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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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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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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4 : 진영

3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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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근성의 역작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4가 나왔습니다. 이전 부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파트 4. 진영

이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다룬 커뮤니티 장치들은 대부분 미시적이거나, 미시적인 부분이 있는 장치들이었죠. 그러나 진영쯤 오면 굉장히 규모가 크고, 개별 플레이어들의 피부에 와닿는 커뮤니티적인 부분은 좀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 장치가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꽤 크다고 생각해요. 

진영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시도했던 것은 DAoC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대규모 PvP는 RvR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이는 Realm vs Realm 의 약자이고, 이때의 Realm은 즉 진영을 의미하죠. 이 진영이라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요소였고, 꽤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후 와우가 이 개념을 채택하면서 확실히, 굉장히, 널리 보편화되었죠. 진영은 대충 다음의 두 가지 요소로 넣을 수 있습니다. 

진영 시스템의 구성 요소

첫째, 한 서버에서 복수의 진영에 캐릭터를 생성할 수 없습니다. 즉 어떤 서버에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진영을 선택해야하고, 이 진영은 그 서버의 모든 캐릭터를 삭제하기 전까지는 바꿀 수 없습니다. 첩자질 (spying) 의 문제도 그렇고 소속감의 문제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가피한 장치였죠. 지금 와우는 이런 경계도 사라졌습니다만 그건 좀더 아래에서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둘째,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한 이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됩니다. 와우는 채팅만, 다옥같은 경우는 아이디를 알아보기도 어렵게 되어있죠. 상대에 대한 개인적 감정의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이며, 개인적 감정을 집단적 감정의 문제로 치환해주는 꽤 좋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DAoC의 경우에 더 그런데, 예를 들어 상대 진영의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면, 진영이 없는 다른 게임에서 이는 철저히 개인간의 문제입니다. 나라는 개인은 상대 아이디 뭐뭐라는 개인에게 감정을 품게 되는거죠. 이건 그닥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개인간의 은원이 돌고 돌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되거든요. 어떤 류의 게임들에서는 이런 ‘감정으로 말미암은 은원의 순환’을 게임의 일부라고 보기도 하는 것 같지만 (대표적으로 리니지1 등의 게임들?) 저는 이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건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DAoC 같은 게임에서는 이게 진영간의 갈등이라는 집단적 감정의 문제가 됩니다. 상대 진영의 누구라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상대 진영’ 자체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 같은걸 불태우게 되는게, 이쯤 오면 이건 게임 플레이의 일부라고 봐줄 수 있습니다. 

결국 진영간 커뮤니케이션 제한을 통한 핵심적인 장점은 게임 플레이의 일부인 PvP를 통해 발생한 개별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다시금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이죠. PvP는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동기’를 발생시킵니다. 진영이 없는 게임에서 이 동기는 안좋은 쪽으로 발달하거나 무의미하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영이 있는 게임에서는 이 동기가 좋은 쪽으로 발전하여 게임 플레이의 일부를 이루는 일종의 싸이클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진영 시스템의 장점

진영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집단적 소속감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게임을 더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있겠죠. DAoC를 할 때 저렙인 제가 파티원들을 모아 어딘가에서 열렙을 하고 있으면, 어느순간 채팅창에 경고가 울립니다. ‘우리 영토가 공격받고 있음’ 이라는 메세지죠. 저는 저렙이기 때문에 나가봐야 순삭이라 렙업이나 하자고 맘먹고 눈 앞의 몹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제가 사냥하는 장소 근처를 고렙들이 줄지어 말타고 지나가면, 그들이 펄럭이는 망토가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어요. 그들은 모두 국경지대로 우리 진영을 지키기 위해 출전하는 중이고, 이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두근댑니다. 현실에서는 애국심과는 거리가 먼 쿨시크한 납세자와 그 세금을 기반으로 한 공공 서비스 제공자로서만 자신과 국가의 포지션을 잡는 저지만 게임에서 이런 가슴 두근거림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와우에서도 비슷한 일은 많죠. 저렙인 내가 렙업하는데 누군가의 거듭되는 뒤치기로 화가 날 때. 화는 나지만 여전히 저는 저렙이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미쳐버릴 듯 답답할 때. 지나가던 우리편 고렙이 아무 이유없이 저를 도와줍니다. 복수는 3배로 해야 제 맛이라며 한 시간이 넘도록 제 주변을 돌며 지켜주고 상대가 보이면 잔혹하게 눕혀버립니다. ‘같은 진영’ 이라는 것 이외엔 여기에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그건 고렙과 저 사이를 강하게 묶어주는,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강력한 끈이죠. 

진영 시스템의 단점

한편, 이런 진영 개념은 널리 알려진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영간의 밸런스 문제가 바로 그거죠. 이게 일단 시작되면 가속화되는건 순식간인데다가 해결하기도 몹시 어렵습니다. 와우의 2진영 구도는 물론이고 DAoC의 3진영 구도도 그렇습니다. 혹자는 3진영 구도에서라면 한 쪽이 두드러지게 강할 때 다른 두 진영이 연합해서 대응하는게 가능하므로 괜찮다고도 하던데,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북미 서버에서는 그런 의도가 그럭저럭 어떻게든 동작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 한국 들어오니 여지없더군요. 저는 한국의 DAoC에 서버가 2개 있던 시절에 플레이했었는데, 두 서버 모두 알비온의 압도적 강세였고, 이는 하이버니아와 미드가드가 연합을 하건 뭘 하건 상관없었습니다. 렐릭 3개는 언제나 알비온이 가지고 있었어요. 

진영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들

이런 진영 시스템의 밸런스에 내재된 위험성은 그나마 PvE에 관련된 문제들이라면 후대의 와우가 보여주었듯 인터서버 장치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PvP 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습니다. 오리지널의 와우는 ‘진영’ 이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가져가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불타는 성전부터는 진영을 버리지는 않되 어떻게든 진영 시스템 본연의 효과 – 이 경우 DAoC가 노렸고 효과를 보았던 그 부분이겠죠 – 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와우의 PvP가 대규모가 될 수 없었던건 서버나 클라이언트의 퍼포먼스 저하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2진영 구도에서 이를 너무 격하게 밀어붙일 경우 와우의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 자체가 이를 받쳐줄 수 없었던 부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구가 기우는건 답이 없거든요. 그렇기에 와우의 진영 시스템 도입은 아주 이상한 일이기도 하죠. 진영에 묶이는 집단적 소속감 등의 문제가, 진영간의 마찰이 없으면 전혀 자극되지 않아요. 와우는 그 장점만큼이나 다양한 단점들도 가지고 있지만 확장팩이 거듭되면서 다각도로 그 해결을 모색했고 실제로도 대부분 나아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딱 하나, 진영 문제만은 답도 없고 뾰족한 해결책도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길드워즈2 정도까지 오면 얼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길드워즈2에는 고정된 진영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서버 자체가 진영이고, 서버끼리 서로 싸우는 구도입니다. 서버 내부의 공간에서 플레이어들은 착실히 PvE 컨텐츠를 즐깁니다. 서버 외부의 공용 공간에서 다른 서버 플레이어들을 만나 에픽한 전투를 벌입니다. 3개 서버가 하나의 전장에 모여 24/365 지속되는 전투를 벌이는데, 물론 특정한 서버가 너무 강하거나 약할 수도 있습니다.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거죠. 고정된 진영을 가진 시스템 하에서 이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골치가 아픕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는 잠시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제에 가까운 처방입니다. 

길드워즈2에서는 그럴때 맞상대하는 서버를 바꿉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길드워즈2를 하던 당시에는 2주 로테이션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3개 서버가 2주간 전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비교해서 매치메이킹을 다시 하는거죠. 물론 그 매치메이킹은 서버간의 실력 차이를 반영합니다. 하나의 서버가 하나의 진영이 되며, 진영간의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2주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매치메이킹을 통해 조정합니다. 소위 탑티어 (Top Tier) 라 부르는 최상위 3개 서버는 그 자부심도 대단하거니와, 24시간 내내 일정 이상의 병력 – 플레이어 – 을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인원동원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한편 길드워즈2의 이런 방식은 컨텐츠 추가 개발의 부담도 해결해줍니다. DAoC에서 3개 진영은 모두 독자적인 컨텐츠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드가드/하이버니아/알비온의 3개 진영은 고유의 맵과 몬스터 등을 갖추고 있었죠. 이는 다시말하면 하나의 캐릭터로는 게임이 제공하는 모든 컨텐츠를 즐긴다는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와우 또한 마찬가지죠. 중렙 이후는 대부분 분쟁 지역이라 컨텐츠를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분쟁지역의 다른 진영이 제공하는 퀘스트는 해볼 수가 없고, 각 진영 고유 지역은 아예 맛볼 수가 없습니다. 길드워즈2에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서버별로 PvE 지역의 컨텐츠는 완전히 동일하니까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길드워즈2의 서버간 전쟁 구도는 2004년인가 2005년 경에 제가 일하던 프로젝트에서 제안했던 것과 100% 일치하는 구조입니다. 기각되어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길드워즈2를 해보면서 뭔가 내 안의 선견지명을 확인한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뿌듯하기도 ... ;; 

저는 mmog의 진영 개념을 꽤 좋아합니다. 샌드박스 타입 mmog는 게임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공장에 가까운데 비해, 와우에서 비롯된 테마파크 타입 mmog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러나 진영 개념은 이런 테마파크 타입에 플레이어 내러티브, 나아가서 대서사가 펼쳐지는 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월등히 높여주는 장치거든요. 그러나 이런 멋진 시스템도 명확하고 커다란, 극복하기 어려워보이는 결정적 한계로 인해 자주 쓰이지는 못했죠. 하지만 여기에 길드워즈2가 제안한 해결법은 그간 문제시되어 왔던 요소들을 꽤 많이 해결하고 있는데다가, 어차피 요새는 서버간의 구분이 없는 방식으로 mmog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좀더 많이 쓰일 것을 기대해봄직도 ... 하긴 한데, 요즘은 애초에 mmog를 만드는 경우 자체가 드물어지니까요. 좀 서글프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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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도입부터 "단단한(변경 불가능한) 진영"에 대한 실마리는 "부드러운(변경 가능한) 진영"으로 최근에는 굳어져가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댓글로 달고자 했었는데 말미에 역시나 등장하는군요 ㅎㅎ

샌드박스 게임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단단한 RvR을 시도하려했던 아키에이지의 동/서 대륙 개념도, 최근에는 국가 개념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낸 바도 있었고요.

제법 오랫동안 리니지나 이브 등을 하거나 구경하면서, "내분"이라는 강력한 "진영 소모 컨텐츠"로 인한 순환이 없다면 애초에 진영 대립이라는 그림 자체가 언젠가는 어딘가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온의 경우는 해본 적은 없지만 천족과 마족의 균형이 깨지면, 용족이 나타나서 강자 진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힘의 균형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출시 초기에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드래곤라자를 포함한 D&D 룰에서 등장하는 "크림슨 드래곤" 처럼요.

단단한 진영 구도에서 구성비를 유지한다는 건, 어찌보면 끝나지 않는 전쟁 구도를 유지하려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휴전중인 우리나라의 현 상태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장기적인 힘의 균형은 결국 "교착 상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진영 구도의 빅재미는 진영과 진영이 맞붙게되는 전면전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간간히 국지전만 일어나는 교착 상태의 전황이 게임 전체에 큰 재미 요소로 작용할 여지는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균형이 무너져 전쟁이 발발하고 시간이 얼마가 됐든 어느 쪽이 승리를 하고 번창을 한 다음, 다른 세력을 모아 그를 뒤집든 아니면 번창한 진영에서 내분이 일어나 왕좌의 게임이 시작되든 뭔가 지속되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며칠 전에 본 카테고리에 포스팅 됐던 "(펌)슈팅게임의 생체감각적 반응에 관한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인게이지의 변화 흐름을 유도하는 것 처럼요.

그리고 그런 변화를 주려면, 위의 두 가지 후속 시나리오 중

1) 패배 진영이 다른 세력을 모아 그를 뒤집든
2) 번창한 진영에서 내분이 일어나 왕좌의 게임이 시작되든

이 중 어느 것이라도 진영 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래서 저는 시스템이 정해주는 강력한 구분보다는,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드의 상위 개념으로 흔히 묘사되는 "연맹 또는 연합"과 같은 진영 구도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는 편입니다.


PS1. 길드워2에서 제 경우는 한 세계(서버) 내에서는 RvR이 일어나지 않고, 별도의 외딴 공간에서 다른 세계(서버)의 존재들과 WvW를 한다는 부분이 전체적인 세계로의 몰입감을 저해하곤 했습니다.
WvW 자체의 컨텐츠가 풍성하고 흥미로운 것과는 별개로 말이죠..


PS2. 사실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고민을 넘겨주는 것을 (게이머의 입장일 땐 선택의 고민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시스템이 나눠주는 종족의 개념과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낸 연맹의 개념을 크로스오버 해서, 드워프 사냥꾼은 A와 인간 성기사인 B가 사실은 OP연합이라는 하나의 연합 소속 동료인데 갑자기 드워프와 인간 사이에 정치적인 이슈로 적대적 관계가 선포되고 A와 B는 연합의 동료와 종족의 적대적 관계라는 아이러니에 봉착하게 되는 그런 구도를 떠올려보곤 하는데... 비슷한 경험을 예전에 썬온라인 개발하다가 서버 구현 도중 "피아식별 처리"가 난해해진다는 까닭에 쉽게 정리해버렸던 기억을 상기하면서 개발자도 플레이어도 여러모로 어렵겠구나하며 한탄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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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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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나름 중요한 사항을 빼먹었는데, 진영은 독고다이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프리포올(Free For All) 상태와 PvP, 그리고 여기에 소규모의 커뮤니티 장치 (길드, 혈맹, 클랜 등) 가 결합될 경우 종종 보게되는 문제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제어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가 없고 따라서 이들의 규모가 거대화할 때 독고다이 플레이어 (딱히 소속이 없거나 친목 목적의 소규모 커뮤니티에 가입한 플레이어들) 들이 여기에 휩쓸려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죠.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들이 꽤 자주 벌어집니다. 이런 구도의 전형적인 사례인 리니지 시리즈를 보면 특히 독고다이 플레이어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데, 바츠 해방전쟁으로 알려진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진영을 짜놓으면 이들에게 안전망이 생깁니다. 물론 각 진영 내부의 소규모 커뮤니티 장치별로 어느정도의 쏠림 현상이 생기긴 하지만, 거대화한 소규모 커뮤니티라고 해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군으로 묶여 있는 이상 이를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아군으로 끌어 안고 가야한다는거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진영별 인구비의 문제 등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진영은 낱알처럼 흩어진 개별 플레이어들에게 약간의 안전망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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