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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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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길드워즈2 - 정말 모험

4 posts in this topic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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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최근 가장 멋진 경험을 선사했던 게임을 꼽으라면 길드워즈2를 꼽겠습니다. WOW로 인해 엇나간 (?) mmog 본연의 재미를 최신식으로 재탄생시켰으며, 그간 mmog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요소들을 성공적으로 소개하고 있기도 한 멋진 게임입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길드워즈2는 지금까지 나타났던 mmog들 중 가장 선진적인, 발전된 mmog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크리티컬한 단점들로 인해 이 굉장한 게임이 상업적으로는 와우만큼 대박을 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쫄딱 망한 것도 아닙니다. 나름 평타는 꾸준히 유지하면서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고픈 분들은 지금 바로 시도하실 수 있습니다. 약간의 영어만 가능하다면 비용도 아주 저렴한 편입니다) 저는 길드워즈2를 소개할 때 흔히들 영화를 평할 때 동원하곤 하는 '상업적으로 성공한건 아니지만 비평적으로는 훌륭한' 이라는 수사를 사용하곤 합니다. 정말 멋진 게임이죠. 

이 게임을 GDF에도 조금이나마 소개하고 싶긴한데, 저도 사실 길드워즈2를 하지 않게 된지가 좀 됐습니다. 그래서 기억도 살짝 가물가물한 편이에요. 하지만 다행히도 제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이 있어서 일단 옮겨와보기로 합니다. 지금의 야심은 '길드워즈2의 모든 멋진 부분을 소개하는' 것입니다만, 블로그에 올렸던 길드워즈2에 대한 몇 편의 글은 제가 생각하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이 부분도 정리해보고 싶긴 하네요. 

글은 크게 두 번 올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첫번째, '정말 모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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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길드워즈2를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문득 다른 mmorpg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모험하는 기분’이 강하게 느껴지는걸 깨달았다. 사실 이런 모험하고 싶은 기분을 내는건 그닥 쉬운 일이 아니다. 미지의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일종의 원심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지의 것을 미지의 상태로 놔두고 싶지 않다는 호기심이라는 구심력이 맞물려야, 모험하는 기분이라는 원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견 게임에서 모험의 감각을 제공하는건 쉬워보인다. 미지의 것을 탐험하면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 데스패널티의 경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모험의 기분’을 구현하는데 복잡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효율 최우선이 당연시되는 전반적인 mmorpg의 분위기 내에서 특별히 보상도 없는 모험에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보일 리가 없다. (그렇다고 강한 보상을 걸면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도 강해지기 때문에 여전히 쉽지 않다)

 나름 이런저런 mmorpg들을 다양하게 많이 건드려왔다고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그야말로 사랑했던 와우에 대해서 수십가지의 장점을 들 수 있지만, 그 리스트에 ‘모험심을 자극’ 한다는 부분을 넣을 정도로 뻔뻔하지는 못하다. 비단 와우뿐 아니라, 최근 몇년간 출시된 대부분의 mmorpg들이 다른건 몰라도 ‘모험하는 기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놀랍게도 길드워즈2는 이런 감각을 제공한다. ‘모험하는 기분’ 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로 나는 어떤 mmorpg를 하면서도 모험의 요소에는 크게 감응하지 않는 타입이다. 수천시간을 플레이 한 와우에서도 지도까기에 집착해 본 일 없고 (업적따위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 그 외에 못해도 수백시간을 했던 다양한 mmorpg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내가, 모험 요소에 혹하고 있다니. 빗대서 말해보자면 내가 드라마 속의 남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설정상 나는 전세계를 주름잡는 재벌가의 촉망받는 후계자인데, 평범한 여성이 느닷없이 따귀를 날린거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mmorpg에서 모험이라니.

 그래서 좀 곰곰히, 길게 생각해봤다. 나란 인간, 지도까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 말하자면 재벌집 자제분처럼 고고한 콧대를 가진 존심높은 모험외면형 플레이어란 말이다. 나에게 mmorpg란 남들보다 빠르게 누구와도 다르게 만렙을 달성한 후 엔드 컨텐츠를 즐기며 사람들과 잡담이나 풀어대는 게임인데. 이런 내게 따귀를 날리며 모험을 하게 만드는 길드워즈2는 어떤 게임인가, 길드워즈2의 어떤 측면이 나로 하여금 모험에 눈돌리게 만들었는가.

 

지도 시스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길드워즈2의 ‘공간을 구분하는 방법’이 다른 게임과는 꽤나 다르다는 것이다. 게임에 진입한 플레이어들은 당연하게도 퀘스트를 받아 당연하게도 지도를 펼쳐보고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곧바로 게임의 흐름에 휩쓸려버려 다른 게임의 지도와 길드워즈2가 보여주는 지도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을 눈치채긴 쉽지 않다. 근데 잘 보면, 이 게임의 지도 시스템은 묘하게 불편한 구석이 있다.

 일단 대표적인 현세대 mmorpg인 와우가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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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지도를 축소해서 아이콘 몇 개 넣고 지도를 만들 수도 있었을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별도의 아트웤을 통해 지도를 따로 만들고, 그 위에서 캐릭터의 현재 위치나 퀘스트 지점 등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왜 ‘실제 맵을 위에서 찍어 축소한’ 지도를 넣지 않았을까?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포괄적인 이유라면 역시 ‘편의성’의 문제일 것이다. 단순히 지형을 상공에서 찍어 평면으로 제공하는 지도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알아보기에’ 좋지가 않다. 간단하게 말해 어디가 갈 수 있는 곳이며 어디가 갈 수 없는 곳인지 확인이 어렵다는거다. 다른 부분과 다르게 표시된 부분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런 반면 위의 (리터칭된) 엘윈숲 지도가 드러내는 의도는 명확하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디가 갈 수 있는 곳이고 어디가 갈 수 없는 곳인지’를 한 눈에 알아보게 하겠다는거다. 편의성을 극대화 한 지도 시스템이다.

 한편, 이와 대비되는 길드워즈2의 지도를 잠시 살펴보자. 아래는 40레벨 ~ 50레벨 존인 Dredgehaunt Cliff의 지도이다. 물론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지도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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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과 ‘길이 아닌 것’의 차이 정도는 한 눈에 명확히 구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지도만으로는 ‘PC가 이동할 수 있는 부분’과 ‘PC가 갈 수 없는 부분’의 차이가 애매하다. 길 주변으로 하얀색이 배치된걸 보면 일단 하얀 색은 일종의 필드 (중에서도 눈덮힌) 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의 거대한 회색 부분은 일종의 큰 바위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가운데에 아이콘들이 있는걸 봐서 저 바위도 ‘갈 수 있는 곳’에 속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지도를 보자마자 이해하기보다는 좀 생각을 해봐야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좀 불편하긴 하지만 이정도면 넘어갈 수도 있다. 근데 그러면 아이콘이 없는 다른 회색 지역들도 모두 ‘갈 수 있는 곳’인가? 여기부터는 정말 애매하다.

 이런, ‘지도가 보여주는 정보의 불분명함’은 처음 길드워즈2를 플레이하는 나를 좀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냥저냥 플레이는 했지만 머릿 속에서는 의문이 떠올랐다. 지도에서 가용 공간 (갈 수 있는 곳) 과 비가용공간 (갈 수 없는 곳) 을 명확히 구분해서 보여줘야 한다는건 거의 일반상식 같은거고, 길드워즈2 개발진도 이걸 모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왜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비스타

 잠시 얘기를 돌려서, 이 게임에는 ‘Vista’ 라는 독특한 요소가 월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특정한 위치에 ‘도착’만 하면 곧바로 보상을 주는 컨텐츠이고, 감상적인 보상을 위해 주변 경관을 한번 둘러보게 해준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비스타는 별로 눈길을 끄는 존재가 아니다. 시작 지점 부근에 있는 몇 개의 비스타를 돌아보고, 보상이 있긴 하되 그닥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후에는 특히 더 그렇다. 근데 가면 갈수록 비스타는 점점 더 관심을 요구한다. 플레이어는 그에 응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언젠가 언급할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일종의 달성도와 같은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비스타는 손쉽게 접근 가능하다. 그러나 게임이 궤도에 오를수록, 비스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조금씩 만만치 않게 된다. 점프 액션은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복 도전을 통해 극복 가능한 부분이며, 안전장치도 넉넉하게 되어 있다. 중요한 관점은 이 요소가, 사람들에 의해 ‘점프 액션’ 이 아니라 ‘점핑 퍼즐’ 이라고 불리우는 부분에 있다. 비스타는 일종의 퍼즐이다. 물론  거기가서 정말로 퍼즐을 푸는게 아니라, ‘비스타에 도착하기 위한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퍼즐이다. 입구가 어딘지 확인해야하고, 입구로부터 더듬어 비스타로 이르는 길을 단계별로 유추해야하며, 간혹 중간에 잘못된 길도 배치되어 있기에 시행 착오도 거쳐야한다.

 비스타의 위치는 분명 지도에 명시되어 있다. 근데 거길 가는게 왜 퍼즐이지? 지도에 나오는거 아닌가? 왜 그 길을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야하지? 길드워즈2 이전의 게임들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나올 수 없다. 특정한 장소의 위치가 명시되어 있다면, 거기까지 가는 길은 지도가 보여주는게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길드워즈2에서는 좀 다르다. 목적지는 보여주지만 거기까지의 경로는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질문이 길드워즈2가 모험의 기분을 주는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믿는다. 와우를 위시한 여타의 mmorpg에서 지도는 오로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 길드워즈2에는 제 3의 요소가 있다. ‘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갈 수 있는 곳’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비스타는 이런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내는게 비스타가 점핑 퍼즐인 이유이다.

 

비스타와 지도, 그리고 숨겨진 길들

 지도 얘기로 돌아가서, 길드워즈2의 지도가 와우와 같은 게임에 비해 다소간 모호하며 편의성이 떨어져보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길드워즈2에 존재하는 모든 가용공간을 지도가 명확하게 보여준다면, ‘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갈 수 있는 곳’을 만들 수가 없다. 그 많고 다양한 샛길과 숨겨진 길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길드워즈2의 지도는 고의적으로 일부 정보를 은폐한다. 딱 구미가 당길 정도의 정보 (비스타의 최종적인 위치) 만을 노출하며,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정보 (비스타를 찾아가기 위한 입구에서부터 닿기까지의 모든 경로) 는 보여주지 않는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이를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막연하다. 최종 목표만을 제시할 뿐,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간혹 지도를 정말로 유심히 살펴볼 경우 아주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너무나도 희박하기에 찾아내기 어렵다. 비스타에 도착한 후에 지도를 다시 살펴보면 ‘이게 그런 의미였군!’ 하면서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착하기 전에는 그 모든 것들이 모호해보이는, 확신하기 어려운 정보들일 뿐이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이 비스타를 찾겠어’ 라고 생각하고 행동에 임하기보다, 대신 일상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주변을 눈여겨보게 된다. 행동하기 전에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는게 아니라, 다른 게임 플레이를 즐기면서 마음 한 켠에 약간의 여지를 두는 형태에 가깝다. 반드시 이 일을 하겠어 !! 라기보다는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비스타를 대한다. (물론 그렇다고 비스타 탐색을 염두에 둔 플레이가 완전히 차단된다거나,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퀘스트와 이벤트를 수행하며 언제나 마음 한 켠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수풀더미 너머에 감춰진 길이 있지는 않은지, 이 폭포의 뒷편에 비스타로 통하는 동굴이 있지는 않은지, 호수 깊이 들어가서 감춰진 바위문을 열면 비스타로 향하는 길이 보이지는 않는지. 이전의 mmorpg들이 ‘플레이어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것만을 원해’ 라고 단정하고 그런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철저히 기능적 편의와 효율추구에 필요한 정보만을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하는데 비해, 길드워즈2는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일부를 감추며, 다소간의 편의를 희생해서까지 ‘구미가 당기는 재미요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을 보여주는 간단한 예를 살펴보자. 해외의 어떤 게임 리뷰어가 찍어서 올린 동영상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q0Z8n120H7Y&feature=player_embedded#!

 시작하면 보여주는 지도에서, 이후에 가게 될 비밀길을 암시하는 어떤 힌트도 찾을 수가 없다. (하얀색 점선은 플레이어가 지나온 길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지도에서 보여지는 것은 이 플레이어가 입구를 찾았음을 암시할 뿐, 사전에 제공되는 정보는 아니다)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퀘스트들을 하던 플레이어는 어느순간 물속 깊은 곳 해초들에 가려진 곳 어딘가에 더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발견했고, 그곳을 좀더 자세하게 탐험한다. 실제로 동굴 진입 직전 해초들로 접근하는 장면을 보면, 거기에 어떤 길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길드워즈2에서는 이런 곳에 숨겨진 길이 뚫려있고, 그것도 간단하고 짧은 동굴이 아니라 꽤 길고 복잡한, 다양한 점프들을 통해 통과해야하는 길이고, 그 끝에 가면 시작할 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아무런 외적 보상은 없다. 단지 ‘새로운 길을 발견했어!!’ 라는 내적 보상 즉 성취감이 있을 뿐이다.

 

올드스쿨의 향기

 길드워즈2가 소개한 이런 요소는 일종의 ‘숨겨진 요소’ 컨텐츠로, 올드스쿨 RPG에서는 흔하게 쓰이던 것이다. 여러분들 중 일부는 파판5의 모든 ‘벽’에 캐릭터를 대고 열심히 비벼봤던 기억이 있을거라 믿는다. 마치 스파2를 처음 하는 사람이 어류겐이든 아도겐이든 한번만 나가다오 하는 마음으로 조이스틱을 대각선에 놓고 비비듯, 캐릭터를 벽 모서리에 세워놓고 벽의 모든 블럭을 한번씩 밀어보며 돌아다녔던 기억.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컴퓨터 게임의 플레이어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점차 연성화되어가는 성향과 맞물려 ‘불필요한 불편함을 주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사라져가고 있고, 이제는 아예 이런 점을 컨셉으로 잡지 않는 한 여간해서 쓰지 않는 요소가 되었다. (물론 스탠드 얼론 게임에서는 여전히 흔히 쓰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길드워즈2는 이를 되살렸다. 내 경험에 기반해서 판단한다면 꽤 훌륭한데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올드스쿨 RPG의 숨겨진 요소에 힌트란 없다. 그들은 무자비하다. 플레이어는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 여기서 맨땅에 헤딩이란 문자 그대로의 의미이다. 아무 의미없이 캐릭터를 벽에 부딪쳐가며 숨겨진 길을 찾았던 경험을 상기하자 - 숨겨진 요소를 찾고, 찾았을 때의 희열은 대단하다. 이런 점을 계승한 mmorpg라면 아마도 EQ일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이 게임에 존재하는 어떤 숨겨진 요소들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플레이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정도되면 이건 게임 컨텐츠라기보다는 단순히 개발자의 악취미에 가깝다.

 이런 고대인들의 무자비함은 미친듯한 난이도를 숭배하는 열렬한 (코어&올드) 게이머들에게 환희와 희열을 주었지만, 최근의 폭넓어진 플레이어들에게는 짜증스러운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길드워즈2는 현대인답게 좀더 발전적인 타협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 결과가 비스타와 POI (Point of Interest) 이다. 대략 이 위치쯤에 숨겨진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려주되, 그 과정은 숨겨두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숨겨진 길의 재미는 제공하되, 고대인의 무자비함은 덜어주는 방법을 찾았다. (당연하게도 편의성과 숨겨진 컨텐츠의 재미를 약간씩 희생하는건 불가피했다.)

 그리고 이 타협을 통해, 최근에 게임을 시작한 게이머들에게 고대인들이 즐거워했던 어떤 요소의 일부를 흥미롭게 되살려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길드워즈2는 ‘이게 바로 모험이다.’라고 말한다. 당신의 호기심을 굳이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 재미있어 보이는 모든 요소를 제끼고 앞을 향해 달리기만 하지 않아도 된다. 빠르게 만렙을 찍는 것만큼이나 세상의 숨겨진 곳곳을 탐험하는건 즐겁다. 성인이 된 후에 성공하기 위해 방과 후 학원으로 직행하기보다, 가끔 오락실이나 만화방을 들르는건 무척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mmorpg를 가능한한 빠르게 만렙을 찍고 엔드 컨텐츠를 즐기는 식으로 플레이해왔지만, 이미 곳곳에서 심심찮게 만렙이 보이는 길드워즈2에서 내 캐릭터는 아직도 만렙이 아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세월 가는줄 모르고 있다.

 

세계관의 능동적 전달 또는 배경의 공격적인 컨텐츠화

 길드워즈2의 이런 ‘숨겨진 요소들’의 의의는 올드스쿨RPG들이 가지고 있었던,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어떤 요소를 다시 되살린 것에만 있지 않다. 그보다는 좀더 포괄적인 부분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나같은 mmorpg 플레이어 (만렙찍는게 우선이고 다른건 그 이후에) 에게 게임의 배경이란 그 의미가 현저히 덜하다.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가르는 배경물만이 ‘기능적으로’ 의미를 가질 뿐이고, 그 이외에 눈 덮힌 맵이건 초록 들판이 펼쳐진 맵이건 그저 ‘개활지’일 뿐이다. 처음 가보는 맵에 진입하면 길어야 30초 정도 주변 풍광을 구경할 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간지나는 스샷을 찍기 위해 그럴싸한 장소를 찾을 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후에는 배경의 아트웍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게임의 매커니즘에 개입하는 요소가 아니라면 크게 관심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길드워즈2의 배경은 상당히 다르다. 일단 게임의 매커니즘에 개입한다. 숨겨진 길을 찾는게 꽤 흥미로운 요소이기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경을 살펴보는 습관이 든다. 이런 요소들이 전체 월드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존재한다면 구글링해서 그곳만 집중공략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길드워즈2에서 비스타와 POI의 숫자는 각기 266개와 717개로, 철저히 기능적 요소인 웨이포인트의 숫자 507개와 비교해서 굉장히 많다. 한마디로 여기저기 널려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이건 ‘일상적인 플레이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다른 mmorpg를 하면서 배경물이라함은 내게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을 가르는, 정확하게 와우의 지도가 제공하는 기능에 한정되는 것이었다면, 길드워즈2에서는 배경물의 의미는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가지게 되었다는거다. 여기서 약간 비약해보자면 길드워즈2의 배경은 세계관의 자세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심지어 나같은, 기능적 측면만을 비중있게 보는 플레이어에게도 그렇다. 그리고 이에 더해서 배경을 수동적인, 플레이어가 알아봐주기만을 기다리는, 알아봐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컨텐츠에서 능동적으로 플레이어의 행동을 촉구하는 컨텐츠로 바꾸고 있다.

 이건 이전의 어떤 mmorpg에서도 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다. 좀 호들갑스럽게 오버해서 말해보자면 mmorpg 레벨 디자인에 전혀 새로운 측면을 열었다.

 

문득 떠오른 블소 생각

 길드워즈2가 주는 ‘모험의 감각’을 고민하다가 문득 블소가 떠올랐다. 블레이드&소울은 사실상 이런 류의 컨텐츠에 대해 길드워즈2보다 훨씬 더 멋진 기반을 가지고 있다. 길드워즈2의 점프가 크게 롱점프와 숏점프 정도로만 나뉘는데 비해서, 블소는 ‘경공’ 이라는 이동장치를 다양하게 특화 및 전문화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길드워즈2보다 훨씬 더 정교한 점핑 퍼즐을 가능하게 한다. 저렙때 천상비를 배울 때만해도, 허공에 떠있는 섬에 착지하기 위해 위치를 조정하며 ‘혹시나 착지 못하고 떨어지면 …’ 하는 마음에 두근거리지 않는가. 승천비의 쾌감은 이보다 더하다. 안개숲에서 먼 거리를 걸어가기 귀찮아 나무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간 후 활강하며 바라보는 월드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일퀘받는 지점에서 경천맹 동쪽 기지나 제국군 법기부대 맵으로 갈 때 지면은 한 번도 밟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런 장치들을 조합할 경우, 절벽 사이에 숨겨진 길 (승천비로 타고 올라가세요 – 당연히 절벽 위에 있으므로 지면에서 퀘스트만 해서는 발견하기 어려움) 이라던가 발디딜 곳 없어보이는 곳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장소 (반대편 절벽을 승천비로 타고 올라간 후 천상비로 빠르게 가면 가까스로 닿습니다 – 이 비밀장소에 아래에서도 보이는 몬스터 등을 배치하면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레 저길 어떻게 가지? 저기 뭐가 있지?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게시판 곳곳에서 경공 시스템의 우수함에 비해 이를 통해 즐길 거리가 별로 없음을 지적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곤 하며, 때로 그저 ‘그 맵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위한 노력들이 동영상으로 뜨기도 한다. 그런데도 블소는 심지어 ‘갈 수 있어보이는 곳에 실제로는 갈 수 없는 부분’까지 있으니 더욱 아쉽다.

 뭐 다행인건 블소는 앞으로도 업데이트 많이 할테니 새로 만드는 맵에 길드워즈2처럼 숨겨진 요소들을 적당히 넣는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따라한다고 욕은 먹겠지만 이건 같은 회사라는 장점을 활약해서 어떻게든 … ㅋㅋㅋ

 

요약 정리 : 글이 상당히 긴 관계로 특별히 요약해드림

  • 길드워즈2에는 ‘숨겨진 길’ 이라는, 흔한 mmorpg에서는 쓰지 않는 요소가 있음
    잘못 쓰면 X되는건데, ‘최종목적지 선제시’를 통해 적절히 타협하고 있음
    숨겨진 길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모험하는 기분이 나더라
    숨겨진 길을 찾다보니 세계관 전달이 좀더 밀착되더라
    숨겨진 길 때문에 배경이 좀더 기능적인 의미와 연결되어 눈길이 가더라
    블소는 이런거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없어서 아쉽다. 담에 넣어주세요. [/list:u]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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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길드워즈2는 지도의 정보 은폐보다 훨씬 전부터 게임 시작화면부터 나타나는, 그리고 게임 중 지도를 열 때마다의 한 켠에 상시 출력되는 "달성도 HUD"가 상당히 직접적으로 그 부분들에 대해 인위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에 그러한 요소들이 말씀하셨다시피 "흩뿌려져 있고", 보기 싫어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게 뭔데?"라고 노출시키기에 너무나 충분하며, 게다가 저같은 "빈 칸 채우기 집착형" 플레이어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떡밥이 됩니다.
(말씀하신 한 지역 내에서 모든 n/n 형태의 숫자를 채우고자 노력하는 "없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플레이어"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ㅋㅋ)

지도가 "갈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기능적으로 나누는 "말 그대로 기능에 충실한"지도는 디아블로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1편은 던전이 너무 어둡고 길찾기가 어려워 CAD 수준의 지도(...)를 보며 탐험해나가는 맛은 있었습니다만, 2편을 지나 3편이 되면서 실제 지형은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지도를 보면 저기가 길이 아닌 줄 단번에 알 수 있는 형태로 발전을 해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풀 버전의 지도를 보면 "기능 집중형"으로 여겨지는 디아블로와 와우의 지도는, "기본적으로 가보지 않은 곳의 지도는 감춰진다"라는 부분에서 "지도를 통한 탐험의 재미"라는 부분을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와우에 업적이라는 시스템이 생기기도 전부터 제법 상당 수의 플레이어가 "지도에 빈 부분이 거슬린다!"라는 이유로 지도 밝히기에 공을 들였기도 하고, 저 뿐만 아니라 제 주위의 디아블로 플레이어들도 별 이유 없이 그냥 디아블로 지도를 꽉꽉 채워서 밝히는 게 좋아서 라는 이유로 지도를 "클리어"하면서 돌아다니곤 했으니까요 ㅎ 이 부분은 길드워즈2에도 그대로 차용되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성토하는 부분인데, "날탈(새)"이 없던 시절의 와우는 말씀하신 여러 "기능적 레벨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장 "먼지진흙 습지대"만 하더라도 직선주로로 달려가면 물에 빠져 이동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지만, 물이 없는 곳으로 조금 우회하거나, 혹은 뛰어넘을 수 있는 거리는 뛰어 넘어가면서 이동하는 정도의 개입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저차가 극심한 일부 꼬인 길들이 곳곳에 있어 개발자의 의도대로 돌아가거나, 부득불 점프액션(또는 퍼즐? 고행? ㅋㅋ)으로 비집고 올라갈 수도 있었고요.

물론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초기의 와우에서 "길"의 의미는 "비교적 안전한 이동 경로"였고, 길이 아닌 곳으로 이동하면 다수의 선제공격 몬스터에게 공격받아 낙마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 수행 지역은 모두 "길 밖의 공간"이었지요. 길을 따라 길 밖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완료하는 일의 반복이었고, 이 같은 "이동에 대한 문제"가 한 지역 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를 오가거나 특정 던전에 가야하거나, 다른 파티원과 만나기 위해서 지역과 지역들 간의 이동 경로 또한 고려 대상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최적의 루트를 찾아내기 위해 "효율형 플레이어들"에게도 레벨 디자인이 비교적 의미를 퇴색하지 않던 상태였지만 "날탈의 등장"이후 앞서 설명했던 부분들이 모두 의미를 잃은 레벨은 "그야말로 배경 그림일 뿐"으로 전락해버리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들도 결국 그 부분을 계륵처럼 여겨 신규 지역은 일정 레벨을 달성하기 전까지 비행 금지라는 규칙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이 확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PvP에 끼치는 영향과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런 부분은 나중에 따로 글타래를 열거나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이쯤에서 이 이야기는 끝내겠습니다 ㅎㅎ (날탈불호가 이다보니..)

글을 쓰다보니 불필요하게 감상적이 되어 뜬금없이 "와우 오리지널 추억빨기"가 되어버린 감이 다소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길드워즈2의 지도에 대한 개인적인 큰 감동 포인트를 적으며 정리하겠습니다.

와우를 하면서 공간개념을 느끼기 좋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지역지도와 월드지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M 키를 누르면 현재 플레이어가 위치한 지역의 지도가 출력되고, 우클릭하면 대륙 지도가, 다시 우클릭하면 월드 지도가 출력되는 트리 구조가 내가 이 세계의 이 위치에 지금 서있구나 라는 체감을 높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길드워즈2의 지도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가서, 지역지도와 월드지도의 단계 구분을 없애버렸습니다. 지도를 열고 마우스 휠을 쭉쭉쭉 빼다보면, 그냥 그상태로 바로 월드지도까지 축소되어 버리는 구조였습니다. 시작적으로는 LOD만 바뀌는 것처럼 보이고 내부적으로는 구분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만 합니다만, 어찌되었든 그냥 통으로 "지도"라고 통합해버린 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너가 앞으로 모험할 수 있는 이~~~따시만한 땅덩이임"하고 코앞에 보여주는 기분이라 도전욕구를 불사르는 한편 좀 막막한 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ㅋㅋ

아직은 마우스 조작이라 이 부분이 가끔은 더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이걸 터치 기반 디바이스에서 차용한다면 상당히 직관적인 맵 시스템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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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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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와우에 업적이라는 시스템이 생기기도 전부터 제법 상당 수의 플레이어가 "지도에 빈 부분이 거슬린다!"라는 이유로 지도 밝히기에 공을 들였기도 하고, 저 뿐만 아니라 제 주위의 디아블로 플레이어들도 별 이유 없이 그냥 디아블로 지도를 꽉꽉 채워서 밝히는 게 좋아서 라는 이유로 지도를 "클리어"하면서 돌아다니곤 했으니까요 ㅎ 이 부분은 길드워즈2에도 그대로 차용되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와우의 업적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길드워2의 경우는 욕망 혹은 플레이 패턴을 게임 시스템으로 잘 이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게임의 전체적인 뼈대와 컨셉을 잘 강화하고 있다고도 보이구요.

Zerasion님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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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업적 컨텐츠 비중은 대략적인 체감상,

"하다보니 어쩌다 달성하게 되는 항목 < 일부러 노리고 달성해야 하는 항목"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걸어 온 데이터라기보다, 콘솔 게임의 트로피와 같은 도전 과제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다수의 업게이들은 결과적으로 엔드컨텐츠 유저가 되어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플레이타임킬링을 시전하게 되고요.

현재의 업적 시스템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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