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nouncements

    • Zerasion

      GDF 기본 공지 사항   2017년 11월 23일

      이전 (phpbb & Ruby를 쓰던) GDF에 올라왔던 공지사항들을 새 형식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인벤과 GDF에 대하여 일단, 도메인 주소에서 보실 수 있듯, 이 포럼은 인벤 (inven.co.kr) 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돌아갑니다.
      그러나 회원 DB나 운영은 완전히 별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즉 인벤 아이디로 GDF에 로긴하거나, GDF 아이디로 인벤에 로긴하는 등의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운영진 또한 인벤직원이 아닙니다. 
      이는 즉 인벤과는 전혀 다른 운영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행여나 이 포럼에서 생긴 일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 인벤측으로 가거나, 
      반대로 인벤에 대한 문의 또는 요청을 이쪽에 주셔도 저희로서는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도메인 주소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합니다.   GDF의 취지 게임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중심의 구분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론이 비교적 뚜렷한 것과는 달리, 어떤 게임 디자이너가 유능한 디자이너이며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팀의 성향과 개발 여건에 따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타 직군에 비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창의력, 다른 파트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은 때로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 능력'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디자인 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본이자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게임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떤 것이 잘한 게임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것부터도 어렵습니다. 물론 찾아보려 마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 더미를 얻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건초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인터넷만 뒤져본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보들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에, 어딘가의 클라우드 서버에, 때로는 오직 인쇄된 문서로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내가 이 삽질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결심하는 그 순간의 뇌리에만 존재할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중에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업계에서는, 분명 많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던 검증된 게임 매커니즘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닳고 닳아 진부한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게임일수록 그 안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몇 개의 디자인 장치를 떼어내 다른 게임에 갖다 붙인다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얼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Game Design Forum은 그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서 게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멋진 게임 디자인 자료들을 찾아내어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디자인 노하우나 경험담이 있다면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 딱히 정답을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무엇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결국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게임 개발 전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게임 디자인 역시 게임 개발의 일부인 이상 그런 화제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이 곳에서 활동하시는 여러분께서 "GDF는 게임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곳" 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 주신다면 이 곳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나 그 점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켜주세요 – GDF 사용 규칙 이 포럼을 사용하기 위해 숙지하고, 지켜주셔야 할 규칙들입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최소화하려 노력했는데도 이정도네요. 
      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과하게 어겼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게시판의 용도를 지켜주세요.
      각 카테고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Purple Board
      Green/Blue 에서 관리자가 추천하는 게시물이 옮겨진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Purple Panel(관리자)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작성할 수 없습니다. Blue Board
      관리자에 의해 승급된 Blue Panel들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Blue Panel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Green Board
      회원 가입 후 인증이 완료된 Green Panel들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Green Panel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Free Board
      잡담 게시판입니다.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Panel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To GDF  운영진에게 부탁하고 싶은 내용, 궁금한 점, 건의 사항 등을 여기에 적어주세요. 
      비회원을 포함한 모두가 읽을 수 있으며, 모든 회원이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의 의도와 관계없는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적당한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지거나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게시판 예절을 지켜주세요.
      게시판 이용자간에 서로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는 피해주세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며, 서로 아는 사이라 해도 반말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잡담 게시판 예외)
      물론 외부의 글을 옮겨오는 등의 경우에 불가피하게 평어체로 작성된 글은 무방합니다.   3. '포럼처럼' 사용해주세요.
      이곳이 다른 게시판이 아니라 굳이 '포럼' 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포럼의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하나의 이슈에 얽힌 이야기는 하나의 글타래로만 다룹니다. 
      새로운 글타래를 매번 새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꼭 댓글 형태로 달아주세요. 
      댓글을 아주아주 길게 달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새 글타래를 만들기 전에 검색을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게시물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유의하세요.
      너무 오래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의견을 달아도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가요? 
      이 포럼은 가장 최근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자동으로 최상단에 올려줍니다.
      아주 오래 전 이슈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에도 새 글타래를 만드실 필요가 없어요.

커뮤니티 검색: 'gdf' 태그로 검색한 결과 표시 중.

  • 태그로 검색

    태그는 콤마(,)로 구분합니다.
  • 작성자로 검색

콘텐츠 형식


Forums

  • 토론 게시판
    • Purple Board
    • Blue Board
    • Green Board
  • 자유 게시판
    • Free Board
    • To GDF

343 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경매장과 관련하여 뭔가를 좀 조사하다가 발견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많이 낯익을 글이겠죠. 본인의 허락을 얻어 전문을 퍼옵니다. 원문 주소는 여기 입니다. --------------------------------------------------------------------------------------------------------------- WOW가 등장하기 전의 아이템 거래를 생각해보면 정말 '난장판'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리니지의 아이템 판다, 산다 채팅 메시지로 게임을 하기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에버퀘스트는 한 술 더 떠서 특정 지역에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서서 공개 채널을 통해 "[WTB]~~아이템 구합니다" "[WTS]~~아이템 팝니다" 하는 채팅을 수도 없이 올려댔고, 이 시장이 있는 지역에 들어가면 게임 메시지보다 거래 스팸으로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다른 게임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구매자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서버의 온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했던 울티마 온라인이나, 지도에서 검색을 통해서 상점 광고를 찾았다고 해도 거기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었던 스타워즈 갤럭시(Star Wars Galaxies), 개인 상점들로 난장판이 되는 리니지2의 마을이나 라그나로크의 마을을 되새겨 보면 경매장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발상이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아이템을 한 곳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경매장(혹은 거래 중계소)는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누구에게 편하게 되어 있느냐는 관점에서 크게 몇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WOW, 워해머 온라인(Warhammer Online) 같은 게임들이 지원하는 경매장은 구매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설정되어 있고, 최저 가격으로 입찰하면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을 통해 물건을 사게 된다. 필요한 물건을 검색해서 경쟁자가 많은 물건을 피해 최저가가 가장 낮은 물건에 입찰하거나 급하다면 최고 가격으로 즉시 구매를 할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구매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코난의 시대(Age of Conan)나 아이온과 같은 거래소는 판매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구매자는 물건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 올라와 있는 매물의 가격에 구매한다/안한다의 선택권만 가지고 있다. 오히려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해서 원하는 가격에 항상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가 없으면 가격을 내리는 것도 판매자의 선택이다. 아무리 인기 있는 품목이라도 판매자가 가격 책정에 실수했다면 손해를 보기도 한다. 두 방식이 모두 장단점은 있다. 문제는 경매 방식이 MMORPG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시간을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걸 간과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구매자는 일주일 뒤에 경매에서 승리해서 아이템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판매자는 일주일 정도 넉넉히 경매를 진행해서 제 값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면에서는 중계소 쪽이 좀 더 유리하다. 하지만 이 두 방식 외에 이브 온라인(Eve Online)이 사용하는 호가 방식이 있다. 판매자는 판매 가격을 올리고 구매자는 희망 구매가와 함께 예치금을 올린다. 누군가가 급히 팔아야할 때는 구매 호가에 맞춰서 팔 수 있고 구매자는 매물이 올라온 가격을 보고 구매하거나 급하지 않다면 구매 호가를 올려놓을 수 있다. 그렇다. 주식 거래와 같은 방식이다. 이 방식은 국산 MMORPG인 거상에서 도입해서 호평을 받은바 있지만, 거래의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라 플레이어에게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매물을 올리는 방법이나 구매 호가를 등록하는 방법이나. 아이온이 저 장단점을 모두 분석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거래소 방식을 채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아이온이 (게임 공간을 그렇게 지저분하게 만드는) 개인 상점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기는 하다. 플레이어들은 적정 가격을 잘 모르는 바보들 뒤퉁수를 후려치기를 노릴 때 개인 상점을 이용하며, 사냥터에서 주구장창 잡템은 줍지 않고 값나가는 것들만 집으면서 수십 시간 '닥사(냥)'만 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봉혼석(리니지2의 그 데미지를 증가시켜주는 정령탄과 같은 기능)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비싸게 팔기 위해서 이용한다. 간혹 상대 진영과 의사 소통을 위해 상점의 간판을 사용하기도 하고, 서버 접속 대기자가 있는 서버에서 접속이 튕겨 나가지 않기 위해 접속 유지용으로도 활용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난 라그나로크의 상인 클래스가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점의 물건을 할인받아서 사다가 플레이어들에게 '상점보다 싸게' 파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플레이어들에게 잡템을 사서 NPC 상점에 비싸게 되파는 차익을 남기는 것도 훌륭했다. 다만 그 상인 클래스가 이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서 필드에서 사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좀 어울리지 않았지만. 개인 상점에도 장점 - 어디에나 상점을 열 수 있다 - 이 없지는 않지만, 개인 상점과 거래소는 서로 충돌하는 컨텐츠라고 보는 것이 옳다. 개인 상점이 활성화되면 매물은 사방 팔방으로 찢어져 존재하게 되고 구매자들은 거래소에서 찾는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으므로 거래소가 죽는다. 그래서 마비노기의 하우징과 연계된 거래 게시판이 죽은 컨텐츠가 되는 걸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거래소가 활성화되면 개인 상점에서 물건을 찾기 보다 거래소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일목요연하게 구매하는 쪽이 유리하게 된다. 아이온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이 거래를 중계하는 장소(경매장이던 거래소건)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것이 있는데, 구매자의 편의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검색하기 용이해야 하고 여기에는 자신의 레벨이나 클래스에 맞는 물건을 찾기 쉽게 해주는 것과 가격, 기능 비교를 쉽게 해주는 것이 포함된다. 구매자가 편할수록 거래는 활발해지고 가격은 안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브 온라인처럼 거래 가격 동향까지 그래프로 제공한다면 금상첨화이고. 문제는 이런 컨텐츠를 설계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비교'라는 것이다. 다양한 게임의 같은 기능을 하는 컨텐츠들을 놓고 어떤 쪽이 유리한지를 비교하고 취사 선택하는 과정. 한국 게임들은 이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모양인가? 이걸 (내가 만드는 게임도 아닌데) 일일이 표로 비교 설명까지 해줘야 하는가? 사실은 귀찮아서 안합니다. 네. --------------------------------------------------------------------------------------------------------------- "한국 게임들은 이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모양인가?" 같은문장을 보면 지금의 소심해진 모습과는 다른, 패기넘치는 일갈을 즐기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아무튼 이 ... mmorpg에서도 경제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비록 엔딩은 못봤지만 헤비 레인을 꽤 인상적으로 플레이했었기에 비욘드 : 투 소울즈에도 나름 관심을 좀 가졌었습니다만, 헤비레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평이 좀 갈리더군요. (당시 헤비 레인을 중심으로 일었던 지나친 선형진행 논란은 최근에는 이슈가 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시장에서 꽤 받아들여진 듯 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게 그다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지라 ...) 그래서 구입보다는 역시 뭐 재미난거나 찾아 읽어볼까하고 어슬렁거리다가 하나 물어왔습니다. http://www.theastronauts.com/2013/10/break-immersion-opening-beyond-two-souls/ 뭔가를 험하게 비판하려는 사람들은 흔히 글의 첫머리에 부드러운 말을 몇 마디 늘어놓아 이후에 할 얘기들을 부드럽게 다듬곤 한다. 그렇다. 내가 여기서 바로 그런 말을 하려 한다. 파렌하이트 (Fahrenheit) – 또는 인디고 프로펫시 (Indigo Prophecy) – 는 혁명적인 게임이었다. 나는 ‘혁명적인’ 이라는 말을 결코 가벼이 쓰지 않는다. 그렇다. 파렌하이트의 후반부 삼분의 일은 안좋았지만, 이는 대체로 게임을 ‘지금 당장, 지금 여기에’ 가져다 놓으라는 퍼블리셔의 최후통첩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파렌하이트의 오프닝 시퀀스는 게임의 역사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영향력있는 1시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헤비 레인 (Heavy Rain) 또한 좋았다. “제이슨에게 X를 누르세요” 부분은 나를 짜증나게 했지만, 공정하지 못한 반전을 포함해서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재미있었다. 나는 헤비 레인이 결국 잘 팔려서,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가능성에 동의해줘서 행복하다. 하지만 – 여기부터가 ‘이후에 할 얘기들’ 부분이다 – 비욘드 : 투 소울즈는 잘못된 방향으로 내딛은 발걸음이다. 게임에서의 서사예술을 공부하는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비욘드 : 투 소울즈는 경이로운 게임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는 나쁜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말하자면 “문제가 있다” 정도가 아마도 더 나은 묘사일 것이다. 철저히 솔직해지자면,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들도 – The Astronauts (이 글의 저자가 속한 회사-vsc) 의 공동 소유주들 중 한 명을 포함하여 -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면 안되는지에 대한 거의 완벽한 사례이다. 완전히 완벽한 사례가 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훌륭한 액션 장면들과 약간의 프로덕션 밸류, 그리고 제작자의 최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이 게임을 꽤 즐겁게 했으며, 전체적으로 한두 챕터는 꽤 인상적으로, 특히 게임의 후반부는 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난 심지어 거의 울 뻔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이 게임을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가? 이 블로그의 비공식 시리즈 포스팅 중 초기 몇 회분에서 선보였던 방식으로, 나는 5분 분량의 오프닝에만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 그러나 이렇게만 해도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기엔 충분할 것이다. 자, 좋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초반 5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 글은 짱쎄고 짤막한 포스팅이 될 것인데, 이유는 이 게임이 아주아주 긴 동영상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동영상은 없었던 척 하고, 캐릭터 조작이 가능해지는 회상 장면으로 가보자. 우리의 여주인공인 조디 (Jodie) 는 8살이며 군부대 시설에서 살고 있고 몇몇 사람들은 그녀에게 실험을 하고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ZIdVqoQgMI4 난 이 장면을 상당히 자세하게 서술하겠지만 이를 스포일러로 여기지는 않는다. 당신이 이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지 않는 이상 이 장면에서는 제대로 된 반전도 없고, 어떤 폭로나 놀랠만한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 이제 오프닝의 죄악이자 사실상 게임 전반에 걸친 죄악에 대해 얘기해보 … 잠깐. 아니다. 내가 지적하려는 죄악은 이 게임이 ‘진정한’ 게임 플레이라곤 최소한으로 밖에 가지지 않은 인터랙티브 드라마라는 점이 아니다. 워킹 데드 가 이룩한, 95%가 컷씬으로 이루어지는 위업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잠깐. 선형성도 아니다. 역사상 가장 선형적인 스토리텔링 게임이었던 투 더 문이 이룩한 위업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진정한 범인은 바로 : 플레이어와 주인공 사이의 동기화 부족이다. 그렇다. 이 단어는 고상하신 “놀이서사적 부조화”에서 쓰이는 용어다. 그러나 잠깐만 참아달라. 아울러 내가 이 블로그 포스팅에 적는 이야기들은 한낱 내 개인의 의견이자 내 관점임을 기억해달라. 내 말이 100% 맞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포스팅은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조사를 자극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지,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 그럼 이어서 …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놀라운 점은 비욘드의 오프닝 씬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자. 당신은 초자연적 힘을 가진 작은 소녀이다. 당신은 군부대 시설 어딘가에 있는 방에서 – 얼마나 슬픈 삶인가 – 산다. 한 남자가 들어오고, 또 실험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문으로 돌아가 당신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당신은 남자의 말을 따라 그대로 같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장난감을 집어들고 놀 수도 있다. 텔레비전에서 만화를 볼 수도 있고, 침대에 누을 수도 있다.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지체시키면, 문가에 서있는 남자는 당신에게 “시간이 됐단다” 그리고 “이제 가야지”라고 말하며 채근한다. 자, 이것은 비디오 게임의 오프닝이다. 플레이어가 이것저것 찔러보며 조작법을 확인하고 주변 사물을 알아간다. 전체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한편, 플레이어는 게임의 시작시에 아이와 같다.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장난감과 그 외 해볼만한 이들로 가득한 방에 있는 작은 소녀인 것이다. 이런 ‘주변을 둘러보며 만지작거리는’ 것은 서사에도 멋지게 들어맞는다. 아울러 당신은 이제 막 실험의 대상체가 되기 직전이다. 이는 결코 유쾌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이 방안에서 하는 짓이 시간을 지체시킬 때, 이는 불유쾌함을 지체시키려는 의도도 담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겁먹은 8살짜리 작은 소녀이자 여주인공인 조디가 할 법한 일이기도 하다. 자, 여주인공과 플레이어사이의 완벽한 동기화가 아닌가? 아니다. 스토리텔링 게임을 전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즉 당신이 게임을 실행하기도 전에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선택하기도 전에 분기가 존재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이미 쓰여져 있으며 적용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엔딩이 어떤지, 당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선택이 어떤지 젠장 맞게도 이미 알고 있으며, 사전 렌더링 된 엔딩 영상은 당신의 하드 속 게임 폴더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다. 스토리텔링 게임의 디자인은 마술의 속임수와 같은 기술이다. 당신으로 하여금 그 모든 것이 “바로 나”라는 착각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성취하는 여러 방법들 중 한 가지는 플레이어와 주인공의 동기화다. 이는 플레이어가 자기 자신의 인격을 게임 속 주인공 또는 여주인공에게 투사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이를 가능케 하는 네 가지 기본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그리고 비욘드는 이 네 가지를 모두 깨고 있다. 참고 메모 : 모든 플레이어에게 이 네 가지 규칙이 모두 깨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어떤 플레이어는 아마도 악한 행위를 즐길 것이고, 그런 경우 작가적 서사 (“악이 되라”) 와 플레이어의 마음 (“악이 되고 싶다”) 사이에 어느정도의 동기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게임은 실질적으로 플레이어가 악을 즐기길 바라지는 않기에 다른 규칙들은 깨진다. 그렇다. 문제다. 첫째로, 시작지점에서 홀로덱 환타지의 주인공은 잠깐만이라도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 무모한 고고학자든, 사설 탐정이든, 영웅적 병사든, 총을 든 갱스터든. 반드시 “멋진 캐릭터”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그저 사랑을 위해 싸우는 단순한 남자 또는 열심히 일하는 편부모가 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캐릭터는 우리가 스스로와 빠르게 관련지을 수 있는 누군가여야만 한다. [편집자 노트 : 이 ‘규칙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NeoGAF에 있는 내 포스트를 참조하라] 비욘드는 이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오프닝의 영상은 어른이 된 조디의 삶이 지랄맞고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프닝 게임플레이는 어린 조디의 삶이 지랄맞고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 이러면 우리는 오프닝 게임 플레이 (어린 조디) 에서부터 오프닝 컷씬 (어른이 된 조디) 까지의 조디의 인생을 재창조하는 것이 그저 고통과 아픔일 뿐 그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우리가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와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쉽고 빠르게 빠져들 무언가도 아니다. 비욘드는 오프닝 영상의 “성인이 된 조디의 만신창이 삶”을 제거하거나 “과학자가 어린 조디에게 실험하는” 회상부 플레이 구간을 게임의 좀더 뒷부분에 배치하고 오프닝 영상 직후에 몇 가지 “유쾌한” 장면들을 넣음으로써 함으로써 득을 볼 수도 있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미래에 내가 얼마나 처참한 상황에 처하게 되든 그 직후에 뭔가 멋진 것을 보여주거나, 시작은 멋지게 하되 지옥으로 끌고가든 하라는 얘기다. 내게 수시간에 걸쳐 나쁜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으로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주지는 말라는거다. 오프닝 영상과 직후의 회상부 조작가능 구간이 합쳐지면서, 플레이어가 정신적으로 주인공에게 이입하는 것을 지독히 어렵게 만들어버린다. 조디가 되기를 원하기보다는 그녀로부터 거리를 두게되며, 이는 경험의 측면에서 결코 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둘째로, 몰입을 잃는 상황을 피하라. 게임은 플레이어의 이유 또는 윤리관에 반하는 (게임플레이에서의) 행동을 하게 하거나 (컷씬에서의) 장면을 목격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맥스 페인3에서 프로페셔널이라는 사람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배후에서의 기습에 아마추어처럼 쓰러지는게 짜증나는 이유이자, GTA5에서 어떤 남자를 고문하라고 강요받을 때 움츠러드는 이유이다. 비욘드는 이 규칙을 어떻게 깨는가? 자세한 묘사는 이후에 하고 짧게 줄이자면,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매개체 – 실험의 일부인 여성 - 를 괴롭히다가 심장발작을 일으키게 만들라고 강요한다. 우리의 행동이 그녀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알더라도 우리는 이를 거절할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를 계속해서 상처입히는 일 뿐이다. 셋째로, 게임은 플레이어를 게임의 한계가 느껴지는 상황에 몰아넣어서는 안된다. 이는 다시 GTA5의 고문 장면이 엿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 우리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라도 참견할 권리가 있다 : 현실에서라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은 전달하려는 스토리가 있기에 그럴 수가 없다. 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스토리의 어떤 부분이 플레이어의 윤리관과 직접적인 충돌을 빚을 때, 몰입은 파괴된다. 우리가 피와 살을 가진, 이미 구축된 캐릭터가 “아마도 그렇게 했을 법한 방식대로” 플레이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에 유의하라. 힌트? “플레이하는" 부분에 주목하라. 우리가 스토리를 가진 비디오 게임에서 누군가를 롤플레잉할 때, 주인공의 행동이 플레이어 자신의 사고방식과 완전히 비동기화되지 않아야만 서사에 몰입한 채로 머무를 수가 있다. 비욘드는 이 규칙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이건 심지어 반쯤 걸어가면 자동으로 뒤를 돌아보게 되어 있는 직선형 복도를 걷는 것조차도 아닌 얘기다. 작은 소녀를 불유쾌한 상황에 몰아넣되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선택가능한 유일한 일은 그저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 뿐이다. 만약 플레이어의 행동이 중립적이거나 선한 쪽이었다면 먹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플레이어를 그들이 원치 않는 것이 명백한 방향으로 가도록 강요함으로써, 이 게임은 우리가 이미 쓰여진 대본을 크게 소리내어 읽는 배우에 불과함을 상기시키고 만다. 물론 우린 그런 존재이다. 그러나 게임 디자인은 마술의 속임수와 같다 : 진실을 숨기는 일이지,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 아닌 것이다. 실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안좋다. 오프닝에서 다른 사례를 가져와보자. 실험이 진행되는 방식은 이렇다. 두 명의 대단하신 과학자가 조디에게 다른 방에 있는 매개체와 상호작용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우리는 조작하는 캐릭터를 조디로부터 다른 독립인격체인 에이든 (Aiden)으로 바꿔서 이를 할 수 있다. 에이든은 조디에게 붙어 있는 “유령”이다. 이 유령은, 예를 들어, 벽을 통과하거나, 주변의 사물을 밀어낼 수 있다. 과학자는 매개체가 있는 방의 어떤 아이템을 움직여보라고 요청한다. 우리는 그렇게 한다. 그러면 매개체는 약간 겁을 먹는다. “한번 더” – 과학자들 중 한 명이 말한다. 우리는 아무 선택권이 없으며, 그저 요청에 따라야만 한다. 따라서 다른 아이템을 또 움직인다. 매개체는 분명하게 겁을 먹는다. 나는 친절한 독립인격체를 롤플레잉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물건을 움직이기를 그만둔다. 누가 주변의 다른 물건을 움직여달라고 청하지도 않는다. 매개체를 죽도록 겁먹이고 싶지 않았으므로, 조작 캐릭터를 조디로 바꾼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개체는 조용하다. 과학자들은 조용하다. 조디는 조용하다. 게임은 분명 내가 뭔가를 하길 원한다. 그리고 그 뭔가가 매개체를 계속해서 겁에 질리게 하는 일임을 파악하는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30초가 지난 후, 조디가 말한다, “제발, 에이든. 나 좀 도와줘 …” 과학자들은 더 이상 내게 물건들을 움직여보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유령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게임이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렇게 한다. 딱 한 가지 아이템을 더 공격한다. 예상했던대로, 매개체는 더 겁을 먹고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며 문으로 다가간다. 난 괴물이 아니다. 그래서 한번 더 이런 일을 그만두고 조디로 바꿨다. 조디는 그 자리에 그저 앉아있으며, 조금 지루해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채로 10초, 15초가 지나고, 갑자기 컷씬이 시작된다. 이 컷씬에서, 두 과학자는 모두 방안에 뛰어들어 겁에 질린 채 소리를 지른다. 조디는 어쩔 줄 몰라하며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코에서 코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잠깐. 뭐?? “지루해보이는 조이와 과학자들”에서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상황이라니 어떻게 된거야? 자, 다시, 게임은 내가 “잘못 행동한” 것을 반영하지 않았다. 당연히 나는 유령으로 돌아다니며 주위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깨부수며, 매개체를 겁에 질리게 하고, 아마도 과학자들 중 한 명을 지배하려 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에이든으로서 통제 불가능한, 아마도 악의적인 독립인격체의 면모를 보여주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조디가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보여주려 했으리라. 그러나 에이든을 조작하는건 나였고, 난 싸이코가 아니다. 비단 내가 사람들을 죽기 직전까지 겁먹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일 뿐 아니라, 게임 자체가 나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허락한 측면도 있다. 그리고나선 내가 했던 롤플레잉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컷씬을 보여줄 뿐 아니라, 내가 그저 디자이너의 심부름꾼 소년에 불과함을, 가상세계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좌우하지 못하는 - 대부분의 게임에서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 존재임을 보여주려 했다. 넷째로, 플레이어의 행동은 흥미로운 결과를 불러와야 한다. 워킹 데드에서 선택하는 일은 무척 좋았는데,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감정적인 전환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욘드는 이 규칙을 어떻게 깨는가? 몇몇 경우에,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잘 알 수 있었다. 스탠 리 (Stan Lee)는 한때 말하길 놀라움이야 말로 괜찮은 서사의 핵심이라고 했다. 독자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있고 그 일이 정확히 5분 후에 벌어질 때가 바로 우리가 그 독자를 잃는 시점이다. 비욘드를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강한 심증을 갖는다 : 저 소녀가 남자와 함께 나갈거야. 그리고 그들은 일종의 연구소로 가겠지. 그러면 실험을 할테고, 분명히 뭔가 잘못될거야. 등등. 그리고 정확하게 바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비욘드의 오프닝을 또다른 인터랙티브 드라마이자 대략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The Wolf Among Us의 오프닝과 비교해보자. – 그러면 당신은 뚜렷한 차이점과 더불어 이 분야에서 톨테일 (Talltale – The Wolf Among Us의 제작사) 게임의 핵무기급 우월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비욘드는 플레이어와 주인공 간의 동기화를 그다지 잘 다루지 못한다. 최소한 초반에는 그렇다. 우리는 잠재의식적으로 그다지 플레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을 플레이해야 하며, 서사는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도록 강요하고, 우리는 미리 쓰여진 대본에서 길을 잃기보다 의식적으로 새로 쓰고 이를 우리 스스로 경험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단조로우며 뻔하다. 이후에 – 게임 상에서 아주아주 나중에 – 비욘드가 동기화를 잘 다루게 되는 약간의 순간동안, 이 게임은 빛을 내뿜으며 숨막히는 순간들을 연출해낸다. 그러나 너무 늦게, 너무 조금 그러하다. 물론 비욘드만 이런 문제들이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Spec Ops : The Line에서 디자이너가 플레이어를 서투르게 강압하여 대량 살인마로 만드는 것이 명확한 사례이다 – 그리고 이외에도 이런 예는 무척이나 많다. 몇몇 사람들의 말과는 반대로, 디자이너가 비디오 게임을 통해 뭔가 특정한 스토리를 전하고 싶어하거나, 플레이어를 정해진 여정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게 잘못된 일은 절대 아니다. 마치 테이블RPG에서 던전 마스터가 파티원들을 이끌어 자기가 그들을 위해 준비한 모험으로 데리고 가는게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플레이어와 주인공 간의 동기화가 이루어진다면, 스토리에 중심을 둔 비디오 게임은 다른 매체가 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되었다. 그러나 적절한 플레이어-주인공 동기화가 없이는, 게임 디자이너는 소매에서 카드들이 떨어져내리고 모자 아래의 보관함에서 토끼가 튀어 나오는 마술사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 스토리에 기반한 경험을 첫머리에 놓는 게임은 비교적 최근에야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몰입을 이루는데 실패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스토리와 게임플레이를 어떻게 하면 하나의 화합된 서사경험에 집어넣을 수 있는지 배우는 중이다. 따라서 비욘드는 비록 내게 실망스럽지만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후에 퀀틱 드림 (Quantic Dream. 비욘드 투 소울즈의 개발사) 에서 뭐가 나오든 내가 가장 처음 줄에 서있을 거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랬으면 좋겠다! ----------------------------------------------------------------------------------------------------------------------------- 비욘드야 안해봤으니 할 말이 없지만 GTA5의 고문씬은 이 글에 언급된 바와 깊이 공감합니다. 온갖 요상한 짓을 다 해봤는데 그 씬을 빠져나갈 길이 없어서 하면서도 뭔가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단, 저는 개인적으로 플레이어가 하고 싶어하지 않는 짓을 강요하는 것이 완전히 쓸모없다기보다는, 쓰임새에 따라 유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 유용한 케이스가 어떤 때인지 명확하게 구체화하긴 어렵습니다만 ... 일례로 본문에서 언급되었던 스펙 옵스 : 더 라인을 플레이했던 tophet님도 이 게임이 유쾌하다고는 하지 않지만 의미없다고 여기는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그나저나 요 몇년간 대두되는 소위 인터랙티브 드라마라는거 ... 가로 5개 이상 나열하면 깜빡이는, 그나마 색깔도 하나만 지정할 수 있었던 스프라이트에 도트튀는 아웃라인만 잡아 비행기랍시고 날리며 게임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젠 심지어 시각적으로 영화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매체를 인터랙티브하게 플레이한다니 왠지 세월이 무상 ... 하면서 나이 먹은게 한올 한올 느껴지는건 역시 가을이기 때문이겠죠?
  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원제는 the saturday paper : metal gear science 입니다. 얼추 “토요 논문 : 메탈 기어 사이언스” 이라는 뜻 같은데 토요 논문은 이 분들이 내놓는 일련의 시리즈 이름이고 이 시리즈를 모두 해석하긴 어려울 듯 해서 이번 편의 부제만을 따왔습니다. 온전히 이론적인 얘기이기보다는 자기들이 만든 툴의 유용함에 대한 설명에 가깝지만 이 툴을 다른데서도 구현하는게 왠지 어려워보이지 않기에 ... 그렇다면 결국 이론의 영역으로 내려오는게 아닌가 싶어서 슬며시 옮겨옵니다. 원문주소 : http://www.gamasutra.com/blogs/MichaelCook/20131012/202250/The_Saturday_Paper__Metal_Gear_Science.php?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Gamasutra+News) 그림들이 가로로 좀 길어서 ... 으음 ;; 포럼의 특성 상 우측이 좀 짤려 나오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원문주소 따라가시면 좀더 보기좋게 나오니 참고해주세요. 마이크 비델 (Mike Bithell)의 Volume의 화면 – 고마워요 마이크! 잠입 게임 (stealth game) 은 표면적으로는 액션 게임으로 보인다. – 때로 3인칭 시점이고, 3차원 공간에서 적과 문, 그리고 풀어야 할 문제들을 해쳐나간다. 그러나 잠입 게임의 매커니즘과 속도는 이 게임을 좀더 복잡한 것으로 만들며, 장애물의 구성과 위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고려해야하는 새로운 측면을 더한다. 이런 요소들은 잠입 게임을 디자인하는게 어려워지는 이유이다. – 하지만 도움이 될만한 것이 여기 있다. “이주의 토요 논문 : 잠입 게임의 레벨을 시간과 공간의 측면에서 분석하기 위한 오픈 소스 유니티 툴”이 그것이다. 우리는 조나단 트렘블리 (Jonathan Tremblay), 페드로 토레스(Pedro Torres), 니르 리코비치 (Nir Rikovitch) 그리고 클라크 베브루게 (Clark Verbrugge)의 잠입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탐험도구를 읽고 있다. 이 논문은 저자가 잠입 게임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주어진 레벨에서 플레이어들이 만나게 될 경로의 종류와 문제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유니티로 만든 툴에 대해 설명한다. 이 툴은 조만간 오픈소스로 공개될 것이며, 논문 자체는 이후의 연구를 위한 많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공한다. 시작하기 전에, 일단 이 툴이 동작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자. http://www.youtube.com/watch?v=b8gSCG0Xs_k 잠입 게임은 고전적인 액션 게임에 비해 무척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공간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다른 게임에서도 그렇다. 잠입 게임에서는 공간에 더해 시간 또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어떤 스테이지를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안전했던 어떤 장소가, 경비가 순찰을 돌거나 스테이지가 바뀌는 일련의 규칙들에 의해 더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다. 이런 안전 지대 또는 스테이지 내에 잠입을 위해 존재하는 경로 등을 발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 우리는 고정된 스테이지를 지켜보기만 하기보다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고려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 우리가 오늘 살펴볼 툴이 바로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준다. 이 툴의 현재 버전은 경비병이나 감시 카메라처럼 원뿔형 시야를 통해 사물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들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 또한 고려한다. 툴은 이들의 움직임에 더해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시뮬레이트하고, 현재 상태에서 게임 내 환경에 배치되어 있는 오브젝트들을 기반으로 원뿔형 시야를 업데이트한다. 이런 구성을 좀더 멋지게 보여줄 고전적인 예를 잠시 후에 보여주겠다. 플레이어 시뮬레이션을 동작하게 하는 핵심 열쇠는 Rapidly Exploring Random Tree 또는 RRT라 불리우는 기술이다. RRT는 로봇 공학 어플리케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동작하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툴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RRT가 하려는 것은 게임 스테이지와 같은 월드 전체에 걸쳐 경로를 구성하는 교점 (node)을 연결하여 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시작점 (플레이어 스폰 지점 등) 에서 시작하여 RRT는 무작위로 교점을 선택하고, 새로운 무작위 교점에 연결하려 노력하여 새 교점을 기존 세트에 추가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두 개의 교점을 함께 이어주는 과정이 길에 존재하는 벽과 같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경비병의 시야각도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는 플레이어의 가속과 운동량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RRT가 플레이어의 스폰 지점으로부터 목표지점까지 교점들로 이어지는 경로들을 충분히 (툴의 사용자는 얼마나 많은 경로를 탐색할 지 결정할 수 있다) 발견하면, 이 정보들을 종합하여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한다. 경로들 중에는 종종 매우 비슷한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이때 툴은 이들을 합치려 노력한다. 경비병에게 보여지는 교점과 보여지지 않는 교점들에 대한 정보를 사용함으로써, 툴은 꽤 멋진 시각화를 제공한다.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자. 녹색 구역은 순찰하는 경비병들이 절대 볼 수 없는 곳이다. 자홍색 지역은 경비병이 순찰중 숨어 있는 플레이어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빨간색 지역은 경비병의 현재 시야범위를 보여준다. 이 자체만으로도 이미 레벨 디자이너에게 유용한 정보지만, 툴은 여기서 좀더 나아간다. 툴은 자기가 모은 모든 경로정보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 여기에는 빠져나갈 수 있는 경로, 얼마나 많은 경로가 발견되었는지 등등이 포함된다. 이 정보가 왜 중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랜디 스미스 (Randy Smith)의 2006년 GDC발표에 기반한 논문의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파란색 선은 스미스가 손으로 그린 플레이어의 경로이고, 빨간색 선은 경비병의 순찰 경로이다. , 이 예시를 고려할 때, 우리가 묻고 싶은 질문들은 이런 것들이다 : 내 캐릭터가 20% 느리게 움직여도 이 경로가 여전히 괜찮을까? 두 개의 벽감 중 하나를 2미터 옆으로 옮겨도 괜찮을까? 좀 더 어려워지나? 툴은 당신이 준 스테이지를 유니티를 통해 해석하기 때문에, 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다. 벽감을 옮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가? 벽감을 옮겨놓고 물어보자 회색 영역은 목표지점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경로를 보여준다. 어두워질수록 더 자주 이용된 지역임을 나타낸다. 벽감을 오른쪽으로 옮김으로써 이 벽감이 플레이어에게 쓸모없어 졌음이, 그리고 발견된 유일한 해결책은 벽감들 중 하나를 이용하고 즉시 출구를 향해 질주하는 것임이 보인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경비의 움직임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툴은 여기에도 해답을 줄 수 있다. 게임 개발자와 레벨 디자이너에게 이는 명백한 쓰임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툴은 플레이테스트를 하지 않고도 레벨 디자인 과정에서 놓친 요소들을 보여줄 수 있다. (위의 예에서, 플레이어들이 출구를 향해 그렇게 질주하는걸 바라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툴은 또다른 흥미로운 응용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 툴은 소프트웨어로 하여금 스테이지를 분석하게 한다. 이는 즉 잠입의 순차적 레벨 디자인 (여기서 순차적이라 함은 사람이 직접 디자인하지 않고 일련의 규칙이나 랜덤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vsc) 에 피드백 과정의 일부로 쓰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스테이지를 하나 생성하고, 경로와 안전지대를 계산하고, 인간 디자이너가 만든 지표와 비교한다. 안전지대가 너무 많은가? 가장 짧은 탈출 경로의 길이는 얼마인가? 원하는 것과 다르다면, 돌아가서 다시 순차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 논문은 이후에 도전해볼만한 흥미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실시간으로 실행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 보여준 사례는 수초간 실행한 결과이며, 저자는 이보다 더 높은 효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들은 또한 잠입 게임에서 동료 캐릭터의 AI를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살짝 언급하기도 한다. 아마 어떤 스테이지를 분석할 때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체로, 이 툴은 실전 게임 디자인에서 이미 폭넓게 응용 가능한 멋진 접근법이라는 느낌이다. 이 연구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몹시 흥분된다. 더 보고 싶으면 조나단 (Jonathan)은 캐나다 맥길 대학 (McGill University)에서 박사 과정 중이다. 클라크(Clark) 또한 이 학교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니르(Nir)도 맥길대의 공학 석사 과정 학생이며, 항공기의 자동제어 향상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조나단은 자신의 연구성과를 다음주에 AIIDE의 Intelligence in the Design Process 워크샵에서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 참석하기 어렵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 등을 통해 그와 연락해보길 권한다. 조나단은 조만간 이 툴을 GitHun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믿기 어려운 뉴스를 전해왔다. – 그렇게 된다면 이후에 토요 논문을 통해 소식을 전하겠다.
  4.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파판14 같은 경우는 한 캐릭터가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스킬과 아이템 세팅을 바꾸면 굳이 부캐를 키울 필요 없이 한 캐릭터로도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하죠. 뭐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미 플레이했던 구간을 부캐로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것에 비해 만렙 찍은 뒤에도(혹은 성장 구간 중에) 여러 직업을 꾸역꾸역 올려가는 것이 크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그렇게 한 캐릭터에 여러 직업을 대응시키기 보다는 한 캐릭터에 하나의 직업만을 부여하고, 그 외의 직업은 부캐를 통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부캐는 유저가 필요해서(심심해서) 즐길 뿐, 게임 내부에서 어떤 보상이나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으로 게임화 시킨 사례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캐에 적극적으로 보너스를 부여함으로써 부캐를 키우는 플레이 자체를 게임에 안착시킨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 - 가문 시스템 스타워즈 구공화국(이하 구공온)에서 캐릭터가 전체 성장곡선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되면 자신의 가문(리거시)를 하나 세우게 됩니다. 가문은 캐릭터와는 별개로 가문 자체의 레벨이 존재하고 경험치를 쌓아서 가문의 레벨을 올리게 되죠. 해당 계정의 모든 캐릭터들은 그 가문의 일원이 되고, 이 캐릭터들이 경험치를 얻을 때 마다 가문에도 일정량의 경험치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서비스 초기엔 이 가문 레벨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구현중인 상태였죠. 뭐 EA / 바이오웨어에선 곧 구현된다고 했지만 다들 가문이 구현되기 전에 그만둬버렸기 때문에 노예 출신의 시스 인퀴지터와 밑바닥 삶을 사는 인간 바운티 헌터와 제국군 정보부의 외계인 요원을 같은 가문으로 묶는 걸 보니 과연 스타워즈 스케일이라는 정도의 단상만을 남겼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온 김에 2년만에 접속해보니 그 가문 시스템은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각만큼 그렇게 거창하진 않고, 자잘하지만 어쨌든 부캐가 핵심 엔드 컨텐츠인 게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성장, 동료, 여행, 편의라는 네가지 카테고리와 그에 부속된 다양한 보너스들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장비를 수리해주는 드로이드를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 배치되어있네요. 이 외에 탈것을 좀 더 이른 레벨에서도 탈 수 있게 해준다거나,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준다거나 뭐 이런 보너스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보너스들에는 상위의 보너스가 존재하는데 위의 드로이드 호출의 경우, 수리 드로이드를 불러내는 쿨타임을 줄여준다거나 유지 시간을 늘려주는 형식입니다. 하위의 보너스를 먼저 갖고 있어야 상위의 보너스도 얻을 수 있지요. 이 보너스들은 사실 캐릭터에 귀속되는 부분유료화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르텔 코인(현금)으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머니로도 구매할 수 있지요. 단, 카르텔 코인과 달리 게임머니로 구매하기 위해선 각 보너스가 요구하는 것보다 가문 레벨이 더 높아야 합니다. 가문 레벨이 높으면 원하는 보너스를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현금을 쓰면 가문 레벨에 관계 없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모습이 가문 시스템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부분유료화를 채택하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분유료화 모델에서는 제법 괜찮은 장치이긴 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유저의 욕구와 그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직접 지불하고싶지는 않아하는 유저의 저항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현금을 쓰지 않고 보너스를 받기 위해 가문 레벨을 올리고자 마음먹는다면 다시 월정액 결제나 캐릭터 슬롯 추가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도하고 있지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사실 구공온에서 부캐 키우기가 엔드컨텐츠가 된 것은 기획 의도였다기 보다는 기획의 실수에 기인합니다. 한번 훑고 지나가는 성장 구간을 엄청난 고퀄인데 비해 엔드컨텐츠는 양으로나 질로나 매우 빈약하니 만렙 찍고 할 게 부캐를 키우는 것 뿐이었죠. 게다가 이 게임은 2개 진영 4개 클래스가 모두 다른 메인 스토리를 매우 고품질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부캐를 키우는게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의 경우는 처음부터 여러 캐릭터를 굴리는 것을 전제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실제 수익 모델 자체도 캐릭터 판매가 주된 수익원이죠. 그래서 다른 게임이나 구공온과 달리, 이 게임은 작정하면 2일 내에 성장구간을 끝내고 엔드 게임에 돌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유저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 사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를 좋아한다거나, 옆에서 보니 좋아보인다는 개인적인 감상 외엔 여러 캐릭터를 사모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각 히어로가 2가지 씩의 시너지 버프를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25레벨에서 열리고 다른 하나는 50레벨에서 열리죠. 예를 들어 블랙 위도우가 25레벨이 되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않은 적에게 2% 추가 데미지 효과가 생겨납니다. 50레벨에서도 2%가 열려 합치면 총 4%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헐크는 최대 HP 상승, 휴먼 토치는 광역 스킬 데미지 상승 등 각 히어로들의 개성에 맞는 효과가 부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5레벨과 50레벨에서 얻는 보너스가 서로 다른 경우도 존재합니다. 아이언맨은 25레벨에선 장거리 데미지 보너스, 50레벨에선 에너지 데미지 보너스를 줍니다. 싸이클롭스는 25레벨에서 에너지 데미지, 50레벨에선 경험치 획득량 보너스를 주지요. 그리고 각각의 히어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최대 10명으로부터 이 시너지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50렙은 커녕 25레벨도 많지 않은 가난한 쪼렙이야 뭐 되는대로 다 켜고 있습니다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히어로가 10명이 넘게 된다면 각각의 히어로별로 가장 좋은 조합을 선택해야하죠. 블랙 위도우가 주는 버프는 직접 붙어서 싸우는 헐크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긴 사거리로 멀리서 쏘는 호크아이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반대로 토르가 주는 근접 데미지 증가 효과는 호크아이에게 도움이 못되겠지요. 그래서 시너지를 받을 10명의 히어로 덱을 구성하고, 이 덱을 구성하기 위해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메타게임이 됩니다. 가문 시스템의 한계와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성과 게임의 성격과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공온의 가문 시스템은 한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단계적으로 열어갈 뿐, 그 안에 어떠한 선택이나 전략이 존재하지 않지요. 게다가 가문 시스템에서 얻는 보너스들은 계정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캐릭터별로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수리 드로이드는 이미 65레벨 본캐에서 언락을 했지만 저 1레벨 캐릭터에서도 사용하려면 다시 게임머니나 현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시간이든 돈이든 들인 노력에 비해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메타게임은 고사하고 부캐를 키울 동기 조차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현질할 보람도 없습니다.) 보너스들을 계정 적용으로 바꿨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겁니다. 혹은 가문의 레벨을 요구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 포인트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바꾸거나요. 부캐는 사실 구공온보다 마블 히어로에서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게임의 주된 수익원은 히어로를 판매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마블 히어로들이 각기 개성이 뚜렷한만큼 각 유저들의 호불호도 갈려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히어로는 굳이 구매하고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평소에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던 히어로들도 습득하고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버려지던 컨텐츠들의 효용이 상당히 올라갔죠. 만약 이 시스템이 히어로를 루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서비스 초반에 도입되었다면 이 시스템은 유전고렙 무전쪼렙을 유도하는 것으로 욕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10분에 한번씩 떨어지는 토큰을 모아 히어로와 교환받게 된 이후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시너지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으로 한정지으면서 캐릭터를 20개 30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제한을 걸어두었고 이 10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만으로 마아블로가 다시 부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플레이 중인 유저들을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마법의 체계 – 파트 1 http://importantlittlegames.com/?p=141 Important Little Gam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롭 락하트 (Rob Lockhart) 라고 합니다. 트위터에서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나는 마법 및 마법 인식론에 관련된 게임에서 일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마법적 체계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해왔다. 내가 해 온 조사들의 일부를 여기에 적을테니, 게임에 마법적 요소를 넣는데 흥미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 생각에 게임이 마법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는, 플레이어에게 뭔가 불가능한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마법을 쓰는 것보다 더 불가능하면서 했을 때 더 만족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 포스팅을 통해서 누군가가 재미나게 독특하면서도 독특하게 재미난 상호작용적 마법 체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해리 포터 & 반지의 제왕 (& 나루토) 나는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모두 좋아하지만, 이들은 엉성하고 마법을 경시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이 두 작품의 세계관에서 마법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한다면, 나는 시작부터 곤경에 처할 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듯 보이는 다양한 주문들이 존재하지만, 이 주문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아주 작은 단서조차도 없다. 마법 아이템들 또한 그렇다. 어떤 설명이든 붙을 수 있으며, 어떤 능력이든 가질 수 있다. J.R.R. 톨킨과 J. K. 롤링 그리고 마사시 키시모토는 모두 위대한 작가들이며, 따라서 이들은 마법 주문과 아이템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마법 주문과 아이템들은 줄거리에 영향을 끼치기 전에 독자에게 잘 소개된다. 그러나 마법의 작용을 설명해 줄 일관된 신화의 부재는, 일종의 서사적 남용을 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위대한 작가들을 흉내내려는 덜 숙련된 작가들, 또는 유사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은 스토리상의 편리함만을 위해 사전에 아무런 암시나 설명 없이 이런 마법 트릭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J.R.R. 톨킨이 게리 가이각스 (Gary Gygax)에게 크게 영향을 주었으며, 개리 가이객스가 비디오 게임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불운한 일이다. 이런 류의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마법관(觀)은 많은 게임들 (예를 들어 와우) 의 즐거움을 100% 만끽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암기 (또는 지속적인 찾아보기) 가 필요하게 만들어버렸다. 조나단 스트레인지 & 미스터 노렐 이 소설에서 마법은, 기껏 수백권 정도의 희귀하거나 재미 없는 책들에서나 모호하게 언급되는 오래전에 잊혀진 기술이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이 마법에 대한 전체 지식의 작은 조각들만을 알고 있기에, 마법 체계가 반지의 제왕에서만큼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도 용납이 된다. 사실상 이런 시각이 소설 거의 전체에 걸쳐 유지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막바지에 가까워지며 스트레인지씨가 거의 무제한의 힘을 얻으면서부터는 여기에 약간의 일관성이 추가된다. 그는 자연의 대상에게 그들 자신의 언어로 말을 함으로써, 대상을 복종시킨다. 이는 내가 흔히 ‘자연의 언어’라고 즐겨 부르는 종류의 마법적인 요소이다. 이 작품에서는 마법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완벽한 설명은 없으나, 최소한 마법을 숙련하기 위한 명확한 방법을 제시해주기는 한다. –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당신은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는 또한 자연의 존재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의식이 존재함을 암시하기도 한다; 최소한 (아마도 구조화되지 않은, 다른 말로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고, 복종할 수 있는 수준은 말이다. 이는 또한 마법을 허용하는 모든 허구의 세계관이 가진 내러티브상의 중요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 ‘왜 모든 이들이 언제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거지?’ 이 소설의 경우 대답은 마법의 언어가 폭넓게 잊혀져있으며, 또는 (더 낫게는) 마법의 언어가 극도로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머릿 속에 마법에 대한 다양한 개념들이 공유하는 일반 원칙을 떠올리게 만든다. 상징은 세계에 (인간의 마음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상 이 ‘자연의 언어’는 수학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학은 자연이 말할 수 있을 뿐,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이는 아마도 초기에 자연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던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음이 틀림없다. 산술능력과 기호들은 엄청난 설명력을 갖지만, 산술과 기호를 통해 묘사된 것들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만약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스시의 마법사’와 그 후속작들 또한 유사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자연의 힘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그는 반드시 명령을 내리려는 대상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바람을 지칭하는 이름이라고 하면, 그 이름은 지역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태평양의 바람과 대서양의 바람이 서로 다른 이름을 갖는 식이다. 단순히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 뭔가를 소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게드가 극초반에 배운 마법들 중 하나인 하늘에서 매를 소환하는 마법이 있다. 바람의 이름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 또한 이름의 힘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여기에는 하위 마법의 일종인 ‘공감’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공감하기 위해서, 마법 사용자는 두 개의 독립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굳은 믿음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구축되면, 독립체들은 실제로 연결된다. 이는 마법의 신화에서 꽤 흔한 또 다른 테마들 중 하나를 보여준다 : 정신력에 좌우됨이 그것이다. 마법의 시전에 있어 마음의 상태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 그것인데, 이때 마음의 상태는 완벽한 평정, 맹렬한 노력, 또는, 이 경우에는, 뭔가를 잘 믿는 순박함이다. 일단 연결이 되면 독립체들은 일종의 위치적 관계를 갖게 된다. 또는 어느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열을 옮길 수 있거나, 한 쪽의 열을 다른 쪽의 운동 에너지로 바꿀 수 있게 되고 기타등등 ... 공감은 또한 연결의 효율이 두 연결된 독립체 사이의 유래와 유사성에 의존한다는 개념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동일한 동전은, 두 개의 액면가가 서로 다른 동전보다 더 쉽게 연결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개념이 꽤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마법을 사용함에 있어 명백한 한계를 부여하지만, 여전히 기적적인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공감 또한 왜 마법이 그다지 흔하지 않은가에 대한 자기만의 설명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임이 잘 알려진 무언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는 것은 정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쓸만한 마법은 다양한 요소들 사이를 Rube-Goldberg풍으로 복잡하게 상호연결해야만 한다. (Rube Goldberg는 자잘한 장치들을 복잡하게 연결하여 그닥 쓸모없는 결과를 일으키는 장치를 말합니다. 흔히 이런 그림이 Rube-Goldberg 장치 –vsc) 공감은 또한 많은 자연법칙에도 부합한다. 예를 들면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있는데, 예를 들어 양초에 불을 붙이기 위해 심지와 자신의 몸을 연결하고 자기 몸의 열을 심지로 옮겨 불을 붙이는 경우, 자기 자신은 아주 빠르게 추위를 느끼게 된다. 강철의 연금술사 이 만화 및 애니메이션 시리즈 또한 상당히 많은 자연 법칙들에 대응한다. 대표적으로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 시리즈 내에서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는 구전 지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칙은 또한 하나의 원료를 다른 원료로 바꿀 수 없다는 점도 언급한다. 그러나 알맞은 룬과 변성 서클을 알고 있는 연금술사라면 물리적 형태는 바꿀 수 있다. 한편 등가 교환의 법칙에는 예외도 존재한다. 현자의 돌 (이 돌은 수천명의 죽은 이들의 피를 통해서 만들 수도 있다) 로 알려진 크리스탈 소재와 물리적으로 접촉한 연금술사가 변성을 시도할 경우, 여기에는 등가 교환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자의 돌은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며,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대규모 살상을 꾸미곤 한다. 여기에서 마법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에 흔하게 보이는 또 다른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 물리적 접촉이 그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접촉이라는 말은 아무런 실질적 정의도 되어주지 못한다. 기본 입자의 차원에서는 하나의 전자 구름이 다른 전자 구름을 밀어내기 위해 전달 입자가 교환될 뿐이다. 두 재료 사이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일이 벌어지며, 심지어 하나의 재료 내에서도 그러하다. – 서로 이웃한 원자들 사이의 과정에는 아주 작은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별개의 ‘물체’ 또는 어떤 물체에 ‘접촉한다’는 개념 자체가 자연의 구성에 대한 전 20세기적 (pre-20th century) 관점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신호일 뿐이다. 그러나 상식의 관점에서는, 특별한 물체를 손에 쥐거나 접촉함으로써 어떤 능력을 잃거나 잃는다는 개념은 여전히 수사적인 힘을 갖는다. 미스트본 브랜든 샌더슨 (Brandon Sanderson)의 소설 미스트본은 매력적인 구조의 마법을 소개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는 3가지 형태의 마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내가 여기에 소개할 마법이 가장 재치있게 만들어졌으며, 다른 마법들의 기본에 속한다. 알로맨서 (Allomancer. 이성술사? -vsc) 는 희귀한 유전적 능력으로, 금속을 ‘태워’서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알로맨서들은 하나의 금속만을 태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하나의 초자연적 힘을 발휘한다. 그중 미스트본이라 불리우는 소수는 모든 금속을 태울 수 있다. 각 책의 뒤에 붙어 있는 부록에는 각각의 금속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가 나와 있다. 16가지 중 12가지 금속 이 힘은 다양한 제한들과 함께 부여된다. (이들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라) 반드시 올바른 금속을 사용해야 하며, 이는 즉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동(bronze)을 태우는 이는 다른 알로맨서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단, 상대가 근방에서 구리를 태운다면 알 수가 없다. 이 시스템 전체가 매우 균형잡혀 있으며 합리적이고, 바로 그 점이 이 시리즈가 스릴 넘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에게 주어진 힘을 최대한으로 쥐어짜면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마법을 쓸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다양한 기술들을 얼마나 참신한 방법으로 조합하여 사용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라스트 에어벤더 닉켈로던 (Nickelodeon)의 만화 시리즈 “아바타 : 라스트 에어벤더” 에서 마법은 전체 인구의 소수에게서만 무작위로 발생하는 독특한 능력이다. 뿐만아니라 세계는 윤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 물, 불, 바람, 흙. 이와 유사하게 마법 또한 나뉘어 있다 : 어스벤딩, 에어벤딩, 워터벤딩, 그리고 파이어벤딩. 예를 들어 불의 나라 출신이 혹시나 마법을 갖게 된다면, 파이어벤딩 능력을 가지게 되는 식이다. 모든 종류의 ‘벤딩’ 능력은 각 속성에 해당하는 시약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워터벤더들은 (스스로 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면) 사막에서는 취약하다. 시약을 다루는 일은 정신력과 더불어 특별한 제스처를 통해서 행해진다. 이는 마법의 상징으로써 신체의 움직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보여준다. 전설에 따르면, 하나 이상의 벤딩 능력을 다룰 수 있는 자가 세계에서 단 한 명 존재하며, 그것이 바로 아바타이다. 그는 네 가지 벤딩 능력을 모두 마스터해야 한다. 사브리엘 애보슨 (Abhorsen) 트릴로지 (Garth Nix가 쓴 Sabriel, Lirael, Abhorsen의 세 작품이 구성하는 트릴로지 –vsc) 에는 몇 가지 종류의 마법들이 등장한다. 가장 흔한 것이 대절 마법이다. 마법사는 자신의 의식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데, 이 차원에는 룬(rune)이 강처럼 흐르고 있다. ‘대절 마법사’라 불리우는 대절 마법의 시전자는 이렇게 흐르는 룬들을 뽑아서 이를 물질계 (현실 세계)로 가지고 와, 일종의 레시피를 이용해 주문을 만들어낸다. 이는 마법에 대한 흥미로운 개념을 상기시키는데, 상징이 물리적 실체가 된다는 개념이 그것이다. 이런 장치는 Fairy Tail 그리고 Strait Jacket과 같은 초자연 현상을 다루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하다. 일종의 무모함과 예측불가능성이 포함된 자유 마법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네크로맨서들은 자유 마법 중 한 가지를 다스린다. 이 마법은 일곱 개의 종 (seven bells) 들로 이루어지는 고유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종들은 살아 있는 동안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죽음의 영역에서 사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 죽음의 영역에서 종들을 사용하는 경우 외부에서 볼 때 시전자는 스스로 의식 불명 또는 트렌스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소리와 상징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으며, 때때로 크게 봐서는 대절 마법과 거의 동등한 힘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코드맨서 코드맨서는 환타지 배경의 비디오 게임으로,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서 마법은 코드이다. 플레이어들은 ‘주문’ (프로그램) 을 작성하고 이를 ‘영창’ (실행) 한다. 정신력의 개념이 약간 들어간 ‘자연의 언어’의 변종이다. 이 경우에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 수준의 이해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단순한 컴퓨터 수준의 지능만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비디오를 통해 마법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 수 있다. 게임 개발자로서 내 의견은 : 당신 게임의 마법 시스템이 논리적일수록 더 좋다는 것이다. 논리적인 마법 체계는 게임의 학습 곡선을 크게 감소시키며, 아마도 개발 기간 또한 감소시켜 줄 것이다. 특히 플레이어들이 참신한 방법으로 몇몇 능력들을 중첩하거나 조합할 수 있다면, 그리고 새 마법을 소개하기 전에 이전 마법의 조합들을 연습할 수 있다면 더 만족스럽다. 적의 능력들을 같은 논리적 체계 속에 포함시킨다면 훨씬 더 낫다. (더 강한 힘을 부여받는다 해도) 적들 또한 같은 제한 하에 행동해야하며, 이는 게임을 하면서 쉽게 깨지곤 하는 ‘공정하다는 느낌’을 부여한다. 마법의 체계 – 파트1이 재미있었길 바란다. 파트2를 기다려주시라! --------------------------------------- 딱히 대단한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냥 흥미로워 보여서 옮겨봅니다. (사실 그냥 잠이 안와서 ㅜㅜ) 얼핏 듣기로 드래곤 라자의 마법 시스템은 D&D의 그것을 차용한 부분이 크다고 하던데, 마법적 에너지의 매커니즘에 대한 드래곤 라자의 설명도 D&D에서 차용한 것인지 궁금하긴 하네요. 구체적인 쓰임새 (메모라이즈 등) 는 D&D의 것이 분명해보이는데, 내부의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도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아서요. 꽤 독창적이면서도 신선해보여서 지금도 기억나는데 …
  6. lolkain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최근 함대 컬렉션 ~칸코레~ (원 제목: 艦隊これくしょん~艦これ~) 라고 하는 웹게임(?)이 인터넷 일부에서 엄청난 화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플레이를 하고 있으며,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Zerasion 님 께서 말을 꺼내주신바. 간단한 리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칸코레? [attachment=1]<!-- ia1 -->111.jpg<!-- ia1 -->[/attachment]위 이미지는 작성자가 소유하고 있는 함선 중 공고급 전함 3번함인 하루나 입니다. 칸코레 라고 하는 이 게임은 2013년 4월에 카도카와 게임즈에서 개발, 일본의 DMM.com에서 서비스 하는 플래시 기반의 웹 게임입니다. 소재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이 게임의 명칭인 함대 컬렉션 이라는 말 그대로 2차대전 당시에 사용된 구 일본해군의 함선들을 모에화 하여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유저가 진행하는 미션의 내용은 2차대전 당시의 각 작전 구역 및 유명한 작전들이 나옵니다. 물론 적이 당시의 상대였던 미국이 아니라 외계 생물체(?) 비슷한 무언가로 등장하죠. 이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도 일부 상위 클래스는 모에화 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게임 자체는 상당히 간단합니다. 칸무스메-전함소녀 라고 의역-들을 이용하여 함대를 편성하고. 미션을 진행하거나 다른 유저와의 연습전을 통해서 레벨을 올리고, 함선을 개조/강화 하고, 새로운 함선을 만드는 등의 행동들을 통해 말 그대로 함대-전함소녀들이 그려진 카드-를 모으는 게임입니다. 칸코레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은 엔하위키의 링크를 추가하겠습니다. 함대 컬렉션 - 엔하위키 (아카이버 주: 엔하위키 링크는 다음으로 대체합니다. https://namu.wiki/w/함대 컬렉션 ) 2. 엄청난 대기 유저의 행렬 이 게임은 나온지 몇 개월 지난 6월 이후 부터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매일 서버가 접속이 잘 안되거나, 신규 서버를 개설하여 유저들을 추첨하여 선별적으로 가입시키는 상황이죠. 게임 자체가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적당한 게임성과 미소녀 캐릭터를 모으는 수집욕, 비록 2차대전기 구 일본해군의 함선들이지만 밀리터리적인 면에서 고증이 나름대로 잘 되어있는 요소들로 하여금 많은 유저들을 이 게임에 홀리듯이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attachment=0]<!-- ia0 -->222.jpg<!-- ia0 -->[/attachment]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는 구축함 시마카제. 픽시브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보입니다. 3. 이게 뭐 어쨌다고? 많은 분들이 칸코레를 하시면서 은근히 계속 붙잡게 만든다. 라는 말을 하셨습니다.(적어도 제가 아는 분들 사이에서) 게임성 면에서 대단히 단순한 게임이지만 심플한 게임성이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계속 하도록 요구하게 되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게임의 흐름을 크게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의 함대를 편성한다 → 미션과 연습전을 통해서 전함소녀의 레벨을 높인다 → 전투를 통해 새로운 전함소녀를 획득하거나 수집한 재료를 이용해서 함선을 건조한다 → 파손된 함선은 수리를 한다 이외에도 원정이라는 요소에서는 자신이 함대 중 하나를 선택하여 특정 미션을 수행시키면 일정 시간동안 해당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투입된 함대는 완료 될 때 까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 이 게임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미션 진행-게임상에서 출격-중에 함선들의 파괴 정도가 나타납니다. 이때 함선이 완전히 파괴되는 형태인 굉침이 되면 해당 전함소녀는 완전히 파괴됩니다. 즉, 체력이 0이 되는 순간 해당 전함소녀는 유저의 함선 목록에서 완전히 삭제 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열심히 성장한 캐릭터가 굉침되는 순간 유저들이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더구나 미소녀 캐릭터이니…- 이러한 상황에서 유저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해당 함선을 잃었다는 점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고, 다른 함선들을 어떻게든 파괴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플레이를 하도록 만든다는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4. 정리 간단하게 제가 체험한 바와 함께 몇가지 인상 깊은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다른 웹게임-오게임, 부족전쟁 등- 들과 달리 느긋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언급한 웹게임들은 다른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상당히 강력하게 설정한 반면, 칸코레는 그런 부분이 덜했기 때문에 오히려 장시간 진행에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은 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이 게임을 접속 할 수 없습니다. 플랫폼인 DMM이 한국에서는 접속불가 사이트이기 때문이죠. 현재 플레이 중이신 한국 거주자 분들은 상당수가 여러 우회수단을 통해 플레이를 하고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방법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죠. 여러가지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것은 칸코레가 그만큼 매력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죄송하지만 가능하면 본 글에서 VPN등의 사용법이 댓글에 없었으면 합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트위터나 다른 부분들 통해서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7.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연휴동안 제가 파판14를 시도해보았습니다. 아직 레벨 가장 높은 클래스가 꼴랑 21 정도이지만 ... 일단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첫인상으로 뭔가를 재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사람을 만나도 첫인상이 좋으면 나중에 실망하곤하고, 처음에 만만하게 봤는데 나중에 큰코 다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게임에 대해서도 상당히 그런 편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꼴랑 21렙까지 해보고 얘기하는 게 정확할 수가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아래의 내용들은 크게 신뢰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게임 자체는 무난한 편입니다. 아주 무난합니다. 무난한거 말곤 뭐 없어보입니다. 트위터인가 페북에도 썼던 얘기지만 게임을 글로 바꿔서 말해본다면 파판14는 정석에 대체로 충실한 그럭저럭 기본기는 하는 평범한 글입니다. 그런데 맞춤법이 이상하게 자주 틀립니다. 글의 의미를 바꾸거나 중요한 개념을 잘못 전달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이상하게도 사소한 맞춤법을 자꾸만 틀려서 신경 거슬리게 만드는 뭐 그런 기분이네요. 21렙까지는 적당히 평범한 MMOG의 틀에다가 약간의 이벤트를 얹은 구도이기 때문에 딱히 더 언급할만한 부분은 없고 ... 앞서 언급한 ‘자꾸만 틀려서 신경 거슬리게 하는 맞춤법’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약간 짚어보자면 1. 게임의 일부 기능이 다른 게임들보다 좀더 늦게 오픈됩니다. 예를 들어 휴식 경험치를 쌓는데 필요한 대도시의 ‘여관 기능’은 10레벨 퀘스트를 마쳐야 오픈됩니다. 뭐 그건 괜찮습니다만, 다른 지역의 여관들은 그 전에도 기능을 합니다. 단지 대도시의 여관만 10레벨 퀘스트가 지나야 오픈될 뿐 ... 이 불균형이 어딘가 은근히 거슬립니다. 아예 모든 지역의 여관 기능 또는 휴식 경험치 자체가 10레벨 이후에 적용된다거나하면 괜찮겠는데 왜 어디는 처음부터 적용되고 어디는 퀘스트를 해야만 언락되는건지 납득이 잘 안됩니다. 여기에 담긴 의도가 뭔지 짐작하기가 어렵더군요. 2. 웨이포인트 선택시 이름만 나오고 위치가 안나와서 당황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길드워즈2에서는 지도를 펴서 자기가 이동하려는 웨이포인트를 클릭하면 그대로 그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파판14에서 순간이동은 목적지의 이름 목록이 나오고 선택하라고 합니다. 게임에 익숙해진 후라면 괜찮겠지만 이건 좀 ... 게다가 익숙해진 후라해도 아주 작은 지명 하나하나까지 다 외우기는 아무래도 좀 어려우니 말이죠. 3. 인게임 공간 내에서 위치가 고정된 윈도우들 – 예를 들어 NPC와의 인터랙션 창 등 – 은 이 창이 열린 상태로 캐릭터를 조작할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상인 NPC와의 거래창이 열린 상태로는 이동이 안됩니다. 와우에선 이동이 가능하고,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나면 창이 닫히는 형태였죠. 혹시나 상점창이 열린 상태로 단축키를 지원하기 때문인가 싶어서 시도해봤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1번과 마찬가지로 왜 이렇게 했는지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4. 풀링허용 거리가 너무 짧은 느낌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과도한 풀링을 통한 어뷰징을 막기 위해 교전 시작지점에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어그로가 리셋되는 장치를 택하고 있고, 파판14에도 이런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근데 어그로가 리셋되는 거리가 너무 짧아요. 그냥 얼굴 마주대고 싸우는 밀리클래스야 상관없는데 빙빙 돌면서 싸워야하는 원거리 클래스를 하다보니 이게 은근 열받더군요. 거의 다 잡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어그로 리셋되고, 원위치로 돌아가고, 몹의 체력은 만땅이 되고 ... 5. 이 게임에는 hand over 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흔히 수집퀘스트 등 NPC에게 뭔가를 건내줘야하는 퀘스트의 경우, NPC와 접촉해서 ‘가져왔나? 가져왔다’ 라는 문답을 나눈 후에는 NPC가 내 가방을 자동으로 뒤져서 해당하는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거해갑니다. 편리하죠. 그러나 뭔가 촉각적 감각은 좀 덜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파판14에 있는 hand over 라는건 바로 그런 ‘촉각적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템을 NPC에게 건내줘야 할 경우, NPC측에서 ‘hand over window’를 엽니다. 그럼 나는 내 가방에서 (어차피 퀘템만 모아둔 인벤이므로 찾느라 헤맬 필요도 없음) 해당 아이템을 들어올려서 NPC의 hand over 윈도우에 떨궈줍니다. 그러면 완료. 요거 저는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앞서 말한대로의 ‘촉각적 감각’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로 말이죠. 근데 그 ...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런 촉각적 감각을 다른 게임보다 덜 제공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게임에는 몬스터 시체로부터 루팅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몬스터를 잡았는데 아이템을 주고 싶으면 그냥 자동으로 PC인벤토리로 들어갑니다. 뭔가 좀 ... 일관되지 못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죠 6. FATE라 불리우는 이벤트 시스템에 인원수에 따른 스케일링 장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있는 것 같다가도 잘 보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 5렙 지역의 어떤 이벤트는 보스몹을 잡는게 목표인데, 제가 5렙때 ‘스케일링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믿고 들어갔다가 개피보고 도망나왔습니다. 5렙 이벤트 보스몹을 5렙 혼자서는 절대네버 못잡겠더군요. 혹시나 싶어 다른 보스몹 잡는 이벤트에도 참여해봤지만 마찬가지. ‘그럼 스케일링이 없는거야? 그럼 이벤트 솔로잉 안될텐데 어쩌려구?’ 근데 레벨이 좀 올라가서 20렙 가까이 되는 지역의 이벤트를 해보니 사람들이 많이 나옴 = 몬스터가 굉장히 많음. 이게 스케일링 없이 나오는 규모일 수가 없음. 합니다. 그래서 아 스케일링이 있긴 있는건가 ... 하다가 또 다른 이벤트를 보면 사람이 그닥 많은 것도 아닌데 몹이 너무 적게 나와서 나는 건드려보기도 전에 스폰과 동시에 모두 순삭되고 그러면 또 스케일링이 없는 것 같고 ... 추측하기로는 스케일링이 있긴 하되 전혀 취지에 맞게 동작하고 있지 않은가 ... 싶습니다만 확신하기 어렵네요. 7. 몬스터에 태그 개념이 있습니다. 요새 이벤트 – 오픈형 파티 시스템을 택한 게임에서는 보기 드뭅니다만 (아참, 파판14에는 오픈형 파티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이벤트에 한해서만 그 비스무레하게 동작하면서 보상을 주는 시스템만 있습니다) 어쨌든 몹을 선타치면 선타를 때린 사람은 무조건 경험치와 보상을 100% 먹습니다. 단,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기여도에 따라 차등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보상을 먹긴 합니다. 이러면 저렙이 몹을 몰고 고렙이 광쳐서 한방에 날리면 경험치 버스가 초고속으로 가능 ...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4번 때문에 애초에 몹몰이가 거의 불가능 ... 8. 첫 전투 개시 타이밍이 다른 게임에 비해 굉장히 늦습니다. 트위터인가 페북에서도 불평했던 것 같은데, 게임에 진입하면 대도시에서 시작하고, 이 도시 내부를 도는 퀘스트만 30분에서 1시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나서야 비로소 필드로 나가서 첫 전투를 합니다. 한국 및 북미의 스피디한 전투투입 페이즈에 익숙한 저에겐 격하게 지루한 시간이었습니다 ... 9. 퀘스트 텍스트의 전달에 필요한 (아마도) 기본적인 기교가 부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구공온을 보자면, 텍스트 대사가 나오는 장면들은 엄격한 규칙을 따릅니다. 뭐나면, 텍스트로 2줄 나오는 대사를 하고나면 반드시 화면 상의 캐릭터들에게 뭔가 변화가 따라온다는거죠. 2줄 말하고 고개를 갸웃, 2줄 말하고 카메라 앵글 전환, 2줄 말하고 앉아 있던 캐릭터가 일어나서 방을 거닐거나, 2줄 말하고 박장대소하거나 ... 뭐 이런 식입니다. 즉 화면상에 아무런 변화없이 길다란 텍스트를 주리줄줄 읽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게 지겨운건 너무 당연하고 자명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파판14는 무자비합니다. 수십줄의 대사를 별다른 화면의 변화없이 계속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게다가 일종의 사극체라고 할만한 영어 대사들은 ... 쾌활한 대사의 즐거움보다는 사극 고유의 답답하고 갇힌 느낌만 더 주는 기분 ... 10. 이 게임에는 위치기반 스킬이 존재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전방위/후방의 두 가지만을 사용합니다. 이전의 daoc나 (eq에서도 그랬나?) 하는 옛날 게임들은 측방 스킬도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측방과 후방과 전방으로 나누면 복잡한 무빙이 오가는 상황에서 구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있으나 없으나 고만고만해지거든요. 그냥 ‘전방위/후방위’로만 나누면 계산이 깔끔해져서 편하고 좋죠. 파판14에는 측방 스킬이 있습니다. 그냥 ... 있습니다. 방향을 더 세분화함으로써 어떤 재미가 더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1. 클래스별 스킬 구성이 굉장히 애매합니다. 와우로 치자면 오리지널과 불성때 까지의 스킬 구조를 차용한 듯 보입니다. 불성 이후 리치왕의 분노때부터 상당히 달라지는데, 리치왕 이전과 이후는 어떤 차이가 있냐면 ... 리치왕 이전에는 수치적으로 의미있으나 게임 화면 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 스킬들이 많았습니다. 크리 몇% 증가, 버프 지속시간 몇 % 증가, 디버프 해제확률 증가 뭐 이런 식이었죠. 이건 구체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스킬들이 아닙니다. ”게임 디자인에서 스킬의 축약”이 설명하는 바대로라면, 상당히 많이 축약된 상태인거죠. 그러나 리치왕을 거치면서 각종 스킬 및 특성들이 축약을 덜 포함하는 형태로 변화되었습니다. 갯수를 줄이면서까지 과감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함으로써, 스킬 사용의 결과만이 아닌 스킬의 사용과 목격 자체가 재미를 유발하게 변화되었죠. 저는 그 끝판왕을 블소라고 보는 편입니다만 아무튼 ... 파판14는 어느쪽이인가하면 축약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전투를 하고 있으면 무척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 ... 꽤 오래된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정확히는 아이온정도?) 웃기는건, 앞서 10번에서 말한 위치기반 스킬들은 사실 그런 축약을 줄이고 좀더 액션스럽게 만들기 위한 시도이거든요. 그러나 전체적인 스킬의 구성 자체는 꽤 오래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아까부터 자주 언급하는 것 같지만 이런 일관성의 부재는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어요. 혼란스럽 ... 12. 레벨 구성이 아주 조금, 이상합니다. 전체적으로 이상하다는건 아니고, 부분적으로 이상한 곳들이 조금씩 있어요. 일단 맵이 심리스가 아닙니다. 존로딩 방식인데다가, 대도시의 경우 존을 2개로 나눠야하는 정도의 분할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존당 면적이 좁다는거죠) 뭐 여기까진 그러려니합니다. 저는 심리스를 고집하는 고집쟁이는 아니거든요. 근데 맵의 구조가 좀 이상합니다. 복층 구조가 될듯 말듯 하다가 안되는 것 같지만 되는가 하면 되는 것 같지만 안됩니다. 한편 건물에 붙어 있는 문(door)도 어떤건 열리고 어떤건 열리지 않습니다. 모든 문은 디폴트로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PC가 가까이 가면 열려요. 문제는 어떤게 열리는 문이고 어떤게 안열리는 문인지는 그 앞에 가봐야 안다는 것 ... 그러니 헷갈립니다. 이 둘이 복합해서 길찾기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파폴에서 소개했던 것과 같은 재미를 주는 불편함이 아니라 그냥 불편함 ... -_-) 실제로 겪은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퀘스트가 있다고 표시된 곳으로 갔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뭐지? 왜지? 하면서 헤매다가 복층인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눈에 띄는게 딱히 없어요. 버그라고 생각하는게 아주 타당한 상황이죠. 근데 알고보니 제가 둘러보았던 곳들 중 한 군데의 문이 ‘열리는 문’ 이었고, 저는 그 앞까지 가보지 않고 그냥 눈으로만 훑었기에 발견할 수 없었던거죠. 13. 앞서 설명한 레벨 구성의 이상함은 지도를 통해 극대화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구공온의 지도 시스템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그리고 구공온의 지도 시스템은 제가 겪어본 mmog들 중에서 단연코 최악입니다. 그나마 파판14가 구공온보다 조금 나은 점은 레벨 자체의 구조가 그렇게까지 – 구공온만큼 – 비비꼬이고 뒤틀리고 복잡하고 한 것은 아니어서 조금 다행이라는 정도? 게다가 현재 자기가 있는 지역 이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퀘스트 관련 정보를 보여주다가 안보여주다가 하는 버그가 있어서 더 괴롭습니다. 퀘스트를 하려고 ‘이 퀘스트를 하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하고 물으면 지도를 펴서 보여줍니다. 근데 그 지역은 지금 내가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인거죠. 그럼 그 지역의 일반적인 정보만을 보여줄 뿐 구체적인 퀘스트 관련 정보를 보여주지 않아요. 그러면 ‘으음 ...’하면서 지그시 아랫입술 한 번 깨물어주고 그 지역으로 직접 이동해서 지도를 열어야 합니다. 보여주기 싫으면 보여주지를 말던가 ... 보여줄거면 예쁘게 다 보여주던가 ... 전체적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크리티컬하게 ‘이건 절대로 문제이며 고치기 아주 어려운 구조적인 부분임’ 하는건 없습니다. 그저 자잘자잘하고 미묘하게 어긋나있고 크게 아프기보다는 살금살금 가려운 기분이 드는 뭐 그런 문제들이죠. 진짜 문제는 이 모든 문제들로부터 별다른 일관성을 잡아내기가 어렵더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자잘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한 방향을 보고 있다면 그건 의도한 바를 캐치하고 그에 따라주기가 쉽습니다. 이 과정은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파판14가 보여주는 이런 부분들은 모든게 그저 약간의 실수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미스와 조금의 기술적 이슈에 대한 양보와 미묘한 아트적 관점에서의 관대함을 발휘한 결과들의 누적이 아닐까 합니다. 더 하게 될지는 ... 모르겠군요. 랜서를 하다가 너무 지루해서 (정말 지루해요 ... 칼질 한 번 하고 한 번 졸고 또 칼질 한 번 하고 또 졸고 ...의 반복) 아처로 전향했는데, 아처는 아주 조금 더 할만한 것 같기도 하고 ... 이 게임을 더 할지말지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부정적인 팩터는 역시 '파판14만의 두드러진 면모'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겠네요. 리프트는 적당히 신선했죠. 와우를 80% 베끼고 자기들이 20%를 새로 만들어넣겠다는 전체 구상이 어떻게 현실화되었는지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웠구요. 작게나마 고기능의 매크로를 제공함으로써 스킬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것도 좋았습니다. 구공온은 다른건 다 머시기하다그래도 스토리텔링 하나만은 압도적입니다. mmog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전무후무한 대단한 스토리텔링이었어요. 게다가 루카스같은 바보가 아니라 바이오웨어라는 걸출한 거장이 다듬어낸 스타워즈는 확실히 볼만했구요. 블소는 전투. 구공온의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전무후무한 완성도를 가졌기에, 첫 캐릭이야 퀘스트도 재미있고 전투도 재미있다지만 2,3,4 번째 만렙 캐릭터들은 했던거 또 하는거니 퀘스트는 버리고 오로지 전투의 재미 하나로만 만렙까지 끌고 가는 강력함을 보이기도 했구요. 길드워즈2는 뭐 말할 나위 없죠. mmog 게임 디자인의 최첨단을 체험하는 영광의 순간들 및 현존하는 가장 완성도 높은 대규모 집단 PvP 시스템에 직접 참여하는 재미를 겪지 못한다면, 2002년 월드컵 응원전의 열기와 함성과 광기를 말로만 전해듣는 일과 비슷할 겁니다. 파이어폴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게임이라고는 못해도 pve베이스의 mmofps 라는 점만으로도 흥미로운 요소는 널려있죠. 개인적으로는 요새 유행인 필드 이벤트 시스템의 단점과 극복 방법에 대해 힌트를 얻은 것만으로도 해볼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파판14는 ... ? 뭔가 특징적인게 없어요. 말 그대로 무난해요. 다른 게임들이 각자 자기만의 색채를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있거나 갖추려고 노력했다면, 파판14는 원래 의도했던게 무채색이 되는거고 그래서 정말로 무채색이 된 느낌? 하다못해 F2P이기라도 했다면 좀더 해보겠지만 월정액제로 이 게임을 더 할 이유는 아직 찾지 못하겠군요. 이 게임의 가장 큰 의의는 아마도 콘솔에서 플레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트리플A급 mmorpg라는 점? 그렇다면 콘솔을 중심으로 게임을 해 온 분들에게 이 장르의 유일무이한 게임은 소중하고 진귀한 것이겠지만, 제게는 딱히 그렇지는 않군요. 어째 제목은 중간보고인데 실제로는 종료보고 ... 가 된 ... ;;
  8.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최근엔 딱히 고민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거리가 없어서 뜸했습니다만, 간만에 쓸만한 거리가 하나 생각나서 포스팅을 쎄워봅니다. 바로 PVP 게임에서의 팀킬에 관한 것이죠. 엄밀히는 아군공격이지만, 편의상 그냥 팀킬이라고 합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PVP 게임들, 특히 FPS 게임의 경우 팀킬은 절대로 허용되어선 안되는 장치입니다. 간혹 On/Off 옵션을 단 채로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직후에 벌어지는 혼돈의 카오스를 목격하고 나면 금방 제거하게 되지요. 반면 해외의 FPS 게임들은 팀킬에 대해 제법 개방적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팀킬을 기본으로 허용하고 옵션으로 끌 수 있게 하지요. 사실 팀킬이라는 게 반드시 막아야 할 절대 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게임에 좀 더 전략성을 부여할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는 리얼리티를 더할 수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동시에 게임의 경험을 완전히 망쳐버릴 위험 또한 큽니다. 순전히 재미있다고 자기 기지에서 아군을 무차별 학살하는 싸이코패스도 많습니다만, 실수에 의한 팀킬을 팀킬로 응징하고 다시 팀킬로 보복하는 등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경우도 그렇게 드물지는 않습니다. 이 팀킬 문제를 외국 개발자는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런데 사실 전 이게 꼭 한국의 도덕이 고담시티 레벨이고 싸이코 패스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기본 시스템의 차이에서 온다고 보는 편입니다. 해외 FPS 게임들은 대부분 서버를 개인이나 클랜이 설치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 개인이나 클랜이 서버의 룰이나 맵 등을 입맛에 맞게 세팅해놓고 각자가 알아서 원하는 서버를 선택해서 들어가는 구조지요. 한국처럼 계속해서 방이 만들어지고 닫히는 시스템에서야 사실 어디가서 강퇴를 당하더라도 금방 다른 게임에 들어가서 다시 난동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후 제제보다는 차라리 그냥 아예 게임에서 팀킬을 할 수 없도록 막아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하지만 저런 환경에선 괜히 뻘짓하다가 밴 먹으면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람 많고 핑 좋고 거기에 모드 / 맵 / 세부 옵션이 마음에 드는 서버를 찾기란 쉽지가 않거든요. 이는 팀킬 뿐만 아니라 욕설이나 트롤링 등 대부분의 비매너 행위 전반에 걸쳐 적용됩니다. 사실 저 구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게임이 바로 배틀필드입니다. 탈것, 폭발물, 드넓은 전장, 강력한 커맨더 등 깽판을 치려고 마음 먹으면 정말 아주 제대로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죠. 물론 팀킬을 끌 수 있긴 합니다만 이는 아군의 총알과 수류탄으로부터 입는 데미지만 무효화할 뿐, 팀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탱크와 같은 차량으로 치여 죽일 수도 있지요. 아군의 차량으로부터 입는 물리 데미지를 방지한다고 해도, 그대로 밀고 벽에다 갖다 박으면 차량에서 오는 데미지가 아니라 벽과 충돌한 충격량 때문에 죽습니다. 그나마 이 로드킬은 감지할 수라도 있지요. 폭발물로부터 데미지는 입지 않아도 내부 물리 엔진에 의해 폭발력으로 밀려나는 효과는 남아서 이 폭발력으로 아군을 배경과 부딪히게 해서 물리 데미지로 죽이는 건 못막습니다. 차라리 같은 원리로 정상적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옥상에 올라가서 스나질 하는 건 차라리 애교죠. 또 아군 옆에 서있는 차량을 폭파시켜서 폭탄의 폭발이 아닌, 차량의 유폭으로 데미지를 줄 수도 있고 심지어 헬기 테일로터로 사람을 갈아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내부 팀킬 방지 시스템으로 하나하나 방지하거나 감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해당 유저를 영구강퇴하는 방법으로 강력하게 제제하지요. 배필 온라인의 경우는 일단 처음에는 겁도 없이 팀킬 On으로 시작해서 한번 지옥을 맛보고, 팀킬을 절대로 켤 수 없게 만든 뒤에도 대한민국 창의력 대장들과 씨름해야 했죠. 정말 열심히 막았습니다만 끝끝내 야구하듯이 헬기 꼬리를 휘둘러 아군을 벽에 날린 뒤 그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죽이는 플레이는 막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배틀필드는 ㅈ같은 게임이고 한국엔 싸이코패스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둘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게임이 허용하는 행위가 많을수록 그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한편 월드 오브 탱크 (이하 월탱)의 경우는 반대로 아군에 데미지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리스폰을 없앰으로써 팀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사망에 대한 페널티를 완화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한 대세이긴 합니다. FPS의 경우는 리스폰 타임을 줄이거나 없애는 식으로 이 페널티를 줄여왔죠. 하지만 월탱은 리스폰이 없습니다. 게임에서 죽으면 그냥 게임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죠.(원한다면 남아서 진행상황을 계속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었다고 게임에서 내보내는 건 게임 플레이 기회 자체를 박탈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혹합니다. 하지만 월탱의 경우는 그렇게 게임에서 나가도 다른 전차를 타고 금방 다른 게임에 합류할 수 있죠. 게임 플레이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캐주얼한 페널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금방 다른 게임에 투입되면서 기분 자체가 환기된다는 점입니다. 팀킬을 당했건, 팀 메이트들이 ㅂㅅ들이라 진형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밀어 전선이 무너졌건, 일베충이 헛소리를 하든 간에 플레이어가 새로운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서 이전 게임은 그냥 잊혀진다는 거죠. 신고 기능이 있고 아군 데미지에 대해서 페널티를 물리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일단 죽으면 게임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보복 팀킬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물론 이러한 월탱의 케이스를 다른 PVP 게임 - 특히 FPS - 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 겁니다. 리스폰을 없앤 것도 사실은 탱크라는 소재의 특성상 리스폰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신고가 가능한 것도 게임 템포가 FPS에 비해 현저히 느린 덕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적으로 아군에게 데미지를 주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요소로도 팀킬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요, 개인이 설치한 서버가 계속 지속되고 이 설치자가 서버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시스템에선 팀킬을 포함한 모든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매우 강력한 제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방'이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한국식 시스템에선 이런 식의 사후 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게임에서 팀킬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할 수 있는 행위가 많아지면 그만큼 이를 방지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에 대한 해결책은 팀킬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구조에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라는 써놓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이군요. 개인적으로 팀킬이 게임을 풍성하게 만든 사례로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 생각납니다. 이 게임에서 메딕들은 때때로 치료해달라는 아군을 쏴 죽인 뒤 되살리곤 했습니다. 치료와 소생 둘 다 파워게이지를 소모하는데, 소생시의 HP는 고정값인지라 HP가 어느 수준보다 낮을 땐 치료를 2번 하는 것 보다 죽이고 소생시키는게 파워 게이지 사용량, 걸리는 시간, 그 후의 HP 등 모든 면에서 이득이었거든요. (물론 이 경우 메딕의 개인 점수는 깎입니다만...) 뭐 디자인 상에서 약간의 빈틈이 있었던 것이긴 합니다만,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월탱을 하는데 어떤 유저가 게임 스타트 전에 채팅창에 대고 중2병 스러운 대사를 마구 날리더군요. "적이든 아군이든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날려버리겠어!!" 뭐 이딴 식으루요. 그런데 스타트 하지마자 그 뒤에 있던 아군 중전차가 일격에 그 전차를 팀킬해버렸습니다. "시끄러" 한마디와 함께요. 그 순간 적이건 아군이건 구분없이 모두 '브라보'를 외쳤다는 ㅋㅋㅋㅋ 팀킬이 그렇게 상쾌하긴 또 처음이었어요. 최근엔 하스 스톤이 온라인 게임에선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채팅을 없애버리고 6가지 정도의 고정된 의사표현만을 가능하도록 했지요. 1:1 게임이라 채팅의 필요가 적기도 하고, 아이패드 가상 키보드로 채팅하는 것이 곤란하기도 합니다만, 비매너를 아주 적극적으로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게임은 스토리를 가져야만 하는가? 서사와 플레이의 융합 얼마전 잠깐 들여다보았던 에릭 짐머만의 어떤 글에 따르면 게임을 한 가지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위험한데, 이런 시도가 게임이 가져야 할 다양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포괄적으로는 그의 이런 입장에 동의하는 관점에서 아래의 글은 ‘게임을 한 가지로 규정하려는’ 시도이므로 위험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게임에 대해 갖는 각각의 관점을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스스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봅니다. 짐머만의 글은 ‘포괄적인 관점에서’ 맞는 말이긴 하지만, 실용적이 되려면 좀더 구체적인 부분까지 내려가봐야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쪽으로 꽤 치우친 듯 보이는 글을 하나 물어와봤습니다. 짐머만이라면 이 글을 아마도 '선택 근본주의자의 글' 이라고 부를 것 같군요. 얼마전 가마수트라를 통해 공개된 GDM 과월호 중 2013년 2월호에 실려있던 글입니다. 원문주소 : http://twvideo01.ubm-us.net/o1/vault/GD_Mag_Archives/GDM_February_2013.pdf 파일 상의 위치 60p ~ 62p 책 에서의 위치 58p ~ 60p 스토리와 게임은 일종의 불안정한 결혼생활과 같다.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써놓은 스토리를 게임에 구겨넣음으로써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이미 결정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마찬가지로 이미 결정된 엔딩을 보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바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게임으로 몰려들었다 ; 게임 경험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이지, 디자이너가 쓴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소설에 스스로를 종속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이 문제의 뿌리에는 거의 신학적이기까지 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면 디자이너들은 자기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호작용성이라면, 디자이너가 게임에 구겨넣은 줄거리의 고정된 요소들은 플레이어로부터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앗아가버린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게임에 스포일러가 가능할 경우 그걸 아직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좀더 명확히 말하자면, 테트리스와 같이 고도로 단순화된 몇몇 예외적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야기 요소로부터 덕을 본다 : 흥미로운 배경설정, 여러 독특한 분위기, 기억할만한 캐릭터, 몰입적 대화, 극적 갈등, 기타등등. 최고의 게임들은 다른 매체와 경쟁하기에 손색이 없는 캐릭터와 설정을 가지고 있다 – 포탈의 글라도스 또는 바이오쇼크의 랩쳐를 떠올려보라. 그러나, 게임의 실질적 서사 – 줄거리를 결정하는 일련의 이벤트들 – 은 게임의 본질적 상호작용성과 융화시키기가 극도로 어려운 요소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게임의 서사는 책이나 영화에서처럼 다른 모든 요소들의 중심에 놓인 핵심 요소가 될 수 없다. 시드 마이어가 서사의 가능성들에 흠뻑 젖은 게임 PIRATES!에 어떻게 스토리 요소를 넣었는지 생각해보자. 시드 마이어는 고정된 줄거리 요소와 이미 결정된 엔딩이 수반되는 단일한 모험담 대신, 전통적인 해적 이야기의 이런저런 요소들로 게임을 가득 채웠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오랜동안 잃어버렸던 여동생을 찾기도, 사악한 스페인놈과 결투를 벌이기도, 반역폭동에서 살아남기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기도, 감옥에서 탈출하기도, 총독의 딸에게 구애하기도 한다. 은퇴에 즈음해서 게임은 플레이어의 해적 인생에서 주목할만한 일들을 보여주며 그 흥망성쇠를 연대기순으로 보여준다. 단일한 줄거리로 이루어진 게임들이 다른 매체의 유사한 작가적 업적들과 비교되는 고통을 겪는 동안, 이 이벤트들은 플레이어에게 친밀감에 바탕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게임들이 능동적 스토리 생성기에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어떤 테마와 규칙들은 고정된 배경 하에서 다루는 것이 최고이다. 영웅은 베어버릴 사악한 마법사가 필요하다. 병사는 맞서 싸울 적군이 필요하다. 배관공은 구출할 공주가 필요하다. 해결책은 줄거리의 핵심 요소를 능숙하게 다루어, 모든걸 휘두르기보다는 제안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계를 탐험하고 마지막 이야기를 스스로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 내게 하라. 실제로 게임에서 서사의 역할은 음악에서 가사의 역할과 유사하다. 노래에 덧붙은 단어들은 청자의 상상력에 일정한 공간을 남겨주면서도 악보에 맥락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사실 가사는 종종 녹음 과정에서 알아들을 수 없게 되어버리며, 이는 그 가사가 담은 의미를 고의적으로 흐릿하게 만들어버린다. 작가는 소설에서 텍스트를 결코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좀더 파보자면, 사람들은 종종 외국어로 된 노래를 즐기곤 한다 – 그들이 가사를 이해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책의 독자들은 결코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책을 집어드는 법이 없다. 가사는 결코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 위대한 노래들은 청자들을 위한 공간 (종종 아주 큰 공간) 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물론, 게임의 서사 또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LIMBO를 생각해보라. 이 게임은 최소한의 오디오와 단색 톤 등 그 분위기로 유명한 퍼즐 플랫포머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한 소년이 그의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다는 극히 원초적인 퀘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되면서, 의문에 대한 해답보다는 더 많은 의문들이 생겨난다. 왜 이 소년은 어둡고 신비스러운 숲 속에서 여동생을 찾는가, 왜 괴물 거미가 소년을 쫓는가, 그를 공격하려는 아이들은 누구인가? LIMBO의 서사는 완전히 선형적이며, 줄거리나 대화, 그리고 대답 등 여러 전통적 서사 양식을 결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플레이어에 의해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이다. 또다른 예시는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병사들로 만든 부대가 가상의 남미 도시인 누에보스 아이레스 (Nuevos Aires)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를 막는다는 내용의 마이크로RTS ATOM ZOMBIE SMASHER이다. 이 게임은 정신나간 삽화들로 가득한데 [“에스포지토가 결승골을 넣고 1분 후, 그는 산채로 먹혔습니다”] 시민들이 맹공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이 게임의 에필로그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인 ‘군산복합체’를 배경으로 사이보그 엘 프레지단테 (El Presidente)와 AK47이 열리는 나무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괴한 서사의 결정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ATOM ZOMBIE SMASHER가 전통적인 방식의, 통조림에 갇힌 서사가 없이도 세계관의 느낌을 잘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삽화들은 사실 캠페인 중간에 플레이어의 상상력의 간극을 메워넣기 위해 무작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게임의 디자이너인 브렌든 청 (Brendon Chung)은 “정보들을 한데 모아 꿰뚫어 보는 일은 재미있어요. 이 게임이 당신을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것을 느끼는건 만족스러운 일이죠.” 이런 효과는 아마도 주류 플레이어들에게는 조금 거슬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tom Zombie Smasher는 평탄한 복도를 지나며 총을 쏘는 FPS나 과장되고 무거운 대화로 가득한 RPG보다 훨씬 더 열려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고정된 줄거리는 플레이어 몰입의 적이다. 선택의 질문 비디오 게임에 서사를 도입하는데 있어 가장 아쉬운 측면은, 상호작용적 픽션의 가능성이다. 상호작용적 픽션 속에서 플레이어는 전통적 스토리와는 다르게 스스로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가능성은 현실화되었던 적이 없다. 플레이어들의 선택은 대부분 사전에 정해진 몇 가지 보기들 중에서 선택하는 정도로 제한된다. 하나 이상의 엔딩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결과가 제한되어 있다면 그건은 상호작용성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전혀 다른 범주의 상호작용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제작비의 증가에 따라,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플레이 해볼지 확실하지 않은 요소까지 만드는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상호작용적 스토리라인은 몇몇 특정한 키포인트와 반드시 동기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 (Knights of the Old Republic)이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선과 악의 어느 쪽 길이든 갈 수 있지만, 두 길은 플레이어를 같은 장소로 인도한다 ; 플레이어는 악당인 다스 말락 (Darth Malak)을 퇴치되거나 그가 하려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 (선의 길) 또는 그의 지위를 찬탈해야 한다 (악의 길) 두 길은 완전히 다른 윤리적 방향성을 취하지만, 어느쪽을 택하든 말락의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런식의 고정된 줄거리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거슬리는 단절을 제공한다. 그들은 아마도 수십시간을 RPG 하나를 플레이하는데 보냈겠지만, 그럼에도 그들 자신의 이익이나 선택은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기에 스토리에 관련해서 남는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인간에 대해 갖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쓰는 목적이 그렇다면, 이는 게임의 맥락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대부분의 이야기의 핵심 요소는 캐릭터들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들이다 ; 게임의 핵심 요소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이다. 그렇다면 게임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플레이어들 자신의 결정이어야만 한다. 대체 어떤 게임이 정해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플레이어의 선택이 갖는 중요성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액션RPG인 바스티온(Bastion)은 이 딜레마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성공한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이 세계를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던 신비한 ‘재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플레이어는 재앙을 초래한 무기가 왜 만들어졌으며, 시동되었을 때 뭐가 잘못되었었는지를 배워간다. 게임의 결말부에서, 플레이어는 시간을 되돌림으로써 아마도 재앙을 피할 수 있을 선택을 할지 아니면 재앙 후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새로이 시작하는 선택을 할지 골라야 한다. 이 결정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결정을 내린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있다 :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을 반영하는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냥 끝나버린다.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에게 이 결정을 반영하는 실질적 에이전시를 제공하는 척 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 선택은 거의 사색적인, 플레이어 본성의 단순한 반영이 된다. 당신은 자신의 최대의 실수를 되돌리겠습니까, 아니면 새로운 이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습니까? 바스티온에서 플레이어는 디자이너가 생각한 결말을 목격하지 않으며, 선택을 내리는 행동들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 워킹데드 (Walking Dead)에서, 디자이너들은 플로이어 본인이 내린 결정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린 결정과 비교하여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선택을 강조한다. 이는 포괄적인 사회 전체가 내린 결정과 자신의 결정이 배치되는지 일치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 스스로의 인격을 밝히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디자이너가 내린 줄거리상의 결정들에만 집중하는 게임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스토리의 깊이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게임에 스토리를 넣으려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목발이라고 볼 수 있다. 쉬운 탈출구이지만 우리 매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 비단 규칙과 매커니즘, 시스템에서 뿐 아니라, 스토리에서도 또한 그러하다. - 글쓴이 소개 – 소렌 존슨 (Soren Johnson) 은 문명3의 공동 디자이너이자 문명4의 리드 디자이너이다. 그는 GDC 자문위원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게임 디자인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http://www.designer-notes.com 에서 볼 수 있다.
  10.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배필4 예약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얼리 베타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도 플레이하고 계신 분들이 제법 계실텐데, 소감이나 한번 모아보죠. 일단 저같은 경우는.. 이게 배필3의 맵 확장팩과 뭐가 다른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맵은 여전히 광활해서 교전하려면 한참을 뛰어가야 하고 또 막상 교전 지역에 진입해도 맵이 워낙 크다 보니 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도 여전하다는게 일단 제일 와닿았네요. 그리고 보병의 대차량 공격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도 그닥 즐겁지 않았습니다. 탱크가 RPG 5발을 버티는 거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장갑차도 아닌 수송차량 마저도 한발은 그냥 받고 넘어가니... =_= 플레이해본 맵이 상하이 밖에 없긴 합니다만, 64인용 맵에서도 거점이 5개로 줄어들고 나름 일렬로 배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 거점의 갯수가 3개 - 여기 저기 거기 - 를 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왜 굳이 한 가운데에 있는 거점을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야 하는 옥상에 올려놓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모던 워페어의 멀티가 '놀이'로서의 측면을 강조했다면 배필은 전통적으로 '재현'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데 (물론 이 극단엔 ARMA가 존재하지요), 그다지 캐주얼하지 않았던 3편이 평가나 판매량에서 괜찮았기 때문에 그냥 원래 컨셉을 쭉 밀고 가려나 봅니다. 뭐 사실 마케팅을 엄청 때리긴 했지만 어쨌든 1천2백만장이나 팔린 것을 보면 게임디자인 측면에서 불만을 가지는 저같은 불순분자보다는 그냥 땡크와 헬기가 나오는 전쟁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덧붙여서, 최적화와 별개로 조작감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i5 750 + 5850 + 12GB RAM인데 옵션을 다 죽여도 최대 40프레임 밖에 안나오더군요. 때때로 10프레임대로 드랍되기도 하구요. 뭐 최저 옵션으로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퍼포먼스 역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의 특징이긴 합니다만. 40프레임 나오는 걸 감안해도 마우스 움직임이 한박자 늦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타 게임보다 교전거리가 길어서 포인팅하고 맞추기 까다로운 것도 있겠지만요.
  11. romuska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트위터 카피이므로 아래에서부터 읽으세요. Ryu ‏@setsalle 1시간 물론 그 비주얼을 생각하면 엄청 매혹적임. 드래곤 타고 잘난척 하던 혈의 인간사냥꾼들을 향해 끝없이 달려드는 수백명의 1렙 캐릭터라니, 그건 멋있어 정말...... 펼치기 Ryu ‏@setsalle 1시간 다만 저게 시민혁명 소리를 들으려면, 미국독립혁명조차 "독립전쟁 아니고 독립혁명 맞니?"라는 공격에 맞서 미친듯이 디펜스해야 하는 상황에서 좀... 이라는 것. 소설가야 물론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가슴벅차도록 만들어야 하니 "시민혁명"을 붙이겠지만. 펼치기 Ryu ‏@setsalle 1시간 지도부가 이전의 군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타락한 것 등등, 결과적으로는 혈맹들의 힘만 강해지고 또다른 혈이 등장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음. 전형적인 농민 반란 내지 민란의 모습이었다는 게 내 판단. 단, 그렇다고 의미가 없다는 건 절대 아님. 펼치기 Ryu ‏@setsalle 1시간 딱 힘없고 서럽던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이용, 혈맹 애들이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든 것까지는 장엄하고 멋있었지만... 내분, 제대로 된 지도자 통솔의 부재, 다른 맹들의 음모, 책략, 갈길을 잃은- 펼치기 Ryu ‏@setsalle 1시간 이건 순수하게 사학도로서 말하는 건데 바츠 해방전쟁은 시민혁명이라기보다 민란에 가까웠고 실제 그렇게 끝났음. 제일 비슷한 건 중국의 황건적의 난. 바츠 해방전선이 시민혁명 소리를 들으려면 적어도 공화제나 그에 준하는 체제 대안이 있었어야 하는데(계속) ------------------------------------------------------- 저 님이 자세히 알아본 게 아니어서 몇가지 사소한 오류가 있긴 한데(이를테면 이건 린2이야기지 린1 이야기가 아니고 1렙이 아니라 7렙이라든지) 공화정으로의 발전이나 그 이후의 라인을 룰에서 지원한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무식하고 오래된 방법이지만 리니지1은 군주라는 잡을 지원함으로서 혈맹에 대한 느낌을 린2보다 더 강하게 지원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거든요. 물론 지금은 저걸 한다고 뭐가 되는건 아니지만.. 최근 게임인 FF14에서 직업을 전사-마법사-채집-제작 의 4개 기둥으로 세워서 지원하는 부분은, 전투 베이스로 직업을 잡고 나머지를 부가로 잡던 WOW나 FF11의 법칙을 벗어나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지원하는 정도의 차이? 그러니까 리니지2에서 혈맹 외에 지원하는 길드 형태가 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에요. 뭐.. 공화정을 내세우려 했던 수많은 게임들이 시망을 보여줬지만(그라나도 에스파다..랑..또 있지 않았나?), 그러니까 혈맹 외에 공화정을 기반으로 하는 길드 형태가 있어서 유저는 마음에 드는걸 선택할 수 있고, 성을 먹더라도 메뉴가 좀 다르고 하는 등등요.
  12.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2014년 밸브가 뭔가 큰 건을 하나 발표한다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대부분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밸브의 게임 콘솔 스팀박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밸브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 된 스팀OS + 스팀 OS가 구동되는 하드웨어 + 스팀OS용 컨트롤러로 구성된 하나의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사실 스팀박스 자체의 미래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관적이었습니다만 발표 내용은 제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습니다. 오픈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한 게임용 콘솔이라뇨! 3DO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죠. 보자마자 DOA 사인이 왔습니다. 사실 리테일이 기반인 시장에서 디지털 마켓 & 다운로드 서비스 자체도 당시엔 말이 안되는 것이긴 했지만 이건 정말 심각한 과대망상으로 보였지요. 처음엔 스팀 OS 하드웨어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 콘솔이라는 포장에서 오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떼어내고 생각하니 의외로 이게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어째서 굳이 하향세인 거실용 콘솔인가? HDTV는 분명 크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합니다만, 그 반대 급부로 과거보다 큰 공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과거 PS2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사실 방 안에 작은 TV 하나를 두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42인치 TV를 개인 방 안에 둔다는 건 사실 좀 어려운 일이긴 하죠. 설치부터 플레이까지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HD 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함에도 Wii가 그렇게 불티나게 팔렸던 것은 한 명의 게이머를 위한 기기가 아니라 공동 공간인 거실에서 가족 전체가,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재미나게 놀 수 있는 장치로서 포지셔닝 된 덕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놀이도구로 다른 콘솔과 다른 타겟층을 가진 Wii를 제외할 경우, 현세대기의 보급량은 오히려 전세대기보다 적습니다. (전세대 = PS2 1억5천5백만 + 엑박 2천4백만 = 1억7천9백만 / 현세대 = PS3 7천5백만 + 엑박360 7천8백2십만 = 1억6천3백2십만. 출처 : 위키피디아) 반면 개발비는 치솟았고, 그 결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열광할 수 있는 AAA 급 게임들이 대박을 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것이 현세대기가 처한 상황이죠. 그래서 전 개발비가 더 치솟을 차세대기 시장을 오히려 더 암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게임 콘솔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PS4보다 AAA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셋탑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엑박원의 전략이 더 우수하다고 보았죠. 뭐 정신 나간 가격 때문에 맛이 가긴 했습니다만. 아무리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실을 중심으로 한 콘솔 게임 시장이 스팀이 기반하고 있는 PC 시장보다는 훨씬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콘솔과 PC를 둘 다 보유하고 있는 게이머 입장에서, 거실을 주무대로 생각한다면 PC판 보다는 콘솔용을 구매하겠죠. 즉, 많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든 없든 거실 진입 자체가 스팀 입장에선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밸브 입장에서 거실을 뚫고 싶긴 한데 게임을 구동하는 전용 콘솔로 뚫으려면 난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격, 하드웨어 성능, 마케팅, 서드 파티 확보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죠. 하지만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셋탑이라면 이미 타이틀들은 확보되어있고 하드웨어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정도 사양이면 IPTV를 구동하는데에도 큰 문제가 없죠. 똑같이 게임 + IPTV 컨셉이지만 엑박원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2. 스팀 고객들의 취향은 전통적 콘솔과 다르다. 또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스팀의 고객들이 거실에서의 게이밍을 원하냐는 것입니다. 먼저 스팀의 동접자 순위를 한번 살펴보죠. 위 도표는 스팀의 동접자 TOP 100 중 상위 30개만 추려낸 것입니다. DOTA2, 팀포트리스2, FM, 토탈워, 문명 등등 PC 독점작들이 상당히 많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인터페이스 상의 문제로 콘솔에서 패드로는 플레이하기 힘든 게임들입니다. 물론 콘솔에서도 잘나가는 게임들은 스팀에서도 잘 팔립니다만, 전체적으로 스팀 게이머들의 취향은 콘솔 게이머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밸브가 발표한 패드는 "이전에 키보드와 마우스로만 할 수 있었던 모든 게임은 이제 소파에서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 마우스로 하는 간단한 게임, 전략 게임, 탐험+확장+착취+말살 우주 탐험 게임, 다양한 인디 게임, 시뮬레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라며 스팀이 기반하고 있는 PC 게임들을 플레이하기 편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PC 전용의 게임들도 불편하지 않게 거실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죠. 우리는 스팀 OS가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은 이전 세대까지 엑박360이나 PS3으로 게임을 해온 콘솔 게이머가 엑박원이나 PS4가 아닌 스팀OS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PC로 게임을 해왔지만 가끔은 거실에서도 게임을 하고 싶은 게이머 계층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층을 상대로는 스팀 OS 하드웨어 외엔 대안이 없습니다. 3. 스팀의 콘솔은 충분한 타이틀들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인가? 콘솔이 자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해당 콘솔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들입니다. 아무리 콘솔이 저렴하거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해당 콘솔에서 구동되는 타이틀이 충분치 않다면 해당 콘솔은 사실상 그 존재 의의가 퇴색되죠. 사실 서드 파티 개발사 입장에선 스팀 하드웨어 플랫폼이 시장에 충분히 보급되기 전까진 당장 얼마나 보급될지도 불확실한 스팀 하드웨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비를 지출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스팀 하드웨어는 PC처럼 완벽한 커스터마이징은 아닐지 몰라도 일단 당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나만의 등의 수식어를 통해 다양한 하드웨어 구성을 지원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콘솔로 게임을 개발하는 또하나의 이유 - 단일한 하드웨어를 통한 개발의 용이함 - 이 사라지게 되죠. 언리얼 엔진4나 크라이엔진4에서 스팀 하드웨어의 포팅을 도와준다면 그냥 어차피 100억 쓸 꺼 101억 쓴다는 심정으로 추가 포팅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 에픽이나 크라이텍에서 스팀 하드웨어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밸브는 리눅스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된 스팀OS를 공개하면서 이미 수백개가 넘는 게임들이 스팀OS를 지원하며 AAA 게임도 지원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그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PC 게임들 조차 스팀 OS보다 훨씬 많이 보급된 맥으로의 포팅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스팀OS의 타이틀 수급은 상당히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밸브가 직접 공급하는 게임을 독점으로 묶어서 콘솔을 견인시키는 것입니다. 마소의 헤일로와 소니의 그란투리스모 처럼요. 물론 밸브 역시 하프라이프와 포털, 팀포트리스라는 막강한 IP를 소유하고 있긴 합니다. 레프트4 데드와 DOTA2 역시 잊어선 곤란하겠죠. 가마수트라에 따르면 하프라이프2의 시리즈 3편을 모두 합쳐도 판매량은 1100만장이 채 안됩니다. 하프 라이프2가 6백5십만장, 하프 라이프2 : 에피소드 1 1백40만장, (하프라이프2 : 에피소드2 외에 팀포트리스2와 포털1이 포함된) 오렌지박스가 3백만장이죠. 레프트 포 데드 역시 1,2편을 합쳐서 1200만장 가량입니다. 이 중 오렌지박스와 포탈2, 레프트 포 데드는 모두 멀티플랫폼이었죠. 과연 밸브가 이 퍼스트파티 게임들을 독점으로 묶어서 스팀 하드웨어에 베팅할 수 있을까요? (이미 오렌지박스와 레포데, 포탈을 공동으로 퍼블리싱 했던 EA와의 계약 문제는 없다고 가정할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타이틀 문제도 스팀 OS 하드웨어가 직접 게임을 구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말끔하게 정리됩니다. 현세대기 초기엔 멀티 플랫폼 이식을 도와주는 미들웨어가 없었고 또한 플랫폼 홀더 측에서 개발비를 일부 지원하는 조건으로 독점 (또는 기간 독점)을 걸어 전용 게임들이 많았습니다만, 언리얼 엔진3가 발전하고 또 개발비가 치솟으면서 이제 왠만한 콘솔 게임들은 멀티 플랫폼으로 PC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차세대기의 개발비가 더 오를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독점작이 아닌 이상은 PC로도 출시된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생각할 때 스팀OS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PC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먹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겠죠. 이때 스팀 OS 하드웨어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만일 거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굳이 멀티 플랫폼 게임을 콘솔로 구매하고 있다면, 그냥 저렴하게 스팀OS 기기 하나 갖다놓고 PC와 거실 양쪽에서 즐기라는 겁니다. 또한 이렇게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자사의 킬러 타이틀들을 독점으로 묶을 필요도 없습니다. 콘솔로 팔리면 콘솔로 팔리는 대로, PC로 팔리면 PC로 팔리는대로 이득이죠. 4. 스팀의 하드웨어는 과연 PS4나 엑박원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가? 사실 소프트웨어도 소프트웨어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경쟁력 또한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바로 하드웨어의 가격 문제죠. 엑박원이든 PS4든 기본적으로 대량생산 + 추후 공정 개선으로 생산 코스트가 줄어든다는 것과 일단 콘솔을 보급하면 나중에 로열티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생산비보다 낮은 가격에 밑지고 팔기 때문에 $399와 $499라는 가격이 책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팀 하드웨어는 밸브 독점 공급이 아닌 오픈 아키텍쳐를 내세우고 있지요. 밸브가 부품을 대량으로 발주하거나 손해를 감수할 의사도, 방법도 없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오픈 아키텍쳐를 표방하고 있는 이상, 사실 엑박원이나 PS4와 같은 스펙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이들은 특화된 OS를 가지고 있으며, 게임에서 성능을 내기 위한 특화된 하드웨어 구조를 지니고 있지요. 소음과 전력 소모, 발열은 덤입니다. 아니 사실 가격이든 소음이든 전력이든 발열이든 다 떠나서, 최적화는 둘째치고 게임이 제대로 구동될지조차 의심스럽죠. 이 모든 것을 정리하자면, 스팀 하드웨어는 엑박원과 PS4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돌아갈 수도 있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엑박원과 PS4보다 같거나 비싼 가격에 그보다 같거나 못한 스펙을 가진 머신이 됩니다. 물론 지금도 고사양의 PC로는 현세대는 물론 차세대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3만5천원짜리 엑박 패드 하나만 꽂으면 완벽하게 콘솔처럼 플레이할 수도 있지요. 굳이 거실에서 PC로 즐겨야 한다면 그냥 PC를 TV에 연결하고 말지 굳이 그 고사양 PC를 스팀OS 전용기로 한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은 하지만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비싼 하드웨어를 쓸 필요도 없고, 또한 개개 하드웨어에 대해 치열하게 최적화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엑박원이나 PS4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5. IPTV + PC 게임 스트리밍. 가격이 관건 엑박원이든 PS4 든, 거치형 콘솔들은 모두 게임은 거실에서 TV로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거실에 꼭 그 게임 콘솔을 갖다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지요. 스팀 OS 하드웨어를 이들과 같은 독립적인 거치형 콘솔로 정의하게 된다면 가격 경쟁력, 타이틀 경쟁력 모두 기대하기 힘든, 시작부터 실패가 예정된 프로젝트가 됩니다. 나와서는 안될, 귀태 콘솔이죠. 발상을 바꿔서 게임은 PC로 플레이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가끔은 거실에서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일단 콘솔을 새로 구매하는 것은 매우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콘솔 자체도 비싸고, PC와 콘솔 양쪽에서 게임을 구매해야하니까요. 하지만 저렴한 셋탑 박스를 추가하면 PC 게임을 TV로도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여기에 스팀 특유의 세일과 쉬운 구매 & 설치가 붙어 나온다면 이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그리고 밸브 입장에서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엑박원 & PS4로부터 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지요. 일단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스트리밍 게임이 콘솔 직결과 유사하거나, 적어도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실드나 PS 비타가 스트리밍 게임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둘 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춰 해상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80 해상도로 품질 높은 스트리밍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사실 좀 의문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콘솔 게이머와 PC 게이머, 캐주얼 게이머와 하드코어 게이머, 스탠드 얼론 게이머와 온라인 게이머 모두가 구매할만한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가격 문제 또한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스트리밍 셋탑이라는 가정 하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격은 $99 입니다. 셋톱박스로도 애플TV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지요. 만일 이 가격을 지키기가 불가능하다면, 최대한으로 고려할 수 있는 가격은 셋탑 치고는 다소 비싸지만, 게임이 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는 선인 $199라고 봅니다. $200을 넘어서게 되면 WiiU와 비교되겠죠. 아무리 WiiU의 인기가 적다고는 하지만, 게임을 직접 구동하지 않는 스트리밍 기계가 전용기와 유사한 가격이라면 심리적인 저항선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IPTV는 WiiU에도 있고 말이죠.
  13.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디아블로3가 경매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http://kr.battle.net/d3/ko/blog/10974978 시간이 좀 된 얘기긴 하지만 생각할 꺼리가 있다 여겨 잠깐 끄적거려봅니다. 1.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 일단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편적이고 흔히 쓰이는 개념이긴 합니다만 용어 자체는 일반화되었다고 보기 힘든, 저만 가끔씩 쓰는 단어이기 때문에 ... 아마 GDF 어딘가에 끄적인 글에서 언급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지 않기에 여기에 한번 더 써봅니다. 확정 보상 : 확정 보상은 확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입니다. 주로 일정량의 노가다를 수반하지만, 그 노가다를 모두 수행했을 경우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보상이죠. 대표적으로는 와우의 던전 휘장류가 있습니다. 던전을 한 번 돌 때 휘장을 2개 먹을 수 있고, 휘장 20개를 모아 특정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식입니다. 무작위 보상 : 무작위 보상은 확정 보상보다 좀더 오래된 개념입니다.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 ... 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일정한 풀(Pool) 내에서 뭔가가 드랍되고, 드랍되는 아이템은 특정한 클래스나 특성에는 유용하지만 다른 클래스/특성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와우 이전에는 무작위 보상이 보상의 전부였었죠. 드랍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 드랍 테이블의 범위도 굉장히 넓었기에, 드랍되면 좋지만 아니라고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닌 (기대값이 워낙 낮으므로) 상황이었구요. 그러나 무작위 보상만으로 게임을 이끌고 가는건 굉장히 하드코어합니다. 언제 뭐가 드랍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하염없이 플레이를 해야하니까요. 이는 플레이어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측면이 강합니다. 확정 보상은 이 부분을 보완해줍니다. 무작위 보상을 기대하고 플레이하더라도, 그 플레이가 일정량이 되면 어느정도의 보상을 해주거든요. 아울러 확정 보상은 ‘빈 틈 메우기’ 역할도 합니다. 와우 오리지널의 경우 직업별 세트 아이템이 총 8피스로 구성되던가 그랬을 겁니다 아마. 근데 7피스를 모은 사람이 마지막 1피스를 모으기가 너무 어려워요. 세트에 빈 틈이 있는거죠. 예컨대 레이드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의 종류가 총 80가지라고 하면, 세트 아이템이 전혀 없는 사람은 10%의 유효 드랍 (자기에게 필요한 아이템이 드랍됨) 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8개 중 아무거나 드랍되면 유효 드랍이에요. 근데 7피스를 이미 모은 사람은? 이 사람에게 유효 드랍 확률은 1/80 입니다. 나머지 7개는 이미 있으니까 유효 드랍에서 제외되거든요. 그 마지막 한 피스의 빈 틈을 메우기 위해 던전을 계속 돌아야 하는 마음은 의욕보다는 짜증의 비중이 더 큽니다. 불타는 성전부터 도입된 확정 보상의 개념은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마지막 1피스의 세트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던전을 계속 도는 동안 확정 보상 게이지는 차오르고 (던전 휘장이 모이고) 이게 일정량 모이면 마지막 1피스는 아니어도 그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구입하고 다음 티어의 던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2. 디아3에서 (의도된) 경매장의 역할 워낙 복잡한 게임이기에 단정짓긴 어렵겠지만 저는 디아블로3에서 경매장이 일종의 ‘확정 보상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작위 보상은 당연히 필드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고정적으로 드랍되는 ‘골드’가 확정 보상을 위한 토큰 역할을 하죠. 와우에서 휘장과 비슷합니다. 골드라는 토큰을 모아 경매장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입하는거죠. 단지 디아블로3의 드랍 테이블은 글로벌로 적용되기에 범위가 굉장히 넓고, 플레이어가 이를 특정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드랍 테이블 특정이란, 와우로 말하자면 특정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던전에 반복적으로 도전하는 겁니다. 내게 필요한 아이템이 속한 드랍 테이블을 확인하고, 여기에 도전하는거죠. 그럼으로써 유효 드랍의 기대값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디아3에는 드랍 테이블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따라서 플레이어가 유효 드랍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액트 구분을 통한 티어별 테이블을 조절하는건 가능하지만, 티어3에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누가 티어2를 돌겠어요.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는건 그래서 이 구도 자체로라면 꽤 어려울테지만, 다행히도 디아3에는 귀속 시스템이 없습니다. 와우에서는 대부분의 고티어 아이템에 귀속 옵션이 붙지만 디아3는 그렇지 않기에, 쓰던 아이템도 경매장에 내다 팔 수 있습니다. 이는 즉 ‘유효 드랍이 아닌 무작위 보상을 확정 보상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저는 야만용사를 합니다. 아이템이 드랍되었습니다. 근데 악마사냥꾼용이에요. 와우에서라면 야만용사인 제게 이 악마사냥꾼용 아이템은 유효 드랍이 아니고, 굉장히 낮은 가치만을 보상받고 NPC에게 팔거나 했을 겁니다. 그러나 디아블로에서는 이 악마사냥꾼용 아이템을 경매장에 내다팔아 확정 보상 토큰인 골드로 전환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 어떻게 보면 유효 드랍의 범위를 비약적으로 늘린거고, 다르게 보자면 무작위 보상과 확정 보상 사이에 연계를 만들어 이를 통해 디아블로3의 무작위 보상에 주어지는 ‘지나치게 넓은 드랍 테이블의 범위’라는 위험 요소가 커버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경매장을 통한 확정 보상 구조에서는 확정 보상을 받기까지 필요한 노력의 양을 시스템이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죠. 앞서 예로 든 와우의 경우 던전 한 번 도는데 토큰 2개 받는게 고정입니다. 그리고 아이템 하나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토큰 20개인 것도 고정이구요. 그렇다면 던전 10번 돌면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정됩니다. (물론 그 아이템의 게임 내에서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러나 디아블로3의 확정 보상 구조에서는 확정 보상을 받기까지 필요한 노력의 양이 고정적이지 않아요. 시세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심지어 이 시세를 보정할 수 있는 장치도 없습니다. 길드워즈2의 캐시머니/게임머니 교환 비율은, 물론 플레이어들의 활동에 연동되어있긴 합니다만, 어느정도 시스템에서 제어합니다. 일정 시간 내에 일어나는 일정 범위 이상의 시세 변동에는 락이 걸려있고, 그 외에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전문가 (실제 경제학자)의 손을 타면서 조금씩 조율되죠. 디아블로3의 경매장은 이런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경매장이죠. 3. 디아3에서 (실제로 기능한) 경매장의 역할 앞서 저는 경매장에 대해 “무작위 보상과 확정 보상 사이에 연계가 생기고, 이를 통해 디아블로3의 무작위 보상에 주어지는 ‘지나치게 넓은 드랍 테이블의 범위’라는 위험 요소가 커버되는 구조” 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어나는 효과들 중 하나는, 확정 보상의 비중이 무작위 보상보다 커진다는 점입니다. 가장 처음에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의 구조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드리면서 예로 든 케이스들은 대부분 무작위 보상이 우선이고 확정 보상이 그 다음인 상황들이었습니다. 즉 가급적 무작위 보상을 노리되, 그게 여의치 않으면 확정 보상으로 보충하는 형태였죠. 그러나 디아블로3에서는 이런 우선순위가 역전됩니다. 확정과 무작위를 가리지 않은 ‘전체 보상’의 개념에서는 어느정도 평균점이 잡히겠지만, 세부적으로 구분해보자면 지나치게 포괄적인 드랍 테이블과 유효 드랍 확률을 플레이어 임의로 높일 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확정 보상의 비중이 무작위 드랍의 비중보다 커집니다. 즉 내 클래스에 딱 맞는 아이템을 노려보고 안되면 확정 보상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 아무거나 대박 하나 터지면 그걸로 경매장가서 골드로 바꿔 내게 맞는 아이템을 구한다. 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경매장 시세’의 문제가 개입합니다. 아주 강하게 후려갈기듯 개입하죠. 내가 디아블로3를 하면서 시간당 대략 2만 골드의 확정 보상 토큰을 모을 수 있는데, 내게 필요한 아이템 한 피스를 사기 위해서는 2억 골드가 필요해졌습니다. 10,000 시간을 던전을 돌아야 ‘1 피스’의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거에요. 유효 보상의 범위가 크게 넓어지긴 했는데, 유효 보상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져버립니다. 이게 디아블로3의 경매장이 불러일으킨 문제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디아블로3의 경매장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얘기이긴 합니다만, 확정 보상과 무작위 보상의 구도에 맞춰서 설명해봤습니다. 4. 디아3의 경매장 폐쇄 뭐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경매장을 통해 노리는게 많은만큼 (뭐니뭐니해도 수수료가 ...) 경매장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고 밸런스 조절만으로 사태를 해결해보려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을거라 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고, 아마도 확장팩을 내놓기 전에 교통정리를 좀 해서 확장팩부터는 어떻게든 다시 부스트해보려는게 아닌가 싶네요. 단지 좀 아리송한 것은, 모두가 경매장을 욕하긴 하지만 저는 실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경매장이 아닌 귀속 시스템에 있다고 보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와우에도 경매장이 있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없어요. 와우와 디아3의 보상 시스템을 보자면 두드러진 차이가 두 가지 보이는데, 첫째가 귀속 시스템의 유무이고 둘째가 드랍 테이블의 적용 범위, 즉 유효 드랍의 문제입니다. 디아블로3에는 귀속 시스템이 없습니다. 귀속 시스템이 없는 가운데 아이템은 점점 늘어나고, 그럼 결국 인플레이션이 올 것은 자명하죠. 특히나 하수구가 그닥 뚜렷하지 않은 디아블로3에서는 폐색이 더 빨리 올테구요. 여기에 이 인플레이션은 확정 보상 및 무작위 보상 모두에 걸쳐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파가 더욱 커집니다. 한편 와우는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드랍 테이블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디아블로는 글로벌 적용이라 그게 어렵죠. 따라서 드랍 테이블의 특정을 가능하게 한다면 (특정한 보스가 떨어뜨리는 아이템 테이블을 한정한다던가)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경매장을 없앤다고하니 저로서는 약간 어리둥절합니다. 디아3 개발팀은 아마도 경제 구조에 있어서도 뭔가 혁신적인걸 해보고 싶었던건지 ... 아마도 경매장은 완전히 없애버리고 확정 보상의 기능 중 ‘빈 틈 메우기’는 제작 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해결한 후 무작위 보상의 드랍율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위 링크의 공지에 언급된 전리품 2.0이나 얼마전 출시된 콘솔용 디아3 얘기를 얼핏 들어보니 대충 그런 방향인 듯 하더군요. (제작에 관련된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요) 디아블로3의 캐릭터 빌딩이나 전투 시스템을 꽤 좋아하는 저로서는 경제에 관련된 문제 때문에 게임이 이렇게 망가져버린게 참 아쉬웠습니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잘 되어서 이후로는 보다 오래도록 즐길만한 게임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경제라는건 아무래도 복잡미묘하고 무엇보다 아주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다보니, 경제에 깊숙히 개입하는 이런 구조들에 대해 제가 이렇게까지 발언하는게 얼마나 맞아들어가는 얘긴지, 말이 되기는 하는건지 긴가민가합니다. 아마도 어딘가 크게 틀린 구석이 있지 싶긴한데, 혹시라도 그런 부분이 보인다면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_ _)
  1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디아블로3의 특성 초기화는 당신을 덜 행복하게 만드는가? sunbkim님이 발굴해서 링크하셨기에 잠도 깰 겸 옮겨봅니다. 내용이 왠지 얼마전에 올렸던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 인지부조화와 값싼 게임’과 미묘하게 겹칠 듯 겹칠 듯 하면서도 피해가는 느낌이네요 … 글쓴이가 같아서 그런가 … 원문주소 : http://www.gamesindustry.biz/articles/2013-09-16-does-respeccing-your-character-build-in-diablo-3-make-you-less-happy 게임의 심리학 : 제이미 마디건 (Jamie Madigan)이 캐릭터 빌드의 주관적 낙관주의에 대해 논하다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나 클래스 빌드를 쉽게 리셋할 수 있다면 당신은 덜 행복한가?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내가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 특성을 한 번 선택하고나면 그걸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새 캐릭터를 키우는 방법 뿐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유행은 이런 선택을 훨씬 융통성 있게 만드는 것이다. 얼마전에 콘솔로도 출시된 디아블로3의 가장 극단적인 게임 디자인 변경점의 하나는, 클래스의 특성을 사실상 그때그때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 이 게임의 전체 클래스 시스템 자체가 플레이어들이 게임 내의 많은 – 모두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 직업들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세워져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많은 유사한 RPG 게임들에서 스킬 포인트 분배를 바꾸는 것은 이제 대체로 그닥 대단할 것 없는 일들이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자유를 좋아한다. 그러나 몇몇 심리학적 연구들은 플레이어들이 이를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십년간에 걸친 심리학 연구실 및 현장에서의 연구는, 인간이 자신의 현상태를 스스로 과대평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정보를 찾아내어 기억하는데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많은 다양한 이름 하에 연구되어왔다 : 부조화 감소, 자기기만, 자기방어, 긍정적 환상, 정서 기반 대처, 자아 확인, 이기적 태도, 주관적 최적화까지. 이들 모두는 만약 우리가 희망을 찾아내는데 능하다면, 우리는 그 희망을 둘러싼 절망적 요소들을 무시하는데 훨씬 더 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포괄적으로봐서, 유용하다. 우리가 기회를 취하고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이 최선책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냥 그 결정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학적 면역체계인 것이다. 이는 우리 종족의 적응력의 특성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일종의 작위적 행복에 능숙한데 비해 이를 거의 의식하지는 않는 편이며,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결정을 내린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측 (또는 인정) 하는데는 형편없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들의 선택권을 써버리지 않은채로 유지하기를 좋아하며, 가능한한 오랫동안 선택의 기회를 쥐고 있기를 원한다. 이는 이후에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마음을 바꾸게 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 이것은 “심리학적 유도저항”이라 불리운다. 따라서 심리학적 면역체계는 존재하며 효과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이를 무시하며, 게임플레이에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 행동한다. 예를들어, 대니얼 길버트 (Daniel Gilbert)와 제인 이버트 (Jane Ebert)가 진행한 연구에서, 그들은 사진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 하여금 가장 좋아하는 사진 두 가지를 인화해도록 했다. 그 후 교수/실험자는 학생들에게 둘 중 하나의 사진을 골라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배에 실어 5일간에 걸쳐 바다건너로 네거티브 필름과 함께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에게는 한 번 내린 선택을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에게는 5일간의 여유가 있으니 마음을 바꿔도 된다고 말했다. 9일후 연구자들이 각 그룹에 속한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선택한 사진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선택을 번복할 수 없었던 그룹의 학생들은 마음을 바꿀 수 있었던 학생들에 비해 훨씬 더 자신들의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고른 사진에 매우 만족하며 행복해했다. 이 지점이 심리학적 면역체계가 개입하는 부분이다 : 선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어지는 후속 연구들은 학생들이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그룹’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록 그들이 덜 행복할지라도 말이다. 나는 비디오 게임에서는 이런 일들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궁금해졌다. 게이머들에게 묻는다면 그들 대부분은 아마도 스킬과, 스탯과, 심지어는 클래스까지도 아무런 추가비용 없이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택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원거리 무기 특성화가 재미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어쩌란 말인가? 20레벨에 선택한 “월윈드”나 “화염저항” 또는 “염소발사”같은 스킬들이 무쓸모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쩐단 말인가? 오리지널 데이우스 엑스에서 잠수용 호흡기 강화를 선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결국은 후회했다.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과 함께 살아가면서 – 또는 게임을 공략하면서 -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거라는 관점을 취하기도 한다. 디아블로3의 극도로 탄력적인 스킬 시스템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작지만 강경한 일련의 디아블로2 팬들이 보였던 반응을 기억한다. 그들은 자신의 빌드를 구축하고 그것을 고집하는 것이 재미의 필수요건이라고 말했었다. 길버트와 이버트가 밝혀낸 바대로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선택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디아블로2 팬들이 맞는게 아닐까? 아마도 행복에 대한 기대와 행복한 느낌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줄 중간지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로그라이크 플랫포머 게임인 로그 레가시(Rouge Legacy)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캐릭터를 소모시킬 때마다 특성을 찍을 수 있는 선택을 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장비와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중요한 기회 또한 부여된다. 우리가 특정한 상황에 놓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우리의 심리학적 면역체계는 그간 잘 동작해왔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편리함이 불변의 디자인 철학이라는 생각에 발목 잡히지 말아야 할 것이며, 게이머들을 신뢰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예상하는데 그닥 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플레이어들은? 걱정 마시라. 행복할 것이다.
  1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오늘 있었던 KGC에서의 강연 소개입니다. NCDC에서 한차례 소개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64070 와우 이후로 트리플A mmorpg의 가장 큰 중압감 중 하나는 '컨텐츠 개발 비용'에 관련된 문제들이었죠. 좀더 직접적으로 말해보자면 플레이어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다들 여기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상황이구요. 실제로 블소 또한 이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며, 플레이어들의 컨텐츠 소비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걸로 압니다. mmorpg가 모바일 디바이스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을 가져야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이 강연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써 영화적 연출과 시나리오의 적극 도입에 회의적인 이유는, 첫째로 그런걸 하는데 들어가는 개발 코스트가 엄청나다는 점 때문입니다. 수준급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두 개의 mmorpg 구공온과 블소는,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상당히 많은 편이죠. 둘째로 스토리 관련 컨텐츠는 '일회적 소모'의 성격이 굉장히 강합니다. 한 번 독파한 책을 두번쯤 읽는 거야 문제없겠지만,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읽는 경우는 어지간한 명작이 아니라면 드문 편입니다. 당장 블소만 해도 만렙 하나 키워놓고 스토리 진도 좀 빼고나면 바로 그 다음 부캐부터는 대부분의 퀘스트 설명은 스킵하고 지나가게 됩니다. 즉 반복플레이성 replayability 이 현저히 떨어져요. 같은 비용을 들여서 한 번 하고나면 재미 없어지는 컨텐츠와, 여러번 해도 질리지 않는 컨텐츠 중에서 어떤게 더 효율적일지는 자명하죠. 블소의 스토리 전체와, LOL의 '서머너즈 리프트' 맵을 비교해보세요. 제가 오랜동안 꾸준히 소개해 온 이벤트 시스템이 퀘스트와 다른 부분들 중 한 가지는 '반복 플레이가 가능하며 그것이 의미를 갖는다' 라는 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어느정도의 서사가 연계되어 들어가면 더 감칠맛이 나는건 분명하지만, 스토리텔링이 핵심은 아니죠. 결국 영화적 연출의 스토리텔링이 트리플A급 PC기반 mmorpg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거기에 적당한 컨텐츠인가 ... 하는 질문에는 좀 부정적입니다. 이 강연이 게임에 적용된 영화적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테크닉이나 적은 비용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기법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16. Nairrti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평면 상에서 거의 직진으로만 이동하는 기종을 조종하는 게임들이 이미 있다. 배틀필드나 플래닛사이드 같은 장비를 조종할 수 있는 FPS 게임들이 지프, 이륜차, 삼륜차 같은 조종할 수 있게 한 부분들인데. 직진과 좌우 회전만 있는 상태에서 시점이 계속 움직이게 되고 있기 때문에 즉 플레이어는 십자선(crosshair)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장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게 상당히 어려워진다. (어느 정도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적응이 쉬운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확장되면, 워썬더(공식적으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고 있다) 같은 2차 대전 프로펠러 전투기만 해도, 시점과 진행 방향의 불일치라는 난이도가 엄청나게 올라가게 되고, 단지 직선 이동만 가능한 프롭기에서도 이런데 3차원 공간 상에서 상하좌우 이동을 하는 조종이 필요하게 되면 아주 소수의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이 조종을 적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겠다. 어쩌면 그래서 영화나 만화 등 기존 창작물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더라도 거의 직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이동 수단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이 3차원 공간에서의 3차원 자유 이동을 적응할 수 있게 되기 까지는 많은 숙련 또는 진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면, 오큘러스 리프트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들의 한계가 어쩌면 명확해진다는 이야기다.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의 조작 체계에 준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하이퍼(hyper)'한 조작성을 가지는 게임을 만드는 건 오큘러스 리프트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 층에서도 상당히 소수만 가능하다는 뜻이 될듯 하다. 사실 이건 모든 게임 디자인에서 중요한 맥락 중의 하나다. 플레이어들은 기존에 익숙한 조작과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을 때 좀 더 쉽게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80%는 기존의 것에서 가져오고 20%만 새롭게 만든다(비율은 화자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는 방식이 유효한 것이기도 하고. 이런 배경에서 보면, (1) 플레이어가 자신의 몸체(또는 탑승체)를 움직이면서 + (2)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 (3) 적의 움직임을 예측/관찰도 해야하고 + (4) 무언가를 발사해 맞춘다로 분리를 해서 생각해볼 때, 오큘러스 리프트는 (2)를 2차원 공간에서 실제 3차원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기존에 이 요소들을 가진 게임들을 봐서는 아무래도 게이머가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 역시나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겼습니다.
  17. sunbkim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리차드 개리엇이 만드는 새로운 RPG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의 하우징 시스템에 대한 폴리곤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는...음...울티마 4 같은 퀘스트, 울티마 7 같은 세계 상호작용, 울티마 온라인 같은 MMO 가상 세계 등 울티마 시리즈의 모든 장점을 모아 만든다는 RPG입니다. 킥스타터 이후 3개월 동안 개발한 버전을 보여주는 게임플레이 영상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본문에서 언급되는 스타 롱은 울티마 온라인 오리지널의 디렉터이기도 했습니다. (이 번역은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올렸습니다.) ===== "랜드 러쉬(land rush)가 있겠죠. 땅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있을 겁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의 후원자인 티나 스와포드(Fireangel)의 말이다. 그녀는 개발사(포탈라리움)가 게임 속 판타지 세계에서 정착할 수 있는 대지를 플레이어에게 유한하게 배분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게임의 디자이너 리처드 개리엇(로드 브리티쉬)은 또 다른 디자이너 스타 롱과 함께 증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게임 속 거주지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온갖 예기치 못한 귀결을 불러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옛 미국 서부에서 팔렸던 것과 비슷하게 이 증서에는 특정한 대지를 명시하지 않고 정착할 권리만 담고 있다. 미리 지정한 날에 개리엇이 땅을 개방하면 플레이어들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동산을 찾아 나서게 된다. 말 그대로 캐릭터들이 달려가서 좋은 땅에 말뚝을 박는 것이다. 나팔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마차가 줄지어 달리고 부머들이 모자를 휘날리며 넘실거리는 구릉을 달려 좋은 땅을 찾았던 낭만과 혼돈의 옛 미국 서부 랜드 러쉬와 같다. 이것은 어쩌다 나타난 공통점이 아니다. 개리엇과 롱은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오클라호마 랜드 러쉬 같은 사건을 연구했다. 개리엇의 게임들을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스와포드는 1889년에 5만 명의 정착민들이 2백만 에이커의 지역을 둘러쌌던 바로 그 오클라호마 주에 산다. 당시 낙원의 한 구획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지정된 날(4월 22일 정오)이 오기 전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난 가족들은 미 육군 장교들에게 제지를 당했었다. 스와포드는 가상 세계 속 땅과 건물이 하는 역할도 아는 사람이다. 스와포드가 속해 있던 《울티마 온라인》의 불타는 심장 길드가 UO 안에 자기들 마을을 짓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은 새롭게 얻은 땅에 건물을 지음으로써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적대적인 환경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끼리끼리 모여서 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공동체와 바깥 세상을 분리하는 미국적인 욕망을 표출했다. 메노나이트 유토피아부터 울타리로 둘러싸인 사유지까지, 뉴 잉글랜드 창설자들의 빛나는 이상부터 문화와 인종, 경제성을 알아볼 수 있는 현대적 동네의 만화경까지, 짓는다는 행위는 미국 역사 전반에 걸쳐 집단을 분리하고 기념했으며 그것이 곧 식민의 역사이다. 욕망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미국적 욕망은 정착민들이 손수 얻었던 땅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처럼 각별한 포상에서 비롯되었다. 귀중한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거기서 얻은 역사의 교훈은 플레이어가 거주할 가상의 숲과 초원을 직접 만드는 이 게임 디자이너들도 잊지 않았다. 롱과 개리엇은 울티마 온라인》의 훌륭한 부분, 플레이어가 샌드박스에서 직접 개인 재산을 소유하고 지을 수 있는 점을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에서 되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플레이어 건축은 별개의 다른 세계, 미니 게임 같은 방식이 아니라 게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대의 가치를, 그에 따라 욕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땅의 공급은 유한해야 한다. "《울티마 온라인》, 그리고 어쩌면 《스타 워즈 갤럭시》 이후로는 거의 모든 플레이어 하우징이 인스턴스화되어서 공간의 공급이 무한이었죠." 롱은 말했다. "그래서 하우징은 연속된 게임 공간에서 분리되었고 사회적 경험이라는 그 목적이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사실상 다른 지도에 있는 거니까요." 그는 플레이어들이 땅을 소유하고,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낚시를 하고, 흙을 뒤집도록 해 멀티플레이어 세계의 가장 바람직한 특성인 '경제'를 만들고자 한다. 땅에는 세금이 붙으니 플레이어가 그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격려한다. 플레이어는 (공식적으로는) 게임 내 화폐로만 재산과 땅을 타인에게 팔 수 있지만, 포탈라리움이 취하게 될 대책에도 불구하고 현금 암시장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포탈라리움은 땅을 현금으로 판매하면서 개발비를 모으고 있다. 킥스타터에서 450달러 이상을 낸 고액 후원자는 큰 몫의 땅을 얻을 수 있고 때로 물가에 인접하는 등의 특별한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 내년에 출시될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될 사람들을은 150달러에 증서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 같은 게임(그 안에 거주할 수 있는 게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가상 재산의 가치를 인지하고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사람들이 가치와 애착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롱이 말했다. "우리는 번영하는 경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집과 사업이 사람이 많은 곳에 위치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에는 제작 시스템 역시 들어간다. 인공물과 상품을 구입하고 팔고 교환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모든 멀티플레이어 커뮤니티처럼 개인의 세력 확대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온갖 가구가 포함된 장기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다면 큰 도시의 좋은 땅덩이를 찾아야 마땅하다. 로리 트렐리번(Dame Lori)은 자칭 개리엇 팬이자 오랜 시간 울티마 플레이어이고,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의 후원자이자 팬 사이트 블로거이다. 그녀는 짓는 걸 좋아하는 플레이어기도 하다. "저는 하우징을 좋아합니다." 그녀는 말했다. "울티마 온라인에서 정말 재미있게 했었죠. 물건을 파는 가게를 만들 것 같으니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야죠." 그녀는 물가에 인접한 증서를 가지고 있다. "뒤쪽에서 낚시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1898년의 정착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계획 있는 행동이 현명하다. 스와포드는 캐릭터를 정말로 성장시키기 전에 전 세계를 발로 여행하면서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와 비슷하게 트렐리번은 베타를 이용해서 가장 좋은 정착지를 찾아볼 생각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 오클라호마 랜드 러쉬 당시 좋은 땅에 도착했더니 지정된 날짜 전에 당국을 피해 비겁하게 숨어 들어온 부패한 관리나 "수너"(sooner)가 있었다는 상황이 드물지 않았다. 비록 개리엇의 대체 자아인 로드 브리티쉬의 불 같은 시선 아래서 치팅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상황은 혼돈이 될 것이다. "베타가 시작되면 모두들 최고의 땅을 찾아 다니겠죠." 트렐리번이 말했다. "울티마 온라인의 땅이 열렸을 때 이미 목격한 일입니다. 언제나 광적인 러쉬가 있어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그런 상황을 펼칠 준비가 되어있겠죠. 저도 그럴 겁니다. 계획을 세우고 앞서서 전부 차지해야지요. 그게 다 재미입니다." 롱은 질서를 위해서 땅에 정착할 수 있는 시간을 다르게 해 일찍 더 많은 돈을 후원한 사람들이 가장 좋은 땅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물론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집이 없어 실망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그저 정착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는 옛날식 의미로 RPG이며 플레이어가 온갖 활동에 빠져들 수 있는 오픈 월드다.) "1차 증서를 가진 사람들이 먼저 정착할 수 있고 그 다음이 순서대로 가게 되죠." 커뮤니티의 활동적인 멤버이자 디자이너들과 게임 세계의 발전 방향을 의논하기도 하는 스와포드가 말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잡는 겁니다." "플레이어가 충분히 모인다면 에피소드 1에서는 땅이 다 사라지겠지요." 롱이 말했다. "더는 남은 게 없을 겁니다. 그 시점에서 플레이어끼리 거래하는 2차 시장이 활기를 띌 거라고 생각합니다." 뒤이은 에피소드의 계획도 있다. 당연히 새로운 땅도 열리고 다시 랜드 러쉬가 펼쳐질 것이다. (역주: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는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계획되어 있고 에피소드 별로 새로운 지역과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롱이 옛 서부의 랜드 러쉬를 연구한 것은 그가 그리는 계획의 "완벽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서부 확장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땅이 발견되고 거래되는 그런 행동들이 저희는 보고 싶은 겁니다. 물론 게임 안에서는 다르고 까다로운 일입니다만, 플레이어들에게 더욱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영향으로 저마다 의지를 지닌 커뮤니티가 모일 거라고 말했다. 울티마 온라인 시절 붙타는 심장 길드는 자신들의 영토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열심히 일했다. 스와포드가 회상하길 그들이 그랬던 이유는 즐거웠기 때문, 그리고 약자를 괴롭히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리퍼(griefer)를 막는 것이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정착민이든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저희는 인접한 땅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그룹을 형성할 거라고 믿습니다." 롱이 말했다. "시간이 흘러 어떤 마을은 특정한 성격으로 자신들을 규정하기 시작할 겁니다. 어떤 집단은 게임 세계의 자연, 근방의 자원에 영향을 받겠지요. 하지만 어떤 집단은 모험이나 정원, 상업 같은 공통된 플레이 패턴으로 규정될 겁니다. 여기서 정말로 흥미로운 것은 PvP나 민맥싱(min-maxing), 롤플레잉처럼 대립되는 이념을 가지고 형성되는 집단이 있을까 하는 겁니다." 현실 세계처럼 플레이어들은 이념에 따라 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쉬라우드 오브 아바타》는 새로운 땅에 모인 미국 공동체 같은 모습을 취하기 시작하고 있다.
  18.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요즘 관심 갖는 사람은 많으나 정작 구매할 수 없는 환상의 게임 FF14의 경제의 문제에 대한 글을 Voosco임이 던져주셨길래 번역해보았습니다. 나중에 술 한잔 사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FF14 경제 문제 파이널 판타지 XIV : 렐름 리본 (이하 ARR)은 지난 몇 년간 나에게 ‘벌레’를 심는데 성공한 몇 안되는 게임 중 하나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 그건 MMO를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설명할 수 없는 욕망이다. 우리가 새로운 MMO를 찾을 때 느끼는 바로 그 감정 말이다. 하지만 ARR은 완전무결한 게임은 아니며, 그 단점 중 한가지는 정말로 눈에 띈다 – 게임의 경제 구조 말이다. 게임의 초기 베타 단계에서부터 신경쓰였던 것인데, 퀘스트를 통해 얻는 Gil 들을 귀하게 취급하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텔레포트를 자주 하거나, 의미 없는데 쓰지 않음으로써 Gil을 아끼라는 등의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ARR에서 Gil은 대부분 퀘스트를 완수해서 얻는 것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만드는 것으로는 Gil을 벌어들일 수 없다. 몹들은 상인들에게 팔 쓰레기 아이템조차 떨구지 않는다. 만일 ARR에서 Gil을 얻고 싶다면, 플레이어간에 이루어지는 경제에 참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이는 멋진 일이다. 최근 MMO게임들은 지금보다 훨씬 개인적인 접근을 취했던 클래식한 MMORPG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그 상호의존성을 삼가고 있다. 스퀘어 에닉스가 이 상호의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신선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선 몇가지 문제가 있다. 더 깊이 파내려가기 전에 먼저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 – “Gil 하수구”와 “Gil 우물” 말이다. 하수구와 우물은 게임상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는 기능들을 칭하는 게임 디자인 용어이다. 아마도 “시간 하수구”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월정액제 게임의 핵심이며, 플레이어들을 바쁘게 만들어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Gil 하수구는 게임의 화폐를 소멸시키는 장치이고 Gil 우물은 게임의 경제에 화폐를 다시 투입시켜주는 장치이다. 그리고 ‘시간 우물’은 없다. 우리 모두가 원하지만 말이다. 이것들은 MMO에서 나쁜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벌충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ARR에서 가장 강력한 Gil 우물은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고 상인에게 팔 수 있는 Allagan 조각들의 형태로부터 온다. 하지만, 이 게임엔 텔레포트 비용, 경매장 수수료, 수리비, 초코보 탑승비 등 훨씬 많은 Gil 하수구가 존재한다. 그럼 뭐가 문제냐? 뭐 사실, ‘큰’ 문제는 없다. ARR의 경제에 대해선 토론할만한 경제 문제가 무수히 많지만, 그것들은 아이템 제작과 사냥을 통한 노획과 같이 제법 고전적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른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다. 지금 모든 사람들은 렙업을 위해 달리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만렙을 찍기 위해 내달리면서 엄청난 Gil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안정되고 나면 현재 질 우물과 하수구의 비율을 보았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Gil 가치의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실제 경제에선 Gil이 우물에서 생산되는 것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멸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여러가지 있지만, 하수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예를 들어 수리비와 텔레포트 비용이 유지된다면) 이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 문제는 지난주부터 FF14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토론 주제였고 불행하게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게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거나, Gil을 버는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코멘트들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요점을 빗겨나있다. 당신이 ARR 출시 후 마켓에서 250만 Gil을 벌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 부는 생산된 것이 아니라 이전되었을 뿐이다. 만일 FF14 서버에서 시간에 맞춰 스냅샷을 찍어본다면 전체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Gil의 양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를 완수하거나 약간의 사소한 방법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Gil을 벌 때 마다 사실은 전체 경제에선 다른 플레이어가 갖고 있던 부의 일부가 자신에게 이전될 뿐이다. 사실, Gil 은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된다. 이런 이전은 대부분 경매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경매장의 수수료가 Gil을 소멸시킨다. 이 외에도 Gil 하수구는 게임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 지금 이런 종류의 하수구들은 어떠한 MMO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것들로 보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화폐 하수구들을 설치한다. 하지만 게임의 Gil들이 대부분 퀘스트에서 오기 때문에 각 서버의 전체 통화량은 퀘스트가 완료되어감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부를 유지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지속적으로 부캐의 레벨을 올려서 새로운 Gil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셀링포인트인 하나의 캐릭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완벽하게 배치된다. 명백한 해결책은 게임에 Gil 우물을 더 설치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커뮤니티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곤 하는데 이는 대부분 얼마나 많은 우물이 필요하고, 여기엔 어떤 것들이 수반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기반하고 있다. 완벽한 답을 갖고 있진 않지만, 만일 스퀘어 에닉스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 그들은 분명히 이를 구속도구로 접근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플레이어에게 부캐를 강요하진 않을 만큼은 많지만 Gil을 더 생산할 필요를 소멸시키거나 앞서 언급한 신선한 상호의존성의 잠재력을 지워버릴 만큼 많지는 않은 양의 Gil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상호의존성에는 이(경제) 문제 말고도 다른 심각한 문제들이 있지만, 이는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최근 생각중인 다른 이론도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스퀘어 에닉스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내가 요시다씨와 그의 팀을 너무 높이 평가한 것인가? 믿거나 말거나지만, FATE 어뷰징에 대한 요시다 씨의 대답을 받고 나니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우, 그들은 FATE 어뷰징 상황을 알고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니 괜찮다고 했다. 플레이어 인구가 성숙하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FATE로 스팸을 보내지 않을 테고 그럼 자연히 이 문제는 소멸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요시다씨는 거기에 더해서 2.1에선 새로운 형태의 PVE 컨텐츠가 나올 것이며 컨텐츠가 추가됨에 따라 각 유저들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퀘를 말하는 것일까?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 일퀘는 Gil 생산도 늘릴 수 있다. 일석 이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보면 스퀘어 에닉스가 의도적으로 게임 런칭 시의 경제를 빡빡하게 짜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디자인 실수로 게임 초반에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MMO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여러 번 봐 왔다. 지니를 램프 속으로 다시 밀어넣기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일이 벌어진 뒤에 하수구를 추가하는 건 플레이어들에게 끔찍하게 짜증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빡빡한 경제에 새로운 우물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쉽다. 스퀘어 에닉스는 아마도 플레이어들이 열렙하느라 바빠서 Gil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초반에 Gil 생산을 의도적으로 퀘스트 완수에만 의존시켰을 수 있다. 만일 2.1이 몇 달 내로 나오고 일퀘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한가지 괜찮은 해결책이 적절한 시기에 계획대로, 내 생각이 맞다면, 등장하게 된다.
  19.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gameindustry.biz에 올라온 워렌 스펙터의 칼럼입니다. 문장을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구사하는 분이시라 ... 해석이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재빨리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문주소 : http://www.gamesindustry.biz/articles/2013-09-04-warren-spectors-commandments-of-game-design 업계 고참인 워렌 스펙터는 데이우스 엑스를 위해 만든 낡은 규칙들의 목록을 바라본다. 그리고 게임이 착 달라붙는 규칙들의 모음이 있는지 묻는다. 그때로 돌아가보면 – 아마도 1997년 어느때, 또는 아마도 1998년 – 이온 스톰 오스틴 (Ion Storm Austin) 팀과 나는 데이우스 엑스의 개발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팀에는 우리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울티마 언더월드 스타일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만큼의 다른 사람들은 “왜 그냥 FPS게임을 만들지 않죠?”라고도 물었다. 이럴 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최종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다. 나와 소수의 (그러나 옳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둘 중 어느것도 아니었다. 게임 디렉터와 프로듀서 사이에 일치하는 단 하나의 업무가 있다면 그건 팀 전체가 반드시 하나의 단일한 디렉션을 따라 수년간에 걸친 개발 프로세스 동안 같은 코스를 거쳐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결말을 위해, 나는 규칙 모음의 초안을 만들었다. “데이우스 엑스 롤플레잉 규칙” 데이우스 엑스를 위한 규칙들의 목록이자 임무 설명서는 아래와 같다. 1. 언제나 목표를 보여준다 : 플레이어들은 다음 목표 또는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달성하거나 풀기 전에, 그게 뭔지를 알아야 한다. 2. 문제들은 퍼즐이 아니다 : 장애물 코스가 되어야 한다. 직소 퍼즐이 되어서는 안된다. 게임의 상황들은 논리적인 감각을 만들어내야하며, 디자이너의 마음을 읽어야만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안된다. 3. 다양한 해결책 : 게임 내의 장애물을 돌파하는 방법은 언제나 한 가지 이상이어야 한다. 언제나. 미리 짜뒀거나 (약하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거나, 플레이어의 능력과 시뮬레이션 사이의 상호작용이 확대되어 예상을 벗어났거나 (좀 낫군!), 미션 또는 미션 내에서의 상황에 대해 절대 “여기서 플레이어가 X를 하는거에요”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4. 실패를 강요하지 않는다 : 실패는 재미없다. 기절해서 무의식 중인 상태였다가 깨어났더니 낯선 장소이거나 시체 위에서 연기나는 총을 들고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건 멋진 스토리 요소일 수는 있지만, 플레이어가 반응할 수 없는 상황은 나쁘다. 실패를 강요하는 건 스토리를 진전시키기 위해 아껴써라. 절대 이 테크닉을 남용하지 마라. 5. 문제는 캐릭터야, 바보야 – 롤플레잉이란 다른 캐릭터와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전투만으로 상호작용하는건 안됨 … 대화만으로 상호작용하는 것도 안됨 …) 상호작용의 스타일을 선택하는건 언제나 플레이어여야만 하며, 디자이너가 그래서는 안된다. 6. 플레이어는 한다; NPC는 본다 – NPC가 뭔가 멋진 일을 하는걸 보기만 하는건 재미없다. 뭔가 멋진게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시켜라. 뭔가 지루하고 재미없는게 있다면, 플레이어는 거기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라 – NPC가 하게 시켜라. 7. 게임은 어려워지고, 플레이어는 영리해진다 – 플레이어가 점점 게임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고 게임 세계에 친숙해져감에 따라 게임도 점점 더 어려워지도록 만들어라. 게임의 진행에 따라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점점 더 그들을 강해지게 만들어라. 플레이어가 가진 능력과 영리함으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절대 짜증스러울 정도로 어려워서는 안된다. 8. 플레이어를 격려하라 – 랜덤한 보상은 플레이어를 전진하게 한다. 플레이어에게 규칙적으로 자주, 그러나 예측하기 어렵게 보상하라. 게임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도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보상도 그만큼 더 파격적이게 하라. 9. 3D를 생각하라 – 효과적인 3D 맵은 평면으로 된 종이 위에 그릴 수 없다. 종이에 그려진 지도는 (그마저도 제한된 조건 하에서나) 시작점으로서 괜찮다. 3D 게임의 맵에서는 플레이어의 머리 위나 발 아래를 고려해야만 한다. 위아래를 – 계속해서 – 살펴볼 필요가 없다면, 2D 게임을 만들라 ! 10. 상호연결성을 생각하라 – 3D 게임의 맵은 방대한 상호연결을 특징으로 한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바로 연결된 터널은 나쁘다.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순환 및 복수의 입구와 출구를 가진 지역은 좋다. 이게 끝이다 – 우리는 단순히 맵 또는 게임의 상황이 이 기준들에 부합하는가를 가늠하는 것만으로 게임 (최소한 데이우스 엑스 하나는!) 전체를 구축했다 – 그리고 여기에 쓰인 내용들은 그 기준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규칙들은 코드 한 줄 쓰기 전에, 그림 한 점 그리기 전에, 소리 한 줄기 녹음하기 전에, 맵 하나 만들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개발 과정에서 리드 디자이너인 하비 스미스 (Harvey Smith) 는 애초의 목록에 몇 가지의 부록을 제안해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비는 언제나 영리한 사람이었고, 몇 가지 훌륭한 요소들을 떠올린 것이다. 나는 그의 부록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아주 ‘데이우스 엑스스럽’다고 여겼다. 따라서 이들은 결정기준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의 십계명에 포함된 하비의 추가사항은 아래와 같다. - 모든 미션들, 지역, 그리고 문제들은 다음의 구체적 요소들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 스킬 (그리고 스킬 레벨), 강화 (그리고 강화 레벨), 물체, 무기 - 게임 플레이는 딱 하나의 요소보다는 수단의 다양성에 기대야 한다 – 캐릭터의 능력 (스킬/강화), 자원 관리, 전투, 캐릭터의 상호작용 - 전투는 “인벤에서 가장 큰 무기가 뭐지?” 이상의 고민을 요구해야 한다 – 보다 적합한 질문은 아마도 “약간의 영리하고 위험한 적들이 포함된 상황을 다루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 지형은 반드시 게임플레이에 기여해야 한다 – 언제든, 가능한한, 플레이어가 목표 또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그것을 보여줘라. 이는 플레이어들이 경로를 찾도록 부추긴다. 경로 상에는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멋진 요소가 놓여있거나, 플레이어가 피하고 싶어하는 요소를 통과해 지나가도록 강요해야 한다. (우리는 후자의 케이스를 너무 자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목적지로 통하는 경로가 한 가지 이상임을 확인하라. 막다른 길목은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면 피해야 한다. - 전체적인 분위기와 톤은 명확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 공포, 편집증, 긴장, 이완 (전투를 통해 또는 사전에 정의된 목표에 도달하거나 NPC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은 개발의 시작 단계에서 확정된 규칙들에 의해 걸려졌다. 이 십계명과 추가사항들은 데이우스 엑스 프로젝트가 바람직한 방향을 보도록 설정했고, 컨셉에서 출시까지 3년여의 시간동안 같은 우리 모두가 궤도 위에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당신은 아마도 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는 우리가 데이우스 엑스를 위해 결정내린 이 일련의 규칙 모음이 모든 게임에 적용되길 기대하는걸까? 절대 아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게임들이 이 규칙을 따른다해도 마다하진 않겠다 – 이는 즉 내가 플레이하고 싶어할 게임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니까 – 그러나 그게 현실적이지도, 그리고 아마도 나 말고는 누구도 그런걸 원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알고 있다. 내가 아는 또다른 것은, 당신이 만들려는 또는 작업 중인 게임에 인생의 몇 개월 또는 몇 년 (아니면 누군가의 자금)을 .소비하기 전에 일종의 규칙 모음을 갖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이다. 이런 규칙들은, 그게 무엇이건 간에, 당신의 팀에 적절해야하고 당신의 개발 자금을 대는 이에게 명확해야 하며,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플레이어에게 명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항목은 아마도 명쾌하진 않겠지만) 이런 계명들은 당신의 나침반이요, 길잡이별이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 아직 질문되어지지 않은 질문들에 대해서조차. 한편 내가 이런 계명들과, 연관된 게임의 범위, 장르, 유통망, 또는 상업적 기대감을 제외한다면 이 계명들이 그 적절성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뭔가 떠오르는게 있었다. 나는 이 계명들의 유용성을 유지한 채로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게임들을 위한 계명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까? – 다른 말로 하자면, 게임 일반 또는 게임 산업 전체에 적용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일반화된 계명을 만드는게 가능한지, 심지어 그게 좋은 생각인지도 전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컬럼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그래도 괜찮을 듯 싶다. 이하의 내용을 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생각해준다면 우린 아마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1. 때려맞추지 말라 나는 당신에 대해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게임 산업이 갖는 복잡성, 그리고 미디어로서의 상태에 혼란스러우면서 동시에 겸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는 게임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멋진 일은 바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거라는 점을 지난 2-3년간 반복해서 얘기해왔다. 명확한 초점의 부재는 사업적 측면에서 악몽이며, 나는 이 문제적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딱 두 가지의 방법을 알고 있다. – 첫번째로, 이것의 어떤 측면이 게임계의 미래를 대표하게 할 지 결정하라. 그저 펜스에 대고 방망이를 휘두른 후 당신이 맞았기를 기도하던가, 둘째로, 베팅을 분산하라. 적은 액수만을 굴리며 어디에도 ‘바로 이것’은 없다고 생각해라. 그저 많은 가능성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전문가들의 예언의 역사를 고려할 때, 나는 사업적 관점에서 베팅의 분산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 당신의 열정을 발견하라 사업팀 사람들은 자신의 베팅을 분산해야할지 모른다. 그러나 개발팀 사람들은 그래선 안된다. 이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하지말라” 계명이며, 다른 어떤 개발자에게도 그럴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의 직업에 열정이 없다면 – 당신의 업무가 게임을 디렉팅하는 일이든, 퍼블리싱 하는 것이든, 판매든, 테스팅이든, 원고 교정이든, 무엇이든 – 어떻게 플레이어들이 당신의 게임에 열정적이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게임이 무엇이든, 경험의 수준이 어느정도든,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이 무엇이든 - 프로그래머이든, 아티스트이든, 디자이너이든 마케터이든 – 상관없다. 당신은 언제나 흥미로울 법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며, 게임의 코어 비전에 변형을 가하려 하지 않고도 (그리고 회사에서 짤리지 않고도) 프로젝트를 더 나아지게 할만한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자신이 게임에 쏟아넣은 열정을 플레이어들이 느끼도록 할 수 있고, 그런 경험은 그 자체로 마법적이다. 3 당신의 SAM과 동사를 알라 SAM을 아는가? 그게 대체 뭐지? 이 글을 읽는 누구도 모른다는데 걸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게임에 대해 대화할 때 사용할 안정적인 언어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써보겠다) 나에게, ‘SAM 비율’은 아주 중요하다. 당신이 이게 뭔지 알건 모르건, 거의 모든 게임들이 이걸 가지고 있다. (솔직히, 나는 바로 앞 문장에서 ‘거의’라는 단어가 필요없는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 – 모든 게임들은 SAM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들기보다는, SAM이란 다음과 같다. “SAM”은 ‘배경설정(Setting) : 아바타(Avatar) : 게임규칙(Mechanics) ’의 약자이다. 배경설정과 아바타와 게임 규칙은 총량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요소들이다. 한쪽이 제로가 되면 다른 쪽은 최대가 된다. 배경설정과 아바타는 꽤 단순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디어에서처럼 그들은 조금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말로, 배경설정과 플레이어 아바타가 제로인 게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 다른 말로 해보자면, SAM 비율이 0:0:X 인 것이다. 하지만, X를 살펴보자. – 게임규칙. 게임규칙은 게임에서 절대 제로가 될 수 없다. 이를 통해, 게임 디자인과 개발이 반드시 코어한 게임규칙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다른 무엇도 게임을 다른 미디어와 구분지어줄 수 없다. X는 반드시 1보다 커야 한다. 게임규칙은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방법은 ‘동사’의 관점으로 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맞다. 이런 말을 하는건 내가 처음이 아니다 – 그거야 당연하다) 게임은 뭔가를 행하는 것에 대한 매체이다. 뭔가를 보거나 생각하는데 대한 매체가 아니다. 게임은 뭔가를 말해주는 매체가 아니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뭔가를 말해주고 싶다면, 책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은 대화다 – 대화에서 양쪽은 이따금씩 상대방에게 춤을 추자고 권해 플로어로 나아가야 한다. 대화를 위한 규칙들이 있다. 게임을 만들 때는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다. 4. 옳은 질문을 하라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이 항목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할거라고 본다. 게임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각각의 게임들이 플레이어들에게 뭔가 특정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길 요청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은 플레이어들이 아주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길 바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내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나는 게임을 “질문하는 미디어”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선형 미디어 – 영화, 방송, 책, 기타등등 – 은 서술한다. 그건 독백이다. 당신은 오로지 저자 또는 제작스탭이 제공하는 것들만을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게임은 질문을 한다. 게임은 긴장에서 이완까지 대화이다. 게임은 매 시점마다 도전, 문제, 임무, 또는 플롯 요소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져라. “이 질문은 플레이어들의 선택 또는 행동을 통해 그들 자신에게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기를 요구하는가?” 만약 스스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거나 충분히 명확한 질문을 떠올릴 수 없다면, 그 시점에서의 게임을 재고해야 한다. (더 안좋은 경우에는) 게임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 5. 액트2를 위한 계획을 세워라 이 항목은 서사적 게임들에게 중요한 계명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사를 얼마나 폭넓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여기서는 이 얘기를 길게 할 시간이 없다) 문제와 그 해결책에 연관된 규칙들은 아마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에 걸쳐 적용될 것이다. 물론 게임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자, 그럼 우리에게 적용되는 아리스토텔레스 거시기의 전제로부터 시작해보자. 동의하는가? 좋다. 이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해주지 않은 한 가지 서사적 문제 – 다른 미디어는 풀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풀어야 하는 문제 - 에 대해 얘기하겠다. 나는 이를 액트2 문제라고 부른다. 우리는 어떤 스토리를 날카롭게 설정한다. (액트1) 그리고 우리는 결말을 만드는데도 꽤 능숙하다 (액트3) 우리는 대단원도 충분히 잘 만들어낸다. 시작과 끝은 대체로 꽤나 선형적이고 단순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액트2는? 스토리에서 주인공의 문제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그를 나무 위에 올려둔 후 당신이 불쌍한 얼간이 놀려먹듯 서사적 바윗덩이를 던져대며 놀려먹는 그 부분 말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다루는데는 그닥 능숙하지 않다. 그리고 내 생각에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기 어려운 한 가지 단순한 이유는 : 시간이다. 몇가지 이유로 인해, 나는 플레이어들이 왜 어떤 게임에 대해 15시간에서 100 시간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기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어떤 미디어에도 그런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짧은 길이의 게임조차도 – 유저의 시간 점유라는 측면에서 – 텔레비전 시리즈의 한 시즌 길이에 해당한다. 생각해보자 – 단 하나의 게임이 텔레비전 시리즈 한 시즌 전체 길이와 얼추 비슷한 분량이다. 우리는 시간을 채워넣어야하는 매체이다. 따라서 액트2를 시작하기 위해 일단 주인공을 나무 위에 올려놨다면, 우리는 그 또는 그녀를 나무 위에서 다섯 … 열 … 오십 … 백시간 정도 버티게 해야한다. 당신이 예외적으로 짧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게 아니라면 (이는 즉 저가의 게임이거나 무료 게임을 의미한다) 길다란 액트2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발 택배 퀘스트 … 던전 뺑뺑이 … 몰려오는 적들 … 또는 무시무시한 랜덤 몬스터 생성기보다는 좀더 기발한 걸 고민하도록 하자. 다른거 뭐 있나? 물론 나는 독자 여러분이 데이우스 엑스 게임 디자인 십계명 및 위에 적어둔 좀더 일반화된 목록을 고민하고 내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런 규칙들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신의 규칙 – 당신이 현재 작업 중인 게임의 규칙, 언젠가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위한 규칙, 또는 비즈니스나 미디어 전체에 대한 규칙 – 은 무엇인가?
  20.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몇 권의 책 제목을 건져올려서 ... (게임문화연구회 윤형섭 선생님께 감사!) 다른 분들과 공유할까하고 물어왔습니다. 이하의 링크는 모두 아마존으로 연결됩니다. (전부 원서 … 영어 싫어하시는 분들 죄송 ;;) 그리고 아래에 제가 쓴 설명도 모두 아마존의 간략 설명과 독자 리뷰를 기반으로 받은 인상입니다. 100 Principles of Game Design 전문용어 가급적 배제하고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리뷰가 있어 괜찮아 보입니다. 독자 리뷰를 대충 훑어보면 보드게임, 카드게임에 대해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비디오 게임에 대한 내용이며, 일종의 사전적인 형식을 가진 책으로 보입니다. 즉 100개의 규칙들을 정말로 나열하고 각 요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만, 서로간의 유기성이나 연계에 대해서는 그닥 많이 다루지 않는 듯 하네요. 아울러 게임 디자인론’만’을 다루는 책으로 보입니다. 즉 실무적인 협업이라던가 뭐 이런 내용은 전혀 없는거 같네요. 근데 어차피 그런거야 환경따라 워낙 달라서 … Game Development Essentials : Gameplay Mechanics 출판일이 2008년 2월인데 아직도 리뷰가 전혀 없군요 인기가 별로 없는 책인가봅니다. 앞서의 책이 디자인을 원론적인 견지에서 설명하는데 비해 이 책에서는 실무적인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 이력은 좀 인상적이긴 해요. Troy Dunniway와 Jeannie Novak 이라는 두 사람인데, 트로이씨는 게임 디자이너, 디렉터, 프로듀서로 마이크로소프트, EA, 웨스트우드, 유비소프트, 인섬니악, 미드웨이 같은 살벌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하는군요. 만든 게임들 중에 제가 아는 것들도 좀 있구요. 지니씨는 주로 게임에 관련된 저술 및 학계활동을 하시는 분 같구요. 하지만 리뷰가 전혀 없는건 대체 왜 … Game Design Theory : A New Philosophy for Understanding Games 리뷰를 읽어보면 독자의 불만이 … 저자의 게임 디자인관이 확고한 대신 자신의 게임 디자인관에 편협함이 보인다는 것, 이를 위해 ‘결론을 정해놓고 과정을 쌓아가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평점도 그닥 높은 편은 아니구요. 견고하고 일관된 하나의 주장을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겠지만 보편적이고 일반화 가능한 게임 디자인론을 구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Game Mechanics : Advanced Game Design 어니스트 아담스가 쓴 책이로군요. 주된 내용은 시스템과 밸런스에 대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이 machination이라는 프레임웤을 이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 machination이 뭔지는 링크 찍어 가보시면 되구요 … (저는 아직 써보지 않았지만 왠지 가지고 놀기 좋아보임) 자신만의 게임 디자인 방법론을 세우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일종의 툴을 만들고, 그 툴에 기반해서 게임 디자인론을 펼쳐나가는 책 … 이라는 인상입니다. Characteristics of Games 이것도 내용 괜찮아보여요. 근데 리뷰에 보면 ‘게임 디자인에 대한 책이기보다는 게임의 이해에 대한 책’ 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즉 게임 디자인의 방법론이기보다는 게임 디자인 그 자체에 대한 책인 듯 하다는거죠. 둘 사이의 차이를 …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알아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ㅋ 젤 첨에 언급한 ‘100 principles of game design’ 이 다소간 사전적인 형식으로 보이는데 비해 얘는 약간은 더 유기적이고 연계에 대한 언급이 좀 있지 싶기도 … 아참, 이 책의 서문을 Eric Zimmerman이 썼습니다. 물론 서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요 ㅋ 저는 이 모든 엄청나게 비싼 책들을 회사돈으로 사서 근사한 (회사) 도서관에 비치해놓고 시간날 때 조금씩 볼까합니다.
  21.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떠올리는건 어렵지 않지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즉시 ‘그건 안돼. 곤란할 듯. 너무 어려울 것 같아’ 하는 생각도 함께 들어 금방 포기하게 되는 아이디어들을 누군가가 실제로 시도하는걸 보면 경이롭죠. 한편으로는 내가 떠올렸던 – 그것도 즉시 떠올릴만큼 치명적이고 자명한 –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응원하고 싶기도 하구요. 이번에도 그 비슷한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에 살짝 해석해봅니다. 언뜻 훑어본 바로는 왠지 전형적인 ^^;; 문구들이 많이 보여서 최종적인 결과물이 어느정도가 될지 짐작하긴 좀 어려워보이지만요. - 이하에서 -vsc라는 꼬리가 붙은 내용은 제가 덧붙인 것입니다. - 첨부된 그림들은 게시판 사정상 사이즈가 작습니다만 원문링크 들어가셔서 클릭하면 큰 그림이 나옵니다. http://www.mmorpg.com/gamelist.cfm/game/958/feature/7670/from/|features.cfm|view|interviews/Albion-Online-A-True-CrossPlatform-Sandbox-MMO.html -------------------------------------------------------------------------------- 알비온 온라인은 레이더 아래에서 비행하고 있긴 하지만 스테판 위조렉(Stefan Wiezorek)은 이 크로스플랫폼 샌드박스 MMO에 대해 좀더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알비온 온라인을 소개하기 위해 독점 인터뷰를 따냈다. 읽어보시고 포럼에서 논의해보시길. MMORPG (매체 이름입니다 –vsc) : 좋아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죠. 알비온 온라인은 무엇인가요? 다른 일반적인 MMORPG들과는 어떻게 다르죠? 스테판 위조렉 : 알비온 온라인은 중세 배경의 샌드박스 MMO입니다. PC, 맥, 리눅스, 그리고 iOS와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넘나드는 진정한 크로스플랫폼을 제공하죠. 모든 플레이어는 모든 플랫폼에 걸쳐 거대한 단일 서버위의 같은 퍼시스턴트 월드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구식(Old School)의 느낌을 주는 MMO를 만들고 여기에 영역 기반의 길드 대 길드 전투 (GvG), 전체 루팅, (공유 보상과 독점 보상에서 설명한 가장 첫 부분의 보상 장치, 즉 리니지1 식의 보상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vsc) 완전히 플레이어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 및 아이템 기반의 캐릭터 성장을 플레이어에게 무한노가다를 강요하지 않고, 그러나 동시에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제공하는 것이죠. MMORPG : 크로스플랫폼 플레이에 대해서 좀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리고 PvP 등의 경우에 한 플랫폼의 플레이어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우위를 갖는 상황 및 그와 비슷한 여러 경우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나요? 스테판 위조렉 : 플레이어가 어떤 플랫폼으로 온라인 서버에 접속하든간에, 모든 플랫폼에 걸쳐 같은 게임 월드에 접속하게 되며 같은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당신은 아마도 통근길에 타블렛으로 레이드를 준비할 수 있겠죠. 사무실에서는 당신의 영토를 지켜보기 위해 브라우저 윈도우를 열어둘 수 있구요. 저녁에는 이 모든 일들을 PC에서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거대 단일 서버에서 플레이합니다. AO는 디아블로나 울티마 온라인처럼 아이소메트릭뷰 (우리가 흔히 쿼터뷰라고 부르는 것 –vsc) 를 취합니다. 이런 시점을 취함으로써 터치 디바이스에서도 마우스나 키보드에서처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생각하기로 프로페셔널한 게이머들은 후자쪽의 조합을 통해 중요한 전투에 임하겠지만요. MMORPG : 자, 그럼 알비온을 정의하는 특징들에 대해서 조금 얘기해보죠. 첫째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당신의 팀은 왜 이 시스템을 특히 더 강조하나요? (여기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외형적인 요소가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을 의미합니다 –vsc) 스테판 위조렉 :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당신이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들에 넓게 기반합니다. 마법사를 플레이하고 싶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필요한 아이템을 만들어서 입고 다니는게 전부에요. 스탯과 액티브 및 패시브 스킬들은 그 아이템들로부터 파생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활의 사정거리, 공격속도, 그리고 여러 가지의 보너스 데미지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클래스와 역할을 플레이하고 싶을 때 여러 캐릭터를 키우는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동시에 이 시스템은 엄청난 가짓수의 커스터마이징 및 하이브리드 클래스를 제공하는거죠.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메이지의 지팡이를 어떤 갑옷과든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곧 다양한 빌드와 조합을 우리 웹사이트 및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할 거에요.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조합이라는 개념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이죠. MMORPG : 레벨업도 없죠. 그럼 캐릭터의 성능은 어디서 나오죠? 스테판 위조렉 : 캐릭터의 성능은 장비에서 나옵니다. 모두 플레이어가 제작한 것들이죠. 우리의 의견으로는 이 개념이 레벨업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든다고 봅니다. 플레이어에게 약간의 추가 보너스를 제공하는 업적 시스템은 있습니다. 빠르게 나무베기 또는 보석캐기와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쌓이는 경험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최고의 장비 조합과 전략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지식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최고급의 갑옷을 바로 입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얻는 것보다는 곧바로 잃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일 겁니다. 왜냐면 우리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신뢰하지 않거든요. 저희는 산술급수적인 성장이 좀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즉 저 티어 (low tier) 의 플레이어들이 모인 작은 그룹이 고 티어 (high tier) 플레이어 한 명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주 알파 테스트에서 있었던 예를 들어보죠 : 저는 티어3 장비로 도배한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죽었습니다. 저는 티어2 장비만을 가질 수 있었구요. 그러나 저는 시스템을 알기에 상대방의 아이템 세팅에 정확히 카운터가 되는 아이템을 제작했습니다. 저는 티어2 장비를 들고 돌아가 그를 죽일 수 있었죠. MMORPG : 당신의 팀은 왜 아이템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결정하는 요소로 선택했나요? 어떻게 동작하는거죠? 스테판 위조렉 : 알비온 온라인은 그 핵심에서부터 영지 및 자원의 소유권이 플레이어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와 결합한 게임입니다. 아이템을 강조하는 것은 이 구조에 완벽하게 들어맞죠. 왜냐면 당신이 뭔가를 얻는다면 그건 영지를 소유하고 방어하는 것에서 나오거든요. 한편으로 우리는 최근의 MMORPG들이 플레이어가 PvP에서 겨뤄볼만한, 또는 스탯을 쌓아볼만한 캐릭터를 가지게 되기까지 아주 오랫동안 단순반복적 플레이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결코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당신이 그 긴 단순반복 플레이를 끝내고 나도 여전히 하나의 클래스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죠. 알비온 온라인에서 이런 제한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알비온 온라인에서 아이템은 티어로 구분됩니다. 지금은 티어1부터 티어7까지 존재해요. 티어가 높을수록 만들기 위해서는 더 희귀한 자원들을 필요로 하죠. 현재 우리 게임의 밸런스대로라면, 각 티어는 그 전 티어보다 3배 희귀합니다. 그러나 아이템은 티어가 올라가도 20% 좋아질 뿐이죠.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저티어 장비를 갖춘 길드와 캐릭터들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MMORPG : 아이템을 만드는데 필요한 그 자원들 말입니다만, 그걸 얻기 위한 “특별한 비밀” 같은건 없나요? 스테판 위조렉 : 다양한 스폰지점을 채굴해서 얻습니다. 몇가지는 사냥을 해야하구요. 자원의 티어가 높을수록 그 자원의 스폰지점도 희귀합니다. 높은 티어의 자원들은 수확하기 위해 특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세팅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많은 양의 아이템을 추가하고 이를 얻기 위한 방법도 추가해야겠죠. MMORPG : 그럼 아이템 제작에 대해 좀더 얘기해보죠 – 전체 시스템을 개괄적으로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스테판 위조렉 : 아이템을 하나 제작하려면 우선 적절한 제작시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티어4 검을 만들고 싶다면, 티어4 전사의 대장간이 있어야해요. 다른 사람이 지은 시설을 (추가 비용을 내고) 이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지을 수도 있습니다. – 아마도 길드가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이런 제작시설을 건설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테니까요. 다음 단계는 검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경우 금속과 보석이죠. 필요한 광석을 캐고, 주괴로 제련하고, 필요한 보석원석을 캐고, 이를 적당한 보석으로 갈아냅니다. 이제 필요한 자원들을 가지고 대장간으로 가서 검을 만드는거죠. 제작 과정에서 당신은 아이템에 들어갈 패시브 및 액티브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고티어의 검은 아마도 강력한 슬로우 및 스턴 효과를 가질 겁니다. 또는 추가 마법 데미지를 선택하고 싶을 수도 있겠죠. 모든 아이템이 그 자신의 특별한 효과를 갖게 될 겁니다. MMORPG : 그럼 게임 내의 모든 것들이 플레이어가 만든 것들인가요? 그럼 시작할 때는 삭막하게 벗고 있는건가요? 스테판 위조렉 : 네 맞습니다. 게임 내의 모든 것은 플레이어가 제작한 것들입니다. 시작할 때는 간단한 로브를 하나 입습니다. 따라서 벗고 돌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아울러 약간의 중립 NPC와 건물들이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들이 알비온 온라인의 경제는 플레이어 자신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핵심 대원칙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MMORPG : 한편 PvP를 고려해서 전체루팅을 택한다고 했는데요, PvP는 항상 벌어지는건가요? 그런걸 그닥 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안전한 피신처 같은건 없나요? 스테판 위조렉 : 플레이어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뉴비존과 NPC도시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합니다. 여러분이 속한 길드의 영지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안전합니다. 그러나 오픈된 영지를 돌아다닌다면, 전체루팅이 되는 PvP가 모여서 여행하는걸 흥미진진한 약탈로 만들겠죠. 당신이 속한 길드의 영지 내에 머무른다면, 게임을 PvP가 전혀 없이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당신은 자신의 건물과 길드 건물의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길드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자원 채집에 더해서요. 물론 모든 길드가 전투를 하고자하는 약간의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 당신의 영지 중 하나가 공격을 받는다면 당신은 스스로 막아내야합니다. 실패한다면 당신의 길드는 해당 지역의 통제권을 잃게 됩니다. MMORPG : 그럼 영지 통제, 마을 건물, 그리고 그 외 이런 요소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스테판 위조렉 : 당신의 길드가 어떤 영지를 점령하거나 선언하면, 이 영지는 마법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적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습니다. 다른 길드가 당신을 공격하고자한다면, 그들은 선전포고를 해야합니다. (우리는 이를 ‘공성’이라 부릅니다) 이를 통해 수성측은 방어팀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수성측 길드가 설정하는 시간 슬롯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고의 전사들을 물러모을 수 없는 새벽 4시에 공격받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길드 대 길드 (GvG) 공성전은 공격을 받은 영지에서 벌어집니다. 수성측은 자신들의 영지를 잘 알기에 이점이 있죠. 전투에서 공격측과 방어측의 숫자는 사전에 설정되어 있어서 머릿수로 밀 수는 없습니다. 현재로서 GvG 공성은 각 편당 5명씩입니다. 평화로운 길드가 공격적인 길드와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해, 평화로운 길드가 공격당했을 때 이들에게 방어 보너스를 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용병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를 용병으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당신의 길드가 공성에서 승리했을 경우 용병에게 추가 승리수당을 주는 기능도 지원합니다. 5v5 공성 이외에 우리는 점령 가능한 큰 성과 요새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다 큰 규모의 공성이 벌어집니다. 이 성을 소유하면 주변의 영지로부터 세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을의 건물들은 꽤 단순합니다. 각 영지에는 뭔가를 세울 수 있는 땅이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간단하게 영지 내의 건축지에 건물을 배치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자원을 모아 건축지로 가져갑니다. 자원이 다 모이면 건물이 완성됩니다. 큰 건물들은 꽤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아마도 팀 단위의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MMORPG : 집과 건물들은 NPC들로부터 안전한가요? 어렵게 얻은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건 플레이어 뿐인가요? 스테판 위조렉 : 건물이 당신의 길드 영지내에 있다면, 그 건물들은 길드가 영지를 잃지 않는한 안전합니다. 건물들이 중립지에 있다면,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건물을 그렇게 부수는게 그다지 쉽지 않으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재미로 건물을 부수지는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번 더 강조하자면 : 건물의 안전을 확실히 하고 싶다면, 자신이 소속된 길드의 영지 내에 지으세요. MMORPG : 마지막 질문입니다 … 언제쯤 게임이 돌아가는걸 볼 수 있을까요? 스테판 위조렉 : 제대로 된 클로즈 베타를 연말에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때까지는 저희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봐주세요. 스크린샷과 인게임 비디오를 비롯해 여러가지를 업데이트합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lbiononline 트위터 : https://twitter.com/albiononline -------------------------------------------------------------------------------- 다크폴도 그렇고 여기서 언급되는 게임도 그렇고 얼마전 코난도 그렇고 … 서구권에서는 여전히 가혹한 PvP 환경을 로망으로 꿈꾸는 게임들이 나오는군요. 이건 즉 그쪽에 (어느정도일진 모르지만) 이런 타입의 게임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있다는 분석으로 읽을 수도 있을텐데 …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이런 가혹한(?) 타입의 게임들이 그리 크게 뜨지 못하는걸로 봐서는 저변이 넓지는 않은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22.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퀘스트에서 이벤트로 - mmog 컨텐츠 기본 단위의 변화 요새는 쓰려는 뚜렷한 주제를 걸러내고 뼈대를 세우고 이음매를 붙이고 하는 과정에서 살을 너무 많이 붙이는 습관이 들어버린듯 하네요. 알고 있는 어떤 사실이 쓰려는 글에 아주 약간의 연결고리만 있어도 어떻게든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안좋은 습관이 … 덕분에 지난 주말에 쓰려던 글을 여기까지 끌어버렸습니다. 해답은 역시 프로젝트 리셋 (…) ㅋㅋ 별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와우는 컨텐츠 제공의 기본 단위로 퀘스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요새 나오는 mmog들은 거의 대부분이 퀘스트를 통해 여러 컨텐츠를 소개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mmog가 이렇게 ‘퀘스트가 지배하는’ 게임이 된 지 어언 10년 가까이 되자 플레이어들은 이제 퀘스트 자체에 싫증을 내는 듯 합니다. 와우를 비롯한 많은 게임들이 이를 늦추거나 막아보기 위해 퀘스트에 다양한 혁신들을 시도해봤지만, 그 노력들 때문에 이제서야, 또는 그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이제 ‘퀘스트는 지겨워’ 라는 말을 흔히, 널리 들을 수 있죠. 퀘스트 중에서도 ‘와우가 사용했던’ 그리고 그 이후의 많은 다른 mmog들이 사용했던 퀘스트는 당대의 플레이어 취향에는 극히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와우의 퀘스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몰아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즐겼던만큼, 그에 비례해서 욕먹는 부분들도 있었죠. 그러나 놀랍게도 와우는 고강도의 자가혁신을 통해 많은 문제점들을 스스로 극복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와우 오리지널 시절 흔히 나왔던 ‘퀘스트 플레이가 너무 단조롭다’ 라는 얘기였습니다. 배달, 처치, 수집, 호위 등의 몇 가지 패턴으로 수백 수천개의 퀘스트를 채웠으니 그런 소리가 나올 법도 하죠. 놀랍게도 와우는 다음 확장팩부터 이런 패턴을 빠르게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탈 것을 타고 날아다니며 수행하는 퀘스트가 생겼는가 하면 필드에 플레이어가 직접 오브젝트를 꽂아가며 하는 퀘스트도 나왔죠. 개인적으로 퀘스트 혁신의 기회가 다른 게임들에 주어지고, 혁신에 성공한 게임이 와우와 겨루고 뭐 이런 구도를 바랬지만 블리자드는 무자비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가장 혁신적일 수 있다는게 바로 블리자드의 저력이었죠. 최근에 나오는 mmog들은 오히려 와우에 비하면 확장팩 2-3개 정도 뒤처진 퀘스트 형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고강도의 혁신을 거듭해왔음에도 퀘스트를 중심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노선은 이제 한 물 갔어요. 플레이어들은 그 내부에 얼마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외적으로 ‘퀘스트’ 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지겨움을 느껴버리기 시작합니다. 제 관점에서 현재의 ‘퀘스트를 컨텐츠의 기본 단위로 하는’ 시스템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퀘스트 시스템의 문제점들 첫째로, 반드시 정해진 트랙을 따라가야 합니다. 레벨 시스템과 맞물려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구요. 어떤 레벨대에는 어떤 지역에 가서 무슨 퀘스트를 해야하는지가 사전에 정해져있고, 여기에서 벗어나는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약간의 선택이 주어지기도 합니다만 그 변폭이 필요한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끽해야 2개나 3개 정도의 지역 중 한 군데를 골라서 그곳의 퀘스트를 먼저 하는 정도죠. 그나마 와우쯤 되는 대단한 게임에서나 2 – 3개 지역 중 선택한다는 사치가 주어지고, 대부분의 다른 게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어 굉장한 게임으로 완성된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조차 이런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아요. 퀘스트는 그저 따라가는 것일 뿐. 이는 반복 플레이를 무척 지겨운 것으로 만듭니다. mmog에서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캐릭터만을 키우기도 하지만, 때로 2-3개쯤 키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퀘스트와 맞물린 고정된 동선은, 단 한 번 만렙을 찍는 것만으로 성장 구간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컨텐츠를 섭렵하게 만듭니다. 2번째와 3번째 이후의 캐릭터들을 키우는건 그저 그 캐릭터의 특색에 온전히 기대어야만 하고,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지죠. 두번째로 와우의 퀘스트는 플레이어들에게 그닥 ‘mmog를 하고 있다’ 라는 느낌을 주지 않아요. 와우가 제시한 퀘스트 수행 방식의 성장에서 퀘스트는 모든 개인에게 개별적으로만 주어집니다. 공간적으로 같은 곳이긴 하되 모든 플레이어는 서로 다른 플레이어와 아무 관계가 없는 자기만의 서사를 진행하는거죠. 물론 같은 공간이라는 점만으로도 다양한 재미난 상황들이 펼쳐질 수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이 지점이 이전의 mmog들에 비해서 와우를 현저히 ‘덜 mmog스러운’ 게임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mmog의 퀘스트는 여러 기술적 또는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스탠드 얼론 게임의 그것보다 자체의 재미는 떨어집니다. 언차티드의 의식할 필요조차 없는 게임 진행과, mmog의 단락별로 딱부러지는 그마저도 연출이나 재미요소 면에서는 많이 부족한 퀘스트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언차티드에 미안할 정도죠. 이 간극을 메워야 할 것이 mmog의 mmog함일텐데, 기존의 퀘스트 중심 진행에서는 이 부분이 사라져버립니다. 퀘스트의 기능적 대체 장치들 한편, 퀘스트는 컨텐츠의 기본 단위이면서동시에 다른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표적으로 ‘가이드’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플레이어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음에 어떤 지역으로 가면 좋을지 안내해주기도 하죠. ‘안정적 보상 채널’ 의 기능도 빼놓을 수 없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보상을 통해 비슷한 레벨대에서 장비를 통한 수치적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이는 당연히 성장 구간에서의 밸런싱도 편하게 만들어주고요. 지금까지 이런 기능들은 퀘스트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기에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퀘스트를 다른 장치로 대체하고자 한다면, 대안으로서 제시될 장치 또한 이런 모든 기능들을 가지고 있어야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 디자인은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왔거든요. 예를 들어 파이어폴에서는 제가 접속하면 (설정상) 제 전담 오퍼레이터가 저에게 여러 대사를 합니다. ‘안녕 보스? 일하는 보스가 가장 행복한 보스죠 안그래요? 오늘도 일거리가 좀 있어요. 들어볼래요?’ 또는 ‘보스가 없는 동안 위험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지금 당장 출동해야 할 일들이 좀 있는데 확인해드릴게요’ 이 대사들을 통해서 그때그때 주변의 상황을 제게 알려주죠. 이 장치가 가진 잠재력을 파이어폴에서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전체적으로 보면 파이어폴을 가이드가 심하게 부족한 편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꽤 멋지게 활용될 수 있는 ‘가이드’ 장치입니다. 퀘스트가 굳이 이걸 해줘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요. 안정적 보상의 문제도 퀘스트가 아닌 다른 장치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합니다. 일전에 여기에도 올렸던 공유 보상과 독점 보상을 통해 소개드렸던 내용이기도 한데, 플레이어 개인의 성과에 맞춰진 보상을 손쉽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 중 하나죠. 이쯤되면 보상 테이블에 미리 정해져있는 퀘스트보다 오히려 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구요. 와우의 퀘스트는 다양한 서로 다른 기능들을 모두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런 기능들을 게임에 넣어주는 것부터가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커녕 멋진 일이었죠. 요새는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각각의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닌 다른 장치들이 많이 만들어졌고 효과도 꽤 좋습니다. 굳이 퀘스트가 이걸 같이 다뤄야 할 필요가 없어진거죠. 종합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이제 퀘스트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적이고 게임 디자인적인 여건은 모두 갖춰졌습니다. 심지어 플레이어들도 퀘스트를 지겨워하고 있으니 때가 무르익었다고 봐야겠죠.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퀘스트를 대체할만한 장치는 뭐가 있을까요? 저는 ‘이벤트’ 가 어떨까 합니다. 아래에서 이벤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런 형태의 이벤트를 접해 본 것은 길드워즈2였습니다. 동적 이벤트들의 연쇄를 통해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대상의 서사가 아닌 오픈된 월드 위에 서사를 구축하고 여기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은 꽤 매력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정말로 잘 기능할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죠. 게임이 나오고 직접 플레이하면서, 대체로 의도한대로 잘 동작하지만 몇 가지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 매커니즘이 꽤 괜찮고, 퀘스트를 제대로 대체할 수 있겠다는 점이었죠. 이런 제 생각은 당시에는 막연한 전망에 불과했지만 아마도 다른 게임에서 이를 차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일종의 검증된 모델로 간주할 수 있거든요. 그런 시기가 오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더군요. 파이어폴이 아주 유사한 시스템을 채택한걸 보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길드워즈2의 다이나믹 이벤트로부터 기본적인 요소들을 차용했다해도 파이어폴은 그 나름의 독자적인 모습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우선 두 게임들이 사용하는 이벤트 중심 컨텐츠 구성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한 후, 두 게임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이 차이점에는 파이어폴이 길드워즈2의 다이나믹 이벤트를 받아들이면서 나름대로 개선한 점도, 또는 길드워즈2의 그것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볼만한 점도 존재합니다. 사건의 공유 퀘스트를 생각해보죠. 닭를 키우는 어떤 양계장의 주인 NPC가 있습니다. 양계장 주인은 주변의 늑대들이 자꾸만 목장에 들어와 닭을 잡아먹는다며, 늑대를 물리쳐달라는 퀘스트를 줍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저는 이 퀘스트를 받아서 늑대를 좀 사냥하고, 퀘스트를 완료합니다.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양계장 주인을 도와주었고, 문제는 해결되었거든요. 근데 문제는 정말 해결된건가요? 다른 플레이어가 오면 양계장 주인은 완전히 똑같은 문제가 ‘여전히’ 있다며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같은 부탁을 합니다. 양계장 주인의 부탁을 무려 수천명, 수만명의 플레이어가 들어주었지만 변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늑대들은 여전히 닭을 노립니다. 개별적인 플레이어에게, 퀘스트가 주는 서사는 그닥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mmo라는 독특한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이상합니다. 공간’만’을 공유할 뿐, 그 외의 대부분의 것들이 서로 연관된 듯 보이지만 아무런 관련없이 돌아가고 있거든요. 어떤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받지 않은 채로 수만마리의 늑대를 혼자 사냥했다해도, 양계장 주인에게 가면 그는 여전히 ‘근방에 늑대들이 내 닭을 ...’ 하는 부탁을 해옵니다. 이벤트 방식은 이런 이상함을 없애 줍니다. 이벤트가 벌어지는건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유되는 일입니다. 이벤트가 끝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공유되는 일이죠. 늑대들이 양계장을 습격하는 이벤트가 벌어지고, 근방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여기에 참여해서 늑대들을 물리치면, 이제 늑대들의 위협은 더이상 없습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요. 단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늑대들이 세력을 모아 양계장을 습격할 수는 있겠지만 이마저도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하나의 단일한 – 그리고 공유되는 – 사건이죠. 이런 구조를 통해 앞서 ‘퀘스트 시스템의 문제점들’에서 지적했던 두 번째 문제점, ‘mmog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음’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각자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용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없거든요.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게임 내 장치가 필요합니다. 첫째로 중간 참여 또는 중간까지만 참여가 가능해야 합니다. 이벤트가 시작하고 좀 뒤에라도 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어야하며, 이벤트 시작시부터 참여했으나 중간에 이탈한 경우에도 그에 맞는 적절한 처리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독점 보상 장치입니다. 자기가 참여한만큼의 보상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로 반복 클리어도 가능해야 합니다. 퀘스트 방식에서 퀘스트는 일일 퀘스트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번 클리어한 퀘스트를 또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벤트에서는 한 번 클리어했던 이벤트에 다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전에 늑대의 습격을 한 번 물리쳤더라도, 늑대들이 다시 쳐들어온다면 다시 여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거죠. 세번째로 ‘느슨한 파티플레이’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해야 합니다. 이는 퀘스트나 이벤트 등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과 직접적인 연계는 없습니다만, 위에서 설명한 ‘중간 참여 또는 중간까지만 참여 가능’을 좀더 유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불가피합니다. 와우에서 늑대를 20마리 물리치는 퀘스트를 방금 받았는데, 나보다 약간 앞선 어떤 플레이어가 이미 5/20 상태로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상대 플레이어에게 파티를 ‘요청’하고, 상대는 파티에 ‘초대’하고 뭐 이런 절차를 통해서 파티를 맺어야만 두 플레이어가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는게 가능해집니다. 복잡하고 번거롭죠.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복잡함과 번거로움이 증가할 뿐더러, 모여든 플레이어의 숫자가 파티의 인원제한 이상이라면 머리아파집니다. 느슨한 파티플레이는 이런 경우의 불편함과 제한을 없애기 위해 필요합니다. 애써 만든 이벤트가 파티 초대의 번거로움 때문에 사장되는건 무척이나 아쉬운 일일 겁니다. 이 개념은 이 포럼의 다른 글, mmog에서 커뮤니티의 장치들. 파트 3 : 파티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는데, ‘open group’이라는 개념이 그것입니다. 즉 복수의 플레이어가 따로이 파티를 맺지 않더라도 파티플레이에 해당하는 플레이를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리를 알아서 해주는거죠. 월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의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개별 플레이어 또는 제한된 그룹의 플레이어들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처리되는 일을 막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유되는 사건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집단 서사의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의 도식에는 ‘우연찮게 함께하게 된 여러 사람’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몰랐거나 심지어 앙숙이었지만 ‘같은 사건을 함께 공유’하면서 점차 친해집니다.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쉬어가는 텀에서 서로간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가는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자주 등장하죠. 낯모르는 사람들도 중대한 위기를 ‘함께 경험’ 함으로써 서로 친근한 사이가 되어가는 겁니다. 기존의 퀘스트 기반 mmog에서는 중대한 사건을 함께 겪기 위해서는 사전에 파티를 맺어야만 합니다. 보상도 따져봐야 하구요. 내가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 명백한 사건에 애써 뛰어들 동기는 약하니까요. 결국 퀘스트 기반의 컨텐츠 구성에서는 ‘우연찮게 만나서 위기를 겪으며 서로 친해진다’ 라는 개념보다는, 애초에 의도를 가진 몇몇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의도에 맞게 플레이해 나간다는 개념이 강합니다. 그러나 이벤트 기반으로 컨텐츠를 구성한다면 영화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우연찮게 보게 된 어떤 이벤트에서 위기에 빠진 다른 플레이어에게 파티 요청이니 뭐니 잡다한 절차들은 다 생략하고 일단 뛰어들어 그를 도와준 후,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거죠. 보상도 적절히 받을 수 있는건 당연합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이벤트 기반의 컨텐츠 구성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편리합니다. 퀘스트 기반에서 대체로 파티 플레이는 의도가 앞섭니다. ‘어떤 퀘스트를 하자. 그러나 혼자서는 하기가 어려우니 함께 할 사람을 구해보자’ 용건이 먼저라는거죠. 그 후에 용건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 파티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 파티 구성 후의 공략 공유 등 - 의 필요가 도출됩니다. 그러나 이벤트 기반으로 컨텐츠를 구성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앞세울 수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누군가가 있으니 일단 도와주고 나서, 상대가 위기를 빠져나온 게 확인이 된 다음 용건이 겹친다면 – 이 이벤트가 나에게도 구미가 당긴다면 - 이를 해결 할 수 있는거죠. 한편, 모든 이벤트가 무미건조하게 단지 사건의 종류만 다를 뿐이라면 그것도 꽤나 심심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복이 있어야 흥미를 느끼는건 우리의 본능이니까요. 이벤트의 파도 만들기 유사한 이벤트 중심 컨텐츠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파이어폴과 길드워즈2는 다른 면도 있습니다. 길드워즈2에서는 여러 이벤트를 몇 개씩 묶어서 ‘이벤트의 연쇄’를 사용합니다. 이런 연쇄를 사용하는건 ‘서사’를 이벤트에 묶기 위해서입니다. 각각의 이벤트들은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별개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이들을 묶어서 하나의 스토리에 녺여넣음으로써 이벤트들 사이에 적절한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런 식의 이벤트 연쇄 구성은 다양한 여러 효과들을 노린 것이긴 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벤트의 위계 부여’에 주목합니다. 길드워즈2에는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동등한 위계상에 놓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벤트는 다른 이벤트보다 더 크고 화려하죠. 어떤 이벤트는 어지간한 조건 하에서는 쉽게 활성화 되지만 다른 이벤트는 발동시키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이벤트 연쇄가 하나 있습니다. 이 연쇄를 이벤트 연쇄 A라고 해보죠. 이 연쇄에는 이벤트 A1, A2, A34, A4, 그리고 이벤트 J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1-A2-A3-A4-J 순서로 활성화됩니다. 다른 이벤트 연쇄가 있습니다. 이 연쇄에는 이벤트 B1, B2, B3, B4, B5 그리고 이벤트 J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B1-B2-B3-B4-B5-J의 순서로 발동됩니다. 이벤트 연쇄 A와 이벤트 연쇄 B는 서로 이벤트 J에서 교차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벤트 J는 이벤트 묶음 A와 B의 적정 단계가 모두 수행 되어야만 활성화 됩니다. 당연히 크고 아름다우며 화려하죠. 그리고 이런 일련의 흐름은, 개별 이벤트 단위보다 넓은 관점에서 일종의 기복을 형성합니다. 기승전결을 만들어주는거죠. 한동안 지루하고 반복적인 이벤트들이 되풀이됩니다. 플레이어는 살짝 지루해지려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이어지다보면 어느 순간 – 대체로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패턴에서 절정을 기대할만한 순간 – 에 꽤 화려하고 복잡하고 멋진 이벤트가 발동됩니다. 약간 지루해질까하는 시점에 크고 화려한 이벤트는 멋지게 정상을 찍어주고, 대체로 이런 이벤트는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기에 사람들도 더 많이 모이고, 북적대는 가운데 완료되면 보상마저도 크고 아름답습니다. 서사의 틀 속에서 이벤트의 흐름에 파도와 같은 기복을 부여하여 다채롭게 만들려는 시도죠. 한편 파이어폴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 연쇄가 없습니다. 모든 이벤트들은 전체 서사의 틀 내에서는 말이 되도록 짜여져 있긴 하지만, 각각의 이벤트들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다른 이벤트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파이어폴에도 이벤트의 종류와 규모는 다양합니다. 크게는 ‘상시’ 이벤트와 ‘비상시’ 이벤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시 이벤트는 필드 위의 어딘가에 반드시 활성화되어 있는 이벤트를 말합니다. 하나의 상시 이벤트가 누군가에 의해 완료되면, 다른 곳에서 반드시 다른 상시 이벤트가 하나 생겨납니다. 결국 월드 내 상시 이벤트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ARES mission 등이 대표적이며, Crashed LGV라던가 등 stage 1, 2에 해당하는 이벤트들이 대표적입니다. (stage는 일종의 난이도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1이 가장 쉽고 4가 가장 어렵습니다. 5 이상의 이벤트는 아직 본 일이 없네요) 비상시 이벤트는 다릅니다. 조건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기분이 심심해질만 하면 월드 어디에선가 비상시 이벤트가 발동되고, 플레이어들은 채팅창을 통해 이를 공유합니다. ‘XX지역 남쪽에 melding tornado 출현!’ 이라는 내용이 올라오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리로 달려가 비상시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melding tornado보다 더 큰 Invasion 이라는 이벤트는 월드의 끄트머리에서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시작되면 반대쪽 끝에 있던 플레이어들마저 달려옵니다. 앞서 길드워즈2와 마찬가지로 비상시 이벤트들은 크고, 아름다우며, 보상 또한 강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북적거리며 진행하곤 하죠. 한편, 이벤트는 언뜻 보기에 플레이어들의 선택권이 퀘스트보다 많이 보장됩니다. 퀘스트 중심의 컨텐츠 구성에서 개별 퀘스트를 하느냐 마느냐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개입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하고 지나가는게 일반적이죠. 그러나 이벤트는 다릅니다. 하기 싫어보이는 이벤트는 안하고 넘어가도 됩니다. 해봤더니 재미있었던 이벤트는 다음에 만나면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 선택의 자유는 여러 장점들을 가질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승전결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나 길드워즈2는 여기에 여러 이벤트를 연쇄적으로 묶어 제시함으로써, 파이어폴은 랜덤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잘 조율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스케쥴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플레이어들은 평소에 평이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길드워즈2의 경우 평이한 이벤트를 몇 개쯤 하고나면 반드시 규모가 크고 화려한 이벤트를 겪도록 해놓았습니다. 파이어폴의 경우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구요. 사용하는 방법은 두 게임간에 상이한 부분이 다소 존재하지만, 최종적으로 비슷한 지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벤트의 흐름에 파도와 같은 기복을 부여하는거죠. 능동적 지도 시스템 지금까지 이벤트가 퀘스트에 비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크리티컬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불편하다고 여기는 부분입니다. 이벤트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하려면 ‘지도’ 기능의 강화가 필수입니다. 와우의 지도를 생각해보죠. 기본적인 지형을 보여주고, 여기에 가용공간과 비가용공간을 나눠주는 약간의 표식들이 따라붙습니다. 이 위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건 플레이어들 뿐입니다. 나, 또는 내 파티원, 애드온을 좀 붙이면 공격대원까지. 이후에 퀘스트에 관련된 기능들이 지도에 추가로 붙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저는 이런 구도가 그닥 탐탁지 않습니다. 지도는 애초에 일종의 옵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도를 보지않고 플레이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게임 플레이 화면 이외의 별도의 창이 게임 플레이에 반드시 필요한 구도가 되는게 왠지 석연찮거든요. 그러나 지도의 기능은 점점 더 확장되어왔죠. 그럼에도 이전에는 지도라는게 게임 플레이를 ‘도와주는’ 역할이었지 실질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이벤트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한다면 지도의 기능 강화와 이에 따른 ‘필수요소화’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 이벤트의 여부 또는 이벤트 시작 스위치 등을 파악할 수가 없어요. 길드워즈2가 이런 측면이 특히 강했습니다. 지도를 펼쳐봐야만 자기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서만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파이어폴은 약간의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첫째로 인게임에서 알아볼 수 있는 이벤트의 표식을 만들어냈습니다. 꽤 멀리에서도 보이는 수준이라 나쁘지 않아요. 둘째로 전속 오퍼레이터 기능이 따라붙습니다. 주변에서 새 이벤트가 활성화되면 간략한 대사를 통해 이를 알려주곤 하죠. 하지만 파폴에서도 여전히 지도의 기능은 중요합니다. 크고 화려하며 보상이 많은 비상시 이벤트들은 워낙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에 – 월드 전체에 동시에 비상시 이벤트 2건 이상이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 수시로 지도를 체크하는게 필연적이에요. 채팅창을 통해 비상시 이벤트에 관련된 정보가 올라오긴 하지만 이건 플레이어의 자발적인 활동에 속하는 영역이고, 게임이 제공하는 부분은 아니죠. 결국 이벤트 중심으로 컨텐츠를 짤 때 지도의 기능을 기존의 수동적 정보 제공자의 역할에서 능동적 행동 촉구자의 역할로 바꾸는건 불가피합니다. 단지 저는 이래야만 한다는게 그닥 내키지 않더군요. 뭔가 다른 괜찮은 방법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어보입니다. 파이어폴과 길드워즈2의 몇 가지 추가적 차이점들 지금까지 이벤트 중심 컨텐츠 구성의 여러 면들을 설명하면서 길드워즈2와 파이어폴을 예로 들었는데, 필요한 경우에는 그때그때 차이점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은 몇몇 차이점들이 더 있습니다. 우선 길드워즈2에서는 필드에서 봇bot이 움직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길드워즈2의 이벤트 연쇄는 일종의 스위치식으로 움직여요. 앞서 설명한대로 A1 이벤트가 발동했을 때 이를 클리어하면 A2가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뭐 이런식이죠. 봇을 통해서 각 이벤트들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두면 아주 효과적으로 오토를 돌릴 수 있습니다. 파이어폴에서는 – 적어도 지금까지는 – 봇을 본 일이 없어요. 일단은 이 게임이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 편은 아니기 때문일테고, 전투가 수치기반의 RPG식이 아니라 솜씨기반의 FPS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도 고려애야 할 겁니다. 그 다음으로는 파이어폴의 이벤트들이 서로 그닥 연결된 바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고 봅니다. 어떤 이벤트가 완료된 후에 다른 어떤 이벤트가 활성화될지를 가늠할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제가 본 바로는 그저 위치에 관련된 몇 가지 요소들만을 고려할 뿐 랜덤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라해도 종류가 달라요. 완전히 동일한 동굴에서 생기는 이벤트가 어떤 경우에는 폭탄 해체, 다른 경우에는 적 벌레군단의 고치 제거, 또 어떤 경우에는 정보가 든 일종의 칩(?)을 나르는 일로, 같은 공간에서 이벤트가 생기더라도 어떤 임무가 주어질지를 사전에 알 수가 없어요. 결국 아직까지는 이 게임에서 봇을 본 일이 없습니다. 대신 파이어폴의 이벤트들 사이에는 서사도 없지만요. 한편 길드워즈2에는 각각의 이벤트의 난이도를 안정화하기 위해 레벨 스케일링이 동작합니다. 고레벨이 저레벨존에 가면 저레벨로 일시적인 레벨 다운을 당하는거에요. 여기에 이벤트의 난이도 스케일링도 동작합니다. 길드워즈2에서 어떤 이벤트에 1명이 참가할 때와 20명이 참가할 때 전혀 달라보이는 규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벤트인데도 1명이 참가하면 1명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소소한 몬스터들이 나오지만, 20명이 참가하면 그에 맞는 규모의 엄청난 대군이 몰려와요. 파이어폴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난이도는 고정이고, 레벨은 물론 이벤트의 난이도 스케일링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두 게임 사이의 전투 시스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길드워즈2는 전형적인 RPG식 수치기반 전투이죠. 파이어폴은 FPS에 바탕을 둔 솜씨기반의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치기반의 전투에서 일대다의 양상을 생각해본다면, 한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는 어느정도 좁은 폭 안에서 결정됩니다. 그러나 솜씨기반의 게임에서라면 그 폭이 꽤 넓어지는 편이에요. 플레이어의 솜씨의 비중이 커지거든요. 전투에 있어서 플레이어의 솜씨와 캐릭터의 수치가 각기 10%와 90%의 비중을 갖는다면, 이런 전투 시스템에서 플레이어의 솜씨를 고려할 이유는 별로 없어집니다. 90%의 캐릭터 수치가 이미 많은걸 정해버리거든요. 그러나 40%의 솜씨와 60%의 수치가 개입하는 전투에서라면, 솜씨에 해당하는 40% 구간 자체가 통째로 전투 난이도의 ‘변폭’이 됩니다. 아울러 FPS치고는 비교적 크다고 느껴지는 캐릭터의 수치성장폭 또한 RPG에 비하면 현저하게 좁은 편이라는 부분도 영향을 미치겠죠. 결국 길드워즈2에서 난이도 조정이 없다면 ‘극복불가능’ 했을 전투 난이도가, 파이어폴과 같은 솜씨기반 전투에서는 플레이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한 수준까지 커버 가능하거든요. 그렇기에 굳이 스케일링같은 복잡한 장치를 넣지 않은 거겠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하는 차이점은, 개별 플레이어들이 이벤트를 생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길드워즈2에서 플레이어는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이벤트를 소환해낼 수가 없습니다. 파이어폴에서는 이게 가능합니다. 물론 제약 조건이 여럿 주어지긴 합니다. 대도시 한 가운데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이벤트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뚜렷한 동기가 필요한데, 이 동기는 결국 시스템이 제어합니다. '채굴 이벤트'가 그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월드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이벤트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단지 채굴을 하기 위해서는 지하에 묻혀있는 자원이 '먹음직'해 보여야할텐데, 이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에서 결정하는거죠. 대신 이벤트의 난이도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갓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것부터, 스쿼드 (5인파티) 단위로도 쉽지 않은 강력한 이벤트까지. 파이어폴의 이벤트들은 길드워즈2에 비해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기 때문에, 혹시나 생길지 모를 일종의 간극 - 플레이어가 원하는 이벤트와 게임이 제공하는 이벤트 사이의 거리 - 을 막아주는 좋은 장치 ...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실제로 이런 역할보다는 역시 크래프팅과 관련된 부분이 더 크겠죠. 아무튼, '플레이어가 직접 이벤트를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는건 꽤 괜찮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 전체적으로 와우가 제시한 퀘스트 중심의 패러다임이 힘을 잃어가는 듯 보이는 이 시점에 이벤트 중심으로 구성된 mmog들은 신선하고 재미있다는게 제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게 어떤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에 비해 더 우월하다거나 더 열등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좀 있는 결론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퀘스트 방식을 잘 정리된 코스 요리에 비유한다면 이벤트 방식은 아마도 뷔페식 요리에 가까울텐데요, 어느쪽이 더 나은가 아닌가 하는건 사람따라 완전히 달라질테니까요. 아마도 이런 구성보다 더 중요한건 개별 요리의 품질이겠죠. 단지, 지금까지 코스 요리는 지겹도록 먹어봤으니 이제 뷔페식으로 먹어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거죠. 제가 보기에 블리자드의 타이탄이 리셋된 이유도 사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옛날식으로 밀고나가다가 ‘역시 이건 안되겠어’ 하는 생각에 ... 라는 얘기는 농담입니다. 단지 좀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mmog를 비롯한 온라인 시장 자체가 조금씩 축소되어가는 와중에 이런 새로운 장치들은 그 효과가 눈에 보인다고해도 여전히 시도해보기엔 좀 주저되고, 파급력이 힘을 발휘하기엔 전체 시장에서의 임팩트가 약해지거든요. 괜찮은 대안이 만들어진 시점이 이미 성장세가 죽어버린 후이니 아무래도 안타깝긴 하죠. 희망이라면 mmog시장이 더이상 성장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규모를 유지해나가면 좋겠다 ... 하는건데 어떨지는 모르겠군요.
  23. tophet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클베때부터 제가 강력하게 밀었던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마아블로), 기본적으로 디아블로의 탄탄한 구조에 기반을 두면서 MMO 답게 필드에서의 이벤트도 존재하고, 꽝이 나오길 바라며 긁는 랜덤 카드 등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게임이었습니다만 준비한 컨텐츠가 단 2주만에 모조리 소진되면서 급격하게 식어버렸습니다. 특히 굉장히 시간을 들여 힘들게 입장해야 할 카우 레벨이 버그로 인해 무한정으로 제공되었던 것이 결정타를 날렸죠. 그 이후 한달만에 주력상품인 히어로와 코스튬을 세일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으나 그닥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있었던 패치에선 엔드 게임 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유저들이 다시 돌아오고있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최근엔 마아블로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지요. 사실 마아블로의 새로운 엔드 게임 컨텐츠가 다른 게임에 비해 월등하게 참신하다거나 신박하다거나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종전에 비하면 훨씬 낫고, 지금 즐기기에 충분히 재미있네요. 유저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과거엔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히어로 / 코스튬 획득 방식 우선 가장 크고 뚜렷한 변화는 히어로와 코스튬을 획득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와 코스튬은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이들은 게임 도중 아이템의 형식으로 드랍되기도 했죠. 다만 그 확률이 매우 드물었고, 그나마도 유저들의 경험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등 비싼 히어로(세일 전 기준 16달러)들 보다는 호크아이와 같이 저렴한 히어로들 (세일 전 기준 6달러 - 이 등급의 히어로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계정 생성시 1개, 기본 퀘스트로 2개가 지급됩니다.)들이 자주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해당 유저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히어로들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가지고 있는 히어로가 많을 수록 중복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는 경험적 착시일 확률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저같은 경우 20달러 이상의 히어로를 습득한 건 데드풀이 유일한데 이미 구매한 뒤였고, 저렴한 호크아이는 이미 4개나 습득했습니다. (=_=) 반면 코스튬의 경우는 상점에 판매 중인 코스튬 뿐만 아니라 상점에선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코스튬도 떨어집니다. (이를 체이스 코스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코스튬들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히어로를 중심으로 떨어진다고도 하지요. 전 반반이었는데 특히 울버린용 체이스 코스튬을 주워서 이걸 쓰기 위해 울버린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마블 히어로즈에 등장하는 각 히어로들은 기본 스킬 외에 30레벨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기'라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경우 파티 타임이라고 해서 영화 아이언맨3에 나온 것 처럼 아이언맨 떼를 소환해 일점사를 가하고 헐크의 경우 운석을 잡아던져 광역 데미지를 주는 등 아주 강력한 스킬이죠. 20분마다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이 궁극기들은 다른 스킬들과 달리 레벨이 오를 때 얻는 스킬 포인트로는 해당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고, 해당하는 히어로를 갈아 먹여야만 그 레벨이 오릅니다. 마치 확밀아에서 한계돌파를 하듯이 말이죠. 특히 상점에선 히어로를 한번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미친듯이 파밍을 해야 합니다. (또는 랜덤 아이템인 포츈 카드를 열심히 찢어야죠.) 새로운 습득 방식 이러한 히어로 습득 / 궁극기 업글 체계는 게임을 오래 꾸준히 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엔드 컨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어로 드랍 확률 자체가 낮고, 싼 히어로 중심으로 떨어지다 보니 비싼 히어로들은 이 궁극기 업그레이드를 체험해볼 기회가 상당히 드뭅니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히어로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일단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블 히어로즈는 이제 히어로 자체를 드랍하는 것이 아니라 이터너티 스피리터(이하 ES)라는 토큰을 드랍하고, 이 토큰을 주워서 원하는 히어로로 교환받는 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75ES를 내면 랜덤하게 하나의 히어로를 받을 수 있고, 200~600개를 내면 원하는 히어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200개를 내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요. 능력치 초기화 아이템이 3달러인데 ES 125개이고 14.5달러 짜리 히어로가 ES 600개로 환율은 대충 40:1이 됩니다. 그리고 이 ES는 5~10분에 하나씩 떨어지지요. 이러한 변화는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보상의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히어로를 획득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만 - ES 200개짜리 블랙 위도우를 얻기 위해선 1000분, 즉 16시간 이상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 그 동안 200번의 보상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ES는 떨어질 때 '땡그랑!' 하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요). '캐주얼 게임'에 의하면 캐주얼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주 등장하고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보상이라는데, ES 시스템은 이를 충족시켜 줍니다. 둘째,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투명해졌습니다. 원하는 히어로들을 얻기 위해 필요한 ES 갯수와 현재 보유량을 유저가 이미 알고 있고 습득 속도는 이미 체감하고 있지요. 원하는 히어로가 떨어질 때 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던 과거엔 게임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모든 진행 상황이 공개되면서 유저는 자신이 게임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히어로를 획득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셋째, 히어로 구매에 대한 효용도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이 불투명했던 과거엔 히어로 드랍은 사실상 구색이고, 실제로는 히어로를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역산해낼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14.5달러이지만 시간으로 환산하면 3000분, 50시간이 됩니다. 돈을 내지 않고 ES로 구매하면 50시간 뒤에 1레벨짜리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만, 14.5달러를 내고 50시간을 플레이하면 궁극기를 3번 업그레이드 한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요.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일부 체이스 코스튬도 상점과 ES 샵에 풀렸죠. 이게 궁극적으로 캐쉬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지, 모두 함께 노가다로 가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넷째, 궁극기 업그레이드와 히어로 수집에 대한 엔드 컨텐츠 효용이 더 증대합니다. 사실 고렙이 되어서 뺑뺑이를 돌아도 그 만족감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게임은 계속 어려워지고, 살아남기 위해선 더 나은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데 아이템을 잘 갖출수록 더 나은 아이템을 찾긴 더 어려워지죠. 기존의 유저들은 노력 대비 산출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ES 수집으로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히어로를 늘리는 컨텐츠 자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새롭게 즐길 거리가 추가된 것이죠. 기존의 엔드 컨텐츠 구성 기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파밍이 이루어지는 엔드 컨텐츠의 구성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디아블로엔 난이도에 따라 노멀 악몽 지옥 불지옥이 있지만 마아블로에선 일일 던전, 그룹 챌린지, 림보의 세가지 컨텐츠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각 컨텐츠마다 레벨별로 다양한 난이도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림보를 제외하고는 효용이 극히 떨어진다는 거였죠. 일일 던전은 총 10개가 3개의 난이도로 제공되는데, 난이도에 관계 없이 각 던전을 클리어하면 카드 조각 1개를 얻을 수 있고 같은 던전에서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지만 카드 조각은 20시간에 한번씩만 주어집니다. 문제는 이 일일 던전이 너무 쉽고 던전 자체의 보상은 너무 작다는 것이죠. 레벨에 맞춰서 혼자 들어가도 10분이면 클리어할 수 있고, 자기 레벨보다 낮은 던전에 들어가면 3분 안에 카드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안에서 몹과 싸워 얻는 보상은 정말 보잘 것 없죠. 그러다보니 이 일일던전은 플레이 자체에 대한 재미는 없고 그냥 카드 조각 할당량만 채우는 컨텐츠가 되어버립니다. 보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선 그룹 챌린지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그룹 챌린지들은 5인 풀파티를 기준으로 구성되어있고, 약 20분 정도의 길이를 갖습니다. 풀 파티가 아니면 쉽게 녹다운 될 정도로 전투가 흥미롭고 경험치나 아이템 보상도 짭잘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티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마아블로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 맵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MMORPG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적습니다. 마을에 해당하는 어벤져 타워에서도 20명 정도 밖에 안보이죠. 그런데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 챌린지를 하기 위해선 같이 그룹 챌린지를 뛸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죠. 던전 자체는 시간 대비 효용이 높습니다만 전체 과정을 놓고 봤을 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사망 횟수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기도 어렵죠. 그러므로 그룹 챌린지는 길드에 소속되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정말 운 좋을 때에나 플레이할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일일 던전은 보상이 너무 적고, 그룹 챌린지는 플레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는 일종의 서바이벌 모드인 림보였죠. 흔히 말하는 서바이벌은 플레이어들이 일정한 공간 안에 갇혀있고 외부에서 적들이 몰려온느 구성을 지녔지만, 림보에선 반대로 몹들이 자기 자리에 서있고 플레이어들이 맵을 돌아다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적들이 더 강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맵 곳곳에 있는 오브를 먹어야 한다는 설정이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3분짜리 웨이브 7개를 버티고 나면 보스전이 있고 보스를 잡으면 종료됩니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그대로 죽을 정도로 몹이 강하고, 보상 또한 그룹 챌린지 못지 않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룹 도전과 달리 파티 없이도 참가 신청만 하면 알아서 사람이 필요한 방으로 합류합니다. (파티를 맺은 상태라면 파티원과 같은 방으로 합류합니다.) 따라서 그룹 챌린지와 달리 파티를 구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림보는 20분에 한번씩만 오픈됩니다. 최악의 경우 20분을 기다려야 하죠. 그런데 20분을 기다린다고 반드시 플레이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10~12인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짝이 맞지 않을 경우 방에 입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20분을 기다렸는데 입장하지 못하고 다시 20분을 기다려야한다는 상황은 상당히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림보를 대체하는 새로운 컨텐츠 - 서바이벌 그래서 마아블로에선 업데이트를 통해 림보를 없애고 대신 서바이벌이라는 모드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이름은 서바이벌이긴 합니다만, 사실은 서바이벌이라기 보다는 사냥에 가깝습니다. 강한 적들이 맵 구석구석 배치되어있고, 유저들이 이들을 쫓아다니며 보상을 얻는 구조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 10분에 한번씩 3~4명의 보스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보스떼들을 사냥하면서 보상을 얻는 것이죠. (일반 몹에서 오는 보상도 쏠쏠합니다.) 이 서바이벌(사실 보스 입장에서 서바이벌 모드입니다만) 모드는 림보와 달리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클릭하면 자리 비는 방으로 입장하고, 나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지요.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냥 시간 나면 잠깐이라도 들어와서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고 나가는 컨텐츠입니다. 심지어 스폰 장소 앞에 쓰레기 아이템을 매입해줄 NPC 까지 세워놓아서 굳이 인벤 버리러 나갈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또한 이 서바이벌은 림보와 달리 플레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적습니다. 림보의 적들은 상당히 강해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죽습니다. 그리고 3분 안에 누가 살려주지 않으면 그냥 방에서 쫓겨나지요. 그러니 살고 싶으면 무리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능동적으로 게임의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무리가 가는 대로 끌려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무리가 오브를 놔두고 먼길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따라다녀야 하죠. 하지만 서바이벌의 몹들은 림보 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강하진 않습니다. 물론 양으로나 질로나 혼자서 다 해결하기엔 벅차지만, 1~2명으로도 충분히 한 무리의 몹들을 해결할 수 있지요. 적들을 피해서 돌아다닐 수도 있구요. 3~4명의 보스 파티는 도전적이지만 플레이어가 모이면 충분히 잡을 만 합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자기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어요. 일단은 긍정적이지만... ES건 림보건 간에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데에 중점을 둔 모양입니다. 유저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구요.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실제로는 컨텐츠 소모를 더 촉진하는 방향을 가리킨다는 겁니다. ES는 원하는 히어로를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하고 서바이벌은 10분에 3명의 보스를 잡을 수 있게 합니다. (림보는 성공한다고 해도 플레이타임 20분에 보스 1명입니다.) 2달만에 서바이벌 모드를 추가한 것은 놀랍습니다만, 기본 게임 구성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게 언제 고갈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존의 레어 등급 위에 더 희귀한 코스믹 등급의 아이템을 추가한 것은 당장 파밍할 거리들을 추가해 컨텐츠를 저렴하게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코스믹 아이템들 또한 부가로 붙는 옵션이 워낙 강해(모든 스킬 +1 and 확률에 따라 데몬 소환, 적에게 큰 데미지 등의 강력한 효과가 확률에 의해 발동) 일단 방어력과 레벨만 맞으면 딱히 골라잡을 필요까지 느껴지지도 않고, 5시간에 하나 정도는 떨어질 정도로 그렇게까지 귀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외려 사냥 속도만 높여 컨텐츠 소모를 오히려 촉진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24.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파이널 판타지 14 - 정액제로 할만한 가치가 있는 MMO 일전에 PD의 인터뷰를 보고 + 그 외 들려오는 몇몇 소식들만으로 판단하기에 새 파판14가 그닥 땡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파판14에 대한 리뷰를 읽다가 FATE라는 시스템이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다이나믹 이벤트 시스템인 듯 하더군요. 게다가 최초 공개시 좋지 않은 평을 얻었으나 점차 평가들이 호전되어가는걸 보고 역시 해봐야하려나 … 하고 있습니다. 단지 좀 걸리는건 … 전 일본어를 못하니까 영어권 서버에서 해야할텐데, 영어권 이용자들은 대부분 저와 플레이 시간대가 어긋날거라는 점이 … 또 언제나처럼 호주 사람들을 찾아다녀야 하는건가 아무튼, 그래서 이런저런 리뷰들을 뒤적거리던 가운데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리뷰를 하나 골라 소개해봅니다. 아직 서비스 초기이다보니 깊이있는 리뷰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여 디테일이 자세한 놈으로 골랐는데, 읽다보니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그래도 별다른 해설없이 게임 내용을 파악하기엔 나쁘지 않은 듯 하네요. 이하에서 -vsc라는 꼬리가 붙은 내용은 제가 넣은 부분입니다. 원문주소 : http://www.psu.com/a020877/Final-Fantasy-XIV--A-Realm-Reborn-Review---a-wonderful-cross-platform-MMO-worthy-of-monthly-subscription?page=1 2010년의 출시가 얄팍한 컨텐츠, 낮은 정액제 구매자, 그리고 충격적인 UI로 망가진 이래, 스퀘어 에닉스 (Square Enix)는 파이널 판타지 14 (Final Fantasy XIV)를 새로운 내용, 더 나은 동기부여,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3 크로스플랫폼 게임으로 다시 계획했다. 2013년 지금, 스퀘어는 부분유료화의 왕국에 사는 게이머들에게 예전 방식의 정액제도 여전히 괜찮다는 점을 설득하려한다. 시장의 저변이 게임 하나에 다달이 돈을 내는 일을 망설이는 지금, 이처럼 어려운 목표는 없었다. 와우 같은 게임을 위해 일년에 $180의 돈을 지불하면서도 나를 계속 하게 하는건, 한달에 단지 $15만 내고도 꽤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즉시 사라져버릴 패스트 푸드 식사에도 그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내면서, 30일에 $15가 뭐 그리 대단할까? 여기서 음식의 가격을 논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업계는 질좋은 게임과 소비자의 비용 사이에 벽을 쌓아왔다. 그리고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14를 통해 온라인 게임의 가치를 재건하려 한다. 게임 플레이 진정한 기적은 모든걸 다 갖춘 MMO를 PC와 플3 (PlayStation3) 에서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DC Universe Online의 크로스플랫폼 호환성을 고려하면 파판14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수퍼히어로 MMO를 와우기반의, 근 십년 가까이 이 장르의 표준이었던 게임과 비교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퀘어 에닉스의 지금도 꾸준한 파판11 (Final Fantasy XI)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팬층을 끌어들이고 있고, 와우 (World of Warcraft)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적인 컨텐츠와 탄탄한 세계, 거의 셀 수 없을 정도의 인스턴스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엔드게임으로 수백만의 플레이어들을 매혹해 노다지를 캐냈다. 하이데린 (Hydaelyn)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은 하이데린의 작은 위성인 달라무드 (Dalamud)가 추락한 이후 5년이 지난 뒤 에오제아 왕국 (Realm of Eorzea)을 여행하게 된다. 달라무드의 추락은 게임의 주 악역인 갈린 제국 (Garlean Empire)이 에오제아를 멸망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그러나 에오제아의 거주민들은 몰랐지만 달라무드에는 바하무트가 있었다. 주인공인 그랜드 컴퍼니들은 바하무트를 다시 봉인하기 위해 학자들의 우두머리 루이수와 (Louisoix) 를 찾아내지만, 그는 봉인에 실패한다. 대신 생존자들을 에테르로 보내는데 자신의 남은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버리고, 그들은 에테르에서 세계가 다시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것이 파판14 1.0이 끝나고 렐름 리본 (A Realm Reborn)으로 이어지는 줄거리이다. 생존자들은 에테르를 떠나 세계로 돌아온다. 실제로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생성한 직후 공허를 떠다니다가 상위의 의식에 의해 소환되어 거대한 에테르크리스탈로 날아들어 에오제아로 들어오게 된다. 불행히도 갈린 제국 또한 렐름 리본에 다시 나타나고, 당신, 즉 플레이어는 갈린 제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다시한번 경험하게 된다. 스퀘어 에닉스 공식 엠바고는 내가 일정 시점까지의 스토리 관련 컨텐츠를 공개해도 된다고 허락했지만 나는 이를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건 캐릭터 디자인에서 줄거리의 방향과 이야기의 진행, 그리고 메인 퀘스트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변화에 파이널 판타지의 정수가 담겨있다는 점만은 모든 클래스에 대해 동일하다는 점이다. 클래스에 관련해서, 각 클래스는 자신들의 길드에서 시작하는 자기들만의 스토리를 갖는다. 이 스토리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성장하멩 따라 길드 본부에서 퀘스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 지점부터, 이 리뷰에 기재된 모든 와우에 대한 내용들은 내 개인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파판14의 몇몇 굉장한 측면들은 이전의 소스와 비교하지 않고는 리뷰를 통해 전달할 수가 없다. 오리지널 와우와 불타는 성전 확장팩은 이 장르의 기준이자 와우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지속되었던 멋진 기간이었다. 리치왕의 분노와 그 후의 컨텐츠들에 대해 나는 크게 실망했었으며, 이는 정액가입자들에게 던져준 편리한 보상과 단순함, 본질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와우는 그 이후로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다. 반면에 파판14 : 렐름 리본은 파판11의 성공을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여기에 좀더 편리한 접근성을 가미했지만 여전히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시간과 노력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렐름 리본에는 지금은 표준이 되어버린 퀘스트 추적 기능이 있다. 따라서 퀘스트는 플레이어에게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준다. 각각의 퀘스트들은 목표를 추적하는 버튼을 가지고 있으며, 이 버튼은 당신의 다음 목표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가끔씩 퀘스트 목표는 메인 맵의 바깥에 놓여있으며, 당신은 퀘스트 텍스트를 열심히 연구해서 다음에 정말로 가야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잡 시스템 – 클래스와 전문기술 잡 시스템 또한 개편되었다. 내 첫 MMO는 와우였는데, 파판11을 플레이하던 친구들이 자기들은 캐릭터 하나로 모든 클래스를 플레이할 수 있다고 말해 부러웠었다. 파판14의 잡 시스템은 11의 그것을 가져다가 노력과 만족의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은 더 좋도록 조율했다. 무기를 바꿈에 따라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요리사에서 랜서로, 보타니스트로, 금 세공인으로, 전문기술 장인부터 전투 클래스까지 당신이 원하는 무엇으로든 바뀔 수 있다. 이건 다 좋고 괜찮다. 그러나 장비 전환은 어떨까? 자, 일단 당신이 무기를 바꾸면, 당신이 장착 중이던 장비들도 벗겨진다. 대부분의 클래스들은 같은 옷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요소이다. 그러나 – 와우의 Outfitter 애드온을 기억하는가? (outfitter 애드온은 와우에서 캐릭터의 장비를 일괄적으로 교체해주는 애드온으로, 이 애드온이 큰 인기를 끌자 이후에 ‘옷장’ 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의 기본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vsc) – 파판14에는 캐릭터 메뉴에서 곧바로 접근 가능하고 설정할 수 있는 옷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새 무기를 장착할 때마다 여기에 해당하는 새 옷장에 이름이 붙기 때문에 매번 이름을 정해줄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퓨질리스트의 장착무기를 장비했을 때 생겨난 옷장은 자동으로 퓨질리스트라고 이름붙는다. 플레이어가 더 많은 잡을 언락할수록 더 많은 옷장들이 생겨난다. 유일한 단점은 옷장을 매번 수동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점이다 ; 자동과 수동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했을 때 더 나을 것이다. 아울러 플레이어는 시작 도시에서 모든 직업의 마스터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너무 조바심내지는 말자. 그들은 3개의 주도시에 흩어져 있으며, 지도에서 깔끔하게 표시해준다. 이제 각각의 시작 클래스 – 퓨질리스트, 글래디에이터, 아처, 싸마터지, 컨저러, 아카니스트, 머라우더, 그리고 랜서를 포함하여 – 는 더 깊이있는 전문화 – 잡 - 를 위한 성장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팔라딘은 탱킹에 특화된 글래디에이터이고, 블랙 메이지는 고화력의 공격마법에 비중을 둔 싸마터지인 식이다. 주어진 클래스 (나의 경우 퓨질리스트)의 레벨이 30이 되었을 때 각 클래스에 특화된 퀘스트를 받게 된다. 플레이어는 소울 크리스탈을 이용해 또 다른 특화를 선택하거나, 하나의 잡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클래스를 주의깊게 살펴볼 시간이 충분치는 않았으나, 다른 클래스도 퓨질리스트와 비슷하다면 레벨 30이 됨과 동시에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그 특정한 잡에 갇혔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원래의 직업 (내 경우, 퓨질리스트) 으로 돌아가 다른 가능한 잡을 특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멋진 부분은, 당신이 특화하기로 선택한 잡과 시작시의 클래스가 동시에 레벨업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른 직업들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노가다를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잡을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노가다를 해야하긴 하지만, 어떤 잡과 클래스를 연계시키든 노가다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른 전투 잡을 레벨업하기 위해 필요한 지루한 노가다는 사냥 목록에 따라 다른데, 사냥 목록이란 경험치를 얻기 위해 죽여야 하는 몬스터의 목록이다 ; 각각의 전투 잡들은 고유의 목록을 가지므로,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잡과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전문기술 잡은, 다른 게임이 도입할 수도 있을 법하다. 특히 길드워즈2가 여기에 들어맞는데, 길드워즈2에서 당신이 새 아이템을 만들면 만들수록 만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와우의 경우 아이템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대량의 재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와우나 길드워즈2와는 다르게, 파판14는 속도를 늦추고 좀더 노력하는 맛이 나도록 만들었다. 채집 잡 (예를 들어 보타니스트와 마이너)은 자원덩이를 찾기 위해 고유의 도구를 사용한다. 각각의 자원덩이들은 어떤 자원의 채집을 시도할 지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준다. 예를 들어 보타니스트의 경우, 단풍 나무, 단풍 수액, 유색 크리스탈, 또는 단풍 가지 중 무엇을 채집할지 선택해야 한다. 각각의 채집 대상들은 채집 난이도를 나타내는 채집 레벨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잡 레벨과 착용한 장비에 기반하여 성공율을 자동으로 계산해서 보여준다 ; 장비와 잡 레벨이 높을수록 당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으로 배울 수 있는 스킬들 덕분에 잡 레벨을 올리는 경험치 모으기는 덜 지루하다. 이 스킬들은 성공율을 높이고 제작과 채집 과정을 좀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게임 플레이 (컨트롤) MMO와 듀얼쇼크3 : 내가 수년간 어떻게든 조합해보려고 노력해 온 것들이다. 이런저런 몇몇 소프트웨어들과 엑박360 컨트롤러로 와우가 동작하게 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는 단지 저렙 때만 기능했다. 필요한 명령의 가짓수는 많은데 비해 입력버튼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에, 좀더 복잡한 버튼 조합과 내부설정을 바꿨음에도 잘 맞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다 프로그래밍하는건 꽤 짜증나는 일이었음을 고려한다면, 내 인내심의 부족 또한 원인 중 하나이다. 주로 접하는 부분들로 보건대, 스퀘어 에닉스는 PC키보드보다 컨트롤러를 더 선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언제든 메뉴가 뜨면 커서는 자동으로 그리로 이동하고, 복잡한 메뉴들조차 그저 X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이런 경험의 백미는 액션바의 동작이다. 4개 버튼이 1묶음씩 2개의 묶음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컨트롤러 표면의 8개 버튼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 D-pad 의 방향 버튼과 도형 버튼들이 그것이다. 이 버튼들은 각각 L2 또는 R2 트리거를 눌러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폭풍을 시전하기 위해 R2와 동그라미를 누르거나, 파티버프를 시전하기 위해 L2와 아래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플레이어는 실시간으로 8개 버튼의 배치를 바꿀 수 있으며, 따라서 모든 명령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각의 명령들에 접근하고 입력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만큼, 이는 배워야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게임 플레이가 다소 다루기 어렵고 직관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불과 얼마전에 끔찍하게 느껴젔던 조작이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느껴지며, 상황이 더 복잡한 조작과 더 많은 스킬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트리거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제2의 본능처럼 느껴진다. MMO 매니아들은 당연히 파판14의 공격 애니메이션이 고정된 위치를 기반으로 짜여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낙담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곧 전투 중에 이동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밀리 공격의 경우에는 그렇다) 그러나 썩 좋아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서서 공격하는 애니메이션이 크게 의식되지 않는데 비해 움직이면서 동시에 공격하는건 어색하게 보인다. 이것이 큰 단점은 아니다. 그러나 달릴 때 자연스럽게 가속되거나 회전할 때 보여주는 정확한 발디딤 등을 감안한다면, 전투시 지면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건 어딘가 거슬려보인다. 그래도 조작의 관점에서 공격 모션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비록 보이는건 그렇지 않지만. 게임 플레이 (컨텐츠) 리프트에는 리프트 (리프트라는 게임에 있는 리프트라는 이벤트를 의미 –vsc) 가 있고 길드워즈2에는 다이나믹 월드 이벤트가 있듯, 파판14에는 FATE가 있다. FATE는 Full Active Time Events의 약자로, 광대한 맵 전체에 걸쳐 랜덤하게 나타나는 웅장한 사이드 퀘스트이다. 플레이어는 여기에 뛰어들어 다수의 적들을 해치우거나 특별히 강력한 몹을 상대하는데 참여한다. 이는 비 전투형 잡의 레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순히 FATE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유의미한 보상을 얻기 위해선느 유의미한 수준의 참여를 해야만 한다. 참여도는 전통적인 방식인 브론즈, 실버, 골드로 점수매겨지며, 당신이 개인적으로 받는 길(Gil. 파판시리즈의 전통적인 인게임 화폐 단위 –vsc)과 경험치는 이 등급을 반영한다. 골드 등급을 받는건 전혀 어렵지 않다 ; 그저 타겟을 때리거나 몇 가지 드랍 아이템을 주워서 NPC에게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도 골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의 레벨이 FATE의 레벨보다 높다면, 레벨은 FATE의 레벨에 맞춰질 것이다. 당신의 스탯을 이벤트에 참여하여 보상을 받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낮춰준다. 당연히 보상으로 받는 경험치와 길 또한 낮아지지만, 보통보다 쉬운 수준의 FATE치고는 적절하다. 이전 시리즈의 계승 차원에서, 파이날 판타지 14도 크리스탈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스토리 상으로만 연계되는 것을 넘어선다 : 크리스탈은 순간이동 수단으로 기능한다. 3개의 대도시를 잇는 비행선 및 어디든 타고갈 수 있는 초코보와 함께, 약간의 길을 써서 사전에 동조시켜 둔 에테라이트들 사이를 순간이동 할 수 있다. 일단 이 순간이동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결코 다른 게임의 귀환석 등 비슷한 류를 돌아보고싶지 않게 될 것이다. 마테리아 또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다른 요소를 제공한다. 많은 욕을 먹었던 1.0 버전에서도 쓰였었지만, 렐름 리본에서 마테리아는 커스터마이징의 관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을 제공한다. 마테리아는 스탯을 올리기 위해 장비에 장착할 수 있다. 와우의 소켓과 꽤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마테리아의 멋진 점은 당신이 쓰던 장비를 이용해서 만든다는 점이다. 맞다 : 전에 쓰던 장비들은 이제 되팔거나 NPC에게 던져버리는 외에 다른 용도를 갖게 된다. 캐릭터 스탯메뉴에서 보이는 알리미는 현재 장착 중인 장비의 옆에 바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그 장비가 당신의 캐릭터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여준다. 장비를 계속해서 사용함에 따라 바가 가득차면, 당신은 이 장비를 마테리아로 바꿀 수 있다. 이를 가능케하는 스킬은 메인 스토리 외의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당신도 나처럼 퀘스트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하는 편이라면 이 퀘스트를 발견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거쳐온 스토리 라인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아마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이 흥미롭고 향수어린 반전을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리브퀘스트 (Levequest) 는 MMO의 특산물인 반복적 퀘스트 - 퀘스트를 받고, 퀘스트 지역으로 달려가서,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 의 파판14 버전이다. 퀘스트 메뉴에서 어떤 퀘스트를 초기화하면, 리브퀘스트에 관련된 몬스터들과 이벤트들이 나타나 당신이 그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죽기 전까지 거기서 기다린다. 다른 MMO들의 반복적 퀘스트와 차이점은 리브퀘스트는 0에서 4까지의 난이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리브퀘스트의 레벨이 당신의 잡 레벨과 같다면, 난이도는 1이 되며 비교적 어렵다. 따라서 당신의 잡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리브퀘스트를 한다면 난이도가 올라가 더 많은 경험치와 길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또는, 더 높은 레벨의 리브퀘스트를 선택해서 난이도를 낮출 수도 있다. 게임 플레이 (던전과 레이드) 마지막으로, 인스턴스는 MMO에서 중요도가 높은 요소이다. 그리고 파판14는 최소한 캐릭터가 4-5레벨에 하나씩의 인스턴스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보스전투와 인스턴스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점은 보장한다. 그러나 심지어 저레벨에서조차 보스전투는 그저 닥탱닥딜닥힐보다는 좀더 전략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어떤 보스는 심지어 탱킹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데미지를 주려면 보스를 작고 처치 가능한 조각들로 산산조각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 전체를 스포일러하진 않겠지만, 경험을 전체적으로 돌이켜볼 때 초반의 던전들조차 인스턴스 노가다를 즐겁게 만들어 줄만큼 충분히 변화무쌍하다. 플레이어 숫자가 달라지는 것 또한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4명, 8명, 24명까지 지원되는데, 던전과 레이드에 따라 다르다. 그렇긴해도, 나는 내가 그 많은 던전들을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지 몰랐었다. 그러나 메인 퀘스트는 일반적으로 이 모든 인스턴스들로 플레이어를 이끈다 ; 만약 아니라면, 다 까지 않은 맵에서조차 인스턴스가 어디있는지는 보여준다. 따라서 각각의 인스턴스를 발견하는건 그저 거기 가기만 하면 되는 문제다. 인스턴스는 모두 괜찮다.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파판 팬들이라면 익숙할 리미트 브레이크이다. 렐름 리본에서, 리미트 브레이크는 파티에 있을 때만 쓸 수 있다. 그리고 파티의 크기는 리미트 브레이크의 강함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리미트 브레이크 바는 오로지 이를 가진 캐릭터에게만 활성화된다. 따라서 별로 쓸 필요도 없는 몬스터에게 이 멋진 스킬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이다. 리미트 브레이크기를 통해 데미지 딜링 잡은 파괴적 공격을, 탱킹 잡은 파티 강화를, 그리고 힐링 잡은 신성 힐과 버프를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리미트 브레이크는 모험을 걸고 보상을 얻는 제로썸 관계가 아니다. 왜냐면 불리한 점은 거의 없는데도 적절하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보상은 높기 때문이다. 리미트 브레이크 바를 채우기 위해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뭔가를 때리는 것이 전부이다. 나는 이걸 윈윈이라 부르겠다. 업계 표준 인스턴스 찾기 장치는 파판14에서 ‘의무 찾기’라 불리운다. 의무 찾기는 자동으로 플레이어들을 그룹지어 함께 던전을 돌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나는 한동안 주류 MMO를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이전에 했던 와우와 리프트를 바탕으로 한 좁은 견해로 미루어보자면, 인스턴스 매치메이킹 시스템은 대체로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며 자리가 생기면 그때 알려주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이에 반해 의무 찾기는 파티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참여 가능한 멤버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따라서 없는 멤버를 찾아 나서거나 주위에 묻고 다님으로써 파티 결성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MMO들과 마찬가지로, 데미지 딜러가 혼자서 대기표를 받으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힐러와 탱커들은 물론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의무 찾기 또한 대체로 당신이 그간 보아왔던 것과 유사하다. 의무 찾기 메뉴에 들어가 원하는 인스턴스의 대기열에 이름을 올리고, 의무찾기 팝업창이 뜰 때까지 자기 할 일을 하러 가면 된다. 오래전 그랬던 것처럼 던전 입구에 서서 다른 멤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퀘스트를 하러 가거나, FATE 노가다를 하거나, 리브퀘스트를 하거나, 또는 의무 찾기로부터 즉시 연락을 받아 바로 던전에 입장할 수도 있다. – 편리하고 좋지만 꽤 표준적인 요소이다. 그래픽과 사운드 미적으로, 스퀘어 에닉스는 7년이나 된 플3에서 경이적인 일을 해냈다. 그토록 작은 메모리를 가진 기기에서 렐름 리본이 구동되는 것 자체가 놀랍다. 처음에 그래픽이 중간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게임이 동작하는 모습을 보면 기기의 기술적 단점들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탄탄하고 생생하며, 사운드 또한 비중있어서 외면하기엔 너무나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화면이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는 대도시의 NPC들이 즉시 로딩되지 않을 때, 또는 중요한 월드 전투가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즉시 로딩되지 않는 경우뿐이다 ; 캐스터도 타겟도 없이 스킬 애니메이션이 보이는 광경은 그러나 이상한만큼 희귀하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때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동작하지 않는다. 따라서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데도 공격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게임에 접속 (또는 재접속)한 후 첫번째나 두번째 전투에서만 주로 일어난다. 만약 당신이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 자신에게 선물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청각적 측면에서 이 게임이 가진 문자 그대로 유일한 단점은 드물게 일어나는 음성 동영상에서 뿐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드러내는 증거일 뿐이다. 음성 더빙 연기는 파판7이 그러했듯 상당히 탄탄한 인상이지만, 재미있었던 구식 영어 대화는 없다. 전투시 행동을 취하면 흘러나오는 전투 효과음과 사운드트랙의 월드 세레나데는 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서구식의 트랙에서부터 좀더 멜로딕한 곡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은 풍부하고 명백하다. 심지어 어떤 트랙은 반지의 제왕의 샤이어를 아름답게 연상시키며, 또다른 피아노 곡은 파판9의 생명의 멜로디 (Melodies of Life)의 향수를 자극한다. 각각의 트랙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청각적 기억을 자극하고, 특히 당신이 사운드트랙에 비중을 둔다면 그렇다. 나는 보통 괜찮은 사운드트랙을 효과적인 배경소음정도로만 즐기곤 하는데, 파판14의 음악은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 그 자체만큼이나 전면에 드러난다. 플레이 스테이션 3 vs PC 나는 비교해보면서 정말로 놀랬는데, PS3에 담긴 하드웨어는 최근의 대다수 컴퓨터들 – 특히 하드코어 게이밍의 경우에 – 이 보여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판14의 콘솔 인터페이스는 대성공이다. 메뉴 탐색은 예상위치를 찍어주는 커서와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통해 손쉽게 사용 가능하다. 퀘스트 확인 버튼과 어설프게 배열된 제작메뉴 주위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대신, 커서가 그리로 갔을 때 X 버튼만 누르면 된다. 마우스로 시점을 움직이는 대신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당신은 인터페이스 조작을 이해한 것이다. 사실상 PC 플레이어가 플3 플레이어에 비해 갖는 두 가지 요소는 더 나은 비주얼과 키보드 뿐이다. 그러나 플3 플레이어들은 다른 MMO에서 볼 수 없었던 유연한 조작계와 손쉬운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이 상황의 아름다움은 스퀘어 에닉스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가진 간극에 렐름 리본을 통해 다리를 놓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PC플레이어와 플3 플레이어는 어떤 제한이나 장애도 없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파판14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이유이다. 아마도 내가 당신에게 이 게임을 팔아먹으려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실로 오랜 세월동안 컨트롤러로 플레이할 수 있는 MMO를 바래왔다. 그리고 내 도적에 우레폭풍 (Thunderfury)을 갖길 바래왔던 그날로부터의 갈망은 마침내 여기에 구체화되었다. 최종 견해 최근 있었던 패치로, 출시 첫 주에 초기 플레이어들을 괴롭혀왔던 에러 1017이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 추가될 서버들은 파판14 : 렐름 리본의 최대한도의 잠재력을 버텨낼 것이다. 파판14의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흐름에 미루어볼 때, – 파판14 버전 1.0보다 훨씬 나은 게임인 - 렐름 리본이 오래도록 유지되리라는 것을 파악하긴 쉽다. 그리고 소니가 언제나 콘솔의 10년주기를 고집해왔음을 고려한다면, 인터넷에 플레이스테이션 5의 소문이 슬금슬금 돌기 시작할 때즈음까지 우린 이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판14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PvP에 관련된 패치인 2.1은 아마도 내년까지는 나오지 않겠지만 어쨌든 현재 개발 중이다. 핵심 확장팩들이 계획 중이며, 첫번째 확장팩은 이미 집필이 완료되었다. 그리운 골든 소서 (Golden Saucer ゴールドソーサー)를 포함한 컨텐츠 업데이트는 스퀘어의 3개월 계획에 따라 빠르게, 자주 있을 예정이다. 이 게임을 잘 살펴본 바, 이전 버전과 현재 버전의 비교는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파판14는 하드웨어의 측면으로나 거대한 컨텐츠 모음의 측면으로나 멋지게 동작하고 있다. 이 게임이 월 $15달러의 가치를 갖지 못하려면 그건 아마도 당신이 1인칭 게임만을 플레이하는 경우에나 – 잠깐, 그래도 여전히 가치는 있다. L3 버튼을 누르면 이 게임은 완전히 1인칭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다. 그러면 당신이 오로지 스포츠 게임만을 플레이하거나, 당신의 은행 계좌를 알려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 계속해서 삭제해버리는 경우에나 이 게임이 매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MMO만을 플레이하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까지 왔다면, 당신은 아마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파판14에 흥미가 있을 것이다. 시작 즉시 주어지는 1개월의 무료 이용권과 이 게임의 소매가가 $40라는 점을 생각하면 진입 장벽도 낮다. 매우 매력적인 컨텐츠에서 쉽고 다양한 잡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콘솔 인터페이스부터 기술적 기량과 인상적인 제품가치에 이르기까지, 파판14 : 렐름 리본은 스퀘어 에닉스가 2010년에 만들고 싶었던 바로 그 게임이다. 3년여의 긴 시간을 거쳐, 마침내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에 투자하는 1원까지도 가치가 있다. 오리지널 와우 이후 견줄 자가 없는 MMO 경험을 제공하며, 소파에 누워 HDTV를 보며 플레이하는 편리함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이래도 스퀘어가 당신의 지갑을 여는데 실패한다면, 그 무엇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글이 실린 곳은 PSU (PlayStationUniverse)라는 곳인데, 평소에 잘 가는 곳이 아니라 성향은 모르겠지만 플스 이름이 들어가서인지 오로지 핥아주기만 하는 느낌도 … ;; 한편, 일전에 언급한 길찾기의 재미를 암시하는 부분같은데 흥미롭네요. 다른 부분에서 언급되는 순간이동에 대한 내용을 보자면 이동의 재미는 고려하지 않은 듯 하지만요. 당연하게도 이벤트의 요소도 도입되었나봅니다. 물론 독점 보상의 개념도 함께요. 퀘스트와 이벤트의 비율이 어느정도일지 궁금하네요. 이건 아마도 다중성장? 몇몇 부분에서 최신 트렌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만 (eg. 힐러가 있다던가) 거기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게임을 해본 후에나 할 수 있을 듯 하구요. 역시 해봐야하나 …
  25. Voosco 님이 작성하셨던 포스팅의 아카이빙입니다. ---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cfm?id=computer-game-playing-shown-improve-multitasking-skills Nature 에서 인용 65세의 앤 린지(Ann Linsey)는 뭔가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바래져가는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 그리고 이 연구가 그녀에게 끼친 영향에 놀랐다. “내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짜증이 났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주의를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죠.” 상업적 회사들은 수년간에 걸쳐 컴퓨터 게임이 유저를 보다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게임을 통해 향상된 능력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주는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을 비판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주 Nature에서 공개된 한 연구 – 린지가 참여한 그 연구 – 는 게임이 인지 결손에 정확하게 초점이 맞춰질 경우, 나이 든 사람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San Fransisco에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의 신경 과학자인 애덤 개즐리 (Adam Gazzaley) 에 의해 주도된 이 연구는 뉴로레이서 (NeuroRacer)라 불리우는 게임이 나이 든 사람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된 효과는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이어져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연구는 뇌활동의 패턴이 인지 능력 향상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밝혀냈다. 뉴로레이서는 3D 비디오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왼손 엄지로 자동차를 조종해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가는 한 편으로, 랜덤하게 나타나는 표지판을 계속해서 경계해야 한다. 만약 표지판이 특정한 모양과 색깔을 지녔다면, 플레이어는 오른손가락을 이용해 이를 쏘아맞춰야 한다. 개즐리에 의하면 이 멀티태스킹 연습은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여러 인지 능력 - 주의 집중, 관심사 전환 및 작동 기억 (마음 속의 여러 정보의 조각을 일시적으로 담아두는 능력) - 의 조합을 유도한다. 개즐리와 그의 동료들은 우선 20대부터 70대까지 60년에 걸친 나이차를 가진 30명의 참여자를 모집해서, 이들 사이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선형적으로 감소하는지를 뉴로레이서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60세에서 85세까지의 46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여, 플레이어의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지는 뉴로레이서를 이용해 4주간의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이후 실험 대상자들은 이 훈련을 받지 않은 20대에 비해서도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할만큼 많은 향상을 보였고, 이렇게 증가한 능력은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채로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또한 훈련 이전과 이후에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지 능력 시험을 진행했다. 뉴로레이서가 특별히 의도하지 않은 인지능력들 - 작동기억과 지속적 주의능력은 둘 모두 식사를 준비하는 것부터 신문을 읽는 일까지 일상의 일을 처리하는데 중요하다. - 또한 게임을 통해 향상되었고, 향상된 채로 지속되었다. 개즐리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로레이서는 이 두 능력을 많이 요구하지 않습니다. – 따라서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도전이 아마도 전체 인지 제어계에 압력을 가했고, 이를 통해 관련된 모든 요소가 향상된 것 같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참여자들이 뉴로레이서를 플레이하는 동안 뇌파전위기록술로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참여자들의 능력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어느정도는 지속적 주의 능력의 향상과 상관관계가 있는 뇌의 전액골 피질의 활동 또한 증가했다. 아울러 전액골 피질과 뇌의 후면 사이의 신경망 연결의 활동도 증가했다. 스톡홀름 Karolinska Institue의 인지신경과학자 토켈 클링버그 (Torkel Klingberg)는 두뇌 훈련 컴퓨터 게임의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한 업계에는 두뇌 훈련 패키지의 효과에 대해 두 가지의 양극화된 의견들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회사들은 실제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있어요. 현실성 없는 주장을 합니다.” 그는 이어서 “한편으로 어떤 심리학자들은 작동기억과 주의력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없으며 고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1999년에 특히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 기반의 훈련 방법을 시판하기 위해 스스로 창립한 회사 Cogmed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클링버그는, 개즐리의 연구가 훈련방법을 적절히 디자인하기만 한다면 인지 기능이 향상될 수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라 말한다. 작년에, 개즐리 또한 회사를 공동 창립했다. Akili라는 이 회사에서 그는 고문이다. 이 회사는 뉴로레이서와 유사한 상업적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아직은 연구도구이다. 그러나 FDA승인을 구해 치료제로 내놓으려 한다. Akili의 또 다른 고문이자 뇌기능 향상을 위한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스위스 University of Geneva의 인지 신경과학자 다프네 바벨리에 (Daphne Bavelier)는 ‘게임’으로서의 접근은 아마도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특정한 인지결손을 지닌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개즐리는 과대광고를 주의하라고 말한다 : “비디오 게임이 보장된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린지 입장에서는 게임이 자기에게 해 준 것, 그리고 자신이 기여한 바에 대해 행복하다. “나이 든 뇌도 배울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건 흥미로운 일이었어요. – 그리고 내 뇌가 바로 그런 발견을 도왔다는 점이 기쁘죠” 이 글은 Nature지의 허가를 받아 게재되었다. 본 내용은 최초 2013년 9월 4일에 공개되었다.