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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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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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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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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Gone Home - 1인칭 시점의 인터랙티브 독백 재생기

9 posts in this topic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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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가을 세일 기간 동안, 평가가 좋다는 말에 덥석 사버린 Gone Home 감상입니다. 원래는 리뷰를 쓰고 싶었습니다만, 누군가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리뷰 할 도리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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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1년여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케이틀린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자동 응답기에 늦은 밤 도착하고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탈테니 마중나올 필요 없다고 메시지를 남기긴 했습니다만, 어머니는 커녕 아버지도, 여동생도 보이지 않습니다. 케이틀린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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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Home은 위와 같이 케이틀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마우스 이동과 WASD 키를 사용해 FPS 게임 처럼 자유롭게 집 안을 이동할 수 있고, 원하는 곳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거나 닫거나 물건을 집거나 보는 등의 모든 행위는 마우스 클릭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사실 이게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사실 이 Gone Home을 게임으로 보아야하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물건을 줍고 소지품을 사용한다거나,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퍼즐을 푸는 등의 모든 게임 플레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널려있는 메모나 노트를 보는 것이 유저가 할 수 있는 전부지요. 물론 중간 중간 잠겨 있어 지나갈 수 없는 문과 같은 장애물도 존재합니다만, 이들은 모두 이동의 결과로 그냥 열립니다.

등장 인물 없이 노트나 메모만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스토리 텔링은 이미 시스템 쇼크 2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Gone Home에서 노트와 메모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용자가 스토리를 유추하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메모를 건드리면 난데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금 이 집에 있지 않은 다른 등장인물의 독백을 재생되고 메모는 이 독백을 보충할 뿐이죠. 사실 이 독백이 상당히 생뚱맞기 때문에 주인공이 혹시 싸이코메트러가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게임플레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스토리텔링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선 To The Moon과 비교되긴 합니다만 To The Moon은 유치하나마 미니게임 퍼즐이라도 있었던 반면, Gone Home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미니 게임을 떼놓고 보자면,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라는 점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To The Moon이 3인칭 시점에서 대사와 연출로 그 스토리를 전달한 반면 1인칭 시점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어떠한 연출 없이 독백으로 풀어간다는 점은 뚜렷한 차이입니다.

게임플레이를 떠나서 과연 Gone Home이 제공하는 경험은 만족스러운지를 본다면, 좀 애매합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조금 신선하긴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스토리 자체의 스케일이 작고, 너무 단조롭습니다. 좀 신파긴 하지만 To The Moon의 스토리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작고 간단한 일로 시작해서 반전과 큰 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반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죠. 스토리 자체도 누구나 코끝이 찡해질만큼 서정적이면서 또한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구요. 하지만 Gone Home은 그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고 중반부에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결말에 이르러선 허탈해집니다.

게임으로든,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로든 $19.99는 폭리입니다. 플레이시간이 80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요. 하지만 $5 이내로 구입하실 수 있다면 뭐 VOD로 그냥저냥한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고 즐길만은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 1인칭 인터랙티브 독백 재생기를 게임으로 사라고 추천하신 Voosco님께서는 저에게 술을 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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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game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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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나니 뭔가 빛좋은 개살구 라는 뉘앙스군요.

아무 조작도 없는 진행이라니 확실히 색다른만큼 허탈하겠네요.

하물며 스토리가 일정부분부터 예측되는 선에서 끝난다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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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nley Parable 리뷰를 끝내고 짧게나마 Gone Home을 리뷰해볼까 했는데 이미 tophet 님께서 테잎을 끊어주신 덕에 저는 숟가락만 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트위터에서 곤홈에 대한 감상을 다음과 같이 적었었습니다.

인용

 

곤 홈(Gone Home) 클리어.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과 집이라는 익숙한 배경을 소재로 어둠과 고립과 고독을 통해 플레이어를 집중시키는 점, 음악과 나레이션의 청감각이 메인라는 점이 멋지지만, "게임"으로 보면 "투더문"의 연장선.

일단 곤홈은 간략하게 "3D 투더문"같은 느낌이라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크게 주목할만한 매커니즘은 없어보이지만, "전달 도구로서 게임을 선택한 점"이라는 것과 "이야기의 주제"가 이슈를 불러일으킬만한 점은 확실히 인정한다. 상당히 인상적이고 감동적임.

일단 스탠리와 곤홈은 "동일 장르를 표방하지만 양 극단에 선 작품"의 느낌이다.

 


 

이미 본문에서 tophet 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곤홈은 매커니즘 측면에서는 전무하다시피할만큼 게임 디자인 요소가 없습니다.

다만 굳이 게임을 선택한 점과,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전달 도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얼마나 활용했느냐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달력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 트윗 인용에서 보시다시피, 곤홈이 다루는 주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꽤 이슈가 됐었고,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민감하고 반감을 충분히 살만한 주제를 게임이라는 도구로 어떻게 풀어냈느냐라는 부분에서, "굳이 게임을 전달 도구로 사용했으면, 보다 게임스럽게 풀어냈어야지"라는 기존의 많은 기조와는 달리, 오히려 거꾸로 가듯이 "더더욱 영화적인 서사 전달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게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적 연출을 사용한 숱한 게임들의 스토리텔링에게, "이럴 거면 차라리 영화를 보지!"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이 영화와 차별되는 근본적인 키포인트인 "직접 한다"는 부분만을 전적으로 사용한 것이 제게는 묘하게 정제됐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제작자는 서사의 주인공(화자)인 여동생 사만다(샘)를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게임이 가지는 "직접 한다"와 "화자에게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됐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반감을 충분히 살 수도 있을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곤홈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만다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세간에서 비욘드 투 소울이 이해도 안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놔서 몰입이 안된다는 평을 들었던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곤홈은 그래서, 서사의 주인공은 여동생인 사만다이지만, 플레이어는 가족 내에서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인 언니 케이틀린(케이티)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동조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아군도 적군도 아닌 제 3자의 케이틀린이야말로,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이제부터 알아가야하는 플레이어가 몰입하기 적절한 캐릭터였을 겁니다.

제가 곤홈을 3D 투더문으로 평가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첫번째는 정해진 스토리를 그저 감상만하는 선형 스토리텔링 드라마라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입장"이라는 점입니다.

본문의 제목에도 쓰여있다시피, 곤홈은 장기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집안의 장녀가 텅 빈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동생의 일기를 읽어주는 "독백 재생"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진도가 진행될수록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어디선가 재생되는 동생의 일기 낭송은, 처음에는 상당히 당혹스럽습니다. 플레이어가 집을 조사하면서 찾아낸 메모나 서류의 내용도 아니고, 플레이어로서는 사실 현 시점에서 전혀 알 수 없는 일기의 내용을 읽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곤홈의 큰 영화적 연출의 차용점임과 동시에,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상당히 나쁜 게임 연출 디자인으로 여겨지게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점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어의 추적 행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겉도는 평행선의 느낌으로 일기 낭송이 진행되는 기분이 든다는 점입니다.

다만 플레이어가 찾아낸 어떤 흔적과 관련된 일기의 내용이 재생된다는 점이, 그나마 실낱같은 연관성을 겨우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이 일기는 어디서 읽히고 있는거야?"라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의문증은 게임의 라스트 씬에 가서야 겨우 밝혀집니다. 그러고나면 비로소 "아 이게 이런 식의 연출이었군"하는 추정은 됩니다만, 사실 그 때까지 진행하는 내내 찜찜했던 기분이 완전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죠.

살짝 스포일링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마지막 단계에서 동생의 은밀한 공간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에 펼쳐져있는 동생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은 그 일기를 동생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언니가 읽고 있었던 거고, 게임의 시작과 끝은 사실상 전체가 회상씬에 가깝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설명드렸던 "더더욱 영화적 연출의 차용"이라는 부분은, 바로 이 회상 씬 전체에 덧씌워진 화자의 나레이션이라는 연출을 이야기드리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둠과 고립과 고독은 망상의 여유와 시계를 제한시키고, 차분하게 시각 정보 이외의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 게임이 메인으로 내세우는 감각 요소인 "청각"이 최대의 효과를 발현하게 됩니다.

곤홈은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어진 어두운 무대에서 누군가가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것과 흡사한 분위기를 가집니다.

게임은 철저하게 제어된 동선을 따라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일기의 내용을 밝혀가게 됩니다. 일기를 읽어준다는 이야기의 메인 스트림과 함께,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생의 일화와 관련된 카세트 테잎과 테잎이 있는 곳에는 항상 존재하는 카세트 플레이어.

일기를 읽어내려가는 동생의 목소리와 그 일기가 기록될 즈음에 연관된 카세트의 음악이, 동생이 그 당시에 느꼈을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공감하게 하면서 조금씩 이야기에 몰입도를 더해갑니다.

그리고 곤홈의 이야기는 반전이 없습니다.
이야기의 중반에 가면 거의 확실시 되고, 심지어 초반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커다란 서사구조를 가지는 일반적인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보다, 곤홈의 이야기는 동생의 심리상태가 시간에따라 변화해가는 내용을, 그리고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금씩 동생을 이해하고 마침내 공감할 수 있게 이끌어가는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곤홈의 스토리텔링이 투더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대단한 점을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자의 심리 상태 변화 흐름"을 정말 섬세하게 깔아놓았던 데다, 이를 플레이어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적절히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주제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이라 결말을 수용하고 동감하는데에 성공적이었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정도로 전달했다는 점만큼은 분명 멋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성이라는 부분의 부재와, 시나리오 상의 한계로 인한 일회성 플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짧은 볼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세일 기간이 아니면 다소 부담되는 가격 책정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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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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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특별하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도 나름 특별하긴 한데 그 때문에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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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소재도 특별하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도 나름 특별하긴 한데 그 때문에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말씀하신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의미로..
말미에 "세일 기간이 아니면 다소 부담되는 가격 책정"으로 부드럽게 적어보았습니다.. ㅎㅎ

사실 북미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의문이 좀 들기도 하는게..
tophet 님과 저의 공통적인 의견 중에 "게임 디자인 관점에서 리뷰의 의미가 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귀결이 된 부분이 있는데요..

정말 다루는 주제 때문에 이슈가 된건지, 아니면 혹시 그들이 앞서 투더문이 이룩해놓은 업적을 미처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Voosco 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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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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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사실 북미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의문이 좀 들기도 하는게..
tophet 님과 저의 공통적인 의견 중에 "게임 디자인 관점에서 리뷰의 의미가 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귀결이 된 부분이 있는데요..


거기에 덧붙여서 전 스토리 자체도 소재나 연출, 전체 구성 등이 신선하긴 하지만 인상적이진 않다는 거지요. (반대로 스탠리 우화는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이 부분이 아마 Zerasion님과 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일 거에요.

아 물론, '그거'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는 인상적이에요. 그거 하나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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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한편, Gone Home은 타임지 선정 2013년 10대 게임 중 하나로 꼽혔군요. 

http://techland.time.com/2013/12/04/technology/slide/top-10-video-games/

 

그것도 4위라는 엄청난 랭크로군요...!

GTA 5, 어쌔신스 크리드 4, 포켓몬 XY 라는 걸출한 시리즈물들 바로 뒤네요.
게다가 GTA 출시 전까지만 해도 GOTY 감이라던 팬들의 반응을 보였던 라스트 오브 어스보다도 상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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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game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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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그것도 4위라는 엄청난 랭크로군요...!

GTA 5, 어쌔신스 크리드 4, 포켓몬 XY 라는 걸출한 시리즈물들 바로 뒤네요.
게다가 GTA 출시 전까지만 해도 GOTY 감이라던 팬들의 반응을 보였던 라스트 오브 어스보다도 상위라니..

 

뭐 타임지는 게임 관련은 아니니까 게임적인 측면보다는 주제에 대한 점수가 높아서 그런 결과가 나온게 아닐까 싶네요 본 글과 관련되서 생각해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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