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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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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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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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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It's 'almost impossible' for people to play Wasteland 2 the same way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해 기사가 났기에 한 번 옮겨봅니다. 근데 사실 이걸 왜 옮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닥 큰 얘기도 없고 원래 다 알던거고 ... http://www.digitalspy.co.uk/gaming/news/a584016/its-almost-impossible-for-people-to-play-wasteland-2-the-same-way.html#~oK652P135soOyw 창작자인 브라이언 파고에 의하면, 웨이스트랜드2는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하기에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같은 경험을 하기가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포스트아포칼립스풍의 RPG로, 대화와 스토리의 선택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플레이어들에게 "자유 의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캐릭터가 대화를 할 때면 추천 키워드와 스킬을 사용하며, 오리지널과 유사한 수동 키보드 타이핑 입력 시스템이 존재하여 어떤 상황에서든 대화를 여러 갈래로 이끌어 가고 여러 선택지를 취할 수 있다. 예를들어 첫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최근에 죽은 레인저의 시체를 다시 파낼 수 있으며, 그 결과 레인저의 리더인 바르가스 장군과의 총격전이 시작되며 게임이 즉시 끝난다. 또 다른 예로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파티에 참가할 수 있는 어떤 캐릭터는 바르가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플레이어가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 바르가스에게 말을 걸면, 그녀는 그 즉시 강제로 게임을 떠나게 된다. "작은 순간이지만 의미있는 순간이죠" 파고가 디지털 스파이에게 한 말이다. "여러분의 생각의 결과에요. '이걸 해봐야지.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정말로 뭔가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 게임에는 그런 순간들이 수천 개 있어요. 제가 보기에 ... 여러분이 이런 짓을 서너번 반복한다면, 그거야말로 여러분이 정말로 몰입한거에요. 뭔가가 자연스럽지 않다면, 그때가 몰입에서 깨어나 거슬리기 시작하는 지점이죠." 같은 철학이 게임의 엔딩에도 적용되기에,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들어 파티가 계속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면, 바르가스 장군은 플레이어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척살팀을 보내 게임내내 여러분을 따라다니게 할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영구적으로 바뀌겠지만, 새로운 스토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안티 히어로가 암살에서 살아남아 바르가스를 추적하는 것이다. 그의 적들을 규합하여 그를 물리치는 것 또한 다른 결과의 하나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juemg0G1UNg "우리는 실제로 게임에게 엔딩이 무슨 의미인가를 다시 논의하고 있습니다." 파고가 설명한다. "많은 게임들이 멀티엔딩을 가졌다고 얘기하지만, 대부분 게임의 끝에 가서야 벌어지는 사건들입니다. 여러분은 A, B 또는 C를 해냈습니다 ! - 그리고 그게 다죠." 삶이란 그렇게 동작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내 삶의 엔딩은 아마도 지금 당장 감옥에 가는 것이 될 터이다. 80살이 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바로 이 자리에서 끝난다. "이 게임에도 엔딩이 있습니다. 다섯 시간짜리, 열 시간짜리, 20 시간짜리, 60시간 짜리 ... 게임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파생되죠. 게임의 가장 마지막에 가서야 맞이하는 엔딩보다 이게 더 말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건 전에 본 적이 없는거죠. 꽤나 혁신적입니다." 그림 대규모의 팀이 넓게 펼쳐진 여러 갈래의 스토리를 작업 중인 이 게임에서, 심지어 파고 본인조차도 웨이스트랜드2가 제공하는 가능성을 모두 알지 못한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커져버렸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심지어 게임의 창작자인 저조차도 모든 가능성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저 감성을 설정하고 팀을 갖추는 거죠. 퀘스트를 원해요. 이벤트를 원해요. 이만큼. 이렇게. 윤리 시스템은 이런거에요." 그리고나면 개발팀이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는거죠. 궤도에 오르고, 커져요. 우리도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지만, 처음 보는 웃긴 일들을 계속해서 발견해요."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동일한 경험을 할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요." 킥스타터를 통해 웨이스트랜드2를 펀딩한 파고는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이 아직 지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웨이스트랜드2는 8월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어딘가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커니즘을 모두 밝히겠다'라며 장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봤는데, 그 비슷한 개념으로 몇 가지 잘 알려진 매커니즘을 정리한 글이 있네요. http://www.looah.com/article/view/1120
  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내용은 전혀 다른데가 없습니다. https://brunch.co.kr/@felkerkim/8#_=_ 퍼머데스란 Permanent Death의 약자인데요, 캐릭터가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 부활이니 뭐니 그런 구차한게 없는걸 의미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퍼머데스 시스템으로는 디아블로의 하드코어 모드가 있습니다. 저는 퍼머데스를 좋아합니다. 살아있는걸 느끼려면 죽음을 목격해야 하죠. 낮은 데가 보여야 높은곳이 높게 느껴지는 거고요. 퍼머데스는 아주 강력하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에게 스트레스 주는걸 (어쩌면 과도하게) 꺼리는 요새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장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퍼머데스가 꼭 그렇게 강력하고 위협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한 수준으로 적재적소에 잘만 쓴다면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아닌,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수준의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아주 좋은 장치이죠. 최근 플레이했던 몇몇 게임에서 ‘일종의’ 퍼머데스가 꽤 잘 쓰였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1. XCOM2: 쉬움 난이도 + 철인 모드 엑스컴은 흔히 어려운 게임으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십수년전의 엑스-컴은 실로 매우 어려웠던 게임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엑스컴은 현대 유저들에 맞게 적당한 난이도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쉬움 난이도를 택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약간의 고민을 요구하는 수준입니다. 플레이어가 지금 한 선택이 일단은 잘못되었더라도 그 결정으로 입은 손해를 만회할 기회가 넉넉하게 제공되는 편이죠. 한편 엑스컴2에는 철인 모드라는게 있습니다. 철인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한 번 내린 결정을 돌이킬 수 없습니다. 흔히 이런 류의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세이브&로드 신공이 통하지 않아요. 쏜 총알은 쏜거고, 맞은 총알은 맞은거고, 죽은 대원은 죽어버립니다. 그렇습니다. 정말로 죽습니다. 철인 모드에서는 죽은 대원을 살릴 수가 없어요. 이게 바로 퍼머데스죠. 쉬움 난이도는, 말 그대로 쉽기 때문에, 긴장감이 풀어지기 쉽습니다. 안그래도 쉬운데 이걸 더 쉽게 만드는건, 위에서도 말한 세이브&로드입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 이를 돌이킬 수 있게 해주는 요소죠. 정찰하지않은 방에 대원을 잘못 들여보냈는데, 그 방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이었습니다. 방에 들어간 대원은 결국 죽어버리죠. 철인 모드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세이브했던 파일을 다시 불러오면 되니까요. 하지만 철인 모드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 대원은 그냥 죽은걸로 처리됩니다. 물론 쉬움 난이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전사한 대원의 빈 자리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대원이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게 ‘실수를 돌이키기’와 ‘실수를 만회하기’인데요, 대원이 한 번 죽었는데 그 대원을 죽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는게 ‘실수를 돌이키는’ 겁니다. 대원이 죽지 않았을 때 세이브했던 파일을 불러오는거죠. 실수를 만회하는건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 대원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단지, 그 대원을 대신할 새로운 대원을 그만큼 키워내는게 실수를 만회하는거죠. 엑스컴의 쉬움 난이도는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실수를 만회하는건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쉬움 정도라면, 일반적인 플레이어에게도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어지간히 주어지는 편이죠. 한편 철인 모드는 실수를 돌이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따라서 쉬움 난이도 – 철인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실수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만회할 수는 있습니다. 퍼머데스의 핵심인 ‘한 번 내려진 결정은 퍼머넌트하다. (영구적이다.)’라는 점이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에 가혹한 패널티와는 다소 차이가 생기는거죠. ‘실수로 인해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경우로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하드코어 모드가 있습니다. 수십에서 수백시간을 쏟아부어 키워낸 내 캐릭터와 장비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허무함은 확실히 지나치게 가혹해요. 그래서 어지간히 퍼머데스를 좋아하는 저도 잘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엑스컴2의 쉬움 난이도 + 철인 모드 조합은, 죽음이 게임에 흥미를 더해줄지언정 지나치게 가혹하지는 않은, 꽤 괜찮은 조합이 아닌가 싶더군요. 2. 더 디비전의 다크존 먼저 다크존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다크존은 무법지대입니다. 디비전이라는 게임은 MMO와 비슷하게 꾸며진 멀티플레이어 게임인데, 다크존에서는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공격해서 죽여버리는게 가능해요. 일반 필드에서는 안되지만 다크존에 입장하면서부터 상호 공격이 가능해지는거죠. 대신 누군가를 먼저 공격한 사람은 일정 시간동안 ‘로그(Rogue) 상태’가 됩니다. 단순히 공격을 했을 뿐 상대가 죽지 않았다면 로그 상태는 불과 십수초간 지속될 뿐입니다. 그러나 상대를 죽여버렸다면 분단위를 넘어가는 시간동안 로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더 긴 시간동안 로그 상태로 버텨야합니다. 몇 분 정도가 얼마나 대단하냐고 생각한다면, 로그가 되는 순간 자신의 위치가 주변의 모든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진다는 점을 고려해보셔야 할 겁니다. 누군가가 로그가 되면, 그 사람을 공격하는건 죄가 되지 않습니다. 공격을 받은 로그가 죽으면 경험치가 깍이고 돈을 바닥에 떨굽니다. 반대로 로그를 죽인 사람은 몹을 죽였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죠. 무엇보다도 흥미로운건, 로그의 가방에 든 아이템들이 바닥에 드랍된다는 점입니다. (모두는 아니고 일부만 드랍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할게요.) 지나가다가 로그가 보이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면 죽이는게 이익입니다. 경험치도, 돈도, 무엇보다 저 로그가 지금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좋은 아이템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로그를 공격하는건 나에겐 어떠한 시스템적인 패널티도 없으니 이건 꽤 해볼만한 일입니다. 대신 로그를 공격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을지를 말이죠. 왜냐면, 로그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즉 상대가 로그이고 나는 로그가 아니라하더라도, 죽으면 경험치와 돈,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템을 떨구는건 같기 때문입니다. 경험치와 돈의 감소폭은 로그일 때보다는 적긴 하지만, 아이템을 드랍한다는건 굉장히 충격적이죠. 왠지 비슷한 뭔가가 떠오르나요? 리니지의 카오 시스템과 굉장히 비슷하죠. 심지어 리니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제조’가 디비전의 다크존에도 존재합니다. 누군가 몹을 잡느라 열심히 총을 쏘고 있는데, 내가 갑자기 그 사이에 끼어들어 상대의 총알을 맞는 겁니다. 상대는 그 즉시 로그가 됩니다. 제가 로그를 제조한거죠! 그리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 팀원들이 빠르게 로그를 죽여버리고 아이템을 약탈합니다. 우리는 로그를 죽였을 뿐이니 아무런 부작용도 없습니다. 오히려 정의를 구현한 것으로 간주되죠. 다크존의 PvP 룰은, 리니지의 그것과 놀라울정도로 유사합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리니지의 이런 시스템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줬었죠. 이 시스템이 야기하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낳았던 바 있고, 결국 최신 MMORPG들은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근데 디비전은 왜 굳이 이런, 너무 험악해서 지금은 쓰이지 않는 시스템을 들고 나온걸까요? 그 가혹함이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디비전은 부작용을 적절히 완화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이걸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다크존 인벤토리와 이송’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드릴게요.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설정상 바이러스에 오염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데요, 첫번째로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일단 다크존 전용 인벤에만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인벤의 용량은 디폴트 상태로 8칸. 더 늘릴 수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두어칸 정도입니다. 다크존에서 아이템을 8개 먹으면 인벤토리가 가득차고, 더 이상 아이템을 담을 수 없게 됩니다. 두번째로,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반드시 세척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세척을하기 위해서는 다크존에 드나드는 헬기를 통해 바깥으로 이송을 보내야하죠. 헬기를 부를 수 있는 장소들은 정해져있습니다. 이송장에 가서 헬기를 부르면 1분 30초간 헬기가 도착하길 기다려야하고, 그 이후 헬기에서 늘어뜨린 줄에 다크존 인벤의 아이템들을 실어보냅니다. 이송까지 해두면 일단 안심이에요. 이송 이후에 내가 죽더라도 이미 보낸 아이템들은 그대로 내 아이템으로 남아있을테니까요. 따라서 대략적인 플레이 패턴은 이렇습니다. 다크존을 배회하며 몬스터를 – 또는 다른 사람들을 – 사냥하고 아이템을 노립니다. 괜찮은 아이템만 골라담아 8개가 가득 차면 헬기장으로 향합니다. 헬기를 불러놓고 1분 30초를 대기하다가, 헬기가 도착하면 거기에 8개의 아이템을 실어보냅니다. 내 다크존 인벤은 텅 비게되고, 플레이 세션은 리셋됩니다. 여기부터 다시 아이템 사냥을 반복합니다. 단순하고 지루해보이죠. 여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게 ‘아이템의 드랍 가능성’ 입니다. 다크존에서는 죽으면, 내가 로그였든 아니든 상대가 몹이든 사람이든, 다크존 인벤의 모든 아이템을 그 자리에 떨구게 됩니다. 이렇게 떨어진 아이템은 ‘누구든’ 가져갈 수가 있구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장싸움이 많이 벌어지는 곳’을 예측할 수 있게 되죠. 헬기장입니다. 헬기장에서 헬기를 기다리는 이들은 뭐가 됐든 ‘실어보낼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그를 공격해서 죽일 수 있다면,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몬스터 찾고 사냥할 필요없이 손쉽게 아이템을 가질 수 있겠죠. 로그가 되긴 하겠지만, 로그가 되더라도 내게 주어진 로그 타이머를 모두 클리어할만큼 오래 버틸 자신감이 있다면? 근처에 있는 틀어박혀서 방어하기 쉬운 지형을 알고 있다거나, 주변의 동료들이 든든하다거나. 한 번 걸어볼만한 도박이 됩니다. 다크존의 활동으로 얻은 아이템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송’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겪어야만 합니다.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 죽는다면 – 다크존을 플레이하며 쌓은 가치 – 그간 모은 아이템 – 를 모두 잃게 될겁니다. 하지만 한 번 걸어볼만 할 수도 있는거죠. 어떤 결정을 하든 일단 ‘이송에 성공’한다면 그때부터 그건 무조건 내겁니다. 특별히 게임에 이상이 없다면 그 아이템들은 확정적으로 내 것이되고, 누구도 빼앗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는 리니지의 카오 시스템과 다크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퍼머데스 플레이의 세션의 길이 입니다. 리니지에서 자기가 가진 아이템을 떨구는 등의 일은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완전히 접을 때까지 이어집니다. 아주 잠깐 안전지대에서 쉴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다시 위험한 곳으로 나서야만해요. 그러나 다크존은 반대입니다. 안전한 플레이가 디폴트이며, 다크존이라는 위험 지역에서 하나의 플레이세션을 진행하여 아이템을 획득하면, 그건 완전히 안전한 아이템이 되는거죠. 그리고 다크존에서의 플레이의 세션 (아이템 8개를 수집하고, 이송하기까지) 은 일반적으로 길어봐야 보통 30분을 넘지 않습니다. 글의 첫 머리에서 저는 ‘일종의’ 퍼머데스라고 썼습니다. 다크존 시스템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퍼머데스와는 거리가 꽤 있습니다. 캐릭터가 죽는게 아니죠. 하지만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그간 모든 것들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잘만 한다면 그 모든걸 안전한 곳에서 완전히 안전하게 내 것으로 가질 수 있겠지만요. 중요한 것은, 한 번 내린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고정되어버린다는 점에서 퍼머데스가 플레이어에게 주는 경험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사실 다크존의 로그 시스템은 지금 썩 잘 돌아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로그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보상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된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디비전의 다크존이 근래에 보기드문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를 제공한다는점, 그리고 여기에 ‘일종의’ 퍼머데스가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3. 다키스트 던전 다키스트 던전에는 칼 같은 퍼머데스가 적용됩니다. 플레이어는 4명의 영웅들로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던전을 탐험하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죽은 영웅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심지어 이 게임은 세이브&로드조차 불가능한, 디폴트로 퍼머데스가 적용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엑스컴2에서 저는 ‘실수를 돌이키는 것’과 ‘실수를 만회하는 것’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퍼머데스에서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게 해주는건 좋은 일이지만, 실수를 돌이킬 수 있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죠. 다키스트 던전은 바로 이 ‘실수를 만회’하는 부분에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던전은 크게 3가지 난이도로 나뉩니다. 어프렌티스, 베테랑, 챔피언입니다. 레벨 1, 2에서어프렌티스 던전을 돌고, 3, 4레벨에서 베테랑 던전을, 5, 6레벨에서 챔피언 던전을 다니게 됩니다. 저렙 영웅이 난이도 높은 던전에 가는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고렙 영웅이 낮은 난이도의 던전에 갈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게임에서는 4명의 영웅을 하나의 팀으로 운용하게 됩니다. 보유 가능한 전체 영웅들의 숫자는 더 많지만 한 번에 출동 가능한건 무조건 4명이에요. 예를들어 제게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10명의 레벨 6 (최고레벨) 영웅이있다고 해보죠. 어느날 던전에 갔다가 제가 무심코 내린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현상금 사냥꾼 클래스의 영웅이 죽어버립니다. 손해를 감수하고 남은 영웅들에게 즉각 후퇴 명령을 내린 덕에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전 이제 고렙 현상금 사냥꾼이 없어졌어요. 새로운 현상금 사냥꾼을 키워야합니다. 인력 시장(…)에 가서 새현상금 사냥꾼을 고용합니다. 그러나 이 사냥꾼은 레벨 1입니다. 레벨 6까지 키워야겠죠. 여기까진 괜찮아요. 문제는, 이 현상금 사냥꾼 혼자만을 레벨 6까지 키울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다른 모든 영웅들은 이미 6레벨이에요. 어프렌티스 등급의 던전에 갈 수가 없습니다. 현상금 사냥꾼을 키우기 위해서는, 함께 저렙 던전을 돌 3명의 다른 저렙 영웅들을 추가로 고용해야 합니다. 이미 6레벨짜리가 있는데 추가로 그래야 한다는거죠. 엑스컴2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저는 그냥 고렙들 사이에 끼워서 저렙 캐릭터 하나를 임무에 내보낼 수가 있습니다. 잘 보호하면 죽지 않고 레벨업시키는게 가능해요. 다키스트 던전에는 이게 어렵습니다. 레벨1 짜리가 챔피언 던전에 들어가면, 아차하는 것만으로도 일격사 당할 수 있어요. ‘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 거의 확실히 그렇게 죽어나갈거라고 봐야합니다. 결국 현상금 사냥꾼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그닥 내키지 않은 다른 1레벨 영웅 3명을 함께 키워야한다는거죠. ‘결정을 만회’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큰 겁니다. 저는 다키스트 던전의 아주 많은 부분을 좋아하지만, 이건 좀 잘못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퍼머데스 얘기를 하다보니 신이 나서 글이 엄청 길어져버렸는데, 정리하자면 1. ‘실수를 만회하기’와 ‘실수를 돌이키기’의 차이점 2. 퍼머데스는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패널티같지만, 사실 잘만 쓴다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재미를 더하는 정도에서 조절이 가능한 장치이다. '잘만 쓴다면'은 실수를 만회하는건 가능하지만 돌이키는건 불가능한 구조를 의미한다. 3. 플레이어의 결정의 결과가 영속적인 것이 당연시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일종의, 넓은 범주의 퍼머데스'를 '짧은 플레이 세션' 단위로 적용함으로써 본격적인 퍼머데스의 과중함을 강요하기보다는 퍼머데스가 줄 수 있는 긴장감만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도의 얘기입니다.
  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그리고보니 벌써 몇 달을 달렸는데 데스티니에 대해서는 별로 쓴 게 없는 것 같아 짧게나마 요약해봅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옵니다. 1. FPS인가 액션 게임인가? 물론 FPS죠. 근데 은근하게나마 액션 게임의 느낌도 꽤 납니다. 전 사실 FPS에는 그닥 애착이 없어요. 재미난 것들도 있긴 했지만 제가 맹렬하게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죠. 그에 비해 액션 게임은 꽤 좋아해요. 근데 데스티니는, 물론 FPS이긴 한데, 액션 게임의 느낌이 꽤 가미되어 있거든요. 이 게임이 저를 매료시킨 부분에는 이런 점도 꽤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데스티니의 어떤 점 때문에 액션 게임의 맛이 은은하게 또는 은근하게 나는가하면, 크게 두 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봐요. 1-1. 스킬들 다양한 유틸기들이 첫번째 이유. 눈뽕 수류탄(플레시뱅)이나 평범한 그레네이드 등 FPS에 흔히 있을법한 스킬 이외에도 점프해서 적을 향해 - 수퍼맨의 자세로 - 날아가 광역 데미지를 주는 스킬이라거나, 일시적이나마 투명해지는 은신, 나와 아군 모두를 보호하고 버프를 주는 광역 보호막, 다양한 특징들을 가진 서로 다른 밀리 스킬 등등의 여러가지 흥미로운 스킬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사용은 모두 액션 게임의 느낌을 줍니다. 1-2 조준 보정 두번째는 물론 조준 보정(aim assist)입니다. 장비에 자체적으로 조준 보정이 붙어서, 조준 보정이 높은 총을 쓰면 내 손이 고자라도 커서를 은근슬쩍 적의 머리통 위에 놔줍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조작이 필요한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다른 FPS들과는 꽤 다른 느낌이에요. 이건 사실 데스티니의 개발사인 번지의 전작이자 전설의 명작으로 이름높은 헤일로에서 온 것이죠. 다들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이쪽에 관심없는 분들을 위해 짤막하게 요약해보자면, 어느 시점까지 FPS게임들에게 콘솔은 난공불락의 플랫폼으로 여겨졌습니다. FPS라면 당연히 키마(키보드+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것이고, 컨트롤러가 전혀 다른 콘솔에서 FPS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왔었죠. 실제로 조준 보정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상태로 해보면 패드로 조준하는게 굉장히 어려워요. 데스티니에도 조준보정 개입이 제로인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데, 거의 게임하기 어려운 수준이더군요. 여기에 나타난 것이 번지의 헤일로(Halo)입니다. 헤일로는 패드로 조준해야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조치를 취했는데, 첫번째가 몹들의 움직임. 이전의 FPS들이 보여주었던 몹들과는 달리 헤일로의 몹들은 자연스레 움직이는 듯 하지만 미묘하게 플레이어의 조준을 계산한 듯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러는가하면 그건 다른데서 찾아보시면 될 것 같고, 두번째가 조준 보정입니다. 조준 보정의 핵심은 물론 '자연스럽게'죠.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기가 조준하고 있다고 믿을만큼 자연스럽게, 인위적인 개입이 느껴지지 않게 하면서도 실제로는 보정을 해줘야합니다. PvE에서는 그나마 쉬운 편이에요. 몹들의 움직임과 겹쳐지면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준은 되니까요. 근데 PvP에서는 노답이죠. 플레이어 캐릭터의 움직임을 게임이 제어해버리면 안되니까 ... 아무튼 한동안 FPS로는 공략할 수 없는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콘솔 게임기에 헤일로라는 공성병기가 나타났고, 이 병기는 콘솔을 완전히 함락시켜버렸습니다. 요새 출시되는 FPS들은 대부분 콘솔을 베이스로하여 PC판에는 약간의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만 수정&추가해서 내는 것 같더라구요. 한때 난공불락의 플랫폼이던 콘솔이 이제는 FPS의 메인 플랫폼이 된 셈입니다. 사실 저는 이 분야에 과문한 편이라 헤일로나 데스티니의 조준 보정이 다른 게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느정도 완성도인지 가늠하긴 어려워요. 분명한건 제게 데스티니의 조준 보정은 아주 자연스럽고 - 즉 신경써서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게임이 개입하고 있다는걸 느끼기 어려울만큼 인위적인 부분은 느껴지지 않고 -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FPS와는 꽤 다른, 제가 좋아하는 액션 게임쪽에 살짝 근접한 듯한 플레이 감각을 보여줍니다. 데스티니를 이렇게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감각을 제공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2. 커뮤니티 아웃소싱 데스티니는 일종의 mmo 게임입니다. '일종의'라고 쓴건 mmo스러운 부분이 가미되긴 했지만 완전히 mmo라고 하긴 어렵기 때문인데요,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마비노기 영웅전과 유사한 부분이 약간 있습니다. 마을/채널 등등의 구조는요.) 아무튼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커뮤니티가 중요하기 마련이죠. 특히 컨텐츠의 위계를 보면 그러해요. 순차적으로 나열해보자면 솔로잉 가능한 미션과 패트롤들 > 스트라이크 (3인 파티 필요. 난이도 중하) > 나이트폴 (3인 파티 필요. 난이도 중상) > 노멀 레이드 (6인 파티. 난이도 중하) > 하드 레이드 (6인 파티. 난이도 중상)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스트라이크까지는 자동 매치메이킹을 지원합니다. 근데 나이트폴부터는 아니에요. 매치메이킹 없이, 자기가 알아서 사람들 구해서 또는 사람들에게 낑겨서 3인을 만들어 플레이 해야합니다. 당연히 커뮤니티에 관련된 기능들이 필요해요. 낯선 이들이 만나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장치,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치, 내가 플레이하려는 컨텐츠를 함께 할 수 있거나 하려는 이들을 서로 만나도록 도와주는 장치 등등. 놀랍게도 데스티니 내부에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처음에는 꽤 충격적이었어요. 이 게임엔 심지어 채팅조차 없단 말이죠. 음성 채팅이 가능하긴한데 그건 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하고, 특히나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 할 수 있는 경로는 전혀 없고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사람들은 이 게임을 활발하게 플레이하고 있어요. 커뮤니티에 관련된 기능을 게임이 거의 제공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방법들을 찾아냈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흥미로운 사례들을 볼 수 있죠. 한국에서는 파티찾기가 거의 루리웹 데스티니 게시판으로 통일된 듯 하지만, 북미를 살펴보면 이것도 꽤 다양한 듯 보이구요. 이런 방식은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아마도 번지에서 원해서 했다기보다는 콘솔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꿩이 없어서 닭을 택한 것 같긴 하지만, 어떻게든 동작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꽤 있어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파티찾기 기능을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죠. 누군가는 루리웹에 글을 올려서 파티를 구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데스티니 단톡방을 쓰기도 하더군요. 제가 가입한 데스티니 단톡방에는 140명이 상주하며 한 시간만 안봐도 대화가 300건 이상 쌓일 정도로 활발하게 대화 중입니다. 저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서 비슷한 모임을 만든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저희 클랜원들은 텔레그램에 방을 파서 여기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있어요. 게임 내 클랜 대화창이 있고 이걸 다시 외부와 연동해서 게임 외부에서도 대화를 할 수 있게 (와우처럼) 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게임 외부에 대화 채널을 만든거죠. 게임 내부에는 그런 채널이 없거나 굉장히 불편해서 쓰이지 않고요. 좀 웃기긴한데, 아무튼 사람들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다양한 대화채널들이 모두 '자동-즉시-함께 플레이' 기능을 갖췄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거죠. 요새 많은 웹 플랫폼에서 '페이스북 좋아요, 트위터에 올리기' 등등의 기능을 제공하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기능이 있으면 이상적이겠죠. 루리웹에 누가 글을 올려서 파티를 찾는데, 지금은 거기에 올라온 아이디를 PSN에서 친구등록 한 뒤에 데스티니에서 게임에 합류해야하지만 그런 번거로운 절차없이 루리웹에 붙은 버튼만 누르면 바로 같은 파이어팀(파티)에 참여가 된다거나 ... 물론 굉장히 복잡하고 정신없는 절차들 (루리웹을 모바일로 보고 있다가 파티참여를 눌렀는데 PS4가 켜지면서 데스티니가 구동되고 자동으로 파티 가입??)이 수반되겠지만 그냥 철저히 유저 입장에서만 보면, 이런 희망을 가져봄직도 하잖아요?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데스티니가 택한 커뮤니티 아웃소싱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커보이고 다른 유사한 게임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불편해보이긴 해요. 단지 여기서 드러나는 장점이 그간 유사장르에서 보여왔던 것과는 다른 색다른 부분이 많기에, 나중에라도 취할 수 있다면 취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3. 그 외 사실 그 외에도 컨텐츠의 배치라거나, 반복플레이성을 올리기 위해 취한 몇 가지 독특한 방법들에 눈이 가긴 했지만 제가 데스티니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아무래도 위에 적은 두 가지였습니다. 액션 게임의 느낌이 가미된 FPS. 그리고 커뮤니티 아웃소싱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들. 사실 전자는 제가 처음으로 느꼈을 뿐, 그 자체로 새로운 일은 아니죠. 조만간 X-COM2가 나올테니 아마도 한동안은 데스티니에서 손을 놓게되지 싶은데, 그리고 3월에 나올 디비전이 만족스럽다면 아예 그쪽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지만, 몇달간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플4를 설치하면서 게임을 몇 가지 구입하긴 했는데 지금껏 다른 게임은 시동도 안해보고 오로지 데스티니만 했었으니까요. PvP 매치메이킹 시스템의 멍텅구리스러움만 어떻게 좀 고쳐주면 참 좋을텐데 ...
  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옛날 게임에는 지도가 없었죠. 시스템이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봤던 지역을 하나하나, 모눈종이에 연필로 그려가며 플레이하던 시절이 있었죠. MMORPG로 보자면 마지막으로 제가 봤던 '지도 없는 게임'은 Dark Age of Camelot이었던 것 같네요. 유저들이 발로 뛰어 밝혀낸 지도들을 짜깁기해서 웹상에서 자기들끼리 공유했고, 플레이어는 /loc 같은 명령어로 자기 좌표 찍어보고, 그걸 자기가 가진 지도에 대입해서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계산해내야 했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근데 '좌표 33458-98142 교전!!'같은 얘기가 길드창에 올라오면 그때부턴... 단순 계산이지만 게임하면서 그런 것까지 하려면 엄청 짜증스러웠습니다. 그것도 나름 재미는 있었어요. 컴퓨터 게임이 나오기 전에 술래잡기하던 식으로요. 지금은 술래잡기하고 싶으면 잠입 액션 게임을 하는 편이죠. 저는 잠입 액션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어요. 따라서 그때로 돌아가서 그 재미를 다시 느끼자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무튼, 그랬던 지도는 서서히 거의 모든 게임에 필수적인 요소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MMORPG에도 그랬죠. 그러나 사람들은 단순히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어요. 지도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았고 더 편해보였거든요. 그래서 지도는 점차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MMORPG에서 지도의 변화는 와우의 확장팩을 꿰어가다 보면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와우의 지도는 그냥 지도뿐이었습니다. 거기에 나와 파티원들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정도였죠.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지도를 더 유용하게 쓸 방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 변화는 퀘스트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주는 거죠. 오리지널 와우에서 퀘스트 수행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오로지 텍스트로만 구성된 내용을 참조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야트막한 둔덕이 있는데 그 근처의 늑대들을 잡아서 가죽을 벗겨 와' 같은 거죠. 그러나 여기엔 많은 불분명한 내용들이 있어요. 서쪽으로 가려니까 정서쪽으로 쭉 가면 절벽이 나오네요? 그럼 여기서부터 서쪽이 정서쪽인지 아니면 아주 약간 남서 또는 북서인지 헷갈리죠. 시작 지점에서 각도가 조금만 틀어지면 갈수록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서 혼란에 빠지기 쉬워요. '야트막한' 이란 또 어느 정도 일까요? 등판각 15도 정도면 야트막하다고 할 수 있나? 근데 이건 직접 눈으로 보면 꽤 높아 보이는데 너무 가파른 건 아닐까? 늑대는 또 어떤가요? 그냥 늑대라면 모르지만 근처에 가봤더니 붉은 갈기 늑대들과 푸른 수염 늑대들이 있어요. 어느 쪽일까요?? 플레이어들은 애드온을 통해서 이런 난점들을 해결했습니다. 지도 위에 정확한 퀘스트 수행 장소를 표시해주는 거죠. 복잡하게 텍스트를 읽고 정서쪽인지 약간 남서쪽인지 고민할 필요 없이, 야트막한 언덕이 어느 정도로 야트막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지도를 펴보면 어딘지가 다 나옵니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어디로 우회하면 되는지도 보여주죠. 이런 애드온들이 아주 널리 쓰이게 되자 와우는 그냥 이 기능을 게임 내 HUD로 가져와버립니다. 별도의 애드온 없이도 퀘스트 수행 장소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죠. 한편 와우가 소개한 퀘스트가 널리 쓰이던 와중에 이런 퀘스트 시스템에 식상한 이들은 필드 이벤트 중심의 게임을 꿈꾸기 시작했고, 길드워 2는 그중에서도 꽤 완성도 높은 형태로 '필드 이벤트 중심의 게임'을 실현해냈습니다. 길드워 2에 오면 지도의 쓰임새는 더더욱 중요해집니다. 지도를 펴봐야만 근처의 필드 이벤트 상황을 알 수가 있거든요. 그 외에도 활성화시킨 텔레포트 포인트, 근처의 볼거리 포인트 등도 모두 보여주죠. 한편으로 길드워 2의 지도는 와우의 지도와는 미묘하게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와우의 지도는 철저히 가용/비가용 면적을 중심으로 보여줍니다. 어디가 갈 수 있는 곳이고 어디가 갈 수 없는 곳인지,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일방통행 (절벽 등,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는 낙하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지만 반대로는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 인지, 어디에 마을이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와우의 지도는 '이동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한편 길드워 2에는 와우에는 없는 일종의 '길 찾기 퍼즐' 같은 게 있습니다. 목표 지점을 주고, 거기까지 가는 길을 적당히 꼬아놓고, 길을 찾아서 가보라는거죠. (듣기론 짜증날 수 있지만 직접 해보면 길찾는 과정이 꽤 재미있기도 해요.) 따라서 지도가 와우같이 구성되면 길 찾기 퍼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와우식의 지도에서는, 지도만 보면 다 알 수 있는데 굳이 길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이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길드워 2의 지도는 고의적으로 다소간 모호하게 꾸며진 부분이 있습니다. 길드워 2는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현재까지 '가장 진보된 MMORPG'입니다. 나온지 꽤 오래된 게임이 '가장 진보된'이라니 이상하지만, 요새는 MMORPG들 자체가 별로 나오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요. 물론 제가 아직 해보지 못한 MMORPG들 중에서 더 진보된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가장 진보된' 게임이기에, 지도 시스템도 나름 꽤 최첨단이에요. 게임의 중심인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의 정보를 쉽고 편하게 잘 전달해주죠. 그런데, 지도에 한해서라면 이보다 더 앞섰다고 보는 게임이 있습니다. MMORPG는 아니고 MMOFPS인데요, 일단 게임 자체는 거의 폭망 확정이라고 보지만 눈여겨 볼만한 지점은 꽤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지도 및 지도와 맞물린 게임의 시스템이고요. 파이어폴이라는 게임입니다. 파이어폴은 퀘스트가 아예 없고 실시간 필드 이벤트만으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방금 소개드린 길드워 2와 굉장히 비슷하죠. 그리고 이런 게임에서 지도는 굉장히 중요해요. 플레이어들에게 할 일이 있는지, 어디로 가면 그걸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하거든요. 퀘스트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퀘스트는 고정적이죠. 그러나 필드 이벤트 중심 게임들은 이런 게 실시간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지도가 한층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파이어폴에는 길드워 2에는 없는 '지역 침공'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몬스터들이 어떤 지역으로 대거 쳐들어오는데, 이걸 막지 못하면 그 지역의 '레이더가 OFF'됩니다. 지도를 보여주는 주체는 게임 내에서 레이더로 상정되어 있고, 이 레이더가 OFF 된다는 것은 즉 그 지역의 지도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죠. 파이어폴의 지도 스크린샷입니다. 파란색 레이더 아이콘들이 보이죠. 여기는 레이더가 살아있는 지역들이에요. 이 지역에서 어떤 이벤트가 벌어질 경우 레이더를 통해 감지하여 플레이어들의 지도에 표시해줍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들은 그 지역으로 달려가 이벤트에 참여하는 거죠. 중앙 하단의, 레이더가 붉은 빛으로 점멸하는 듯한 지역이 보이나요? 여기는 현재 이 지역이 몬스터들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빨리 달려가서 침공을 저지하지 않으면, 바로 오른쪽의 두 지역처럼 레이더가 아예 꺼져버립니다. 그러면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게임의 시스템이 지도와 연동 (지도의 주체 = 레이더 = 게임 내에 실존하는 오브젝트) 되어 있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와도 연계되는 거죠. 레이더 탑을 방어해내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게 되는 거예요. 그 페널티는 지도가 무쓸모 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요. 지금까지 MMORPG의 지도의 사용에 대해 제가 아는 데까지 설명하긴 했는데, 사실 저는 지도를 계속해서 폈다 접었다 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요. 지도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좀 더 인게임스러운 뭔가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지도의 기능은 점점 강력해지고 확장되어 왔죠. 그러나 지도는 엄연히 HUD의 하나이고, HUD가 간략해지면 그에 따라 재미있어지는 부분들도 있으니까요. 대전 격투 게임을 할 때 화면 상단의 체력 게이지를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상대 캐릭터의 숨소리나 자세를 보고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면 더 재밌지 않겠어요?
  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글로벌 서버에서 간신히 만렙 하나 찍은 후 버렸던 파판14를 한국 서버가 재개통한다하여 다시 해보았습니다. 이번엔 좀 길게 오래 해보려고 작정하고 괜찮은 길드에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고 … 하면서 보내는 중. 뭐 여전히 지독하게 구린 컨텐츠의 동선이라거나 해괴한 UI 등등 납득 안가는 부분이 무척 많긴 하지만, 그건 오래전에 글로벌 서버 할 때 어느정도 정리해두었으니 이번에는 눈에 들어오는 장점을 좀 정리해볼까합니다. 굉장히 러프한 얘기니까 엄정하게 봐서 뭔가 이상하다 싶은 부분들은 꼭 지적해주십사 … 1. 컨텐츠가 존나 많음. 이건 컨텐츠의 동선이 구린 것과도 연결이 되는데요, 뭔가 할꺼리가 엄청 많아요. 토벌 수첩, 퀘스트, 돌발임무 (필드 이벤트), 각종 의로, 마물 사냥, 던전 등등 디게 많습니다. 런칭후 세월이 좀 지난터라 아무래도 컨텐츠가 쌓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런걸 노리고 만든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이게 흥미로운 지점은 ‘일종의’ 오픈월드식으로 느껴진다는거죠. 오픈월드식 게임은 아차하는 순간 동선이 난해해지기 쉽잖아요? 파판의 컨텐츠 동선이 구린 것도 그런 측면이 꽤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실수를 된통했다고 봐야겠지만 … 아 장점만 말한다면서 자꾸 단점 쪽으로 얘기가 … ㅋㅋㅋ 아무튼, 오픈월드식 게임의 장점은 그때그때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컨텐츠를 골라서 내키는대로 할 수가 있다는거죠. 파판을 보면 레벨업을 하는 경우 대체로 메인 퀘스트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메인 퀘스트만 해도 레벨업 진도가 얼추 맞춰진다는 점이 우선 눈에 들어옵니다. 즉 메인 퀘스트의 양이 엄청많은거죠. 그러다 지겨워지면 일반 퀘스트를 두어개 같이 해요. 근데 퀘스트하러 돌아다니다보면 돌발임무가 얻어걸리거든요. 그럼 또 그걸 해요. 그러다 둘러보면 머리 위에 이상한 아이콘이 떠있는 몹들이 있네? 그건 토벌 수첩입니다. 일종의 몬스터 도감 같은건데 이것도 경험치 꽤 쏠쏠하게 주니까 그냥 넘기긴 아까우니 좀 해보죠. 혼자서만 너무 오래 해서 지겨우면 인던 신청해놓고 돌발 뛰다보면 들어가서 파티플레이도 좀 해요. 이거 다 사냥 아니냐고 묻는다면 대체로 그래요. 어차피 다 전투 하라고 만들어놓은거죠. 근데 잘 생각해보면 와우의 레벨업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하는 퀘스트들도 대체로 전투가 엄청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래도 어지간히 재미있어요. 못해서 토나올 정도는 아니라는거죠. 메이플2처럼 같은 몹 200마리 잡으라는 퀘스트를 연달아 5개씩 해야하지는 않는다는거에요. 'K몹 200마리 잡아라'와 'A몹 50마리, B몹 50마리 ,C몹 50마리, D몹 50마리 잡아라'는 확실히 다르게 체감되는 부분이 좀 있으니까요. 자 그렇게해서 만렙을 하나 키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럼 이제 만렙 기본템 갖추고 본격적인 엔드 컨텐츠로 돌입 … 하려는데, 보통 여기서 많이들 막히죠. 엔드 컨텐츠라는게 진입장벽이 의외로 쎄서 쉽게 시작하게 되지가 않거든요. 이럴때 게임에서 이탈하는 사람들도 꽤 되구요. 2. 엔드 컨텐츠의 얇은 진입장벽 만렙이 되었으니 던전 파밍 시작하세요. 일반 던전은 공략 뭐 그런거 안보고 냅다 가도 무리없이 클리어 가능하죠. 일반 던전 파밍 끝내고 레이드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택틱이나 이런 부분에서 익숙하지가 못하니까 주저되나요? 그럼 뭐 굳이 꼭 그거 하러 갈 필요 없어요. 혼자서도 '현존 최강급’ 장비를 맞추는게 가능하니까요. 부담없이 도전 가능한 일반 던전에서 석판 모으고 이걸로 '현존 최강급’ 방어구 맞춰요. '현존 최강급’ 무기는 일반 던전에선 안나오죠. 괜찮아요. '고대의 무기'라는게 있으니까. 레이드같은거 안가도 무기를 얻을 수 있죠. 단지 그걸 위해 해야하는 일이 '현존 최강급 노가다'라는 점이 … ㅋㅋㅋㅋ 근데 그래도 앞서 설명했던 '비록 노가다여도 다양'하다는 점 때문에 생각보다는 현저히 덜 지루해요. 수직적 노가다를 엄청 높이 쌓아올리는 대신, 수평적으로 다양한 노가다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고대의 무기 만들기의 경우엔 어차피 다 해야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수직적이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노가다를 내가 원할 때 골라서’ 할 수는 있다는거죠. 자, 그렇게, 레이드 한 번 안가고 '현존 최강급’ 장비를 모두 맞췄습니다. 이 장비들로는 '현존 최고난이도’ 던전도 도전이 가능해요. 중간 파밍없이 바로 된다는거죠. 적어도 장비 면에서는 손색이 전혀 없습니다. 유튜브에서 공략 동영상 몇 번 찾아보고 시도할 수 있어요. 사실 이건 글로벌 서버와의 버전 갭을 뛰어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제가 주목하는건 … 이게 가능한 이유는, 파판14의 레이드가 모두 '보스몹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죠. 한 번 시작하면 2-3시간씩 걸리는 레이드가 없어요. 용건만 간단히. 여러분은 보스몹의 아이템을 가지러 왔으니, 입장하면 바로 보스와 싸우세요. 정말로 입장하면 눈 앞에 바로 보스가 서있어요. 아울러 전투 시간은 길어도 한 판에 10분 정도를 넘지 않아요. 10분만에 첫 도전에 실패했어요? 괜찮으니 원하는만큼 더 도전하세요. 와우에도 최근 확팩에서 도입한거지만, 보상은 일주일에 한 번만 얻을 수 있되 도전 자체는 무제한이에요. 그렇다고 메이플2처럼 던전에 '도전하는데 이미 댓가(열쇠)가 필요'하게 되어 있지도 않아요. 무제한의 도전을 통해 능숙해질 때까지 연습이 가능해요. 실제로 공략도 안읽은 쌩판 초짜 길드원 두 명 데리고 가서 계속 실패하면서 '오로지 채팅으로만’ 설명하며 레이드 하나를 2시간만에 클리어 한 적도 있구요. '보상은 제한적, 도전은 무제한'을 통해 엔드 컨텐츠 진입 장벽을 꽤 얇게 만들어놨어요. 물론 이런 게임 디자인적 측면만이 아니라 글로벌 서버에서 수입된, 전형적인 한국MMO보다 훨씬 느슨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문화도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보지만 아무튼 시스템적으로도 편하다는 얘기. 자, 그렇게 첫 클래스가 '현존 최강급 장비'를 지니고 '현존 최고 난이도의 레이드'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보통 여기부터 플레이어들의 '컨텐츠가 없다징징'이 시작되고 개발팀은 쫓기는 마음으로 야근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게되죠. 근데 파판14는 그걸 완충하는 꽤 괜찮은 장치를 가지고 있어요. 3. 다중 성장 첫 클래스로는 이제 뭐 할 일이 없어요. 다른 MMO에서라면 다음 업데이트때까지 징징거릴 일만 남은 셈이죠. 파판14에선 아직도 더 할 일이 남았습니다. '다른 클래스 키우기'죠. 이 게임에서는 캐릭터 하나로 '모든’ 클래스의 만렙을 찍을 수가 있어요. 첫 캐릭이 딜러였으니 이번엔 탱커를 한 번 해볼까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저렙 탱커 키우는데 누가 인던 가자고 해요? 좋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 현존 최강급 장비를 가진 만렙 딜러로 변신해서 바로 인던에 가면 되요. 그리고 던전 런이 끝나면? 다시 저렙 탱커 키우는거죠. '전 클래스 만렙을 찍는 경험치'를 수직으로 쌓아놨다면 안드로메다의 노가다가 되었을거에요. 근데 파판14에선 그렇지 않죠. 오래전 소개했던 다중 성장에서 말씀드렸던대로, 일정한 구간에서 완결된 보상 - 이 경우엔 완전히 성장한 하나의 클래스 - 을 주고 다음 노가다로 가는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 노가다'가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어요. 여러 클래스를 골고루 동시에 키우는 것도 물론 가능하구요. 단점이 있다면, 보통 요새 MMOG들은 본캐 처음 키울 때는 굉장히 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캐 키울 때는 고속으로 버스를 통해 키울 수 있게 하잖아요? 근데 파판엔 그런게 없어요. 부캐 키울 때도 본캐만큼이나 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긴 합니다. 4. 언제나 할거리가 있다는 장점. 그래서 이 게임에선 '할 꺼리가 없다'라는 느낌이 현저히 적어요. 물론 어딜 돌아봐도 모두 '대체로 노가다에 가까운’ 짓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당연히 낫고, 어떤 노가다를 할지가 완전히 내 선택에 달려있으며 - 즉 그때그때 재밌어보이는 노가다를 하면 되며 - 무엇보다 그 모든 노가다들이 확실한 보상 - 성장을 보장하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매우 전형적인 한국인 MMO 플레이어, 오로지 '캐릭터가 더 강해지는 것'말고는 딱히 관심도 없는, 제작이나 하우징 등은 거들떠도 안보는 플레이어입니다. 그런 제게 파판14의 방대하고 다양한 노가다들은 확실한 강점이에요. 어느쪽 노가다든 제 캐릭터가 강해지는게 명확하게 보여요. 그렇다면 제작/하우징은? 파판14의 제작은 지금껏 제가 해왔던 어떤 MMO들보다도 방대한 노가다 컨텐츠를 가지고 있어요. 하우징은 … 애매한 구석이 많긴 하지만 길드원들 중에 신나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5. 그래서 … 흔히 '프로젝트 뒤집는다'라고 하죠. 그때까지의 결과물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새로 쌓아올리는 … 솔직히 제가 다니는 회사도 이거 엄청 유명하고, 요새 모바일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넷마블도 이런 짓 지독하게 한다고 들었어요. 개발 실무자들 갈려나가는, 번아웃 촉진제같은 뭐 그런 …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런 프로젝트 뒤집기가, 필요할 때가 분명 있다고 보거든요. 뚜렷한 장점도 존재하구요. 특히 강력한 장점 중 하나라면, 게임을 만드는 사이에 변화한 시장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죠. A트렌드 게임이 유행하기에 A트렌드 게임 열심히 만들어왔어요. 근데 출시하기도 전에 A트렌드는 확 죽어버렸고, B트렌드가 엄청난 바람을 타기 시작해요. 이러면 회사 윗쪽에선 갈등을 느끼죠. 저 트렌드 따라가야하는데 … 이때 이미 실무진은 출시하진 않았으되 프로젝트 하나를 함께 진행하며 팀웍이 얼추 맞아들어간 상황이라, 같은 작업을 새로 시작해서 한다면 좀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결국 경영진은 결정하죠. '뒤집자’ 그리고 고생의 시작 … 처음부터 다시 … 실무자들은 '그간 우리가 해 온건 무엇이었나 …’ 좌절과 허탈 등등. 이건 물론 실무자 입장에선 결코 환영하기 어려운 방식이지만, 불가피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게 그간 제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파판14를 해보니 좀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파판14의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이나 디자인의 기반은 최신과 고전이 뒤죽박죽이에요. 왼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오른 손으로는 구석기 시대 돌도끼 휘두르는 느낌을 주죠. 근데 묘하게 여전히 할만해요. 앞서 얘기한 '언제나 할거리가 있다는 장점'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요. 앞서 언급한 예의 A트렌드 게임을, 굳이 B트렌드 쪽으로 완전히 뜯어고치려하기보다는 적당히 끼워넣으려고 시도한 구석이 많아보여요. 구석기 돌도끼 휘두르는 게임을 만들다가, 시장이 스마트폰을 원하는 쪽으로 변화하니 그럼 뭐 그것도 넣지. 이왕이면 서로 좀 잘 어울리는 쪽으로다가 … 보통 이런 경우는 대실패가 나오기 마련인데, 파판14의 경우는 대실패는 피한게 확실해요. 게다가 A트렌드 게임 만들 때 쌓아뒀던 컨텐츠는 B트렌드쪽으로 전환하면서도 버리지 않았기에, ‘할거리가 엄청 많아요.’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어요. '프로젝트 뒤집을 시간에 적당히 타협하고, 대신 컨텐츠를 더, 더더, 더더더더더더더 많이 만들면 …?’ 파판은 앞서 언급한 ‘구조적인’ 측면에서 노가다 활용이 용이한 부분도 있지만, 절대적인 양 자체도 굉장히 많은게 사실이거든요. 물론 이건 파판14가 MMORPG라는 발전 속도가 꽤 더딘 장르의 게임이라 그런 걸 수도 있죠. 수년에 걸쳐 하나 나올까말까하고, 디자인 상의 발전은 최신 모바일 장르에 비하면 말도 안될정도로 느려터진. 뭐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이 최신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면 좀 느려도 괜찮지 않겠어요? 컨텐츠가 많다는 것의 장점은 생각보다 엄청 크더라구요.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oughts on Alien: Isolation and Horror Simulation 원문 주소: http://frictionalgames.blogspot.kr/2014/10/thoughts-on-alien-isolation-and-horror.html 공포 게임은 꽤 흥미로운 장르이지만 암만봐도 대박을 칠 것 같지는 않은 장르이기도 하죠. 거칠게 말해보자면 '태생적으로 마이너하다'라는건데, 그래서인지 관심가지는 분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잘 못본 듯. 그렇다면 사실 호러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이렇게나 긴 글을 물어올 이유는 별로 없는건데, 읽어보니 그냥 재밌더라구요. 굉장히 쉬우면서도 편하게 호러 게임을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글을 옮기는 제 솜씨가 변변찮아서 이 재미를 다 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했습니다. - 제가 해보지 않은 게임이 많기에 (사실 대부분 못해봄;;) 게임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게임 제목도 아마 일본 제목과 북미 제목(레지던트 이블 vs 바이오 해저드)이 다를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지적해주시면 수정해보겠습니다. - 발매년도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면 그것도 아마 일본 출시일과 북미 출시일이 달라서 일 수 있습니다. ------------------------------------------------------------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흥미로운 게임이다. 내가 호러 시뮬레이션이라 부르는 장르의 가장 최신작이기도 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수년간의 다른 성공작들이 쌓아올린 지식의 많은 부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멋지다. 그러나 이 게임이 특정한 종류의 게임플레이를 명확히 정조준하고 있기에 다수의 문제점들이 도출되었으며 노리고 있는 게임플레이 이외의 다른 요소들은 더 나빠진 부분도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 게임은 훌륭하며 진심으로 매우 대단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즉, 적어도 나에게는, 크나큰 단점이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영화 에일리언의 충실한 재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에 대해 적절히 논하기 전에 우선 비디오 게임의 역사와 디자인 이론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려한다. 역사 속에는 두 가지의 호러 게임 문파가 존재해왔다. 하나는 일반적인 게임플레이 위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문파(호러 포장)이고, 다른 하나는 호러 영화/소설에서 생기는 일들을 게임에서 재창조하려는 문파(호러 시뮬레이션)이다. 전자는 숨어있는 공포(Lurking Horror: 1987) 등으로 시작되어 잘 알려졌다. 매커니즘적으로 이들 게임은 다른 동시대의 어드벤처 게임과 유사하지만, 플레이어를 놀래키기 위한 이벤트들과 무서운 배경설정 등이 덧씌워져있다. 후자는 정확하게 포착하기가 다소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3D 몬스터 미로(3D Monster Maze: 1982)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겠다. 이 게임은 제목이 게임 자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미로에 갇혀서 한 마리의 몬스터로부터 달아나야 한다. (이 경우에는 도트로 표현된 T-Rex이다.) 수년간 호러 포장 게임의 디자인은 번창하여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1995, 어드벤처 게임), 7번째 손님(7th Guest: 1993, 퍼즐), 바이오해저드(Resident Evil: 1996, 액션 슈터) 등과 게임들의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호러 시뮬레이션은 훨씬 드물었다. 3D 몬스터 미로 이후로 이 부류에 어느정도라도 적합한 게임은 클락 타워(Clock Tower: 1995)이다. 자, 이제 이 두 종류의 디자인에 대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볼 차례이다. 클락 타워가 바이오 해저드와 구분되는 지점은, 그 핵심 매커니즘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게 아니라 호러 스토리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클락 타워는 단 하나의 몬스터(거대한 가위를 든 작은 남자)가 몇몇 장면에서 플레이어를 사냥하게 만듦으로써 이를 이루어낸다. 플레이어는 벽장에 또는 침대 아래에 숨어서 이 몬스터가 자신을 발견하여 죽이지 못하길 바라게 된다. 이를 바이오 해저드의 핵심 매커니즘과 비교해보면, 바이오 해저드에서는 플레이어가 탄약, 무기, 그리고 체력 물약을 모아 맞닥뜨리는 몬스터들과 싸운다. 클락 타워는 오로지 공포스러운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바이오 해저드의 게임플레이는 어떤 종류의 설정과 분위기에서도 잘 동작하는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가 두려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탄약, 인벤토리 관리, 제한된 세이브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무엇도 두드러지게 공포스러운 상황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여전히 바이오 해저드는 다양한 적들을 쏴넘기며 전진하는 게임인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의 아주 적은 몇몇 구역들만이 호러 무비나 소설에 들어맞을 것이다. 그러나 클락 타워는 호러 무비나 소설에 적합한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클락 타워가 호러 영화에 어울리는 상당량의 동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침대 아래 숨기, 거울 속을 들여다보기, 도망치기, 몬스터 밀기 등등. 플레이어는 게임을 해나감에 따라 단순히 게임플레이의 규칙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장면들을 재현하게 된다. 바이오 해저드는 별로 그렇지 않으며, 게임은 전형적인 전략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기에 몇몇 두려운 요소들이 덧붙여진 정도이다. 클락 타워는 호러 시뮬레이터이자 일반론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호러 게임이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첫째로 게임플레이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꽤나 전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그것이었다. 둘째로, 실질적인 추격장면은 플레이하기에 많이 투박하고 짜증스러웠으며, 적절한 두려움이나 공포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러 시뮬레이터로서는 꽤나 커다란 결점에도 불구하고 클락 타워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단점들에서 눈을 돌려보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플레이 가능한 형태의 호러 요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와 유사한 게임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들 중 한 가지인 헬 나이트(Hell Night: aka Dark Messiah, 1998)는 하나의 몬스터로부터 도망친다거나 등 뒤를 돌아보는 버튼, 동료를 신중하게 택해야 하는 등의 멋진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 또한 다양한 문제들로 몸살을 앓았으며, 이는 종종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번진다. 심지어 사일런트 힐(Silent Hill, 1999)과 같은 고전명작 조차도 호러 시뮬레이터적인 비중은 적은 편이다. 이 게임의 대부분은 퍼즐을 풀고 적들과 싸우는 것(때로 도망가는게 나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전투를 통해 적을 물리치는게 가장 좋다.)에 기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시뮬레이트하기보다는 플레이어의 통제 바깥에 배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들어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 2001)에서 주인공이 벽장 속에 숨는 장면은 컷씬으로 처리된다. 클락 타워에서는 거의 동일한 장면이 플레이를 통해 진행되었음을 상기하자. 사일런트 힐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진행하는 부분을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중 일부만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장면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사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개인이 할법한 행동과 부합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 봐도 이런 요소들이 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핵심적인 개념인 것은 분명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근본적인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형적인, 때로 서사적 관점에서 넓게 봤을 때는 말이 되지 않는 게임플레이에 크게 기대고 있다. 클락 타워 다음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경험을 적절히 전달하는 게임은 사이렌(Siren, 2003)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은 실제로 꽤 말이 될 법하게 짜여져있다. 예를들어 지도는 주지만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울러 세계를 몬스터의 눈으로 바라보게 허락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요소들은 내가 호러 스토리의 가운데에 서있다는 느낌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 그러나 사이렌의 문제는, 클락 타워와 유사하게, 이런 요소들이 매우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짜증스러운 경험은 점차적으로 전체 몰입과 두려움을 간단하게 감소시킨다. 한번 더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디자인은 어떠한 유인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자 이제 내가 "멘탈 모델링"이라 부르는 디자인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논하려한다. 멘탈 모델링은 호러 포장과 호러 시뮬레이션 사이의 차이에 꽤 근접하게 관련된 개념이다. 우리가 바이오 해저드같은 게임을 할 때, 적과의 모든 조우는 아주 전술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필요로 한다. 마주한 적이 어떤 종류인지를 확인하고, 자기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탄약은 충분한지, 체력은 괜찮은지 등등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머릿 속의 모델은 적의 외형에 집중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숫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는 매우 스트레스가 큰 일이며, 호러라는 소재와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상력과 서사적 직관의 몫은 아주 조금만 남게 된다. 그러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에서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에 더 많이 집중하며, 우리의 마음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스스로를 환경의 일부로 간주하게 만드는 맵 시스템과, 추측을 통해서만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적이라는 요소가 맞물리면 이는 훨씬 더 강렬하고 호러스러운 멘탈 모델을 구축한다. 문제는 바이오 해저드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치적 확신이 없기에, 이 게임에서는 전술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런 류의 게임이 짜증으로 번지기 쉬운 부분이다. 사이렌이 제공하는 멘탈 모델링이 호러 게임에 더 잘 부합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넓게 봐서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 잘 동작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 다시 게임 역사로 돌아가보자. 사이렌의 출시는 내가 호러의 황금기라 부르는 시대의 종언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바이오 해저드, 사일런트 힐, 페이탈 프레임(Fatal Frame, 2001) 등 호러의 새로운 바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후로는 그 모든게 말라붙어 버리고 액션 기반의 게임들이 증가했다. 바이오 해저드 4(Resident Evil 4, 2005)가 이런 유행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 중 하나는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판매량과 제작 비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또다른 중요한 - 그리고 앞의 이유와 연관된 - 이유는 이 장르에 발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많은 거대 게임들이 비교적 평범한 게임플레이에 호러의 포장을 덧씌운 식이었다. 이런 식의 포장만으로는 뭘 대단히 바꾸는게 어렵고, 플레이어가 포장 속의 매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호러는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새로운 뭔가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우리 회사가 나오는 곳이다. 페넘브라: 검은 역병(Penumbra: Black Plague, 2008)을 출시하며, 우리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 게임을 만들려 시도했다.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게임 세계에 대한 플레이어의 인식을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가 페넘브라: 서곡(Penumbra: Overture, 2007)에서 배운 교훈들을 토대로, 위에서 언급한 혈통의 게임들을 통해 내려졌다. 이후 몇년간 전투가 없는 호러 게임들의 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일런트 힐: 조각난 기억들(Silent Hill: Shattered Memories, 2009)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나치게 짜증나는 경험 또한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Amnesia: The Dark Descent, 2010)의 출시에 대해 내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게 한 가지 있다. 게임의 기본적 시스템만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벽장에 숨어있는동안 몬스터가 지나쳐가는 것을 숨막힐 듯한 공포 속에 지켜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사일런트 힐2의 벽장 컷씬을 그대로 게임 플레이로 재창조해낸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클락 타워의 중심 매커니즘들 중 하나를 멋지게 시뮬레이트 해 낸 것이다. 물론 나는 공포 게임 일반의 견지에서 이런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거론하기엔 너무 편향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우리가 호러 장르에 미친 가장 큰 기여라고 느낀다. 2년 후, 슬렌더(Slender, 2012)라는 짧은 무료 게임이 새로 나왔고 나는 이 게임이 호러 시뮬레이션 장르의 진정한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슬렌더는 평범한 게임플레이 요소는 거의 없는 단순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넓게 트였지만 약간 미로스러운 배경을 돌아다니며 몇 개의 노트를 모아야 한다. 이 게임이 몰입을 자아내는 지점은 호러를 시뮬레이트하는 방법에 있다. 플레이어는 슬렌더 맨을 볼 수 없으며, 주의깊게 움직여야 하고, 플래시는 너무 많이 쓸 수 없으며, 으시시한 소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야하고 ... 등등. 이 모든 게임플레이 요소들은 아주 모호하며, 이들이 조합되어 강력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로 거의 아무것도 아닌 대상으로부터 강렬한 공포 경험을 할 수 있다. 슬렌더에는 아주 적은 스토리만 있을 뿐이며 대단한 목표도 없음을 기억하자. 특정한 가상의 공간 내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 날 것 그대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며, 그 외의 요소들은 많지 않다. 하이드(Hide, 2011)와 같은 또 다른 인디 게임도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해냈지만, 슬렌더는 그것이 게임 제작의 방법으로서 성공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우리가 게임 내 요소들을 충분히 모호하게 표현하기만 한다면, 그래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그러한 모호함에 기반하여 플레이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을 가진, 깊이 몰입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몇몇 관점에서 슬렌더는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는 울펜슈타인 3D의 호러 게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의 동작 원리를 증류하여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정제해 낸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유사한 게임들이 뒤를 이었다. 그들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아웃라스트(Outlast, 2013)가 있다. 아웃라스트의 스토리는 종이처럼 얇다. 한 저널리스트가 모종의 실험이 실행되었다는 소문이 있는 오래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이 장소는 들끓고 있고, 그는 탈출해야 한다. 퍼즐도 없고 전형적인 게임플레이도 없다. 그저 미쳐버린 수감자들로부터 숨거나 도망가야하는 다수의 맵이 있을 뿐이다. 맵들 중에는 쉬어가기 위해 마련된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그저 걸어가면서 (또는 다음 목적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으스스한 배경물들 사이를 지나게 된다. 주변에 흩어진 단서들에는 배경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그걸 읽어봐야 알 수 있는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단서들을 모두 무시하고 지나가도 여전히 일관된 서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것은 플레이어가 놓여지는 상황 그 자체이다. 몬스터들을 피해 라커로 숨고, 중얼거리는 그들 뒤로 숨어서 지나가고,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여러분을 향해 점프할지 아닐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나쳐 가며, 흐릿하게 보이는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위험을 피해야 하고, 등등등. 게임플레이의 모든 장면들이 그 즉시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장면으로 바뀔 수 있다. 아웃라스트는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터이며, 게임이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상황 그 자체로부터 서사가 발생한다. 자 이제 드디어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의 가장 최신 핏줄이자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다. 이 게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단 하나의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다. 게임 전체가 몬스터가 어디있는지를 알아내고 피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기에, 많은 측면에서 3D 몬스터 미로의 2014년 버전이라 할만하다. 물론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당연하게도 3D 몬스터 미로보다 월등히 복잡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게임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고, 이들 모두는 다함께 동작하여 멘탈 모델을 구축하게하며,이 멘탈 모델은 게임과 완벽하게 들어맞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을 정말로 무섭게 만들어준다. 첫째로, 다른 호러 게임들처럼, 사운드가 매우 중요하여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사운드를 통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소리들은 다른 생존자들(플레이어에게는 적대적), 고장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 자신이 내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훌륭한 앰비언트 사운드일 뿐 아니라, 게임의 진행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행동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의식해야 한다. 게임은 시끄러운 삑소리를 내는 동작 감지기를 다른 사람들 너무 가까이에서 사용하면 상대가 여러분을 볼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그 이후 여러분은 자신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이 된다. 무엇보다도, 세이브를 하는데 필요한 세이브 스테이션이 또렷하지만 미약한 소리를 낸다. 주변은 어둡고 스테이션은 위치를 알아내기 어려운 곳에 자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꽤 혹독해서 아주 작은 실수도 급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기에 게임을 하는 내내 언제나 세이브가 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세이브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취약해진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짤막한 영상들 중 주의를 기울여 화면을 보거나 듣게 만들어놓고 갑작스레 깜짝 놀라게하는 것들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런 종류의 느낌이다. 그러나 그 직후의 짜증스러움은 없다. 에일리언이 게임 내의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앞서 설명한 이 게임의 플레이어에게 형성되는 멘탈 모델을 더하면, 플레이어는 아주 사소한 소리에도 진지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에일리언이 언제 어디서든 무작위적으로 나타나는 듯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마인드 모델은 모호해지고, 상상에 대해 편집증적이 되기 쉬워진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은 호러 게임에는 아주 멋진 것이고, 여기에 여러분이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에일리언에게 포착된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더해진다. 도망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스스로의 움직임에, 에일리언이 있을 수도 있는 위치에, 그리고 - 당연하게도 - 그들이 낼 지도 모르는 소리와 내가 낼 지도 모르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측면들은 아이템(조음기, 섬광탄, 권총 등)에도 적용되어 서로 다른 종류의 적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작용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예컨대 섬광탄은 어둠을 밝혀주지만 주의를 끌 가능성도 있다.) 예를들어 적대적 인간들이 있는 방이 있다면, 여기에 조음기를 던져넣어 에일리언을 유인하고, 에일리언으로 하여금 그들을 죽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방안에 있는 인간들보다 더 위험한 에일리언을 여러분이 있는 곳 가까이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이러한 상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측면은 에일리언이 여러분을 살금살금 움직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잠입액션 게임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이동 중인 적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일은 흔하다. 이러한 전술은 또한 숨어서 움직인다는 개념상 나은 선택지이자 서사적인 측면으로도 더 말이 된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여러분은 절대 경보를 울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저 언제까지고 숨어만 있는 것이 나은 선택지로 여겨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여러분이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좀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흐릿한 외곽선만을 보게되며, 멀찌감치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이럴 경우 가까이서 관찰할 경우 종종 눈에 띄는,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NPC임을 일깨워주는 멍청한 행동들을 보지 않게되고, 따라서 여러분은 스스로의 머릿 속에 좀더 생생한 형태로 다른 이들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마인드 모델과 이러한 행동들이 겹쳐져, 게임플레이 공간은 보다 적절하게 공포(호러)를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때로 스크립트되지 않은 공포스러운 장면이 플레이어의 눈 앞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들어 라커 속에 숨은 상태로 일단의 생존자들이 에일리언에 의해 붙잡혀 살육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이 괴물이 다음에는 자신을 잡으러 오는 식이다. 아울러 아웃캐스트와 비슷하게, 플레이 중의 어떤 장면이든 호러 영화 또는 소설의 한 대목이 될 수 있을 법 하다. 여러분의 플레이에 따라 호러 스토리가 펼쳐지며, 이 스토리는 여러분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2008) 등의 호러 포장에 기반한 유사한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여러분이 하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스크랩 모으기나 세이브 스테이션 등의 좀더 게임스러운 매커니즘을 별개로 한다면, 여러분은 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인물이 했음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호러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호러 시뮬레이션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게임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몇 가지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들어 동일 장르의 좀더 오래된 게임들처럼,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또한 매우 짜증스럽다. 마지막 세이브로부터 20분이 지나도록 쌓아올린 긴장감이, 너무 느닷없이 죽음으로써 분노와 짜증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게임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리고 이러한 모호함은 전술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이긴 하지만) 이 게임은 스스로가 충분히 주의하고 영리하게 행동한다면 여하한 위협도 어지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리뷰 점수를 통해서, 그리고 나 자신이 게임을 하며 때때로 느꼈던 극도의 짜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게임을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데에 편리한 일종의 헛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빈번히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소 소극적으로, 안정된 템포로 그저 죽음을 피하기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며 진행하면 게임은 꽤 쉬워진다. (즉, 게임 클리어에 최적화된 진행 템포는 게임이 제공하는 최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템포보다 느리다.- voosco) 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으로 에일리언의 AI가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더 잘 흡수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플레이어가 라커에 너무 자주 숨는다면 빠르게 뒤로 물러나 줌으로써 게임의 진행 속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개발팀이 플레이어들을 특정한 사고방식으로 유도하는데에만 신경쓰지 않고 이런 헛점을 이용하는, 그리하여 좋은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이들을 위해 난이도를 낮춰주는 요소를 배치했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짜증과 나쁜 템포가 확실히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고 본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하면 비교적 고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매우 단순한 서사와 어울려 생기는 일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세이브 스테이션이다. 게임에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여러분의 사고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게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딱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세이브 스테이션이 플레이어로서 여러분의 가장 큰 목표가 되는 것이다. 게임이 제시하는 목표인 파워 스테이션의 활성화는, 실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음 세이브 장소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목표가 되지 못한다. 이는 즉 여러분의 개인적인 내러티브가 단순화되어, 그저 루팅하고 세이브하는 플레이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게임의 서사 위에서 고차원적인 의미를 갖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목표에 관련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로,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흥미로운 서사적 중요성도 가지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단순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임이 그저 파워업하고 키카드를 찾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는 얄팍한 서사의 도금을 입힌 고전 게임들의 미션 디자인과 다름없다. 이런 류의 지루한 목표 제시가 게임에서 꽤 흔한 일이긴 해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꽤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염두에 둬야하는 정보(세이브 스테이션, 동작 감지기, 에일리언의 흔적, 루팅, 자원, 등등)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가운데 그 이상으로 복잡한 목표를 떠올리긴 어렵다.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길을 잃으면 멘탈 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적절한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 박사가 돌아다녔던 방들을 확인하고, 그의 시체로부터 키카드를 찾으세요.) 결국 게임은 언제나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줘야하고, 경험이 대체로 단순해져버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짜증스러워질 수 있다. 아웃라스트에서도 비슷한 미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아웃라스트에서도 더 개선할만한 구석은 없다. 같은 문제에서 파생된 디자인 상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연관된 다른 문제로 게임 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디오 로그와 노트들이 그다지 적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컨텐츠 측면에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월등히 더 흥미로움에도 아웃라스트와 유사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접속 터미널에 접근하는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정보를 너무 많이 가지게 되는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이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변 상황이나 배경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긴 매우 어렵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이런 단점들을 잘 살펴보면, 이 게임이 정말로 순수한 호러 시뮬레이션임이 점점 더 명백해진다. 마치 슬렌더나 3D 몬스터 미로처럼 말이다. 그저 플레이할 공간이 더 많을 뿐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길다란 호러 스토리를 들려주는게 아니다. 적대적 인간 생존자나 끔찍한 안드로이드, 또는 에일리언이 포함된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 플레이어를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어떻게 플레이되는가에 따라 흥미로운 서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 게임에는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시오" 말고는 어떠한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고차원적 스토리도 없다. 이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고, 게임의 기본적인 부분들도 그런거 없이 잘 돌아간다. 그러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문제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너무 길게 가져간다는 점에 있다. 플레이어가 (나처럼) 일종의 더 깊은 서사적 경험을 원해서 게임을 플레이 할 경우, 불과 수 시간만에 소모되어버린다. 전체 플레이타임이 최소 15시간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건 안좋은 부분이다. 아웃라스트는 클리어에 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쪽이 게임 플레이에 좀더 걸맞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또다른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의 1편을 차용한 게임일거라 기대하고 시작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이 영화 시리즈 중의 하나를 게임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본다면, 게임의 원작은 1편보다는 3편이나 4편에 더 가깝다. 1편은 영화 전체에 걸쳐 괴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후의 순간에 그 괴물과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숨겨진 러프크래프트적 공포를 발견하는 전개이지, 이미 완성된 괴물로부터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달아나는 얘기는 아니었다. 게임은 어떤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몰래 이동하며 영화의 작은 부분을 전달하는 것은 영화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개발자들을 욕하긴 어렵다. 유사한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그들도 에일리언에 대해 꽤 많이 생각하고, 아마도 원재료에서 약간의 분기를 취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셀링포인트가 괴물 그 자체라는 점에서 아마도 세가와 20세기 폭스사는 싫진 않았겠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영화의 구성을 게임으로 모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게임플레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몬스터 미로를 살펴보자. 몬스터 미로의 게임 플레이와 영화를 훌륭한 매체로 만들어주는 이유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긴 어렵다. 이 게임은 미리 설정된 상황 속에 플레이어를 데려다 놓고 그 속에서 무엇이든 플레이가 진행되도록 하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강력한 장점은 플레이어에게 쫓긴다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것이고, 거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원본을 더 나은 모습으로 재현하기 위해 일정한 노력을 했다. 예를들어 우리는 영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유기된 우주선을 향해 원정길에 나선다. 그러나 이는 내게 그저 평이할 뿐이다. 에일리언의 알들, 페이스 허거,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너무나도 완성되어 있어서 결코 어떤 신비한 느낌도 주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안좋은 것은 이런 요소들이 영화와는 달리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나서고 남은 자원에 주의하고 특정한 소리를 잘 듣도록 훈련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화가 주었던 임팩트는 모두 사라져버린다. 나는 호러 시뮬레이션이라는게, 우리가 호러 게임을 만들때 바라는 일종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그저 게임을 플레이할 뿐인데도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에 들어맞을 법한 경험을 하며 무서워하는게 가능하기에 좋아한다. 이게 내가 게임에서 바라는 류의 스토리텔링이며, 따라서 호러를 그저 포장으로만 사용하는 쪽으로 후퇴하는건 좋은 생각이 못된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는 꽤나 크고 명백한 문제가 있다. 지금 상태로의 호러 시뮬레이션은 그 속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더 고차원적인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에서 우리는 유사한 문제를 만났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그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며 퍼즐을 풀고 몬스터를 피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배경스토리를 읽으면서 사막의 무덤이 열리고, 브레넨버그 성(Brennenburg castle)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며, 그 이상의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플레이어가 호러 게임을 플레이하며 겪어야 하는 이상적인 순간들이다. 단순히 일기장 쪼가리나 읽는게 아니라. 문제는 그저 이런 장면들만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거기에 알맞는 경험을 만드는데 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행성으로의 여행은 숨어서 돌아다니는 것만큼의 몰입을 제공하지 못한다. 에일리언을 피해 숨으려 노력하는 순간 플레이어의 멘탈 모델은 당장 지금 일어나는 일에 맞추어지며, 주인공이라면 했음직한 일들을 하게 한다. 그러나 유기된 우주선을 방문하는 순간에는 그저 컷씬을 보고있을 뿐이다.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에 있음직한 종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 첫번째로, 나는 기초적인 게임플레이의 사용에 제한이 더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웃라스트의 플레이 타임은 5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신선한 느낌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내게 이 게임 후반부의 1/3 정도는 억지로 한 감이 있다. 암네시아 또한 이런 문제를 겪었다. 게임의 절반이 지난 후부터는 적과의 조우가 충분히 예측할만하며 무섭지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 게임의 몰입이 깨진 느낌이 드는가는 아주 주관적인 문제이지만, 최소한 적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수록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호러 게임에서 몬스터는 아껴쓰는게 좋다. 두번째. 적절한 멘탈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난이도에 의존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나 사이렌과 같은 게임들이 사용한 방법은 긴장감이 높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 게임의 범위를 크게 좁히는 댓가를 치르기도 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런 방법을 쓰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난이도를 높이는데 사용된 장애물들 중 뭐라도 하나 (세이브 스테이션 같은 거) 빠지면 긴장감도 함께 사라진다. 호러 게임들이 지향해야하는 것은 지고 있다는 스트레스의 감각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엮어내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눈 앞의 공포스러운 시각 및 청각적 대상에게 투영하는 심리학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이렇게만 구축된 구조는 깨지기가 매우 쉽다.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임적 장치를 노출해야만하고, 이는 즉 호러 시나리오로부터의 몰입 이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답은 게임플레이 장치 자체에 내재된, 일종의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한거 다 다시 해야되면 어쩌지?"라는데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내 행동이 이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 광범한 요소들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실제로 적용된 가장 좋은 예는 아마도 워킹 데드(Walking Dead, 2012)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순수하게 불확실한 결과에 기반하여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보게된다. 예를들어 누가 플레이어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게임플레이 상의 가장 분명한 문제는 분기를 타야한다는 것이겠지만, 생각만큼 큰 부담은 아니다. 워킹 데드도 실제로 약간의 분기를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분기의 존재를 알고 있다해도 선택은 여전히 긴장감을 부여한다. 몰입적인 느낌을 주며 결정에 신경을 쓸만큼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킹 데드는 호러 시뮬레이션과는 동작 원리가 꽤 다른 게임이다. 호러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게임을 통제할 수 있어야하며 컷씬은 최소화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커니즘을 떼어내서 그대로 붙여 적용하는게 불가능하다. 우리가 재고해야 할 것은 어떻게 선택을 부여할 것이며 그 효과는 어떨까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암네시아: 다크 디센트의 꽤 초기에 이런 부분들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이 테스트를 암네시아: 저스틴(Amnesia: Justine, 2011)이라는 이름의 무료 DLC에 담았다. 다크 디센트에는 명확하게 선택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지만 결과적인 실패라고 할만한 것은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죽음을 당하면 월드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다. 이를통해 지금까지 얻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감만큼의 긴장감을 주진 못하지만, 일종의 공포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부여한다. 저스틴에는 필수적이진 않은 퍼즐들이 있는데, 하다가 실패하면 죽는다. 이 또한 꽤 잘 동작했다. 이 - 게임플레이 본편의 요소들과는 분리되어 있는 - 퍼즐들이 호러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전달(다소간이나마 영화 쏘우에서와 같은 장면을 재창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큰 문제는 이들을 더 큰 규모의 게임에 더 부드럽게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발자국은 일반적인 잠입액션의 게임플레이에서 데스 패널티를 빼면서도 같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이하의 세 가지 큰 과제들을 해내야한다. 첫째. "지금까지 해놓은 것을 잃는다는 공포"와 연관된 내재적 짜증을 제거하여, 몰입을 깰 위험이 있는 부분들을 덜어내는 것이다. 둘째. 난이도에 의존한 반복플레이 디자인 (죽으면 했던 곳을 또 하고 또 하고 ... - voosco)을 제거하여 탐험 요소와 복잡한 목표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셋째. 이런 절차들을 통해 어떻게하면 호러 시뮬레이션을 확장하여 몬스터로부터 숨고 몰래 이동하는 것 이상을 노릴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으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오리지널 에일리언 영화의 경험을 재창조하는 괜찮은 호러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곧 출시할 SOMA를 통해 실험 중인 것이다. 스포일러를 하긴 싫으니 우리의 접근법을 너무 깊이 파고들긴 어렵겠지만, 개괄적인 부분들은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플레이어들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게되고, 이러한 변화를 다루는 방식에 의해 서사가 풀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들은 단순히 어떤 오브젝트와 인터랙션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것, 또는 예를들어 특정한 생물에게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식으로 더 모호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서사의 효과는 어떤 식으로든 엄청난 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후에 가게 될 장소가 좀더 무섭게 변한다(예: 조명이 사라짐)던가,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을 죽인다던가, 플레이어가 특정한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거나, 심지어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식이다. 우리의 희망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게임 월드에 필수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이를 내면화하고 그들 자신의 마인드 모델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마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다음 세이브 스테이션을 찾아 헤맬 때의 긴장처럼, 일련의 행동들이 야기할 결과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이는 작은 발자국일 뿐이며, 게임이 릴리즈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동작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바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몬스터에 쫓기기" 시나리오 너머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2000년대 중반 호러가 그저 포장 용도로만 쓰였기에 호러 게임이 침체기에 들어갔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게임들이 잘못됐다는건 아니지만 여기에만 머무르는건 바보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호러 장르에는 여전히 많은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최근 호러 시뮬레이션들의 성공은 비디오 게임이 이 잠재력을 잘 다룰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던져준다.
  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트위터에서 와우와 레이드와 FF14의 레이드를 간략하게 비교하는 글이 잠깐 올라왔었는데, 이견이 많아서 원트윗은 지워진 모양이더군요. 여기에 대해 오랜기간 와우를 플레이해오신 https://twitter.com/_doss 님이 의견을 주셨는데, 평소 제가 생각해오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옮겨봅니다. 아래의 글은 트윗을 그대로 옮긴거라 여러개의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일단 '와우의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하기엔 와우가 너무 오래 된 게임이고 컨텐츠 양도 많아서 같은 확팩 안에서도 너무나도 다른 레이드가 많아서 딱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내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 와우엔 전투시간이 16분씩 되는 네임드도 있고, 4분 넘으면 전멸이라 3분 안에 잡아야 하는 네임드도 있다. 이게 여러 확팩도 아니고 같은 던전 5넴 7넴에서도 이런 차이가 있으니 어지간히 일반론적인 게 아니면 와우의 레이드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본다. 와우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탱딜힐의 존재' 정도...? 심지어 탱딜힐 개인이 각자 해야할 역할 자체도 확팩마다 달라지고, 레이드 참가 인원도 확팩마다 다르기 때문에 와우의 레이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다른 경험. 물론 오래 하다보면 결국 큰 맥락은 비슷하긴 하니 감은 잡지만... 탱커는 적을 탱킹하고, 딜러가 적을 잡는 동안, 그때까지 아군을 버티게 해주는 게 힐러의 역할... 여기까진 당연하긴 하지만 각 개인이 주로 해야하는 세부적인 활동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다. 탱커부터 보면, 예전의 탱커는 몹과 싸우긴 하지만 주로 해야 하는 건 어그로 싸움이었다. 딜러가 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어그로를 확보하는 게 주 역할. 물론 급사하지 않을만한 몸빵력은 중요하지만 그게 주력은 아니었다. 즉 탱커를 살리는 건 힐러의 역할이지 탱커 본인의 역량이 아니었단 이야기. 대신 딜러보다 강한 어그로를 먹으면서 탱 인계가 필요할 때 탱을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어그로를 조절하는 게 탱커의 플레이였다. 그땐 심지어 보스들이 도발 면역이었으니.. 하지만 최근 확팩의 탱커의 역할은 좀 다른데, 일단 어그로는 더이상 탱커에게 크게 신경 써야할 수치가 아니게 되었다. 원버튼으로 즉시 최고 어글을 가져올 수 있고, 딜러에게 어글이 튀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어그로 관리가 쉬워졌다. 대신 탱커는 본인의 방어스킬들을 이용해서 능동적으로 생존력을 확보하는 게 메인 플레이가 되었다. 이전엔 잘하는 탱이나 못하는 탱이나 템이 좋으면 튼튼했다면, 지금은 그렇진 않단 이야기. 적극적으로 스킬들을 활용해야 녹지 않을 튼튼함을 보장받는다. 이런 식으로 해당 직군에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진 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의 변화. 예전엔 탱이 여럿 필요해도 어그로 핑퐁할 일이 별로 없고 쫄탱을 한다던가 식이어서 메인탱 외의 탱을 세컨탱이나 서브탱으로 불렀는데 요즘엔 어그로를 원버튼으로 가져가다보니 어그로 인계는 거의 모든 네임드에서 탱이 해야하는 기본기가 되어버렸고, 메인 서브를 따로 두는 게 아니라서 메인탱/오프탱이라고 부르거나 보스탱/쫄탱 같은 용어를 더 많이 쓰게 된다. 탱 뿐 아니라 다른 직군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은 건 마찬가지. 예전엔 캐스터 마나 떨어지면 법봉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법봉도 사라지고 비법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딜러들은 자원(마나 기력 등)이 무한해서 마나 관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던가 힐러의 경우, 판다 말에는 마나가 무한이라 레이드 끝까지 강력한 힐을 퍼부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스도 그만큼 막강했는데, 어느 정도냐면 뎀감기 안에 있는 공대원 전체 피를 50%씩 깎는 공격을 2~3초마다 쓰는 걸 25중첩 될 때까지 공대를 살릴 정도 하지만 다른 확팩들에서 힐러는 마나 효율이 좋지 않지만 강력한(많이 차거나, 빨리 나가거나 등등) 힐과, 마나 효율이 좋은 대신 일반적인 힐 스킬을 잘 배분하면서 전투시간 안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도록 비율을 조절하는 직군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똑같은 탱딜힐이라 해도 어느 시기에 레이드를 했냐에 따라 코어가 되는 플레이 경험 자체가 아예 다르니 와우의 레이드 경험을 일반화 시키기란 꽤 어려운 문제가 된다. ------------------------- 그리고 위의 의견에 제 생각을 살짝 보태보자면, 오래전 레이드 탱킹의 전형으로 검은날개 둥지의 삼룡이 (이름이 기억 안나고 별명만 ;;)와 밸라스트라자를 들고 싶습니다. 둘 모두 복수의 탱커가 탱을 서로 인계해가며 싸워야하는 패턴이었죠. 문제는 어그로 게이지라는게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기능이 아니었고, 지원을 하더라도 이걸 시각적으로 인게임에서 보여주기가 어려워요. HUD를 통해서 주로 전달되는 정보죠. 즉 애매한 정보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이걸 가지고 서로 주거니받거니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러다보니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반면에 생존기라는건, 일단 탱커 혼자 신경쓰면 되거든요. 더 크게 확장해봐야 힐러가 알면 좋은 정도죠. 즉 애매한 정보를 둘러싸고 여러 탱커들이 협력해야하는 상황이란걸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이런 플레이의 비중을 점차 줄여가며 다른쪽 (생존기 중심)으로 변화해나간게 아닌가 ... 마 그런 짐작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레이드 탱은 저도 중간에 쉰 구간이 꽤 있고 해서 그 기저의 의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네요.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ow to Reduce Visual Confusion in Your Game http://gamasutra.com/blogs/PeterAngstadt/20150312/238446/How_to_Reduce_Visual_Confusion_in_Your_Game.php 플레이어들이 화면에 나타난 중요한 게임플레이 요소를 놓치나요? 타이밍이 너무 늦을 때까지 적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는 않나요? 플레이어들이 여러분의 게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시성을 강화하는 기법이 여기 있습니다. 스크린샷을 찍으세요. 그리고 채도를 낮추세요. 그런 후에도 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색상을 지워버리면 밸류가 드러납니다. 밸류란 이미지의 밝고 어두운 그림자들을 의미합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이 밸류는 깊이와 모양과 형태, 그리고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주목해주었으면하고 바라는 지역을 나타낼 수 있죠. 도타2의 스크린샷을 밸류에 의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이미지는 색상값을 제거해도 여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면은 히어로나 유닛보다 더 짙은 색을 사용하여 구분됩니다. 히어로와 유닛들은 보다 밝고 콘트라스트가 더 높은 영역을 사용하죠. 지면의 디테일은 살아있지만 그 음영값의 편차는 적습니다. 따라서 주의를 덜 끌죠. (도타2의 아트 스타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이러한 밸류 개념은 미술분야로부터 빌려온 것입니다. 화가들이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하는 고전적 원칙들 중 하나이자, 혼동을 줄이고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여러분이 집중해주길 바라는 곳에 주의를 집중하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밸류값이 엉망이라면, 정리해야합니다. 제 친구 맥스Max와 제가 작업 중인 작은 취미 게임 딕하드(DIGHARD)를 살펴보죠.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지구의 중심을 향해 땅을 파고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공룡들과 싸워야 합니다. 스크린샷의 밸류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포토샵에서 새 레이어를 만들어 이 레이어를 가장 상단에 놓은 후 검은 색으로 채우고 채도 모드(Saturation mode)로 놓았습니다. 이제 이 레이어를 보이게 했다 안보이게 했다 하면 그에 따라 밸류값도 보이다가 안보이게 됩니다. 여기 초기 개발 중일 때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형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영대조도, 캐릭터와 지면과 배경의 구분도 없습니다. 도타2와는 다르게, 딕하드는 색상을 제거하니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이래서는 게임플레이가 한참 바쁘게 돌아갈 때 힐끔 보고 게임플레이 요소들을 구분하는게 아주 어렵습니다. 배경, 적, 그리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들이 모두 같은 밸류를 가지고 있고, 음영의 정도가 비슷합니다. 주인공의 윤곽선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죠. 우리는 밸류를 정리하는데 좀더 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배경은 더 어둡게 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은 좀더 밝게, 캐릭터의 밝기는 약간 더 올렸죠. 물론 작업을 더 해야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제 적과 주인공, 그리고 걸어다닐 수 있는 표면을 구분하기가 훨씬 쉬워졌죠. 모든게 배경에 비해서 좀더 구분되니까요. 그렇다고 음영대조에 너무 집착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너무 많은 곳에 음영대조를 너무 많이 써도 혼란스러워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식의 대조는 주의를 끌고, 모든게 주의를 끈다면 아무것도 주의를 끌지 못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면내의 밸류값을 계획적으로 체계화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게임은 자신들의 밸류값을 체계화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림보에서는 배경으로 밝은 계열을, 전경으로 어두운 계열을 사용하며며 이는 딕하드나 도타2와는 다른 방식이죠. 배경에는 가벼운 계열, 게임플레이 요소는 어두운 계열 지금까지 설명한건 밸류값의 이용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고전 미술 기법에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플레이어의 눈을 인도하고 중요한 요소들에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들이 엄청 많습니다. 밸류값을 분석하여 색상이 없어도 여러분의 게임을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세요. 여러분 스스로가 본인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니까요. 재밌었다면 블로그에 놀러 오시거나 제 트위터를 팔로우하세요.
  1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Darkest Dungeon ------ http://www.gamasutra.com/view/news/237092/Darkest_Dungeon_Designing_for_despair_and_kicking_you_when_youre_down.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다키스트 던전은 2월 초엽에 스팀 얼리 억세스에 런칭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암울하고 피폐한 모험가들과는 달리, 이 게임은 스팀 차트의 정상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얼리 억세스 게임들이 기대보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에서 이는 대단한 일이다. 게임의 개발사인 레드 훅 스튜디오(Red Hook Studio)는 성공적인 킥스타터를 통해 30만 달러를 펀딩한 이후 알파라기보다는 최종 버전에 가까운 게임을 선보이며 얼리 억세스의 최근 분위기와는 상반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은 두드러진 아트 스타일과 강력한 컨셉을 선보였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여러분은 용맹한 모험가들을 지휘하여 절차적으로 생성된 던전을 통과하며 소름끼치는 적들과 마주하게되고, 이 과정에서 단순히 모험가들의 체력에만 신경쓰는 것 이상의 일들을 해내야 한다. 그들은 뭔가 잘못되어 갈 때마다 점차 스트레스에 찌들어가고, 결국 무너져버리거나 - 피학적이 되거나 또는 편집증과 같은 부정적 특성에 물들거나 - 또는 튼튼함, 영웅적, 그 외 전투가 한창일 경우 여러분이 만날 법한 모든 종류의 행동들을 하게된다. 이는 매우 독특하며 성공적인 매커니즘이며 게임의 핵심 순환 구조에 탄탄하게 엮여 있다: 모험가들을 던전에 처넣었다가, 다시 매음굴에서 매력적인 여자와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게 하고 결국 그들을 살아남게 한다. 이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무자비하다. 레드 훅의 리드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 보라사(Chris Bourassa)및 *다키스트 던전*의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인 타일러 사인먼(Tyler SIgnman)과 함께 우리는 이 게임의 난이도가 유저층을 제한하지는 않는지, 아울러 스트레스 매커니즘이 게임 개발 중의 크런치에 대한 메타포는 아닌지 등에 대해 논해보았다. 대단히 성공적인 킥스타터에 이어서 상당한 수준까지 완성된 느낌을 주는 게임을 런칭함으로써 아주 성공적인 얼리 억세스를 해냈습니다. 꽤 이례적인 일인데요, 얼리 억세스에 런칭하기 전에 게임의 프로덕션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게 원래 의도했던 것인가요? 크리스: 모두 저희의 전략이었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대중에게 공개할 때는 가능한한 잘 만들어서 그렇게 하자는거죠. 타일러와 제가 언제나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거에요. 킥스타터를 할 때 우린 시간을 들여 주의깊게 조사를 하고 가능한한 준비된 상태로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죠. 우리가 어느정도로 성공할지를 몰랐기 때문에 무엇도 장담하지 않았었어요. 얼리 억세스에 대해서도 그런 자세는 같았죠. 단순히 게임이 돌아가는 수준으로 만들기보다는,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받고 데이터를 모아 게임을 좀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였죠. 타일러: 얼리 억세스의 반응을 지켜보는건 꽤 재밌었어요. 게임은 아직 덜 만들어졌고 넣어야 할 것들이 한참 남았는데도 사람들이 "이 게임 다 만든거 같은데?"하고 말하는걸 들으면, 그건 최고의 칭찬으로 느껴지죠. 내부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뭘 해야할지를 알고 있기에 여전히 다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절대 질낮은 게임처럼 느껴지길 바라지 않으니까요. 첫인상을 줄 기회는 한 번 뿐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첫번째 트레일러부터 킥스타터, 얼리억세스, 그리고 아마도 1.0 릴리즈까지 개발의 모든 단계들 중 어떤 단계에서도 나쁜 인상을 주게될 가능성은 있어요. 각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우리에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긴 하지만, 매 단계마다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걸 보고 행복해하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하죠. 크리스: 우리도 이 게임 사랑해요.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하자는게 우리 전략이긴 하지만, 매 걸음마다 우리가 하는걸 보고 많은 이들이 성원을 보내주는건 큰 도움이 되며 많은 격려가 되죠. 타일러: 지금까진 운좋게도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었지만, 첫 트레일러 발표는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었었고, 킥스타터때도 그랬어요. 얼리 억세스에 간 것도 여전히 예상보다 살짝 늦었었죠. 그때마다 매번 우리에겐 선택이 주어졌어요. "준비됐나? 지금 런칭해도 되려나?" 우린 언제나 확실하게 준비하려 노력했죠. 심지어 릴리즈가 늦어지더라도요. 다키스트 던전의 가장 큰 특징은 모험가들의 물리적 안위만큼이나 정신적인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거죠. 저는 바로 이 부분이 킥스타터와 얼리 억세스가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이유라고 보는데요, 두 분은 이런 셀링 포인트가 그정도로 강력할 줄 알고 계셨던건가요? 크리스: 그 아이디어는 우리가 뭉쳐서 달리게 만들었던 열정의 근원이었죠. 그래서 어느정도 비중이 있을거라고 확신했어요. 단지 그게 당연할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았었죠; 많은 사람들이 많은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린 굉장히 많은 노력을 들여 초기 아이디어를 다듬으려고 애썼어요. 아이디어 자체의 강점에만 기대어 편하게 가고 싶진 않았거든요. 타일러: 다른 것들도 몇 가지 시도했었어요. 우린 다른 프로젝트들로부터 많은걸 배웠죠. 잘 된 킥스타터만큼이나 잘 안된 프로젝트들로부터도요. 한편으로 그렇게 배운 것들 속에서도 우린 우리만의 유니크한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우리가 킥스타터 런칭을 하려할 때 대세는 개발자가 나와서 유저들에게 팀을 소개하고, 유대감을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최선을 다할거라고 믿게 만드는 식이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그 반대로 갔죠. 저희 킥스타터 비디오에는 개발진 소개조차 없었어요. 게임 자체만을 다루었죠. 우리의 경우에는 오로지 게임만이 관건이 될거라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었어요. 이 게임은 게임 자체를 인정받아야 했어요. 만에 하나 개발팀에 관심이 있다면 스크롤 내려보면 되는거죠. 우리가 게임을 만들어봤고 이번이 결코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러분이 펀딩해 준 돈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아주 약간의 믿음을 가질 수 있는거죠. 우린 다른 사람들이 하는걸 보고 많은걸 배웠지만, 그 속에 우리만의 것을 심어넣은거에요. 제가 다키스트 던전 플레이를 시작했을 때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스트레스 매커니즘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었지만, 저를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건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모험가의 위치와 적들의 위치가 자아내는 깊이와 전략이었습니다. 아트 스타일 및 전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개발 중인 게임임에도 딱히 빈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많은 얼리 억세스 프로젝트들과 크게 달라보였죠. 앞서 말씀하신 '아이디어 자체의 강점에만 기대어 편하게 가고 싶진 않았다'라는 말씀은, 실제로 여러분이 공격적으로 추구했던 요소인가요? 크리스: 전투 시스템이 모든걸 지탱해 줄 중심축이 되어야했기 때문에 엄청 많은 반복개발과 테스트를 거쳤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이라는게 밴드와 굉장히 비슷하다는걸 언제나 인식하고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요소들을 리드 기타리스트로 만들려고 하면 모든게 망가져버리는거죠. 이 게임의 모든 부분들이 동등하게 개발되지 않았고, 모두 동등하게 개발될 필요도 없죠. 재미와 도전에는 분명히 위계가 존재해요. 전투 시스템이 영속적 스트레스라는 메타 전략에 연결되는 식의 구조가 있고, 이를 통해 여러분이 전투에서 모험가들을 배치하는 법과 전투 후의 스트레스 감소 시설에 모험가들을 배치하는 방법이 딱 맞아들어가는거죠. 따라서 당연하게도 게임의 모든 부분들을 동등하게 개발하기보다는, 디자인에 의해서 개발하죠; 강점을 취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시간을 투자하는 겁니다. 타일러: 내부적으로 여기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많았어요. 스트레스와 고통 시스템은 케익의 최상단에 놓인 체리와 같아요. 단순히 체리라기보다는 음식 전체의 풍미를 더하는 비밀 소스와 같죠. 그러나 우린 어쨌든 RPG를 구축해야하는거에요. 다른 요소들이 더해지긴 하지만 기본은 RPG이기 때문에, 이 게임 전체가 동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비밀 소스가 아닌 다른 부분들에도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걸 여러차례에 걸쳐 깨달으며 개발했어요. 꽤 재미있었죠.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요소를 더하기 전에 일단 탄탄한 RPG를 구축하기 위한, 스트레스 시스템과 관련없는 것들을 만드는데에도 투자를 해야만 했어요. 한가지 더 흥미로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스트레스 매커니즘을 넣기 전에 기반이 되는 RPG를 구축해놔야 한다면, 그 이후에 이미 구축한 것만큼이나 복잡한 스트레스 시스템을 넣는 과정이 밸런싱의 악몽이 되지는 않았나요? 타일러: 열쇠는 모듈화라고 생각해요. 전투만을 아주 단순한 버드아이 뷰로 살펴보면서 지금이 딱 맞게 밸런싱되었다고 말하긴 쉽죠. 근데 누군가 와서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자 이제, 가끔 모험가들은 미쳐버리거나 여러분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힐을 해주려면 거절하고, 파티원을 공격하거나 다른 파티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겁니다." 이런걸 염두에 두지 않으면, 스트레스 시스템 때문에 뭔가 잘못되지 않는 이상 딱 맞게 밸런싱된 전투를 만들려는 유혹이 생겨요. 다른 시스템의 개입을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는 것 자체가 해야 할 일인거죠. 우린 운이 좋았어요. 스트레스 시스템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은 저희도 몰랐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이 시스템이 반드시 핵심 게임 플레이에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은 느끼고 있었어요. 크리스가 처음에 캐릭터들을 옆에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우리는 그가 제안한 방식으로 동작하는 클래식 RPG를 구상하면서 여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했죠. 어쨌든 우리 모두는 전투가 그 자체만으로 재밌을 수 있다면 여기에 고통 시스템을 더할 경우 좀더 특별해지리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의 목표였죠. 시스템이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어야 하겠지만 다른걸 더하여 더 특별해지는 것. 이렇게 말만하는건 해보는 것보다 쉽기에 우린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더 낫게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긴 해요. 단지 많은 분들이 좋게 받아들여주시는게 기쁠 뿐이죠. (고통 시스템 - affliction system: 게임 내 시스템의 하나로, 스트레스 수치가 최고치가 되면 캐릭터에게 생기는 효과.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임-voosco) 말씀하신 내용에 더불어, 여러분이 얼리 억세스에 런칭하자마자 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유명 BJ들에서부터 광범한 개인에 이르기까지요. 그렇게 폭넓은 플랫폼에게 방송되고 호응을 얻는게 개발자로서 어땠나요? ('유명BJ'로 번역한 내용의 원문은 'big streamers' 입니다. 이하의 내용에서도 streamer는 모두 BJ로 옮기겠습니다. -voosco) 크리스: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인정받아서 아주아주 기쁘긴 하지만요. 안정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하긴 하지만 엄청난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있기에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결코 알 수가 없죠. 언론 매체의 보도를 보거나 BJ들의 반응을 보거나 그들이 방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건 우리에게 믿기 어려우리만치 큰 보상이자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줘요.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좀더 실질적인 것으로 느끼게 해주죠. 오랜 기간동안 문제들을 해결하고 컨텐츠 작업을 하다보면, 이게 플레이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게임이라는 시각을 잃을 때가 있거든요. 일로서만 접하게 되는거에요. 그러다가 어느날 자리에 앉아서 내가 의도해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감성적 경험을 누군가 겪어나가는걸 보면, 당연히 엄청나게 기쁘죠. 한편 반대 상황도 고려해야하지 않나요? 다키스트 던전은 굉장히 시스템 의존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뭔가 헛점이 있거나 버그가 있을 경우 그게 방송을 타면 모든게 다 날아가버린다거나? 크리스: 완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얼리 억세스가 우리에게 가치를 갖는거에요. 그런걸 보면서 "아 저봐. 스턴-락이 게임의 긴장감을 흐려놓고 있어."하고 알 수 있거든요. X 장신구가 너무 강하다거나 또는 너무 약하다는 등의 피드백을 엄청 많이 받고 있고, 실제로 확인해보면 정말 그런 경우가 많아요. 결국 우리는 굉장히 넓은 관점으로 게임을 보게되는거고, 거칠게 마무리 된 부분을 지적받으면 그곳을 부드럽게 다듬는 식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죠. 이건 결국 나쁜 지점이 좋은 결과를 낳는거에요. (스턴-락: 원래 이 게임에서는 비전투중 힐이 불가능한데, 직전 전투의 마지막 몹에게 무한 스턴을 걸면서 힐을 하는 방식으로 그걸 회피하는 헛점. 최근 스턴 적중율에 점감을 걸어서 이 문제를 해결했음. -voosco) 그런 식으로 소프트 런칭하는게 얼리 억세스의 장점이기도 하죠. 크리스: 맞아요. AI가 동작하지 않는다거나 UI가 헷갈린다는 등의 리포트를 받고 싶진 않거든요. 그보다는 시간을 더 써서 플레이테스트 데이터를 살펴보고 게임을 개선하는 쪽이 낫죠. 바로 그게 우리가 홍수가 몰려오는 수문을 열기 전에 비교적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게임을 탄탄하게 다듬으려고 시간을 오래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나래이션이 다키스트 던전에 부여하는 개성이랄지 강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많이 들었는데요. 나래이터에 대한 이러한 호의적 반응은 의도하신 건가요? 몇몇은 같은 나래이터가 도타2의 아나운서 팩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하던데, 고려 중이신가요? (도타2에서는 장내 해설 - "XXX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등 - 목소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타일러: 안그래도 아나운서 팩을 준비 중이라고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크리스: 오늘 이런걸 물어봐주시다니 타이밍이 딱 좋네요. 타일러: 그리고 맞아요. 우리 모두 우리 게임의 나래이션을 사랑해요. 몇달 전에 스팀과 계약 관련해서 협의 중일 때는 '도타2 아나운서 팩은 어떻게 만드나?'하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게임이 잘 된다면 도타2에 아나운서 팩을 넣는게 꽤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얼리 억세스 런칭 즉시 그런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환상적이었죠. 우리는 첫 트레일러에 웨인(Wayne-June)의 목소리를 넣어보고 바로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트레일러에 너무 잘 맞았기에 크리스와 저는 즉시 그를 본 게임에도 써야겠다고 말했죠. 트레일러에만 쓸 수는 없었어요. 전체 게임에 그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죠. 보면 게임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스트레스 시스템의 매커니즘부터해서 전투의 아트 스타일이라거나 나래이터, 조명효과 등등요. 근데 이 모든게 합쳐져서 하나의 불쾌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 연출되요. 이런걸 구축하기가 어려웠나요? 크리스: 어려웠는지 말하긴 어렵지만 계속해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부분인 건 맞아요. 우리 게임의 장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타일러와 제가 일할 때 최소한 게임이 어때야 한다는 합의를 하고, 그런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걸 맞춰나가죠. 적의 크리티컬에서 아트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맞아요. 여러분은 약하죠. 약점이 있고, 적들은 거길 노리고 있으니 주의깊게 생각해요. 정말정말 무섭고 어려운 일이에요."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되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게 나래이터에 의해 표현되요. 그의 탈육체적이고 유령같은 목소리는 플레이어가 성공하면 비웃고 실패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가로젓도록 게임에 맞춰 짜넣어져있죠. 그게 런칭할 때 우리가 보여주려는 게임 스토리의 일부에요. 아주 재밌을거에요. 타일러: 여러 테이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 - 때로 같은 대사를 나래이터가 여러번 읽고, 우리가 그 여러 버전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에서도 그랬어요. 그는 우리에게 다양성을 부여하기에 훌륭하지만, 여러 테이크들 중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 일관되게 우리가 전하려는 느낌을 강화하는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만 했죠.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방향이요. 거기에 비추어 맞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거에요. 말씀하신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저는 실제로 랜덤한 숫자가 저에게 불리하게 나올 때마다 쉽게 짜증이 나더군요. 도타를 할 때는 뭔가 내가 조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없는데 그래서 저는 바스티온의 아나운서를 써요. 가장 차분하거든요. 근데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뭔가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 나래이터가 나를 진흙바닥에 짓누르는 기분이 들어서 더 언짢아지죠. 모든 요소들을 조합함에 있어 이런 부분들도 고려하신건가요? 크리스: 절대로 고려했죠. 나래이터는 대부분의 경우 랜덤하게 말을 하지만, 우린 그의 목소리 톤이 우리가 개발자로서 플레이어들이 느끼길 원하는 것을 전하도록 조율했어요. 보이스 디렉팅은 "잘했군 쪼그만 개미놈들. 상으로 가서 테이블 위의 빵조가리나 주워가."하는 식으로 기대치 않았던 당황스런 커멘트를 던지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죠. 반대로 플레이어의 패배는 필연적인 것처럼 다루어져요. 그러다 플레이어가 학살을 시작하고 뭔가 큰 걸 이루어냈을 때만 진짜로 발끈하죠. 그리고나선 좀더 비디오 게임스러운 말들을 하기 시작하구요. 우린 이런 컨셉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적을 원샷에 죽이거나 하면 웨인은 정말로 짜증을 내고 플레이어들은 그걸 멋지다고 느끼게되죠. 웨인이 여러분에게 안좋은 말을 쏟아낼 때면, 그를 짜증나게 할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버텨나가게 되는거에요. 플레이어들을 너무 짜증나게 해서 그들이 게임을 완전히 접어버릴까 걱정하지는 않았나요? 타일러: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에게 개발기간 내내 효과적이었던건, 이런 생각을 꾸준히 유지하긴 어렵지만, 솔직히 이 게임이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죠. 우리가 프로젝트를 막 시작했을 때는 더 어두운 것들도 있었어요. 플레이하는 동안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이 희망을 잃고, 피학적이 되고, 욕을 하게되고, 편집적이 되어갔죠. 그게 이 게임의 DNA에요. 엄청 힘들다는거죠. 공정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난수 생성기가 원래 그런거니까요. 한가지는 우리가 의도한게 맞아요. 여러분이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거죠. 크리스: 그게 진짜 핵심이에요. 타일러: 따라서 누군가 "게임 좆같네. 나랑은 안맞음"하고 말하더라도, 냉철하게 봐서 우린 괜찮아요. 몇몇은 게임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게임이 여러분들이 원한대로 동작한 결과라는 뜻이군요? 크리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게임을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해요. 우리에게 이 게임은 언제나 나쁜,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내용이에요. 여러분은 최대 체력과 최저 스트레스를 가진 멤버들로 가득한 파티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갑자기 전투가 안좋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거죠. 그게 이 게임이에요. 십여년에 걸친 경험과 최상의 장비를 가지고 등산을 해온 사람도 불운한 사고로 산을 타다가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거죠. 우리는 그런 불운의 순간이 닥쳤을 때 플레이어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시험하는거에요. 모든 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즐거움을 얻지는 못하겠죠. 그게 나래이터가 지금과 같이 말하는 이유인거죠? 말씀하신 측면들을 강화하기 위해서? 크리스: 맞아요. 그렇습니다. 타일러: 제 생각엔 좀 어려운 부분인데, 현실주의자의 관점에서 "아 ... 너무 어렵거나, 너무 이렇거나, 너무 저렇거나 해서 게임이 반 밖에 안팔리면 어쩌지."하고 말할 수 있죠. 그러나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에 더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게임이 어필할 수 있다고 봐요. 이렇게 말하는게 공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기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잘 된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건 사실이죠. 게임이 명확한 목표를 가짐으로써 더 도움이 된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좋은 게임들이 엄청 많죠. 경쟁도 굉장히 치열하구요. 그런 가운데 자기가 가진 독특한 부분들을 모두 내다버린다면, 그건 반대로 자기 게임이 가진 명확한 컨셉이나 목표를 포기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거에요.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우리가 너무 평범하게 어필하려 노력한다면 오히려 더 적게 팔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죠. 지금과 같이 실시간 게임 방송이 보편적이 된 문화에서, 다키스트 던전은 특히 더 방송을 잘 타고 있는데요. 게임 방송의 속성상 BJ가 성공해봐야 자기가 얻을건 없기에, 반대로 BJ가 실패하면 유쾌해하는 부분이 있죠. 그리고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BJ들이 죽어나가고요. 이것도 사전에 의도했던 부분인가요? 방송에서 인기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나요? 크리스: 모르겠어요. 아마도 타일러는 그런 상황을 예견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놀랐어요. 게임이 다양한 방향으로 잘못될 수 있다보니 플레이를 하다보면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제공할거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게 게임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기에 우리가 그걸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맞지만, 그게 게임 방송에 매력적인 부분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꽤 멋진 일이에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가고 채팅을 통해 거기에 참여하는 일은 근사하죠. 부분적으로는 시기가 좋았어요. 게임 방송이 뜨고 있으니까요. 다른 일부는 우리가 플레이어 서사가 주도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한 때문이기도 해요. 타일러: 우리 게임의 강점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펜&페이퍼 때의 감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펜&페이퍼 게임은 흔히 미쳐돌아가곤 했죠: "와 그때 세션 기억나냐? 이런 미친 일이 있었고 그런 일도 벌어졌고 그리고 또 우리는 그런 것도 했고 ..." 자유형식이었기에 던전 마스터에 따라서 여러가지 멋진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어요. 우리 게임이 아이디어에 불과하던 시절 이 게임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그들이 주로 기대했던건 그런 플레이어 서사적 경험이었어요. 저는 이 부분은 확실히 BJ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거라 생각했었죠; 사람들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게임을 제대로 전달하는게 관건이었을 뿐이에요. 아울러 사회적 측면도 있죠. 작년에 PAX에 출전했을 때 부스에서 매우 강한 사회적 측면을 보았어요. 사람들은 와서 대보스와의 전투를 목격하며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걸 보는데, 최악의 순간에 전염병 의사가 영웅적이 되거나 모조리 전멸해버리는거죠. 모여있던 군중들은 몰입했어요. 그런 강한 반작용은 확실히 우리에게 주어진 큰 행운이죠. 게임 릴리즈까지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해야 할 일들이 많나요? 얼리 억세스 커뮤니티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신가요? 크리스: 아직 작업해야 할 스토리와 컨텐츠가 많아요. 스토리의 실마리를 풀어줄 The Cove와 The Darkest Dungeon라는 두 개의 던전이 있죠. 5개의 클래스를 더 추가할거고, 보스의 숫자를 두 배로 늘릴거에요; 이게 다 킥스타터 확장 목표죠. 따라서 컨텐츠가 부족할 일은 없다고 봐요. 특히 클래스의 숫자를 감안한다면 파티 조합도 엄청 많이 생길거구요. 폭넓은 다양성과 도전을 다루기 위한 진짜로 흥미로운 전략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말하자면, 이미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스팀 포럼이나 방송을 보고 채팅을 읽고 폭넓은 반응을 관찰하며 게임의 어디가 잘 됐고 어디가 잘못 됐는지를 어떤 장신구가 제대로 동작하고 어떤 장신구가 그렇지 않은가 등의 좀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확인하고 있죠. 우리의 최상위 목표를 현실에 타협하여 깍아나가지 않고도 게임을 잘 다듬을 수 있는 많은 도구를 갖게 될거라고 봅니다. 타일러: 비현실적이에요. 그 모든 호응들이요. 언론 매체와 플레이어들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우리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듣는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기분이죠. 그게 우리가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우리 자신들이 게임을 통해 겪어 온 경험들, 즉 사람들에게 기억될만한 경험을 주는 일을 이제는 우리가 하려 하고있어요. 그 과정에서 생계도 꾸려나가고요.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는게 너무 신기해서 볼을 꼬집어보곤 해요. 우리가 게임을 통해 전하려는 모든 것들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하고자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게 되는거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다행이라고 느껴요. 여러분이 만든 모험가들과는 정반대로군요. 크리스: 맞아요. 게임을 만드는건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거랑 꽤 비슷한 느낌이에요. 두말할 나위없이요. 타일러: 팀 내에서 그런 농담을 하곤 해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올라가면 "어어어 ... 자, 자, 이제 고통 오나요 !!" 우리는 정확히 같은 논의를 우리 스스로 그리고 팀원들끼리 하곤 했어요. 사람들이 행동하는 경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니까요. 누군가와 얘기를 하다가, 다른 어떤 사람이 자기 본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곤 한다고 얘기했던게 기억나요. 그들은 그가 명백히 '고통' 상태라고 말했었죠. 크리스: 그런 상태로는 일주일 정도 버티는게 전부죠. 그리고 나선 선술집에서 술마시는 등의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춰야 해요. 타일러: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거죠. "보통 이 사람은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일단 욕을 하기 시작하면 팀에겐 매우 안좋죠." 이 게임이 게임 개발에 대한 메타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크리스: 하하. 맞아요. 개발하는 내내 의식하고 있었어요. 마감이 사람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죠. 몇몇은 집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들고 일어나요. 다른 사람들은 압박감에 위축되기도 하죠.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을 '게임화(gamify)'할 때 이런 부분들이 분명히 영향을 줬어요.
  1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재밌어보이는 글이 있어 링크를 물어왔습니다. 문제 제기 모바일 앱이 많아지면서 유저의 재방문을 높이기 위해 푸시 메시지를 사용하는 서비스가 많다. 문제는 유저를 고려하지 않는 푸시 메시지인데, 스팸으로 취급될 뿐더러 서비스 이탈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푸시 메시지 자체의 비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푸시 메시지의 진짜 비용은 메시지 송신에 들어가는 물리 비용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매체 피로감이다. 고객이 마케팅 채널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다. 만약 유저의 접속 패턴을 고려해서 적당한 푸시 타이밍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과도한 푸시 메시지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더 읽으시려면 http://boxnwhis.kr/2015/02/27/right_timing_to_push_messages.html
  1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s: Free-To-Play ------------------------------------- 마지막 편인 3편 입니다. 이 글은 쓰여진 시기가 2011년으로, 지금으로부터 4년전입니다. 언급된 몇몇 내용들은 글이 쓰여지던 시점에서는 “미래를 내다 본” 것이나 이미 현실화 된 것도 있고, 또 몇몇 부분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곳도 있습니다. 3편의 글들 모두에 이런 부분들이 존재하나, 3편인 이번 글에서 이런 부분들이 특히 더 두드러집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825/the_fwords_of_mmos_freetoplay.php -------------------------------------- [시리즈 세 번째인 이 글에서,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은 부분유료화 MMO의 혁명과, 서로 다른 과금 구조를 어떻게 도입해야 최고의 수익과 플레이어의 만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 나는 경제라는 게임 매커니즘과 이 매커니즘이 게임 디자인 결정에 어떻게 연관되는지 - MMORPG내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구조에서 경제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재밌고 공정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 – 를 논한 바 있다. 마지막 편인 이 글에서, 나는 게임 중심의 이론에서 잠시 손을 떼고 게임을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한다. 이를 통해 부분유료화 과금모델로 이행 중인 최근 트렌드가 어떻게 게임 디자인,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 내 경제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이 특히 흥미로운 주제인 이유는, 많은 “부분유료” 게임들이 흥행을 위해 이중 경제 구조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중 경제란 게임 내 경제와 소액결제 시장을 의미하며, 이들이 다양한 게임에서 서로 다른 비중으로나마 교차하고 있다. 부분유료화로 이행하고 있는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 모델이 성공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최초의 물물교환이 성립된 이래 시장의 핵심에 언제나 자리해왔던 이상과 이에 바탕하여 깊게 뿌리내린 관습에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와의 끝없는 전쟁을 부추기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복제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시장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게임의 종말이야! 그러나 이 개념이 디지털 상품에도 성립하는걸까? 비디오 게임은 경제학자들이 흔히 “비경합성”이라 분류하는 상품군에 속한다. 누군가 “상품을 소비”해도 (“게임을 플레이했다”의 경제학적 표현) 생산자가 뭔가를 추가로 부담할 필요가 없으며 (한계 비용이 0 : 추가로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0이라는 의미 -voosco) 다른 소비자들도 어떤 추가적인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비열화성非劣化性. 다른 누군가가 동시에 해당 상품을 사용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 누가 비디오 게임을 불법복제하더라도, 그 게임의 생산자나 다른 소비자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거다. 비디오 게임 퍼블리셔들은 오랫동안 불법복제를 판매손실과 동일시해왔다. 이는 순수한 경제학적 용어로 참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판매에 실패한 것이다; 제품을 “도둑맞”았다기보다는 소비자를 설득하여 제품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에 가깝다.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 업계는 생수 산업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판매 손실”보다 브랜딩과 고급화를 더 걱정할 필요가 있다. 생수 회사에게 컵에 담긴 수돗물은 모두 “판매 손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별 정수 시스템에 대해 수도국에 항의하지는 않잖은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얻어내려는 게임 업계의 갈망은 전체적으로 소비자들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갈등은 현재 부분유료화 게임 제작자들로부터 새로운 즙을 짜내려 하고있다. 돌에서 피를 짜내려 하기보다 바구니를 널어놓고 비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비가 오면, 바구니로 돈이 흘러들어오리라! 기본으로의 회귀: 개인 마케팅 최근 F2P 게임 디자인 경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들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아주 명확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하겠다: 전통적인 정액제 모델이 그것이다. 정액제는 모든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같은 상품에 대해 같은 접근권을 갖는다는 원칙 하에서 동작한다. 이는 즉 무제한의 접근, 즉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접근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나는 정액제 유료 케이블TV에 가입했다. 월별로 같은 요금을 내고 80여개의 채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한달 내내 하루에 24시간씩 텔레비전을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내가 지불한 정액 요금으로부터 내가 얻은 가치는 매달 달라진다. 더욱이 나는 80여개의 채널을 동시에 모두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보는 것의 수천배의 가치를 지불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정했다. 모두가 같은 돈을 내고, 모두가 같은 채널에 대한 접근권을 가졌으며, 모두가 자기가 보고싶은 것 또는 그보다 아주 조금 덜 텔레비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함의 인식은 내가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던대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정액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첫 번째 글에서 다른 중요한 개념도 빌려오기로 한다: 시간과 돈의 인식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에 사람들이 쓰는 돈과 시간의 양은 반비례한다. 하나의 게임에 돈을 더 많이 쓸수록, 그 게임을 덜 플레이해도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돈을 벌려면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여러분은 더 많은 돈과, 더 적은 자기 시간을 갖게된다. 이게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궁극의 공식은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광범한 사람들에게 대체로 맞아들어간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아래에 정액제 모델과 게임에 쓸 수 있는 서로 다른 다양한 시간과 돈을 가진 이들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제일 좌측에 위치한 그룹은 가장 적은 돈과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예에서는, 정액비(Fixed Fee)를 낼만큼의 돈도 없다. 그 결과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게임을 할 수 없는 이들도 돈은 있다. 단지 정액비를 낼만큼의 돈이 없을 뿐이다. 각 그래프가 나타내는 바는 이런 조건에 속한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므로, 저 작아보이는 그래프가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돈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제일 좌측 그룹에 닿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고정 가격, 즉 정액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하면 다른 모두에게도 낮은 가격을 받게된다. 역사적으로 바로 이 지점이 F2P가 노리는 곳이다: 지불 조건을 임의의 정액비보다 낮게 함으로써, 그간 도달하지 못했던 시장 세그먼트에 닿는 것이다. 내가 ‘에너지 모델’이라 부르는 초기 F2P모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겠다. 에너지 모델은 플레이어들이 조금은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돌아간다. 무료 플레이가 끝나면 조금 더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조금 더 내야한다. 더 많이 플레이하고 싶을수록,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 에너지 모델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몬스터와 싸우거나 던전에 입장하는 등의 게임 내 핵심 활동을, 매일 또는 주마다 조금씩 느리게 차오르는 에너지와 연동시킨다.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플레이어가 게임을 더 하고싶다면, 아이템 샵에서 에너지를 더 구입하면 된다. 에너지 모델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플레이어들의 경우. 이런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지만, 더 구입할 돈이 없다; 이는 엄청난 짜증을 야기하는데,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엄청 많지만 게임은 그저 “안됐네요”라고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그래프의 반대편에도 문제는 있다: 더 부유한 플레이어들로부터의 매출을 잃는 것이다. 이들은 게임을 플레이 할 시간이 별로 없다. 따라서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는 일도, 그래서 에너지를 더 구입하고 싶어지는 일도 없다. 게임에 돈을 더 쓸 용의가 있지만 쓰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다. 아울러 정액제와 에너지 기반 게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문제도 있다. 시간에 얽힌 재밌는 요소 때문이다. 돈 –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것. 그러나 써야하지 않는데 쓴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음 - 과는 달리 시간은 여러분이 실제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에너지 모델에서는, ‘돈을 쓰지 못’한다고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을 쓰지 못하는건 짜증을 유발한다. 반면 다른 측면도 있다: 몇몇 게임들은 최소 요구 시간이 있다. 최소 요구 금액처럼 말이다. 최근 리프트가 출시되었을 때, 나는 친구들과 이 게임을 플레이 할 생각에 흥분했다. 내 친구들 중 대부분은 정액비를 낼 돈이 없었기에 나와 와우를 플레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린 모두 일을 하고 있으니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리프트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들 모두 싫다고 대답했다. 한번 더 물었다. 왜? 친구들은 리프트를 플레이 할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와우나 리프트 같은 게임들은, 그들 말에 의하면, 너무 시간 소모적이다. “시간 비용”이라는 개념은 MMO 디자인에 또다른 큰 문제를 야기한다. 최소 요구 자금이 유저들로 하여금 정액제 모델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이런류의 게임들이 가진 최소 요구 시간 또한 때로 스펙트럼의 반대 지점에서 같은 작용을 한다. 게다가 와우같은 게임의 "주당 4회 레이드, 회당 4시간씩" 이라는 요구사항은 불과 한 달에 15달러라는 액수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에너지 모델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돈을 내라는 것과, 낸 돈만큼을 뽑으려면 그만큼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경계선에 선 유저들은 정액제 모델만큼, 또는 심지어 그 이상이 이탈해 버린다. 현재의 F2P "혁명"은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내가 "편의"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이 모델은 내가 지금까지 설명해 온 것을 기반으로, 즉 시간과 돈을 희소 자원으로 놓는데, 사람들은 대체로 이 둘 중 하나는 가지고 있다. 편의 모델에서 여러분은 직접 플레이를 통해 성장할 수도, 또는 돈을 내고 성장할 수도 있으며, 그 사이의 어떤 지점을 노릴 수도 있다. 순수하게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이 모델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원하는만큼 돈을 쓸 수 있고 원하는만큼 시간을 쓸 수 있다. 과금을 함에 있어 놓치는 것이 없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 모델은 재앙이다. 편의 모델이 동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이 매우 높은 장벽을 세우되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장벽을 넘어서 해볼만큼 "가치있는" 경험을 제공해야만 한다. 모든 이들로부터 돈을 받으려면 그만큼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 위 그림의 '시간&금전적 요구수준(Time&Money Requirement)' 막대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일정 수준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지불을 멈추게 된다. 막대가 너무 높으면 사람들은 플레이를 그만둔다. 끝. 자신들이 가진 모든 돈과 시간을 써도 그만큼의 재미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의 모델이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게임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편의 기능들을 팔 수 있게 하라. 이는 즉 불쾌할 정도로 중독적인 게임을 만들되 가능한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 그러한 불편함을 회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그래서 그걸 피하려고 돈을 내게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이 업계에 투신하지는 않았다. 이에 더해 게이머들도 점점 알아차려가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중독적 게임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몇몇 경제학자들의 스프레드시트에 나오는 파란/초록의 작대기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을 뿐이며, 재미있고자 할 뿐이다. F2P의 미래 미래의 성공적인 F2P 게임들은 생수 업계가 성공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성공할 것이다: 사람들을 돈을 낼 수 밖에 없는 코너에 몰아넣기보다는 돈을 내고 싶게 만든다는 원칙 하에 움직일 것이다. 내가 위에서 묘사한 이 세 가지 모델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유저 단위 매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모델 모두 유저를 보며 묻는다: "이 유저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델들이 모두 어떻게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쓰게 만들까하고 고민한다는 점이다. 정액제 모델에서 각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접근권에 돈을 썼다. 에너지 모델에서 각 유저들은 더 많은 시간을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쓴다. 편의 모델에서 각 유저들은 편의기능을 위해 돈을 쓴다. 이 모든 것들이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좋다. 괜찮다. 그러나 이들 게임들은 모두 멀티플레이어 게임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심지어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한다는게 전제라면, 마케팅 전략은 왜 실제로는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방해하는가? 친구가 정액비를 내지 않게 되거나 에너지를 다 써버리거나, 레벨업에서 뒤쳐지는 건 꽤나 안좋은 일인데. 최근에 게임 회사들은 플레이어 리텐션에 있어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여러분의 모델이 무엇이든 여러분의 게임에 돈을 쓰는게 플레이어들이라면, 플레이어 리텐션은 중요하다. 그러나 심지어 리텐션보다 더 중요한건,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재밌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탈해버리면 남은 이들도 이탈을 고려하게 된다. 플레이어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 MMORPG에서 남은 수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는데 서버통합이 중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여러분이 성공적인 MMORPG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게임에는 30명짜리 길드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길드 마스터와 한 명의 길드 중심 인물이 정액 연장을 포기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 길드가 산산히 부서지고, 결국 28명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정액연장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길드 마스터를 비롯해서 중심 인물에게 무료 정액을 제공한다면? 그들은 플레이를 계속할 것이며, 다른 28명도 정액비를 계속 지불할 것이다. 성공? 별로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천만명의 플레이어들 중 누가 그러한 '중심인물'인지 밝혀내는 일에 행운을 빈다. 길드 리더, 길드 지도부, 게시판 네임드, 또는 친구 리스트에 수많은 이들을 등록한 사람조차 확실하게 중심인물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조용하지만 뒤에서, 남들이 돌보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결정적 중심인물 일 수 있다. 내 고교시절 선생님은 이를 비둘기들의 우두머리라 불렀다. 길드 마스터 및 중심 인물에게 무료로 정액을 제공하는 일의 또다른 문제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28명도 아마 무료 정액을 기대할 것이다. 정액제의 "공정함"의 문제들 중 하나는, 정액제가 워낙이 공정하기에, 공정하기 싫어도 공정함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배워야 할 중요한 부분도 있다: 사람들은 때로 낯선 이들과 게임을 하기 위해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여러분의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어떤 종류의 진입장벽이든 존재한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이들을 방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른 얘기도 있다.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 계정이 있는데, 나 혼자서는 결코 (한 달에 한두번쯤 정도뿐) 플레이 한 적이 없다. 난 그 게임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고, 이 친구들이 종종 내게 같이 하자고 말하곤 한다.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는건 아주 좋아한다. 그게 무슨 게임이든 말이다. 따라서 그들이 언제든 '롤?'하고 메세지를 보내면, 난 거의 대부분 'ㅇㅋ'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게임이 정액제, 에너지, 그리고 편의 모델 중 어느것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LOL에서 여러분은 정액비를 낼 필요가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도 없다. 기술적으로 라이엇 샵에 편의성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경험과의 연관성은 희박하다. 어쩌면 LOL을 편의 모델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금으로 구입 가능한 RP를 통해 새 챔피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료인 IP로도 살 수 있고 이건 캐주얼한 플레이어들에게도 흔한 일이며 매주 10개씩 제공되는 프리로테는 보통 상당히 흥미로운 다양성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이 편의 모델로 분류될만큼 충분히 “불편”하지 않다고 본다. 라이엇은 고객들의 쇼핑 트렌드에 대해 커멘트하길 거절했지만, 나는 LOL의 주된 매출이 챔피언 스킨 판매에서 나온다고 본다. 스킨은 순수하게 미학적인 요소이다. 치장성. 보너스.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즐기기 위해, 또는 게임 내의 무엇을 얻기 위해서도 특정한 스킨이 필요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나 아주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킨을 좋아한다 – 심지어 내가 함께 플레이하는 친구들도 그렇다. 그들은 스킨을 써가며 게임을 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언제든 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여기에는 어떤 진입 장벽도 없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에, 친구들 중 한 명이 나에게 LOL 기프트 카드를 선물했다. 그냥 웃자고 준 선물일 수도 있다. 나는 스킨에 “돈을 낭비하는” 것에 엄격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기프트 카드를 받았으니 스킨을 하나 구입했고 내 친구들을 그걸 보고 웃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구입한 스킨은 그게 다다. 이상하기도 하지.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다: 라이엇은 어떤 플레이어가 무료로 플레이를 하더라도 게임 밖으로 이탈시키지 않았기에 기프트 카드를 팔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라이엇이 어떤 매출도 올려주길 거절하는 유저에게 무료로 플레이하기를 허락했다는 점이다. 그 유저는 아마도 게임이 무료 유저에게 불리해지는 순간 게임을 떠났을 것이다. 무임 승차자가 머무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라이엇은 그래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무과금 유저들이 과금 유저들의 플레이(그리고 결제!)를 돕는다. 사회적 관계망을 이해하는건 단순히 플레이어 리텐션을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사회적 관계망이 미래에 F2P 게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임을 움직이는 사고방식은 지금의 “개별 플레이어들로부터 돈을 얻어내는 방법은?”에서 “플레이어이 돈을 쓸 수 있는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까?”로 바뀔 것이다. 펀컴에서 에이지 오브 코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크레이크 모리슨(Craig Morrison)는 내게 “플레이어들이 돈을 내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 돈을 내고 싶게 하는게 문제인거에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플레이를 “하고싶은” 방향으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게임들은 여전히 유저 중심적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아이템 샵은 플레이어들에게 자신들의 “아이템 화폐” (예를 들면 라이엇 포인트, RP)를 사게 강제하고, 이 화폐를 계정에 묶어둔다. 이 화폐를 통해 구입한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로 계정에 묶일 것이다. 라이엇의 모델을 다시 보자: 내 친구는 내게 기프트 카드를 사주었지, RP를 직접 주거나 스킨을 직접 선물할 수는 없었다. 라이엇 모델의 문제점은, 선물을 주는 행위가 물리적인 물건인 기프트 카드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유저가 기프트 카드를 사서 은박을 긁어 코드를 이메일로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유저가 기분 내킬 때 친구에게 이런 식으로 선물을 주기 위해 기프트 카드를 쌓아놓고 살겠는가? 그리고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이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선물을 줄 수 있을까? 별로다. 와우와 같은 MMORPG들이 우리에게 보여준건, 완전히 낯선 이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완전히 낯선 이들이 만나고, 길드를 만들고, 수년간 레이드를 함께 한다. 심지어 서로의 실명도 모른채 말이다. 이런 친구들 사이의 기프트 카드 주고받기는 아주 강력해 질 수 있다: 내 WOW 길드는 길드 창고에 굉장히 값진 물건들을 쌓아놓고 누구든 가져갈 수 있게 하는데, 많은 길드원들이 서로 보탠 결과이다. 친구들이 게임에서 만나서 그때 그 자리에서 서로 챔피언이나 스킨을 선물할 수 있게 한다면 라이엇이 얼마나 더 많은 RP를 팔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본게임 직전의 매치메이킹에서 충동적으로 누군가에게 챔피언이나 스킨을 선물하게 할 수도 있었다. 영구적인 선물을 즉흥적으로 건내는 일이 벌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경기에 한해서 쓸 수 있는 아이템을 아주 적은 RP로 선물하게 하는 일은 거대한 추가 매출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 저기 고래다! 게임이 더 나아갈 수 있는 발자국이 하나 더 있다. 퍼펙트 월드 인터내셔널(Perfect World International)의 포세이큰 월드(Forsaken World – 이하 FW)를 보기 전까지 나는 이러한 진전이 전폭적으로 도입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게임 내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건 좋은 발전이다. 그러나 FW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이템샵과 게임 내 경제를 통합했다. 게임 내 경제와 아이템샵의 통합은 내가 이 시리즈를 통해 말해온 내용들의 궁극의 정점이다. 파트1에서 나는 시간을 쓰는 대신 돈을 쓰는 일의 공정함에 대해 얘기했고, 이 글에서 F2P 모델을 통해 더 다양한 시간 vs 돈의 구도를 논했다. 파트2에서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게임 내 화폐의 생성 페이스 조절 권한을 플레이어들에게 줄 것을,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게임 내 화폐들을 내부 시장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현금을 주고 산 게임 내 아이템을 플레이어들끼리 거래하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주지할만한 결과는, 굳이 자기가 사서 선물로 건내주지 않아도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결제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전달하려는 대상이 누군지 몰라도 뭔가를 구입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공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간 거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임들의 판매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게임들은 무과금 유저도, 고래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F2P 게임이 노려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고래들이다. “고래”라는 단어는 사용하기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고래”를 그저 대다수의 다른 이들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을 의미할 때 쓴다. 그러나 “고래”라는 개념에서 진짜 중요한 요소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본인용으로만 돈을 쓰도록 제한하지 않을 경우 의도했던 것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이들이다. 이 지점이 리그 로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서 진정한 “고래”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이다. 일단 챔피언과 스킨을 모두 구입하고나면 LOL에 더 이상 돈을 쓸 수가 없다. 본인용 아이템만 파는 상점은 매출 잠재력에 한계가 있다: 하나의 품목은 한 번만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 사서 뿌릴 수가 없다면, 돈을 더 쓸 수가 없다. 이것이 스팀과 같은 곳의 전면 페이지가 터바인의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이나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전면 페이지보다 훨씬 더 잘 동작하는 이유이다. 스팀의 경우 묶음으로 사서 추가분을 선물로 줄 수 있지만, 다른 게임들에서는 구입한 모든 것이 구입자의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이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건 괜찮은 시작점이긴 하다. 게임 내 경제와 아이템샵을 연동하는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가는 것이다. 고래들은 자기들이 아이템샵에서 구입한 여분을 다른 이들과 거래할 수 있기에 가치있는 것이다. 고래들이 오프라인 친구들과만 거래할 수 있다면, 아마도 한 두명쯤에게나 선물을 하고 말 것이다. (LOL의 기프트 카드처럼 말이다.) 그들이 게임 내 친구들과도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앞서의 한 두명은 20명이나 30명, 또는 대단히 카리스마있는 고래라면, 수백명의 스팀 유저들이 될 것이다. 궁극적인 고래는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선물 – 또는, 그보다는 거래 - 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지점이 바로 이브 온라인의 플럭스(PLEX)와 포세이큰 월드의 일다(Eyrda)샵이 진정 빛나는 곳이다: 현금으로 산 화폐나 아이템을 게임 내 거래소에 올릴 수 있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들에게 게임 내 화폐가 넉넉하다면 구입할 수도 있다. 사회적 관계망에 갇혀있던 고래가 전체 게임으로 풀려나는 것이다. 나는 현실 경제와 게임 내 경제의 통합이 부분유료화 게임들의 차세대를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유행하는 무료 체험판을 “프리미엄(Freemium)”이라고 포장한 것이 아닌, 바닥부터 F2P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게임들. 이런 게임들이 견고한 “시간 vs 돈” 그래프를 들고 나와 “여러분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원하는 곳에 돈을 쓰시도록 할게요.”라고 말하는 게임이 될 것이다. 나는, 일 개인으로서, 진정으로 “차세대 부분유료화”를 기다리고 있다.
  1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s: Faucets 먼저 읽어보시면 좋을, 1편 "공정성" 2편의 원문출처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805/the_fwords_of_mmos_faucets.php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두 번째 글인 이번 편에서는 MMO 경제 전문가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이 수도관 – 돈이 어떻게 게임에 들어와서 다시 나가는지 - 의 개념을 살펴보며, 건강한 게임 경제를 위해 진짜로 중요한게 무엇인지에 대해 몇몇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지난 편에서는 MMORPG 경제의 공정성 – 특히 게임 내 시장에서 장비를 사고 파는 것과, 귀속되어 그럴 수 없는 경우 - 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았다. 2편에서는 MMORPG의 또다른 F단어인 ‘수도꼭지(Faucets)’을 다뤄보려한다. 1편으로 돌아가서, 울티마 온라인의 제작자인 리처드 게리엇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돈을 얻는 비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도 이런 요소는 거의 대부분 유효하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이들과 게임을 하긴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MO에서는 이런 요소가 유효하지 않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경제 구조는 대략 이런 식이다: 이 그림은 게임의 MIMO 모델(돈이 들어오고, 돈이 나가고: money-in, money-out) 즉 수도꼭지(상수도)와 하수도를 보여준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돈의 흐름이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MMORPG에서 이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잘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 많은 개발자들이 파괴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도록 화폐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몬스터 사냥이나 퀘스트 수행 등을 통해 수도꼭지에 ‘화폐’가 계속해서 주입되죠.” Ncsoft의 게임 아이온의 경제를 설명하며 랜스 스티테스(Lance Stites)가 말한다. “따라서 욕조는 가득 차게되구요. 하수도가 없으면 극단적 인플레이션을 겪게 됩니다. –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했을 때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계가 만들어지는거에요.”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위키피디아를 통해 이를 명확히 해보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본래 순환 구조에서 화폐량의 증가를 의미했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이런 의미로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가격 규모의 상승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서로 구분되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격의 상승은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NPC 상인이 말 한마리의 가격을 300G에서 400G로 올리거나 경매장에서 물약 한 묶음의 평균 가격이 10G에서 15G로 올라간다면 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화폐 공급 증가는 순환 구조내의 화폐의 양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러분의 게임 서버내 골드의 양이 어제 1000G에서 오늘 1100G가 되었다면, 화폐 공급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위의 두 가지는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분의 정부가 1달러 지폐의 인쇄를 멈추고 1조 달러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여러분의 연봉 5만 달러는 더 이상 좋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한된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가진 사회에서는, 이들의 가격이란 그 사회가 가진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고정된 퍼센티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사회 전체에 100덩어리의 빵이 있다면 그리고 100달러를 찍었다면, (그리고 터무니없긴 하지만 이 100덩어리의 빵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유일한 상품 또는 서비스라고 가정한다면) 각 빵 덩어리는 1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 상태에서 100달러를 더 찍으면 빵 한 덩어리는 2달러가 되고, 따라서 돈을 찍어내는 입장에서는 좋은 거래이다. (이제 빵을 다 갖기 위해 50달러만 내면 되니까) 그러나 1달러를 가진 이들에게 이는 좋지 못한 거래인데, 자기가 가진 돈이 이제 빵 반 덩이의 가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비디오 게임의 “사회”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농장을 만들 땅이 엄청 많고, 파낼 석유가 엄청 많고, 캐낼 철이 엄청 많지만 결국 총량은 정해져있다. 여기에 더해 사유재산의 개념이 아무나 와서 이런 자원들을 획득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게임 세계에서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 게임 세계에서 자원은 무한하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캐내도 자원은 계속 리스폰된다. 따라서, 게임에서, 여러분이 뭔가를 원한다면, 여러분은 그걸 살 이유가 없다. 그냥 가서 가지면 된다. 인플레이션이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돈을 내지 않고는 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을 키우고 도구를 만들어서 자, 빵을 만들었다. 할 수가 없다. 현실 세계에서는 생산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빵을 구입해야만 한다. 현실에서 빵은 나무에서 자라거나 고블린이 드랍하지 않는다. 게임에서는 빵이 나무에서 자라거나 고블린이 드랍한다. 이 비유를 좀더 넓게 펴보자면, 게임에는 무한한 양의 “빵”이 존재하고 모든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올바르게 플레이하기만 한다면 이를 취할 권리가 있다. 채집하고 제작하기 위한 무한한 자원에 더해서, 비디오 게임의 NPC 상인들은 또한 팔려고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을 무한하게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빵을 구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우클릭을 하든 관계없이, 상인들은 언제나 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더 멋진 점은, 가격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빵을 얼마나 구입하든 빵의 가격은 결코 올라가지 않는다. 이것이 NPC상점에서 구입 가능한 모든 상품에게 의미하는 바는, 그 상품이 고정된 최고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 가격”이란 복잡한 경제학적 용어로 “이 이상은 절대 올라가지 않을 가격”을 의미한다. 따라서 게임의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 상품을 그 가격, 아무리 가격이 높아진다해도 그 가격 이하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NPC 상인들은 플레이어들이 가져오는 잡템을 구입하기 위한 돈도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개발팀에서 그 아이템에 가격을 붙여놓은 이상 NPC 상인들은 얼마든지 그 상품을 사준다. 여러분이 10억개의 두꺼비 가죽끈을 가지고 있다면, NPC들은 (그걸로 뭘 하려는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를 구입하기 위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 NPC 상인들에게 팔기 위한 모든 상품들은 그 상품에 대한 고정된 최저 가격이 설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혹시 이게 “이 이하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을 가격”을 의미하는 복잡한 경제학적 용어라고 생각했다면 정답이다. 고정 최저 가격과 고정 최고 가격을 가진 모든 상품들은, 플레이어간의 거래에 있어서 그 가격 범위 내에서만 거래가 된다. 뭐 … 아닐 수도 있다. 게임 내 경제에 대해 아는 어떤 플레이어도 고정 최고 가격 이상으로 구입하거나 고정 최저 가격 이하로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잘 모르는 플레이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브 온라인”과 같은 몇몇 온라인 게임들은 이런 경제에 무지한 종류의 사람들을 먹이로 삼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어떤 게임의 위키가 포괄적이고 자주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이런 류의 실수를 하는 것을 막아준다. 스티테스의 수도꼭지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가보자면, 결국 그가 얘기했던 ‘신규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해 그가 느끼는 공포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의 게임이 잘 디자인되어서 신규 플레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핵심적인 아이템들에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정해져있다면, 순환구조 내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든 플레이어간 거래 시장의 가격이 얼마나 오래든 관계없이, 모든 신규 플레이어들은 돈을 벌고 쓸 기회를 똑같이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와우’를 보자. 플레이어들은 ‘와우’를 싱글 플레이어 게임처럼 할 수 있다. 혼자서 퀘스트를 하고, 혼자서 돈을 벌고, 혼자서 NPC 상인들에게 이 돈을 쓰는 것이다. 이 게임의 화폐 공급 또는 경매장의 인플레이션은 신규 플레이어가 솔로 컨텐츠만을 즐기는 이상 이 플레이어의 경험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일정 시점에서, 이 플레이어는 경매인을 클릭할 수도 있다. 그리고 …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해야겠다. 시간 = 돈. 1편에서 말했던 바 있다; 여기서 다시 말하겠다. 이는 기본적이면서 모든 경제적 현실이 기반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이 신규 플레이어가 경매장의 가격들을 보면서, 그/그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매장의 가격에 구입하거나, 가서 직접 구하는 거다. 한 쪽은 돈이 들고, 다른 한 쪽은 시간이 든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양쪽을 평등하게 고려한다면, 그들은 어떤 쪽이든 싼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그 물건을 직접 구하는데 드는 시간보다 그걸 구입하는데 드는 돈을 구하는 쪽이 시간이 덜 든다면, 그들은 그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실제로 이는 현실 세계 경제의 이면에 자리한 기본적 개념이다. 여러분이 구입(또는 절도)하지 않는다면, 빵 한덩이를 만드는데 어느정도나 시간이 걸릴까? 주인없는 경작지를 일단 찾아내야 한다. 불가능하겠지만 한번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 땅에 있는 밀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땅에 밀 씨앗을 심고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밀을 수확해야하는데, 맨손으로는 아주 어렵다. 돌맹이와 나무를 좀 구해서 스스로의 농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밀알을 갈아 밀가루를 만들고,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다른 재료들도 찾아낸다. 그동안 여러분은 한 덩이의 빵을 얻기 위해 일 년의 몇 주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 숙련이 되면, 빵을 많이 만드는 것은 한결 쉬운 일이다. 여러분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빵을 왕창 많이 만들어서 이를 거래하는 것이, 빵 몇 덩이를 만들거나 그 외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일들을 직접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훨씬 말이 된다. 재밌게도 사람들이 각자 하는 일에 점점 전문화되고 이를 다른 이들과 거래할수록, 생산은 점점 더 효율적이 된다. 따라서 누군가는 밀을 만드는데 특화, 누군가는 밀알을 갈아 밀가루를 만드는 일에 특화, 누군가는 밀가루로 빵을 굽는데 특화 … 뭐, 여러분이 이런 3단계 매커니즘을 많은 게임들을 통해 이미 보아왔을거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MMORPG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MMORPG들의 개별 활동들은 고도로 고립되어 있으며, 극도로 자급자족을 지향하여 디자인되어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모든걸 스스로 할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게임들에서 모든걸 스스로 해야만하도록 요구받는 것이다. 와우에서 누군가가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이 약초들 좀 내 연금 부캐로 보냈다가 영약 비벼서 우편으로 다시 보내야 돼.”라고 말하는걸 들은 기억이 수도 없다. 모두가 모든 일을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거래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나마 이들 게임들이 자원 채집 시스템을 이렇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자원 채집은 되는대로 만들어졌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광석이나 약초를 클릭하거나 아무거나 나오길 바라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모한 시간에 비례하여 얻는 자원의 양이 선형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여러분이 1시간에 약초를 20개 캘 수 있다면, 2시간에는 40개를 캐게 된다. 이것이 “현실 세계” 채집과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여러분의 노동의 결과물은 추가적으로 일을 하면 극적으로 올라간다. 하루에 1시간씩 100일을 일해서 여러분이 10파운드의 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면, 하루에 8시간을 일해서 100일이 지나면 여러분은 아마도 10,000파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MMORPG에서, 여러분의 시간을 소모하여 특정한 종류의 자원 채집에 전문화 한다는 것이, 아무거나 채집하는데 비해 어떠한 효율 증가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여러 자원들을 동시에 채집하는게 한 가지 종류만 채집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효율이 높다. 아울러 현실의 경제학 원칙과는 다르게, 여러분은 종종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얻게 된다. 와우와 같은 MMORPG에서의 채집이란 농부가 밀을 채집하러 나가서는 광석 덩어리, 과일, 기공부품, 살아있는 동물, 발전된 과학기술 조각, 마법 아이템 등을 가방에 꾸역꾸역 주워넣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에서 분업화된 노동의 가치와는 터무니없을만큼 극단적으로 반대인 것이다. 여러분의 게임에 있는 “수도꼭지”가 현금으로 홍수를 이룰거라 걱정한다면, 다른 자원들의 수도꼭지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어떤 플레이어가 자기가 돌아다니며 얻은 잡템들을 팔러 마을로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자. 이런 모든 잡템들이 사실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잠템을 모은 이에게는 그저 잡템일 뿐이다. 그/그녀는 이 잡템을 모으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잡템들이 가방 속으로 떨어진 것과 같다. 그러니 그/그녀는 경매장으로 가서, 이 아이템들의 현재 가격을 살펴보고, 가격을 후려친다. 왜? 간단하다. 그들은 가능한한 빨리 잡템을 가방에서 치워버리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잡템일 뿐이니까. 그게 우리가 잡템으로 하는 일 아닌가? 가방에서 치워버리기. 많은 MMORPG에서 실제 수도꼭지는 골드의 드랍이 아니다.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이다. 아울러 그 결과도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 반대이다: 공개 시장에서 모든 잡템들을 팔아치우려는 경쟁 덕분에, 가격은 최저 가격에 가깝게 내려간다. 어떤 시점에서 차라리 상인 NPC에게 잡템을 팔아버리는게 다른 플레이어에게 팔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싸(그리고 더 편리하)게 먹히기 시작한다. 이는 해당 아이템이 시장에서 포화상태이며 따라서 최저 가격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공교롭게도 화폐 수도꼭지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뿐만 아니라 화폐 수도꼭지는 이미 존재한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언제든 플레이어들은 돈을 얻을 수 있는, 예를 들면 몬스터 사냥과 같은 일에 전념해왔다. 플레이어들이 돈의 공급을 관리하기에, 그들은 이미 돈을 얻을 수 있는 모든 수도꼭지를 열었고 시장은 화폐로 넘쳐나고 있다. 그들이 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간 뿐이다. 어떤 시점에서, 돈을 직접 벌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더 가치있게 쓰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시장이 완전히 바닥에 도달한게 아니라면 자원을 모으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MMORPG에서는 그렇지 않다. 좀더 큰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게임 외적으로 시간을 쓰기 시작할 때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뭔가를 원한다. 그러나 그에겐 자기가 원하는걸 구입할 돈이 없고, 시간을 써서 그만큼의 돈을 모으고 싶지도 않다. 왜? 그들의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때, 시간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진다. 여기가 바로 골드 파밍이 개입하는 부분이다. 골드 파밍은 궁극의 수도꼭지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현실의 돈을 지불하고, 그들이 대신 시간을 써서 여러분에게 돈을 가져다준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이게 골드 파밍이 동작하는 원리이다. 골드 파밍에서는 두 가지 기본적인 팩트가 존재한다: - 플레이어들과 게임 개발자들은 골드 파머들 때문에 비슷하게 고통받고 있다. - 플레이어들과 게임 개발자들은 골드 구입자들로부터 고통받지는 않는다. 골드 파머들로 인해 고통받는 플레이어들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골드 사라는 광고 문구만 해도 많은 온라인 게임들에서 공포스러운 존재이다. 골드 파머들은 또한 어뷰징 가능한 헛점을 찾아내려 노력하며, 이들 중 많은 경우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피해를 준다. 골드 파머들은 또한 게임 자체로부터 돈을 얻기보다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돈을 얻는게 더 쉬울 때 게임 내 경제에 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들은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계정을 해킹해서 들어가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홀딱 벗겨 자신들의 돈자루를 채우고 그걸 다시 팔아치운다. 게임 개발자들과 퍼블리셔들 또한 골드 파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에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사기들이 존재하지만, 개발자이자 퍼블리셔로서 우리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사기는 바로 신용카드 사기죠.” 트라이온 월드(Trion World)의 리프트(Rift)에서 수석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스캇 하츠맨(Scott Hartsman)의 말이다. “여러분이 안좋은 골드 사이트에 가서 골드를 사면, 그들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여러분에게 골드를 주겠지만, 동시에 여러분의 카드 번호도 팔아넘겨요. 아니면 여러분의 카드로 계정을 새로 파죠.” (우리나라의 골드 거래는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 등의 중계 사이트를 통한 ‘유저간 거래’ (실제로 반대편은 업자인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중계 사이트를 통해 최소한의 보안은 보장이 됨)가 주를 이루지만, 서구권의 골드 거래는 유저간 거래는 별로 없고 개별 사이트에서 업자들이 직접 골드를 파는 경우가 대부분임. -voosco) “사람들은 이런걸 웃고 넘기곤 다른데가서 ‘하하, 내게는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곤 해요. 아니에요 일어납니다.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죠.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지난 삼사년간 저는 어떤 게임 회사의 대표에게든 마스터 카드(Master Card)와 비자(Visa)에게 벌금을 얼마나 내야했는지 묻고 싶었어요. 엄청나게 많이 일어납니다. 벌금으로 낸 돈들이 사실은 게임을 더 낫게 만드는데 갔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참 병신같다는 걸 확인하려는데 쓰이고 있더란 말입니다.” 따라서 골드 파머가 나쁜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골드 구매자들은 어떨까? 스스로 벌지 않은 골드를 얻는 이들은 나쁜걸까? 나는 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 한 놈이 돈으로 산 캐릭터로 게임을 망칠 수 있어요. 심지어는 친구들의 1랩 캐릭터들까지 말이죠.” 터바인(Turb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델 커(Cardell Kerr)의 말이다. “하지만 그런건 요새 게임문화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친구들와 같이 플레이하고 싶거든요.” “이제는 게임에 로긴하면, 그 게임이 MMO든 FPS든 그 둘을 섞은 이상한 게임이든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그런 활동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때문에, 요즘은 이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돈의 관점에서 이 돈에 대한 보상이 문제라고 보는 건 엉뚱한 대상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매우 간단한 비유가 있다: 여러분은 누군가 접속해서 그들의 친구에게 많은 양의 돈 또는 강력한 장비를 주는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에게는 도와줄 친구가 있고 내게는 없다는건 “공정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 “불공정” 에 대한 논쟁이 골드 구매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골드를 “받는”건 괜찮고 골드를 “파는”건 나쁘다면, 해결책은 뭘까? 꽤 단순하다: MMO 제작사들이 직접 골드를 파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드디어 경제의 핵심에 도달한 것이다. 기억해보자. 무제한의 골드 수도꼭지가 이미 넓게 열려있고, 플레이어들이 달려와서 각자의 그릇을 채워가길 기다리고 있다. 유일한 차이는 기다리는 시간을 없앤 것 뿐이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그저 수도꼭지의 물의 흐름을 더 빠르게 하는 것 뿐이다. 이 지점이 바로 사람들이 공포에 빠지는 곳이다. 으어? 안돼 !! 가격이 올라갈거야!! 근데 그건 실제로는 나쁜 일이 아니다. 정말로. 가격은 이미 바닥이라는걸 기억하자. 벌써 수요보다 한참 더 많은 물건들을 모험을 통해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이미 그런 모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 구매를 좀 허용하는 것은 귀찮은 모험을 통해 마을로 흘러들어온 잡템들을 청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신경써야 할 것은 경매장에서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사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품목의 가격이 올라갈 것인가? 아마도 진짜로 가격이 크게 상승할 물건들, 인플레이션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물건들은 엄청 희귀한 아이템이라서 지금도 이미 엄청나게 비싼 아이템들 일 것이다.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그걸 살만큼의 골드를 갖기 위해서는 골드 파머에게 골드를 사야만 하는 그런 물건들. 여기에 MMORPG가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부분이 있다. 현실에서는 대단히 희귀한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막대한 양의 작업과 시간, 그리고 창조적 영감을 들여야 한다. MMORPG에서 이런 희귀한 물건들은 반짝이는 시체를 우클릭하면 10억분의 1확률로 보라색 이름이 부여되어 나온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이런 희귀한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할 수 있다. 위대한 그림을 그려보이겠다며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거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우연찮게 위대한 명작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다. 우연히 환상적인 교향곡을 작곡하거나 우연히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MMORPG에서는 모든게 랜덤이다. 쥐 10마리 죽이는 퀘스트를 하다가 7번째로 죽인 쥐가 어마어마한 에픽 아이템을 드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러분이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해도 이런 일들이 노력을 통해 성취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무작위성으로 인해 그 물건들의 가격은 이미 극도로 불안정하다. 골드 파머들은 경매장에 이런 물건들이 올라오면 잽싸게 즉시 낙찰받아 도달 불가능한 가격에 다시 올려놓는다; 이들을 구입하기 위한 방법은 골드 파머들로부터 골드를 구입하는 것 뿐이다. 이 과정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 – 골드가 아닌, 반짝이는 에픽템 – 을 골드로 바꾸는 잔혹하리만치 효율적인 싸이클이다. 수도꼭지와 하수도를 고치는 방법은, MMORPG에서 장비가 성장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유아기적 개발자들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대신 장비를 장비로 대하게 해야한다: 사용하고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 아이템 성능이 점진적이며 상대적으로 약화되게 만들고, 아이템을 잃을 수도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템은 플레이어들이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건 즉, 구입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며 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모든 것이 최신 MMORPG의 가장 큰 단점들 중 하나를 개선함으로써 이루어 질 수 있다: 제작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브 온라인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경제는 결단코 단순히 그 경제의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에 기대는 바도 크다. 이브의 모든 것은 제작된다. 이브의 모든 것은 파괴되어 사라질 수 있으며, 교체할 필요가 있다. 이브에서 돈은 순환한다. 모든 이들이 다른 이들이 만든 뭔가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다른 이들로부터 뭔가를 얻지 않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등의 테마파크형 MMORPG들이 가진 디자인 철학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와우에서 모든 가치는 획득 시 귀속에 담겨있다. 즉 여러분은 모든걸 스스로 얻어야만 한다. 한편으로 게임의 제작 시스템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한 가지 역할에 전문화되도록 만드는건, 경제학적 동기부여 공식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이브에는 광부, 배달부, 제작자 등이 있으며, 각기 서로 다른 일들을 한다. 아울러 게임의 제작 시스템이 충분히 열려있어서 플레이어들끼리 여러 측면에서 서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독점을 통한 비효율이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브도 이런 측면에서는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버퀘스트II는 그보다 훨씬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EQ2가 출시됐을 때, 이 게임에는 고도로 전문화된 제작 시스템이 있었다. 9종류의 제작 분야가 있고, 한 품목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품목의 부품들을 필요로 했다 – 때로 다른 8가지 품목의 부품 모두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거의 매 단계마다 최소한 1개의 연금술 재료를 요구했다. 이는 다른 제작자들이 연금술사에 크게 의존하게 만들었고, 몇몇 연금술사들이 손쉽게 경제를 멈춰버릴 수 있게 되었다. “2004년에 우리가 출시했던 게임은 수년 후의 게임과는 확연히 달랐어요.” 스캇 하츠맨(Scott Hartsman)이 에버퀘스트II의 경험에 대해 나에게 얘기하며 한 말이다. “제작 시스템이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지,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등 많은 일들을 해야했죠. 그중 가장 중요한건, 소수의 사람들에게 서버 전체의 경제를 망칠 힘이 주어지지는 않는지 관찰하는 거였어요.” “그정도의 상호의존성을 가진 게임은 플레이하기가 아주 복잡하죠. 몇몇 레시피의 최종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40가지 부품들 – 서로 다른 티어에 속한 40가지 부속요소들 – 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리고 그 부품들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어야 하는 것이었죠. 결국 아주 작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서버 전체의 경제를 통제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내가 지적하고자하는 EQ2가 출시되었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화된 시장 시스템의 부재였다. EQ2는 결국 중개인 시스템을 넣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로긴해 있어야만 동작하는 식이었다. 나는 스캇에게 매입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이브와 같은 시장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물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연금술사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들이 연금 재료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하면, 그들은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고 따라서 EQ2의 상호의존적 구조가 살아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저도 중앙화된 시장 시스템이 우리의 상호의존적 시스템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어줬을거라고 믿어요. 그 이유는 이래요: 제작의 상호의존성과 던전의 파티플레이는 서로 다른 활동 층위에서 각기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는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저 불편한걸 싫어하는거죠. 그리고 다른 사람이란, 세계에서 가장 불편한 존재인거에요.” 난 줄곧 MMORPG에서 가장 나쁜건 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이라고 말해왔다. “맞아요. 우린 언제나 간단하고 재미있게! 라고 말하곤 했죠. 사실이에요. 제작의 상호의존성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와, 이 제작 시스템은 깊이가 상당하고 종류도 엄청 다양해’라고 하지만, ‘아 …. 잠만. 이제 이 부품을 구할 방법을 찾아봐야하네? 이건 별론데 …’ 하게되죠. 따라서, 맞아요. 그런 시스템을 더 추가하는건 제 생각엔 상호의존성을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추가하는 방법일거에요.” 자, 이제 여기에 성공적인 MMORPG 게임 내 경제를 만들기 위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a) 모두가 필요로 하는, 그리고 특히 신규 플레이어를 포함해서 모두가 채집할 수 있는 자원을 반드시 넣어라. 테마파크의 “최상위 재료들만이 실제로 거래되는” 모델보다는 이브의 “트리타늄이 좀더 필요해!” 모델을 따르라. b) 한 가지에 특화된 플레이어에게 좀더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특정한 노동에 전문화되도록 동기를 부여하라. 그게 채집이든 제작이든. 아울러 각각의 전문화된 분야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생산물을 필요로하도록 만들어 상호의존성을 구축하라. c) 그러나 시장의 비효율성을 교정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못박혀 있도록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들이 아무런 비용없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바꿀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즉: 와우나 리프트처럼 “딱 두 개만 가능!!”하게 만들어선 안되며, 파이날 판타지 XIV 또는 이브 온라인처럼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어요.”로 해야한다는 의미이다. d) 직접적인 상호작용 없이도 플레이어들이 서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매입 주문과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은, 누군가를 만나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제적 거래를 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장치이다. e) 게임 내 화폐의 수도꼭지보다 장비의 수도꼭지에 더 주의를 기울여라. 화폐 수도꼭지를 완전히 방치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화폐 수도꼭지보다 장비의 수도꼭지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귀속 시스템은 인정하지 않는다; 귀속 시스템 하에서는 결국 누구든 다른 이들이 가진 것들을 갖게되며 누구도 자기들이 가진 물건들을 팔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영구 장비를 폐기하라. 장비에 기반한 성장 시스템을 없애라. 이 시리즈의 3편이자 마지막 편에서는 게임 내 경제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제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MMORPG에 대해 논할 때면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큰 F단어인 바로 무료(Free) 플레이(to play) 이다. 올해 캐나다 게임 컨퍼런스(Canadian Games Conference)에서 내가 발표한 내용과 개념들을 일부 다시 소개하고, 여기에 아주 많은 깊이있는 내용들을 추가하려한다. 채널 고정!
  1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F-Words of MMORPGs: Fairness 좀 오래된 글이다보니 시간이 니자면서 어떤 부분은 틀린 것으로, 또 어떤 부분은 맞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내용들이 있긴 한데, 여전히 유효하며 유익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해봅니다. 아래의 모든 게임 명은 본래 이탤릭으로 써야하는 건데 ... 편의상 생략하였으니 양해해주세요. --------------------------- 원문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4789/the_fwords_of_mmorpgs_fairness.php *이 글은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첫 번째이며, MMO 경제 전문가 사이먼 러드게잇(Simon Ludgate)이 공정성의 개념 - 게임의 경제와 아이템이 기능하는 방법을 통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이 공정하다고 믿게 만들고, 이를 통해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하는 것 - 과 몇몇 게임들이 이 미묘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을 게임 디자인을 통해 잘 관리한 또는 파괴한 경우들을 살펴보겠다.* 작년(원문 작성일은 2011년, 즉 여기서 '작년'이란 2010년을 의미합니다) 에 나는 가상 경제 이론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비교적 광범하게, 기본적인 사항들 및 몇몇 특정한 사례들을 다룬 글이었다. 이 시리즈는 기본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현존하는 게임에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들의 도움을 받아 MMORPG 경제의 최근 문제들을 다루게 되었다. 아직 원글을 읽지 않았다면 빠르게 훑어보기라도 하길 바란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가급적 겹치는 내용들은 피하려 한다. 이 논의에 참여했던 이들은 MMORPG 역사의 전설 들이다. (아래에 우리가 논한 게임들을 정리해보았다.) - Brian Knox, Senior Producer, En Masse Entertainment. TERA - Cardell Kerr, Creative Director, Turbine. Asheron’s Call, Asheron’s Call 2, Dungeons and Dragons Online, Lord of the Rings Online. - Jack Emmert, CEO, Cryptic Studios. City of Heroes, City of Villains, Champions Online, Star Trek Online. - Lance Stites, Executive VP, NCSoft. Aion. - Scott Hartsman, Executive Producer, Trion Worlds. EverQuest, EverQuest II, Rift 오늘날 MMORPG에서 중요한 F단어는 세 가지이다. 공정성, 수도꼭지, 그리고 부분유료화(F2P).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MMORPG의 경제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훨씬 더 단순한 사례를 살펴보자.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서, 게임의 모든 것은 개발자의 통제 하에 있다. 개발자가 모든 규칙을 만든다 : 몬스터가 리스폰될지 안될지, 몬스터가 돈을 드랍할지 안할지, 인벤토리 공간은 어느정도일지, 무엇이 언제 어디서 드랍될지. 이런 모든 자세한 사항들을 개발자가 결정한다. 실제로 이런 요소들은 계획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주의깊게 조율된다. “솔로 플레이어 게임을 만들 때면, 캐릭터 스탯치의 성장이든 캐릭터가 가진 부와 그 부로 무엇 – 다음 갑옷이나 장비품 – 을 살 수 있는지든 모두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 있죠.” 리처드 게리엇(Richard Garriot)이 싱글 플레이어 RPG인 울티마에서 했던 작업들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플레이어가 돈을 버는 방법을 빡빡하게 제한해서, 그들이 스토리상의 특정한 위치에 도달할 때 플레이어의 주머니 속에 든 돈이 어느정도인지를 상당히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가진 돈과 스토리 상에서의 스케일을 동시에 늘려나가며 그 둘이 발맞추게 하는거죠.” 스케일링은 게임이 도전적인 감각을 갖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RPG에서 전투의 난이도는 여러분의 레벨과 여러분 적들의 레벨 차이에 직접 비례한다. 여러분의 레벨이 10이고 적들의 레벨도 10이라면 난이도는 보통일 것이다. 여러분의 레벨이 12이라면 쉬움, 레벨 8이라면 어려움. 여러분의 레벨이 너무 낮다면 – 난이도가 너무 높다면 –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뒤로 돌아가서 좀더 쉬운 놈들을 클리어하며 “레벨업”을 한다. 이러한 “노가다”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온 많은 JRPG 플레이어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노가다를 하지 않았음에도) 여러분의 레벨이 너무 높고 난이도가 너무 낮다면, 게임이 그냥 잘못 디자인 된 것으로 느껴진다. 개발자들라면 이 정도에서 당연히 내가 15레벨이 됐을거라고 예상했었어야하는거 아닌가? 싱글 플레이어 RPG 디자인에 도입된 큰, 그리고 꽤 논쟁적인 변화들 중 하나가 실시간 컨텐츠 스케일링이다. 엘더 스크롤IV: 오블리비언은 전체 게임의 모든 전투가 플레이어의 현재 레벨이 맞춰 스케일링된다는 이유로 몇몇 “하드코어” 게이머들로부터 비판받았다. 여러분이 가는 모든 던전, 심지어 이전에 와서 저레벨 몬스터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던전조차, 이후에 다시 가보면 여러분의 현재 레벨에 맞게 조정되어 있는 것이다. 절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전투란 없게 된다. 지금 레벨에서는 너무 난이도가 높기에 들어갈 수가 없어 일종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이후에 더 강해져야만 가볼 수 있는 지역같은건 오블리비언에는 없다. 이후 베데스다의 또다른 RPG 히트작 폴아웃 3에서는, 같은 스케일링 시스템을 초기 레벨 설정에만 사용한다. 일단 플레이어들이 어떤 지역을 방문하면, 그때를 기준으로 몬스터들의 레벨이 “잠기(lock)”게 되고, 이후에는 변하지 않는다. 이는 오블리비언의 전체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이 주던 짜증을 다소간 완화시켜준다. 그러나 MMORPG에서는 이런 스케일링을 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다양한 레벨대의 수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같은 지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방금 그 지역을 말타고 스쳐갔다는 이유로 5레벨짜리 플레이어 옆에 50레벨짜리 몬스터를 스폰하는 게임을 하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MMORPG들은 고전 JRPG들과 같은 방법으로 컨텐츠를 스케일링한다: 다양한 난이도의 몬스터들이 전체 지역에 의도된대로 고루 분포하는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예들 중 하나가 여기있다: 애쉬론즈 콜(Asheron’s Call)이라는 게임의 데레쓰(Dereth) 맵으로, 적당히 분포된 몬스터 레벨을 보여준다. 이런게 공정함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애쉬론즈 콜의 이렇게 달라보이도록 구획된 지역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직접적인 ‘성취’의 대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흑요석 평원(Obsidian Plains)에 발을 내딛었을 때 – 다이어랜드(Direlands)의 검은 심장을 배회하던 엄니살해자의 정예 계급이 되었을 때 – 그것이 바로 성취인 것이다. 아울러 언제든 다른 이들과의 비교 속에 성취의 감각이 존재할 때, 여기엔 공정함의 감각 또한 존재한다. 공정함은 MMORPG 개발에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이전 세대의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선 “치팅”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규칙바꾸기가 용납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려되기도 한다. 많은 게임들이 난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또는 치트키를 제공하여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경험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게임을 하드모드가 아니라 이지모드로 깨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 자신에겐 의미가 있다. 공정함이란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 등장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대결에서 치팅은 눈쌀 찌푸려지는 일이 된다. 그러나 몇몇 플레이어들이 그러한 치팅에 동의하지 않을 때만 그렇다. 모두가 특정한 “치트”에 동의한다면, 그건 더 이상 치팅이 아니다. 안그런가? 그건 그냥 규칙을 바꾸는 일이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규칙을 바꾸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일에 해당하는 모드(MOD) 만들기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심지어 특정한 장르 또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 변경은 모든 참여자들의 동의에 기반한다. 모두가 그 모드를 다운받고 사용해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MMORPG에는 규칙을 바꾸기 위한 어떤 구조도 없다는 것이다. 치트 코드도 없다. 모드도 없다. 다른 규칙으로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어떤 장치들도 없다. MMORPG엔 하나의, 단 하나의 규칙만이 존재하며 누구든 이 규칙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 공정함에는 엄청난 혼란이 야기된다. 이러한 공정함에 대한 인식은 PvP 클래스 밸런스에서 PvE 레이드 진행율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물론, 게임내 경제에도 그렇다. MMORPG에서 성장의 개념만큼 경제적 공정함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없다. MMORPG들은 시간 = 성장이라는 아주 단순한 공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최신 MMORPG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단지 시간을 소모할 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의 손쉬움은 “발로 해도 이긴다”(본래 단어는 faceroll 이며, 특정한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보다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작을 할 필요가 없이 키보드 위에 얼굴을 굴리면 눌러지는 키에 매칭된 아무 스킬이나 나가고, 그래도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의미. 인데 한국에 정확히 매칭되는 단어가 없어서 이렇게 번역-voosco) 라는 단어를 낳았고 이브 온라인은 “쪽수로 밀기”(본래 단어는 blob-voosco) 라는 단어를 만들었으며, 이들 모두 수백만 달러의 골드 파밍 및 대리 레벨업 산업을 만들어냈다. 공식은 단순하다. 시간 = 성장. 시간 = 돈. 따라서 논리적으로 돈 = 성장이다. 맞는가? 그렇다. 절대적으로 그러하다. 누구든 다른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은 틀린 것이다. 골드 파밍에 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는 게임 디자인 상의 중대한 단점을 가리킨다. 여러분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게임을 스킵하고자한다면, 여러분은 그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재미가 없다면 그 게임은 나쁜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에게 골드 구입 또는 대리 레벨업은 그들의 게임이 그정도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플레이 하지 않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거의 대부분의 RPG들에서 이런 노가다 매커니즘은 여러분의 가상 세계속 삶의 모든 측면에서 – 적어도 저에게는 – 고통스럽게 반복됩니다.” 리처드 게리엇의 말이다. “게임의 어디를 잘라보아도 모든 단면에서 정확히 같은 게임 매커니즘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걸 발견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사람들이 시간을 소모하게 하는 겁니다. 레벨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거죠.” 그럼 왜 게임들은 자꾸만 노가다로 회귀하는가? “울티마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울티마 시리즈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울티마 시리즈는 굉장히 커스터마이징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커스터마이징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고 시간과 노력도 엄청나게 잡아먹죠. 10개 더, 10개 더, 또 10개 더 … 식으로 만드는건 알고리즘으로 할 수 있고, 꽤 잘 먹혀들기도 하구요. 우리 같은 하드코어 ‘롤플레잉’ 게이머들은 불평할지 몰라도, 레벨 노가다는 엄청 잘 동작하니까요.” 따라서 게임 디자인에서 노가다는 피할 수가 없다. 아울러 플레이어들은 이를 스킵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럼 공정하지 못한 부분은 어디일까? 누군가는 몇 개월씩 걸려 50레벨이 되고 누군가는 돈을 써서 그렇게 되는게 정말로 “불공정”한건가? 게임이 공식적으로 레벨을 파는게 아니라 어둠의 써드파티가 그렇게해서 불공정한가? 아니면 스스로 노가다를 해야만 공정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건가? 터바인(Turbine)이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Dungeons & Dragons Online)과 반지의 제왕 온라인(Lord of the Rings Online)을 전통적인 정액제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부분유료화 모델로 바꿨을 때, 개발자들은 앞서 얘기한 공정하다는 감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터바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카델 커(Cardell Kerr)는 이 과정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전환을 했을 때, 모든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누구도 게임을 망가뜨리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각 게임은 모두 고유의 방식으로 따라 동작하도록 디자인된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들 중 딱 하나 우리가 가장 끌렸던건 시간이었습니다. 맞아요. 많은 부분들이 사실상 시간에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진행해나가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을 소모해서 나가 싸우고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게임 매커니즘을 따르는 방법과, 특정한 몇몇 가지를 피하기 위해서 시간을 쓰는 대신 돈을 지불하는 방법이었죠.” “이런 구도를 각 게임에 적용했고, 여러분이 생각했던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아마 그 이유는, 문제 자체가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었다는 점이지 싶어요. 우리가 지금도 확인하고 있는 차이는, 일정 수준 이상 격렬한 게임플레이에 참여할 능력이 없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더 공격적으로 게임플레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원을 모으고 무기와 장비를 찾던 것과는 달리, 이제 그들은 스스로 어디에 시간을 쓸 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카델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단지 그들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느낌, 그들에게 전체 플레이어들의 느낌을 전하려는 소수의 포럼 게시자들만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에게 컨텐츠를 스킵 기능을 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생각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터바인은 실제로 이를 해냈다. 폭풍에 대비했으나 폭풍은 오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이를 불공정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터바인이 게임을 부분유료화로 전환하면서, 많은 블로그들이 다가올 부분유료화 묵시록의 폭풍을 묘사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어떻게 부분유료화가 전혀 나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암울한 절망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불공정하다는 느낌이 그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문제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MMORPG의 성장에 연관된 게임플레이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시간 소모적이다. 대다수 MMORPG의 “레벨업” 과정은 진짜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극도로 긴 튜토리얼로 묘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누구도 이를 스킵할 수 없기에 모두가 함께 고통받는게 공정한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돈을 내고 레벨업을 스킵할 수 있다면 이는 불공정하게 느껴질 것인데,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레벨업 경험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만약 이들 게임들이 만렙 캐릭터를 팔기 시작한다면 만렙 캐릭터 판매를 부추기기 위해서 레벨업 과정을 더 길게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자신들에게서 돈을 더 뜯어낼 목적으로 악랄하게 만들어진 경우를 감지해내기 위한 예민한 감각을 발전시켜왔다. 블리자드가 기존 레벨업 시간을 수시간정도로 줄이지 않은 채 최고레벨 캐릭터를 파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플레이어들은 격하게 저항하거나 고개를 돌려 외면할 것이다. 이런 공포는 또한 많은 아시아산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극단적으로 빡센 “무료” 환경을 기반으로 캐릭터 성능과 성장을 구입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는 무료”이긴 하겠지만, “승리는 유료”인 것이다. 방금 말한 시스템과 앞서 언급했던 시스템간의 차이를 주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경우에 우리는 선택권을 갖는다. 시간을 써서 성장하던가, 돈으로 구입하던가. 그러나 방금 말한 시스템에서는 오로지 아이템샵에 가서 구입을 해야지만 특정한 어드밴티지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승리가 유료인 시스템은 성장이 유료인 것과는 다르다. 언매스 엔터테인먼트(En Masse Entertainment)는 동양권과 서구권의 공정함의 개념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점한 회사이다. 언매스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MMORPG인 테라를 서구권 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 있는데, 단순히 게임을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서구권 유저층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서구화”하는 중이다. “지금의 테라에는 거래하거나 팔 수 없는 아이템이 얼마 없습니다. – 서구권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죠.” 언매스의 시니어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녹스(Brian Knox)의 설명이다. “서구권을 위한 가장 큰 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우리가 현재 어떤 아이템이 거래 가능하며 어떤 아이템이 획득시 귀속이 될지를 판단하는 중이라는 겁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의 사기와 성취의 감각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게 될겁니다: 여러분은 그 무기를 직접 수고하여 얻은건가요, 아니면 그저 돈을 주고 샀을 뿐인가요?” 블리자드가 불타는 성전 확장팩을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레이드의 “티어”개념을 도입하자, MMORPG에서 “장비”의 개념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무기와 갑옷은 한때 기어스코어로 환산되는 수치적 요소 이상의 무엇이었다: 장비들은 그걸 얻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성취, 얽힌 이야기들을 상징했다. 내가 아는 와우 이전의 MMO – 울티마 온라인, 애쉬론즈 콜, 에버퀘스트, 그리고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 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장비들 중 최소 하나 이상의 아이템에 얽힌 길다란 모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장비들 중 많은 것들이 “최고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류의 게임에서 그 장비가 가진 희귀성과 뭔가 색다른 것을 얻는다는 놀라움이 장비에 굉장한 마법을 걸어주었던 것이다. 와우는 레이드 티어를 재정의하면서, 장비의 성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레이드 컨텐츠를 통한 성장은 직전 티어 장비의 획득에 달려있다. 티어2 레이드를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티어1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티어3 레이드를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티어2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기타등등. 희귀 장비로 무장한다는 것은 레벨업만큼이나 고만고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울러 마치 경험치처럼, 이 장비들은 모두 직접 구해야만 한다. 모든 장비들이 획득 시 귀속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벨업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국 골드 파머”들이 잽싸게 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캐릭터를 가져가서 레이드를 돌고, 레이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들을 입혀준다. 희귀 장비로 무장한다는건 그저 성장의 일부이자 시간 잡아먹는 일이 되어버렸다. 또는, 부가적으로는, 돈을 잡아먹거나.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것은, 애초에 장비가 모두 획득 시 귀속이 된 이유가 성취의 감각을 통해 공정하다는 느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레이드를 한 누군가로부터 구입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레이드를 했기에 에픽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취의 감각은 규칙의 일부였다. 획득 시 귀속은 에픽 장비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치팅과도 같은 일들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레이드 파머”들에게 격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곧 블리자드 자체에 대한 항의의 소리가 훨씬 더 커졌다. 블리자드는 리치왕의 분노에서 레이드를 좀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장비 성장의 문제였다. 티어3 레이드를 가려면 티어2 장비를 구해야하는데, 모두가 이미 티어3로 가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티어2 레이드를 하는 사람은 없다면 어떻게 이런 상황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블리자드는 레이드보다 훨씬 쉬운 5인 던전 – 그냥 시간만 쓰면 되는 낮은 난이도의 던전 – 에서 토큰을 모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이 토큰들로 상인NPC에게서 현재 단계 레이드보다 한 단계 전의 장비들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티어4 레이드가 나왔을 때 티어3 장비들을 파는 상인들이 나타났다. 불과 며칠 사이에 레이드 던전에는 발도 들여놔본 적 없는 이들이 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던전에서 몇 개월에 걸쳐 고생해 온 이들과 같은 장비를 갖게 되었다. 플레이어들은 정당한 분노를 표했다: 다음 티어의 레이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직전 티어 컨텐츠의 장비를 모두 돈주고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지금 레이드를 하겠는가? 한 두달 후에 모든 이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걸 위해 노력하는거라면 거기에 성취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블리자드는 공정함의 딜레마를 직면했다: 새 시스템은 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온 레이더들에게 공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옛 시스템은 레이드에 시간을 쏟을 수 없거나 그러지 않았던 캐주얼 플레이어들에게 공정하지 못하다. 문제는 와우에서 장비의 성장이 들인 시간에 기반하기보다는 솜씨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 있었다. 레이드 장비를 풀셋으로 갖춘다는건, 단순히 여러분이 거기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솜씨가 레이드 보스를 넘어설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이드 장비는 또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거대한 상징이기도 했다: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서 강력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있는 그룹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리지널 와우에서 적어도 불타는 성전 컨텐츠 대부분에 이르기까지 레이드 장비는 높은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강력한 상징이었다. 이러한 상징은 특히나 얻기 어려울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 여러분이 기사작위를 인터넷에서 15$에 구입할 수 있다면, “경”이라는 칭호는 지위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 블리자드가 한 일은 누구나 이러한 신분의 상징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자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 상징이 담고 있던 가치를 파괴한 것이었다. 여왕이 국제적인 TV에 나와 “모두에게 기사작위를”하고 외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여전히 레이드 컨텐츠를 만드는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며, 어떤 MMORPG에서든 가장 재밌는 컨텐츠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이런 재밌고 만들기 힘든걸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게 하자는게 완벽하게 말이 된다. 한편 사회적 지위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장비가 아니라 업적 시스템을 통해서. 블리자드는 “일반”과 “하드” 모드 레이드를 만들고, 하드 모드를 모두 클리어한 플레이어들에게 업적과 희귀한 탈 것을 제공했다. 이론적으로 이는 잘 먹혀들어야 한다. 실전에서도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내 무쇠 원시 비룡이 좋았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울두아르 이후 “하드” 모드가 굉장히 싫어졌다. 결국 노멀 모드의 리치왕을 잡은 이후 와우를 접고 말았다. 나는 롤플레잉 게임의 롤플레잉 측면, 즉 모험의 흥분을 좋아했던 거지, 기괴하게 뒤틀린 “하드”모드 보스전의 억지로 만들어진 도전을 좋아했던게 아니다. 새로운 업적 시스템 기반의 보상이 공정하긴 했지만,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과는 달랐던 것이다. 언매스가 테라에서 직면한 문제는 와우에서 파생된 또다른 문제점인데 이는 장비를 그저 모두에게 뿌리기보다 이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었을 때의 가능성이다. 와우는 모든 가치있는 아이템이 거래 불가능하므로 희귀 아이템이 거래 가능할 경우의 좋은 사례가 되지 못한다. 대신 또다른 아시아 MMORPG인 파이널판타지 XI(Final Fantasy XI : 이하 FFXI)가 거래의 공정성에 어느정도의 통찰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FFXI에는 “악명높은 몬스터”라는 것이 있는데, 특정 위치에서 드물게 나타나며 이를 물리칠 경우 아주 희귀하고 가치있는 아이템 또는 제작 재료를 낮은 확률로 드랍한다. FFXI의 장비들은 “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여러 번에 걸친 거래를 통해 여러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다. FFXI는 골드 파머들이 해킹을 통해 희귀한 아이템들을 독점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는 다음 편에서 다룰 문제이고,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희귀한 장비 아이템의 순환에 있어서의 공정성이다. 어떤 플레이어가 이런 희귀한 아이템들 중 뭔가를 원한다면, 이 플레이어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해당 몬스터를 죽이고 직접 그걸 얻어내거나, 그 아이템을 구입하기에 충분할만큼의 돈을 모으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FFXI에는 가치있으면서도 거래 가능한 아이템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돈이 크게 의미있으며 극도로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아이템을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은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직접 몬스터를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선택지를 택하든 그 아이템을 구하는건 성취가 된다. (현질 시장을 제외한다면) 양쪽 선택지 모두 그 자체로 공평한 것이다. 따라서 브라이언 녹스가 플레이어의 성취감이라는 측면을 우려하는데 있어서 이 우려는 아이템이 어떻게 시장에 도입되는가의 문제이지, 어떻게 구입하느냐의 문제는 아니게 된다. 아이템이 와우에서처럼 시장에 넘쳐나게 된다면 플레이어들은 이를 구입함에 있어 아무런 성취를 느끼지 못할 것이고,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 아이템들을 직접 사냥을 통해 구한 이들의 성취감을 파괴하게 된다. 한편으로 이 아이템들이 시장에 NPC상인들이 아닌 플레이어의 성취를 통해 주의깊게 도입된다면 플레이어들의 성취감은 유지될 것이다. 왜냐면 가격이 아주 높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 가격은 플레이어가 이를 얻기 위해 치러야했던 수고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치는 유지된다. MMORPG에서 공정함이라는 개념을 요약하자면: 노가다 또는 순수하게 들인 시간에 기반하는 성장 매커니즘은 성장과 성장 과정에서의 성취감을 하찮아 보이게 만든다; 이 경우 공정함의 개념은 상당히 무의미해지며 누구도 시간이 드는 성장을 돈으로 커버하는 것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성취가 플레이어의 솜씨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이를 스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눈쌀 찌푸려지는 일이다. 최상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솜씨에 기반한 성장이 누적되는 것을 피하여 와우의 레이드가 겪었던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공정성은 “넓고 평탄한” 게임 디자인을 통해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다.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장애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각각의 장애물들이 그 자체로 정말로 도전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공개된 시장에서 이들 도전의 보상을 교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전을 통해 이룬 성취 자체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면,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성취를 이루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방법의 대가와 거래할 것이다.
  1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Current Issues With Survival Games 요새 크게 관심가는게 아래에서 언급되는 소위 '서바이벌류' 게임들인데, 여기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있기에 옮겨봅니다. 아래 나온 게임들이 익숙치 않은 분들은 한국에서 나름 선전했던 굶지마(Don't Starve)에 멀티플레이어 + free PvP 가 들어간 게임을 연상하시면 얼추 들어맞지 싶네요. ---------------------------------------- http://gamasutra.com/blogs/AlexNichiporchik/20150223/237085/Current_Issues_With_Survival_Games.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나는 더이상 비디오 게임을 그렇게 많이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짜증나는 일이다. 최근의 서바이벌 게임 유행과 같은 멋진 경험들을 놓치고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십대였다면 주말 내내 방안에서 정크푸드와 닥터페퍼를 마시며 이 재밌는 모래상자(샌드박스)에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을텐데 말이다. (얼마간의) 책임을 가진 (얼마간의) 성인으로서, 나는 내가 지금 작업 중인 게임(12개)을 따라잡으면서도 AAA 블럭버스터를 플레이 할 시간을 내야하고, 어떻게든 다음에 올 유행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서바이벌 게임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들 게임들은 이상적인 "여러분 스스로의 경험을 만드세요"류의 게임이다. 인간의 상호작용, 체계적인 페이스 조절, 일상적인 놀라움 등은 이들 게임이 가진 매력적인 측면의 일부일 뿐이다. Rust, H1Z1, 그리고 DayZ를 플레이 한 후, 나는 이 장르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를 하나 찾아냈다. 이 글에서 나는 멀티플레이어 서바이벌 게임을 하며 겪었던 주관적 경험 속으로 뛰어들어보고자 한다. 비록 각각의 게임을 플레이 한 시간이 12시간도 안되기 때문에 이들 게임의 컨텐츠들 중 상당수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괜찮다 - 그저 평균적인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표면에 흠집을 내보고자 하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1컷 : "나도 한때 너 같았었지. 헐벗고, 굶주린데다 혼자. 하지만 지금 날 봐. 바지를 가졌어" 2컷 : "내 집으로 같이 가자. 내가 목재와 석재를 줄게. 치킨도 조금 줄 수 있을지도 몰라" 3컷 : "그래서 내가 걔들 집으로 데려가서 모두 죽였음ㅋ" "네가 정부의 감시 목록에 올라있지 않다면 누군가 일을 게을리 하는 중일 듯" 이들 게임은 노가다 게임이며, 솜씨 게임이 아니다. 첫번째 문제는 내가 이 게임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스폰되면 돌과 횃불, 그리고 약간의 다른 것들을 가지게 된다 - 그리고 이 샌드박스에 던져진다. 여기서부터 뭐라도 얻으려면, 누군가 자기를 죽이지 않길 바라면서 제작 노가다를 하거나, 집짓기 노가다를 하거나 무기 만들기 노가다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내가 보고 싶은건 H1Z1의 활 같은 것이다. 여러분은 스폰된 직후 1분 이내에 활과 화살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하면, 여러분이 숙련된 플레이어일 경우에, 게임 시작한지 한 시간도 안되어서 이미 다른 이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헬멧을 쓰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내가 H1Z1에서 겪었던 가장 재밌는 경험들 중 하나는 반 시간 가량을 누군가를 스토킹해서 완벽한 헤드샷을 성공시켰던 일이었다. 한 시간동안 나무를 베느라 시간을 쓸 필요 없이, 스폰되자마자 나뭇가지 몇 개를 주워 활과 화살을 만들고 바로 스토킹 길에 나섰던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에는 이런 것들이 좀더 필요하다 -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이미 플레이를 좀 해왔던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요소들. Rust와 DayZ를 할 때 나는 아이패드로 유튜브 튜토리얼 켜놓아야만 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공통의 목표와 스토리 멀티플레이어 서바이벌 게임들은 공통의, 통일된 목표를 결여하고 있다. 모두가 뭉쳐서 지향한만한, 또는 모두가 도달하고자하는 가시적인 단일 목표. 하프라이프2를 떠올려보자 - 여러분은 시타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는 만약 우리가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면 어떨지 사무실에서 브레인스토밍을 몇 번 해봤었다. 그 결과는 대체로 모두가 노려봄직한 공통의 목표를 중심에 놓고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섬 내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산. 꼭대기에 도달하기는 극단적으로 어려운. 그러나 일단 누군가 거기에 도달한다면 서버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산. 산 정상에 놓인 스위치를 켜면 화산이 분화하고 사람들은 쓰레기더미를 뒤져 연장을 챙겨서 탑에 있는 왕을 죽이러 가게만드는? 나도 그 일부가 되고 싶게 만드는 얘기다. 또는 스위치를 켜면 좀비들이 스폰되어 레프트 포 데드에 나오는 "AI 디렉터"처럼 되는건 어떤가? 이런 식으로 게임은 자연스러운 흐름과 사람들이 지향하고싶어할 목표를 만들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공통의 목표는 공통의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미드 로스트를 보았다면, 미스터리가 엄청난 선전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대하고 미스테리한 스토리로 포장된 샌드박스 서바이벌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숨겨진 비밀지역을 열 수 있는 특수 능력과 같은 간단한 것은 어떤가? (특정 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나 그 지역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발생시키는 등의? - 진부하지. 나도 안다) 방향 앞서서 가시적 목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좀더 작은 규모로 반복하려한다 - 어쌔신스 크리드와 같은 오픈월드 게임들은 수년 전에 이런 요소들을 꽤 잘 응용해왔다. 어디서든 보이는 시각적 랜드마크 등은 여러분이 지금 맵 상의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분이 서버의 어딘가에서 랜덤하게 스폰됐을 때, 다른 친구들과 연락을 하기는 언제나 어렵기 마련이다. "난 지금 23849387X39475103 위치에 있어"라고 말하는건 그닥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한 H1Z1 개발팀과의 채팅후에, 나는 이 게임에 실제로는 랜드마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숲 맵에서는 결코 볼 수가 없었을 뿐이다. 말이 되긴 하다. 안그런가? 왜 모든 장소에 서로 구분되는 요소들로 치장된, 또는 색깔이 다른 감시탑을 세워두고 사람들이 기어올라가 자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Ubisoft의 다른 게임에서 실제로 이런걸 하고 있다. 2개나. 공통의 적 최고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플레이어들이 공통의 적을 가질 때 나온다 - 플레이어들이 뭉쳐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적. 그리고나면 전리품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뒷통수를 치는거다. 내가 보기엔 대부분의 서바이벌 게임들이 공통의 적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 진정한 위협은 H1Z1의 좀비들 뿐이며, Rust의 몇몇 동물들도 여기에 속한다. 처음으로 내가 H1Z1을 열심히 할 때, 나와 내 동료들은 20분정도 작은 마을에서 파밍을 했고, 그동안 거의 두어번을 죽을 뻔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날 밤을 버텨내야만 했다. 우리는 좀비들이 드랍한 물건들을 닥치는대로 주워서 가까운 마을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때 좀비 두어마리가 우릴 따라오기 시작했다. 우린 그냥 뛰어가기로 했다. 다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샷건으로 무장한 두어명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교착 상태가 시작되었다. 뒤에선 좀비들이 따라오고, 우리와 상대 플레이어들은 서로 총부리(정확히는 총부리와 화살끝)를 겨누고 있는 상황. 완전 살떨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통의 적이 주는 압박감 아래에서 우린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달아날 수 있었다. 샷건의 탄약은 대체로 드문 편이고 그들에겐 헬멧도 없었다 - 따라서 우리의 화살도 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서로에게 총질을 시작했더라면, 양쪽 플레이어 그룹이 모두 죽었을 것이다. 인질 상황 - 말이 되면서 직관적이어야 한다 최근 스톰핑 랜드(The Stomping Land: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바이벌 게임 프로젝트로, 킥스타터 펀딩 성공 후 얼리 억세스 갔으나 지금은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voosco)의 소식을 듣고 크게 슬펐다. 이들이 보여준 "올가미(lasso) 인질 도구"가 다른 플레이어들을 사로잡는 매우 직관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유튜브가 다른 플레이어를 섬 여기저기로 질질 끌고 다니는 영상으로 가득했었다. 물론 다른 게임에도 유사한 도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글의 첫머리에서 말했듯 나는 다른 게임에서 이 도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알아낼 시간이 없었다. 인질극 상황은 아마도 서바이벌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일 것이다. 워킹데드에서 인질극은 최고의 시나리오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에서는 그저 리스폰해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가? 뭐 특별히 대단한 아이템이라고 가지고 있었거나 자기편을 구출하는데 큰 보너스 점수라도 걸린게 아니라면 말이다. 인질극은 게임플레이에 있어서 더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질을 잡아야만 하는 좋은 이유, 그에 대한 보상 등이 마련되어야 하고, 다른 이들이 인질을 구출하는데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이유가 필요하다. 즉 인질극의 쌍방에게 게임플레이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나는 다른 게임 디자이너들이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경청하겠다. 정리 게임 개발 툴,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와 플레이어들의 게임 개발 참여 등이 집약되어 이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얼리 억세스를 통해 개발하고 퍼블리싱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게이머로서 매우 흥분되는 시기인 것이다. 언제나 mmo 스타일의 서바이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은 내게 황금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내가 만나왔던 모든 게임들은 전술한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게임이 이런 문제들을 모두 다듬어 매끈한 유선형의 샌드박스 서바이벌 게임으로 만들어낸다면 아마도 차세대의 마인크래프트가 될 것이다.
  1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Death of the Game Designer 원문 링크 찍어 들어가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은 모두의 공감을 사는 의견은 아닙니다. 댓글이 굉장히 많고 그 중에는 반박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자주 그래왔듯 이게 맞는 말이니 보고 배우자는 것보다는 같이 생각해볼만한 꺼리라 여겨 옮겨봅니다. ------------------------- http://www.gamasutra.com/blogs/GregWondra/20150209/235998/ "우릴 위한 업계는 ..." 내 동료 게임 디자이너가 최근에 내게 이렇게 말했다. " ... 이제 더이상 없어." 7달 전, 나는 내 친구 한 명 및 최근에 정리해고를 당한 동료와 함께 채팅방에 있었다. 꽤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11년 이상을 일해왔음에도 그는 다시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새 직장을 찾아다니는 기간이 1년에 달하고 있었다. 몇 달 후, 나 또한 같은 처지가 되었다. 내가 일하던 프로젝트는 취소되었고 팀은 해체되었다. 이 업계가 그렇다. 정리 해고 직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나섰다. 그러나 이젠 뭔가 좀 달라져버렸다. 대략 3년전 쯤 내가 새 직장을 구하려 할 때 가마수트라 게임 디자이너 게시판에는 50개 이상의 일자리가 올라와 있었다. 이번에 내가 본 것은 11개 뿐이었다. 그때로부터 7개월이 지나 지금, 나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다닐만큼 정신줄을 놓고 있지는 않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간 재미있었다. 그러나 내게, 이제 게임은 끝났다. (휴지는 거둬주길. 나는 인생의 다른 장으로 나아가려는 거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게임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고등학교때 이래로 내가 원한 모든 것이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처음 취업했던 일은 내겐 꿈이 현실이 된 것과 같았다. 나는 내 심장과 영혼을 내가 일해왔던 프로젝트에 던졌다. 그러나 좋든 나쁘든 시간이 흐르며 게임은 변해갔고 나 역시도 그렇다. 내 경력의 초기(2004)로 돌아가보면, 나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내 직업의 핵심이 재밌는 컨셉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엇이든 괜찮았다. 새롭게 생각하자. 사람들이 정말 재밌어 할만한 것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재미"라는 단어를 (전혀 듣지 못하거나) 굉장히 드물게만 들을 수 있다. 이 단어는 "리텐션"이나 "과금"과 같은 단어들에게 대체되어버렸다. 내 안의 이상주의자는 여전히 재미가 리텐션이니 과금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줄거라 믿는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사우스파크"가 이런 부분들을 멋지게 설명해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5CbWr0zO7Ac 그때 만들었던 게임들은 달랐다. 좀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면서, 플레이에 40시간 이상이 소요됐었다. 콘솔의 세상이었다. 이런 게임을 만드는데는 레벨 디자이너, 시스템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 등등이 필요했다. 지금? 버스를 타는 동안 주머니에 든 기기를 꺼내어 5분간 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이런 게임들의 볼륨은 레벨 디자이너나 시나리오 작가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때는 게임 디자인에 인간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사람들과 진짜로 연결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 말이다. 요즘에는 그 자리에 (때로 잘못 해석되곤하는) 지표(Metrics)가 있다. "과금 매니저"와 같은 것들이 오늘날의 "디자이너"인 것이다. 업계 자체에 생겨난 변화 이외에, 내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겪는 변화들 말이다. 나는 결혼했고 아이들이 생겼다. 나는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이론적으로나마)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로 나를 이끌어 줄 기술들을 익히는데 매진하고 있다. 예전만큼 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도록 훈련이라도 해야할테니 말이다. 나는 하루에 한 시간씩 이런 일들을 하며 보낸다. 아마도 여기가 잘못된 지점인 듯 하다. 특정한 게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서도 "너무 숙련된" 인력이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지도.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내가 "게임 디자이너의 함정"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분명 다른 분야에도 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길 수 밖에 없는 종류의 일들. 어느순간, 단순히 게임 디자이너라는 것만으로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게임 디자이너이면서 ... 모바일 경력이 있고 ... 런너류 게임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겸비했고 ... 굉장한 엔진으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고 ... 6만 달러 이하의 연봉으로도 만족하고 ... 주말과 야근이 가능하면 좋겠음. 아,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 4가지 정도를 배웠으면 가산점이 주어짐. 일자리들은 너무나도 전문화되어서, 요구소양 항목의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하나의 일자리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건, 다른 열 가지의 일자리에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관에 박히는 마지막 못은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특히나 판매 차트를 찢어발길만큼 히트하는 최신작의 동향을 언제나 따라잡아야하는 게임 디자이너들와 같은 직업에게 결정적인 그것은 가족이다. 가족을 갖는건 축복이지만 (내게는 그렇다) 사회는 부끄럽게도 이를 축복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최근에 전화 면접을 보았는데 대체로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인 듯 했다. 따라서 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질문은 내가 결혼을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애는 몇 명이나 있는지. 내가 지나친 가정을 하고 있다면 용서해주길. 그러나 나라면 상대를 공격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은 업무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군요? - 야근과 주말근무는 못/안할건가요? - 밤에 콜 오브 듀티를 3시간씩 하는 대신 아이들을 돌볼 생각인가요? 나 자신의 여정에서, 나는 이제 한때 좋아했던 업계를 더이상 좋아하지 못하는 곳까지 와버렸다. 게임 업계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탓에 내가 듣거나 봐야만 했던,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들 중 최고는 심지어 보스가 나서서 '(고객들) 호주머니의 푼돈 하나까지 털 필요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물론 이게 비즈니스라는건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바랬던건 플레이어들이 즐길만한 경험을 창조하고, 그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들을 미소짓게 하는게 다였다. 점심값을 털어먹는데는 그닥 관심이 없다. 자 그럼 승자는 누구일까? 소수의 게임 디자이너들과 더 많은 "과금 매니저", 그리고 프로그래머/디자이너의 하이브리드 직무들 ... 아마도 이런 것들이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지도. 내겐 그렇다 아니다하는 증거가 없다. 아마도 요즘 시대에 가장 큰 승자는 "게임 디자이너" 학위를 제공하는 대학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나는 탁원할 청년을 한 명 만났는데, 그는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지역 대학에서 게임 디자인 커리큘럼을 이수한 사람이었다. 졸업까지 3주가 남은 그는 내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나는 내 주업무가 게임 시스템 디자이너라고 말했다. "그게 뭐에요?"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여러분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이제 게임 디자인 경력의 황혼기에 서서, 이 직종에 프로 운동선수와 유사한 부분들을 많다고 느낀다. 내 나이는 거의 37살이고, 뒤에는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루키들이 있다. 그들은 나보다 몸값이 싸며 향후 10년간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는 반복되는 작업에 지쳐있고, 솔직히 내게 주어질 보상이 내가 해야하는 헌신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7개월간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단기 계약직이었다. 더 젊고 순진한 이들이 대기 중인데 왜 숙련자에게 비싼 월급을 주고싶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괜찮다. 여러분에게도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을 흘려보낼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는 자신에 대해 자신이 있지만 남들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다른 말로 전체 면접 프로세스) 그런 시점 말이다. 삶은 흐르고, 그 속엔 게임보다 더 중요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니. 나는 게임 업계에서 보낸 시간을 사랑한다. 멋진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당연히 지금과는 좀 달랐기를 바라긴하지만, 업계란 본래 그런거니까. 나는 앞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할테고 (가능하다면) 게이머로 남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돌아올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으로서는, 게임 디자이너인 내 친구가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릴 위한 업계는 ... 이제 더이상 없어."
  1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름만 보면 GDF의 자매지인 GDM (Game Developers Magazine) 2008년 4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벌써 5년전 기사라는 점은 스타2를 아직 출시하지 않은 것으로 언급하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만 가마수트라가 왜 이 기사를 2013년 7월에 게재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댓글을 보면 그닥 호의적인 반응은 별로 없네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5년전을 기준으로 이 글에 고개를 끄덕일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거든요. 반대로 말하자면 불과 5년 사이에 우리 생각이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다는 점도 신기하긴 합니다. 원문 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news/193428/Seven_Deadly_Sins_of_strategy_game_design.php?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이 글은 Game Developers magazine 20908년 4월호에 실렸던 기사로, 문명4의 리드 디자이너인 Soren Johnson이 전략 게임 개발에 있어서 피해야 할 7가지의 부적절한 사례에 대해 서술한다.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 전략 장르는 M.U.L.E부터 문명까지, 스타크래프트와 그 이후에 이르도록 가장 오래되고 자랑스러운 장르들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련의 디자인적 실수들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가장 흔한 일곱가지가 있다. 1. 스크립트가 너무 많음 전략 게임은 보드 게임의 직계 혈통이다. 후자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는 게임 월드의 규칙과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서 오며, 결정내린 사항이 결과로 이어지는 곳 또한 게임 월드이다. 컴퓨터로 이식된 전략 게임들은 혼자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에게도 월드 내에서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 전략 게임 개발자들은 싱글 플레이 부분에 길고 스크립트로 짜여진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최근 출시된 World in Conflict는 싱글 플레이 모드가 전혀 없이 출시되었다.) 이 시나리오들은 이상한 느낌을 준다. – 시나리오 모드는 코어 게임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지만, 종종 이를 어기기도 한다. AI들은 그들 자신의 개발 진도와 전략적 우선순위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일정한 트리거를 건드릴 경우에 행동에 나선다. 몇몇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는 심지어 질 수조차 없는데, 플레이어가 질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스크립트는 AI를 멈춰버리고 플레이어를 위해 공짜 유닛들을 마구 만들어준다. 게다가 이런 시나리오들은 종종 특정한 건물을 부수거나 어떤 지점을 탈취하는 등의 성취를 위한 특정한 목표를 중심으로 짜여진다. 이런 인공적인 환경은 플레이어로부터 결정권을 빼앗아버린다. 승리하는데 단 하나의 길이 있는 것은 물론, 종종 플레이어가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는지 여부조차 문제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결정이 부재하는 게임은 쉽게 지겨워진다. 다행히도 Sins of Solar Empire나 Amageddon Empires와 같은 최근의 몇몇 전략 게임들은 오픈 월드와 랜덤맵 플레이,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목표와 인공적인 트리거가 없는 구성을 통해 우리에게 화합과 지속의 전략 게임들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2. 블랙박스 매커니즘 90년대 후반 어느때, Black & White가 개발 중이던 때, 인터페이스가 없는 게임의 개념이 유행했다. 이 아이디어는 인터페이스가 게임을 더 크고 주류의 유저들이 익숙해지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줄곧 플레이어로부터 게임의 매커니즘을 숨기려는 트렌드를 느껴왔다. 1999년에 출시된 Age of Kings 는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비용과 가치, 계수 등을 수록한 카드 목록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RTS는 매뉴얼에 숫자가 나오는게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커니즘을 플레이어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이유로 복잡한 수학을 플레이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인터페이스를 두 가지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 가르치는 관점와 참고하는 관점. 가르치는 관점은 어떻게 탱크를 만들고 이걸 어떻게 조작하면 나쁜 놈들을 물리칠 수 있는 지 등 기본기를 알아두어야 하는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참고하는 관점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매커니즘을 궁금해 할 때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런 내용들은 문명 시리즈에서의 문명대백과 (Civilopedia) 처럼 별도로 분리된 게임 내 요소로 두어도 전적으로 무방하다. Rise of Legends는 이런 두 가지 인터페이스 개념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도입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팝업 도움말은 ‘고급’ 모드를 가지고 있으며, 키 하나만 누르고 있으면 게임의 기저를 관통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극히 자세한 정보들을 보여준다. 3. 컨텐츠가 너무 많음 이미 완료된 디자인에 더해 추가 유닛과 빌딩들을 쌓아올리고자하는 욕구는 강하다. 나는 게임을 단순히 컨텐츠의 묶음 (18종의 무기! 68종의 몬스터! 29개의 맵!) 으로만 묘사하는 개발자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식의 접근은 비뚫어진 것이다. 게임 디자인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며, 게임의 ‘컨텐츠’는 단순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너무 적은 선택을 제공하는 게임도 있을 수 있다. – 그러나 대부분은 – 플레이어에게 너무 많은 선택을 제공하곤 한다. 그럼 얼마나 많은게 맞는걸까? 당연히, 마법의 숫자란 없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머릿 속이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고도 염두에 둘 수 있는 선택지의 가짓수가 어느정도인지를 경험에 의거한 추론으로 제시할 수는 있다. 블리자드는 숫자 12를 자신들의 RTS가 너무 복잡해지지 않기 위해서 사용한다. 스타크래프트의 한 팀당 유닛 가짓수는 평균 12이다. 워크래프트3의 경우에도 그렇다. (영웅 유닛은 제외) 그렇다면 스타2 또한 그럴 것이라는 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언급하며 새 유닛을 넣기 위해 예전 유닛들 중 몇몇을 제외해야 했음을 밝힌 바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에서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지를 머릿 속으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하며, 너무 많은 선택을 넣는 것은 이를 통한 조합의 가짓수를 이해하기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4. 플레이 다양성의 제한 당신의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출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지루하고 평이해져버릴 것이다. 어떤 멋진 게임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알아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는 약간의 장치들을 갖추지 않는다면 이는 무척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Company of Heores는 놀라운 전략 RTS이면서 동시에 이 장르에서 분수령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주축군 vs 주축군의 전투 또는 2팀 이상의 전투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게임 디자인의 결정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세계관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저해했다. 이런 부분에서 잘 된 게임의 예로는 Age of Empires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단지 진영과 플레이어와 팀의 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신 자신의 맵을 만들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Age of Kings라는 게임의 어떤 맵에서 목재는 전혀 없고 석재와 골드만 존재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덕분에 이 게임의 경제는 완전히 거꾸로였다. 이 게임은 심지어 복수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진영을 조작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군사부문을, 누군가는 경제부문을 조작하는 식) 그 결과 나는 AoK에서 2 대 3의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심지어 2 쪽은 실제로 4명의 플레이어가 조작했었고 결국 그들이 손쉽게 이겼다. 이런 단순한 다양화 덕분에 나와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 게임의 수명은 2배 이상 늘어났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게임의 핵심적 매커니즘과 직교를 이루어야만 한다. 즉 다양성은 필요하지만 복잡성을 증가시켜서는 안된다. 5. 코드와 데이터의 비공개 자신의 코드와 데이터를 보호하고 싶은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 당신은 수년간에 걸쳐 이 프로젝트에서 일해왔고 여러 독특한 특징들을 만들어왔으며, 이 장르를 진보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자기 게임의 내부를 독점하기를 포기하는 것은 많은 개발자들에게 어려운 일이며 특히 경영진에게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명4의 게임 및 AI 소스코드를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했다. – 지금까지 그 결과는 환상적이다. 우리의 2번째 확장팩인 Beyond the Sword에는 유저들이 만든 mod가 3개 포함되었다. – Derek Paxton의 Fall from Heaven: Age of Ice, Gabriel Trovato의 Rhye’s and Fall of Civilization, 그리고 Dale Kent의 WWII: The Road to War 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시나리오들은 이번 확장팩의 가장 강력한 컨텐츠라고 알려져 있다. 이 mod들은 우리가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깊고 강렬하게 만들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만드는 것조차 가능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많은 PC 개발자들에게 이 점은 분명히 해야겠다. 나는 지금 교회 성가대처럼 합창을 하자고 설교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전략 게임을 목놓아 외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마도 Id 소프트웨어와 같은 개척개발자 마인드의 부재?) 전략 게임 개발자들은 FPS나 RPG신도들에 비해 mod에 대해 상당히 폐쇄적이다. 물론 워크래프트3의 환상적인 시나리오 에디터를 제공한 블리자드는 예외이지만, 대체로 전략 게임 모더 (modder : mod 제작자) 들은 설 자리가 좁다. 이는 우리가 문명4의 mod에 초점을 맞추는데 강하게 매력을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걸 공개로 푸는건 기분 좋은 일이며, 스스로를 영리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6. 불법복제 방지 편집증 불법복제가 업계에 끼친 피해를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를 무시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몇몇 회사들은 Stardock의 Brad Wardell이 자사 게임 Galactic Civilization시리즈에서 불법복제 방지장치를 제거한 것처럼 용감하다. (이 회사는 정품 시리얼 넘버를 가진 플레이어들에게 온라인 업데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정품 구입을 장려한다.) 업계가 가벼운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약간의 매커니즘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 어떤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훌라후프를 점프해서 뛰어넘는 것과 같은 절차를 통과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런 보안 장치들이 판매량을 실제로 늘려주는가?” 이다. 불법복제에 관대해지기에 적절한 지점은, 예를 들면 로컬 멀티플레이를 허용하느냐의 여부와 같은 것들이다 – 다른 말로, 플레이어들은 CD가 없이도 정품 유저가 호스팅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가? 스타크래프트는 멀티플레이 호스팅은 불가능하나 참여는 가능한 카피본을 제공한다. LAN 플레이를 제한없이 허용하는 것은 문명4의 비공식적 정책이기도 했다. 게임은 실행파일을 시작시 디스크 체크를 하긴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런칭할 때는 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4명의 유저로 이루어진 그룹이 로컬 멀티플레이 게임을 하나의 CD만으로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가끔만 하는 랜파티만을 위해 플레이어들이 정품을 구입할거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게임의 친구들인 다른 플레이어들을 통해 새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을 경험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환영한다. 때로 그들 중 몇몇은 싱글 플레이를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동네 게임샵에 가서 자기 자신의 정품을 구입할 때이다. 7. 잘못된 곳에 스토리를 넣기 스토리와 게임은 교차하며 엮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지루한 컷씬과, 진부한 캐릭터, 그리고 플레이어로부터 조작을 빼앗아가는 경우로 고통받아왔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민망스러운 대화씬을 스킵할 수 없게 만들어 둔 경우이다. 진정 최악의 경우는 스토리가 그것이 걸맞지 않는 곳에 포함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전략 게임이다. 무엇보다도 전략 게임은 순수한 형태의 게임이다. 인류는 주사위 놀이, 체스, 바둑 등에서 게임 플레이를 발견해냈다. 이는 고귀한 전통이다. 전략 게임에서의 ‘스토리’란 게임 그 자체이다. 특정한 예를 꼽아보자면, Big Huse Games가 Rise of Nations의 멋진 턴 베이스 “세계를 정복하라” 플레이가 반복되는 패턴을 제거하고 스토리 베이스의 캠페인을 덮어 씌움으로써 Rise of Legends는 얼마나 더 좋아졌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캠패인 모드는 내가 RoL에서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 방식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서 새 기술이나 유닛은 스토리 모드 사이에 끼어 있는 전략 맵에서만 얻을 수 있는데, 이는 하드코어한 RTS게임을 단순화하는데 기여했다. 나는 이 게임을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즐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토리 때문에 Big Huge Games는 훌륭한 하드코어 RTS와 무한 재플레이가 가능한 단순하고 중요한 전략 게임을 맞춰볼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다. Big Huge Games는 혼자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RTS 개발자들이 같은 함정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런 유행은 이제 멈출 때가 됐다. --------------------------------------------------------------------------------------------------- 올려놓고보니 어딘지 모르게 껍질인간님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 분이네요.
  1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새 다키스트 던전이라는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에 이어서 다키스트 던전에 이르기까지 2연타석 홈런이라 기분이 좋은데, 그 와중에 '얼리 억세스는 사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깬 첫 케이스가 매우 만족스러워서 더 기분이 좋네요. 그렇다고해서 앞으로 얼리 억세스 적극적으로 할 계획은 전혀 없지만 ... 정리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감상을 두서없이 늘어놔보겠습니다. 플레이세션의 길이와 아슬아슬함의 경계 던전에 들어갈 때 몇 가지 필수 소모품(횃불, 음식)을 가져가야하는데, 얘들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가진 음식/횃불이 간당간당할 때의 아슬아슬함이 무척 짜릿하죠. 그러다가 우연히 횃불이나 음식을 주웠을 때의 기쁨은 반대로 매우 크게 느껴지고요. 근데 얘들은 또 가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던전을 클리어하고나면 남은건 모두 버리고 나와야 합니다. 즉 시작할 때 적당량을 잘 가져가는게 매우 중요함. 너무 많이 가져가면 돈을 버리고, 너무 적게 가져가면 곤경에 처하기 때문에요. 비단 이런 소모품 뿐만 아니라 파티원들의 체력도 간당간당합니다. 이 게임은 퍼머데스에요. 즉 어떤 파티원이 죽으면 복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파티원이 부족하면 0렙짜리를 새로 사서 보충) 레벨 열심히 올려놨고 스킬렙도 착실히, 무기 업글도 착실히 해 온 '총애하는' 파티원이 죽었을 때만 슬픔과 아픔은 최근 게임에서는 흔히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더군요. 게다가 다키에는 힐러가 있긴 하지만 힐량은 그때그때 구급조치에 불과한 정도의 초라한 수준이죠. 따라서 난이도가 낮은 던전을 고의적으로 택한게 아니라면 던전의 남은 방과 파티원들의 평균 체력은 반비례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편 앞서 말한 체력의 아슬아슬함을 커버하기 위해 죽음의 문턱(Death Door)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남은 체력은 2이고 받은 데미지가 3이면 바로 죽는게 아니라 '죽음의 문턱'에 걸쳐져서 죽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Death Door 상태에서 데미지를 받으면 "Death Blow"로 당연히 죽음) 뭔가 꼼수같긴 하지만 그렇다면 꽤 괜찮은 꼼수가 아닌가 합니다. 보통 던전에 한 번 들어가면 5분~15분 사이가 소모되는 것 같은데 (나중에 2캠프 던전가면 더 길어질지도 모르지만 0, 1캠프를 주로 플레이하는 현재로서는 그러함) 던전의 길이와 자원의 소모속도가 상당히 잘 밸런싱되어 있어서 매번 꽤 멋지게 아슬아슬함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던전 플레이 한 세션 내의 '기승전결'을 구성합니다. 발단-전개부는 음식도 횃불도 체력도 넉넉하지만 절정부에서 음식과 횃불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마음, 또는 떨어진 이후의 어려운 전투들이 이어지고, 자원은 부족한데 체력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던전을 클리어하면 대단원이 이루어지죠. 단순하되 버리는게 없는 스탯 시스템 다키에서는 유사 장르의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1차 스탯 (힘민지정체 등등)은 아예 버리고 바로 2차 스탯을 사용합니다. 명중율(ACC), 회피율(DODGE), 데미지(DAMAGE), 보호도(PROT) 등등이 그것입니다. 수치 중심의 게임 치고는 꽤 직관적인데다가, 수치의 스케일 또한 이런 직관성을 보조합니다. 장비나 레벨업, 스킬 레벨업 등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를 꽤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죠. 물론 어떤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디에 적용되는지를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하는데, 그건 어느 게임이나 그런거니까 용납 가능합니다. 오히려 비슷한 부류의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모든' 수치의 용도와 용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울러 이런 스탯들 속에 버리는게 없습니다. 전사에게 지혜는 의미가 없다거나 캐스터에게 힘은 무쓸모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장르임에도, 1차 스탯은 싹 버리고 2차 스탯만 취함으로써 시스템 자체가 꼭 필요한 것들만을 남겨두었죠. 물론 이렇게 구성한 덕분에 캐릭터의 다양성이 현저히 좁아지긴 했지만, 어차피 이 게임의 포커스는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에 있는게 아니니까요. 위치 기반 시스템의 적절한 활용 파티원의 위치에 따라 그때그때 쓸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다릅니다. 아울러 파티원의 위치를 옮길 수 있는 장치나, 몬스터의 위치를 강제로 조정하는 스킬도 꽤 다양합니다. 결과적으로 파티원의 위치라는 전술적 요소를 꽤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는 것이죠. 보통 이런 요소들은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서 의미없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대의 SRPG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진 타일들 열 몇 개 중에서 1개를 골라 이동하는 식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는 고대 게임에 속하는) 디스가이아 등은 타일마다 속성을 부여해서 선택에 의미를 주려했지만, 그게 매번 가능하지도 않고 속성을 선택하면 다른 것 (예를들면 높이라던가)은 포기해야하는 식이라, 그리고 주어진 선택지들 사이의 차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좀 어정쩡했었구요. (높이를 선택해도 데미지+2, 속성을 선택해도 데미지+2 하는 식) 최근작인 엑스컴: 에너미 위딘과 에너미 언노운 등은 노출/반은폐/완전은폐라는 시스템을 넣고 여기에 적절한 레벨 디자인을 융화하여 '위치' 요소의 활용에 어드밴티지를 강하게 가져갔었고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보니 언젠가 엑스컴의 전투에 대해서도 쓰려고 했었는데 지나쳐버린 모양이네요... 아무튼, 다키의 위치는 딸랑 4가지 밖에 안되기 때문에 각 선택지들 사이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근데 그것은 지형 자체로부터 나오는 유불리가 아니라, 캐릭터마다 가진 특성에서 나오는 유불리입니다. 캐릭터마다 선호하는 위치가 다 다른거죠. 그리고 어떤 캐릭터가 어떤 위치를 선호하게 만들지에 대해 플레이어도 어느정도의 결정권을 갖구요. 여기에 자기 캐릭터의 위치는 물론 상대 캐릭터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스킬들도 꽤 다양해서 위치라는 요소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앞서 캐릭터의 스탯에 대해 얘기하며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이 협소해진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렇게 협소해진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다키에서는 캐릭터들의 '조합'과 여기에 맞물린 위치 관계를 통해 어느정도 풀어나갑니다. (아울러 바로 아래에서 얘기할 스트레스 시스템을 통해서도요) 사실 처음에 동영상만 봤을 때는 애들이 일렬로 서서 자기턴마다 때리는게 무척 재미없어 보였는데, 알고보니 이거 다 엄청 흥미진진한거였습니다. 역시 게임은 동영상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거였 ... ;; 스트레스 시스템 살짝 특이한 시스템이다보니 많이 회자되는 것 같은데 시스템 자체가 대단한 재미를 준다기보다는 게임에 최소한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된 느낌이 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스트레스를 공격적으로, 능동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피하고 제어하고 막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또 다른 자원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이 현저히 제한되기 때문에, 매번 같은 캐릭터로 매번 같은 모험을 하면 지루해 질 것은 분명합니다. 조합으로 커버할 수 있다곤 하지만 매번 같은 조합으로 출동한다면 그것도 또 비슷해지겠죠. 따라서 다키에는 캐릭터마다 스트레스 지수라는걸 넣어서, 던전을 플레이할 때마다 어느정도씩 오르게 해놨습니다. 일정 이상 오르면 풀어줘야 하죠.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쌓인 애들은 좀 쉬게 하고 다른 애들이랑 다음 던전 도는 식으로 로테이션이 되면서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이 전체적으로 '알뜰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요소들이 모두 필요에 의해 들어가있고, 하나라도 헛되이 넣었거나 별 의미없는 요소들이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게임 내 모든 요소를 꼼꼼히 고민해가며 구성했고, 관성에 의해, 습관적으로, 막연히 재밌을 것 같아서 넣은 것 같은 부분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며칠 전에 트위터에도 썼던 거지만, 요새와서 '올드 스쿨'을 표방하는 게임들은 대체로 냄새가 납니다. 올드 스쿨의 구린 냄새가. 근데 다키스트 던전은 올드 스쿨의 향기를 풍깁니다. 성공적인 향기로움.
  1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Roguelikes': Getting to the heart of the it-genre NDC에서 발표된 듀랑고를 통해 절차적 생성이 살짝 화제가 되는 것 같네요. 마침 로그라이크에 대한 괜찮은 글이 보여서 옮겨와봅니다. ** 아래 내용에서 '자동생성'은 procedural의 번역어입니다. 이 글에서는 '절차적 생성'보다 이쪽이 좀더 실제 의미를 잘 전달하는 듯 해서 제 맘대로 함 이렇게 해봤습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218178/roguelikes_getting_to_the_heart_.php 지난해 전반에 걸쳐, 로그라이크는 특히 독립 개발자들 사이에서 잇-장르가 되었다. 로그라이크가 뭘 지칭하는건지, 심지어 이 용어를 써도 되는건지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개발자와 플레이어 모두 이 게임이 가진 자동생성되는 무한함을 사랑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올해 IGF (Independent Games Festival)의 최우수 학생 게임은 비의 위험 (Risk of Rain)이었고, 작년에 클레이 엔터테인먼트 (Klei Entertainment)는 굶지마 (Don't Starve)를 백만장이 넘게 팔아치웠다. 이 두 사례는 로그라이크 매커니즘의 매력을 빌려 성공한 것이 자명한 경우들이다. 킷폭스 게임즈(Kitfox Games - Shattered Planet)의 타냐 X. 쇼트 (Tanya X. Short)는 이러한 매력을 간결하게 포착한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플레이어로서, 저는 자동생성된, 시스템 주도적 게임을 사랑해요. 왜냐면 궁금하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들은 점점 더 로그라이크 게임디자인의 경계를 탐험하고 싶어지게 한다. 굶지마의 리드인 케빈 포브스 (Kevin Forbes)는 "저는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고 봐요" 라고 말한다. "최근 몇년간 플레이어들에게는 소개하는 역할을, 개발자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정말 좋은 게임들이 몇 개 있었죠." 스프라이 폭스(Spry Fox - Road not Taken)의 개발자 대니얼 쿡 (Daniel Cook)은 이 장르의 또 다른 핵심 요소를 설명한다 -- 재미 지속성이 그것이다. 그는 "저는 넷핵을 20년 넘게 플레이하고 있어요. 제겐 취미인거죠. 일회성 영화적 게임들이 범람하는 지금 시대에 장기적 가변성, 숙련의 깊이, 그리고 놀라운 순간들이 생생하고 풍성하게 살아있다는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실제로 로그라이크는 - 그 역사에서부터 디자인 공간에 이르기까지 - 많은 결실들을 맺어왔다. "이 주제에 대해 쓰려면 책 한 권이 필요할 거에요" 라고 쿡은 말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저널리스트/졸업생/전문가가 '문화적으로 볼 때 적절한 게임 산업의 미래란 뭔가요?'하고 묻는다면, 단 한 가지의 크고 명료한 대답은 '로그라이크'가 되어야 할 겁니다"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은 왜 로그라이크를 사랑하는가? 로그라이크는 개발자들 뿐 아니라 플레이어들 또한 주목하고 있다. 왜? 100 Rogues의 개발자인 키쓰 버건 (Keith Burgun)은 풍부한 플레이 경험 - 마인크래프트부터 유럽의 보드게임에 이르기까지 이런 게임들의 인기 급등을 통해 볼 수 있는 - 을 찾는 플레이어들의 르네상스로 일컫는다. "제 생각에 사람들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조금씩,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거에요. 게임은 근본적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테마파크 탈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간 뭔가라는걸 깨닫고 있는거죠" 그는 이어서 "제 생각엔 사람들이 게임플레이 - 고품질 상호작용 - 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는 그들이 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을 점점 더 살펴보게 만드는거죠."라고 말한다. 쇼트는 사람들이 '로그라이크'라는 개념 자체에 매료되는게 아니라, 로그라이크가 전달할 수 있는 경험에 매료된다는 점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사람들은 FPS라는 단어가 좋아서 FPS를 플레이하는게 아니에요; 몰입적 환경하에서 총을 쏘는 경험을 좋아하기에 FPS를 플레이하는거죠."라고 말한다. 쿡은 이렇게 말한다. "플레이어로서 제가 좋아하는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들을 계속해서 만나는거에요." 쇼트는 이에 동의한다. "그 가치는 최대한의 가능성 공간을 제공하는데 있죠. 예를 들어 최소한의 요소들만을 가지고도 최대한 오래 신선한 느낌을 제공하는거에요." 버건은 로그라이크가 "재미있는 수많은 컨텐츠들"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방식으로 게이머들에게 다가간다고 말한다. 포브스는 "플레이를 할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게 있다는 점에 놀라게되죠. 복잡한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숙련해나가면서 스스로 도전해 볼 수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결정할 수 있음에 즐거워하죠. 창발적 게임플레이를 통해 일어나는 일들은 언제나 경험을 색다르게 만들구요. 요새 게임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수준의 반복플레이성이 장르 자체에 내재되어 있어요." 쿡에 따르면 로그라이크는 "플레이어 에이전시와 복잡한 시스템 사이에서 멋지고, 독특하며, 기이한 충돌"을 야기한다. 이는 게임에 있어서는 독특한 표현 양식이다. 포브스는 이런 생각을 이어간다. "전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해왔어요. 우리 게임 디자이너들은 흥미롭고 독특한 작업 매체를 가졌음에도, 많은 경우 영화를 모방하려다가 그 잠재력을 낭비해버리는거죠." 플레이어와 개발자 모두를 흥분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놀라운 잠재력이다. "플레이어로서, 저는 주어진 매커니즘 또는 시스템을 도전의 일환 또는 전략적 도구로써 한계까지 밀어붙여도 여전히 탄탄할 때 그런 느낌을 좋아해요. 또한 플레이어들이 내가 만든 시스템을 이용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낼 때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하죠." 개발자들이 느끼는 매력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개발자들이 느끼는 매력은 그 이상으로 확장된다: 로그라이크는 흥미로운 창작 공간과, 확실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작은 팀으로도 그 리소스를 충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저는 오늘날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디자이너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컨텐츠를 자동생성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어떤 긍정적인 대답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는거죠. 가성비가 너무 낮거든요." 쇼트의 말이다. 쿡이 이를 좀더 간결하게 정리한다: "한 두명짜리 팀으로는 100시간에 걸친 섹시한 3D 스토리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없어요. 그러나 100시간짜리의 무척 재밌는 로그라이크는 만들 수 있죠." 이런 고효율은 단순히 컨텐츠가 자동생산된다는 점만이 아니라, - 어떤 관점으로는 - 공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쿡에 따르면, 이런류의 게임을 구성하는 구조는 디자인이 변경되더라도 재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정된 맵 하에서는, 핵심 매커니즘의 변경이 수개월에 걸친 재작업을 필요로 하게되죠. 그러나 로그라이크 구조 하에서는 매커니즘의 변경에 따른 맵 변경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해요. 컨텐츠가 싼 값으로 리팩토링 가능해지는거죠." 디펜더스 퀘스트 (Defender's Quest) 개발자인 라스 도싯 (Lars Doucet)에 의하면 이런 유연성은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게임 플레이를 야기한다. "다른 대부분의 게임에서, 여러분은 리셋 또는 리로드를 할 경우 (고정된 맵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미리 알고 있게 됩니다. 대다수의 게임에서 이는 가라데의 '형(形)'과 같아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과 같죠. 로그라이크와 자동생성되는 죽음의 미로는 길거리의 실전과 같습니다. - 여러분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지 못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여 즉흥적으로 처리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동생성의 유연성은, 이 장르의 인기를 대중화한 퍼머데스와 같은 매커니즘과 더불어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 실질적으로는 대전과 같은, 대결과 같은, 승패가 가려지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버건은 말한다. 게임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결코 동작하지 않을 게임 플레이 시스템을 만들어 본 경험과, 초기의 프로토타입에서 가능해보였던 일들이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았던 직접 경험을 가지고 있다. 로그라이크는 또한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보험이 될 수도 있다고, 쿡은 주장한다. 그는 "프리프로덕션 테스트 단계에서는 확실해보였던 어떤 매커니즘이, 6개월간에 걸쳐 실제로 만들어봤더니 얄팍하고 지루하더라하는 하는 것만큼 안좋은 경험도 없죠."라고 말한다. "자동생성 맵으로 프로토타이핑을 함으로써, 여러분은 핵심 매커니즘을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도 잘 동작하도록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축된 탄탄함은 이후의 밸런싱 이슈나 확장팩에서도 재미를 보존하면서 어뷰징을 막아주곤 하죠." 그는 얘기를 좀더 큰 범주로 가져간다. "보다 상위 개념에서 보자면, 로그라이크는 강한 미학적 입장을 보여줘요. 이렇게 말해보죠: 우리 게임을 코드처럼 다룬다면 어떨까? 단순화된 모듈로 구성된 오브젝트들과, 상호작용 시스템과, 특정한 물리법칙을 가진 세계로 말이야." 이는 더 나은 콜라보레이션을 가능케 한다. 쇼트는 특히 작은 팀들에게 그렇다고 주장한다. "전 로그라이크를 디자인하는 일이 극도로 프로그래머 친화적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인디 회사들이 최소한 50%의 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되는데, 그렇다면 이는 즉 로그라이크가 인디 친화적이라는 의미가 되죠. 로그라이크는 풀어야 하는 퍼즐인거고, 프로그래머들 (그리고 테크니컬 디자이너들)은 퍼즐을 파고드는거에요." 이는 그 자신의 향취에 의해 정의되는 게임으로 이어진다. 쿡은 "게임 용어 또는 게임스러운 규칙으로 축약된 게임이길 주저하지 않죠."라고 말한다. 쇼트는 여기에 "물론 풍성한 대사와 그래픽이 로그라이크를 더 나아보이게는 할 수 있겠지만, 재미의 핵심은 시스템의 로직입니다. 스프레드시트 너머에 있는 시스템 말이죠."라고 덧붙인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통해, 끊임없는 진화가 이루어진다. - 이는 최초 구매 이후에도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게임에 흥미를 갖게 만들고 커뮤니티를 구축하게 하려는 개발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항목이기도 하다. 이 또한 개발자들에게 로그라이크가 매력적인 이유이다. "끊임없는 진화에 최적이죠. 아이템 추가가 단순히 새로운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거에요" 라고 쇼트는 말한다. "처음에 게임을 판매하고 나서, 계속해서 잘 돌아가게 - 아마도 영원히 - 만드는 것은 인디의 꿈이 현실이 되는거에요." 쿡은 "로그라이크에서는 아이템을 2000개 추가하더라도 버튼만 누르면 시스템이 이를 간단히 받아들이죠. 물론 그렇다고해도 여전히 힘든 작업이겠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일들을 다루기에 적합한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겁니다." "로그라이크에는 평생동안 확장팩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30년간 게임을 플레이 해 온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고, 그들이 여전히 여러분의 게임을 신선하고 흥미롭다고 느끼는 건 정말 멋지지 않겠어요?" 쇼트는 심지어 여기서 더 나아간다. "자동생성의 가치는 단순히 반복플레이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만이 아니에요; 플레이어들이 로그라이크에서 생존했던 전략과 이야기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어떤 일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마케팅이고 어떤 일부는 플레이어가 만들어 내는 컨텐츠인거죠! 일반적으로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아니고서는 이런 류의 커뮤니티를 갖긴 어렵거든요." 바로 이런 점들이 굶지마를 성공시킨 요인들이다. "소셜 미디어와 '같이 게임해요'류의 커뮤니티들 전체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에요. 창발적 플레이 및 자동생성과 어울려 아주 잘 동작하죠. 이는 또한 무료 홍보이기도 해요. 포기하기 어렵죠." 포브스의 말이다. 유연성, 적응성, 그리고 미래 로그라이크의 요소는 빠르게 - 심지어 트리플A 게임에서도 - 여러 게임들을 이루는 뼈대가 되어가고 있다. 포브스는 "데몬즈 소울이 많은 이들에게 재밌어 보인다는 건 바로 플레이어들이 로그라이크에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죠."라고 말한다. 심지어 훨씬 더 캐주얼한 취향의 플레이어들조차 로그라이크 장르의 진가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쇼트는 주장한다: "캔디 크러시 같은 게임들은 숙련도와 즉흥성에 기대죠. 로그라이크가 주류를 차지할 날까지 길게 걸리지 않을 거에요." 로그라이크 장르는 매우 적응성이 좋다. 도싯이 지적했던 바와 같이, 이는 성공할 징조이다. "게임을 시작해서, 15분 정도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엿을 먹은 다음, 다시 시도하는거죠. 이런 점은 당신이 성인이고 시간이 별로 없다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제한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이 장르는 제게 완벽해요." 쿡은 "로그라이크"가 게임을 구축하기 위한 뼈대라고 제안한다. 그는 에드문드 맥밀란 (Edmund McMillen)의 The Binding of Isaac을 멋진 예로 꼽는데, 다른 게임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들에 로그라이크를 녹여넣음으로써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멋진 점은, 사람들이 이런 야생의 키메라를 새끼쳐서 서로 다른 여러 장르에 붙여넣어 로그라이크의 아키텍쳐 위에 한데 묶는다는 거죠. 이렇게 다양한 개별적 디자인 패턴들에 탄탄하게 묶여 하나로 구성되는 구조적 요소들은 주의를 기울일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쿡의 말이다. 이런 가변성은 또한 메세지를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낳는다. "제 실제 생활을 탐험하는 도구로 이 장르를 써보고 싶어요. 실생활에서 우리는 리셋 버튼을 눌러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죠." 도싯의 말이다. 여가 시간에, 그는 투렛의 모험을 만들고 있는데, 그의 개인적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임이다. "근본적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장애라는 물리적 한계에 적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임을 만들 수 있어요." (voosco - 투렛 증후군은 도싯이 가진 신경학적 유전병. 틱장애와 관련이 있는 듯) 장르가 가진 이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쿡은 로그라이크 또한 재미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행하는 모든 장르가 갖게 되는 위험이다. "작은 팀으로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죠. 그러나 흔한 패턴을 베껴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써버릴 위험도 있어요." 내다보기 이 글은 장르를 둘러싼 커다란 토론이 되어 온 로그라이크의 정석을 고의적으로 비껴갔다. 포브스가 자신의 게임에 대해 취하는 자세가 이 대화를 잘 보여준다. "굶지마는 퍼머데스와 자동생성되는 맵, 그리고 규칙 발견에 기반하는 시스템을 쓰죠. 전통적인 로그라이크의 후손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사실 저라면 제 게임을 로그라이크 장르의 예시라기보다는 로그라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으로 생각할 거에요." 그러나 여러분이 이 장르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면, 도싯과 쇼트가 깊은 얘기까지 다루었으니 링크를 참조하시라. 버건은 사실 로그라이크를 하나의 장르보다는 실험하기 좋은 매커니즘의 모음으로 보는 편이다: "장르란건 파괴되어야 하는게 아닐까해요. 그리고 저는 실제로 그렇게 되어 왔다고 주장하는 편이구요." 이 글의 목적은 로그라이크의 핵심 매커니즘이 게임 개발자들에게 무엇을 가능케 해줄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로그라이크가 장르이건 아니건, 로그라이크를 매력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한 맥락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로그라이크는 게임 디자인을 이루는 단어목록의 일부이다. 우리의 인터뷰이들은 로그라이크 매커니즘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는 게임들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그들이 로그라이크를 플레이하길 좋아해서뿐만이 아니다: 프로덕션과 프로모션의 관점에서도 이들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런 부분들 또한 살아남은 유산의 레시피에 포함된다.
  2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종종 가는 게시판에 재밌어보이는 글이 올라왔군요.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2&document_srl=12163162
  2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여기다 쓰긴 좀 애매한 얘기긴 합니다만 ... 저희 회사는 공채라는걸 합니다. 이런저런 분들이 신입으로 들어오시는 가운데, 어떤 분들은 무난하게 회사생활 잘 해나가고 또 어떤 분들은 적응 못하고 1-2년 내에 퇴사하기도 하더군요. 몇년에 걸쳐 이런걸 보아오다보니, 커리어를 시작할 때 어떤 프로젝트에서 일하느냐가 나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잠깐 '제가 가진'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게임 디자이너를 하려는 분들에게 자기가 처음 일하게 될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만약에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이 얘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그러나 이게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 그러니 참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개인의 생각' 이상의 가치는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세요. 너무 크지 않은 프로젝트 게임 개발에는 그 프로젝트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게임이라면' 반드시 해야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모든 게임에 적용된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한국의 게임 개발환경'하에서는 어느정도 교집합이 존재합니다. 시스템도, 컨텐츠도, UI도 여기에 속하죠.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다면, 갓신입인 분들에게 이런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이 고루 주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텐츠로 입사했지만 시스템도 어깨너머로 살짝 볼 수 있고, 또 간단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볼 경험도 주어질 수 있죠. 레벨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퀘스트의 전체 스토리라인에 의견을 낼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게임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를 맛볼 수 있는 문이 큰 프로젝트들에 비해 좀더 열려있는 편입니다. 반대로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에 '신입'으로 입사했다면, 몇년간은 아주 간단한 일들을 전담해서 해야하고, 다른 분야를 살펴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프로젝트는 게임 디자이너만 50명 남짓인데, 이런 규모의 팀에서는 게임 디자인 업무도 매우 세분화되기 때문에 한동안은 다른데로는 눈도 못돌리고 그 일만 집중적으로 해야할 수가 있어요. 중소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게임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들을 횡적으로 두루 살펴볼 기회가 주어질 수 있지만, 너무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는거죠. 2000년대 초반에는 지금처럼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흔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때 커리어를 시작한 분들 대부분은 개발 전반의 일들에 대해 처음부터 익힐만한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이 생기면서, (제 의견에 따르면) 신입분들이 일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포지션에 종종 신입 분들이 가기도 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단지, 갓신입분들은 아직 제네럴리스트'조차' 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제네럴한게 뭔지 알고는 있어야 스페셜티도 가치가 좀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규개발 팀보다는 라이브팀 신규개발팀에서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집니다. 개발의 어떤 단계인가에 따라서, 개발 방향성에 따라서, 때로 (불합리할지도 모르지만) 개발팀 수장의 조카의 의견이나, 사장님이 어젯밤 완독하신 개발 방법론 책에 의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미 다양한 개발 프로세스를 경험해 본 시니어들에게 이런 환경은 낯익은 것입니다. 적응도 빠릅니다. 프로세스가 너무 극단적으로 변하지만 않는다면, 이미 자신들이 알고 있는 틀 내에서 어떻게 소화하면 좋을지, 소위 말하는 '킬각'이 나오죠. 그러나 갓신입분들은 그런걸 알기가 어려워요. 뭐가 어떻게 변화한건지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거기에 적응하긴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서운건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질 때죠. 시간을 꽤 지났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반면에 라이브팀의 개발 프로세스는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갓신입이라고해도 여기에 적응하는건 조변석개하는 신규개발팀보다 월등히 쉬운 편이에요. (프로세스에 적응이 쉽다는거지 일하는게 쉽다는 얘긴 아닙니다 ^^;; 대부분의 라이브팀은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일단 라이브팀에서 어느정도 '프로세스가 무엇인가'를 익힌 후에, 그래서 프로세스가 뭔지, 왜 필요한건지에 대해 최소한의 경험이 쌓인 후에 다양한 다른 프로세스들을 접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결론 그래서 제 생각은, "중소규모의 라이브 프로젝트"로 입사하는게 '커리어의 시작' 지점에서 가장 많은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쪼렙때 스킬 많이 배워놔야 이후의 레벨업이 편해지니까요. 물론 여러분에게 얼마나 폭넓은 선택권이 주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주어진다면. 이런 생각도 고려해보시면 좋겠네요.
  2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며칠 전에 도적으로 만렙을 찍었습니다. 플레이타임은 ...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생각보다는 금방이더군요. 아직 레이드니 뭐 이런건 못 가보고 인던이나 몇 번 돌아본 상태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소감은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일단 이 소감은 딱히 총체적 정리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기에, 얘기가 이리저리 튀고 산만할 수 있습니다. 부분부분별로 파편적인 소감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이 점에 유의해서 읽어주세용. 주둔지 주둔지는 예상보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단 이런 종류의 - '하우징'이라고 말하기엔 스케일이 좀 달라서 아마도 '타우닝'이라고 해야할 것 같긴 하지만 그냥 하우징이라고 할게요 - 하우징 컨텐츠를 생각하면 대체로 가장 먼저 머릿 속에 떠오르는게 커스터마이징입니다. 내 집을 내 맘대로 꾸민다는 뭐 그런 방향성인데요, 와우의 하우징은 커스터마이징 개념은 크지 않습니다. 특히나 겉으로 드러나는 치장성 커스터마이징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차피 인스턴싱될 공간인데 치장해봐야 뭣하겠어 ... 라는건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아마도 와우 개발팀도 그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뭐에 중심을 두느냐면, 당연히 치장성 커스터마이징의 반대인 기능성이겠죠. 레벨대에 맞는 퀘스트도 소개해주고, 각종 제작도 직접 하는 것보다 주둔지에서 하면 자원이 덜 들어갑니다. 기계공학 기초부품의 경우 직접 만들면 자원이 7개 필요한데 주둔지에서 만들면 자원이 2개면 되더군요. 대신 시간은 훠어어어얼씬 오래걸리지만요. 물론 주둔지에서만 가능한 컨텐츠들도 많습니다. 뭐 아직 전체상을 파악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이긴 합니다. 캐릭터가 만렙을 찍었어도 아직 주둔지는 최고레벨인 3레벨로 올리지 못하고 있고, 부속된 다른 요소들 - 추종자라던가 다른 건물들의 레벨 - 도 한참 더 올려야하거든요. 바로 이 지점도 중요합니다. 치장성 vs 기능성으로 나누어 치장보다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는 것도 맞지만, 주둔지가 노리는 또 다른 재미는 주둔지 자체의 '성장'도 있습니다. 주둔지의 성장은 방금 말씀드린대로 캐릭터의 성장보다 더 깊이 들어가고, 폭도 더 넓습니다. 즉 더 다양한 방면으로 성장이 가능합니다. 아직까지는 꽤 잘 짜여진 재밌는 컨텐츠라고 봅니다. 여전히 '주둔지의 성장이 끝으로 다가갈 경우' 어떨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요. 사실 와우에서 캐릭터가 만렙을 찍어야 본게임 시작이라고하듯, 주둔지도 일종의 만렙을 찍어봐야 그때부터 제대로 된 국물이 나오지않을까 싶어서 당장 판단내리긴 어렵네요. 스토리텔링 에 대해서는 일전에 페이스북에 적어둔 것이 있어 살짝 고쳐 옮겨옵니다. 1. 스토리텔링 방법 개선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전통적으로 와우는 '가라 리얼타임씬'을 사용하려 여러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그간은 이게 무척이나 어색해서 ... '노력했다' 정도의 의의말고는 없다고 여겨왔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그럭저럭 자연스러워서 봐줄만 한 정도까지는 된 듯 하네요. 잠깐 부연하자면 우선 이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보기에) 아직까지 탑은 구공온식의 초정교한+대물량의 컷씬으로 미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 성능만을 보자면 최절정이죠. 문제는 게임 플레이와 컷씬이 완전히 유리되어 있다는 것. 와우는 구공온과는 반대로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을 어떻게든 하나로 묶어보고자 그간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아직까진 '스토리텔링의 질'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전히 구공온에는 딸린다고 봅니다. 그러나 판다리아를 통해서 NPC병사 한 20명 서있는데 '2천명의 대군'으로 이해해주는 '플레이어의 게임적 상상력'이 아주 많이 필요한 수준은 벗어난 듯 싶고, (다시말해 판다리아 이전의 와우가 보여주었던 스토리텔링은 게임적 상상력이 아주 많이 필요했고) 드군에선 심지어 꽤 볼만한 장면들도 여럿 나옵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군중씬'의 연출이 무척 자연스럽고 보기 좋아진게 중요한 지점이지 싶습니다. 드군 처음 진입해서 카드가&드렉타르 따라 서리늑대 부족에게 오기까지의 스토리가 말하자면 '드군의 튜토리얼'인데, 이 튜토리얼 구간에서 그런 부분들이 아주 크고 강하게 드러납니다. 2. 한편 와우는 스토리 자체도 좀 문제라고 봅니다. 구공온을 해보면 스토리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전달하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스토리 유닛간의 관계가 굉장히 유기적이랄까 ... 근데 와우는 별로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일단 전체 스토리가 상당히 난잡해보이는게 한 가지가 있고, 스토리간의 관계에도 뭔가 문제가 있지싶더군요. 와우는 전체적으로 봐서 큰 사건들은 기억이 나지만 각각의 사건들간의 관계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제가 길을 기억하는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저는 '거점'은 잘 기억하지만 거점들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잘 기억을 못합니다. 그래서 마느님이 맨날 길치라고 놀리죠 ㅜㅜ 와우의 스토리도 지금까지는 이거랑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멋지고 거대한 사건들 자체는 기억이 나는데, 얘들 사이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모호했죠 ... 사울팽X볼바르의 앙그라타르(정확하지 않습니다) 관문 패배사건은 기억나고, 언더시티 침공 사건도 기억이 나고, 얼음왕관 성채에서 사울팽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리치킹을 잡고나서 등장하는 '새로운 리치킹'도 기억은 나는데, 얘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더라? 하는 식입니다. (최근에 검색해보고나서야 알게되었네요) 이게 사실 다 연결된 '에피소드'들인데 개별 사건은 기억나지만 사건들 사이의 흐름은 모르겠는거에요. 왜 그런지 구체적인건 제가 게임 서사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구공온은 이런 현상이 없는데 와우는 있었다는거죠. 드군에선 이런 부분들이 그럭저럭 꽤 해소되었습니다. 일단 앞서 말한 '튜토리얼'에서 이번 확팩의 주적인 강철호드의 리더들을 뇌리에 강하게 심어준게, 그래서 스토리적인 흥미를 크게 올려놓은게 꽤 주효했지 싶긴해요. 3. 마시니마로 만든 씬들도 대격변때의 그 어색했던 시도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여기서 '마시니마'라는건 리얼타임에서 사용하는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등을 가져오되 프리렌더드 컷씬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세한건 여기로 가보시면 나오지만 영어 ... 입니다 ;; 암튼 대격변에서 볼바르X사울팽의 돌진씬이 특히 그랬는데, 유저들이 만든 마시니마와 퀄리티차이가 별로 없었죠. 듣기론 북미의 와우 팬 커뮤니티에서 아마추어 마시니마 제작자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을 데려다 만들라고 했다고 들었던가 그래요.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아마추어티가 꽤 많이 났거든요. 근데 드군에서의 마시니마는 괴엥장히 보기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전체적인 캐릭터들의 느낌이 오버워치랑 어딘가 굉장히 유사해보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상당히 멋집니다. 이제 그냥 컷씬이라고해도 무방할 정도의 멋들어진 연출 - 특히 강철호드 리더들의 등장씬 ... - 이 최고에요. 4. 강력한 적군. 새 호드의 새 악역'들'인 강철호드는 그간 와우에서 보아왔던 적들 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카리스마 넘치고 (일리단은 너무 찌질해보여서 전 별로더라구요) 활기가 약동하고 (리치킹은 너무 엄숙해서 좀 거시기했음) 무엇보다 팀 단위라서 왠지 좋습니다. 페북에서 아는 분이 써주신 얘기지만 딱 '락그룹'같은 포스를 넘실넘실 풍깁니다. 드군의 튜토리얼 구간에서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소개한 후에 나중에 모아서 한번 더 보여주는데, 이들의 등장씬이 완전 너무 멋져서 같은 편의 드렉타르&가나르&쓰랄&카드가 버리고 왠지 저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 아무튼 악역이 멋져야 맞서 싸우는 나도 덩달아 멋져지는거라 몹시 흡족합니다. 아쉽다면 컷씬이라는 장치의 한계상 당연히 내 캐릭터가 나타나서 활약해야하는 걸 기대할 때 정작 내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른 NPC들이 싸우는걸 봐야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걸까. 블랙핸드 vs 오그림 둠해머의 전투씬에서 그런게 아주무척매우많이 아쉽더군요. 개인화 와우는 시작할 때부터 철저히 개인화된 MMO를 만들어왔죠. 드군에선 그게 절정이지 싶습니다. 저는 드군이 막 시작한 당일 00시부터 게임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넘쳐나는데도 별로 걸리적거리질 않아요. 사람이 이렇게 많다면 전같으면 퀘스트 몹이 부족해서 퀘스트 오브젝트가 부족해서 허덕거렸을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습니다. 이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 주위의 다른 플레이어들을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음 & 신경쓰이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요 ... 이건 MMO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덕목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와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 달려왔고, 지금 와서는 그걸 구현하는 수법들이 엄청 고도화되었습니다. 아주 쾌적한 싱글플레이 게임에 가까워진거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적대적이지 않은 모든 대상은 개인화되었습니다. 길바닥의 자원들도 개인화. 퀘스트 오브젝트는 물론 개인화. 대신 적대적 대상은 개인화를 하기가 어렵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칼질을 하는 모습은 보기 흉할테니까요. 하지만 몹들도 스폰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듯 싶어서 어쨌든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개인별 인스턴싱은 이제 당대 최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함께 말타고 옆에서 달리던 낯모르는 플레이어가 갑자기 여러분 옆에서 사라져도 놀라지마세요. 그는 그의 인스턴스로 나는 나의 인스턴스로 들어가는 바람에 서로 길이 갈린 것 뿐이니까요. 가끔 인스턴싱 되기 직전에 몹들이 우글거리던 지역이 가까워짐에 따라 잽싸게 샤샤샥하고 사라진 후 우호적 NPC들로 가득찬 지역이 되는 걸 보는 어색함만 무시할 수 있다면 대체로 많은 분들이 이런걸 좋아하니 이렇게 만든게 아니겠어요? 와우의 개인화는 절정에 올랐습니다. 딱 한 가지만 보충하면 완전히 완벽해질거에요. 보충해야 할 한 가지는 게임이 MMO라는 점이죠. 이걸 빼면 존나 완벽 ... 은 농담이고, 이러한 개인화가 야기하는 약간의 부자연스러워보이는 여러 현상들, 즉 앞서 말한 '같이 달리던 사람이 사라지거나' 아니면 '언뜻본 걸로는 몹들로 가득했던 지역인데 도착해보니 우호적 NPC들이 가득한 지역들' 같은게 마지막 남은 고지이지 싶어요.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 좋겠죠. 자연스러워진다고 뭐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네요. 그래도 좋아지는거겠죠. 아울러 '필드 파티플레이에 대한 배려 전무'도 조금 ... 물론 필드에서 파티플레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졌다곤하지만, 전에는 '불편해도 가능은 한' 수준이었다면 드군에 와서는 '너무 불편해서 하고싶지 않아질' 수준이 아닌가 ... 싶습니다. 근데 해보진 않아서 여긴 확신은 못하겠네요. 레벨 디자인 드군에선 비행 탈 것이 삭제되었습니다. 만렙을 찍어도 여러분은 드군에서 날아다닐 수 없어요. 제한적으로나마 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긴 한데, 이 '제한'이 굉장히 크고 광범해서 우리가 날아다니던 시대는 이제 갔다고 보셔도 됩니다. 날 것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도 겹치는데, 레벨 디자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요. 이제 와우도 어느정도는 '모험하는 재미'를 좀 노려보려고 하나 싶습니다. 본래 와우의 레벨 디자인은 편의성 위주였죠.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로 가기까지 대충 방향잡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간단했구요. 중간중간 장애물이 있긴 하지만 큰 범위에서나 그렇고, 작은 범위에서는 그런거 없었습니다. 드군의 레벨 디자인은 좀 다릅니다. 디테일한 꼬불꼬불함에 신경을 써서, 종전처럼 단순히 방향잡고 직선으로 달린다고 도달하긴 어려워졌어요. 그러면 지형이 좀 복잡해졌으니 불편하냐면 그렇지는 않아요. 여기서 지도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와우의 지도는 철저히 기능적임.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해야 할 지형상의 특징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는거죠. 따라서 지도를 보면 대략 어떻게 가야할지 경로가 그려집니다. 이전의 레벨 디자인이 전혀 복잡하지 않아서 길을 찾을 필요조차 없이 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됐다고 말씀드렸죠. 드군의 레벨 디자인은 적당히 복잡해서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지만 지도가 충실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닥 어렵지 않고, 길을 '찾는' 과정은 충분히 재미있게 짜여져있음. 여기서 길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들에 약간의 수직적 레벨 디자인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도 하구요. 요 난이도 조절을 꽤 잘 한 것 같아요. 길을 찾는게 너무 어려우면 짜증나고, 너무 쉬우면 재미없죠. 하지만 블리자드는 '균형'으로 먹고 사는 회사니까요.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서 너무 지루하지도, 너무 짜증나지도 않는 수준으로 맞춰놨습니다. 레벨 디자인은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인데, 이제 막 만렙 찍은 상황에서는 아무튼 이정도의 소감인 걸로. 날탈 삭제 방금도 말씀드린 날탈의 삭제에 대해 좀더 얘기해보자면... 날탈이라는게 위에서 설명한 이유 - 레벨 디자인이 모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 만이라면 기존처럼 레벨업 할 때는 걸어다니고 레벨업 끝나면 - 이제 길 찾을 필요가 별로 없어지면 - 날아다니셔도 됩니다 ... 로 해도 되지 않았을까싶기도 한데, 저는 지금처럼 날 탈을 아예 막는게 더 낫다는데 동의합니다. 이건 좀 모호한 얘기이고 저 혼자만의 생각에 가까울 수도 있는데 잠깐 소개해보자면 ... 와우에서 날탈은 게임의 추상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을 보신 분들은 거기에 나오는 간단한 예시를 떠올리시면 좋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그걸 사람의 얼굴로 인식해요. 사진은 추상성이 극히 배제된 아주 현실적인 대상이죠. 근데 한편으로 사람들은 ^_^같은 이모티콘을 보고도 이걸 사람의 얼굴로 인식해요. 이 이모티콘 ^_^은 고도로 추상화된, 현실성이 거의 배제된 대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치 사진처럼, 이것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죠.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는 두 대상, 즉 사진과 이모티콘을 놓고보면, 어쨌든 인식은 하지만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어요. 하나는 추상적이고 하나는 현실적이죠. 이 둘은 일종의 제로썸 구도를 형성해요. 하나를 높이면 다른 하나는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추상성이 높아질수록 현실에서는 멀어지고,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추상성은 증가하는거죠. 와우의 날탈이 와우라는 게임의 추상성을 높여준다는 얘기는, 날탈이 와우에 있어서 실제 사람의 얼굴 사진이 아니라 이모티콘과 같은 '표현법' 그리고 그러한 추상성을 '체감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에요. 날탈의 움직임이 그래요. 만져보면 이건 짤탱이없이 가상이에요. 어떤 현실에서도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대상을 우리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반중력장치를 만들 수 있게 될 아주 먼 미래까지도 겪을 수 없을테고 말이죠. 겉보기엔 말이 되지만 겪어보면 가상임이 너무 선명한거죠. 와우의 날탈이 말이 된다는건 이모티콘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는 것과 같아요. 어쨌든 의미 자체는 성립하죠. 그러나 리얼한 사람 사진과의 차이는 배제할 수가 없어요. 물론 게임 내의 다른 부분들도 그렇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이 글의 초입에서 얘기한 '정리되지 않은 얘기임'을 인용하며 오늘은 넘어가기로 하시죠. ㅋㅋ 한편 와우는 개인화를 지향하는 MMO죠. 따라서 '리얼월드'의 체감에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을 수 있어요. 따라서 이러한 '날탈의 추상성' 이야기는 언뜻 와우의 방향성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탠드 얼론 RPG에서도 '몰입'을 해요. 그 몰입은 당연히 세계의 디테일이 살아있고, 추상적이기보다 현실적인 요소들에 대해 이루어지죠. 따라서 MMO의 MMO함과는 별개로, 이 세계를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기 위해서도 여전히 이러한 추상성의 배제는 유효하지 않은가합니다. 화심과 레이드의 변화 요 며칠 화심 이벤트라는걸 한다더군요. 만렙 (100렙) 찍고 화심가면 에픽머리와 심장부 사냥개 탈 것이 공짜 !! 그래서 가봤습니다. 화심을 전체적으로 아주 살짝 손봐서 1) 수치적으로 드군 만렙에 알맞게 2) 몇몇 괴팍한 구성 - 평판 올리고 퀘스트하고 물 퍼다가 불 끄기라던가 - 을 삭제 3) 몇몇 '초심자가 적응하기 어려울 공략' - 게돈의 살폭이라던가 등등 - 을 삭제하거나 약화해놨습니다. 덕분에 약 2시간 반정도 즐거웠네요. 사람들이 다들 예비군모드가 되서 '와 여기가 이렇게 바뀌다니 옛날엔 그랬지. 좋아졌네'라던가 '님들 제가 10년전에도 여기 탱하던 ...' 등등의 채팅을 남발하고 ... 전멸도 한 3-4번 했던 것 같아요. 10년이 지난 후 화심을 '지대로' 다시 해보니 와우가 레이드 부분에서 이루어왔던 발전들이 새삼스레 체감되더군요.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1. 레벨 디자인 다듬기 : 화심의 레벨 디자인은 광활해요. 너무 넓죠. 그 속에 몬스터들이 '마치' 무작위로 배치된 것처럼 자리잡고 있구요. 이 몬스터들 사이의 관계를 볼 수 있는건 주로 탱커들 뿐이에요. 탱커들은 어떤 몹이 어떤 코스를 언제 어떻게 로밍하는지, 무심한 듯 쉬크하게 멀찌감치 서있는 두 몬스터들이 서로 링크가 걸려있어서 한 마리를 풀링하면 다른 한 마리는 무조건 같이 온다든지하는걸 다 알고 있죠. 이러한 광활한 레벨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실수를 유발하는 측면이 커요. 풀링한 몬스터를 잡다가도 어찌저찌 무빙하다보면 풀링하지 않은 즉 얌전히 놀고 있던 몬스터가 애드되는 식이죠. 이런 일이 굉장히 흔했어요. 지금 레이드 디자인에는 이런 일은 거의 없죠. 애초에 의미없는 몬스터를 배치하지도 않구요. 화심에는 스킵해도 되는/그 자리에 있긴 하지만 딱히 잡지 않아도 되는, 그러나 애드되면 무조건 전멸을 초래하는 몬스터들이 굉장히 많은데 비해서요. 2. '빠른 전멸'의 사라짐 : 앞서 말한 경로로 몹들이 한 무리가 더 애드됐다고 해보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대체로 정리하자면 이래요. 몬스터들은 플레이어를 하나씩 하나씩 잡아죽이고, 사람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도망가서 살 길을 모색해요. (어차피 다 죽을건데도 말이죠) 그리고 인원은 40명이나 되기에, 이렇게 사방팔방으로 멀리 도망간 이들을 몬스터가 다 잡아죽이는데는 시간이 꽤 소요되요. 공대의 전멸은 이미 확정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하기에 따라서 전멸에 30초가 걸릴 수도, 5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이때 '어차피 전멸인데 5분이 걸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저 유명한 공대장의 오더가 '빠른 전멸'입니다. 공대장이 빠른 전멸 오더를 내리면 공대원들은 즉각 저항을 중지하고 (...) 얌전히 서서 죽어야해요. 요새 레이드에는 이런 구성을 찾아보기 드물죠.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결과 (전멸)는 초장에 결정됐는데 시간 자체는 길게 소요되는 일이 없어요. 사건의 결과가 확정되면 그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금방이고 혼란을 초래할 (화심 빠전 상황인데 부활갔던 공대원이 무심코 던전 재입장하는 바람에 거의 제자리 찾아갔던 몹이 입구까지 다시 달려온다거나, 생각없던 회드가 탱을 전부했는데 몬스터가 다시 달려온다거나) 일도 없죠. 3. 이건 화심 얘긴 아니고 검둥 (검은날개 둥지) 얘긴데, 이전의 레이드에는 '수치싸움'이 중심이 되는 구성도 많았어요. 삼룡이의 탱커간 어그로 연계나 벨라스트라즈의 그것은 어그로 미터가 있다면 도움은 좀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게임내에서 어떠한 '시각적인' 형태로도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죠. 숫자만 왔다갔다하고 여기에 상응하는 이펙트를 '선명하고 명쾌하게' 보여주지 않는 구성이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은 다르죠. 어떤 장소에 무슨 일이 일어날라치면 실질적인 효과가 발동하기도 전에 크고 아름다운, 누가봐도 알아볼 수 밖에 없는 뭔가를 거기에 보여주니까요. 뭐 어제 화심 두시간 반 돌면서 떠올렸던 생각들인데 두서가 없어서 별 도움은 안되는군요. ----- 아무튼 만렙찍어보니 '적어도 만렙까지는' 재밌더라 ...는 겁니다.
  2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A Night With the Devil http://gamasutra.com/blogs/RadekKoncewicz/20141229/233271/A_Night_With_the_Devil.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오래된 PC게임 수백종이 무료로 공개된 사이트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 게임들이 최신 게임들의 원형이기에 특정 장르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아울러 요즘 게임들보다 좀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게임 디자이너 학습용으로 좋다는 말씀들도 하시더군요. 이런 게임들이 어떻게 학습용으로 좋은지의 예시로서 이 글이 그럭저럭 적절한 듯 보여 소개해봅니다. 디아블로2보다 1을 더 좋아했기에 하긴 꽤 했는데, 그럼에도 워낙 오래전 게임이다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군데군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 서론 디아블로는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비디오 게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찬사를 받는 게임들 중 하나이다. 무수한 "아류작"들을 양산해냈으며, 게임플레이는 여러 장르에 차용되었다. 가장 최신작인 디아블로3는 PC게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 되는 명예를 뽐내기도 했다. 자 그럼 무엇이 디아블로 시리즈를 이렇게 대단하게 만든걸까? 때로 지나칠정도로, 디아블로는 믿을 수 없도록 중독적인 게임이라 일컬어지곤 한다.비교적 모호한 주장이긴 하나 나는 오리지널 디아블로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임을 좀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꽤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다. 로그라이크에서 디아블로1까지 많은 소스들이 디아블로가 턴기반의 로그라이크에서 시작했다고 주장하곤하는데, 디아블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르적 특질을 고려한다면 일리 있는 얘기다. 미학적으로 디아블로는 단순히 아스키 기반의 그래픽에서 크게 진보했을 뿐 아니라, 당대의 다른 CRPG들을 무색케 하는 수준이었다. 640X480 해상도에서 돌아가는 어두우며 고딕적인 세계관은 모두 CG로 랜더링된 것이었다. 게임 내의 모든 애니메이션은 부드러웠으며 플레이어 캐릭터는 착용한 장비에 따라 외모가 달라졌고, 기반이 되는 라이팅 시스템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과장된 스펠 이펙트와 아이템 아이콘은 던전 크롤링류 중에서도 특히 더 인상적인 화면을 보여주었다. 한편 디아블로는 게임 전체가 음성 더빙되어 있었으며, 음악 - 특히 트리스트람의 테마 - 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있다. 좀더 디테일하게 보면, 디아블로는 굉장한 사운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픽 아이콘이 회전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아이템 드랍 시 쉬쉬쉭하는 사운드 이펙트와 아이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나는 오디오 클립이 가장 분명한 증거이다. 이때의 사운드는 스폰된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게임 내의 다른 사운드 이펙트들에 비해 더 크고 명료하며 길게 재생된다. 이런 신호는 드랍된 아이템을 놓치기 어렵게 만들며, 아이템 사냥의 조건반사적 효과를 크게 강화한다. 게임플레이의 관점에서 보면, 디아블로는 리얼타임 게임임에도 로그라이크가 갖는 장르적 핵심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스테이지의 구성은 랜덤화되어 있으며, 몬스터 타입과 배치, 아이템 생성, 그리고 퀘스트마저도 그러하다. 모든 클래스는 서로 다른 스탯들로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효과를 적용받으며, 여러 주문들은 클래스간에 공통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클래스 고유의 어빌리티와 스탯 성장도 가지고 있다. 슈라인과 소모성 아이템들은 진행의 가속과 감속에 깊이를 더해주며, 인벤토리 관리 또한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골드조차 공간을 차지해서 한 번에 5000개까지만 소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아블로는 일반적인 로그라이크라기엔 어려운 점도 가지고 있었다. 즉사가 없으며 어디에서든 세이브/로드가 가능했다. 온라인 플레이 중에 죽으면 자신의 시체로 돌아갈 경우 소지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다. 심지어 언제든 게임을 재시작 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서 캐릭터의 장비와 업그레이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아이템도 플레이어에게 지나친 패널티를 가하지 않았으며 감정을 거치지 않은 아이템을 착용하여 스탯만 사용할 수도 있었다. 자동 미니맵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일반적인 로그라이크에 비해 더 줌인된 시점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멀티플레이어도 빼놓을 수 없다. 디아블로가 출시되던 시기 멀티플레이어는 즉 포트와 IP주소를 설정해야함을 의미했다. 게임 스파이 아케이드나 엑스파이어 등의 초기 서버-브라우저들과 같이, 디아블로의 배틀넷은 온라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절차들을 간소화시켜주는 쉬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게임플레이 상의 조정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몬스터들이 추가된 플레이어들에 비례하여 더 많아졌다. 플레이어들 사이의 상호공격(Friendly Fire)이 언제나 켜져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당시로서는 매우 유저 친화적인 온라인 경험이었다. 대체로 디아블로는 꽤 매끈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었으며, 단순히 그래픽이 가미된 로그라이크라기엔 한참을 앞서 있었다. 8시간 디아블로의 많은 부분이 트리스트람을 중심으로 오가며 루팅하고, 치료하며, 장비를 교체하고 다음 모험을 준비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런 정비 구간은 게임의 핵심부가 아니기에, 나는 이번 관찰을 실질적인 던전 탐험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전사를 택해 모든 적을 죽이고 모든 상자를 열고 모든 아이템을 주으며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모든 맵의 모든 구석을 가보려 노력했다. 핵심 진행 아래의 그래프에 던전의 각 맵에 소요된 시간 (분단위), 모든 아이템을 다 줍고 모든 적을 다 섬멸할 때까지 몇 번이나 오가야했는지, 내 전사가 각 층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치와 레벨을 얻었는지를 표기했다. 보라색 표시는 완전히 랜덤은 아닌 특별 맵들과 보스 전투를 위한 무대로 쓰인 지점들이다. 각 맵을 클리어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점진적으로 증가하지만, 층별 소요시간은 어느정도 느껴질 정도로 달라진다는 것이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주된 요인은 랜덤으로 생성되지 않는, 고정된 맵이긴 했지만, 고정맵의 특별 연출이 없더라도 모든 맵이 똑같이 느껴지는 것을 막아줄 정도의 변화는 있었다. 가장 짧은 맵은 7.5분, 가장 긴 맵은 31분이 소요되었으며 평균은 19.4분이었다. 이런 요소를 가늠함에 있어 내 전사가 텔레포트 주문서를 사용하지 않았던 점(몇몇 맵의 경우 이렇게 걸어서 돌아가는데 시간이 더 소요됨)과 전투 난이도(몹들을 낚아서 몰고다니고 도망가서 체력과 마나를 채워야만 했음) 때문일 수도 있음을 언급해두는 것이 좋겠다. 하나의 층을 탐험하는데 소요되는 여행의 횟수는 좀더 일정했으나, 이 지표는 다른 지표들에 비해 더 인벤토리 용량에 의존적인 부분이 있다. 체력 재생에 초점을 맞춘 더 튼튼한 캐릭터의 경우 정비를 위해 트리스트람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는 게임 끝까지 얼마 없었다. 그러나 여행의 횟수는 좀더 직접적인 인벤토리 제한의 결과였으며 드랍되는 모든 아이템을 줍는다는 것은 내 결정이었다. 여행 횟수의 상대적 일정함은 각기 독특한 지형 구성과 몬스터 밀도, 보물 상자 등등에도 불구하고 게임 전체에 걸친 모든 층이 비슷한 양의 아이템을 생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종합해보자면 층 전체를 청소하는데 걸린 최소 여행 횟수는 1이었으며 최대는 5였고, 평균은 3.1이었다. 한편 여행의 횟수와 유사하게, 경험치의 증가도 꽤나 일정했다. 평균적으로 던전의 각 층마다 1.3레벨이 올랐다. 디아블로의 어떤 스탯 증가도 랜덤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은 주목할만한다. 매 레벨업마다 5개의 포인트를 4개의 스탯에 찍을 수 있으며 각 캐릭터 클래스는 스탯별로 찍을 수 있는 포인트의 최소치와 최대치가 정해져있다. 이는 캐릭터별 차이점이 온전히 아이템 - 장비품과 주문들 - 에만 기인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드랍되는 아이템이 무엇인가하는 점이 더 강조된다. 전체적으로 디아블로는 4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있으며, 각 지역은 4개의 던전 층으로 나뉜다. 플레이어가 지하로 내려갈수록 몬스터와 맵 오브젝트도 점차 어려워지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 지역의 랜덤 생성 방향성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지역이 모두 고유의 환경을 갖는데 도움이 되며, 심지어 탐험과 전투 매커니즘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수행가능한 퀘스트도 랜덤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한 번의 정주행만으로는 - 전체 맵을 모두 탐험하더라도 - 특정한 캐릭터나 보스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캐릭터의 누적된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게임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생각한다면, 디아블로는 애초부터 여러번 플레이 할 것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되었음이 분명하다. 아이템 드랍 아이템 생성은 종종 디아블로의 "비밀 소스"로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열성 팬들은 디아블로의 모든 아이템 생성 알고리즘을 꼼꼼하게 분류해놓았다. 컴파일된 데이터에 의하면 아이템을 드랍하는 개체들은 서로 미묘하게 다른 공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성격적 특성을 차별화한다: 상자는 크기에 따라 0-3개의 아이템을, 석관은 숨겨진 몬스터를, 무기 거치대는 언제나 장비를 드랍하는 식이다. 그러나 다량의 아이템을 드랍하는건 언제나 몬스터들이다. 잠깐 살펴보자. 자, 꽤 단순하다. 그렇지 않은가? 절반 이상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드랍되지 않는다. 드랍이 된다면 대체로 골드이다. 일반몹이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은 10.7% 밖에 되지 않으며, 특별 몬스터들은 언제나 뭔가 좋은걸 드랍한다. 퀘스트용을 제외하면, 아이템은 장비품이거나 소모성이다. 소모성 아이템은 체력 또는 마나 충전 포션, 스탯 상승 엘릭서, 마나소모 없이 일회용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주문서, 그리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을 가르쳐주는 마법책이다. 장비품은 무기, 방패, 갑옷, 헬멧, 반지, 목걸이로 나뉜다. 갑옷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외양을 바꾸며, 방패는 블럭 확률을 높여주고, 무기는 서로 다른 공속과 몬스터군에 대한 속성(예: 검sword은 동물류에게 150%의 데미지를, 악마류에게 100%의 데미지를, 언데드에게 50%의 데미지를 준다)을 가지고 있다. 반지와 목걸이는 파괴되지 않으며 언제나 마법 또는 유니크 등급이다. 모든 장비품은 또한 이하의 세 가지 종류에 속한다. 일반 - 일반 검, 방패, 헬멧 등등; 별다른 속성 없음 마법 - 파란색의 강화된 아이템; 앞서 언급한 접두사/접미사가 붙어있음 유니크 - 랜덤이 아닌 복수의 스탯과 특수한 속성을 가진 금색 아이템; 가장 흔하게 얻는 경우는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일반 아이템은 각 장비품 카테고리 고유의 스탯 증가 테이블을 따른다. 예를들어 헬멧 테이블은 이렇게 생겼다: Cap > Skull Cap > Helm > Full Helm > Crown > Great Helm. 각각의 서브 카테고리는 고유의 룩, 공격/방어수치 범위, 내구도, 판매시 가격 등등을 포함한다. 마법 아이템은 일반 아이템이 하나 또는 두 개의 특수 속성으로 강화된 버전이다. 이 스탯들에는 물/불/얼음/대지 데미지/저항, 캐릭터 수치 강화, 적중율 증가 등등이 있다. 일반 장비품과 비슷하게 특수 속성은 메인 카테고리와 서브 카테고리로 나뉜다; 예를들어 메인 카테고리로 불속성 데미지가 추가되었다면 서브 카테고리는 Flame > Fire > Burning > Flaming가 되며 각기 특별 데미지 범위가 포함된다. 서브 카테고리는 또한 접두사 또는 접미사로 나뉘어 실제 아이템 이름에 적용된다. 예를들어 Ivory Mace of Socery라면, "Ivory"가 접두사이며 31-40의 마법 저항을 갖는다. "Socery"는 접미사로 플레이어의 마법 스탯을 16-30 올려준다. 몇몇 특수 속성은 특정 카테고리에만 적용될 수 있으며, 어떤 접두사들은 다른 접미사들과 동시에 쓰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유니크 아이템은 최대 6개까지의 추가 속성을 가질 수 있지만 마법 아이템과 같은 매커니즘으로 생성되지는 않는다. 각각의 유니크 아이템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고유의 아이콘과 고정된 스탯/특수 속성 조합을 갖는다. 예를들어 "Gotterdamerung" 헬멧은 60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스탯 20 증가와 데미지 감소 4, 모든 저항 0, 플레이어의 조명 반경 40% 감소 옵션을 갖는다. 아이템 생성에 쓰이는 실제 공식은 매우 복잡하며 플레이어의 레벨, 몹의 종류, 위치, 현재 존재하는 아이템, 그 외 다양한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Jarulf's Guide는 이 모든 것을 분석해놨다. 일단 내가 플레이하는 동안 시스템이 생성한 것들에 대해서는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생성되는 아이템들의 대부분이 소모품임이 눈에 즉각 들어온다. 게임 전체를 통해 175개가 드랍되었으며 맵당 평균 9.2개였다. 고정된 좀더 작은 맵들에서는 중간값보다 약간 더 낮게 되어 있다. 소모품의 드랍은 게임의 진행을 통해 완만하게 줄어든다. 난이도를 미묘하게 조절하기 위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게임 초반에는 새로 온 플레이어들이 더 적극적으로 탐험에 나서게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체력과 마나 포션이 풍부하게 나온다. 그러나 나중에 가면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매커니즘에 완전히 숙련되었을테니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게 만들려면 좀더 열심히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일반 장비품은 드랍되는 아이템들 중 두 번째로 비중이 크며, 어떤 의미에서는 놀랍게도, 그 유용성이 다한 이후에도 한참을 더 나온다. 첫 맵 또는 그 직후의 맵에서나 쓸모있는 일반 아이템이 게임의 가장 마지막 맵에서도 꽤 자주 드랍되는 것이다. 전체 플레이를 통해 144개의 일반 아이템이 나왔으며, 평균값은 맵당 7.6개이다. 마법 아이템은 두 번째 맵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았으며, 두 번째 맵부터는 크게봐서 싸인함수 곡선을 그리며 주기적으로 드랍되었다. 드랍된 99개의 마법 아이템들을 통해 장비를 대거 교체할 수 있었으며, 평균 드랍율은 층당 5.2개로 소수의 맵에서만 일반 아이템보다 더 많이 나왔다. 유니크 아이템은 게임 전체를 통틀어 단 8개만 드랍되었으며 이는 맵당 평균 0.4에 해당한다. 이들을 통해 4개의 장비를 교체하였다. 이 50%의 장비 교체율은 강력한 아이템치고는 낮은 듯 보이지만, 일반 아이템의 2.1%, 마법아이템의 8.1%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아울러 그 성능상의 우월함으로 인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예를들어 Skeleton King's Undead Crown은 4번째 맵에서 얻은 헬멧인데, 생명력 흡수 속성 덕분에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게임 전체적으로 25회의 장비 교체가 이루어졌으나 이들 중 15개만이 아이템 드랍으로부터 얻었다. 경제 RPG의 경제는 꽤 까다롭다.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의 구입 기회를 주면서도 화폐는 너무 희귀하거나 너무 흔해빠지게 만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디아블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꽤 성공해서, 언제나 돈을 쓸 곳이 있다 : 아이템 감정, 장비 수리, 마법봉 충전, 심지어 가게주인의 인벤토리를 들여다보는데 돈을 내야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템 자체도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꽤 많은 소모성 아이템들을 구입했으며, 특히 게임 끝부분으로 갈수록 구입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주된 이유는 강한 몬스터들에 맞서 싸우기 위한 체력 및 리쥬비네이션 포션 구입이었다. 일반 아이템은 2번째 맵까지 구입했지만, 이후 빠르게 쓸모가 없어졌다. 마법 아이템이 그 자리로 대신 들어왔으며 - 유니크 아이템은 구입할 길이 없었다 - 주된 골드 하수구가 되었다. 마법 장비품은 굉장히 비싸서 수만골드가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마법 아이템들은 가게주인 NPC를 유료 드랍 아이템 공급원으로 만들어 경제를 굴러가게 했다. 대다수의 다른 RPG들과 다르게, 각 판매NPC들은 던전 아이템 생성 알고리즘과 유사한 알고리즘으로 아이템을 생성한다. 상점 아이템은 플레이어의 레벨업을 따라가며, 따라서 이들을 구입할 골드를 모을만한 시간을 준다. 아울러 계속해서 내가 쓸만하지 않은 아이템들 - 예를들어 마법사에게 민첩이 잔뜩 붙은 활 - 만 드랍되는 경우의 문제를 완화해준다. 아울러 각 상인NPC들에게는 어느정도의 개성이 주어져있으며, 그 자체로 경제에 약간의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예컨대 "저주받은" (안좋은 특수 속성이 붙은 마법 장비품) 아이템은 오로지 1골드만 준다거나 의족 소년 워트는 한 번에 하나의 아이템만을 팔지만, 게임 내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일 수 있는 등. 전체적으로 플레이하는 동안 4개의 일반 아이템과 6개의 마법 아이템을 구입했다 - 소비품 구입은 157개 - 그러나 이는 전체 장비 교체의 40%에 해당한다. 골드 루팅과 아이템 판매로 얻은 습득 골드의 전체량은 아래와 같다. 몇몇 날카롭게 솟아오른 부분과 깍아지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골드 축적은 게임 전반에 걸쳐 증가했다. 이는 골드 자체의 획득량과 아이템 판매를 통해 얻은 골드의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그러하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내 전사가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골드를 모으는 듯 보이지만, 내가 주워온 장비를 상인NPC들이 구입해 준 가격과 비교해보면 실질적인 골드 루팅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이다. 60932 골드 중 10%이하만이 직접 골드 드랍이었다. 게임을 종료했을 때 내게 남은 골드는 대략 5000 정도였는데, 이는 러프하게 봐서 게임을 하며 주은 전체 골드의 양과 비슷하다. 즉 내 전사가 드랍되는 골드를 전혀 줍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하며 구입한 (모두는 아닐지라도) 거의 대부분의 장비품과 소모품을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골드는 게임 내에서 독보적으로 보편적인 드랍 아이템이다. 따라서 대량으로 소모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소량의 골드를 소모할만한 여러 유용한 용처들 - 포션 구입, 장비 수리 등 - 이 있기에, 골드가 의미없어 보이는 경우는 없다. 결과적으로 골드 드랍은 디아블로라는 게임 내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듯 보이는데, 실제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묘한 수준이며 골드가 없더라도 경제 자체가 문제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 디아블로는 의심의 여지없이 성공했다. 무수한 GeoCity들과 Tripod (북미에서 유행했던 일종의 홈페이지 서비스 ...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진 않네요 -voosco) 사이트들을 디아블로 폰트와 불타오르는 움짤로 채워지게 만들었다. 사운드 효과도 최고였으며, 인터페이스는 싱글 플레이나 멀티 플레이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디아블로가 도입한 로그라이크 요소는 당시에는 비교적 흔치 않은 것이었기에 폭넓은 랜덤 요소와 훌륭하게 조율된 보상 시스템은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갔다. 물론 많은 다른 게임들이 이러한 조합을, 일부는 통째로 흉내내려 노력했지만 누구도 디아블로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디아블로라는 게임 전체는 각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말하는건 괜찮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영리한 디자인이 그것이다. 디아블로의 전체 세계는, 특히 아이템들은 그냥 랜덤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알고리즘은 엄밀하게 검증되었으며 아이템 생성의 매 단계마다 가능성들은 가지를 쳐나간다. 한편 이런 요소에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디아블로는 그 자체로서 세계관과 게임 규칙 사이의 일관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롱소드+1"이 아니라 "왕의 가속 검"이라는, 공속을 빠르게 해주고 약간의 보너스를 더 제공하는 이름 그대로의 무기를 얻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이 아이템을 계속해서 사용하며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감각을 쌓아나가고, 오래전에 사라진 어떤 왕국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검을 만든 대장장이를 연상하게 된다. 어떤 무기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러한 "특별함"은 동일한 접두사/접미사를 지닌 활이나 방패가 없기에 더욱 강조된다. 고정 스탯 아이템과 퀘스트의 존재는 검의 사연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며,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컨텐츠와 자동 생성된 컨텐츠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더 나은 아이템이 나왔을 때 갈망과 후회를 낳는다. 그리고 마침내 디아블로를 물리치더라도, 플레이어는 그냥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더 나은 아이템을 위한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그것이 지금까지도 게임을 모딩하고 플레이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2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plague of buggy, unfinished games explained by a video about tanks. Yes, really http://www.polygon.com/2015/1/6/7501619/buggy-games-why-they-happen 짧은 글이지만 재밌길래 ... ------------------------------------- http://www.youtube.com/watch?v=aXQ2lO3ieBA#t=41 여러분은 굉장히 유명한 타이틀을 가진, 업계의 베테랑들로 채워진 팀이 만든, 투자도 빵빵하게 받은 퍼블리셔가 출시한 게임이 종종 부실한 상태로 출시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해본 적이 있는지? 키이스 퓰러(Keith Fuller)는 프로그래머로서 12개의 트리플A 게임을 출시했고, 디자인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였으며, 지금은 Fuller Games라는 자신의 회사를 시작했다. 그는 *펜타곤 워(Pentagon Wars)*에서 발췌한 이 영상이 거대 게임의 개발 우두머리인 프로듀서가 만나게 되는 일들을 잘 설명해준다고 얘기한다. 일이 잘못되는 과정 퓰러는 친절하기에 프로세스를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스미스 대령 - 프로듀서 - 은 대통령 3명을 거치면서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던 중년남이에요. 그의 지휘보좌관들이 행복해보이는게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 뿐임을 보면 알 수 있겠죠?" 퓰러의 말이다. 모든 요청들은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에 의해 합리적인 이유로 반박된다. 그러나 이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을 가진 사람이 뭔가를 원한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으니까. 우리의 게임에 빗대어지는 무장차량은 특정한 임무를 노리고 디자인되었지만 빠르게 폐기된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초기의 비전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고통스럽고 긴 합의의 여정을 향한 첫번째 발자국일 뿐이다. "스미스에게는 초기 계획이 주어지고 이를 실행하려하지만,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겹도록 바뀌고 또 바뀌죠." 퓰러가 폴리곤에게 한 말이다. "프로듀서들은 클라이언트, 퍼블리셔, 스튜디오의 상급자 등으로부터 이런 요청들을 끝없이 받게되요. '혹시 그 ...'라는건 비용에는 큰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면서 뭔가를 바꿔야한다는 일종의 암호죠. "라고 퓰러가 말을 이어간다. 짧게 한판씩 할 수 있으면서 탄탄한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RTS게임을 만들고 있는가? 괜찮아보인다. 근데 혹시 그 ... 싱글플레이 스토리 모드로 1인칭 미니게임을 집어넣을 순 없을까? 애들이 엄청 좋아하거든. 안돼. 인원이나 돈, 시간을 더 투입할 수는 없어. 그냥 단순한 미니게임인데 뭘. 이런 과정들은 다른 게임들이 출시되면 더 복잡해진다. 특히 위에서 말한 부분들을 잘 구현한 게임일수록 그렇다. 여러분의 비전은 중요하다. 물론이다. 그러나 비전이 아닌 다른게 돈을 번다면 어쩌겠는가? 우리도 그렇게 돈을 벌지 말라는 법은 없잖은가? "장군들 중 한 명이 브래들리의 모형을 보고 스미스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멋지군. 근데 그 ... 러시아인들이 이 비슷한걸 만들었는데 날아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네. 브래들리도 날 수 있도록 만들게." 퓰러의 설명이다. "이런 일들이 모든 거대예산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다른 대작이 출시되면 일어나요." 이런 일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완성되지 못한, 그리고 때로 버그가 많은 게임의 출시로 이어진다. 부엌에 하수구를 설치하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개발자들은 때로 프로젝트 막바지에 부엌에 욕조를 추가하라는 업무를 할당받기도 한다. 퓰러는 현재 자신의 회사를 통해 개발자들이 이런 일들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심지어 개발 업무를 돕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이런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게임에서 일했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리나라의 총괄 기획팀장 정도로 보시면 될 듯 -voosco)는 원저작사에서 보내고, 예산과 시간은 퍼블리셔가 결정하고, 스튜디오 수장이 직원 제한을 부여하는거에요." 퓰러의 말이다. "실내 공간에서 짧은 거리의 시점을 위해 디자인된 렌더러를 사용하여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건 누구도 고려해주지 않았죠." 그래서 이 게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대통령 2명의 임기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개발했죠. 최종적으로 나온 게임은 원래의 디자인과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어요. 우린 이 영상에 나온 브래들리같은걸 출시한거에요." ------------------- 혹시 위의 영상에 자막이 없어 불편하신 분들은 매우 유사한 과정을 다룬 & 한글 자막이 포함된 다른 영상도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VypDiN-X5FA 오늘도 '혹시 그 ...'라는 얘길 들으신 많은 개발자분들께 바칩니다.
  2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op 5 design debates ignored in 2014 http://www.lostgarden.com/2014/12/top-5-design-debates-i-ignored-in-2014.html 소위 '순환떡밥'이라는게 있죠. 쿨타임되면 수면 위로 올라와서 화제를 뿌리고 논쟁을 벌이게되는 뭐 그런 여러 이슈들 ... 게임 업계에도 그런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실 변변한 게임 디자인 커뮤니티가 없기에 그런걸 볼 수 있는 장소조차 없는 셈이긴 하지만, 북미에선 이런게 이슈가 되었다더라 ... 하는 관점에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약하나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걸 찾아보려면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뭘 공부해야하나요?' '게임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건 게임 디자인에 직결된 논의도 아니고 또 결론이 나지 않은 이슈도 아니라서 ...) 한편 이 사람은 바로 위에 링크한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게임 디자인 이론들을 개발하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니엘 쿡이 고안해낸 여러 개념들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래 내용을 좀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뭐, 몰라도 크게 지장이 있진 않지 싶어서 소개해봅니다. 근데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번역이 완전 개판이네요. 양해를 좀 ... ------------------------------ 우리 업계의 어설픈 실무자들이 커뮤니티에서 게임 디자인을 둘러싸고 대화를 시작하던 80년대와 90년대를 되돌아보면, 몇 가지 양극화된 주제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곤 했다. 여러분도 아래 내용들을 알아보실거라 믿는다. '게임'의 올바른 정의 내러티브 vs 매커니즘 랜덤 vs 솜씨 리얼리즘의 중요성 캐주얼 vs 하드코어 많은 내용들은 그저 플레이어들이 어떤 게임들을 집어드는지 알 수 없어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사적 스위치를 뒤집어보면, 플레이어들이 디자이너가 되어 보편적 게임 디자인의 진리를 찾고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의견이란 당연히 각자 다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의견들이 갖는 입지란 데이터를 통해 보강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다행히도, 우린 이제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수천 가지의 게임들을 출시하며, 숙련된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 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통찰을 지니게 되었다. 미묘한 차이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 수많은 다양성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흑백논리와 닳고 닳은 이야기들을 무시할 수 있을만한 성숙미도 갖추게 되었다. 솔직히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고대의 디자인 정책을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훌륭한 게임들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발전지향적인 디자이너가 되자는 각오아래, 내가 2014년부터 무시하려하는 5가지 디자인 쟁점을 아래에 적어본다. 1. 게임의 올바른 정의 수 년간에 걸쳐 나는 게임을 정의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을 보아왔고, 나 자신도 해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내가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보려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게임은 다양하고 광범하다. 게임을 단일한 무언가로 정의해버리면, 아래 내용들 중 하나에 걸려들게 된다. 지나치게 광범함 : 따라서 이 정의가 어떠한 방향성이나 가이드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지나치게 협소함 : 이럴 경우 시스템이나 아이디어, 아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들과 영향력을 삭제해버릴 위험이 있다. 지나치게 꼬여버림 : 이럴 경우 이 정의는 게임을 만드는 일보다는 극단적인 경우들에 주로 관심을 보일 법률가들에게나 유용할 것이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나는 유용한 디자인 도구를 찾아보고 시험해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망치와 못의 존재를 만족시키기 위해 목공을 정의내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임에도 마찬가지 구도가 적용된다. 나는 비계와 루팅 드랍 테이블, 그리고 내부 경제에 더 관심이 많다. 영리한 디자이너가 자신들의 작업물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일반화된 도구를 발견하여 적절한 맥락 위에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그닥 보편적이지 않으며, 하나만 만들면 어디에나 적용될 필요는 없다. 작업 공구들처럼, 솜씨에 따라서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에 적용하여 수정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패턴이 아니다. 추천 : 여러분들만의 유연한 디자인 공구상자를 만들어보자. 이 공구상자를 연습하자. 적절한 곳에 사용해보자. '게임'을 정의하는데 집착하지 말자. 2. 내러티브 vs 매커니즘 과학은 한때 인간의 행동이 온전히 유전적인 것인지 아니면 온전히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하는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다. 이후 이 문제는 광범하고 복잡하며 상호연결된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영향 및 피드백 루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순진한 생각이었음이 밝혀졌다. 내러티브와 매커니즘 또한 유사한 구도로 상호연결되어 있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결국 인간의 두뇌는 순수하게 시스템적이거나 내러티브적으로만 세계를 이해하지는 않는 것이다. 기억, 학습, 감정의 방아쇠, 인과 등은 모두 우리의 두뇌가 우리를 둘러싼 매커니즘을 받아들이는데, 그리고 이를 다시 사회적 응답으로 표현해내는데 반영된다. 따라서 내러티브 vs 매커니즘이라는 갈등 구조는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어떤 'vs'도 없는 것이다. 이 논쟁의 발생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들이 존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구닥다리 선형 미디어에 속한 거만한 종족들이 게임 제작자들이라는 고립된 부족과 충돌하였고, 둘은 멍텅구리한 싸움을 통해 권력과 지위를 획득하려 노력하였으나 어느쪽도 게임 만드는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더라 ... 하는 것이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최근의 논의는 아래 사항들을 포함해야 한다. 내 게임이 유발하는 것은 기존 게임 스키마들 중 어떤 것인가? 학습과 비계 구조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게임 구조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극 형태들의 영향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 게임의 인과를 언제 바짝 조이거나 다소 느슨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시스템의 속도조절이란 무엇인가? 내러티브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어떻게하면 이를 고취시키기 위해 인간의 시스템에 접촉할 수 있을까? 인터랙션 루프나 감성 엔지니어링과 같은 이론들은 서사와 매커니즘을 통합한다. 훌륭한 상호작용 경험을 구축하는 대신 게임에 취해있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러티브와 매커니즘을 분리하여 실전에서 각기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스토리와 세계관 구축, 그리고 시스템적 테크닉들을 종합하여 어떻게 상호작용 시스템에 녹여낼 지를 고민할 때다. 추천 : 기존의 매커니즘에서 발생하는 내러티브를 고민하자. 주제가 기존의 멘탈 스키마를 활성화하는 매커니즘을 조명하게 하자. 우리는 전체적인, 통합된 모델이 필요하다. 적대적 이분법은 버리자. 3. 랜덤 vs 솜씨 80년대 워게이머들의 불평이 다시 번지고 있다. 랜덤이 순수한 솜씨의존형 게임에 비해 덜 전략적이며 솜씨와 무관하다고 비웃는 내용이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랜덤은 또 하나의 디자인 도구일 뿐이다. 솜씨와 함께 사용된다면 랜덤은 굉장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우리는 문명, MMO게임, 매치3나 온갖 종류의 카드 게임들에 대한 애정을 표하곤 한다. 퍼즐에서 전략 게임까지, 랜덤은 이미 현실의 일부이며 이는 정당한 일이다. 랜덤 시스템은 솜씨와 함께 이미 온갖 분야에 존재한다. '랜덤함'이란 학습 곡선이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선택지의 관리 측면에서 숙련의 강점을 제공한다. 심지어 슬롯머신조차 (아깝게 빗나가는 경우 등을 통해) 숙련도를 견줄 수 있게 만들어진다. 게임 디자인에서 주사위란 이미 포함된 요소인 것이다. 순환 구조가 도입된 게임들. 고립된 상태에서는 랜덤한 결과가 일어나기 어려우며, 랜덤함은 내부 경제의 일부이다. 랜덤이란 때로 전략적 다양성과 맥락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인 도구이다. 다르지만 서로 동등하게 타당한 플레이스타일들이 있다. 모든 이들이 철저하게 지성적이며 오로지 정신적 솜씨에 의존하는 게임들을 완벽하게 지배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몇몇은 쉬려고, 몇몇은 사교를 위해 게임을 즐기며 누군가는 물리적인 숙련을 위해, 누군가는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느낌을 원하기에 게임을 한다. 랜덤은 이런 플레이어들을 위한 게임을 디자인할 때 유익한 도구일 수 있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어떤 게임들이 흥미로운 방법으로 랜덤을 이용하는가? 여러분의 게임은 랜덤을 어떻게 솜씨로 연결시키는가? 랜덤과 노이즈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다른 노이즈 생성장치에는 무엇이 있는가? 복잡성 노이즈, 사회적 노이즈, 피드백 노이즈 등등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사람들이 어떻게 더 나아지게 만드는가? 추천 : 랜덤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연습. 공간을 탐험하기. 숙련을 다루는 랜덤한 게임 만들기. 지성적 엄격함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치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게임을 만들어보기. 여러분의 휴머니티를 확장하기. 4. 리얼리즘 과거의 미래예견가들은 게임이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워질거라는 전망을 표하곤 했다. 우리는 이런 전망을 통해 마케팅을 해왔고 이제 이는 일종의 도그마가 되었다. 여러분은 새로운 콘솔과 비디오카드, 컴퓨터를 구입하며 이러한 꿈에 도달하려한다. 1080p가 영광의 홀로덱을 위해 싸우는 성전사라고 주장한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대부분의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그래픽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리얼리즘은 더이상 주된 목표가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요소들은 더이상 게임의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더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마인크래프트나 퍼즐&드래곤과 같은, 리얼리즘을 무시하는 게임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벌 것이다. 리얼리즘은 틈새 시장이다. 지난 십수년간에 걸친 마케팅을 통해 우리가 적응하도록 훈련된,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의 하위문화가 갖는 미학적 선택에 불과하다. 만화나 글, 그 외 다른 고유의 형식들 또한 이러한 시장의 표현 방법들일 뿐이다. 리얼리즘은 불필요하게 비싸다. 우린 때로 구체적으로 어떤 자극이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면서 리얼리티를 통째로 게임에 옮겨놓곤 한다. 이는 마치 샷건과 같은 접근법으로, 뭔가 재밌는게 있길 바라면서 많은 노력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게임 개발에 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개발비의 상당 부분은 리얼리즘을 쫓기 위해 쓰여진다. 시뮬레이션은 디자인의 리스크를 증가시킨다.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는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시뮬레이션은 또한 그 자체로 감성적인 만족을 주지도 않는다.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 하면서도 동시에 매커니즘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것은 실패한 디자인만 남기는 경향이 있다. 각 게임에는 그 게임만의 내재적 가치체계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내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 테트리스와 같은 게임은 현실 세계와의 접점이 없이도 엄청난 가치를 갖는다. 플레이어들이 리얼리즘을 요구한다해도, 종종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건 리얼리즘이 아닐 수 있다. 리얼리즘은 때로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재하는 멘탈 스키마를 적용하면서 배워나가는 과정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리얼리즘을 요구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추상적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메타포를 요구하는 것이거나, 숙련된 플레이어가 불필요하도록 극단적인 경우를 지적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거창한 리얼리즘 이외의 해법들이 존재한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여러분의 게임 수요층에게 가장 적절한 아트 스타일은 무엇인가? 아트 스타일과 프로덕션 과정 및 예산 사이에서 균형점은 어디인가? 현실 세계에서 그들의 생김새와는 분리된 흥미로운 시스템이나 규칙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게임같기도하고 만화같기도 한, 풍성한 정보를 담은 초현실적 가상 리얼리티 게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추천 : 여러분의 게임이 정말 필요로하는 실용적 피드백은 무엇인가 고민하기. 여러분의 아트 리소스를 그런 지점들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투자하기. 풍성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어느정도의 시스템을 모델링 해야할지 고민하기. 디자인 리소스를 깊이를 가진 단순한 규칙들로 만드는데 투자하기. 영리하게. 검소하게. 누군가 리얼리즘을 주장한다면,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알아보기. 5. 캐주얼 vs 하드코어 캐주얼 게이머와 하드코어 게이머의 행동은 다르다는, 스테레오 타입화된 인식이 존재한다. 놀라울정도로 많은 디자인 상의 결정들이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에 기반하여 내려진다. 이 논쟁이 철지난 이유 캐주얼과 하드코어의 스테레오타입은 스테레오 타입이 가지는 진부함 때문에 문제가 많다. 이들은 잘못된 디자인상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지나친 단순화이다. 많은 스테레오타입들은 그냥 잘못되었다. 평균 플레이타임이 가장 긴 플랫폼은? 콘솔 또는 PC가 아닌, 휴대용 게임기 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용' 닌텐도 게임들이 게임 세션(1회 플레이시 플레이타임 ...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 하네요 -voosco)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매일매일의 주기적인 게임 플레이는 콘솔보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캐주얼' 혹은 '하드코어' 스테레오타입들 중 맞는건 극소수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엔 광범한 예외가 존재한다. 어떤 게임의 변종은 다양하다. 적절한 복잡도를 가진 어떤 게임에서든 6가지 또는 그 이상의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플레이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게임은 많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와 같다* 단순한 평균치는 여러분에게 자신의 게임을 어떻게 발전시켜야할지에 대해 아주 약간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서비스 기반의 게임들은 플레이의 양을 늘려 리텐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성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콘솔 게이머들은 나이를 먹어 점차 느려지는 중이다. 인구학적 근거와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여러 오래된 가르침들은 이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캐주얼' 또는 '하드코어'라는 개념은 '게이머'와 '스키너 상자' 등의 딱지붙이기로 오염된 경우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스테레오 타입들은 인지그룹을 강요하기 위해 무기화된다. 요즘의 디자인 (또는 마케팅) 논의에서 건설적으로 쓰이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흥미를 가져볼만한 다른 쟁점들 실존하지 않는 시장을 타겟으로 이익을 챙겨보려는 공룡과도 같은 싸구려 스테레오 타입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그룹들이 여러분의 게임에 어떤 독특한 반응을 보여줄까? (힌트 :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그룹들이 여러분의 게임에 어떻게 동기부여가 될까? 다수의 열정적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매력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가? 실시간 커뮤니티 반응과 반복작업을 통해 명확한 목표를 가진 틈새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대체로 '캐주얼'하게 보이는 게임을 만든다. 그러나 내 게임들은 끝없는 튜토리얼과 컷씬, 그리고 퀵타임 이벤트로 길들여진, 스스로를 '하드코어'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두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하를 준다. 반면 몇몇 최고의 플레이어들은 30~40세의 여성들로, 논리, 계획, 그리고 창의적 사고와 같은 활동에 능한 정신적 힘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어려운 게임도 잘 즐긴다. 내 게임의 시장은 '캐주얼/하드코어'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백만 종의 다양한 게임들 중에는 즐겁게 플레이할만한 게임들이 많다. 추천 : 누구도 실질적으로 '하드코어' 또는 '캐주얼'한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기존 시장과 유저군, 그리고 배급망을 통해 잘해봐야 플레이어의 마음에 가닿을 잠재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이후엔 일이 좀 복잡해진다. 여러분의 플레이어들이 가진 복잡한 측면들을 포용하라. 그들이 진짜로 누구인지를 파악하라.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우아한 솔루션을 만들자. 2015년의 생각들 여러분이 이런 5가지 주제들과 맞닥뜨린다면: 피해라. 우리 삶이 가진 창의력은 제한적이다. 좀더 건설적인 일에 그 시간을 퍼부어라. 이 논의를 전파하는 선생님들에게. 최신 게임 디자인 도구들을 가르치는 것을 고려해보자. 잘못된 도그마를 도태시키자. 이런 개념들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이제 나이브한 이론 만들기는 집어치우고 실무 디자이너들로부터 얻은 자료를 참조하자. 이런 개념들에 사로잡힌 게임 디자인 학생들에게. 고대의 화제를 댓글란에 적어넣는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이 직접 겪은 실험들을 토대로 대화에 임하자. 더 많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열화된 디자인 개념에 대한 대화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플레이어들과 그들로부터 파생되어나온 무수한 존재들 (팬 커뮤니티, 포럼 워리어, 문화 비평가등등)은 이런 주제들에 대해 계속 얘기를 나눌 것이다. 누군가는 재미를 위해, 누군가는 인정을 받기 위해, 누군가는 사업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들이 게임으로부터 받은 정신적 감정적 경험을 처리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목적들에는, 상황을 단순하게 양극화하는 것은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좀더 매력적이다. 결국 이런 무의미한 디자인적 관점들이 사실상 전통 또는 적어도 장난스런 의식이 되어버렸다.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식축구 경기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것, 아니면 멍텅구리를 보고 비웃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플레이어들이 건설적인 게임제작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들의 대화는 일종의 문화적 공연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디자이너 여러분들은 그래서는 안된다. 여러분이 유니폼을 입은 플레이어나 교복을 입은 학생처럼 행동하고 있을 때, 그 사실을 자각해야만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사실에 사로잡혀있기보다, 다른 실무 디자이너들과 대화하려 노력하자. 함께 도구와 지식을 쌓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