단서들이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옆에 있는 방 안에 있어요. 그런데 그 방의 문은 잠겨있어서 주인공이 자물쇠를 따야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의 동료는 그 방 안을 먼저 뒤져본 뒤에 굳이 문을 잠근 건가요? 아님 그 방은 동료가 살펴보지 못한 방이었던 걸까요? 그리고 B 현관으로 나오면 밖을 담당하기로 2명 중 한명이 현관을 등지고 놀고 있어요. 다른 한명은 아예 저 멀리서 경찰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담소중이구요. 아니 안에서 총질하고 난리가 났는데 뛰어들진 못하더라도 뭔가 경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문 제는 모든 스토리라인이 이따위 방식으로 흘러간단 말이죠. 이렇게 초지일관 앞뒤 안맞고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참으로 오래간만이에요. 꼴에 반전이랍시고 2개를 박아넣은 것이 있는데, 그조차도 너무 뻔해서 - 물론 복선이나 떡밥 따위 없습니다 - 정말로 이따위를 반전이라고 넣어뒀다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었어요. 설정을 굳이 스토리에서 썰로 풀지 않고 사물들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요즘 추세죠. 툼레이더 리부트라거나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보면 물건 주워서 살펴보면 백그라운드 스토리 흘러나오는 것 처럼요. 이 게임에도 그렇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신문이라거나 사진이라거나 모형이라거나 또 녹음기 테이프라거나. 그런데 얘들이 위에서 말한 역할을 전혀 해주질 않습니다. 사진은 그냥 사진이에요. 아무런 내용이 없어요. 좌우로 돌려보고 뒤집어보는 기능은 있는데 딱히 뒤집어서 뭔가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는 그런 장면도 단 한번도 없어요.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구요. 이 방면에서 가장 쓸모있을 녹음기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뭔가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출시 얼마 안남기고 사장이 넣으래서 그냥 넣는 시늉만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레 벨 디자인 또한 아주 개판이죠. 뭔가 목표는 주어지는데 그래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방향 지시 마커 같은 건 없어요. 게다가 앞서 말한 것 처럼 명암 대비가 강해서 잘 안보이는 구석도 많구요. 그래서 이 게임에서 길을 찾는 가장 좋은 전략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전진하는 겁니다. 걸리면 좌우 둘러보고 안막힌 쪽으로 이동 -> 그러다가 걸리면 다시 좌우 둘러보기... 애초에 하프라이프 / 콜 오브 듀티 이후로 게임이 직선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 쉽게 쉽게 직관적으로 술술 진행하라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길찾기가 더럽고 불편하고 불쾌한 게임은 정말 근 10년동안 처음이었어요. (죄송합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아직 안해봤어요) 그 외에 가만히 보면 잘나가는, 다른 게임에 있는 요소들이 대부분 빠짐없이 들어가있긴 합니다. 이를테면 QTE 라거나 잠입 미션이라거나 말이죠. 그런데 사실 QTE도 빈도는 잦은데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 QTE라는 것 자체가 원래 뽀대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 어렵지도 않고. 잠입은 이게 웃기는게, 뒤에서 적을 죽이려면 접근해서 QTE가 발동되어요. 타이밍 맞춰서 △을 누르지 못하면 무조건 실패입니다. 적 바로 뒤에 붙어도 말이죠. 그런데 일반 배틀에선 거리만 붙이면 정면에서도 △ 눌러서 근접 공격으로 죽일 수 있거든요? 왜 정면에선 그냥 누르기만 하면 쓱싹 하고 베어죽일 수 있는데 뒤에서 살금살금 따라붙었을 땐 꼭 굳이 타이밍을 맞춰야 할까요? 이런 불만들을 견디고 견뎌서 간신히 엔딩을 보고 나자 이 게임이 뭘 노린 건지는 알겠더군요. 슈팅 게임, 빅토리아 시대, 대체역사, 스팀펑크, 흡혈귀, 늑대인간, 아더왕, QTE 등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려 아주 맛난 비빔밥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하나같이 완성도가 떨어져서 만들고 났더니 꿀꿀이죽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륨이 작은 건 차라리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었어요. 뭐 그래도 그래픽은 좋습니다. 게임 플레이 화면이든 컷씬이든 간에 이정도면 3D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때깔이 좋으면 뭘합니까. 그래봤자 꿀꿀이죽인 걸요. $60은 솔직히 터무니 없고, 한 $10 정도라면 돈이 아깝진 않을 것 같네요. 시간은 아까워두요. 아 이 게임 하고 나니까 라이즈가 하고 싶어지네요.
  3.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뭐 사실 이 포럼에서까지 다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일단 블로그에 글을 쓴 김에 같이 올립니다. --------------------------------------------------------------------------------------- 트위터에서 '인앱 구매가 어떻게 게임 산업을 망치는가'라는 번역문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무료 다운로드 + 인앱 구매'라는 구조는 사실상 게임이 아닌 사기이며, 개발자들은 이 끔찍한 모델을 거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문에서 예시로 든 던전키퍼 모바일의 유료화 모델은 끔찍합니다. 한 블럭을 파내기 위해 4시간 24시간이라뇨. 아마도 F2P 게임 역사상 최악의 병크 중 하나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병크 하나만을 놓고 인앱구매 모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이건 마치 음주 운전 사고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술과 자동차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것과 같은 레벨이지요. 저자는 무려 짧은 만화까지 그렸습니다. 뉴욕까지 가야하는 한 아가씨가 있는데, 택시 기사가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아가씨가 타자 택시 기사는 5분 뒤에 차를 세우고 24시간 동안 기다릴 거라고 하지요. 만일 지금 출발하고 싶다면 돈을 내라고 합니다. 아가씨는 짜증을 내고 차에서 내립니다. 이 만화를 통해 저자는 인앱 결제가 이런 사기와 같다고 비판합니다만, 사실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그려놓고도 놓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리면 된다는 거지요. 실제로 사용자가 결제를 하기 전까지 플레이어는 단 한푼도 지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약간의 네트워크 비용과 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할지, 그리고 그를 위해 지불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던전키퍼와 같이 과금 모델이 전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쁘다고 하더라도, 지불을 해서라도 즐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지불하고 계속 진행하는 겁니다. 혹은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금 모델이 지나치게 가혹한데 그 재미가 비용을 정당화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게임을 관두면 그만이죠. 아니면 돈을 내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거나요. 저자는 '기다림'에 기반한 유료화 모델을 거짓말이고 사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기다림'이야말로 현재까지는 가장 공정한 모델입니다. 돈을 내고 스테이지를 스킵하거나, 킹왕짱 아이템을 갖거나, 점수가 더블 트리플이 되어서 순위표 꼭대기에 올릴 수 있는 아이템들에 비해 게임플레이나 밸런스에 끼치는 악영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지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 이상으로 플레이하고자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과금합니다. 기본 플레이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성립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적당히 만족할만한 선에서 기본 플레이를 제한합니다. 기본 게임이 재미있어야 함은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기본 플레이를 어느정도로 제공하고 어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전적으로 개발사가 결정할 사안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지불하면서 플레이할지, 지불하지 않고 플레이할지, 그냥 플레이하지 않을지는 플레이어의 몫이죠. 수요-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유저 풀과 매출액이 결정됩니다. 던전키퍼처럼 터무니없이 기본 플레이를 강제한다면 수요층이 줄어들고 매출액도 함께 줄 것입니다. 또는 LOL처럼 기본 플레이를 너무 후하게 제공해서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다면 매출 효율이 떨어질테죠. 던전키퍼 모바일은 병크가 맞지만 이는 시장에서 알아서 응징해줍니다. 실제로 던전키퍼 모바일은 2014년 2월 4일 오전 6시 북미 앱스토어 기준으로 매출액 164위에 올라와있네요. IP + 탑 페이지 노출을 생각하면 참 안쓰러운 성적이죠. 저자는 위와 같이 인앱 구매가 없는 리테일 게임1의 개발자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인앱 구매보다는 리테일 게임이야말로 진정한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F2P 모델은 최소한 유저가 플레이를 어느정도 해본 뒤에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돈을 낼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따져본 뒤에 결제하죠. 하지만 리테일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해보지도 않은 게임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해야합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죠. 막상 구매했는데 듀크 뉴켐 포에버처럼 재미가 아주 똥망이라거나, 전설의 빅 릭스 처럼 도저히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버그투성이라도 환불은 없습니다. 아직 한푼도 쓰지 않은 상태가 사기라면 이렇게 이미 $60을 지불한 뒤의 좌절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할까요? 저자는 90년대를 '영광스러운 나날'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사실 그 영광스러운 나날에도 똥같은 게임은 숱하게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돈 내고 이 똥들을 산 뒤에 좌절했습니다. 다만 기억에서 잊혀졌을 뿐이죠. 어찌보면 모든 것은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리테일 게임의 세계에서 게임은 뷔페입니다. 이미 비용을 선불로 지불했으니 당연히 모든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죠. 무료 게임은 무료 뷔페 입장권이고 따라서 당연히 돈은 지불하지 않았지만 모든 컨텐츠는 무료로 무제한으로 즐길 것을 기대합니다. 이 관점에선 원문에서 인용한, 아스팔트에서 모든 자동차를 언락하기 위해선 $3,500을 지불해야한다는 사례는 당연히 분노해야할 사안이죠. 뷔페 입장만 무료일 뿐, 안의 메뉴들은 추가 요금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F2P의 세계에서 게임은 서비스입니다. 한마디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공원인거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뿐 자유이용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선 돈을 내야죠. 아무도 $3,500을 내고 모든 자동차를 언락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일 뿐이죠. 물론 그렇다고 정말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즐길 수 없다면 사람들은 이 공원을 찾지 않을테고 결국 파산할 겁니다. 그러니 퍼레이드도 하고 화단도 가꾸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 앱 결제가 게임 산업을 망친다는 것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해입니다. 실제로 부분유료화 모델은 아시아의 게임 시장과 전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전보다 수백배 수천배로 키워줬지요.
  4.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래 페북에 썼던 글인데 반응이 좋아 포럼에 옮깁니다. ---------- 콜 오브 듀티 온라인은 예상대로 꽤 잘 만들었다. 기존 콜옵의 미션들을 PVE로 활용하고 있고, 기존에 이미 검증된 맵들 외에 중국 유저들을 위해 랜덤 스폰이 아닌 고정 베이스 기반의 팀 데스매치 맵도 추가했고, 스토리 기반이 아닌 서바이벌 베이스의 PVE도 있고 좀비 모드도 있다. 중국의 평균적인 사양을 감안해서 그래픽도 다운시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텐센트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 매 년 천만장 이상 팔아제끼고 있는 월클급 IP인데도 말이다. (러시아 안에서만 잘나가는데도 '너네가 게임을 알아?'라는 마인드로 퍼블리셔를 다 씹었던 모 게임과는 달리).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게임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크파에 익숙한 중국의 게이머들 취향에 맞춰 뜯어고치다보니 오히려 크파 하다 말고 이걸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냥 그래픽이 조금 더 좋고 우클릭으로 줌 해야하는 것이 불편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특히 중국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고정 베이스 기반의 맵을 추가한 것이 치명타. 콜옵의 PVP 멀티는 랜덤 스폰 때문에 전투 국면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고정 베이스 기반 맵이 있으니 유저들은 굳이 새로운 랜덤 스폰을 하는 대신 그냥 고정 베이스 맵에 눌러 앉아버렸다. 게다가 그래픽이 좋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크파와 tgame (역전)에 비교해서지 객관적으로 지금 기준으로 딱히 좋지도 않다. 저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 고사양에서도 옵션이 잘려나가서 2~3년 전 게임으로 보인다. 애초에 FPS 시장의 보수성을 감안할 때 크파나 tgame 잡는 건 무리이고 A.V.A나 워페이스가 점유하고 있는 하이엔드 FPS 시장은 장악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그마저도 어려워보인다. 새로운 게임플레이에 대한 욕구는 결국 하드코어 게이머의 것인데, 이들은 게임플레이 못지 않게 그래픽에 대한 욕구도 갖고 있다. 좋은 게임을 가지고, 시장에 맞췄을 뿐인데 오히려 매력이 다 깎여버린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맡아온 FPS 게임들은 하나같이 뭔가 매력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좀 낯설고 어렵고 불친절한 녀석들이었다. 매력은 있지만 그 매력을 느끼기 전에 다들 도망가버리는 이 게임들을 나는 '청국장 같은 게임'이라고 부른다. 콜옵은 굉장히 캐주얼한 게임이지만, 보수적인 아시아 온라인 FPS 시장에선 청국장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국장의 냄새를 완전히 지워버려서 되나... 상업예술로서 시장과 관객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본연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내일로 칸타빌레와 유사한 면도 있다. 위험하니까 만화적인 연출은 날리고 (일본이 좀 더 만화적인 연출에 익숙하긴 하지만 꽃남을 생각해보면 한국 시장에서 만화적인 연출이 안먹힌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판과의 비교 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것이 합리적인 결론일 수는 있다.). 그래도 캐릭터는 살려야겠으니 바보같은 인형 옷은 입히고. 제작비가 모자라니 PPL은 집어 넣고. 이미 검증된 요소인 제2남주와 삼각관계를 집어넣자. 이 모든 걸 종합하니 결국은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와버렸다. 반면 미생은 오히려 극화였던 원작에 없던 '만화적인' 연출을 군데군데 사용하면서 (눈에 비치는 하트 조명...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만화 원작'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씬들은 대사 하나 하나 전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단, 원작에서 다소 평면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좀 더 강화했다. 그래 나 청국장이다. 청국장이니까 당연히 냄새가 나지. 그런데 맛나단 말이다! 라고 외치는 것 같다. 기획자들은 필연적으로 하드코어 게이머인 경우가 많다. 시끄럽기만 하고 돈은 안되는, 정작 돈 낼 유저들의 취향은 모르거나 경멸하는. 그래서 주니어들에게 항상 주문하는게 덕내부터 빼고 오라는 것이고, 나 스스로도 항상 이게 프로페셔널한 기획자로서 도출한 결론인지 게이머로서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돌아보고 점검한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런 식으로 뭔가를 자꾸 쳐내는데 익숙해진다. 콜옵 온라인을 보고, 내일로 칸타빌레를 보고, 미생을 보고 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는 과연 지금 청국장에서 냄새를 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분의 청국장은 안녕하십니까?
  5.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가마수트라에 아주 알기 쉽게 잘 풀이한 포스트가 있어 소개합니다. http://www.gamasutra.com/blogs/BobbyRoss/20140720/221342/The_Visual_Guide_to_Multiplayer_Level_Design.php 그나저나 저자가 구공온의 월드 디자이너이자 파이어폴의 월드 빌더라고 나오는데.. 잘 아는 양반이 파이어폴은 왜...
  6.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ttp://www.redblobgames.com/articles/probability/damage-rolls.html 난수를 통해 데미지를 결정시키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한 글입니다. 직접 주사위를 굴리는 TRPG 쪽에 좀 더 유용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유용할 것 같아 공유합니다. 번역은.. 뭐 능력과 시간이 되시는 분이 해주시겠죠.
  7.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207779/ethical_freetoplay_game_design_.php?page=4 'F2P 게임들은 대체로 1년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만. 전반적으로 F2P 게임을 디자인할 때의 원칙에 대해선 나름 잘 정리해뒀다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라 실무적인 테크닉은 전혀 배제되어있습니다만, 한번쯤 읽어봐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네요. 시간 되면 번역하든지 하겠습니다. 참고로 I have no mouth but I must design의 그렉 코스티겐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8.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트위터에 잠깐 끄적였다가 GDF로 옮겨보는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 GDF로 옮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존 온라인 FPS 게임들의 튜토리얼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재미가 없는 건 둘째치고, 튜토리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FPS 튜토리얼들은 제한된 환경내에서 지시하는 행동을 한번씩 수행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 앞에 보이는 과녁을 좌클릭으로 쏴서 맞추시오 - 우클릭으로 줌 해서 과녁을 맞춰보시오 - R을 눌러 재장전 하시오 기본 조작은 이렇게 숙지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튜토리얼 때문이 아니라 크파 동접 400만에 서든 동접 20만을 넘긴 이 시점에 WASD로 이동하고 왼클릭으로 총 쏘고 R로 재장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해당 게임만의 특별한 조작을 숙지시킬 필요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구급백으로 동료를 살려낸다거나, 지뢰를 설치한다거나, 탄약을 보급하는 등의, 크파나 서든에 없는 액션을 저렇게 한번 따라해보기로 숙지시킬 수 있을까요? 없다고 단언합니다. 사실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할 부분은 저런 게임만의 특수한 조작인데,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미 공통화된 조작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놓고는 '튜토리얼이 길면 유저들이 지겨워하니까' 정작 교육이 필요한 부분은 짧게 치고 끝내버립니다. 그래놓고는 튜토리얼을 끝냈으니 유저들이 조작법을 익혔다고 간주하지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튜토리얼은 실제로 PVE 게임을 띄워놓고 필요할 때 필요한 조작을 알려주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기어즈 오브 워 1편의 튜토리얼이 바로 그런 식이었죠. 약하지만 어쨌든 적들이 배치되어있는 스테이지를 해쳐나가야 하는데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역동적으로 도움말이 나타납니다. 총알이 떨어질 땐 어느 버튼을 눌러서 총알을 채워라. 엄폐물 근처에 가면 이 버튼 누르면 엄폐한다, 적이 옆으로 돌아 들어오면 이 버튼 눌러서 옆 엄폐물로 이동하라 등등. 이런 방식의 튜토리얼은 일단 튜토리얼 자체가 재미있을 뿐더러, 조작법을 맥락과 함께 알려준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수류탄은 언제 던져야 하며 어떻게 던지는가를 전투 상황 속에서 실질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거지요. 튜토리얼 단계에선 Contextual Help가 뜰 때 게임이 잠시 멈추도록 해놓고, Contextual Help는 이후 쪼렙 구간에서 계속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없는, 완벽하게 위험이 배제된 상태에서 '알려줄테니 한번 해봐라' 식으로 진행되는 튜토리얼은 사실 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튜토리얼을 위한 튜토리얼이랄까요. 하다못해 '타겟 센터에 놓고 스위치'도 멍해질 정도로 반복시키는데, 대부분 튜토리얼은 그냥 한번만 시켜보고 말지요. 그렇다고 반복할 이유를 남겨두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딱히 잘 된 케이스는 아니지만 배필온 같은 경우는 실제 게임과 유사한 상황을 스크립트로 제공하고, 타임어택 요소를 넣어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긴 했습니다...만 역시 그래도 어렵다고 했지요. 또한 튜토리얼은 주로 게임 안에서의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보다는 게임 밖에서의 행위가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인게임 컨트롤은 게임마다 대동소이하지만 이 게임의 프론트엔드 (로비)는 정말 각각이잖아요. 어딜 눌러야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지, 어딜 누르면 창고인지 이런 건 정말 게임마다 다르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예전에 몸담았던 모 게임의 경우, 튜토리얼 끝나고 많은 유저들이 이탈한다고 몇달 들여 튜토리얼을 뒤집어 엎었는데 실제로 보면 막상 튜토리얼 끝난 뒤에 뭘 눌러야 게임 시작하는지 몰라서 이탈하는 유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마더 로씨아의 웅대한 기상이 낳은 참극이었죠. 시작 버튼 위에다가 거대한 화살표 박아달라고 했더니 "너넨 문맹국가냐? 너네나라 말로 '게임입장'이라고 쓰여있는데 왜 거기다가 화살표를 박아야하는데?"라고 답변이 와서 멘붕했던 아픈 기억이.. 이야기가 잠시 새긴 했습니다만, WASD가 아닌 OPQA로 이동하고 마우스 클릭이 아닌 스페이스 바로 총을 쏘는 게임을 만들게 아니라면, '게임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사실 인게임 조작법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한 교육을 '메타 튜토리얼'이라고 부르는데 피파온라인3나 카스온2의 경우 이걸 잘 해놓았죠. 반대로 파이어폴이나 플래닛사이드2(북미판) 같은 경우는 이걸 비디오로 떼우는 만행을 저질러서 아주 기겁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내용을 정리하자면요. 1. 기본 조작법도 중요하지만 게임만의 특수한 조작이 중요하다. 2. 한번 알려주고 시켜주는 걸로는 부족하다. 3. 게임과 유사한 상황에서 Contextual Help로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자 4. 무슨말인지 모르겠으면 기어즈 오브 워 1편의 튜토리얼 비디오를 보자 5. 프론트엔드 (로비)에서의 조작법 또한 중요하다. 게임마다 제각각이니까. 6. 비디오로 떼우면 ㅈ망한다. 온라인 FPS는 온라인 RPG보다 훨씬 캐주얼한 장르이며, 사용자 특성 또한 다릅니다. 새로 나온 MMORPG를 다운받으면 최소한 한두시간은 해보지만, 온라인 FPS는 다르죠. 튜토리얼 끝내고 접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처음 한시간을 플레이시키기가 힘듭니다. '크파/서든이랑 다르다 -> 모르겠다 -> 에이 크파/서든이나 하러 가자'로 빠지기가 쉽지요. 그런 점에서 사실 전 튜토리얼 - 메타 튜토리얼이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만, 실제로는 많은 자원이 투입되지 못하죠...
  9.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래는 울펜슈타인 뉴 오더 (이하 뉴오더)의 풀 리뷰를 쓸 생각이었습니다만, 고양이가 멀티탭을 건드리는 불의의 사고로 세이브 데이터가 망가져서 중후반까지 진행했던 모든 것들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차마 다시 플레이할 수는 없어서, 간단하게 게임 디자인 적으로 눈여겨볼 2가지를 추려봅니다. 1. 공간 탐색을 재미를 다시 강조하다. 1993년의 FPS의 맵과 2010년의 맵을 비교한 유명한 짤방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혐오하는, 맥락을 무시한 멍청한 짤방이죠. 울펜슈타인, 둠 시절의 FPS는 기본적으로 던전RPG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이 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혹시 어딘가에 숨겨진 공간이 있진 않을까. 이런 긴장감이 그 시절 FPS의 핵심적인 재미였죠. 하프라이프는 복잡한 비선형적인 맵 구성을 퍼즐로 대체하는 대신 이제까지 게임 플레이와는 분리되어왔던 스토리텔링을 게임 플레이 안으로 포섭시켰습니다. 그리고 콜 오브 듀티에 와서는 그나마 있던 퍼즐조차도 버리고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장대한 모험극을 1인칭으로 즐기게 되죠. 그리고 이 스타일이 현재의 FPS 게임에선 주류가 됩니다. 애초에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고, 그에 따라 맵 디자인도 바뀌어온 것인데 이런 맥락을 제쳐놓고 막연하게 과거에 비해 맵 디자인이 바보같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 특히 게임 디자이너라면요. 뉴오더는 하프라이프 이후로 사라진, 바로 그 공간 탐험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선형이고 시나리오에 따라 강제로 하수구, 감옥 등 다양한 공간에 배치됩니다만 이 공간들은 콜옵 처럼 완전히 자동 선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미지의 공간을 탐험해서 길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갈림길도 있고, 지름길도 있고, 지름길을 잘 찾으면 다소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하는 보너스도 있지요. 다만 공간 탐험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서 위에 보이는 1993년 게임처럼 방대한 맵을 탐험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비선형 구조를 지닌 작은 던전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져 선형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3층 건물의 1층으로 진입해서 옥상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한번에 1층에서 옥상까지 가는 중앙 계단이 없고, 각 층에서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아야 하는 거에요. 그럼 전체적인 진행은 1층 -> 2층 -> 3층 -> 옥상으로 빠져나가는 선형 구조가 됩니다. 하지만 각 층은 서로 다른 레이아웃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층의 비선형적인 공간을 탐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비선형 맵이 이어져서 선형 구성을 이루죠 실제로는 작은 비선형 맵도 어느정도 방향성을 지니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왼쪽 오른쪽 이 문을 열까 말까 두근두근하는 맛은 있습니다.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 자체는 과거의 저 거대한 비선형 맵보다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콜옵 식의 진행에 익숙한 캐주얼 게이머들에게는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를 주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시리즈의 전통인 숨겨진 공간, 보물수집을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저렇게 ?로 표시해놓으면 밝혀내지 못할 비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보물도 존재하고 보물이 있는 곳은 알겠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퍼즐인 경우도 많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다른 곳에 있는 환풍구를 탄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2. 튜토리얼과 성장, 게임의 결합 - PERK 성장 개념이 있는 FPS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망작이었던 2009년 울펜슈타인에도 있었고 파크라이에도 있었죠. 그런데 이전까지의 성장은 주로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자동으로 어떤 능력이 주어지거나, 게임 진행으로 얻은 자원으로 구매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보스를 죽였으니 보스가 가진 능력을 하나 준다거나, 혹은 이제 20레벨이 되었으니 스킬 포인트 1점을 가져가고 이걸 원하는 곳에 박으라는 식이었죠. 뉴오더의 PERK는 도전과제와 비슷하게, 행위를 통해 능력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예시를 보자면 헤드샷을 40번 하고 나면 무기를 바꾸는 속도를 높여주는 '퀵드로우'라는 특성을 얻는다는 식이죠. 나이프로 몇명의 적을 암살하고 나면 나이프를 던져서 암살할 수 있게 되고, 수류탄으로 사람을 얼마 이상 죽이면 수류탄 보유량이 늘어나는 식입니다. 그리고 선행 퍼크를 배워야 다음 퍼크를 열 수 있는 등의 연쇄도 존재하지요. 이 PERK 구성은 일단 특정한 행위를 반복할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도전과제와 유사하지만, 이게 게임 플레이에 보너스 혹은 성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선 언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행위들이 단순한 동작을 무식하게 반복시킨다기 보다는 '벽에 엄폐한 상태에서 총 쏘기', '지휘관을 죽이기' 등 이 게임의 특징적인 행위를 반복시킨다는 점에서는 그 행위에 대한 튜토리얼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퍼크를 열기 위해 필요한 반복 횟수가 비교적 적고, 그림과 설명이 크게 따라나온다는 점에서 특히 이 튜토리얼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10.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아래 네버윈터의 전투-스킬과 함께 다루려고 했다가 부연이 길어서 따로 정리합니다. 그동안 D&D 시리즈는 비 마법적 공격을 단순히 '공격' 하나로 처리해왔습니다. 마법사나 사제 등 마법을 가진 클래스들은 상황 봐가면서 자신이 가진 여러가지 능력들 중 무엇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만 전사나 도적 등은 그냥 '때려요' 밖엔 선언할 게 없었죠. 물론 명중을 희생해서 데미지를 높이는 파워 어택이라거나, 적을 앞뒤로 포위하면 명중에 보너스를 받는 플랭킹(도적은 플랭킹 상황에서 기습을 적용받으며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등과 같이 고민할 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모든 선언은 그냥 '때려요'입니다. 그리고 파워어택이든 플랭킹이든 사실 가능하면 무조건 해야하는 거지, 이거 대신 저걸 쓴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성은 없어요. 그리고 공격 판정도 굉장히 심플했습니다. 각 마법은 의지력, 반사신경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고 그래서 마법은 상대의 저항을 고려해서 골라야하지만 공격은 그냥 방어도(AC) 하나만으로 퉁쳐졌죠. 스켈레톤은 칼로 때리면 데미지가 덜 들어간다는 정도 외엔 딱히 차이가 없습니다. WOD만 하더라도 공격에서 선택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피와 살이 튀는 처절한 육박전이 주가 되는 워울프의 예를 들자면 기본적으로 명중률이 낮은 대신 데미지가 높은 '할퀴기'와 명중률이 높은 대신 데미지가 낮은 '물기', 성공하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껴안기' 등 상당히 많은 공격 옵션이 존재하지요. 그런데 데미지의 양은 '공격의 기본 데미지 + 명중에서 온 보너스'이고 공격 횟수는 원하는 대로 쪼갤 수 있기 때문에 (쪼갤수록 명중률은 떨어집니다.) 얼마나 쪼개서 때릴지도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잘게 쪼개서 많이 성공하면 총 데미지양은 늘어나겠지만, 각 공격에 대해서 각각 데미지 흡수 판정이 있기 때문에 너무 잘게 쪼개면 총 데미지양은 높은데 데미지가 모두 흡수되어서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적게 줄 수 있습니다. 상대의 대미지 흡수력에 따라 어떤 메뉴버로 어떻게 쪼개서 얼마나 때려야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또 본행동에 이어서 돌아오는 추가 행동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고민해야죠. 본행동을 쪼개서 공격하고 추가행동으로 정해진 횟수 만큼 회피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본행동에선 공격하는 대신 확률은 계속 낮아지지만 횟수에 관계 없이 모든 공격을 회피 시도할 수 있는 전력회피를 선언하고 추가 행동으로 아프게 데미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전투에요. 물론 그 반대급부로 전투 페이스가 느리긴 합니다만. D&D4는 그동안 마법 클래스들만 가졌던 '매뉴버'의 개념을 모든 클래스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파워'라는 형식으로 말이죠. 특히 기본 공격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대신 즉시기'At Will Power'라는 파워를 갖게 됩니다. 1레벨에서도 여러개가 제시되고 이들 중 2개를 배우게 되죠. 그래서 '기본 공격'에 해당하는 공격을 할 때에도 여러가지 옵션이 생깁니다. 데미지가 적은 대신 명중률이 높은 공격, 반대로 명중률이 높은데 데미지가 낮은 공격, 데미지는 약하지만 상대를 한칸 밀어내는 공격, 보통 데미지이지만 상대의 어그로를 끄는 공격 등 전사도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거지요. 그리고 기존 마법 클래스들의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우기'Encounter Power'가 주어집니다. 넓은 범위에 공격을 가한다거나, 특별한 속성 공격을 하는 등 즉시기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하지만 한 전투에서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지요. 쉽게 말하자면 이제 근접 공격 클래스들도 '필살기'가 하나씩 생긴 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우기보다도 강력한 일일기'Daily Power'도 주어집니다. 조우기보다도 훨씬 강력한 기술이지만 게임 상 시간으로 하루에 한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립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보스전까지 아껴둬야 하는 궁극기이자 초필살기인 거죠. 이렇게 기술들의 사용 횟수와 빈도에 대해 제한이 걸림에 따라 D&D 4에서는 기술을 카드 형식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즉시기를 사용할 때엔 해당하는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조우기나 일일기는 사용하고 나면 마스터에게 돌려주고, 마스터는 전투가 끝나거나 날짜가 바뀔 때 다시 플레이어에게 돌려주는 형식이죠. 조우기나 일일기는 전투 혹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같은 기술을 다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존의 '메모라이즈'(마법사는 그날 쓸 마법의 종류와 갯수를 따로 지정해야했습니다.)가 굉장히 직관적이고 편하게 정리되었스니다. 또한 카드에 어떤 속성이고 어떤 굴림을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리되어있어서 많은 스킬들을 보고 익히고 쓰기에도 편하구요. 단, 마법사는 다른 클래스보다 많은 일일기를 배우고 이 중 어느것을 쓸 지 전날 결정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메모라이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죠. 이런 파워 개념 외에도 내부 시스템이 굉장히 워게임스럽게 바뀌었습니다. D&D 3.5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사각형 격자 맵을 사용하고 지형, 시선(Line Of Sight)나 통제지역(Zone Of Control. 적 유닛과 인접한 타일에 들어가면 멈춰야 한다) 등과 같이 위치에 따른 전략 요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탱커들 같은 경우는 상대를 밀고 당기는 등의 액션도 있고 어그로를 끄는 파워도 있습니다. (어그로를 끈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을 공격하면 페널티를 받는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또 플레이하고 싶은데... 기회가 잘 안생기네요. ㅎㅎ
  11.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과거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MMORPG라는 것을 한번 연구해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담당했던 부분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대략적인 컨셉을 잡는 것이었는데 이때 중점을 뒀던 부분이 바로 스킬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었죠. 1부터 =까지 한줄에 12개, 그것도 모자라서 2줄 3줄의 스킬바에 스킬을 쌓아두고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부담이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디아블로3, 길드워2,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등의 게임을 참고해서 여러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되 이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스킬덱이었습니다. 입맛에 맞게 전략적으로 스킬 덱을 구성하고 실제 전투는 기본 공격 중심으로 단순하게 가져가다가 스킬은 쓸 수 있으면 그때 그때 쓴다는 심플한 컨셉이었죠. 해당 프로젝트가 접히면서 이와 관련된 생각이나 연구는 딱히 진행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비슷한 컨셉의 게임이 나와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티 오브 히어로즈로 유명한 크립틱에서 제작한 네버윈터 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HUD를 한번 보시죠. 제일 먼저 가운데에 눈에 띄는 노란 보석은 액션 포인트 게이지입니다. 적을 공격하고 죽일 때 마다 차오르지만 비전투 상황이라고 해서 깎이지는 않습니다. 그 위에있는 ^자는 사실 2칸으로 구성된 스태미너 게이지로, 굴러서 동적 회피를 할 때 마다 한칸씩 빠집니다. 그리고 이 보석 좌우에 있는 1,2번 슬롯은 각각 2개의 궁극기(Daily Power) 입니다. Q,E,R에 할당되어있는 세개의 빨간 슬롯은 3개의 특수기(Encounter Power)이고 마우스 좌/우 클릭에 할당된 두개의 녹색 슬롯은 즉시기(At-Will Power) 입니다. 즉시기는 딜레이 없이 마음껏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At-Will Power 이고 기본 공격에 해당합니다. 특수기는 쿨타임이 있어 어떤 특수기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10~20초 정도의 기다려야 합니다. 궁극기는 스킬 자체에 쿨타임은 없습니다만 액션 포인트가 만충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하고 나면 다시 채워야죠. 이 기본 구성은 길드워2의 전사 캐릭터 스킬 시스템과 거의 동일합니다. 아드레날린 게이지가 3단계가 아니라 한칸이고, 마우스로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죠. 하지만 사실 이 구성은 유명한 TRPG 시스템인 Dungeons And Dragons(이하 D&D)의 최신작, D&D4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D&D4에서 즉시기는 매 턴 한번씩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특수기는 한번의 전투에서 단 한번만 쓸 수 있고 궁극기는 하루에 단 한번 쓸 수 있는 기술이죠. 이 턴제 TRPG 시스템에 최적화되어있는 구성을 실시간 액션 MMORPG에서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아주 매끄럽게 옮겨놓았습니다. 브라보. 그리고 눈여겨보셔야 할 점은 특수기를 쓸 때 쿨타임을 제외하면 어떤 자원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MP를 소모하고 누구는 분노를 축적했다가 방출하고 누구는 딜 구슬을 모았다가 쓰고 이런 식의 2차 자원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관리해야 할 부분은 HP와 쿨타임이 전부입니다. Tab키에 할당된 파란 버튼은 클래스별로 다른 역할을 해줍니다. 제 캐릭터는 도적인데 Tab키로 은신 모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서 약간 좌하단에 위치한 보라색 그래프가 바로 스텔스 미터로 이게 끝까지 차있어야 은신에 들어갈 수 있고 은신에 들어가면 줄어드는 형식입니다. 도적의 모든 특수기들은 은신 상태에선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마법사는 특수기 1개를 골라서 Tab 버튼에 할당할 수 있는데 Tab에 할당되면 스펠 전문화라고 해서 그 마법은 추가 데미지나 부가 효과가 같은 보너스를 받는 식입니다. 그리고 Tab과 Q 사이에 작은 노란 버튼 2개가 보이는데 이는 클래스 특성 스킬을 할당하는 자리입니다. 플레이어는 여러개의 클래스 특성 스킬들 중 2개를 골라 저기에 배치할 수 있죠. 당연히 배치한 스킬만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즉시기 2개, 특수기 3개, 궁극기 2개 + Tab 까지. 총 8개의 파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당연히 배울 수 있는 파워는 훨씬 많습니다. 이들 중 당장 쓸 것을 8개 채우는 거죠. 즉시기도 여러가지가 있어 골라서 잡으면 됩니다. 1레벨에서 받는 즉시기는 앞으로 전진하면서 적을 베는 근접 공격과 멀리 떨어진 적에게 단검을 날리는 (LOL 코르키의 미사일처럼 3초당 1개씩 생기는데 총 8개까지 축적됩니다.) 원거리 공격 이렇게 두가지였습니다. 뒤에 한 자리에서 연속해서 상당히 여러번 베면서 큰 데미지를 주는 근접공격이 생겼는데 발동까지 시간이 걸리고 일단 베기 시작하면 공격을 끊기가 까다로워서 처음 받았던 근접 공격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원거리 공격은 발동이 조금 느린 대신 한번 공격하면 DOT 데미지를 주는 파워가 생겨서 갈아치웠죠. 자기 플레이 패턴이나 다른 스킬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파워 덱을 구성하는 재미도 찰집니다. 단, 파워를 갈아치면 10초간은 그 파워를 못씁니다. 그리고 나서 위쪽의 파워 트리를 보시면 실제로는 이게 트리가 아니라는 점에 눈길이 가실 겁니다. 파워 간에 딱히 선/후 관계가 없어 파워 트리에 특정 포인트를 쓰기만 했으면 그냥 익힐 수 있습니다. '특정 레벨'이 아니라 '특정 포인트 투자'라는 부분이 또한 포인트인데요, 첫줄에 있는 스킬들 위에 20포인트부터 사용 가능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일 겁니다. 20레벨이 아니라 30레벨 아니 100레벨에 도달해도 파워에 20점을 쏟아붓지 않았다면 그 이후의 파워는 얻을 수 없습니다. '레벨'이 아니라 '이제까지 투자한 포인트'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포인트를 아껴두었다가 후반 레벨에 나온 좋은 스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각 스킬은 3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 3단계 업그레이드도 20점을 투자한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30점 이후의 파워들은 파라곤이라고 해서 30레벨에서 결정하는 세부 직업에 따라 결정됩니다. 도적의 경우 은신-기습을 주로 하는 Master Infiltrator와 장거리 공격에 중점을 두는 Whisperknife로 쪼개집니다. 그리고 뭘 고르는지에 따라 30포인트 이후의 스킬셋이 달라지요. 캐릭터 특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캐릭터 특성은 클래스 특성과 달리 퀵슬롯에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데, 각 열에 몇점 이상을 투자해야만 다음 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열리는 구성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의 특성들은 30레벨 전까지는 잠겨있다가 무슨 세부직업을 고르느냐에 따라 다시 달라지죠. 스태미너를 소모해서 동적 회피를 할 수 있고, 2차 자원 없이 쿨타임만으로 스킬들을 통제하는 것은 길드워2와 동일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이 게임은 블레이드 앤 소울과 같은 형식의 논타게팅 액션 전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우스룩에 WASD로 이동하고 그래서 파워와 관련된 단축키들은 1,2(궁극기) / Q,E,R (특수기) / Tab에 기본적으로 배치되어있지요. 3번은 아티팩트 슬롯이고 누르기 힘든 4,5,6번은 포션 빠는 슬롯, 7은 탈것을 불러내는 데에 할당하고 있습니다. 전투에 들어가면 힘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쉽게 파워를 쓰고 포션을 빨 수 있습니다. 블소의 경우는 대전게임의 연속기라는 개념에 좀 더 집중해서 어떤 공격을 명중시켰느냐에 따라 스킬들이 계속 바뀌고 그 가운데 써야 할 스킬들을 또 재빨리 눌러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만 네버윈터는 그런 것 없습니다. 스킬은 쓸 수 있고 쓰고 싶을 때 쓰면 되는 것일 뿐이죠. 대신 기본 공격의 모션이나 타격감이 괜찮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양 MMORPG는 타격감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네버윈터의 타격감은 상당히 시원시원하면서도 플레이하면 피곤할 정도는 아닌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자로써 길드워2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전투 템포가 다소 느리고 6번 이후의 스킬을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불만이었습니다만, 네버윈터는 이를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잘 풀어냈습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전투라는 점에서는 이제껏 나온 MMORPG 중에선 가장 뛰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블소 처럼 피곤하지도 않구요. 다만 이렇게 전투-스킬 시스템을 잘 만들어두고도 정작 나머지 부분에서는 각 레벨 대에 맞는 존이 있고 거기 가면 또 메인퀘와 잡퀘들이 우루루 공급되는 모습이 아주 일반적인 MMORPG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WOW에서 성공했지만 한번 지나간 공간을 두번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맵이 말 그대로 '소모'되고 레벨에 따라 유저들이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된다는 문제가 있었죠. 사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길드워2가 밝혀냈다고 봐야겠습니다만. 컷씬 따위 없고 심지어 인게임 연출도 없이 단순히 대화창으로만 돌아가는 메인 퀘스트의 진행이나, 같은 공간에서 계속 뺑뺑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 스타워즈 구공화국이나 블소처럼 아주 많은 자본이 투입된 게임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딱히 필드 이벤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필드 상에서 유저의 협력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여기 있다는 정도 외에 딱히 MMORPG로서의 MMO함이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필드를 걷어내고 인던 중심으로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뭐 이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룰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여하튼 스팀에서도 서비스 중이니 한번쯤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메타 크리틱 점수는 낮은데 꽤 재미있어요. 다만 이게 스팀 계정가지고 게임 계정을 연동하는게 아니라 공홈에서 별도 계정을 만들어야하는데 한국은 IP 제한이 걸려있을 겁니다. Zenmate가지고는 안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7일 혹은 30일 무료 체험 있는 상용 VPN으로는 등록이 될 겁니다. 일단 계정만 만들면 플레이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12.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0. 동기식 멀티플레이의 금기 예전 피쳐폰 시절도 그렇지만, 아이폰이 도입된 초기엔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개념은 안드로로 날려보내고 익숙한 게임을 단순하게 스마트폰으로 이식한 게임이 많았습니다. 정확하지도 않은 가상 패드를 쓰고 로딩은 길고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기존 게임의 모사품들이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바일 게임이란 언제 어떻게 하다가 언제 어떻게 관둘지 모른다는 특성을 이해하면서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언제든 멈출 수 있거나 플레이 단위가 아주 짧아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 원칙들이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실시간 멀티플레이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죠. PC에서 실시간 멀티플레이 게임이 잘 되니까 모바일에서도 실시간 멀티 플레이 게임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배터리는 엄청나게 먹지요, 모바일 네트워크는 불안정하지요, 플레이는 언제 중단될 지 모르죠. 확밀아, 퍼즐 앤 드래곤 등 성공한 게임들은 모두 비동기식 멀티 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스니다. 만일 2014년 지금 누군가가 모바일로 실시간 동기식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면 대못박힌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후려쳐도 업계 보호 차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했습니다. 드래곤 포커(이하 도라포)라는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시죠. 1. PVE 포커 RPG 게임 플레이는 간단합니다. 5명의 플레이어가(사람이 부족할 경우 CPU가 대신 채웁니다.) 파티를 짜서 던전에 들어가고, 매 스테이지마다 1~3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매 턴마다 플레이어가 먼저 공격을 하고 몬스터가 반격을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턴 마다 4장의 카드를 받고 그 중 1장씩의 카드를 냅니다.(다음 턴이 되면 리셋해서 다시 4장의 카드를 받습니다.) 원페어부터 파이브카드에 이르기까지, 일단 역이 메이드 되면 메이드 된 카드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합니다. 포커 룰 대로라면 역을 메이드해서 공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만, 도라포의 포커 룰은 원래의 포커룰보다 훨씬 느슨합니다. 위 오른쪽 스크린샷을 보시면 2-3-4-5-5의 5장인데도 스트레이트가 메이드 된 것을 볼 수 있지요. 도라포는 5장이 아닌 4장만으로도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지며 중간에 페어가 한장 끼어있을 경우 5장 모두 스트레이트로 칩니다. 4장이 아닌 3장만 연속되어도 '미니 스트레이트'라고 해서 역으로 쳐주기도 하지요.(단, 원페어보다 아래로 칩니다.) 플러쉬 역시 스다하크(스페이스,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의 4종으로 구성된 기본 포커와 달리 적-청-녹 3개의 속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훨씬 메이드하기 쉽습니다. 대신 플러쉬는 투페어보다도 아래로 설정되어있지요. (그리고 익히 짐작하시겠지만 3속성은 수>화>목>수 의 가위바위보 밸런스입니다.) 다섯명이 한장씩 차례대로 내기 때문에 실제로는 20장의 카드 중 5장으로 역을 만드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역은 잘 나오는데, 이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쏠쏠합니다. 한명 한명씩 카드가 쌓여가면서 어떤 역들이 가능한지 점점 구체화되고, 최종적으로 큰 역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긴장감은 사실상 세븐카드 포커에서 한장씩 카드를 받아볼 때와 같은 감정입니다. 다만 완전 랜덤인 세븐카드 포커와 달리 여기선 각자가 특정한 역을 그리면서 카드를 낸다는 점이 차이겠지요. 2. 어째서 동기식 멀티플레이인가?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각자 무슨 카드를 지금 손에 들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습니다. 사실 자기 차례가 되기 전엔 본인도 자신의 손패를 알 수 없죠. 그래서 사실 굉장히 정교한 전략이나 협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무슨 역을 만들지는 2~3구에 이미 정해지고, 그 뒤는 정말로 그 카드들이 손에 들어오느냐의 문제 뿐이죠. 위 스크린샷을 보면 1,2구째에 목 속성으로 7,8이 만들어졌습니다. 스트레이트 또는 플러쉬 비전인데 3구째 플레이어가 6이나 9가 없었는지 일단 Q로 플러쉬 비전을 붙여둡니다. 어차피 4장만으로 스트레이트가 가능하고 플러시가 원페어보다 약하기 때문에 수 속성의 9를 갖다 붙여서 스트레이트 비전을 밉니다. 그리고 5구째에 불7을 붙이면서 원페어로 망했죠. 사실 할 일이 명확하기 때문에 머리 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손에 들어오지 않은 카드는 내지 못하니까 결국 7을 내서 원페어로 망하더라도 딱히 그사람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에서 협력이라는 건 사실 정교한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단순하게 5명의 운을 합쳐서 같이 굴리고 모두 함께 보상받죠. 이것도 엄연히 협력이고, 멀티플레이 협력에서 요구되는 보상과 의외성이 모두 충족됩니다. 물론 그 댓가는 참혹합니다. 동기식 멀티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서버와 통신해야 하며 통신망에 이상이 생기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뜹니다. 3G 인터넷 환경이 좋은 한국은 모르겠지만, 안터지는 곳도 많고 터져도 속도가 1K씩 나오는 이곳 중국에선 정말 자주 보는 화면이죠. 내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복귀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접속이 끊긴 채로 내 차례가 지나면 AI가 자동으로 패를 내버립니다. 그나마 저렇게 돌아오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간신히 접속 이어서 들어와보니 이미 다 죽어있으면 참 억울하고 짜증이 납니다. 게임 내적 요인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플레이어에게 게임 내적으로 손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만, 이 게임에선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과일은 달콤합니다. 반대로 이 게임이 비동기식 멀티플레이를 채택했다고 한번 가정해봅시다. 확밀아처럼 레이드를 뛸 수도 있을테고, 퍼드 처럼 남에게서 카드를 한장 빌려올 수도 있겠죠. 어느 쪽으로 가든 간에 유저는 오롯이 자신의 운으로 게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커라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원페어 이상을 만들기 어려운 게임이죠. 협력에 의한 즐거움 이전에 기본 게임플레이에서부터 역 만들기가 어려워 짜증날 가능성이 큽니다. 3. 또다른 랜덤 요소들 콜렉팅 카드 게임으로 당연하게 스킬과 합체기라는 또다른 요소들이 게임에 개입합니다. 각 카드는 최대 1개의 스킬을 지니고 있는데, 카드가 메이드 된 역에 포함되어 공격할 때 랜덤하게 발동됩니다. 체력을 회복시켜준다거나, 특정한 속성을 공격을 가한다거나, 적 전체에게 공격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지요. 반면 합체기는 랜덤이 아니라 메이드 된 카드들 중 같은 카드가 2장 있거나 서로 연관된 카드들이 있을 경우 반드시 발동됩니다. 같은 카드 2장은 익히 예상할 수 있지만 연관된 카드라는 건 딱히 게임상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나오죠. 그럼 이런 표정이 되는 겁니다. 4. 게임의 중심요소로서의 의외성(도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게임의 핵심 가치는 다섯명의 운을 합쳐서 도박이 지닌 의외성 중 긍정적인 부분만을 돌려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의외성이 플레이어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합니다. 운이 좋으면 더더욱 유리한 결과가 나오겠지요. 물론 4구까지 스티플 비전이었는데 5구째에 카드가 말려서 원페어도 못만드는 지지리도 궁상맞고 눈물나는 상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굉장히 희박한 일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한번 보시죠. 왼쪽 하단을 보면 BET 이라는 버튼이 있고 여기를 클릭하면 게임머니를 걸 수 있습니다. 보통 표시된 액수의 10배까지 걸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돌려받는 액수가 다릅니다. 대결 형식이 아니라 패의 질만을 보는 포커 게임들은 보통 2페어는 만들어야 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쓰리카드 이상이면 조금씩 늘어나고, 1카드 이하는 건 돈을 돌려받지 못하죠. 하지만 이 게임에선 원페어만 나와도 건 돈을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지면 5배, 파이브카드면 아마 8배 까지도 돌려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차피 저렇게 걸고 돌려받는 액수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카드 한장 강화하는데 몇만 골드씩 소모되는데 1000골드 걸어서 8천골드 돌려받아봤자 간에 기별도 가지 않죠. 사실 게임 내 경제 측면에서 저 베팅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유저에 대한 일종의 작은 보너스죠. 일찍이 의외성은 놀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 의외성을 중심으로 꾸며진 게임은 많았죠. 하지만 드래곤 포커는 의외성을 게임의 핵심으로 사용하면서도 그 중심을 아주 유저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저에겐 좋습니다. 더 좋을 수 있고 덜 좋을 수 있지만 어쨌든 손해는 보지 않습니다. 물론 상징적으로 손해보는 케이스를 남겨두긴 했지만 사실상 발생하지 않죠. 이 원칙은 다른 게임에도 충분히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게임 내에서의 전략 요소 이렇게만 써놓으면 게임이 거의 완전히 의외성으로만 굴러갈 것 같습니다만, 이게 또 완전히 랜덤이라면 플레이하는 의미가 덜하겠죠. 플레이어는 받은 손패를 내는 것 외에 SP 스킬이라는 형태로 게임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SP는 쉽게 말하자면 '기 게이지'로 역이 만들어질 때 마다 쌓이는 점수입니다. 당연히 좋은 역이 만들어질수록 많이 쌓이고 최대 100%까지 쌓이죠. 플레이어는 이 SP를 소모해서 다양한 효과를 끌어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카드화 확률 증가입니다. 이 게임은 퍼즈도라와 마찬가지로 적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 마다 일정 확률로 그 몬스터를 자기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데 확률 증가 카드를 쓰면 이 확률을 높일 수 있지요. 손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손패중 일부를 랜덤하게 버리고 다시 몇장을 가져올 수도 있고 몬스터의 스킬 발동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 SP 스킬들은 모두 다양한 카드 형태로 등장합니다. 카드화 확률 증가의 경우 랜덤하게 1장만 올려주는 카드가 있는가 하면 2장 올려주는 카드도 있고 3장 모두 올려주는 카드가 있습니다. 손패 바꾸기도 1장부터 3장까지 다양하지요. 당연히 좋은 카드일수록 SP 비용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SP 스킬을 가지고있다고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이들 중 일부를 선택해서 장착해 게임에 들어갑니다. 어떤 SP 스킬을 장착할 것인지부터 어떤 스킬을 언제 쓸 것인지까지 유저의 전략과 개입을 필요로 하지요. 6. 동기식 플레이와 친구의 활용 또한 동기식 게임이다보니 친구관계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른 게임들과는 다릅니다. 퍼드의 경우 친구의 리더카드를 빌려올 수 있고, 그래서 좋은 리더카드를 지닌 친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반대로 자신도 좋은 리더카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죠. 도라포는 친구의 파티에 빈자리가 있으면 그 던전에 난입할 수 있는 '같이하기' 기능이 존재합니다. 기존에 게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CPU 보다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지능도 AI보다는 사람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CPU 보다는 좋은 카드들을 갖고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난입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난입은 중요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스태미너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게임은 퍼드처럼 던전에 들어가면 스태미너를 소모하는데, 회복 속도에 비해 소모량이 상당합니다. 5분에 1점씩 차는데 1레벨 던전도 최대 9점을 소모하죠. '최대' 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각 던전에서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 마다 스태미너가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1레벨 던전의 경우 3점짜리 스테이지가 3개 있는 것이죠. 만일 제가 최대 60점을 소모하는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데 당장 가진 스태미너가 45점 밖에 없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15X5로 75분을 기다리거나 유료템인 젬을 먹어서 스태미너를 채워야겠죠. 하지만 만일 다른 친구가 이미 그 던전에 들어가있고 2스테이지에 있다면 저는 첫 스테이지의 참가비인 20점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난입이 가능합니다. 그럼 난입해야죠. 중간에 난입하게 되면 당연히 지난 스테이지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의 스테이지에 대한 보상에는 아무런 페널티가 없습니다. 그러니 특정한 던전에 꼭 가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일반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친구의 던전에 난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본인도 계속 던전을 돌고 덱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7. 덱의 관리와 확장 이제까지 동기식 멀티플레이 PVE 포커 게임으로써의 면모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엔 카드 컬렉팅 게임으로써의 도라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덱 구성부터 시작해보죠. 플레이어의 덱은 1장의 A카드와 12장의 일반 카드로 구성됩니다. 일반카드는 다시 火 속성 카드 4장, 水 속성 카드 4장, 木 속성 카드 4장으로 구성되죠. 원한다고 火속성만 12개 꽂고 그럴 수 없습니다. A 카드는 항상 A입니다. 나머지 카드는 던전에 들어갈 때 마다 랜덤하게 번호가 매겨집니다. 지난번에 들어갔을 땐 저기 보이는 이프리나가 2였는데 이번엔 7일 수도 있고 다음번엔 Q일 수도 있지요. 당연히 각 카드는 강화 진화 가능하구요. 당연히 레벨이 올라갈수록 한계 코스트는 올라가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는 13개로 제한되어있습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코스트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기엔 13장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쪼렙이라도 (아니 쪼렙일수록) 가차에서 뽑은 좋은 카드를 덱에 떡 하고 박아서 게임에서 쓰는 재미가 중요한데 자칫하다간 좋은 카드 뽑으신 건 축하드릴 일이지만 그거 쓰려면 나머지 카드를 모두 허접한 걸로 박거나 열렙해서 코스트 한계를 높인 뒤에 쓰라는 괴악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요. 이렇게 가차 뽑는 보람이 없어선 곤란합니다. 마블 퍼즐퀘스트가 그런 케이스였죠.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꼬붕(子分)이라는 시스템이 붙어있습니다. 왼쪽 스크린샷에 보면 보라색 버튼이 있지요. 도라포에선 13장의 카드 아래에 꼬붕이라는 서포터 카드를 붙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스크린샷 보시면 A카드인 '소악마 나나' 아래에 '배고픈 팬더'를 꼬붕으로 붙인 상태죠. 꼬붕은 자신이 붙어있는 메인 카드의 스펙에 보너스를 주고, 꼬붕의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팬더의 꼬붕 스킬은 메인 캐릭터의 할퀴기 스킬을 올려주는 군요. 40레벨이 되면 A카드의 꼬붕 슬롯이 열리고, 이후 레벨이 오르면 다른 카드들의 꼬붕 슬롯도 열립니다. 처음엔 하나만 열렸다가 2개 3개 4개로 점점 늘어나는 구조죠. 이 꼬붕 슬롯은 앞서 말한 것 처럼, 덱 크기의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좋은 카드의 코스트를 무진장 높이지 않으면서 코스트 증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또한 메인과 꼬붕 카드의 조화, 꼬붕 카드로서의 특성과 장점 등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면서 덱 구성의 게임플레이를 강화하지요. 8. 카드의 강화와 진화 강화/진화 시스템은 (다른 부분들이 다 그러하듯) 기본적으로 퍼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강화는 카드를 갈아먹여서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데 같은 카드를 먹이면 카드의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진화의 경우, 필요한 카드가 정형화 되어있습니다. 경험치나 스킬을 올려주는 전용 몬스터의 경우는 같은 몬스터, 그 외는 오른쪽 스샷에 나온 것 처럼 진화용 카드들을 먹이면 됩니다. 강화든 진화든 기본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 보상은 좀 남다릅니다. 진화를 통해 새 카드를 도감에 추가할 때 마다 용석을 지급해주거든요. 지금 보신건 레어 급을 레어+급으로 추가했더니 용석 1개를 준 것인데, 좀 더 희귀한 카드를 만들면 좀 더 주기도 했습니다. 용석은 퍼드의 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나 톡 까먹으면 스태미너를 풀로 회복시켜주고, 던전에서 죽었을 때 부활할 수 있고, 유료 가차를 깔 때 쓰입니다. (용석 4개당 가차 한번). 그러니 당장 덱에 넣지 않을 카드라고 하더라도 성장해서 진화시키고 다시 용석으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9.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극비 미션 던전 리스트를 보면 Clear 여부 외에 트레져(보물) 획득 여부가 따로 구분되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각 던전은 하나씩의 보물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던전을 클리어하면 기본적으로 일정한 보상을 받는데 거기에 더해서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단 한번만 얻을 수 있지요. 그래서 클리어는 했지만 아직 보물은 얻지 못한 던전이 존재하고, 보물까지 얻고 나야 비로소 그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의 두번째 던전은 클리어를 못했는데도 보물은 얻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그 던전 보스전 도중에 네트워크 장애(=_=)로 튕기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각 에어리어(같은 난이도 - 별 갯수 - 를 지닌 던전의 집합)을 모두 클리어 하면 다음 던전이 열리면서 보상으로 덱 코스트 한계를 올려줍니다. 그렇다면 보물을 모두 얻으면 무슨 보상이 있을까요? 그 비밀은 아까 왼쪽 스샷의 왼쪽 코너에 있는 "극비 미션"이라는 메뉴에 있습니다. 극비 미션에 가보면 특정한 보물을 모으면 그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은 별 10개짜리 노말 던전에서 나오는 보물 셋을 모으면 용석을 무려 10개나 주는군요. 각각 어느 던전에서 나오는 보물인지 지정되어있습니다. 용석을 째째하게 한두개도 아니고 5개 10개씩 마구마구 뿌려주니 유저 입장에선 여기에 메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물이 나올 때 까지 계속 던전을 돌아야하니 컨텐츠 소모도 늦춰주고, 돈주고 사야하는 아이템을 준다고 하니 유저가 좀 더 오래 자주 많이 게임을 하게 되지요. 이게 정말 사악한게 자고로 돈보다 빼앗기 힘든게 시간인이고 이 시간을 자발적으로 갖다바치도록 유도할 뿐더러 이렇게 얻은 용석을 써버릇하면 나중엔 용석을 사서 쓰게 됩니다. 그리고 비과금 유저도 충분히 이 보물찾기로도 게임을 꾸려갈 수 있구요. 저같은 경우, 지금까지 무과금으로 저렇게 무료 용석으로 가차 까면서 무리없이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현질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요. (절차가 복잡해서 돈을 못쓰고 있습니다.) 10. 동기식 PVP PVE가 동기식이었던 만큼, PVP 역시 동기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PVP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콜로세움 티켓이라는 별도의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4장 소모하는군요) 참가비는 29 스태미너 포인트. 스샷 찍을 당시 37레벨인데 보통 던전 하나 도는데 36 정도 썼던 것을 생각해보면 스태미너 코스트는 저렴합니다. 레벨과 그간의 성적에 따라 리그가 나눠져있고 매 주마다 특정 스킬들에 보너스를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VP에서 선전하려면 다양한 카드들이 필요하겠죠. 참가를 누르면 5:5로 매칭이 됩니다. PVP 역시 다섯명이 차례대로 각자 1장씩의 카드를 내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양팀이 동시에 카드를 내죠. 그리고 매 턴 더 높은 역을 만든 팀 부터 공격합니다. 위 스샷에선 제가 속한 팀이 풀하우스고 상대 팀이 원페어니 제 팀이 먼저 공격합니다. 공격 차례가 되면 상대방의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합니다. (물론 타겟은 랜덤이죠) 플레이어의 HP가 0이 되면 다음 턴 시작 전에 HP가 풀로 회복되지만, 그 턴에는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카드가 역에 포함되어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일단 선공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최종적으로는 5턴동안 상대에게 준 데미지의 합계가 많은 팀이 승리합니다. 그리고 왼쪽 하단을 보시면 자기가 획득한 BP(상대에게 데미지를 줘서 얻은 점수)를 놓고 다시 베팅할 수 있지요? PVP 게임을 끝내고 나면 드래곤 메달을 받습니다. 승리 수당으로 2개, BP 수당으로 2개 받았네요. 데미지를 잘 주고 BP 베팅에도 성공하면 좀 더 돌려받겠죠. 이 드래곤 메달은 다른 아이템으로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상품인 레어 캐릭터로 바꿀 수 있고, 강화/진화용 특수 몬스터 카드와도 바꿀 수 있습니다. SP 카드를 살 수도 있고 무료가차를 뽑는 포인트인 PP로도 바꿀 수가 있군요. PVE가 랜덤 보상에 기반해서 돌아간다면 PVP는 확정보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다들 오른쪽의 소악마 리노를 노리겠지요. 11. 醫는 精하면 禁忌를 초월한다 흔히들 어렸을 때 읽은 책 한권이 평생을 좌우한다고들 하지요? 보통은 무슨 무슨 책을 읽고 아이가 감명받아 갑자기 삶의 목표를 찾고 기력이 샘솟아 기적을 이루는 무슨 간증같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만, 저같은 경우 초등학교때 故이은성 작가님의 '소설 동의보감'이 바로 인생을 결정지은 책이었습니다. 이순재 옹 주연의 '집념', 서인석옹 주연의 'TV 동의보감', 전광렬 주연(보다는 예진아씨가 유명한) '허준' 최근엔 김주혁 주연의 '구암 허준'으로 무려 네번이나 드라마로 방영된 작품이지요. 제 가 이 책을 읽고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숭고한 삶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 의대에 가서 가문의 영광이 되었겠습니다만, 제가 감명을 받은 것은 오히려 유의태와 그 친구들의 태도였습니다. 침술의 일인자 유의태, 탕약의 천재 김민세, 부술의 달인 안광익. 셋 다 아주 안하무인이지요. 하지만 허준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도 베알은 꼴리지만 실력이 저 오만을 커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보고 초등학생이던 저는 '아 실력이 있으면 오만해도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인 겁니다. 뭐 어쩌겠어요 이미 이번 생은 틀려먹은 걸.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극 중 허준은 내의원 시험을 치러 한양에 가다가 진천 버드네라는 곳에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게 됩니다. 이때 되뇌이는 말이 있지요. "醫는 精하면 禁忌를 초월한다" 뜸에 쓸 수 없는 쑥으로 뜸을 뜨면서, 침을 놓으면 안되는 시간에 침을 놓으면서 수없이 되뇌이는 말입니다. 어차피 의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인데,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런 금기는 어떻게든 된다는 말이죠. 오만해도 결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지 않고 그래도 이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건 저 문장도 같이 외웠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드래곤 포커야 말로 의는 정하면 금기를 초월한다는 말이 참 어울리는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친구에게 소개받을 때만 하더라도 턴제 동기식 멀티플레이라는 말에 어느 병신이 그딴 걸 만들었냐고 비웃었지만, 실제 게임은 그 동기식 멀티플레이에서만 가능한 재미를 훌륭하게 전달해주고 있었죠. 무서운 속도로 배터리를 소모하고, 네트워크가 불안하면 망가지지만, 그래도 계속 붙잡고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메인 게임 플레이 외에 카드 수집과 성장, 덱 구성 등의 메타게임도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있구요. 가차폰이 도박이냐 아니냐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 가차폰에 더해서 아예 도박을 소재로 한 게임을 소개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만,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고 한번쯤 해보셨으면 합니다.
  13.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게임 디자인 란에 써야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만, 역시 잡담란에 어울리는 이야기 같아 이곳에 씁니다. 평소에 'ㅈ망한 게임이라도 배울 구석은 있다'는게 신조인지라, 여러 게임 두루 해보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엘더 스크롤 온라인에선 뭘 배워야 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게 싱글플레이 엘더 스크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엘더스크롤 처럼 뭔가 거대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어 보이고, 어딜 가더라도 소소한 서브 퀘스트가 있긴 합니다만 결론은 셔틀질이고, 맵은 불편하고 게임 페이스는 더럽게 느리고. 그냥 이건 엘더 스크롤 게임이에요. 단지 나 말고도 노가다 뛰는 인간이 좀 더 보일 뿐이죠. 어떻게 이런 게임이 나온 건지는 이해가 가긴 합니다. 바이오웨어가 스토리텔링을 자신들의 장기로 알고, WOW 위에 이 스토리텔링을 끼얹은 것 처럼,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모로윈드 - 오블리비언 - 스카이림으로 이어지는 엘더스크롤을 굳걷히 믿고 여기에 멀티 플레이를 얹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나 말고도 뭔가 삽질하는 누군가가 눈앞에 보이는 엘더스크롤이란 말이죠. 특히 문제는, 퀘스트들이 전혀 꽂히질 않습니다. 뭔가 NPC와의 대화가 있고, NPC 들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긴 한데 전혀 공감이 가질 않아요. 구공화국 온라인(이하 구공온)의 경우는 바이오웨어 게임 답게 잡퀘라도 감정 이입이 되고 그래서 열심히 하곤 했습니다만, 엘더스크롤은 싱글플레이 버전과 마찬가지로 뭔가 음성지원도 되고 열심히 떠들긴 하는데 감저 이입이 전혀 안됩니다. 그냥 아 얘는 그냥 잉여고 난 경험치를 얻기 위해선 얘 대신 셔틀질을 해야하는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심지어는 메인 퀘스트에서두요. 저 말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14.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전에 이미 FPS에서 탈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점령전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GDF : 블로그 : http://tophet.tistory.com/86 말미의 요약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탈것들이 등장하기 위해선 게임의 무대는 넓고 개방되어있어야 한다. 넓고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전투 밀도는 낮아지고 유저는 전투 보다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특히 스나이퍼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지는데,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스나이핑에 의한 죽음은 유저에겐 짜증나는 경험이 된다. 탈것과 보병간의 밸런스가 문제가 된다. 탈것은 보병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가진다. 탈것을 탈것으로 견제하게 하면 게임의 승패가 소수의 탈것 에이스의 플레이에 좌우된다. 하지만 보병이 탈것을 견제할 수단을 갖지 못하면 보병으로써의 플레이는 무기력해지고 무의미해진다. 특히 탈것의 소유권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 탈것을 타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와, 에이스가 타면 유리하다는 팀 욕구가 충돌할 수 있다. 설령 누가 잘 탄다고 해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F2P 모델을 염두에 둘 경우, 전체 유료화에도 장애가 된다. 탈것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아이템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탈것에 대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탈것 자체에 대한 유료화 스킴도 고안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한 사례로는 홈프론트를 예로 든 적이 있습니다. 거점을 3개로 제한함으로써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게임 밀도 관리. 죽지 않고 킬을 계속 쌓을 경우 상대방에게 해당 플레이어의 위치를 노출시킴으로써 장거리 스나이퍼를 견제. 게임 중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리스폰할 때 탈것을 탄 채로 게임에 투입시켜 소유권 분쟁을 사전에 방지. 그런데 3월 출시를 앞두고 지금 베타 테스트 중인 타이탄 폴이 또다른 방법으로 이 탈것이 등장하는 점령전의 문제를 풀어냈기에 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1. 타이탄과 보병이 공존하는 레벨 디자인 기본적으로 탈것을 위한 레벨과 보병을 위한 레벨은 서로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탈것은 당연히 보병들보다 크기가 크고 이동 속도가 빠릅니다. 따라서 넓고 개방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특히 전투기 등과 같이 빠른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은 필연적으로 공간이 넓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개방된 공간에서의 보병전은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적이 작은 점으로 표현되고, 장거리에서 은폐/엄폐한 상태에서 작은 점에 대고 딱콩 딱콩 총알을 쏘아대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술이 되지요. SMG나 샷건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장거리에서의 저격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 됩니다. 적을 찾아 드넓은 맵을 이동하다가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저격병의 총알을 맞고 죽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지요. 타이탄폴은 타이탄이는 거대한 이족보행이 등장하는 이상, 기본적으로는 크고 개방된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실내공간을 다수 배치해 보병전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자아도취 코더들은 보병의 마지막 방어수단인 건물들을 부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병을 탈것들의 사냥감으로 전락시켰습니다만, 타이탄 폴에서 보병들은 건물을 방패 삼아 타이탄의 공격을 피하고, 때로는 이 건물들로부터 타이탄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점령전에서 점령해야 할 거점들은 대부분 타이탄을 탄 채가 아닌, 보병으로만 점령할 수 있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한쪽 팀의 타이탄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할지라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보병들이 실내전에서 활약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타이탄에서 내려서 거점을 점령하는 등의 플레이도 필요해지지요. 하지만 이 거점이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는 외부에 노출되어있는 개방 공간입니다. 아무리 실내전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야외의 타이탄 전력에 밀리게 되면 중요한 건물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지죠.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에서 탈것과 보병의 밸런스는 상당히 애매한 지점입니다. 탈것이 보병에 비해 지나치게 강하면 보병은 탈것의 먹이로 전락해서 보병 플레이의 재미가 떨어지고, 탈것이 약해지면 탈것의 의미가 희석되는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타이탄폴은 탈것의 공간과 보병의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합니다. 실외는 타이탄들끼리 전체 전장의 주도권을 놓고 전투를 벌이게 하고 실내에선 보병들끼리 승부를 보는 이중구성 덕분에 어느 쪽을 플레이해도 무력하게 학살당하기 보다는 흥미진진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보병과 타이탄의 밸런스 일반적으로 탱크나 타이탄과 같이 장갑이 두꺼운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에선 이런 장갑을 뚫고 공격할 수 있는 클래스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대인전투력을 희생당하지요. 이런 구성은 이론적으로는 제법 괜찮습니다. 완전한 대인전투력을 갖는 대신 탈것엔 속수 무책으로 당할 것인가, 혹은 대인전투력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탈것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라도 할 것인가는 흥미로운 선택이지요. 하지만 유저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실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대인 전투력에 몰빵해서 탈것에게 죽든, 로켓을 든 댓가로 보병에 죽든 어쨌든 죽는 것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설령 로켓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게 탈것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정도이지 탈것을 한방에 압도할 수 있을만큼 강력하지도 않구요. 타이탄폴은 타이탄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아예 기본 구성에 포함시켜버립니다. 주무기, 보조무기(권총) 외에 대타이탄 무기 1종을 가지고 들어가는 거지요. 기본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병으로 타이탄을 만난다고 해도 엄폐해서 반격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타이탄의 실드와 장갑이 두껍기 때문에 한방에 큰 타격을 입힐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럿이 한꺼번에 공격할 경우엔 타이탄의 공격 만큼이나 의미있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보병이 조금 더 모험을 즐긴다면, 상대 타이탄에 올라타는 로데오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점프해서 메달리든,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든 일단 로데오에 들어가면 보병은 타이탄의 코어를 직접 공격할 수 있지요. 이 로데오 어택은 실드를 무시하면서 장갑에도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사실 타이탄의 공격보다도 더 위협적입니다. 특히 타이탄으로써는 올라탄 보병을 공격할 방법도 없지요. (전기 구름을 생성시켜 데미지를 줄 수도 있는데, 이 장비를 설치하면 전방에서의 공격을 막아내는 추가 실드를 포기해야 합니다.) 물론 당연히 위험합니다. 보병은 타이탄에게 밟혀 죽을 수도 있고, 타이탄의 주먹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적 타이탄이나 적 보병에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면 확실히 잡는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써는 시도해볼만한 도박이죠. 병과 개편 전의 배틀필드 온라인에서도 약점을 노려도 최소 2~3방을 맞춰야하는 대전차병 보다는 위험하긴 해도 C4를 붙여 한방에 탱크를 날리는 특수병이 더 인기있곤 했지요. 일반적으로 보병이 탈것을 만나는 순간은 굉장히 절망적입니다. 숨지 않으면 바로 죽고, (숨어도 벽을 날리기도 하지요) 숨어도 마땅히 반격할 수단이 없습니다. 하지만 보병이 타이탄을 만나는 순간은 굉장히 유쾌합니다. 일단 적 타이탄의 위치는 미니맵 상에 공유되기 때문에 피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고, 설령 마주친다고 해도 숨을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숨어서 반격을 가할 수도 있고, 역으로 그 타이탄을 일격에 제압하는 도박을 할 수도 있지요. 그러면서도 타이탄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3. 보병은 이동조차 재미있다. 위와 같이 보병과 탈것 간의 밸런스를 맞춘다고 해도 여전히 레벨의 문제는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 병력은 분산되기 마련이고 보병은 전투보다는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열심히 뛰다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는 총에 맞아 죽는 마라톤 게임인 배틀필드가 되겠죠. 그리고 복잡한 실내 공간은 보병을 탈것으로부터 보호해줄 순 있지만 반대로 보병들이 길을 찾아 이동하는데 장애가 되곤 합니다. 특히 수직적으로 복잡한 공간은 플레이어가 이해하고 숙지하기 상당히 힘든데, 이는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의 멀티플레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타이탄폴은 보병들의 이동력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해 나갑니다. 기본적으로 스프린트시 보병의 이동속도는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빠릅니다. 그래서 실제 거리는 멀지만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2층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점프가 높은데 점프 중에 2단 점프로 또한번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높이가 모자라면 모서리를 잡고 기어오를 수도 있지요. 덕분에 플레이어는 수직적으로 복잡한 공간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밀리터리 FPS에서 높은 곳에 있는 적을 뒷치기로 제압하려면 입구를 찾아 헤메야 하지만 타이탄폴에선 그냥 뛰어오르면 되지요. 그래서 건물은 복잡하지만 어렵지는 않은, 상당히 재미난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벽타기 등의 파쿠르를 집어넣어서 이동 자체의 재미를 높였습니다. 지루한 마라톤에서 신나는 탐험이 되는 거지요. 처음엔 이렇게 점프하고 파쿨르 하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마우스 키보드를 사용하는 PC라면 몰라도 게임패드로 조작하는 콘솔에선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파쿠르를 하는 외부 공간은 타이탄들의 것이고, 실내는 좁기 때문에 파쿠르로 이동할 수가 없거든요. 상당히 절묘한 밸런스지요. 4. 봇을 통해 전투 밀도를 관리. 한편, 공간이 넓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투 밀도 문제는 미니언이라고 불리는 봇을 투입함으로써 해결합니다. 설령 플레이어들을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구석구석 배치되고 스폰되는 미니언들을 잡으면서 이동 중에도 짧게 짧게 전투를 할 수 있지요. 덕분에 넓은 공간에 12명의 플레이어만 있어도 게임이 심심하지 않습니다. 또한 조준 능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들도 미니언을 잡아서 팀에 기여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5. 타이탄의 대중화 또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장에 타이탄을 배치하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배틀필드는 '퀘드 데미지'나 '슈퍼 아머'등과 같이 하이퍼 FPS에서 맵 상에 등장하는 보너스와 같은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맵 상에 탈것들은 그냥 존재하고, 아무나 이 탈것들을 잡아 타면 되는 방식이었죠. 이 구조는 탈것들이 거점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한번 거점을 잃으면 탈것의 보유량에서도 밀리고, 이 탈것들로 인해 다시 거점을 잃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탈것을 타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와 승리하고자 하는 팀의 욕구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라는 전투는 안하고 헬기가 스폰되는 장소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거나 내가 더 잘타니 나에게 양보하라고 말다툼을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요. 반면 홈프론트는 게임 중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 사용하는 아이템의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탈것의 스폰이 거점과는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거점 상황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하지 않고, 자신의 포인트를 소모해서 직접 탄 채로 스폰하기 때문에 소유권 문제도 없습니다. 탈것 타겠다고 줄서서 기다리는 문제도 없지요. 하지만 잘 하지 못해도 포인트가 쌓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포인트를 얻고 탈것을 더 자주 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피할 수는 없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각 팀이 사용할 수 있는 탈것의 갯수가 종류별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포인트가 있는데도 원하는 탈것을 탈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배틀필드 보다는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밸런스와 플레이어들의 욕구를 해결해냈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타이탄폴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타이탄폴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4분에 한번씩 타이탄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미니언을 죽이거나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면 이 쿨타임이 조금씩 단축됩니다. 그래서 잘하는 플레이어는 타이탄을 좀 더 빨리 자주 탈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아무리 못하는 플레이어라고 하도 4분에 한번씩은 타이탄을 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타이탄은 주인이 정해져있습니다. 사망 후 타이탄을 탄 채로 스폰할 수도 있지만, 필드 상에 소환(사실은 공중투하)해도 그 주인이 정해져있습니다. 남의 타이탄의 어깨에 올라탈 수는 있어도 타이탄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타이탄의 주인 뿐입니다. 설령 필드에 타이탄을 소환해놓고 그걸 타기 전에 죽으면 타이탄은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 스폰할 때 타고 나올 수 있고 스폰 후에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탈것이 등장하는 FPS라고 해도 탈것이 그렇게까지 많이 투입되지는 않습니다. 배틀필드 온라인은 탈것을 많이 배치하면 플레이어들이 탈것을 더 많이 타고 재미있게 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탈것에 무력하게 당하는 불쾌한 경험만이 양산되었죠. 그렇다고 누구나 탈 수 있을 만큼 탈것을 늘리면 이젠 보병 플레이가 의미가 없어집니다. 상당히 난감한 문제죠. 하지만 타이탄폴은 이미 타이탄과 보병의 밸런스를 맞춰놓았기 때문에 필드상에 타이탄이 많이 뿌려지더라도 보병의 플레이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타이탄들이 많이 깔려있기 때문에 야외에선 타이탄들의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지요. 잘하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지만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만큼은 아니고, 잘하지 못해도 타이탄을 타는 경험을 제공해주며, 타이탄이 많이 깔려도 보병에게 절망적인 경험을 주지 않고, 타이탄 끼리의 교전을 유도해 보병전과는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6. 탈것이 등장하는 FPS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든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개발자들이 독립한 회사인 만큼, 사실 타이탄폴의 재미는 믿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족 보행 병기인 타이탄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탈것이 등장하는 FPS는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긴 합니다만, 막상 게임으로 만들고 보면 레벨 부터 시작해서 탈것과 보병간의 밸런스 등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이 많거든요. 물론 플래닛사이드2처럼 탈것을 보병과 같은 게임자원 중 하나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는 캐주얼한 유저들에겐 상당히 어려울 수 있지요. 그렇다고 스웨덴산 똥덩어리처럼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마도 홈프론트에서 조금 발전된 형태 정도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타이탄폴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맵이 커져서 이동이 지루해진다면 이동을 재미있게 만들고, 소수의 에이스들만 탈것들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면 그냥 모두에게 타이탄을 뿌립니다. 보병이 탈것을 만났을 때의 절망이 문제라면 희망을 주고 보병의 플레이가 의미없는 것이 문제라면 보병에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작은 변화들이지만 큰틀에서 보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게임플레이의 깊이와 캐주얼함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는 겁니다. 탈것이 등장하는 다른 FPS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시 플레이는 직관적이고 유쾌합니다. 과연 현대 혹은 근미래를 무대로 한 게임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타이탄폴은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 디자인에 있어 하나의 거대한 획을 긋는데 성공했습니다.
  15.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스팀 가을 세일 기간 동안, 평가가 좋다는 말에 덥석 사버린 Gone Home 감상입니다. 원래는 리뷰를 쓰고 싶었습니다만, 누군가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리뷰 할 도리가 없군요. 게임은 1년여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케이틀린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자동 응답기에 늦은 밤 도착하고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탈테니 마중나올 필요 없다고 메시지를 남기긴 했습니다만, 어머니는 커녕 아버지도, 여동생도 보이지 않습니다. 케이틀린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Gone Home은 위와 같이 케이틀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마우스 이동과 WASD 키를 사용해 FPS 게임 처럼 자유롭게 집 안을 이동할 수 있고, 원하는 곳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거나 닫거나 물건을 집거나 보는 등의 모든 행위는 마우스 클릭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사실 이게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사실 이 Gone Home을 게임으로 보아야하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물건을 줍고 소지품을 사용한다거나,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퍼즐을 푸는 등의 모든 게임 플레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널려있는 메모나 노트를 보는 것이 유저가 할 수 있는 전부지요. 물론 중간 중간 잠겨 있어 지나갈 수 없는 문과 같은 장애물도 존재합니다만, 이들은 모두 이동의 결과로 그냥 열립니다. 등장 인물 없이 노트나 메모만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스토리 텔링은 이미 시스템 쇼크 2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Gone Home에서 노트와 메모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용자가 스토리를 유추하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메모를 건드리면 난데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금 이 집에 있지 않은 다른 등장인물의 독백을 재생되고 메모는 이 독백을 보충할 뿐이죠. 사실 이 독백이 상당히 생뚱맞기 때문에 주인공이 혹시 싸이코메트러가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게임플레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스토리텔링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선 To The Moon과 비교되긴 합니다만 To The Moon은 유치하나마 미니게임 퍼즐이라도 있었던 반면, Gone Home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미니 게임을 떼놓고 보자면,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라는 점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To The Moon이 3인칭 시점에서 대사와 연출로 그 스토리를 전달한 반면 1인칭 시점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어떠한 연출 없이 독백으로 풀어간다는 점은 뚜렷한 차이입니다. 게임플레이를 떠나서 과연 Gone Home이 제공하는 경험은 만족스러운지를 본다면, 좀 애매합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조금 신선하긴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스토리 자체의 스케일이 작고, 너무 단조롭습니다. 좀 신파긴 하지만 To The Moon의 스토리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작고 간단한 일로 시작해서 반전과 큰 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반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죠. 스토리 자체도 누구나 코끝이 찡해질만큼 서정적이면서 또한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구요. 하지만 Gone Home은 그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고 중반부에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결말에 이르러선 허탈해집니다. 게임으로든,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로든 $19.99는 폭리입니다. 플레이시간이 80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요. 하지만 $5 이내로 구입하실 수 있다면 뭐 VOD로 그냥저냥한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고 즐길만은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 1인칭 인터랙티브 독백 재생기를 게임으로 사라고 추천하신 Voosco님께서는 저에게 술을 사주시기 바랍니다.
  16.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미지가 안보이시는 분들은 블로그 한번 들렀다 오시면 보일겁니다... http://tophet.tistory.com/97 0. 퍼즐 퀘스트 시리즈의 최신작 테트리스, 레밍즈, 비쥬얼드, 애니팡 등 전통적으로 퍼즐은 하드 코어 게이머는 물론, 캐쥬얼 유저들에게도 고루 어필할 수 있는 장르였습니다. 그리고 RPG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꾸준히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아주 강력하게 부여할 수 있는 장르죠. 그리고 퍼즐 앤 드래곤(이하 퍼즈도라) 덕분에 우리 모두는 이 둘의 결합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YS 등과 같은 액션 RPG나 창세기전 등과 같은 SRPG가 80년대에 이미 등장했던 반면 퍼즐 RPG는 21세기에 들어서고나서야 개척됩니다. 액션이나 전략과 달리 퍼즐과 RPG의 성장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었죠. 퍼즐은 당면한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고, RPG의 성장은 계속된 플레이가 중첩되어 캐릭터가 점점 강력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성장을 해서 퍼즐이 쉬워진다면 그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성장 했지만 메인 플레이인 퍼즐은 그대로라면 그것 또한 이상하지요. 지금은 소드 앤 포커, 마이트 앤 매직 클래쉬 오브 히어로즈, 퍼즈도라 등 다양한 게임들이 퍼즐을 전투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 방법론을 사용하고 퍼즐 RPG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은 퍼즐 퀘스트였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as0bWq28hRY 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퍼즐 퀘스트는 말 그대로 RPG의 모든 것과 매치3 퍼즐의 모든 것이 함께 망라되어있는 용광로 같은 게임입니다. 아이템을 사고 육성하고 모험을 떠나고 대화하는 모든 행위는 RPG인 반면, 전투는 비쥬얼드 스타일의 매치3 퍼즐로 구성되어있지요. 색색깔의 젬을 모은 뒤 해당하는 젬으로 마법을 쓰거나 해골 젬을 맞출 경우는 적을 직접 공격합니다. 그리고 무기와 방어구 등의 아이템들이 이 전투에 능력을 더해주지요. 지금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구성입니다만, 등장 당시만 해도 굉장히 획기적인 컨셉이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1bDIkFj3x7M 하지만 정작 퍼즐 RPG가 대중화된 지금, 오히려 퍼즐 퀘스트의 이름은 듣기 힘들어졌습니다. 퍼즐 퀘스트의 성공 이후로 내놓은 속편들이 죄다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퍼즐 퀘스트 갤럭트릭스는 일단 배경이 SF였고(SF가 뭐가 어때서!!! 라지만 사실 SF 소재로 성공한 게임이 드물죠) 퍼즐이 6각형 맵으로 바뀌면서 퍼즐을 풀기도 어렵고 그래서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6각형 퍼즐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이 영상만 봐도 도대체 블록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http://youtu.be/ioL5dJkPlNI 퍼즐퀘스트2는 다시 중세풍 판타지와 정방형으로 돌아왔습니다만 RPG 파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RPG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던전 탐사는 사실 1편에선 퍼즐 그 자체로 대체되었습니다만, 이번엔 그 던전 탐사 자체를 RPG 파트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이죠. 그리고 보다 세분화된 아이템 슬롯과 다양한 아이템(및 그 속성) 등을 보면 이건 그냥 디아블로라는 생각 밖에 안듭니다. 물론 디아블로는 훌륭한 게임입니다만 디아블로의 전투는 기존 RPG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하나의 전투가 퍼즐인데 거기에 디아블로까지 얹으니 게임이 상당히 무거워졌죠.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풍이었던 전작과 달리 땀내 후끈 나는 양키 스타일로 바뀌면서 캐주얼한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어필하기 힘든 스타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덤으로 아이폰용은 말 그대로 그냥 단순 포팅이라 손가락 조작에 전혀 특화되어있지 않았죠. 퍼즐의 젬을 제외한 모든 버튼들이 너무 작아서 정말 누르기 힘겨웠습니다. 2에서 굉장히 실망한 터라, 사실 신작을 기대하고 있진 않았는데, 얼마전 지인이 퍼즐 퀘스트 신작이 나왔다고 추천하시더군요. 바로 마블 퍼즐 퀘스트였죠.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를 플레이하고 있고 관련된 글도 많이 쓰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전 딱히 마블 코믹스의 팬은 아닙니다. 마아블로도 애초에 아무 기대 안하고 그냥 신청한 베타가 되었다가 디아블로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가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고, 페이스북 / iOS용 마블 얼라이언스도 페북 게임 치고 드물게 RPG라서 좀 하다가 관둔 것이지요. 마블 워 오브 히어로즈는 당시 모바일 CCG 연구 보고서를 쓰기 위해 플레이했었고 끝나자마자 지웠습니다. 쓰고 보니 참 설득력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든 전 마블 게임의 경우 대부분 '마블' 게임이라기 보다는 마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이 마블 퍼즐 퀘스트 역시 '퍼즐 퀘스트 신작인데 스킨이 마블'이라는 느낌으로 게임을 설치했죠.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20불을 현질한 뒤였습니다. 이거 굉장히 쉽지 않은게, 전 아이튠즈 미국 계정을 사용 중입니다. 미국산 신용카드가 없기 때문에 오픈 마켓에서 기프트카드를 사서 충전하고 있지요. 기프트카드는 상품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무통장 입금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구매할 수 없습니다. 오픈 마켓에서 검색한 뒤 주문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송금하고, 코드 찍힌 메일 기다리고, 다시 이걸 모바일에서 언락하는 이 귀찮은 프로세스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일입니다 사실은. 그런데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20불을 질러버렸단 말이죠. 그러니 이 게임을 여러분께 소개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1. 보다 캐주얼해진 퍼즐 전투 우선 퍼즐 구조부터 전작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기본적인 비쥬얼드 룰(애니팡 룰)을 따라 매 턴 마다 젬 하나를 그 상하좌우 1칸 이내의 다른 젬과 서로 바꿀 수 있고, 같은 젬이 셋 이상 가로 또는 세로로 이어지면 해당하는 젬들은 사라지며(매치), 매 턴 마다 최소 1개의 매치는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4개를 일렬로 이으면 턴을 상대에게 넘기지 않고 추가턴을 받았던 1,2편과 달리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추가턴 없이 그 4개를 포함하는 한줄을 통째로 날립니다. 가로로 4개가 이어졌다면 한 행(Row)을, 세로로 4개가 이어졌다면 한 열(Column)을 날리죠. 5개의 보석이 연결되면 앞서 언급한 추가턴을 받고 하나의 크리티컬 젬(위에 M)을 얻게 됩니다. 크리티컬 젬은 와일드카드처럼 아무 젬으로든 연결될 수 있고, 매치가 이루어지면 크리티컬 데미지를 줍니다. 퍼즐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투 방식 그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1편이든 2편이든 기본적으로 퍼즐 퀘스트에서 젬을 없애서 데미지를 주는 것은 해골 젬을 없앴을 때 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격은 퍼즐 보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킬이나 무기를 사용해야만 하고, 퍼즐은 이 스킬/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죠. 각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각종 색상의 마나가 일정량 이상 필요하고, 젬을 없애면 해당하는 젬의 색깔에 해당하는 마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였습니다. 퍼즐 퀘스트에서도 젬을 매치시키면 스킬 사용에 필요한 자원인 AP(마나)를 얻는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적에게 직접 데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각 캐릭터와 레벨에 따라서 각 젬이 얼마의 데미지를 주는지는 다릅니다만, 어쨌든 젬을 없애는 것 자체로 데미지를 줍니다. 매 턴 데미지를 주고 받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게임 페이스가 빠릅니다. 스킬 또한 이전보다 발동조건이 단순해졌습니다. 퍼즐퀘스트 1,2만 하더라도 각 스킬들은 2~3가지 색상의 마나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파이어볼을 쓰려면 빨간 마나 10 + 파란 마나 3 + 노란 마나 2. 이런 식이었죠. 하지만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각 스킬은 하나의 마나만을 사용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아이언맨의 리펄서 블라스트의 경우 빨간 AP 10개만 모으면 사용할 수 있죠. 옆에 보이는 노란 젬, 파란 젬은 각각 그 색깔의 마나를 사용하는 다른 스킬들입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을 보시면 퍼즐 보드 위에 4개의 동그라미와 막대기가 보일 겁니다. 좌측부터 3개의 동그라미는 3명의 히어로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막대기들은 해당하는 각 히어로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과,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AP의 종류(색깔), 그리고 그 AP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죠. 각 히어로들은 최대 3개의 스킬을 가질 수 있는데 제일 왼쪽에 있는 토르(망치)의 경우, 현재 스킬이 1개 뿐이며 이 스킬은 녹색 AP를 소모합니다. 이제 절반 가량 채웠네요. 마지막 구슬은 색상이 없는, 환경 젬을 상징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선 파란 빌딩이 그려진 젬들이죠. (7젬 아닙니다.) 이 젬은 흰색 AP를 생산하는데 히어로 스킬은 이 흰색 AP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 전투마다 배경이 정해지고, 해당하는 배경에 따라 이 흰색젬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이 달라지죠. 위에선 도시가 배경인데, 스킬을 사용하면 핫도그를 먹고 히어로들이 50점의 HP를 회복합니다. 2. 하지만 사실 더 깊어진 게임 플레이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게임이 이전보다 굉장히 간략화된 것 같습니다만, 사실 게임플레이는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아까 스크린샷을 보시면 각 젬 마다 기호가 그려져있고, 이 기호는 3개의 히어로 아이콘들과 일치합니다. 이 기호는 해당하는 젬을 맞췄을 때 어느 히어로가 공격을 할지를 나타냅니다. 각 히어로들은 고유의 HP와 각 색깔의 젬을 맞췄을 때 상대에게 주는 데미지가 각각 달리 설정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각자 고유의 스킬들을 가지고 있고, 각 스킬들은 필요한 AP의 종류와 양이 다르죠. 위에 보이는 아이언맨 마크 40은 현질로 뽑아낸 3성 히어로로 분명히 강력합니다. 하지만 노란색과 빨간색 이외의 젬에 대해선 공격력이 떨어지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AP에 대해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즈도라에선 색상만 맞으면 해당하는 색상의 모든 몬스터가 공격하기 때문에 단색덱과 같은 전략도 가능합니다만,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해당하는 색상으로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는 히어로만 공격하기 때문에 각기 색깔에 대해 강점을 가진 파티를 잘 짜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티를 짜는 전략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서도 조금 깊게 들어가면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상단을 다시 한번 보시면 좌측에 3명의 히어로가, 우측에 3명의 악당이 배치되어있고 이 중 각 1명씩이 강조되어있습니다. 가장 앞에 나와있는, 가장 크게 나타나는 히어로나 악당이 바로 공격을 받을 대상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악당들 중 누구를 때릴 지 선택할 수 있지만, 악당들은 가장 앞으로 나와있는 히어로를 공격합니다. 따라서 HP가 가장 약한 놈을 먼저 팬다거나, 가장 스킬이 아픈 놈을 먼저 패서 없애는 등의 전략이 가능합니다. 물론 스킬의 대상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찝어서 스턴을 건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공격을 받을 히어로를 직접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단지 마지막으로 공격한 캐릭터가 앞으로 나오죠. 단순하게 플레이한다면 그냥 보이는 대로, 콤보가 많이 나올법한 대로 젬을 매치시킬 수도 있습니다만 좀 더 복잡하게 생각하자면 공격이 끝난 후 누가 공격을 받을지도 의식해야 합니다. 좌측 스크린샷 기준으로 봤을 때 만일 노란색 젬으로 매치를 만든다면 (물론 위 스크린샷에선 불가능합니다만) 아이언맨이 아프게 때린 뒤에 제일 앞에서 남겠죠. 그런데 아이언맨은 현재 HP가 가장 적습니다. 위 스샷에선 292점이지만 만일 HP가 간당간당한 상태라고 생각해보죠. 그때도 과연 자신있게 노란 젬을 맞출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소개한 것 만으로도 풍성한 게임 플레이이긴 합니다만, 이정도에서 그쳤다면 전 이렇게 긴 리뷰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는 기존의 매치3 퍼즐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게임플레이를 제공합니다. 매치3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것이죠. 바로 특수 타일입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에서 숫자가 붙은 해골이나 주먹이 그려진 타일들을 의미합니다. 해골이 그려진 특수 타일들은 쉽게 말해 시한폭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머가 0이 되기 전까지 없애지 못하면 정해진 특수효과 - 주로 데미지를 주고 주변 타일들을 없앱니다. -가 발동됩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굉장히 평범해 보이겠죠. 이런 폭탄이야 매치3에서 흔히 보는 것이잖습니까. 문제는 이런 타일을 적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플레이어의 스킬 중에도 이런 타이머를 세팅하는 스킬들이 있고, 타이머가 0이 되면 효과가 발동해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이 스킬을 사용하고 나면 플레이어들은 물론 본인도 해당 타일을 없애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AI가 해당 타일을 없애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플레이를 해야겠죠. 주먹 타일은 보드에 남아있는 동안 타일 하나당 1점씩의 데미지를 적에게 줍니다. 이 타일들 역시 가급적이면 계속 남겨야 합니다. 방패 타일들은 같은 방식으로 데미지를 막아주고, 칼 타일들은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이제까지 매치3 퍼즐의 게임 플레이는 타일들을 '없애는' 플레이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젬을 많이 없애라(비쥬얼드), 특정한 종류의 젬을 없애라 (주키퍼), 젬을 빨리 없애라(애니팡), 특정한 위치의 젬을 없애라(쥬얼 퀘스트), 위에서 나온 것들을 다 하면서 방해하는 젬들을 같이 없애라(캔디 크러쉬 사가) 등등. 하지만 특정한 타일을 없애지 않고 남기는 것을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포함시킨 게임은 마블 퍼즐 퀘스트가 처음입니다. 비쥬얼드가 처음 나왔을 때 '게임비평'은 퍼즐 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게임이라고 평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모든 퍼즐 게임에서 한번에 여러개의 타일이나 블럭 등을 날려버리는 플레이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였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한 대로 연쇄를 만드는 것은 어렵고 이 과정에서 게임에 실패할 수 있지만 어쨌든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점수로 보상받는 것은 물론, 타일이나 블럭들이 날아가면서 퍼즐의 난관 또한 상당히 해결됩니다. 하지만 비쥬얼드의 오리지널 플레이는 더 이상 맞출 젬이 없으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당장 매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계속해서 매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량 연쇄가 발생하게 되면 점수는 높아지지만 오히려 게임을 계속 클리어해나가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발생하지요. 마블 퍼즐 퀘스트의 특수 타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해가 되는 특수 타일을 없애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게임플레이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는 특수 타일을 없애지 않도록 보존하고, 또한 상대가 없애지 못하도록 방해해야한다는 개념은 매치3 퍼즐 게임 플레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 것 하나 만으로도 마블 퍼즐 퀘스트는 칭송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3. PVE 파트 퍼즐 파트가 상당히 강화된 반면 퀘스트 파트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던전을 탐험해야했던 퍼즐퀘스트2는 물론, 거점 단위로 이동하던 퍼즐퀘스트1에 비해서도 굉장히 간략하게 축소되었습니다. 게임은 챕터로 나누어져있고, 각 챕터들은 여러개의 배틀로 쪼개져있습니다. 각 배틀들 사이엔 선/후 관계가 있어 특정 배틀을 먼저 클리어해야 다음 배틀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분기 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어느 쪽을 먼저 고르든 아무런 상관은 없습니다. 그리고 각 배틀 앞 뒤로는 만화 스타일의 짧은 대화씬이 들어가지요. 기존의 퍼즐 퀘스트 시리즈가 콘솔 게임에 바탕을 둔 구성이었다면, 마블 퍼즐 퀘스트는 바하무트, 확밀아, 퍼즈도라 등 탐색과 스토리, 분기 보다는 진행 그 이외엔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바일 게임의 구성입니다. 특히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이미 깼던 배틀을 다시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 배틀을 클리어하고 나면 히어로들의 레벨을 올리는데 사용되는 ISO-8, 히어로 하나를 뽑을 수 있는 고용 토큰, 히어로 보유 한도를 늘리거나 히어로를 뽑는데 쓰이는 히어로 포인트, 특정 히어로 카드 자체 등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배틀 마다 이들 중 최대 4가지의 보상을 내걸죠. 뭘 받을지는 랜덤입니다. 즉, 모든 보상을 받기 위해선 최소 4번 이상 클리어해야 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녹색 체크가 모든 보상을 다 받았다는 의미이고 노란색 도돌이표는 한번 이상 클리어 했지만 모든 보상을 받진 못했다는 뜻이죠. 실제로는 꽝도 존재하기 때문에 굉장히 여러번 플레이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구성을 가진 게임들은 보통 에너지나 하트, 행동력 등과 같은 방식으로 컨텐츠에 접근하는 빈도를 통제함으로써 컨텐츠가 지나치게 빨리 소모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수익을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마블 퍼즐 퀘스트는 이와 달리 히어로들의 HP를 통해 직접적으로 통제합니다. 전투 중 입은 부상은 전투가 끝난 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회복됩니다.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지만 그만큼 전투 중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사망한 히어로는 전투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아주 느긋한 플레이어라면 쉬엄 쉬엄 플레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템을 써서 즉시 회복 시켜주거나 (당연히 공짜로도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론 캐쉬템입니다.) 더 많은 히어로를 보유해야겠죠. 그러려면 히어로 보유 한도를 늘려야 할 테구요. 당연히 둘 다 캐쉬템이지만 퍼즈도라 처럼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 중 캐쉬 포인트를 찔끔찔끔 얻을 수 있습니다. 4. PVP 파트 마블 퍼즐 퀘스트는 특이하게도 PVP 컨텐츠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실시간으로 대전하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다른 플레이어의 덱을 가지고 AI가 플레이합니다. 시스템이 골라주는 5명 중 한명을 상대로 플레이하게 되고, 상대와의 전력 격차에 따라 승리시 포인트를 얻습니다. 이 포인트를 가지고 순위를 메기고, 일정 포인트에 도달할 때 마다 또한 보상을 받습니다. 어쨌든 상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보상이 상당히 후하기 때문에 스토리에서 막혔을 땐 이렇게 PVP를 뛰어서 얻은 보상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좋은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힘은 책임과 함께 오는 것 처럼, PVP가 PVE보다 마냥 유리하지는 않은 것이, PVP는 보상이 큰 만큼 히어로들이 부상을 더 자주, 크게 입습니다. PVE는 보스전에서만 턴을 주고 받습니다. 자코들은 타이머 타일을 설치해서 데미지를 주긴 해도 기본적으로 턴을 가져가지 않으므로 기본 공격도 없습니다. 타이머 타일들을 계속 제거해나간다면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고 클리어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PVP는 턴을 주고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데미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잘 키운, 더 희귀한, 더 강한 히어로를 만나기 때문에 현질의 욕구도 같이 올라간다는 것 또한 중요하지요. 5. 히어로의 성장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성장에 관한 부분입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에서 히어로는 레벨과 스킬, 2개의 축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아주 사악한 방법으로 서로 연결되어있지요. 왼쪽 스크린샷은 레벨 성장입니다. 각 레벨별로 젬에 대한 데미지, HP 등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레벨은 많이 사용한다거나, 다른 히어로를 갈아먹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얻는 ISO-8을 먹여야 오릅니다. 288이라고 적혀있는 바로 저 보라색 수정이지요. 그런데 ISO를 먹이는 RAISE LEVEL 버튼이 비활성화되어있습니다. 그리고 141이라고 적혀있는 레벨 캡 외에 좌측에 별도로 최대 레벨이 18이라고 적혀있지요. 도대체 둘의 차이는 뭘까요? 그리고 오른쪽 스크린샷은 스킬 성장인데, 파란색 AP를 먹는 Ballistic Salvo 스킬은 스킬 레벨도 없고, 현질로 올리는 버튼도 아예 빠져있습니다. 과연 이 스킬은 몇레벨이 되어야 열리는 걸까요? 정답은 '그런거 없다' 입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에서 각 히어로는 최대 3가지의 스킬을 가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1개의 스킬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 중 무엇을 가지고 있을지는 랜덤이지요. 다른 스킬을 장착한 같은 히어로의 기본 카드를 먹이면 해당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오른쪽 스크린샷의 경우는 빨간색 스킬을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에다가 노란색 스킬을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을 먹인 결과물인 겁니다. 파란색 스킬을 쓰려면 다시 파란색 스킬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을 얻어서 갈아먹여야겠지요. 또한 이 스킬의 레벨은 ISO를 먹여서 올리는 레벨과 별도로 올라갑니다. 새 스킬을 얻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히어로 카드 중에서도 해당 스킬을 가지고 있는 기본 카드를 얻어서 갈아 먹이거나, 돈을 먹여야 합니다. 별 1~2개짜리 싸구려 카드는 스킬 하나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나 히어로 하나 뽑는 비용이나 비슷했는데, 별 3개짜리 레어 히어로는 스킬 하나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10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나마 이미 갖고 있는 스킬은 돈으로라도 올릴 수 있지만, 위의 파란 스킬 처럼 아직 배우지 못한 스킬은 돈으로도 못채웁니다. 또한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히어로라고 다 같은 히어로가 아니라는 겁니다. 모던 호크아이, 클래식 호크아이 등 다양한 종류의 히어로가 있으며 이들은 희귀도나 성능이나 스킬 등이 모두 각각 다릅니다. 갈아 먹여서 스킬 올리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바로 그 카드가 필요합니다. 별이 많을수록 - 희귀할 수록 카드 먹여서 스킬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나마 아이언맨 마크 40는 키울만 합니다. 아이언맨 마크 40이 무조건 나오는 뽑기가 1100 포인트거든요. 어차피 돈 먹여서 키울려고 해도 1200씩 드는데 블루 노리고 한번 땡겨볼만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스킬 레벨을 올릴 때 위에 나와있는 아까 언급한 최대 레벨도 함께 올라간다는 겁니다. 레벨 캡은 이렇게 스킬 먹여서 올릴 수 있는 최대 레벨의 한계가 되는 거지요. 물론 돈을 안내도 히어로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PVP 포인트 보상이나 PVE 배틀 보상으로 히어로를 직접 받을 수도 있고, 히어로 뽑기 토큰을 받을 수도 있으며, 꽝으로라도 무조건 얻는 ISO로 히어로 뽑기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원하는 히어로가 뽑혀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요. 마크40 같은 레어 히어로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지금 후드나 매그니토 같은 빌런들도 뽑을 수 있는데, 이걸 안뽑은게 정말 다행입니다. 6. 퍼즈도라에 대한 양이(洋夷)들의 대답 사실 퍼즐 퀘스트 갤럭틱스나(안해봤지만) 퍼즐퀘스트2의 경우, 게임 플레이 자체가 이전 퍼즐 퀘스트보다 나아졌다고 보긴 힘듭니다. 소드 앤 포커나 룬스펠도 마찬가지구요. 실제로 퍼즐과 RPG에 대한 게임플레이 자체를 발전시킨건 퍼즈도라입니다. 파티 구성, 육성, 진화 등 퍼즐과 RPG 양쪽에서 퍼즐 퀘스트와는 확연히 구분되고 더 깊은 게임플레이를 보였죠. 마블 퍼즐 퀘스트가 여기에 각 색깔의 젬으로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는 단 한명만이 때리게 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파티 구성을 만든 건 수평적 확장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 한명이 다음 공격을 받도록 만듦으로써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도 고려하게 만들었고, 특수 타일들을 통해 타일을 없애는 것 뿐만 아니라 지키는 것 까지도 게임 플레이에 포섭한 점은 분명 수직적 확장입니다. 퍼즈도라의 성과가 눈부신 만큼, 마블 퍼즐 퀘스트의 성과도 칭송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 사실 대부분은 마블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특히 국내에선 마블 게임이라서 더 안할 테구요. 다만 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F2P 유료화 모델과 이에 따라오는 성장 / 육성 시스템이 덩달아 발전한 것은 유저 입장에선 좀 아쉽습니다. 퍼즈도라의 복잡한 진화 시스템과 달리 깔끔하고 알기 쉬운 것 까지는 참 좋은데 그 결과물은 퍼즈도라보다 더 사악하면 더 사악하지 덜하지 않은 물건이 나왔네요. 뭐 어쨌든, 게임플레이로나 유료화모델로나 이 게임이야말로 퍼즈도라에 대한 양이들의 대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17.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일주일 간격을 두고 배틀필드4(이하 배필4)와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이하 고스트)가 출시된지 약 20일 정도 지났네요. 처음엔 배필은 역시 배필이고, 고스트는 역시 콜옵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평가가 좀 바뀌었습니다. 배필은 역시 배필이지만 고스트는 콜옵 치곤 좀 이상하다 정도루요. 뭐 싱글은 콜옵 맞습니다. 오밀조밀하게 짜여진 스크립트들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처럼 요란한 씬들을 구성하는 한편, 우주정거장이나 개와의 싱크로, 헬리콥터와 탱크 조종 등 중간 중간 새로운 경험들이 제공됩니다. 그런데 사실 싱글은 튜토리얼일 뿐, 우린 멀티 하려고 콜옵을 사지요. 그런데 멀티가 상당히 불쾌합니다. 분명히 콜옵은 콜옵인데 이전 모던 워페어 시리즈 만큼의 재미가 없어요. 새로운 맵과 새로운 무기들에 적응이 될 되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계속 해봐도 확실히 재미가 떨어집니다. 기본 요소는 콜옵 그대로인데 말이죠. 이걸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고스트의 멀티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콜옵 멀티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간직하고 있지만 그 콜옵 멀티가 재미있는 이유는 모두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발전된'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말이죠. 우선 가장 기본적인 맵을 한번 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콜옵의 멀티플레이 맵들은 서든 어택 처럼 고정된 기지를 지니는 대칭 구조가 아니라 비대칭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지가 없기 때문에 맵 곳곳에서 랜덤하게 스폰되지요. 사실 콜옵의 멀티가 재미난 이유의 90%는 바로 이 비대칭 구조 + 랜덤 스폰에서 옵니다. 대칭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니 구석 구석 다양한 재미를 주는 레벨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정된 스폰 포인트가 없으니 고정된 동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캠핑이 힘듭니다. 대칭구조 맵에선 '이 곳을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캠핑하지만 콜옵에선 이 확신이 없지요. 그리고 전자는 뒷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항상 뒷치기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대신, 콜옵의 맵들은 좀 더 크고 단순한 구조를 지닙니다. 맵이 큰 대신 스프린트 속도가 빨라서 조우 빈도는 높습니다. 그리고 고저는 있지만 일부 건물의 2층 정도를 제외하면 입체적인 구조물이 적고, 또 이렇게 내려다보는 장소는 모두 2중, 3중으로 뒷치기에 노출됩니다. 또한 야외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구조물들로 인해 시야를 조절합니다. 넓고 짧게 보이거나, 좁고 길게 보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콜옵의 멀티 플레이는 여타 다른 FPS 게임들에 비해 굉장히 캐주얼합니다. 어찌 보면 술래잡기라고 느껴질 정도루요. 이게 콜옵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의 핵심 비결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스트는 여기에 좀 더 게임 디자인 적인 기교를 부렸습니다. 고스트의 맵들은 콜옵의 맵들보다 좀 더 입체적입니다. 공간을 2~3개 층 정도 쌓아놓은 구조물이 많습니다. 기존 콜옵을 할 땐 미니맵에서 그냥 적의 위치만 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적의 위치 외에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맵이 입체적이다 보니 이 고저차를 이용한 플레이가 상당히 강조되어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또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사격하는 상황이 이전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죠. 또한 빛과 그림자에 의한 명암 효과도 이전 시리즈보다 두드러집니다. 이전엔 기본적으로 맵 자체의 조도가 일정했습니다. 실내 / 실외의 밝기 차이도 심하지 않았구요. 하지만 고스트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명암 대비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같은 실외라고 하더라도 그림자에 숨어있으면 잘 보이지 않고, 또한 실외에선 실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내에서 실 외로 나갈 때 HDR 효과도 강합니다.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런 고저차의 활용이나 명암 대비에 의한 은폐효과 등은 보다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유도하면서 결과적으로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니 최소한 (주력은 이미 다 떠났지만) 인피니티 워드는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오히려 이전보다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쾌해졌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최대한 활용하면 결국 캠핑 플레이가 나오니까요. 이전까지 콜옵 멀티의 재미는 단순하고 명쾌한 것에 있었습니다. 특히 죽음을 굉장히 쉽게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였죠. 딱히 숨을 곳도 없고, 숨는다고 유리하지도 않기 때문에 스나이퍼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캠핑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조우하니 보통은 총을 맞아도 정면에서 사격자를 바라보면서 맞고,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쉽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 아니까 랜덤 스폰해서 금방 그곳으로 달려가 복수를 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고스트는 다릅니다. 높고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으면 일단 적에게 발견되기도 힘들고, 발견된다 한들 피아 식별에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리고 시야 거리가 이전작들보다 넓고 길기 때문에 접근하는 공격자보다 대기하고 있는 캠퍼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리고 맵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에 다시 리스폰 된 뒤에 원래 위치로 돌아가긴 커녕, 당장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기 힘듭니다. 그렇게 헤메면 이번엔 다시 다른 캠퍼를 만나서 사냥당합니다. 특히 저같은 SMG 개돌러들은 그냥 고기 과녁이 되어버렸죠. 캠핑 포인트에서 이미 에임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소총이 에임들어가는 사이에 조준 없이 힙으로 먼저 쏜다는 SMG의 장점이 그냥 완벽하게 사라졌거든요. 그리고 언급한 것과 같이 시야가 넓고 길어진 것도 한몫 하구요. 레벨 디자인 뿐만 아니라 메타게임 디자인도 발전했습니다. 모던 워페어 2 까지만 해도, 특정한 종류의 총을 많이 쓰면 같은 종류의 다른 총이 언락되고, 새로 언락된 총을 많이 쓰면 도트 사이트나 소음기 같은 부착물이 언락되고 위장무늬가 언락됩니다. 그리고 많이 하면 PERK(장전 속도 증가, 레이더에 탐지 되지 않음과 같은 패시브 스킬들. 최대 4개 까지 장착 가능합니다.)들도 언락되고 뭐 그런 식이었죠. 고스트의 메타 게임은 다소 방식이 다릅니다. 레벨이 오르거나, 플레이를 잘하거나 하면 스쿼드 포인트라는 코인을 얻게 되고, 무기나 부착물 등은 이 코인을 소모해서 언락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코인을 소모하지 않으면 어떤 무기나 부착물도 언락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코인이 충분하면 한번에 무기와 부착물 등을 여럿 언락할 수 있습니다. 모던3에선 새 총을 먼저 언락한 뒤에 이 총으로 또 한두시간 플레이를 해야 이 총에 도트 사이트를 달 수 있었지만 고스트에선 한방에 그냥 총 언락하고 도트 사이트도 달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PERK는 특정 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언락이 되고, 코인을 쓰면 바로 언락이 됩니다. 이전엔 언락하는 행위 자체는 게임플레이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부착물 달려면 좀 더 오래 플레이해야 하니 가끔 극복의 대상이긴 했지요. 언락해놓은 총기 / 부착물 / PERK / 킬스트릭 등을 어떻게 조합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군장을 꾸리느냐가 메타게임의 게임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고스트에선 언락하는 행위 자체도 게임플레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무장이나 방어구를 먼저 풀 것인지, 특정한 PERK를 코인으로 먼저 풀 건지 등에 대해서도 전략을 짜야 한다는 거지요. PERK의 편집도 보다 강화되었습니다. 이전엔 4가지 종류별로 1개씩의 PERK를 골라서 장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젠 각 PERK마다 1~3점의 점수가 분배되어있고 총합 8점이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PERK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메타게임을 강화해서 재미있어졌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게 아니니까 문제죠. 일단 언락에 대한 성취감 자체가 줄었습니다. 이전엔 설령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카모 패턴을 얻고, 부착물을 얻고, PERK를 얻는다는 성취감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코인으로 지급하게 되니 내가 무언가를 언락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냥 온라인 FPS에서 게임머니 조금 얻은 기분이에요. 특히 코인 지급 시점도 좀 애매한 것이, 이전 콜옵의 메타게임에서 장비와 부착물의 언락은 레벨과는 또 별개로 돌아갔습니다. 레벨업 하는 동안에 중간 중간 이것 저것 언락되어서 레벨업 과정에서도 성취감을 줬는데 코인은 이게 좀 애매합니다. 레벨이 오르면 어느정도 주는 건 맞는데, 그 중간에도 주긴 해요. 그런데 이게 언제 지급되는지가 좀 애매합니다. 이전엔 무기에도 숙련도가 있고 매 세션이 끝날 때 마다 무기에 대한 숙련도 진행상황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레벨 사이에 코인 지급 기준은 불분명합니다. 콜옵의 메타게임이 위대했던 것은 세션 단위로 진행되는 FPS 게임에서,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게임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동기부여라는 거죠. 하지만 고스트의 메타게임은 이 동기를 전혀 제공하지 못합니다. 월탱의 메타게임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고생고생해서 높은 티어의 전차를 하나 언락하고 나면 당장은 기쁘긴 한데 업글이 없어서 또 게임이 힘들어집니다. 그거 붙잡고 또 업글하고 살만해지면 다시 높은 티어의 전차를 얻는 식으로 계속 플레이를 유도하죠. 콜옵의 메타게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새 총 하나 언락하면 다소 불편하지만 그거 들고 열심히 뛰어서 도트 사이트 붙이고, 소음기도 붙이고 또 그러다가 새 총 언락되면 써보고 이런 식으로 꾸준히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고스트에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요. 이렇게 메타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반응성도 이전보다 떨어집니다. 이전엔 세션과 세션 사이의 인터미션에서 잽싸게 커스텀 메뉴로 가서 방금 언락한 총이나 부착물들을 장착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아니 당연했지요. 그런데 메타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커스텀에 시간이 많이 들어 이젠 아예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인터미션에서 군장을 꾸리는 것이 힘듭니다. 그러니 언락에 대한 성취감은 더더욱 떨어지지요. 고저차와 명암 대비를 사용한 전략적인 플레이, 보다 유저 선택의 폭을 넓힌 메타게임. 개개로 보면 분명히 이전보다 발전된 게임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콜옵은 단순한게 매력인 게임이었단 말이죠. 그런데 여기다가 게임플레이를 얹어놓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면서 게임은 오히려 이전보다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니, 사실 불쾌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속담이 영어엔 없었던 걸까요? 그러고보면 반대로 게임 후의 결과 화면은 쓸데 없이 줄여놓았습니다. 원래 콜옵은 게임이 끝난 후에 별 시시콜콜한 것에 대해서도 칭찬을 했습니다.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 "가장 높은 곳에 위치"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가장 많이 죽임" 아무리 게임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소소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의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다시 한번 게임에 뛰어들 동기를 제공했죠. 그런데 고스트는 이 마저도 없습니다. 자세히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안보입니다. 이건 도대체 왜 뺀 걸까요?
  18.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파판14 같은 경우는 한 캐릭터가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스킬과 아이템 세팅을 바꾸면 굳이 부캐를 키울 필요 없이 한 캐릭터로도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하죠. 뭐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미 플레이했던 구간을 부캐로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것에 비해 만렙 찍은 뒤에도(혹은 성장 구간 중에) 여러 직업을 꾸역꾸역 올려가는 것이 크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그렇게 한 캐릭터에 여러 직업을 대응시키기 보다는 한 캐릭터에 하나의 직업만을 부여하고, 그 외의 직업은 부캐를 통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부캐는 유저가 필요해서(심심해서) 즐길 뿐, 게임 내부에서 어떤 보상이나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으로 게임화 시킨 사례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캐에 적극적으로 보너스를 부여함으로써 부캐를 키우는 플레이 자체를 게임에 안착시킨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 - 가문 시스템 스타워즈 구공화국(이하 구공온)에서 캐릭터가 전체 성장곡선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되면 자신의 가문(리거시)를 하나 세우게 됩니다. 가문은 캐릭터와는 별개로 가문 자체의 레벨이 존재하고 경험치를 쌓아서 가문의 레벨을 올리게 되죠. 해당 계정의 모든 캐릭터들은 그 가문의 일원이 되고, 이 캐릭터들이 경험치를 얻을 때 마다 가문에도 일정량의 경험치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서비스 초기엔 이 가문 레벨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구현중인 상태였죠. 뭐 EA / 바이오웨어에선 곧 구현된다고 했지만 다들 가문이 구현되기 전에 그만둬버렸기 때문에 노예 출신의 시스 인퀴지터와 밑바닥 삶을 사는 인간 바운티 헌터와 제국군 정보부의 외계인 요원을 같은 가문으로 묶는 걸 보니 과연 스타워즈 스케일이라는 정도의 단상만을 남겼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온 김에 2년만에 접속해보니 그 가문 시스템은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각만큼 그렇게 거창하진 않고, 자잘하지만 어쨌든 부캐가 핵심 엔드 컨텐츠인 게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성장, 동료, 여행, 편의라는 네가지 카테고리와 그에 부속된 다양한 보너스들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장비를 수리해주는 드로이드를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 배치되어있네요. 이 외에 탈것을 좀 더 이른 레벨에서도 탈 수 있게 해준다거나,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준다거나 뭐 이런 보너스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보너스들에는 상위의 보너스가 존재하는데 위의 드로이드 호출의 경우, 수리 드로이드를 불러내는 쿨타임을 줄여준다거나 유지 시간을 늘려주는 형식입니다. 하위의 보너스를 먼저 갖고 있어야 상위의 보너스도 얻을 수 있지요. 이 보너스들은 사실 캐릭터에 귀속되는 부분유료화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르텔 코인(현금)으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머니로도 구매할 수 있지요. 단, 카르텔 코인과 달리 게임머니로 구매하기 위해선 각 보너스가 요구하는 것보다 가문 레벨이 더 높아야 합니다. 가문 레벨이 높으면 원하는 보너스를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현금을 쓰면 가문 레벨에 관계 없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모습이 가문 시스템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부분유료화를 채택하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분유료화 모델에서는 제법 괜찮은 장치이긴 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유저의 욕구와 그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직접 지불하고싶지는 않아하는 유저의 저항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현금을 쓰지 않고 보너스를 받기 위해 가문 레벨을 올리고자 마음먹는다면 다시 월정액 결제나 캐릭터 슬롯 추가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도하고 있지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사실 구공온에서 부캐 키우기가 엔드컨텐츠가 된 것은 기획 의도였다기 보다는 기획의 실수에 기인합니다. 한번 훑고 지나가는 성장 구간을 엄청난 고퀄인데 비해 엔드컨텐츠는 양으로나 질로나 매우 빈약하니 만렙 찍고 할 게 부캐를 키우는 것 뿐이었죠. 게다가 이 게임은 2개 진영 4개 클래스가 모두 다른 메인 스토리를 매우 고품질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부캐를 키우는게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의 경우는 처음부터 여러 캐릭터를 굴리는 것을 전제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실제 수익 모델 자체도 캐릭터 판매가 주된 수익원이죠. 그래서 다른 게임이나 구공온과 달리, 이 게임은 작정하면 2일 내에 성장구간을 끝내고 엔드 게임에 돌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유저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 사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를 좋아한다거나, 옆에서 보니 좋아보인다는 개인적인 감상 외엔 여러 캐릭터를 사모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각 히어로가 2가지 씩의 시너지 버프를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25레벨에서 열리고 다른 하나는 50레벨에서 열리죠. 예를 들어 블랙 위도우가 25레벨이 되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않은 적에게 2% 추가 데미지 효과가 생겨납니다. 50레벨에서도 2%가 열려 합치면 총 4%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헐크는 최대 HP 상승, 휴먼 토치는 광역 스킬 데미지 상승 등 각 히어로들의 개성에 맞는 효과가 부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5레벨과 50레벨에서 얻는 보너스가 서로 다른 경우도 존재합니다. 아이언맨은 25레벨에선 장거리 데미지 보너스, 50레벨에선 에너지 데미지 보너스를 줍니다. 싸이클롭스는 25레벨에서 에너지 데미지, 50레벨에선 경험치 획득량 보너스를 주지요. 그리고 각각의 히어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최대 10명으로부터 이 시너지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50렙은 커녕 25레벨도 많지 않은 가난한 쪼렙이야 뭐 되는대로 다 켜고 있습니다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히어로가 10명이 넘게 된다면 각각의 히어로별로 가장 좋은 조합을 선택해야하죠. 블랙 위도우가 주는 버프는 직접 붙어서 싸우는 헐크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긴 사거리로 멀리서 쏘는 호크아이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반대로 토르가 주는 근접 데미지 증가 효과는 호크아이에게 도움이 못되겠지요. 그래서 시너지를 받을 10명의 히어로 덱을 구성하고, 이 덱을 구성하기 위해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메타게임이 됩니다. 가문 시스템의 한계와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성과 게임의 성격과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공온의 가문 시스템은 한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단계적으로 열어갈 뿐, 그 안에 어떠한 선택이나 전략이 존재하지 않지요. 게다가 가문 시스템에서 얻는 보너스들은 계정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캐릭터별로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수리 드로이드는 이미 65레벨 본캐에서 언락을 했지만 저 1레벨 캐릭터에서도 사용하려면 다시 게임머니나 현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시간이든 돈이든 들인 노력에 비해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메타게임은 고사하고 부캐를 키울 동기 조차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현질할 보람도 없습니다.) 보너스들을 계정 적용으로 바꿨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겁니다. 혹은 가문의 레벨을 요구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 포인트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바꾸거나요. 부캐는 사실 구공온보다 마블 히어로에서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게임의 주된 수익원은 히어로를 판매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마블 히어로들이 각기 개성이 뚜렷한만큼 각 유저들의 호불호도 갈려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히어로는 굳이 구매하고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평소에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던 히어로들도 습득하고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버려지던 컨텐츠들의 효용이 상당히 올라갔죠. 만약 이 시스템이 히어로를 루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서비스 초반에 도입되었다면 이 시스템은 유전고렙 무전쪼렙을 유도하는 것으로 욕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10분에 한번씩 떨어지는 토큰을 모아 히어로와 교환받게 된 이후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시너지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으로 한정지으면서 캐릭터를 20개 30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제한을 걸어두었고 이 10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만으로 마아블로가 다시 부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플레이 중인 유저들을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19.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최근엔 딱히 고민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거리가 없어서 뜸했습니다만, 간만에 쓸만한 거리가 하나 생각나서 포스팅을 쎄워봅니다. 바로 PVP 게임에서의 팀킬에 관한 것이죠. 엄밀히는 아군공격이지만, 편의상 그냥 팀킬이라고 합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PVP 게임들, 특히 FPS 게임의 경우 팀킬은 절대로 허용되어선 안되는 장치입니다. 간혹 On/Off 옵션을 단 채로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직후에 벌어지는 혼돈의 카오스를 목격하고 나면 금방 제거하게 되지요. 반면 해외의 FPS 게임들은 팀킬에 대해 제법 개방적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팀킬을 기본으로 허용하고 옵션으로 끌 수 있게 하지요. 사실 팀킬이라는 게 반드시 막아야 할 절대 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게임에 좀 더 전략성을 부여할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는 리얼리티를 더할 수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동시에 게임의 경험을 완전히 망쳐버릴 위험 또한 큽니다. 순전히 재미있다고 자기 기지에서 아군을 무차별 학살하는 싸이코패스도 많습니다만, 실수에 의한 팀킬을 팀킬로 응징하고 다시 팀킬로 보복하는 등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경우도 그렇게 드물지는 않습니다. 이 팀킬 문제를 외국 개발자는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런데 사실 전 이게 꼭 한국의 도덕이 고담시티 레벨이고 싸이코 패스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기본 시스템의 차이에서 온다고 보는 편입니다. 해외 FPS 게임들은 대부분 서버를 개인이나 클랜이 설치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 개인이나 클랜이 서버의 룰이나 맵 등을 입맛에 맞게 세팅해놓고 각자가 알아서 원하는 서버를 선택해서 들어가는 구조지요. 한국처럼 계속해서 방이 만들어지고 닫히는 시스템에서야 사실 어디가서 강퇴를 당하더라도 금방 다른 게임에 들어가서 다시 난동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후 제제보다는 차라리 그냥 아예 게임에서 팀킬을 할 수 없도록 막아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하지만 저런 환경에선 괜히 뻘짓하다가 밴 먹으면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람 많고 핑 좋고 거기에 모드 / 맵 / 세부 옵션이 마음에 드는 서버를 찾기란 쉽지가 않거든요. 이는 팀킬 뿐만 아니라 욕설이나 트롤링 등 대부분의 비매너 행위 전반에 걸쳐 적용됩니다. 사실 저 구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게임이 바로 배틀필드입니다. 탈것, 폭발물, 드넓은 전장, 강력한 커맨더 등 깽판을 치려고 마음 먹으면 정말 아주 제대로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죠. 물론 팀킬을 끌 수 있긴 합니다만 이는 아군의 총알과 수류탄으로부터 입는 데미지만 무효화할 뿐, 팀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탱크와 같은 차량으로 치여 죽일 수도 있지요. 아군의 차량으로부터 입는 물리 데미지를 방지한다고 해도, 그대로 밀고 벽에다 갖다 박으면 차량에서 오는 데미지가 아니라 벽과 충돌한 충격량 때문에 죽습니다. 그나마 이 로드킬은 감지할 수라도 있지요. 폭발물로부터 데미지는 입지 않아도 내부 물리 엔진에 의해 폭발력으로 밀려나는 효과는 남아서 이 폭발력으로 아군을 배경과 부딪히게 해서 물리 데미지로 죽이는 건 못막습니다. 차라리 같은 원리로 정상적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옥상에 올라가서 스나질 하는 건 차라리 애교죠. 또 아군 옆에 서있는 차량을 폭파시켜서 폭탄의 폭발이 아닌, 차량의 유폭으로 데미지를 줄 수도 있고 심지어 헬기 테일로터로 사람을 갈아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내부 팀킬 방지 시스템으로 하나하나 방지하거나 감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해당 유저를 영구강퇴하는 방법으로 강력하게 제제하지요. 배필 온라인의 경우는 일단 처음에는 겁도 없이 팀킬 On으로 시작해서 한번 지옥을 맛보고, 팀킬을 절대로 켤 수 없게 만든 뒤에도 대한민국 창의력 대장들과 씨름해야 했죠. 정말 열심히 막았습니다만 끝끝내 야구하듯이 헬기 꼬리를 휘둘러 아군을 벽에 날린 뒤 그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죽이는 플레이는 막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배틀필드는 ㅈ같은 게임이고 한국엔 싸이코패스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둘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게임이 허용하는 행위가 많을수록 그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한편 월드 오브 탱크 (이하 월탱)의 경우는 반대로 아군에 데미지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리스폰을 없앰으로써 팀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사망에 대한 페널티를 완화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한 대세이긴 합니다. FPS의 경우는 리스폰 타임을 줄이거나 없애는 식으로 이 페널티를 줄여왔죠. 하지만 월탱은 리스폰이 없습니다. 게임에서 죽으면 그냥 게임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죠.(원한다면 남아서 진행상황을 계속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었다고 게임에서 내보내는 건 게임 플레이 기회 자체를 박탈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혹합니다. 하지만 월탱의 경우는 그렇게 게임에서 나가도 다른 전차를 타고 금방 다른 게임에 합류할 수 있죠. 게임 플레이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캐주얼한 페널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금방 다른 게임에 투입되면서 기분 자체가 환기된다는 점입니다. 팀킬을 당했건, 팀 메이트들이 ㅂㅅ들이라 진형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밀어 전선이 무너졌건, 일베충이 헛소리를 하든 간에 플레이어가 새로운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서 이전 게임은 그냥 잊혀진다는 거죠. 신고 기능이 있고 아군 데미지에 대해서 페널티를 물리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일단 죽으면 게임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보복 팀킬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물론 이러한 월탱의 케이스를 다른 PVP 게임 - 특히 FPS - 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 겁니다. 리스폰을 없앤 것도 사실은 탱크라는 소재의 특성상 리스폰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신고가 가능한 것도 게임 템포가 FPS에 비해 현저히 느린 덕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적으로 아군에게 데미지를 주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요소로도 팀킬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요, 개인이 설치한 서버가 계속 지속되고 이 설치자가 서버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시스템에선 팀킬을 포함한 모든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매우 강력한 제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방'이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한국식 시스템에선 이런 식의 사후 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게임에서 팀킬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할 수 있는 행위가 많아지면 그만큼 이를 방지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에 대한 해결책은 팀킬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구조에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라는 써놓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이군요. 개인적으로 팀킬이 게임을 풍성하게 만든 사례로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 생각납니다. 이 게임에서 메딕들은 때때로 치료해달라는 아군을 쏴 죽인 뒤 되살리곤 했습니다. 치료와 소생 둘 다 파워게이지를 소모하는데, 소생시의 HP는 고정값인지라 HP가 어느 수준보다 낮을 땐 치료를 2번 하는 것 보다 죽이고 소생시키는게 파워 게이지 사용량, 걸리는 시간, 그 후의 HP 등 모든 면에서 이득이었거든요. (물론 이 경우 메딕의 개인 점수는 깎입니다만...) 뭐 디자인 상에서 약간의 빈틈이 있었던 것이긴 합니다만,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월탱을 하는데 어떤 유저가 게임 스타트 전에 채팅창에 대고 중2병 스러운 대사를 마구 날리더군요. "적이든 아군이든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날려버리겠어!!" 뭐 이딴 식으루요. 그런데 스타트 하지마자 그 뒤에 있던 아군 중전차가 일격에 그 전차를 팀킬해버렸습니다. "시끄러" 한마디와 함께요. 그 순간 적이건 아군이건 구분없이 모두 '브라보'를 외쳤다는 ㅋㅋㅋㅋ 팀킬이 그렇게 상쾌하긴 또 처음이었어요. 최근엔 하스 스톤이 온라인 게임에선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채팅을 없애버리고 6가지 정도의 고정된 의사표현만을 가능하도록 했지요. 1:1 게임이라 채팅의 필요가 적기도 하고, 아이패드 가상 키보드로 채팅하는 것이 곤란하기도 합니다만, 비매너를 아주 적극적으로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20.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배필4 예약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얼리 베타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도 플레이하고 계신 분들이 제법 계실텐데, 소감이나 한번 모아보죠. 일단 저같은 경우는.. 이게 배필3의 맵 확장팩과 뭐가 다른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맵은 여전히 광활해서 교전하려면 한참을 뛰어가야 하고 또 막상 교전 지역에 진입해도 맵이 워낙 크다 보니 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도 여전하다는게 일단 제일 와닿았네요. 그리고 보병의 대차량 공격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도 그닥 즐겁지 않았습니다. 탱크가 RPG 5발을 버티는 거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장갑차도 아닌 수송차량 마저도 한발은 그냥 받고 넘어가니... =_= 플레이해본 맵이 상하이 밖에 없긴 합니다만, 64인용 맵에서도 거점이 5개로 줄어들고 나름 일렬로 배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 거점의 갯수가 3개 - 여기 저기 거기 - 를 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왜 굳이 한 가운데에 있는 거점을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야 하는 옥상에 올려놓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모던 워페어의 멀티가 '놀이'로서의 측면을 강조했다면 배필은 전통적으로 '재현'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데 (물론 이 극단엔 ARMA가 존재하지요), 그다지 캐주얼하지 않았던 3편이 평가나 판매량에서 괜찮았기 때문에 그냥 원래 컨셉을 쭉 밀고 가려나 봅니다. 뭐 사실 마케팅을 엄청 때리긴 했지만 어쨌든 1천2백만장이나 팔린 것을 보면 게임디자인 측면에서 불만을 가지는 저같은 불순분자보다는 그냥 땡크와 헬기가 나오는 전쟁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덧붙여서, 최적화와 별개로 조작감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i5 750 + 5850 + 12GB RAM인데 옵션을 다 죽여도 최대 40프레임 밖에 안나오더군요. 때때로 10프레임대로 드랍되기도 하구요. 뭐 최저 옵션으로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퍼포먼스 역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의 특징이긴 합니다만. 40프레임 나오는 걸 감안해도 마우스 움직임이 한박자 늦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타 게임보다 교전거리가 길어서 포인팅하고 맞추기 까다로운 것도 있겠지만요.
  21.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2014년 밸브가 뭔가 큰 건을 하나 발표한다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대부분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밸브의 게임 콘솔 스팀박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밸브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 된 스팀OS + 스팀 OS가 구동되는 하드웨어 + 스팀OS용 컨트롤러로 구성된 하나의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사실 스팀박스 자체의 미래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관적이었습니다만 발표 내용은 제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습니다. 오픈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한 게임용 콘솔이라뇨! 3DO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죠. 보자마자 DOA 사인이 왔습니다. 사실 리테일이 기반인 시장에서 디지털 마켓 & 다운로드 서비스 자체도 당시엔 말이 안되는 것이긴 했지만 이건 정말 심각한 과대망상으로 보였지요. 처음엔 스팀 OS 하드웨어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 콘솔이라는 포장에서 오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떼어내고 생각하니 의외로 이게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어째서 굳이 하향세인 거실용 콘솔인가? HDTV는 분명 크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합니다만, 그 반대 급부로 과거보다 큰 공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과거 PS2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사실 방 안에 작은 TV 하나를 두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42인치 TV를 개인 방 안에 둔다는 건 사실 좀 어려운 일이긴 하죠. 설치부터 플레이까지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HD 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함에도 Wii가 그렇게 불티나게 팔렸던 것은 한 명의 게이머를 위한 기기가 아니라 공동 공간인 거실에서 가족 전체가,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재미나게 놀 수 있는 장치로서 포지셔닝 된 덕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놀이도구로 다른 콘솔과 다른 타겟층을 가진 Wii를 제외할 경우, 현세대기의 보급량은 오히려 전세대기보다 적습니다. (전세대 = PS2 1억5천5백만 + 엑박 2천4백만 = 1억7천9백만 / 현세대 = PS3 7천5백만 + 엑박360 7천8백2십만 = 1억6천3백2십만. 출처 : 위키피디아) 반면 개발비는 치솟았고, 그 결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열광할 수 있는 AAA 급 게임들이 대박을 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것이 현세대기가 처한 상황이죠. 그래서 전 개발비가 더 치솟을 차세대기 시장을 오히려 더 암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게임 콘솔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PS4보다 AAA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셋탑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엑박원의 전략이 더 우수하다고 보았죠. 뭐 정신 나간 가격 때문에 맛이 가긴 했습니다만. 아무리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실을 중심으로 한 콘솔 게임 시장이 스팀이 기반하고 있는 PC 시장보다는 훨씬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콘솔과 PC를 둘 다 보유하고 있는 게이머 입장에서, 거실을 주무대로 생각한다면 PC판 보다는 콘솔용을 구매하겠죠. 즉, 많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든 없든 거실 진입 자체가 스팀 입장에선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밸브 입장에서 거실을 뚫고 싶긴 한데 게임을 구동하는 전용 콘솔로 뚫으려면 난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격, 하드웨어 성능, 마케팅, 서드 파티 확보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죠. 하지만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셋탑이라면 이미 타이틀들은 확보되어있고 하드웨어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정도 사양이면 IPTV를 구동하는데에도 큰 문제가 없죠. 똑같이 게임 + IPTV 컨셉이지만 엑박원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2. 스팀 고객들의 취향은 전통적 콘솔과 다르다. 또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스팀의 고객들이 거실에서의 게이밍을 원하냐는 것입니다. 먼저 스팀의 동접자 순위를 한번 살펴보죠. 위 도표는 스팀의 동접자 TOP 100 중 상위 30개만 추려낸 것입니다. DOTA2, 팀포트리스2, FM, 토탈워, 문명 등등 PC 독점작들이 상당히 많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인터페이스 상의 문제로 콘솔에서 패드로는 플레이하기 힘든 게임들입니다. 물론 콘솔에서도 잘나가는 게임들은 스팀에서도 잘 팔립니다만, 전체적으로 스팀 게이머들의 취향은 콘솔 게이머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밸브가 발표한 패드는 "이전에 키보드와 마우스로만 할 수 있었던 모든 게임은 이제 소파에서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 마우스로 하는 간단한 게임, 전략 게임, 탐험+확장+착취+말살 우주 탐험 게임, 다양한 인디 게임, 시뮬레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라며 스팀이 기반하고 있는 PC 게임들을 플레이하기 편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PC 전용의 게임들도 불편하지 않게 거실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죠. 우리는 스팀 OS가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은 이전 세대까지 엑박360이나 PS3으로 게임을 해온 콘솔 게이머가 엑박원이나 PS4가 아닌 스팀OS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PC로 게임을 해왔지만 가끔은 거실에서도 게임을 하고 싶은 게이머 계층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층을 상대로는 스팀 OS 하드웨어 외엔 대안이 없습니다. 3. 스팀의 콘솔은 충분한 타이틀들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인가? 콘솔이 자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해당 콘솔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들입니다. 아무리 콘솔이 저렴하거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해당 콘솔에서 구동되는 타이틀이 충분치 않다면 해당 콘솔은 사실상 그 존재 의의가 퇴색되죠. 사실 서드 파티 개발사 입장에선 스팀 하드웨어 플랫폼이 시장에 충분히 보급되기 전까진 당장 얼마나 보급될지도 불확실한 스팀 하드웨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비를 지출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스팀 하드웨어는 PC처럼 완벽한 커스터마이징은 아닐지 몰라도 일단 당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나만의 등의 수식어를 통해 다양한 하드웨어 구성을 지원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콘솔로 게임을 개발하는 또하나의 이유 - 단일한 하드웨어를 통한 개발의 용이함 - 이 사라지게 되죠. 언리얼 엔진4나 크라이엔진4에서 스팀 하드웨어의 포팅을 도와준다면 그냥 어차피 100억 쓸 꺼 101억 쓴다는 심정으로 추가 포팅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 에픽이나 크라이텍에서 스팀 하드웨어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밸브는 리눅스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된 스팀OS를 공개하면서 이미 수백개가 넘는 게임들이 스팀OS를 지원하며 AAA 게임도 지원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그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PC 게임들 조차 스팀 OS보다 훨씬 많이 보급된 맥으로의 포팅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스팀OS의 타이틀 수급은 상당히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밸브가 직접 공급하는 게임을 독점으로 묶어서 콘솔을 견인시키는 것입니다. 마소의 헤일로와 소니의 그란투리스모 처럼요. 물론 밸브 역시 하프라이프와 포털, 팀포트리스라는 막강한 IP를 소유하고 있긴 합니다. 레프트4 데드와 DOTA2 역시 잊어선 곤란하겠죠. 가마수트라에 따르면 하프라이프2의 시리즈 3편을 모두 합쳐도 판매량은 1100만장이 채 안됩니다. 하프 라이프2가 6백5십만장, 하프 라이프2 : 에피소드 1 1백40만장, (하프라이프2 : 에피소드2 외에 팀포트리스2와 포털1이 포함된) 오렌지박스가 3백만장이죠. 레프트 포 데드 역시 1,2편을 합쳐서 1200만장 가량입니다. 이 중 오렌지박스와 포탈2, 레프트 포 데드는 모두 멀티플랫폼이었죠. 과연 밸브가 이 퍼스트파티 게임들을 독점으로 묶어서 스팀 하드웨어에 베팅할 수 있을까요? (이미 오렌지박스와 레포데, 포탈을 공동으로 퍼블리싱 했던 EA와의 계약 문제는 없다고 가정할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타이틀 문제도 스팀 OS 하드웨어가 직접 게임을 구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말끔하게 정리됩니다. 현세대기 초기엔 멀티 플랫폼 이식을 도와주는 미들웨어가 없었고 또한 플랫폼 홀더 측에서 개발비를 일부 지원하는 조건으로 독점 (또는 기간 독점)을 걸어 전용 게임들이 많았습니다만, 언리얼 엔진3가 발전하고 또 개발비가 치솟으면서 이제 왠만한 콘솔 게임들은 멀티 플랫폼으로 PC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차세대기의 개발비가 더 오를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독점작이 아닌 이상은 PC로도 출시된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생각할 때 스팀OS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PC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먹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겠죠. 이때 스팀 OS 하드웨어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만일 거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굳이 멀티 플랫폼 게임을 콘솔로 구매하고 있다면, 그냥 저렴하게 스팀OS 기기 하나 갖다놓고 PC와 거실 양쪽에서 즐기라는 겁니다. 또한 이렇게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자사의 킬러 타이틀들을 독점으로 묶을 필요도 없습니다. 콘솔로 팔리면 콘솔로 팔리는 대로, PC로 팔리면 PC로 팔리는대로 이득이죠. 4. 스팀의 하드웨어는 과연 PS4나 엑박원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가? 사실 소프트웨어도 소프트웨어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경쟁력 또한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바로 하드웨어의 가격 문제죠. 엑박원이든 PS4든 기본적으로 대량생산 + 추후 공정 개선으로 생산 코스트가 줄어든다는 것과 일단 콘솔을 보급하면 나중에 로열티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생산비보다 낮은 가격에 밑지고 팔기 때문에 $399와 $499라는 가격이 책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팀 하드웨어는 밸브 독점 공급이 아닌 오픈 아키텍쳐를 내세우고 있지요. 밸브가 부품을 대량으로 발주하거나 손해를 감수할 의사도, 방법도 없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오픈 아키텍쳐를 표방하고 있는 이상, 사실 엑박원이나 PS4와 같은 스펙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이들은 특화된 OS를 가지고 있으며, 게임에서 성능을 내기 위한 특화된 하드웨어 구조를 지니고 있지요. 소음과 전력 소모, 발열은 덤입니다. 아니 사실 가격이든 소음이든 전력이든 발열이든 다 떠나서, 최적화는 둘째치고 게임이 제대로 구동될지조차 의심스럽죠. 이 모든 것을 정리하자면, 스팀 하드웨어는 엑박원과 PS4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돌아갈 수도 있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엑박원과 PS4보다 같거나 비싼 가격에 그보다 같거나 못한 스펙을 가진 머신이 됩니다. 물론 지금도 고사양의 PC로는 현세대는 물론 차세대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3만5천원짜리 엑박 패드 하나만 꽂으면 완벽하게 콘솔처럼 플레이할 수도 있지요. 굳이 거실에서 PC로 즐겨야 한다면 그냥 PC를 TV에 연결하고 말지 굳이 그 고사양 PC를 스팀OS 전용기로 한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은 하지만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비싼 하드웨어를 쓸 필요도 없고, 또한 개개 하드웨어에 대해 치열하게 최적화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엑박원이나 PS4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5. IPTV + PC 게임 스트리밍. 가격이 관건 엑박원이든 PS4 든, 거치형 콘솔들은 모두 게임은 거실에서 TV로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거실에 꼭 그 게임 콘솔을 갖다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지요. 스팀 OS 하드웨어를 이들과 같은 독립적인 거치형 콘솔로 정의하게 된다면 가격 경쟁력, 타이틀 경쟁력 모두 기대하기 힘든, 시작부터 실패가 예정된 프로젝트가 됩니다. 나와서는 안될, 귀태 콘솔이죠. 발상을 바꿔서 게임은 PC로 플레이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가끔은 거실에서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일단 콘솔을 새로 구매하는 것은 매우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콘솔 자체도 비싸고, PC와 콘솔 양쪽에서 게임을 구매해야하니까요. 하지만 저렴한 셋탑 박스를 추가하면 PC 게임을 TV로도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여기에 스팀 특유의 세일과 쉬운 구매 & 설치가 붙어 나온다면 이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그리고 밸브 입장에서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엑박원 & PS4로부터 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지요. 일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스트리밍 게임이 콘솔 직결과 유사하거나, 적어도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실드나 PS 비타가 스트리밍 게임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둘 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춰 해상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80 해상도로 품질 높은 스트리밍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사실 좀 의문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콘솔 게이머와 PC 게이머, 캐주얼 게이머와 하드코어 게이머, 스탠드 얼론 게이머와 온라인 게이머 모두가 구매할만한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가격 문제 또한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스트리밍 셋탑이라는 가정 하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격은 $99 입니다. 셋톱박스로도 애플TV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지요. 만일 이 가격을 지키기가 불가능하다면, 최대한으로 고려할 수 있는 가격은 셋탑 치고는 다소 비싸지만, 게임이 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는 선인 $199라고 봅니다. $200을 넘어서게 되면 WiiU와 비교되겠죠. 아무리 WiiU의 인기가 적다고는 하지만, 게임을 직접 구동하지 않는 스트리밍 기계가 전용기와 유사한 가격이라면 심리적인 저항선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IPTV는 WiiU에도 있고 말이죠.
  22.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즘 관심 갖는 사람은 많으나 정작 구매할 수 없는 환상의 게임 FF14의 경제의 문제에 대한 글을 Voosco임이 던져주셨길래 번역해보았습니다. 나중에 술 한잔 사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FF14 경제 문제 파이널 판타지 XIV : 렐름 리본 (이하 ARR)은 지난 몇 년간 나에게 ‘벌레’를 심는데 성공한 몇 안되는 게임 중 하나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 그건 MMO를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설명할 수 없는 욕망이다. 우리가 새로운 MMO를 찾을 때 느끼는 바로 그 감정 말이다. 하지만 ARR은 완전무결한 게임은 아니며, 그 단점 중 한가지는 정말로 눈에 띈다 – 게임의 경제 구조 말이다. 게임의 초기 베타 단계에서부터 신경쓰였던 것인데, 퀘스트를 통해 얻는 Gil 들을 귀하게 취급하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텔레포트를 자주 하거나, 의미 없는데 쓰지 않음으로써 Gil을 아끼라는 등의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ARR에서 Gil은 대부분 퀘스트를 완수해서 얻는 것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만드는 것으로는 Gil을 벌어들일 수 없다. 몹들은 상인들에게 팔 쓰레기 아이템조차 떨구지 않는다. 만일 ARR에서 Gil을 얻고 싶다면, 플레이어간에 이루어지는 경제에 참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이는 멋진 일이다. 최근 MMO게임들은 지금보다 훨씬 개인적인 접근을 취했던 클래식한 MMORPG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그 상호의존성을 삼가고 있다. 스퀘어 에닉스가 이 상호의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신선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선 몇가지 문제가 있다. 더 깊이 파내려가기 전에 먼저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 – “Gil 하수구”와 “Gil 우물” 말이다. 하수구와 우물은 게임상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는 기능들을 칭하는 게임 디자인 용어이다. 아마도 “시간 하수구”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월정액제 게임의 핵심이며, 플레이어들을 바쁘게 만들어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Gil 하수구는 게임의 화폐를 소멸시키는 장치이고 Gil 우물은 게임의 경제에 화폐를 다시 투입시켜주는 장치이다. 그리고 ‘시간 우물’은 없다. 우리 모두가 원하지만 말이다. 이것들은 MMO에서 나쁜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벌충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ARR에서 가장 강력한 Gil 우물은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고 상인에게 팔 수 있는 Allagan 조각들의 형태로부터 온다. 하지만, 이 게임엔 텔레포트 비용, 경매장 수수료, 수리비, 초코보 탑승비 등 훨씬 많은 Gil 하수구가 존재한다. 그럼 뭐가 문제냐? 뭐 사실, ‘큰’ 문제는 없다. ARR의 경제에 대해선 토론할만한 경제 문제가 무수히 많지만, 그것들은 아이템 제작과 사냥을 통한 노획과 같이 제법 고전적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른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다. 지금 모든 사람들은 렙업을 위해 달리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만렙을 찍기 위해 내달리면서 엄청난 Gil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안정되고 나면 현재 질 우물과 하수구의 비율을 보았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Gil 가치의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실제 경제에선 Gil이 우물에서 생산되는 것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멸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여러가지 있지만, 하수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예를 들어 수리비와 텔레포트 비용이 유지된다면) 이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 문제는 지난주부터 FF14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토론 주제였고 불행하게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게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거나, Gil을 버는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코멘트들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요점을 빗겨나있다. 당신이 ARR 출시 후 마켓에서 250만 Gil을 벌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 부는 생산된 것이 아니라 이전되었을 뿐이다. 만일 FF14 서버에서 시간에 맞춰 스냅샷을 찍어본다면 전체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Gil의 양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를 완수하거나 약간의 사소한 방법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Gil을 벌 때 마다 사실은 전체 경제에선 다른 플레이어가 갖고 있던 부의 일부가 자신에게 이전될 뿐이다. 사실, Gil 은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된다. 이런 이전은 대부분 경매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경매장의 수수료가 Gil을 소멸시킨다. 이 외에도 Gil 하수구는 게임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 지금 이런 종류의 하수구들은 어떠한 MMO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것들로 보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화폐 하수구들을 설치한다. 하지만 게임의 Gil들이 대부분 퀘스트에서 오기 때문에 각 서버의 전체 통화량은 퀘스트가 완료되어감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부를 유지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지속적으로 부캐의 레벨을 올려서 새로운 Gil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셀링포인트인 하나의 캐릭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완벽하게 배치된다. 명백한 해결책은 게임에 Gil 우물을 더 설치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커뮤니티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곤 하는데 이는 대부분 얼마나 많은 우물이 필요하고, 여기엔 어떤 것들이 수반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기반하고 있다. 완벽한 답을 갖고 있진 않지만, 만일 스퀘어 에닉스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 그들은 분명히 이를 구속도구로 접근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플레이어에게 부캐를 강요하진 않을 만큼은 많지만 Gil을 더 생산할 필요를 소멸시키거나 앞서 언급한 신선한 상호의존성의 잠재력을 지워버릴 만큼 많지는 않은 양의 Gil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상호의존성에는 이(경제) 문제 말고도 다른 심각한 문제들이 있지만, 이는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최근 생각중인 다른 이론도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스퀘어 에닉스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내가 요시다씨와 그의 팀을 너무 높이 평가한 것인가? 믿거나 말거나지만, FATE 어뷰징에 대한 요시다 씨의 대답을 받고 나니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우, 그들은 FATE 어뷰징 상황을 알고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니 괜찮다고 했다. 플레이어 인구가 성숙하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FATE로 스팸을 보내지 않을 테고 그럼 자연히 이 문제는 소멸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요시다씨는 거기에 더해서 2.1에선 새로운 형태의 PVE 컨텐츠가 나올 것이며 컨텐츠가 추가됨에 따라 각 유저들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퀘를 말하는 것일까?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 일퀘는 Gil 생산도 늘릴 수 있다. 일석 이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보면 스퀘어 에닉스가 의도적으로 게임 런칭 시의 경제를 빡빡하게 짜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디자인 실수로 게임 초반에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MMO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여러 번 봐 왔다. 지니를 램프 속으로 다시 밀어넣기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일이 벌어진 뒤에 하수구를 추가하는 건 플레이어들에게 끔찍하게 짜증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빡빡한 경제에 새로운 우물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쉽다. 스퀘어 에닉스는 아마도 플레이어들이 열렙하느라 바빠서 Gil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초반에 Gil 생산을 의도적으로 퀘스트 완수에만 의존시켰을 수 있다. 만일 2.1이 몇 달 내로 나오고 일퀘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한가지 괜찮은 해결책이 적절한 시기에 계획대로, 내 생각이 맞다면, 등장하게 된다.
  23.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클베때부터 제가 강력하게 밀었던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마아블로), 기본적으로 디아블로의 탄탄한 구조에 기반을 두면서 MMO 답게 필드에서의 이벤트도 존재하고, 꽝이 나오길 바라며 긁는 랜덤 카드 등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게임이었습니다만 준비한 컨텐츠가 단 2주만에 모조리 소진되면서 급격하게 식어버렸습니다. 특히 굉장히 시간을 들여 힘들게 입장해야 할 카우 레벨이 버그로 인해 무한정으로 제공되었던 것이 결정타를 날렸죠. 그 이후 한달만에 주력상품인 히어로와 코스튬을 세일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으나 그닥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있었던 패치에선 엔드 게임 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유저들이 다시 돌아오고있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최근엔 마아블로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지요. 사실 마아블로의 새로운 엔드 게임 컨텐츠가 다른 게임에 비해 월등하게 참신하다거나 신박하다거나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종전에 비하면 훨씬 낫고, 지금 즐기기에 충분히 재미있네요. 유저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과거엔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히어로 / 코스튬 획득 방식 우선 가장 크고 뚜렷한 변화는 히어로와 코스튬을 획득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와 코스튬은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이들은 게임 도중 아이템의 형식으로 드랍되기도 했죠. 다만 그 확률이 매우 드물었고, 그나마도 유저들의 경험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등 비싼 히어로(세일 전 기준 16달러)들 보다는 호크아이와 같이 저렴한 히어로들 (세일 전 기준 6달러 - 이 등급의 히어로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계정 생성시 1개, 기본 퀘스트로 2개가 지급됩니다.)들이 자주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해당 유저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히어로들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가지고 있는 히어로가 많을 수록 중복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는 경험적 착시일 확률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저같은 경우 20달러 이상의 히어로를 습득한 건 데드풀이 유일한데 이미 구매한 뒤였고, 저렴한 호크아이는 이미 4개나 습득했습니다. (=_=) 반면 코스튬의 경우는 상점에 판매 중인 코스튬 뿐만 아니라 상점에선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코스튬도 떨어집니다. (이를 체이스 코스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코스튬들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히어로를 중심으로 떨어진다고도 하지요. 전 반반이었는데 특히 울버린용 체이스 코스튬을 주워서 이걸 쓰기 위해 울버린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마블 히어로즈에 등장하는 각 히어로들은 기본 스킬 외에 30레벨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기'라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경우 파티 타임이라고 해서 영화 아이언맨3에 나온 것 처럼 아이언맨 떼를 소환해 일점사를 가하고 헐크의 경우 운석을 잡아던져 광역 데미지를 주는 등 아주 강력한 스킬이죠. 20분마다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이 궁극기들은 다른 스킬들과 달리 레벨이 오를 때 얻는 스킬 포인트로는 해당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고, 해당하는 히어로를 갈아 먹여야만 그 레벨이 오릅니다. 마치 확밀아에서 한계돌파를 하듯이 말이죠. 특히 상점에선 히어로를 한번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미친듯이 파밍을 해야 합니다. (또는 랜덤 아이템인 포츈 카드를 열심히 찢어야죠.) 새로운 습득 방식 이러한 히어로 습득 / 궁극기 업글 체계는 게임을 오래 꾸준히 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엔드 컨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어로 드랍 확률 자체가 낮고, 싼 히어로 중심으로 떨어지다 보니 비싼 히어로들은 이 궁극기 업그레이드를 체험해볼 기회가 상당히 드뭅니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히어로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일단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블 히어로즈는 이제 히어로 자체를 드랍하는 것이 아니라 이터너티 스피리터(이하 ES)라는 토큰을 드랍하고, 이 토큰을 주워서 원하는 히어로로 교환받는 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75ES를 내면 랜덤하게 하나의 히어로를 받을 수 있고, 200~600개를 내면 원하는 히어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200개를 내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요. 능력치 초기화 아이템이 3달러인데 ES 125개이고 14.5달러 짜리 히어로가 ES 600개로 환율은 대충 40:1이 됩니다. 그리고 이 ES는 5~10분에 하나씩 떨어지지요. 이러한 변화는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보상의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히어로를 획득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만 - ES 200개짜리 블랙 위도우를 얻기 위해선 1000분, 즉 16시간 이상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 그 동안 200번의 보상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ES는 떨어질 때 '땡그랑!' 하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요). '캐주얼 게임'에 의하면 캐주얼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주 등장하고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보상이라는데, ES 시스템은 이를 충족시켜 줍니다. 둘째,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투명해졌습니다. 원하는 히어로들을 얻기 위해 필요한 ES 갯수와 현재 보유량을 유저가 이미 알고 있고 습득 속도는 이미 체감하고 있지요. 원하는 히어로가 떨어질 때 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던 과거엔 게임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모든 진행 상황이 공개되면서 유저는 자신이 게임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히어로를 획득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셋째, 히어로 구매에 대한 효용도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이 불투명했던 과거엔 히어로 드랍은 사실상 구색이고, 실제로는 히어로를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역산해낼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14.5달러이지만 시간으로 환산하면 3000분, 50시간이 됩니다. 돈을 내지 않고 ES로 구매하면 50시간 뒤에 1레벨짜리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만, 14.5달러를 내고 50시간을 플레이하면 궁극기를 3번 업그레이드 한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요.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일부 체이스 코스튬도 상점과 ES 샵에 풀렸죠. 이게 궁극적으로 캐쉬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지, 모두 함께 노가다로 가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넷째, 궁극기 업그레이드와 히어로 수집에 대한 엔드 컨텐츠 효용이 더 증대합니다. 사실 고렙이 되어서 뺑뺑이를 돌아도 그 만족감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게임은 계속 어려워지고, 살아남기 위해선 더 나은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데 아이템을 잘 갖출수록 더 나은 아이템을 찾긴 더 어려워지죠. 기존의 유저들은 노력 대비 산출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ES 수집으로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히어로를 늘리는 컨텐츠 자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새롭게 즐길 거리가 추가된 것이죠. 기존의 엔드 컨텐츠 구성 기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파밍이 이루어지는 엔드 컨텐츠의 구성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디아블로엔 난이도에 따라 노멀 악몽 지옥 불지옥이 있지만 마아블로에선 일일 던전, 그룹 챌린지, 림보의 세가지 컨텐츠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각 컨텐츠마다 레벨별로 다양한 난이도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림보를 제외하고는 효용이 극히 떨어진다는 거였죠. 일일 던전은 총 10개가 3개의 난이도로 제공되는데, 난이도에 관계 없이 각 던전을 클리어하면 카드 조각 1개를 얻을 수 있고 같은 던전에서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지만 카드 조각은 20시간에 한번씩만 주어집니다. 문제는 이 일일 던전이 너무 쉽고 던전 자체의 보상은 너무 작다는 것이죠. 레벨에 맞춰서 혼자 들어가도 10분이면 클리어할 수 있고, 자기 레벨보다 낮은 던전에 들어가면 3분 안에 카드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안에서 몹과 싸워 얻는 보상은 정말 보잘 것 없죠. 그러다보니 이 일일던전은 플레이 자체에 대한 재미는 없고 그냥 카드 조각 할당량만 채우는 컨텐츠가 되어버립니다. 보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선 그룹 챌린지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그룹 챌린지들은 5인 풀파티를 기준으로 구성되어있고, 약 20분 정도의 길이를 갖습니다. 풀 파티가 아니면 쉽게 녹다운 될 정도로 전투가 흥미롭고 경험치나 아이템 보상도 짭잘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티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마아블로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 맵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MMORPG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적습니다. 마을에 해당하는 어벤져 타워에서도 20명 정도 밖에 안보이죠. 그런데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 챌린지를 하기 위해선 같이 그룹 챌린지를 뛸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죠. 던전 자체는 시간 대비 효용이 높습니다만 전체 과정을 놓고 봤을 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사망 횟수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기도 어렵죠. 그러므로 그룹 챌린지는 길드에 소속되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정말 운 좋을 때에나 플레이할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일일 던전은 보상이 너무 적고, 그룹 챌린지는 플레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는 일종의 서바이벌 모드인 림보였죠. 흔히 말하는 서바이벌은 플레이어들이 일정한 공간 안에 갇혀있고 외부에서 적들이 몰려온느 구성을 지녔지만, 림보에선 반대로 몹들이 자기 자리에 서있고 플레이어들이 맵을 돌아다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적들이 더 강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맵 곳곳에 있는 오브를 먹어야 한다는 설정이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3분짜리 웨이브 7개를 버티고 나면 보스전이 있고 보스를 잡으면 종료됩니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그대로 죽을 정도로 몹이 강하고, 보상 또한 그룹 챌린지 못지 않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룹 도전과 달리 파티 없이도 참가 신청만 하면 알아서 사람이 필요한 방으로 합류합니다. (파티를 맺은 상태라면 파티원과 같은 방으로 합류합니다.) 따라서 그룹 챌린지와 달리 파티를 구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림보는 20분에 한번씩만 오픈됩니다. 최악의 경우 20분을 기다려야 하죠. 그런데 20분을 기다린다고 반드시 플레이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10~12인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짝이 맞지 않을 경우 방에 입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20분을 기다렸는데 입장하지 못하고 다시 20분을 기다려야한다는 상황은 상당히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림보를 대체하는 새로운 컨텐츠 - 서바이벌 그래서 마아블로에선 업데이트를 통해 림보를 없애고 대신 서바이벌이라는 모드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이름은 서바이벌이긴 합니다만, 사실은 서바이벌이라기 보다는 사냥에 가깝습니다. 강한 적들이 맵 구석구석 배치되어있고, 유저들이 이들을 쫓아다니며 보상을 얻는 구조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 10분에 한번씩 3~4명의 보스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보스떼들을 사냥하면서 보상을 얻는 것이죠. (일반 몹에서 오는 보상도 쏠쏠합니다.) 이 서바이벌(사실 보스 입장에서 서바이벌 모드입니다만) 모드는 림보와 달리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클릭하면 자리 비는 방으로 입장하고, 나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지요.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냥 시간 나면 잠깐이라도 들어와서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고 나가는 컨텐츠입니다. 심지어 스폰 장소 앞에 쓰레기 아이템을 매입해줄 NPC 까지 세워놓아서 굳이 인벤 버리러 나갈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또한 이 서바이벌은 림보와 달리 플레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적습니다. 림보의 적들은 상당히 강해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죽습니다. 그리고 3분 안에 누가 살려주지 않으면 그냥 방에서 쫓겨나지요. 그러니 살고 싶으면 무리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능동적으로 게임의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무리가 가는 대로 끌려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무리가 오브를 놔두고 먼길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따라다녀야 하죠. 하지만 서바이벌의 몹들은 림보 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강하진 않습니다. 물론 양으로나 질로나 혼자서 다 해결하기엔 벅차지만, 1~2명으로도 충분히 한 무리의 몹들을 해결할 수 있지요. 적들을 피해서 돌아다닐 수도 있구요. 3~4명의 보스 파티는 도전적이지만 플레이어가 모이면 충분히 잡을 만 합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자기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어요. 일단은 긍정적이지만... ES건 림보건 간에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데에 중점을 둔 모양입니다. 유저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구요.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실제로는 컨텐츠 소모를 더 촉진하는 방향을 가리킨다는 겁니다. ES는 원하는 히어로를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하고 서바이벌은 10분에 3명의 보스를 잡을 수 있게 합니다. (림보는 성공한다고 해도 플레이타임 20분에 보스 1명입니다.) 2달만에 서바이벌 모드를 추가한 것은 놀랍습니다만, 기본 게임 구성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게 언제 고갈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존의 레어 등급 위에 더 희귀한 코스믹 등급의 아이템을 추가한 것은 당장 파밍할 거리들을 추가해 컨텐츠를 저렴하게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코스믹 아이템들 또한 부가로 붙는 옵션이 워낙 강해(모든 스킬 +1 and 확률에 따라 데몬 소환, 적에게 큰 데미지 등의 강력한 효과가 확률에 의해 발동) 일단 방어력과 레벨만 맞으면 딱히 골라잡을 필요까지 느껴지지도 않고, 5시간에 하나 정도는 떨어질 정도로 그렇게까지 귀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외려 사냥 속도만 높여 컨텐츠 소모를 오히려 촉진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24.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슈팅게임의 생체감각적 반응에 관한 연구 중 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을 보니 최근 튜토리얼에 대해 생각중인 내용과 연관이 있어 별도의 포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볼까 합니다. 매뉴얼은 게임의 일부이며, 매뉴얼을 숙지하고 틈틈히 읽어보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게이머의 자세라는 굉장히 고전적인 성향의 게이머도 존재하긴 합니다만, 최근 추세는 확실히 매뉴얼 없이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튜토리얼이겠지요. 특히 요즘의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들은 단순하게 단계별로 할 일을 지정하고 수행 여부만 체크하는 정도를 넘어서 게임을 멈춰놓고 눌러야 할 버튼을 제외한 나머지를 어둡게 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게임을 익혀나가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은 인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상점, 창고, 채널 선택, 친구 추가 등의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도 이런 튜토리얼을 적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전 이런 튜토리얼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튜토리얼 부분을 완전히 리뉴얼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퍼블리셔의 피드백을 받는 회의를 했죠. 퍼블리셔 측에선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눌러야 할 버튼을 깜빡이게 하고 다른 버튼을 죽이는 식으로 해서 보다 알기 쉽게 해달라는, 굉장히 일반적인 요청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친절한' 튜토리얼이죠. 그런데 개발팀에선 상당히 본질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튜토리얼은 쉽게 넘기겠지만, 과연 그 결과 게임의 플로우는 제대로 익힐 수 있을까요?" 튜토리얼은 분명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주요한 내용을 가르쳐서, 이후 게임에 진입했을 때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이 제공하는 난관을 푸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친절한' 튜토리얼을 준비하고, 이 튜토리얼을 거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아놓아도 정작 유저들은 채팅으로 조작법을 묻곤 합니다. 어째서 튜토리얼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걸까요? 우선 제가 첫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튜토리얼이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튜토리얼은 훈련소나 사격장과 같이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매 단계마다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고, 해당 행동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구성됩니다. 특히 요즘은 해당 단계와 관계 없는 조작들은 아예 막아버리거나, 가려버리는 식으로 유저들의 의식을 집중시키려고 하지요. 그런데 과연 이렇게 시키는대로 정해진 동작을 한번 한다고 해서 그 조작을 완전히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올 초에야 겨우 면허를 땄는데, 초반 시동거는 시퀀스를 익히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밟는다 -> 시동을 건다 -> 핸드 브레이크를 푼다 -> 기어를 2단에 놓는다 -> 악셀을 밟으면서 클러치에서 발을 뗀다. 교관이 옆에서 차례대로 하나씩 알려주면 따라하죠. 그런데 교관 지시 없이 혼자 시동을 걸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꼬이더란 말입니다. 학습이란 관련된 정보의 단단한 결합인데 이게 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아주 강렬한 보상(정확히는 쾌감)이 주어지거나, 지속적으로 반복하거나, 또는 스스로 이 요소들을 힘겹게 조립해나가는 방법으로 이 단단한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더군요. 물론 세가지 방법 모두 병행이 가능하구요. 앞서 말씀드린 시동 거는 문제의 경우 강렬한 보상이 주어지지도 않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하지도 않았고, 지시 없이 스스로 이 과정을 조립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막상 운전석에 앉았을 때 엉킨 것이겠죠. (제가 가방끈이 짧아서 정확한 출처나 이론은 못찾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보충 부탁드립니다.) 튜토리얼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일단 튜토리얼은 쾌감이 없습니다. 게임은 난관을 극복해나가면서 긴장과 쾌감을 즐기는 매체인데, 튜토리얼들은 대부분 그냥 시키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므로 아무런 쾌감이 없지요. 또 특정 동작을 여러번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지시에 따라 한번씩 수행해봤을 뿐 스스로 해당 과정을 이끌어낸 적이 없지요. 그러니 '친절한' 튜토리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유저가 해당 튜토리얼의 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튜토리얼들이 너무나 통제된 환경을 제시한다는 겁니다. 적도 없고, 총성도 없고, 위험도 없는 굉장히 동떨어진 환경에서 제시된 조작 하나 하나만을 하도록 유도하죠. 그런데 실제 게임은 그런 한적한 환경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다니는 가운데 이동하고, 엄폐하고, 재장전을 해야하죠. 해당 조작은 언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해당 조작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조작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끄집어내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어즈 오브 워(기어워)의 튜토리얼은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낮긴 하지만 실제 게임과 동일한 환경이죠. 이는 적당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조작 방법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 그 조작을 해야할지에 대한 맥락까지 함께 제공해줍니다. 특히 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라 할 수 있는 엄폐(엄폐물 간 이동 포함)은 조작을 알려준 뒤에 이를 활용할 전투까지 진행되어 그 안에서 해당 행위를 능동적으로 반복하도록 유도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모든 요소 -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맥락 이해 -들을 포함하고 있지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이하 모던2)의 튜토리얼은 훈련장을 모티브로 한 환경을 제공하긴 합니다만, 기본 조작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익힌 다음엔 코스를 따라 적들을 완파하며 지나가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이 행위 자체는 긴장도 없고 쾌감도 없습니다만 대신 가능한 빨리, 가능한 많은 적을 사살하고, 가능한 아군은 사살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수치화 되어 제시됨으로써 트레이닝 자체가 하나의 미니 게임을 형성합니다. 트레이닝이 모든 상황을 다루진 못하기 때문에 맥락 이해는 부족합니다만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등은 충분합니다. (뭐 그래도 뇌파측정 상으로는 가장 지루했다고는 합니다만) 시스템 쇼크2는 별도의 튜토리얼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만, 초반 도입부를 다시 한번 튜토리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줍고, 근접 무기로 공격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키 카드를 사용하고, 로그를 읽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쪼그려 앉고,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듈을 얻는 등의 행위를 당장 하나씩 경험하게 함으로써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해당 행동들을 조립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텝 바이 스텝의 '친절한' 튜토리얼은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맥락 이해 등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튜토리얼을 쉽게 진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반대로 충분히 튜토리얼을 잘 만들었는데 유저들이 기억을 못한다 싶으면 위 네가지 요소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뭐 튜토리얼이라는게 그 성격상 '쾌감'이랑은 상당히 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튜토리얼과 관련해서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튜토리얼들이 조작 - 즉 미시 플레이에 대한 것들에 집중되어있고 거시 플레이에 대해선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배틀필드 온라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Hyaline님이 지적하기도 했던 문제인데요, 뛰고 움직이고 총 쏘는 건 가르쳐주는데 게임어서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지,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하는지 등은 보통 튜토리얼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병과나 점령전 등 복잡한 요소를 지닌 FPS 게임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플래닛사이드2를 하면서 기함했던 것이, 병과 바꾸는 법, 총 쏘는 법, 엘리베이터 타는 법, 스폰하는 법은 가르쳐주는데 정작 스폰한 뒤에 뭘 해야할 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도 보고 대충 아군 몰려있으니 아 저기로 가야되는 갑다. 그러고 가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왼쪽의 점령 마커가 아주 느리게 채워지더니 뜬금없이 '점령!!!' 그리고 다들 우루루 몰려갑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찾아보니 유튜브 동영상을 보라고... 아놔... 파이어폴 역시 마찬가지였죠. 뭔가 총쏘는 법도 알려주고 배틀 프레임 특성도 체험시켜주고 그랬는데 정작 필드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채굴기 어떻게 박는지 (사실 채굴기 어떻게 만드는지도 안가르쳐줬습니다.), 탐사 망치는 어떻게 쓰는 건지, 배틀 프레임 업그레이드는 어디서 하는 건지, 뭐가 달라지는 건지, 분자프린터가 어디에 있고 지도에선 어떤 마커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더군요. 그나마 분자 프린터 찾아갔더니 역시 유튜브 동영상 틀어주는 버튼이 떡.... 물론 튜토리얼이라는게 게임이 아니다보니 본질적으로 어느정도 지루할 수 밖에 없고,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아예 그냥 관둬버릴 수도 있고, 거시 플레이를 튜토리얼에서 모두 커버할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시 플레이에 손을 놓아버리면 유저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물론 거시 플레이가 좀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를 잘 만들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화면만 봐도 아 여기로 가야하는 갑다. 이거 눌러야하는 갑다. 바로 바로 뇌에 꽂히게 직관적인 UI를 짜면 좋겠죠. 그리고 문 앞에 가면 'E'키 눌러라, HP가 떨어지면 숨어 있으면 회복된다는 등과 같이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춘 힌트가 표시되는 것도 충분한 보완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BlackCat 님의 글 인용) 위에서 언급하신 것과 같이 튜토리얼이라는게 거의 1회만 플레이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 한번의 세션이 해당 게임의 마지막 세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공'이 친절함 보다는 앞서 언급한 네가지 요소 - 쾌감, 반복, 능동, 맥락 - 에 관한 것이어야겠죠.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튜토리얼 외에 게임의 직관성과 투명성도 챙겨야 하는 부분이구요. 여담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최근에 했던 게임 중 튜토리얼이 가장 형편없었던 게임은 '야구의 신'이었습니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미지 몇장 보여주고 땡쳐버리더군요.. (그리고 UI도 엄청 어렵...) 이 포스트는 '친절함'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효과적인' 튜토리얼을 생각해보자는 것이 주제이지 튜토리얼이 친절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25.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최근 계속해서 MMORPG 이야기만 나오고 있으니, 이번엔 FPS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탈것은 왜 존재하는가 기본적으로 PVP 기반의 FPS 게임은 굉장히 대칭적인 게임입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동일한 전력을 가진 토큰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MMORPG와는 달리 이전까지 게임을 진행한 결과들이 전혀 토큰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런 공평한 상황에서 조작기술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 등 플레이어의 개인 기술을 겨루는 것이 기본이죠. 이런 세팅은 공평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개개 토큰의 전력이 일정하고 어쨌든 4발의 총알을 맞으면 죽으니 전체적으로 게임의 긴장감에 큰 변화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퀘이크나 언리얼 등에 등장하는 5배 데미지, 슈퍼아머 등과 같은 버프들은 일시적으로 캐릭터 전력에 비대칭성을 부여해 긴장감에 굴곡을 주는 역할을 해줍니다만 밀리터리 FPS 게임과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 탈것이죠. 뭐 사실 이런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탈것이 등장했다기 보다는 전쟁이니까 탱크와 헬기가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로망에서 출발하긴 했겠습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탈것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일반 보병을 압도하는 존재로서 전투 전체에 긴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탈것과 레벨 디자인 FPS 게임에서 탈것을 등장시키게 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레벨 디자인입니다. CQB를 다루는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실내 혹은 좁은 공간을 상정하고 은폐 엄폐물을 중심으로 레벨을 디자인합니다. 하지만 탈것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몇배나 크죠. 따라서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훨씬 넓은 야외여야 하고 공간이 트여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방된 공간에선 서로가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긴박한 총격전을 벌이기 보다는 중거리에서 딱콩 거리며 총이나 쏘는 지루한 오리사냥이 되기 일쑤입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이동할 이유를 주기 위해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맵 상에 3개 이상의 거점을 두고 점령하는 점령전을 채택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거리 스나이퍼가 유리하다는 것엔 차이가 없습니다. 개활지에서 원거리 저격은 단순히 밸런스의 문제가 아니라 UX의 차원에서 문제를 초래합니다. 일반적인 실내전 게임들은 오브젝트의 배치로 저격수 시야를 제한해 저격수에겐 압도적인 제압지역을 주는 동시에 저격수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보호지역을 설정해줍니다. 그리고 양팀의 저격지점이 개방되어있어 저격수 끼리의 공방전이 벌어지죠. 하지만 개활지는 그딴거 없습니다. 왜 죽었는지 납득하기도 힘들고, 또한 저격수의 존재를 인지하고 복수하러 가려 해도 여전히 저격수의 시야 내에 있지요. 즉, 개활지에서는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어디 있는지 알아도 반격할 수 없는 오리사냥이 반복될 위험이 있습니다. 오리 사냥 물론 재미있지요. 그런데 과연 오리에게도 재미있을까요?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의 이분화 퀘이크 워즈 에너미 테러토리(이하 ET)와 커맨드 앤 컨쿼 레니게이드(이하 레니게이드)는 실외 공간 외에 별도의 실내 공간을 강조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ET는 점령해야 할 포인트가 실내에 위치해있죠. 탈것을 타고 점령 포인트 근처까지 갈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점령하기 위해선 실내에서 CQB를 치뤄야 합니다. 배틀필드 처럼 완전히 개방된 공간을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탈것을 탄 채로 점령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탈것들을 탈취당하거나 파괴당하고 나면 점령을 막아내기가 힘들죠. 반면 ET는 실내전이 점령의 최종 단계이기 때문에 탈것들이 전체 전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진 못하고 방어측 역시 실내전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수 있습니다. 레니게이드는 상대방 진지의 건물들을 파괴해서 전략적으로 타격을 주고 최종적으로는 본진을 파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기존의 FPS가 '전쟁'을 다루고 있다면 이 게임은 RTS게임을 FPS로 옮겨놓은 것 같은 게임이죠. 이 게임 역시 해당 건물을 폭파하기 위해선 건물 내로 잠입해 들어가서 정해진 위치에 폭탄을 설치해야 합니다. 탈것은 그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직접적으로 건물을 파괴하는 것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외부에서 포격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긴 한데, 데미지가 미미해서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레니게이드 전문가가 보충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밀도와 동선 관리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들은 보병만이 등장하는 게임에 비해 보다 많은 공간을 필요로합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평균적인 인구 밀도가 보병전을 대상으로 한 FPS 게임보다 낮으며 그로 인해 긴박감 넘치는 접전 보다는 산발적인 전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국지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전선을 형성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동선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간을 직선으로 구성하고 이를 끊어내서 일부만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위 그림은 ET의 맵 구성입니다. 맵은 크지만 실제로는 3등분 되어있고 공격팀과 방어팀이 나누어져 있지요. 게임은 공격팀에서 가까운 구역에서 시작되고, 공격팀이 구역별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벽을 파괴한다거나 거점을 점령한다거나)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보병은 현재 게임이 진행중인 구역에서 바로 스폰할 수 있지만 탈것은 본진에서만 스폰됩니다. 따라서 처음엔 공격팀이 탈것을 전장에 투입하기 편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방어팀이 탈것을 투입하기 쉬워져서 전투의 기승전결을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ET의 직선 구조는 인구 밀도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개개의 세션에서 명확한 기승전결을 만든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게임의 양상이 항상 동일하고 의외성이 적다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배틀필드의 경우, 거점 간에 선-후 관계가 없이 자유롭게 점령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장을 지양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맵 중 하나인 카칸드를 보면 각 거점들이 선형으로 구성되어 병력들이 전선에서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으로 주 동선과 떨어진 곳에 거점을 두고 거점의 점령에 선-후 관계를 두지 않아 거점 공략에 대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점을 산개시켜놓은 맵들도 존재하죠. 이런 맵은 어떤 거점을 공략해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전략성을 부여합니다만, 그만큼 병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습니다. 전투를 하기 보단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을 타고 빈집 털이를 다니는 것이 중요한 플레이가 되죠. 뭐 그것도 재미는 있습니다만, 과연 이 게임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재미가 전투인지 전쟁인지 레이싱인지 좀 애매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실 탈것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탈것을 타지 못하면 행군게임이 되기도 합니다. 행군하다 총맞는 게임이죠. 배틀필드2의 맵에서 또한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맵 배치가 비대칭적이라는 겁니다. 카칸드만 보더라도 MEC가 거점을 다 점령한 상태에서 미군이 밀고 들어가는 방식이죠. 이런 비대칭 구조는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공/수 교대로 승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ET가 이런 식입니다.) 배틀필드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밸런스가 맞든 안맞든 단판인데..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제가 배필2를 훌륭한 리액트먼트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는 반면 게임으로는 혐오하긴 합니다만. 홈프론트는 각 라운드 마다 점령해야 할 거점을 단 3개만 제시합니다. A(알파), B(브라보), C(찰리). 이 세 거점의 방향과 현재 소유권, 점령 상태가 항상 실시간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먼저 내 거점을 지킬 건지 상대 팀의 거점을 공격할건 지를 결정하고, 어느 쪽을 택할지만 선택하면 되죠. 인접한 거점만 볼 수 있어서 HUD만 봐서는 상황을 알기 힘들었던 배틀필드2와는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또 플레이어를 거점에서 스폰시키지 않고 동료 분대원 옆에서 스폰시켜서 전장에 투입될 때 까지 뛰어가야 하는 상황도 방지했습니다. (배필2와 달리 분대는 자동으로 구성되고, 플레이어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인식되지 않습니다. 물론 추가 조작으로 분대를 옮기거나 할 수 있습니다.) 홈프론트는 또한 전체 맵을 좀 더 역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맵은 위 그림과 같이 기본적으로 3등분 되어있는데, 제일 처음엔 가운데의 중립 지역에서 1라운드가 진행됩니다. (이 밖의 공간으로 나가면 사망합니다.) 1라운드에서 누가 이겼는지에 따라 2라운드의 무대가 결정되고, 2라운드에서 동점이 된다면 다시 중립 지역에서 3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이때 각 라운드가 끝날 때 게임이 일시 중단되고 새로운 맵에서 다시 리셋되는 것이 아니라 종료 순간 플레이어들의 위치는 그대로 둔 채 게임 공간이 확장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라운드 스코어는 리셋이 되기 때문에 패색이 짙은 팀은 굳이 고문을 당하기 보다는 라운드 종료가 다가오면 슬슬 병력을 자기쪽 진영 가까이 이동시켜서 다음라운드를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피아 식별과 스나이퍼 문제 대규모 개활지 맵이 가지는 또한가지 문제는 피아 식별이 힘들다는 겁니다. 스폰 지역과 동선이 잘 정리되어있는 CQB 게임에선 이 피아 식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얼굴이 보이면 쏴야하는 적이고 등이 보이면 아군이죠. 하지만 탈것이 등장하는 개활지 맵에선 동선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이동 방향만 봐서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시야 거리가 길다 보니 사실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죠. 그러다보니 이런 맵에선 스나이퍼가 정말 유리해지고, 이는 초보 유저들의 경험에 상당한 위협이 됩니다. 피아 식별을 돕고 스나이퍼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상대 플레이어의 위치를 공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틀필드2는 무인정찰기를 띄워 일정 시간동안 범위 내 모든 적의 위치를 맵 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쿨타임이나 발동비용 등이 있어 사용이 제한적이고 실제로는 자신이 발견한 적의 위치 정보를 아군에게 알리는 '적탐지 공유' 기능을 많이 사용합니다. (위성뷰로 적을 찾아서 탐지공유를 거는 것이 지휘관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배필2의 적탐지는 대상의 위치와 종류(탈것의 종류, 또는 스나이퍼인지)를 표시합니다만 탐지 순간의 정보만을 표시합니다. 표시는 되지만 지금도 정말 해당 위치에 적이 있는지는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Z축이 상대 유닛을 가리킨 것이 아닐 경우 해당 위치에 ?를 찍어서 경고의 의미로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탐지 판정이 까다로워서 정확하게 적을 찍기 보다는 ?를 찍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틀필드 온라인(배필온)의 경우는 이 탐지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스나이퍼들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단 배필2와 달리 일단 한번 탐지되면 일정 시간동안 그 위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도록 했고, 단순히 미니맵에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HUD상에 아이콘으로 표시해 일단 탐지만 되면 그 위치를 찾기 쉽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혼란을 주는 ? 표시 기능은 그냥 삭제해버렸죠. 또한 사망시에 공격자의 위치를 보여주는 킬캠으로 사망을 납득시키고 공격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 시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배틀필드2의 탐지 기능은 개활지의 중장거리 전투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게임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약간의 불편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반면 홈프론트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만 탈것 때문에 전장의 구성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보조적인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우선 홈프론트에선 유저가 사망했을 때 카메라를 유저의 시체로부터 유저를 죽인 플레이어까지 이동시켜줌으로써 자신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물론 이 킬캠은 팀포트리스2(이하 팀포2)나 배필온에도 존재합니다만, 카메라 전환이 아니라 이동이라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팀포2나 배필온에선 킬캠에 비치는 배경을 통해 공격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추리해야 하지만 홈프론트에선 사망한 위치부터 공격자 위치까지 카메라가 이동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바로 공격자의 위치를 알 수 있죠. 탐지한 적의 위치를 공유하는 기능은 홈프론트에도 있습니다. 탐지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해당 적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는지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네요. UAV와 정찰 드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홈프론트에선 전투 중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 탈것이나 드론 등의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UAV는 가장 저렴한 - 가장 빈번하게 사용할 수 있는 - 장비 중 하나입니다. 단,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와 달리 사용자 본인에게만 정보가 들어온다는 차이가 있죠. 다신 좀 더 비싼 정찰드론을 띄워서 조종하면 탐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아군들에게 중계해줄 수 있습니다. 탐지든 정찰 드론이든 일단 살아남아서 적을 찾아야만 그 위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홈프론트에선 어떤 유저가 사망하지 않고 적을 계속 죽여 킬 스트릭을 쌓게 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현상수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유저에겐 방어력 증가와 같은 보너스를 주는 대신 상대편 유저들 중 랜덤한 일부에게 해당 유저의 정보를 알려주고 사살할 경우 보너스를 주는 시스템이죠. 이 상태에서 킬 스트릭을 더 늘리게 되면 위협도도 놓아지고 보너스가 증가하며 반대로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됩니다. 이 현상수배가 존재하기 때문에 캠핑이 억제됩니다. 탈것-보병간 전력 불균형과 병과 위와 같이 탈것으로 파생되는 레벨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탈것 그 자체가 가진 압도적인 전력에 관한 문제는 남습니다. 대부분의 보병은 탈것에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반면, 탈것들은 폭발성 무기와 연사 무기로 무장해 보병들을 압도지요. 이런 불균형이 바로 탈것의 존재 의의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보병에게 대응 수단이 없을 경우, 탈것을 타지 못하면 무기력하게 패퇴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전체적으로 나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필온의 경우는 기존의 배필2보다 훨씬 많은 수의 탈것을 배치해 탈것을 타는 즐거움을 더 주려고 했습니다만 그 결과 보병이 탈것에게 무기력하게 능욕당하는 경험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탈것은 탈것으로 상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넓은 전장에서 탈것들끼리만 전투가 벌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플레이어들의 실력에 따라 한쪽 팀의 탈것이 다른 쪽 팀의 탈것을 압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보병들에게도 제한적이나마 탈것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탈것이 존재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특정 병과에 이런 능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전차 병과들은 일반적으로 로켓포와 같이 탈것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반면 SMG나 샷건 처럼 중/장거리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은 주무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다른 병과들이 갖고 있지 않은 대장갑 전투력을 갖췄으니 대인 전투력을 희생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대인 전투력이 희생된다는 것 자체가 대장갑 병과를 선택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대전차 병과는 탈것에게 죽는 대신 사람에게 죽는 병과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탈것을 압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배필온의 악명높은 '병과 통합' 패치는 바로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죠. 병과의 수를 줄이고 주무기의 제한을 철폐해서 오히려 대인 전투력을 평준화 시킴으로써 대인 전투력에 대한 고민 없이 병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뭐 기존 유저들로부터 욕은 상당히 먹었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게임 접은 유저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동접이 늘지도 않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방향은 옳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려면 오픈 이전에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동접은 개선하지 못했어도 아이템 제작 효율을 높인 것은 사실입니다. 7개 병과 각기 개별적으로 전용 무기를 사용하던 과거엔 7종의 총기를 출시해야 사실상 1종이 추가된 것과 같은 효과였는데 그 이후로는 2종씩만(저격총 1종류, 나머지 1종류) 추가하면 되었으니까요. 배필온이 병과 특징을 개인무장이 아닌 특수장비 쪽으로 집중시켰다면, 홈프론트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병과 자체를 삭제해버렸습니다. 대신 여러개의 무장 셋을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각 무장 셋 별로 대전차무기, 방탄조끼, 정찰 드론, 공격 드론, 개인용 UAV 등 다양한 특수 장비 중 2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너는 ## 병과이므로 %%를 하지 못하는 대신 &&를 해라'라는 방식의 트레이드 오프가 아닌, '네가 ##를 하고 싶다면 ##를 하고 &&를 하고 싶다면 &&를 해라'라는 플러스 중심의 트레이드 오프죠. 그리고 이 장비들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사용시키고 각 효과별로 포인트 비용을 차별화 시킴으로써 전체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쪽이 훨씬 더 세련되고 캐주얼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날아다니는 탈것의 문제 게임에서 탈것들은 보통 여러가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헬기나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류의 것들입니다. 탱크와 같은 지상 병기들은 사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벽 뒤로 숨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그래서 전 배드 컴퍼니와 배필3의 벽 파괴 시스템은 게임적으로는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숨어서 공격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항공기들은 숨을 수도 없고, 항공기들을 공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킹왕짱입니다. ET의 경우는 항공기의 공격력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형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메리트라고 본 거죠. 그리고 대전차병이나 장갑차의 로켓에 락온 - 유도 기능을 부여하고 항공기의 속도를 줄임으로써 지상에서도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ET의 탈것 간 전투의 주역은 지상병력이며 항공기는 거들 뿐이죠. 반면 배틀필드2는 항공기에 절대적인 어드밴티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정 설치된 대공 미사일과 대공 차량을 제외하면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죠. 그나마 이들 대공 미사일은 위치가 고정되어있어 항공기가 이륙하자마자 공격하는 대상이 되고, 대공미사일이나 대공차량이나 사거리가 짧고 락온 시간이 길어서 항공기를 공격해서 떨어트린다기 보다는 위협을 해서 쫓아내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배틀필드2에서 항공기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항공기 뿐이며, 따라서 제공권 장악이 전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편에 전투기를 잘 모는 파일럿이 있으면 (그리고 그 파일럿이 잡음 없이 전투기를 타면) 그 게임은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반대로 우리 편 파일럿이 미숙하면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폭탄맞고 죽는 것이죠. 뭐 현대전이 양상은 그게 맞긴 합니다만, 그게 플레이어들에게 유쾌한 경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일정하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획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필2의 항공기는 기획자의 직무유기 또는 로망질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배필2의 밸런스가 개똥망이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탈것은 지상의 탈것 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 겁니다. 자칫하다간 게임 전체의 경험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탈것의 소유권 문제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탈것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ET든 배틀필드 시리즈든 일반적으로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은 탈것을 공공재로 취급합니다. 주인 없이 일단은 그냥 방치되어있고 아무나 잡아타면 된다는 것이죠. 뭐 사실 파워업도 딱히 주인이 정해져있던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탈것은 분명히 보병보다 훨씬 우수한 생존성과 공격력을 보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탈것을 타고 싶어하는 반면, 그 전력이 팀의 승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팀의 승리를 위해선 탈것을 잘 모는 사람이 탑승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개인의 욕망과 팀의 전략이 충돌하게 되지요. ET의 경우는 항상 실내전이 필수로 끼어있기 때문에 탈것을 둘러싼 소유권 문제가 적습니다만, 배틀필드2 같은 경우는 이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당장 전선에선 인원이 모자라는데 비행기 타겠다고 활주로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가 폭탄 한방에 몰살당하죠) 탈부심 넘치는 올드비들은 자신이 탈것을 잘 타니 자기가 타야한다며 이미 탈것을 타고 있는 다른 유저들과 입씨름을 벌이다가 그냥 탈것을 터트려버리기도 합니다. 잠시 후에 리스폰 되면 타겠다는 거지요. 배필온에선 팀킬을 없애버렸더니 이젠 탈것을 타고 가라는 전장은 가지 않고 엄한 동네에 짱박혀 포탑이나 돌리는 '잉여 놀이'가 만연하기도 했습니다. 레니게이드에서 탈것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중 활동으로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서 말이죠. 소유권이 분명하므로 누가 탈 것인지를 둘러싼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반대로 승기를 잡은 팀이 포인트를 많이 얻고 이 포인트로 탈것을 타고 다시 전장에서 압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레니게이드가 뿌리를 두고 있는 RTS에선 이것이 당연하긴 하지요. 배틀필드는 탈것이 거점에서 스폰되므로 어떤 거점을 점령해 어떤 탈것을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거점을 많이 획득하면 그만큼 탈것을 많이 동원할 수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편 홈프론트는 레니게이드와 유사하게 포인트를 소모해 탈것을 불러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수 장비는 플레이 도중 사용할 수 있지만 탈것은 스폰시에 원하는 탈것을 선택하면 해당 탈것을 탄 채로 스폰하는 방식이죠. 물론 탈것을 내리고 나면 소유권은 사라집니다만, 확실하게 태워서 스폰시키니 소유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됩니다. 그리고 탈 것 별로 한 팀이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갯수가 정해져있습니다. 이미 전장에 아군 탱크가 2대 존재한다면 아무리 많은 포인트를 지니고 있어도 탱크를 타고 스폰할 수 없는 식이죠. 게다가 포인트도 다른 게임보다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특히 적을 죽이거나 어시스트를 쌓는 것 외에 단지 스폰하는 것에 대해서도 포인트를 지급하고 적은 돈으로도 대전차 병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 현상 까지도 차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시스템의 뿌리를 레니게이드 보다는 모던 워페어의 킬스트릭이라고 보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밀리는 팀에게도 상대 탈것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부분은 킬스트릭보다 나은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던워페어도 3부터는 보다 많은 킬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망해도 리셋되지 않는 킬 스트릭을 추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지요. 또한 이 포인트 시스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1라운드는 다들 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탈것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보병전 위주로 게임이 흐르죠. 하지만 2라운드가 되면 슬슬 포인트를 써서 탈것들을 불러내기 시작하고 3라운드엔 포인트를 쏟아부어 화끈한 화력전이 펼쳐집니다. ET가 원했던 것 처럼 게임이 기-승-전-결의 구도를 지니면서도 다채로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지요. 정리 글이 상당히 길었습니다만 (사실 이것도 상당히 축약했습니다만) FPS에서의 탈것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탈것은 단순한 로망 이외에 전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다채로운 상황과 긴장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2. 탈것을 등장시키기 위해선 넓은 야외를 무대로 할 수 밖에 없고 중거리 오리사냥을 방지해야 한다. 3. 맵이 커지면 그만큼 인구밀도가 떨어지므로 전선을 형성해 국지적으로 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4. 또한 맵이 커지면 피/아 식별이 힘들고 스나이퍼가 극도로 유리해지므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5. 탈것은 탈것으로 제압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보병도 탈것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6. 날아다니는 탈것은 날아다닌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보너스이므로 너무 큰 힘을 실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7. 탈것에 소유권을 주지 않으면 아비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의 비용과 소유권을 연결지으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8. 단, 게임 플레이와 비용과 소유권을 연결할 때엔 부익부 빈익빈을 방지해야 한다. [/list: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