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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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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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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가 작성한 모든 글

  1.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제가 요즘 NBA 2K15 캐리어모드를 하면서 리바운드왕이 되고 있는데요, 스크린(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먼저인 건 맞습니다. 요는 포지셔닝이죠. 포지셔닝 --> 스크린 --> 볼을 잡는 것 여러가지 중의적인 뜻이 있을 거 같은 건 착각입니다.
  2.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여러가지 요인이나 요구사항이 얽혀있어 균형을 잡기 어렵거나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 땐 가장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체크해보는 것도 중요하지요. "뛰어오르지 못하는 것이 먼저. 볼을 잡는 것은 그 다음" 그런데 사실 여기서 볼을 잡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이 함정.
  3. 비록 직접 콜옵온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 글은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익숙한 이야기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도 그렇고 신작 개발을 하면서도 그랬지만, 개발자와 게이머 간 소통은 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소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확 좁아지는 것 같아요. 흔히 대표적으로 "유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개발자들"같은 케이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유저의 의견만으로 흘러가는 업데이트" 역시 그리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없었습니다. 전자 뿐 아니라 후자의 일방적 수용 역시 올바른 소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안들어도 안되지만, 너무 듣기만 해서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유저들이 원하는 바와 클라이언트(또는 결정권자)가 만들고 싶은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둘을 비교하면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이 게임 디자이너들의 숙명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의 절충점은 반드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모두가 만족할만한 선택은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케이스에 대한 적절한 문구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확고한 어떤 기준에 의거해 어느 한쪽을 쳐내거나 전혀 다른 대안을 찾아내는 등의 "길찾기" 과정이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이러한 길찾기는 오랜 시간 서비스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개인의 경험을 맹신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경력이 길찾기 능력의 온전한 바로미터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경험 이외에도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런 길찾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선인들의 지혜를 간접경험한다라는 것 외에는 딱히 뾰족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진척이 별로 없습니다. ㅎㅎ 뭐 일단은 이 포럼을 통해 국내외 선배 님들의 혜안을 엿보는 것으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ㅎ
  4.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사실 이런 식의 분류가 제가 보기에는 스팀의 'tagging'이 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각자 게임에 대한 태그를 붙이고 그 태그가 전체적으로 공유되어 게임을 설명하는 공통적인 단어들만 크게 부각해줘도 좋은 분류가 될듯 해요. 문제는 이걸 하는데 많은 자원이 들겠지만요. (국립게임장르원은 좀 무리겠지만, 국립게임연구소 같은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트위터에 간략하게 썼던 얘기인데요, 좀더 정리해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원래 썼던 내용을 좀더 쉽게 풀이하기 위해 약간 늘려썼고, 그 외 다른 분들과 멘션을 주고받으며 설명드렸던 제 생각도 한데 묶었습니다. -------------------------- 왜 장르 얘기를 떠올렸냐면 ...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장르는 좋은 이야깃거리입니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가 어떤 장르의 특징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걸 지켜보노라면, 장르론은 사실 마찰을 일으키기에도 꽤 적당한 소재라는걸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의견이 많이 갈린다는거겠죠. 저는 이러한 마찰을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봅니다만, 마찰이나 갈등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분들도 있는 듯 싶습니다. 또 가끔, ‘건전한 갈등이라면 찬성하겠으나 이 갈등은 건전치 못하고 지저분하며 이익이 되지 않는 논의다’라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종종 봅니다. 저는 갈등이란 본래 시장바닥 개싸움처럼 지저분한거라고 보는 편입니다. 따라서 ‘건전한 갈등이라면 찬성’이라는 의견은 제게는 ‘갈등이 싫음’과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갈등만을 불러일으키는 듯 보이는 장르론이란건 무용하고 백해무익해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마찰에 좋은 부싯돌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는 장르론을 고민해보는게 여전히 꽤 재미있으며, 동시에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려는게 이 글의 목적입니다. 장르구분에는 유익한 점이 있어요 장르론은 일종의 분류입니다. 분류라는건, 방대하게 펼쳐진 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죠. 예를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일컬어 ‘착하다’라고 한다면, 이런 두 글자로 된 묘사만으로도 그 사람을 묘사하기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더 깊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측면에서 착한가, 특정한 대상에게만 착한가? 이러저러한 경우에도 착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평소 성격이 까칠하고 남들에게 매섭게 대한다고 해보죠. 근데 그는 이런저런 기부를 크게 자주 하는 편이라고도 해보고요. 그럼 이 사람은 착한걸까요? 또 다른 누군가는 착하긴 합니다. 그런데 주로 이성에게만 착해요. 아니면 아이들에게만 착하거나, 외국인에게만 착합니다. 그럼 그는 착한건가요? 한편 어떤 사람은 물에 빠진 누군가를 보았습니다.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목숨도 내걸어야만 합니다. A는 수영을 전혀 못합니다. 그래서 주저하던 끝에 물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반적인 부분에서는 ‘착하다’라는 평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반대로 B는 성격 개차반같다는 소리도 듣고 이런저런 분야에서 악명이 높지만, 평소 수영에 자신이 있었기에 뛰어들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 합니다. 그럼 그는 착한건가요? ‘착하다’라는건, 꽤 포괄적인 층위에서 누군가를 논하는 평입니다. 그러나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들어가 꼼꼼하게 뜯어 볼 필요도 있어요. 장르라는게 무용하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게임은 그 자체로 즐기면 되지 장르를 뜯어보고 자시고하는게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려면 자세히 뜯어보는건 불가피할 수 있고, 그런 자세히 뜯어보기 위한 방법들 중의 하나가 바로 장르를 구분지어 살펴보는 겁니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데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라는건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요.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좀더 자세히 정리해보고 싶을 수도 있어요. 예를들어 저는 나이가 들면서 반사신경을 요하는 게임들보다는 차분하게 생각하는 게임들이 점점 더 좋아지는걸 느낀다고 해보죠. 그런 게임들을 이리저리 찾다보니 제가 그간 즐겨왔던 게임들 중 대체로 ‘턴베이스’ 게임들에 정이 많이 간다는걸 느껴요. 이때 ‘턴베이스’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이미 장르론의 범주 안으로 들어온 셈인거죠. 그럼 저는 이후 게임을 고를 때 ‘턴베이스’라는 키워드에 매칭되는 부류를 좀더 눈여겨 보게 될 겁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좀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장르를 구분짓는게 유용하게 쓰이는거죠. 장르 구분의 선후관계 문제 장르를 논하는데 있어 마찰이 자주 생기는 이유들 중 하나로, 장르를 따지는 선후관계의 문제가 있습니다. 분류의 대상이 되는 ‘게임들’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장르를 구분짓는 일종의 ‘규칙’을 우선할 것인가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인데요, 저는 대상이 선, 규칙이 후라고 보는 편입니다. 규칙을 우선 할 경우 말하자면 ‘장르 탈레반’으로 가기 쉬워요. 게임이란, 좀더 나아가 인간이 즐기는 컨텐츠라는건, 물리법칙처럼 불변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일종의 흐름을 만들어내죠. 규칙이라는건 그 규칙이 생기던 시기와 환경을 굉장히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일단 형성된 후에는 잘 변하지 않는게 일반적이죠. 다시 말하자면, 게임이라는 대상의 변화상을 규칙이 따라잡기가 어렵다는거에요. 따라서 대상이 되는 ‘게임들’을 중심에 놓고 파악하는 쪽이 좀더 현실을 반영하기가 용이합니다. 즉 대상이 되는 게임들과 장르를 구분하는 규칙 중 게임을 기준삼아 규칙을 그때그때 재정의해 나가는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RPG라는 장르는 그 태동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현저히 다릅니다. 최초의 RPG들은 컴퓨터에서 구동되지도 않았어요. 탁자 위에서 볼펜과 종이로 하는 게임이었죠. 이때 만들어진 RPG라는 장르를 정의하기 위한 규칙은, 현대의 게임들에 적용하긴 어렵고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을 계속 고집한다면? 뭔가가 심각하게 꼬여서 논의를 더 진행하기가 어렵겠죠. RPG를 둘러싼 이론(오래전에 정해진, RPG를 정의하는 규칙)과 현실(현재 통용되는 RPG류의 게임들)사이에 큰 괴리가 생기는 거에요. 이론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현실이라는 바닥을 딛고 서지 않은 이론은 일종의 환타지가 되어버리고, 이 경우에라면 장르를 둘러싼 이야기가 일종의 환타지가 된다고 볼 수 있겠죠. 그건 그것대로 재미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게임을 논하는데 유익하진 않지 싶어요. 따라서 장르를 논하는데 있어 보다 중요시 해야 할 부분은, 규칙이 아니라 현실(그것도 가급적 현대의 현실)에 존재하는 게임들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단어에 대한 집착의 문제 다음으로 장르를 둘러싸고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문제는 ‘단어에 대한 집착’인데요,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쓰이는 ‘RPG’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RPG는 본래 Role Playing Game, 즉 역할 연기 놀이의 준말이고, 따라서 이 단어의 의미에 집착하여 장르를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자주 많이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정말 한국RPG라는게 한국의 역할 연기 놀이인가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RPG라는 단어는, ‘성장 요소가 개입된 게임임’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간단히 말해보자면 (장비에든 캐릭터에든) 레벨이 들어갔다는 얘기죠. 이런 부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RPG라 일컬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RPG가 아닌게 되어버려요. 앞서 말씀드린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생기는거죠. 단어의 쓰임새는 바뀐지 오래됐는데 단어 자체가 품은 뜻은 그대로라서요. 한국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던 ‘즐’이라는 단어가 있죠. 본래대로, 단어의 의미대로만 따지자면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또는 ‘즐거운 게임 되세요’의 준말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즐’이라는 단어를 이런 의미로 사용하나요? 거의 그렇지 않죠. 그보다는 남을 비꼬거나 놀리는데 더 많이 사용합니다. 단어의 의미와 실제 쓰임새 사이에 차이가 있고, 모두가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즐’의 사용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RPG’라는 단어도 비슷해요. 단어의 의미와 실제의 쓰임새 사이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누군가는 이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는 이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합니다. 무조건 단어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이죠. 저는 여기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단어에 대한 집착’은 처음에 얘기한 ‘규칙과 게임’ 사이의 차이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게임이 태동하던 시기에, 우리는 많은 ‘인간이 흥미를 느끼는 매커니즘’의 원형(아키타입)을 발견해냈습니다. 이런 아키타입들을 흔히 ‘장르의 원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구요. 플랫포머의 효시 수퍼마리오, FPS의 효시 둠, 갓게임의 효시 파퓰러스, 육성 시뮬레이션의 효시 프린세스 메이커, 연애 시뮬레이션의 효시 두근두근 메모리얼 등등. 초창기의 게임계에서는 하나의 게임이 하나의 아키타입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각 장르의 순수한 에센스만을 담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에 게임들 사이의 거리가 꽤 넓었어요. 장르가 다른 게임들은 딱 봐도 굉장히 다른 게임들이었던거죠. 그렇기에 하나의 장르를 몇 개의 단어만으로 묘사하는 일도 가능했고, 그때 아마 이런 '장르명을 통한 장르해석'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습관이 생기지 않았나싶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장르들간의 이종교배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지금와서는 장르의 구분이 애매하거나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지금 많은 게임들은 오로지 한 가지의 재미에만 의존하지 않죠. 여러 재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며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되어 있습니다. RPG의 성장 요소를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협동이나 경쟁, 대결 요소를 공격적으로 가미하여 스탠드 얼론 RPG와는 상당히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mmorpg 등이 그런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재미 매커니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게임의 시대에, 저는 몇 마디 단어들로 한 장르를 대표하는게 좀 부적절하지 않은가하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게임의 장르를 일반명사의 조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효시가 된 게임의 이름을 붙이는게 좀더 편하겠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OS의 경우가 있겠죠. 물론 일각에서는 MOBA 등의 다른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고 실제로 그쪽이 좀더 대세이긴 합니다만, 단어가 너무 설명 목적으로만 쓰여도 별로 재미없다는게 제 생각이라 … 이 예가 적절치 못하다 느끼신다면 로그라이크는 어떨까요? 정리하자면 ...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장르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마찰 즉 갈등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장르를 나눠보는건 우리의 게임라이프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거의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구요. 장르를 둘러싼 이론과 실제 (장르 구분 규칙과 실제 존재하는 게임들)의 괴리로 인해, 또는 단어에 너무 집착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긴 하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기회를 갖게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잇점을 얻기도 하죠. 써놓고보니 글자만 너무 빽빽해서 사진이라도 좀 넣을까 ... 생각해보긴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역시 안되겠 ... ;;
  6. 구체적으로 논리를 확장해 본 적은 없지만 테이블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캐릭터의 시점에 대한 구분으로 1인칭과 3인칭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다시 주체가 어떤 캐릭터인지 특정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는 그 상위 개체인지로 나뉠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고전적인 장르명칭들을 "게임이 주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복수선택할 수 있게하는 이른 바 "키워드" 또는 "태그" 같은 구간이 있을 것이고, 추가로 이와는 별개로 게임이 전달하는 정서적인 구분을 게임 외 문화 컨텐츠처럼 "활극/로맨스/추리/스릴러/공포"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탕이 되는 세계의 구분을 "(어느 시점의)시대극/중세판타지/SF" 식으로 더 얹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임을 단 하나의 장르로 표현할 수 있게 규칙을 세분화한다! 라는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프레임의 교집합 어딘가에 각 게임들이 자리하는 그런 모습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완 별개로.. 국립게임장르원 멋지네요...!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가장 좋긴 하겠지만 ... 그러자면 국립국어원처럼 국립게임장르원같은걸 만들어서 계속해서 업데이트해나가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논하는 장르라는건 '대체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려지는 것이고, 이러한 '대체로'라는건 굉장히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지점들을 아주 많이 포함하는데, Zerasion님이 제안하신 방법론은 굉장히 엄정하고 엄격하며, 무엇보다 '손이 많이가는' 작업일테니까요. 일종의 장르 표준화?
  8. 저는 처음에 Voosco 님과 반대로 규칙에 의거해 여러가지 딱지(태그)들을 붙이는 것을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처럼 요즘 게임들이 점차 복합적인 장르의 성격을 띄게 되면서 한 게임 당 여러 개의 태그가 붙는 정도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소통에 유리한 쪽은 특정 게임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이른 바 "ㅇㅇ라이크" 식 구분이 훨씬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로그라이크가 있을 것이고, 근대에 와서는 디아(블로)라이크, 와우라이크, 도타라이크, 그리고 GTA라이크까지 어떠한 한 게임이 고유의 장르로 인식되고 소통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반드시 대상과 규칙이 선후 관계로 정의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규칙에 의해 게임을 분류하다가 규칙들이 유효하지 않게 될만한 고유한 특정 게임들이 나타나면 게임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러다 그 게임들 간에 다시 분류할만한 규칙들이 발견되면 다시 규칙들에 의해 게임을 분류하는 식으로 돌고 도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입니다. 이를 테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게임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뒤에 널리 쓰이고 있는 MO 또는 MMO라는 구분은 본디 멀티플레이어 온라인(MO)인데 규모가 크냐(Massive) 그렇지 않냐고 구분하는 용도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MO는 보다 액션성을 중시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MMO는 다양하고 유기적인 컨텐츠 또는 샌드박스를 포함하려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본문의 내용처럼 MO 게임들을 예를 들어 디아라이크라고 부르고, MMO 게임들은 울온라이크라고 부를 법도 하지만, 여전히 MO나 MMO라는 용어 그대로 사용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굳이 꼽아보라면 장르무용론자에 가까운 중도파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장르라는 구분법이나 그에 따른 논쟁이 무의미하다기 보단 단답형으로 정의하려는 "딱딱한 장르론"을 기피해야 하지 않나하는 정도의 입장이라 이런 논쟁은 항상 반갑습니다. (웃음) 어느 업계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적어도 변화가 크고 주기가 빠른 게임업 종사자들이라면 더더욱이 틀에 박히지 않는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와우의 새 옵션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 절대 그 유연성이 아닙니다.) 비록 최근에 와서 다시 반등하는 기미가 조금씩 보이긴 하지만, 영원 불변할 것 같던 데스크탑 MMORPG 시장이 완벽히 끝물에 접어들은 지 오래라는 사실과, 철밥통일 것만 같던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 등이 유연성의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9. "란셀롯에 +5검은 없다" http://www.gamasutra.com/blogs/JamesCox/20141103/229306/There_is_No_5_Sword_in_Lancelot.php RPG에서 당연스럽게 수치를 표현하는 것은, 사실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수치의 자리를 채울, 더 멋진 네러티브를 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사내 R&D 조직에서 번역해주신 것으로 편하게 읽었지만... 죄송스럽게도 저는 이 글을 번역할 수 있는 여력과 능력이 없어 무책임하게 링크만 던지고 도주합니다...!
  10. 이 글에 어떤 답글을 달아야 할 지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겨우 "나니카Nanika"라는 고대의 데스크탑 악세사리가 떠올랐고 이에 용기 내서 글을 써봅니다. 보통의 AI라고 하면, 미리 입력된 연산에 따라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할 지 계산하고 행동하는 패턴을 떠올리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AI라는 것들은 이같은 "미리 입력된 상황들에 대한 처리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이뤄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서두에서 언급한 나니카의 경우는, (물론 범위는 매우 국소적이긴 했습니다만) 학습이라는 요소가 있었고 이 점이 학습 가능한 고스트(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고스트를 나누는 큰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니카와 함께 언급하는 것이 아주 오랜 옛날 "1인용 채팅 프로그램"인 "맥스MAX"라는 프로그램인데요, 타인이 아닌 AI와 대화를 나누는 나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맥스 역시 나니카와 마찬가지로 일부 학습의 기능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학습은 모두 플레이어가 대상 AI에게 ㅇㅇ는 ㅇㅇ다라는 정보를 "직접 교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AI라는 이름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능동적인 인간의 모사체"라는 느낌보다는, "피교육생"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주입식 교육?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학습이 AI에 탑재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깊게 해본 것은 아니라 간단히 예를 들어보면, 어떤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있는데 그 몬스터는 마법 방어력이 약합니다. 그런데 보통 "마법 공격력을 사용하는 클래스에게 ㅇㅇ를 해!"라고 미리 스크립팅되는 대신, "위협이 되는 것을 제거해"라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고, 큰 피해를 입거나 군중제어에 걸리는 것을 위협이 된다라고 정의하게 되면, 자신에게 큰 피해를 주는 마법공격자를 "위협이 되는 것"으로 학습하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마법공격자를 집중 공격하거나 마법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매직 실드를 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만 보면 스크립팅된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같은 AI의 체득 경험이 쌓이고 쌓여 충분한 DB가 확보되면 그에 따라 예전의 아무 것도 모르던 초기 보스과 DB가 쌓인 노련한 보스는 분명 꽤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이머가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잘 몰라서 실수하고, 그 실수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학습하는 과정을 AI에게 구현할 수 있다면, 보다 능동적으로 인간을 닮아가는 어떤 존재를 구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11. rascal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딱히 AI에 대해 깊게 파본 것도 아니고, 그저 관심만 가지고 있던 입장이라 글을 올릴까 말까 했었으나 계속 글을 올리다 보면 까이고 그러면서 공부도 되고 결국 잘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관리자님의 말씀을 믿고 일단 올려봅니다. [가끔 작성하는 블로그에 올려놨던 글 옮겨왔습니다. (바로가기)][1] ####-------------------------------------------------------------------------------------------------------------------------- ------------------- 2014년 11월 18일 진행되었던 엔씨소프트의 발표에서 AI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기술에 목 멘 회사... 현재 관심분야는 AI 기술" (바로가기)][2] 사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영역지이만, 깊게 파본 적이 없고, 연구해 볼 정도로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향후 꽤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하고, 말나온 김에 그동안 해왔던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사용자와 AI간의 상호작용의 핵심은 "사건을 발생시키기 위한 상호간의 잠재적 영향"이지 않을까 추정한다. 이것을 전제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게 될 AI의 종류는 아래의 세 가지정도가 떠오른다. - 캐릭터 - 환경 - 사회 사회는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영역이 동시에 사회과학의 영역이라 (적어도 현재의 내 두뇌로는)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될 것 같다. 반응하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 사용자가 의도를 가지고 AI 객체와 직접 반응 (일방향, 1차원적) - AI 객체가 의도를 가지고, 사용자와 직접 반응 (일방향, 1차원적) - 사용자의 의도를 대변할 AI 객체와 AI객체가 상호반응하도록 유도 (쌍방향, 2차원적) ※ 쌍방향 반응에 타인의 의도를 추가해 상호작용하게 되어 생기는 변수가 조금 더 고차원적인 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었으나 '유리함' 영역의 비중이 커지는 게임일 수록 사용자가 가져야 할 의도가 획일화되는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의도를 전달하는 수단에 대해 고민해봤다. 당장 생각난 것은 사용자의 의도를 통한 '자극'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것은 AI를 대상으로 의도를 제시하는 행위정도. 이를 통한 반응은 '즉시'이루어지거나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까? 반응이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AI는 학습을 통해 아래의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 반응의 연속성을 통해 가지는 성향 - 사건의 인과관계를 학습하여 얻게된 판단 기준 ※ 이것들은 사용자가 게임과 접하기 전 가상의 반응을 제공하여 미리 준비해 놓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얻게 된 성향과 판단 기준은 AI에 성격을 부여하게 될 것 같다. 그로 인해 사용자와 AI가 서로 관찰하면서 각자의 의도로 입체적인 영향을 구조 받으며, 지속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떠들다보니 얼마전 배덕의 UX를 제공했던 심즈4가 떠오르기도 하고, 인면어 시맨이 떠오르기도 하고(...) [1]: http://remarkablue.tistory.com/763 [2]: http://www.gamemeca.com/news/view.php?gid=573088
  12. glekang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예전에 서비스했던 8vs8 액션 게임에서 트루스킬을 써봤는데요. 나름 괜찮은 매칭 결과(전반적인 승률이 50%로 수렴되는 지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트루스킬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자기들은 40판 내외의 결과로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고 자랑하던데... 사실 이보다는 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긴 하고요 -_-a 유저에게는 레벨/승률과 함께 트루스킬 수치를 노출했습니다. 매치메이킹이 이 트루스킬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공개를 했고요. (Xbox Live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벨이야 어차피 누적되는 수치이니 무의미하고, 템빨도 좋은 템일수록 그냥 강하다는 것을 유저들 또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루스킬이라는 '실력 수치'를 보여주며 매치메이킹을 하면 전반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13.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보통은 일단 제 생각이나 지식을 먼저 털어놓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여쭙는 방식으로 포스트를 많이 세웠었는데, 오늘 다룰 주제는 거의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다른 고수님들의 의견을 여쭙고자 무려 "[질문]" 말머리를 달고 글을 올려 봅니다. 매치매이킹의 미학은 "시간이 지날 수록 승률이 한없이 50%에 가까워지도록 수준에 맞는 상대를 꾸준히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오래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은 각각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매치매이킹 되어왔고, 말 그대로 한 없이 50%에 가까운 승률들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랭킹들의 결과와는 별개로, 매치매이킹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완벽하게 잘 이뤄졌다는 가정을 해보면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몇 안되는 게임들은 대개 레벨(또는 등급)과 승률을 같이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승률은 말 그대로 일종의 통계? 정도의 느낌이었고, 실제 시스템 상에서 플레이어들의 우열을 가려주는 것은 앞의 레벨이나 등급 같은 "누적된 플레이어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결 컨텐츠는 누적된 경험이 반드시 플레이어의 우열과 직결될 수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렇다면 승률이 더 유효한 우열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승률은 50% 안팎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방식으로 대결 컨텐츠에서 플레이어들의 강함의 비교를 직관적으로 나타내줄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직접 상대방과 1:1로 싸워서 5판 3선승제 등으로 승부를 가려 플레이어들 간의 대전 기록을 차곡차곡 쌓는 방법도 있겠지만.. 결국 승자승같은 간접적인 비교를 통해 랭킹을 정하게 되면 그 역시 온전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상성이나 천적 같은 상대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역시 계산이 몹시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매치매이킹은, "비슷한 사람들을 붙여서 게임을 재미있게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쪽이라 강함을 비교하는 것을 매치매이킹을 통해 승률이 만들어지는 것과 연결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 사이의 강함의 척도를 비교해주는 좋은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수 님들의 많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보통 '레이팅'을 '강함의 척도'로 쓰고 신뢰도도 상당히 높지 않나요? elofwind님이 지적하신 몇몇 단점들이 있긴한데 듀얼elo(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안나네요)나 트루스킬 등이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하고 ... 승률이나 레벨은 '강함의 척도'로는 부차적이고, 그 중에서도 레벨은 플레이어의 강함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요소죠. 캐릭터의 강함이라면 모를까 ...
  15. Jolgame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역시 롤을 30렙까지 찍고 랭크를 100판정도 하셔야 할거같아요 (막무가내) 아니면 히오스라던가.. 일단 대전격투게임이나 대전액션류에서는 승률만 보여주죠. 개인적으로는 대전액션게임에서는 피격 통계나 타격 통계 등도 판가름의 요소가 될거같습니다. 대리나 최근 추세/ 컨디션 등등을 생각해보면 최근 몇판의 비교도 중요할거같고 말이죠. 글로벌 서비스중인 히오스는 일단 말이 안통하는 경우 실력과 상관없이 소통이 안되므로 최대한 국가별로 매칭해줘야겠죠. 개인적인 매칭은 그냥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끼리만 매칭시키는 상향평준화가 더 좋다고 봅니다.(소위 말하는 빡겜) 롤같은 경우는 5:5인데 4인팟이나 3인팟 짜면 꼭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유저들을 딸려붙여주거든요.
  16. romuska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일단 우리 쓰는 거는 대략 최근 N게임 내에서의 킬뎃동양 80% + 현재 레벨(플레이시간에 비례) 20% 정도로 사용중입니다요.
  17. elofwind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1:1 대결이면 elo raiting 이 400전을 전후로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다만 1:1이 아니라면 문제가 있는데요, 대표적인게 LOL인데, 팀에 이상한 놈 한 명 있는 순간 와장창 망할 수 있는게 제일 큰 문제. 그리고, 게임 자체가 운에 의지하는 요소가 많으면 더 미묘해집니다. 그리고, elo rating 이란 건 결국 중위값에 사람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니까 대부분이 그 영역대에 몰리게 된다는 문제가 있긴 하죠. 뭐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붙인다는 점에서는 크게 문제는 없을지도. 팀 구성도 랜덤이라면 좀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깊게 고민해본적은 없습니다. 아이디어는 몇 개 있지만 실제 써본게 아니라서...
  18. 오늘도 런치리스의 남자(점심을 거른다는 의미입니다...)인 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꿀 같은 아제로스 대탐험을 즐겼습니다.(와우했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감상을 SNS를 통해 이렇게 남겼습니다. 포럼의 다른 곳에서도 "플레이어 네러티브"라는 주제로 논의된 내용들이 있기도 하고, 사실 많은 네러티브 관련 게임 디자이너 분들께서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 내용이라 이렇게 함축적으로만 적어도 그냥 적당히 리마인드 되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정리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사우 님의 권유가 있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또 재능 부족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1. 글로 전하는 일감, 퀘스트 사실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텍스트를 이용한 서사 전달이라는 건 "MMORPG에서 서사 전달이라는 것 자체가 희박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르에서 그래왔듯, "긁 읽기"말고 다른 것들이 게임에서 더 중요해지면서, 플레이어들은 글 읽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또 긁 읽기 자체를 귀찮고 성가셔하게 되면서 더 이상 텍스트 전달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항상 내게 주어지는 일감"이라는 존재 역시 "MMORPG에서 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플레이 가이드 방식이었습니다만, 이 역시도 수 많은 포스트 와우 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퀘스트 = 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확산될만큼 비효과적인 컨텐츠가 되어 버렸고요. 그래서 포럼에 옮겨지기도 했던 해외의 사례 (와우의 퀘스트 서사는 죽었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컨텐츠가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많은 분들이 이에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새로운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발매되기 전에 몸풀기 차원에서 와우에 복귀한 저조차도 와우를 오래 플레이한 탓도 있을 것이고, 와우라이크 게임들을 많이 봐 온 탓도 있을 것이고, 게다가 게임개발자로 MMORPG를 수 년간 개발해 온 탓도 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이 무척이나 "뻔한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봤을 때, "이건 그냥 ㅇㅇ 잡아와라, ㅇㅇ 가져와라일 뿐이잖아? 전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물론, 와우를 어느 정도 플레이 한 소위 "와우저"라고 분류되는 플레이어들은 와우의 퀘스트는 결국 심부름일 뿐이라는 위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는 하지만, 기라성같던 그런 느낌이 너무 많이 퇴색해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2. 일감 + 일감 = ?? 그런데 오늘 저레벨 얼라이언스로 동부내륙지 퀘스트 후반부를 플레이하던 도중 제법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수 년 간 와우를 하면서 수백 수천 개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왔고, 가급적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읽으면서 진행했음에도 모든 퀘스트를 다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몇몇 퀘스트 시리즈들이 있었는데, 오늘 플레이했던 이 퀘스트 묶음과 기억에 남는 과거의 퀘스트 묶음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 하나를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흐름" 입니다. 이미 출시된 지 10 년이 다 된 와우의 퀘스트 하나 하나는,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정말 특이할 게 없는 평범한 "그냥 퀘스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우라이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어쩌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퀘스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와우의 퀘스트를 10년 동안 찬양하고 있던 걸까요? 저는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흐름"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의 서사 구조는 1레벨부터 최고 레벨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디아블로와는 다르다는 거지요. 대신 이야기를 어떠한 단락별로 끊어서 구성하는데, 그 단위가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듀로탄에서 플레이하던 흐름과 불모의 땅에서 플레이하던 흐름 사이에, 서사적인 연결 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그저 듀로탄의 처음과 끝이 한 단락이며, 다음 지역과의 연결은 불모의 땅에 아무개한테 가면 당신이 할 일이 좀 더 있을 거라는 "소개"의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대신, 지역 안에서의 흐름은 (물론 지역마다 또 퀘스트 디자이너의 역량 또는 습성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어떤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와우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전체를 인지하기 위해 처음과 끝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플레이타임 기준 상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에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단위의 크고 작음은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을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와우의 퀘스트 공식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직전에 진행했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빌미를 제공한다거나 명분을 주는 일이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즉, 각 일감과 일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앞에서 해온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느껴질 수 있고, "의미 없는 노동"을 했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여지가 됩니다.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굉장히 뚜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마치 책을 앞 장부터 한 장씩 읽어가듯" 퀘스트 단위별로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떤 "서사"의 한가운데 빠져들게 됩니다. 아마도 이는 접근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 개의 퀘스트를 말이 되게 이으는 것"과 "한 개의 큰 스토리를 여러 단계로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미시적으로 낱개의 퀘스트 디자인은 유사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통일된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지 없는 지로 나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일을 하는 장소, 지역 시스템과 시스템, 컨텐츠와 컨텐츠, 시스템과 컨텐츠들이 서로 잘 맞물리는 것이 와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은 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와우의 퀘스트는 그 중에서도 이런 맞물림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퀘스트 디자이너분들이 수백 개의 퀘스트를 그야말로 "찍어내다보면" 많이 놓치게 되는 것이, 다른 컨텐츠와의 연계성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어디에 갖다 놔도 쓸 수 있는 범용적인 퀘스트 구조"를 제작하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컨텐츠적으로는 반대로 "아까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아까 그거, 거기의 그거와는 다르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와우는 이를 "지역과의 강한 연계"로 멋지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벨 디자이너 또는 레벨 아티스트들은 게임의 이야기에 맞으면서도 시각적, 그리고 경험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 업무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퀘스트 디자이너는 종종 우선 순위에서 밀려 "이미 만들어진 레벨에 어떻게든 맞는 이야기를 짜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처음부터 협업을 했다고 강하게 생각될만큼, "이야기에 필요한 환경 구성"이 아름다움 속에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령 제가 오늘 점심 시간에 플레이 했던 동부내륙지의 얼라이언스 퀘스트 묶음의 경우, (물론 엄청 에픽한 서사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소소한 잡일(물론 그들은 당장 급하니 이것부터 해주세요라고 둘러대긴 했지만)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트롤들이 이 땅에 소환하려고 하는 강력한 영적 존재를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된 주술과 관련된 소품들이 퀘스트 목표에 들어가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주술적 건물인 "사원"들이 지역 곳곳에 여러 개 배치되어야 합니다. 아마 단지 "퀘스트에 필요하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면 보통은 거절당했을 것이고, 반대로 그냥 넣었다면 지역 구성이 서사적으로 설득력을 크게 잃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설정에 서사적으로 어울리면서 퀘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효과적인 구성을 아마도 레벨 디자이너와 퀘스트 디자이너와 레벨 아티스트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늘 날 게임 상에 나타난 것처럼 지역과 이야기가 잘 맞물릴 수 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4. 퀘스트 묶음의 "소용돌이"화 글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능력이 부족해 주절주절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이토 준지 작가의 호러 만화 "소용돌이"를 알고 계신가요? 소용돌이는, 일본의 어느 외딴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전체가 소용돌이가 되어 빨려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공포 만화 입니다. 제가 이토 준지 작가의 만화 중에서 유독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연관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알고보니 결국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와우의 지역 퀘스트 묶음들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이걸 왜 하는 건지 왜 시키는 건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잘 알 수 없는 잡일 같은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어떤 막중한 임무 같은 걸 받았을 때 아까 했던 잡일이 이 임무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경험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림사에 가면 왜 시키는 지 알 수 없는 허드렛일을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동들이 무공 수련을 돕고 있었다는 설정의 무협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와우의 인상적인 퀘스트 묶음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손에 꼽는 오리지널 얼라이언스 진영의 아버지와 아들 퀘스트나 윈저 경 호위 퀘스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드라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다른 퀘스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 많은 노스렌드의 영웅들이 기억하고 계실, "분노의 관문"과 관련된 포세이큰(언데드)의 역병 퀘스트 묶음입니다. 노스렌드에 막 도착한 70 레벨의 플레이어는, 시작점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언더시티에서 비행선을 타고 도착한 동쪽에서 시작하는 호드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포세이큰의 역병" 퀘스트 묶음을 수행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포세이큰들이 이웃하게 도착한 얼라이언스와 분쟁을 벌인다거나, 노스렌드의 토착 생물들을 파악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야생 동물부터 드래곤이나 납치한 얼라이언스 포로, 심지어 같은 호드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병 제조에 박차를 가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열심히 노동한 결과들 덕분에 이뤄낸 성과고요. 그렇게 열심히 역병을 만드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후 포세이큰과는 동떨어진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지역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역병은 잠시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죠. 그러다 마침내, 분노의 관문이라는 곳에서 아래와 같은 장엄한 영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포세이큰이 등장하는 시점에, 역병 퀘스트를 수행했던 캐릭터들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 저거 내가 만든 역병이구나!"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서사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역병이 이렇게 멋지고 강렬하게 보이고 있어!"라는 기분이었죠.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게임 세계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와우라는 게임의 구조 상, 이야기에 의미있는 어떤 일을 플레이어가 해냈다는 느낌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줬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다시 길어졌지만, 결국 이것은 다른 문화컨텐츠에서 사용하는 "복선"과 유사한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리물에서 결과를 미리 알면 맥이 빠지는 것처럼, 복선도 "이것이 복선입니다!"라고 표시되면 굉장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처음 기반작업과 같은 일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미래의 일을 암시하지 않는 것은 복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과거의 복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때,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대단히 길)게 와우의 퀘스트 구조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덕분에 쉬어가는 판다리아의 안개를 넘어 힘주어 자신있게 개발했다고 말하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또 어떤 지역과 이야기들로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능력이 부족한 자의 긴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 . ※ 함께 볼만한 토픽:
  19. lolkain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고난이도의 도전과제로 갈 수록 왠지 모르게 퍼즐 푸는 느낌이 나는거 같기도 하네요 ㅎㅎ 필요조건을 찾고 조건에 맞도록 수행해야 하는... 그러고보니 도전과제 중에 기억남는건 문명 시리즈의 도전과제네요 :smile:
  20. Jolgame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스팀에 있는 게임들에는 대부분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진행만 해도 달성되는게 있는가 하면 특정 난이도라던가 어떤 부분에서 뭔가 일반적인 플레이와는 다른 걸 해야한다던가 여러 조건들이 있지요. 이런건 한번 달성하면 도전과제 달성! 으로 끝입니다. ㅎㅎ (이미지 출처 : http://hsi5199.tistory.com/1 ) 디스가이아 라는 게임의 시리즈는 대대로 모든 전투마다 지오패널의 연쇄파괴를 통해 보너스 포인트를 축적시켜서 보상을 받는게 있지요.(위의 스샷은 지오패널을 순서대로 파괴중인 스샷) 전투에서 발생하는 콤보도 해당 보너스 포인트를 쌓을 수 있지만. 맵에 펼쳐져있는 미로같은 지오패널들을 완벽연쇄(색깔을 순서대로 파괴하는 식) 시키면 대부분 최고급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험치/아이템/돈 등을 받게되죠. 뭐 타 게임들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왁푸에는 이 지오패널 시스템이나 도전과제 시스템 을 짬뽕시킨듯한 첼린지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SRPG에서 야리코미 플레이 라고도 말하기도 하는 플레이를 도전대상으로 놓는거지요. 매 전투마다 주어지고 필드 일반 전투의 경우 1개의 첼린지가. 던전이나 특수 전투의 경우 2개의 첼린지가 설정되며 첼린지의 내용은 정말 다양합니다. (스샷 미포함이 많습니다만 일단 제가 겪은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거리 공격(1타일) 으로 마무리하기 / 원거리 공격(2타일 이상)으로 마무리하기 ★몬스터의 뒤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 ★특정 속성공격 하지 않기.(게임에는 총 4가지 속성 존재) ★몬스터의 레벨이 높은순 / 낮은순으로 제거하기 ★표시된 몬스터 가장 나중에 제거하기 ★매 유닛의 턴 종료시마다 아군과 붙이기 / 적군 옆에 붙여두지 않기 / 아군과 떨어져있기 / 조종 유닛 기준 자기 라인(십자선)에 아군 유닛이 존재하게 하기 ★전투에 참가된 모든 유닛이 1번도 KO 당하지 않기(체력 0이 되어 그로기가 되는 상태) ★앞에서 맞지 않기 / 뒤에서 맞지 않기 ★아군을 회복시키지 않기 ★이동 포인트를 매 턴마다 1 이상 남기기 / 남기지 않기 ★이동 포인트와 액션 포인트를 0과 2 4 6 8 등 짝수 숫자로만 남기기 ★한 턴에 모든 적을 전멸시키기 / 한 턴에 한 유닛으로 2킬 / 3킬하기 ★전투에 참가한 모든 아군 유닛들이 1킬씩 기록하기 (전부 1킬씩 기록하는 시점을 계기로 클리어) ★가장 레벨이 낮은 아군 유닛으로 모두 죽이기 처음엔 이게 뭐야 왜 맨날 달성하지 못하지 ㅠ 이랬었는데. 상세히 읽어보니 위에 적힌것 말고도 상세 달성 관련 정보를 주더군요. 스샷에 있듯이 말이죠. 소환물 카운트 유무라던가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등.. 잘 봐야하더라구요. 여튼 이렇게 어려운 것들을 달성하면 보상이 참 좋습니다. 아래 스샷과 같죠. (던전 마지막 전투인 보스전투에서 2개의 첼린지를 모두 달성하면 템이 드래그를 해야 할 정도로 드랍되곤 합니다!) 이것들중 하나나 두개가 랜덤으로 설정되며 달성시에는 각 난이도에 따라 전투 경험치와 드랍율의 보너스를 받게됩니다. 어려운 첼린지는 1개만 달성해도 경험치와 드랍율이 100퍼가량 증가하게되고 별로 어렵지 않은 것들은 40퍼~60퍼 정도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물론 첼린지가 두개 걸려있고 두개 다 달성시키면 보너스가 합산되지요. 이 시스템 때문에 유저는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 있는 턴제 전투를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단순한 SRPG라면 데미지의 집중과 회복 등만 생각하게 되겠지만 자신의 캐릭터와 동레벨대의 전투에서 이 요건을 충족시키는건 은근히 어렵고 달성 보상이 좋기 때문에 약간 시간이 더 들더라도 첼린지를 도전하게 됩니다.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는 SRPG를 첼린지 시스템을 통해 파티플도 협동하고 솔플시에도 머리쓰는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이상 최근 즐기는 게임의 시스템 소개를 마칩니다. (카테고리를 정하지 못해 Everyday에 남깁니다)
  21.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22. lolkain 님이 작성하셨던 리플라이의 아카이빙입니다. --- 글 중간에 나오는 Flow 이론은 작년에 연구를 잠깐 해봤던 적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리텐션 개념에 대해 Flow 이론으로 접근하는 경향(물론 제 개념이 Flow 이론이였다는건 이후에 알게된 일이지만)이 있었는데 덕분에 좀 더 다듬을 수 있었죠. :smile: 레벨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프로토타이핑-테스트 의 반복이 일상이기 때문에 위의 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미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결론에서 이야기 하는 라는 부분은 디자이너의 이상적인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글쓴이가 언급한 사실과 같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메카니즘과 스토리, 분위기 등 다른 요소들 간의 균형점 이라는 점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말이죠. 실제 플레이. 특히 온라인 게임과 같이 거의 동시간적으로 다양한 플레이가 교차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본다면, 매우 다종 다양한 플레이어에 의해서 경험되는 경우가 많을텐데 정제된 경험은 결국 전혀 다른 종류의 플레이에 의해 깔끔하게 무시될 수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핵심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Main Experience)과 핵심 경험의 주변경험(Side Experience)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핵심 경험이 확고하게 전달 될 수 있다면 주변부 경험의 스펙트럼은 다양해 질 수록 플레이가 풍부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만 주변경험은 디자이너가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큰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생각한다면 그런 플레이도 있을 수 있다. 라고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이야기에서 동감하는 점은 아래의 문구라고 생각됩니다 :wink:
  2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Distilling Game Design 너무 개괄적이고 다분히 이상적인 환경을 상정하고 있는 글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좀 으음 ... 스럽긴 합니다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 가장 아래 '참고' 항목에 보면 총 5가지 중 가장 첫번째와 마지막은 책이라서 좀 거시기한데, 중간의 3 가지는 웹상의 아티클이라 시간 되시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바틀꺼야 뭐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아시겠지만 이걸 수정 보완한 버전 (Bart Stewart. Personality and Play Stiles: A Unified Model)도 있고 뭐 ... 기타등등. http://www.gamedev.net/page/resources/_/creative/game-design/distilling-game-design-r3805 --------------------------------- 난 화학이 싫다. 학교 화학실험실에서 시계가 째깍대는걸 지켜보면서,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닌텐도64를 떠올리며 보낸 시간을 경멸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난 화학에는 젬병이다. 근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화학의 단순한 어떤 개념이 게임 디자인에 아무런 손색없이, 아주 조화롭게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글에서 여러분은 '게임 디자인 증류'가 무엇인지, 게임 디자이너는 증류를 게임 디자인 프로세스에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언제나 '느낌'으로부터 시작하라 게임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은 "내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가"이다. 그들의 손이 두려움에 떨기를 바라는가? 짜증스럽다고 느끼길 바라는가? 플레이어 자신들의 윤리의식이 도전받고 있다고 느끼길 바라는가? 론 길버트(Ron Gilbert)가 원숭이섬의 비밀을 만들 때 그가 플레이어들을 겁먹게 만들려는 의도였다고는 믿지 않는다. 또는, 플루크두드(FlukeDude)가 불가능한 게임(The Impossible Game)을 만들면서 플레이어들이 편히 쉬길 바랬을 거라고도 믿지 않는다. (이 게임은 애초에 이름부터 짜증나고 스트레스 만땅이며 도전적이다.) 게임의 이런저런 부분들을 짜맞추기 전에, 멋지고 복잡한 세기말 스토리를 구상하기도 전에, 심지어 첫번째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이 여러분의 게임을 플레이할 때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지 적어내려가보자. 이렇게 적은 내용은 여러분의 개발 기간 내내 여러분이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을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아 근데, 반드시 단순해야만 한다. 감정은 인간 행동의 가장 복잡한 영역들 중 하나이다. 우린 언제나 뭔가를 느끼고 있다. 심지어 우리 자신이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걸 모르는 순간에도 말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잘못된 원인으로 인해 뭔가를 느낀다; 사실 잘못된 원인으로 인해 뭔가를 느끼는 것은 게임 디자이너가 플레이어에게 자신들이 의도한 바를 느끼게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스탠리 샤크터(Stanley Schachter)와 제롬 싱어 (Jerome E. Singer)는 감정의 2요인 이론(2factor theory of emotion)이라는 것을 주창했는데, 이는 모든 감정이 생리적 자극과 인지적 표상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기반한다는 내용이다. 누군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생리적 반응 (심박수의 증가, 손에 나는 땀)이 발생한다 - 그리고 대부분의 느낌들은 같은 생리적 반응을 공유한다. 사랑을 느끼는 것과 공포를 느끼는 것 사이의 차이는 맥락에 의해 달라질 뿐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잇을 때, 우리의 뇌는 생리적 자극을 인지적 표상에 연결한다. 만약 여러분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손에 땀이 나는데 여러분이 우리에 갇힌 채 눈앞에 배고프고 화가 나 보이는 호랑이를 보고 있다면, 여러분의 생리적 반응은 공포와 연결된다. 그러나 신체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누군가 중요한 이와 저녁을 함께 들고 있다면,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감정의 2요인 이론에 의하면 여러분이 여러분의 플레이어가 느끼길 바라는 그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적절한 도전(물리적, 윤리적, 또는 정신적)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여러분의 게임이 적절한 맥락을 갖추도록 주변 환경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가장 어려운 일들 중 하나는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동작하며 이를 어떻게 의도대로 제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나는 타이난 실베스터(Tynan Sylvester)의 책 "게임 디자인하기; 경험 공학 안내서'를 추천한다. 증류된 게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픈 감정이 여러분이 디자인하는 게임이 노리는 총체적 기반이 된다면, 그리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이제 증류된 게임 디자인이 나설 차례이다. 증류된 게임 디자인이란 다른게 아니라, 여러분 게임의 가장 정수를 의미한다.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감성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 한 가지 (또는 둘이나 세 가지)를 말한다. 예를들어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짜증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굉장한 그래픽과 사운드는 제거해버리고 잘 밸런싱된 매커니즘과 그 진행만 남겨도 여전히 플레이어로 하여금 짜증나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우스꽝스러움을 전하고 싶다면 어려운 매커니즘은 배제할 수 있겠지만 웃긴 그래픽과 특수효과, 그리고 맥락에 맞는 웃긴 스토리를 빼버리긴 어렵다. 아울러 모든 게임에는 그에 맞는 게이머들이 있기 마련이고, 여러분의 게임의 핵심적인 목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계속해서 흥미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임을 기억하자. 이 분야에 대해서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ály Csikszentmihály)의 플로우(Flow) 이론과 그의 책 '플로우: 최적경험의 심리학' 및 알렉산드레 만드리카(Alexandre Mandryka)의 글 '재미와 불확실성'을 추천한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여러분이 게임을 디자인하기 전, 여러분은 자기만의 화학실험실에 들어가 증류과정을 세팅해놓고 적절한 양의 잘 밸런싱된 핵심 매커니즘, 멋진 스토리, 최첨단 사운드와 굉장한 그래픽을 넣어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경험이 나올 때까지 저어준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자기가 원하는 게임의 가장 순수한 상태를 얻게 된다. 초기 피드백 ----- 다음 단계는 증류한 게임과 매커니즘에 대한 피드백과 반복 과정이다. 증류한 프로토타입을 플레이어에게 주고 맛보게 한 다음, 여러분의 게임의 맛이 어떤지 답하게 한다. 짜증맛인가? 공포맛? 행복맛? 아니면 분노맛? 플레이어들에게 직접 묻는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맛에 반응하는 모습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아주 매운 음식을 먹는다면, 그들의 얼굴이 빨개지고 물을 달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식의 맛이 매운지를 확인하기위해 그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이 플레이어에게 전해준 맛에 대해 명확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전달하려는 맛을 그들이 명확하게 표현할 때까지 밸런스를 다시 잡고 프로토타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여러분이 전하려는 게임이 가장 순수하게 증류된 상태로, 다른 요소들을 첨가하기 전에는 그 맛이 강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게임 디자이너인 내 친구의 경고의 말 한마디. 여러분은 테스터를 고를 때 현명하게 해야한다. 리처드 바틀(Richard Bartle)의 에세이 "하트, 크로바, 다이어몬드, 스페이드: MUD에 어울리는 플레이어 유형"과 바트 스튜어트(Bart Steward)의 글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 : 통합 모델"을 읽어보면 게이머의 유형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여러분은 테스터들이 여러분이 타겟으로 하는 유형의 게이머와 맞는지 명확하게 해야한다. 테스터들을 알되, 너무 잘 알지는 말 것. 여러분이 자기가 만든 게임을 여러분의 어머니나 친구에게 테스트 시킨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테스터가 느끼는 것을 그들의 얼굴과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제 뭘 해야할까? 게임 디자인을 도출한 후에는 여러가지 첨가물을 넣어야 한다. 예르들어 여러분의 증류된 게임 디자인이 공포맛이라면, 이 맛을 꾸미기 위한 여러가지 양념들을 추가해야 한다. 본래의 맛을 손상시키는 양념을 넣는 실수를 하지말자. 예를들어 여러분이 케이크를 만들고 있고 단 맛이 나길 바란다면, 소금을 약간 넣는건 괜찮겠지만 너무 많이 (때에 따라 적절한 양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더) 넣으면 여러분이 의도한 맛을 망쳐놓아 단 맛이 아니라 짠 맛이 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공포 게임을 디자인하는 중이고 여기에 약간의 유머를 넣고 싶다면, 증류된 게임 디자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게임은 플레이어를 겁먹게 해야하며, 그것이 애초에 그 게임을 만든 이유였다. 따라서 아주 미묘한 양의 유머는 넣어도 되겠지만, 버려진 도시가 화면을 비추는 가운데 광대처럼 차려입고 아이처럼 노래하며 걸어다니는 만화를 만든 후 플레이어에게 소름끼치는 좀비가 어둠 속 어디선가 지금 당장이라도 튀어나올거라 기대하길 바란다면, 뭔가 분위기 연출이 잘못된 것이다. 이는 명료한 예시였다. 그러나 균형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게임에 만화스럽게 생긴 광대를 넣거나 배경을 너무 밝거나 어둡게 만들면 여러분의 게임이 가진 고유의 향취를 잃게 만들 수 있다. 균형은 좋은 게임에서 큰 효과를 드러내며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따라서 고유의 향취가 손상되지 않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뭔가를 이제 그만 추가해야한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는, 여러분 게임이 증류된 게임 디자인과는 다른 맛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임을 다 만든 후에 (또는 만드는 과정 중에) 여러분은 테스터들에게 현재 상태의 게임과 증류된 게임 디자인을 각기 한 병씩 건내고, 둘이 같은 맛이 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테스터들이 증류된 게임 디자인과 현재 버전에서 정확히 같은 기본적 감정을 느낀다면, 여러분은 게임을 최초에 떠올렸던 때의 감정을 잘 발전시켜 온 것이고 아마도 굉장한 게임을 만들어 낸 것일테다. 결론 - 여러분이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 앞서 말한 경험을 전달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플레이어의 반응에서 여러분이 기대하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날 때까지 반복 과정을 거친다. - 플레이어를 현명하게 선택하라. 증류된 게임을 아무에게나 테스트시키지 마라. - 플레이어의 느낌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요소들을 추가하라. - 게임을 더 많이 테스트하면서 증류된 버전과 같은 맛이 나는지를 확인해나가라. 참고 Tynan Sylvester. Designing Games: A Guide to Engineering experiences. Alexandre Mandryka. Fun and Uncertainty. Bart Stewart. Personality and Play Stiles: A Unified Model. Richard Bartle: "Hearts, Clubs, Diamonds, Spades: Players Who Suit MUDs" Mihaly Csikszentmihalyi,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24. 어제 SNS 상에서 라는 자문을 했었고 여기에 데브캣의 나크 님께서 라고 답변하셨었는데 이 부분을 보니 더더욱 나크 님의 답변이 잘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제공하려는 경험(본문에서의 감정)에 따라 집중할 요소는 매커니즘일 수도 있고 스토리일 수도 있고 그래픽 요소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주변의 많은 게임 디자이너 분들이 말씀하시는 "당위론적으로 매커니즘이 먼저"라고 하는 의견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2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Branching Conversation Systems and the Working Writer, Part 2: Design Considerations 전편은 '소개'라서 좀 뭐랄까 그 ... 정말 도움이 되는게 맞는건가 싶은 부분이 살짝 있었는데 이번편은 뭐라도 좀 손에 잡히는게 있긴 하군요. 하지만 너무 길어서 힘들었음 ㅜㅜ http://www.gamasutra.com/blogs/AlexanderFreed/20140909/225281/Branching_Conversation_Systems_and_the_Working_Writer_Part_2_Design_Considerations.php ----------------------------------------------------------- 이 글은 가지치기 대화 시스템을 다루는 여러편의 글들 중 두 번째이다. 첫 편을 보려면 여기로 자, 이제 여러분은 여러분의 게임에 가지치기 대화 시스템이 최선이라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전문 작가와 프로그래머를 고용했고, 도입과 테스팅을 위한 예산도 확보했다. 그러나 여러분의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해야하는걸까? 여러분은 상위 개념의 목표는 알지만, 지금은 이를 정제할 때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실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려야 할 가장 큰 디자인상의 결정들에 대해 논할 것이다. 더빙 또는 안더빙? 풀보이스 더빙은 최신 "AAA"게임들에는 흔한 것이다. 그러나 텍스트 또한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인디와 모바일 게임에 기대되는 바는 또한 다른 것이다. 이하의 사항들을 고려해보자. 예산. 디자인상의 고려이전에, 작은 프로젝트는 아마도 성우를 고용하기엔 예산이 부족할 것이다. 특히 가지치기 대화형 게임에서는 대사들이 직선형 시나리오에 비해 월등히 많기에 그렇다. 복수의 플레이어 캐릭터 음성 (예를들어 플레이어 캐릭터가 남성인 경우, 여성인 경우 등) 이 필요한 경우는 상황이 더욱 안좋아진다. 바이오웨어의 매스 이펙트 3 는 40,000 줄의 대사가 녹음되었다고 하며, 이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전반적인 모바일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표현. 더빙의 문제점은 예산만이 아니다. 더빙을 사용하는 게임은 반드시 표현상의 리얼리즘 문제와 씨름하게 되어 있다. 대화 중간의 일시정지 - 플레이어가 대화상의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경우 등 - 는 주의를 분산시킨다; 대화를 대화이게 하는 흐름을 저해하는 어떤 요소들 - 단순 허브 모델에서의 느닷없는 화제 변경이라던가 - 은 잠재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더빙은 또한 순수한 텍스트에 비해 플레이어의 시간을 더 많이 빠앗는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성우들이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텍스트를 읽으며, 몇몇은 영화를 제작된 상태 그대로 보기보다 자막을 켜놓고 좀더 빨리 돌리는게 더 우월한 경험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배우들이 대사에 걸맞는 적절한 시각적 연기를 곁들이는 영화의 경우이고, 게임은 아직 그러기 어렵다. 더빙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반드시 플레이어가 앉아서 녹음을 끝까지 들어야 하는 혹할만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잘 만들어진 컷씬은 이런 요소를 고려할 때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 고정된 화면에 움직이지 않는 캐릭터의 초상화와 텍스트만 보여주면서 더빙된 내용이 흐르는 것은 많은 게이머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는 고품질의 리소스를 사용한다해도 그렇다. (아울러 우리는 성우의 연기가 좋은 경우만을 가정하는 것이다. 나쁜 연기보다는 차라리 더빙이 없는게 거의 언제나 더 낫다.) 반대로,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통해 매력적인 대화장면을 연출하긴 어렵다. 풀렌더링된 캐릭터가 해당 장면에 나타나 감정을 표현하되 말은 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워보인다. 리얼한 장면연출이 프로젝트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거나 엔진의 강점이라면, 더빙은 언제나 해야한다고 본다. 장면 연출의 양식화가 강할수록, 더빙은 덜 필요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내레이션. 대화와 내레이션을 섞으면 (랄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개가 그리워") 최고의 대화장면도 견주기 어려운 수준의 복잡한 디테일을 전달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내레이션은 더빙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소서리!는 1980년대의 게임북을 모바일 기기로 옮긴 것이다. (적어도 적절한 디자인 변경을 고려하지 않은 한에는) 풀 더빙감은 아니다. 텍스트 조작. 더빙을 해버리면 텍스트에 적절한 변경을 가하기가 어렵다. 예를들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성별을 결정한다면, NPC의 대사는 이를 적당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그녀>가 돌아오고 싶어한다고? 응?")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 개별 단어를 "토큰화"하여 여러 변수에 따라 바꿔 쓸 수 있게 하는 유동성은 더빙과 함께 다루기는 어렵다. 녹음. 더빙 대본을 만드는데 있어 필요한 것은 작가가 일정한 제한 사항아래 엉성한 구조를 피하도록 쓰는 것뿐만이 아니다. 성우와 감독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녹음실에서 애매하지만 이해가 되는 톤의 대사를 표현할 방법이 있는가? 이런 형태에 익숙한 또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갖는 뉘앙스에 대해 이해하는 감독이 있는가? 215번째 줄의 대사가 별도의 다른 우울한 대사와 이어질 수 있으니 214번째 대사를 너무 열정적이지 않게 연기해달라고 말할 방법은? 익숙함. 그리고 물론, 성우를 위한 대본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아는 작가가 없다면 이런건 문제가 될 수조차 없다. 녹음용 대사는 녹음용이 아닌 대사와는 다르게 쓰여져야 한다. 텍스트로 볼 때는 흥미로운 독백이 발음해보면 부적절하고 멍청해보일 수 있다. 캐릭터의 "음성"은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통해 전달되어야 한다. (이는 상호작용적 대사를 넘어서는,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다루지 않을 주제이다. 그러나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말없는 주인공.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텍스트의 비중이 큰 롤플레잉 게임들은 풀보이스와 컷씬으로 변화해왔다. 이때 NPC는 풀보이스를 갖지만 플레이어 캐릭터는 말이 없는 것이 일반적으로 자리잡았다. (바이오웨어의 구공화국의 기사단) 예산을 절약하는 것 말고도, 일련의 인터페이스 문제들 (아래에 나오는 "선택 인터페이스와 선택지" 참조)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깊이 개입하여 만든 주인공의 목소리를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 부적절하거나 좋지 않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음성이 경험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을 고려한다면 결코 의미없는 잇점만은 아니다. 요새는, 가지치기 대화의 더빙 연기에서 말없는 주인공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컷씬들의 디테일과 리얼함이 놀랍도록 증가하면서,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음성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가운데 특정한 한 인물 - 심지어 그게 주인공이다! - 말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점점 더 이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하는 주변 캐릭터들이 스타가 되는동안 주인공은 자기 자신의 스토리에서 수동적인 구경꾼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말없는 주인공, 풀보이스 NPC"를 많은 경우에 추천하지 않는다. 컷씬 대화가 있는 게임의 경우 이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받는 주목을 앗아가버린다. 컷씬 대화가 없는 게임에서는 어떤 음성 연기도 어거지로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말없는 주인공이 과거에 남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허브 & 스포크 또는 폭포수? 가지치기 대화에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구조가 있다: 허브 & 스포크 구조와 폭포수 구조가 그것이다. 이 둘은 섞어 쓰거나 따로 쓰거나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일관성을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 - 순수한 폭포수 구조를 쓰는 게임은 모든 대화에서 이 구조를 사용하며, 둘을 섞어서 쓰는 게임에서는 허브를 주로 특정한 방법으로만 사용한다. 기본 대화 구조는 대화 그 자체와 대화 인터페이스 양쪽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 따라서 개발 초기부터, 주의를 기울여 고려해야 한다. 이후에 이 구조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이때 우리는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래의 정의를 사용하도록 하자. 허브 & 스포크. 허브 & 스포크 구조에서, 플레이어는 중심이 되는 "허브"로부터 뻗어나온 대화 선택지들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특정한 선택지가 선택되면, 이 선택은 일련의 고유한 대사와 추가적인 답변 선택지들로 이어진다. 모든 고유 대사와 추가 답변들을 다 선택해보고나면 플레이어는 허브로 돌아와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 이는 다시 앞서와 마찬가지의 가지들로 이어진다. 대화는 대략 이런 식이 된다. NPC: 뭘 알고싶소? 플레이어 선택 1: 허브에 대해 말해주세요. 플레이어 선택 2: 폭포수에 대해 말해주세요. 플레이어 선택 3: 육식공룡군에 대해 말해주세요. [플레이어가 선택지 1을 선택] NPC: 허브는 쓸만하지. 그러나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소. NPC: 허브를 사용하는 게임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였지?"라고 하는 말을 들어봤소? 플레이어 선택 1: 들어봤어요. 플레이어 선택 2: 자연스러운게 다는 아니죠. 플레이어 선택 3: 뭔지 알겠네요. [플레이어가 선택지 2를 선택] NPC: 내 생각에 ... NPC: 이정도면 된 것 같소. 뭐 다른거 알고싶은거 있소? 플레이어 선택 1: 허브에 대해 말해주세요. 플레이어 선택 2: 폭포수에 대해 말해주세요. 플레이어 선택 3: 육식공룡군에 대해 말해주세요. 허브 구조에서는 일단 플레이어가 택했던 선택지는 이후에 가리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어가 같은 대화를 반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또는 플레이어의 선택 갯수를 제한 (허브에서 제시하는 4가지 중 3가지를 선택하면 대화가 끝나게 하려할 때) 함으로써 우선순위 부여를 강제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가지(스포크)들은 대화를 종료시키거나 새로운 선택지를 허브에 추가하게 할 수 있다. 한 허브는 다른 허브에 속한 스포크 속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는 두 구조를 섞어 쓰는 게임으로, 거대한 허브를 사용함에 주저함이 없다. (스크린샷은 Jasyfa 제공) 허브는 플레이어가 모든 가능한 대화를 보거나 듣고 싶어하지 않을 때, 또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뭔가를 조사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게 중요할 때 유용하다. 잘 사용할 경우 허브는 플레이어가 현재 조사중인 내용에 대해 자신의 책임 하에 스스로 선택하고 고르게 만듦으로써 본인이 똑똑하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경우 허브는 NPC를 정보 자판기로 만들고, 플레이어는 모든 버튼을 다 눌러보고 모든 사소한 정보도 다 수집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런 대화는 어떤 종류의 자연스러운 흐름도 자아내지 못한다; 흐름은 중단되고 성우의 연기는 느닷없이 바뀐 톤으로 인해 그럴싸해보이지 않는다. 폭포수. 폭포수 구조에서, 플레이어는 뒤로 돌아갈 수가 없다. 선택지를 택해 답하는 행위는 반복될 수가 없다. 대화는 사전 정의된 어떤 결론(또는 사전 정의된 여러 결론들 중 하나)에 도달할 때까지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대화를 계속해서 가지쳐나가게 만들고, 가지들은 재결합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다음 편에서 이 구조에 대해 좀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그리고 선택되지 못한 선택지들은 영원히 사라진다. 폭포수 모델은 좀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연출한다. 플레이어와 NPC는 대화 방향에 대한 통제를 주고받으며, 캐릭터들은 하나의 대화주제에서 다음 대화주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잘 쓰여진 폭포수 구조의 가지치기 대화는 잘 쓰여진 일직선형 대화처럼 보일 수 있고 보여야 한다 -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든 말이다. 물론 폭포수 구조로 작업하는 작가는 모든 필요한 정보들이 모든 가능한 선택 경로에서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실히 해야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선택되지 않은 선택지에 담겨있던 핵심 힌트는 "묻혀"버리기 쉽다. 대화의 "반드시 봐야하는"요소는 그 대화의 "필수 경로"에 포함되어 있어야하며, 여기에 대해서는 이후의 글을 통해 다룰 것이다. 혼합. 많은 게임들이 허브 & 스포크 구조와 폭포수 구조를 함께 사용한다. 종종 디폴트로 폭포수를 사용하는 게임들이 대화의 핵심 요소들이 전달되고나면 허브 & 스포크 구조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에서는 폭포수형 대화를 하다가 곁가지로 빠져 "조사" 서브메뉴로 갈 수 있는데, 이 메뉴는 허브 & 스포크 구조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배경 설정에 대한 부가적 정보들을 알 수 있게 하고있다. 혼합 구조의 유용함은 이미 증명되었지만, 내 생각에 허브 & 스포크 구조의 존재는 폭포수 구조를 통해 제공되는 리얼함을 크게 감소시킨다; 대화가 "게임스러워" 지고, 게임을 진짜처럼 믿으려는 마음은 긴장해서 딱딱해진다. 원래의 대화가 리얼했다면 이러한 긴장감은 더 많이 딱딱해진다 - 음성녹음이 없는 순수 텍스트에서는 대화의 주제가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음성과 표정 연기가 있는 경우 이 두 요소의 자연스럽지 못한 변화는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혼합 구조를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하거나, 시청각 요소가 강한 게임에서는 사용해선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시청각 요소가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내줄 것이라거나, 부정적 효과가 전혀 없을거라고 가정하면 안된다는 의미이다. 선택 인터페이스와 선택지 플레이어가 대화의 선택지를 선택하는 방법은 대화의 구조나 음성사용 여부만큼이나 강하게 감정과 몰입에 영향을 끼친다. 아래에 선택 인터페이스 구축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적었다. 표현.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여러분은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선택지를 보여주고 있는가? 대사의 메뉴를 보여주고 플레이어가 메뉴에서 고르도록 하는가? 아이콘이나 짧은 묘사를 대신 보여주는가? ("하트" 아이콘으로 '동정하는' 선택지 표현하거나, '화가 나서 거절' 이라는 짧은 문장을 메뉴에 넣는 등) 문학적인 전체 문장을, 축약되거나 더 쉬운 표현으로 바뀐 버전으로 제시하는가? ("도와주지 않는다"를 선택하면 캐릭터는 "너 스스로 처리해야 할거야. 나는 여기선 손 떼겠어."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아니면 이들의 조합 (아이콘과 쉬운 표현) 또는 인터페이스의 "층위" (디폴트로는 아이콘을 사용하지만 마우스 오버하면 전체 문장이 나오는 식) 를 쓰는가? 대부분의 게임에서 여러분은 아마도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가능한 빠르게 이해할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한 줌의 아이콘이 전체 대사보다는 더 빠르게 이해가 가능하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각 아이콘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오히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느라 시간을 더 소요하는 (그리고 짜증나는) 장치가 된다. 드래곤 에이지2는 아이콘과 축약 표현을 꽤 일관된 포맷으로 사용한다. (가장 위에는 "영웅적", 가장 아래는 "공격적", 특별 선택지는 좌측에 표시) 플레이어가 어느정도의 통제권을 갖길 원하는지를 생각해보자. 놀랍게도 통제권이 늘어날수록 줄어든다. 전문을 다 보여주는 문학적 시스템의 경우 플레이어가 모든 것을 다 이해함을 의미하고, 따라서 우연히 의도치 않았던 선택을 하는 경우는 줄어든다. ("나는 하트가 '분노'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나 이는 또한 플레이어들이 예기치 않았던 삶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경우 또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분노" 선택지를 택하고, 느긋하게 앉아 여러분의 캐릭터가 놀라우면서도 적절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 재밌는 일이다. 또한 답변의 결과에 대해서도 고려해보자. - 플레이어의 매번의 선택이 언제나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간다면, 자신이 내리려는 선택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좀더 중요해진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넓은 범주에서 (언제나 그런건 아니어도) 약간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장기적인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들은 선택지가 약간 헷갈려도 어느정도 이해해 줄 것이다. (결정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이를 명확하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문학적 메뉴를 음성녹음과 함께 사용할 경우 대체로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 - 내가 선택한 문장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건 그다지 재밌는 일은 아니다. 캐릭터가 말하고 있는 문장을 플레이어는 이미 읽었고, 따라서 음성이 재생되는동안 눈으로는 다른 메뉴를 살펴보게 된다. 표현상의 일관성은 어느정도까지나 원하는가? 같은 태도를 의미하는 선택지가 언제나 같은 자리에 표시되길 바라는가? (예: "악행" 선택지는 언제나 가장 아래에, "선행" 선택지는 언제나 가장 위에) 일관성은 빠른 이해를 돕지만, 다른 접근법에도 이유는 있는 법이다. 일관성이 언제나 효율적일 필요는 없음을 주지하자. 스타워즈: 구공화국 에서 우리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클래스에 따라 다른 선택지들을 배치했는데, 각 클래스의 원형(고전 스타워즈 캐릭터)에 가까운 선택지를 언제나 첫번째로 보여주었다. 밀수업자 클래스는 언제나 "한 솔로"라면 했을 법한 행동이 가장 위에 나오게 함으로써, 모든 선택지를 다 읽기 싫어하는 플레이어들도 고전 캐릭터의 번안된 버전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표현의 영역은 "혁신"을 만들어내기에 가장 용이한 부분이다. ("우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서서히 떠오르는데, 캐릭터가 본능적으로 어떻게 대답하길 원하는지 표시하는 거에요; 플레이어가 말풍선을 빨리 클릭할수록, 자신감 포인트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죠!") 그러나 끔찍하게 잘못되기도 무척 쉽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되 - 우린 계속 발전해나가야 하니까 - 단순화하여 이미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지점으로 돌아오길 주저하지 말자. 또한 경쟁작의 표현방식에 너무 가까이 갔을 경우 지적 재산권 문제에 유의하자. (예를들어 *매스 이펙트*의 대화 휠에 대한 특허를 보라) 플레이어에게 강제로 주어지는 대사. 플레이어 캐릭터가 뭔가 말을 할 때마다 매번 플레이어는 선택을 해야할까? 아니면 선택의 기회는 결정적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플레이어 캐릭터는 기본 성격 또는 플레이어가 이전에 내린 선택에 기반하여 가끔 "자기 스스로" 말을 해도 되는걸까? 플레이어는 자기 캐릭터에 대해 어느정도의 통제권을 갖는가? 또는 플레이어는 어느정도의 통제권을 원할까? 대화가 자연스럽길 바랄수록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강제로 대사를 주입하길 원하게 된다. - 실제 대화란 주거니 받거니하는 과정을 수반하며 따라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스스로 말하게 하지 않으면 이상스러울 정도로 일방적인 대화 또는 수십 번에 걸친 본론에서 벗어난 대답을 통해 플레이어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대화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들은 자기 캐릭터가 약간의 간단한 추임새("네가 밥이야?", "계속해", "그녀가 뭐라그랬다구?")를 넣거나 이미 내려진 결정에 기반한 대답 (처음 한 답변이 따지기 좋아하는 것이었다면, 이후에도 NPC와 엎치락 뒤치락하며 언쟁하는 경우)을 하는 데에 큰 거부감이 없다. 한편 강제로 주어지는 대사가 지나칠 경우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자기 캐릭터와 유리되었다고 느끼거나, 자기가 캐릭터를 조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빼앗겼다고 느끼거나, 자기가 상상해 온 캐릭터에 들어맞지 않는 대사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쉽다. 이는 모든 *강제로 주어진 대사*에 해당하는 위험 요소이며, 계속해서 유의해야하는 지점이다. 덜 자연스러운 대화의 경우 - 여러분이 음성녹음을 사용하지 않고 허브 & 스포크 구조를 사용하는 등등의 경우라면 - 강제로 주어지는 대사는 그닥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거의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대화에서 하는 말이 적을수록, 플레이어 캐릭터는 덜 진짜같고, 삶과 감정을 가진 능동적인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으며, 스스로의 의견을 별로 가지지 않는, 그저 플레이어 자신을 나타내는 인터페이스 장치로 여겨지게 된다. 허브 & 스포크 구조에, 텍스트로만 이루어져있고, 강제 대사가 전혀 없는 대화 시스템이라해도 물론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진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정의보다는 플레이어 에이전시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고, 따라서 게임의 다른 부분들 및 서사는 이에 따라 잘 디자인되어야 한다. 선택지의 갯수. 플레이어에게 한 번에 몇 가지나 되는 선택지를 제시할 것인가? 이는 물론 표현 방법(그리고, 당연히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에도 맞춰야 한다)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그 자체로도 고민을 해야한다. 플레이어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시할수록, 이는 플레이어가 자기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과 개성에 더 많은 통제권과 개별적 대상을 주는 것이 된다. 그러나 모든 선택지들은 또한 플레이어의 진행 속도를 느리게하고 결정의 핵심적 요소들을 명확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선택지의 갯수는 플레이어에게 허락된 개성의 "디폴트" 타입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항목에서 이에 대해 좀더 다루겠지만, 여러분의 게임에서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선택하게 될 캐릭터를 떠올려보자. 하이환타지 게임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들은 넓게 보아 스테레오 타입인 귀족적 영웅, 저돌적인 폭력배, 영리하고 위트넘치는 도둑, 사려깊은 탐색가 등이 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 사항들을 다루기 위해서 - 또는 플레이어가 상상하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배치되지 않는 선택지를 찾아낼 정도의 - 선택지의 갯수가 최소한 일정량만큼 필요하다. 대화에 비중을 두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3-4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 2가지는 너무 제한이 크고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감이 있고, 4가지를 넘을 경우에는 게임의 진행이 느려지고 플레이어들이 소화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이 부분에서도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여러분이 게임 전반에 걸쳐 플레이어들을 4-5가지 선택지에 길들여왔다면, 중요한 순간 2개의 선택지만 제시되었을 때 이에 반발할 위험이 있다. ("왜 X나 Y, 아니면 Z를 선택하지 못한다는거지?") 반대로 시작부터 2가지 선택지를 접해왔다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스타일에 있어서 선택 가능한 요소들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시간 제한. 플레이어가 답변을 선택하는데 있어 시간 제한을 두는 것 - X초 내에 대답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건 특정한 답변을 디폴트로 선택하게 되는 것 - 은 두 가지 이유에 있어 꽤 유용하다. 첫째로 대화에 긴장감을 더하고 플레이어들에게 "즉시" 그리고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캐릭터의 입장에서" 선택하게 독려할 수 있다. 둘째로, 음성이 들어간 대화의 경우 플레이어가 생각하느라 조작을 중단하여 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어색하게 끊기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의 큰 단점은 물론 플레이어들이 자기가 원하는게 뭔지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과 아마도 그래서 짜증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간 제한을 넣고 싶다면, 모든 선택지들이 (그 자체, 그리고 표현 형식의 양측면에서 모두) 명료하고 각기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뭘 고를지 고민하는게 아니라 이게 무슨 의미인지를 고민하느라 귀중한 수 초를 낭비하게 하지 말라. 끼어들기. 답변 선택지가 NPC가 자기 말을 다 했을 때만 나타나는가?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NPC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 수도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끼어들기는 다른 "일반적인" 선택지들과 다른가? 이는 비교적 드문 매커니즘인데 - 매스 이펙트 시리즈가 제한된 상황 하에서 이를 시도했었고, 꽤 재밌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만약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음성녹음이 들어간 게임의 대화에 강한 자발적 느낌을 부여할 수 있다. 매커니즘의 관점. 마지막이지만 결코 덜 중요하지는 않은 것: 여러분의 선택지와 대화는 게임 내에서 뭐가 됐든 어떤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가? 예를들어, 플레이어 캐릭터는 RPG 스타일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가? 플레이어가 특정한 전제조건을 달성하기까지 어떤 대화 선택지가 "잠겨" 있는가? 그렇다면 이 선택지는 회색으로 처리되어 보이지만 선택할 수 없는가,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가? 특정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선택 가능한 선택지들은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가? (예: *뱀파이어 매스커레이드 - 블러드라인* 에서 '과학'을 100 달성해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옆에는 작은 비이커 아이콘이 붙어있다; '유혹' 스킬에 기반한 선택들은 꽃무늬 폰트로 나타난다) 전제조건이 붙은 선택지의 선택에 실패할 경우 이를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알려주는가? 플레이어들이 전제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게임 화면이나 인터페이스를 불러와서 대화를 잠시 중단시킨 후 조정하거나, "버프"같은걸 통해 일시적으로 뻥튀기를 해서 넘어갈 수 있는가? 아니면 그냥 대화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요소들을 알아서 조정해둬야하는가? 대화를 통해 플레이어 캐릭터에 관련된 수치가 바뀔 수 있는가? 예를들어, 플레이어의 선한 선택과 악한 선택을 반영하는 "도덕심 게이지"나, 열 네가지 "악덕"과 "덕" 게이지, 또는 플레이어와 다른 개인 또는 진영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평판" 수치를 가지고 있는가? 대화 중에 나타나는 선택지는 이러한 수치들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가? 아니면 선택을 하고난 후에만 수치의 변화를 알려주는가? 아니면 그냥 수치를 보여주지 않는가? 플레이어는 대화 중 NPC의 태도에 대한 매커니즘적 피드백을 받는가? (예를들어 웨스트우드의 어드벤처 블레이드 런너에서는 플레이어가 거짓말 탐지기와 비슷한 "보이트-캄프"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이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데이우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에서는 플레이어가 대화 중 가장 적절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추가 정보가 주어진다. 내 취향에는 조금 이상했지만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대화 인터페이스에 매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게임과 접하는 방식을 좋게든 나쁘게든 크게 바꾸어놓는다. 잘못된다면 플레이어는 서사에서 주의를 돌려 숫자에 주목하게 된다. 잘 된다면, 기본적인 대화가 제공할 수 없는 액자식 서사와 결말의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글은 대화 속의 매커니즘에 대해 깊이 논하기엔 적절치 못하다 - 여기에 대해 논하려면 게임과 서사에 전반에 걸친 보다 방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 그러나 대화의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다루느냐하는 문제는 이런 요소를 게임에 어떻게 녹여넣는가 하는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여러분 게임의 대화는 서사적 결말이 담긴 미니게임이되 매커니즘으로서의 영향력은 전무한가? 아니면 대화는 게임의 다른 요소들과 중대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가? 이 시리즈는 일정한 가지치기 대화의 "디폴트" 인터페이스를 전제한다. 특히 내 디폴트 전제는 여러분 게임의 시스템이 a) 한 줄 또는 그 이상의 NPC대사를 보여주고 2)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보여주고, c) 이 선택지들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여기에 시간 제한이 포함될 수도 있으며 d) 이에 대한 NPC의 대답을 보여준다. 어떤 "추가적인" (끼어들기, 대사 단순화 등) 도 장식적 요소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 인터페이스가 내가 말한 '디폴트'와 같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시스템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지만 시간 제한과 끼어들기를 가질 수도, 끼어들지 않는다면 대화가 계속 흘러가 한 번에 하나씩의 선택지만 보여줄 수도 있다. 대화 중간에 앞으로든 뒤로든 자유로이 가볼 수 있게 허락할 수도 있으며, "빨리감기" 또는 "뒤로감기" 등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기 마음대로 대화를 구성하게 할 수도 있다. 인터플레이의 폴아웃은 가지치기 대화 시스템에 플레이어가 수동으로 직접 키워드를 타이핑해넣을 수 있는 장치를 별도의 인터페이스로 합쳐넣었고, 키워드를 통한 대화를 거친 후에 대화의 중심 주제로 돌아갔을 때에만 NPC가 답변해주는 요소를 적용했다. 여러분의 시스템이 디폴트 인터페이스와 다르면 다를수록, 보편적인 상호작용 대화 작법 요령(이에 대해서는 이후의 글을 통해 좀더 설명하겠다)을 더 많이 재고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보편적 시스템에 대한 요령들이 잘 적용되겠지만 - 몇몇은 그렇지 못할테고, 여기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이건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트와 게임 디자인, 그리고 대화 참여를 (훨씬 더 짧은 글을 통해) 다룰 것이다. 어떻게 해야 대화 트리가 이해 불가능하고, 관리 불가능하며, 수정 불가능한 쓰레기 더미가 되는걸 막을 수 있을까? 어떤 툴이 최적이며 최선일까? 뭔가 잘못되었을 때 (또는 시네마틱 디자이너나 스크립터가 새로 배치되어 새 동료에게 여러분이 만든 분기의 미로를 설명해야 할 때) 그걸 수정할 수 없다면, 여러분의 문장이 얼마나 대단하건 의미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