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nouncements

    • Zerasion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각 카테고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Purple Board
      Green/Blue 에서 관리자가 추천하는 게시물이 옮겨진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Purple Panel(관리자)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작성할 수 없습니다. Blue Board
      관리자에 의해 승급된 Blue Panel들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Blue Panel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Green Board
      회원 가입 후 인증이 완료된 Green Panel들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Green Panel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Free Board
      잡담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Panel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To GDF  운영진에게 부탁하고 싶은 내용, 궁금한 점, 건의 사항 등을 여기에 적어주세요.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회원이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의 의도와 관계없는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적당한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지거나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게시판 예절을 지켜주세요.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커뮤니티 검색: 'gdf' 태그로 검색한 결과 표시 중.

  • 태그로 검색

    태그는 콤마(,)로 구분합니다.
  • 작성자로 검색

콘텐츠 형식


Forums

  • 토론 게시판
    • Purple Board
    • Blue Board
    • Green Board
  • 자유 게시판
    • Free Board
    • To GDF

343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익숙한 내용이지만 복습 차원에서. 원문주소는 아래에 있습니다. http://www.psychologyofgames.com/2013/08/its-not-so-bad-cognitive-dissonance-and-cheap-games/ 제 해석을 믿지 마세요 !!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원문을 찾아보시고 틀린 부분을 발견하면 지적해주세요. ----------------------------------------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때, 당신은 제값을 주고 산 게임을 세일 때 좀더 싸게 산 게임보다 더 재밌게 즐기는가? 물론 가장 중요한건 게임 그 자체겠지만, 심리학에서 잘 알려진 어떤 이론에 따르면 나온지 얼마 안된 최신 툼 레이더(Tomb Raider)를 지금 당장 $60에 사면, 몇 달을 기다려서 이걸 $15에 샀을 때보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1959년,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 와 그의 야심만만한 학부생 메릴 칼스미스 (Merrill Carlsmith)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어떤 실험을 지휘했다. 한시간여에 걸쳐서, 실험 대상자는 쟁반에 놓인 한 무더기의 나무 실패꽂이를 조심스럽게 하나씩 제거하고, 대신에 그 자리에 여러 줄의 나무로 된 땜나무를 꼼꼼하게 세워넣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멍해질 정도로 지루한 일련의 작업이다. ”자, 이제 같은 종류의 실패꽂이를 3개 맞추시면, 근사한 소리가 나면서 멋지게 빛나다가 사라질거에요”라는 말은 어떤 실험자도 해주지 않았다 실험 대상자들은 한시간을 이런 작업을 해야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나갈 무렵, 곤란한 척 하는 연구자가 나타나서 말하길, 다음 실험 대상자에게 이 지루한 실험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실험이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처럼 말해줘야 한다. 연구자는 그 댓가로 실험 대상자에게 돈을 지불한다. 실험 대상자가 처한 실험 조건이 어땠는가에 따라 그 액수는 $1에서 $20까지 변한다. 실험 대상자는 이제 가서, 다음 대상자라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러나 그는 사실 다음 실험 대상자가 아니라 다른 연구자였다. 이 새로운 연구자는 실험 대상자를 자극해서 앞으로 하게 될 일이 얼마나 굉장한지 설명하게 한다. 실험 대상자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그 일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성실하게 거짓말을 한다. 친구 안녕 !! 좋은 날이지 !! 완전 짱 잼나 !!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실험 대상자는 서식지에 자기가 겪은 실험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정말로 얼마나 짱 잼난 일이었는지 등급을 매기게 한다. 결과는? $1를 받은 실험 대상자들은 $20를 받은 실험 대상자보다 이 실험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페스팅거와 칼스미스는 이를 그들이 ‘인지부조화’라 부르는 이론으로 정리했다. – 두 개의 서로 모순되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경우 생겨나는 정신적으로 긴장된 상태. 연구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둘 중 하나의 생각을 버리거나 바꿔야 한다. 쥐꼬리만한 $1 받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거짓말을 해야 했던 실험 대상자들에게, 아래의 두 가지 생각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1. 봐요. 이 일은 X나게 재미없네요 2. 거의 아무것도 못받고 내 의지로 학우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은 2번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페스팅거는 이 인지부조화를 1번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속임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들이 한 일이 정말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20를 받은 실험 대상자들은 어떤가? 좋은 질문이다. 페스팅거는 $20면 상당한 돈이고 - 1950년대에 이 돈은 현재 시세로 $150 어치의 물건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이들은 (돈이 별로 없는 –vsc) 대학생들이었다. 이 실험 대상자들은 이정도의 뇌물이라면 거짓말을 하기에 충분한 댓가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은 지루하다”와 “거짓말을 하는 댓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다”는 인지부조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기껏해야 “거짓말” 앞에 “무해한”을 넣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지금까지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비디오 게임으로 돌아가보자. 올해 초 나는 새로 나온 심시티를 구입했다. 불행히도 이 게임은 버그와 서버문제, 그리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로 엉망이었다. 이 게임의 퍼블리셔인 EA는 이를 가는 고객들에게 무료 게임을 제공하기로 했고, 나는 내 몫으로 데드 스페이스3(Dead Space3)를 구입했다. 꽤 괜찮은 거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게임은 불과 몇주 전에 $60를 주고 구입해야만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공짜로 얻었다. 나는 앞서 출시되었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꽤 좋아했다. 그러나 몇시간쯤 새 우주기지에서 네크로모프들을 짓밟은 후에, 완전히 지겨워져버렸다. 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난 플레이를 그만뒀다. 이 일은 내가 인지부조화의 부족을 느끼는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페스팅거의 실험 대상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아니면 좀더 간단하게는, 내가 데드 스페이스3를 $60를 주고 샀더라면, 나는 내가 이 게임을 제값주고 샀다는 사실을 마주하기보다 게임이 재미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을까? 더 나쁜 경우로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그들이 틀렸으며 그들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얘기했을까? 아마도. 최소한 약간은 그랬을지도 모른다. 인지부조화 이론과 소비자의 선택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연구자들은 쇼핑객들이 일반적으로 그 물건이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자신들의 믿음을 확신하기 위해 자기들이 구입한 물건에 대한 마음을 바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또한 구입 이후의 인지부조화 (다른 말로는 “구매자의 후회”) 는 구매 결정에 직접 개입한 경우 (마케팅 요소의 조언을 따르거나 영업사원의 권유에 의해서 구매하는 경우의 반대) 또는 결정에 들이는 시간이 길 경우에 좀더 줄어든다는 것도 밝혀냈다. 아마도 자세히 알아봤고 속아서 산 것이 아니라는 점이 스스로를 설득하기에 좀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제 가격을 다 주고 사는 비디오 게임의 경우, “난 이 게임이 $60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거 별로야” 라는 생각들이 약간의 정신적 긴장감을 야기할 수 있다. 반품 정책이 소비자 편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이 그럭저럭 재미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잠깐. 이봐요. 인정하셔야 합니다. 나만 그런건 아니잖습니까? 당신도 전에 그래봤죠. 안그래요? ---------------------------------------- 게임의 가격문제보다는 게임 디자인으로 이걸 가져올 수 없을까 또는 가져온 예가 없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네요. 좀더 넓게 보면 화폐를 통한 가격이라는 개념보다는 좀더 넓은 범주에서의 가치교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 한데 말이죠. 뭔가 괜찮은 사례가 없으려나요? 한편, 아래에 보면 “인지부조화 문제가 아님. 데드스페이스3가 그냥 쓰레기 게임이라 그런거임” 하는 댓글이 달려 있어서 열라 웃었음 ...
  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새 이 Gone Home이라는 인디(?) 게임이 왠지 여기저기에서 화제가 되는 듯 하여 하나 물어왔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 대한 아티클이 여러개가 있는데 그들 중 가장 짧아 보이는 것으로 골랐 ... ;;) http://www.polygon.com/2013/8/19/4627606/opinion-finding-someone-like-me-in-gone-home 이 글은 Gone Home에 대한 스토리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아마도 당신이 결코 스포일러 당하고 싶지 않을만한 게임입니다. 계속 읽을거라면 책임은 스스로 감내하세요. 대략 7년간, 나는 퀴어 무비 비평가였어요. 그 직업은 거의 게임 리뷰만큼이나 괜찮았죠. 유일한 문제점은 얼마나, 그 … 퀴어 무비들 중에는 그닥 좋지 않은 것들이 아주 많아요. 예산 문제와 접근성에 감사할 따름이죠. 나는 이 시기에 열심히 만들었지만 싸구려인 영화들을 무척 많이 봤어요. 끔찍한 음향효과의 음악이 깔린, 시를 토해내며 우는 레즈비언들의 러브씬이 특징인 커밍 아웃에 대한 아주 많은 영화들. 그리고 내가 비밀리에, 어떤 측면으로는 사랑했던, 예산 제로의 뮤지컬들. 그러나 이 뮤지컬들이 굉장한 단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초저예산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영화들. 물론 정말로 근사하고 탁월한 영화들도 보았죠.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많은 영화들도. 그들 중 무엇도 – 좋거나, 나쁘거나, 흉하거나, 또는 그저 계속해서 우울하기만 할 뿐인 영화들 – Gone Home의 반만큼도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했어요. 나는 절대, 결코 게임이 나에게 그렇게 깊은 곳에서부터 충격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5살 때부터 게임을 해왔고, 그동안 무수한 세계의 종말로부터 살아남았고, 사람들을 심문하고 고문했고, 결백한 리틀 시스터를 수확했고,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생명을 구했고, 행성도 구했고, 다수의 외계인과 인간과 남자와 여자와 아마도 로봇과 (그녀는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로맨스를 나눴죠. 감동적인 엔딩을 보며 한두번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픽션 속 인물들 중에서 게임 캐릭터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엘리, 매스 이펙트 삼부작에서 내 자신이 만든 쉐퍼드, 사이코너츠의 등장인물들 중 절반 정도) 을 세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 경험들 중 아무것도 내 자신의 심장을 쥐어 짜는 듯한 고통과 실제감을 주는 게임 플레이 경험의 무게감에 견줄 수는 없었어요. Gone Home은, 가장 중심에 젊은 퀴어 커플의 이야기가 놓여있어요. 좀더 구체적으로는, 창조적이면서 riot grrrl (언더그라운드 페미니스트 펑크 락 운동)에 집착하는 여동생이자 주인공 사만다가 그렇죠. 여기에 몇 년을 더하면 (게임 내 배경 시점인 1995년이 아닌 2001년) 침실의 슈퍼패미컴을 드림캐스트로 바꾸고, 약간의 부수적인 디테일들을 바꾸면, 이 이야기는 십대 때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나는 17살에 다른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때는 이 사건이 기대치 않았던, 이상한, 그리고 몹시 당황스러운 일이었죠. 우리는 비밀스러운 로맨스를 나눴어요. 자세한 사항들은 바보 노트와 미술 숙제와 영화 티켓들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마치 사만다와 로니처럼 말이죠. 당황스럽게도 나는 내가 쓴 일기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사만다가 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고 있어요. (가끔 완전히 똑 같은 말이 적혀 있기도 해요) 그리고 내 부모님들이 이 상황에 무감동해하는 것도 같았죠. 이는 2001년, 내가 17살이던 나로, 내가 엄마에게 커밍아웃하던 밤으로 나를 데려가요. 처음에 나는 사만다가 조금 부끄러웠어요. 기억을 너무 노골적으로 환기시켰기 때문이에요. 누가 그렇게 어리고 어색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겠어요? 당신이 진짜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누군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17살 먹은 덕후 동성애자 아이가 그때 말한 것과 행한 것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본다면 슬프고 웃기고, 그래도 단순히 약간 애달픈 정도는 넘을거에요. 하지만 그때를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는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게임은 사만다의 감정들을 실제하며 정당한 것으로 다뤄요. 조롱거리로 보지 않는다는거죠. 당신이 그정도로 어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의 기저에 큰 변화를 거치고 있다면, 그건 그만큼이나 극적인거에요. 그 감정의 힘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 스며들죠. 스트리트 파이터2를 플레이하거나, 더럽게 강한 해적 커플에 대한 정교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거나, 디즈니 랜드에서 다른 가족들이 공포의 탑을 타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에게 커밍 아웃 하려고 노력하는 일에도요. (마지막 사건은 완전히 나에요. – 그리고 커밍 아웃에 대한 아주 적절한 묘사이기도 하죠) 나는 이런 일반론이 십대였던 적이 있는 누구에게도 적용될 법한 이야기라고 믿어요. 성년의 날은 당신이 게이이든, 스트레이트이든, 바이이든, 퀴어든, 트랜스젠더든, 그 외 무지개의 어떤 색깔이든 오는거니까요. 그러나 게이머로서 내 인생에 처음으로, 그 디테일한 부분들이 내게도 해당되는거에요. 그리고 그건 엄청나게 강력한 경험이었어요.
  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딱히 게임 디자인에 직접 관련되는건 아니지만 흥미로워 할 분들도 있을 듯 해서 이름들만 ^^; 가져와봅니다. 어떻게든 해석을 해보려했는데 ... 전공이나 학교 명칭 등을 제대로 해석하기가 어려워서 포기 ... 원문 주소 : http://www.onlineuniversities.com/blog/2012/11/the-18-greatest-gaming-scholars-all-time/ 아래에 소개된 분들이 지은 책들 중 몇몇은 국내에도 소개되긴 했습니다만 2010년 이전에 나온 책들은 번역 상의 문제 때문에 읽기가 어려운 경우가 좀 있고 (게임을 잘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 번역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번역이 잘 되었다하더라도 굉장히 아카데믹해서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읽는데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관심있는 분들이 있을까봐 제가 아는 선에서는 번역된 책들의 링크를 넣어봤습니다. 아래에서 하늘색 글씨 및 국내 번역된 책 소개는 제가 넣은 멘트, 그 외의 텍스트는 원문의 극히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1. Kurt Squire: 게임 기반 학습 및 교육 전문가. 교육계에서의 게임에 대해 75건 이상의 출판물 (논문?) 을 펴냄. 2. Sara de Frietas: 시리어스 게임 전문가. 교육학, e-learning, 시리어스 게임 및 훈련과 교육, 가상 세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 3. James Paul Gee: 가장 최근의 연구는 K-12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실에서의 비디오 게임 교육과, 어떤 원칙들이 게임을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양쪽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것. 최근에 'Language and Learning in the Digital Age' 라는 책을 출간 4. Marc Prensky: 최근 교육적 게이밍에 대한 가장 결정적 의견을 내는 사람들 중 하나. 디지털 학습에 대해 60건 이상의 에세이와 5권의 책을 낸 저자. 5. Eric Zimmerman: 게임 관련 컨퍼런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학자이기보다는 게임 디자이너. 교육적 게이밍의 개발에 크게 기여한 인물. 6. Katie Salen: 위에서 소개한 에릭 짐머만과 마찬가지로 학자이기보다는 게임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터. 최근에는 수학기반의, 과학기반의, 건강기반의 게임들을 콜라보레이션하는 작업을 개발중인 듯. 7. D.W. Shaffer: 지적 이슈들에 초점을 맞춘 연구. 지식의 본성에 대한 철학의 한 갈래. 8. Pamela M. Kato: 건강 심리학 및 비디오 게임 전문가 9. Ken Perlin: 교육을 위한 게임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짐. 그래픽, 애니메이션, 증강현실과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많이 관여하지만 과학을 가르치기 위한 게임과 멀티미디어 경험 개발 이슈에도 흥미가 있음. 10. Constance Steinkhuler: 온라인 게임에서의 인지와 학습에 초점을 맞춘 학문적 연구. (와우에 크게 주목하고 있음) 11. Jane McGonigal: 게임으로 누군가를 교육하는 것 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를 원함. 맥고니걸의 연구는 대체로 게임을 통해 사람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아지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바꾸는 일에 비중을 두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책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 12. Sivasailam Thiagarajan: 게임이 업무효율 증대를 돕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믿음. 인터랙티브 학습의 세계적 전문가이며 게이밍과 연계된 컨설팅 사업을 30년이 넘게 해오고 있음. 40권의 책의 저자이자 120여개의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디자이너이고 200건이 넘는 문건의 저자. 13. Jesper Juul: 최근에는 게임이 지배(?)하는 반은 현실/반은 허구인 공간을 시험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선회. 그의 연구는 게임을 꼭 교육에 응용하려한다기보다는 심리학적/사회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최근에 서울대 이정엽 선생님 번역으로 국내에도 책이 나왔죠 캐주얼 게임 14. Sasha Barab: 읽어보진 못했어도 들어는 봤을 - 유명한가봐요. 저는 잘 모르 ... ;; - Quest Atalantis 의 주인공. 15. Janet Murray: 2000년대 초반 게임 학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였던 루돌로지 vs 내러톨로지 논쟁의 주역 중 한 명. 제 기억이 맞다면 내러톨로지 진영의 핵심 중 한 명이었을 겁니다. 커리어 전반에 걸쳐 게임의 사회학적 도입 연구에 큰 업적을 남김. 중요 저서로 1997년작 'Hamlet on the Holodeck: The Future of Narrative in Cyberspace'가 있음.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번역의 질은 그닥 ... 16. Henry Jenkins: 위에서 소개한 재닛 머레이의 반대진영, 즉 루돌로지 진영의 수장(?) 이었던 걸로 기억 ... 지금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Communication, Journalism, 그리고 Cinematic Arts를 가르치지만 MIT에서 게임 연구 분야의 초기 멤버로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10여년이 넘도록 MIT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었음. (요새는 모르겠지만 게임의 학문적 연구 초창기에 MIT의 미디어랩은 굉장히 유명했죠) 17. Brenda Laurel: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및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이자 디자이너. 브렌다 로렐의 연구는 게임의 사회학적 수행적 측면을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필독서임.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컴퓨터는 극장이다' 18. Espen Aarseth: 그의 연구의 중요한 지점은 게임을 이용한 스토리 전달, 학습, 공간 정의, 심지어 중독적 측면을 더 많이 이해하려는 욕망이다. 19. Ian Bogost: 이 분야의 최고 학자들 중 한 명. 이 분 트위터 팔로우하는데 드립력도 좋습니다 ㅋㅋ 보시다시피 교육과 게임의 연관성이 게임의 학문적 연구의 큰 축이 되고 있죠. 이게 좀 보기 좋다고 느끼는게 ... 제 개인적 경험으로 2000년 전까지는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과 디자이너의 의도가 반할 때, 이건 무조건 나쁜 걸로 여겨졌었거든요. 따라서 디자이너의 의도와 무관한 플레이어의 행동이 빈발할 경우 이를 막거나 못하게 하는 쪽으로 게임을 바꾸곤 했었죠. 근데 2000년이 지나면서 중후반까지 오자, '게임 전체에 크게 해될게 없으면 플레이어가 원하는걸 맞춰주는게 더 맞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 되었고, 이를 따르는 방향으로 많은 개발들이 이루어졌었습니다. 여기서 게임을 사회로, '디자이너의 의도에 반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행동'을 게임으로 치환하면, 구도가 얼추 연결이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게임은 배제할 수 없는 어떤 입지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죠. 여기에 대해 '후진' 정책은 게임을 어떻게든 사회에서 배제/격리하려는 움직임일테고, 게임 업계가 이후에 취하게 된 '선진적' 정책은 이를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려 노력하는 쪽일 겁니다. 북미쪽은 이런 움직임이 아주 오래전부터, 애초부터 위에서 언급한 '후진적 정책'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긍정적 활용을 고려하면서 이어져왔고, 그 증거가 바로 여기에 나타난, 게임의 가장 권위있는 학자들 중 상당수가 교육과 게임의 연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그러나 우리는 ... ㅜㅜ
  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 글에서 말하는 류의 게임은 단호하게도 전혀. 제 취향이 아닙니다만, 이 글을 읽다보니 왠지 혹할 듯한 느낌도 나고 ... 단지 여기서 설명하는 게임들이 텍스트 기반이 많다보니 직접 시도할 엄두는 안나네요. 느린 페이스의 게임들은 많이 좀 그런 것 같아요. 제게는 일종의 계륵이랄까 ... 안해보자니 다들 칭찬해서 궁금하고 해보자니 막상 내가 느끼는건 내 옆의 사람들이 말한 내용이지 그 게임 자체가 아니라서 주저하게 되는 ... 여기에 몇 가지 요소들이 겹치면 (i.g. 육아 때문에 거실에서 치운 콘솔 게임을 하려면 다시 꺼내서 설치하고 뭐하고 해야하는 번거로움 등) 역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죠. 저니가 그런 케이스 ... 언젠간 해보게 되겠죠 뭐. 그나저나 텍스트 기반의 야설 게임이라니 흥미롭긴 해요. 원문은 여기 http://www.polygon.com/2013/8/29/4667610/opinion-the-special-pleasure-of-a-slow-game 시작하기 전에, 당신과 나 모두 심호흡을 해보자.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고 다시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고. 좋다. 이제 시작해보자. 나는 속도감에 대해 생각해왔다. 사람들을 얼마나 느긋하게 만들 수 있을지, 특히 그들이 주의를 기울이길 바랄 때, 아니면 특히 여름에 –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쪽이 기분이 좋을 때. 게이머로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음에 나타날 반짝이는 것을 향해 서두른다. 그러나 종종 게임은 우리를 멈춰 세우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몇 년 전에 나온 텍스트 어드벤처인 짐 먼로 (Jim Munroe)의 Evedybody Dies 이다. 오프닝 씬에서 당신은 눈내리는 도로에 지저분하게 생긴 담배 피우는 아이와 함께 서있다. 당신의 첫 본능은 움직이려는 것이다 – 동쪽을 향하든 서쪽을 향하든, 근방을 살펴보려고. 당신은 어딘가에 거주하는 사람은 아니다. 처음엔 어쨌든 그렇다. 당신은 그보다는 우리를 냄새맡고 다니는 동물에 가깝다. 출구를 찾고 싶어한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본능은 첫 행동에서부터 나타난다. – 그러나 게임은 당신을 멈춰 세운다. “이봐, 긴장 풀어. 담배부터 다 피우자고” 그래험이 말한다. 당신은 그가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 니플라스 (Nifflas)의 Knytt Underground 또한 좋은 예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자리잡기까지 수시간이 소요된다. 첫 2개의 맵은 그냥 튜토리얼이다. 그리고 당신을 한줌 남짓한 게임 내 방 안에 가둔다. 별다른 배경스토리도 없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대단한 영웅의 여정도 없다. 엉덩이를 들어올려 탐험을 시작해야 할 긴박한 이유도 없다. 그리고 마침내 게임 월드가 당신 앞에 열릴 때, 당신은 그 월드가 얼마나 광대한지 볼 수 있다 : 니플라스는 수천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동굴의 집합체를 만들어냈다. 각 방은 스크린 크기만하고, 몇몇 방들은 좌에서 우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곧게 뻗어있다. 다른 방들은 얽히고 설킨 통로와 플랫포머 퍼즐로 가득하다. 여기에 퀘스트 하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맵 곳곳에 흩어진 여섯 개의 종을 울려야 한다. 듣기로는 여기에 성공한다면 당신은 세계를 구할거라 한다. 그러나 니플라스는 계속해서 당신을 지체시킨다. 거대한 폭발은 없다. 그는 당신의 임무가 가진 긴박성을 별 것 아닌 걸로 취급한다. 당신의 두 동반자들 – 한 쌍의 요정들. 도라와 실리아. 한쪽은 낙관적이고, 다른쪽은 냉소적이다 – 은 당신을 돕기보다는 시간을 떼우려 존재한다. 이 게임의 매력을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할 때, 나는 “대학에서 말이야. 중고 방석을 가지러 가려고 그닥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마을을 통째로 가로질러 걸어본 적 있어? 대충 그런 느낌이야” 라고 말한다. 당신은 헤맬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 모든 방에 존재하는 모든 길을 기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뭐 당신의 뇌는 그럴 수 있다면 알겠다. 당신은 새 친구 – 동반자들 - 를 알아가야 한다. 그러나 당신은 상대가 말할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신은 세계를 구한다. 그러나 그게 뭐 대단한 일은 아니다. 나는 Knytt Underground를 내 친구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언제나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경고를 곁들인다. 그리고 처음 몇 시간 동안의 그닥 의미없어 보이는 구간도 견뎌야 한다. 오프닝은 일종의 시험과 같다 : 당신이 이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다면, 당신은 니플라스가 당신을 위해 수작업으로 만들어 낸 이 광대한 세계를 맛 볼 자격이 없는 것이다. 당신은 뭐든지 빨리 많이 하고싶은 타입일 수도 있다. 이 게임에는 그런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게임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뒤로 물러나 진행을 느려지게 만들 수 있다 ;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당신의 노가다를 막기 위해 설치한 다양한 과속 방지턱들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섬을 약탈할 수 없게 만드는 긴 보트타기, 상점에서 총알같이 곧바로 나가버리는 것을 막는 작은 ‘안녕히~’ 인사 같은 것들. 이 장치들 중 많은 수가 단어를 포함하는건 우연이 아니다. 나는 단어로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우리를 느려지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텍스트 또한 게임의 템포를 설정할 수 있다. 카라 엘리슨 (Cara Ellison)의 Sacrilege를 플레이 한 적이 있는가? 텍스트 기반의 게임인데, 텍스트가 방해되는 느낌은 전혀 없다. 텍스트의 벽으로 당신을 가로막는 대신,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대신, 엘리슨은 플레이어를 그 속으로 유혹한다. 플레이어는 각 줄이 나타날 때마다 그걸 읽는다. 플레이어는 단어를 하나 클릭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본다. 이건 거의 만져질 듯한 퀄리티를 가졌으며, 그건 물론 그녀가 사용하는 엔진 때문이지만, 컨텐츠도 또한 만져질 듯 하다. 이 게임은 섹스를 다루며, 섹스를 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대한 것이다. 단어들은 설명이 아닌 생각이다. 이들은 캐릭터의 결정과 발견에 보조를 맞춘 속도로 조화를 이룬다. 문장 한 줄 한 줄은 딱 맞는 길이이며, 이는 심지어 당신이 일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다. 이런 흐름은 이 게임이 가진 최고의 섹스신에까지 이어진다. – 버튼을 클릭하거나, 엄지스틱을 빙빙 돌리거나 다른 조작계를 만지작거리는 대신, 당신은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를 클릭하기 때문이다.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클릭. 우린 모두 게임이 높은 난이도나 도전적 요소들, 또는 명백한 장애물을 사용하여 우리의 진행을 늦추는걸 알고 있다. 론 길버트 (Ron Gilbert)가 말한 바에 따르면, 게임은 그저 자물쇠와 열쇠이다. 열쇠를 찾으면 자물쇠를 연다. 이 과정을 게임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그러나 게임이 당신으로 하여금 열쇠를 찾는데 시간을 끌도록 만드는 방법을, 자물쇠를 찾기 전에 기다리게 만드는 방법을, 멈춰 서서 텀블러를 열어보는건 어떨지 고민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면, - 그거야 말로 황홀한 일이다. 재미있게도, 우리 대부분은 그런걸 기대하지 않는다. 기다리는건 게이머로서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게임이 나보다 한 발 앞서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나를 멈추게 만들어도, 일단 심호흡을 하게 해도 개의치 않는다.
  5.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2010년에 잠깐 나와서 사람들이 "우와 파판 온라인이야"라고 관심을 받다가 급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임이다. 그런데 그 게임을 2012년에 닫고 1년 동안 갈고 닦아서 새로 오픈한 것이 이 '되살아난 왕국(A Realm Reborn)' 버전. 국내에도 온라인 게임이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리뉴얼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파판14의 경우 들인 돈이 워낙 많아서 포기 못하겠다 싶었는지 아니면 파판 시리즈에 오명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이었는지 리뉴얼을 했다. (참고: 서비스 종료와 리뉴얼을 잇는 무비) 사실 이전 버전은 일본어로만 서비스를 했고, 한국에서 접속하는데 여러 제약이 있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으니, 현재 버전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걸로 하겠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시나리오 퀘스트(메인 퀘스트)의 진행에 따라서 게임 요소가 열리도록 되어 있어서 20레벨 퀘스트에 말(초코보)을 탈 수 있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플레이어가 20레벨이 되면 모두 짠~하고 말을 타는 것도 아니다. 20레벨이 되어 기능은 열렸어도, 말을 타기까지는 또 점수를 모아야 하는 등 엉성하다. 뭐 저건 아주 간단한 예일 뿐이고, 퀘스트의 설정이나 레벨 진행, 지역 설계 등 전체적으로 '전혀 정교함이 없다'. 최근 MMORPG의 흐름이라면 플레이어들이 어느 지역에서 몇 마리의 몹을 잡고 어떤 퀘스트를 해서 몇 레벨이 되고, 이 지역 퀘스트를 다 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는 퀘스트를 주고 하는 식의 짜여진 플레이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것인데, 파판14에는 그게 없다. 그냥 메인 퀘스트 따위 버려두고 레벨업하는 재미에 빠지면 평생 가도 말을 탈 수 없을 뿐 아니라 클래스 변경 같은 것도 할 수 없다. 심지어 클래스 퀘스트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기술도 있다. 그런데 이 메인 퀘스트의 내용이 재미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 않고 이게 무슨 유치한 이야기인지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게다가 뻣뻣한 NPC들의 '연기'까지 너무 어설프다. 게다가 각 시작 마을은 클래스에 따라서 달라진다. 탱커(Marauder)+소환사(Arcanist) 마을, 탱커(Gladiator)+딜러(Pugilist)+딜러(Thaumaturge) 마을, 딜러(Lancer)+딜러(Arher)+힐러(Conjurer) 마을. 그래서 나중에라도 '크로스클래스(여러 클래스를 배워서 일부 기술을 다른 클래스에서 빌려 쓸 수 있음)'를 하려면, 다른 마을에 있는 클래스 길드로 뛰어가 배워야 한다. 10레벨 퀘스트를 하면 크로스클래스가 열리는데, 15레벨이 되어야 다른 마을을 방문하는 퀘스트를 준다. 월드 설정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전사 마을, 힐러 마을 같은 설정이라니. 게임 플레이 부분은 갈수록 더 가관이다. 소위 '글로벌 쿨타임'이라는 것은 2.5초로 설정되어 있다. WOW의 경우 1.5초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긴 시간인데, 이렇게 설정된 이유는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이 미친듯이 쓸데없이 길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탱커 플레이는 짜증이 폭발하는데, 어그로(enmity)를 당기는 기술은 연계기로 발동한다. 그냥 때리면 10데미지 연계로 때리면 20데미지가 나오는데, 어그로 = (데미지 * X)라는 걸 생각하면, 그냥 때리고 2.5초 후에 쎄게 도발할라냐 2.5초 마다 반 데미지씩 도발할라냐 선택이 된다. 광역도발에 이르러서는 이제 화가 난다, 발동 준비 동작이 1초다, 어그로가 튀었는데 광역 도발을 걸랬더니 힐러가 몹을 달고 거리 밖으로 나가버린다. 클래스들의 기술은 그냥 123-124-123-124를 반복한다. 탱커의 경우라면 12-12고, 딜러의 경우도 12-12면 다행, 측면이나 후면에 서서 1111하고 있으면 된다, 2.5초 마다. 이런 단조로운 기술 사용을 설계한 이유야 당연히 PS3와 PC를 동시에 지원한다는 이유 때문이겠지만, 이 게임을 PS3 혹은 패드로 한다면 글쎄다, 파티 플레이가 되기는 하나? 바닥에 광역 공격 표시 보고 피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지역 디자인은, 앞에 잠깐 말한 것처럼 동선 같은 것은 관심도 없었고, 갈 수 있는 곳과 못가는 곳을 명확하게 구분해 두었다. 웬만한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금지지만, 떨어져 죽을 것 같은 곳은 다 안되느냐 하면, 이게 어디서는 되고 어디서는 안된다. 플레이어로써는 이게 구분이 안되니 '여기서 저기로 뛰어 넘으면(내리면) 쉽게 가는데' 생각하고 뛰어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남들 이러는 거 보라고 코메디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퀘스트 부분을 보자면, 앞에 이야기한 것 처럼 메인퀘스트만 하고 주변 퀘스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MMORPG의 경험대로 주는 퀘스트를 다 받아 하면서 레벨업을 했다면 20렙 메인 퀘스트를 25렙에 하게 되는 꼴이 발생한다. 이 갭은 초반에도 1~2레벨씩 벌어지다가 일찍 깨닫지 않으면 30렙에 26렙 퀘스트를 하고 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덕분에 26렙에 주는 퀘스트 보상이라는 건 그냥 잡템 만큼의 가치가 되고 만다. 퀘스트라는게 뭔지, 생각 좀 했어야 했다. '숙명(fate)'라고 부르는 필드 퀘스트는 균열(Rift)이나 길드워(Guild Wars 2) 같은 게임들과 비슷하다. 몹들이 잔뜩 나타나 마을을 공격하려 한다거나 그냥 잔뜩 생긴다거나 물건을 줏어 모아서 갖다 달라거나 하는 식을 보면 최근 길드워2의 것을 벤치마크했구나 싶기도 한데, 기왕 벤치마크를 할 것이면 퀘스트라든지 설정이라든지 하는 부분도 좀 신경을 쓰지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템 제작은, 이 게임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구나 결론을 내게 된다. 생산직 클래스가 생산할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 상점에서 판매한다. 생산직을 선택해서 돈을 벌어보겠다 생각을 하려면 꿈일 뿐이고, 그나마 가끔 나오는 높은 등급(high quality) 아이템은 제작자 레벨 20이나 되어야 10렙에 쓸 수 있는 고퀄 아이템이 나오니, 내가 만들어 쓸 수는 없고, 그나마도 원자재부터 고퀄을 끌어모아야 겨우 하나 건질 수 있는 수준이라 확률이 너무 낮다. '제작 시스템' 자체는 뱅가드(Vanguard)와 유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었지만, 게임 기본적으로 '경제'에 개념이 없으니 이걸 어쩌랴.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MMORPG라는 걸 만들어본 적이 없는 (심지어 별로 플레이해본 적도 없어 보이는) 개발자를 데려다가 만든 게임으로 보인다. PS3와 PC 양 쪽을 모두 잡겠다는 생각과 전세계 서비스에 맞춰 4개 언어 자동 번역까지 탑재했지만, 기본적인 게임 구조에서 MMORPG라는 장르가 오랜 시간동안 검증하고 확립한 상식들을 싹 무시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에 자신만의 게임 방식으로 만들어 두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백만 카피가 판매되었다고 하고 덕분에 모든 서버 신규 캐릭 생성을 잠궜는데 (서버도 설계를 잘못해 개판인데다가) 이게 요즘 전세계적으로 할 MMORPG가 없어서 그런 덕분이지, 파이날판타지 온라인이라는 이름을 빼면 이 게임이 과연 몇 달이나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스퀘어가 각종 플랫폼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이야 굉장히 긍정적이지만, 해당 플랫폼이나 장르를 연구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왕국 따위 되살리지 말았어야 했다. 뭐, 예의상으로 칭찬을 한 마디 덧붙이자면, 아트 디테일은 꼼꼼하게 잘 되어 있다. 게임 설계와 안 맞아서 그렇지. 아... 이렇게 되면 칭찬이 아닌가? --- 라고 블로그에 리뷰를 했더니 GDF에도 올려달라고 하셔서...
  6. sunbkim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ttp://www.thisisgame.com/webzine/series/nboard/212/?series=12&n=48636 데헤 베테랑 게임 개발자 더그 처치가 1999년 게임 디벨로퍼 매거진에 기고한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의 번역이 TIG 연재 코너에 실렸습니다. 20년 동안 가마수트라와 게임 디벨로퍼 매거진에 실렸던 좋은 글 앞으로 하나하나 번역해나가려고 합니다. 오역이나 잘못된 표현 있으면 알려주시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디자이너 분들을 위한 번역이니 즐겁게, 유익하게 읽으시면 좋겠고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 아, 그리고 번역하면 좋을 글도 추천해주시면 좋습니다 :twisted: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Adam Tingle 가 Raph Koster 를 인터뷰한 기사가 mmorpg.com 에 올라왔더군요. 재밌어 보이기에 옮겨와봅니다. 원문주소 : http://www.mmorpg.com/showFeature.cfm/loadFeature/7716/Raph-Koster-on-the-Past-Present-and-Future.html 게임 산업은 이제 헐리웃과 창조성과 재정적 영향력 양 방향 모두에서 경쟁적 관계이다. 그러나 몇몇 디지털 마스코트와 표면적 이해, 욕설을 내뱉으며 콜 오브 듀티를 하는 십대들을 제외하면 어떤 물리적이고 인간적인 아이콘이나 ‘비디오 게임 유명인’은 없는 편이다. 최근의 시리즈에서 우리는 저명한 MMORPG 개발자들과 함께 그들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지, 왜 온라인 월드를 선택했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제임스 립턴 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대화를 나눈 대상은 여느 은막의 주인공들만큼이나 흥미롭다. 라프 코스터는 울티마 온라인 (Ultima Online)으로 옮기기 전, LegendMU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가 이룬 일들은 MMORPG 장르를 규정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스타워즈 갤럭시즈 (Star Wars Galaxies) 는 많은 이들이 열망하던 ‘샌드박스’ 스타일의 플레이를 정제해냈으며, 게임과 월드 디자인에 대한 여러 언급들은 가장 열렬한 플레이어들조차 전율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십년을 넘나드는 광범한 이력을 통해 라프는 온라인 장르 전체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오늘 우리는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겠다. MMORPG (매체 이름이 mmorpg.com 입니다) : 당신에게 mmorpg란 어떤 의미인가요 라프 코스터 : 지금은 여러 복잡한 느낌들이 교차하네요. MUD를 시작했을 때는 신선하고 신났어요. 우리는 세상을 바꿀 비밀을 가진 느낌이었죠. 모든 사이버스페이스의 꿈이었죠. MUD는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수업이었어요. 전 아직도 제가 최초로 강퇴했던 사람을 기억해요. 다른 플레이어들을 뒤에서 몰래 훔쳐보며 쾌감을 느끼던 다른 관리자였죠. – 요새로 말하자면 NSA이슈랑 비슷하죠? 오해하진 마세요 – 그것도 물론 그냥 게임이었어요.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놀 수 있을 정도로 융통성을 가지고 있었죠. 비교적 엄격한 편인 Diku 포맷에서조차 실험을 하고 새로운걸 시도해 볼 여지는 있었어요. 우리는 크래프팅과 꿈 시스템, 경매장과 기분 시스템 및 그 외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가지 종류의 것들을 넣었어요. 그러다가 울티마 온라인에서 일했죠.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발명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우리가 거기서 얼마나 많은 미친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채로 시간이 꽤 지났죠. 이상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넣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MUD에서 울온으로의 이동도 엄청났어요. 그리고 예산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사업인거죠. 타성에 젖기 시작했어요. 뭔가 다른걸 시도하기가 어려워졌죠. 한계를 확장하는 도전을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플레이어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죠. 거대 자본과 함께, 디지털 감시인가 뭔가하는 도전적 질문들은 “우리가 MMORTS 게임 시장을 열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에 밀려 점차 사라졌어요. 그 질문들이 나쁘다는건 아니에요. 야심찬 질문이죠 물론. 그러나 MUD를 할 때 주변을 맴돌던 것보다 불필요하게 큰 질문이 아닌가 하는 거에요. 저는 결국 There.com나 Metaplace같은, 게임이 아닌 곳에 가서 수다를 떠는 좀더 작은 세계로 간 셈이에요. 그랬던 이유는 그게 더 넓은 웹에서 생겨나는 일들의 흐름을 타는 방법이었거든요 : 블로그와 포럼, 웹 2.0과 커뮤니티 참여와 협업 디자인과 애자일 개발 뭐 그런 것들이요. MMORPG들은 이런 흐름을 타지 않는 듯 보였어요. 이제서야 그런 흐름에 참여하려는 듯 하죠. – SOE는 여기에 들어맞는 여러 계획들을 상정하고 있는 듯 해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아트웍을 올리는 등의 일이죠. 그러나 SWG (스타워즈 갤럭시즈) 가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됐어요. 내가 Metaplace를 하기 위해 SOE를 떠난지도 7년이 됐구요. 시간이 꽤 걸린 셈이에요. 제 생각에 우리가 잊고 있던 일련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있는 듯 해요. 가상공간에서의 사교적 관계에 대해 배웠던 것들 대부분은 현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이식되어 있죠. 이들 매체를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꽤 많은 게임스러운 부분들이 들어가 있어요. 친구 목록과 길드, 레벨과 별점 랭크 등 우리가 웹에서 매일매일 쓰던 것들 중 몇몇은 실제로 MUD를 할 때와 어느정도 비슷한 느낌을 줘요. 사생활의 문제, 가상 공동체를 운영하는 공정한 운영원칙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 등은 오늘날 훨씬 더 날카로운 측면을 갖게 되었는데, 고용주가 당신의 페이스북을 봐도 되는가 하는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죠. 결국 MUD시절을 돌이켜볼 때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틀리지 않았던 거에요. 단지 MUD가 뒤에 남겨졌을 뿐이죠. 그래서 MMORPG는 이제 좀 막다른 길에 몰린 듯 느껴져요. 한때 풍부한 잠재력을 가졌던 가지가 완전히 성장하지는 못한 듯한 모습이죠. 저는 Metaplace가 문을 닫은 이후 플레이어로서 가상 세계에 매료된 적은 없어요. 뒤로 물러나서 지금의 아키에이지나 EQNext같은 게임들, 길드워즈2가 시도했던 것들 등 시뮬레이션의 트렌드를 지켜보는게 흥미가 가요. 어떤 면으로는 마인크래프트가 자극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울온과 SWG에서 우리가 했던 것을 이어받아 꾸준히 해왔더라면 좋았을거라고 바라죠. 그래서 ... 전 MMORPG에 이력을 빚지고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수년간 이 장르에서 일을 하거나 플레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MMORPG : 울티마 온라인 이전에 당신은 LegendMUD에서 일을 도왔죠. 그때의 일이 이후의 일에 대한 시금석으로서 얼마나 중요했나요? 라프 코스터 : 엄청나게요. 아래 대답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겠지만요. 플레이어의 권리가 처음 떠오른게 LegendMUD 때였고, 내가 플레이어와 관리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행동 강령을 처음 쓰려고 시도했던 것도 LegendMUD였죠. LegendMUD는 내가 작업했던 어떤 MMORPG들보다도 퀘스트가 강하게 이끄는 게임이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최근의 MMORPG들보다도 더 그렇죠. – 아, 와우는 당연히 더 많은 퀘스트를 가지고 있을테고, 플레이어를 이 퀘스트에서 저 퀘스트로 선형적으로 끌고 다니죠. Legend는 그러지는 않아요. 그러나 저는 지금도 그때의 몇몇 퀘스트들을 최근의 MMORPG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요. Legend는 또한 비교적 클래스 구분이 없는 게임이었죠. 고향 또는 태어난 곳의 개념은 있었지만요. 최종적으로 그 캐릭터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죠. 그럼에도 그 속에서 풍부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구요. Legend에서 플레이어는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어요. 돌이켜보면 이 점은 내가 가상 세계를 서로 크게 다른 지역들, 심지어 다른 규칙들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내 가상 세계에 대한 큰 그림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봐요. 크래프팅 또한 당시의 MUD에는 아주 드문 요소였죠. 가구와 탈 것, 플레이어 하우징 등도 지원했어요. 이들 모두가 이후의 게임들에 혼합되어 나타나죠. LegendMUD는 아직도 운영 중이에요.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직접 접속해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울온에 나와 내 아내가 넣은 많은 요소들은 우리가 가지고 다니던 노트에서 나왔어요. 이 노트에 우리는 LegendMUD이후에 만들게 될 MUD에 넣고 싶은 아이디어를 적어놓곤 했죠. 나는 아직도 이 종이 노트를 가지고 있고, 울온이 15주년 되던 해에 내 사이트에 공개했어요. 이 노트에 적혀 있는 요소들 중 일부는 아직 어떤 게임에서도 구현된 적 없다는 점이 좀 안타깝기도 하죠. MMORPG : 디자인을 할 때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나요? 라프 코스터 : 넌픽션이 큰 비중을 차지해요. 수학의 타일 깔기 문제, 초기 인류의 사회 구조,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과 왜 그들은 사본을 옮겨 쓰고 또 쓰고 했는지 등에 대해 읽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거죠. 저는 게임 플레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드물어요. 때로 어떤 게임 규칙을 보고 통째로 가져오고 싶은 경우는 있을 수 있겠죠. 종종 도전받았다거나 흥미를 끄는 게임 디자인을 보기도 하구요. 그럴땐 그걸 가져와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고 싶기도 해요. 제 생각에 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보다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일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영리한 디자이너와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고받거나 여기저기 던지다보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는거죠. 저는 비디오 게임을 역사의 흐름에 놓인 현재형의 최신 놀이이자 스포츠의 일부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합니다. 저는 수공예로 만든 Nine Men’s Morris 게임 보드를 사는 종류의 사람이죠. 왜냐면 내가 게임 디자이너이고 이게 집에 하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픽션도 많이 읽어요. 이들도 또한 섞여들어가죠. MMORPG : 당신은 자신의 블로그와 여러 강연을 통해 월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곤 했습니다. 어떤 MMO가 그 세계에 사는 플레이어들의 공동체에 정말로 ‘리얼’하게 느껴진다는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라프 코스터 : 글쎄요,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법이죠. 그러나 제 개인의 취향에 대해서라면,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저는 일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몰입감이 높다면 잘못된 게임 규칙은 어느정도 용서할 용의가 있어요. 게임의 규칙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는 느낌보다는 덜 중요하다는거죠. 언제인가 이걸 “당신이 있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 당신이 아닌 누군가가 되는 것”이라고 묘사했던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물론 다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게임 규칙에 가치를 두겠죠. 저는 “그들에게 더 많은 힘을”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지 그들이 이미 그런 힘을 가졌다는걸 빼면 말이죠. 그동안 바로 이런 방향이야말로 이 장르가 발전해 온 방향이었죠. 저는 MMO의 진화에서 상당한 부분이 몰입감을 덜더라도 보다 명료한 인터페이스와 사용하기 쉬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해요. 몬스터와 아이템의 이름이 색깔로 구분지워진다던가, 귀속 시스템 등이 바로 그런 더 게임스러운 경험의 이름 아래 행해진 일들이죠. MMORPG : 플레이어의 경험을 구조화하는 것과 그들에게 좀더 새로운 모험을 가능케 할 도구를 제공하는 것들 중 어느쪽을 더 선호하시나요? 라프 코스터 : 양쪽 모두요. 정말루요. 저는 고정된 세계의 위에 새로움을 자아낼 도구를 구축하는건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스토리텔링 또는 퀘스트, 그 외 무엇이든 그런걸 경험의 기반으로 삼을거라고 결정하는 순간, 당신은 게임의 역동성이나 신선함은 포기하게 됩니다. 왜냐면 고정된 컨텐츠를 뒤엎거나 파괴할 수는 없거든요. 반면에 시뮬레이션 또는 UGC (User-Generated-Contents) 를 기반으로 삼고 시작해서 그 위에 고정된 요소들을 얹는다면 그건 아마도 제대로 동작 할 겁니다. 왜냐면 고정된 컨텐츠들은 움직이는 기반 위에 구축되었으니까요.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새로운 모험 쪽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그건 그분들이 LegendMUD를 안해봐서 그런 겁니다 MMORPG : 울온에서 일하는건, 간추려보자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좀더 편하지 않았나요? 라프 코스터 : 아뇨. 울온에서 일하는게 편했던 이유는 그보다는 작은 규모의 팀이었고, 우리 모두가 같은 방향을 지향했기 때문이죠. 저 개인에게 있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또 다른 유일한 경우가 Metaplace를 구축할 때였습니다. 스타워즈 갤럭시즈는 훨씬 더 큰 팀이었고, 압박도 엄청났죠. 소셜 게임들 또한 상당한 압박과 다양한 서로 맞지 않는 목표들이 있었구요. 그 작은 실험실 같은 느낌의, 팀이 빠르게 움직일만큼 작지만, 뭔가를 탄탄하게 만들어낼만큼은 크고, 우리가 무엇을 만드는 지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팀은 일종의 마법같아요. 스타워즈 갤럭시즈의 경우 거의 처음부터 긴장이 있었죠. 제다이를 넣을건지 아닌지, 절차적 지형을 사용할지 말지, 산디에고 팀과 오스틴 팀 사이에 내부적 정치 문제, 그리고 물론 라이센스 타이틀이라는 데에 얽힌 요소들까지요. 소셜 게임의 경우에는 언제나 창의성과 지표 사이의 문화적 마찰을 겪을 수 밖에 없어요. 아울러 우리는 회사를 팔기 위한 준비단계이기도 했구요. 일하는게 편한가 하는 문제는 규칙을 만드는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규칙은 언제나 깍여지기 마련이고 이건 당연해요. 그보다는 업무의 동시성 문제가 더 크죠. MMORPG : 스타워즈 갤럭시즈를 만들며 만났던 게임 디자인 상의 도전적인 부분들은 울온 때와는 어떻게 달랐나요? 라프 코스터 : 뭐, 둘 모두 사랑받는 게임의 후속작이었죠. 그러나 스타워즈의 경우는 울티마보다 제약사항이 더 많았어요. 제다이 문제가 컸고, 결국은, 제 부족한 견해로는, 그게 게임을 죽인 셈이 됐죠. 제가 보기엔 우리는 제다이를 게임에 넣지 말았어야 했어요. 월등히 우월한 직업을 MMO 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이 클래스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땅에 묻어두었죠. 첫 크리스마스 시즌에 제다이 되는 법에 대한 힌트를 담은 홀로크론이 드랍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종말의 시작이었죠. 제다이 시스템의 동작 방식 –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일련의 서로 다른 스킬들을 모두 마스터해야 했어요. 그게 비밀이었을 때는 여러 갈래 중 한 가지일 수 있었지만, 일단 공개되자 모든 이들이 각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플레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거죠. 오토가 급증했어요. 사람들은 노가다를 시작했고, 결국 게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죠. 제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제다이 얻기를 좀더 쉽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NGE (New Game Enhancement – 스타워즈 갤럭시즈의 대규모 패치 중 하나) 와 스타워즈 구공화국을 통해 시도된 것들이죠. 그러나 그건 게임 내 설정상의 시간대를 고려할 때 정직하지 않다고 느껴졌어요. 한편 스타워즈 갤럭시즈는 절차적 지형 시스템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을 거에요. 모든 행성은 플레이어가 걸어가면 일정한 결과를 내놓는 공식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따라서 매번 같은 결과를 내놓죠. 그렇게 넓은 맵에 능동적 변화까지 가능하게 하려면 불가피한 방법이었어요. 언젠가는 그게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써야겠죠. 근데 이게 문제가 많았어요. 그래픽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가 아주 어려웠죠. 게다가 패스파인딩, 스폰, 콜리젼, 그 외 많은 것들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어요. 한편 우린 어디서나 집짓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 우리가 얻은건 모든 곳에 집이 들어서는 거였죠. 스타워즈 갤럭시즈에는 8개의 행성이 있고, 각 행성은 한 면에 16348 미터와 1m 해상도의 하이트필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요즘과는 달리 2003년에 CD에 담기엔 엄청난 양의 데이터죠. 타일당 텍스쳐 하나, 컬러 하나, 그리고 높이값 하나로 쳐서 5바이트라고 해보죠. 8개 행성을 담으려면 10기가가 필요해요. 이걸 메모리를 절약하기 위해 2m 하이트폴까지 줄였던가 그럴거에요. 근데 이건 식생요소나 오브젝트는 포함시키지 않은거죠. 오로지 지면만 쳐서 그랬어요. 아티스트들은 이걸 어떻게 다뤄야할지 한동안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다시 말하자면 맵을 만들기 위해 전혀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는거죠. 상당수의 아티스트들이 끝끝내 그런 기술을 익히지 못했구요. 사실 우리는 실제로 게임에 들어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정 퀘스트를 만들려고 했었어요. 그러나 우린 템플릿 폼만 채워넣으면 퀘스트가 만들어지는 진짜 퀘스트 시스템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대신 모든 퀘스트들을 자바로 직접 써넣어야 했죠. 우리 스크립터들이 이걸 잘 해주길 바랬지만, 자바로 스크립팅을 하는건 어려운 도전이었고, 괜찮은 퀘스트 툴을 도입하기엔 시간에 너무 쫓기고 있었죠. MMORPG : 당신이 보기에 본인의 마지막 온라인 모험 이후 MMORPG 플레이어들이 많이 바뀐 것 같나요? 라프 코스터 : 물론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군요. 요즘 MMO들의 최전선에 서본 지가 오래 되어서요. 그립다는 말들을 종종 듣곤 합니다. 제가 작업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MMO를 원한다는 이들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죠.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바뀐 이유들 가운데 한 가지는 비교적 큰 규모의 팀과 예산이 최근 MMO 뒤에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트리플A보다 못한 그래픽을 가진 새로운 MMO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일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주류’ MMO 유저층은 아니겠죠. 물론 비주류 인디나 아이들을 위한 시장 등이 있고, 이들은 여전히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시도에 열려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뭔가를 만들기 위한 진입장벽은 지나치게 높아요.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저에게 샌드박스 MMO를 만들기 위해 킥스타터를 할건지 묻죠. 하지만 킥스타터로 그런걸 하려면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서는 킥스타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펀딩을 해야만 할거에요. MMORPG : 최근 MMO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프 코스터 : 끔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생각을 거의 안합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긴 하지만 그들 중 소수만이 흥미로워 보이더군요. 이유들 중 한 가지는 Metaplace에 참여해봤기 때문일 수 있죠. 우리는 문자 그대로 (과장하는게 아닙니다) 스노우 크래시 또는 레디 플레이어 원 (국내에 번역 안됨) 같은 소설의 배경을 기본적인 수준에서 이루었어요. 아 물론 렌더링은 여전히 브라우저에서 작고 형편없는 플래시를 통해 돌아가기 때문에 아무도 어디까지 가능한지 본 적이 없지만요. 그러나 굉장히 특별하고 놀라운 것만은 분명해요. 사용하기도, 개념을 잡기도 어렵긴 하지만, 그정도로 광범한 일을 한 번 해보고 나면 ‘오크를 잡아오세요’ 같은 좁은 일로 후퇴하긴 어렵죠. MMORPG : 미래에 이 장르는 어디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라프 코스터 : 몇년 전에, MMO 요소들이 모든걸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다가 욕을 꽤 먹었죠. 그러나 마인크래프트도 개인적 MMO이고, 엑스박스 라이브도 MMO이고, 트위터나 그 외 것들도 그래요. 어디에나 있죠. 제 생각에 전통적인 가상세계는 현재 곤경에 처해있어요. 가상 세계의 매력들 중 많은 부분들이 이제 다른 매체에서도 가능하죠. 따라서 이제는 엑스박스 라이브나 MOBA가 할 수 없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로 후퇴해야해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저층을 잃을 수도 있겠죠. 왜냐면 MMORPG가 가장 잘 하는 분야라는건 이미 잘 굴러가는 다른 게임들보다 좀더 시간을 많이 필요로하고, 페이스가 느리며, 보다 몰입적이거든요. MMORPG : 샌드박스와 테마파크 사이에는 논쟁이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전자의 지지자로써 이 장르에 일종의 디자인 철학이 중요하다고 느끼시나요? 라프 코스터 :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 이미 충분한 테마파크 게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보이스 채팅에 감사하게도 이런 싱글 플레이 게임을 다른 이들과 즐길 수도 있죠. 굳이 MMO를 여기에 붙일 필요도 없는 그런 게임들이요. 마인크래프트가 인기를 얻은건 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MORPG : 무제한의 예산과 자원이 주어진다면, 어떤 MMORPG를 만드시겠습니까? 라프 코스터 : 아마도 아무런 준비없이 세계를 시뮬레이션 하는 작업으로 돌아갈 겁니다. 전혀 새로운 배경 설정 위에서요. 플레이어들이 모든 것에 관여하고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소설을 읽어 보셨다면, 이 소설이 그려내는 모습이 바로 Metaplace의 기술이 하려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은 다른 모든 것에 앞서서 보다 매력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에 좀더 초점을 맞추겠죠.
  8. neoocean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지난 주 내내 생각하던 뇌내망상을 아침에 끄집어내 블로그에 적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요새 게임이 너무 강한 룰을 도입해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지 않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근성의 역작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4가 나왔습니다. 이전 부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파트 4. 진영 이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다룬 커뮤니티 장치들은 대부분 미시적이거나, 미시적인 부분이 있는 장치들이었죠. 그러나 진영쯤 오면 굉장히 규모가 크고, 개별 플레이어들의 피부에 와닿는 커뮤니티적인 부분은 좀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 장치가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꽤 크다고 생각해요. 진영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시도했던 것은 DAoC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대규모 PvP는 RvR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이는 Realm vs Realm 의 약자이고, 이때의 Realm은 즉 진영을 의미하죠. 이 진영이라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요소였고, 꽤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후 와우가 이 개념을 채택하면서 확실히, 굉장히, 널리 보편화되었죠. 진영은 대충 다음의 두 가지 요소로 넣을 수 있습니다. 진영 시스템의 구성 요소 첫째, 한 서버에서 복수의 진영에 캐릭터를 생성할 수 없습니다. 즉 어떤 서버에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진영을 선택해야하고, 이 진영은 그 서버의 모든 캐릭터를 삭제하기 전까지는 바꿀 수 없습니다. 첩자질 (spying) 의 문제도 그렇고 소속감의 문제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가피한 장치였죠. 지금 와우는 이런 경계도 사라졌습니다만 그건 좀더 아래에서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둘째,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한 이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됩니다. 와우는 채팅만, 다옥같은 경우는 아이디를 알아보기도 어렵게 되어있죠. 상대에 대한 개인적 감정의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이며, 개인적 감정을 집단적 감정의 문제로 치환해주는 꽤 좋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DAoC의 경우에 더 그런데, 예를 들어 상대 진영의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면, 진영이 없는 다른 게임에서 이는 철저히 개인간의 문제입니다. 나라는 개인은 상대 아이디 뭐뭐라는 개인에게 감정을 품게 되는거죠. 이건 그닥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개인간의 은원이 돌고 돌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되거든요. 어떤 류의 게임들에서는 이런 ‘감정으로 말미암은 은원의 순환’을 게임의 일부라고 보기도 하는 것 같지만 (대표적으로 리니지1 등의 게임들?) 저는 이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건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DAoC 같은 게임에서는 이게 진영간의 갈등이라는 집단적 감정의 문제가 됩니다. 상대 진영의 누구라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상대 진영’ 자체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 같은걸 불태우게 되는게, 이쯤 오면 이건 게임 플레이의 일부라고 봐줄 수 있습니다. 결국 진영간 커뮤니케이션 제한을 통한 핵심적인 장점은 게임 플레이의 일부인 PvP를 통해 발생한 개별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다시금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이죠. PvP는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동기’를 발생시킵니다. 진영이 없는 게임에서 이 동기는 안좋은 쪽으로 발달하거나 무의미하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영이 있는 게임에서는 이 동기가 좋은 쪽으로 발전하여 게임 플레이의 일부를 이루는 일종의 싸이클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진영 시스템의 장점 진영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집단적 소속감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게임을 더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있겠죠. DAoC를 할 때 저렙인 제가 파티원들을 모아 어딘가에서 열렙을 하고 있으면, 어느순간 채팅창에 경고가 울립니다. ‘우리 영토가 공격받고 있음’ 이라는 메세지죠. 저는 저렙이기 때문에 나가봐야 순삭이라 렙업이나 하자고 맘먹고 눈 앞의 몹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제가 사냥하는 장소 근처를 고렙들이 줄지어 말타고 지나가면, 그들이 펄럭이는 망토가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어요. 그들은 모두 국경지대로 우리 진영을 지키기 위해 출전하는 중이고, 이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두근댑니다. 현실에서는 애국심과는 거리가 먼 쿨시크한 납세자와 그 세금을 기반으로 한 공공 서비스 제공자로서만 자신과 국가의 포지션을 잡는 저지만 게임에서 이런 가슴 두근거림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와우에서도 비슷한 일은 많죠. 저렙인 내가 렙업하는데 누군가의 거듭되는 뒤치기로 화가 날 때. 화는 나지만 여전히 저는 저렙이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미쳐버릴 듯 답답할 때. 지나가던 우리편 고렙이 아무 이유없이 저를 도와줍니다. 복수는 3배로 해야 제 맛이라며 한 시간이 넘도록 제 주변을 돌며 지켜주고 상대가 보이면 잔혹하게 눕혀버립니다. ‘같은 진영’ 이라는 것 이외엔 여기에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그건 고렙과 저 사이를 강하게 묶어주는,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강력한 끈이죠. 진영 시스템의 단점 한편, 이런 진영 개념은 널리 알려진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영간의 밸런스 문제가 바로 그거죠. 이게 일단 시작되면 가속화되는건 순식간인데다가 해결하기도 몹시 어렵습니다. 와우의 2진영 구도는 물론이고 DAoC의 3진영 구도도 그렇습니다. 혹자는 3진영 구도에서라면 한 쪽이 두드러지게 강할 때 다른 두 진영이 연합해서 대응하는게 가능하므로 괜찮다고도 하던데,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북미 서버에서는 그런 의도가 그럭저럭 어떻게든 동작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 한국 들어오니 여지없더군요. 저는 한국의 DAoC에 서버가 2개 있던 시절에 플레이했었는데, 두 서버 모두 알비온의 압도적 강세였고, 이는 하이버니아와 미드가드가 연합을 하건 뭘 하건 상관없었습니다. 렐릭 3개는 언제나 알비온이 가지고 있었어요. 진영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들 이런 진영 시스템의 밸런스에 내재된 위험성은 그나마 PvE에 관련된 문제들이라면 후대의 와우가 보여주었듯 인터서버 장치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PvP 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습니다. 오리지널의 와우는 ‘진영’ 이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가져가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불타는 성전부터는 진영을 버리지는 않되 어떻게든 진영 시스템 본연의 효과 – 이 경우 DAoC가 노렸고 효과를 보았던 그 부분이겠죠 – 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와우의 PvP가 대규모가 될 수 없었던건 서버나 클라이언트의 퍼포먼스 저하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2진영 구도에서 이를 너무 격하게 밀어붙일 경우 와우의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 자체가 이를 받쳐줄 수 없었던 부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구가 기우는건 답이 없거든요. 그렇기에 와우의 진영 시스템 도입은 아주 이상한 일이기도 하죠. 진영에 묶이는 집단적 소속감 등의 문제가, 진영간의 마찰이 없으면 전혀 자극되지 않아요. 와우는 그 장점만큼이나 다양한 단점들도 가지고 있지만 확장팩이 거듭되면서 다각도로 그 해결을 모색했고 실제로도 대부분 나아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딱 하나, 진영 문제만은 답도 없고 뾰족한 해결책도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길드워즈2 정도까지 오면 얼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길드워즈2에는 고정된 진영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서버 자체가 진영이고, 서버끼리 서로 싸우는 구도입니다. 서버 내부의 공간에서 플레이어들은 착실히 PvE 컨텐츠를 즐깁니다. 서버 외부의 공용 공간에서 다른 서버 플레이어들을 만나 에픽한 전투를 벌입니다. 3개 서버가 하나의 전장에 모여 24/365 지속되는 전투를 벌이는데, 물론 특정한 서버가 너무 강하거나 약할 수도 있습니다.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거죠. 고정된 진영을 가진 시스템 하에서 이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골치가 아픕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는 잠시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제에 가까운 처방입니다. 길드워즈2에서는 그럴때 맞상대하는 서버를 바꿉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길드워즈2를 하던 당시에는 2주 로테이션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3개 서버가 2주간 전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비교해서 매치메이킹을 다시 하는거죠. 물론 그 매치메이킹은 서버간의 실력 차이를 반영합니다. 하나의 서버가 하나의 진영이 되며, 진영간의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2주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매치메이킹을 통해 조정합니다. 소위 탑티어 (Top Tier) 라 부르는 최상위 3개 서버는 그 자부심도 대단하거니와, 24시간 내내 일정 이상의 병력 – 플레이어 – 을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인원동원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한편 길드워즈2의 이런 방식은 컨텐츠 추가 개발의 부담도 해결해줍니다. DAoC에서 3개 진영은 모두 독자적인 컨텐츠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드가드/하이버니아/알비온의 3개 진영은 고유의 맵과 몬스터 등을 갖추고 있었죠. 이는 다시말하면 하나의 캐릭터로는 게임이 제공하는 모든 컨텐츠를 즐긴다는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와우 또한 마찬가지죠. 중렙 이후는 대부분 분쟁 지역이라 컨텐츠를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분쟁지역의 다른 진영이 제공하는 퀘스트는 해볼 수가 없고, 각 진영 고유 지역은 아예 맛볼 수가 없습니다. 길드워즈2에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서버별로 PvE 지역의 컨텐츠는 완전히 동일하니까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길드워즈2의 서버간 전쟁 구도는 2004년인가 2005년 경에 제가 일하던 프로젝트에서 제안했던 것과 100% 일치하는 구조입니다. 기각되어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길드워즈2를 해보면서 뭔가 내 안의 선견지명을 확인한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뿌듯하기도 ... ;; 저는 mmog의 진영 개념을 꽤 좋아합니다. 샌드박스 타입 mmog는 게임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공장에 가까운데 비해, 와우에서 비롯된 테마파크 타입 mmog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러나 진영 개념은 이런 테마파크 타입에 플레이어 내러티브, 나아가서 대서사가 펼쳐지는 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월등히 높여주는 장치거든요. 그러나 이런 멋진 시스템도 명확하고 커다란, 극복하기 어려워보이는 결정적 한계로 인해 자주 쓰이지는 못했죠. 하지만 여기에 길드워즈2가 제안한 해결법은 그간 문제시되어 왔던 요소들을 꽤 많이 해결하고 있는데다가, 어차피 요새는 서버간의 구분이 없는 방식으로 mmog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좀더 많이 쓰일 것을 기대해봄직도 ... 하긴 한데, 요즘은 애초에 mmog를 만드는 경우 자체가 드물어지니까요. 좀 서글프기도 하군요.
  10. [eggy.egloos.com/3974934](http://eggy.egloos.com/3974934) 트위터에서 보고 큰 감명을 받은 타이탄폴 개발자 인터뷰를 공유 드립니다. "게임의 기술이란, 재미 전달의 도구일 뿐"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녹아있는 듯 합니다.
  11. sunbkim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80년대 컴퓨터 게임 초기의 게임 디자이너이자 GDC의 창립자인 크리스 크로포드가 1986년에 쓴 책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발췌했습니다. 크로포드가 만든 동명의 게임을 디자인한 과정을 다룬 책인데요.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에 조금씩 연재했(다가 갑자기 중단되었)던 걸 읽어본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래 발췌한 내용은 책의 1장에서 크로포드가 게임 디자인의 사실성에 대해 역설하는 부분입니다. 게임에 있어 사실성이란 무엇인가, 게임이 어느 정도의 사실성을 취해야 하나, 어떤 종류의 사실성을 취해야 하나...86년에 쓰였지만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 :ugeek: 책 자체는 예전에 디자인과 플레이에서 연재했던 부분까지 해서 절반 정도 번역되어 있는데, 다 번역해서 매끈한 전자책으로 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언젠가 8-) 일단 되는 대로 좀 다듬긴 했지만 기본은 몇 년 전의 번역이라 오역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 ========== 《밸런스 오브 파워》는 핵무기 시대의 지정학에 대한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미국의 대통령이나 소련의 서기장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하면, 컴퓨터는 상대편 지도자의 역할을 맡는다. 게임의 목표는 플레이어가 이끄는 국가의 위신을 높이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위신이란 국가가 세계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호의와 존중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며, 국가의 군사력에 좌우된다. 플레이어는 최대한 많은 강대국을 우호국으로 만들고 적대국은 적게 만들되 가능한 약소국이어야 한다. 게임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전세계를 지정학적 무대로 한다. 어떤 곳에서는 내란이 일어나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고, 어떤 곳에서는 반란이 일어나 정부에 도전하는 군사적 행동으로 전개되며, 또 다른 곳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 정부 지도자를 내려 앉히고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선다. 초강대국이 약소국을 외교적으로 위협하면 약소국이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는 핀란드화도 나타난다. 플레이어는 이 모든 종류의 사건을 국가의 위신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플레이어와 우호적이지 않은 정부가 반군 게릴라들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경우 그 반군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모험을 좋아한다면 반군('자유의 투사들'?)을 도울 군사를 파병해 상황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반군이 정부를 전복하는 데 성공한다면 새 정권은 도움에 대한 보답으로 플레이어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것이다. 플레이어와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가 불안정해지기 쉬운 상태라면, CIA의 적절한 압력을 통해 기존 정부 지도자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우호적인 지도자를 앉힐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외교적 위협을 가해서 겁을 주어 핀란드화하도록 할 수도 있다. 물론, 상대 지도자 역시 플레이어의 우호국을 상대로 똑같은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우호국을 보호하려면 대책을 취해야 하는데, 먼저 우호적인 정부에 무기를 주거나 부대를 파견(특히 반란을 일으킨 자들을 상대로 유용하다)해 도와줄 수 있다. 또 경제적 지원을 통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면 발생 가능한 쿠데타를 방지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쨌든 그냥 위협해도 된다. 그렇게 하면 상대편 지도자의 위협에 대한 우호국의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 물론, 상대에게 어떤 의도가 있을지 모르니 조약은 준수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건에 자유롭게 관여할 수 있고, 상대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상대방의 묵인을 조건으로 한다. 상대방이 플레이어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를 남겨 놓는다면, 그 쪽에선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는 게임의 가장 극적인 순간인 '위기'로 이어진다. 플레이어는 그 요구에 둘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응할 수 있다. 요구를 받아들여 한 발짝 물러나 행동을 철회하거나, 단호하게 요구를 거절해 위기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공은 상대편으로 넘어간다. 이번엔 상대편에서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그 결정에 장단을 맞춰 위기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지 결정한다. 위기 수준의 상승과 하강의 과정은 어느 한 쪽이 물러서거나 위기가 '데프콘 1'의 수준으로 상승할 때까지 이어진다. 어느 한 쪽이 물러선다면 그 국가는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상당한 위신을 잃게 되고, 말만 크게 하고 꽁무니를 빼는 나라가 되어 버린다. 만약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고 데프콘 1에 달한다면 핵미사일이 발사되고 세계는 핵의 불바다 속에서 자멸하게 된다. 모두 지는 것이다. 때문에 《밸런스 오브 파워》는 판단의 게임이다. 초강대국의 지도자인 플레이어는 자신이 취하는 행동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의 깊게 가늠해야 한다. 세계 정세를 잘 살펴보면서 상대방이 어느 부분에서 물러서지 않을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기회주의적 행동이나 허세 속에서 그런 중대한 문제를 골라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플레이어의 노력을 돕고자, 《밸런스 오브 파워》는 세계의 국가들에 대해 엄청난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 맵' 시스템을 통해 세계 각 국가의 반란, 지역적 불만, 외교적 관계 등 많은 변수를 그래픽으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잠비아에 얼마나 많은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면, 표시되는 숫자를 보면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건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다. 그 풍부한 디테일은 실제로 있을법한 매력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실제로 있을 법한 인상과 현실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게임이 지정학적 과정의 역동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본떴을까? 그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은 제5장에서 나올 것이다. 1장에서는 《밸런스 오브 파워》의 사실성 문제에 대해 서론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도입부를 읽고 나면 뒤이은 내용을 더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1. 게임과 시뮬레이션 많은 사람들은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차이를 혼동하며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어떤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지 안에서 정의되므로, 나에게 '게임'이라는 단어의 궁극적이며 진실하고 최종적인 정의를 내릴 권한은 없다. 하지만, 그 의미가 너무 넓으면 활용하기 곤란하니 좀 더 정확하게 바로잡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모호한 단어가 혼동을 부른다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이유는 충분하다. 게임과 시뮬레이션은 그것이 현실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그 디자이너(설계자)의 의도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시뮬레이션은 그 분야에 가장 해박한 전문가가 인정할 정도의 사실성으로 시스템의 작동을 표현하려는 진지한 시도다. 시뮬레이션은 흔히 다른 수단으로는 알 수 없는 특정한 상황 하 시스템의 작용을 예측하려고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항공기 설계자들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자신들의 구상을 시험해 본다. 항공기를 만들고 추락하는 걸 본 다음에야 고치러 가는 것보다는 컴퓨터에서 항공기의 작용을 모의해보는 것이 더 값싸다. 핵무기 설계자들도 설계를 다듬는 데 시뮬레이션에 크게 의존한다. 새로 만든 20메가톤 수소폭탄을 어떤 도시에 시험해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컴퓨터로 시험을 해 본다.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흔한 용도는 훈련이다. 군대는 1830년대 프로이센 이래로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오고 있다. 커다란 테이블에 군부대를 나타내는 표지들을 놓고 지휘관들은 가상의 전투에서 군대를 움직이는 세부 규정들을 의논한다. 시뮬레이션 훈련의 가치는 1866년과 1870년, 프로이센군이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치고 프랑스군을 치기 전까지는 다른 군의 조롱거리였다. 다른 국가들은 그 뒤에야 재빨리 군사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 시뮬레이션은 업무 훈련에도 사용된다. 야심 있는 경영자라면 시뮬레이션 속에서 값싼 실수를 해볼 수 있다.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세워 연구, 개발, 제조에 투자하는 자금의 양을 바꾸어도 보고, 모의된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늠해 본다. 시뮬레이션은 어떤 사업에서든 복잡한 상호관계성을 명료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또 조직 안에서 생각을 나누는 데 필요한 공통의 원칙도 제공한다. 만약 회사의 모든 경영진이 같은 시뮬레이션을 경험해본다면 서로 생각을 나누기 더 쉬울 것이다. 이 모든 사례를 볼 때 분명한 사실은 시뮬레이션의 이용 가치란 세부적인 사실성에 있다는 것이다. 항공기의 시뮬레이션은 반드시 새 항공기의 이륙을 정밀하게 예측해야 한다. 잘못된다면 항공사고로 이어진다. 만약 핵무기 시뮬레이션이 수소폭탄의 중성자 공급을 잘못 계산한다면 전투에서 폭발하지 않아 설계자에게는 낭패가 될 것이다. 만약 사업 시뮬레이션이 경영자에게 광고 예산을 잘못 판단하게 한다면, 그 회사는 업계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 모든 경우 시뮬레이션은 수많은 세부사항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세부사항은 수량적인 개념으로 구성된다. 게임의 의도는 그것과 전혀 다르다.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관계는 그림과 설계도의 관계와 같다. 집을 그린 그림은 집에 대한 정서적인 인상을 주지만, 집의 설계도는 목수가 창턱을 정확히 어디에 달아야 하는지 말해준다. 게임은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면서 품질이 낮춰진 형태가 아니다. 게임은 더 넓고, 덜 수량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그림이 집을 짓기 위한 기초로 사용될 수도 없고, 설계도로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 대한 감정을 전할 수도 없다. 그 차이는 부드러운 개념과 단단한 개념의 차이에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과 측정할 수 있는 것의 차이다. 시뮬레이션과 게임은 전혀 다른 메시지로 소통하려 한다. 시뮬레이션은 기술적 정보로 소통하고, 게임은 예술적 메시지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소통한다. 복잡성 실제 사례로 오면 시뮬레이션과 게임의 "정보 대 예술" 구분이 여러 이유로 불분명해진다. 가령 저가의 오락용 비행 시뮬레이터는 일반적인 소형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프로그램으로 연산한다는 점은 수백만 달러의 전문 시뮬레이터와 다르지 않다. 일반 소비자용 비행 시뮬레이터조차도 양력, 고도, 대기 속도 같은 것을 연산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전문가용 비행 시뮬레이터와 다른 점이 뭘까? 그 답은 앞서 말했던 "세부적인 그럴 듯함"에 있다. 시뮬레이트된 항공기가 30도의 뱅크각에 180노트의 대기속도에서 8,000피트 상공으로 올라가도, 소형컴퓨터용 비행 시뮬레이터는 그 결과인 양력을 아주 정확하게 계산할 의무가 없다. 근사치를 만들어내거나 몇 가지를 생략해도 화를 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대로, 전문 비행 시뮬레이터는 양력을 보다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그게 유일한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만약 조종사가 시뮬레이터의 결점 때문에 부정확한 반응을 보이는 시뮬레이터로 훈련한다면 실제 비행에서도 실수를 반복해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이것이 오락용 비행 시뮬레이터가 작은 힘을 가진 소형컴퓨터에서 실행되는 반면, 전문 비행 시뮬레이터는 대량의 램을 가진 강력한 컴퓨터를 요구하는 이유다. 작고 세세한 사항들을 모두 정확하게 연산하려면 엄청난 연산력을 필요로 한다. 소형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시뮬레이션은 여러 부분을 생략해야 한다. 가정용 비행 시뮬레이터 역시 다른 면에서 만족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가정용 비행 시뮬레이터는 실질적인 정확성보다는 그 환영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각적이고 정신적인 암시들을 조정해서 사용자의 불신을 없애줄 '정밀도'라는 이름의 환상을 만들어 내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사용자는 어느 정도 정서적인 수준에서는 자기가 컴퓨터 키보드 앞에 앉아있는 게 아니라 항공기를 운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요구사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정확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플레이어가 비행기를 급강하시키면 가속해야 한다. 하지만, 가속율의 정확설은 사용자에게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종석에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고 속도계가 올라가며 엔진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디자이너에게 그런 것은 부차적이며 가속의 정확성에 더욱 집중한다. 하지만 게임 디자이너는 환영을 만드는 데 피땀을 흘린다.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차이점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명료한 대립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실제 세계에서 대립은 다양한 사회적 제어에 의해 완화된다. 대립은 인간의 활동에서 피할 수 없지만, 도덕관과 심리적 억압의 복잡한 조합이 대립을 약화시켜 생산적인 결과로 전환한다. 그래서 단순히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는 간단하고 직접적인 대립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든 상업적 성공을 거두길 희망한다면 대립을 강조하고, 피를 보고 싶은 욕망을 좌절시키는 억압은 제거하라. 모든 게임이 피가 튀는 슈팅 게임이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대립의 성질을 뚜렷하게 강조하고, 실제 세계의 대립에서는 보기 힘든 감정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해결법을 제공해야 한다.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차이를 만드는 세 번째 요인은 게임의 접근성이다. 시뮬레이션은 사용자가 긴 문서를 읽거나 장황한 준비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반면, 게임은 즉시 그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별 득도 없는 길고 지루한 설명서를 가진 게임에 관대하지 않다. 그런데 《밸런스 오브 파워》는 게임 시장에서 가장 지나치게 요구 사항이 많은 게임 중 하나로, 두터운 설명서가 게임의 필수 구성 요소이다. 2. 지정학을 모델링하는 게임의 함축 지금까지 논했던 것들을 이해했다면 다음 질문의 답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밸런스 오브 파워》는 얼마나 사실적인가?" 이 게임이 반드시 근본적으로 부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건 현실을 표현한 게임이다. 하지만, 동시에 필연적으로 현실을 왜곡해야 했다. 예를 들어 이 게임은 지정학적에서도 대립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었고,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을 단순한 관점으로 나타냈다. 현실을 왜곡했다고 해서 이 게임이 거짓을 말한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초상화가는 대상의 얼굴에서 성격을 드러내는 특징들을 강조하고 그 특징을 단순화한 표현으로 절충한다. 이 과정에서 화가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현실을 왜곡하지만, 현실을 부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아주 기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자. 게임 상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표현되어야 할까? 언뜻 생각해 보면 세계의 모든 국가를 포함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분명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답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지정학적 상호작용에 대한 게임이다. 문제는 모든 국가를 포함하는 것이 과연 지정학적 상호작용에 대한 표현의 명료함을 높이느냐, 낮추느냐다. 세계 150여 개 국가 중 대부분은 어떤 사건이 터져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전까지는 수십 년을 평화 속에서 지낸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미국이 침공하기 전의 그레나다를 알고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카빈다, 안도라, 샌 마리오, 오맨, 부룬디, 기니비사우, 가봉 같은 국가들을 들어보기나 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리타니아와 모리셔스의 차이를 알고 있을까? 거대한 지정학적 힘의 작용을 이해할 때 이 작은 국가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주의가 분산되지 않을까? 지정학의 체계는 두 개의 초권력, 십 여 개의 주류 권력, 수십 여 개의 비주류 권력, 그리고 수많은 무(無)권력 국가로 이루어져 있다. 무권력 국가들이 지정학적 무대에서 맡는 역할이란 체스에서 졸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게임이든 지정학적 과정의 본질을 밝히겠다면 먼저 초권력에 집중해야 한다. 초권력이 싸움에 이용할 졸도 분명 있어야겠지만, 그 역할은 항상 부차적이다. 나는 《밸런스 오브 파워》를 디자인하면서 무권력 국가들을 너무 많이 포함하면 게임에 해가 되리라 판단했다. 만약 시뮬레이션이라면 그것이 긍정적인 요소가 되더라도 말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62개 국가만을 포함했다. 사실성을 높여주는 디테일은 시뮬레이션에는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게임에 무권력 국가를 너무 많이 넣으면 혼란을 일으킬 뿐이다. 《밸런스 오브 파워》에 작은 국가를 필요 이상으로 넣는 것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일이며, 책상을 어지럽히는 것이고, 머리만 복잡하게 할 뿐이다. 상대적 사실주의 이 게임의 사실성에 대해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사실주의의 개념이 항상 관찰자의 지각에 의해 상대적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정치학 교수와 12살 아이가 이 게임을 보는 시선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게임이 정밀한 정도는 반드시 그 게임을 할 법한 사람들의 지적 배경에 맞추어야 한다. 내가 초기에 매킨토시를 플랫폼으로 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나는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지적으로 성숙한 그룹일 것이라 예상했다. '밸런스 오브 파워'처럼 복잡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지적 노력을 요구한다. 게임 디자이너는 반드시 게임의 청중에 적절한 수준의 사실주의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청중보다 더 교육 받은 이들은 비웃음을, 그 청중보다 덜 교육 받은 이들은 이해 부족을 보일 것이다. 사람들의 교육 수준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대부분 게임 디자이너들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게임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대학 수준의 교육을 요하는 게임을 만드는 디자이너에게는 강한 (한 편집자가 말하길, "광적이고 완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밸런스 오브 파워'는 약간 많이 높은 곳을 노려야 했다. 나는 평균적인 미국인보다 지정학적 이슈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어렵다고 했을 것이다. 이것이 나를 향한 실망과 당혹감의 근원이었다. '과정으로서의 사실주의'와 '자료로서의 사실주의' 사실주의에 관해서 또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과정'[프로세스, process]의 사실주의와 그에 반대되는 '자료'[데이터, data]의 사실주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료의 관점에서 사실주의를 생각한다. 국민총생산(GNP)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는지, 혹은 이 나라에 있는 군부대의 수가 정확한지 따진다. 그러나 사실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료가 아니라, 과정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그의 작품 <월든>에서 잘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원리다. 사례가 아니다. 그리고 원리란 과정이다. 가나의 GNP가 실제로 얼마인지는 덜 중요하다. 지정학을 다루는 게임이라면 GNP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니카라과가 워싱턴과의 외교적 관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덜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니카라과와 워싱턴이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다. '사실'과는 상호작용할 수 없다. 사실이란 죽은 물고기와 같다. 그저 놓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과정'과는 상호작용할 수 있다. 형태를 다듬고 매개변수를 바꾸어서 그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과정은 학습할 수 있다. 사실이란 책과 같은 고정적인 매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다. 컴퓨터는 처리를 동반하는 문제에 가장 잘 어울린다. 컴퓨터를 대변하는 말인 '데이터 처리 장치'[data processor]에서 처리가 뒤에 오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과정이 진짜 세계다. 만약 우리가 살아서 100년 뒤를 본다면 후손은 니카라과와의 실랑이가 별 의미 없는 일이었다 회고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니카라과와의 관계를 좌우하는 원리, 그 과정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2,000년도 더 전에,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쓰면서,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아테네의 성장과 이를 두려워한 스파르타였다"고 말했다. "아테네"를 "미국"으로, "스파르타"를 "러시아"로 바꿔보면 판단이 설 것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사실은 먼지 같이 사라졌지만, 그 원리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처리 강도'[process intensity]이라고 부르는 개념은 이 책의 근간이 되는 원리이다. 이 책의 각 장은 내가 게임에서 강조한 네 가지 지정학적 상호작용의 과정(폭동, 쿠데타, 핀란드화, 위기)을 다루고 있다. 그 안에 가볍게 사실을 불어넣었지만, 사실이란 일시적이다. 반면 과정은 영구적인 진실이다. (...) 3. 사실주의와 학습 게임의 사실주의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의 전문성에 상대적이라면, 게임을 학습하는 과정 자체는 게임의 사실성을 떨어트린다. 즉, '밸런스 오브 파워'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게임이 대단히 사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진행하고 그 뒤에 숨은 원리들을 학습하며 지정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디자인 상의 결점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러우며 또한 예측 가능한 현상이다. 그리고 사실 게임의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좋은 척도이다. 플레이어를 변화시키지 못 한 게임은 실패한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더 높은 이해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그 과정에서 게임과 나란히 서 있던 플레이어를 그 어깨 위에 서게 해야 한다.
  1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문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news/198852/Heres_what_a_console_transition_looks_like_by_the_numbers.php?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후계기의 출시시 이전 세대의 콘솔은 어떻게 그들의 세대를 마감할까? 판매량이 느리게 감소함에 따라 몇 년 더 버틸까? 아니면 잽싸게 인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새 세대에게 양보한 후 잽싸게 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러 요소에 달려있다. 아래에서 보여드리겠지만 Nintendo64나 GameCube와 같은 콘솔은 일년 이내에 구식이 되어 빠르게 사라져갔다. 다른 기종들은 좀더 길게 버텼다. 이번 겨울부터, Xbox360과 플레이스테이션3는 더 이상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콘솔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이 기종들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와 같지가 않다. 이들 기종의 퇴장은 새 시스템이 콘솔 시장을 뚫고 들어올 기회가 된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닌텐도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콘솔 시장을 가정하고 있다. – 그러나 이 가정들은 아마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닌텐도의 세대 교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이전에 일어났던 닌텐도가 새 시스템을 출시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닌텐도의 과거 콘솔 세대교체시 수익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2001년에 GameCube가 런칭하자, N64는 50만대만 출하되었다. 2002년 3월 이후에는 추가로 출하된 물량이 없다. GameCube와 Wii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좀더 긴 시간동안 벌어졌다. 2006년 9월 말에서 2008년 3월 말까지, 닌텐도는 540,000 대의 GameCube를 출하했다. 두 경우 모두 후계기의 발표 이후 이전 세대 콘솔의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2년 10월에서 2013년 6월에 이르는 Wii U 발표 이후 Wii의 판매량은 사뭇 다르다. 닌텐도는 추가로 290만대의 Wii를 출하했다. 여기에는 Wii U의 발표 이후 불과 수주후에 처음 출하되기 시작한 Wii Mini도 포함된다. 이는 낡아가는 작은 콘솔을 닌텐도가 포기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Wii의 사후 수명이 - 후계기 발표 이후 이전 세대 기종의 수명 – 이렇게 긴 이유를 설명하는 한 가지는, 닌텐도가 그들의 전통적인 시장 밖에 있던, 아직 진출하지 않았던 시장으로 좀더 저렴한 콘솔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는, 그냥 단순히 아직도 남아 있는 이전 세대 콘솔에 대한 수요에 반응했을 뿐일 수도 있다. –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아직도 Wii는 Wii U보다 많이 팔린다 – 이를 통해 분기마다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에 완충작용을 해 줄 매트리스를 댄다. 정답은 아마도 이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듯 하다. 닌텐도가 새 기종의 출시를 맞아 이전 기종을 어떻게 단종시켰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닌텐도 각 기종의 연간 (12개월 간격으로 추적) 판매율을 추적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추적한 닌텐도의 최근 4기종의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같은 데이터를 다르게 보려면 이곳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의 세대 교체 이제 다른 일본 콘솔 제조사 소니를 살펴보자. 전혀 다른 광경을 볼 수 있다. 여기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과 플레이스테이션2, 플레이스테이션3까지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숫자들이 있다. 이 칼럼을 쓰기 전에는 위의 숫자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를 검토하고나서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이전 두 기종의 세대교체에서, 소니는 후계기의 출시 이후에도 이전 세대의 콘솔을 전체 판매량의 약 30% 정도 출하했다. PS1의 경우, 이는 5년간에 걸쳐 3천만대에 해당한다. PS2에서 이 비율은 6년간에 걸친 5천만대로 나타난다. PS3가 비슷한 추세를 유지한다면 PS3의 최종 전체 판매량은 1억 4백만대가 될 것이며 이는 PS1의 최종 전체 판매량을 수백만대 넘어서는 것이다. 닌텐도의 경우와 비슷한 방식으로 그린 소니의 TTM 그래프를 보자 (다르게 보려면 이곳으로) 그러나 올해 11월에 플레이스테이션4가 출시된 후에도 PS3가 수년간에 걸쳐 계속해서 팔려나갈까? 종합적으로 나는 당연히 아닐거라 생각하는데, Ouya나 Valve의 Steam Box 같은 유사한 콘솔들이 소니 콘솔의 사후 수명에 지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소니의 콘솔은 이런 모바일 기반의 콘솔들이 가진 기능들이 없기에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다. PS3는 커스텀 셀 프로세서, 커스텀 Nvidia 그래픽 프로세서, 그리고 하드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 나는 기기당 150$ 미만의 가격대에 놓인 콘솔에게 기회가 있을거라 보는데, 이 가격대는 소니가 PS3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PS3는 미국에서의 가격이 $200대가 되는데에도 7년이 걸렸고, $200대의 기기는 2006년에 런칭된 $500 짜리 오리지널 버전의 20기가에 비해 내장된 저장 용량도 작다. 소니가 2005년에 하드웨어에 관련해 내린 결정의 끝을 보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동안, 새 콘솔들은 우리가 최근에 겪고 있는 현실에 좀더 최적화된 형태로 짜여질 것이다. 저비용 CPU와 GPU를 쓰고, 평범한 수준의 저장용량을 내장하여 여기에 SD카드를 추가하는 형태로 확장을 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수요별 소프트웨어 제공 서비스 (Soft on Demand – 메이커 이름 아닙니다)와 안드로이드 기반의 콘솔은 훨씬 낮은 비용대에서 시작할 것이다. 모바일 기반의 하드웨어와 OS가 이 새로운 콘솔로 이동함에 따라, 거대한 개발자 군단과 다수의 유명 게임 프랜차이즈 최신작들이 여기에 합류할 것이다. 심지어 EA와 같은 거대 퍼블리셔들조차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대단히 적극적이다. 이들의 거대 프랜차이즈가 새 콘솔로 출시된다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Clayton Christensen이 시장 붕괴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하드웨어와 게임 엔진 또한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정교해지면서 일종의 성장 곡선을 따르고 있다. 이는 새 콘솔이 투입되면 강력한 그래픽과 사운드 등 전통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이 강세였던 분야에서 경합하게 될 것이며, 그럼에도 소니보다 더 낮은 가격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콘솔 세대교체를 방해하기 이 경쟁은 소니의 하드웨어 판매에 밑반찬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후 수년간에 걸쳐 소니가 기대하고 있는 PS3의 소프트웨어 수익은 판매의 측면에서나 저작권료의 측면에서나 비슷하게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단지 추측에 불과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쟁에서, Ouya 같은 경우 소니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데에는 애플이나 아마존 등과 같은 거대 회사의 깜짝 발표 한 번이면 족하다. 그리고 밸브는 결국 스팀 박스를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장군들은 언제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한다는 격언을 되새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닌텐도의 모션 컨트롤이 지닌 참신함에 대응하지 못하고 Wii에게 참패했다. 그리고 Xbox One은 키넥트를 통해 역사상 모션 컨트롤과 가장 단단하게 통합된 콘솔이 되었다. 소니는 개발자들이 다루기에 너무 난해한 하드웨어와 높은 비용으로 비판을 당했지만, PS4는 개발자 친화적인 측면에서 칭찬받고 있으며 진입 가격 또한 더 낮아졌다. 그러나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이 전통적 콘솔 시장이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모두의 관점을 바꾸는 데에는 기존의 콘솔이 아닌 새로운 콘솔 딱 하나가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 부연설명 : 내가 위에 첨부한 소니의 자료보다 더 자세한 판본이 있다. 2006년 4월 전까지 소니가 제공한 자료는 제품의 출하만을 보여준다 – 이는 즉 소니가 도매망에 출하한 양을 의미하며, 이것이 소매점에 팔려나간 양은 아니라는 뜻이다. 2006년 4월부터 소니는 소매점 판매량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나는 긴 기간을 놓고 보면 (연단위의 스케일) 이 두 수치가 전체적으로는 서로 엇비슷할거라 믿는다. 따라서 나는 이 둘을 분리해서 표시하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다섯 분기에 걸쳐 소니는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애석하게도 PS2와 PS3의 판매량을 통합하여 발표했으며, 이 기간에 대해 나는 각 기종의 분기별 판매량 수치를 내 자신의 추정치로 소개했다 --------------------------------------------------------------- 글쓴이가 주장하려는 내용에는 뭐 그냥 그렇지 … 하는 정도의 공감만 가는데,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후계기 발표후 전세대 기종 판매량은 굉장히 놀랍네요.
  1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 들어가며 mmog의 여러가지 매커니즘들이 때로 획기적으로 때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뭔가 발전과 변화를 보이는데 비해서 mmog의 핵심적 요소들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커뮤니티’ 에 관련된 매커니즘은 뭔가 이런 뚜렷한 발전 또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런 제 관점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나 마비노기 등 주로 커뮤니티로 유명한 게임들을 해보지 못했다는 결점과 더불어 뭔가 신뢰도가 낮긴 하지만요. 아무튼 제 눈에 mmog의 커뮤니티 장치들은 뭔가 뚜렷한 흐름이 보이기보다는 굉장히 파편적이고 단편적으로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빠진 고리가 많기 때문인지, 실제로 이 분야의 변화발전이 더디거나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부분적인 파편들이나마 모아두면 나중에 누군가 참고하거나, 제가 모르는 고리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댓글로라도 보충해주지 않으실까 싶어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파트 1. 채팅 2D 탑뷰 지금은 워낙 가물가물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2D 탑뷰 시절 채팅은 채팅창보다는 말풍선이 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채팅창에도 채팅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탑뷰 시점의 독특한 구조상 말풍선이 한눈에 쏙 들어오죠. 게다가 상대의 채팅창이 내게 보인다는건, 내 캐릭터가 상대에게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내가 상대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보이는 것 또한 명확합니다. (이는 같은 탑뷰라도 3D로 오면서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 캐릭터 위로 보이는 공간이 아래로 보이는 공간보다 길었던 탓에) 하지만 말풍선만으로는 완전한 채팅을 하기가 어려웠던게, 여러 캐릭터가 다닥다닥 붙어서서 한마디씩 하면 말풍선이 서로 가려서 도무지 뭘 알아볼 수가 없는 단점이 … 아무튼 결론은 당시 채팅은 말풍선에 초점이 맞춰진 ‘일반채팅’ 이 주였고 지금보다 비중이 훨씬 높았었다는거죠. 반면에 채팅창은 외치기나 거래 같은걸 볼 때나 가끔 쓰는 거였구요. 여기에는 지금보다 커뮤니티가 좀더 풍성했던 환경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누군가와 만나서 구석진 곳으로 가 서로의 캐릭터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풍습(?)은 지금은 찾아보기 드물죠. 그 연장선에서 소위 '게임정모' 라는 길드나 혈맹 단위의 모임도 있었는데, 해당 커뮤니티에 속한 모든 멤버들이 게임 내의 한 장소에 모여 줄지어 서서 같은 옷을 입고 길드마스터 또는 군주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훈훈(?)했던 풍경도 기억나네요. 요새는 이런거 없어졌을 뿐더러 누군가 시도하면 촌스럽다고 비웃음 사기 딱 좋죠. 3D 팔로우뷰 mmog가 3D화 되면서 말풍선은 없어졌거나 위상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이 점은 앞서 말한 탑뷰 형식의 2D 게임들과는 확연이 다른 부분인데, 3D 게임에서 말풍선을 넣어봐야 내가 상대의 뒤에 있다면 상대에겐 보이지 (들리지) 않아요. 말풍선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말풍선은 전적으로 부가적인 요소일 뿐 절대로 메인 채팅 수단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화면 상의 캐릭터들이 모두 균등한 크기로 표현되는 탑뷰와는 달리 가까운 캐릭터와 먼 캐릭터의 크기 자체가 달라지는 3D 환경에서 말풍선의 크기는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죠. 먼 캐릭터의 말풍선은 작고 눈 앞의 캐릭터의 말풍선이 거대하게 나온다면 뒤죽박죽 … 결국 채팅창이 가장 중요한 채팅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채팅창에’만’ 의존하는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가 그렇습니다. 첫째로 게임 특성상 화면 가운데에서 멀어질수록 눈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채팅창은 보통 화면 가장자리에 위치할 수 밖에 없죠. 거기에 용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 이상 눈길이 잘 가지 않는 위치입니다. 그렇다고 화면 중앙에 놔서 시야를 가릴 수도 없고 말이죠. 두번째로 채팅창은 기본적으로 글자들만 모아놓은 공간이에요. 즉 여기에 글자들이 많은건 당연합니다. 그게 무슨 글자이건 간에요. 게다가 쉴새없이 뭔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외치기 일 수도 있고, 공개창일 수도, 거래창일 수도 있구요. 따라서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게 채팅창에 뜨더라도, 시각적으로 그닥 튀지 않습니다. 새로 올라온 텍스트 – 누군가 최근에 한 말 – 에 주목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채팅창을 이용한 대화의 한계이지 싶습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딱히 대안이 없었기에 이 방법은 아주 오랜 기간동안 쓰이게 되며, 사실상 지금도 가장 주축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이후에 음성채팅이 나와서 문자채팅의 단점을 강력하게 커버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형태의 채팅은 주된 방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채팅 채널의 분화 한편 이런 채팅은 EQ나 DaoC 시절 길드/파티/일반/외치기/거래 등등으로 채널을 고정했던 데 비해서 와우는 아예 사설채널을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들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와우가 최초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전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에서는 채팅 방을 별도로 만들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게 다른 게임 플레이와 병행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컨대 레이드를 하면서 이런 사설 채널을 쓸 수 있나요?) 이게 뭐 대단히 비약적인 발전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름 흥미로운 변화이긴 하다고 봅니다. 여러 채팅창을 오가는 현란한 타이핑 스킬을 필요로 했기에 다소 번거롭긴 했었지만, 길드 이외의, 길드보다 훨씬 느슨한 형태의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데 꽤 공헌을 했다고 보거든요. 서버마다 하나씩 다 있는 디씨채널이라던가, 공대 전용 채팅 채널 등등이 여기에 속하죠. 한편 와우가 플레이어들에게 '사설채널 설정 권한'을 주기 전에는 이런걸 어떻게 했느냐면, 제 기억에는 IRC를 썼습니다. 게임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채팅 프로그램을 사용한거죠. 저는 울온에서 irc를 처음 접했습니다만 이후에도 꾸준히 쓰시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이게 메인이었던 적은 없지만요. '메인'이라고 하니까 또 생각났는데, 와우식의 '사설채널 설정 권한'은 저는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봅니다만 이후에 확고하게 자리잡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권한을 주는 게임이 많지는 않아요. 음성 채팅의 보편화 한동안 채팅 분야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로 수년이 흘렀고, 그동안 인터넷은 꽤 널리 보급된 데다가 속도도 안정적이고 빨라졌죠. 점차 음성채팅이 보편화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Ventrilo, Team Speak 등 외부 클라이언트를 이용하여 서버는 사설 서버 내지는 임대하여 사용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그건 북미의 경우이고, 우리나라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중앙집중식(?) 음성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편의제공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장사를 하기엔 애매했던지 요즘 이런 서비스는 점차 축소되는 것 같더군요. 대신에 게임이 이런 기능을 내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겪어 본 음성채팅을 게임에 내장한 최초의 경우는 와우인데, 지금은 블소를 비롯해서 다수의 게임들이 이 기능은 디폴트로 탑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왠지 음성채팅이 조금씩 낯선 듯 아직 완전히 보편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북미 유저들은 수다떨면서 게임하는걸 무척 좋아하는 듯 하더라구요. 게임에 음성채팅이 들어오기 전에도 길드를 만들면 길드 전용의 음성채팅 도구가 있는건 당연하고, 낯선 사람과 파티를 하는데도 그의 제안으로 음성채팅에 접속하는 경우 (보통 초대하는 쪽의 길드 채널로 들어갑니다) 는 꽤 일반적이었습니다. 하물며 게임 내에 이를 내장하게 된 지금은 더더욱 그렇구요. 음성채팅은 문자채팅에 비해 게임 플레이에 확연하게 더 좋습니다. 문자채팅이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화면 구석의 채팅창으로 모두 쫓겨 가버렸고 그 결과 유저들의 액티브한 인식 – 주기적으로 시선을 돌려 화면 구석을 쳐다보기 – 을 필요로하는데 비해, 음성채팅은 일종의 패시브한 형태로 다가오죠. 틀어놓으면 내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옵니다. 와우가 음성채팅을 내장하기 한참 전부터 플레이어들이 레이드 등 중요한 이벤트에는 음성채팅을 활용해 왔던 것 또한 이 맥락의 일부이구요. 이 부분은 앞서 설명드렸던 3D 팔로우 뷰에서의 ‘채팅창을 계속해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문자채팅이 아예 도태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직 친하지 않은 이들끼리 또는 급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자채팅이 주가 되요. 문자채팅과 음성채팅의 분리는 일종의 ‘채팅의 용도별 분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2D에서의 채팅을 언급할 때 말풍선을 통한 채팅이 일반 채팅으로 국한되고, 그 외의 채팅들은 채팅창에 몰려있었던 것과 비슷한 구성이죠. 그러니저러니해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음성채팅은 그렇게까지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요. 레이드나 프리메이드(pre-made) pvp 등을 하는, 긴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아주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문자채팅으로 다 커버하는 편입니다. 이 점은 북미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북미는 음성채팅의 사용빈도가 엄청 높거든요. 어떤 관점으로 보자면 평균적인 던전 클리어 스피드나 실력이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기에 영던만 가도 음성채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고, 역으로 생각하면 영던정도를 가더라도 면접에 기어스코어에 따지는게 많은 우리에 비해 가겠다는 사람이 포지션만 맞으면 얼추 다 데리고 가는 북미식 파티모집의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구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어느정도 음성채팅을 쓰는건 나이대가 좀 높으신 분들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하면서 정통파 아저씨 길드에 가입했던 적이 있는데요, 이 분들은 던전을 가면 아주 쉬운 곳이라해도 꼭 음성채팅을 하길 원하시더라구요. 이유는 아무래도 타이핑하기 싫어서? 젊은 플레이어들이야 채팅하는게 크게 문제되지 않는 빠른 타수에 정교한 타이핑을 구사하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타이핑은 무지 귀찮고 힘들거든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블소에 국한된 일이라서 확신하긴 좀 어렵네요. 채팅에 대해서는 일단 이정도가 제가 기억하는 전부입니다. 이 분야에서 기억나는건 얼추 다 주워섬긴 듯 한데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채팅 장치들이 다른 게임에도 많았으리라 봅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부탁드리구요. 다음 파트에서는 ‘길드’를 다루어보겠습니다. 원래는 채팅, 길드, 파티, 그 외 게임 내 장치 등등을 묶어서 한 편의 글로 쓰려던 건데 채팅만 썼는데도 이정도가 나와서 파트를 분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분량은 많은데 내용은 뭔가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이 드나요? 여러분만 그런게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 특히나 글의 처음에도 말씀드렸던 거지만,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갈한 흐름 같은걸 잡아내는게 너무 어려워서, 일단은 있었던 사실들의 나열에만 그치고 말았네요. 뭔가 대단해보이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허술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쩌겠어요 제가 여기까지인걸 ㅜㅜ
  1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상호 작용적 스토리텔링의 5가지 핵심 요소 이하의 내용에서 쓰인 ‘게임’ 이라는 단어는 몇몇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적인 게임이 아닌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이해하시는게 좋습니다. 원문주소 : http://frictionalgames.blogspot.kr/2013/08/5-core-elements-of-interactive.html 소개 지난 몇 년간 나는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는걸 느껴왔다. 핵심이 되는 이슈는 글쓰기, 주제, 캐릭터 또는 그 외 이와 비슷한 것들이 아니다. 주된 문제는 포괄적인 전달의 영역이다. 언제나 내가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진정한 느낌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끔씩 여기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 결과,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상호 작용적 서사를 위해 필수적인 다섯 가지 요소를 떠올렸다. 이하의 내용은 이 주제에 대한 내 개인의 관점이며, 엄정한 과학적 이론이기보다는 선언문에 가깝다. 이는 즉 나는 이들을 조잡한 규칙이나 틈새 미학의 요약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요소들이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적인 뼈대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호작용적 서사에서 좋아하는 요소들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아래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한 가지라도 포기한다면 서사적 경험에 이상이 생길 것이다. 1)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라 아주 간단한 요소다. 게임은 반드시, 바닥에서부터,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디자인되어야 한다. 게임은 퍼즐에 대한 것도, 보석을 쌓거나 움직이는 목표를 쏘는 것에 맞춰져서는 안된다. 게임이 이런 요소들을 포함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경험의 핵심으로 초점맞춰져서는 안된다.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플레이어를 서사 속으로 몰입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어떤 다른 요소도 이에 앞서는 우선순위를 가져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그 자체로 이유가 된다. 가능한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은 당연히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래에 설명할 다른 몇몇 요소들은 이 항목에서부터 곧바로 분기하는 개념들이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요소의 핵심이 되는 측면은 스토리란 어떤 의미에서 반드시 촉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반드시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와 설정을 포함해야하며 극적인 요소를 가져야 한다. 게임의 서사는 극단적으로 요약되거나, 너무 단순하거나, 또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관계된 어떤 사건도 빠져서는 안된다. 2) 대부분의 시간을 플레이하는데 보내야 한다 비디오게임은 상호작용적 매체이며 따라서 경험의 상당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상호작용성이 연계되어야 한다. 게임의 중심은 컷씬을 보거나 읽는 것이 아닌 플레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상호작용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휴지기를 위한 여유가 있어야하며, 플레이만 계속해서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어쩌면 핵심일 수도 있다. 윗글들은 무척 기초적인 내용으로 들릴 것이다. 거의 게임 디자인의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까지 명백하지만은 않다. 게임 디자인의 보편적인 ‘지혜’는 선택이 왕이라는 것이다. 이는 시드 마이어가 말한 ‘게임이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이라는 인용구에 깔끔하게 요약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상호작용적 서사의 모든 진리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이 그토록 문제시된다면, 당신이 직접 고른 어드벤처북이 궁극적인 상호작용적 소설이 될 것이다 –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가장 유명한 비디오게임들조차 심지어는 스토리에 연관된 어떤 선택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근의 예로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있다) 그렇다면 상호작용은 정말로 그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선택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내 관점에 의하면 스토리텔링에서 상호작용의 핵심이란 게임 내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감각, 즉 실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능동적 플레이의 안정된 흐름이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일정 이상의 기간동안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놓이면, 그들은 게임의 경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언제나 ‘내가 거기에 있다’ 라는 경험을 강화하고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3) 상호작용은 반드시 서사의 감각을 제공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서사에 몰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게임플레이가 스토리의 가치와 별로 상관이 없거나 영향력이 사소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플레이어는 자신들이 관찰자가 아닌 스토리의 능동적 일부라고 느껴야 한다. 스토리 상의 중요한 순간들이 플레이어로부터의 에이전시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수동적 참여자가 된다. 보석 맞추기가 게임 플레이의 전부라면, 플레이어가 게임하는 시간의 99%를 상호작용을 하고 있더라도 이는 서사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어떤 중요한 사건의 일부도 아니고, 그들의 행동은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임 플레이는 반드시 서사의 기반이어야 한다. 다음 컷씬을 기다리는 동안의 부수적인 활동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둘째로,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행동에 있어서 자신들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플레이어가 형사라고 한다면, 이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어떤 게임이 플레이어의 역할이 무언지를 설명하기 위해 컷씬이나 그와 비슷한 뭔가를 필요로 한다면, 이는 그 게임이 스토리를 적절하게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4) 반복적 행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많은 게임에서 가장 몰입적인 경험은 어떤 시스템에 숙련되어 갈 때 나타난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그 플레이어는 이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동작하게 하기 위해 플레이어의 행동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복성은 우리가 잘 구성된 스토리에서 바라는 뭔가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스토리의 흐름 상 요구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유효하길 바란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어떤 규칙에 능숙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이다. 스토리텔링이 적절히 동작하길 원하는 게임에서 어떤 행동이 그에 맞는 효과를 발휘했다면 뭔가 진전이 있어야 한다. 반복의 다른 문제점은 반복이 플레이어의 상상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다른 매체들은 스토리 상의 많은 사건들에서 비어 있는 부분을 관객이 메워줘야한다. 영화와 소설은 이런 종류의 개인적인 해석을 이용하기에 충분할만큼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같은 행동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면, 상상을 위한 여지는 훨씬 좁아진다. 플레이어들은 설명되지 않은 공간을 해석하는 능력을 잃고, 대신에 서사를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의 핵심 규칙이 계속해서 바뀌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그 규칙들이 어떻게 사용되는가 하는 측면에 있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Limbo와 Braid는 모두 이런 부분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수 분내로 배울 수 있지만, 게임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상황들을 부여함으로써 경험을 제공한다. 5) 중요한 진행이 막혀서는 안된다 플레이어를 서사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그들의 주의는 언제나 스토리 상의 사건에 집중되어야 한다. 도전적 요소를 배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물이 플레이어의 집중을 독점하게 만들지 않을 필요가 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경험하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어떤 지점에서 막혀버린다면 관심은 스토리에서 멀어지고 단순히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쏠릴 것이다. 이는 점차적으로 게임에 내재된 규칙을 풀어나가는데로 연결되고, 플레이어는 시스템을 최적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둘 모두 서사적 경험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세 가지의 흔한 범인들이 있다 : 복잡하거나 모호한 퍼즐, 솜씨 의존도가 높은 구간, 그리고 미로와 같은 배경이다. 이들 세 가지는 보통 게임에서 일반적이며, 다음에 뭘 해야할 지 모르게 만들기 때문에, 또는 계속하기 위해서 일정 이상의 솜씨를 요구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진행을 쉽게 가로막을 수 있다. 퍼즐과, 미로와, 솜씨 기반의 도전적 컨텐츠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게임의 어떤 구간이 플레이어를 스토리로부터 멀리 끌고 가버린다면, 이 구간은 빼버릴 필요가 있다. 해당하는 게임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다들 꽤 명확해보인다. 위의 내용을 쓰면서 나는 종종 이미 널리 퍼진 지식을 재탕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느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수의 게임들만이 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면 꽤 놀라운 일이다. 이 요소들은 모두 상당히 보편적인데도, 이들의 조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것이다. 순수하게 스토리텔링만을 위한 최고의 케이스는 비주얼 노벨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2번 항목이 빠져있다. 그들은 그닥 상호작용적이지 않으며,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경우 그저 독자에 불과하다. 이들은 또한 종종 3번 항목도 지키지 못하는데, 플레이어에게 스토리에 관련된 행동의 기회를 많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냥 수동적으로 진행할 뿐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같은 액션 게임들은 4번과 5번 항목을 지키지 못한다. (반복과 진행 막힘) 게임의 많은 부분에서 3번 항목 또한 충족시키지 못한다. (스토리와 연계된 행동) 아울러 스토리의 내용이 긴 컷씬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도 잦다. 이는 2번 항목 (게임을 보거나 듣거나 읽는게 아니라 플레이해야 한다) 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RPG들도 그닥 나은 편은 아닌데, 종종 상당히 반복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종 긴 컷씬과 대화로 인해 지나치게 긴 플레이 휴지기를 갖기도 한다. 헤비 레인이나 워킹 데드 같은 게임들은 상호작용적 서사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준다. 그러나 2번 항목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을 표면에 발랐을 뿐, 영화이다. 상호작용이 경험의 필수적 부분이긴 하지만 이를 원동력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또한 게임 플레이가 모두 반응에 연관되는 몇몇 예들을 제외하면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들과 같은 일종의 의도적으로 계획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는 비디오 게임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몰입의 상당한 부분을 없애버린다. 그럼 어떤 게임들이 이 모든 요소들을 만족하는가? 각 항목들이 대단히 구체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항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발견한 가장 근접한 경우는 Thirty Flights of Loving인데, 서사가 아주 이상하고 파편적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게임이 모든 요소들을 다 담는데 가장 근접한 게임이다. 또 다른 근접한 게임은 To The Moon 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요구사항에 도달하기엔 대화와 컷씬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Gone Home 또한 모든 요건의 만족에 가깝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행동과 핵심 서사 사이의 연관성이 적고 게임의 대부분이 플레이보다는 읽는 것에 할애된다. 나는 이 게임들이 모든 요소들을 충족하든 아니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호작용적 스토리텔링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이 게임들이 일종의 영감을 끌어낼 곳이다. 또한 이들 게임이 비평적으로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상업적으로나 성공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에 대한 수요와 공감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최종 견해 명백하지만 한 번 더 말해야 할 것 같다 : 이 요소들은 게임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위의 요소들 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멋진 게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게임이 전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상호작용적 서사를 핵심 요소로 담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슷하게, 이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는 어떤 게임이 쓰레기일 수도 있다. 이 요소들은 그저 특정한 종류의 경험의 기반을 개괄적으로 설명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비디오 게임들 중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험 말이다. 이 다섯 가지의 간단한 규칙들이 다른 이들의 프로젝트를 구조화하고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런 사고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종류의 비디오 게임들은 지금껏 얼마 되지 않기에,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요소들을 모두 담는데 근접한 게임은 아주 넓은 범위의 경험을 암시하기도 한다. 나는 이 길을 탐험하는 것이 매우 보람있을 거라는데 한 점의 의심도 없다. 링크 http://frictionalgames.blogspot.se/2012/08/the-self-presence-and-storytelling.html 반복과 도전이 어떻게 게임의 상상력을 파괴하고 게임을 보다 기계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약간의 추가정보 http://blog.ihobo.com/2013/08/the-interactivity-of-non-interactive-media.html 얼마나 많은 스토리텔링 게임들이 플레이어에게 의미있는 선택을 주는데 실패하는지에 대한 괜찮은 개괄 http://frictionalgames.blogspot.se/2013/07/thoughts-on-last-of-us.html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3년의 큰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우리가 이 게임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생각들을 모음 http://en.wikipedia.org/wiki/Visual_novel 비주얼 노벨과 상호작용적 소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상호작용적 소설은 텍스트 어드벤처 북의 또 다른 이름이다. Thirty Flights of Loving 이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장면과 컷의 사용에 대한 꽤 흥미로운 예시를 담고 있음 To The Moon 기본적으로는 RPG이지만 싸움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제거했음. 단순한 도트 그래픽으로부터 얼마나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Gone Home 이 게임은 사실상 To The Moon과 비슷하게, 이미 자리잡은 장르를 가져다가 스토리 전달에 관련없는 부분들만 날려버렸다. 서사는 단순히 환경을 탐험함으로써 모습을 드러낸다.
  15. 트위터를 통해 onzk777 님과 제목과 같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던 차에.. Voosco 님의 난입 덕분에 토론의 장소를 이곳 포럼으로 옮겨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논의해보고자 스레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대화 전문을 붙여넣은 뒤에 댓글로 토론을 지속해볼까 합니다.
  16. 제 블로그에 올린 재미인지론에 대한 글을 퍼왔습니다. 원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60 ----------------------------------------------------------------------------------------------------------------- 이제 막 서른이 된 내가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이던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유명 컨텐츠를 이용한 카드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2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라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 카드가 여기 저기에서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 때 가장 인상깊었던 시스템이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전투력 측정" 시스템 이었다. [그림 1.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전투력 측정 시스템] 카드 뒷면에는 노란 바탕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부호가 그려져 있고, 뒷면이 앞으로 오게 해서 전투력 측정기에 카드를 집어 넣으면 디지털폰트로 전투력 수치가 나타나게 되는 방식이다. 사실 카드를 자주 접하다보면 디지털 폰트로 88이 새겨진 측정기에서 검은 부분을 가려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란 걸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개찰구의 디스플레이에서 흔히 봐오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지하철 개찰구에는 전자식 디스플레이가 없었지만..) 위 사진과 같은 스트리트 파이터 방식의 카드가 이후로 몇 종의 카피캣을 양산하긴 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드래곤볼을 소재로 한 카드에서 원작 설정과 느낌에 충실한 "스카우터"를 이용한 전투력 및 암호문 전달 방식이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 스카우터는 붉은 색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스카우터를 통해 카드의 글자나 전투력 부분을 보면 같은 계열색의 문자가 가려지고 일부만 보이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앞서 설명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같은 전투력을 측정하는 데에도 전혀 다른 매커니즘이 사용되기도 했었다는 말이다. [그림 2. 드래곤볼 카드 게임의 스카우터] 뜬금없는 발상 전개지만, 문득 이 전투력 측정 시스템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 일종의 리뷰 점수 산정 방법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아래 벤다이어그램처럼 말이다. [그림 3. 재미 인지 벤다이어그램] 위 그림의 알파벳 영역은 각각 다음 내용을 의미한다. A.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의 재미 B.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C. 실제로 플레이어가 인지한 게임의 재미 게이머들에겐 어떤 게임을 접할 때 플레이 해보기 전에 그 게임에게 기대하는 재미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플레이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막연하게 기대되는 어떠한 재미의 경험. 하지만 그런 기대 요소는 게이머 각자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게 된다. 개발자들의 의도 역시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느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이나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플레이어들에게 어떠한 재미를 경험을 선사해주기 위한 다양한 의도를 게임에 녹여넣는다. 그렇게 불확실한 게이머의 기대와 개발자의 의도가 만났을 때, 정확히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앞서 예로 들었던 카드 게임의 전투력 측정 시스템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각각을 다음과 같이 짝지어볼 수 있을 것이다. A.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의 재미 = 전투력 측정기 B.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 카드에 그려진 암호 코드 C. 실제로 플레이어가 인지한 게임의 재미 = 측정기에 넣었을 때 표시되는 전투력 수치 그러니까,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측정기에 넣었을 때 기대치보다 낮은 전투력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의 전투력을 측정하면서 "도무지 이게 뭘 의도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시의 상황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결과라면, 스카우터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측정하려고 한 사용자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라는 건 위의 예처럼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개개인의 감정적인 판단의 영역이기에 맞고 틀리고라는 기준을 세워 판단할 수는 없다. 재미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에 앞서, 일단 재미라는 것 자체가 인지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가름이 먼저 되야하지 않을까? 기대와 의도를 정확하게 일치시키려면(불가능에 가깝긴 하지만)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벤다이어그램의 A를 B쪽으로 옮긴다: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이끈다. 2. 벤다이어그램의 B를 A쪽으로 옮긴다: 개발자의 의도를 플레이어의 기대치에 맞춘다. 1 번의 경우는 "이 게임은 이러이러한 재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러이러한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게임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효과가 없진 않지만 만성 면역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실효성이 썩 좋지는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끄는 범주가 "혹여나 발생할 오해를 방지하는 수준"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게이머의 기본 성향을 바꿔야 하는 수준"이라면 당연히 가능할 리 없을 것이다. 비교적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장르"라는 일종의 "암묵적 약속"을 활용하는 것인데, 장르의 이름을 플레이어들이 예측할 수 있는 것들로 지어두면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적정 수준으로 가이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르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지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애초에 장르만 보고 접근하지 않는 게이머층"이 생긴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존 장르로 설명할 수 없는 재미 요소를 부각하려면 오히려 난해한 조합어만 만들어질 뿐"이라는 점이다. 잘못된 장르명 선택으로 애초에 오해를 사는 케이스는 따로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 게임을 포함한 여타 다른 문화 컨텐츠 분야에서 사용되는 "B급"이라는 용어가, 아마 이 부분을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2 번의 경우가 일반적으로 상용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시도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플레이어의 기대치, 즉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성공할 경우 효과도 좋은 편이다. 다만 이 경우는 너무 많은 개발자(또는 개발사)들이 유행에 치우쳐 레드 오션이 형성되고, 앞서 흥행한 성공작을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카피하게 되는 시장의 양적 포화와 질적 저하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각측에서는 사회학이나 인류학, 그리고 심리학의 영역으로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해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기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재미와 인간의 욕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GDF( http://gdf.inven.co.kr )라는 개발자 포럼에서도 최근 들어 "자이가닉 효과"나 "아포페니아"와 같은 심리적인 영역에 대한 연구 사례가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자이가닉 효과"에 대한 포스트: [링크] 자이가닉 효과와 퀘스트 로그 "아포페니아"에 대한 포스트: [링크] 시뮬레이션의 꿈 우리는 '어느 한 쪽이 나머지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을, 흔히 "끌려간다"라고 표현한다. 플레이어의 기대치를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이끄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가 끌려가는 것과 같은 말이고, 개발자의 의도를 플레이어의 기대치에 맞춘다는 것도 결국은 개발자가 끌려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재미를 동기화하는 것(Syncing Interest)"은 결국 플레이어와 개발자 간의 "조율"을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예를 들어 고전 명작 RPG인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헤일로의 영화같은 연출이나 슈팅의 쾌감이 없다고 재미없는 게임으로 평가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라는 경험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게 아닐까? 게임개발자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는 건, 마찬가지로 생산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물론 소수 매니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유명세나 부의 획득과 상관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가질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인디 지향적인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어 이해도 되는 바이다. 하지만 핵심 메시지나 매커니즘이 아닌 다른 부분만이라도 일반적이라고 불리는 다수의 게이머 취향에 맞게 각색해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게임개발자가 된지 이제 겨우 만 6년이 되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업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재미가 없는 게임은 없다"는 점일 것이다. 평가라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 대상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며 그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다. 데들리던전( http://deadly-dungeon.blogspot.kr/ )의 껍질인간님이 평가하는 리뷰들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ㅇㅇ는 ㅇㅇ해야한다'라는 건 개인의 기준이며 실제 제작자의 의도나 다른 게이머들의 의견과 차이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100%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게임, 혹은 반대로 100%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게임은 전무하다. 다수가 재미있어하는 흥행작품도 누군가는 재미없어할 수 있고, 반대로 다수가 재미없어하는 흥행실패작도 누군가는 재미있어할 수 있다. 게이머는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 게임개발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재미있게 하길 원한다. 게임이 재미 없다는 것은, 개발자들이 어떤 외압에 의해 정말로 전혀 1g의 영혼도 없이 개발한 "재미가 첨가되지 않은 (사실상의) 기능성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상, 1. 개발자가 재미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2. 플레이어가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의 두 가지 경우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의도를 잘 전달했다면, 그 게임은 재미의 크기를 판단하기 이전에 일단은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게임일 것이다. 이처럼 게임을 잘만들고 싶은 것, 그리고 다음으로 플레이어들이 빅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깨알재미 정도는 찾아가길 바라는 것은 모든 게임개발자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개발자가 정말 좋은 재미 요소를, 좋은 기술로 포장해 의도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결국은 재미없는 게임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팔짱을 낀 채 완강한 표정으로 "자, 내 입맛에 맞는 게임을 내놓아 보시지!"라고 요구하는 게이머를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게임이 없다며 한탄하는 건, 게이머로서 즐거워야할 소중한 시간들을 아깝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하는 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비슷한 이치로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가 의도한 재미가 어떤 것인지, 혹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가면서 플레이하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어느 게임개발자 A의 흔한 변명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개발자가 되기 훨씬 이전인 게이머이던 시절부터 여간해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잘 내리지 않는 게이머였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은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만화나 도서 또는 영화 같은 다른 컨텐츠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비교는 어떨까. 술을 즐겨 하시던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 글을 보실 게임개발자 분들 중, "우리 게임 짱재밌는데 유저들이 몰라줌.ㅇㅇ"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여쭙고 싶다. "여러분의 게임은, 충분히 의도가 잘 전달되고 있나요?" 그리고 이 글을 보실 분들 중, 스스로 게임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 분들께도 묻고 싶다. "여러분도 혹시 '게임이 센 사람'은 아니신가요?" 재미있는 게임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게임개발자와 게이머가 적대적 대립 관계가 아닌, 우호적 협력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mmog의 이동과 길찾기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 mmog 장르에서 ‘장거리 이동’ 이란 그간 전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검토되어 온 측면이 있습니다. mmog 장르가 이러저러하게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세계감(?)을 제공하기 위해 광활하거나 광활해 보이는 공간은 필수적인데, 그렇다고 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불편해서는 안됩니다. 결과적으로 장거리 이동에 관련된 게임 디자인들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동 플레이를 제공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줄이고 적절해 보이는 방식으로 이동 장치를 제공하느냐에 초점에 맞춰져 온 감이 있습니다. 201X 년의 어느날, 제가 일하던 팀에 위에서부터의 어명 (…) 이 떨어졌습니다. ‘이동도 재미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상위 라인에서 떨어진 어명이었기에 회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담당할 업무가 아니었기에 ‘그런가보다 … 누가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고생을 좀 하겠구나 …’ 했을 뿐 그냥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동을 재미있게? 어떻게?’ 라는 의문은 뇌리에 조금 남아 있었나봅니다. 이후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부분에 주목해왔거든요. 여기에 대해 파이어폴 이전의 제 생각들을 살짝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해보고 ‘대충 이런게 이동의 재미인가?’ 싶은 구석을 살짝 느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활강에 관련된 어떤 경공을 배우는 맵에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레벨을 중심으로 풍경을 보는 맛과, 경공 중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슬아슬함이 겹쳐서 꽤 괜찮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아쉬운건 그 이후로 이런 비슷한 맵조차 만날 수가 없었기에 블소가 이동의 재미를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으려 하는구나 … 하는 인상을 받는데서 그쳤지만요. 그나마 나중에 만렙이던가 만렙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배우는 ‘수직 벽타기’ 경공은 나름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습니다. 높이 뻗은 나무들이 많은 맵에서 나무를 타고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가 목표 지점까지 천천히 활강해 내려가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아쉽지만 이게 다입니다. 블소는 부분적으로 이동의 재미를 ‘맛보여주는’ 측면은 있었지만 그걸 본격적인 컨텐츠로 활용할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이때 받은 인상을 정리해보자면, 이동의 재미는 레벨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이건 물론 당연한 얘기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구체적으로 제 머릿 속에서 정리된건 이때가 처음이었지 싶네요. 애초에 mmog에서 ‘이동의 재미’라는걸 좀 생뚱맞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기에 그랬나봅니다. 앞서의 예에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맵에서 재미를 좀 봤지만 그 이후로 비슷한 레벨 디자인을 만날 수 없다고 언급한 점과, 높이 뻗은 나무들이 필요한 점 등이 이를 말해줍니다. 둘 모두 레벨 디자인의 요소이죠. 즉 이동이 재미 있으려면 어떻게든 레벨 디자인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 길드워즈2 길드워즈2는 좀 다릅니다. 여기에는 이동의 재미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 흔한 탈 것도 없습니다. 장거리 이동은 밋밋하고 기능적이기만 한 순간이동으로 커버합니다. 심지어 순간 이동 체크 포인트가 전국 곳곳에 엄청나게 많기도 하구요. 대신 길드워즈2에는 ‘길찾기의 재미’가 있습니다. 이건 mmog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요소이기에 설명이 쉽지 않아 이전에 썼던 글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이동의 재미와 길찾기의 재미는 확연히 다른 것이 맞지만, 둘 모두 레벨 디자인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이 길찾기의 재미는 무척 하드코어한 재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길드워즈2에서도 이 요소는 일종의 옵션일 뿐, 필수로 넣지 않은 것이겠죠. 파이어폴 파이어폴은 상업적으로 그닥 성공적이지도 않은 듯 하고 게임 디자인에 두드러진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러하듯 이 게임에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 게임의 ‘이동과 길찾기’에 관련된 부분을 꽤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블소가 이동의 재미를 맛만 보여주었고 길드워즈2가 길찾기의 재미라는 독특한 요소를 이끌어냈다면, 파이어폴에서는 이동의 재미도 길찾기의 재미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에 한계는 뚜렷하지만요. 일전에 파이어폴의 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소위 바이크라 불리우는 개인용 탈 것을 구입했고, 게임 내에서 존재하는 모든 이동 수단을 모두 이용해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보다는 약간 더 체계적이지만 겹치는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파이어폴의 장거리 이동 수단들 우선 파이어폴의 장거리 교통수단은 모두 어느정도의 ‘수동조작’을 필요로 합니다. 수동 조작 요소의 개입에는 당연히 조작을 통해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조작을 하든 안하든 결과가 똑같다면 조작에 의미가 없어지겠죠. 파이어폴에서는 특유의 수직적 레벨 디자인이 여기에 개입합니다. 이 게임에는 높게 뻗은 절벽과 거의 산맥에 가깝도록 길고 넓게 펼쳐진 산들이 꽤 많습니다. 지역간의 고저차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이정도로 높이를 많이 활용하는 레벨 디자인은 mmog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 물론 레벨 자체로는 더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이 플레이에 개입하는 정도로 보면 말이죠. 이런 수직적 레벨 디자인을 커버하기 위해서 모든 캐릭터들은 ‘점프젯 Jump Jet’이라 불리우는 일종의 부스터를 디폴트로 장착합니다. 부스터는 일반적인 게임에서보다 훨씬 높은 점프를 가능케해주고, 공중에서 머무르거나 공중에 떠서 수평이동 하는 등의 일을 가능케해줍니다. 물론 이런 액션들을 모두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작이 필요하구요. 점프젯을 통한 다양한 점프와 그에 못지 않게 높은 절벽이 맞물려 조작의 요소가 드러납니다. 자신의 점프젯이 어느정도 높이까지 떠오를 수 있으며 어느정도 시간만큼 체공이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조작 요소가 겹쳐서, 건널 수 없을 듯 보이는 계곡을 건널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걸어서는 오를 수 없는 수직 절벽을 간신히, 턱걸이로 오르기도 합니다. 암벽등반처럼 절벽의 틈새에 난 작은 공간을 찾아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들은 캐릭터의 실제 이동거리를 상당히 줄여줍니다. 길을 가다보니 거대한 산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산의 옆구리를 돌아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동 거리는 엄청 길어질 겁니다. 아니면 산을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산을 뛰어넘는다면 이동거리는 확실히 단축될 겁니다. 그러나 뛰어넘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절벽을 올려다보며 선택을 해야합니다. 이쯤오면 이동이 명백한 플레이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봐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점프젯만 조작을 요하는건 아닙니다. 글라이드 (Glide) 라 불리우는 장치가 있습니다. 어지간한 거점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있고, 필요하다면 쿨타임 30분짜리 개인용 글라이드를 쓸 수도 있습니다. 글라이드 패드를 깔고 그 위에 올라가면 캐릭터가 일정한 높이로 위로 솟구칩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부터 활강을 시작합니다. 근데 이 활강에도 조작의 요소가 개입합니다. 활강 각도가 너무 지면을 향하면 착지 지점이 가까워지고, 활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듭니다. 활강 각도가 너무 하늘을 향하면 날기 위한 힘을 잃고 수직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활강 실패) 결국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도록 조작하는게 중요해집니다. 조작에 따라서 활강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차이가 생기거든요. 드랍쉽이 그나마 자동화가 좀 되어있긴 하지만 사실 수동강하 – 드랍쉽이 착륙하기 전에 내려서 글라이딩을 시작하기 - 를 이용하기 위해 탑승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이동의 수동조작성(?)은 여전히 강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드랍쉽은 어쨌든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글라이드나 점프젯을 통한 이동보다는 조금 이용율(?)이 떨어지기도 하구요. 코스 만들기의 재미 이동 시간의 단축이 왜 중요한가 하면, 비(非)상시 이벤트 – 필드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상시 이벤트와 다른, 가끔씩만 활성화되는 이벤트 - 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비상시 이벤트는 막대한 보상을 주기 때문에, 어지간히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가급적 참여하는게 좋습니다. 이 이벤트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기 떄문에, 좀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해도 서두르기만 한다면 클리어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더 빨리 도착할수록 보상도 더 커질 겁니다. 즉 비상시 이벤트는 플레이어들에게 잦은 장거리 이동의 필요성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만의 코스 만들기’라는 플레이가 개입합니다. 장거리 이동은 언제나 정해지지 않은 코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출발지 (나의 현재 위치) 와 도착지 (비상시 이벤트 발생 지역 – 랜덤) 가 매번 다르거든요. 출발지와 도착지가 매번 같거나 둘 중 하나라도 고정이면 코스에 어느정도 정형성이 생길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번 새로운 코스를 짜야한다는거죠. 그리고 그 코스는? 당연히 위에서 설명한 ‘장거리 이동 장치들’의 연속된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출발지를 A, 도착지를 D 라고 해보죠. 지도를 보고 비상시 이벤트가 D에서 발생한 것을 확인한 저는 여기에 참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지도를 펼쳐서 어떤 길이 빠를 지를 고민합니다. A에서 가까운 거점인 B 포인트로 이동. 여기에는 글라이드가 있으니까요. B에서 아마도 C 지점까지 활강이 가능할 겁니다. 조금 못미치는 곳에 착지하면 걸어가야죠 뭐. 근데 C 지점은 사실 절벽입니다. 단, 점프젯을 통해 조작만 잘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C절벽을 넘으면 D까지는 걸어서 금방 갈 수 있습니다. 머릿 속으로 코스를 짠 저는 그대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B지점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B에서 활강을 시작해서 ... C지점까지 ... 가야되는데 중간에 훨씬 못미치는 곳에 착지하고 말았습니다. 제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와서 그걸 확인하다가 조작미스를 했다고 치죠. 저는 즉시 근처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개인용 글라이드 패드를 꺼냅니다. 그걸로 C까지의 이동을 마칩니다. C에 도착해서는 제가 이미 종종 넘어봐서 아는 절벽의 디딤 포인트와 점프젯을 적절히 활용하여 절벽을 넘습니다. 이제 목적지인 D가 보입니다. 거대한 멜딩 토네이도가 휘몰아치고 있군요. 저는 이 비상시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이 과정에는 미시적 조작의 요소와 거시적 계획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이어폴에서의 이동이 플레이의 일부임이 좀더 명확해집니다. 지형에 익숙해지는 재미 한편 앞서 저는 ‘C 지점은 사실 절벽입니다. 단, 점프젯을 통해 조작만 잘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라고 말했습니다. 즉 저는 이 지점의 지형이 어떤지, 내가 넘어갈 수 있는지 아닌지를 이미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점도 꽤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파이어폴의 전체 맵은 그렇게까지 넓은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맵은 다양한 유니크한 지형들로 메워져 있습니다. 잦은 장거리 이동은 이런 맵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만들고, 그 와중에 저는 맵의 특정한 위치나 장소를 기억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절벽이 있다고 할 경우, 그 절벽을 내 점프젯과 조작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지 없는지까지 기억하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건 은연 중에 왠지 기분 좋은 느낌을 줍니다. 남들은 절벽을 보고 포기하고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절벽 위의 작은 디딤대를 알고 있고, 점프젯으로 디딤대에 일단 착지한 후 거기서 절벽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겠죠. 이 장치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나 좀 쩌는 듯’ 하는 느낌을 주는,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정도는 하는걸 떠올리지 않음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어떤 지형에 익숙해져간다는 것, 그리고 그 지형에의 익숙함이 나에게 실질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 – 절벽을 넘을 수 있다는걸 아는 것과 모르는건 위에서 든 예를 보아도 명확한 차이가 납니다 – 은 꽤 흥미로운 지점이라는거죠. 물론 반대로 겉보기에 넘을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부분을 기억하는 것도 같은 재미를 주고요. 이건 일종의 ... 와우 영던에서 보스 패턴을 내가 기억함으로써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고, 내가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보스에게 주는 피해를 최대화할 수 있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물론 보스씩이나 되는 대상과 비교하기엔 좀 자잘하고 사소한 재미일 수는 있겠지만요. 비중이 크다고는 못하겠지만 여기에 점프젯의 성능에 따른 미묘한 차별화까지 개입합니다. 점프젯을 업그레이드하면 점프젯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약간 높아집니다. 점프젯의 코스트 게이지인 ‘에너지’ 용량을 늘리면 공중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약간 길어집니다. 전자의 업그레이드는 전에는 넘을 수 없던 절벽을 넘는데 도움을 줍니다. 후자의 업그레이드는 전에는 넘을 수 없던 계곡을 넘는데 도움을 줍니다. 새 장비를 마련하면 이전에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던’ 지형에 다시 도전해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LGV (바이크) 가 주는 조작의 재미 게임을 어느정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는걸 보게 됩니다. 게임 내에서의 명칭은 LGV인데요, 이게 생긴 것도 꽤 멋지거니와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타고 다니는걸 보면 그냥 딱 간지가 납니다. 자주 보다보면 당연히 ‘저거 어디서 구하는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고,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걸 알게되고, 그 돈을 모으려 아둥바둥하게 되고, 결국 구입하게 됩니다. 바이크를 처음 타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당연하게도 와우의 말과 같은 조작일거라고 여겼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바이크의 조작에 개입하는 규칙은 레이싱 게임의 물리법칙에 가깝습니다. 액셀을 밟으면 당장에 최대속도로 이동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점차 속도가 올라갑니다. (단위가 뭔지는 모르지만 시속이라고 치면 최대 시속 118km까지 찍어봤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자리에 즉시 서는’ 게 아니라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며 마침내 멈춥니다. 와우의 말이 일종의 디지털식 이동의 느낌을 준다면 (말을 타고 있을 때 이동 속도에는 0과 최고속도 두 가지 뿐입니다) 파이어폴의 바이크는 아날로그식의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코너링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속도가 빠른 가운데 코너링을 시도할수록 관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건 물론입니다. 자잘한 장애물에 걸리면 바이크는 튀어오르거나 그 즉시 멈추며 데미지를 입습니다. 특히 바이크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상황이라면 장애물에 맞게 적절하게 방향을 트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영향을 끼칩니다. 내리막에선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오르막에선 또 느려집니다. 당연히 오르막과 내리막의 각도에 따라서 속도의 증가량도 다릅니다.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바이크 게임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어설픈 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mmog에서는 처음보는 수준의 ‘레이싱 감각’을 제공합니다. 더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해보겠다는 욕심, 눈앞의 장애물을 최소한의 코스 수정만으로 피해서 가보겠다는 욕구 등이 생겨납니다. 성공하면 물론 신나죠. 실패해도 뭐 크게 손해보는 건 없습니다. 그냥 이동 속도가 늦어질 뿐이에요. 하지만 왠지 열받죠. 바이크를 구입하고 처음 한동안은 아무 의미없이 길따라 드라이빙하는데 시간을 꽤 썼습니다. 간지나게 코너링하는 나의 모습이 멋져서요. 드리프트도 연습은 해봤지만 쉽지는 않더군요. 역시 타이어가 너무 광폭이라 그런가 ...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바이크를 처음 구입하면 그걸 조작하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점프젯의 활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넓고, 그걸 조작하는 방법을 익히는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처럼요. 뚜벅이와는 다른 코스 선정 바이크를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놓으면, 당연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바이크로는 갈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단 점프젯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바이크로는 통과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지죠. 걸어가다가 절벽을 만나면 우아한 아크를 그리며 점프젯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다릅니다. 대신 훨씬 빨라집니다. 전에는 절벽을 만나면 뛰어넘어 가는게 더 빨랐습니다. 절벽을 돌아갈 경우 늘어나는 이동 거리가 굉장했거든요. 바이크를 타면 돌아가는게 더 빠릅니다. 평지에서라면 바이크는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와우의 경우 초기 천골마의 이동 속도가 걷는 속도의 2배 정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백골마가 1.5배 ?) 파이어폴에서 바이크의 속도와 걷는 속도의 배수차는 평균 3-4배 정도, 조작을 잘해서 속도가 좀 붙으면 한 8배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한편 우리는 현실에서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교통 수단에 따라 다른 코스를 연상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와 걸어갈 때 택할 수 있는 코스는 선명하게 다르죠. 파이어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걸어갈 수 있는 길과 바이크로 갈 수 있는 길은 확연하게 다르고, 따라서 바이크용 코스와 걸어가는 코스도 같은 지형을 전혀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며 만들어야합니다. 앞서 설명한 ‘코스 선정의 재미’에 하나의 레이어가 더 생기는 겁니다. 와우를 위시한 대부분의 탈 것이 있는 게임에서 탈 것의 사용은 걸어가던 길을 그대로 가되 더 빨리 갈 수 있는 효과만을 봅니다. 그러나 파이어폴에서는 코스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코스가 달라져야 한다는건 그간의 ‘지형을 익히고 기억하고 그걸 이용하는 재미’에도 또한 추가 레이어가 붙는다는걸 의미하죠. 바이크를 통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 가급적이면 도로에 장애물이 적은 길, 바이크로 갈 수 없을 듯 보이거나 가면 느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갈 수 있거나 빠르게 통과 가능한 길 등을 익히는 재미가 새로 생깁니다. 여기에 추가로 기존의 다른 요소들과의 조합 – 여기까지는 바이크로 이동하고, 이 절벽은 바이크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머니까 점프젯으로 넘고 등등 – 이 생겨나면서 코스의 조합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한계 그러나 아쉽게도 파이어폴이 마련한 이런 다양한 이동의 재미에는 어느정도의 한계도 있습니다. 기존 mmog들의 손쉽고 편리한 이동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요소는 재미를 찾아내고 싶어지는 대상이기보다 먼저 ‘불편함’으로 다가오거든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며 별다른 장애물을 만나지 않도록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레벨들, 그리핀이나 와이번 등 목적지를 한 번 설정해놓으면 자리를 비워도 무방한 자동 이동 장치들, 클릭하면 그 즉시 출발하는 그리핀/와이번에 비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서 타야하는 드랍쉽 등은 플레이어들의 불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자동화된 이동수단이 없다는 것에 당황하고 약간은 불평도 했었구요. 여기에 특히 파이어폴에서 추가적인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이런 이동의 재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주 최소한의 것들조차도 어느정도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잘 마련된 가이드가 도와줘도 이걸 재미라고 여길까 말까한데 심지어 그런 가이드조차 부실해서야 이 재미를 발견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길드워즈2가 길찾기의 재미가 갖는 위험성 (높은 진입장벽) 을 고려해서 이를 전적으로 옵셔널한 컨텐츠로 빼놓은데 비해서, 파이어폴에서 이동은 필수적입니다. 파이어폴 뿐 아니라 어떤 게임에서도 이동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도 진입장벽은 높습니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될만한 구석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런 이동과 길찾기의 재미를 고려한다면, 이를 기능적 편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동에 이미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 이를 설득하고 발견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장치도 다각도로 연구해야하지 싶습니다. 마무리 파이어폴의 이동과 길찾기의 조합은 꽤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광활한 mmog의 세계를 생각할 때 이동의 재미는 제대로 구축해놓기만 하면 가능성도 꽤 많다고 봅니다. 레벨업 과정에서 스치고 지난 맵을 두 번 다시 기억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이 세계의 구석진 골목골목을 내가 기억한다는 재미, 어딘가에 갔을 때 낯익은 지형이 눈에 들어오면 느껴지는 반가움, 스쳐 지나갔더라면 보이지 않았을 샛길을 발견하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 요소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라면, 이동과 거시적 레벨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mmog에서 장거리 이동이 전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렇게 디자인하는게 플레이어에게나 개발자에게나 당연하게 여겨져왔습니다. 즉 이동에 대해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파이어폴은 여기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전 이 가능성이 꽤 마음에 듭니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아직은 완연한 재미라기보다 잠재적 재미라고 불러야겠지만, 다듬는다면 멋진 재미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결정에 있어서 시간의 효과 원문 주소 : http://marczewski.me.uk/2013/08/05/the-effect-of-time-on-decision-making/ 이 포스트는 내게는 꽤 긴 편이다. 그래서 하단에 간략한 요약을 해두었으니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참고하시라 ! 지금까지 한동안 나는 왜 사람들이 어떤 결정들을 내리는가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를 다루는 엄청난 양의 논문들이 있는데, 다행히도 그들 중 몇 가지는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 그 중에서도 내 주의를 잡아 끈 것은 결정을 내리는데에 있어서 시간의 효과이다. 게임에서의 시간 제한 우리는 이런 장치를 많은 게임에서 볼 수 있다. 때로는 명백하며 어떤 때로는 그렇게 명백하지는 않다. 또한 이 장치는 깊이 개입하기도, 약간만 개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워킹데드에서 시간 제한은 대화에서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받으면 몇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고민하는 동안 바는 점점 줄어들고, 아마도 당신이 고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를 강제로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게임의 맥락에서 이는 극적인 느낌을 주며, 어떤 경우에는 정말로 두려운 느낌을 전해준다. 때로 모든 선택지가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 당신은 가장 덜 나쁜 선택지를 골라야만 한다. 마리오에서는 언제나 화면 상단에 타이머가 째깍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 타이머는 그 맵을 클리어하는데 넉넉한 시간을 제공하거나 또는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그닥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맵의 모든걸 다 모으기로 결심한 후에는 종종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갑작스레 더 절박한 느낌을 주곤 한다. 당신이 볼 수 있는 타이머와 같이 결정에 주어지는 시간적 압박이 명백한 경우들이 있다. 당신은 타이머의 존재를 알고, 일정 시점에서 주어진 시간이 종료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게임은 한편 다른 여러 종류의 시간 제한을 가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총알이 날아오는 가운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하는 형태에서부터 맵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쫓기는 가운데 어떻게 도망다닐 것인가 하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이런 종류의 압박은 빠른 사고, 반사신경을 요구하며, 사려깊은 고민이나 창의적 해결책은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순간들은 때로 보다 ‘실제적’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지고, 짧은 순간은 보다 깊은 의미를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워크샵 등에서 본능적 반응에 의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를 사용한다. 인기있는 어떤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3-12-3 또는 이의 변형이다. 문제를 설정하고, 일련의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풀게 한다. 3단계에 걸친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주어지며, 각 단계는 모두 시간제한이 있다. 첫번째 단계는 3분이 주어지며 일련의 아이디어들을 이끌어낸다. 주어진 시간 제한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문제를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지 않게 강요한다. 다음 단계는 12분이 주어지며 첫 단계에서 이끌어 낸 아이디어들을 좀더 단단하게 다듬는데 사용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3분이 주어지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다른 그룹에게 발표하는데 사용한다. 개인으로, 짝으로, 그룹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일들을 하는 등 규칙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 원칙은 언제나 같다. 초기의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 빡빡한 시간 제한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왜 이 방법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까? 의사결정 영역 이론 – 우리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전술했던 바와 같이,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존재한다. 내가 발견한 가장 지배적인 이론은 ‘의사결정 영역 이론’ 이라 불리우며, Jerome R. Busemeyer와 James T. Townsend가 1993년에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과 활용 가능한 정보 및 그 외의 요소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논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당신의 마음은 주어진 선택지들을 활용 가능한 정보들을 통해 필터링한다. 각각의 선택지들이 ‘이길’ 가능성은 시간이 다 되거나 하나만 남을 때까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의사결정에 시간 제한이 주어지는 경우에 내가 핵심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주어지는 시간의 양에 의해서 결과가 극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자. 마지막의 수직선 (no time pressure) 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간으로 초기에 주어진 값이며, 이 경우에는 2초이다. 선택지 A가 승자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을 반으로 줄인다면, 선택지 C가 승자임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사례는 선택지 A가 선택지 C보다 더 나은지 아닌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점은 선택지 A가 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틀렸을 수 있다. 선택지 C가 이기고 있을 때 당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가 선택지 A가 이기고 있을 때 가지고 있던 정보보다 더 정확한 것일 수 있다. 아마도 당신은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일종의 개인적인 편견으로 인해 선택지 C를 배제하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각각의 선택지의 적합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브레인스토밍 게임 얘기로 돌아가서,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주어진 더 짧은 시간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앞 단계를 더 짧게 만든 것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내재된 편견이 개입할 여지를 없앤 채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이후에 당신은 이 아이디어를 좀더 고민하고 창조적으로 가다듬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해석 수준 이론 – 의사결정에서 인식의 추상성 대 구체성 따라서 의사결정에 주어지는 시간은 당신이 내릴 결정을 좌우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좀더 고려해야 할 의사결정에서의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점이다. 1998년에 Yaacov Trope와 Nira Liverman은 해석 수준 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후에 심리적 거리의 해석 수준 이론(CLT)(2010) 이 된다. 이 이론은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생각할 때, 자신과 생각의 대상 사이의 심리적 거리에 기반하여 다르게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이 거리는 물리적 거리일 수도, 시간적 거리일 수도, 사회적 거리나 그 외의 거리일 수도 있다. 대상과 자신의 경험과의 거리가 멀수록 좀더 추상적이고 상위 수준의 해석 또는 인식을 보이며, 가까울수록 보다 구체적이고 하위 수준의 해석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왜 이걸 해야하는지와 어떻게 이걸 할지의 차이와 같다. Nocolas Matthews는 ‘오해받지 말라’ 라는 논문에서 좋은 예를 보여준다. 문 잠그는 것을 생각해보자. 문을 잠그는 일이 미래에 일어나야 한다면, 당신은 집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왜 문을 잠그는가’에 해당한다. 만약 당신이 실제로 열쇠를 들고 잠가야 하는 문 앞에 서있다면, 당신은 그 순간에 열쇠를 문에 넣고, 돌리고, 잠겼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어떻게 문을 잠글지’에 대해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당신에게 가까울수록, 사건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이 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왜 그걸 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 어떻게 그걸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일에 대해 시간 제한이 없거나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왜’라는 추상적 개념을 고려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다. 선택지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이전의 생각들을 반복검증할 수 있다. 결정이 내려져야하는 순간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은 그걸 어떻게 해낼지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여기 작은 예가 있다. 당신 앞에는 벽이 놓여있고 그걸 넘어가야 한다. 벽 이쪽에는 로프와 사다리와 갈고리가 있다. 시간 제한이 없다면 당신은 이 일을 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멀리서 뛰어와 점프한 후 벽에 매달릴 수도 있다. 갈고리와 밧줄을 연결해 줄달린 갈고리를 이용해서 넘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벽에 사다리를 대고 기어오를 수도 있다. 주어진 선택과 당신 자신의 능력과, 편견과, 벽의 높이와 기타 등등을 고려할 때 당신은 아마도 사다리를 이용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가장 효과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재미있다는 이유로 줄달린 갈고리를 만들지도 모른다. 시간 제한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당신은 추상적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이 개에 쫓겨 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선택을 하기 전에 2분씩이나 생각할 여유가 없이, 당신은 30초내에 벽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추상적으로 생각할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벽을 향해 점프하는 것이 벽을 넘기 위해 최고이자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당신이 벽에 도착하기 전에 개들이 방향을 바꿔 다른데로 가기 시작한다면, 다른 아이디어들이 좀더 좋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질 것이다. 요약 시간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있든 잊을 수 없을만큼 의사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시스템에 시간 제한을 도입함으로써, 시간 제한이 없었더라면 누리지 못했을 게임내 게임화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일을 완료하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을 짧게 줌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고려해봄직한 선택지의 가짓수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또한 가장 실용적인 옵션을 가장 상위에 놓도록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을 ‘지금 여기, 이 자리’로 몰아넣음으로써 이 결정들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으며, 그들에게 좀더 즉각적인 의미를 줄 수 있다. 시간 제한을 길게 주는 것은 사람들을 좀더 깊은 생각과 창의적 결정을 도출해내게 만들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개인적 편견이나 다른 내적 요소들에 의해 무시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바라는 결과를 위해 시간이라는 요소가 갖는 이점을 활용하라. 실용적으로 괜찮은 여러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제한 시간을 줄여라. 보다 창의적이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원한다면 시간 제한을 늘려라.
  19.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슈팅게임의 생체감각적 반응에 관한 연구 중 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을 보니 최근 튜토리얼에 대해 생각중인 내용과 연관이 있어 별도의 포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볼까 합니다. 매뉴얼은 게임의 일부이며, 매뉴얼을 숙지하고 틈틈히 읽어보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게이머의 자세라는 굉장히 고전적인 성향의 게이머도 존재하긴 합니다만, 최근 추세는 확실히 매뉴얼 없이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튜토리얼이겠지요. 특히 요즘의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들은 단순하게 단계별로 할 일을 지정하고 수행 여부만 체크하는 정도를 넘어서 게임을 멈춰놓고 눌러야 할 버튼을 제외한 나머지를 어둡게 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게임을 익혀나가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은 인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상점, 창고, 채널 선택, 친구 추가 등의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도 이런 튜토리얼을 적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전 이런 튜토리얼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튜토리얼 부분을 완전히 리뉴얼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퍼블리셔의 피드백을 받는 회의를 했죠. 퍼블리셔 측에선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눌러야 할 버튼을 깜빡이게 하고 다른 버튼을 죽이는 식으로 해서 보다 알기 쉽게 해달라는, 굉장히 일반적인 요청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친절한' 튜토리얼이죠. 그런데 개발팀에선 상당히 본질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튜토리얼은 쉽게 넘기겠지만, 과연 그 결과 게임의 플로우는 제대로 익힐 수 있을까요?" 튜토리얼은 분명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주요한 내용을 가르쳐서, 이후 게임에 진입했을 때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이 제공하는 난관을 푸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친절한' 튜토리얼을 준비하고, 이 튜토리얼을 거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아놓아도 정작 유저들은 채팅으로 조작법을 묻곤 합니다. 어째서 튜토리얼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걸까요? 우선 제가 첫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튜토리얼이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튜토리얼은 훈련소나 사격장과 같이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매 단계마다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고, 해당 행동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구성됩니다. 특히 요즘은 해당 단계와 관계 없는 조작들은 아예 막아버리거나, 가려버리는 식으로 유저들의 의식을 집중시키려고 하지요. 그런데 과연 이렇게 시키는대로 정해진 동작을 한번 한다고 해서 그 조작을 완전히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올 초에야 겨우 면허를 땄는데, 초반 시동거는 시퀀스를 익히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밟는다 -> 시동을 건다 -> 핸드 브레이크를 푼다 -> 기어를 2단에 놓는다 -> 악셀을 밟으면서 클러치에서 발을 뗀다. 교관이 옆에서 차례대로 하나씩 알려주면 따라하죠. 그런데 교관 지시 없이 혼자 시동을 걸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꼬이더란 말입니다. 학습이란 관련된 정보의 단단한 결합인데 이게 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아주 강렬한 보상(정확히는 쾌감)이 주어지거나, 지속적으로 반복하거나, 또는 스스로 이 요소들을 힘겹게 조립해나가는 방법으로 이 단단한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더군요. 물론 세가지 방법 모두 병행이 가능하구요. 앞서 말씀드린 시동 거는 문제의 경우 강렬한 보상이 주어지지도 않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하지도 않았고, 지시 없이 스스로 이 과정을 조립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막상 운전석에 앉았을 때 엉킨 것이겠죠. (제가 가방끈이 짧아서 정확한 출처나 이론은 못찾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보충 부탁드립니다.) 튜토리얼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일단 튜토리얼은 쾌감이 없습니다. 게임은 난관을 극복해나가면서 긴장과 쾌감을 즐기는 매체인데, 튜토리얼들은 대부분 그냥 시키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므로 아무런 쾌감이 없지요. 또 특정 동작을 여러번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지시에 따라 한번씩 수행해봤을 뿐 스스로 해당 과정을 이끌어낸 적이 없지요. 그러니 '친절한' 튜토리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유저가 해당 튜토리얼의 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튜토리얼들이 너무나 통제된 환경을 제시한다는 겁니다. 적도 없고, 총성도 없고, 위험도 없는 굉장히 동떨어진 환경에서 제시된 조작 하나 하나만을 하도록 유도하죠. 그런데 실제 게임은 그런 한적한 환경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다니는 가운데 이동하고, 엄폐하고, 재장전을 해야하죠. 해당 조작은 언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해당 조작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조작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끄집어내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어즈 오브 워(기어워)의 튜토리얼은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낮긴 하지만 실제 게임과 동일한 환경이죠. 이는 적당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조작 방법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 그 조작을 해야할지에 대한 맥락까지 함께 제공해줍니다. 특히 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라 할 수 있는 엄폐(엄폐물 간 이동 포함)은 조작을 알려준 뒤에 이를 활용할 전투까지 진행되어 그 안에서 해당 행위를 능동적으로 반복하도록 유도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모든 요소 -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맥락 이해 -들을 포함하고 있지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이하 모던2)의 튜토리얼은 훈련장을 모티브로 한 환경을 제공하긴 합니다만, 기본 조작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익힌 다음엔 코스를 따라 적들을 완파하며 지나가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이 행위 자체는 긴장도 없고 쾌감도 없습니다만 대신 가능한 빨리, 가능한 많은 적을 사살하고, 가능한 아군은 사살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수치화 되어 제시됨으로써 트레이닝 자체가 하나의 미니 게임을 형성합니다. 트레이닝이 모든 상황을 다루진 못하기 때문에 맥락 이해는 부족합니다만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등은 충분합니다. (뭐 그래도 뇌파측정 상으로는 가장 지루했다고는 합니다만) 시스템 쇼크2는 별도의 튜토리얼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만, 초반 도입부를 다시 한번 튜토리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줍고, 근접 무기로 공격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키 카드를 사용하고, 로그를 읽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쪼그려 앉고,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듈을 얻는 등의 행위를 당장 하나씩 경험하게 함으로써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해당 행동들을 조립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텝 바이 스텝의 '친절한' 튜토리얼은 쾌감, 반복, 능동적 조립, 맥락 이해 등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튜토리얼을 쉽게 진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반대로 충분히 튜토리얼을 잘 만들었는데 유저들이 기억을 못한다 싶으면 위 네가지 요소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뭐 튜토리얼이라는게 그 성격상 '쾌감'이랑은 상당히 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튜토리얼과 관련해서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튜토리얼들이 조작 - 즉 미시 플레이에 대한 것들에 집중되어있고 거시 플레이에 대해선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배틀필드 온라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Hyaline님이 지적하기도 했던 문제인데요, 뛰고 움직이고 총 쏘는 건 가르쳐주는데 게임어서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지,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하는지 등은 보통 튜토리얼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병과나 점령전 등 복잡한 요소를 지닌 FPS 게임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플래닛사이드2를 하면서 기함했던 것이, 병과 바꾸는 법, 총 쏘는 법, 엘리베이터 타는 법, 스폰하는 법은 가르쳐주는데 정작 스폰한 뒤에 뭘 해야할 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도 보고 대충 아군 몰려있으니 아 저기로 가야되는 갑다. 그러고 가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왼쪽의 점령 마커가 아주 느리게 채워지더니 뜬금없이 '점령!!!' 그리고 다들 우루루 몰려갑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찾아보니 유튜브 동영상을 보라고... 아놔... 파이어폴 역시 마찬가지였죠. 뭔가 총쏘는 법도 알려주고 배틀 프레임 특성도 체험시켜주고 그랬는데 정작 필드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채굴기 어떻게 박는지 (사실 채굴기 어떻게 만드는지도 안가르쳐줬습니다.), 탐사 망치는 어떻게 쓰는 건지, 배틀 프레임 업그레이드는 어디서 하는 건지, 뭐가 달라지는 건지, 분자프린터가 어디에 있고 지도에선 어떤 마커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더군요. 그나마 분자 프린터 찾아갔더니 역시 유튜브 동영상 틀어주는 버튼이 떡.... 물론 튜토리얼이라는게 게임이 아니다보니 본질적으로 어느정도 지루할 수 밖에 없고,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아예 그냥 관둬버릴 수도 있고, 거시 플레이를 튜토리얼에서 모두 커버할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시 플레이에 손을 놓아버리면 유저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물론 거시 플레이가 좀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를 잘 만들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화면만 봐도 아 여기로 가야하는 갑다. 이거 눌러야하는 갑다. 바로 바로 뇌에 꽂히게 직관적인 UI를 짜면 좋겠죠. 그리고 문 앞에 가면 'E'키 눌러라, HP가 떨어지면 숨어 있으면 회복된다는 등과 같이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춘 힌트가 표시되는 것도 충분한 보완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BlackCat 님의 글 인용) 위에서 언급하신 것과 같이 튜토리얼이라는게 거의 1회만 플레이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 한번의 세션이 해당 게임의 마지막 세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공'이 친절함 보다는 앞서 언급한 네가지 요소 - 쾌감, 반복, 능동, 맥락 - 에 관한 것이어야겠죠.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튜토리얼 외에 게임의 직관성과 투명성도 챙겨야 하는 부분이구요. 여담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최근에 했던 게임 중 튜토리얼이 가장 형편없었던 게임은 '야구의 신'이었습니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미지 몇장 보여주고 땡쳐버리더군요.. (그리고 UI도 엄청 어렵...) 이 포스트는 '친절함'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효과적인' 튜토리얼을 생각해보자는 것이 주제이지 튜토리얼이 친절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2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인벤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네요.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262&l=91 도타는 안해봤지만 LOL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얘기. 몇몇 관점들을 보건대 이쪽 일이 생업이신 분 같죠? ------------------------------------------------------------------------------------ 요새 롤 접고 도타만 하는 도타 뉴비가 쓰는 글임. (지금은 난 롤보단 도타가 더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음. 재미란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 존중해달라능) 롤 짱짱맨이라는 글 보단 걍 같은 AOS 장르인 도타랑 LOL 의 게임 특성을 비교하면서 조심스럽게 도타가 롤만큼 흥행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은 예측을 해보는 한편, 롤에 질린 몇몇의 사람들에게 도타를 권해보는 글임. 먼저 극단적인 도타빠들이(도슬람이라고 부르겠음) 도타의 밸런스 찬양이나, "해외에선 인기 쩔거든요? ㅡㅡ" 이런거에 대해 미리 말하자면 LOLKing 에서 보는 롤의 챔피언 승률과 Dotabuff 사이트에서 보는 도타 히어로 승률을 보면 도타의 밸런스가 더 좋은걸까? 라는 의문을 던지게 함. 8월 1 일 현재 젤 승률 높은 영웅은 잔나 54% 고 젤 승률 낮은건 올라프 39% 임. 도타는 흑마법사(워록)가 58% 고 거미여왕(브루드마더)가 39% 임. 다만 고인의 여부가 되는 픽률을 따지면 롤은 픽률 최하위 우르곳과 최상위 케이틀린이 70배정도의 픽률 차이를 보이는 반면, 도타는 최하위 첸과 최상위 퍼지가 10배정도의 픽률 차이를 보이는데 그치긴 함. 그리고 픽률 낮은 첸, 비사지 이런애들이 실제로 대회에선 자주 보이는 픽이라는거 생각해보면, 도타의 영웅들을 다 쓰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고 골고루 쓰는 편이라는걸 알 수 있음. 해외 인기를 따지자면, 올해 5월에 해외에서 "도타의 인기가 롤을 추월할 것이다!" 라고 기사가 나와서 많은 유저들이 "우리나라에서만 스타크래프트 인기 쩔었던거 처럼, 롤도 그런거임 ㅡㅡ" 이런 소리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후에 정정기사가 나간 적 있음. 당시 기사에서 측정한 도타 동접자는 35만 정도였고 클베기간이라는 걸 바탕으로 동접자 50만명인 롤을 능가할거다.. 이런 내용의 기사였는데 라이엇에서 "우리는 EU WEST 단일 서버만 50만임. 깝 ㄴㄴ" 이래서 정정기사를 내보내게 되었음. 지금 도타2 의 동접자는 40만명 수준이고 롤은 500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음. (애초에 스팀 동접자가 60만 정도라고 함) 물론 아직도 워3 유즈맵으로 도타를 즐기는 도타 올스타즈 유저들을 흡수하면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거라곤 예상하지만 500만엔 근접하기 어려울 듯. 한마디로 롤은 도타에 비해 플레이어 수를 생각했을 때, 도타에 비해 넘사벽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중이고, 도타에 비해 훨씬 상업적인걸 생각했을 때(룬페이지, 스킨, 챔피언등..) 매출도 넘사벽 수준일거라고 생각함. 근데 지금 도타를 플레이 했을 때, 위에 말한대로 AOS 의 핵심요소중 하나인 캐릭터 개성은 도타가 더 쩔고, 게임성은 취향을 좀 탈만 하지만(LOL 의 컨트롤은 스타랑 비슷하고 도타는 워3 랑 비슷해서 우리나라엔 LOL 의 컨트롤적 요소가 더 어필한다고 생각함. 실제로 도벤에 매일 올라오는 징징글중에 하나가 회전속도 어떻게 못하냐는 글이기도 하고..) 해외에선 워3 가 스타에 비해 못흥행한 게임도 아닌데.. 도타가 못 흥했다는 말은 적합하지 못하니, LOL 은 어떻게 다른 AOS 게임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흥할 수 있었을까? 참고로 도타2 는 거기서 좀 유명한 BJ 인 네디님 말에 따르면 도타 올스타를 "나무위치 하나하나 까지 똑같게" 구현했다 하니, 도타가 LOL 에 비해 흥하지 못했다는 소릴 하기 보단 LOL 이 도타에 비해 흥했다는 말을 하는게 맞다고 봄. 또한 "LOL 이 못한걸 도타는 한다!" 이런 표현도 시간 순서상 말이 안되는 소리고, "도타에서 했던걸 LOL 은 안한다." 라는 표현이 맞을거임. 도타의 창의성을 다른 게임에서 고대로 반영 했던 게임은 HoN 이 있는데, 지금 HoN 은.. 개인적으로 도타의 영웅 특색은 LOL 이랑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고 생각함. 걍 이거에 대해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고 직접 해보라는 말 밖에 할게 없음 =_= 개인적으로 아트록스 나올때 컨셉이 리븐 잭스 마이 트린을 적당히 섞었다는 느낌을 받고 매우 실망했고, 앞으로도 그놈의 부활챔, 그놈의 폼변환챔, 그놈의 3타챔.. 이런 소리가 끝없이 나올거라고 생각함. 근데 이건 LOL 개발자들의 창의력 부족이라고 생각되기 보단 오히려 굉장히 머리가 좋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런 디자인을 한다고 여기어짐. 이런게 이 글의 핵심이 되는데, 스티븐 잡스가 단순함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서 애플을 일으켜 세운거 처럼, 라이엇은 다소 게임내 요소요소의 개성을 포기하더라도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서 유저를 최대한 끌어들일수 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디자인해서, 협동적 플레이를 하는데 마찰이 생길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승리를 위해 상대보다 잘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목표를 가진 AOS 장르에, 많은 유저들이 편입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였음. 먼저 요새 매칼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소리중 하나가 "도타 2는 서폿이 캐리가 가능한데 롤은 이게 뭥미?" 이런 소리일 거임. 맞는 말임. 도타2 에선 서폿이 캐리가 가능하고, 그 이유로는 주문력 계수가 없어서 스킬뎀이 레벨에만 관계된다는 말임. 근데 그거보다 사실 더 정확한 말은 도타 템은 스탯이 빈약함. 특히 주로 힘스탯만으로 올라가는 체력측면에서 그러하고, 아무튼 자신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템에서 얻는 이득이 롤 아이템으로 치면 루비수정 정도의 느낌임. 대신의 액티브적인 요소는 매우 강력한 편인데, 유명한 BKB 의 경우 액티브가 꽤 긴 시간의 마법면역을 지원하고, 증오의 가지는 피격대상에게 30% 의 데미지 증폭과 침묵을 제공하며, 탈단의 경우 마나소모는 있지만 15초 마다 점멸을 사용가능하도록 함. 그에 따라 템들중 비슷한 목적으로 가는것도 없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롤의 모렐로와 성배는 매우 비슷하다고 봄. 물론 게임마다 더 효율 좋은 선택이 있을테니, 둘 중 아무거나 가도 상관 없단 소린 아님), 쓰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유저들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데 매우 적합함. 영웅들 같은 경우에도 특성이 천차만별로 갈림. 가장 특이한 영웅중 하나인 미포는 궁극기가 영구적으로 분열을 하는건데, 분열된 영웅중 하나만 죽어도 전부 죽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 스킬 하나하나도 도타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좋은건 아닌데, 일단 네명이 정글과 라인을 돌기 떄문에 레벨링이(도타는 아이템 보다 레벨이 중요함) 갱에 분신이 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빠르고, 같은 스킬도 4연속으로 나가니 쎄게 들어가게 됨. 뱃라이더 같은 경우 스탯이 매우 허약한 편인데(툭치면 억 죽는 수준), 신지드 독과 같은 불을 뿌리며 지형을 잠시 무시할수 있는 스킬이 있고, 이것을 증폭시키고 슬로우를 거는 기름, 그리고 스카너궁과 같은 개념의 궁을 가지고 있어서 기습적인 필킬갱이 가능하고 대회 승률 1위를 다투기도 함. 나이트스토커의 경우 아침과 밤(도타는 6분주기로 아침과 밤이 바뀜) 의 능력치가 천차 만별이라 첫 밤에 3킬 이상을 따야 하는 캐릭중 하나임. 따라서 롤과 같이 "탑솔러는 패기가 중요하지만 솔킬을 따이면 안되." "미드는 로밍과 푸쉬가 중요해." "정글러는 육식과 초식이 있는데.." 이런거와 같이 포지션 별로 상당히 압축되는 플레이가 나오는게 아니라, 거의 캐릭터 갯수 만큼의 운영방식이 나뉘게 됨. 근데 이런 개성을 LOL 은 왜 다 죽였는가? 뻔한 말이지만 이런 내용이 다 AOS 의 진입장벽이 되기 때문임. 먼저 아이템을 액티브로 써야 한다는 거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음. 홀스형이나 풍월량형 방송을 보면 란두인은 패시브 효과를 보기 위해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음. 이 사람들이 딱히 못하는 사람들인가? 라고 보면 그런것도 아님. 풍형이 실버 2 MMR 을 가지고 있긴 해도 상위 20% 안에 드는 사람이고, 우리나라 솔랭 수준은 해외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란거 생각하면, LOL 인구의 80% 가 넘는 사람들이 액티브 아이템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 라이엇은 이런 점을 알고 액티브 아이템의 비중을 극도로 낮추고 대부분 템의 고유효과를 패시브 효과로 넘겨버림. 근데 이렇게 하면서도 스탯옵션을 굉장히 다양화 시켜서 템이 지나치게 단조로워지는 걸 막음. (도타는 힘,민,지(따지고 보면 힘민지는 뒤에 나올 스탯의 연장선일 뿐임), 체젠, 체력, 마젠, 방어,공격력, 공속, 회피, 이속, (크리, 흡혈, 마방 과 같은 옵은 스탯이라기 보단, 롤로 치면 강인함 정도의 느낌임) 정도가 있는 반면 롤에는 여기서 힘민지 회피를 제외하고 AP, 쿨감, 마관, 방관, 방감, 크리. 마방, 흡혈 등이 있음) 또한 스킬들의 임팩트를 굉장히 줄였는데, 이 또한 초보 유저들이 즐거움을 느끼기 쉽도록 만든거임. 도타를 해보면 스킬들이 굉장히 임팩트가 있는데(4초 스턴이라는 롤로 치면 말도 안되는 것도 있고, 스킬 한방에 반피 이상이 빠지는 경우도 많고) 이런 스킬들을 난사하면 게임의 절반은 무덤에 있을테니 코스트가 심한 편임. 반대로 말하면 롤은 스킬이 약한 대신 난사를 할 수 있는 편인데, 당연히 난사를 하는 경우가 초보를 위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슈팅 시뮬레이션 초보 게임들을 보면 죽을떄 까지 폭탄을 못쓰고 죽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그만큼 초보는 비싼 스킬을 쓰는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또한 맞던 말던 스킬을 쓰며 내가 뭔가 공격을 한다는 느낌 자체가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임 (총쏘는 게임에서 게임이랑 안친한 여자플레이어들이 조준도 안하고 하나도 안맞게 쏘면서도 즐거워 하는 걸 본 적 있는가?). 스킬을 맞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초보자 입장에서 뭘 맞았는지도 모르겠는데 죽는 상황보다 게임에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상황이 없음. 롤의 경우는 몇몇 누킹캐를 제외하곤, "아 내가 스킬을 맞는구나." 느끼면서 상대에 비해 내가 지렁이처럼 못하더라도 스킬 몇대 쏘면서 개기다가 죽는게 가능함. 반면 도타에서는 화면 밖에 날라오는 기술이나 점멸단검에서 이어지는 콤보에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허다함. 즉 안전거리가 캐릭터가 중간에 있을 때 화면 밖에 있음 -_-; 고수야 이 거리를 이용해서 재미보겠지만, CS 먹을때는 미니맵도 못보는 하수들이 이렇게 비명횡사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게다가 상대방 챔피언이 무슨 스킬쓰는 지 모르는데 그것에 대응할 수 있을까? 롤이야 맞아도 뭐 한두대정도로는 안죽으니깐 " 아 얘는 요런걸 쓰는구나" 대충 맞으면서 감이라도 잡지.. 개인적으로 북미섭에서 처음으로 롤을 했을 때, 그 당시 로테에 내가 기억하기로 '마이, 모르가나, 신지드, 피즈, 카사딘' 이 있었는데, 카사딘으로 6렙 찍고 리프트 타봤다가 "아 ㅅㅂ 이걸 어떻게 써먹음"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음. 진짜 내가 해본 게임중에 최대로 인색한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점멸이였고 굉장히 실망을 했었음. 물론 도타로 치면 수십대를 치는 느낌으로 쳐야 하는 롤에서는 수비적으로 쓸 때 짧게 점멸하는것도 굉장히 효율적이고, 반대로 혼자서만 시야 밖에서 날라올 수 있는 스킬을 주는것도 불합리하기에 이게 맞음. 아무튼 롤은 스킬들의 위력 자체를 낮춤으로서 초보들이 스킬 한대 한대를 꽤나 부담없이 쓸 수 있게 하였고, 맞을때도 수비적인 행동을 하기 쉽도록 만들어 둠. 이런 식으로 롤은 유저들을 엄청나게 많이 끌어들였지만, 반면 부작용도 생겨 버렸는데, 몇개 뽑아보자면 챔피언의 개성이 떨어졌다는 당연한 결과와 , 스노우 볼링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는 점, 픽에 의한 고인이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생겨버린다는거임. 먼저 챔피언의 개성은, 라이엇이 110개 챔피언들을 뉴비들이 익숙해지기 쉬우라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초기 단계부터 비슷비슷한 요소로 스킬을 만들었다 싶은것도 있고(위에서 말한 3타나 보호막, 부활 같은 요소), 너프위주의 밸런스에 대해 맨날 징징거리는 사람들 말대로, 스킬의 약한 임팩트로 인해 줄어드는 요소도 있다고 봄. 어쨋거나 챔피언들을 구분하는 요소는 스킬인데 그 스킬로 얻는 메리트를 줄인다는 거 자체가 챔피언 개성을 줄이긴 하는거지. 물론 나는 당연히 이 개성보다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내 생각에 라이언은 개성보단 유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 두번째로, 스킬이나 템의 액티브 효과가 약하고, 템의 패시브적인 측면이 너무 쎄다 보니, 템차이로 인한 스노우볼링을 막을 수가 없다는건데, 도타로 말하자면 스턴 한번 걸리면 액티브를 못쓰기 때문에 템의 효율이 급감하고, 템 자체가 스턴맞고 오래 버티는데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서 설계를 잘하면 역전의 요소가 나오긴 함. 물론 실력차이가 나서 템차이가 나는거면, 애초에 실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게 롤보다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롤보다 두배로 답이 없기도 함. 근데 롤은 실력이 비슷해서 두세번 만나본 애여도, 초반에 템나오는거에 따라 흥망이 너무 심하게 갈림. 자벨 하나만 차이가 나도 탑에서 상대의 풀콤을 맞고도, 나 또한 풀콤을 넣고 상황봐서 역관광을 하거나, 아니면 다음 쿨 오기전에 도망가는게 너무나도 쉬움.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매치당하는 상황에서도 캐리하는 판과 팀에게 패드립 듣는 판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갈림. 마지막으로 챔피언들이 어떻게 보면 비슷비슷하다 보니 상위호환과 하위호환이란 말이 많이 나오고, 상위호환에 비해 하위호환은 비참하게 버려짐. 성능이 실제로 많이 구리거나 한것도 아닌데 하위호환이란 이유로 챔피언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고, 유저들이 밸런스에 배로 불만을 느끼게 되는듯. 부차적으로 위의 스노우볼링이 하도 문제가 되다 보니 챔피언들을 킬을 먹기 어려운 방식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누커나 암살자 캐릭터들이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CS 파밍에 의존하는 챔피언들이 밸런스 상위권에 장기적으로 집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함(CS 에 의존해서 스노우볼링을 막았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서 계속 할 수 있는 디나이 같은 개념은 당연히 없애는게 옳았고, 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것도 있었을테고). 그리고 CS 파밍에 경험치도, 레벨링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메타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봄. 뭐? 예전엔 1정글에 1로머가 있었다고? 언제적 이야기야.. (반면 도타2 하다가 만 롤 유저들이 CS 먹다가 포기했단 소리 많이 하는데, 도타도 CS 가 중요하긴 하지만, 킬먹기가 롤보다 쉬운편이고, 이득도 큰 편임. 금전적인 측면이나 레벨링의 측면이나.) 앞서서 말한건 도타와 롤을 비교해서 롤의 문제점을 말한거고,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롤이 도타에 비해 게임을 뉴비가 익숙해지 쉽게 바꾼건 고저차를 없애고 부쉬를 만든것, 충돌크기와 회전속도를 없앤게 있음. 도타는 익숙한 블리자드식 RTS 처럼 지형에 고저차가 있어서 저지에선 고지를 볼수 없고 명중률의 보정을 받음. 이 지형들의 고저차를 자기 캐릭터 움직이기 바쁜 초보가 인식하기 어려울때가 있는데, 롤은 이러한 요소를 극복하되, 직관적으로 비대칭적인 시야가 존재한다는걸 표현하기 위해 부쉬라는 걸 만들었음. (참고로 롤의 강 위 아래는 고저차가 아니라서 위에 있는 사람과 아래있는 사람이 대칭적으로 보거나 보지 않을수 있음). 또 충돌크기를 매우 줄여서 미니언 비비기 같은 컨트롤을 할 여지를 없애고, 도망갈때 서로 챔피언들끼리 부딫혀서 못도망가고 죽는 경우를 없앴음. 회전속도를 없애서 어떠한 무빙을 하다가도 CS 를 즉각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든것도, 그걸 감안해서 CS 를 먹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간의 차이를 줄인거고.. 또 게임 플레이 내적인 요소 말고도 뉴비 유치를 위해, 도타는 노력을 안들이고 롤은 노력을 많이 들였다고 느껴지는건 외부 옵션과 (취향을 탈 수 있는) 그래픽임. 롤 같은 경우 튜토리얼 과정에서 게임의 세팅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게임 플레이 아이콘도 붉은색으로 강조가 되어 있으며,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큼직큼직하게 해 놓아서 컴퓨터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있음. 도타의 경우는 많은 옵션을 무려 콘솔 창에 의존해서 설정해야 하는데에다가, 인게임으로 지원하는 옵션 자체에 마우스 오버를 해도 툴팁이 나오는 일 따윈 없음. 처음 하는 유저는 "도대체 스킬 자동 사용은 뭐고, 빠른 스킬 사용은 뭐야?" 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키 설정이 한두개가 아님. 그래픽적인 측면에 있어서 롤은 과장이 많이 되어있는 카툰풍을 사용하고 원색을 많이 섞어 상대방 챔피언이 오면 위기감을 빨리 느낄수 있음. 도타는 현실적인 그래픽으로 최대한 원색을 배제했기 때문에 배경색과 캐릭터가 동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초보로서 상대 챔피언을 알아보는데도 어려움이 많이 느껴지는 편임. 뭐 익숙해지면 도타 그래픽도 좋다는 생각이 들긴 함. 현실적인 그래픽 좋아하는 사람은 도타 그래픽을 선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나도 이런상태이고) 단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롤 그래픽이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리는 듯. 반면 도타는 아이템이나 스킬트리를 유저들이 올린 베스트 공략을 인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둬서 초보들에게 쉽게 한 측면이 있고, 롤은 추천 아이템의 업데이트를 라이엇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 도타가 초보자에게 더 친절한 면도 쥐꼬리만큼 있긴 있음. (도슬람들은 이거 하나로 도타 진입장벽에 대해 평생 울궈먹는 느낌) 아무튼 도타를 하면서 느끼게 된, 어찌보면 도타 올스타즈 에서 롤로 넘어온 사람은 수년전에 느꼈을 만한 점들을 글로 써 봤음. 개인적으로 한국의 게임 시장이 승자독식경향이 많긴 하지만, LOL 이 흥하는게 도타2 유저가 느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함. 라이엇은 초보자들이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게임을 엄청나게 잘 만들었고, 밸브는 롤보다 더 게임성이 높은 게임을 만들었으나, 즐길수 있는 유저를 늘리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느낌이기 때문임(도타 내재적인 게임성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렇기에 나 자신도 지금은 도타 2로 넘어가서 LOL 첫승리가 2주나 밀려 있는 상태지만, LOL 을 하지 않았다면 도타 2 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함. "LOL 질린다. 몇년째 1/1/1/2 EU 메타에, 나오는 챔피언들은 고만고만함 ㅡㅡ" 하는 사람에게 "롤은 원래 작정하고 그렇게 만든 게임이니깐, 도타 2 도 (클베이긴 하지만) 한번 해보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고, LOL 을 아직까지 즐기는 사람들이 LOL 이 잘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에도 아직까지 동감함(2년동안 즐겼던 게임이니깐). 하지만 LOL 보다 도타2 가 흥할까? 하고 도타2 넘어오는 사람들에겐 "그건 아닐거 같다." 고 말해주고 싶기도 함. 유저수를 이유로 도타2 가 재미없을거라고 속단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글을 어떻게 끝낼지 모르겠는데, 여긴 롤 커뮤니티니깐 굳이 롤 유저들한테 말하고 싶은 내 생각은, 라이엇은 진짜 LOL 이 많은 뉴비들을 끌여들여 게임이 흥하도록 디자인 하는데 머리를 많이 썼고, 간혹 "도타는 이런데 LOL 은 왜 이모양." 이라는건 시간순서상 라이엇이 일부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싶음. 실제로 그렇게 해서 (유저 숫자의 잣대로 보면) 도타보다 더 성공해 있는 상태임... 왜냐하면 라이엇은, 캐릭별로 개발자의 창의력이 느껴지는 난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보다, 매 커뮤니티에서 뇌문도 손잭스라고 까이는, LOL 의 90% 인구수를 담당하는 실론즈들도 쉽게 즐길만한 게임을 만들었으니깐...
  2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밝은해님과 오영욱님이 번역해주신 글이 TIG에 올라왔군요. http://www.thisisgame.com/webzine/nboard/212/?n=48358 '이 연재는 가마수트라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편집자 주' 라는 글을 보니 ... 여기에 제가 올린 모든 가마수트라의 글은 무단전제인데, 전문번역은 역시 좀 거시기하죠? 정식 기사제휴 된 곳이 없으면 몰라도 그런 곳이 있는 마당이니 이제 요약이나 간략소개 정도로만 해야겠습니다.
  22. paparang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 글 : http://www.gamasutra.com/view/feature/132261/shoot_to_thrill_biosensory_.php 2008년에 GDM, 가마수트라에 실린 아티클입니다. 옛날에 Game Developer Magazine에서 무릎을 치면서 읽고 대충 번역/정리해둔건데 지금 봐도 도움될 내용이라서, 포럼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Shoot to Thrill : 3D 슈팅게임의 생체감각적 반응에 관한 연구 역주 용어설명 인게이지(engagement) : 뇌전도와 여러가지 생체지표를 이용해 그 사람의 관심과 참여, 흥미도를 측정. 즉 몰두, 관심, 적극성, 흥미, 흥분 상태 등을 의미하는 것 같음. 서론 [*]EmSense라는 회사의 연구내용. 이 회사의 분야는 뇌전도(EEG)와 생체센서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이 컨텐츠에서 느끼는 인게이지 정도와 감성적/인지적 반응을 측정하는 것 [/*:m] [*]이 회사가 최근의 FPS, TPS 게임들을 가지고 플레이어들의 반응 분석을 해보았다 [*]배틀필드 2142, 콜 오브 듀티3, F.E.A.R, 기어즈 오브 워, 고스트리콘 AW2 (GRAW2), 레지스탕스 등. [*]이하 줄여서 배필, 콜옵, 피어, 기어즈, 고스트리콘으로 칭하겠음[/*:m][/list:u][/*:m] [*]좀 더 고전인 헤일로2, 하프라이프2 도 포함시킴.[/*:m][/list:u][/*:m] [*]플레이어들이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데 가장 중요한 첫 90분간의 반응을 측정[/*:m][/list:u] 수집한 데이터 : 뇌파 (건식 뇌전도 센서), 심장 활동, 호흡, 눈깜빡임, 체온, 움직임 분석요소 : 인게이지먼트, 감정, 흥분(아드레날린), 인지 연구한 게임에서 성공한 것들 what went right 1. 감정을 자극하는 컷신 [*]호러영화와 코믹영화가 일으키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하나의 유일한 컷신 공식은 없더라 [/*:m] [*]기어즈, 피어, 콜옵3은 이런걸로 인게이지가 잘 되더라 [/*:m] [*]피어의 인트로 컷신은 게임내 전투 때보다도 아드레날린이 더 솟았다 [*]대화, 음악, 유혈씬이 만들어낸 강력한 공포반응이 다른 게임 컷신들보다 73% 높았다 [/*:m] [*]콜옵은 공포가 아니라 보상(reward)받는 느낌의 컷신으로 높은 인게이지를 얻었다 [*]이 느낌은 포지티브한 감정 벡터로 측정된다 [/*:m] [*]매 레벨이 끝날때 NPC가 잘했다고 격려해주는 컷신을 보고 80%의 플레이어가 강한 긍정 보상 느낌을 받음[/*:m][/list:u][/*:m][*]기어즈의 결과는 놀라웠다 [*]기어즈에서 가장 인게이지 높은 이벤트 10건을 뽑았는데 [/*:m] [*]레치 떼거지 전투나 다른 서사시적 전투는 예상했던 바지만 [/*:m] [*]갑자기 동료 김중위가 잔인하게 죽었을 때가 꼽힐줄은 예상 못했다 [/*:m] [*]전기톱이나 거대한 정원(courtyard) 전투 등 가장 격렬한 인게이지 반응 10가지에 80%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반응했다 [/*:m] [*]기어즈의 플레이어들은 액션, 전투 시퀀스, 동료와 대화 등을 통해 끊임없이 높은 인게이지 상태를 유지하더라[/*:m][/list:u][/*:m][/list:u] 2. 전투와 통합된 튜토리얼 [*]요즘 게임 메커니즘과 그 조작법은 갈수록 복잡해져서, 가르치는 것도 일이다. 튜토리얼이 큰 일 [/*:m] [*]성인 남성 게이머들은 무엇을 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잘 받아들이지 않고, '행동'에 의해 더 잘 배우더라 [/*:m] [*]튜토리얼을 플레이할 때 두 가지 부작용을 발견했다 [*]1. 게임하는 방법을 잘 이해 못한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몰입 못하고 인게이지가 낮은 상태로 가더라 [/*:m] [*]2. 길고 지루한 튜토리얼은, 최초 인게이지 순간을 늦게 발생하게 한다 (스스로 정말 몰입하게 됨을 느끼는 중요한 순간이) [*]어떤 게임은 20분이 지나도 인게이징 이벤트가 발생 안 하더라 [/*:m] [*]중요한 교훈은 튜토리얼 제작을 개발 막바지 단계까지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튜토리얼은 진정한 인게이지 경험의 첫 순간이 될 수 있다[/*:m][/list:u][/*:m][*]튜토리얼에서 새로운 게임플레이를 보여준 예 : [*]기어즈는 엄폐조작 [/*:m] [*]고스트리콘은 크로스컴 원격캠 HUD, 분대 전투, 연막탄, 무인 비행체 등등…[/*:m][/list:u][/*:m][*]이 게임들은 간단한 전략으로 유저들을 인게이지 시켰다 : 플레이어는 액션 한복판으로 던져졌고, 위협받고 있으며, 배우라는 요구를 받는다. [*]예: 수류탄 던지기를 배우는 방법 [*]박스 모양의 연습용 타겟한테 던지는게 아니고 [/*:m] [*]적들을 향해 던져 진짜 결과가 벌어지게 한다[/*:m][/list:u][/*:m][/list:u][/*:m][*]기어즈는 튜토리얼을 통해 게임플레이를 배우도록 강요하지만은 않는다. 스킵하고 전투에 바로 던져지도록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도 있다 [*]40%의 피실험자들은 스킵했는데, 어느쪽을 선택하든 강렬하고 신속한 인게이지를 경험하게 된다[/*:m][/list:u][/*:m][*]고스트리콘은 첫 스테이지 전체가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구성된 튜토리얼 [*]그러나 잘못하면 실패하기도 하고, 실전과 구분되지 않게 되어있다 [/*:m] [*]플레이어가 연막탄을 깔고 중무장한 장갑차를 폭파시키는 순간에 감정과 흥분의 클라이맥스가 오더라 [/*:m] [*]잔잔하고 차분한 지시 수행중에, 예상못한 강력한 적 때문에 새로운 전술을 시도해야하는 격렬한 반전이 굉장히 효과적 [*]이번 연구중 최고를 기록했던 인게이지 순간 2개는 이런 유형의 롤러코스터를 만들어냈다[/*:m][/list:u][/*:m][/list:u][/*:m][/list:u] 3. 플레이어를 다운시켰다가 다시 업시키기 [*]롤러코스터에 비유해 플레이어의 인게이지와 생리학적 반응을 설명해보자 [*]롤러코스터는 올라갔다가 내려오기 때문에 짜릿한 것이다 [/*:m] [*]같은 높이에 계속 올라가있으면 모노레일 타는 느낌일 뿐이다[/*:m][/list:u][/*:m][*]직관적으로 잘 납득이 안 가겠지만, 이 연구에서 가장 격렬한 인게이지들을 보면 잔잔하고 차분한 순간 뒤에 나타는 것들이 많다 [*]다운타임(인게이지가 낮은 기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m] [*]액션 진행 중에 잠시 잠잠한 소강상태가 주기적으로 있는 것이, 절정의 최종전에서 더 격렬한 액션과 반응을 오게 만들었다 [/*:m] [*]그러나 '짧아야' 한다. 너무 길어지면 플레이어들은 너무 인게이지가 낮아져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고 싶어한다 [/*:m] [*]개발자들이 이해해야할 중요한 것은 두 가지, "크고 격렬한 이벤트"와 "잠시 잠잠함"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만 한다. 하나만 있어선 기능하지 않는다.[/*:m][/list:u][/*:m] [*]크고 격렬한 이벤트의 예 [*]웅장한 정원(courtyard) 전투 (콜옵, 레지스탕스, 기어즈) [/*:m] [*]강력한 적 보스 (고스트리콘, 기어즈) [/*:m] [*]작은 놈들 떼거지 (하프라이프2, 레지스탕스, 기어즈)[/*:m][/list:u][/*:m] [*]폭풍전의 고요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교묘하다. 몇 가지 전략을 찾을 수 있었다. [*]기어즈에서는 로커스트 무리가 이머전스 홀에서 나타나기 전에, 플레이어를 가라앉히는 부분을 명시적으로 넣는다. (주변을 살피거나 무전통신하기) [/*:m] [*]하프라이프2는 다른 방법. 전투와 전투 사이에 퍼즐이 있어 액션으로부터 감정의 휴식을 만든다 [*]퍼즐들은 흥분을 유도하진 않지만, 인게이지를 유도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m] [*]퍼즐을 완수했을 때 긍정적인 감정(보상감)이 보통보다 20%쯤 높더라 [/*:m] [*]하프라이프2의 전투흥분 - 퍼즐보상의 교차가 롤러코스터를 만든다[/*:m][/list:u][/*:m][/list:u][/*:m][/list:u] 4. 육박전, 육박전, 육박전 (close combat, 근접전) [*]근접전은 인게이지와 흥분, 보상, 그리고 플레이어들을 재밌게 하는 온갖 감정들을 만들어내는 확실한 수단이다 [*]뛰어난 차세대 게임들은 높은 페이스의 근접전을 자주 활용한다 [/*:m] [*]"올해의 게임"상을 탄 3개의 게임(기어즈, 헤일로2, 하프라이프2)들은 특별한 무기들로 근접전을 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이 게임들은 근접전을 통해 위험하고 아드레날린이 솟는 시나리오를 강제해 극적으로 인게이지 수준과 보상감을 높였다[/*:m][/list:u][/*:m][*]근접전으로 단칼에 죽이면 보상감이 커진다 [*]헤일로2 - 에너지소드로 죽이면 30%의 보상감을 더 얻더라 [*]기어즈 - 전기톱으로 피분무를 뿌리면서 높은 보상감을 얻더라 [/*:m] [*]아 물론 하프라이프2에선 - 유비쿼터스(?) 크로우바는 게임초반 유일한 무기[/*:m][/list:u][/*:m] [*]다른 게임들은 근접전을 권유하는게 아니라 강요한다 [*]고스트리콘 - 장갑차를 부수는 유일한 방법은 다가가서 폭탄 부착 [/*:m] [*]콜옵 - 독일군과 육박전하는 미니게임[/*:m][/list:u][/*:m][*]이런 이벤트들도 높은 인게이지를 기록하지만, 딱 한 두번 밖에 안 벌어진다 [*]헤일로나 기어즈는 게임중에 계속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여러번 들뜨게 하거든[/*:m][/list:u][/*:m][*]근접무기말고도 근접전을 유도하는 수단은 있다. [*]높은 인게이지를 나타낸 기어즈의 에피소드 예 : [*]전투중 총성 속에서, 동료가 플레이어에게 측면을 돌아가서 공격하라고 말한다 [/*:m] [*]이 말대로 측면 공격을 하러 가다보면 좁은 전장과 이머전스홀 때문에 갑자기 근접전이 벌어지게 된다[/*:m][/list:u][/*:m][/list:u][/*:m][*]교훈 : 차세대 게임 경험을 창조하는 것은 "플레이어를 들뜨게하기(exhilaration)"라는 것[/*:m][/list:u][/*:m][/list:u] 5. 사소한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 [*]인기있고 입증된 멀티플레이 게임들은 인게이지하는 핵심 요소들이 빠른 페이스로 이루어져있다 [*]근접무기, 탈것, 수류탄 등은 싱글게임에서 손쉽게 옮겨온 것[/*:m][/list:u][/*:m][*]생리학적인 측정결과 가장 빠른 페이스의 게임들은 기어즈(평균보다 51% 높음), 헤일로2(35% 높음) 였다 [/*:m] [*]키 이벤트(예를 들면 헤일로에서 실드 드롭) 발생시 타임코드 태그를 기록해 분석해보았더니 상응하는 감정적 데이터가 나오더라 [/*:m] [*]많은 게임들이 뛰어난 인게이지 피처를 갖고 있긴 하지만, 헤일로2와 기어즈는 모든 사소한 요소들도 게임플레이의 인게이지를 이끌어내었다 [*]헤일로2의 "실드 다운"은 평균보다 18% 높은 인게이지 반응, 수류탄은 21% 높은 반응 [/*:m] [*]이런 작은 요소들은 플레이 세션중에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에 합계해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m] [*]그 결과, 대본대로 발생하는 거대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재밌는 게임플레이 경험이 만들어지더라[/*:m][/list:u][/*:m] [*]이 모든 인게이지 시스템들이 손쉽게 멀티플레이 게임플레이로도 옮겨졌다 [*]이로 인해 기어즈와 헤일로2는 플레이어들을 매우 재밌는 데스매치에 던져넣고 난장판을 즐기게 해준다[/*:m][/list:u][/*:m][/list:u] 연구한 게임에서 실패한 것들 what went wrong 1. 엔터테이닝보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컷신 [*]컷신은 영화적인 체험을 선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콜옵, 피어, 기어즈는 컷신을 플레이어의 감정을 자극하는데 잘 활용했다[/*:m][/list:u][/*:m][*]그러나 그 외 다른 게임들은 컷신이 다른 요소보다 인게이지를 유지하는데 좋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은 컷신이 있으면 좋지만 전투나 다른 인터랙티브 플레이만큼 인게이징하진 않는다고 말하더라 [/*:m] [*]스테이지 두 개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로, 너무 마구잡이로 자주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m][/list:u][/*:m][*]이렇게 안 좋은 컷신들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 : [*]대부분은 너무나 정보만 전달하는(informative) 방식이고 해설자나 나레이션으로 되어있다 [/*:m] [*]브리핑 스타일의 컷신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m] [*]예를 들어 고스트리콘은 컷신이 나올때 플레이어의 반응이 좋지 못했다 [/*:m] [*]스크립트로 진행되는 브리핑은 플레이어를 일관되게 인게이지 하지 못했다 [/*:m] [*]심지어 플레이어들은 브리핑 정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컷신이 플레이어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m][/list:u][/*:m][*]레지스탕스는 컷신 부분에서 인게이지가 무려 57% 하락했다 [*]Chimeran의 공격과 Nathan Hale의 여행에 관해 한참 얘기하는 컷신에서는, 감정적인 인게이지 다운이 장시간 지속됐다 [/*:m] [*]반면 액션과 캐릭터들 대화로 이루어진 다이나믹한 씬들은 인게이지와 감정에 좀 더 강한 영향을 주었다[/*:m][/list:u][/*:m][*]심지어 매우 높은 성적의 게임들도 컷신에서 인게이지 저하를 겪었다 [*]헤일로2는 컷신이 나올때 인게이지가 64% 저하됐다 [/*:m] [*]핵심 게임플레이가 매우 높은 인게이지를 보인 것과는 적나라하게 대조됨 [/*:m] [*]헤일로2의 싱글게임 플레이어들은 컷신이나 스토리 요소보다 전투에서 훨씬 재미를 느낀다[/*:m][/list:u][/*:m][*]컷신을 잘 쓰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근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컷신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정보전달이냐 엔터테이닝이냐.[/*:m][/list:u][/*:m][*]기어즈야말로 컷신을 제대로 잘 썼다 [*]기어즈의 컷신은 액션들로 채워져있고, 정보전달은 게임플레이 사이의 잠시 잠잠한 순간에 무전이나 대화 등의 넓은 수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m] [*]우리의 데이터를 보면 그런 엔터테이닝 컷신들이 인게이지를 일으키고 플레이의 감정 수준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m][/list:u][/*:m][/list:u] 2. 신병 훈련소와 훈련장 [*]전쟁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 게임에서는 고전적으로 신병 훈련소가 등장하곤 한다 [*]신병들은 교관들한테 쪼임당하며 성장해 강해지고 싸울 준비가 되어 나온다[/*:m][/list:u][/*:m][*]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으니 : [*]연습용(dummy) 타겟을 상대로 총쏘는 법을 배우거나, 수류탄을 던지거나, 육탄전을 행하는 것은 대단히 인게이징하지 않다는 것이다 [/*:m] [*]플레이어의 첫인상이 형성되는 첫 몇 분의 중요한 순간동안, 튜토리얼은 액션이나 스토리라인에서 동떨어져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감정적인 인게이지가 저하된다[/*:m][/list:u][/*:m][*]콜옵3은 이 문제를 매우 잘 보여주는 예이다 [*]콜옵의 훈련소에서는 싸우는 방법을 위험이나 실패의 페널티 없이 배우게 된다 [/*:m] [*]이걸 하는 첫 7분의 게임플레이 동안 인게이지가 평균 이하로 떨어졌으며, 플레이어는 몰입도 하지 못하고 즐겁지도 않았다. [/*:m] [*]플레이어가 전투에 던져지고 나서야 비로소 인게이지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m][/list:u][/*:m][*]우리가 다년간 비디오 게임을 테스트하고 분석해오면서, 게임 기획의 절대적인 룰을 찾아낸 것은 드물었지만 [/*:m] [*]그래도 이 법칙은 확실하다 : 튜토리얼을, 보상과 실패조건을 갖춘 "게임"으로 만들지 못한 타이틀은 인게이징 못한다는 것이다 [/list:u][/*:m][/list:u] 3. 고장난 롤러코스터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있는 강렬함(intensity)는 한계가 있다 [/*:m] [*]강렬함을 계속 높게 오래 유지하는 게임은, 우리의 직관과는 반대로 덜 격렬하고, 덜 영화적이고, 덜 "장엄한" 경험을 만들어내고 만다 [/*:m] [*]이 문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타났다 [*]1. 이벤트의 강렬함에 변화폭이 적은 게임들은 플레이어를 잃기 시작하더라 [*]이런 게임들을 측정해보면 반복되는 이벤트 사이에서 점차 반응은 잠아진다 [/*:m] [*]헤일로2는 빠른 페이스의 액션이 뛰어나지만, 부작용중의 하나는 싱글플레이 경험이 덜 격렬하다는 것 [*]헤일로2의 첫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는 작은 위협들만 섞여서 맞닥뜨리게 된다 [/*:m] [*]그 결과 이 스테이지의 강렬함은 다른 게임보다 40% 낮았다[/*:m][/list:u][/*:m][/list:u][/*:m] [*]2. 강렬한 싸움으로 시작되는 스테이지는 플레이어의 주의를 사로잡지만, 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을 무색하게 만들곤하더라 [*]남은 스테이지 동안 플레이어의 인게이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m] [*]예: 콜옵3의 두번째 스테이지는 매우 강렬한 전투로 시작되는데, 남은 스테이지 동안에 인게이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런건 기획자들이 원하는 절정의 결말이 되지 않았다.[/*:m][/list:u][/*:m][/list:u][/*:m][/list:u] 4. 반복과 그 예상된 결과 [*]우리는 신기함(novelty)과 그 친척인 '미지(unknown)'가 플레이어를 인게이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발견했다 [/*:m] [*]이 현상의 좋은 사례로 기어즈의 시더(Seeder)가 있다 [*]첫 90분동안 플레이어는 총 3마리의 시더를 하나씩 만나게 된다. 그 놈들을 잡아야 통신장치를 복구함. [/*:m] [*]그 놈들을 죽이려면 해머 오브 돈이라는 특수무기를 써야한다 [/*:m] [*]시더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굉장히 인게이지가 높았다 [/*:m] [*]그러나 두번째와 세번째 조우에서는 강렬함이 거의 없었다. 이 때 그래프를 보면 거의 안 높아지고 일자로 가다시피 한다 [/*:m] [*]그러나 신기하게도 같은 게임 내에서 예외가 있다 [*]기어즈에서 떼거지로 빨리 기어다니는 레치(wretch) 무리는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를 인게이지했다 [*]트로이카 기관총 포대처럼, 플레이어가 자신을 구할 유일한 대상에 발이 묶여진 경우가 많기 때문[/*:m][/list:u][/*:m][/list:u][/*:m][*]중요한 차이점은 반복이 아니라, 미지의 보상이다 [*]플레이어가 시더한테 해머 오브 던의 조준 록을 했을 때에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꽤 명확하다 [/*:m] [*]그러나 레치 무리가 닥칠 때마다, 플레이어는 제 시간 내에 싸워서 물리칠 수 있을지 앞 일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m][/list:u][/*:m][/list:u] 5. 신기한 무기를 이용한 게임플레이의 혁신 [*]신기한 무기는 큰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잘 사용되지 못하면 거꾸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m] [*]"신기한 무기(novel weapon)"의 정의 [*]보통의 권총이나 기관총을 뛰어넘는 독특하고 강력한 무기를 말함 [/*:m] [*]고성능의 스나이퍼 라이플, 기관총 포대, 배틀 워커, 탱크, 기타 탈 것 등 [/*:m] [*]이렇게 차별화된 게임플레이 요소를 등장시키는 것은 게임 개발자와 마케터들에게 혁신의 초점(또한 리스크)이 되어가고 있다[/*:m][/list:u][/*:m][*]인게이지와 디스인게이지를 구분짓는 요소(그들의 양날의 칼이 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위력에 대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가'에 달려있다. [*]플레이어가 보호받고 위해당하지 않으면서 이런 무기들을 사용하는 경우는 낮은 인게이지 수준을 일으킨다 [/*:m] [*]플레이어가 계속 대미지 입고, 보호받지 않고, 똑같이 위력적인 적들에게 도전받을 때에는 효과가 막대하다 : [*]인게이지가 차트 밖으로 나갈만큼 솟아 오르곤 하더라[/*:m][/list:u][/*:m][/list:u][/*:m] [*]우리는 슈팅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두 종류의 위력적인 무기, 스나이퍼 라이플과 기관총 포대를 살펴보았다 [*]기관총 포대는 우리가 그간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에서 평균적으로 탁월한 인게이지를 보였다 [/*:m] [*]그러나 어떤 게임들은(이번 연구작 포함) 인게이지에 실패하고 큰 기회를 놓치더라 [*]예: 레지스탕스의 기관총 포대는 선두주자인 헤일로2보다 총 19% 낮은 기록 [/*:m] [*]이런 차이를 보면 솔직히 실망스럽다 [*]실패의 원인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보호되느냐이다 [*]레지스탕스에선 첫 90분 체험중에 거대한 탱크에서 포대를 잡게 되고 [/*:m] [*]헤일로2에서는 거의 보호 안되는 작은 포대를 사용하게 된다. 안 죽는다해도 부상을 꽤 입게 생긴. [/*:m][/list:u][/*:m][*]마찬가지로 인게이징한 스나이핑과 디스인게이징한 스나이핑의 차이는, 쏘는 사람이 위협에 노출되어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을 잘 수행한 게임들은 벤치마크 평균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 [*]헤일로2 12%, 배틀필드 18%, 고스트리콘 16%[/*:m][/list:u][/*:m] [*]스나이핑을 위해서 전진을 하면 적들에게 위험하게 노출되게 레벨 디자인이 되어있다[/*:m][/list:u][/*:m] [*]콜옵은 특별하게 심각한 수준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안전하게 스나이핑하기 좋은 자리를 찾은 기회를 준다 [/*:m] [*]그 결과로 디스인게이지할 뿐만 아니라 적들이 아주 멀리있다는 것까지 알게 한다[/*:m][/list:u][/*:m] [*]이런 패턴은 탈 것의 사용에서도 마찬가지다 [*]배틀필드의 배틀워커는, 동등하게 강력한 적(다른 배틀워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인게이지하지 못했다 [/*:m] [*]배틀워커에 타 있는 시간 대부분 동안 플레이어는 강하게 인게이지되지 않았다 [/*:m] [*]마찬가지로 레지스탕스에선 탱크를 운전할 때 디스인게이지 되었다 [*]비슷한 호적수가 없는 전차 전투는 짜릿하지도 흥분되지도 않는다[/*:m][/list:u][/*:m][/list:u][/*:m] [*]재밌는 부분은 반드시 실체가 있는 적들의 위협만이 인게이지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헤일로2의 워트호그는 탈 것 벤치마크 평균치보다 17% 높은 인게이지와 흥분유지를 일으켰다 [/*:m] [*]그 핵심 이유는 워트호크를 절대로 쉽게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됐다 [/*:m] [*]고속의 운전, 점프해서 날라다니기 등의 온갖 무모한 운전이 인게이지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m] [*]이 경우 플레이어 자신(그리고 탈 것 물리학)이 위협과, 도전과, 이 신기한 게임플레이의 재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m][/list:u][/*:m][/list:u] 인게이지로 인도하는 열쇠 [*]게임이든 광고든 영화든, 매력적이고 인게이징하는 미디어에는 하나의 절대적인 법칙이 있는지 우리의 클라이언트들은 늘 묻곤 한다 [*]진실은, 그런건 없다는 것이다[/*:m][/list:u][/*:m][*]그러나 무엇이 인게이지와 성공적인 게임플레이를 만드는지에 대한 명확한 트렌드는 있다 [*]독특하고 인게이징한 경험을 선사하는 탁월한 게임들이 여럿 있다 [/*:m] [*]수류탄을 던지기처럼 사소한 것들이, 장엄하고 각본대로 잘 짜여진 이벤트보다 더 인게이징한다는 건 놀랍다[/*:m][/list:u][/*:m]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더 즐거운 체험과, 높은 평점과, 높은 매출을 낳는다. 짧게 말해서, 더 재밌는 것이다 [*]우리가 보아온 바로는 이 게임들 사이에는 명백한 "재미의 법칙"이 있다[/*:m][/list:u][/*:m] [*]미래의 게임들은 얼마나 혁신적이고 이런 규칙들을 깨뜨릴지도 기대하고 있다[/*:m][/list:u]
  23. sequoia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 글에서 스레드 분리되었습니다. 파파랑님의 주변 친구 2 입니다. :-) 라프 코스터의 해당 포스팅은 제가 번역했던 게 있는데, 워낙 영어 실력이 짧은데다 대충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느라 음슴체로 번역해놔서 그대로 올리기는 좀 민망하네요. 일단 어투를 바꾸고 좀 곁가지로 샌 부분 쳐내면서 의역을 해봤습니다.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내용이 꽤 기네요. "시뮬레이션의 꿈"의 주제의식과 라프 코스터의 지향점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일단 아래 글도 라프코스터가 2006년에 올린 글이니까 감안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0. (시뮬레이션의 꿈 아티클에 달린 라프 코스터의 댓글에서) 울온이 구체적인 예로 들어진 김에 말하자면, 울온은 내부에선 엄청 심플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그 시뮬레이션은 매우 심플합니다. 물론 액터 숫자만으로도 복잡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지만,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글을 썼습니다. (이게 이번에 번역한 글) 그 중 마지막 파트가 정확히 이 글(시뮬레이션의 꿈)에서 말하는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http://www.raphkoster.com/2006/06/03/uos-resource-system/ http://www.raphkoster.com/2006/06/04/uos-resource-system-part-2/ http://www.raphkoster.com/2006/06/05/uos-resource-system-part-3/ 그러나 울온에서 위 시스템에 기반해서 만든 것 중 많은 성공적인 요소가 완전히 아포페니아 디자인에 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글을 썼습니다. http://www.raphkoster.com/2006/06/09/why-dont-our-npcs (이건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1. 라프 코스터는 리소스 시스템 디자인과 함께 "드래곤 시나리오"를 오리진 입사 지원서에 첨부했는데, 그 시스템 디자인이 울온의 핵심 메카닉으로 채택되면서 오리진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래곤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의 꿈에도 인용된 그 내용이죠. 원래의 게임 메카닉대로라면 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드래곤을 죽이거나 드래곤에게 먹이를 바치는 방법으로 마을을 지킬 수 있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1995년) 기술로는 드래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주변 탐색을 할 수 있는 범위가 한 화면 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너무 느렸기 때문에 실제로 현실화되지 못했죠. 2. 위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는 기존 MUD의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원래 전통적인 MUD에서는 아이템이 "마스터 카피"의 ID를 갖고 있고 마스터 카피의 특성을 이용해서 생성되는 방식이었고, 제작 시스템은 레시피 시스템으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레시피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테이블을 관리하는 방식이고 나무 재료를 추가할 때 마다 나무와 관련된 테이블 전체를 엎어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핵심은 오브젝트에 추상화된 속성을 넣어 오브젝트가 "나무로 만들어졌음"을 추적할 수 있게 만들고 레시피는 재료 오브젝트에 "나무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아이템이 어떤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리소스의 집합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 때까지는 리소스가 "라벨"일 뿐이었지만 나중에 swg에서는 스탯 있는 리소스 개념을 추가했습니다.) 울온 코어 팀의 노력으로 리소스 시스템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울온에서 대부분의 오브젝트는 4가지 타입의 리소스의 "라벨"을 갖고 있습니다. (울온에서의 오브젝트는 아이템, 자연물, 인공물, NPC, 플레이어를 모두 포괄합니다.) PRODUCTION : 오브젝트의 "재질"을 의미합니다. 자연물이라면 이 타입의 리소스를 계속 생산해내기 때문에 regrowth rate가 있고, 인공물이라면 regrowth rate는 없고 재질만을 나타내겠죠. 이 리소스 타입은 모든 오브젝트에 붙어있고, 나머지 리소스 타입은 AI와 관련이 있습니다. FOOD : 오브젝트가 먹는 음식을 의미합니다. 오브젝트는 FOOD타입의 오브젝트를 근처에서 찾고, 찾아가서 먹습니다. 이 리소스 타입에는 bite size(입 크기)와 stomach size(배 크기), 그리고 최소 관심 크기가 있어서 한 번에 bite size씩 먹고 stomach size가 찰 때 까지 먹는데, 최소 관심 크기 이하를 PRODUCTION하는 오브젝트는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칩니다. SHELTER : 오브젝트가 집으로 삼는 타입의 리소스입니다. 오브젝트는 SHELTER 타입의 오브젝트를 근처에서 찾고, 적당한 크기(이 값도 정의되어 있겠죠?)라면 둥지(lair)로 삼습니다. 배가 부르면 둥지로 돌아옵니다. DESIRE : 오브젝트가 좋아하는 리소스입니다. 배도 부르고 둥지도 마련했다면 이 타입의 리소스를 찾아다닙니다. 찾으면 둥지로 가져옵니다. 가져올 수 없다면 둥지로 돌아가는 대신 이 리소스 근처를 배회합니다. aversion 플래그를 켜면 좋아하는 대신 무서워하거나 피합니다. 마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처럼 오브젝트는 FOOD->SHELTER->DESIRE 순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토끼 오브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DUCTION : FUR(약간, 리젠 안됨), MEAT FOOD : GRASS, FLOWER, VEGETABLE (매우 작은 입 크기, 작은 배 크기) SHELTER : GRASS, BUSH (BUSH를 둥지로 삼음) DESIRE : aversion CARNIVOREMEAT 늑대 오브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DUCTION : FUR(중간 양, 리젠 안됨), CARNIVOREMEAT FOOD : MEAT (중간 입 크기, 작은 배 크기) SHELTER : TREE, CAVE (CAVE를 둥지로 삼음) DESIRE : aversion CARNIVOREMEAT 늑대 같은 경우 무리짓기 AI가 있어서 서로 가까이 있고 싶어하고 무리의 입 크기/배 크기를 더합니다. 위의 드래곤은 다음과 같이 됩니다. PRODUCTION : SCALE(중간 양, 리젠 안됨), CARNIVOREMEAT(매우 많은 양) EAT : MEAT, CARNIVOREMEAT (큰 입 크기, 매우 큰 배 크기) SHELTER : MOUNTAIN, CAVE (CAVE를 둥지로 삼음) DESIRE : GOLD, GEM, MAGIC 3. 월드에서도 리소스가 생산되는데, 모든 걸 오브젝트로 만들기엔 서버 용량이 무리가 있어서 8x8 청크마다 청크 알(chunk egg)라는 보이지 않는 오브젝트를 만들었습니다. 청크 알은 청크의 static 지형 데이터를 분석해서 해당 청크에서 어떤 리소스를 생산할 지 판단합니다. 나무가 있으면 WOOD를 생산하고, 광맥이 있으면 ORE를 생산하는 식으로 작동하는데, 유저 눈에 보이는 건 static 데이터이기 때문에 유저가 보기엔 나무 하나만 베면 8x8지역의 나무가 다 빨려나오는 걸로 보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가 적은 오브젝트는 그냥 다이나믹 오브젝트로 배치하고 다이나믹 오브젝트는 직접 리소스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오브젝트에 스크립트를 코딩해서 붙일 수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라이브 단계에서는 버그의 온상이 되었고(...) 라프코스터가 울온에서 손 뗀 뒤로는 더욱 버그의 온상이.... 주제와는 관계없는 얘긴데 어떤 사람이 "날" 스크립트에다가 플레이어 시체도 자를 수 있는 코드를 넣었다가 인육 먹는 게임이 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오브젝트가 스폰될 때는 PRODUCTION에 있는 리소스를 월드에 좀 가져오는 셈인데, 전역적인 리소스 은행을 두고 월드 전체에 퍼진 리소스의 양을 제한했습니다. 즉 월드에서 특정 리소스가 파괴될 때 리소스 은행으로 가져오고, 스폰될 때 리소스 은행에서 리소스를 내주는 방식이죠. 리소스 은행에 고기가 없다면 스폰될 때 고기가 필요한 토끼 같은 동물이 더이상 스폰되지 않습니다. 이걸 "닫힌 경제"라고 부릅니다. 오브젝트 스폰은 자연발생설을 따라(...) 잔디가 많은 곳에서는 잔디 먹는 오브젝트가 생성되고 고기가 많은 곳에는 고기 먹는 오브젝트가 생성되는 식이었는데, "스폰 영역"을 지정해서 영역마다 예를 들면 잔디 먹는 오브젝트가 필요할 때 이 영역에는 토끼를, 저 영역에는 사슴을 스폰하는 식으로 지정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늑대는 무리짓기 AI가 있었는데, 혼자 있을 때는 자기 입 크기보다 큰 고기를 생산하는 사슴을 공격하지 않는데, 무리를 지으면 입 크기를 더하기 때문에 늑대 무리는 사슴을 공격하게 되었습니다. 사슴이 없으면, 사람도 공격합니다. 근데 이렇게 배고플때만 공격하게 만드니까 늑대가 항상 위협적인 건 아니었는데, 게임플레이 상 어떤 동물은 항상 위험하길 바라는 팀원이 있어서 "어그로"시스템을 넣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플레이어가 토끼를 너무 열심히 잡으면 늑대는 먹을 토끼가 없으니 무리를 지어 사슴을 사냥하고, 드래곤은 평소에 먹던 사슴이 너무 적어지니 음식을 찾기 위해 탐색 범위를 넓히다가 탐색 범위가 플레이어 마을까지 넓어지면 마을을 공격하게 되는 거죠. 근데 이 탐색 연산 자체가 너무 비싸서 최적화를 좀 했는데, 일단 탐색을 좀 자주 안 하게 해도 안 되어서 유저가 안 보는 곳에 있는 오브젝트는 잠든 상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하면 큰 스케일의 월드 시뮬레이션은 망했고...... 그리고 리소스 수요를 제대로 조사를 못 해서 문제가 생겼는데, 유저가 고기는 먹어 없애지만 모피FUR는 인벤에 쌓아뒀기 때문에 모피가 없어서 토끼가 리젠 안 되는 현상이 생겨버렸습니다. 게다가 굳이 이런 거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야 되냐 싶은 생각을 가진 팀원들도 있었는데, 베타 때 구현 책임자가 그런 사람 중 하나라서 결국 알파 때는 좀 된다 싶던 게 베타 때는 하나도 작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ㅜㅜ) 4. 울온의 마이닝 시스템은 변성transmutation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위에서 말한 청크 에그가 맵의 static데이터를 분석해서 "광맥pile of ore"이라는 오브젝트가 있으면 광물ORE 리소스를 생산했는데, 그 광물의 종류가 철IRON이냐 구리COPPER냐에 따라서 광맥의 렌더링 색깔을 바꿔줘야 했기 때문에 오브젝트에 변수 값을 저장할 수 있는 object variable (objvar)라는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ORE를 생성하는 청크 에그의 objvar에 금속 타입을 랜덤하게(타입 별로 레어도 차이는 두고) 설정하는 스크립트를 넣고, 렌더링할 때도 금속 타입에 대해 색깔을 룩업하는 테이블을 두어 색깔 차이를 주고, 실제로 플레이어가 채광핬을 때 생성된 ORE 아이템에 청크 에그의 금속 타입 objvar를 전송transfer했습니다. 마찬가지로 ORE를 제련해서 METAL 주괴로 만들 때도 ORE 아이템의 금속 타입 objvar를 주괴 아이템에 전송하고, 실제로 갑옷을 생성할 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했는데, 두 가지 이상의 타입의 금속으로 아이템을 생성했을 때는 아마도 더 흔한 금속 타입을 받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swg에서는 이 방법 대신 IRON 리소스 타입과 COPPER 리소스 타입이 METAL 리소스 타입을 상속받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변성을 사용해서 여러 가지 다른 짓(?)도 할 수 있었는데, 돌 마법사는 ORE를 MAGIC으로 바꿀 수 있다든가, 드루이드의 힘은 근처의 GRASS나 TREE의 양에 영향을 받는다든가, 네크로맨서는 누가 죽을 때마다 청크 에그에 DEATH리소스를 축적해놨다가 "mine death magic" 스킬로 퍼갈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네크로맨서는 이런 식으로 희생용 제단도 만들고 죽음의 사원도 만들고... 이거 말고도 청크 에그에 흔적을 남기게 해서 "진짜 추적"을 만든다든가, MAGIC과 METAL을 합쳐서 MITHRIL을 만들게 한다든가, 드래곤의 불이 진짜 불을 붙게 만든다든가, KARMA나 REPUTATION을 만든다든가, HUMIDITY가 GRASS의 리젠율과 METAL의 녹스는 속도(decay rate)에 영향을 주게 만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응용이 가능할 듯 합니다. 5.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게 바로 "인과율"입니다. 드래곤 예시를 보면, 드래곤이 배고파서 온건지 랜덤 스폰으로 온 건지 플레이어가 분간할 수가 없는 거죠. 죽여버리면 편하지만 먹을걸 줘서 해결이 가능한지는 알 방법이 없는 거. 좀 다른 예를 들어서, 농작물을 토끼가 먹어치우면 농부가 토끼를 싫어하게 만들 수는 있는데, 실제로 농부가 플레이어에게 "토끼가 내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있어. 토끼를 죽여줘"라고 말하게 만들고 싶은 거죠. 이 부분은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못 만든 건데, 농부는 농작물을 DESIRE하고, 토끼는 농작물을 EAT하기 때문에, 농부에게 "그가 DESIRE하는 자원을 갖고 경쟁하는 상대를 싫어하기"라는 템플릿을 넣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플레이어가 토끼를 죽이면 농부가 보상을 지급하는 걸 정적인 퀘스트를 만들어넣지 않고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만약 토끼를 다 잡았더니 사슴이 와서 농작물을 먹는다면? 이제 농부가 사슴을 잡는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주겠죠. 아까 드래곤의 예로 돌아가면, 마을 사람이 다른 마을 사람을 DESIRE하게 하면 마을 사람을 잡아먹는 드래곤을 잡는 플레이어에게 마을 사람이 보상을 줄 수 있겠죠. 녹 괴물이 마을의 금속을 잡아먹으면, 마을 사람 중에 금속을 DESIRE하는 대장장이만 녹 괴물에 현상금을 걸겠죠. 이거 구현이 좀 까다로운 게 농부에게 기억력registry을 줘야 되고 토끼를 제3의 오브젝트인 농작물을 통해서 농부에게 기억시켜야 하는 데다가 플레이어 액션도 제 3의 오브젝트인 토끼를 통해 농부에게 릴레이되어야 했었죠. 구현이 까다롭다보니 우선순위에 밀리고 급한 일 처리하느라 결국 구현을 못 했습니다. 사실 이거 제안할 때 테스트 케이스는 삼각관계였습니다. Bob도 HUMANFEMALE을 DESIRE하고 Fred도 HUMANFEMALE을 DESIRE하다가 둘 다 Nellie에게 정착하면 서로의 DESIRE를 두고 경쟁하는 상대방을 죽여달라고 플레이어에게 부탁하는 거죠. 그러다 Nellie가 드래곤에게 잡혀먹히면 둘 다 드래곤을 죽여달라고 플레이어에게 부탁하고(...) 이거 말고도 NPC의 이동경로를 수동으로 세팅하기보단 피로도FATIGUE를 도입해서 밤엔 자게 한다든가, 하루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SHELTER가 집이었다가 일터였다가 바뀌게 한다든가, 준법시민은 DARK를 aversion하게 해서 도둑들이 어둠속으로 다니게 한다든가 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이쪽에서 제일 하이레벨 인터페이스는 마을에서 누군가 스토리를 외치고 다니게 만드는 거였죠. "농부 Hayseed가 농작물이 자꾸 망쳐져서 걱정이랍니다!" "Fred가 Nellie에 대한 질투 때문에 Bob을 죽였다고 합니다!!" 하는 식으로.. 6. 문제들 리소스 시스템 구현은 대부분 동적으로 조립된 텍스트에 기반하고 있었는데, 로컬라이즈할 때 큰 문제가 되어서 많은 부분이 static text로 대체되고 대사들의 맛이 사라졌습니다. 이건 만들고 보니 거의 스폰과 기본적인 행동양식을 시뮬레이션하는 인공생명 시뮬레이터에 하이레벨 퀘스트 시스템을 합쳐놓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요소가 없으면 이런 걸 열심히 만드는 게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 플레이어에게 인과율을 드러낼 것. 그렇지 않으면 랜덤이나 마찬가지. * NPC가 원하는 걸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원하는 걸 채워주면 응답하게 할 것. * 스태틱 데이터는 가능한 피할 것. 근데 전통적인 게임 개발팀에선 좀 무리다. * 변수들이 항상성을 가지게 할 것. 인공생명 시뮬레이터는 보통 발산하는데 플레이어에겐 재미없는 현상입니다. * 리소스를 닫힌 계로 만들지 말 것. 플레이어가 리소스를 모아두는 게 큰 영향을 미친다. * 길찾기와 탐색에 CPU자원이 엄청나게 드니까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만 만들 것. 마지막 문제의 경우 옛날에 MUD제작 커뮤니티에서 이런 얘기를 좀 한 바에 의하면 시뮬레이션 수준에 LOD를 두거나, 마지막 인터랙션한 시간 타임스탬프를 찍어놓고 다음번 인터랙션할 때 한꺼번에 시뮬레이션하거나, 힐클라이밍+브로드캐스팅을 쓰는 방법 등이 있었습니다.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은 잘 최적화되어있으므로 여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닫힌 계는 확실히 실수였는데 현실세계에서는 대부분의 리소스가 사실상 무제한이고, 제한이 있는 게 재미있는 경우는 보통 지역적으로만 리소스가 모자라는 경우입니다. 인과율을 드러내는 건 일이 좀 많긴 하겠지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7. 결론 마음속으로는 이 리소스 시스템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발전시킬 구상이 있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지금처럼 정적 데이터와 1회용 퀘스트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MMORPG보다 견고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드는 게 싸게 먹히게 될 겁니다. 솔직히 CPU를 혹사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이 시스템보다 3D 충돌 체크가 더 심할 거라고 보는데, CPU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릴 겁니다.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핸드크래프트주의자에 비해 시뮬레이셔니스트들이 좀 힘든 길을 온 것 같습니다. CPU파워가 빨라지는 속도가 사람이 손으로 시나리오를 만드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현실이 1995년에 디자인한 그 세계를 따라잡게 되겠지요.
  24. paparang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가마수트라 블로그에서 흥미롭게 본 글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The Simulation Dream 매우 대충 요약 [*]시뮬레이션의 꿈은 개발자들의 오래된 로망이지만 희망대로 잘 풀리지들 않더라 (울온, 바쇽 등) [/*:m]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 하려 하지 마라. 플레이어는 이해 못한다. [/*:m] [*]'플레이어 모델' (플레이어가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작동 모형)에 인지 안되는 '게임 모델' (게임의 작동 모형)은 쓸모 없다. [/*:m] [*]플레이어 모델의 힘은 막강. 의미없는 현상들 속에서 사람의 뇌는 아포페니아(apophenia) 효과로 스토리를 만들어 냄. [/*:m] [*]아포페니아(apophenia)를 일으키려면 [*]현실이나 픽션에서 익숙한 전형적 구조를 차용 [/*:m] [*]플레이어가 자기 자신을 게임에 투영하기 좋게 [/*:m] [*]인간에게 관련된 가치가 오가는 시뮬레이션으로 (삶과 죽음, 혼자와 함께, 부와 가난 등). 지적으로 흥미롭지만 건조한 시뮬 말고. [/*:m] [*]단순, 순수, 원초적 감정이 연관되게[/*:m][/list:u][/*:m] [*]스토리의 풍성함(Story-Richness)를 만들어라 - 전체 인터랙션 중 플레이어에게 흥미로운 인터랙션의 비율 [/*:m]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한, 초 복잡한 시스템은 지루하다. 중간계(반지의 제왕)나 실제 전쟁도 99%는 지루한 일상일 뿐. [/*:m] [*]만들려는 스토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표 재료들만 뽑아 모델화할 것 [*]예: 음식 - 16세기 신대륙 식민지 개척게임이라면 식량이 중요. 다양한 음식의 모델화가 유의미 [/*:m] [*]그러나 교도소 탈출 게임이라면 다양한 음식은 시뮬레이션에 고려 안해도 됨[/*:m][/list:u][/*:m] [*]풍미를 돋구는 앙념(flavor) 표현은 큰 비용없이 만들수 있으니 잘 써먹을 것. [*]예: 심즈에서 심들이 서로 대화할때 말풍선 안에 있는 그림. 게임엔 영향이 없지만 플레이어의 상상을 일으킴. [/*:m] [*](역주 - TCG 같은데서 카드 아래쪽에 써있는 풍취를 돋구는 글을 flavor text 라고 합니다. 와우 아이템 설명 같은데도 있는.)[/*:m][/list:u][/*:m] [*]글쓴이가 디자인한 게임에서의 사례: 농작물 수확 [*]우주에 조난한 플레이어가 식민지 짓고 생존하는 게임인데 [/*:m] [*]농작물의 성장과 공기의 관계 모델링 때문에 고민. [/*:m] [*]여러가지 안을 고민 끝에 게임 모델도 단순하게 괜찮고 플레이어 모델에 투영도 잘 되는 대안을 선택함.[/*:m][/list:u][/*:m][/list:u] 결론부 (대충 의역) 시뮬레이션의 꿈은 죽은 것 같다. 매우 매우 복잡한 세계를 그대로 시뮬레이션 한다면 플레이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시뮬레이션 해낸다 해도, 지루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심지어 중간계 같은 곳 조차도, 그 사소한 일상은 스토리가 풍성한 곳이 아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의 꿈은 이어진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된다. 무턱대고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것이 지루하고, 사람들은 과잉 복잡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응축된 게임 시스템을 주의깊게 만들어서, 단순하고, 이해가능한 힌트를 주어 플레이어들의 감정과 의미를 일으킬 아포페니아를 자극해야 한다. 이런 게임 시스템이 '플레이어 모델'에 잘 투영되는지 확실히 해야하며 그로 인해 정서적으로 건조한 숫자의 나열이 아닌, 강력하고,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을 잘 해낸다면, 시뮬레이션의 꿈은 우리 손이 닿는 곳에 있다. 이 글 댓글에 라프 코스터 형님이 친히 난입해서 자기 블로그의 글을 몇 개 링크해주었는데, 링크된 글들을 읽어보면 아주 일품입니다. 울티마 온라인의 자원시스템에 대한 설명인데,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디자인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비록 95년도에는 현실적 한계로 이루지 못한 꿈이었지만, 지금 정도면 이룰수 있는 꿈 아닐까? 싶은. 요약이 아닌 원문 전체와, 라프 형님의 링크 글들도 모두 제 주변 친구들이 번역해둔게 있는데, 이 분들도 포럼에 가입할 수 있으면 글을 올려 공유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2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제가 평소 즐겨보는 (…) 뉴요커지 (The New Yorker) 는 종종 게임에 관한 아티클도 싣곤 합니다. 뉴요커에 실리는 게임 관련 기사들이 모두 그런건 아니지만, 대체로 게임에 대해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내용을 게임에 대한 문외한도 이해할 법한 글로 써내기에 평소 ‘신기하다, 본받고 싶다’ …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건 그렇게 깊이있는 내용은 아닙니다만, 저니 Journey의 개발자인 제노바 첸 인터뷰 및 가벼운 게임-예술론(?)이 올라왔기에 옮겨와봅니다. 원문주소 : http://www.newyorker.com/online/blogs/elements/2013/08/a-journey-to-make-video-games-into-art.html 비평가 로저 이버트는 한때 비디오 게임과 예술 사이의 결정적 경계를 도출해 낸 바 있다: 그는 비디오 게임의 궁극적 목표는 – 책이나 영화, 시와는 다르게 – 고득점을 올리거나, 블록을 사라지게 만들고, 공주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그의 주장에 의하면, 승리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작년 봄에 출시된 저니(Journey)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다. 당신은 얼굴이 없는, 망토를 뒤집어 쓴 인물을 플레이하여 지평선에 걸쳐있는 산을 향해 광대한 사막을 활공해간다. 그 길에서 당신은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에서 뽑힌, 독특한 아바타를 플레이하는 두 번째 플레이어를 만나게 된다. 두 플레이어는 서로에게 익명이 유지된다 – 유저네임도, 어떤 확인 가능한 세부사항도 없다 – 커뮤니케이션은 단조로운 짹짹임을 몇 가지 조합한 것으로 제한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 어떤 단어도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두 시간짜리 게임의 기본 개념은 한 쌍의 플레이어들이 위에서 말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서로 도와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퍼즐을 풀고 잊혀진 문명의 잔재를 탐험한다. 이런 종류의 순수한 형태는 대부분의 동시대 게임에게 이상한 것이다. 게임 산업이 검증된 블록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를 좇으며 점점 더 헐리웃과 닮아감에 따라, 판매량 차트를 지배하는 게임들이 – FPS와 스포츠 게임들 – 사색과 자아성찰을 환기하여 일종의 현실 도피를 자극하기 위해 디자인되는 경우는 드물다. 소수의 게임들은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그보다 더 소수의 게임들만이 성공할 뿐이다. 흔하지 않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만든 이 이상한 게임 저니는 비평가들을 기쁘게 함과 동시에 판매기록을 강타하면서 손쉽게 양자를 모두 거머쥔 몇 안되는 게임들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저니를 만들어 낸 인디 스튜디오 Thatgamecompany (이하 TGC)는 캘리포니아 교외의 방 하나짜리 사무실에서 14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이다. TG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enova Chen (제노바 첸) 은 업계가 수여한 각종 트로피와 상들이 놓인 선반 옆, 앞문의 의자에 앉아있다. 현재 31살인 첸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nia의 School of Cinematic Arts를 다니던 마지막 해인 2006년, Kellee Santiago와 함께 TGC를 창립했다. 산티아고가 떠난 2012년 이해 첸은 회사의 리더이자, 아이디어맨, 그리고 회사를 대변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TGC가 ‘게임계의 픽사’라고 믿는다: 첸은 “지금은 대부분의 게임들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느껴져요. 폭발이 난무하고 형편없는 대화들이 나오죠” 라고 말한다. “업계의 대부분은 아직도 어떻게 해야 플레이어들에게 뭔가 새로운걸 전해줄 수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게 바로 제가 하고싶은거죠.” 게임에 있어서 '감독'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새로운 것이다. 이 칭호는 오로지 소수의 개발자들만이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미야모토 시게루, 히데오 코지마, 워렌 스펙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첸은 스스로를, 자신의 역할이 ‘진짜 예술’ – 이버트가 논했던 바로 그런 의미의 예술 – 을 최대한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여기는, 상업적 예술가로 간주한다. 그는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이 유니폼처럼 여기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 아니라 수트 차림으로 일한다. 아울러 그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로 묘사한다: TGC가 2009년 출시한 게임 Flower가 충분히 출시할만 하다고 확신하게 될 때까지 그는 12차례의 재디자인을 거쳤다.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디자인된 것이다: 그는 ‘Jenova’ 라는 이름을 그가 고등학교때 플레이했던 가장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인 파이날 판타지 7의 악역 이름에서 따왔다. (그의 실명은 ‘Xinghan’으로, 은하수를 의미한다.) 게임 업계 언론들은 종종 TGC의 게임을 “실험적”이라 묘사하곤 한다. 이 스튜디오가 Sony Computer Entertainment America와의 독점 계약에 의해 PlayStation Network로 출시한 이전의 3개 게임들은 어떤 대화도, 전형적인 주인공도 없다. 2007년에 출시한 Flow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일련의 2차원 수중 평면에서 미생물을 안내하기를 요구한다; Flower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환경들을 가로질러 한 장의 꽃잎을 안내해야 한다. 2012년 봄에 출시된 저니는 TGC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출시 직후 이 게임은 북미와 유럽에서 PlayStation Store에서 가장 빠르게 팔리는 게임이 되었다. (소니는 게임이 정확히 몇 장 팔렸는지 언급한 바 없으며, 이 게임이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었다.) 판매 첫 주, TGC는 이 게임이 가진 이타심을 일깨우는 능력에 감탄한 게이머들로부터 300장이 넘는 이메일과 편지를 받았다. 동시에 비평가들은 저니를 게임에서 문화적 변화 – 시사적이고, 의미깊은 경험이 미디어의 경계를 확장하는 새 시대의 시작 - 의 증거로 지목하기도 했다. 올해, 저니는 거의 모든 유명한 ‘올해의 게임상’ 후보에 올랐으며, 거대 예산으로 개발된 게임들이 빛을 잃게 만들었다. 하룻밤 사이에 TGC는 게임 업계의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2013 DICE 서밋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후 있었던 키노트 발표에서, 첸은 스튜디오가 게임을 만드는 동안 돈을 다 써버렸다고 말했다. *** TGC는 2009년부터 저니의 개발을 시작했다. 소니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빠듯한 예산은 회사의 여러 디자인적 요소들을 결정해버렸다: 첸은 이 게임을 숲을 배경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그릴 것이 적다”라는 이유로 사막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인간이 될 예정이었던 주인공은 한 쌍의 성냥개비 다리를 갖게 되었다. 이 게임의 두드러진 시각적 미학은 이런 제한들이 운좋게 낳은 결과였다. 2011년 말경, 저니의 마감일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TGC는 소니에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수년간에 걸쳐 3번째 요청이었다 – 개발 싸이클은 무척 길었고, 첸은 이 게임을 “의도했던 모든 감성적 요소들을 갖추기” 전에 소니에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12개월을 사회학 책을 읽느라 보냈던 적이 있었다. 플레이어의 반응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걸 알았기에, 그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전적으로 익명하에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면 게임에 더 많은 감정을 부여할거라 추론했다. (이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실명을 사용한다면 보다 문명화된 행동을 보일거라는 현재의 통념에는 반대되는 것이다) 첸은 “지금 사람들은 온라인 플레이어라고 하면 남들이 괴로워하는걸 보며 즐기는 못된 이들만을 떠올리죠”라고 말한다. “저는 플레이어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 그럼에도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게임을 원했어요.” 소니는 그들에게 시간을 좀더 주었다. 그러나 추가 자금은 없었다. 첸은 TGC의 마지막 적립금을 저니를 완성하는데 사용했다; 2012년 1월, 게임을 소니에게 보여주었다. 1주일 후, 회사가 문을 닫았다. 직원들 대부분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 떠났다. 다른 이들은 조용히 가게 두었다. 첸과 그의 리드 엔지니어, 리드 디자이너는 조용히 자신들을 파산시킨 게임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다. 첸은 게임의 성공을 확신할 때까지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 그런 후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Yelp (미국에서 유명한 일종의 맛진 및 각종 지역 상점 평가 사이트) 에 투자해왔던 실리콘 밸리 벤처캐피탈 회사 ‘벤치마크 캐피탈’과 미팅을 했다. 벤치마크의 중역이자 첸과의 미팅을 수락한 밋치 라스키 (Mitch Lasky)는 이미 저니를 해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터였다. 첸이 발표를 마치고 방을 떠나자, 미팅에 참여했던 중역들 중 하나가 라스키에게 말했다. “그가 우리와 악수도 나누지 않고 주차장을 떠나게 하지 마세요” 1주뒤, 벤치마크는 550만 달러짜리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다. “저는 벤처 캐피탈리스트이지 예술 후원자는 아닙니다” 라스키는 기자에게 설명했다. “그는 특이한 존재에요. 우리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투자수익을 만들어내는건 특이한 존재들이죠. 저니는 아마도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토이 스토리’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 이 인터뷰를 하기 일주일 전, 첸은 로스앤젤레스 번화가의 E3에서 멈춰섰다. 그의 다음 아이디어를 한 수 앞선 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가 하는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 자랑스러워요. 그러나 불안하기도 한데, 왜냐면” 라고 말했다. “위험하기 때문이죠.” 올해초, TGC이 전직원은 이 회사의 다음 게임이 ‘업계를 바꿀거다’라고 약속했다. 첸은 새 게임을 그의 과거 게임들이 다루었던 연결, 향수, 그리고 자아성찰과 같은 연속된 주제들이 낳은 ‘사생아’라고 불렀다. 그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그들 유년기의 가장 소중한 순간에 대한 생생하고 감성적이며 흐믓한 기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를 생애 처음으로 E.T.를 보는 순간과 비교했다. 이 아직 이름지어지지 않은, 첸에 의하면 완성하려면 최소한 2년이 더 남은 게임에서, 사람들은 혼자 또는 다른 이들과 플레이할 수 있다. 비록 스튜디오는 아직 어떻게 플레이어들간의 상호작용을 가능케할지 계획하지 못했지만, 이 게임은 다시 한 번 어떤 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포함하지 않는다. 첸은 그저 사람들이 같은 방에서 바로 옆에 앉아 플레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왜 저니를 다른 친구나 가족들과 플레이할 수 없는지 물었어요. 물론 우리에겐 명백한 이유가 있었죠.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면 바로 이 게임의 목적이 파괴되거든요. 그러나 정말로 접하기 편한 게임이 되려면, 남녀노소 모두가 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사람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다른 이들과 게임하도록 해줘야죠.” 아울러, 이전과는 다르게, 이 게임은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될 것이다. 첸은 처음에 이 게임을 블랙베리와 같은, 들어맞지 않는 기기를 위해서는 ‘당연히’ 만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안될건 또 뭐죠?’라고 덧붙였다. 새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지만 자세한 부분은 비밀로 하겠다는 맹세를 하게 한 후, 첸은 올해 초 어떤 소녀로부터 받은 편지를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몇 달 전 암으로 돌아가신 15세 소녀가 보낸 편지였다. 소녀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몇 주간 자신과 아빠가 함께 저니를 수시간동안 플레이하고 또 플레이했다며, 어떻게 그것이 아빠와 딸의 마지막이 되었는지를 말해주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 또는 그녀의 작품이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를 원해요.” 첸이 말했다. “제 생각에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이유가 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