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ngsor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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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여기에 옮기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재미와 보상물 그리고 숙력이라는 부분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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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이란 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무래도 중독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니 촉발된 생각인 듯 하다. 의존성이 있냐, 금단 증상이 있냐… 등에 대한 학술적 측면에서는 나도 잘 모르니 그냥 일반적으로 쓰는 중독 – 계속 하고 싶은 마음 정도로 보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 본다.
학술적 측면을 얘기 안한다면서 곧바로 이야기 하자면, 스키너는 간헐적 보상 실험을 통해 원래 인간은 도박에 쉽게 빠져들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걸 증명했다. 따라서 게임들이 간헐적 보상물, 딱 잘라 말해서 디아블로를 죽였더니 노란게 나올지 주황색이 나올지 녹색이 나올지 가늠할 수 없는, 똥템이 나올지 대박템이 나올지 모르는 게임 설계 자체가 바로 중독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런 낙차가 클 수록 인간은 더욱 더 끊기 어렵다고 한다. 야구보다 축구가 더욱 중독적이고 경기를 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분 20분 동안 이리저리 공이 굴러다니다가 그물망을 흔드는 그 짜릿함. 슬롯을 돌리다 잭팟이 터지는 것과 동일한 기쁨을 느낀다.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서 정작 ‘재미’라는 부분을 건너뛰고 이야기한 것 같다. 재미,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한다. 머리를 쓰던 손가락을 쓰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재미는 얻어지는 보상물을 통해 증폭되고 쉽게 그만 둘 수 없게된다. 그런데 이거 재미라는 요소만 빼면 게임이나 일이나 비슷해 보인다. 목표 달성을 위해 이리저리 몸을 쓰고 머리를 쓰는. 결국 먹고 살기 위한거냐, 유희를 위한거냐 거기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 인간은 이렇게 게임, 놀이를 즐기는 동물로 진화했을까? 난 이부분도 결국 생존을 위해 게임,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고 믿는다. 인간은 본능보다는 습득에 의해 생존이 결정되는 생물이다. 먹을 걸 구하는거나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모든 행위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지식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실전에서 모든 걸 배울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태반은 굶어죽고 잡아먹혀서 죽을 것이다. 그래서 잉여 에너지가 있는 동안에 누군가로부터 배우거나 연습하여야 한다. 여기서 조금만 비약하자면, 사냥감을 잡는다와 사냥감을 잡기 위해 연습한다로 나누면 전자는 일이고, 후자는 게임이다. 일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생존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은? 눈 앞에 보이는 목표가 없다. 목표가 없으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연습)이 부족하면 언젠가 눈 앞에 닥칠 생존이라는 목표를 잡기 어려워진다. 난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연습-게임에서 재미를 느낀 종이 살아남았다. 그래서 인간은 게임에서 재미를 느낀다. 멍멍.
어쨌든, 굉장히 돌아왔는데 그렇기에 난 게임에는 숙련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면 뭔가를 얻는데 그게 게임에서 얻어지는 보상물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그 게임에 대한 숙련, 게이머의 스킬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액션 게임을 많이 해서 손과 눈의 반응이 빨라진다거나, 퍼즐 게임을 많이 해서 특정 패턴에 대한 인지 능력이 발달한다거나 하는. 이런 요소가 없다면 게임이라 부르기 조금 꺼려진다.
이후에 이야기할 부분은 조금 민감한데… 그래서 ‘과연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같은 게임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이다. 몇번 농담 삼아 확밀아는 게임이 아닌 빠찡코라는 것. 숙련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낮고, 간헐적 보상물에 대한 목표의식만 잔뜩 높여놓은 도박이라는 이야기다. 확밀아에도 숙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글쎄…
어째 글을 쓰다보니 확밀아 까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보상물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본질은 숙력과 성장(게이머의)이며 이를 가능하도록 지속시키는 요소는 재미여야 한다는 것. 네, 그러니까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