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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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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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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게임개발자연대의 김동은(whtdrgon) 이사 님께서 [펌] 문화컨텐츠로서 게임이 가져야 할 공감력에 대하여의 후속 포스팅을 작성해주셨기에 포럼으로 옮겨보았습니다. ====================================================================================== 앞서 포스팅했던 '예술과 문화의 게임은 공감을 피할 수 없다'라는 글을 썼는데, 이것이 단순히 RPG같은 시나리오 기반의 게임만 해당하느냐... 카톡게임에는 어떻게 공감을 밀어넣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그걸 두번째 포스팅에서 쓰려고 했는데, 그 전에 흰둥이가 게임을 분해하는 필터에 대해서 설명해볼까 합니다. 용도는 게임을 기획함에 있어서 고려해야하는 측면들. 입니다. 작은 퍼즐게임부터, 커다란 MMORPG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목차. 0. 친화적인 면 1. 교육적인 면 2. 구조적인 면 3. 기술적인 면 4. 개인적인 면 5. 사회적인 면 6. 감성적인 면 ------------------------- 0.친화적인 면 확 끄는거. 땡기는거. 눈을 사로잡는 것. 후크,라인,버킷이라고 세분했습니다. 후크 - 유저가 이 게임을 주목하는 계기. 사소할 수 있다. 강호동 맞고에서 강호동. -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게 아니라 해서는 안된다. - 유저의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 모두가 게이머는 아니다. 선점게임도 UX다. - UX는 인터페이스뿐이 아니다. 모노폴리는 부동산 법률체계 고증게임이 아니다. - 유저가 원하는 것에 맞도록 1개의 목적을 제공. 좀비.사냥.쫀득.건설.꾸미기 등. - 타겟유저가 선호하거나 시스템친화적인 컨텐츠타입이 있다.(동물,왕국,좀비,군인) - 이런 게임을 찾기 위해 유저가 사용할 앱스토어의 검색어에도 유의. = 예시 :친구추천. 쌓이는 즐거움. 정기적. 규칙적. 보상.내가 익숙하게 하는 것을 추가.내 취향. 의미있음. 승리. 아이덴티티. 순위. 내가 안해본 것을 체험. 유저랑 공통의 관심사 등 뭔가 엮일만한 것. 하다못해 유재석닮은 캐릭터라도. 라인 - 그래서 어떤 것을 하게 되는 게임인가? 디펜스? 수확? 택틱스? - 그걸 해서 뭘 기대할 수 있는가? 이거라면 틈날때마다/하루종일 할만하겠는데. = 예시 : 선명한 다음 할 일들. 많은 스테이지. 충분히 많은 다음 할 일들이나 다양한 시도꺼리. 다양한 컨텐츠. 버킷 - 유저가 기대하는 최종(이라 여겨지는 일시적인) 목적. 이 게임이 3개월+ 1년동안 미래를 보고 할만한 게임인가? - 유료결재와 플레이타임 소모, 업데이트/패치에 영향. = 예시 : 멋지고 아름답고 많은 자산, 위대한 명예, 순위. 존경받는 훈장. 다른 재미있는 것이 나올 때까지는 할만한듯한. 1. 교육적인 면 - 교과목 교육말고요 게임이 교육시키는 것. - 적절하게 훈련된 기술로 집중하지 않으면 조금 힘든 약간 상위의 목표에 도전할 때 최선을 다하기위해 집중=몰입이 일어나고,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음. - 여기서 '적절하게 훈련된 기술'을 교육하는 면을 말한다. - 따라서 기획자는 적절한 교육컨텐츠를 선명하게 인식해야 함. - 인식된 교육컨텐츠를 적절히 단계별로 안배하여 나누고 예습복습,상급시도,체득방법을 고려 해야함. - 크게 의사결정과 기술행위. 2가지가 있음. 애니팡의 경우 기술행위쪽의 교육이 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음. 이 교육에 연결되는 유료아이템 등의 컨텐츠와 반복학습량도 체크가 되야 함. 평균적으로 몇판을 하면 어느 정도 숙달되는가? 평균의 하위10%를 보호할 방법, 상위10%~50%를 지원할 방법...이라기보다는 유저가 스스로 선택할 옵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 이 게임의 도전을 위해 어떤 능력/스킬이 필요한가? - 그것을 학습시키기 위한 설계가 필요. - 대상들에게 맞는 채널과 개인차를 고려한 부가요소가 있어야 한다. - 필요할 경우 대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 핵심은 예습도구,복습도구로 대표되는 '대체제'에 있음. - 유저는 크게 둘로 갈림. 더 준비하면 더 이길 수 있어야 한다쪽과 더 도전하면 더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쪽. - 이 구분에 따라 대체제로서 작용하는 '힌트'는 추가 학습가능요소. vs 추가적 도전과제로 예습복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준비파는 백과사전. 매뉴얼 전집. 추가 정보와 지식 제공을 할 수 있고, 도전파는 서브/보너스/상급 퀘스트를 통한 메인퀘스트의 복습,예습을 시킬 수 있다. 스테이지형 게임에서는 '도전!'이나 '챔피온등급'을 두어 다음을 연습시킬 수 있다. - 교육단계를 고려할 때는 학습하여 도전하는 유저와 도전을 통해 학습하는 유저를 구분해서 설계해야 한다. 설사 한쪽을 대응하지 않더라도 '기획의도'에 따라 안해야 한다. - 피드백 또한 교육의 중요단서이다. 중요한 것들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준비파 유저는 다른 결과 내에서 전반적으로 예측에 집중하는 반면, 도전파 유저는 예측범위지만 다른 결과에 집중한다. 이 피드백은 때때로 '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 게임은 교과서가 아니다. 전달보다 체험이 더 중요하고, 그 체험은 '인터렉티브'를 통해 유저가 '자의적 선택'을 했다고 믿어질 때 보장된다. 학교공부방법처럼 주입을 하려고드는 것은 게임의 핵심기능을 망각한 기획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고 강조되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게해서는 안된다. 수동적 유저는 내 행동이 가진 의미를 알 수 있을 때 통제가능한 자의적 선택환경을 느끼고, 능동적 유저는 내 의지로 할 다른 선택이 있어야만 통제가능하다고 느낀다. - 또한 그 선택에 유저의 강도조절이 있어야 한다. 의도와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랬을 때 결과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1% 더 도전 했을 때 1% 더 결과를 내야 한다. 밸런스 이야기가 아니다. 유저는 매순간 '더' 도전하고 '더'집중할 꺼리가 있어야 한다. 남는 '집중량'이 투입될 곳이 없으면 산만해지며, 게임에 흥미를 잃게된다. - 학습의 지속성과 연결성 역시 중요한데, 상대적 반응을 중시하고.즉각적으로 연역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컨텐츠의 단절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유저에 따라 직렬연결된 순차발생 구조 선호하거나 병렬연결된 동시발생 구조 선호한다. (퀘스트가 터져나오는 스카이림, 한줄인 JRPG, 혹은 달성할 업적이 한번에 모두 또는 랜덤으로 몇개씩 오픈되는 게임과, 단계적으로 달성할 때마다 추가/증산되는 방식의 차이. 2. 구조적인 면. - 앞의 교육에서 적절하게 훈련된 기술로 집중하지 않으면 조금 힘든 약간 상위의 목표에 도전할 때 최선을 다하기위해 집중=몰입이 일어나고,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이루는 구조를 게임이 어떻게 가지고 있는가의 면. - 여기서 구조적인 면은 도전, 규칙, 자기강화, 컨트롤, 보상, 자의적결정, 호기심이다. 2.1 도전 - 도전과, 도전에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을 납득/숙달 가능할 때까지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거나, 기술에 맞는 도전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선택지인 이유는 택1이라서가 아니라 유저가 대체로 둘을 동시에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1,2,3스테이지를 모두 별 셋으로 완성해야지만 다음으로 가는 유저가 있고, 별 1개만으로도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기만 하면 내달리는 유저가 있다. 2.2 규칙 - 규칙에는 명확성과 타당성으로 세분하자면. - 명확성은 룰은 선명하게 알 수 있어야한다. 승리목표. 관리해야 할 자원. 장애요소. 이때 자유도를 주겠다고 명확성을 흐트러트려선 안된다. 자유도는 다른 곳에 쓰는 것이다. 또한 이 명확성이 반드시 '엄격한 룰'이 있어야한다는 뜻도 아니다. 게임은 주어진 자원을 바탕으로 정해진 룰에 따라 의사결정과 기술행위로 장애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여 승리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들은 대부분 게임의 특징을 이용한 놀이도구인 '게임 엔터테인먼트'임을 잊으면 안된다. 게임성 대부분을 상실했다고 해서 게임이 아니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획의도'에는 분명히 맞춰줘야 한다. - 타당성은 룰의 구성이 타당하여 다음을 유추하거나 응용할 수 있어, 룰이 상징하는 바에 대입하여 설득될 수 있다. 이 타당성에 의해 거스름없이 룰을 받아들이는 효과 뿐 아니라 타당성에 의해 유저가 빈자리를 스스로 채우는 효과가 일어난다. 유저에 따라 자원과 결정을 바탕으로 단기목적 등의 룰의 일부를 생성하는 유저가 있고, 거꾸로 목적을 바탕으로 룰의 일부를 구상하는 유저가 있다. 대표적으로 달성목표가 있다. 마인크래프트 : 생존 + 규칙 = 자의적 목적생성. 2.3 자기강화 - 이것은 학습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구조적인 면에서 유저는 작은 승리로 큰 승리를 기대함과 동시에 '유사 시도'를 통하여 나는 성공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자기강화가 필요하다. - 자기강화는 게임 내에서 체계를 가져야하며 최종적으로 유저와 게임간에서 작용해야 한다. 게임이 유저의 자기강화를 통해 삶에 영향을 미칠 때 버킷이 완성된다. - 예로서 슈퍼마리오에서 바닥이 막혀있어 추락염려가 없는 점프 장애물이 있고, 비행기가 겨우 지나갈 통로를 남기고 위아래로 파도치듯 두 줄의 총알을 쏘는 움직이는 보스를 내기 전에,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통과할 수 있는 쌍렬총알 사이로 비행기를 통과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나는 이미 이것을 해봤고, 지금은 타이밍에 맞춰 좌우로 움직이기만 하면 될 뿐이다'라는 자기강화가 일어난다. 이는 학습과 함께 '시도의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4 컨트롤 - 구조가 선명하게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유저는 룰의 일정 부분을 스스로 컨트롤 하고 싶어한다. 스테이지 게임에서 반복을 통한 자원축적으로 난이도 약화를 도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약간의 돈을 벌게 해서 더 많이 벌면 좀 더 쉽게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 이 부분에서 유저에게 시행착오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명확함을 제공해야한다. 유저가 규칙의 타당성에 의해 어떤 시도를 할 때 자원강화,결정확대증가,장애약화의 명확한 효과를 통해 자의적 컨트롤을 이끌 수 있다. 2.5 보상 - 수고와 보상은 (일치가 아니라) 비례 해야 한다. - 노가다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유저는 유의미한 노가다를 원한다. 의미있는 보상은 자원보상(많은 돈과 좋은 아이템)만이 아니다. 다양한 보상채널을 확보해놔야 한다. 이는 매우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exchange theory 참조) 2.6 자의적 결정. - 교육적인 면에서 언급했지만, 자의적 결정은 유저의 '불신의 중지'나 도전 수행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 부분은 마치 핀볼의 'tilt'판정처럼 작용하여, 벨이 울리면 유저는 컨트롤을 멈춰버리는 요인이 된다. - 룰은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결정에 강제적 간섭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내제적 동기에 의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했다고 믿어야 한다. 따라서 쌍방향,컨트롤,동시발생을 느낄 수 있도록 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 유저에 따라 이 부분을 선택의 자유. 다른 방식으로 지속할 자유. 완성의 자유로 느끼기도 하고 일탈적으로서 개척의 자유. 건너 뛸 자유.변화의 자유를 요구하기도 한다. 2.7 호기심. - 자의적 결정을 존중하면서 유저를 이끌기 위해 크게 지적인 호기심과 인지적 호기심으로 구분한다. - 이 방식을 이용해 교육적인 면 부분에서 '최초 튜터리얼'을 텍스트 전달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다. - 예: 지적 호기심은 이 것을 어디에 쓰는 것이지라는 궁금증이고, 인지적 호기심은 저 번쩍거리며 돌아가는 것은 무엇이지?라는 궁금증이다. 3. 기술적인 면 4. 개인적인 면 5. 사회적인 면 6. 감성적인 면 은 다음 포스팅에.... 이 글을 예전에 한번 유저의 호모/헤테로 구분으로 올린 적이 있어서 보신 분도 계실듯 싶습니다. 타이핑으로 내려쓰느라 평서문으로 쓴 것 양해부탁드립니다. 질문이나 뭔소린지 모르겠다!하시는 부분에 대한 지적 환영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본문의 내용 중에서, 이 부분들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ㅎㅎ
  2. 어제의 [펌] 문화컨텐츠로서 게임이 가져야 할 공감력에 대하여 에 이어, 오늘도 whtdrgon 님의 다른 글을 가져와 봅니다. ===================================================================================== 게임이 예술일까요? 아닐까요? 미디어일까요? 아니면 장난일까요? 사실 게임은 예술도 뭣도 아닙니다. 하지만 뭣도 아닌 것도 예술입니다. 벽에 스프레이 칠하는 것은 예술도 아니지만 예술가를 만나 이제는 예술입니다. 언어적/비언어적으로.뜻과 의미를 전한다면 예술이지만, 아닐 수 있지요. 게임개발자인 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게임은 예술일 수도 아닐 수도. 하지만 게임은 아무리 부정해도 종합'활동'입니다. 종합의 일개에 모두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텔링, 디스크립션, 레벨디자인, 광량, 캐릭터, 자원, 장애, 목표, 의사결정, 기술행위에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음악과 그림과 글과 코딩에, 하드웨어에 랜선에 담겨있습니다. 그것이 부족해 예술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부족하지 않다면..., 충분하다면 예술이 됩니다. 라디오 진행이 예술인가요? 뉴스 앵커가 예술인가요? 영화가 예술인가요? 애니메이션이 예술인가요? 그 답대로 예술이거나 아닐 뿐입니다. 문화라는 것은 '초인종이 울릴 때 걸어가는 어머니의 발걸음'부터 시작되는 '공기'입니다. 우리는 공기처럼 문화를 헤엄치고 있습니다. 국격은 지금 튼 채널의 TV멘트에서 뿜어집니다. 시간을 쓰면, 인생을 쓰면 모두 문화를 담을 '그릇'의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DC의 싸구려 만화종이쪼가리에도 그렇게 문화가 담기기 시작합니다. 게임이 예술이냐, 미디어냐. 아니요. 게임은 그릇입니다. 한폭 천쪼가리가 무슨 예술입니까 그릇입니다. 고흐의 그림도 그 한폭 천 쪼가리에 담겼고, 우리집 화장실 걸레도 그 짝입니다. 재질이 다르다고요? 이중섭의 그림은요. 담배갑에 새기면 예술이 아니랍니까? 게임은 그릇입니다. 그 그릇은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오염되며, 세상 모든 의미로 빛나게 됩니다. 라디오 방송은 예술일수도, 아닐수도. 필름은 예술일 수도 포르노일수도 있습니다. 필름을 비웃을 겁니까? 필름이 악입니까? 예술이 아니라고요? 상업적이라서, 퇴폐적이라서, 저속해서? 저속. 여자의 알몸이 예술일까요? 포르노일까요? 게임은 1차적 정의입니다. 게임 개발자는 규칙을 만들 수는 있어도 전략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전략은 자원,규칙,목표에 의해 유저가 만드는 것입니다. 게임은 그 규칙이라는 그릇을 만들 뿐입니다. 그 그릇이 위대한 전략을 탄생시킵니다. 게임은 더 섬세하고 더 대단합니다. 그래서 다들 난리지요. 게이미피케이션, 에듀테인먼트, 기능성게임. 엔터테인먼트 게임. 뇌사진으로 나타난 인류의 등불. 보상과 사랑을 받을 때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등불 삼아 인류는 항해해왔고, 게임은 그 자리를 빛나게 합니다. 별 것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그렇게 그러니까 하고 있습니다.구슬같이 구르는 동그란 물체일 뿐입니다. 내 인생 한번이고, 벌써 게임에 30년을 썼습니다. 멈출 생각 없습니다. 앞으로 30년. 게임으로 갑니다. 예술인지 아닌지 두고 봅시다. 내가 못해도 다음이 할겁니다. 시간은 우리의 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술은 게임에 적합하게 발전하기 때문이고, 게임은 모든 기술에 적합하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가진 것이 모래밖에 없을 때부터 발전해 왔습니다. 돌이 있으면 돌로, 땅바닥이 있으면 땅으로, 구슬과 종이로, 플라스틱으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뭐가 나와도 우리는 그것으로 게임을 만들겁니다. 그게 톱밥이든, 구글 글래스든. 마치 아이들처럼
  3. 게임개발자연대의 김동은(whtdrgon) 님께서 연대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포스팅을 옮겨봅니다. whtdrgon 님은 게임 디자인 철학과 관련한 왕성한 포스팅을 해주시고 계셔, 좋은 글들을 주기적으로 포럼에도 옮겨올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문화컨텐츠로서 게임의 공감력에 관한 포스팅을 옮겨보았습니다. ====================================================================================== 게임이 예술이고 문화라면 게임제작자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게임은 다를바 없는 문화도구이다. 하지만 그 다름없음에서 더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더 특별한 공감의 강제력이다. 점점 중요해지는 (그리고 떨어지고 있다고 믿어지는) 공감능력. 그리고 게임의 책임과 효용도 더욱 커져가고 있다. 사람은 현실과 비현실을 통해 다양한 설정으로 사람들과 공감력을 키워간다. 현실에서 자극받을 수 없는 공감을 통해 감동은 극대화된다. 안나 카레리나에서 '이래도 이 여자를 욕할 수 있느냐?'라는 던짐, 에덴의 동쪽에서 아버지의 입장,아들의 입장. 다른 아들의 입장. 없었던 체험. 그 체험을 이루는 공감이 생애에 없던 자극을 일으키고, 그 공감은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오직 그녀에게서만 그 감정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다면, 평생 그녀를 잊지못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노벨문학상의 많은 작품으로 문학은 그래서 위대하고 예술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의 공감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고 믿어진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옆자리의 사람이라는 컨텐츠를 사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 어색함을 스마트폰이 채워버린다. 4시간의 여행을 바로 옆자리에 앉아도 대화하지 않고, 대학교의 조별과제는 아예 악몽이 되고 학생들은 치열하게 공통 과제에 저항한다. 공감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고, 그 능력을 키워 줄 예술은 더 배척되고 있다. 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문학을 소화시키지만, 작품을 자신에 대입하여 공감할 기회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해답이 있다. 설사 누군가가 대중은 쉬지않고 멍청해지고 게을러지고 수동적이 되고 경박단소해진다고 한탄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빵만 먹는 문화도, 고기만 먹는 문화도, 씨앗만 삶아먹는 문화도 필수영양소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섭취했고, 공감 3끼도 마찬가지다. 만화 학습지가 대표적인 시도이다. 옛날에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성인도 필요하다. 여가의 선택은 점점 줄어들고, 게임은 TV와의 전쟁에서 점점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회사가 크기만큼의 책임을 사회에 가지는 것처럼, 큰 게임회사는 큰 책임을 게임업계와 사회에 가지고 있다. 게임 그 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1/7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인생이고, 인생을 차지하는 컨텐츠는 인생에 대한 필수영양소를 포함할 책임과 편리함이 있다. 우리가 책과 영화와 TV보다 더 많은 인생의 책임이 있다. 유저가 게임으로 정신의 칼로리와 영양소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량식품이라면 국민의 건강이 악화된다. 게임이나 장르소설은 '비현실적 설정' 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추론과 이해를 시작한다. 이 '상황설정'은 일본 드라마를 지나 한국 드라마로 진입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들리는 '사토라레'부터, 과거로 간 의사, 선생의 여왕... 이는 트렌드가 되고 파멸막장의 테마와 순수성장의 테마는 서로 번갈아가며 '새로움'을 자랑한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퓨전사극이 역사를 훼손한다고 분노하지만, 그 분노는 그 분들의 부모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반지의 제왕에서 사람들과 다른 종족들이 벌이는 모든 일들은 현실(또는 순수소설들)보다 더 선명하게(또는 유아적으로) 구분한다. 엘프종족의 입장, 마법사의 입장, 섭정이 명을 이어가는 곤도르의 입장. 호빗의 입장... 속칭 '나이만큼 보이고 읽히는' 순수문학과 다르게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설정들은 세계에 특정한 질서를 강제하고, 그 강제에 의해 더 선명해진 공감으로 더 쉽게 이해시키고, 또 알지 못했던 존재에 대한 '공감설계력'을 훈련시킨다. 드래곤볼의 인물들의 성격은 단순하기 짝이없고, 어떤 성인에게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도 없는 수천년을 산 드래곤과 공감할 수 있다면, 백인 장애인의 흑인 어머니와도 공감할 수 있다. 그래도 된다는 것을 모를 뿐이다. 마치 공식은 외우면서 응용문제는 못푸는 학생처럼. 어떤면에선 오리뼈를 끓이는 시아버지와 진절머리나는 며느리의 이야기보다 '가상의 세계관'이 공감의 효용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작용능력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라노베도 독서인가?'라는 부분에는 논란이 따르지만, 이는 딸기맛치약이나 사탕성분의 영양제, 감기약시럽, 츄어블 아스피린 같은 진입의 효능이 있다. 목표가 효능에 있다면, '시럽'의 효능도 인정될 것이다. 정제타블릿보다 시럽은 성분당 약의 효율은 엄청나게 떨어지는 약이지만, 그래도 상황에 따라 더 좋은 효능을 가진다. 공감의 설정은 높으면 이해할 수 없고, 낮으면 유치하다. 다양한 환타지 소설들이 나오고 무적의 주인공이 많은 여자를 차지하는 사탕같은 컨텐츠의 범람 속에서도 그 독자들의 결핍을 충족시키는 드래곤라자같은 물건도 나오고, 더 위대하다 칭해지는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작품들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공감을 향해 나아가고,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감정의 영역이 (현실적이든, 설정의 강제이든. 어쨌든 독자의 논리구조에서) '타당하게' 건드려질 때 공감을 통해 예술성, 감동을 느낀다. 꿈에서 느꼈던 무한한 감동의 컨텐츠를 서둘러 종이에 적고 나중에 읽어보면 형편없기 그지없다. 꿈은 감정의 직접 억세스를 통해 치사한 반칙을 구사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것을 일종의 '감정의 악보'를 통해 사용자의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스스로 그 감정을 자극하여 공감하고 감동하도록 만든다. 게임도 그렇다. 게임은? 게임은 사용자의 '행동'을 강제한다. 영화,만화,소설에서 수많은 자들이 학살하지만, 어떤 게임에서 유저가 공항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부분은 더 특별한 이슈가 된다. 왜냐하면, 유저가 죽이기 때문이다. 그 게임은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는다. 제작자는 민간인을 만들고, 테러리스트를 만들었지만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은 바로 유저이다. 유저가 그 행위를 하기 전까지 학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진행이든,승리든,장애극복이든, 효율이든) 유저는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며 게임을 즐기게 된다. 좋은 게임은 여기에 더 큰 '자유도'가 있다. 인과의 선택지가 있고, 그 결과를 감내할 수 있다. 여기가 '자유도'의 부분이다. 개발자는 오직 게임의 절반만을 만든다. 나머지는 유저의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게임에는 게임의 데이터가 있고 유저의 데이터가 있다. 하나는 정적이고 하나는 동적이다. 기획자는 캐릭터를 만들고, 유저는 감정이입과 롤플레이를 한다. 기획자는 자원을 만들고, 유저는 확보,축적,관리하고,번영과 보상감을 누린다. 기획자는 규칙과 장애를 만들고, 유저는 전략,활동,입장을 가진다. 기획자는 목표를 만들고, 유저는 협력,경쟁,신뢰,배신한다. 기획자는 의사결정을 만들고, 유저는 이익추구를 위한 중요가치를 정한다. 기획자는 기술행위를 만들고, 유저는 훈련,숙련,도전,충족을 이룬다. 기획자는 가상행위를 만들고, 유저는는 재미,현실,모티베이션을 느낀다. 어떤 영역은 기획자의 것이 아니지만, 그 기반은 철저히 기획자의 기교와 숙련에 달려있다. 더 좋은 기획은 더 좋은 체험을 부르고, 깊고 차별성있는 공감의 체험을 제공한다. 훌륭한 게임은 이렇게 탄생한다. 예술적으로 훌륭한 게임이 만들어지기위해 고려해야하는 부분은 더 신기하고 엄청난 양의 설정이 아니라, '드라마' 부분이다. 설정은 배경이고, 사건. 당사자가 엮긴 사건이 접점이 되고, 이 접점을 중심으로 이야기와 설정이 펼쳐지고, 그 모든 존재 목표는 바로 '공감'에 있다. 여기서 '프레센스'과 '엠파씨'와 '롤플레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톨킨의 환상문학을 계승하여 만들어진 D&D RPG를 계승하여 만들어진 컴퓨터 RPG를 계승한 MMORPG를 계승한 MOPA에 스마트폰이 더해진 미니멀,1분,타이밍,가챠,이웃사랑을 상징하는 태핑,으로 구성된 '앱게임' 또는 '카톡앱게임'의 환경에서 이 '공감'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는 다음 포스팅) -- 3줄요약 책 안 읽는 사람들의 공감능력은 떨어졌다. 더 달콤한 공감3끼를 위한 문화컨텐츠가 필요하다. 게임이 딱이다. 위대한,예술적,문화적,감동적 게임은 '공감'을 피해갈 수 없다.
  4. 트위터 상에서 오고간, 신규 플레이어의 Melt-In(융화 시키기)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 ===================================================================================== Zerasion: 얼마 전 회사에서 신규 입사자들(신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대상으로 진행한 Melt-In 교육이라는 걸 받다가 든 생각. 온라인 게임도 신규 플레이어(초보만이 아닌)를 적응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교 수업보다 지루한 튜토리얼 말고. Linea: 그런 과정을 키보드 배치 같은걸로 어느정도 하고 있는거 같아요. '드래곤 네스트', '아이온'식의 키보드 배치로 플레이하기 ! 같은 설정들이요 Kiriranshero: 그걸 유도하는 모델을 다들 못넣고 있죠 .. 그런게 필요하다고는 다들 알고 있지만 다들 실패할뿐.. Zerasion: 당장 지금 저만해도, 집단 서사의 바이블이라고 불릴만한 리니지1을 요즘 다시 하면서, 다른 플레이어와 "ㅎㅇ" 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Kiriranshero: 엄 ... 리니지 1이 왜 집단 서사의 바이블인진 모르겠지만 ... 인사같은건 원래 잘.. Zerasion: 뭐랄까.. 사실 제대로 된 바이블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숱한 외산 게임들도 많지만, 그 소비층이 대중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감이 있어서요 ㅎ 의식하지 않게 대중적인 집단서사가 이뤄진 게 기념할만하다고 생각해서요 ㅎ Kiriranshero: 음 그럴때는 국내..를 붙이는게 맞지 않을까요 ㅋ Zerasion: 140자에 우겨넣기가 너무 힘이들어요 흑흑.. Voosco: 전 린1이 전례없이 괜찮은 집단서사를 유도해 낸 멋진 게임이었다고 봐요.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일단 gdf의 집단서사에 대한 글을 링크해드리면 좋겠지만 찾기가 귀찮 ... ;; Zerasion: 귀찮은 홍보를 대신해드리는 제가 왔습니다! MMOG의 집단 서사 Kiriranshero: 어 저기서 왜 달터랙 알방을 비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수십번 그렇게 놀았는데! Voosco: 비하가 어디에 ... Zerasion: 비하하지 않습니다. 좋은 집단 서사인데, 그 경험이 방 안에서 한 애들한테만 공유되고 널리 퍼지지 않는게 안타깝다! 가 글의 요지입니다 ㅎㅎ Kiriranshero: 아 .. (과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구문이 뒤에 붙는건가요.. 앞에 붙는거 같아서 .. 반응한거지만.. 달라란에 오셨으면 항상 경험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ㅋㅋㅋ Jolgame: 온라인 같은 경우 롤 멘토링이 역대 최고지만 이건 뭐 자원봉사 난이도 상급이라.. 한번 하고 더 안하고있는 이벤트기도 하고 말이죠. Zerasion: 단기적인 이벤트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말고, 아예 자체적으로 꾸준히 돌아가는 기능으로 구현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 Jolgame: 노동강도 때문에 무리입니다.. 튜토리얼의 상위단계인 누군가의 친절돋는 가르침을 통해 뉴비유저가 중급 / 상급 유저로 진화하는데 까지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Kiriranshero: ㄴㄴ 그게 적합한 보상이 된다면 합니다.. Asheron's Call의 얼라이언스 모델이 있습니다.. Zerasion: 정식구현이 안되긴 했지만, 썬온라인 서비스할 때 저레벨 플레이어를 길드에 받아서 일정 레벨까지 키우면 길드에 보상이 돌아가는 훈련캠프 시스템이란 게 있었지만, 부캐만 키우는 어뷰징으로 없어지긴 했습니다.. ㅋㅋ Jolgame: 멘토링이 왜 노동강도대비 보상이 뿌듯함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당연한 결과고.. 시스템적 보상이면 말씀하신 어뷰징도 가능하고 말이죠. esty: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울온은 완전 신규 계정의 캐릭터일 경우 [Young] 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줬죠. 할일없고 시간 많은 올드비들이 친절히 안내 해 주며 알려 줄 수 있는 장치를 했었죠. Kiriranshero: 그리고 보상을 받아먹기위 해 ... 음 그렇죠 영 보상에는 뉴비는 모르지만 올드비들이 좋아하는 보상이 가득.. esty: 처음 young 딱지를 달고 브리타니아 대륙에 발을 내딛었을 때 올드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정착금/스몰타워/기본 셋/탈것들을 막 퍼 주고 여기저기 안내 해줬는데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Jolgame: 울온식 게임이 아니면 힘든 방법 아닐까 생각됩니다. 단순히 뉴비 를 돕는것도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컨텐츠화 가능한 게임 내의 분위기 구성이 잘 되있는게 울온이니까요. Kiriranshero: Asheron's Call Wiki 여기서 Loyalty와 Leadership 을 봐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얼라이언스 구조를 .. 봐야하는데 사실 ac에서 이거 잘 설명해주는.. ㅋㅋ 뭐 생각하시는 그런 뉴비를 트레이닝하기 위한 구성이란게.. AC에선 Alliance 라는 구성으로 존재했고, 패트론/바살 로 계급단위로 구성되었죠 여기서 중요한건 바살이 얻게되는 경험치에서 로열티 스킬에 의해서 일부 추가 생산되서 패트론에 전달되고... 패트론은 리더쉽 스킬에 의해서 추가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패트론은 2^n의 배수로 계급 <- 이 올라가죠.. 10티어가 되기 위해서는 총..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들 뉴비를 긁어모아 하위 트리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관리하게되죠 ㅋㅋㅋ Jolgame: 흔히들 구현해둔 길드스킬이네요.. Kiriranshero: 하지만 더 관리해야하는 이유가 없죠 한국은 ㅋㅋㅋ tophet: 이른바 암웨이 피라미드 모델.... Jolgame: 전 롤 등급도 다이아이기 때문에 다이아클래스입니다 Voosco: 게임 본편 내용 가르치는 튜토리얼은 지금도 어느정도 괜찮다고 보는데 (특히 스탠드얼론들은) 문제는 멀티플레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만든 규칙들 (롤의 탑미드봇등) 이죠 이거 가르치는게 게임 규모가 작으면 플레이어들끼리 어떻게든 커버가 되는데 커질수록 문제가 좀 ... 물론 어디까지나 유저경험 차원에서만요 Kiriranshero: ㅇㅇ 유로스타일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유저 커스텀의 규칙을 강제로 강요하는거라..
  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위저드리의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글을 제가 아는 분이 번역하셨기에 퍼와봅니다. Making Wizadry 옮겨주신 mediahazard님께 캄사합니다.
  6.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SNS에서 가끔 특정한 성향의 플레이어이자 개발자인 분을 보곤 합니다. 이 분들이 선호하는 게임들은 이렇습니다. 1. 비디오 게임을 선호함 2. 온라인 게임은 유해하며 시간 낭비라고 믿음 * 여기서 2번은 약간의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성인에게는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아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을 권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식의 예외죠. * 1번에서 언급하는 비디오 게임은 콘솔 및 PC게임을 통틀어 말합니다. 물론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건 아니지만, 오랜동안 보면 이런 관점들이 조금씩 드러나곤 하더군요. 사실 10여년 전에는 이런 분들을 꽤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땐 아직 비디오 게임을 주로 즐기며 성장한 이들이 자라서 개발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저 자신도 그런 케이스) 따라서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배경을 지닌 분들이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했고, 이제 이런 성향을 지닌 분들의 비중은 줄어들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게임이건 비디오 게임이건 우열을 가리는데 있어 크게 의미있는 차이를 두지 않는 편입니다. 유해/무해 유익/무익보다는 각 게임 플랫폼의 장르로 이해하는 편이죠. 비디오 게임에는 그 고유의 맛이, 온라인 게임 또한 그 나름의 맛이 있다고 말이죠. 근데 앞서 언급한 몇몇 분들은 명확하게 우열을 가릅니다. 비디오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 우월하며, 온라인 게임은 비디오 게임에 비해 열등하다고 말이죠. 물론 저는 이분들의 의견이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거라 믿죠. 저는 단지 궁금한거죠. 왜 그렇게들 생각하시는지. 그 '나름의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Ico designer Fumito Ueda on emotion, missing deadlines and parting ways with Sony 원문주소 : http://www.edge-online.com/features/ico-designer-fumito-ueda-on-emotion-missing-deadlines-and-parting-ways-with-sony/ 후미토 우에다는 라스트 가디언에 대해서는 말할 수가 없다. 이 부분은 그의 계약사항에 명시되어 있다. 후미토는 2011년 12월에 SCE Japan 스튜디오를 떠났다. 그리고 자신의 게임을 마무리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돌아왔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서 행한 창조적 작업들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 이 말은 알아서 해석하자 - 따라서 이코(Ico)와 완다와 거상(Shadow of the Colossus : SOTC)의 디자이너는 감성적 상호작용과 완다와 거상의 맵 모양에 대해 우리와 인터뷰를 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언제이든 예술로서의 게임이 거론될 때면 당신의 게임은 가장 첫번째로 언급되곤 합니다. 사람들이 왜 당신의 게임을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보시나요? 아마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보편적 주제를 선택해서, 진심으로 우리 스스로가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대단히 신중하게 만들어 냅니다. 진심으로 들리는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려면 감동적인 시나리오 이상의, 감동적이면서도 믿음이 가는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부분이 바로 거기였습니다. 믿음을 주기 위해서,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모두 제거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게임들이 그토록 최소한의 것들로만 이루어진 듯 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말해보자면, 저는 우리 게임들이 다른 게임들보다 덜 주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적 관점에서 예술적 가치는 제품의 수명을 늘려주는 요소이죠.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비디오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통해 끝없는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해도, 대중에 대한 어필이 없다면 게임 개발은 사업으로서 유지되지 못하겠죠. 당신으로 하여금 감성정 공명을 주제로 게임을 디자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감성적인 게임을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이코가 그런 게임이 된 것은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죠. 제가 뭔가를 감성적으로 만들려고 했건 아니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거에요. 저는 화면에 나타난 캐릭터들이 서로를 상대로 싸우고 있지 않은, 그보다는 서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당시의 하드웨어 사양이나 우리팀의 능력을 고려할 때, 최적의 방법은 두 캐릭터가 서로 손을 잡고 다닌다는 아이디어였죠. 우리팀의 능력이 향상되어감에 따라, 저는 손을 잡고 다닌다는 개념의 연장선으로 완다와 거상의 '매달리기' 개념을 떠올렸어요. 그리고나선,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기보다는 그간 우리가 해왔던 메커니즘을 사용해서 라스트 가디언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손을 잡거나 거대한 존재에 매달려서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기술과 메커니즘, 그리고 디자인을 가능한한 잘 어울리도록 융합해야 했어요. 여전히 더 개선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아마도 정말로 개선하려하다간 끝이 없겠죠.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당시에는 제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점이었어요. 완다와 거상의 경우, 8번째 거상의 위치로 당신이 계획했던 위치는 어디였나요? 완다와 거상의 맵은 16개의 거상을 배치할 수 있게 디자인했어요. 다르게 말하자면 16개의 거상이 맵의 모양을 결정한거죠. 따라서 우리가 24개의 거상을 배치했더라면 맵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졌을거에요. 우리의 의도는 16개의 최고의 거상을 선택하고 이를 좀더 낫게 만드는 거였어요. 숫자를 줄이기로 결정한건 프로젝트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였죠. 아, 만들다 만 테스트 데이터와 반쯤 작업한 지역들도 있어요. 그러나 슈퍼마리오의 마이너스 월드 (Minus World)와 비슷하죠. 자세히 알면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게임의 감성을 해칠테니 모르는게 좋다고 봐요. 현실적으로 주어진 스튜디오의 예산과 데드라인에 비해 자신의 야망이 너무 크다고 느꼈던 적은 없나요? 저 자신의 야망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을까를 상상하려 노력하죠. 물론 프로젝트에 주어진 제한이라는게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제한들이 내가 플레이어라면? 하고 상상했던 것을 이루려는 목표를 단념시키진 못해요. 지금까지 저의 게임 개발 과정이 균형을 이루어 왔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언제나 플레이어로서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왔다고는 생각해요. 저의 그런 참을성 없는 부분들이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는거죠.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저는 결과를 빨리 보고싶어해요. 장기 프로젝트에서, 누군가의 야망이 시시때때로 오락가락하는 일은 필연적이죠. 이런 경우 저는 걸작들을 봅니다. - 영화나, 게임, 뭐 그런 것들이요 - 예술의 경이로움을 상기하고 스스로의 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죠. 우에다는 라스트 가디언의 출시연기에 대해 "무척이나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야심이 팀의 능력 이상을 요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어줄 수 있을까요? 최근에 영감을 준 게임으로는 비욘드 : 투 소울즈와 라스트 오브 어스가 있네요. 영화로 보자면 특정한 영화보다는 극장에 관객들이 모여들고, 영화의 분위기가 극장과 어우러지는 순간, 그리고 재미를 찾는 일군의 사람들에 속해 있다는 것 - 뭐 그런 것들이 재미의 프로듀서에게는 큰 자극이 되는거죠. 어떤 엔터테인먼트가 사람들의 일상에 감동을 주는 체험은 꽤 고무적이에요. 최근 몇년간은 게임보다는 영화나 미술에서 더 큰 영감을 찾아내고 있죠. (앞서 말한) '참을 성 없는' 부분에 대해서 말인데, 크리에이터로서 당신에게 지난 8년간의 부담은 어느정도인가요? 단기적 결과는 제쳐놓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렇게나 오랜 시간동안 팬들을 기다리게 한 점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5년 또는 그 이상의 프로젝트 싸이클에서 당신의 팀의 사기를 유지하는 방법이 있나요? 사기를 관리한다는건 멋진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취미나 술이 일시적으로는 당신을 리프레시시켜줄 수 있을지 몰라도, 창의력을 자극해주진 않거든요. 또한 오리지널 이코와 완다와 거상 멤버들은 저만큼이나 디테일에 대해 안달하는 스타일들이에요. 전 언제나 빨리 만들고 싶어하죠. 그리고 생산성을 높이고 싶어하구요. 라스트 가디언의 경우, 제가 맡은 창의적 작업은 오래전에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완료될까하는 문제는 제 통제를 벗어난 분야죠. 데드라인은 당신의 일을 더 어렵게 만드나요 쉽게 만드나요? 쉽게요 그렇다면 왜 이코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되지 못했으며 라스트 가디언도 이코와 유사하게 플레이스테이션3로 출시되지 못한거죠? 노코멘트 새턴용 에너지 제로는 당신에게도 어려운 프로젝트였죠. 그때의 경험으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었나요? 돌이켜보면, 에너미 제로의 개발기간은 9개월이었어요. 그것도 사양낮은 PC에서였죠. 하루에 최대 캐릭터 3개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3D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했었고, 여기에는 페이셜 애니메이션도 포함되었었죠. 라이팅과 카메라 워킹도 제가 작업해야 했구요. 저는 스스로 작업을 서두를수록 최종 작업물 또한 그에 비례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몇 살때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결정했나요? 게임을 만들고 싶게 한 두 가지의 사건이 있었어요. 첫번째는 '비디오 백그라운드' - 이게 기술 이름이었어요 - 를 가진 애니메이션을 본 일이었죠. 이 애니메이션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그리고나선, 13살때 저는 MSX컴퓨터를 샀죠. 그러나 그 즉시 좌절했어요. 그 이후에는, 꽤 늦은 나이인 26살에 와프(Warp)에 입사했고, 그것이 제게는 이코로 이르는 길이 되었죠. 저는 에리히 샤이(Eric Chahi), 미야모토 시게루, 스즈키 유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어요. 저와 같은 세대가 비디오 게임을 하며 자라났다면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건 불가능하죠. 비디오 게임이 예술이 되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요? 어려운 질문이군요. 저는 '예술'이라는게, 예술가가 만들어낸 제품 또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으로써는 주류 소비층에게는 그닥 매력적이지 못하더라도 그 매력이 오래가죠. 예술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마치 F1 자동차처럼요. 예술의 정의는 애매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저는 그걸 만들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예술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편으로 저는 저 자신을 예술가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디자이너죠. 왜 프리랜서가 되기로 하셨나요?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 자신의 내적으로 많은 위기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게 뭔지 정확하게 말하긴 힘들어요. 제 자신의 성장과 커리어 등등이라고 해두죠. 거대 퍼블리셔와 일하면서 기술적으로 또는 창조적으로 장애물이 많았나요? SCE에 특정해서 말하는게 아니라 제가 일해봤던 회사들에서, 누가 이 장르를 만들라고 한다던가 저 게임을 만들라고 한다던가 뭐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안할 수 있었죠. 사용 가능한 예산을 제외한다면 이런 점에서는 인디 히사와 그닥 차이가 없어요. 우에다가 미래에 이루고픈 꿈들 중 하나는 좀비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좀비를 단순히 "쏴죽이기에 편한 적"이상의 무언가로 묘사할 방법을 찾아냈을 때의 얘기이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나요? 지금으로서는 크게 바뀐게 없어요. 그러나 불필요한 회의로 제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줄었고, 따라서 창의적 작업에 좀더 집중할 수 있죠 그토록 오래 일해왔던 회사를 떠나는건 어떤 느낌인가요? SCE에서 일할 때 저는 연단위로 계약을 했었죠.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변화는 없어요. 최근에 저는 재택근무를 하거나 SCE의 도쿄 시나가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죠. SCE의 반응은 어땠나요? 쉽진 않았어요. 아직은 자세한 부분을 밝히기가 좀 곤란하네요. 나중에 언젠가 라스트 가디언의 포스트모템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세대 플랫폼에서 개발 프로세스가 크게 바뀔거라 보시나요? 비디오게임과 기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아마 향후 몇년간은 그렇지 싶습니다. 초기와 비교해보면, 게임 엔진과 에디팅 툴을 만드는 것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에게 큰 권한을 주는 것이었죠. 아주 섬세한 디테일까지 만질 수 있으니까요. 아울러 저는 이터레이션 속도가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디 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산을 고려하여 표현 방법을 택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즉 예산효율을 가장 잘 판단하는 사람이 최고의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거죠. 플레이어들이 개발비가 많이 들어간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지금은 무슨 게임을 플레이하고 계신가요? 최근에 엔딩을 본 건 라스트 오브 어스네요. 그러나 가끔씩 하곤하는 다른 게임들도 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서 이걸 지원하는 게임들도 하구요. 당연히 공부해야되요 !! 아마도 2002년무렵부터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용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었는데요, 당신 게임의 매커니즘과 주제를 개선하기 위해 가상 현실을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가요? 저는 게임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매체보다 우월한 점이 여러가지라고 보는데, 그 중에서도 몰입의 정도 측면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가상현실보다 더 몰입적인 감각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게 뭐가 있겠어요? 매커니즘의 측면에서 얘기해보자면, 제 생각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보다는 제한적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쪽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이코를 끝낸 직후 저는 그 당시의 상급자에게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용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었죠. 그리고 지금은 이를 위해 연구 중이구요. 아울러,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언젠가 좀비를 주제로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터치패드에 기반한 진입장벽이 낮은 하드웨어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거기에 걸맞는 아이디어가 떠오를때 얘기죠. 다른 것들도 많아요. 하지만 비밀이죠. 좀비 게임은 넘쳐나는데도 좀비를 가지고 해볼만한게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좀비를 소재로, AI나 모션 테크놀러지,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조작성 측면에서 제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많아요. 그리고 이들은 모두 게임 내 표현에 알맞죠. 특히 좀비를 단순히 쏴죽이기 좋은 적이 아니라, 캐릭터를 서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다룰 수 있다면 말이죠. 언제나 가능성은 있는 법이니까요.
  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Levels of Abstraction in Game Design 게시판 사정상 그림 사이즈를 좀 줄였습니다. 자세히 보고싶으신 분은 아래의 '원문주소'링크를 따라가 그림을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나옵니다 원문주소 : http://blog.sergeymohov.com/levels-of-abstraction-in-game-design/ 게임 디자인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종종 아이디어에 의해 주도되는 분야로 인식되곤 한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게임 디자인을 순수하게 창의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함정에 빠져 기술적 측면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디어를 갖는다는건 멋지고 유용한 일이지만, 모든 이들이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디어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적용이다. 컨셉 문서를 쓰거나 게임을 구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건 어떤 프로젝트에서든 게임 디자이너가 해야하는 실질적인 업무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아이디어, 컨셉, 팀 브레인스토밍과 창의력에 대해서는 더 깊이 파고들지 않겠다. 이들은 각기 새로운 포스팅이 하나씩 필요할 정도로 광범한 주제들이다. 이 포스팅에서는 게임 디자인의 기술적 측면들과, 다양한 상황들에 적용될 수 있으며 게임 디자이너가 더 적은 노력으로도 더 정확하게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줄 다양한 프로덕션 테크닉들에 대해 다룰 것이다. 진정한 게임 디자인 작업은 개발팀 (심지어 1인 팀이라고 해도)이 컨셉에 동의한 이후에 시작되기 마련이며, 그렇다해도 여전히 프로덕션 테크닉을 수박 겉핥기 하고 있는 정도이다.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게임 디자인 레시피와 파편적 의견들, 포스트모템을 계속해서 찾아 헤매왔을 것이다. 아울러 제시 쉘(Jesse Schell), 브렌다 로메로 (브레쓰웨이트)(Brenda Romero(Brathwaite)), 이안 슈라이버 (Ian Schreiber), 대니얼 쿡 (Daniel Cook) 및 그 외 많은 이들의 놀라운 업적과 친숙할 것이다. 이런 짤막한 블로그 아티클에서 게임 디자인을 재고하려 노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다루려는 주제는 이런 대단한 업적들과 충분히 병립할 수 있으며, 시작부터 이미 그런 업적들에 의존하고 있는 요소이다. 나는 이 지면에서 내가 수년간에 걸쳐 쌓아 온 방법론적 측면의 몇몇 생각들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들을 한데 묶어 단일한 이론틀로 정리했으며, 추상화 단계 (Levels of Abstraction : LOA)라 부르려 한다. LOA에 가장 가까운 비유는 아마도 나와 내 팀동료들이 파라디스 페르두스 (Paradis Perdus)를 작업하며 매일 보아왔던 유튜브 영상일 것이다. 이 영상은 인터넷의 어떤 측면을 반쯤 비웃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큐일 이론'에 따라 큐일 (현실에서의 추상화의 단계)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텍스트가 점점 더 추상적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http://www.youtube.com/watch?v=nfdEdE96En0 단순하게 보자면, LOA란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들의 분석기법을 가능한한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프레임웍이다. 추상화란 게임 시스템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밸런싱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며, 서로 다른 상황들은 서로 다른 추상화 단계를 필요로 한다. 게임 디자이너는 어떤 순간에든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추상화 단계를 선택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기 업무의 효율을 담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한 스케치를 그려보이는 것이며, 이를 필요로 하는 특정한 팀원에게 보여주면 된다. 이때 최고의 방법으로 쓰인 것은 스케치이지만, 스케치는 때로 스프레드시트가 될 수도, 글로 쓰인 메모가 될 수도, 순서도나 프로그래밍 코드가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LOA 수준은 팀, 예산, 개발 스케쥴, 개발 단계, 게임의 종류와 그 외에도 십여가지의 요소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각각의 LOA는 게임 디자이너로 하여금 게임 시스템을 더 나은 방식으로 공식화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하게 해주는 도구이며, 따라서 공식화와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 다루게 해준다. 나는 독립 작업, 또는 협력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만났던 5 가지의 LOA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참고로 같은 프로젝트, 때로는 같은 매커니즘을 대상으로도 복수의 LOA가 사용될 수 있음 (또는 사용되어야함) 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에 대해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울러 이 목록에 추가할 것이 있거나 여기에서 소개하는 LOA에 대해 말할거리가 있다면 메일을 주거나 댓글을 다는데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이 포스팅을 이후에도 자주 인용할 것이므로, 필요하다면 언제나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개선할 것이다. 단계 1 : 실증적 그 자체로서 평이한 언어적 표현이 그대로 스스로를 설명하는 추상화 단계이다. 아마도 게임 매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자, 때로 게임 디자인 문서나 웹사이트의 의 서두에 사용되며, 팀 동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자주 쓰이는 방법일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설명은 종종 게임 매커니즘의 동작을 보여주는 간단한 그림을 곁들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설명은 좀더 명확해진다. 이때 사용되는 그림들에는 디테일이 별로 없으며 많은 경우 게임의 특정한 장면을 묘사하는 단순한 모형에 설명을 위한 몇몇 그림을 추가한 수준이다. LOA1은 어떤 공식이나 값도 포함하지 않으며 뭔가를 써서 표현해야 할 상황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는 이후에 다시 찾아보기 위해 뭔가를 기록해두거나, 어떤 기술적 정보도 포함하지 않는 단순한 용어들로 매커니즘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OA1이 어떤 게임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용된다면, 나중에 게임 디자이너가 돌아왔을 때를 위해 실제로 그 매커니즘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정의하고, 맞는 공식과 더미값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은 프로그래머이다. 이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면 종종 재반복(reiteration)이 필요하긴 하지만, 각각의 멤버들이 게임의 여러 분야에 손을 대야하는 작은 팀 (또는 일인 팀)의 경우에는 그럼에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큰 팀의 경우에는 재반복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다. 단계 2 : 도식적 이 단계는 좀더 나아가서 게임 매커니즘이나 게임플레이를 표나 그래프로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추상화의 단계는 높아지고 게임 플레이는 보다 공식적으로 서술된다. 어떤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LOA1과 병행해서 흔히 쓰인다. 어떤 매커니즘 또는 게임적 상황은 2단계를 통해 더 잘 묘사될 수 있으며, LOA1이 전혀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는 또한 어떤 3D모델링도 없이 작은 지역(미션) 또는 전체 지역(월드)의 레벨 디자인을 묘사하는 흔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수치가 적용되는 행동과 스킬을, 적용된 공식을 바꾸지 않고 밸런싱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실증적 추상화 단계로 써내려가거나 설명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걸릴만한 큰 데이터를 비교하거나 보여주기 위해 LOA2를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다. LOA1과 마찬가지로 LOA2 또한 게임 디자이너가 만든 공식을 사용하여 게임 매커니즘을 직접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공식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보여주거나 계산하는데에는 사용할 수 있다. 단계 3 : 수학적 수치가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LOA2와 유사하지만, LOA3에서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공식을 사용하여 게임 매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다. 더 높은 추상화 단계를 사용함으로써 디자이너는 더 높은 단계의 통제가 가능해지고 더 나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 단계의 추상화는 적용되기 전에 대규모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종이에 써서든 디지털 프로토타입이든, 실시간으로 공식을 바꾸거나 값을 변경할 수 있는 종류의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게임 디자이너라 이런 방법으로 매커니즘을 묘사해봄으로써 정확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더 정밀한 미세조절과 정확한 밸런싱이 가능하다. 한편 단점은 매커니즘의 적용이 시작되기 전에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를 해봐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실제로 이를 코딩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LOA3 는 수학만이 문제가 되는 분야에 사용하기에 좋다 : 논리적 퍼즐, 롤플레잉 요소 등 게임플레이에 심각한 변화를 주지 않고 종이에 쓰면서 쉽게 프로토타입이 가능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점프, 이동, 또는 그 외 속도나 가독, 물리적 변수들이 개입되는 여러 요소에 쓰기에도 괜찮을 것이다. 단계 4 : 알고리즘적 4번째 추상화 단계에서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매커니즘을 순서도, 의사코드 (pseudocode), 또는 명확한 안내가 기재된 동작의 순서를 통해 공식화한다. 이 LOA를 밸런싱에 사용하기는 어려운데, 이는 데이터 표현에 내재된 기본적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 매커니즘 동작의 논리적 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동작이 순서에 맞게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기에는 좋다. 복잡한 게임 시스템에서 이런 문제들이 초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으며, 그때가서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LOA4는 특정한 값이나 공식을 찍어낼 수 있다. 물론 디자이너가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LOA4의 사용에 있어 한 가지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LOA4를 사용하려는 이유가 어떤 매커니즘을 실제 게임에 적용되었을 때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종이 위에서 테스트하려는 것이라면, 실제 변수와 공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이 경우 플레이메이커 (Playmaker)와 같은 유니티를 위한 자동화 제한상태머신 툴이라면 아마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LOA4를 특정한 매커니즘에 기반한 로직이 제대로 동작할지 확인하거나 잘못된 처리 순서에 의해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할거라면, 각각의 상태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한 곳까지 들어가지 않고도 간단한 순서도나 순차적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해볼 수 있다. 내 경험상, 큰 프로젝트든 작은 프로젝트든 LOA4를 사용함으로써 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시스템을 이런 알고리즘으로 공식화하여 써내려가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디자이너들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단계 5 : 프로그램 코드 때로 어떤 매커니즘 (또는 매커니즘의 일부)를 LOA4를 지나쳐 직접 코드로 써내려가는 것이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 복잡한 시스템을 알고리즘적 구조로 공식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그 자체로서 최종적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이 될 수도 있어서이다. 코드로 직접 쓴다면 쉽게 표현될 수 있으며 더 적은 공간을 차지하고 디버깅에 소요되는 노력도 더 적은, 단순하고 작은 동작들이 굉장히 많이 포함된 알고리즘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아래의 이미지는 때로 한 줄의 코드가 제한상태머신의 여러 동작을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매우 특정한, 또는 매우 독립적인 매커니즘을 이런 방식으로 써내려가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 게임 디자이너가 직접 코딩을 하는게 아니라면 이 방법은 매커니즘과 그에 대한 설명을 그 자체로 실제 적용할 사람들, 즉 프로그래머에게 제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게임 디자이너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 여길 때는 말이다. 아, 그나저나 이런 말 혹시 들어보았는가? 게임 디자이너는 코딩하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5 trends that defined the game industry in 2013 본문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가마수트라 편집장의 글이라 당연히 북미 얘기입니다. 혹시나 흥미갖는 분들이 계실까봐 옮겨봅니다. 원문주소 : http://www.gamasutra.com/view/news/207021/The_5_trends_that_defined_the_game_industry_in_2013.php 가마수트라 편집장인 크리스 그래프트(Kris Graft)가 2013년의 큰 그림을 돌아보다 우리는 2013년을 과도기적 해로 얘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된 이유는 2개의 새로운 콘솔이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콘솔들의 발매조차 올해 게임 업계의 중대한 트렌드에 있어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과도기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2013년,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과 시스템에 걸쳐 공유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게임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을 목격했다. 이하의 내용들이 바로 올해를 규정한, 그리고 이후의 게임 개발과 사업에 영향을 줄 트렌드들이다. 비디오 게임 관음증 실시간 게임 방송 (livestreaming games - 아프리카나 트위치TV 등 게임 플레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이를 중심으로 모여 노는 것-vsc)과 게임 플레이 영상 공유는 2013년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이런 요소들이 실제로 재미를 유발하고 주류 유저들의 수용과 사용성을 지향하게 된 것은 바로 올해였다. 트위치는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있다.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SCE)부터 모장(Mojang)을 거쳐 CCP와 다른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게임을 실시간 방송하기 쉽도록 트위치와 융합하는 업데이트를 했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컨트롤러는 "공유"버튼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게임플레이를 끊김없이 간단하게 방송할 수 있다. 엑스박스원은 트위치 실시간 방송에는 약간 뒤처져있지만, 업로드 스튜디오(Upload Studio)와 '엑박, 녹화해!'라고 외치는 능력만 있으면 게임 플레이를 녹화하여 이후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은 여전히 조금이나마 차세대의 기적에 속한다. 좀더 내다보자면, 우선 실시간 방송 기능과 비디오 공유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게임과 플랫폼의 표준이 되어갈 것이다. 다음 단계는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을 디자인함에 있어 시작부터 관전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가상 현실이 현실이 되다 2012년 여름 오큘러스 리프트의 크라우드 펀딩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가상 현실의 흥분이 주는 새로운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2013년에는 수천개의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킷이 출시되면서 이 하드웨어가 갖느 잠재력이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사는 일전에 새로운 종류의 상호작용 경험을 시험하고 가상현실 고글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주체는 인디일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바로 그 일이 올해 일어났다. 개발자들은 리프트를 통해 홀로덱 스타일의 경험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은 유저에게 목이 잘려나가는 느낌을 주고, 호러 게임 내에 호러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정도인 것이다. 여기에 점차 가속도가 붙고있다. 오큘러스VR팀은 이미 많은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전 id의 기술부문 수장이던 존 카맥을 그 구성원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가상현실과 게임의 결합은 오큘러스VR뿐만이 아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VR을 개발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전 밸브 엔지니어들이 모인 테크니컬 일루전(Technical Illusion)사의 증강/가상 현실 CastAR 시스템과 같은 다른 스타트업들 또한 차후에 가상현실 기기를 주류 시장에서 상업화할 길을 모색 할 것이다. 메이저 콘솔 개발사들이 인디의 환심을 사려하다 올해 우리는 메이저 비디오 게임 콘솔 개발사들이 작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이전 어느때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 올해 있었던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의 발표에서, 퍼블리싱 정책과 작은 개발사들에 대한 전체적 태도에서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개발사들이 벽으로 둘러쳐진 콘솔의 정원으로 들어가길 간청하는 대신, 콘솔 개발사들이 인디의 환심을 사고 그들을 초대함으로써 콘솔 라인업을 키워주길 원했다. 이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는 콘솔에서 자가 퍼블리싱을 가능케하는 능력이었다. 자가 퍼블리싱에 대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의 전략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게임 개발자들의 원성에 주의를 기울여 자가 퍼블리싱 정책을 더 낫게 바꾼 바 있다) 콘솔 게임 시장은 마케팅 의존도가 크고, 상품 인지도 또한 그에 좌우받는 시장이다. 따라서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별도의 퍼블리싱 파트너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3사의 자가 퍼블리싱 정책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음에도 그 핵심은 이러한 별도의 퍼블리싱 파트너가 필요치 않도록 가려한다는 점이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게임을 완성하기 전에 팔기 알파 펀딩 - 플레이어들이 아직 개발중인, 따라서 만들어지지도 않은 게임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 - 이 올해들어 점점 더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모장의 마인크래프트는 이 분야의 초기 사례이다. 그러나 2013년 알파 펀딩계의 비중있는 변화는 밸브의 스팀이 도입한 얼리 억세스였다. 케발 우주 프로그램 (Kerbal Space Program), 행성 전멸 (Planetary Annihilation), 자연선택 2(Natural Selection 2), 프로젝트 좀보이드 (Project Zomboid) 등 알파 펀딩 게임들의 목록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개발자들은, 게임이 개발 중에 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기만 한다면 플레이어들은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을 경험하기 위해 돈을 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파 펀딩은 또한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 과정에 유저들의 커뮤니티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계속해서 현대의 비디오 게임이 만들어지는 방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디의 현실을 확인하기 인디는 수년간 큰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 시장이 성숙해져감에 따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그 이전 어느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어떤 특정한 플랫폼, 구체적으로 모바일이 얼마나 더 확장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할 수도 있다. 거대 회사의 소수의 게임들이 어떻게 차트의 최상위권을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도, 유료 게임들이 어떻게 지표 주도적 부분유료화 게임들로 바뀌었는지도, 프로덕션 퀄리티가 어떤지, 따라서 "인디 친화적인" 플랫폼에서 비용이 얼마나 치솟아 올랐는지도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아직 절정에 달하지 않았음을, 12월인데 이미 십여개의 스팀 게임들이 출시되었음을, 그리고 이러한 격동은 점점 더 격심해 질 것임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신, 스프라이 폭스에서 만든 트리플 타운이라는 게임의 리드 게임 디자이너인 대니얼 쿡이 최근에 가마수트라에 달아준 멋진 댓글을 링크하겠다. 이 댓글이 2013년에 대한 몇 가지 관점과 이후에 대한 현실적 기대들을 전해줄 것이다. ------------------------------------------------------------------------------------------ 좋은 내용이라고 봅니다만 아무래도 북미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은 차이가 좀 있다보니 애매하군요. 전 가끔 이런 것들이 헷갈리더라구요 - 북미나 일본에서 야단인데 우리나라에서 잠잠한 듯. 근데 정말 잠잠한가? -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는 듯 한데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잠잠한 듯. 근데 정말 잠잠한가? 등등등 ...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도 조만간 gdf에서도 뭐 이런거 좀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연말이기도 하고. - 올해의 5대 이슈 - 올해의 게임 5선 등등 순위 매기기라던가 ... 아 하지만 이 순위매기기는 참여율 저조로 폭망할 ... ㅋㅋㅋㅋㅋ
  10.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린 스탠리 우화(The Stanley Parable)의 리뷰를 GDF에 옮겨봅니다. 블로그 원본 주소: http://zerasionz.tistory.com/65 =================================================================================== 0. 들어가기에 앞서..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낯 선 이름의 게임 하나를 추천받게 됐다. 우선 이 게임의 플레이 소감부터 짤막하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적어도 내가 판단한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게임을 한다는 것, 디자이너에게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넘어,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과연 내가 이 게임을 감히 리뷰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과 "이 게임에 대한 최고의 리뷰는 '닥치고 그냥 해보세요!(Shut up and Play now!)'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게임은 바로 이제부터 소개할 "스탠리 우화(The Stanley Parable)"다. 글 실력도 리뷰 경력도 별로 없는 초보 게임 디자이너가 지금부터 오르지 못할 하늘을 쳐다보고 바벨탑을 쌓아올려볼까 한다. (PS1. 게임의 특성 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이 될 수 있으므로 플레이할 계획이 있는 분 중에 스포일을 피하고 싶으신 분은 플레이 하신 뒤에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PS2. 스포일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스크린샷의 첨부를 아끼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절대로 제가 스샷을 찍어 넣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Trust me.) 1. 첫인상 사전에 소개해 준 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그저 스팀에서 판다는 이야기만 듣고 정보를 얻기 위해 데모(Demo) 버전을 먼저 플레이해봤다. 비록 영어라 정확한 내용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데모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GUI로 해결했을 법한 여러가지 장치들을 레벨디자인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었고, 그 참신함만으로도 이 게임의 본편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호기심의 방아쇠를 당기기에는 충분했었다. 첨언하자면, 데모 플레이와 본편 플레이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므로 본편만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일 것이다. < 스탠리 우화 메인 메뉴 화면. 액자식 구성이 인상적이다. >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스탠리 우화는 시작화면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풍긴다. 그림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실제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이나 메뉴의 이동까지도 화면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에까지 반영되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내가 이 장면을 보고 문득 떠올린 영화는 고전 명작인 매트릭스(MATRIX)였다. 하지만 그 연상이 결코 개연성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오프닝 시네마틱이 재생되면서부터 바로 알게되는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스탠리(Stanley)"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한 때 매트릭스의 일부였던 앤더슨이었던 것처럼, 스탠리는 기계 부품처럼 근무하는 한 명의 화이트 칼라 사무직 노동자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계획처럼, 트리니티와 모피어스를 만난 앤더슨의 일상이 파괴된 것과 무척이나 닮은 낯 선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 스탠리 우화 시작 지점. 배경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스탠리의 사무실이다. > 2.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 스탠리 우화는 스탠리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1인칭 스탠리의 시점의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스탠리는 갑자기 중단된 업무 지시에 이상함을 느끼고 방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사라져버린 희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스탠리 또는 플레이어에게, 어쩌면 둘 모두에게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의 나레이션을 따라 스탠리와 플레이어는 사무실 모험(Adventure)을 떠나게 된다. 스탠리 우화는 이같은 "인터랙트 드라마"로 불리는 장르들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전체적인 흐름도 그러한 지시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굳이 괄호를 써가면서까지 강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1인칭 어드벤쳐"장르로 보는 것이 더 알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포럼에서도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는 인터랙트 드라마와 어드벤쳐의 차이는 "[대화] 스토리텔링 게임의 현재"에서 볼 수 있듯이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 여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인터랙트 드라마는 투 더 문(To the Moon)이나 곤 홈(gone home)과 같은 선형 구조로 이뤄져 플레이어가 정해진 이야기를 끊임없이 따라가는 "게임의 형식을 띤 소설 또는 영화"에 가까울 것이다. 이 때에 사용된 인터랙트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 세계에서 무언가를 조작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의미로 해석되며 샌드박스류에서 사용하는 "인터랙션"과는 차이가 있다. 마치 "다음"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가 재생되는 e-Book을 보는데, 그 다음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좀 더 복잡하게 설계된 느낌과 유사하다. 이는 분명 게임이라는 능동적인 매체의 장점을 통해 이야기의 전달력을 강화한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다른 매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고유한 장치의 활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정의는 결코 인터랙트 드라마 또는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정해진 이야기를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입장에 대한 표현이다. 인터랙트 드라마는 대개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어드벤쳐로 보고자 하는 이유가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이라는 점에서, "스탠리 우화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어드벤쳐 게임에서 이런 플레이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줬기 때문에 "스탠리 우화가 어드벤쳐 장르니까 플레이어의 선택이 유의미하게 동작하는구나"라는 부분은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문단의 시작에서 잠시 언급된 "스토리텔러"의 존재다. 스토리텔러가 존재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정해진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정해진 이야기가 있는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이 바뀐다면? 뭔가 논리에 문제가 생기는 기분이다. 정해져있다는 건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선택에 따라 바뀐다는 건, "안바뀌는 건데 바뀌어"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탠리 우화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보았다. < 어린 시절 한 번쯤 봤을 게임북 / 출처: 네이버 블로그(Link) > 그것은 바로 "게임북" 이다. 게임북은 위 그림의 하단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선택의 경우에 대해 이미 책 전체에 다 그려져 있고 독자는 선택에 따라 지정된 페이지로 이동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나간다. 1 page 에서 시작해 한 장씩 장을 넘기며 끝 페이지까지 진행하는 것을 선형 진행으로, 이처럼 필요에 따라 임의의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을 비선형 진행으로 놓고 본다면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이라는 낯 선 개념이 훨씬 쉽게 이해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스탠리 우화의 스토리텔러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읽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게임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어느 페이지를 펼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기본으로해서, 심지어 펼치지 않았던 곳에서 대략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 것인지까지도 읽어준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도록 읽어주든, 아니면 플레이어가 이미 내린 선택을 읽어주든, 이러한 게임북같은 방식을 통해 선택과 스토리텔링이 반복되는 것이 스탠리 우화가 제공하는 플레이 경험의 중심이다. 3. 치열한 선택 싸움 게임북이 아닌 전자 게임에서 인터랙션 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예시를 쉽게 떠올려보자면,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비주얼 노블"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0~30 대의 남성 게이머라면 흔히 알고있을 법한 Leaf 사의 투하트 등이 대표적인 예시 게임인 바로 그 장르 말이다. (Elf 사의 다른 게임들은 대체로 연애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니 그 것은 모두의 마음 속에 고이 넣어두도록 하자.) 하지만 이런 비주얼 노블은 동등한 조건들을 나열해놓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공략 캐릭터 선택),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다항 객관식 문제를 선택하거나(시간에 맞춰 이벤트 장소를 찾아가는 선택)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전자의 선택은 그야말로 무엇을 골라도 의미가 없고, 후자의 선택은 정답이 아니면 실패해버리기 때문에 이 또한 의미가 없다. 아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게임 기획 실패 사례"라는 시리즈 중에도 선택에 대한 비슷한 구절이 있어 잠시 인용해보겠다. 스탠리 우화 비교적 높은 자유도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인터랙션 플레이로 동작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게임은 겉보기에 스탠리의 일화를 그린 흔한 주인공의 일대기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그 내면에서는 스토리텔러와 스탠리를 조종하는 플레이어라는 "두 남자의 치열한 머리 싸움"을 그리고 있다(스탠리의 성별이 남자이므로 실제 플레이어 성별과 무관하게 두 남자로 설명함). 이 게임의 등장인물은 총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스토리텔러, 스탠리, 그리고 그 둘의 싸움을 관조하는 의문의 여성이 그들이다. 이 게임은 사실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한심하다는 듯한 여성의 나레이션이 게임 내에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획 실패의 인용 사례나 비주얼 노블과는 다른, 동등한 조건의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는 점과, 그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는 점이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의미있게 반영되는 큰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남자의 심리전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지는 항상 아래의 규칙을 따른다. 여기서 진행이 불가능한 세 번째 무반응을 제외하면,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은 끊임없는 2지선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분기는 크게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매 순간 순간의 선택지는 항상 두 가지로 일관되게 제공된다. 그리고 그러한 끝없는 두 갈래 길의 미로와 같이 펼쳐진 선택들의 흐름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져 이야기의 흐름을 급격히 바꿔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할 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스탠리 우화가 보여주는 최고의 인터랙션 스토리텔링이다. 이것이 이 리뷰의 제목이자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풀이 방식인 스토리 주도권의 전쟁, "MAN vs STORY"의 실체다. < 자꾸만 자신을 거부하는 플레이어(스탠리)를 어떻게든 자신의 스토리로 이끌고야 말겠다는 스토리텔러의 강려크한 의지의 발현.jpg > 4.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장치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한대로, 스탠리 우화의 인터랙션은 "선택"을 통해 발생한다. 이 게임에서는 위에서 말한 "선택 =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은유적인 의미 부여 외에도, 직접적으로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적 장치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또한 멋지게 동작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디자인 요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강력한 피드백 모든 종류의 선택은 반드시 거기 따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결과라고도 부르지만, 작용에 의한 반작용으로 부르기도, 혹은 어떤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라고도 부른다.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림과 음악은 각각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직접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와 시청각 효과를 버무려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단방향적인 흐름에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피드백. 피드백은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에 개입되고,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응답하는 과정이다. 바로 이러한 인터랙션은, 앞서 언급한 다른 매체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은 바로 그 인터랙션의 가장 큰 증거이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바로 이 선택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히 강력하게 제공된다. 일반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처럼, 스토리텔러의 지시를 따라 끝까지 진행하면 "Beat the game"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면서 상당히 무난한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별다른 "피드백"이라는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그림(스탠리 패러블 어드벤쳐 라인 tm)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저항의 선택을 하게되면 이를 어떻게든 제어하려는 스토리텔러의 의지에 의해 세계가 급변하게 된다. 그러면서 급기야 게임의 룰을 파괴해가면서까지 플레이어를 또다른 선택으로 몰아넣는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바뀌고, 바뀐 세계에 의해 다시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변화하게 되는 아름다운 인터랙션은, 바로 이 저항 선택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저항 루트 선택의 1차적인 피드백은 스토리텔러의 부정적인 반응에서 나타나고, 이런 종류의 선택이 누적되면 2차적으로 게임의 흐름이 바뀌면서, 종국에는 엔딩까지도 모두 바뀌어버리는 장치들은 스탠리 우화의 피드백이 주는 훌륭한 플레이 경험이다. 2) 번복 불가 많은 선형 게임들이나 FPS에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이슈로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이지 구분이 명확한 경우엔 이전 스테이지로 진행하는 루트가 원천 봉쇄되거나, 방 형식인 경우 도어를 차단해 퇴로를 막아버리는 경우를 여타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탠리 우화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번복할 수 없도록 들어온 방 문을 닫아버리거나, 아니면 A라는 버튼을 누른 뒤에는 B라는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드는 등의 번복 방지 장치가 계속해서 사용된다. 이는 방금 말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예기치 못한 이슈를 방지하는 적절한 방법임과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더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5. 롤플레잉의 금기, 메타 게이밍 초반에 스탠리 우화를 1인칭 어드벤쳐 장르에 가깝다고 표현했었는데, 사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전투와 성장이라는 최근 RPG라는 상징성과는 다른, 고전적인 역할 놀이라는 측면에서의 RPG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 배우게 된 롤플레잉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메타 게이밍(Meta-gam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RP(롤플레잉)서버에서 MMORPG를 플레이할 때는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RP의 룰이기 때문에, 와우를 하면서 뜬금없이 "아, SBS에서 상속자들 할 시간이다. 가서 TV보고 와야지" 같은 게임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모종의 규칙이 있다. 게임 바깥의 것들을 게임으로 가져오는 행위를 메타 게이밍이라고 부르면서 일종의 나쁜 행위로 규정짓고 있는데, 스탠리 우화는 이 메타 게이밍을 게임 스스로가 하고 있다. 초반에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은, 바로 스탠리 우화의 이 메타 게이밍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모 버전에서는 스토리텔러가 원래 준비된 엔딩 씬을 찾지 못하겠다며 허름한 공간에서 "자 이게 엔딩이야"라고 설명한 다음, "엔딩.. 엔딩이 어디갔지? 엔딩 보신 분?" 같은 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본편의 스토리텔러는 자꾸만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는 스탠리가 스탠리가 아닌 그를 조종하는 게임 바깥 세계의 "플레이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사실 1. ~ 4. 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스탠리 우화는 충분히 잘만들어진 비선형 인터랙션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아이폰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혁신"이라는 표현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처음에 말했던 "충격"이라는 표현까지 쓰기에는 과찬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탠리 우화가 게이머와 게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강력한 메시지, 즉 게임이 스스로 메타 게이밍이라는 룰 브레이킹을 통해 게임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느껴본 적 없던 충격 그 자체였다. < 말을 안듣는 플레이어에게 스토리텔러가 보여주는 "선택에 대한 교육용 시청각 자료". 선택의 의미가 이처럼 큰 게임이, 선택이 의미 없으니 제발 시키는대로나 하라는 걸 직접 가르치고 있다. > 스탠리 우화의 역설은 거시적으로 메타 게이밍으로 게임의 정의하기도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롤플레잉을 파괴해서 롤플레잉을 "교육"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처럼 어떤 루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스토리텔러 입장에서) 무의미한 저항을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용 시청각 자료를 뜬금없이 틀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수 차례 플레이를 지속하다보면 스토리텔러가 진행이 꼬였다며 게임을 재시작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게임 안에 게임 제작 세트들이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이와 같은 룰 브레이킹을 통해, 이전 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 "이봐 플레이어! 니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지 더 이상 스탠리가 아니야! 스탠리의 입장을 헤아려보라고! 롤플레잉은 그런 거야!"와 같은 직접적인 메타 게이밍 대사는, 얼마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됐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Last of us)의 결말씬이 플레이어의 입장과 캐릭터의 입장에서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서 아키텍쳐를 만난 네오가 느끼는 당혹스러움과도 오버랩되기도 한다. 세계관의 매커니즘을 직접 설명해주는 캐릭터라니..! 0. 마치며..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에, 한 사람의 게이머이자 게임 디자이너로서, 항상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기면서 한 켠으로 제쳐두었던 그 질문이 다시금 눈 앞에 던져진 기분이다. "게임이란 건 뭘까?" 나는 이 질문에서 서두부터 끊임없이 연결지으려 애썼던 매트릭스의 테마가 겹쳐보인다. "매트릭스란 건 뭐지?(What is the Matrix?)" 모피어스는 매트릭스가,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 규칙이자 세계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탠리 우화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제는 클리셰에 가까운 짤방인 원사운드 님의 카툰 짤이 다시금 인용될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게임을 하는 진짜 이유.jpg / 출처: TIG 원사운드 님 웹툰 (Link) >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RPG는 ㅇㅇ여야지!" / "RTS는 ㅇㅇ가 생명이야!" / "MMO는 ㅇㅇ가 없으면 안돼!" 와 같은 모든 이야기들을 뭉뚱그려보면, 우리는 말로는 답이 없다고만 했던 게임에 대한 정의를 사실은 "게임은 당연히 ㅇㅇ지"라는 식으로 축약해 재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게임이라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재미만 주면 그걸로 충분한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풀이해보고자 고군분투했으나 전달이 잘 되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늅늅을 위한) 게임 디자인 분석하기"에도 쓰여있다시피, 가장 좋은 경험은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다. 그리고 스탠리 우화라는 독특한 게임은, 그 독특함 덕분에 간접 경험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나의 문장력이 부족한 탓은 굳이 말해 입아플 정도이니 생략하는 것으로 해두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멋진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스팀 페이지를 공유하도록 하면서, 신성모독에 가까운 무모한 리뷰를 마쳐볼까 한다. The Stanley Parable 스팀 페이지: http://store.steampowered.com/app/221910/
  11. hwangmaru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래는 이 놀라운 게임을 해보라고 독려 글을 썼었으나.. 차라리 리뷰를 쓰라는 지인의 요청이 있어서 간략하게 써보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으므로 -_-; 거두절미하고 제일 인상 깊었던 것 만으로 써보겠습니다. 1. 모바일 rpg주제에, wow같은 다채로운 종류의 콘텐츠가 들어가있다. A. 경험치를 주는 초반던전류/경험치는 없지만 강화재료를 드랍하는 영웅던전류 = 와우의 만렙 이전.. 레벨업을 위한 던전/만렙 던전, 영웅던전 B. 유저간 PVP가 있고, 이를 통해서 투기장 평점 같은 것을 올려서 강력한 무기를 얻는다 = 와우의 투기장 (던전과 가챠로는 강력한 캐릭터를 얻지만, 고급 장비는 pvp를 통해서 얻음. 물론 던전에서도 장비가 드랍되기는 하지만 매우 낮은 확률) C. 보스대전이라는 강력한 하나의 몬스터에게 얼마나 극딜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 경쟁하는 모드가 있다. = 와우의 레이드 dps 미터기 (심지어 보스의 장판과 강력한 딜을 피해야하는 것도 wow레이드의 기믹과 유사함) 2. 본격 오토 사냥 rpg 오토사냥은 중국작업자들의 생계수단처럼 인식되고, 게임의 재미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치트처렴 여겨졌지만, 본격적으로 오토사냥을 모바일 RPG와 결합하니 여러가지 의미가 생겼습니다. A. 관전의 재미 많은 비게이머들이 게이머들처럼 rpg를 해보는 꿈을 꿔봤겠지만 왠지 무척 어려워보이고, 학습할 것도 많고, 게임폐인처럼 보이거나 그리 될까봐 무섭고 기타등등 여러가지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오토 사냥 rpg는 진입장벽을 엄청나게 낮추면서 마치 진짜 그럴듯한 온라인 rpg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게다가 그래픽이나 타격감 연출등이 흡사 온라인 rpg스럽기 때문에 구경만 해도 흥이난다. B. 모바일의 어려운 조작한계 극복 사실 모바일에서 액션RPG를 버춸스틱으로 조작하게 한다면 타격감을 살리지도 못하면서 조작에 엄청난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터치 환경에서 어떻게 액션을 표현할지는 아직도 답이 안나오는 점이다. 애초에 오토라면 그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제 full auto가 아니라는 점도 재미있다. semi auto여서.. 오토 모드에서도 내가 타게팅을 바꾸거나 스킬을 의도적으로 쓰게 할 수도 있다. 오토를 풀지 않은 상황에서도.. 즉 네비게이션만 오토로 해놓고 플레이해도 매우 쾌적하다. 조작감이나 타격감을 오롯히 느끼면서 터치환경에서도 불편하지 않게 게임할 수 있는 것이다. C. 모바일의 잦은 일시정지의 한계 극복 RPG처럼 어려운 게임을 하거나, 액션성이 강한 게임은 게임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복귀했을때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내가 어디까지 했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뿐더러, 액션의 어떤 합을 하다가 멈췄는지 기억을 되살리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오토라면 그럴 고민이 필요 없다. 내가 조작한게 아니니까... D. 직장인을 위한 게임 직장인들이 일하면서 틈틈히 짬을 내서 모바일게임을 하거나, 몰래 눈치보면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몬길은 그렇지 않다. 일을 하면서 떳떳히 플레이를 해도 된다. 왜냐하면 나는 조작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뭔가 다른 일을 하고, 게임은 게임대로 알아서 돌고. 이건 마치 2인분의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내가 뭔가 엄청나게 시간을 아낀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매우 낮은 드랍확률도 그다지 체감되지 않는다. 몇시간 돌려놓고 어느새 인벤을 보면 아이템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E. 타 모바일 게임을 못하게 만드는 독점권 확보 D항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애초에 다른 게임을 돌릴 수가 없다. 몬길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핸드폰은 그냥 온니 몬길 플레이어가 된다. 으아.. 짧게 쓰려고 했는데 orz.. 빠르게 마무리 할께요.. 죄송 3. 패배가 부담이 안되는 pvp 플레이 본인은 과거에 여러 pvp게임을 만들어봤는데, 패배에 대한 care는 정말 답이 없는 문제였다. pvp게임을 할때 누구나 이기고만 싶어하는데, 반드시 지는 사람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게 나일 경우가 많다. 이건 매우 슬픈 일이고 자꾸 지는 것이 짜증나게된 유저들은 아예 pvp게임을 안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pvp를 위한 피지컬에서 뒤쳐지면 알아서 접게 된다. 패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고로 패배에 긍정적인 사람조차도 현재의 패배를 반성삼아 반드시 승리할려는게 목적이다. 몬길의 pvp는 매우 특이하다. 접속중인 유저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저의 계정과 싸울 뿐이다. 유저의 조작이 일체 배제되기 때문에 그냥 다른 유저계정의 스탯을 불러다가 자신의 팀과 싸움을 붙일 뿐이다. 나의 경우는 패배하면 패배가 기록되지만, 내가 불러온 싸움 대상은 패배가 기록되지 않는다. (애초에 자기가 불려간지도 모르고, 동의도 안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 게임은 동등한 실력끼리 매치시키지 않는다. 늘 내가 승리할 수 있는 매치를 주선한다. 나는 승리를 만끽하고, 패배한 상대방은 패배가 기록되지도 않고 애초에 그런 매치가 있었는지의 사실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오직 승리만 있는 pvp인 것이다. 그래서 매우 형편없는 덱과 아이템을 가진 유저조차도 승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참여율이 엄청나게 높다. 앗.. 부장님이 불러서 ㅂㅂㅂ
  12. kaelove1234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앵그리버드 고를 어제 플레이 해봤습니다. 소감을 주절주절 써보도록 하죠. 게임은 앵그리버드의 새들이 레이서로 참가하는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각 맵의 여러 모드를 클리어하고 라이벌과 대결하여 승리하면 해당 라이벌을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네요. 각 캐릭터들은 플레이할 때마다 스테미나를 하나씩 소모하며, 5개의 스테미나를 모두 소모하게 되면 장기간 휴식하거나 보석을 10개 써서 즉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수는 5종류 이상으로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앵그리버드에서는 도전에 어떠한 자원도 소모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 하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합니다. 뭐, 캐릭터마다 스테미나가 따로 있고 캐릭터를 플레이 진척에 따라 공짜로 주는 시스템 때문에 교체해 가면서 플레이하면 그다지 압박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공짜는 아니죠. 보석은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때 얻거나,가끔 게임 도중 필드에 놓여있거나 합니다. 한국에서는 특수한 조건을 제외하고 결제 재화를 게임 내에서 드랍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말이죠. 각 시스템들이 진행될 때마다 하나씩 열리는 튜토리얼 시스템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만화처럼 이미지로 표시합니다. 앵그리버드 애니메이션도 있다던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초반에 게임이 느린 것 같아서 '아이폰 5인데 뭐지?' 했는데 알고 보니 시작 차량이 너무 부실해서 그렇더군요. 업그레이드하니까 제법 속도감도 납니다. 아, 말이 나와서 말입니다만 차량과 차량이 부딪치면 파괴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패널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게임의 구조 상 다음 맵이 열리기까지 2~30번 동안 한 맵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두 개 정도의 분기가 있고 게임 자체가 원체 빨리 끝나기 때문에 그다지 지루하다는 인상은 없네요. 무엇보다 햇살이라던가 쨍쨍한 픽사풍(?) 그래픽이 너무 좋아서 눈이 질릴 새가 없습니다. 게임 모드는 레이싱과 시간 제한 내에 돌파하는 것, 장애물 피하기, 그리고 도로 상에 놓인 과일들을 최대한 파괴하면서 가야 하는 모드가 있습니다. 뭐, 일반적인 것들이니까 넘어가죠. 아, 앵그리버드답게 레이싱의 첫 시작은 새총으로 차량을 날리는 식으로 연출을 해놨습니다. 성장 시스템으로는 카트를 레이싱 보상인 골드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인데, 모든 파츠를 업그레이드하면 새로운 차량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이 변화의 과정이 확실해서 성취도가 있습니다.(다만 미리 다음 차량이 있음을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유료로 살 수 있는 차량은 확실히 나무로 만든 차량에 비해 뽀대나지만 가격이 꽤 비쌉니다. 49달러 정도 하는 것 같네요. 부러운 것은 이런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차량이나 기능을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과도한 현금 결제 컨텐츠도 없고요. 로딩 화면에서는 이 게임이 특정 브랜드의 아이템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일종의 게임 내 광고인 것 같습니다. 앵그리버드 고의 소셜 요소는 그리 많지 않고 페이스북에 연동해 스테이지마다 기록 점수를 친구와 대조하여 순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뭐, 어떤 식으로 점수가 책정되는지는 애매합니다. 어쩔 때는 점수가 높지만, 보통 게임을 하다 보면 비슷비슷한 점수를 얻게 됩니다.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멀티플레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한 모바일 레이싱 게임이 있다는데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앵그리버드 고가 카카오톡으로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흥미진진합니다.
  1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The meaning of "Doom" 둠 20주년을 맞아 여기저기서 이를 언급하는 글들이 나오네요. 일단 짤막한 놈으로 하나 물어왔습니다. http://www.economist.com/blogs/babbage/2013/12/video-games 20년전 오늘, id Software라는 텍사스의 작은 회사가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의 FTP 서버에 파일 하나를 업로드했다. 이 파일은 거의 모든 사람이 들어보았을 몇 안되는 비디오게임, "둠(Doom)" 이었다. 둠은 백만장이 팔렸고, 가능한한 모든 하드웨어로 이식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자랑한다. 이는 비디오 게임처럼 개별 작품의 수명이 아주 짧은 분야에서는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둠은 왜 그토록 특별한가? 흔한 대답으로 최소한 그 당시에는 엄청났던 그래픽이 있다. "둠"은 플레이어를 현실적인 3차원 세계에 데려다 놓는다.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당시의 하드웨어에서 그런 성취가 준 충격을 설명하기는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둠"은 인텔의 386CPU에 4메가의 램에서 돌아갔다. 이는 현대의 최신 핸드폰 카메라가 찍는 사진 몇 장의 용량과 같다. 게임 플레이 - 타이트하고, 빠르며, 군살이 없는 - 또한 종종 언급된다. 비교적 간단한 멀티플레이어 모드를 통해 두 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연결하여 게임 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의 게이머들에게 그 충격을 전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상 현실"은 당시 거대한 유행어였으며, 둠은 바로 그런 가상현실을 책상 위로 끌고와 친구와 공유하게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가상현실을 통해 그들은 서로에게 원자무기를 쏘아대곤 했다.) 컨텐츠는 논쟁적인 부분이 있었다. 게임은 악마적 이미지와 가득한 피로 유명했으며, 이는 비디오 게임이 청소년들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사건의 가해자들은 둠의 팬들이었다)의 정신 건강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초기의 윤리적 공포에 불을 당겼다. 둠이 1인칭 시점을 제공하는 최초의 게임은 아니었지만 (id Software가 둠보다 먼저 출시한 울펜슈타인 3D 또한 같은 시점을 사용하고 있었다) 1인칭을 먼저 도입한 게임들 중 하나였다. 현재 1인칭 슈팅 게임은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제품들 중 하나이다. 필자에게는 기쁘게도, "둠"이 일으킨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절묘한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비디오 게임은 주로 수동적인 엔터테인먼트 제품으로, 상호작용적인 텔레비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나 사서 엔딩을 볼 때까지 또는 지겨워질 때까지 플레이한다. 그러나 "둠"은 너무나도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유저들을 더 파고들게 만들었다. 그들은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자기자신만을 위한 스테이지를 만들어냈다. 기초적인 CAD 프로그램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낸 세계에서 뛰어노는 것은 놀랍고도 자유로운 경험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필자의 첫번째 커스텀 스테이지는 자신의 집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그 자체를 가지고 놀게 만들었다. 무기의 작동 방식이나 몬스터의 행동을 바꿔보면서. 컴퓨터를 좋아하지만 컴퓨터의 동작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는 12살 먹은 이에게 이런 방식으로 컴퓨터를 다뤄보는 것은 내부의 매커니즘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것이었다. 둠을 여기저기 고쳐보면서 노는 것은 컴퓨터라는 기계와 거기에 담긴 프로그램들의 신비에 대해 배우는 멋진 방법이었다. id는 이런 인가받지 못한 개조를 멈추려고 하는 대신 끌어안았다. is의 다음 게임인 "퀘이크(Quake)"는 이런 일들을 독려하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둠과 퀘이크가 불을 당긴 이러한 개조, 또는 "모딩(modding)" 활동은 게임 산업의 성장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필자는 다른 이들의 창조물을 재조립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게임 업계에 뛰어든 인물들을 알고 있다. (id의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팀 윌리츠(Tim Willits) 또한 집에서 혼자 만든 "둠"의 맵을 회사에서 인정받아 채용되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상업적 제품들 - 때로 특정한 게임 장르 전체 - 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보면, 게임에 매료되어 자신의 침실에서 신나하는 10대 소년 (때로는, 드물긴 하지만, 소녀)을 만나볼 수 있다. 둠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일개 매체 소비자에 불과했던 플레이어를 맘먹기에 따라 프로듀서도 될 수 있는 존재로 바꿔놓았으며, 이는 다른 매체에서 찾아보기는 무척 힘든 경우이다. 아마추어 영화제작자가 자신의 열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장비들과 출연진이 필요하다. 악기 연주에 숙련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연습이 필요하며, 밴드를 꾸리려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필요하다. 소설을 쓰는 것은 좀더 쉬워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자기만의 둠 모드를 만드는 것은 하루나 이틀만 배우면 될 정도로 쉬웠다. 약간의 연습만 거치면 프로급의 결과물을 양산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저생성 컨텐츠"는 수년전에 떠오른 유행어이지만, 그 시작은 이미 둠이 점유하고 있다. 냉소적인 사람들이라면 둠을 그저 일개 비디오 게임으로만 취급할 것이다. 아마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둠이 허락한 개조의 자유는 컴퓨터 문화의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진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초창기에 컴퓨터란 단지 다른 이들의 제품을 소비만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컴퓨터는 사용자의 창의력에 의해서만 제한을 갖는 기계이자, 정보화세대를 위한 생산 수단이었다. 데스크탑 컴퓨터는 해방을 위한 것이었으며, 보통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도구였다. (오늘날 3D 프린터가 시사하는 바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둠의 코드를 작성한 기술 거장 존 카맥은 그 자신이 고전적 의미의 해커였으며, 오픈 소스 및 실험 실천에 참여했었다. 컴퓨터 게임의 내부를 가지고 노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이런 세계로 향하는 첫번째 발자국이었다.
  14. Linea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LOL의 단점을 꼽아볼까 하며 처음에 글을 쓰다 주 초에 Heroes of Storm (이하 HOS)을 봐버렸습니다. LOL에 비해 정 반대의 물건이 나왔더군요. 제가 평가중인 AOS게임들의 특색을 비교하자면 LOL: DOTA를 좀 더 캐주얼하게 설계 DOTA2: 기존 DOTA 시리즈의 정통성에 초점을 맞춤 HOS: LOL에서 더 간략하게. 입니다. 1.박리다매 지금 있는 회사에서 개발하는 것도 MOBA류 게임입니다. HOS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모드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각각 모드가 다양하지만 게임플레이가 그렇게 복잡하게 되어있지 않죠. LOL이 DOTA에 비해 캐주얼하다 평가한 이유는 라인전을 가져왔지만 denying 과 같은 '라인전보다 더 학습하기 어려운' 부분을 없앴다는 것 때문입니다. HOS의 경우 LOL에는 없는, '맵의 특정 오브젝트를 활용하는' 기능들이 공개된 맵들에 들어가있습니다. LOL의 경우 3개의 라인을 유지하지만 '도타보다는 쉽게!' 정도의 수준입니다. HOS의 경우는 LOL의 라인전을 더 줄이려 했다고 봅니다. LOL만큼 깊은 학습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데, 심지어 모드의 수도 다양합니다! 복잡한 게임성을 가볍게 하는 대신 물량으로 커버한다는 느낌입니다. 맵이 최소 2개는 더 나올거라더군요 2. 특성을 ingame play로. 사이퍼즈의 경우 아이템을 세팅해서 인게임에서 플레이합니다. 이런 경우 아웃게임에서 캐릭터의 유형별로 보통 최대효율을 내는 세팅을 합니다. 반면 HOS의 경우 아이템을 배제했습니다. 대신 특성을 넣었죠. 특성에 따라 탱커의 플레이를 할 수 있고, 혹은 탱커에서 갑자기 딜러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이퍼즈 하면서 답답했던 점은 내가 예상한 아이템세팅에서 인게임에서 임기웅변식의 변화를 못준다는 것이었거든요. 아이템이 삭제된 또다른 의의는 바로 유저가 다른 유저에게 비난을 할 여지를 없앤다는 점입니다. 마법사 캐릭터를 골랐는데 정작 든 아이템은 물리 공격력을 올려주는 롱소드! 라는 상황이면 보통 LOL에선 '어휴 트롤러' 라며 가끔 부모님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아이템을 없앤다는 건 그런 여지를 줄인다는 것이죠. 또다른 특이한 점: 상황에 따라 궁극기를 선택할 수 있다. 궁극기의 경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기존과는 다른 기획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아이템을 배제한다는 선택을 더 강화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빼더라도 아이템의 역할을 할 것이 필요하다 -> 그렇지만 좀 더 가볍게 기획해보자 라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 막타도, CS도 없고, 킬카운트도 없다. LOL에서 보통 팀원이 같은 팀원에게 욕을 하는 이유는 내가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보상을 가로챈다고 느낄 때입니다. 막타를 치면 경험치가 들어오고, 돈도 들어옵니다. 어시스트도 들어오지만 직접 킬을 했을 때보다 보상이 덜하죠. LOL과의 차별화라는 느낌에서라면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잡으면 경험치도 모든 캐릭터가 고르게 나누어 갖는다는 것도 '킬 경쟁'을 완화시키려는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 레벨 좀 낮다고 욕 먹을 일 없고 막타 못했다고 욕 먹을 일 없고 아이템 제대로 못맞췄다고 욕 먹을 일 없고 적 영웅 많이 못잡았다고 욕 먹을 일 없네요 좋다!" 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4. 결론 분명히 아이템을 빼더라도 유저는 이런저런 메인트렌드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특성 xxx로 갔네 어휴 저런 초보' 라는 말은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상황을 최소화 하려 했다 라는 점에서는 블리자드의 선택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4.1 캐릭터 vs 맵 라인전은 꽤 하드한 스킬입니다. 이걸 최소화 해버리고 각각의 맵이 가진 게임성들로 커버한다는 것은 LOL처럼 한 맵에 모든걸 걸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컴x스의 '미니게임천국' 같은 느낌의 미니게임 같은 MOBA를 만들어보겠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LOL이 챔피언 위주로 개발을 하는 것은 신규모드의 비용이 비싸고, 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더 저렴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엇과 블리자드의 개발에서의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게임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MOBA 개발에서는 어떤 쪽에 더 중점을 두게 될까요? * 사실 '블리자드라서 많은 맵을 넣을 수 있는거 같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으로 글을 써봤는데, 생각을 정리하고 고르고 고른 게 이정도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15.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스팀 가을 세일 기간 동안, 평가가 좋다는 말에 덥석 사버린 Gone Home 감상입니다. 원래는 리뷰를 쓰고 싶었습니다만, 누군가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리뷰 할 도리가 없군요. 게임은 1년여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케이틀린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자동 응답기에 늦은 밤 도착하고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탈테니 마중나올 필요 없다고 메시지를 남기긴 했습니다만, 어머니는 커녕 아버지도, 여동생도 보이지 않습니다. 케이틀린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Gone Home은 위와 같이 케이틀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마우스 이동과 WASD 키를 사용해 FPS 게임 처럼 자유롭게 집 안을 이동할 수 있고, 원하는 곳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거나 닫거나 물건을 집거나 보는 등의 모든 행위는 마우스 클릭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사실 이게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사실 이 Gone Home을 게임으로 보아야하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물건을 줍고 소지품을 사용한다거나,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퍼즐을 푸는 등의 모든 게임 플레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널려있는 메모나 노트를 보는 것이 유저가 할 수 있는 전부지요. 물론 중간 중간 잠겨 있어 지나갈 수 없는 문과 같은 장애물도 존재합니다만, 이들은 모두 이동의 결과로 그냥 열립니다. 등장 인물 없이 노트나 메모만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스토리 텔링은 이미 시스템 쇼크 2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Gone Home에서 노트와 메모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용자가 스토리를 유추하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메모를 건드리면 난데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금 이 집에 있지 않은 다른 등장인물의 독백을 재생되고 메모는 이 독백을 보충할 뿐이죠. 사실 이 독백이 상당히 생뚱맞기 때문에 주인공이 혹시 싸이코메트러가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게임플레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스토리텔링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선 To The Moon과 비교되긴 합니다만 To The Moon은 유치하나마 미니게임 퍼즐이라도 있었던 반면, Gone Home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미니 게임을 떼놓고 보자면,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라는 점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To The Moon이 3인칭 시점에서 대사와 연출로 그 스토리를 전달한 반면 1인칭 시점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어떠한 연출 없이 독백으로 풀어간다는 점은 뚜렷한 차이입니다. 게임플레이를 떠나서 과연 Gone Home이 제공하는 경험은 만족스러운지를 본다면, 좀 애매합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조금 신선하긴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스토리 자체의 스케일이 작고, 너무 단조롭습니다. 좀 신파긴 하지만 To The Moon의 스토리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작고 간단한 일로 시작해서 반전과 큰 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반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죠. 스토리 자체도 누구나 코끝이 찡해질만큼 서정적이면서 또한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구요. 하지만 Gone Home은 그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고 중반부에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결말에 이르러선 허탈해집니다. 게임으로든,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로든 $19.99는 폭리입니다. 플레이시간이 80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요. 하지만 $5 이내로 구입하실 수 있다면 뭐 VOD로 그냥저냥한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고 즐길만은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 1인칭 인터랙티브 독백 재생기를 게임으로 사라고 추천하신 Voosco님께서는 저에게 술을 사주시기 바랍니다.
  16.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미지가 안보이시는 분들은 블로그 한번 들렀다 오시면 보일겁니다... http://tophet.tistory.com/97 0. 퍼즐 퀘스트 시리즈의 최신작 테트리스, 레밍즈, 비쥬얼드, 애니팡 등 전통적으로 퍼즐은 하드 코어 게이머는 물론, 캐쥬얼 유저들에게도 고루 어필할 수 있는 장르였습니다. 그리고 RPG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꾸준히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아주 강력하게 부여할 수 있는 장르죠. 그리고 퍼즐 앤 드래곤(이하 퍼즈도라) 덕분에 우리 모두는 이 둘의 결합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YS 등과 같은 액션 RPG나 창세기전 등과 같은 SRPG가 80년대에 이미 등장했던 반면 퍼즐 RPG는 21세기에 들어서고나서야 개척됩니다. 액션이나 전략과 달리 퍼즐과 RPG의 성장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었죠. 퍼즐은 당면한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고, RPG의 성장은 계속된 플레이가 중첩되어 캐릭터가 점점 강력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성장을 해서 퍼즐이 쉬워진다면 그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성장 했지만 메인 플레이인 퍼즐은 그대로라면 그것 또한 이상하지요. 지금은 소드 앤 포커, 마이트 앤 매직 클래쉬 오브 히어로즈, 퍼즈도라 등 다양한 게임들이 퍼즐을 전투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 방법론을 사용하고 퍼즐 RPG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은 퍼즐 퀘스트였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as0bWq28hRY 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퍼즐 퀘스트는 말 그대로 RPG의 모든 것과 매치3 퍼즐의 모든 것이 함께 망라되어있는 용광로 같은 게임입니다. 아이템을 사고 육성하고 모험을 떠나고 대화하는 모든 행위는 RPG인 반면, 전투는 비쥬얼드 스타일의 매치3 퍼즐로 구성되어있지요. 색색깔의 젬을 모은 뒤 해당하는 젬으로 마법을 쓰거나 해골 젬을 맞출 경우는 적을 직접 공격합니다. 그리고 무기와 방어구 등의 아이템들이 이 전투에 능력을 더해주지요. 지금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구성입니다만, 등장 당시만 해도 굉장히 획기적인 컨셉이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1bDIkFj3x7M 하지만 정작 퍼즐 RPG가 대중화된 지금, 오히려 퍼즐 퀘스트의 이름은 듣기 힘들어졌습니다. 퍼즐 퀘스트의 성공 이후로 내놓은 속편들이 죄다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퍼즐 퀘스트 갤럭트릭스는 일단 배경이 SF였고(SF가 뭐가 어때서!!! 라지만 사실 SF 소재로 성공한 게임이 드물죠) 퍼즐이 6각형 맵으로 바뀌면서 퍼즐을 풀기도 어렵고 그래서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6각형 퍼즐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이 영상만 봐도 도대체 블록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http://youtu.be/ioL5dJkPlNI 퍼즐퀘스트2는 다시 중세풍 판타지와 정방형으로 돌아왔습니다만 RPG 파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RPG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던전 탐사는 사실 1편에선 퍼즐 그 자체로 대체되었습니다만, 이번엔 그 던전 탐사 자체를 RPG 파트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이죠. 그리고 보다 세분화된 아이템 슬롯과 다양한 아이템(및 그 속성) 등을 보면 이건 그냥 디아블로라는 생각 밖에 안듭니다. 물론 디아블로는 훌륭한 게임입니다만 디아블로의 전투는 기존 RPG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하나의 전투가 퍼즐인데 거기에 디아블로까지 얹으니 게임이 상당히 무거워졌죠.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풍이었던 전작과 달리 땀내 후끈 나는 양키 스타일로 바뀌면서 캐주얼한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어필하기 힘든 스타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덤으로 아이폰용은 말 그대로 그냥 단순 포팅이라 손가락 조작에 전혀 특화되어있지 않았죠. 퍼즐의 젬을 제외한 모든 버튼들이 너무 작아서 정말 누르기 힘겨웠습니다. 2에서 굉장히 실망한 터라, 사실 신작을 기대하고 있진 않았는데, 얼마전 지인이 퍼즐 퀘스트 신작이 나왔다고 추천하시더군요. 바로 마블 퍼즐 퀘스트였죠.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를 플레이하고 있고 관련된 글도 많이 쓰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전 딱히 마블 코믹스의 팬은 아닙니다. 마아블로도 애초에 아무 기대 안하고 그냥 신청한 베타가 되었다가 디아블로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가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고, 페이스북 / iOS용 마블 얼라이언스도 페북 게임 치고 드물게 RPG라서 좀 하다가 관둔 것이지요. 마블 워 오브 히어로즈는 당시 모바일 CCG 연구 보고서를 쓰기 위해 플레이했었고 끝나자마자 지웠습니다. 쓰고 보니 참 설득력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든 전 마블 게임의 경우 대부분 '마블' 게임이라기 보다는 마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이 마블 퍼즐 퀘스트 역시 '퍼즐 퀘스트 신작인데 스킨이 마블'이라는 느낌으로 게임을 설치했죠.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20불을 현질한 뒤였습니다. 이거 굉장히 쉽지 않은게, 전 아이튠즈 미국 계정을 사용 중입니다. 미국산 신용카드가 없기 때문에 오픈 마켓에서 기프트카드를 사서 충전하고 있지요. 기프트카드는 상품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무통장 입금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구매할 수 없습니다. 오픈 마켓에서 검색한 뒤 주문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송금하고, 코드 찍힌 메일 기다리고, 다시 이걸 모바일에서 언락하는 이 귀찮은 프로세스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일입니다 사실은. 그런데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20불을 질러버렸단 말이죠. 그러니 이 게임을 여러분께 소개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1. 보다 캐주얼해진 퍼즐 전투 우선 퍼즐 구조부터 전작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기본적인 비쥬얼드 룰(애니팡 룰)을 따라 매 턴 마다 젬 하나를 그 상하좌우 1칸 이내의 다른 젬과 서로 바꿀 수 있고, 같은 젬이 셋 이상 가로 또는 세로로 이어지면 해당하는 젬들은 사라지며(매치), 매 턴 마다 최소 1개의 매치는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4개를 일렬로 이으면 턴을 상대에게 넘기지 않고 추가턴을 받았던 1,2편과 달리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추가턴 없이 그 4개를 포함하는 한줄을 통째로 날립니다. 가로로 4개가 이어졌다면 한 행(Row)을, 세로로 4개가 이어졌다면 한 열(Column)을 날리죠. 5개의 보석이 연결되면 앞서 언급한 추가턴을 받고 하나의 크리티컬 젬(위에 M)을 얻게 됩니다. 크리티컬 젬은 와일드카드처럼 아무 젬으로든 연결될 수 있고, 매치가 이루어지면 크리티컬 데미지를 줍니다. 퍼즐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투 방식 그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1편이든 2편이든 기본적으로 퍼즐 퀘스트에서 젬을 없애서 데미지를 주는 것은 해골 젬을 없앴을 때 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격은 퍼즐 보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킬이나 무기를 사용해야만 하고, 퍼즐은 이 스킬/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죠. 각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각종 색상의 마나가 일정량 이상 필요하고, 젬을 없애면 해당하는 젬의 색깔에 해당하는 마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였습니다. 퍼즐 퀘스트에서도 젬을 매치시키면 스킬 사용에 필요한 자원인 AP(마나)를 얻는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적에게 직접 데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각 캐릭터와 레벨에 따라서 각 젬이 얼마의 데미지를 주는지는 다릅니다만, 어쨌든 젬을 없애는 것 자체로 데미지를 줍니다. 매 턴 데미지를 주고 받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게임 페이스가 빠릅니다. 스킬 또한 이전보다 발동조건이 단순해졌습니다. 퍼즐퀘스트 1,2만 하더라도 각 스킬들은 2~3가지 색상의 마나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파이어볼을 쓰려면 빨간 마나 10 + 파란 마나 3 + 노란 마나 2. 이런 식이었죠. 하지만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각 스킬은 하나의 마나만을 사용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아이언맨의 리펄서 블라스트의 경우 빨간 AP 10개만 모으면 사용할 수 있죠. 옆에 보이는 노란 젬, 파란 젬은 각각 그 색깔의 마나를 사용하는 다른 스킬들입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을 보시면 퍼즐 보드 위에 4개의 동그라미와 막대기가 보일 겁니다. 좌측부터 3개의 동그라미는 3명의 히어로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막대기들은 해당하는 각 히어로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과,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AP의 종류(색깔), 그리고 그 AP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죠. 각 히어로들은 최대 3개의 스킬을 가질 수 있는데 제일 왼쪽에 있는 토르(망치)의 경우, 현재 스킬이 1개 뿐이며 이 스킬은 녹색 AP를 소모합니다. 이제 절반 가량 채웠네요. 마지막 구슬은 색상이 없는, 환경 젬을 상징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선 파란 빌딩이 그려진 젬들이죠. (7젬 아닙니다.) 이 젬은 흰색 AP를 생산하는데 히어로 스킬은 이 흰색 AP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 전투마다 배경이 정해지고, 해당하는 배경에 따라 이 흰색젬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이 달라지죠. 위에선 도시가 배경인데, 스킬을 사용하면 핫도그를 먹고 히어로들이 50점의 HP를 회복합니다. 2. 하지만 사실 더 깊어진 게임 플레이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게임이 이전보다 굉장히 간략화된 것 같습니다만, 사실 게임플레이는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아까 스크린샷을 보시면 각 젬 마다 기호가 그려져있고, 이 기호는 3개의 히어로 아이콘들과 일치합니다. 이 기호는 해당하는 젬을 맞췄을 때 어느 히어로가 공격을 할지를 나타냅니다. 각 히어로들은 고유의 HP와 각 색깔의 젬을 맞췄을 때 상대에게 주는 데미지가 각각 달리 설정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각자 고유의 스킬들을 가지고 있고, 각 스킬들은 필요한 AP의 종류와 양이 다르죠. 위에 보이는 아이언맨 마크 40은 현질로 뽑아낸 3성 히어로로 분명히 강력합니다. 하지만 노란색과 빨간색 이외의 젬에 대해선 공격력이 떨어지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AP에 대해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즈도라에선 색상만 맞으면 해당하는 색상의 모든 몬스터가 공격하기 때문에 단색덱과 같은 전략도 가능합니다만,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해당하는 색상으로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는 히어로만 공격하기 때문에 각기 색깔에 대해 강점을 가진 파티를 잘 짜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티를 짜는 전략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서도 조금 깊게 들어가면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상단을 다시 한번 보시면 좌측에 3명의 히어로가, 우측에 3명의 악당이 배치되어있고 이 중 각 1명씩이 강조되어있습니다. 가장 앞에 나와있는, 가장 크게 나타나는 히어로나 악당이 바로 공격을 받을 대상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악당들 중 누구를 때릴 지 선택할 수 있지만, 악당들은 가장 앞으로 나와있는 히어로를 공격합니다. 따라서 HP가 가장 약한 놈을 먼저 팬다거나, 가장 스킬이 아픈 놈을 먼저 패서 없애는 등의 전략이 가능합니다. 물론 스킬의 대상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찝어서 스턴을 건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공격을 받을 히어로를 직접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단지 마지막으로 공격한 캐릭터가 앞으로 나오죠. 단순하게 플레이한다면 그냥 보이는 대로, 콤보가 많이 나올법한 대로 젬을 매치시킬 수도 있습니다만 좀 더 복잡하게 생각하자면 공격이 끝난 후 누가 공격을 받을지도 의식해야 합니다. 좌측 스크린샷 기준으로 봤을 때 만일 노란색 젬으로 매치를 만든다면 (물론 위 스크린샷에선 불가능합니다만) 아이언맨이 아프게 때린 뒤에 제일 앞에서 남겠죠. 그런데 아이언맨은 현재 HP가 가장 적습니다. 위 스샷에선 292점이지만 만일 HP가 간당간당한 상태라고 생각해보죠. 그때도 과연 자신있게 노란 젬을 맞출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소개한 것 만으로도 풍성한 게임 플레이이긴 합니다만, 이정도에서 그쳤다면 전 이렇게 긴 리뷰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는 기존의 매치3 퍼즐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게임플레이를 제공합니다. 매치3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것이죠. 바로 특수 타일입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에서 숫자가 붙은 해골이나 주먹이 그려진 타일들을 의미합니다. 해골이 그려진 특수 타일들은 쉽게 말해 시한폭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머가 0이 되기 전까지 없애지 못하면 정해진 특수효과 - 주로 데미지를 주고 주변 타일들을 없앱니다. -가 발동됩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굉장히 평범해 보이겠죠. 이런 폭탄이야 매치3에서 흔히 보는 것이잖습니까. 문제는 이런 타일을 적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플레이어의 스킬 중에도 이런 타이머를 세팅하는 스킬들이 있고, 타이머가 0이 되면 효과가 발동해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이 스킬을 사용하고 나면 플레이어들은 물론 본인도 해당 타일을 없애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AI가 해당 타일을 없애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플레이를 해야겠죠. 주먹 타일은 보드에 남아있는 동안 타일 하나당 1점씩의 데미지를 적에게 줍니다. 이 타일들 역시 가급적이면 계속 남겨야 합니다. 방패 타일들은 같은 방식으로 데미지를 막아주고, 칼 타일들은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이제까지 매치3 퍼즐의 게임 플레이는 타일들을 '없애는' 플레이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젬을 많이 없애라(비쥬얼드), 특정한 종류의 젬을 없애라 (주키퍼), 젬을 빨리 없애라(애니팡), 특정한 위치의 젬을 없애라(쥬얼 퀘스트), 위에서 나온 것들을 다 하면서 방해하는 젬들을 같이 없애라(캔디 크러쉬 사가) 등등. 하지만 특정한 타일을 없애지 않고 남기는 것을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포함시킨 게임은 마블 퍼즐 퀘스트가 처음입니다. 비쥬얼드가 처음 나왔을 때 '게임비평'은 퍼즐 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게임이라고 평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모든 퍼즐 게임에서 한번에 여러개의 타일이나 블럭 등을 날려버리는 플레이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였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한 대로 연쇄를 만드는 것은 어렵고 이 과정에서 게임에 실패할 수 있지만 어쨌든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점수로 보상받는 것은 물론, 타일이나 블럭들이 날아가면서 퍼즐의 난관 또한 상당히 해결됩니다. 하지만 비쥬얼드의 오리지널 플레이는 더 이상 맞출 젬이 없으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당장 매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계속해서 매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량 연쇄가 발생하게 되면 점수는 높아지지만 오히려 게임을 계속 클리어해나가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발생하지요. 마블 퍼즐 퀘스트의 특수 타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해가 되는 특수 타일을 없애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게임플레이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는 특수 타일을 없애지 않도록 보존하고, 또한 상대가 없애지 못하도록 방해해야한다는 개념은 매치3 퍼즐 게임 플레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 것 하나 만으로도 마블 퍼즐 퀘스트는 칭송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3. PVE 파트 퍼즐 파트가 상당히 강화된 반면 퀘스트 파트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던전을 탐험해야했던 퍼즐퀘스트2는 물론, 거점 단위로 이동하던 퍼즐퀘스트1에 비해서도 굉장히 간략하게 축소되었습니다. 게임은 챕터로 나누어져있고, 각 챕터들은 여러개의 배틀로 쪼개져있습니다. 각 배틀들 사이엔 선/후 관계가 있어 특정 배틀을 먼저 클리어해야 다음 배틀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분기 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어느 쪽을 먼저 고르든 아무런 상관은 없습니다. 그리고 각 배틀 앞 뒤로는 만화 스타일의 짧은 대화씬이 들어가지요. 기존의 퍼즐 퀘스트 시리즈가 콘솔 게임에 바탕을 둔 구성이었다면, 마블 퍼즐 퀘스트는 바하무트, 확밀아, 퍼즈도라 등 탐색과 스토리, 분기 보다는 진행 그 이외엔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바일 게임의 구성입니다. 특히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이미 깼던 배틀을 다시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 배틀을 클리어하고 나면 히어로들의 레벨을 올리는데 사용되는 ISO-8, 히어로 하나를 뽑을 수 있는 고용 토큰, 히어로 보유 한도를 늘리거나 히어로를 뽑는데 쓰이는 히어로 포인트, 특정 히어로 카드 자체 등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배틀 마다 이들 중 최대 4가지의 보상을 내걸죠. 뭘 받을지는 랜덤입니다. 즉, 모든 보상을 받기 위해선 최소 4번 이상 클리어해야 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녹색 체크가 모든 보상을 다 받았다는 의미이고 노란색 도돌이표는 한번 이상 클리어 했지만 모든 보상을 받진 못했다는 뜻이죠. 실제로는 꽝도 존재하기 때문에 굉장히 여러번 플레이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구성을 가진 게임들은 보통 에너지나 하트, 행동력 등과 같은 방식으로 컨텐츠에 접근하는 빈도를 통제함으로써 컨텐츠가 지나치게 빨리 소모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수익을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마블 퍼즐 퀘스트는 이와 달리 히어로들의 HP를 통해 직접적으로 통제합니다. 전투 중 입은 부상은 전투가 끝난 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회복됩니다.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지만 그만큼 전투 중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사망한 히어로는 전투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아주 느긋한 플레이어라면 쉬엄 쉬엄 플레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템을 써서 즉시 회복 시켜주거나 (당연히 공짜로도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론 캐쉬템입니다.) 더 많은 히어로를 보유해야겠죠. 그러려면 히어로 보유 한도를 늘려야 할 테구요. 당연히 둘 다 캐쉬템이지만 퍼즈도라 처럼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 중 캐쉬 포인트를 찔끔찔끔 얻을 수 있습니다. 4. PVP 파트 마블 퍼즐 퀘스트는 특이하게도 PVP 컨텐츠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실시간으로 대전하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다른 플레이어의 덱을 가지고 AI가 플레이합니다. 시스템이 골라주는 5명 중 한명을 상대로 플레이하게 되고, 상대와의 전력 격차에 따라 승리시 포인트를 얻습니다. 이 포인트를 가지고 순위를 메기고, 일정 포인트에 도달할 때 마다 또한 보상을 받습니다. 어쨌든 상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보상이 상당히 후하기 때문에 스토리에서 막혔을 땐 이렇게 PVP를 뛰어서 얻은 보상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좋은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힘은 책임과 함께 오는 것 처럼, PVP가 PVE보다 마냥 유리하지는 않은 것이, PVP는 보상이 큰 만큼 히어로들이 부상을 더 자주, 크게 입습니다. PVE는 보스전에서만 턴을 주고 받습니다. 자코들은 타이머 타일을 설치해서 데미지를 주긴 해도 기본적으로 턴을 가져가지 않으므로 기본 공격도 없습니다. 타이머 타일들을 계속 제거해나간다면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고 클리어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PVP는 턴을 주고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데미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잘 키운, 더 희귀한, 더 강한 히어로를 만나기 때문에 현질의 욕구도 같이 올라간다는 것 또한 중요하지요. 5. 히어로의 성장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성장에 관한 부분입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에서 히어로는 레벨과 스킬, 2개의 축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아주 사악한 방법으로 서로 연결되어있지요. 왼쪽 스크린샷은 레벨 성장입니다. 각 레벨별로 젬에 대한 데미지, HP 등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레벨은 많이 사용한다거나, 다른 히어로를 갈아먹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얻는 ISO-8을 먹여야 오릅니다. 288이라고 적혀있는 바로 저 보라색 수정이지요. 그런데 ISO를 먹이는 RAISE LEVEL 버튼이 비활성화되어있습니다. 그리고 141이라고 적혀있는 레벨 캡 외에 좌측에 별도로 최대 레벨이 18이라고 적혀있지요. 도대체 둘의 차이는 뭘까요? 그리고 오른쪽 스크린샷은 스킬 성장인데, 파란색 AP를 먹는 Ballistic Salvo 스킬은 스킬 레벨도 없고, 현질로 올리는 버튼도 아예 빠져있습니다. 과연 이 스킬은 몇레벨이 되어야 열리는 걸까요? 정답은 '그런거 없다' 입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에서 각 히어로는 최대 3가지의 스킬을 가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1개의 스킬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 중 무엇을 가지고 있을지는 랜덤이지요. 다른 스킬을 장착한 같은 히어로의 기본 카드를 먹이면 해당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오른쪽 스크린샷의 경우는 빨간색 스킬을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에다가 노란색 스킬을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을 먹인 결과물인 겁니다. 파란색 스킬을 쓰려면 다시 파란색 스킬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을 얻어서 갈아먹여야겠지요. 또한 이 스킬의 레벨은 ISO를 먹여서 올리는 레벨과 별도로 올라갑니다. 새 스킬을 얻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히어로 카드 중에서도 해당 스킬을 가지고 있는 기본 카드를 얻어서 갈아 먹이거나, 돈을 먹여야 합니다. 별 1~2개짜리 싸구려 카드는 스킬 하나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나 히어로 하나 뽑는 비용이나 비슷했는데, 별 3개짜리 레어 히어로는 스킬 하나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10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나마 이미 갖고 있는 스킬은 돈으로라도 올릴 수 있지만, 위의 파란 스킬 처럼 아직 배우지 못한 스킬은 돈으로도 못채웁니다. 또한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히어로라고 다 같은 히어로가 아니라는 겁니다. 모던 호크아이, 클래식 호크아이 등 다양한 종류의 히어로가 있으며 이들은 희귀도나 성능이나 스킬 등이 모두 각각 다릅니다. 갈아 먹여서 스킬 올리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바로 그 카드가 필요합니다. 별이 많을수록 - 희귀할 수록 카드 먹여서 스킬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나마 아이언맨 마크 40는 키울만 합니다. 아이언맨 마크 40이 무조건 나오는 뽑기가 1100 포인트거든요. 어차피 돈 먹여서 키울려고 해도 1200씩 드는데 블루 노리고 한번 땡겨볼만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스킬 레벨을 올릴 때 위에 나와있는 아까 언급한 최대 레벨도 함께 올라간다는 겁니다. 레벨 캡은 이렇게 스킬 먹여서 올릴 수 있는 최대 레벨의 한계가 되는 거지요. 물론 돈을 안내도 히어로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PVP 포인트 보상이나 PVE 배틀 보상으로 히어로를 직접 받을 수도 있고, 히어로 뽑기 토큰을 받을 수도 있으며, 꽝으로라도 무조건 얻는 ISO로 히어로 뽑기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원하는 히어로가 뽑혀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요. 마크40 같은 레어 히어로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지금 후드나 매그니토 같은 빌런들도 뽑을 수 있는데, 이걸 안뽑은게 정말 다행입니다. 6. 퍼즈도라에 대한 양이(洋夷)들의 대답 사실 퍼즐 퀘스트 갤럭틱스나(안해봤지만) 퍼즐퀘스트2의 경우, 게임 플레이 자체가 이전 퍼즐 퀘스트보다 나아졌다고 보긴 힘듭니다. 소드 앤 포커나 룬스펠도 마찬가지구요. 실제로 퍼즐과 RPG에 대한 게임플레이 자체를 발전시킨건 퍼즈도라입니다. 파티 구성, 육성, 진화 등 퍼즐과 RPG 양쪽에서 퍼즐 퀘스트와는 확연히 구분되고 더 깊은 게임플레이를 보였죠. 마블 퍼즐 퀘스트가 여기에 각 색깔의 젬으로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는 단 한명만이 때리게 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파티 구성을 만든 건 수평적 확장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 한명이 다음 공격을 받도록 만듦으로써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도 고려하게 만들었고, 특수 타일들을 통해 타일을 없애는 것 뿐만 아니라 지키는 것 까지도 게임 플레이에 포섭한 점은 분명 수직적 확장입니다. 퍼즈도라의 성과가 눈부신 만큼, 마블 퍼즐 퀘스트의 성과도 칭송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 사실 대부분은 마블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특히 국내에선 마블 게임이라서 더 안할 테구요. 다만 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F2P 유료화 모델과 이에 따라오는 성장 / 육성 시스템이 덩달아 발전한 것은 유저 입장에선 좀 아쉽습니다. 퍼즈도라의 복잡한 진화 시스템과 달리 깔끔하고 알기 쉬운 것 까지는 참 좋은데 그 결과물은 퍼즈도라보다 더 사악하면 더 사악하지 덜하지 않은 물건이 나왔네요. 뭐 어쨌든, 게임플레이로나 유료화모델로나 이 게임이야말로 퍼즈도라에 대한 양이들의 대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17. 트위터에서 Raoul 님, lolkain 님과 나누었던 스토리텔링 게임의 현재에 대한 글타래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포럼으로 옮겨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대화 전문을 참고해 주세요. =) --------------------------------------------------------------------------------------------------------- Raoul: 게임에서 스토리를 즐기는 걸 좋아해 왔지만, 최근의 '스토리를 즐기는 것에 특화된' 미국의 어드벤처 게임들을 해 보고 있자니 '이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게임들이 잘못 만들어져 있다거나, '게임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면 안되지!' 같은 이야기는 아닌데... 걍 내가 시스템장이여서 그런가 싶기도. 좀 다르게 풀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재주가 고자라...ㅋㅋㅋ 예전에 드퀘 같은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 진행 중간에 있는 노가다 렙업을 짜증나게 느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구조에 더 자유로움&플레이어의 적극성을 긍정하는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Zerasion: 인터랙트 드라마로 불리는 시리즈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ㅎㅎ Raoul: 최근에 일련의 게임들 - 툼레이더 리부트 / BEYOND / Wolf among Us - 을 해 본 후에 든 감상입니다. 어딘가에 BEYOND와 Wolf를 비교해놓은 글도 있었는데 제 느낌으로는 정도의 차이...더라고요. Zerasion: 확실히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를 옴싹달싹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 부분에서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감소하고 대신 "본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lolkain: 전 과거의 가브리엘나이트나 그림판당고 같은 어드벤쳐의 현대화... 같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Raoul: 옛날의 시에라 어드벤처들만 해도 꽤 넓은 레벨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퀀스가 큰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말이죠... lolkain: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은 콜옵 모던워페어 시리즈의 싱글플레이에서 전형적인 최근 모습을 보여주죠 ㅎㅎ 말씀 하신 시에라 게임들은 레벨탐색이 지루한 과정. 라고 판단되어 지금의 모습이 된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Raoul: 모던워페어가 일련의 어드벤처들 보다 나은? 부분은 FPS 게임의 특성상 가능하면 게임플레이를 멈추지 않고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놨다는 점인 것 같아요. lolkain: 고정된 시퀀스를 제외하면 그런데 그 시퀀스에서 버튼연타게임(...) 이 되버리다보니 유저들도 그 부분을 많이 씹는 편이죠. 일반 플레이에서는 유저의 행동=연출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서 나쁘진 않다고 생각됩니다.
  18.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경매장은 엿같은가? http://www.raphkoster.com/2012/03/20/do-auction-houses-suck/ 아주 오래전, 경제가 아주 중요한 SF설정의 게임이 있었다. 근데 Eve라는 게임은 아니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기들이 하고자 한다면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다. 건물을 상점용도로 만들 수 있다. NPC를 그 건물에 세워둘 수 있다. NPC가 팔 물건들을 설정할 수 있다. 각 아이템의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NPC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상점 홍보를 위해 광고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자기 맘에 드는대로 상점을 장식할 수 있다. [/list:u] 이 기본적인 기능들을 통해 몰입적 게임 플레이는 크래프팅 시스템과 연계되었다. 이는 상점을 운영하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공급의 연쇄고리를 만들고, 안정적 상품망을 만들고, 단골 손님을 개발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구축하고, 좀더 일반적으로는 뒷마당 가판대를 보편화시켰다. (뒷마당 가판대 얘기는 제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등지에서 아이들이 용돈벌이 겸, 사업의 개념을 익힐 겸 자기들이 직접 만든 상품을 행인에게 판매하는 레모네이드 가판대가 좀더 포괄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했기에 적당히 이렇게 옮겨봅니다 –vsc) 그 결과로, 피크때 스타워즈 갤럭시즈 플레이어의 절반이 상점을 운영했었다. 지금은 이런 식의 시스템에 연계되는 플레이어 대부분이 얄팍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보다 좀더 발전된 형태의 상업 능력들은, 기반이 되는 RPG스타일 자체가 발전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상업활동을 해야만 상인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만 좀더 나은 광고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식이다. 그러나 어쨌든 장난삼아 조금 하는거라고는 해도, 작은 사업을 운영해 볼 수는 있다. 발전된 플레이어들은 경제 시스템에 주력해서 플레이하곤 한다. 혼자서 하건, 고도로 조직화된 길드에서 유전을 관리해 석유를 캐고, 공장마을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쇼핑센터를 차리건 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의 경제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각 서버의 최대동접은 비교해볼만 하겠지만, 전체 인구에 있어서 와우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정액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와우의 경제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시세차익과 이를 위한 타이밍 맞추기 뿐이다. 두 게임의 경제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몇몇 기능들은 다음과 같다. [*]와우에서 최상위 장비들은 모두 전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SWG (스타워즈 갤럭시즈 : Star Wars Galaxies) 에서 최상위 장비들은 모두 플레이어가 제작하는 것들이다. [/*:m] [*]와우에서는 어떤 아이템도 부서지지 않는다. 단지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의미가 없어질 뿐이다. 오리지널 SWG에서 모든 장비는 소모된다. [/*:m] [*]와우에서 상당수의 가치있는 요소들은 실제로는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다 – 가치있는 것은 멋진 옷에 달린 버프 또는 스킬들이다. 이 요소들은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할 수 없다. SWG에는 귀속 개념이 없으며, 무엇이든 거래하거나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다. [/*:m][/list:u]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달랐던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알다시피 SWG에서는 경제 또한 게임의 일부이며 결코 게임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디자인되지 않았다. 부분적이긴 하나 상인 클래스는 스스로의 사업을 운영해나간다는 환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게임에는 상점을 장식하는 기능이 존재하며, 이는 그것이 – 와토의 고물상이나 무역연합 (둘 모두 스타워즈의 설정에 존재하는 요소들 –vsc) 에서 볼 수 있듯 - 이 게임의 세계관이 제공하는 상점 주인의 환타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요소를 차지하고서라도, SWG에는 한 가지가 없다 : 경매장이 그것이다. 게임에서 사업을 하려 한다면, 그것이 재미있기 위해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보라. 게임 문법에 의하면 플레이어들은 아마도 이를 비동기화된 평행 게임으로 간주하고 플레이할 것이다. 이는 즉 당신은 공동의 적을 대상으로 싸우는데 있어서 다른 플레이어의 진도와 스스로의 진도를 비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여기서 공동의 적은 무엇인가? 시장의 가격으로 표현되는 수요와 공급의 변동이 그것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행동은 간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게임은 일련의 테두리 내에서 통계적으로 변화하는 장애물을 제공한다. – 만약 이런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이를 게임이 아닌 퍼즐이라 부른다. 이 때문에 우리는 SWG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경제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투자했다. [*]SWG의 모든 자원은 마스터 타입으로부터 랜덤하게 생성된다. – 우리는 “철”을 정의하고 여기에 일련의 통계적 범위를 지정한다. 다양한 종류의 철이 다양한 이름으로 스폰될 것이다. 그러나 이 철들은 모든 레시피에서 철로서 기능한다. 이는 당신이 발견한 철광맥의 질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m] [*]여기에 더해서, 고품질의 철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몇몇 용처들이 존재한다.[/*:m] [*]자원의 종류는 유한하다. 당신은 스스로 발견한 고품질의 철을 말 그대로 몽땅 채굴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철은 그냥 고갈되어버릴 것이다. 나중에 언젠가는 새로운 철이 스폰될 것이다. (때로는, 정말로 ‘나중에’) 그러나 물론, 품질이 다른 철이 나타난다.[/*:m] [*]하지만 다른 장소에서 나타난다. 자원은 펄린 노이즈 (Perlin Noise) 맵에 의해서 매번 새로 배치된다. [/*:m] [*]아이템 제작자들은 자원으로 도박을 한다. 제작되는 아이템의 질은 자원의 질과 레시피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는다. [/*:m] [*]제작자들이 특정한 설계도로부터 같은 제품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사용되는 자원이 유한하므로, 결국 같은 설계도로 계속해서 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m][/list:u] 위의 사항들을 종합하면, 상인들은 최고의 아이템 또는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을 보유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없다. (사실은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여러 측면에서 존재할 수 있긴 한다. 고객들이 어떤 광선총을 선호하느냐가 매번 달라져서 그렇지) 희귀 광맥의 위치에 대한 소문들이 다양한 경로로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희귀 자원을 놓고 전투를 벌인다. 유저들은 언젠가 인기가 좋아지면 팔려고 광물을 비축하기도 한다. 그리고 당연히 지금은 사라졌지만 SWGCraft.com과 같은 사이트를 만들기도 한다. 이 사이트는 각종 데이터의 변동을 모니터링해서 깔끔하게 정리하여 다른 사이트에 전해주기도 하고, 하드코어 상업 플레이어들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사업 운영을 게임으로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블룸버그 터미널 (미국에서 금융 정보 취합 및 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시스템 –vsc) 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비록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알다시피 이 시스템의 핵심은 NPC로 운영되는 상점들이 이 과정에 간섭할 수 없게, 그리고 스폰 시스템이 고품질의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플레이어가 최고로 멋진 무기를 갖고 싶다면, 골동품 애호가가 상점가를 돌 듯 다른 플레이어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을 돌아야만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시스템의 결과는, 알다시피 전체 교역경제의 형태를 알아보기가 아주아주 어려운 경제였다.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사고 싶다면, 반드시 직접 찾아나서 사냥하듯 상점가를 뒤져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광선총 하나 사기를 원할 뿐인 누군가에게는 아주 불편할 수도 있다. 한편 우리는 ‘현지 가격’이라고도 불리우는 요소를 전면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작은 사업을 운영한다는 환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사업 운영에 아주 익숙하진 못해도 다른 이들을 그럭저럭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실에서 우리는 완전 정보 경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정보의 차등이 없어지는 경제. 용팔이가 없는 경제 – vsc) 에 빠르게 접근해가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상품의 다양한 가격 정보를 즉각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내게 가장 낮은 가격 (상품 가격, 배송비, 도착까지의 시간, 물리적 위치, 제품의 질 등을 고려한) 을 결정하고, 내가 원한 바로 그것을 정확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는 구매자에게 최적화된 세계이다. 그러나 판매자의 경험은 승자독식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닥 좋지 못하다. 거물들은 누구보다 낮은 가격으로 후려쳐 시장을 독점한다. 그들은 가시적인 시장을 지배하고, 좀더 규모가 작거나 독특한 제안을 하는 판매자들을 모두 몰아내버린다. 이런 종류의 세계에서는 멋진 장식으로 꾸민 펑키한 중고서점은 모두 죽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상점의 주인이 아기자기한 장식을 꾸미며 얼마나 재미를 보았는지는 문제시되지 않는다. SWG 또한 와우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전체를 아우르는 경매장을 내놓긴 했다. 구매자들은 행복해졌다. 그러나 이는 완전 정보 경제를 만들어냈고, 구식 시장이 보여주던 복잡함과 다양함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작은 상점의 주인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이런 일이 게임에서 당신에게 일어난다면, 당신은 다른 뭔가를 찾아볼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냥 게임을 떠나버린다. 자, 그러면 경매장은 엿같은가? 아니다. 당신의 게임이 무언가를 얻어나가는 형태라면, 엿같지 않다. 뭔가를 얻어나가는 데 관심이 많은 게이머에게 경매장은 더 나은 경험이다. 그러나 상점을 운영하거나 비즈니스 타이쿤류의 환타지를 가진 사람에게, 게임은 단순히 뭔가를 얻어나가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게임은 관계성과, 제국과, 기름이 잘 쳐진 기계를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은 뭔가를 운영하는 것이다. 겉만 번드르한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 피라미드는 점수를 얻는 방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신은 게임의 이름으로 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SWG는 뭔가를 얻어나가는 게임이 아니었다. 다른걸 다 제외하더라도 SWG에서 플레이어가 얻는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수명이 제한되어 있었다. SWG는 유지하는 게임이었다. 상점을 유지하고, 마을을 유지하고, 공급 연쇄망을 유지하고, 단골 고객들을 유지하고, 크랩트 드래곤 해골 또는 미니어처 플러시 반타 크리스마스 한정판을 사모아 유지하는 게임이었다. 이랬던 SWG의 상업거래망에 변화가 생기자, 상인들은 떠나버렸다. ‘얻는 것’은 중독적이다. 대중 소비 시장에서, 더 높은 이익과 더 큰 것을 받아들이는 길은 괜찮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펑키한 중고서점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 또한 아마존에서 자주 물건을 구입한다는 점도 인정해야만 한다. 그게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플레이어에게 더 나은 컨텐츠가 다른 플레이어에겐 더 나쁜 컨텐츠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게임 디자인 상의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당신은 열고 있는 문만큼이나 많은 문을 닫고 있기도 하다. 특히 당신은 스스로에게 아래의 질문을 해봐야 한다. 작은 상점의 주인들; 에버퀘스트의 부두에서 배를 기다리는 5분동안 당신에게 말을 걸어 줄 사교적인 사람들; 남을 돕기 위해 사는 플레이어들, 그러나 모든 아이템이 귀속되기에 당신에게 아이템을 줌으로써 도움을 줄 수 없는 이들, 모든 전투가 파티 단위의 인스턴스에서 진행되기에 도와줄 수가 없는 이들, 사전에 쓰여있는 대사 덕분에 자신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롤플레이 할 수 없는 이들, 텔레포트를 통해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산을 직접 걸어넘음으로써 그 산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알게된, 그리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싶었지만 미니맵 덕분에 그럴 수 없었던 이들 … 모든 불편함은 도전이며, 게임은 도전으로 구성된다. 이는 즉 당신의 게임 디자인에 존재하는 모든 불편함들은 누군가에게는 게임이다.
  1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게임 디자인 방법론이나 개발 방법론은 찾아보면 그럭저럭 있는데, ‘게임을 분석하고 비평적으로 바라보는’ 분야에 대한 글은 왠지 본 기억이 드물다는걸 떠올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을 뜯어보는 자세에 대한 글이요. 내친 김에 (사실은 필요가 생겨서 …) 제가 한 번 써볼까하고 끄적거려봅니다. 일단은 제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는 차원에서, 다음으로는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을 청하고자, 마지막으로는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 글로부터 누군가 도움을 (반면교사로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아래 내용은 전적으로 제 생각이자 주장이며,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동료인 게임 디자인 실무자분들은 ‘지나치게 일반화한다’며 노여워하지 마시기를,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자하는 분들은 이 글의 내용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게임 분석은 왜 중요한가 게임 디자이너란 이런 포괄적이고 광범하며 자유롭게 정의되어야 할 개념을 애써 좁히고 구체화하려는 시도는 시간과 바이트의 낭비이자 저와 읽는 분들의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따라서 생략합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두 가지의 소양 게임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능력들은 어떤게 있을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보는 편입니다. 첫번째는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입니다. 이는 게임을 구성하는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을 의미합니다. 게임을 모르고 게임을 만드는건, 예술적인 측면에서 독창성을 추구하려는 의도라면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무를 하는 게임 디자이너로서는 곤란한 일입니다. 게임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이 분야의 지식과 정보에는 다양한 분야들이 있겠죠. 게임의 어떤 매커니즘이 플레이어의 어떤 행동을 유발하게 될지, 어떤 느낌을 전달하는지, 하나의 게임에 포함된 여러 매커니즘들이 각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등에서부터 최신 게임 트렌드에 이르기까지요. 여기서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트렌드를 아는 것은 단순히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현재 플레이어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멋진 게임이었지만 현대의 mmorpg 플레이어들은 울온을 뱉어내고 말거에요.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동향을 파악하는게 트렌드로도 연결되죠. 두번째는 개발 과정에 대한 지식과 정보, 요령입니다. 게임 개발은 팀 작업입니다. 물론 혼자서 모든걸 다 하시는 멋진 분들도 계시지만 대체로는 팀 작업으로 진행되죠. 따라서 팀 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스킬들을 필요로 합니다. 리소스 관리 시스템 사용 법에서부터 다른 사람들과 스케쥴을 맞추는 방법,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 등 다른 파트원과 협업하는 방법,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한 모든 내용을 명료하게 담은 문서 작성법에 이르기까지, 게임 디자이너는 여러가지 것들을 알아야합니다. 이 글의 이하 부분은 아마도 첫 번째 소양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하게 될 겁니다. 이유는 물론 게임을 분석해야하는 이유가 첫 번째 소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제가 믿고 있기 때문이죠. 직접 경험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익히는 방법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나눠보자면 두 가지 입니다. 사실 이 방법은 딱히 ‘게임 디자인에 대한~’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배울 수 있는 ‘분야에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요. 첫번째는 직접 경험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게임을 자기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분석하는 방법이죠. 지금 제가 설명하려는 ‘플레이의 분석’ 이 여기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직접 경험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들인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이 훨씬 적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아예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들인 시간’에 비해서 배운 것은 적다는 얘깁니다. 게임을 통해 자신이 얻은 경험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없을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온전한 직접 경험을 갖는다는건 꽤 어려운 일입니다. 스탠드 얼론 게임 (stand-alone game) 들은 그나마 좀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그 중에서도 mmo로 갈수록, 게임의 전체 형태와 형상, 그 게임이 제공하는 모든 경험 제반을 다 겪어 보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부도 해야하고 일도 연애도 해야하죠.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모든걸 직접 경험하려는 시도는, 야심차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해내기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울러 그 모든 직접 경험을 ‘정제’하여 자기만의 DB로 만든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테구요. 한편 직접 경험은 장점도 물론 큽니다. 스스로 체감하므로 개별 요소들이 크게 기억에 남고, 깊은 곳까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불어, ‘자기만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 또한 장점입니다.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만을 통해 게임 디자인을 배운다면, 이는 결국 그 간접 경험을 전해준 누군가의 생각을 차용하는 일이 됩니다. 물론 그런 여러 간접 경험들을 엮어서 자기만의 게임에 대한 관점을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건 아주 방대하고 많은 지식과 정보들이 모였을 때나 가까스로 가능할 수도 있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직접 경험이 많은 이들은 이런 부분이 좀더 쉽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통해 자기만의 ‘게임관’을 형성할 수 있는거죠. 간접 경험 두번째 방법은 물론 간접 경험입니다. 다양한 책과 리뷰, 아티클을 통해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라는 소양을 쌓는거죠. 그 중에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은 간접 경험의 정수를 모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접 경험의 장점은 배우는 효율이 아주 좋다는 것.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내용들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익히는 것이 가능합니다. 자기보다 나은, 또는 나와는 의견이 다르기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이들이 생각한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들만을 뽑아 빠르게 익힌다는건, 길고 어려운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게 얼마 없는 경험을 해 본 이들에게 특히 더 행복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러나 간접 경험 또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가 해보지 않은 게임에 대한 간접 경험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게임 디자인은 암기과목보다는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책만 본다고 되는게 아니라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는거죠.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잘하는 이들을 보고 공부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음악과 운동을 배우는데 있어서 이미 능숙한 경지에 이른 선생님의 글이나 강의를 듣는건, 물론 배울 점이 많은 경험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줄 수는 없습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중심으로 섬세한 리듬과 박자를 타고 고조되는 이 곡의 클라이막스는 청자에게 슬픔의 형태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 숨겨진 희망을 느끼게 한다’ 라는 글만을 읽어서 곡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것과 비슷합니다. 직접 경험이 중요한 이유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느정도 느껴졌겠지만, 이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의존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입니다. 직접 경험이 있다면 간접 경험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아주 쉽고 편리합니다. 반대로 간접 경험을 기반으로 직접 경험을 쌓는다면 직접 경험만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은 상호 보완적이며, 둘 모두 중요합니다. 둘 중 하나만 해서는 절름발이가 되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균형을 잡는’ 부분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둘 사이의 진입 장벽의 차이 때문입니다. 간접 경험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습니다. 물론 궁극의 진입 장벽인 ‘자신의 의지’ 문제는 피해가는게 불가피합니다. 하기 싫은데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마음만 있다면 세간에 나온 여러 책들을 읽어보고 그들 중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직접 경험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게임 디자인을 배우려는 이들은 대체로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당연하게도 게임을 많이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이 진입 장벽이 높다고? 네. 그래도 여전히 높습니다. 왜냐면 직접 경험의 ‘편향’은 아주 광범하고 다양하게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게임보다는 하고싶은 게임을 주로 하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라는거죠.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 본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Aeon of Strife”를 해 본 사람은? aos 또는 moba 장르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장르의 초기 형태가 어떠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이 장르의 가장 큰 히트작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왔는지를 알아두는건 중요합니다. Aeon of strife가 DOTA와 Chaos를 거쳐 league of legends가 되는 과정을 이해해야만, 이 게임의 초기 단계에서 확립된 요소가 무엇이며, 중간에 배제된 요소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왜인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aos를 해 본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의 게임에 대해서조차 그렇습니다. 다른 장르에 대해서 이런 현상이 더 크고 광범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물론 aos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져온 사례이고, aos라는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고해서 무조건 이 장르에 대한 조예가 낮다고 평가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직접 경험은 중요합니다. 직접 경험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쌓아두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무협지 식으로 말하자면 내공과도 같습니다. 물론 간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다양한 실전 초식들이 여기에 섞여들어가야만 완성도가 높아지는건 물론이지만요.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 분석하기 지금까지 게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소양은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게임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쌓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그 중에서도 ‘직접 경험을 통해 게임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쌓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직접 경험으로부터 게임 디자인의 소양을 정제해내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려합니다. 단,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나름대로는) 최소한의 객관성을 가진 내용이었다면,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에는 주관성이 강하게 개입됩니다. 즉 이는 제 개인의 의견이며, 제가 저에게 알맞다고 생각한 방법을 추려낸 것입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고,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에게 맞는 분석방법을 찾아보시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일거라 생각합니다. 게임의 경험을 기억하기 저는 우선 ‘분석적인 자세’로 게임을 플레이하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서 분석적인 자세란 게임의 모든 부분을 세세히 뜯어보고 관찰하고 주시하고 해부하려는 자세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전적으로 ‘유저의 입장과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단, 명심해야 할 것은 ‘가능한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할 것’ 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을 어느정도 해봤다고 판단될 때, 초기의 경험을 더 이상 기억하는게 어려울 정도로 많이 해봤을 때, 아니면 엔딩을 보고나서, 가장 이상적으로는 ‘이 게임을 더 하고 싶지 않아졌을 때’ 분석을 시작합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또는 게임 개발자로서 게임을 플레이하려 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 중 하나가, ‘유저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mmorpg의 경험치 테이블을 작성해보는 등의 행동이 그런 겁니다. 보통 유저는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매 레벨업마다 기록하고 그 변동폭을 주시하지 않습니다. 몬스터들의 레벨대별 분포와 리스폰 타임을 체크하지 않습니다. 각 레벨대별로 주어진 지역의 가용면적을 계산해보거나, 레벨업의 흐름에 따른 보상과 성장의 폭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보통 유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이유는, 그런 행동들은 ‘재미와는 크게 관계가 없기 때문’ 입니다. 유저들은 당연하게도 재미있는 것을 따라갑니다. 숫자를 뽑아내고 면적을 계산하고 뽑아낸 데이터들을 비교대조하는 행동은 그닥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물론 그런 유저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수 유저들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죠. 다른 유저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거나,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등의. 그러나 그런 동기는 ‘게임이 제공하려는’ 동기는 아닙니다. 스스로 가진 동기이죠. 따라서 게임의 자연스러운 흐름과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습니다. 이는 ‘게임이 유저에게 제공하려는 경험’이 아닙니다. 게임 디자인은 ‘경험’을 만들어내고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게임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주시하는게 게임을 분석하려는 입장에서 가장 비중을 두어야하는 일입니다. 그 경험을 순수하게 겪어보고 체험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개발자의 시각으로만 게임을 플레이해서는 그런 ‘경험’을 느끼는 것이 어렵습니다. 와우를 하면서 만렙 도적에게 한시간에도 수십번씩 죽어나가면서 반격조차 해볼 수 없었던 저렙 주술사의 억울함은, 개발자가 살펴본 클래스 밸런스 테이블에서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소수의 호드가 끈끈하게 뭉쳐 다수의 얼라이언스를 상태로 결코 지지않고 굳건하게 버텨냈을 때 나오는 자부심과 긍지, 소속감 또한 개발자의 로그나 DB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게임을 하면서는, 전적으로 유저의 입장에서 플레이하려 노력하는게 중요합니다. 대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얻은 ‘경험’을 잘 기억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기록하기보다는 특별히 지루하게 느껴졌던 레벨대를 기억하는게 좋습니다. 세세한 개별 수치들보다는 특별히 더 어렵게 느껴졌던 레벨대, 더 쉽게 느껴졌던 레벨대를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업이 느려진다고 느끼는 페이스 자체를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 당부드리고 싶은 부분은, ‘가능하다면’ 게임의 가장 뒷부분까지 모두 경험해보시라는 겁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예로 들었을 때, 이 두 매체는 대체로 서사적인 측면이 강하고, 따라서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승전결에서 기승까지만 경험하고 이 영화나 소설이 제공하는 경험을 모두 확인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다면’ 끝까지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단, 너무 재미가 없어서, 또는 시간이나 여건이 허락치 않아서 그럴 수 없다면, ‘자신의 경험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해보지 못했다면, 그 경험이 갖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야만,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고 코끼리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게임 디자인의 의도읽기 앞서의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게임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여기에서 생겨난 경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억하려고 노력한 것 이외에는 딱히 게임 디자이너스러운 활동이 없었습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에 들어갈 때입니다. 자신의 경험 속에서 ‘게임 디자인의 의도’를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이 게임의 디자이너는 게임의 이런 측면을 통해 무얼 의도한걸까? 저런 장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이걸 만들었을까?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를 생각하려 노력하세요. LOL을 한다고 해보죠. 레벨 디자인부터 살펴볼까요? 왜 레인은 크게 세 갈래일까요? 정글은 무엇 때문에 있을까요? 곳곳에 놓인 풀숲에는 왜 저런 기능을 부여했으며, 드래곤과 남작의 위치는 왜 하필 저곳이며, 타워의 간격은 왜 이렇게 배치되어 있고, 북서/남동에 각 팀의 기지가 있는게 아니라 남서/북동으로 배치된 이유는 뭘까요? 캐릭터로 와도 살펴볼 것은 아주 많습니다. 미니언은 왜 원거리와 근거리로 나뉘어 있을까요? 근거리 미니언의 체력이 445인 것과 수퍼 미니언의 체력이 1500인 것은 왜일까요? 챔피언은 왜 여러 스펠들 중 두 개만을 사용할 수 있는걸까요? 각각의 스펠이 담은 디자이너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챔피언이 가진 스킬들은 이 챔피언을 어떤 캐릭터로 규정하고 있나요? 게임 디자이너는 왜 이 타이밍에 이러한 챔피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까요? 물론 게임에 담은 모든 부분의 모든 의도를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일겁니다. 장편 소설의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 다 작가의 의도를 고려해가며 읽기는 어렵듯이요. 그러나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게임을 분석하는데 있어 필수적입니다. 그 자체로 여러분의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 뿐더러, 의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그리고 각 의도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도 게임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한편, 게임 디자이너가 이 게임의 구석구석에 새겨넣은 모든 ‘의도’들을 짐작함에 있어,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디자이너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겠죠. 따라서 일종의 ‘검산’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짐작해 낸 게임 디자인의 의도가 맞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한 번 더 확인하려는 노력이죠. 물론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주로 ‘유일성’을 중심으로 이를 확인하는 편입니다. 유일성이란 (내가 짐작해 낸) 게임 디자인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 게임에 적용된 방법이 ‘유일한 것이었나?’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대안은 없었는지, 꼭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 이 질문에 대해 언제나 명확한 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 자신이 짐작한 ‘디자인 의도’가 어느정도 정확한지에 대해 포괄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수월해집니다. 아울러 게임 분석의 이 과정에서는 앞서 설명한 ‘개발자처럼 플레이하는 행동’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mmorpg를 하는데 30레벨에서 35레벨까지가 무척 지루했다고 해보죠. 이 구간에 퀘스트가 별로 없어서 그랬을까요? 파티가 잘 잡히지 않아서? 아니면, 그냥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이 구간에 급격하게 증가해서?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경험치 테이블을 만들어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다른 레벨대에 비해서 전체 퀘스트의 숫자가 적지는 않은지, 아니면 이 레벨 구간부터 다른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했기에 파티를 잡는게 어려웠던건 아닌지. 그러나 그 바탕에는 언제나 ‘30레벨에서 35레벨까지가 무척 지루했다’ 라는 플레이어로서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온전한 유저로서의 경험을 건져내는게 먼저이고, 그 다음이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분석적 시각을 적용할 때라는거죠. 의도와 결과를 비교해보기 한편, 디자이너의 의도와 그 결과가 언제나 일치하리라는 법은 결코 없습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세상은 참 아름다웠겠죠. 영화 감독의 의도는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고, 소설가의 의도는 독자에게 모두 전달되고, 여러분이 짝사랑하는 분을 향한 마음과 의도가 그 분에게 모두 순수하게 그대로 다 전달된다면 정말 멋질 겁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이너가 게임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려했던 경험이 온전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습니다. 여기에서, 크게 네 가지의 일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게임에 의해 잘 발현되고, 플레이어는 그걸 재미있고 의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죠. 바람직하며,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게임에 잘 발현되었지만, 플레이어는 그걸 의미있거나 재미있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애초의 의도 자체가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거죠. 세번째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그 결과 플레이어가 의미있거나 재미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경우. 마지막 네 번째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은 아닌데 플레이어는 의미와 재미가 담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가 주는 경험이라는 결과물을 두고 그것이 만족스러웠는가 아닌가만 생각하면 됩니다. 플레이어의 사고는 거기에서 종료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을 분석할 때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합니다. 결과물이 만족스럽든 아니든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것이죠. 이때 우리가 앞 단락에서 짐작해 낸 ‘의도’가 개입합니다. 게임이 주는 경험이 만족스러운가요? 그렇다면 이 만족스러운 경험은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른 것인가요 아닌가요? 맞다면 왜 그렇고 틀리다면 왜 그런가요? 반대로 그 게임의 경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었기 때문인가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는, 제대로 전달되었음에도 그닥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왜인가요? 어떤 게임을 두고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묻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여러분에게 교훈이 됩니다.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그 ‘이유’들이 말이죠. 참고로 그 이유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전에 설명한 ‘간접 경험’ 에서 배운 내용들이 크게 작용합니다. 이미 머리에 들어 있는 이론을 끄집어내어 실제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빠르고 쉽게 이해가 가능한거죠. 결국 지금까지 제가 설명해 온 길다란 얘기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이 만족스러운가하는 질문에 대해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와 플레이어의 경험이라는 기준을 통해 답변을 시도해보고, 그 답이 나온 이유를 되새겨보면서 도움이 되는 뭔가를 알 수 있게 되는거죠. 한 가지 더, 드물긴 하지만 디자이너가 의도치 않았던 어떤 요소가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하고 명백한 예로는 인터넷에 많은 다양한 ‘웃긴 버그 영상’이 있겠죠. http://www.youtube.com/watch?v=exhMLCeP9Pc 버그는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않은 요소임이 명백합니다. 그러나 어떤 버그들은 웃음을 주죠. 한편 꼭 버그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의도치 않게 재미를 주는 요소들은 무척 다양합니다. 그럼 이들은 의도와는 무관하므로 버려야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왜 재미있는지, 유용한지, 의미가 있는지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IMC 게임즈에서 개발한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치를 만든 이유로 개발자인 김학규씨는 ‘유저들이 mmorpg를 플레이하며 멀티클라이언트를 자주 사용하는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하고 있죠. 멀티클라이언트를 사용하여 게임을 진행하는건 그 게임을 디자인 한 디자이너의 의도로 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실제 플레이어들은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었고, 김학규씨는 이것을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유저들이 재미있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플레이행동’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반영한 것이죠. 게임은 유기적 매체 게임 디자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게임 플레이가 주는 실제 경험이라는 결과와 나란히 살펴보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게임의 어떤 한 가지 요소를 단순히 게이머로서 플레이할 때보다는 좀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게임에 담긴 아주 중요한 요소를 딱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좋은 일이겠지만,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이를 위한 힌트는 게임이 꽤 유기적인 매체라는 겁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들은 서로 다른 요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들은 게임 자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전체 경험의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픈 욕심이 난다면, 스스로 알아낸 그 게임의 여러 요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 파티플레이를 보죠. 파티플레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저 파티를 맺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파티플레이를 통해서만 클리어 가능한 던전이 존재하고, 파티용 버프를 뿌리거나, 지도 상에서 다른 파티원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등의 장치는 모두 파티플레이 중심으로 짜여진 요소들이죠. 그렇다면 파티 플레이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봄과 동시에 던전의 구성과 버프의 체계, UI상의 특정한 장치들 또한 함께 살펴본다면, 게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이런 게임 내 요소들간의 관계는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요소가 다른 요소와 충돌하며 서로간의 의도를 상쇄하거나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죠. 방금 예로 들었던 파티플레이를 볼까요? 간단하게 와우만 봐도 그렇죠. 보스 몬스터를 잡고 나온 아이템을 ‘누가 갖느냐’하는 문제는 여러 분쟁의 씨앗이 되었고, ‘닌자’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파티플레이를 하지 않는 경우 닌자 문제나 전리품 획득을 둘러싼 분쟁은 생겨나지 않죠. 게임의 전리품 획득 규칙과 파티플레이 간에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파티플레이를 통해 쌓인 즐거운 경험이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의 다툼으로 인해 안좋게 끝나거나, 이 다툼이 (약간일지언정) 파티플레이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키기도 하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은 유기적인 매체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일면, 단면만 봐서는 전체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게임도 마찬가지로 여러 측면들을 살펴보고, 각각의 측면들이 다른 요소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 어떤 일들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하여 게임을 유기적인 매체로서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건, 게임 디자인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게임’들’을 이해하기 많은 게임에서 체력을 표시하기 위해 빨간색을, 마나를 표시하기 위해 파란색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디자인 한 의도는 무엇일까요? 답은 ‘다른 게임들도 모두 그렇게 하니까’ 입니다. 단순히 이렇게만 대답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좀더 부연해보자면, 체력을 빨간색으로, 마나를 파란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게임에 있어서의 ‘관습’ 입니다. 이 관습은 게임 개발자들 뿐 아니라 게이머들에게도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죠. 따라서 체력을 파란색으로, 마나를 빨간색으로 표현하면 게이머들은 무척 혼란스러워 할 겁니다. UI는 ‘기능적인 필요를 충족’ 시키는 것이 중요한 분야이고, 따라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으므로 많이들 이런 관습을 따릅니다. 한편 이 관습은, 그 게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 게임 내적으로는 의도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한 관습을 형성한 것은 그 게임이 개발되기 전에 있었던 다양한 많은 게임들이거든요. 따라서 좀더 시야를 넓혀야만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합니다. 발전과 변화의 토대는 당연히 이전 세대의 게임입니다. 와우의 PvE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전세대의 게임인 에버퀘스트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죠. 파티플레이를 예로 들면 그 존재에서부터 탱딜힐의 구성, 이에 맞서는 몬스터의 어그로 개념까지요. 그럼 와우는 적어도 파티플레이에 있어서는 에버퀘스트의 표절작일까요? 그건 너무 가혹한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와우는 에버퀘스트를 차용하되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에버퀘스트에서 최대 8인까지 가능하던 파티구성원의 숫자는 와우에서 5인으로 줄었습니다. 클래스별 역할의 구분이 칼같이 명확했던 에버퀘스트와는 달리 와우의 많은 클래스들은 사실상 (에버퀘스트에 비하면) 하이브리드라고 봐야합니다. 이런 ‘변경’의 의도는 뭘까요? 저는 그 의도를 에버퀘스트가 가지고 있던 파티결성과 운영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파티장 혼자서 7명을 더 모아야 하는 경우보다는 4명만 더 모으면 되는 구조가 파티를 모으는데 드는 수고를 좀더 덜어줄 수 있겠죠. 탱커를 할 수 있는 몇몇 클래스가 정해져있는 것보다는, 누구든 유연하게 탱커를 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파티를 모으는데 드는 수고가 줄어들 겁니다. 즉 와우는 에버퀘스트의 파티플레이가 가지고 있던 몇몇 어려운 점들을 능동적으로 개선해냈고, 그 결과가 5인 기준 파티와 (거의) 전 클래스의 하이브리드화 입니다. 와우’만’을 해 본 사람은 아마도 와우의 파티플레이가 왜 5인 기준인지, 왜 많은 클래스가 하이브리드의 형태를 띄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즉,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에버퀘스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의 많은 요소들은 그 게임 외부의 다른 게임들과 생각보다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게임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들 중 상당수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것이 게임을 분석함에 있어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더 넓은 시야는 다양한 게임들을 깊이 있게 플레이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게임들을 꾸준히 오래, ‘게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내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하나의 게임에 ‘전적으로 그 게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는 의외로 드뭅니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그 게임과 유사한 다른 게임들을 오랫동안 플레이 해 온 사람이라면, 하나의 게임을 살펴보는데 있어 큰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 게임만이 가진 독특한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족하거든요. 따라서 오랜 세월동안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관점’으로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어느 시점 이후로는 게임 하나를 플레이하고 분석하는데 드는 노력은 생각보다 적어집니다. 다른 게임들과 겹치는 부분들은 최소한의 확인 만으로도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정리 게임을 플레이할 때 전적으로 유저의 입장에서, 게임이 전달하는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세요. 대신 가능한한 많은 것을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일단 게임이 지겨워지면 이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할 때입니다. 자신의 경험 뒤에 있는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해보세요. 이 과정에서 ‘유일성’을 중심으로하면 어느정도 정확한 의도를 감지해내는게 가능합니다. 물론 100% 정확하게 찍어내는건 불가능하겠지만요.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가 짐작이 되면 이제 그 의도와 결과 사이의 관계 및 이유를 고민해보세요. 잘된건 왜? 안된건 왜? 그리고 우연찮게 잘 된건 왜? 게임의 어떤 요소들을 이런 식으로 분석하고나면, 게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세요. 게임은 유기적 매체이며, 독립된 부분들 사이의 관계망을 그려보는건 게임의 전체 모습을 확인하는데 아주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관심있는 분야의 여러 게임들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다보면 이후의 게임들을 분석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효율은 보다 좋아집니다. 주로 어느정도의 유사성을 공유하는 다양한 게임들 – 흔히 장르라고 부르죠 - 을 장기간에 걸쳐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 해본다면 자기만의 체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겠죠. 어디가서 잘난 척을 하기에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것 못지않게 간접 경험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제가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시기에는 게임에 대한 독립된 글은 거의 접하기가 어려웠고, 책은 그 내용이 허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양질의 간접 경험을 하기도 힘들었죠. 요즘은 다릅니다. 서점에 깔린 게임 디자인에 관련한 서적들 중 상당수는 풍부한 실전 경험과 깊은 사색을 거친 대가들의 저작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경험을 통해야만 완성될 수 있긴 하지만, 다양한 간접 경험들은 여러분이 알고자하는 내용의 정수만을 뽑아 이해하기 좋도록 다듬어 놓은 것임을 잊지 마세요.
  2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혹시나 필요로하는 분이 계실까봐 소개합니다. http://www.pgrer.net/pb/pb.php?id=free2&no=51784
  2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in defence of data-driven design 제목은 데이터 주도 디자인을 옹호하려는 듯 지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통적 게임 디자인 방법론과 징가를 필두로 한 소셜 게임 개발사들이 주창하는 과격한 데이터 주도 디자인 사이의 절충점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찾아본건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최근 이 사이트에서 데이터 주도 디자인 vs 전통적 게임 디자인 사이의 논쟁이 있었던가봅니다. 이건 2012년 말경에 잠잠해졌던 걸로 알았는데 이곳저곳의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 아니면 그저 패잔병 처리 과정이거나요. 원문주소 : http://www.gamesindustry.biz/articles/2013-11-15-in-defence-of-data-driven-design 데이터는 결코 천재적인 디자인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보완할 수 있을 뿐이다. 언제나 (최소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온라인에 접속해 있을 수 있는 기기의 출현은 지난 십년간 게임이 만들어지고 팔려나가는 구조 속에서 일어난 단일한 일로는 가장 큰 변화였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게임 플레이와 인터랙션의 새로운 방법을,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지불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능케 했다. 이는 심지어 게임을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 또한 만들어냈다. 플레이어들로부터 개발자에게 이르는 정보의 흐름은 고객들이 게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개발자들이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제시했으니, 이 새로운 가능성에 감사할 일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개발할 가치가 있으며 긍정적이라고 믿긴 하지만, 여러 험난한 요소들이 놓인 길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도, 이들 중 몇몇은 다른 경우보다 더 문제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새로운 배급망은 게임샵을 배제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몇몇 인구학적 계층들 또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모든 게임에서 부분적으로라도 만나게 되는 맹목적으로 멀티플레이어와 소셜 요소들에 집착하는 측면들은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결정들을 야기할 수도 있다. 분명히 부정적인 부분들이 존재한다. 다르게 말해보자면, 이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측면에 가려진다. – 새로운 종류의 게임, 새로운 상호작용, 창의적인 팀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기회와, 이전에 게임을 접해본 적 없던 거대한 새 유저층. 이 모든 측면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게임의 데이터가 개발자에게 보고됨으로써 개발 과정에서 얻게 될 이익은 이견의 여지없이 명백한 개선점이라고 바보처럼 믿었었다. 이전의 모델에서 개발자는 게임을 디스크에 담아 시장이라는 야생에 내어놓고 나면 그 이후에는 돌아보지 않는다. 게임의 어떤 요소가 잘 동작했고 어떤 요소가 그렇지 않았는지는 단편적인 일화와 전문적인 리뷰어들의 사색, 또는 동료와 같은 업계인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많은 훌륭한 스튜디오에서 채택한 포스트모템을 통해서조차, 이전 게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내부 프로덕션의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실제 유저 경험의 관점에서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를 온전히 파악하기란 어려웠다. 새로운 모델은, 적절한 리포팅 시스템을 갖출 능력이 있는 경우에,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에 대한 자세한 통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많은 경우 출시 이후에도 디자인상의 약점을 밸런싱하고, 고치고, 개선하게 해준다. 이는 반론의 여지없이 더 나은 점이다. 이제 나는 내 책상 너머의 공간에 “인터넷에서 절대 ‘반론의 여지없이’ 라고 말하지 말 것”이라는 중요한 슬로건이 쓰인 포스터를 붙여놓고 싶다. 또는 학술 논문에서. 아니면, 그럴 수만 있다면, 모든 곳에서. 그건 분쟁으로의 초대이자, 인터넷 상의 논증이라는 변덕스러운 신에게 엉덩이를 까보이고 혀를 내밀어 도발하는 것 (아마도 이 둘을 동시에 하긴 어렵겠지만)과 같다. 지난 몇 주간은 게임 디자인에서 ‘지표 (metrics)’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하여 형성된 반발로 가득했다. 이 사이트 및 다른 사이트에서도, 게임 개발에 지표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플레이어의 신뢰를 심리학적 잔재주를 통해 악용하고 남용하려는 시도이자, 냉소적이며 진정성이 결여된 노력이고, 창의력과 열정에 대한 반대항으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주장의 문제점은,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는, 이들이 말하는 지표의 사용은 내가 보기에도 말도 안되는 것이며, 재능있는 게임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무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을 적용하면, 개발 스튜디오는 지표를 광범하게 이용하여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며 게임 디자인은 배제한 채 메마르고 수학적인 접근법만을 이용하여 단순반복적 과정을 통해 다양한 변수들의 조합을 맞춰서 최적화된 수익만을 위해 질주고, 그 절정에서는 게임의 복잡한 방정식들이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어 썩은 동태 눈으로 클릭질만 계속하는 유저부대의 지갑에서 자발적인 지출을 뽑아낸다. 이런 디스토피아적 비전은 흥미로운 SF스토리이거나 포럼에서 캔디 크러시 사가를 두고 호통을 쳐대는 부류의 몹시도 진부한 소리에 불과하다. 결코 어떠한 종류의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얘기일 수가 없다. 아마도 어딘가에는 데이터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애초에 쭈글쭈글한 똥덩어리를 수많은 통계적 퇴행으로 아무리 닦아본들 결코 반짝거리게 만들 수 없듯이, 그런 회사가 성공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논쟁의 기저에 깔린 전제이다. 애초에 어떤 스프레드 시트의 마법사라도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창의력의 경이와 매력적 게임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스파크를 결여한 게임을 가져다가 아주 작은 차이라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바로 이런 스파크야 말로 메마르고 알기쉬운 지표를 게임을 발전시키는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표는 게임 디자인을 대체할 수 없다. 지표는 그저 알려줄 뿐이다. 이건 강조할 가치가 있다. 지표는 게임 디자인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 못한다. 지표가 할 수 있는, 멋지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재능있고 통찰력있으며 창의적인 게임 디자이너에게 어디에서부터 작업에 착수해야 할 지에 대한 탄탄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표 데이터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특정한 부분에서 막혀 있는지를, 또는 특정한 행동이 의도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지를, 아니면 디자이너가 의도한 핵심 전략을 놓치고 있는지를 말해줄 수 있다. 지표 데이터는 게임 디자인 팀에서 게임의 어떤 서브 시스템이 무시되고 있지나 않은지, 게임의 어떤 요소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을 완전히 포기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거래 시스템 (현금이든 가상화폐이든)의 밸런스가 무너져 있으며 동작하지 않는지를 알려줄 수도 있다. 한편으로 지표 데이터가 할 수 없는 일은, 디자이너에게 이들 문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표는 당신에게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 예를 들어 이전에 우리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엔딩을 보지 않은 채 플레이를 중단한다는 것까지만 알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플레이어들이 포기하며, 가로막힌 장애물을 통과하려고 플레이어들이 어떤 시도를 하다가 실패했는지도 알 수 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이 문제에 대한 당신의 이해가 어디에 기반하는가 (레벨 디자인의 문제인가? 좀더 근본적인 밸런스 상의 문제를 시사하는가? 몬스터들이 문제인가? 아이템이? 물리엔진이?)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보스 몬스터의 체력을 낮출 필요가 있는가? 승리 조건의 난이도는 그대로 두되 좀더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창의력과 숙련된 게임 디자이너의 영역에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스프레드시트는 어떤 해답도 제시할 수 없다 – 스프레드 시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올바른 질문이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일이며, 이는 어둠 속에서 주위를 더듬거리다가 제대로 찍었기를 기대하며 작업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울러 지표는 당신의 해결책이 제대로 동작하는가를 확인해 줄 수도 있다 – 그것이 바로 반복 테스트의 기능이다. 해결책을 적용하고, 테스트하고,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한다. 잘 동작하지 않으면, 뭔가 새로운걸 생각해낸다. 여기에 다양한 멋진 방법론적 용어를 갖다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다음번 파티에서 베이지언 학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보자. 꽤 재미있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방법론은 반드시 지표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과 연계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나면 당신이 적용한 새로운 케이스들을 테스트하고, 뭔가가 제대로 동작할 때까지 반복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비교적 냉철한 기계적인 작업이다 – 그러나 기계적이라고는 해도 이 과정에 고전적인 게임 디자인의 재능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내는, 매 반복 테스트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디자인해서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말이다. 지표로 할 수 있는 이런 작업들 –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을 무시하고 지금까지 지표가 게임 디자이너들을 단순히 스프레드시트나 만지작거리는 작업자로 위축시켜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설명이다. (동시에 고전적인 게임 디자인이 꾸준한 스프레드시트 작업과 함께할 때 최고의 효율을 발휘해왔음을 상기한다면, 고전적 게임 디자인을 무시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으로부터 지표를 수집하는 능력은 강력하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들은 지표의 강력함과 중요성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듯 보인다. 지표는 훌륭한 디자이너의 분석과 통찰력이 없이는 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하며, 지표가 보여주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참신한 해결책과 그걸 떠올릴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없이는 전적으로 무의미하다. 나는 지표의 비판론자들이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듯이 지표의 가장 열광적인 몇몇 지지자들 또한 실수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데이터를 남용하려 시도하고,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의 창의력, 통찰력, 그리고 영감을 인정하고 우선순위에 놓는데 실패했다. 심지어는 끄적댄 낙서를 반복적 A/B테스트를 통해 셰익스피어로 진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불순한 죄를 저지른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당연하게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실수들이 게임 디자인과 지표의 더 큰 그림을 대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데이터 분석과 피드백이 가진 환상적인 잠재력을 몇 가지 실수 (그리고 데이터 주도 디자인은 부분유료화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부분유료화가 싫으므로 데이터 주도 디자인도 싫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비판하는 것은, 깜짝 놀라 울고 있는 아기를 빠르게 식어가는 목욕물 속에 버려두고 떠나는 것과 같다. 데이터 주도 디자인에 대한 반발은 부당하다. 지표는 게임 디자인에 있어 훌륭한 개발 도구이며, 프로 개발자에게 핵심적인 능력이자 게임이라는 매체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도약이다.
  22.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일주일 간격을 두고 배틀필드4(이하 배필4)와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이하 고스트)가 출시된지 약 20일 정도 지났네요. 처음엔 배필은 역시 배필이고, 고스트는 역시 콜옵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평가가 좀 바뀌었습니다. 배필은 역시 배필이지만 고스트는 콜옵 치곤 좀 이상하다 정도루요. 뭐 싱글은 콜옵 맞습니다. 오밀조밀하게 짜여진 스크립트들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처럼 요란한 씬들을 구성하는 한편, 우주정거장이나 개와의 싱크로, 헬리콥터와 탱크 조종 등 중간 중간 새로운 경험들이 제공됩니다. 그런데 사실 싱글은 튜토리얼일 뿐, 우린 멀티 하려고 콜옵을 사지요. 그런데 멀티가 상당히 불쾌합니다. 분명히 콜옵은 콜옵인데 이전 모던 워페어 시리즈 만큼의 재미가 없어요. 새로운 맵과 새로운 무기들에 적응이 될 되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계속 해봐도 확실히 재미가 떨어집니다. 기본 요소는 콜옵 그대로인데 말이죠. 이걸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고스트의 멀티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콜옵 멀티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간직하고 있지만 그 콜옵 멀티가 재미있는 이유는 모두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발전된'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말이죠. 우선 가장 기본적인 맵을 한번 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콜옵의 멀티플레이 맵들은 서든 어택 처럼 고정된 기지를 지니는 대칭 구조가 아니라 비대칭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지가 없기 때문에 맵 곳곳에서 랜덤하게 스폰되지요. 사실 콜옵의 멀티가 재미난 이유의 90%는 바로 이 비대칭 구조 + 랜덤 스폰에서 옵니다. 대칭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니 구석 구석 다양한 재미를 주는 레벨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정된 스폰 포인트가 없으니 고정된 동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캠핑이 힘듭니다. 대칭구조 맵에선 '이 곳을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캠핑하지만 콜옵에선 이 확신이 없지요. 그리고 전자는 뒷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항상 뒷치기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대신, 콜옵의 맵들은 좀 더 크고 단순한 구조를 지닙니다. 맵이 큰 대신 스프린트 속도가 빨라서 조우 빈도는 높습니다. 그리고 고저는 있지만 일부 건물의 2층 정도를 제외하면 입체적인 구조물이 적고, 또 이렇게 내려다보는 장소는 모두 2중, 3중으로 뒷치기에 노출됩니다. 또한 야외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구조물들로 인해 시야를 조절합니다. 넓고 짧게 보이거나, 좁고 길게 보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콜옵의 멀티 플레이는 여타 다른 FPS 게임들에 비해 굉장히 캐주얼합니다. 어찌 보면 술래잡기라고 느껴질 정도루요. 이게 콜옵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의 핵심 비결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스트는 여기에 좀 더 게임 디자인 적인 기교를 부렸습니다. 고스트의 맵들은 콜옵의 맵들보다 좀 더 입체적입니다. 공간을 2~3개 층 정도 쌓아놓은 구조물이 많습니다. 기존 콜옵을 할 땐 미니맵에서 그냥 적의 위치만 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적의 위치 외에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맵이 입체적이다 보니 이 고저차를 이용한 플레이가 상당히 강조되어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또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사격하는 상황이 이전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죠. 또한 빛과 그림자에 의한 명암 효과도 이전 시리즈보다 두드러집니다. 이전엔 기본적으로 맵 자체의 조도가 일정했습니다. 실내 / 실외의 밝기 차이도 심하지 않았구요. 하지만 고스트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명암 대비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같은 실외라고 하더라도 그림자에 숨어있으면 잘 보이지 않고, 또한 실외에선 실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내에서 실 외로 나갈 때 HDR 효과도 강합니다.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런 고저차의 활용이나 명암 대비에 의한 은폐효과 등은 보다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유도하면서 결과적으로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니 최소한 (주력은 이미 다 떠났지만) 인피니티 워드는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오히려 이전보다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쾌해졌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최대한 활용하면 결국 캠핑 플레이가 나오니까요. 이전까지 콜옵 멀티의 재미는 단순하고 명쾌한 것에 있었습니다. 특히 죽음을 굉장히 쉽게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였죠. 딱히 숨을 곳도 없고, 숨는다고 유리하지도 않기 때문에 스나이퍼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캠핑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조우하니 보통은 총을 맞아도 정면에서 사격자를 바라보면서 맞고,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쉽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 아니까 랜덤 스폰해서 금방 그곳으로 달려가 복수를 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고스트는 다릅니다. 높고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으면 일단 적에게 발견되기도 힘들고, 발견된다 한들 피아 식별에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리고 시야 거리가 이전작들보다 넓고 길기 때문에 접근하는 공격자보다 대기하고 있는 캠퍼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리고 맵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에 다시 리스폰 된 뒤에 원래 위치로 돌아가긴 커녕, 당장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기 힘듭니다. 그렇게 헤메면 이번엔 다시 다른 캠퍼를 만나서 사냥당합니다. 특히 저같은 SMG 개돌러들은 그냥 고기 과녁이 되어버렸죠. 캠핑 포인트에서 이미 에임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소총이 에임들어가는 사이에 조준 없이 힙으로 먼저 쏜다는 SMG의 장점이 그냥 완벽하게 사라졌거든요. 그리고 언급한 것과 같이 시야가 넓고 길어진 것도 한몫 하구요. 레벨 디자인 뿐만 아니라 메타게임 디자인도 발전했습니다. 모던 워페어 2 까지만 해도, 특정한 종류의 총을 많이 쓰면 같은 종류의 다른 총이 언락되고, 새로 언락된 총을 많이 쓰면 도트 사이트나 소음기 같은 부착물이 언락되고 위장무늬가 언락됩니다. 그리고 많이 하면 PERK(장전 속도 증가, 레이더에 탐지 되지 않음과 같은 패시브 스킬들. 최대 4개 까지 장착 가능합니다.)들도 언락되고 뭐 그런 식이었죠. 고스트의 메타 게임은 다소 방식이 다릅니다. 레벨이 오르거나, 플레이를 잘하거나 하면 스쿼드 포인트라는 코인을 얻게 되고, 무기나 부착물 등은 이 코인을 소모해서 언락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코인을 소모하지 않으면 어떤 무기나 부착물도 언락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코인이 충분하면 한번에 무기와 부착물 등을 여럿 언락할 수 있습니다. 모던3에선 새 총을 먼저 언락한 뒤에 이 총으로 또 한두시간 플레이를 해야 이 총에 도트 사이트를 달 수 있었지만 고스트에선 한방에 그냥 총 언락하고 도트 사이트도 달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PERK는 특정 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언락이 되고, 코인을 쓰면 바로 언락이 됩니다. 이전엔 언락하는 행위 자체는 게임플레이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부착물 달려면 좀 더 오래 플레이해야 하니 가끔 극복의 대상이긴 했지요. 언락해놓은 총기 / 부착물 / PERK / 킬스트릭 등을 어떻게 조합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군장을 꾸리느냐가 메타게임의 게임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고스트에선 언락하는 행위 자체도 게임플레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무장이나 방어구를 먼저 풀 것인지, 특정한 PERK를 코인으로 먼저 풀 건지 등에 대해서도 전략을 짜야 한다는 거지요. PERK의 편집도 보다 강화되었습니다. 이전엔 4가지 종류별로 1개씩의 PERK를 골라서 장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젠 각 PERK마다 1~3점의 점수가 분배되어있고 총합 8점이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PERK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메타게임을 강화해서 재미있어졌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게 아니니까 문제죠. 일단 언락에 대한 성취감 자체가 줄었습니다. 이전엔 설령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카모 패턴을 얻고, 부착물을 얻고, PERK를 얻는다는 성취감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코인으로 지급하게 되니 내가 무언가를 언락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냥 온라인 FPS에서 게임머니 조금 얻은 기분이에요. 특히 코인 지급 시점도 좀 애매한 것이, 이전 콜옵의 메타게임에서 장비와 부착물의 언락은 레벨과는 또 별개로 돌아갔습니다. 레벨업 하는 동안에 중간 중간 이것 저것 언락되어서 레벨업 과정에서도 성취감을 줬는데 코인은 이게 좀 애매합니다. 레벨이 오르면 어느정도 주는 건 맞는데, 그 중간에도 주긴 해요. 그런데 이게 언제 지급되는지가 좀 애매합니다. 이전엔 무기에도 숙련도가 있고 매 세션이 끝날 때 마다 무기에 대한 숙련도 진행상황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레벨 사이에 코인 지급 기준은 불분명합니다. 콜옵의 메타게임이 위대했던 것은 세션 단위로 진행되는 FPS 게임에서,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게임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동기부여라는 거죠. 하지만 고스트의 메타게임은 이 동기를 전혀 제공하지 못합니다. 월탱의 메타게임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고생고생해서 높은 티어의 전차를 하나 언락하고 나면 당장은 기쁘긴 한데 업글이 없어서 또 게임이 힘들어집니다. 그거 붙잡고 또 업글하고 살만해지면 다시 높은 티어의 전차를 얻는 식으로 계속 플레이를 유도하죠. 콜옵의 메타게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새 총 하나 언락하면 다소 불편하지만 그거 들고 열심히 뛰어서 도트 사이트 붙이고, 소음기도 붙이고 또 그러다가 새 총 언락되면 써보고 이런 식으로 꾸준히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고스트에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요. 이렇게 메타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반응성도 이전보다 떨어집니다. 이전엔 세션과 세션 사이의 인터미션에서 잽싸게 커스텀 메뉴로 가서 방금 언락한 총이나 부착물들을 장착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아니 당연했지요. 그런데 메타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커스텀에 시간이 많이 들어 이젠 아예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인터미션에서 군장을 꾸리는 것이 힘듭니다. 그러니 언락에 대한 성취감은 더더욱 떨어지지요. 고저차와 명암 대비를 사용한 전략적인 플레이, 보다 유저 선택의 폭을 넓힌 메타게임. 개개로 보면 분명히 이전보다 발전된 게임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콜옵은 단순한게 매력인 게임이었단 말이죠. 그런데 여기다가 게임플레이를 얹어놓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면서 게임은 오히려 이전보다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니, 사실 불쾌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속담이 영어엔 없었던 걸까요? 그러고보면 반대로 게임 후의 결과 화면은 쓸데 없이 줄여놓았습니다. 원래 콜옵은 게임이 끝난 후에 별 시시콜콜한 것에 대해서도 칭찬을 했습니다.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 "가장 높은 곳에 위치"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가장 많이 죽임" 아무리 게임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소소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의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다시 한번 게임에 뛰어들 동기를 제공했죠. 그런데 고스트는 이 마저도 없습니다. 자세히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안보입니다. 이건 도대체 왜 뺀 걸까요?
  2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Meaningful choice in games : practical guide & case studies 시드마이어가 게임을 '의미있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했을 때 그가 염두에 둔 것은 시뮬레이션 장르임이 확실해!! 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이 글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드라마 또는 서사성이 강한 게임 장르에서도 이런 점은 확고하군요. 원문주소 : http://www.gamasutra.com/blogs/BriceMorrison/20131119/204733/Meaningful_Choice_in_Games_Practical_Guide__Case_Studies.php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글은 게임 디자인 및 교육 사이트 The Game Prodigy의 편집장 브루스 모리슨 (Bruce Morrison)이 작성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방문해보시길 나는 결코 보이드(Boyd)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보이드는 내 동료이자, 친구이고, 친우였다. 나는 그를 믿었고 그는 나를 믿었다. 그러나 파이어 엠블렘의 힘든 고비에서, 나는 보이드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는 기사들에 포위되어 있었고 빠져나올 길은 없었다. 몇 턴이 더 지난 후, 놈들은 막타를 날렸다. 내가 처음부터 함께해왔던 캐릭터는 살해당했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처참했다. 그는 죽을 필요가 없었다. – 게임이 의도적으로 그를 죽인 것이 아니었다. 내 실수였다. 불필요한 유혈사태였다. 그는 괜찮은 무기와 방어구를 지닌 선하고 강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그는 떠나버렸다. 이후의 게임 내내 나는 내 실수를 곱씹었다. 그의 동생은 아마도 “우린 할 수 있어! 보이드도 그러길 바랄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그의 친구 또한 “보이드가 여기 있었더라면 … 우리가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있었겠지” 라며 맞장구를 쳤을 것이다. 나는 전투에 돌입하며 그가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떠나버렸다. 제기랄, 10년이나 됐는데도, 개별 캐릭터들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을지언정 그 일만은 여전히 기억이 난다. 가상의 선택에 의해 가상으로 괴로워했던 보이드와의 경험은,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나에게 게임에서의 “의미있는 선택”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었다. 플레이어의 마음 깊은 곳을 흔들어놓는 선택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현실에서의 자기 캐릭터를 돌아보게 만들며 깊은 감정적 경험을 기억하게 만든다. 이런 요소가 바로 게임을 예술이 되게하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거지? 어떻게 진정으로 의미있는 선택을 게임에서 만들 수 있는걸까? 내 얘기를 듣기전에, 우선 명작의 가르침을 배워보자 – 내가 개인적으로 예술이 현재 도달한 지점이라고 믿는 게임이자 비평적으로 크게 호평받았던 게임인 2012년작 워킹 데드 (Walking Dead) 가 그것이다. 의미있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이는 “게임은 예술인가?”와 비슷한, 누구든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영원히 논쟁할 수 있을 법한 얘기다. 좋은 일이다. 누구든 의견은 가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내 디자인과 이 글을 위해서, 나는 의미있는 선택을 좀더 특정한 것으로 정의하려 한다. 의미있는 선택은 이하의 네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1. 인지 – 플레이어는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가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만 한다. (인지된 선택) 2. 게임 플레이 결과 – 선택은 게임 플레이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결과를 가져야만 한다. 3. 상기 – 플레이어는 이후에 자신이 내렸던 선택을 상기할 수 있어야만 한다. 4. 영속성 – 플레이어는 선택의 결과를 경험한 후에 되돌아가 선택을 돌이킬 수 없어야 한다. 만약 이 네 가지 요구사항이 모두 충족된다면, 우리는 의미있는 선택의 레시피를 가진 셈이다. 이게 사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항목들은 사실 현실에서 의미있는 선택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인생에서 내렸던 중요한 결정들을 돌이켜보자 – 어떤 학교를 갈지, 친구에게 말을 할지 말지, 누구와 결혼할지, 헤어질지 – 이 모든 결정들에 위의 네 가지 항목들이 들어있다. 이런 선택들이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다. 게임에서, 이런 요소들이 포함된 선택은 플레이어들이 논하고 생각하고 기억할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선택을 의미있게 만듦으로써, 우리는 게임 자체를 의미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각 항목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항목 1 : 인지 플레이어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선택지를 두고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의미있을 수가 없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데 게임 속에서 신디라는 캐릭터가 울며 도움을 청한다고 가정해보자. 플레이어는 신디에게 달려가 그녀를 돕는다. 그 순간, 게임이 말한다 “당신은 버나드가 아니라 신디를 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버나드를 본 일이 없다. 플레이어는 버나드가 곤경에 처했는지를 알지도 못했거나, 심지어 그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이 지점에서 플레이어는 아마도 짜증이 날 것이다. 이는 선택을 망쳐버리고 의미없게 만든다. 플레이어가 버나드와 신디 사이에서 내린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대신, 그저 게임을 욕하게 된다. “뭐? 난 버나드를 구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난 신디를 구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은 더 이상 선택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 결과로 일어난 일도 스스로의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게임의 흐름상에서 필연적인 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둘째로, 플레이어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뇌하고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기회를 완전히 잃게 된다. 대신 게임이 자기에게 뭘 하길 바라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플레이어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워킹 데드가 선택의 인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선택 인터페이스를 통한 것인데, 이는 데이빗 케이지 (David Cage)가 헤비 레인(Heavy Rain)과 파렌하이트(Fahrenheit)를 통해 폭넓게 탐구해왔던 것 유사하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경우, 그들은 다른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얼마나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할 것인지는 여러분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워킹 데드에서 몇몇 선택지와 그 결과는 명확하다. 위에서 든 예와 유사한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걷는자들 (walkers. 워킹 데드에서 좀비를 부르는 단어 –vsc) 을 피해 편의점에 숨는다. 한 무리의 걷는자들이 가게 안으로 쳐들어오고, 두 명의 캐릭터가 붙잡힌다. 플레이어는 누구를 구할지 선택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주어진다. 두 캐릭터 모두 플레이어의 시야 내에 있다. 이 장면은 명백하게 플레이어가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따라서 한 쪽을 선택할 때, 플레이어들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기만 하다면, 의미있는 선택의 인지 수준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게임의 초입부에서 허셀 (Hershel)과 대화 중 플레이어는 질문을 몇 개 받게 된다. “당신들 어디서 왔소?” “당신이 그녀의 아버지요?” “여기 누구랑 같이 왔소?” 이들 중 어떤 질문이 중요하고 어떤 질문이 그렇지 않은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그 결과가 어떨지는 확신하지 못할지언정 스스로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대화의 인터페이스가 이것이 선택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 플레이어에게는 결코 하나의 선택지만이 주어지는 법이 없으며, 언제나 둘 이상이다. 따라서 허셀이 대화 속에서 플레이어의 거짓말을 발견해내면, 그들은 그걸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경찰관이랑 같이 왔어요”라는 거짓말이 아니라 “혼자 왔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허셀이 이에 대해 플레이어를 질책하면, 그들은 그것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것임을 알고 있게 된다. 항목 2 : 게임플레이 결과 당신이 게임을 하다가 보물상자를 발견했고, 그 상자 안에는 두 개의 아이템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1. 몬스터를 두 대 때려야 죽일 수 있는 지금 가진 검보다 더 좋은, 한 대만 때리면 되는 새 검 2. 지금 가진 것과 같지만 색깔이 다른 검 당신은 어떤걸 선택하겠는가? 물론 첫번째일 것이다. 첫번째 검이 게임플레이로서의 결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플레이 결과는 단순히 게임의 신호와 소리만을 바꾸지 않는다. 게임플레이 결과는 플레이어의 행위와 행동을 바꾼다. 게임을 단순히 달라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용을 불러오는 것이다. 최선의 의미있는 선택은 게임플레이 결과와 함께 미적인 결과 또한 수반한다. 게임의 경험과 플레이어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당연하게도 단순히 달라보이는 외피를 가진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의미있다. 워킹 데드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한 많은 게임플레이 결과가 존재한다. 케니(Kenny)가 래리(Larry)와 싸우는 중에 당신이 케니 돕기로 결정하면, 이는 케니가 이후에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에 영향을 미친다. 편의점에서의 전투에서 케니를 도우면, 케니는 이후에 당신이 래리와 실랑이를 벌일 때 당신을 돕는다. 이는 또한 케니가 당신의 계획을 따를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게임의 전제에 충실하게, 당신이 내리는 선택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완료될 때까지 파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의미있는 선택과 게임플레이 결과의 안좋은 사례를 더 최근의 서사 장르 게임 중에서 찾아보면 데이빗 케이지의 비욘드 투 소울즈 (Beyond Two Souls)가 있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헤비 레인과 반대로 비욘드 투 소울즈는 많은 플레이어들과 리뷰의 욕을 먹었다. (메타크리틱 점수 71점. 헤비 레인은 87, 워킹 데드는 92점이었음) 그래픽 효과는 놀라웠던데 비해, 게임플레이는 많은 것을 결여하고 있는 듯 보인다. Ars Technica의 카일 올란드 (Kyle Orland)는 아래와 같이 썼다. 엘런 페이지의 드레스에 대해 얘기를 할지 손님에 대해 얘기를 할지 결정을 내려도 대화의 대사를 바꾸는 것 말고는 아무런 결과도 야기하지 않는다. 게임의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의미있는 선택의 프레임워크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비욘드 투 소울즈의 많은 부분들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가설을 세울 수 있다 : 비욘드는 충분히 강력한 게임플레이 결과를 가지고 있지 않다.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도 퀀틱 드림 (Quantic Dream : 비욘드 투 소울즈의 개발사)의 개발팀은 이 부분을 개선할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이 강력한 감정적 무게를 가지도록 말이다. 항목 3 : 상기 후회는 인간의 아주 복잡한 감정이다. 오랜 우정을 떠나버린 후회. 가족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일만 한 후회. 기회가 있을 때 꿈을 좇지 않았던 후회. 후회는 실망과 책임감, 그리고 과거에 주어졌던 선택의 기회에 당신이 원하는 것을 고르지 않았던 데에 대한 현재의 슬픔이 뒤섞인 것이다. 자랑스러움은 후회의 반대이다. 당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가 자신이 원하던 그대로 돌아온 데에서 느끼는 신나는 느낌이 자랑스러움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것은 자랑스럽다. 이후에 훌륭한 일로 밝혀진 일을 선택한 것은 자랑스럽다.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은 자랑스럽다. 후회의 이야기와 자랑스러움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이전에 스스로 내린 선택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결코 후회나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는 당신이 과거에 내린 결정이 현재의 세계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면, 그 또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워킹 데드에서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자기가 이전에 내린 결정을 상기하게 된다. 케니는 “넌 한 번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없어!” 라고 소리지른다. “넌 모터 여관에서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지” 이후의 다른 캐릭터는 또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이 내린 선택은 단지 그 순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당신이 다른 캐릭터들과 맺고 있는 장기적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텔테일 (Telltale – 워킹 데드의 개발사)이 이런 상기 요소를 넣지 않았다면, 그 많은 선택들은 플레이어에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이전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게임 전반에 걸쳐 조금씩 상기시켜줌으로써, 플레이어가 내렸던 결정은 점점 더 강한 무게감을 갖게 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한 번 내렸던 결정이 계속해서 플레이어의 경험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를 통해 의미를 더 강화해준다.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그걸 기억조차 않고 앞으로 간다면, 당신은 결코 후회나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못 느끼는 것이다. 항목 4 : 영속성 페이퍼 마리오 RPG의 끝부분에서, 마지막 보스는 마리오에게 악의 편으로 돌아서 자기에게 가담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플레이어는 예/아니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이 아니오를 선택하면, 최후의 전투가 시작된다. 그러나 예를 선택하면, 그냥 “게임 오버” 스크린이 나오고, 10초 전으로 돌아가서 리셋된다. 누구도 이를 당신 자신의 도덕심을 드러내는 굉장한 엔딩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기억한다면, 그들은 이를 그저 짜증났던 것 정도로만 말한다. 뒤로 돌아가서 스스로 내렸던 결정의 결과를 즉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울 수도 있었을 게임플레이를 지루한 형식상의 절차로 만들어버린다. 실생활에서의 선택이 감정과, 슬픔과, 목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그 선택이 영속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다. 실생활에서 당신은 배우자와 싸움을 하고나서 되감기하여 다시 싸울 수 없다. 단 한 번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결정을 내리거나 말을 하는데 있어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게임에서 또한, 리셋이 가능하다면 빌딩을 날려버리거나 무고한 구경꾼을 망설임 없이 공격할 수 있다. 워킹 데드는 이를 자동저장 기능을 활용하여 다루고 있다. 플레이어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 게임은 이를 되돌릴 수 없도록 잠가버린다. 따라서 당신은 스스로 내리게 될 모든 결정에 대해 확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플레이어는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그 에피소드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리셋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추가되는 불편함은 일반적으로 그런 짓을 단념하게 하기에 충분한다. 결론 지금까지 설명한 개념이 여러분에게 유용하길 바란다. 당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에 이들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고 확신한다면, 나는 그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큰 가치를 전달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앞서 언급했듯, 의미있는 선택을 만드는 데에는 수천가지의 방법과 조합이 있다. 여기에 적은 내용은 내게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며, 성공적인 게임들에서 내가 반복적으로 발견하는 요소들이다. 나는 게임이 예술이며, 깊이 있는 게임은 일반적으로 문학이나 영화에서 기대되는 감정 또는 그 이상도 탐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플레이어가 그들 스스로를 재평가하게 만들고, 게임에서 얻은 교훈을 실제 생활에 적용케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듬으로써, 우리 게임 개발자들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내는 것이다. 현명하게 선택하길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플레이어가 절대 개발자의 의도대로 스토리를 플레이해주지 않는, 심지어 의도대로 플레이 해준다고 해도 내러티브의 속도감과 게임플레이의 속도감의 간극이 큰 mmorpg와 같은 장르에서는 특히나 항목 3 – 상기의 요소가 꼭 좀 들어가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에픽 스토리 7을 하고나서 다른 잡스런 퀘스트를 20-30개쯤 하고나면, 에픽 스토리 8이 시작되었을 때 ‘무슨 얘기였지?’ 하는 경우가 아주 많아서요.
  24. zingsor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이걸 여기에 옮기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재미와 보상물 그리고 숙력이라는 부분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라 옮겨봅니다. --------------------------------------------------- 요즘 게임이란 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무래도 중독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니 촉발된 생각인 듯 하다. 의존성이 있냐, 금단 증상이 있냐… 등에 대한 학술적 측면에서는 나도 잘 모르니 그냥 일반적으로 쓰는 중독 – 계속 하고 싶은 마음 정도로 보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 본다. 학술적 측면을 얘기 안한다면서 곧바로 이야기 하자면, 스키너는 간헐적 보상 실험을 통해 원래 인간은 도박에 쉽게 빠져들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걸 증명했다. 따라서 게임들이 간헐적 보상물, 딱 잘라 말해서 디아블로를 죽였더니 노란게 나올지 주황색이 나올지 녹색이 나올지 가늠할 수 없는, 똥템이 나올지 대박템이 나올지 모르는 게임 설계 자체가 바로 중독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런 낙차가 클 수록 인간은 더욱 더 끊기 어렵다고 한다. 야구보다 축구가 더욱 중독적이고 경기를 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분 20분 동안 이리저리 공이 굴러다니다가 그물망을 흔드는 그 짜릿함. 슬롯을 돌리다 잭팟이 터지는 것과 동일한 기쁨을 느낀다.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서 정작 ‘재미’라는 부분을 건너뛰고 이야기한 것 같다. 재미,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한다. 머리를 쓰던 손가락을 쓰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재미는 얻어지는 보상물을 통해 증폭되고 쉽게 그만 둘 수 없게된다. 그런데 이거 재미라는 요소만 빼면 게임이나 일이나 비슷해 보인다. 목표 달성을 위해 이리저리 몸을 쓰고 머리를 쓰는. 결국 먹고 살기 위한거냐, 유희를 위한거냐 거기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 인간은 이렇게 게임, 놀이를 즐기는 동물로 진화했을까? 난 이부분도 결국 생존을 위해 게임,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고 믿는다. 인간은 본능보다는 습득에 의해 생존이 결정되는 생물이다. 먹을 걸 구하는거나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모든 행위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지식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실전에서 모든 걸 배울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태반은 굶어죽고 잡아먹혀서 죽을 것이다. 그래서 잉여 에너지가 있는 동안에 누군가로부터 배우거나 연습하여야 한다. 여기서 조금만 비약하자면, 사냥감을 잡는다와 사냥감을 잡기 위해 연습한다로 나누면 전자는 일이고, 후자는 게임이다. 일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생존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은? 눈 앞에 보이는 목표가 없다. 목표가 없으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연습)이 부족하면 언젠가 눈 앞에 닥칠 생존이라는 목표를 잡기 어려워진다. 난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연습-게임에서 재미를 느낀 종이 살아남았다. 그래서 인간은 게임에서 재미를 느낀다. 멍멍. 어쨌든, 굉장히 돌아왔는데 그렇기에 난 게임에는 숙련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면 뭔가를 얻는데 그게 게임에서 얻어지는 보상물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그 게임에 대한 숙련, 게이머의 스킬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액션 게임을 많이 해서 손과 눈의 반응이 빨라진다거나, 퍼즐 게임을 많이 해서 특정 패턴에 대한 인지 능력이 발달한다거나 하는. 이런 요소가 없다면 게임이라 부르기 조금 꺼려진다. 이후에 이야기할 부분은 조금 민감한데… 그래서 ‘과연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같은 게임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이다. 몇번 농담 삼아 확밀아는 게임이 아닌 빠찡코라는 것. 숙련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낮고, 간헐적 보상물에 대한 목표의식만 잔뜩 높여놓은 도박이라는 이야기다. 확밀아에도 숙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글쎄… 어째 글을 쓰다보니 확밀아 까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보상물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본질은 숙력과 성장(게이머의)이며 이를 가능하도록 지속시키는 요소는 재미여야 한다는 것. 네, 그러니까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주세요.
  2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5 video games that could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시리어스 게임은 왠지 좀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 듯 한데, 물론 저도 동의하구요 ㅋㅋ 컨디션이 좋으면 종종 시리어스 게임은 ‘그저 전달하려는 경험의 종류가 다를 뿐’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더군요. ‘재미’가 아니라 ‘경험’이죠. 게임은 무엇인가를 논할 때 가능한한 범위를 넓게 잡는게 왠지 으쓱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게임을 ‘재미’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쪽을 좀더 선호할 때도 있습니다. 아 물론 어느쪽을 택하느냐는 역시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구요. ㅋㅋ 시리어스 게임이 ‘해볼만큼’ 매력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이런 점을 상기하시면 좋습니다. 1. 시리어스 게임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몇 개만 해봐도 ‘꽤 많이 해본’ 행세를 하는게 가능합니다. 2. 대부분의 시리어스 게임들은 실행이 극히 편하고 (실행파일 하나 클릭, 아니면 웹브라우저에서 ㅇㅋ) 길이도 별로 길지 않습니다. 3. 시리어스 게임을 좀 해보면 어디가서 ‘아는척’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아는척’ 하는건 우리 모두가 즐기는 미덕이죠 ! 원문주소 : http://www.salon.com/2013/11/09/5_video_games_that_could_make_the_world_a_better_place/ 이 매력적인 게임들은 단순히 당신을 즐겁게 해주기만 하지 않습니다. – 이들은 당신의 삶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켜 줄 것입니다. “교도소 건축가”에서 당신은 영리목적 교도소의 책임자가 된다. (인트로버전 소프트웨어) 10월에는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자라지 않은 사람들도 할만한 몇 개의 게임들을 살펴봤었다. 이번 주에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명확한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다섯 개의 게임을 살펴보고자한다. 상호작용적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신나는 부분들 중 하나는, 플레이어가 현실에서는 절대로 겪을 일이 없을 일들을 직접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비디오 게임은 8살짜리 소녀의 눈으로 세계를 보게 해주는가하면, 재계의 억만장자 거물이 되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서로 다른 영역에 내재된 모든 장점과 단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비디오 게임 산업이 성숙해져가고 다양화되어 가면서, 점점 더 많은 개발자들이 몰입의 독특한 가능성이 주는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당신 자신의 눈을 통해 비디오 게임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건, 무척 가슴이 따스해지는 일이다. Dys4ia 트렌스젠더 여성인 안나 앤쓰로피 (Anna Anthropy)는 “Dys4ia”를 통해, 호르몬 치료를 겪으며 스스로 내렸던 결정의 모든 측면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자전적 이야기를 전한다. 이 게임은 작은 장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장면들은 여자 화장실에서 받은 느낌에서부터 에스트로겐 알약을 먹은 후 일주일이 지난 다음의 민감한 유두까지 모든 것을 다룬다. 매우 솔직하고, 열려있으며, 어색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매우 뭉클해할만한 내러티브로 표현되어 있다. 스트레이트 남성인 나에게 이 게임은 트렌스젠더가 된다는 독특한 도전을 아주 약간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의 형식은 이런 도전들을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법을 통해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어준다. 교도소 건축가 (Prison Architect) 전략 게임들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기업을 운영하는데 따르는 매력적인 일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당신은 놀이 공원을 만들거나 야구단을 운영할 수도 있고, 자유세계의 리더 중 한 명이 되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교도소 건축가”가 그 소재가 암시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실제로 제공하는 유일한 전략 게임이다. 당신은 영리목적 교도소를 운영하여 이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한다. 죄수들의 안락함, 사생활, 그리고 청결 상태까지 모든 것이 손익 계산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을 더 많이 제공할수록 순수익은 더 낮아진다. 이 게임은 어떤 경건한 스토리텔링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이 게임은 전체 교도소 산업의 미심쩍은 윤리적 체계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옥방의 크기를 줄이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놀랄만한 죄책감을 준다. 매일매일 같은 꿈 (Every Day the Same Dream) 일상은 삶의 일부이다. 매일매일의 삶을 산다는건 어딘가 편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도 “매일매일 같은 꿈”이 아름다운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 게임은 영원히 플레이 할 수 있다. 일어나서, 아내에게 키스하고, 직장까지 운전하고, 좁은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아 편안한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이 명백한 일상을 따르지 않을 때, 당신은 뭔가 새로운, 전복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다. 매일매일 같은 꿈은 누군가 다른 이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들의 작은 세계 속에서 반복되는 색깔을 보는 게임이다. 우울증 퀘스트 우울증 퀘스트는 아마도 이 목록에서 가장 단순한 게임일 것이다. 인터랙티브 픽션보다 약간 더 게임스러우며, 우울증과 더불어 살아가는만큼 정상적이고 극적이지 않은 게임이다. “우울증 퀘스트”는 명확한 목표를 기반하여 개발되었다. 정신질환이 없는 이들에게 정신질환이 어떤지를 아주 잠깐 보여주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에 의해 여전히 낭만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우울증에 이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게임은 ‘스스로 결정하세요’ 어드벤처 소설처럼 짜여져있지만, 모든 좋은 선택지가 삭제되어 있다. 당신은 무척 힘든 상태로 잠자리에서 일어났고, 출근하기엔 늦었다. 다음에 뭘 할지 결정하는 선택지를 보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아마도 늦겠지만 아예 안가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선택지는 굵은 빨간 줄로 지워져있다. 이 게임은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힘내라”라는 것이 왜 불가능한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카트 라이프 누군가는 나에게 “카트 라이프”를 설명하면서 “불량한 게임”이라는 얘기를 했었고, 나는 이게 꽤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은 온통 흑백으로 칠해져있고 거친 8비트 음악을 들려주며, 꽤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당신은 커피를 만들거나 신문을 파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날그날 근근히 살아가려 노력한다. 돈을 부족하고 시간은 없으며 수백가지의 일들이 당신의 에너지를 파먹는다. 이 게임은 무척 단조롭지만, 바로 그게 핵심이다. 커피콩을 갈고 갈고 또 갈다보면, 어느순간 바로 그 일을 통해서 매일아침 딸을 학교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되고, 그 단조로움을 견뎌야만 하는 현실이 정당화된다. 우린 미국 사회의 최하층에 있는 소외된 이들에 대해, 미국의 고압적 사회에서 그들이 어떻게 잊혀졌는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그러나 “카트 라이프”는 어떤 오만한 설교도 하지 않는다. 이 게임은 그저 플레이어를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을 살게 강제함으로써, 아주 작은 사업일지언정 그걸 하는 이들 뒤에 있는 고집스럽고 개인적 희망을 포용하게 한다. 루크 윙키 (Luke Winkie)는 프리랜서 작가이며 텍사스대학에서 저널리즘/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는 현재 Vice, Noisey, Paster 그리고 LA Weekly에 기고하고 있으며, 위대한 장군들과 가설적 기술, 2006 Padres에 이상한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